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5066> [반상L] 딜레마의 배심원 -재판장 2- :: 1001

캡틴 ◆B..eEWGcm.

2023-08-16 12:17:13 - 2023-09-11 23:49:10

0 캡틴 ◆B..eEWGcm. (jE118.hr7E)

2023-08-16 (水) 12:17:13

'딜레마의 배심원'의 캐입스레입니다.

※ 이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일상과 이벤트는 이 곳에서.
※ 수위 규정 내의 범죄 행위와 묘사를 허용합니다.
이전 재판장: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12075
휴게실(잡담방):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12077
시트 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09080

웹박수: https://forms.gle/tjUf9r21RCNonJqA7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94%9C%EB%A0%88%EB%A7%88%EC%9D%98%20%EB%B0%B0%EC%8B%AC%EC%9B%90

716 시미즈 마사 (bdIn2kt2ps)

2023-09-05 (FIRE!) 22:41:45

>>714 "박권태 씨가 그렇게 말하니 상당히 신선하네요."

키득키득 웃는다.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담배를 집어넣는다.

"옥사나 씨에게는 실례했어요. 몇 개피 훔쳤거든요."

이 정도는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는 듯한 얼굴이다.

"시끄러워지는 것 뿐 아니라 다들 저를 무시할 테니까요. 동정하는 사람도 무시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죠. 학생회장의 일도 힘들어지겠죠. 위엄이 서지 않는 학생회장이 되느니 죽는 게 나아요."

극단적으로 얘기하고는

"글쎄요. 그러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제가 털어놓든 저 스크린이 털어놓든 결국엔 털어놓아졌을 거라 생각해요."

마사는 널찍한 스크린을 무감하게 바라본다.

717 박권태 (zURckYGEvE)

2023-09-05 (FIRE!) 22:45:10

>>716 마사
...... 난 원래부터 애들한테 술담배를 권하지는 않았어... (서로의 포지션이 바뀌었음은 자신도 실감하고 있지만요. 이것을 좋다고 봐야할지 나쁘다고 봐야할지 헷갈려서 지금 상당히 떨떠름한 상태입니다.) ...... 어, 알아서 사과하고 화해해. 난 몰라...... (모르쇠.)
죽을 필요까지야. ...... 그렇지만, 그렇네. 기회를 봐서 이 정도는 괜찮다 싶어야 털어놓는 거구나. 경계심이 상당한걸... (뜸.) 네 입으로 네 스스로 모든 걸 털어놓은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널 용서하지 않으면. ... 우리를 원망할 거야?

718 시미즈 마사 (bdIn2kt2ps)

2023-09-05 (FIRE!) 22:45:32

>>715 제제

말이 중간에 끊기자 고개를 갸웃하지만, 어느정도 어떤 말이 올지 예상은 하고 있는 것 같다.

"저는 그 저울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궁금하네요."

그렇게 말하고서

"제제 르 귄 씨의 가치관은 심하게 왜곡되어 있어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제 가치관은,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사회적으로는 용인되는 정도니까요?"

사회적인 용인의 정도라 답한다.

"네. 지우고 싶어요. 그건 불가능하니까, 그걸 아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날아갈 거예요."

슈우웅- 소리를 내며 검지손가락을 들어 저 멀리로 움직이는 손짓을 해 보인다.

"저희, 살아서 나가도 다시 만나지는 않도록 해요. 세이카는 어쩔 수 없지만요."

그러고서, 웃는다.

719 옥사나 하네즈카 (4WSW7Qhguk)

2023-09-05 (FIRE!) 22:46:42

>>713 마사
하하 우스워라
상황이, 그저 지금의 이 상황이.
웃기게만 다가옵니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모멸뿐인 시선으로.

"당신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했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죄는 죄. 씻어서 사라지는 것은 몸의 더러움 뿐이지만 살인은 영혼을 더럽힌답니다."

평소와 같은 얼굴, 같은 미소. 이정도가 그녀에게는 어울리겠네요.

"반성하나요? 정말로? 진실로 이야기했으니 용서해준다고- 그렇게 생각하나요? 진실을 고했으니 반성은 한것이라고- 그리 생각하나요?"

하아, 지루해.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눈으로 마사씨를 바라봅니다.

"죄에는, 반드시 벌이 따릅니다. 이번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겸허하게 받아들일겁니까?"

720 시미즈 마사 (bdIn2kt2ps)

2023-09-05 (FIRE!) 22:47:41

>>717 "그래도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거든요. 술담배를 하는 어른은 아이들이 그것을 하도록 은연중에 얘기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건 아니라 보는데?"

반쯤 반말이다.

"이 정도는 괜찮다 싶으면 누구나 털어놓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반문하고는

"용서해주실 거잖아요? 왜 그런 소리를 하죠?"

고개를 기울인다.

"박권태 씨는 저를 용서할 수 없나요?"

조금, 무섭게 들린다.

721 옥사나 하네즈카 (4WSW7Qhguk)

2023-09-05 (FIRE!) 22:48:33

"이거 저부터 담배를 끊었어야 했나 싶네요."

아쉬운듯 슬퍼보이는 목소리다.

