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정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을 영 사감이 사과할 이유는 없었는데. 굳이 언급은 않고 내어주는 것을 군말 없이 받아드는 것으로 배려에 대한 감사 대신한다. 갖은 다식과 떡들 보고 다식 하나 집어 입에 툭 넣고 씹으니 부드럽게 뭉개진다. 몇 번 우물대다 삼키고. 입 비기 무섭게 차 한 모금 넘겨 입가심 해버린다. 아무리 식감 즐긴들 삼킨 후의 이물감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
심장 매개로 분신 만든 얘기. 두말 할 것 없이 저쪽에서 있던 얘기란다. 설녀라는 존재- 아마도 종족이겠지? 동족 다 죽어 혼자 남은 설녀가 신수에게 빌어 이룬 이야기. 영 사감이 꼬마 설녀의 키 가늠하는 손 모양 보고 피식 웃었다.
죽음을 함께할 저만한 분신이라. 저도 한 번 있어보면 좋겠다. 그러면 행여나 ...그리 되어도 외롭지 않을 텐데.
표정 씁쓸히 변하는 것 숨기지 않았다. 설녀가 설남이란 것 듣고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영 사감 얘기 끝나고도 떡 하나 집어먹으며 말 없다가 삼킨 후에야 말했다.
"거기도 참 별일 다 나는 곳인가 보구만. 전쟁이니 뭐니 참. 거기 기숙사 신수들- 뭐였나. 들었는데 까먹었네. 아무튼 그네들은 친절한 듯 하니 학생들 여보단 살 만 하겠어. 음- 마법사 학원? 계절이 고정이라. 재밌네. 재주만 좋다면 몰래 드나들며 놀 만 했겠는데."
여긴 하여간 뭐 하나 친절하질 못 하고 팍팍하다며 에휴- 한숨 내쉰다. 그리고 차 한 모금 마시고. 제 하고픈 질문 꺼낸다.
"거기 사감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혹시 여기 사감들이 거기 사감들 흉내를 내는 것이오? 전에 물었는데 영 사감 당신하고 동향인 누군가라는 답 밖에 못 들어서."
그 때도 뭐 얘기하다 나왔더라. 그리 오래 전도 아닌데 기억 흐릿한 것 보고 작게 혀 찬다. 지금 것이나 생각하자. 고개 갸웃 기울여 뭐 물으려 했더라. 슥슥 뒤져보고 다음 질문 찾는다.
"그리고- 방금 못 간다 했는데. 사감은 아예 여기 잡힌 거였소? 그럼 황룡의 학생들은 졸업할 적에 어찌 되는 거요?"
'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른 기숙사로 넘어가는 걸 들키면 사감에 따라서 학생들을 벌하는 게 있었으니까. '
英사감은 그 곳의 사감들을 떠올렸습니다.
' 그 곳은 학년 대표를 맡는 학생들도 있어서 그 학생들이 규칙을 어긴 기숙사생들의 점수를 깎을 수 있었거든. 그리고 방학이 아니면 웬만하면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 여기와는 다르다. 확실히. ' ' 무엇보다 그 곳은 MA님의 힘 행사가 덜하거든. '
차를 홀짝인 英사감이 무언가 생각난 듯 잠깐 자신의 지팡이를 내려놓았습니다. 나무로 된 그의 지팡이가 탁자에 작은 소리와 함께 놓였습니다.
' 그 사감들 또한 네 명이다. 청룡이 머물고 사시사철이 봄인 청궁에는 [건] 사감, 주작이 머물고 사시사철이 여름인 주궁에는 [곤] 사감, 백호가 머물고 사시사철 가을인 백궁에는 [리] 사감, 현무가 머물고 사시사철 겨울인 현궁에는 [감]사감 이렇게 넷이 있지. 이 네 명의 성격을 말해줄테니, 네가 직접 생각해봐라. '
英사감이 소파에 깊숙히 등을 기댔습니다. 그는 사감들을 떠올리듯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 [건]사감은 장난에 살고 장난에 죽는다. 앞 뒤 안재고 장난을 치고 본다. 주 된 상대는 [곤]사감인데, 대표적으로 [곤]사감의 머리색을 무지개색으로 바꾸거나, 형광색으로 바꿔서 쫓긴다. [곤]사감은 [건]사감 때문에 거의 화를 내고 산다. [리]사감은 백호에게 늘 물리거나 할퀴어지거나 굴려지기 때문에 늘 지쳐있다. [감]사감은 인간을 좋아한다. 인간 자체를 매우 사랑하지. '
거기까지 말하던 그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누가 누굴 흉내내는 건지 맞추라는 것처럼.
