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깊은 잠 푹 자고. 일어나기 전에 덜 깬 척 미적거린다는게 그만 다시 깜빡 잠들 뻔 했다. 그러면 곤란하지. 시간 아깝게. 아직 졸음이나 피로 조금 남긴 했지만 뭉그적뭉그적 일어나 기지개하고 하품 하며 남은 잠 쫓아낸다. 그리고 옆 슥 보고. 잠들기 전 약속대로 옆에 있는 하 사감 보며 히죽 웃었다.
"바쁘다고 없어졌으면 삐지려고 했는데. 그럴 일 없어서 다행이네요-"
제게 했던 말도 꼭 지켜야 하는 약속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지켜준 건 지켜준거니 고맙지. 온화 정신은 깨었어도 몸은 늦게 깨는 편이라 침대 위 엉금엉금 기어 하 사감에게 안기려 했다. 생각 없이 꼭 안으려다 옆구리 생각에 아 참. 하고 더듬어보니 그의 붉은 철릭 말끔하여 이제 피는 다 멎었나 싶었다.
피가 계속 나고 있었는데. 저 연기가 그렇게 도움이 되었나?
향로 있을 방 한가운데 보다가 문득 제 몸도 제법 가볍다는 걸 인지했다. 자기 전까지만 해도 온 몸이 욱신거려 감각이 거의 둔해질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여도 아프지 않았다. 확인차 제 몸 살피는 온화 보기에 좀 우스웠을 것이다. 저 혼자 여기저기 만져보고 움직여보고. 옷 들추고 보려다 하 사감 의식한 듯 눈치 보며 손만 슬쩍 넣어 살피는 둥. 이제 와서 새삼? 스러운 행동 끝에 그 많던 상처들이 다 낫거나 거의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하자 놀란 듯 눈 크게 뜨고 깜빡깜빡 한다.
그 푸른 연기가 무엇이었는지 몰라도 용하긴 용하네. 그거 분명 영 사감이 가져온 거랬지. 영 사감이라.
생각 잠시 머릿속에 갈무리해두고 당장은 하 사감에게 집중하기로 한다. 제가 자는 동안 그도 쉬었을지 어땠을지 모르지만. 덕분에 몸 상태가 훨씬 좋아진데다 꿈도 괜찮게 꾸었으니 말이다. 잠들기 전의 아픈 내색은 온데간데없이 한없이 살갑게 굴며 끌어안고 뺨 맞대 부비고- 애정 담긴 목소리로 낭군님 덕분이라거나 많이 좋아한다거나 속삭이면서- 나름 요란하다면 요란하게 괜찮아졌음을 표현했을 것이다.
얼마간은 그러고 있었을 것이고 마음 같아선 온종일 그러고 있고 싶었지만. 슬슬 바깥 바람 쐬고픈 생각도 나고 해서 잠시 나가야겠다 싶었다. 하여 제가 먼저 안길 땐 언제고 슬그머니 몸 뒤로 무르며 잠시 나갔다 오겠노라 말 꺼냈다.
"몸 풀 겸 산책 하러 나갈 테니까. 사감 방 가서 쉬어요. 일 있을 지도 모르는데 계속 잡고 있기도 미안하고."
대신 이따 또 보러 갈게요. 장난스럽게 선심 쓰듯 말하고 키득키득 웃는다. 그 뒤 하 사감이 그러라고 하면 같이 나와 하 사감 먼저 보내고. 조금 후에 저도 기숙사 나갔을 것이다.
자캐를_굴리면서_힘들었던_점 : 음~ :3 역시 잿더미와 타오르는 것을 구분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다른 캐릭터라면 일어날 수 있어, 희망을 가질 수 있어~ 하고 툭툭 털고 일어날 수도 있는? 지극히 가벼운 시련같은 부분에 대해서 이럴 줄 알았지, 이게 운명이지 등등 잿더미처럼 의욕을 내지 못하면서도 막상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한대 쥐어박아야 후련하다~ 같은 생각을 하는 그 순간을 묘사하는 거요...🤦♀️ 그리고 슬슬 비틀리기 시작하는...? 운명의 갈림길에 선?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묘사할 때 어떻게 해야 무야옹에게 변화의 순간이 생길까~ 골몰하면서 이입해볼 때마다 가끔 뇌정지가 오기도 해요... 얘 왜 내 뜻대로 안 굴러가지... 왜지...? 손 떠난 건 아닌데 착 붙는데 왜 얘가 나를 끌고가는 느낌이 들지...? 어... 설마 자아가 생겼나...?
자캐의_지갑에_들어있는_것 :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을 건 다 가지고 있답니다. 혹시 모를 현금과 지갑에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것들이요... :3c
자캐의_화장품_브랜드 : ㅋㅋ ㅋㅋㅋ 아니 이게 뭐야~!!
