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사무국장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지만 걸음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또각또각. 타각! 오러사무국을 나오기 무섭게 손에 쥔 포트키로 단숨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고. 잠시 부유했던 몸이 발바닥부터 착지하는 느낌이 들면 눈을 떴다.
시야보다 먼저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이 방에 출입을 허락한 단 한 사람의 존재에 피로도 잊고 그 품에 달려가서 안기게 된다. 벗어던진 구두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구르고. 그가 보고 있던 책을 밀어내는 손길은 다소 급했지만 무릎 위에 걸터앉아 어깨에 기대며 안기는 행동은 부드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길고 붉은 머리칼이 마치 날개처럼 한 차례 펄럭이고 사라락 내려앉으며 비로소 날개를 접고 쉬는 새마냥 늘어졌겠지.
"세상에- 오늘 보고 싶을 줄 어떻게 알고 왔어요? 응? 저렇게 나 좋아하는 것도 사오고. 너무 기뻐서 눈물 날라 그래-"
흑흑. 눈물도 안 나면서 우는 양 익살스럽게 소리 내었다가 제 행동에 제가 키득거렸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어도 웃으면 웃었지. 울 사람은 아니었다. 류 온화라는 사람은. 아직 임무에 다녀온 흔적이 옷이며 몸에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한껏 안겨 당장의 기쁨과 반가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어차피 볼 눈도 없고 눈치 볼 사람도 없으니.
"내 사랑- 으응- 오늘은 자고 갈 거죠? 오늘도 내일도- 나랑 같이 있어요- 응? 가지 마아- 으으응-"
한 마리 고양이가 된 양 갸르릉 갸르릉 목 울리는 소리를 내며 볼을 맞대 부비고 꼭 끌어안고 그의 손을 가져와 볼에 대고 문지르고 스스로 머리를 대고 쓰다듬어지게 하고- 누가 보든 아주 꼴값 떤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온갖 아양과 애교를 부려댄다.
본래도 누구에게나 그런 행동을 잘 하는 온화이니 뭐 그리 특별하느냐 싶겠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보통 주변 사람에게는 놀리거나 제 마음대로 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장난에 그치지만. 그에게만은 진심으로 애정을 담아 말하고 행동했다. 물론 장난기도 조금은 있긴 하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순수 장난이 아닌 애정에 기반한 것이라는게 매우 확실하고 명확한 차이였다.
"아- 나 오늘 저주만 세 번 맞아서 너무 아프고 힘들었는데. 내 사랑 보니까 다 잊혀지는 거 같아요. 후후. 세상에 약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어. 아무리 괴로워도 내 사랑만 있어주면 다 낫는 걸?"
지금도 영롱한 꿀방울 떨어지듯 달콤하게 속삭이고 있었으나 희미하게 떨리는 손이나 조금씩 흐트러지는 숨을 숨기기는 힘들었다. 연인과의 다정한 시간으로 정신적 피로는 회복되어도 몸의 피로는 회복되는 것에 한계가 있는 법이다. 마음 같아선 안긴 채 밤을 보내고 싶어도 이대로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깜빡 기절할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그러면 기껏 와준 연인을 걱정만 하게 하다가 보낼 지도! 그것 만은 안 돼! 그러니 그 전에 피로를 조금이라도 풀자! 그래!
결심한 후엔 아쉽지만 잠시 떨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흐흥- 한숨 대신 가볍게 웃음을 흘린 온화는 고개를 기울여 연인의 뺨에 깃털로 간질이는 듯한 입맞춤을 남긴다. 그리고 언제 앉아있었냐는 양 훌쩍 일어나 긴 머리 흩날리며 돌아서 타박타박 걸어갔다. 욕실과 드레스룸이 있는 쪽으로. 가면서도 보란 듯 블라우스의 단추를 톡- 톡- 풀며 멀어지더니 방 밖을 나설 쯤 제법 풀어헤쳐 야릇하게 흐트러진 모습으로 돌아보며 애교 어린 윙크를 그에게 날렸을 것이다. 싱긋 웃는 입술로 그런 말 흘리면서.
"내 사랑- 나 깨끗이 씻고 옷도 예쁘게 갈아입고 올 테니까- 그동안 커피 한 잔 내려줄래요? 아니면 저기 장식장에 있는 위스키를 같이 한 잔 해도 좋을 것 같구. 응. 부탁할게요♥"
손으로 입맞춤 날리는 것까지 완벽하게 수행한 온화는 붙잡을 새도 주지 않고 호도도 걸음 소리와 함께 방에서 멀어진다.
더 피곤해지기 전에 얼른 씻고. 예쁜 옷 입고. 다시 그에게 돌아가 안겨야지. 그리고 오늘 밤은 그것에 대해 슬쩍 얘기를 흘려볼까나-
자기전에 온화 후일담은 못 지나쳐요! 나는야 방앗간 못 지나치는 참새같은 캐썰 여령주...
어머나 어머나~ 이렇게 앙큼하고 요망하고 사랑스러운 온화라니! 어머나!😳 하 사감님... 아니, 하 교수님... 세금 두 배로 내셔야겠어요! >:3 진짜로! 세금 두 배로 내! >:ㅁ!!! 저쪽 온화의 앙큼함이 잔망스러운 고양이 느낌이라면 이쪽 온화의 앙큼함은 꼬리 아홉 달린 여우 느낌이에요...! 너무너무 좋아...!🥹🥹🥹
피자박스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1인 1판이 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리라! 두 조각을 겹치면 한 조각이니 크게 한 입 베어물고, 또 한 입, 또……. 어느덧 한 조각 남은 피자 덕분에 박스는 쿨하게 버리기로 했다. 적당히 쓰레기 쌓인 곳에 툭, 박스를 던지고 여령은 마지막 조각을 입에 물며 손을 툭툭 털었다.
"그어며엉..."
어디로 가야 하나~ 여령은 피자를 야금야금 삼켰다. 툭툭 터는 손짓에서 무언 마법을 썼는지 손에 남은 기름기가 사라진다. 이 정도 마법은 뭐, 써도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