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가 다가가면 구 료하, 그도 팔을 벌려 반기며 안아주었다. 이렇게 안길 수 있게 되기까지도 참 오래 걸렸었는데- 라며 문득 학창 시절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누구든 손 쉽게 잡을 수 있었고 놓는 것도 제 마음대로 였던 온화에게 당시 교수였던 료하의 대응은 거의 문화충격 수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오기가 들었고 오기로 시작한 마음이 어느덧 진심이 되었더랬지. 안 그랬으면 굳이 졸업까지 기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흐흥. 자기도 좋으면서-"
제 행동에 간지럽다는 그를 보며 그리 종알댔다. 간지럽다느니 어떠느니 해도 이렇게 안고 있는 걸 보면 좋아서 하는 소리 임을 누가 모를까. 이대로 소파에 몰아놓고 더 간지럽혀버릴까- 하다가 그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거기엔 술과 먹을 것이 간소하게 차려져 있었다. 힘들다고 했던 말이 신경 쓰였는지.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스프와 빵을 준비해준 것에 새삼 반할 듯 하다. 게다가 초콜릿까지! 다정한 말과 이 부드러운 손길은 또 어떻고! 학창 시절의 제가 인내심이 조금이라도 부족했다면 이런 사람을 놓칠 수도 있었겠구나 싶다. 아니어서 다행이지. 온화는 절로 나오는 미소를 생긋 지으며 얌전히 쓰다듬을 받았다.
"어쩜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완벽할까. 내 사랑- 이건 고마움의 표시!"
재차 발돋움을 해가며 반대편 뺨에 입맞춤을 해주곤 그의 손을 잡아 소파로 이끈다. 온화의 방에 있는 소파는 보통의 소파보다 크고 긴 소파였다. 크기 뿐일까. 고급진 재질에 앉는 감은 푹신하고 쿠션도 여러개 올려놓아 안락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데 안성맞춤이었다. 그런 시간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 그 소파 가운데에 그를 먼저 앉히고 온화도 그 옆에 앉아 어깨에 툭 기대었을 것이다. 계속 돌아다니다가 자리에 앉으니 비로소 안도의 숨이 길게 흘렀을 것이고. 잠시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 그의 옷깃을 톡톡 당기며 애교 어린 목소리로 말한다.
"있지- 나 저거 먹여줘요. 응? 노곤노곤해서 팔 들기도 힘들어잉."
으응-? 아이가 조를 때나 낼 법한 콧소리를 낸 온화가 턱을 들어 그의 어깨에 걸치곤 눈을 깜빡깜빡- 하며 바라보았다. 해줄거죠- 하고 눈으로 말하듯이.
붉은 지붕, 나는 빨~간 색이 좋으니. 그것도 아주 빨간…… 매운 맛도 좋고. 아, 돌아가면 머글 사회로 몰래 나가서 매콤한 과자를 잔뜩 사오고 말 것이다. 떡볶이맛 과자로! 집으로 가는 길, 여령은 동요를 흥얼거렸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잠깐. 그런데 이렇게까지 붉어도 되는 건가? 바깥의 세상 글씨가 붉은 느낌이 들어 여령은 허공을 잠시 쳐다보았다.
"뭐! 그래도 이 여령이 해야만 하는 일이지요!"
라고 포부 좋게 말했지만, 불도 꺼져있고, 조용하고, 비린내가 난다. 여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해야만 하는 일이지, 응. 무시무시한 사건으로 영감을 얻고, 그러니까, 그게…….
배를 채우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배를 채워서는 안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가적인 감정과 함께 여령은 상황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시도했다. 그러니까, 평범한 양식이다. 배가 고팠더라면 일단 한 입이라도 먹었을지도 모르는 양식. 하지만 앉아있는 존재를 보았을 때, 그리고 이미 먹은 흔적이 눈동자에 담기기가 무섭게 여령은 구역질을 참기 위해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뒤로 휙 돌았다.