722 박권태 (zURckYGEvE)

2023-09-05 (FIRE!) 22:51:39

>>720 마사
...... (할말 없음.) ...... 내가 잘못했다. 밖에 나가서 목 매달고 오면 될까? (반은 농담.)
...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눈치였지만 구태여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눈 감아 침묵하는 것으로 당신의 말을 긍정하고는...)
만약, 이라고 가정하는 거야. 마사. ... 그리고 아직은 심문이 끝나지 않았잖아.
(당신의 계속 대답하기를 우회적으로 권유했습니다. 당신을 용서하겠다, 라는 확언은 주지 않은 채였지요.)

723 제제 르 귄 (dDzlo9k62Q)

2023-09-05 (FIRE!) 22:51:40

"사회적인 용인이 중요한가..."

가만히 듣다, 세이카의 살아 나가도 다시 만나지는 말자는 말에 왜 인지, 가슴께에 덜커덕 이상한 기분이 든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스로 무슨 감정을 느꼈는 지 몰라 손을 들어 가슴을 짚는다.

"...?"

두근두근 뛰는 심장에서 아무 이상을 찾지 못해, 고개를 들어 질문을 지속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러면 빌고 싶은 소원은 똑같은가? 이 소원권이라면, 더 대단한 것을 빌수 있을거 같아 하는 말일세. 예를 들어..."

손을 들어, 건조한 눈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여기 있는 모두를 포함해, 그대의 과거를 아는 자들의 목을 끊던가."

"천문학적인 돈을 요구해 그 누구도 다시는 무시할수 없게 만들던가."

흐음, 소리를 내다 질문을 추가한다. 세이카에 대해서 인가보다.

"그녀는 어째서 예외인가? 친우라서? 그녀 또한 그대의 과거에 대해 알턴데."

724 시미즈 마사 (bdIn2kt2ps)

2023-09-05 (FIRE!) 22:52:03

>>719 옥사나의 시선이 다르다는 걸 알아챈 모양이다. 조금 당황한 듯하나 크게 내색은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사람들을 고통받게 하죠. 누구나 그래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모두에게 선한 영향만 주는 사람 따위는 없어요."

그런 말이 자신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생각하지 않고서 있는대로 말해버린다.

"반성합니다. 바보같은 짓이었어요. 반성과 진실을 말하는 건 다르지만요."

그러나 자세히 들을 줄 아는 사람은 바보같은 짓과 나쁜 짓이라는 표현 간의 차이를 알 것이다.

"이 재판 자체가 벌인 것 같다고, 세이카가 얘기했었어요. 저는 아직도 살인을 저지르는 꿈을 꾸고요. 저는 사쿠라가오카에 학생회장으로서 더이상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더 어떤 벌을 받으면 되지요? 제가 사형을 당하면 속이 시원하겠나요?"

725 박권태 (zURckYGEvE)

2023-09-05 (FIRE!) 22:52:51

하긴 담배를 끊었다면 담배가 훔쳐질 일도 없었을 테니까...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726 시미즈 마사 (bdIn2kt2ps)

2023-09-05 (FIRE!) 22:54:42

>>721 작은 소리로 웃는 마사다.

>>722 "그런 농담은 끔찍해요!"

그렇게 얘기하지만 눈가가 느슨해져 있다.

"뭔가요. 대체 뭔가요. 전 솔직하게 얘기하고 있잖아요. 용서하지 않으면 원망할 거냐구요? 용서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제가 원망하고 말고가 박권태 씨에게 중요한가요?"

반문만이 가득한 심문이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그러나 결국 멍하니 대답한다.

727 박권태 (zURckYGEvE)

2023-09-05 (FIRE!) 22:57:46

>>726 마사
...... 그러니.
(저런. 그렇게 우리를 철썩같이 믿고 있으면 배신당했을 때 충격이 클 텐데. 권태는 멍한 머리 한구석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면 반대로... 우리 중 아무도 용서받지 못 한 사람 없이 다같이 용서받아 나가게 된다면. 그 때는 우리 중 아무도 소원을 이룰 수가 없게 되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 너는 아무런 유감과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것 같아?

728 시미즈 마사 (bdIn2kt2ps)

2023-09-05 (FIRE!) 22:58:00

>>723 "살인은 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잖아요? 하지만 좋은 참고가 되었어요. 소원은 좀 더 생각해보지요."

마사는 의자에 다리를 올리고 양팔로 감싸안는다. 더없이 흐트러진 자세다.

"리더의 자리같은 것은 제 스스로 얻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졸부가 무시당하기 때문에 예술작품을 구입하는 것에 집착한다는 얘기, 들은 적 있나요?"

천문학적인 돈이 떨어진다면 나쁘지 않겠지만.

"글쎄요. 친구니까?! 세이카라면 제 과거를 알아도 동정하거나 무시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인 것 같기도 하네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미소짓는다.

729 시미즈 마사 (bdIn2kt2ps)

2023-09-05 (FIRE!) 22:59:39

>>727 "네. 세이카가 도와주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도움이 없어도 저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결심했어요."

마사는 모든 고민을 끝낸 듯 개운한 표정이다. 말 그대로, 개운하다.

"미성년인 여자아이라도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의외로 많답니다."

