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배울 적 가장 먼저 들은 말 있었다. 술은 마시되 술에 취하지 말라고. 마시면 필연적으로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술인데 어떻게 취하지 말라는 것일까. 그 말 떠오를 때마다 종종 궁금했는데. 오늘에서야 알 것 같다. 아마도 어렴풋이겠지만 말이다.
낭낭하게 술기운 오른 아회는 자잘하게 이 말 저 말 잘 하더니 슬쩍 던진 물음에 평소라면 절대 보여주지 않을 부분까지 틈새 정도나마 내비쳤다. 정말 뜻 밖의 수확이었으나. 동시에 여태 마신 술이 핏속에서 싹 물러가지 않을까 싶을 만큼 깊고 어두운 심연이었다. 무서운 것. 온화 그것 그렇게 표현했다. 흉흉하다던가 음험하다던가 음습하다던가- 그런 말 많지만 다 집어치우고 딱 하나. 무서운 것이라 하였다. 제가 가진 깊이로는 재단하기에 턱없이 부족할 만큼 깊고 깊은 무언가를 제대로 알 리가 없었으니.
게다가 그런 것 품고서 저렇게 웃는 이를 어찌 감히 이해할 수 있을까. 아회 사랑스레 웃을 적 제 내장까지 소름 돋는 착각 들었다. 그 쭈뼛한 감각이 아마 오늘을 오래도록 잊지 못 하게 되는 계기 되리라. 모든 것이 잘 풀린 후라도.
"...그런 무서운 소리 해놓고 웃긴."
술 따르며 툭 하니 중얼거렸다. 나즈막히 뱉은 말이었으니 안 들렸을 수도 있겠다. 하물며 지금 같은 상태로는 들리는 것도 듣는 것도 가물가물 할 지도 모르지. 어물어물 하는 것 보라. 먼저 술잔 비우고 저를 보는 아회의 시선 잠시 마주했다. 술로 번뇌 씻은 듯 말간 눈동자가 색 잃은 구슬 같다. 그랬던 눈이 제 돌발행동에 동그랗게 커졌다. 놀랐구나- 하고 놀리려는 것도 잠시. 손 대려던 귀 없어지고 대신 생겨난 귀와 쑥 튀어나온 꼬리의 등장에 쭈뼛함이니 무서움이니 싹 날아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 역시 술 제법 마셨으니 말이다. 단숨에 미소 활짝 피며 분위기 일변했겠지.
"뭐- 뭐야 이거?"
처음 반응은 그저 깜짝 놀란 듯 했다. 눈 커지고 입 딱 벌어지고. 평소 말투 잊고 그리 중얼거렸으니. 하지만 아회에게 불행히도 온화의 변화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뭐야. 뭔데 뭐야 이거! 세상에 세상에나-"
귀걸이에 대해 설명해주는 말 들리는지 어떤지도 모른다. 온화 그저 눈 반짝반짝 빛내며 귀와 꼬리 번갈아보고 있었다. 보기만 했을까. 슥 옆으로 돌아앉으며 허공에 수상한 손놀림을 하는가 싶더니 대뜸 아회 끌어안으려 했다. 무슨 짐승 습격하듯이 와락 안고 한 손으론 귀를 한 손으론 꼬리를 쥐고 쓰다듬고 간질이고 조물거리고 등등등- 평소의 장난보다 짖궂은 손놀림으로 아회의 정신 쏙 빼놓았을 것이다.
"뭐야 이거 귀여워- 이거 이거 귀랑 꼬리만 나올 수도 있었던 거냐구- 귀여워- 와하 귀 복슬복슬해 꼬리 보들보들- 어떡해 너무 귀여워- 오라버니 이렇게 귀여웠단 말야? 이런 걸 여태 숨겼어? 안 되겠다 괘씸죄야- 히히- 아으아 귀여워-"
손놀림 뿐만 아니라 거의 폭격 수준으로 쏟아붓는 '귀여워' 공격도 한 몫 했겠지만은. 탓하기엔 온화 표정 정말 행복해 보였을 터다. 이대로 툭 쓰러져 성불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음, 아무래도 이제 어장에 남은 사람은 ㅇㅎ라인 3명밖에 없지요.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되었고, 그럴 수밖에 없게 되고. 그렇다고 떠나신 분들을 탓하는 건 아니랍니다. 각자의 사정이 있을 테니까요. 주말 진행도 요원하거니와 일상에도 어려움이 있으니 그런 고민을 하는 건 당연하고, 또 캡틴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혹시라도 이런 말을 드려서 죄송하다 같은 생각이 드셨더라면 그러지 않으셔도 좋답니다. 저였어도 당연히 얘기를 꺼냈을 상황이니까요. 이해할 수 있거니와 오히려 서로 선택하고 의견을 나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지요.