"우욱─!"
겨우 토악질은 참았지만, 이미 목 끝까지 먹은 피자가 올라온 것 같다. 속이 뒤집히는 감각에 눈앞이 아찔하고 입안에 역겨운 느낌이 드는 착각이 일었다. 미쳤구나, 진짜 미쳤어! 여령은 눈물이 핑 도는 것을 손가락으로 훔치며 아까 전 만났던 폭식에 대해 떠올렸다. 그러니까, 이런 짓을 벌이는구나.
"미쳤어, 이런 걸 먹는 사람이 진짜 있다니! 혼자 먹고 다니는데 잡히지 않으면 공범이 있나? 아냐, 아냐…… 누가 됐든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해……."
뭔가 중얼거리던 여령은 주변을 휙 둘러보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안타까운 머글! 사랑스러운 존재를 저렇게 만들다니. 여령은 지팡이를 휘둘렀다.
"……악마의 화염."
여기를 전부 태워버리든지 하자. 시체에 대한 장례는 잘 모른다. 그러니까, 일단 태워서 다른 사람들에게 더 손대지고 존엄성이 깎이는 것을 막아세우자. 그리고, 그리고 돌아가서……. 여령은 불길 속에서 혀를 찼다.
"아, 씨*거 진짜."
나 참! 어차피 여기 듣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뭐하러 체면 차리려 했지. 머리를 쓸어넘기는 손길이 우직했다.
그러고보니 그의 교수 시절은 어땠더라. 처음 듣기로는 온건한 사람이랬는데. 맡은 과목이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라 의외라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보면 상상이나 되겠는가. 제게 이토록 다정한 사람이 그토록 단호하고 강한 심성이 필요한 과목의 교수라니. 음.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납득되기는 해. 뭐라고 할까. 사람은 역시 겪어봐야 안다고 할까?
"어머. 내 부탁 들어주는데 보답 받으려고 한 거에요? 흐응- 얼마나 잘 모셔주려고 그러나아?"
농담인지 진담일지 모를 그의 말에 저도 기대 반 장난 반으로 받아쳐주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보답은 어림도 없지만! 그라면 무언가 해주지 않아도 어떤 부탁이든 들어줄 것이다. 물론 겉으로는 한 번 튕겨주고 못 하는 척 안 되는 척 해주다 어쩔 수 없이 해줄게- 라고 하겠지만. 그런데 무슨 부탁을 하려고 그러나? 궁금하네.
소파에 앉아 제 손으로 음식을 집는 대신 그에게 먹여달라 조르니 흔쾌히 수락해준다. 어라라. 이럼 더- 더욱 뭔가 있을 것만 같은데? 그냥 단순히 어리광을 잘 받아주는구나 싶기도 한데. 어쩐지 촉이 간질간질하다. 온화의 촉은 이럴 때 예민하기도 하고. 일단은 궁금한 내색 하지 않고 그가 말하는 대로 살짝 자세를 움직여 받아먹기 편하게 앉았다. 너무 가까이 붙으면 둘 다 움직이기 힘드니 약간 몸을 떼면서도 또 너무 멀어지지는 않게.
자세 잡은 뒤 한 팔을 가볍게 그의 허리에 두르고서 그의 손이 바게뜨를 뜯어오는 걸 눈으로 쫓았다. 부드러운 빵에 고소한 스프가 스며드는 것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저도 모르게 침 꼴깍 삼키며 빤히 보다가 입가에 오자마자 합 하고 물었다. 어찌나 야무지게 물었는지 그의 검지 끝도 같이 물어버렸지만 놓아주지 않고 오물오물 씹는 걸 보니 이건 의도적인 듯 하다. 그 증거로 물론 손가락은 아프지 않게 입술로만 잡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염려와 달리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스프와 푹 젖은 빵을 잇새와 혀끝으로 만끽하는 중인 온화에게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 학원 방학이라 시간이 널널하다는 말. 그리고 예민한 촉이 말하던게 이것인 듯. 제 휴가 일정과 그의 휴일을 맞춰 잡고 싶다는 말에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지만 겉의 태도는 의연-하게 대답했다.
