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쉬와인더 라는 불 속의 뱀에게 관심을 가지니 키우고 싶냐는 말 들려와 곧장 반색했다. 껍데기가 무슨 약의 재료라는데 그건 관심 없고. 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게 귀여워- 여기 뱀들은 징그럽거나 꺼림칙한데. 게다가 하루 만에 죽는다니. 그 덧없음도 어쩐지 마음에 든달까.
조금 더 뱀 구경이나 했으면 싶지만. 먼저 용건부터 해소하는게 저에게나 영 사감에게나 좋을 듯 했다. 역린 보고 뭐라 중얼거린 것 같은데 아마 하 사감 얘기겠지. 치우란 말은 없으니 이대로 둬야겠다. 저를 떠보듯 할 때는 웃는 얼굴로 그런 대꾸도 했다.
"아. 필요하면 찾아갈 거요. '그쪽' 견해도 듣고 싶긴 하니."
신수이면서 사감인 쪽의 얘기도 필요하다면 들으러 갈 것이라. 다 안다는 투로 대답했으니 됐을 것이다. 제가 자리를 청한 만큼 가벼운 서두로 대화를 시작하자 영 사감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 사이 온화 제 앞의 찻잔 빤히 보기만 하고 손대지는 않고 있었다. 저걸 마셔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듯이. 이윽고 영 사감이 입 열자 차에 향했던 시선 영 사감에게로 돌아갔다.
아는 것에 대해서는 간단히 고개만 끄덕였다. 하 사감이 두 신수 섞인 존재인 것. 그리고 그의 죽은 형제 있는 것. 요컨데 각 사안이 가진 문제를 인간 이용해서 해결 혹은 조치하려 했다- 이 얘기였다. 어렴풋이 그런 감은 느꼈는데 사실이었다니 놀랍다. 잠깐 무릎에 놓은 역린 콕콕 누르며 그런 걸 하려 했냐는 듯 건드려댄다. 그러다 또 손 올려 쓰다듬으며 얘기 들었다. 그런데 금기의 대가를 영 사감이 아닌 황룡이 대신 치른다라.
"그렇다면야 사양 않고 이것저것 물을 수 있어서 좋구만. 하기사. 죽지도 못 하게 해놨는데 그 정도는 받아낼 만 한가?"
키득키득. 경망스러운 웃음 소리 짧게 흘렸다. 말 잇기에 앞서 사양하지 않겠다 했으니 이제부터는 가리지 않고 물을 셈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인간을 죽은 형제 대신하려고 했던 거요? 인간을 신수로 만들려 했나?"
그 죽은 형제가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는 제가 들은 금기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금기를 져가면서까지 형제의 죄를 씻고 다시 살려내고 싶었던 것이겠지.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하 사감에게서 폭주하기 쉬운 부분을 분리한다는 건 다시 둘로 나뉜다는 의미요? 가령 그 부분 떼어내 인간에게 심으면 어찌 되는 거요. 그리고 그것 지금도 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고?"
' 하루만에 자라서 알을 낳고 죽는다. 키워도 무관은 하다만. 알 낳을 땐 날 불러라. 방이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되는 걸 원한다면 그대로 둬도 좋고. '
英사감은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 이상한 거 안 탔으니 마셔라. 가끔 고향에서 오는 것들이 있긴 한데, 그것들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
온화가 차에 입을 대지 않자, 그는 턱짓으로 찻잔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 황룡님은 네 마리 용과 시작점부터가 다르거든. '
무언갈 회상하던 英사감은 그리운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그것을 얼굴에서 지웠습니다.
' 그 방법까진 난 모른다. 대신할 대체제로 뽑으려 했다는 것만 알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닫고 협박을 해대시니... '
夏사감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가만히 자신이 들었던 찻잔을 내려놓았습니다.
' 지금은 형제의 목을 찾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찾으면, 더 이상 안 할 생각일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외부에서 자꾸 형제들을 불러모으는 것일테고. '
거기까지 말하던 그는 미간을 좁혔습니다. 밖에 있는 남은 하나도 언제 들어올 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말이죠.
' 분리가 된다면, 아마 夏사감이라는 존재 자체는 사라질지도 모르지. 인간에게 심은 쪽을 새로운 夏사감으로 쓰려 했을지도 모르고. 인간에게 심으면 어찌 되는지는 나도 모른다. 나라고 모든 걸 알고 있지 않아. 그리고 내 고향에서도 그런 행동을 하는 신수나 사감은 없었어. '
쯧, 그는 혀를 작게 찼습니다.
' 심장을 매개 삼아, 자신의 분신 같은 존재를 만든 자는 있었지만 그 방식과도 너무 달라. '
방이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된다? 알 낳을 때 불이라도 내나. 귀여운 것 치고 관리가 까다로운가 보다. 제 평소 생활 생각하면 정말 깜빡해서 방 홀라당 태워먹을 가능성 다분했다. 키우는 건 좀 신중해질까...
제가 노골적으로 차에 손 대지 않으니 이상한 것 안 탔단다. 어쩔까- 하다가 그냥 지나가듯 툭 말했다.
"맛을 못 느끼니 먹는게 좀 힘들 뿐이오."
제대로 된 식욕이 없는 삶은 참 재미 없는 법이다. 그러니 자연히 말 많아진 것 같기도 하고.
찻잔 대신 응시한 영 사감의 표정 순간순간 바뀌는 것 보았다. 그리움? 아득하거나 아련한 무언가가 비출 듯 했는데. 그 감정의 근원과 황룡이 연관되어 있는 것일까. 당장 들어야 할 것도 산더미인데 매순간 새로운 의문 쌓여간다. 곤란한 인생이야. 뭐가 그리 궁금하고 알고 싶은지. 당장 살 길만 모색해도 시간 부족할 것을.