730 제제 르 귄 (dDzlo9k62Q)

2023-09-05 (FIRE!) 23:00:26

"하지만 어째서? 허용받는 살인이라면, 괜찮지 않나? 그대에게 죄를 묻는 자도 없을턴데."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인다.

"그렇군..."

침묵하다 시선을 내리깐다. 눈을 마주하기 싫어서 하는 행동이다.

"이전에 대화할때... 그대는 말해주었지. 죽이는 쪽이든 죽으려는 쪽이든, 본좌가 그것에 관여하면 막을 생각이라고."

후우, 작게 숨을 내뱉는다. 말하자면, 제제든, 누구든, 죽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

"그것은, 본좌의 죽음을 허용하지 않으면, 본좌가 그대에게 '용서치 못한 다는 판결'을 준다 말하여도, 같은 생각인가?"

마사가 원하는 판결을 걸고 협박에 가까운 말을 잔잔히 얘기한다.

731 옥사나 하네즈카 (4WSW7Qhguk)

2023-09-05 (FIRE!) 23:00:48

>>724 마사
"그러네요. 누구에게도 절대적인 것은 없으니까요. 그건 제가 가장 잘 알죠."

고개를 끄덕입니다. 저도, 그 남자도. 누군가에게는 구원자였을 수 도 있으니까요. 일어나는 모든일이 이면뿐이라서 그냥 포기하기를 택한건 저니까요.

"그러네요. 바보같은 짓이었어요."

무엇이 그러했는지는 구태여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긍정한다는 듯 웃을 뿐.

"글쎄요. 저는 죽어본 적이 없어서."

"돌아가지 못하게 된 건 모두 같아요. 권태씨와 세이카씨는 가족을. 제제씨는 믿어 의심치않은 종교를. 저는 원래의 지위를. 모두가 머저리같이 사람을 죽이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죠."

"그 누구보다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 하기에는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단두대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싶네요."

잠시 호흡을 길게 가져갑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저도 죽일건가요?"

732 박권태 (zURckYGEvE)

2023-09-05 (FIRE!) 23:01:56

>>729 마사
......
(가라앉은 눈으로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권태. 그는 다만 당신이 배신당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마사야. ... 피해자한테, 미안하다고 생각하니?

733 시미즈 마사 (bdIn2kt2ps)

2023-09-05 (FIRE!) 23:03:09

>>730 "허용받는 살인과 허용받지 못하는 살인이라. 그래도 제게는 죄책감이 지워질 테고, 살인은 여러분의 가능성을 빼앗는 일이에요. 제제 르 귄 씨도, 옥사나 씨도, 박권태 씨도 모두 마찬가지에요."

그렇게 얘기한다.

".....억지네요. 선서를 하지 않았나요? 그에 따라 판결해야지요."

얼굴이 조금 굳는다.

".............그렇더라도 죽도록 놔두지 않겠어요."

제제를 노려보고 있다.

734 시미즈 마사 (bdIn2kt2ps)

2023-09-05 (FIRE!) 23:04:59

>>731 "........"

옥사나의 말을 뜻을 파악하느라 조용해진다.

"제가 목숨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목숨은 당연히 귀해요. 저는 그것을 앗아갔고요. 그러니 그것은 잘못이죠."

넌지시 던지고 나서,

"그런 복수귀같은 짓 하지 않아요. 하지만, 용서해 줄 거잖아요?"

그렇죠? 재차 확인하듯 묻는다.

735 SAMAEL (zURckYGEvE)

2023-09-05 (FIRE!) 23:05:55

【이 레스의 이전까지 올라온 질문에만 대답해 주세요.】

736 시미즈 마사 (bdIn2kt2ps)

2023-09-05 (FIRE!) 23:06:18

>>732 "왜 다들 그런 걸 자꾸 묻는 거예요? 제가 반성한다고 했잖아요?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난 마사는 매달리는 듯한 눈으로 배심원들을 바라본다.

"제가 미안해보이지 않아요? 거짓말 같아요? 제가 불량했던 아이라서 그런가요?"

737 SAMAEL (zURckYGEvE)

2023-09-05 (FIRE!) 23:06:58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두 번의 망치 소리가 심문의 끝을 알린다.
이 죄인의 내면을 캐낼 기회가 마무리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족스러운 심문이 되었습니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군요."
"뭐... 더 궁금한 게 있으면 개인적으로 캐낼 수도 있으니까요. 대답 여부는 차치하고."

더없이 가벼운 말투로 심각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사마엘.
그리고, 그의 뒤에서 완료를 알리는 추출 그래프.

"시미즈 마사의 심상으로부터 심상 독백이 추출되었습니다."
"이로써 제 3심 시미즈 마사 심문을 종료합니다."

738 SAMAEL (zURckYGEvE)

2023-09-05 (FIRE!) 23:07:22


심상독백³ #3 ── 죄수번호 002 시미즈 마사

739 제제 르 귄 (dDzlo9k62Q)

2023-09-05 (FIRE!) 23:07:44

"선서야, 결국엔 말 뿐이지."

고개를 들어, 마사의 눈을 마주한다.

"사람의 입이 뭐라 말하여도, 안에 무엇이 있는 지는 아무것도 몰라. 전부 겉치레 뿐이지."