' 황룡 학생들은 졸업할 때 두 가지 갈래길에 놓이게 된다. 마법, 황룡과 관련된 기억을 잃고 평범하게 졸업하거나.. 하늘섬에 존재하는 가족들의 기억을 지우고 마법사가 되어서 마법사 사회로 넘어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지. 반대로 그 곳에는 도술을 배우는 황궁이 있다. 기린님들이 계시지. 그리고..... 거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두 가지 갈래길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 ' ' 그 곳에는 반대로 도사가 되어서 넘어오느냐, 모든 기억을 잃고 마법사로 졸업하느냐가 갈래길로 놓인다. '
英사감은 미간을 찌푸렸습니다.
' 어느 쪽이든, MA님이 관여한다는 건 알아두도록. 주변의 인식까지 바꾸는 건 그 분 아니면 못 하는 짓이니. '
그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신수가 아닌 인간이 사감이 되면, 영원히 죽지도 늙지도 않게 된다. 궁금하다면, 직접 찔러봐도 된다. 나도 처음에 안 믿겨서 몇 년 동안, 자신에게 살인 저주를 날렸으니 말이지. '
와아........... 그............... 유현이가....................... 답레 쓰기 전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정신머리 나가버려도.........그..... 괜찮을까요.....?👀 진짜 좀 많이 나가버렸네요...🤦♀️🤦♀️🤦♀️🤦♀️
"어떤 계약이기에 이렇게 될까요. 그리고…… 의미를 모르겠군요. 이곳 출신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오신 건가요? 계약을 했다는 그자도 당신과 유사한 상태에 있나요?"
한 번에 하나만 물으라고? 하나만 궁금하지 않은데 어찌 그러나. 묻는 과정에서조차 의문이 끊임없이 연쇄된다. 그는 영 사감의 말 가뿐히 무시하고 여전하게도 저만 좋을 물음 계속해서 던진다. 그나저나 신수와 계약을 하면 저리 된다고. 처음부터 그런 조건을 전제로 한 계약이기에 죽지 않는 것일까, 혹은 부차적인 작용으로 불사가 따라드는 것일까.
"하면 당신을 죽일 방법은 전혀 없는 건가요? 혹시나 하여 첨언하자면, 이건 순수한 의문에 불과할 뿐이랍니다. 고통은 느끼지 않으시는 건가요?"
유현은 가만히 제 턱 짚고 고민을 이어갔다. 유리조각 박혀 엉망이 된 손 얼굴 가까이로 가져가자 철철 넘치듯 터진 피가 팔뚝을 타고 아래로 흐른다. 단정하게 차려졌던 옷소매 붉게 물들어갔다. 그런데도 유현은 마구잡이로 깨부숴진 유리조각 손에 박힌 것조차 느껴지지 않는지 느긋하게 검지로 제 볼 두드릴 뿐이다. 생각에 열중하느라 고통 따위 모르는 것은 저 역시 마찬가지인 주제에. 별안간 느린 박자로 움직이던 손짓 멈추고 그는 서서히 손 내렸다. 어느덧 희미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 있었다. 미미한 표정이었으나 늘상 짓곤 하는 무의미한 미소와는 달리, 조금도 꾸며내지 않은 진실된 웃음이다. 화유현은 지금, 어느 때보다도 더할 나위 없는 열락을 느끼고 있었다.
"아뇨, 이렇게 되었으니 더 열어보고 싶네요. 이리 해도 죽지 않는다니 이토록 의합한 때가 또 있을까. 어차피 죽지 않으니 상관 없잖아요? 협조해 주신다면감사하겠습니다. 난아주예로부터누군가의살을열어젖혀그속을느껴보고싶었어요.그렇게한다면이괴로운고혈을일말이라도잊을수있을것만같아서말입니다부디한시라도내가나를……."
