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회는 느릿하게 답했다. 영 사감님께 가서, 포트키를 만들어주어 감사하다 할 계획이었으니. 그리고…… 모르겠다. 그 사람은 대가 없는 호의를 베풀어서 마음이 조금 불편하다. 모든 것은 대가가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도움만 받아도 되는 걸까 싶으니 말이다. 일단은, 지금은 그냥... 감사하다고만 해야겠다. 나중에 대가를 넌지시 여쭤보면 되겠지. 생각을 접은 아회는 당신을 흘긋 쳐다보았다.
"……."
제안을 받긴 했지만…… 으. 마시는 순간을 차마 지켜볼 수 없어 아회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한 병을 더 마신다면 아회는 아마 인생에서 가장 고달픈 기억을 떠올리며 고통 받으리라.
"예."
형제 싸움. 명료한 답안이다. 평온한 기색이던 아회는 순간 당신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무슨 소리냐니, 이쪽이 물을 말이다. 부술 듯이 창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들어온 존재가 없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은 하나가 아니었다. 인간이라고 보기가.
"잠깐, 무, 무슨 말씀을……."
인간이 아니라면. 아회는 불현듯 스치는 기억을 황급히 붙잡았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죽지 않는다 하였지. 그 말이 진실이었단 말인가? 단순히 제 기를 꺾어놓으려 했던 말이 아니라? 그렇다면 대체 언제부터?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게 된다. 아. 설마. 아회는 당신을 마주본 채로, 입술을 달싹였다.
아주 약간의 .oO((이 씨(형님을 사랑한대요)끼는 대체 어떻게 올라온 거지?)) 도 있어요~ >:3
제 심정은... 아... 이거 밝히기 좀 그랬는데 뭐 어때요...
문도 아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묘사... 피폐물 집착광공들은 대다수 도망친 애를 이렇게 잡지 않던데...도 있구, 도망친 사람을 잡기 위해서는 문이 아니라 창문으로 들어오는 침입자가 긴장감을 더 주는데, 응, 딱 그 부분을 짚다니! 신선하고 충격적이면서도, 정말이지, 맛도리네요...😇
여담이지만 그 이후로 머리 정리할 때 별점 다섯개에 작가님 사상에 매우 동의하는 바입니다...를 외쳤답니다...😏😏😏
선추를 잡으려 할 때 그런 경고가 들렸기에. 선추를 잡음과 동시에 얼른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어디론가 끌어당겨지는 느낌 강해지며 아 이동되는구나- 싶은 생각 들었다. 익숙해지기 전까진 좀 불편한 느낌일까 싶기도 했다.
어쨌거나 말 잘 들은 덕인지 눈을 떴을 땐 새로운 방에 있었다. 어쩐지 제일 먼저 화려한 천장이 눈에 들어와 고개를 들고 잠시 멍하니 보다가 방 안 휘휘 둘러보았다. 누구씨 방이랑은 천지차이로 깔끔하구만. 혼자 생각하고 키득대며 벽난로 속 뱀을 구경해본다. 은빛 뱀이라. 만져보고 싶은데 안 되겠지. 무슨 팻말 꽂힌 화단도 있는데 뭘까. 귀마개? 아. 느긋하게 방 구경하러 온 날이 아니라서 아쉽다.
순순히 앉으란 자리에 가서 앉은 온화 이젠 익숙하게 역린 풀어 제 무릎 위에 뉘여놓았다. 요즘 어디 나가 앉을 일 생기면 꼭 이래 두고 저 늑대 조각 만지작대는 것이 일종의 습관 다 되어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한 손 역린에 올려놓고 자세 조금 느슨히 풀었다. 앉아서 영 사감이 지팡이로 찻잔이며 다과며 허공에서 불러내는 것 구경하고. 이 자리의 이유 물을 적엔 씩 웃었다.
"내 곧 죽어도 전과할 생각은 없으니 여태 여기나 사감이나 별 관심 없었는데. 내 처지가 이래저래 바뀌다 보니 한 번은 이런 자리가 필요하겠거니 싶더이다. 사감이면서 신수 아닌 이는 영 사감 뿐이시니."
사감이면서 신수 아닌 이. 명백한 제 3자의 관점이 필요했노라 태연히 말한 온화 턱 괴고 잠시 영 사감 빤히 보았다. 영 사감의 기색 살핀다- 기보다 그냥 그러면서 생각 고르는 듯 하다. 무슨 말부터 꺼낼지에 대한 고민일까. 그 고민 오래 걸리지 않았다. 흠. 작게 숨 내쉬고 눈동자 옆으로 슥 굴렸다가. 다시 영 사감 보곤 첫 질문부터 꺼내었다.
"구구절절 서론 늘어놓기 귀찮으니 바로 묻지요. 영 사감.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이 궁금합니다. 사감 노릇 하는 신수들이 무슨 목적 가졌는지. 이 학당에서 무엇 하고자 하는지."
일단 시작은 그리 하자며 질문 두엇 내놓고 대답 기다리려다 아. 하며 말 덧붙였다.