감히 의견을 내자면 2번에 조금 치우쳤답니다. 조금 나쁜 말이지만 현재 상황극판의 상황을 보면 1번을 선택한다고 쳐도 반짝하고 올라섰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생길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으니까요... 기껏 리부트로 열었는데 다시금 이런 상황을 마주한다면 그것만큼 아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완전히 닫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캡틴께 맡기고 싶어요. 하지만 역시 욕심이 있어서 그런지, 이 부분은 살포시 옷깃이라도 잡아보고 싶네요...😂 각 캐릭터마다 서사가 있고, 그 설정들이 하나하나 매력적이라 놓치기가 아까운 심정이라서요, 네...
의견을 조금 드리자면, 스토리 진행을 하되 슬로우 어장으로 기조를 바꾸는 것은 어떨까 싶어요. 캡틴께서 어장을 잇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스토리의 끝을 보시고 싶다는 전제 하에서요. 스토리 출석이 한 명이더라도 이제 남은 사람은 충성참치(?)밖에 없으니 갑자기 사라질 일도 없을 것 같고...🙄 진행하는 날짜가 굳이 정해지지 않더라도 시간이 나면 평일에도 한 두턴 정도만 잇고,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꿔도 괜찮고요...
무작정 인원수가 부족하니 부캐를 추가하자는 너무 성급하고 좋지 않은 방향(임시방편이죠, 아무래도...?)이기도 하고... 응. 그렇답니다. 일단은 2번에 기울어져 있어요, 저는. 욕심쟁이라서 어쩔 수 없는 걸...! 말이 마구 헛나오네요. 으으으...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이대로 완전히 끝을 내버릴까, 가 있기는 있어... 요.. :) 그렇지만 아직.. 아직 안 풀린 이야기들이 많은 걸..>!!!!! 아직 아이들이 보고 싶은데..!!!! 의 갈등 그 자체랍니다😂😂
5명만, 하다못해 4명만 되더라도 제가 어떻게든 괜찮을 거다, 라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 사실, 음.... 뭐 가신 분들을 제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죠. 각자 사정이 있으실 것이고 제 이야기에 완전히 질려버리셨을 수도 있고. 많이 허망하긴 한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보면, 지금 거의 그 상태거든요. 전체 스레가 아닌, 1:1:1:1 스레 같은 느낌이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게 커요.
부캐는 제가 도저히 그 부캐들까지 다 다르게 보지 못할 거 같아요..ㅠ 그래도 슬로우 어장은, 고려해볼게요. 의견 고마워요 아회주. 사실 이런 결정을 내릴 때가 가장 고민됩니다......!! 어째야 하나, 이거.
>>207 음... 어느 정도는 예상한 주제네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정~말로 고민되는 사안이라 생각하는 시간이 길었어요.... 왜냐면 3번 의견도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저 역시도 여러분들과 캐릭터들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지친다고 해야 할지... 참. 이 부분은 절대로 스레의 화력 문제 때문이 아니랍니다! 정말이에요! 오너의 만성 기력부족 때문에 스레가 장기화되면 이런 경우가 많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장기 스레를 선호하죠🤦🏻♀️ 그러니까 혹시라도 미안한 마음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3번 의견을 고민하면서도 이대로 스레를 끝내 버리기엔 너무 아쉬운 것도 사실이고, 2번을 확실하게 선택하기엔 제 기량이 문제고……. 캡틴이 제시하신 의견은 아니지만, 그런 의미에서 저도 아회주의 슬로우 어장 전환 의견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이런 의견도 괜찮다면 조심히 제시해 볼게요....😗
거부하면 어떤 의미로든 좋은 꼴 못 본다 인정한 시점에선 더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눈의 기능만 고려하자면 손해만 있을 건 아니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란 말의 뜻이 무엇인지 그는 이제야 알 것도 같아졌다. 유현은 치미의 행동을 지켜보다, 그가 금방 휙 튀어서 빠져나오는 것을 보자 천천히 팔짱을 끼었다. 큰 기대는 않았지만 역시 이 정도로는 완전히 묻어버리는 건 불가능인가? 곧장 다시 도술을 쓸까 하던 차에 훈련이 잠시 중단되었다.
"거래부터 한 다음 마저 이어가는 쪽은요?"
치미로부터 받는 교습 더 이어가기는 사실 달갑지 않지만 이왕 대가까지 내었는데 대강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저 작자가 반격까지 한다니 정말 꺼려지지만, 인간을 아주 데굴데굴 굴리다 못해 신변이 위태로워질지도 모르지만, 도움이 된단 것은 사실이니 효율의 측면에서 고려한다면 그만둘 수 없다. 그는 치미를 향해 몇 걸음 걸었다. 그리고 가깝지는 않으나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둔 채로 상대방을 쳐다본다. 얼른 거래부터 하고 보자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