풉. 입매가 올라 비틀린 조소를 자아낸다. 그것만에 의존한다면, 순진하다 말해주고 싶건만.

"진심으로 그리하나? 그대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도?"

기적적으로 타인에게 용서받아 산다해도, 나가자마자 그대를 찾아간다던가... 그대에 대한 것을 세상 구석구석 퍼트린다던가... 할수 있는 것은 많지.

즐거운가? 즐거움인가? 제제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린다.

"그런 것을 막기위해선 본좌의 목을 끊는게 제일로 확실하지 않은가? 무엇이 그대를 멈추고 있지?"

받아들이게. 본좌가 여전했다면 이런 협박조차 없이 그대를 용서랬을거야.
허나 모든 것을 용서하는 신에 불만을 품어, 내게 변화를 가르친건 자네이니.

740 제제 르 귄 - 옥사나 (dDzlo9k62Q)

2023-09-05 (FIRE!) 23:42:15

>>676 옥사나

거절당했다.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는 없다. 이성적인 부분이 그리 판단하였다. 그러므로 등을 돌려 떠나야 한다. 방으로 돌아가자. 그리고서는... 어떻게 해야하지. 모르겠다. 도착하고나서 생각하자.

막 등을 돌릴려 할때, 따스한 손이 몸을 감싸안는다.

"....! 헛...."

숨을 들이키는 작은 소리.

제제의 작은 몸은, 어른의 품에 알맞게 쏙 들어간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눈이 동그래 뜨인다. 무슨 연유로 이러는 지 전혀 몰라서 뻣뻣히 굳는다. 위로는 아닐테고, 역시 몸을 잡아서 목을 꺽어 죽인다던가?? 혼란에 휩싸여 눈을 이리저리 굴리지만, 어쩔수 없는 온기에 몸이 절로 반응한다. 생채적으로 그대로 녹아내리고 싶기도 하고, 거칠게 몸부림치고 싶기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행각에 결국 그 어느 쪽도 보류되어, 한참을 뜸을 들인 후에야 느릿느릿 답한다. 놀란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게 느껴질테다.

"....없지. 아주 어릴때... 스스로를 신의 그릇으로 갈고 닦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을 제외한다면."

한 다섯살 즈음 전후인가. 그 이후로는 눈물샘을 망가트리는 법을 배워, 조금 더 모두가 필요로한 신에 다가갔다. 하나의 성취이자 자랑이었다.

여전히 옥사나의 말을, 행동을, 그 머리속의 생각을 알지 못하여 동그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동공이 흔들린다.

"...어째서?"

학교?

사실, 학교가 궁금했다고는, 말 못해. 원한 적은 없다. 자신에게 역할은 따로 있었고, 신은 그런 것을 원하면 안되니까. 심장이 간질거리면, 그저 오랜 호기심을 채우는 지식욕에 불과한 일이다.

또래의 아이를 만나는 것도 여기와서 처음이었는데, 그런 조우가 넘쳐흐르는 곳이라니. 상상도 되지 않는다. 본인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아도, 혹은 이미 알기에. 그 상상은, 그래, 되려 공포를 안긴다. 간지러운 느낌이 있어도, 늪과도 같은 공포다. 원하지 못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그래도 품이 따뜻하다는 것 정도는 인정할 수 있다. 텁텁한 담배향이 느껴진다. 혼란스러운 눈이 옥사나를 향한다.

"...본좌를 혐오한다고, 증오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어째서.

멍하니 떨어져 팔을 벌리는 옥사나를 바라본다. 이해하지 못한다. 어째서 그런 말을, 행동을 하는 지. 할수 있는 지.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연유로 행동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는 말은 지나치게 달콤해 도이려 독의 위험이 느껴진다. 무방비한 옥사나의 신체를 바라본다. 거짓이라고 머리가 알아서 판단하여도, 꿀 처럼 달콤한 독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

언제든지 찌를 수 있다. 제제라도.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기에.

그래서 제제는 더욱 더 끔찍하고, 더욱 더 모독적인 방향을 골랐다.

한걸음 나아가, 방금과 똑같은 자세로, 다시 한번 옥사나의 품에 몸을 슬며시, 한 순간 기대어 버린다.

(사실, 사실은. 어른을 품에 안아주는 것보다, 안기는 게 더 좋았다.)

죄를 짓는 거 같다. 큰 죄악감에 빠진다. 그 자그만한 선택의 행동에 속이 뒤집어 지는 것 같다. 잠시 안긴 것도 잠시, 화상에 데인 듯이 빠르게 뒤로 다시 물려나려한다. 1초도 되지 않는 죄악이었다.

741 시미즈 마사 (NMn81.0dwk)

2023-09-05 (FIRE!) 23:46:36

밤, 잘 즈음 한 시각, 누군가 당신의 방문을 두드린다. 열어보면 그것은 베개를 든 시미즈 마사이다.

#난입! 재워달라고 온 거지만 진짜 아무나 이어도 괜찮아~~~

742 제제 르 귄 - 박권태 (dDzlo9k62Q)

2023-09-05 (FIRE!) 23:56:10

>>677 박권태

온기에 데인다. 너무 너무 뜨거워서 데여버린다. 화상은 끔찍해, 학습되지 않은 공포에 절로 거리를 두려 한다. 신체가 이리 떨리고 작은 가슴이 콩닥거리는 연유다.

