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고 방에만 있으면 나을 것도 안 낫는다는 말 들었다. 수일에게 말이다. 아. 수 오라비가 한 말만 아니었으면 기분이 좀 덜 더러웠을 것을.
그래도 틀린 말이 아니니 해 질 무렵 산책을 나갔다. 두루마기 헐렁하게 걸치고 밖에 나가 학당 안을 느긋하게 돌아다닌다. 한 손은 허리에 맨 역린이 만지작거리며 천천히 걸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결국 정원수 사이 그늘진 자리에 털석 주저앉아 으휴- 하고 한숨 몰아쉬어야 했다.
역시 그 때 좀 더 필사적으로 도망칠 걸 그랬나-
잘그락.
"으응?"
바닥 짚은 손에 무엇 걸려 집어보니 아니나다를까. 별사탕이다. 만쥬 때 마냥 시간과 장소 가리지 않고 나오는 이것에 피식 실소했다.
그래. 뭐라도 보여줘라. 기분 전환이나 하게.
뚜껑 열어 양 슬슬 가늠해보고. 입 안에 쏟아넣었다. 으적으적.
.dice 1 4. = 3
1. 과거를 환상으로! 2. 숨겨진 진실을 한 번! 3. 무지개를 토해보자! 4. 동물의 귀와 꼬리가 뿅!
류온화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생일인데_아무도_몰라준다면 음~ 아무에게도 말을 안 해서 몰라주는 걸 테니까 딱히~? 온화 본인도 가끔 깜빡할 걸~ 뒤늦게 알고서 너 언제 생일이었네 왜 말을 안했어 이런 말 하면 히히 웃어넘기지~ 늦게라도 뭐 좀 줄텨? 하고 능청 피우거나~
TV에서_귀신이_기어_나온다면_자캐는 에? TV가 모죠? (댕청) 도화엔 없는 걸~ 비슷하게 치환해보면~ 책에서 요괴 같은게 튀어나오려고 한다던가? 그럼 당장 역린이로 쑤신 다음에 활활 태워버려야지~ 그 다음 잿가루는 바다에 뿌려버린다~ >:3
자캐식으로_난_널_더_이상_못_믿겠어 오호~ :3
"어이. 보소. 하 이거 참 나 웃음도 안 나오는 구만. 네 전에 내게 어찌 했는지 기억 안 나는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무엇 했는지 기억이 안 나? 허. 허 참! 가증스럽긴... 헛소리 그만하고 봐줄 때 꺼져. 나는 더 이상 널 믿을 수 없게 되었으니까."
아무리 유현이 저 좋을대로 구는 인물이라 해도 저만한 수준은 아니다. 정확히는 저만치 방종한 행동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역시 인간도 아닌 데다 저리 굴어도 될 힘이 있어 그런 걸까. 속내 어찌되었건 실질적으로는 평범한 소시민이자 미성년 학생밖에 되지 않는 그로서는 탐탁지 않은 상황에 적극적으로 저항할 능력 없다. 지난번에도 간신히 도망치는 것밖에 하지 못했지 않나. 그마저도 사감이 막아주어 산 것이지, 다른 곳으로 향했더라면 결국 탈진해 잡아먹히는 운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뭐, 제게 거부할 권리 없다면 그냥 진행하시죠. 답 정해져 있는 마당에 이것저것 견주어 보는 것 무의미하고. 당신 말대로 그리 비싼 값은 아니란 건 맞으니까."
더럽게 까다롭군. 유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속된 표현은 쓰지 않는 편이었으나 저 자의 성미 표하기엔 이 말이 제격이라. 그에 맞추어 태도도 미묘하게 불손해진다. 그다지 예의 차리지 않고 싶은 기분이냐면 그렇다 할 수 있겠다. 다만 억울한 상황에 대한 불만과 분노라기보단 그저 저 작자 곁에 있기 꺼려진다는 쪽의, 말하자면 귀찮음과 불편에 가까운 태도였다. 사실 그리 분통스럽진 않았던지라……. 날 적부터 죄인의 핏줄이며 제 근간조차도 당초 제 것이 아닌데 종살이 하기쯤이야. 그는 한쪽 눈썹 치켜올리며 재촉하듯 상대를 바라보았다.
죽이는 상상 해 보라면서 몰입을 어렵게 만드는 소리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짧게 그런 생각 스치다가 이내 지워내었다. 잡념 떠올린 시간에 가르침 따라가는 편이 더 나으리라. 그나저나 상상은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 건가? 우선은 저 자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땅을 엎어 보려 한다.
앗 온화 진단이잖아!!!! 호로록!!!! >:3 읽고 가장 먼저 감상 포인트 생각난 건 맛 부분인데, 지난번에 온화는 매운 거 잘 못 먹는다고 했던 것 같고~ 매운 건 미각이 아닌 통각이고, 맛 잘 못 느끼는 입맛에는 매운 게 너무 강한 자극이라 잘 못 먹는 걸까~하는 궁예가 생각났어요🤔
욕은 원래 진심전력을 담을수록 더 기깔나고 생생해지기 마련인데, 진심으로 욕을 하기엔 이 인간 성격이......(유현: 오... 흥미로운데 더 해보세요)(🤦♀️) 애초에 욕을 할 정도로 쉽게 화를 내지도 않는 성격이고, 욕을 자주 하면 어휘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라 일부러 자제하는 편이기도 하네요.