무엇인지 모를 말 잔뜩 중얼거리며 유현은 영 사감을 향해 반달음으로 다가간다. 앞만 보고 있기에 동작은 더없이 허술했지만 기세만큼은 금방이라도 무언가 저지를 것만 같아 보였으리라. 속되게 말해, 완전히 맛 가기 직전의 상태가 되었단 뜻이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돌연히.
영 사감은 반쯤 자포자기한 상태로 말했습니다. 곧, 유현의 분위기가 바뀌자마자 그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학생을 다치지 않게 제압하기 위해선... 금지된 저주 패스, 제압 주문 다치니까 패스.. 그렇게 생각하면서 손가락을 한 번 퉁겼습니다. 당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밧줄이 날아듭니다. 한 번에 묶는 데에 성공했다면, 아마 영 사감이 숨을 몰아쉬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 진정해라. 나는 사감이다. '
영 사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유현에게서 유리 조각을 빼내려듯 주문을 외웠습니다.
' *아씨오, 유리조각. '
*물체 소환주문
성공한다면, 유리조각은 당신의 손에서 빠른 속도로 영 사감에게로 날아갈 것입니다. 영 사감은 한숨을 내쉬곤 주머니 안에서 그보다 큰 유리병을 꺼내, 가슴께에 발랐습니다.
>>57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야옹아~!!!!!! ㅋㅋㅋㅋㅋㅋㅋ근데 피칠?갑하고 후다닥 뛰어가니까 다른 의미로 조질 것 같아서 무서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80 반박할 수 없어서 눈물이 나요...(´°̥̥̥̥ω°̥̥̥̥`) 분... 분명 그랬다간 아주 크고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두려워요... ː̗̀(ꙨꙨ)ː̖́ 아니 이게 업보이긴 한데 화뭐시기야!!!!! 그러니까 온화한테 좀 잘하자!!!!! 협조 좀 해!!!!!
뵈는 것 거의 없다시피 한 채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짓에 불과했으니, 유현은 이렇다 할 저항 없이 너무도 손쉽게 제압되고 말았다. 쿵, 몸이 묶이자 가느다란 몸뚱이 그만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넘어지는 과정에서 머리가 바닥에 부딪쳤다. 다른 부위는 다쳐봤자 동작에 지장만 주고 말 뿐이지만, 머리는 사고의 기능을 담당한다. 머리에 충격을 받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말 중얼거리던 괴이한 언동 뚝 멎었다. 흡사 기절이라도 한 것처럼. 끝도 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생각은 그렇게 갈피를 잃었다. 유현은 그대로 얼굴을 처박고 죽은 듯이 잠잠했다. 바르작거리는 낌새조차 없다. 의식이 없나 싶을 정도로 부동하는가 싶다가…… 그가 불쑥 고개를 쳐들고 옆으로 돌아누웠다.
"……진정했네요. 이 자세는 대화를 나누기엔 부적절하다 사료되는데, 풀어주시겠어요?"
가만히 있다가 대뜸 괴상한 난동 부렸던 게 누구였는지는 아주 까맣게 잊었다는 듯 태연스러운 태도다.
"그리고 문답에 관해서라면, 직전에 미처 답변하지 못하셨던 부분부터 이어가면 되겠군요. 무어라 질문했는지는 아직 기억하는데, 다시 읊어 드릴까요? 무슨 계약을 맺었는지, 당신의 출신지는 어디인지, 다른 계약자의 상태, 당신을 죽이는 방법. 어서요."
아니, 그저 태연스러운 것을 넘었다. 흡사 맡겨놓은 물건 찾는 것처럼 뻔뻔하기까지 했다. 결박당해 있다는 점만 빼면 아주 제 집 안방처럼 드러누워서 요구해대는 진상이나 다름없다.
"잠시 다른 생각. 아니지. 죽는 순간 함께하는 분신이라면 나도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을 뿐이오."