그 손길에서 멀어지려 뒷걸음 친다. 생존본능의 연장선이다. 추례한 자아를, 고수한 숨을 지키기 위해. 무릎 꿇은 자세의 권태는 자신보다 작아보여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데도, 그가 너무 두렵고 끔찍하다. 그 두 눈이, 동요없이, 흔들림 하나없이 자신을 온전히 담은 그 두 눈이 너무나도 끔찍하다.

자신을 담은 두 눈이. 잘못을 담는 그 혀가. 가지고 있는 지도 몰랐던,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능을 자극한다.

그래서 도망친다.

초라한 무게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는 두 다리로는 전혀 속도를 낼수 없지만, 그래도 멈추면 안된다는 본능에 움직인다. 비틀거려도, 손으로 벽을 짚어야해도. 뒤에 일정한 박자로 발걸음소리가 들리는 게 너무 싫다.

그가 거는 말이 너무 싫다. 있잖아, 라는 말로 시작하는, 담담하고, 상냥하지 않지는 않은 그 말이.

"...시끄러워...."

그대로 힘이 풀리는 다리의 본능에 몸을 맡긴다. 조금만 더 있으면 방일텐데, 그 까지 가지 못한다. 그대로 벽에 기대 쭈그려 앉아, 얼굴을 무릎에 파묻는다. 손을 들어 귀를 막는게, 철없이 숨바꼭질하는, 혹은 투정부리는 아이와도 같다.

가까워지는 그의 소리도 막아낼수 있으면 좋을 텐데. 감정이 불안정하게 널뛴다. 선심쓰듯 건네는 그의 말도, 완벽히 막아낼 수 없어 숨긴 얼굴이 일그러진다. 손에 짓눌린 귀걸이가 아려온다. 존재가 부정당하는 공포에 그 손에 힘을 풀지도 못한다.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743 제제 르 귄 - 마사 (NZniSlePeQ)

2023-09-06 (水) 00:00:43

>>741 마사

몇초 지나지 않아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그 뒤에 서 있는 것은, 무미건조한 눈의 제제. 이미 잘 준비를 할 시간 일텐데, 복장은 여전히 단정해 평소와 다른게 없다.헝크러진 머리는 똑같지만.
제제의 등 뒤에는 방이 보이는 데, 의외로 단정해 생활감이 하나 없는 곳이다. 분명 제제라면 치우지 못해 어질러져 있을거 같은데도... 아니, 그 보단 아예 쓰지 않아 먼지가 쌓인 게 보인다. 대신 그와 대비되게, 침대는 전혀 다른 모양새다. 단정은 커녕, 침대보 위에는 어째서인지 찢겨진 종이 같은 게 흩어져 있다. 줄곳 그 위에 잠들고 있었던 것일까?

가라앉은 눈동자가 마사를 발견하다 동그랗게 뜨인다.

"...그대?"

심문이 지난지 얼마 안될턴데. 정말 예상 못했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마사를 바라보다, 그녀가 든 베개를 바라본다. 혼란이 증가하는 게 눈에 훤히 보인다.

744 시미즈 마사 (WA8MoiTKN2)

2023-09-06 (水) 00:10:49

>>743 "제제 르 귄 씨.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베개를 안은 채 얼굴이 빨갛게 익어 마사가 묻는다.

"들어간다면 방 정리부터 도와야겠지만요?!"

745 제제 르 귄 - 마사 (NZniSlePeQ)

2023-09-06 (水) 00:21:49

"으응?! 아, 아아, 그, 그래."

어리둥절한 모습은 그대로 지만, 옆으로 뒷걸음 쳐 마사가 들어올 공간을 만든다.

"어어, 무슨 일인겐가? 베개는 뭐고?"

자러 왔다는 것 자체를 떠올리지 못한걸까? 베개에 악령이라도 씌인거면 구마 같은 건 전문이 아니라 힘들거 라는 생각을 한다.

"으으응?? 내 방은 멀쩡하네만?!"

찢겨진 종이더미 위에서 자는것은 문제로 조차 취급하지 않는 걸까.

746 시미즈 마사 (WA8MoiTKN2)

2023-09-06 (水) 02:28:33

>>745 "......"

무슨 일로 왔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고 있다. 덕분에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멀쩡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이런 곳에서 자 왔던 건가요?!?"

베개를 발 근처에 내려놓은채 침대에 놓여진 종이들을 치우고 있다.

"이게 다 뭐야. 대체..."

혼잣말을 하던 도중 언젠가의 방송이 떠오른다. 제제 르 귄이 찢었다던 책... 이것일까?

747 옥사나 하네즈카 (yghIqNKj2E)

2023-09-06 (水) 03:31:40

>>740 제제 르 귄
"여전히 당신이 밉습니다. 여전히 증오스럽습니다. 여전히 혐오스러워. 아마 평생을 다 써도 제가 당신을 좋아하게 되는 일은 없어요."