"혹시 사감도 금기니 뭐니 그런 것 있지는 않지? 있으면 뭐- 알아서 하시게."
금기가 있든 없든 어찌 대답할 지는 영 사감 마음대로 하라며 히죽이는 것이 참 건방지기도 하였다.
' 뱀 키우고 싶나? 저 뱀은 애쉬와인더다. 불에서 태어나서 하루 만에 불에서 죽지. 그리고... 저 알의 껍데기는 아모텐시아 라는 사랑의 묘약 재료로 쓰인다. . '
온화가 뱀을 한 번 보자, 英사감이 말했습니다. 그는 온화가 만지는 늑대 조각을 가만히 보다가 시선을 돌리며 ' 夏사감이 보고 있겠군. ' 이라 나직이 말했습니다.
' 秋사감도 있을텐데? '
짐짓 시치미를 떼듯 혹은 떠보듯 英사감이 말했습니다. 그는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근 마시곤 웃었습니다.
' 그래, 언젠가는 그걸 물을 학생이 올 거라곤 예상했지. 어디서부터 말하는 게 좋을까... '
英사감이 천천히 말 끝을 늘였습니다. 그는 생각에 잠기듯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습니다. 결론이 난 것 같습니다.
' 夏사감이 용생구자 두 마리가 섞인 것은 알고 있겠지. 더불어, 용생구자 하나가 이미 죽었다는 것도. '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습니다.
' 그들이 하려던 건, 가장 폭주하기 쉬운 부분을 분리하고자 했다. 인간 중에서 쓸만한 그릇이 있다면 죽은 형제를 대신할 인간을 찾고자 하기도 했지. ' ' 죽은 형제가 그만큼 그들에게 소중했기 때문이고 夏사감이 폭주하기 쉽기도 했거든. 봐라, 이번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그가 폭주한 거. '
英사감은 미간을 찌푸렸습니다.
' 금기를 어긴다 한들, 나는 죽지 않아. 금기를 발설한 대가는 황룡님이 치르시니. ' ' 폭주하기 쉬운 쪽을 만족스러운 그릇을 지닌 인간의 몸에 심고 그 성정을 좀 억누르려 한 셈이지. '
이번에 있었던 습격은 틈이 발견되었으나, 지금 상황은 그 전제조차 없었단 건가. 아회는 머리를 굴렸다. 잘 굴러가지 않는 머리지만 제법 괜찮은 실마리 하나 정도는 쥐고 싶었다. 형님은 어떻게 들어온 걸까. 죽지 않는다 했으니 영 사감님처럼 어떠한 존재로 거듭난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언제부터?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
아회는 당신을 마주하며 표정을 굳혔다. 반 푼의 눈으로 당신을 볼 적, 아무런 초점도 맞지 않았지만 그 속에 담긴 것은 선명했다. 확신. 아무것도 담지 못하는 눈동자에 무언가 드러날 수 있을 정도니, 속은 그만큼 격한 감정일 테다.
"제 형제가 맞습니다."
실은 의심하게 됐다. 형제가 맞나? 그렇다면 언제부터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지? 형제가 아니라면 대체 언제부터 형님의 껍질을 뒤집어 쓴 것이지? 당신은 계약과 격이 높은 신수에 대해 이야기했고, 아회는 잠시 고개를 숙여 소매를 자신의 입가에 댔다. 무언가를 뱉어내듯 한참이고 대고 있던 아회가 소매로 거칠게 입가를 훔쳤다.
"……."
말을 할까. 내가 당신들의 간략한 정보가 담긴 수첩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지만 같은 존재로 몰리면 어쩌지? 의심과 불신이 싹트고, 아회는 그 모든 것을 감당하거나 넘기기엔 아직 계기가 부족했다. 피를 온전히 닦아낸 아회는 눈을 감았다.
"앞으로도 계속 그는 학당 내부로 침입할 터입니다. 조만간 찾아가겠노라 하였고."
하지만 이것만큼은 말할 수 있으리라. 아회는 잠시 그때의 대화를 더듬었다. 아. 잠깐.
"…여기에 아마 인간이 아닌 게 온 거 같은데…… 그것의 눈을 받은 게 네가 아닌 건……."
아회는 무언가 중얼거리다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이거, 허구한 날 쫓아와 눈알 좀 가져가라 지ㄹ…… 아니, 말도 안 되는 거래를 요구하는 그 개…… 아니, 신수를 지칭하는 것 같은데. 형님께선 그 존재까지 눈치채고 있단 것일 터이니…… 하나만 묻겠습니다. 혹시 당신들보다 격 높은 신수 중에서, 당신들이나 그 신수가 미움을 단단히 산 존재라도 있습니까?"
당신들이 아무리 금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쳐도 답하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그때의 모습은 뭔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에 더 가까웠으니. 아회는 당신에게 묻곤 입을 꾹 다물었다. 생각해 보니 형님도 문제지만 그 눈알 신수도 있었지. 그 존재는 돕기 싫은데 면전에 대고 싫은 티를 낼 수도 없고……. 산 넘어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