"음- 요즘 정신 없어서 깜빡했네요. 그러게. 곧 학원 방학이구나- 그런데- 요즘 유명한 범죄자들이 제법 판을 치는 모양이라서 말이에요. 휴가가 때 맞춰 낼 수 있을지 모르겠는 걸-"
근래 들어 머글 사회까지 뒤숭숭해지며 바빠진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 와중에 그와 함께 할 시간을 못 낼 온화는 아니었다. 숙련된 오러 마법사 한 명이 아쉬운 마당에 사표 들고 협박하면 그깟 휴가 며칠을 못 쓸까! 이미 받아낸(아마도) 일주일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표정조차 살짝 진지하게 굳히면서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슬쩍 흘려준다. 그 와중에 빵 더 달라며 그의 손등을 살살 긁는 것도 잊지 않고.
류 온화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는_잠에서_막_깼을때_인상이_험악해지는_유형인가_인상이_풀어지는_유형인가 호로록 풀어지는 타입~ 무방비 오브 무방비 상태라 왠만하면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래~ 그야 이럴때 옆에 가면 따뜻하다면서 앵기고 안 놔주니까~ 어지간하면 이럴 일 없게 밖에서는 안 자는 편~
자캐가_무의식적_반감을_느끼는_것은 무의식적 반감? 생리적인 거부감 같은 걸까? 음~ 과도한 결벽증? 같은거? 근본이 방탕 그 자체이다보니 순결이니 지조니 하는거 따지는거 싫어하지~ 드물게 아예 무시해버리는 부분이랄까~
학교_갈_준비하는_자캐의_모습 ㅋㅋ 학창 시절 버전일까나? 기숙사 살았을 테니까 보통 혼자 준비하는데~ 비몽사몽 눈 떠서 한 10분 자다 깨다 반복하기, 겨우 일어나서 샤워하다 졸기, 머리 말리고 빗는 동안에도 졸다가 옷 입을 쯤 정신 차리는데 사실 멍한건 매한가지라 옷 이상하기 입기(단추 어긋나거나 덜 채우거나 셔츠 깃 반만 접거나 니삭스랑 양말 짝짝이로 신거나 뭐 하나 덜입고(?) 나갈 뻔 하거나 등등), 나가기 직전에 자꾸 뭐 하나 까먹어서 앗참 이거 하고 돌아서기 등등~ 이래서 늘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다고~
진단 가져왔드니 캡틴 질문이 있네? 음~ 술버릇은 이미 풀었~지만 조금 보태보자면 웃음이 헤퍼진다? 평소 작위적인 웃음을 많이 흘린다면 술 취했을 때는 어린애 같은 웃음이 그냥 막 실실 샌다~ 취미는 본가인 공방에서 가져온 걸로 뭔가 만들어보기~ 실팔찌나 매듭장식 같은 건 좀 할 줄 아니까~ 가끔 손바닥만한 조각을 하기도 하구~ 휴일은 료하랑 놀기 료하랑 뒹굴기 료하랑 데이ㅌ(뇌절컷) ㅋㅋㅋ 뭐 대부분 하 교수한테 쓰겠지만 혼자일 땐 정처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처음인 도시 같은 곳에 카페에 앉아서 사람 구경하고 그런대~
에유 온화는 호로록 풀어지는 편이군요~ >:3 과도한 결벽증? 음... 따지는 걸 싫어하는구나, 무시해버리는 부분이라는 게 이해가 가면서도 의외라고 생각이 들어요~ :0 학창시절...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 양말 짝짝이 너무너무 귀엽다 진짜...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게 정신 차리기 위해서~ 라는 게 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러워요... 하 교수님 싸움 잘 하시나요(질 거면서 또 이럼) 술버릇이랑 취미... 데이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뭐야뭐야 두 존재 예쁜 사랑을 하란 말이다─!!!!!! 사람 구경하면서 사랑을 해라-!!!
