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령은 모르는 척, 눈을 깜빡였다. 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기 때문이리라. 아마 자신들을 잡으러 온 건가 생각하며 겁을 잔뜩 집어먹는다면 제대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으니, 아예 마법사인 걸 몰랐다는 듯 구는 것이 낫겠지. 아무리 멍청한 사람 같고 맞긴 하지만 이런 묘수를 생각하고 있으니, 이런 나, 제법 대단하다! 속으로 뿌듯하게 생각하며 알로호모라 주문에 눈을 돌렸다. 뭐야, 마법사인가 보네? 근데 마법사가 여길 왜 들어와?
"쟤 누구야? 아는 사람?"
……여령의 반응은 쟤 누구야? 하는 질문이 멸시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몰랐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죄악이란 이름은 잘 알고 있지마는 애초에 그런 범죄자들과 자신은 거리가 먼 말단 오러라고 생각했거니와 당장 그날 먹을 간식이 중요했던 머리 꽃밭은 수배지도 유심히 보지 않고 살았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일단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데다, 주거침입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이상한 말을 하는 걸 보니까 같은 오러는 아닌 것 같은데...
"으응, 모르겠네에. 뭐지,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아!"
베이킹 재료라는 말과 함께 머글이니 순혈이니 재료 얘기를 하는 걸 보니!
"너, 약장수로군요?"
?
"이 여령- 모두 안답니다! 가림빛으로 흘러 들어오는 머글이나 순혈들을 상대로 마법의 브라우니를 만들 수 있다며 가루 재료를 판매하는-! 마침 여기 미국이잖아, 농경지도 있어, 사람도 한적하니 들킬 염려도 없어! 그러니 분명 자주색 빛으로 세상을 물들이겠지! 그러다가 적당히 여기에서도 노동인력을 색출하려고!"
아니, 범죄자는 맞지만 그, 그건 아닌데……? 애초에 어떻게 저렇게 잘 아는지 모르겠으나 여령은 마일로를 가리듯 앞으로 불쑥 서며 지팡이를 겨눴다.
지팡이를 보고 놀라는 모습에 어라? 싶다가도 그럴 수 있지- 싶다. 그야 자기소개 같은 건 안 했으니까! 그런데 조금 전에 후배라고 불렀으니 예상할 법도 한데. 이 애들. 얼마나 경계심이 옅은 거야? 위태로워서 확 깨물어주고 싶네!
"음- 그치.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닌 거 같아. 우리 귀염둥이들-"
사색이 된 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하다가 때마침 여령의 나이스 리액션으로 얼른 상황을 넘겨본다. 그래. 지금 중요한 건 저나 여령이 마법사인 사실이나 이 애들이 무슨 장난을 쳤다거나 그런게 아니다. 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물이 누구냐가 제일 중요하지.
잠금 해제 주문을 읊고 문을 열어 들어온 인물은- 놀랍게도 온화가 아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마주치면 안 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런 이런. 슬슬 보고 싶긴 했지만 이렇게 보고 싶진 않았는 걸- 들키기 전에 먼저 몸을 삭 돌리고 아랑에게 손을 뻗는다. 공포에 굳어 있든 어떻든 팔을 잡아 가까이로 당기려 하며 폭식을 등지고 아랑과 마일로를 향해 속삭인다. 여령이 현란한 말발로 폭식의 관심을 끄는 사이-
"자. 우리 귀염둥이들. 정신 바짝 차리자. 나랑 얘가 어떻게든 막아줄 테니 너흰 우리 뒤에 있다가 틈을 봐서 플루 가루로 도망가는 거야. 알았지? 마법부. 아니지. 오러사무국으로 가. 가서 아무 사무실이나 들어가서 사무국장을 찾으렴! 알았지?"
여령 한 명에게 맡기기엔 폭식의 정신 나간 텐션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아이들이 굳어있지 않게 언제든 달려갈 수 있게 어깨를 두드려주려 하곤 힐끔- 폭식의 상태를 살핀다. 그러다 팔 틈 사이로 지팡이를 겨누고 작게 주문을 읊는다.
음, 누구나 그렇게 말하기 마련이지. 여령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자신도 마법약 판매를 부업으로 하고 있고, 몰릴 때마다 아니라고 부정하니! 이 여령이 뭐가 아쉬워서 약을 팔겠어요! 라며. 아마 저쪽도 그런 사람이겠구나 생각하는 대단한 눈치와 함께, 여령은 지팡이를 정확히 겨눴다.