롬앤...? (대체)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314 어찌할_수_없는_이별을_앞둔_자캐는_결국엔_받아들인다_vs_끝까지_부정한다 : 받아들이죠. 세상이 이 지경이니 어쩔 수 없다면서 받아들이곤 해요.🤔
106 자캐가_아이돌이_된다면_포지션 : 🤔 정말 뭘까요? 한 번도 고민해본 적도 없거니와, 음... 사생활 논란이 데뷔 이전부터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 그래도 굳이 정하자면요, 응, 래퍼죠~ :D 이런 애들이 평소엔 잔잔한데 갑자기 랩을 함... 맛있잖아요~
#자캐썰주세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374 자캐가_착용하고_있는_장신구는_무엇이_있는가 : 이거는 성 붙이고 나온 진단인데요~ 상시로 착용하는 장신구는 귀걸이 하나 뿐이라서요! :D 푸른 보석과 검은 술을 가진 귀걸이랍니다. 귀기 무 씨의 상징색 두 가지를 가지기도 했거니와 아회가 요괴를 처음 잡았을 때 아버지께서 주신 거예요. 어머니가 네게 잘 어울리는구나~ 했던 이후로 그저 간직하고 있다가 이제야 착용하기 시작했답니다. :> 과거 어머니께서 어울린다고는 했지만 추억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니와 본인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서 망가져도 그냥 그러려니 넘어갈 장신구기도 하고요. 이것 말고도 마님과 화련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하사한 각종 장신구(물질적인 것으로 넘어갈 줄 알았나 봐요!)와 어머니의 유품까지 모두 포함해서 이것저것 가지고 있지만, 귀기 무 씨와 자신은 남과 같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리고 가문 내부에서 시선이 좋지 않아서 착용하지는 않고 있어요. 좋은 추억도 아니고요.
재밌는 점은 아회가 사실 장신구를 엄~청 좋아한다는 거지만요... 귀부터 시작해서 화려하게 꾸미고 싶었다나 봐요~ 그런데 자신은 수수한 것이 더 어울리기도 하고... 과유불급이란 얘기도 있고... 시선도 안 좋고... 적룡이라서 싸움날 때 목이나 귀 뜯기면 그것대로 문제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천부 장터에서 하나하나 샀던 장신구들이 화장대 구석에 까마귀 둥지처럼 숨겨져 있어요~😏
아회는 몸을 일으켰다. 쓰러지고 나서 제법 우스운 일이 이어진 탓이다. 평소엔 죽어도 뛰어오지 않을 인간들이 부축을 하질 않나, 비녀를 제거해주며 어떻게든 지혈을 돕질 않나, 다가와서 괜찮냐 묻질 않나. 무슨 일이냐 물어볼 적엔 아무 일도 아니라며 잘 타일러 돌려보냈지만 걱정 가득하던 시선과 안전하게 하 사감님께 가보라는 학우들의 목소리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그대로였으니, 이 흉흉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의 습격에서 도망친 극적인 상황은 제법 잘 연출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록."
비녀가 예상보다 깊게 찔린 것은 변수지만. 입에서 흐른 검은 피를 소매로 아무렇게나 슥 닦아낸 아회는 부적을 꺼내 붉게 물든 쇄골과 손바닥에 붙이며 앓는 소리를 냈다. 다행스럽게 급소는 피했으니 부적을 붙여 대충 지혈만 해두면 움직일 수는 있을 것이다. 다친 몸이라 한들 지체해서도 안 될 것이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다시금 일어선 아회는 머리를 아무렇게나 쓸어 넘겼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다시금 쓰러질 것 같았으나 버텨야만 한다. 비척비척 걸음을 옮기는 꼴이 엉망이었으나 신경 쓸 일이 아니지 않은가.
"……계십, 니까."
학당 내부에서 위험한 상황이 있었노라 여론도 만들 겸, 쫓기느라 하지 못했던 일을 제대로 끝내는 것이 중요하지. 아회는 문을 두드리며 자신의 몰골을 떠올렸다. 산발이 된 머리, 붉게 물든 흰 비단옷, 아직도 피가 배어 나오는 부적, 소매에 아무렇게나 찔러 꿰어낸 비녀, 입가에서 훔쳐냈으나 그 궤적 남은 핏자국……. 이대로 면담을 해도 되나 싶은 몰골이나 이 정도면 양호한 수준이라 스스로 합리화 했다.
온화 가끔 그런 의문 들었다. 제가 제멋대로 굴 적마다 그냥 다 받아주는 하 사감 볼 때면 말이다. 그의 행동 기반이 무엇일까. 제가 가진 감정과 같은 것일까? 아니면 형식적인 것일까? 그저 반려니까- 라는 대답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의문 줄곧 갖고 있었다. 갖고만 있었다. 물을 곳을 찾지 못 했으니까.