표정 바뀌는 것 보고 했을 말에 태연히 다른 생각 했노라 말 돌리려다 제가 생각한 것 그대로 말했다. 표정 변화 하나도 잡아내는데 면전에서 이런 생각 하고 있다 하면 어찌 반응할까 궁금해진 탓이다. 본디 이런 류의 의구심은 유현이 특기인데. 알고 지낸 시간 적지 않으니 그만큼 닮았나 보다. 곤란허구만.
"들키면. 이잖소. 그럼 안 들키면 되는게지. 점수나 벌이 무서울까. 음. 여기처럼 수시로 집에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닌가 보오. 그럼 방학에도 집에 안 가고 있을 학생들 제법 있겠는데."
창제신의 힘 행사가 덜하다는 것은 흥. 하고 마뜩찮은 소리로 대신했다. 여기는 좋을 대로 주물러대면서 저기는 덜해? 참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하긴. 이쪽 신수와 저쪽 신수의 성격 차이만 봐도 두 말 할 것 없다. 에잉. 작게 고개 흔들고 영 사감이 내려놓는 지팡이 슬쩍 보았다. 거기는 거기 만의 고충이 있겠거니 해버리고.
여기 사감들이 저기 사감들 흉내 내는 것이냐 물으니. 성격 말해 줄 테니 직접 맞춰 보란다. 마냥 다 알려주진 않겠다 이건지. 뭐 어려울까 싶어 잠자코 영 사감의 말 들었다. 그러니까. 건. 곤. 리. 감. 이렇게 넷이고. 성격이 어떻고. 관계는 어떻고-
"어- 일단 곤 사감이 하 사감이고. 감 사감이 동 사감이고. 건 사감이- 굳이 맞춰보자면 춘 사감? 그리고 리 사감이 추 사감 같은데. 비슷은 하지만 딱 맞다 싶진 않구만. 대충 계절 맞춰 때려박았지만은."
적당히 이건가 싶은 사감들끼리 짝을 짓곤 이게 맞느냐는 눈으로 영 사감 본다. 맞으면 슬쩍 뿌듯해 했을 것이고 하나라도 틀렸으면 쳇. 하고 혀를 차며 불만스러워 보였을 것이다.
"넘느냐. 남느냐. 어느 쪽도 같은 선택지라. 왜 굳이 그런 수고로움을 거치는지 모르겠군. 나뉜 대로 살게 두면 되지 않나. 사감은 아시오? 구태여 그리 인간 오거나 가게 만든 이유."
굳-이 양 측에 황룡과 황궁 두어 교류의 여지 만들어 둔 것이 참으로 의문스럽다. 그 오가는 과정에 창제신 굳이 관여한다면 더더욱.
영 사감의 슬픈 표정과 그 얼굴로 하는 말에 온화 느릿하게 눈 깜빡였다. 하 사감은 영 사감이 황룡과 붙어먹었느니 했는데. 그 과정이 본인 의지가 아니었나? 아무렇지 않게 죽지 않으니 찔러봐도 된다니 뭐니 하길래 참 나. 코웃음을 쳤다.
"죽지 않는 것 괴롭히려 찌르는 취미는 없소. 찔러도 찔러도 죽지 않으면 흥은 커녕 열만 받지. 헌데 그 말 백룡 앞에선 삼가시는게 좋겠소. 내 아는 동생만 해도 그 말 듣자마자 그럼 한 번 열어보자며 달려들 거요. 이미 경험 있다면. 거 참 유감이지만은."
말 쉬이 하는 것 보니 아마 한 번 이상은 그런 경험 있을 것 같다만. 그것도 포함해 처음으로 영 사감이 안쓰럽다 느꼈다. 죽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시도 한 끝에 그 부분 만큼은 자포자기 한 듯 보였으니까. 아. 타인에게서 금새 저와 겹쳐 보려는 것 참 좋지 않은 버릇이다. 그리 본다고 제 명 바뀌는 것 아니요 현실 그대로이건만. 피식. 자조 어린 웃음 가늘게 흘리고. 가벼운 어투로 툭 물었다.
"내 찌르는 것 대신 묻지요. 영 사감께서는 어찌 하다 사감 되셨나?"
차 마실 동안 들을 것 풀어보란 듯. 지극히 가볍고 가벼운 말투였다. 팔걸이에 팔 걸쳐 비스듬히 턱 괸 저 자세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