음~ 술버릇 취미 여가생활~ :D
일단은 여령이 부터 풀자면요, 여령이의 술버릇은 놀랍게도! 말이 많아진답니다(...) 지금도 많지만 일단 무엇이든 붙잡고 대화를 시도하는 탓에 길가에 굴러다니는 쓰레기에게 "세에상에 즈어거바바 저거봐 저거 움직여 인터뷰 하러 갈끄니까~" 이러면서 쓰레기에게 "굴러다니는 소감이 어떠십니끄아!" 하고 같이 굴러요...🤦♀️
취미는 뭐,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마법약으로 할 수 있는 조합은 대다수 시도하는? 그런 느낌이네요~
휴일에는 마법약 실험을 하다가도 어화둥둥 즐겁게 지내려고 한답니다. 머글 사회로 나가서 신나게 놀고 오기도 하고(물론 마법을 쓰거나 사고를 치지는 않고 대충 머글 동료랑 인생네컷 찍고 구슬 아이스크림이나 탕후루 먹다 오겠죠...) 가족들이랑 신이 나서 영감을 얻었니 뭐니 서로 극 대본을 쓰기도 하고~ 그럴 것 같아요~
아회는... 어.. 음~ 일단 AU 말고 본편 아회를 보았다면 저거 왜 흑룡 아님...? 같은 술버릇에 웃음 많아지고 보들보들~해지는데 AU 아회는 오히려 술을 마시면 조용해진답니다. 차분해지는 걸 넘어서서 그냥 사색에 잠겨서 자기 혼자 뭔가 생각하고, 또 혼자 결론 내린 뒤에 집에 돌아가서 얌전히 잘 때가 많답니다. 굉~장히 얌전한 술버릇이에요~
본편의 취미는 사천성과 같은 간단한 퍼즐 게임이지만 최근에는 다시금 책을 읽거나 난을 치고 있고요... AU의 취미는 자수와 물담배랍니다. 본편에서는 눈을 잃어 다시는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본편은 손가락을 자꾸 찔리고 한쪽 눈으로만 보니 원근감이 잘 안 맞는대요) 취미를 얘가 이어받았어요~ :D
휴일의 본편 아회는 최근 잠을 자는 시간이 늘었어요! 영이가 불러도, 목화가 불러도 잠만 잔답니다... 요새 피곤한 일이 많아 정신적으로 지쳤는지 악몽도 안 꾸고 푹 잔대요. 일어나면 멍하니 있다가 목화를 잠시 돌봐주고, 영이에게 하루에 있었던 일을 듣다가 다시금 사르르 지금껏 잠들지 못한 만큼을 잠들어요. 그거 말고 호수에서 다시금 물멍하는 날이 늘었는데, 슬프게도 새벽에 터벅터벅 걸어나가서 얘가 밖에 나왔구나~ 하고 알아채는 사람이 없다는 거... :3 물론 AU 아회의 휴일은 형님 이야기 듣느라 정신이 없겠지만요~ 형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이면 뭐 여령이한테 멱살 잡혀 머글 사회로 끌려가겠지(이런 발언)
헤헤헤 여령주의 어마어마한 썰도 맛잇담~ 무려 세가지맛! 딸바초!(?) 뭐랄까~ 아회랑 AU아회 사이에 여령이가 귀엽게 끼어 있는거 같은 느낌이야~ ㅋㅋㅋ 마지막에 여령이가 끌고 간다는것도 그렇구~ 글고 아회도 AU쪽은 반전 느낌이 있으면서도 역시 아회구나~ 하는 부분도 확실히 살아있어서 매우 매력적~ 오늘도 썰 흡입 대만족~ (쭈오아아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