아무튼 좋은 시간 보내고. 일이 있어도 미루겠다 하면 어쩌려나 싶었지만. 가봐야 할 것이 있긴 있었나 보다. 날뛰는 형이라는 걸 보면 그 히죽대던 남자겠지. 이름을 모르니 영 떠올리니 불편하다. 다음에 마주치면 물어볼까. 대답 제대로 해줄까 싶긴 하지만. 그러자고 일어나 먼저 나가는 그의 뒤를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사람처럼 손 흔드네. 뭔가 이상해.
부디 그 대화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으나 아프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똑같이 손 흔들곤 다시 방에 들어갔다. 나가기 전 잠시 제 차림과 몸 상태 정돈할 필요 있었으니까.
하여 밖으로 나왔을 때는 제법 멀끔했다. 불필요한 붕대나 천떼기 죄다 걷어내고 머리도 빗질에 묶기까지 했고. 흘린 피 많은 탓에 낯빛이 좀 희어보이는 것 말고는 평소랑 크게 다를 것 없었지 않을까. 이제 여기저기 걸어다니며 영 사감 보이거든 말이나 걸어볼까- 하고 딱 생각한 참이었는데.
"흠. 뭐. 덕분이지요."
때마침 밖에 있던 영 사감과 마주쳐 인사 대신 그런 말 하며 어깨 으쓱였다. 향로의 성분은 몰라도 출처는 알았으니. 덕분이라고 순순히 말하다가 대뜸 지팡이 꺼내는 모습 보고 픽- 실소했다.
"아이고야. 누가 보면 일 중독인 줄 알것소. 왜 그런지 알만 하지만은."
다 낫지 않은 상처가 있긴 했지만 남은 건 그냥 두어도 곧 나을 것들이라 됐다는 의미로 손 설렁설렁 흔들었다. 그 대신이라며 씩 웃는 얼굴로 말했다.
"종일 그리 돌아다녔으면 잠깐 쉬어도 될 듯한데. 시간 좀 내주시지요. 사감께서도 내게 할 말 있지 않으실지."
차든 술이든 한 잔 하면서 얘기나 하자고. 예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를 말 하며 제 고개 까딱였다. 영 사감 편할 대로 하란 듯.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는구만. 아회는 미소를 마주하다 그럴줄 알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어차피 신수인 걸 알게 됐기도 했고, 지금까지 싸워온 것도 있으니 이제 저 태도에서 이상함을 느낄만한 것도 없었다. 아회는 안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서다 한숨에 가까운 웃음만 픽, 흘렸다.
"죽지만 않으면 되었지요."
물약이 들어있는 병을 쥔 아회는 나중에 바르겠다는 듯 손바닥 위에 병을 굴리다 당신이 제안한 자리에 앉았다. 이전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그때는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결과는 참혹했다. 물론 그 상황에 감사하다. 그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같은 선택을 하지 않고 완강하게 거부할 수 있는 명분도 생겼으니. 자리에 앉은 뒤 푸른 연기가 나오는 향로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던 아회는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
이유라.
"알 건 다 알 존재가 그리 말하는 것은 형식적인 겁니까, 아니면 제대로 듣길 바라여 그런 겁니까?"
황룡 기숙사로 가라고 했던 것은 당신이었다. 아회는 병을 쥐지 않은 손으로 다시금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아시든 모르든 제 상관은 아니지요……. 어차피 밝혀질 것이니. 형님께 예쁨 좀 받았습니다."
그 이전의 일도 얘기해야 하나? 아회는 술이 놓이기가 무섭게 시선을 피했다. 일단 술과 함께 대화하는 건 싫다. ……아회는 그날 이후 지독한 숙취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당분간 술은 쳐다보기도 싫었다.
"제가 먼저 그 양반 속을 좀 긁었는데, 창문을 타고 들어오더군요. 하하, 학당 보안이 좋을 거라 믿으며 육 년을 살았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사실만을 얘기하는 것이니. 아회는 당신을 향해 시선을 흘긋 돌렸다. 술에는…… 여전히 시선을 두지 않고.
英사감이 경고하듯 말했습니다. 당신은 선추를 만졌습니다. 배꼽에서부터 무언가 끌어당기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당신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스테인드글라스로 가득한 천장과 깔끔한 마호가니 책상, 의자가 반겨줍니다. 한쪽 벽엔 벽난로가 타고 있고 그 안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뱀이 똬리를 틀었다 풀었다 반복하고 있습니다. 작은 화단에는 [취급주의. 귀마개 없이 만지지 말것]이라 적힌 팻말이 꽂혀있습니다.
' 앉아라. 다과를 금방 내오지. '
소파를 턱짓으로 가리킨 英사감은 당신의 반대편에 앉았습니다. 그가 지팡이를 가볍게 휘둘렀고 차가 가득 든 찻잔과 접시에 담긴 다과가 허공에서 연신 둥둥 떠오른 채 날아왔습니다.
' 기숙사 전과를 원하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고. 뭣 때문에 나에게 만나자 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