"네에, 오러랍니다."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답하기도 잠시, 크루시아투스 주문이 나오기가 무섭게 여령의 여유롭던 얼굴이 무섭게 굳었다. 들려서는 안 될 주문. 저 주문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걸 보니 보통 범죄자는 아니겠다 싶다마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자기, 괜찮아요?!"
자신의 동료가 저 끔찍한 주문에 맞았고, 그 주변에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창 사소한 것이 정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나이의 아이들이. 세상에, 이렇게 끔찍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건 몰라도 어른이 되었으면! 모범을 보여야지요, 이 여령처럼!"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임을 알기나 할까. 모르니까 저런 말을 하겠지……. 어찌 되었든 여령은 지팡이를 휘둘렀다. 동시에 뒷짐을 지며 제 뒤에 있을 온화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자기가 시간을 끌든지 할 테니 빨리 아이들 데리고 도망치자고.
아- 아. 저 핀트 나간 목소리가 반가우면서도 달갑지 않다니. 참 좋지 않은 타이밍이야. 하지만 짜릿한 걸? 폭식을 등진 채 아이들을 챙기던 온화는 저도 모르게 작게 키득거렸다. 위기 상황에도 문득 재미를 찾아버리는 나쁜 버릇 때문이었다.
"쉬잇. 쟤한테 들릴라. 그래. 오러란다. 예쁜 종달새 아가씨를 무사히 둥지로 데려와 달라는 임무를 받았지-"
아랑의 놀란 질문에 목소리 낮추란 의미로 작게 소리 내곤 저도 작은 소리로 말해주었다. 너희가 무슨 장난을 쳤던 그걸 잡으러 온게 아니라 다른 일로 온 것이란 걸. 그러니 안심하란 의미로 어깨를 다독여주려 하며 신경 한켠은 폭식에게 향해 있었다.
옳지! 제가 쓴 주문은 제대로 맞은 것 같았다. 좋아. 이대로 연이어 맞춰서 정신을 쏙 빼놓고 애들부터 대피를 시키면-!
"흣...! 응. 응- 괜, 찮, 괜찮, 아-"
빌어먹을 저주 주문이 들리자마자 아찔하게 퍼지는 고통에 순간 정신을 놓을 뻔 했지만. 어찌저찌 쓰러지는 것 만은 막을 수 있었다. 앞에서 여령이 고맙게도 막아주며 어서 가란 듯 손짓하였으나 덜덜 떨리는 몸으로 걷는 건 무리였다. 고작해야 아이들 앞을 계속 막고 서 있는게 다였다. 삐끗하면 발목이 부러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몸상태에도 어떻게든 미소를 지으며 여령을 향해 말한다.
"자기-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버텨줘- 나. 걷는 건 못 하겠어-"
아이들에게도 제 그늘에서 벗어나지 말라며 감싼다. 조금만- 조금만 버티면 도망이든 반격이든 할 수 있을 거다. 조금만-!
여령이네 집안부터가 머글 좋아! 머글들이 사용하는 거나 유행도 좋아! 패션도 좋아! 같은 성향이 짙어서 지금의 여령이도 길 가다가 지금 어떤 노래 듣고 계세요? 하면 커즈아ㅏㅏㅏ이 하면서 춤추고 퇴장할 느낌이에요....ㅋㅋㅋㅋㅋ... 아예 머글이었다면 유튜브나 틱톡 엄청 했을 것 같고~😏 아회는요? 청학동 도련님...(ㅋㅋ) 그렇지만 의외로 보는 건 잘 할지도...🤔 (아회: 눈이 안 보이는데 장난하나 지금)
농질 인간찬가는 오... 설득력 있어... 인어 >>아즈카반에 있어요<< 진짜 충격적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가살이랑 궁기도 너무 압도적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 불가살 지팡이 세공사... 어울리는데 안 어울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본편 아회나 에유 아회나 체스는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에유 아회는 그래도 궁기가 체스를 좋아하니까 같이 두면서 맨날 머리 싸매다 질 것 같아요~ >:3 큰 그림 그리는 거 여전하구나... 와중에 추위 잘 타는 거 귀여워... 큰일났다... 본편 궁기도 추위를 잘 타나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