더럽게 까다롭군 ←이 정도도 유현이 한 서술치고는 굉장히 과?격?한 표현이네요. 그 이상의 욕은 시켜 봐도 시리한테 한국어 시키는 수준으로 영혼이 없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아녀자의 것을 어찌 함부로 사용하랴, 하물며 아회에게는 휴대용 베개가 있었다. 도술로 드러내는 꼬리를 베개라고 칭할 수 있겠냐마는, 아회의 꼬리는 여타 평범한 범의 것이라기엔 더 크고, 두꺼우며, 북슬북슬하니 털이 길어 범 닮아 줄무늬만 있는 영물이나 장모종 고양이의 것에 가까웠으니 충분히 사용할 수도 있을 법하다.
"으응. 그렇지이."
죽일 수 없다면 쥐어 패는 방법도 있겠거니. 보드라운 분위기에서 속삭이나, 과거에는 필히 이런 대답도 나오지 않았으리라. 그래, 본디 상냥함이란 그 안을 더 깊게 바라보아야 진정한 속내가 드러난다 하지 않던가. 풀어졌다면 당연히 나오고, 그 너머를 술을 통해 본다면……. 선인도 그 안의 심연 있기 마련인데 과연 필부가 없으랴. 더 했더라면 더 했지 덜하리는 없으리라. 아회는 결국 속내를 풀어놓고 만다. 그것도 끔찍한 일부를.
"……후흐."
그래, 일부를.
고해성사 끝나고 세상 모든 달콤한 것 끌어안고 세상 사랑스레 웃는 모습에서 괴리감 선명히 느껴진다. 과거에 있던 온통 달콤한 기억과, 어느 순간 깨져버리고 이지러진 증오가 함께 공존하더니 그 밑바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겠노라 꿈틀거린다. 아마 이 의지가 바닥난다 한들 감정은 억지로 삶의 끝을 보고자 뒤틀리며 육신을 움직이려 들겠지. 어쩌면 그 감정이 모든 원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르나, 그 깊이를 감히 필부가 알기엔 마치 신이 내린 한때의 저주처럼 너무나도 깊고 아득하였다. 모두 '형님'이라 불린 자의 작품이리라. 그리하지 아니하고, 자의라고 받아들이기엔 너무나도 거리가 있지 아니한가. 그리 믿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으응, 천천히 마셔야지. 그렇지?"
그러니까 술잔 채우는 것을 늦게 깨달았을 테야. 아회 상냥한 웃음 만면에 그려내고는 잔 받았다. 당장 마시지는 않지만 곧 마실 것처럼 술잔 가만히 들고 있으며 당신 응시했다. 다행스럽게 그 끔찍한 감정은 사라진 듯하다. 다시금 심연 속으로 기어가, 그 속에서 암약하고 있으리라. 금빛 술을 몇 번 찰랑이던 아회는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술을 목구멍 뒤로 넘겼다. 취기가 올라 당최 어떤 맛인지, 어떤 느낌인지도 너무 쉬이 잊어버렸지만.
"고마워, 너밖에 없구나…… 응, 네 일 잘 풀리듯, 나의 일도……."
무서운 일인지는 모른다. 그저……. 속내로 삼킨 생각을 뒤로 아회는 당신을 순수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이내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막을 새도 없이 귀를 건드리려 했으니 당연하다. 잔을 내려놓는 순간을 일부러 노린 것은 아닐 테고, 궁금증 때문이겠지. 하지만 닿으면 안 된다는 본능이 먼저였기 때문일까, 품 속에 숨겨진 검붉은 부적이 소리 소문도 없이 불탔다.
"ㅇ, 아, 이건, 그게……. 그러니까."
귀가 있을 곳에 귀가 없고 대신 머리 위로 무언가 돋아나니, 검은 바탕에 흰 얼룩, 속은 선홍빛 어린 범의 귀요, 품 넓은 옷 사이로 두툼하게 툭 튀어나온 것 있으니 일전에 장모종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어림잡아 세 척에서 네 척 되는 기다란 꼬리였다. 아회는 자연스럽게 꼬리로 입가를 꾹꾹 누르며 뺨을 붉혔다. 귀걸이의 존재가 자신도 익숙하지 않고 영 수줍다는 듯.
"ㅇ, 영 사감님이 선물로 각인해주신 거란다. 학당으로 쉬이 돌아가라고……. 그래서, 함부로 만지면 그 장소로 이동이 되는 주술이 걸려있어서, 만지지 못하게 해서 미안. 네가 학당 문으로 날아갈까 싶어 그만."
더 얘기하면 괜히 부끄러워. 괜히 꼬리를 합 물어 입을 다문 아회는 눈을 도르르 굴렸다. 도톰한 꼬리 끝이 몽실몽실 살랑였다.
점심이 되면 잊을 것만 같지만 답레를 쓰는 육신은 동일하니까요... 나의 육신은 무의식을 알아서 잘 읽겠지요... 응, 이상한 말이다마는 그래요. 괜찮을 거야... 잠들고 잊겠지만 해야 할 일을 했다 믿을래요... 응... 그런 거야... M자 탈모 발레리노 둘도 인정했는4ㅓ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