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찜을 했다는 건 또 무슨 소리야? 도통 영문을 알 수 없는 얘기만 가득하더니만 갑자기 슉 사라져버리니, 여령은 갑작스러운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참이고 두 사람이 사라진 자리만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놀자고 했지? 그 범죄자들이… 아이들을 위협하더니 갑자기? 금지된 마법을 쓰고도? 여령은 상황을 깨닫기가 무섭게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아이, 저 씨*거 진짜, 잡히면 베리타세룸으로 오러 사무국 물 좋다는 게 뭔지 보여주든지 해야지……."
그리고 눈을 크게 뜨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세상에,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여령은 고통에 굴렀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라고 할 뻔했어요! 이 여령, 어떻게 그런 천박한 단어를 입에 담겠나요! 무슨 말인지 알죠? 요-여령의 이름 아래에서 천박함은 존재하지 않을지니! 호호홋!"
언제 욕이라도 했냐는 듯, 거기다 크루시오랑 스투페파이로 신명나게 두들겨 맞은 사람인 것 같냐는 듯 손등으로 입 주변을 가리며 오호호! 웃는 소리가 낭랑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니 야생의 아랑이 남아있었다. 여령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가자고 해도 지금같은 상황에선 별 소용이 없다는 걸 아니까.
"음- 혹시 소파 두 칸만 써도 돼요? 5시에는 일어나서 학생 보쌈하고 마법사 사회로 데려갈게요."
겨우 고통이 가셨을 쯤- 간신히 고개 들고 본 건 연두색 머리의 남자가 폭식의 머리를 때리고 타박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동료였어- 그대로 얼른 가버려- 아무 말도 행동도 없이 그들의 행동을 주시하던 온화의 시선이 순간 여령을 흘끔였다. 연두색 머리가 탐욕이 찜했느니 하는 말을 들었을 때 말이다.
음- 아무래도 여령도 엮인 모양이네. 자의는 아닌 것 같지만?
그 뒤 연두색 머리가 저를 보며 물었을 때는 일부러 무시했다. 타겟팅은 폭식 하나로 충분해!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인생이니. 어쩔까. 당분간은 사무 업무만 주구장창 보던가 장기 휴직을 하던가 해야겠는 걸.
"휴!"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자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간단히 숨만 내쉰 저와 달리 여령은 기력이 남아도는지 이것저것 중얼대길래 보고 후후! 웃어버리긴 했다.
"자기- 그렇게 구르고 떠들 기운이 남았어? 부러워라- 난 얼른 돌아가서 침대로 다이빙 하고 싶은데-"
여령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명랑하게 떠든 온화도 몸을 추슬렀다. 이제 어떻게 할까. 앞서 말했듯 온화는 얼른 돌아가고 싶었다. 보고서고 나발이고 얼른 집에 가서 푹신한 침대와 따끈한 체온 사이에 파묻히고 싶은데- 요게 남았네? 시선 한 바퀴 빙 굴려 아직 적개심 가득한 아랑을 보고 물었다.
"불청객은 쫓아냈으니 내 일을 할 시간이네. 자. 이름 모를 꼬맹아. 난 너. 아니. 아랑이를 집으로 데려가는게 일인데 넌 어떡할래? 얌전히 집에 갈래- 아님 내 집에서 쉬고 내일 갈래?"
이름 모를 아랑의 인격에게 그렇게 말하고 소파에 누우려는 여령을 보고도 키득이며 말한다.
"여령 자기야- 아무리 피곤해도 잠은 집에 가서 자자- 여기서 뻗었다간 시말서 쓸 지도 모른다-?"
가지 않겠다고 고집 부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지만. 다행히 따라가겠다고 해주었다! 그러니까- 랑아?
"아랑- 랑아? 잘 어울리지만 너무 안일한 센스인 걸-"
뭔가 메모를 남기고 온 랑아를 보고 쿡쿡 웃었다. 아마도 늑대라는 의미가 들어갔겠지. 저 태도도 그렇고 사나운 것도 그래보인다. 건방지게도 팔짱 끼고 저를 보는 랑아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슥 올려 벽난로 쪽으로 향하게 하려 했다. 포트키는 안 가져왔고. 올 때도 플루 가루로 왔으니. 갈 때도 같은 방법으로 가야지-
"자. 그럼 가볼까? 플루 가루 쓸 줄은 알지? 저기에 가루 뿌리고 오러사무국 외치고 들어가면 돼- 아랑이 친구도 거기로 갔으니 너도 가서 얼굴 비춰야지."
그래야 제 휴가도 보장되고 말이다. 요건 비밀로 하고. 가려면 얼른 가자며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령에게도 한 마디 했겠지.
"자기야- 난 요 애기늑대 데리고 먼저 복귀할게- 미리 고생했어!"
상황 정리 마친 다음엔 랑아가 플루 가루를 제대로 쓰는지 지켜본다. 제대로 이동하거든 저도 그 뒤를 따랐겠지.
무사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복귀했다! 익숙한 오러사무국의 내부 전경에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 했지만 꿋꿋하게 버텼다. 잘 했다 나 자신! 이 정도 임무는 별 것 아니었다는 듯 또각또각 도도하게 들어가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 여기 잘 있었구나? 너도 참 고생했어- 집이 좀 어수선할텐데 청소 잘 하구-"
오러들 사이에 숨어 있던 마일로가 근처로 오자 가까이 가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하며 말한다. 사실 얘가 제일 큰 일이었지 않나 싶다. 느닷없는 불청객들 때문에 위험해졌었으니. 혼자 가버리는 랑아를 향해서도 다 들릴 목소리로 떠들었다.
"거기 가는 꼬맹이- 너도 고생했어! 집에 가면 따끈한 코코아 한 잔 마시고 푹 자렴-"
아랑으로 돌아왔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만약 랑아라면 단 건 싫어한댔으니 분명 듣고 싫은 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게 참 귀엽지. 두 아이를 모두 본 후에야 사무국장을 향하며 허리에 한 손을 짚었다.
"이 정도 쯤이야 식은 죽 마시는 것보다 쉽죠- 아무튼 잘 데려왔으니까 일주일 휴가 주는 거죠? 이제와서 말 바꾸면 나 정말 사표 써요?"
약속한 휴가는 지켜달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물건을 챙긴다. 먹다 남긴 과자들. 파우치. 그리고 집으로 가는 포트키. 섬세하게 세공된 연꽃 은 브로치를 손바닥에서 한 번 퉁 튕기며 빠르게 오러사무국을 나간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브로치를 슥 만져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개인 저택으로 가는 포트키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