아이를 끌어안은 손에 조금씩 힘을 더한다.
이대로 이 아이가 원하는 결과를 안겨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무방비했다. 연민을 잔에 섞고 조금의 괴로움을 더하니 다소 넘칠듯 말듯한 감정들이 밀고 들어온다. 줄리아, 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우리의 괴로움을 안다.
스스로 선탁했다고 믿어야만하는 괴로움을, 그를 위해 한없이 스러진 약동들을 기억한다.
단 한번도 살아있지 못한채로 외롭고 쓸쓸하게 또 허망하게 메말라가야함을 나 스스로 기억한다.
비명은 지르지 않는다. 어차피 닿지 않을테니까. 끈적거리는 사적인 감정을 뒤로 하고 멎지 않는 비명으로 눈물을 대신해야만했다.

"...괜찮은가요. 아프지는 않았나요."

품안의 작은 생명의 맥동을 느낀다.
조금 다급하게. 쿵쿵하고 울려대는 생명의 북소리를 덮을정도로 그 작은 목소리가 내뱉는 말은 참담했으나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세상은 원래 비루한 것들의 한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행동하지 않았다면 그저 아침 뉴스의 3분짜리 기사로 출력되고 타인의 자기긍정감을 위한 제물이 될 뿐이니까.

"저는 제제씨를 긍정하지 않아요. 저에게 살인은 여전히 구원이 아니라 죄악이고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말이에요."

그렇다고 끝없이 혐오하고 미워하기엔 우리는 타인입니다.
그렇다고 이를 보며 괴로워하고 슬퍼하기엔 이 아이는 아직 너무 어리고.
그렇다고 이미 저질러버린 죄를 무시하는것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래요 그렇다고. 몇번이나 덧붙일 수 있습니다 이유따위는.
내가 색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것이 이유가 있어서인가요?
그런건 어디까지나 어디에서나 붙일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구색 맞추기따위 이미 오래전에 지나온 길이니까요.

저희는 한 때 신이었습니다.
남의 목숨을 손가락 하나로 좌지우지하고 구원이니 벌이니를 지껄였습니다.
저희는 한 때 인간이었습니다.
저지른 일을 후회하고 편한쪽으로 도망치기를 선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지금 저희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지금 이렇게 살아있습니까.

비열한 살인마. 동정심을 사기위해 못하는게 없구나-.

...그러네요. 마음조차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저희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고 지나칠 수는 없어요."

신은 우리에게 임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우리같이 회개하지 않은 자가 아닌 진실로 선한자를 위해 움직이시니까.

다시 한번 떨어져가는 아이를 바라본다.
무언가 큰 죄를 저질렀다는 듯 급하게 멀어지는 아이를.
가련하고 불쌍하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을 위해 필요한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신이나 구원. 그런걸 믿는 사람은 적어도 이 감옥안에는 없으니까요. 남의 필요가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것을. 한번 생각해보시는거에요."

다를것이 없나.
이 아이도 나도. 서로를 죽이냐 죽이지 않느냐일뿐. 서로 깅요하는 것에는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천천히 손을 뻗는다. 아이의 머리를 향해서.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우리 다시 한번 이야기해봐요. 남이 눤하는게 아니라 그냥 스스로 하고싶은 것을.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데 조금 욕심을 부려도 괜찮아요."

748 INFO (1Xm9DScWn.)

2023-09-06 (水) 12:11:51

〔 ♩ ♬ ♪ ♬ 〕
〔 간수장 사마엘이 전해드립니다. 〕

〔 우선 투표 현황을 안내드리겠습니다. 접수된 투표는 총 5표입니다. 〕
〔 죄수 번호 001, 박권태. 용서한다: 2표. 〕
〔 죄수 번호 002, 시미즈 마사. 용서한다: 1표. 〕
〔 죄수 번호 004, 옥사나 하네즈카. 용서한다: 1표. 〕
〔 죄수 번호 005, 제제 르 귄. 용서한다: 1표. 〕
〔 전반적으로 용서를 많이 외치는 경향이 이번 판결에서도 드러나는군요. 〕

〔 그 다음으로 외부 판정단의 의견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접수된 투표는 총 12표입니다. 〕
〔 죄수 번호 001, 박권태. 용서하지 않는다: 3표. 〕
〔 죄수 번호 002, 시미즈 마사. 용서하지 않는다: 2표. 〕
〔 죄수 번호 003,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용서하지 않는다: 2표. 〕
〔 죄수 번호 004, 옥사나 하네즈카. 용서하지 않는다: 2표. 〕
〔 죄수 번호 006, 제제 르 귄. 용서하지 않는다: 3표. 〕
〔 -반면 관전자 분들은 결코 용서해선 안 된다는 듯 앞다투어 용서 안 한다는 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거 정말... 재밌지 않습니까? 〕

〔 오늘은 심문이 예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남은 심문을 위해 몸과 마음을 완벽히 준비시켜두기를 바랍니다. 〕

〔 밀그램 시스템은 공평한 재판 진행을 위하여 정보 공유에 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 〕

749 시미즈 마사 (YAFFvsM8CY)

2023-09-06 (水) 12:48:34

마사는 방송을 들으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

"왜... 왜... 왜...."

솔직하게 말했는데도 용서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는 거야? 외부 판정단이라는 거 정말 있는 거야? 누군가가 마음대로 조작한 거 아니야?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은 배심원의 용서한다는 표 하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숙인 마사다.