아무튼 들은 것들부터 정리하자.
"목을 찾느냐. 대체제로 대신하느냐. 그건가. 목 찾는데는 다른 이유도 있는 듯 보였는데."
제가 알기로는 목을 찾는 것도 속죄의 일부분이지 않을까 했건만. 학당에서 나갈 수 있게 되는 조건 중에 있었으니. 헌데 그건 너무 앞서갔나. 그들끼리 입단속을 했다 하니 더는 캐낼 수 없을 듯 싶다. 하 사감에 대한 것도.
"그쪽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거군. 흠. 만일 그리 된다면 어찌 될 지 궁금해지기는 하는구만."
만일 그리 되어 지금의 하 사감이 없어진다면 제 반려는 누가 되는 것일까. 반려의 연 자체조차 무효가 되진 않을까? 갖은 생각 들길래 눈 감고 슥 한 번 밀어낸다. 생각 많이 해서 그런가 허기가 올라온다. 슬슬 차라도 마실까-
"그- 아. 그건 무슨 얘기요? 심장으로 분신 만들었다는 건. 그 고향에서 있었던 일이요?"
형님이길 바랄 뿐이지. 학생 때도 골치가 아팠노라 얘기하는 당신의 말을 타인이 듣는다면 천하의 장난꾸러기였나 싶겠지만 아회는 그 뜻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꿈 속에서 마주했던 그 모습도 그렇고, 가문 내부에서 깽판치고 나갔던 것도 눈으로 본 당사자인데 어찌 저 말을 모르랴.
……그렇다면 어떤 신수와 계약했는지는 알 수 없겠구나. 하기사 범인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다마는, 저렇게 된다면 대체 누구와 계약했는지 범위 자체를 좁힐 수 없게 되니 안타깝다. 그러다가도 당신의 평가에 떨떠름한 듯 입술을 꾹 다문다. 그렇구나, 형님이구나. 이 세계는 어딜 가도 형님이 문제인 건가?
"……."
사소한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건지. 역린을 가지지 않겠냔 말에 아회의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평시 품고 있던 평온함도, 해탈도 없는 무표정은 누가 귀기 무 씨 아니랄까, 온기 하나 없이 농담 들어도 삭막하게 반응할 듯 딱딱했다.
"송구하오나 벼룩을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지는 않지요. 호의를 베풀어주심엔 감사하나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 이번에는 받아가지 못했던 장기 가져갈까, 글쎄. 이젠 내어줄 생각 없다. 불탈 몸뚱이에 거창한 것은 필요치 않다. 제 아무리 신수라 할지언정 믿지 않는다. 또한 당신과 짤막하게 있었던 갈등의 원인과, 그간 신수와의 싸움에서 수상할만치 온화만을 향했던 공격들을 생각하면 받는 것이 이상할 상황이었으니.
"내버려 두면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깨달음 얻을 날이 오겠지요."
아회는 유감스럽게도 당신을 포함한 형제자매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나아가, 대다수의 영적 존재와 사람도.
무거운 사랑 하니 슬쩍 생각해본게~ 온화는 앞으로 할 수 있는거나 해야하는거나 갖가지 방법 찾아둔 건 많지만 전부 포기한다는 선택지도 저어기 멀리 한켠에 아직 남아있는거 같긴 해~ 한바퀴 빙 돌아서 어쩌면 가장 가까이 있을 지도 모르고? 음~ 내면은 아직도 갈등 중이니까~
英사감이 빠르게 사과했습니다. 그는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더니, 자신의 지팡이를 가볍게 휘둘렀습니다.
' 그럴 땐 식감이라도 있는 게 낫지. '
작은 다식과 떡이 줄지어 왔습니다. 英사감은 온화가 정리하는 것을 가만히 기다려줬습니다.
' 그렇지, 이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자가 한 행동이다. 그러니까, 내가 살던 고향에는 이른바, 설녀가 존재한다. 끔찍한 전쟁이 벌어졌고 대다수가 죽어, 한 명만이 남았는데 그 설녀가 신수들이 자리 잡은 마법사 학원에 신변을 위탁했다. 아마, 그게 꽤 오래 전 일이겠지. 설녀는 외로웠기 때문에, 신수들에게 한 가지 청을 올렸다. '
작은 몸집, 어린 아이 같은 얼굴, 흰 머리, 새하얀 유카타. 제 고향에 존재하는 설녀를 떠올린 英사감은 팔을 들어, 팔걸이 위치에 맞춰 손을 흔들었습니다.
' 자신의 심장을 매개로 동족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이었지. 네 마리 신수는 그 청을 흔쾌히 들어줬다. 심장을 매개로 생명을 불어넣고 삶을 부여받고 사주팔자는 백지로, 죽음은 설녀가 죽는 날로 고정되었다. 그 꼬마 설녀가 한, 키가 이 정도 되나.... ' ' 이 곳과 다르게 그 곳의 마법사 학원은 기숙사마다 계절이 고정되어있다. 그리고 그 곳의 사감들도 나와 같이, 죽지도 늙지도 않아. '
英사감은 답변이 되었냐는 듯 온화를 응시했습니다.
' 이제 나도 갈 수 없는 곳이지만, 많이 바뀌었겠지. 그 곳도. 바뀌지 않는 자들을 제외하곤 시간이 흘렀을게야. ' ' 이야기 속의, 심장을 바친 설녀 말이다만. 말이 설녀지, 남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