이런 무시무시한 영화엔 팝콘이 빠질 수 없지! 여령은 할 일을 까먹은 사람처럼 영화에 집중했다. 악마가 깃든 집이라니, 무시무시해라! 디멘터가 깃든 집이랑 비슷하지 않은가? 이 생존기를 만들어낸 감독은 대단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일상 속의 비일상적인 존재와 맞서야 하는 가족이라, 아름다운 생존기여라……. 팝콘 씹는 소리가 점차 작아진다. 총을 손에 쥐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입이 조심스럽게 움직인 탓이다. 문이 열리고…….
여령은 몸을 파드득 떨었다. 엄마야! 깜짝 놀란 몸을 추스리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저씨와 아줌마는 내일 오시는데, 캄캄한 미국 시골 속에서─! 사, 살인마?! 여령은 눈을 휙 굴렸다.
"아우웅, 무서워라. 이 여령, 어쩔 수 없지요. 온화 자기가 있어서 참 든든해- 마침 임무가 비슷한 것 같지만요?"
여령은 지팡이를 꺼내 쥐고는 마일로 곁에 섰다. "이 여령에게 맡겨줘요, 음- 그러니까, 마일로?" 샐쭉 휜 눈을 뒤로 시종일관 여유롭던 여령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리고 플루 가루가 없어도 급조하면 되는 법이죠. 맡겨만 줘요, 비슷하게 배합하는 법은 아니까요……."
여령은 모르는 척, 눈을 깜빡였다. 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기 때문이리라. 아마 자신들을 잡으러 온 건가 생각하며 겁을 잔뜩 집어먹는다면 제대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으니, 아예 마법사인 걸 몰랐다는 듯 구는 것이 낫겠지. 아무리 멍청한 사람 같고 맞긴 하지만 이런 묘수를 생각하고 있으니, 이런 나, 제법 대단하다! 속으로 뿌듯하게 생각하며 알로호모라 주문에 눈을 돌렸다. 뭐야, 마법사인가 보네? 근데 마법사가 여길 왜 들어와?
"쟤 누구야? 아는 사람?"
……여령의 반응은 쟤 누구야? 하는 질문이 멸시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몰랐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죄악이란 이름은 잘 알고 있지마는 애초에 그런 범죄자들과 자신은 거리가 먼 말단 오러라고 생각했거니와 당장 그날 먹을 간식이 중요했던 머리 꽃밭은 수배지도 유심히 보지 않고 살았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일단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데다, 주거침입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이상한 말을 하는 걸 보니까 같은 오러는 아닌 것 같은데...
"으응, 모르겠네에. 뭐지,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아!"
베이킹 재료라는 말과 함께 머글이니 순혈이니 재료 얘기를 하는 걸 보니!
"너, 약장수로군요?"
?
"이 여령- 모두 안답니다! 가림빛으로 흘러 들어오는 머글이나 순혈들을 상대로 마법의 브라우니를 만들 수 있다며 가루 재료를 판매하는-! 마침 여기 미국이잖아, 농경지도 있어, 사람도 한적하니 들킬 염려도 없어! 그러니 분명 자주색 빛으로 세상을 물들이겠지! 그러다가 적당히 여기에서도 노동인력을 색출하려고!"
아니, 범죄자는 맞지만 그, 그건 아닌데……? 애초에 어떻게 저렇게 잘 아는지 모르겠으나 여령은 마일로를 가리듯 앞으로 불쑥 서며 지팡이를 겨눴다.
지팡이를 보고 놀라는 모습에 어라? 싶다가도 그럴 수 있지- 싶다. 그야 자기소개 같은 건 안 했으니까! 그런데 조금 전에 후배라고 불렀으니 예상할 법도 한데. 이 애들. 얼마나 경계심이 옅은 거야? 위태로워서 확 깨물어주고 싶네!
"음- 그치.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닌 거 같아. 우리 귀염둥이들-"
사색이 된 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하다가 때마침 여령의 나이스 리액션으로 얼른 상황을 넘겨본다. 그래. 지금 중요한 건 저나 여령이 마법사인 사실이나 이 애들이 무슨 장난을 쳤다거나 그런게 아니다. 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물이 누구냐가 제일 중요하지.
잠금 해제 주문을 읊고 문을 열어 들어온 인물은- 놀랍게도 온화가 아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마주치면 안 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런 이런. 슬슬 보고 싶긴 했지만 이렇게 보고 싶진 않았는 걸- 들키기 전에 먼저 몸을 삭 돌리고 아랑에게 손을 뻗는다. 공포에 굳어 있든 어떻든 팔을 잡아 가까이로 당기려 하며 폭식을 등지고 아랑과 마일로를 향해 속삭인다. 여령이 현란한 말발로 폭식의 관심을 끄는 사이-
"자. 우리 귀염둥이들. 정신 바짝 차리자. 나랑 얘가 어떻게든 막아줄 테니 너흰 우리 뒤에 있다가 틈을 봐서 플루 가루로 도망가는 거야. 알았지? 마법부. 아니지. 오러사무국으로 가. 가서 아무 사무실이나 들어가서 사무국장을 찾으렴! 알았지?"
여령 한 명에게 맡기기엔 폭식의 정신 나간 텐션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아이들이 굳어있지 않게 언제든 달려갈 수 있게 어깨를 두드려주려 하곤 힐끔- 폭식의 상태를 살핀다. 그러다 팔 틈 사이로 지팡이를 겨누고 작게 주문을 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