750 박권태 (Nbs7rflA1s)

2023-09-06 (水) 13:34:22

>>749
(당신의 뒤켠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아저씨 하나. 키차이 덕분에 자연스레 상체가 숙여져, 허연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린다.)
......
(당신이 손톱을 물어뜯는 손을 자신의 손으로 지그시 눌러 입에서 떼어내려 해본다.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유혈 사태는 누구도 바라지 않을 테니까.)
초조해하지 마. (그럴 수록 너만 아파.) ...... 오렌지 먹으러 갈래? (당신의 의식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어설프게나마 주제를 돌려보려 한다.)

751 시미즈 마사 (WA8MoiTKN2)

2023-09-06 (水) 13:37:48

>>750 손이 떼어내지고 나서야 권태의 존재를 알아챈다. 마사는 불안감이 가득 담긴 눈으로 권태를 올려다본다.

"......"

오렌지 먹으러 가자는 말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평소같았으면 좀 더 매몰차게 거절했을 것이다.

"저 심문 때에 뭔가 잘못했어요?"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해서 든다. 지울 수 없다... 마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752 박권태 (Nbs7rflA1s)

2023-09-06 (水) 13:42:20

>>751 마사
(어설픈 시도가 불발되었다. 곤란함을 담아낸 눈동자가 잘게 흔들리는 듯 하다가, 이내 어둠에 가라앉는다.)
......
(어떻게 답해줘야 할까. 멍청한 머리로는 답을 낼 수가 없어 선뜻 입을 열지 못 한다.)
......... 솔직한 평가와 진심 어린 격려 중 어느 쪽을 더 듣고싶어?

753 시미즈 마사 (WA8MoiTKN2)

2023-09-06 (水) 13:43:59

>>752 "저도 계속 생각해왔던 건 있어요. 담배를 피워도 되냐고 했다든지, 너무 솔직하게 말했다든지, 여유부렸다든지..."

그러고보니 눈이 퀭한 것도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목소리를 다잡고

"솔직한 평가요."

과감하게 얘기한다.

754 박권태 (Nbs7rflA1s)

2023-09-06 (水) 14:11:09

>>753 마사
(...) 담배 안 돼. (......) 지금은 없지?
(어쩌다가 내가 당신한테 이런 말을 하게 되었지...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미묘하고 복잡한 심경으로 당신을 봅니다.)
...... 1심하고 2심 때에는... (이런 말을 해도 될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아, 떠듬떠듬 신중하게 할 말을 고릅니다.) 마사가... 힘들어 했었고, 조금 더, 진중하게 행동했었지. 그랬는데, 3심에서는... 더 편해졌고, 여유도 많아졌어.
(나는 지금의 네가 더 좋지만. ... 라는 말은 분명 변명처럼 들리겠지요. 권태는 그대신 할 말을 끝맺기로 합니다.)
... "하필이면 있는 그대로 다 털어놓겠다 말한 시점에서", 네 태도가 변한 거야.
자칫 잘못하면 그건... 네가 마치, 원래는 반성도 안 했고 피해자한테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어.

755 시미즈 마사 (/Wx5gdqKys)

2023-09-06 (水) 14:27:15

>>754 "지금은 없어요."

지금은, 이라는 걸 강조하는 걸 보면 방 어딘가에는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악의 판결에 대비해서 마지막에는 몇 개피를 한꺼번에 펴 보고 가고 싶다, 같은 이상한 로망 같은 걸 생각하는 소녀일지도 모르고.

"......."

마사는 권태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다. 지금의 네가 더 좋다는 말에는, 조금 놀라 눈을 깜빡거리지만.

"그런가요. 제 실책이네요. 그런 게 아닌데."

낙심했는지, 어땠는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음이라는 게 있다면 있는 힘껏 돌려놓겠지만 지금으로선 거의 끝나 버렸군요."

...아니다. 전부는 아니어도 낙심한 게 분명했다. 어느새 마사는 재판장에서 보였던 것과 똑같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사실, 줄곧 생각해왔던 게 있어요. 사쿠라가오카에 입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가지고 있던 생각이요. 전 '가짜'고, 완벽한 학생회장 같은 건 제게 어울리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완벽한 사람이었다면 그런 중요한 자리에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겠죠. 원래 이랬어야 했던 건지도 몰라요. 이제야 모든 게 옳게 돌아가고 있는 거예요."

'가짜'에게 죽음을, 마사는 웃음소리를 내지만 어딘가 텅 비어 있다.

"그렇게 조심할 필요 없어요. 박권태 씨. 절 위로할 필요도 없어요. 마음껏 비웃으세요. 그러고 싶다면요."

자, 오렌지를 먹으러 가지요. 박권태 씨가 좋아하는 금박은 안 발려 있지만요. 그런 얘기를 하며 식당으로 그를 끌고 가려 한다.

756 박권태 (1Xm9DScWn.)

2023-09-06 (水) 21:32:02

>>742 제제 (#아이고 미안해 답레줬던 걸 지금 봤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는 당신을 붙잡아주지 않음은 단순히 팔이 닿지 못 할 거리에 당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당신이 달려가지 않았을 테니 그 간극마저 금방 줄어들었겠지만.)
소리는 안 질렀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당신이 이런 의미로 말하지 않았음은 안다. 다른 소음보다 자신을 공격하는 말소리가 더 아플 시절일 터다.)
... 왜냐니.
(......)
네가...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 이기적인 만족감이네요. 가타부타 말을 붙이지 않고, 권태는 다시 당신 앞에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췄습니다.)
제제야, ...... 아저씨가... 너를 괴롭히는 것 같니? 나는 네가 밉거나... 근간부터 잘못됐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너는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행동할 줄 아는 착한 아이잖아... 그 방식이 잘못됐을 뿐인걸. (...) 그냥, 지금의 사랑만 버리면 되는 이야기야. ... 힘들 것 같니?


>>755 마사
...... (안 그래도 날카로운 권태의 눈이 한층 가늘어진다.) ... 전에 너한테 맡겨뒀던 내 술은? (수상한 대답이 나오거든 당장 방을 급습해 가정방문(?)을 할지도 모른다...)
(화를 내거나 악을 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히 받아들인다. 이해해준 걸까. 다행이라는 안도가 들어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쩌면 당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방책일 수도 있고.)
실수해도 괜찮아,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한 번으로 결정짓기 않기 위해 세 번씩이나 재판을 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체념하지 말아줘.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완벽한 사람이란 게 정말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면... 오히려 그 '완벽한 인간'인 쪽이 가짜이자 허상이지 않을까.
(가짜한테 죽음이 내려진다면, 불티로 흩어지는 건 완벽한 학생회장일 터다. 지금의 당신이 더없이 가벼워보이는 것처럼. 세워온 이미지가 무너져가는 것처럼.)
(절레절레)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 거야. 비웃지 않는 건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인 거고... 그간 내가 한 생각은, 여기엔 나보다 최악인 인간은 없다는 결론이었거든.
(이 이야기를 끝내려는 듯 식당으로 자신을 끌고 가려는 당신. 권태는 잠시 자리에 붙박힌 듯 서 있다가... 무거운 다리를 끌고 당신을 따라가기로 했다. 마지막까지 하고싶다는 건 다 들어주고 싶었다.)

757 시미즈 마사 (WA8MoiTKN2)

2023-09-06 (水) 22:48:29

>>756 "아저씨 술 취향처럼 제 취향은 고루하진 않으니까 걱정마세요?!?"

팔짱을 끼고서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표정을 보면 농담인 것 같다.

"그야, 모르죠. 세 번째 재판의 무게는 첫 번째와 두 번째보다 훨씬 무거우니까요."

그러고서는 고마워요, 한 마디를 덧붙인다.

"지금까지는 잘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기대를 접을 수 없었죠. 언젠가는 탄로날 거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계속 그렇게 완벽한 학생회장의 이미지를 유지해온 거예요. 생각해보니 저도 참 바보같았네요."

그 웃는 모습은 자기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

"박권태 씨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뭐어..... 제가 최악인 사람이라고 얘기하긴 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겠죠."

마지막 말은 소근소근 말한다. 역시 자신의 마음을 해설해주는 것은 마사에게 익숙하지 않다.

냉장고 앞에서 가장 싱싱한 오렌지를 골라, 칼을 들어 오렌지에 예쁘게 칼집을 낸다. 이보다 완벽한 모양은 없을 만큼 예쁜 모양으로 오렌지의 껍질이 갈라진다. 하나 먼저 맛 보고는,

"박권태 씨도 먹어보세요."

한 조각을 내민다.

758 제제 르 귄 - 마사 (lQneBZDD3Y)

2023-09-07 (거의 끝나감) 02:11:51

>>746 마사

마사가 내려놓은 베개를 잔뜩 경계하며 손가락으로 콕콕 찌른다. 혹시...! 여기 안에 벌레 같은 것을 잡아 온 게 아닐까...? 벌레 잡는 것은 구마보다 훨씬 전문이 아닌데...!

물론 손가락이 닿는 것은 폭신한 솜밖에 없으나, 그럼에도 힐끔 힐끔 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 이상한가?"

머리를 긁적이며 침대를 치우는 마사를 지켜본다. 거, 익숙해지면 괜찮네만... 아리고 소심하게 반항도 해본다. 마사가 집은 종이는 실꼬기, 머리끈 만들기, 등이 뻣뻣한 종이에 친절한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어, 방송에 나온 얘기와 동일한 책임을 확인시킨다.

치우는 법을 모르는 지, 치울 생각도 못 했는지. 아무래도 둘 다 아닐까? 제제의 무게에 구겨진 지 오래지만, 그래도 치우는 데에는 별로 오래 걸리지 않을 듯하다. 제제는 쩔쩔 매면서 마사 뒤에서 기웃거린다.

759 제제 르 귄 - 옥사나 (lQneBZDD3Y)

2023-09-07 (거의 끝나감) 02:12:39

>>747 옥사나

"...이해하지 못하겠다네."

콩닥콩닥 뛰는 심장소리와 함께 고개를 내린다. 미워하고 증오하고 혐오한다면 외면하지. 멀리 멀리 도망가버리지. 품에 안지 말지.
어째서 일까, 그 아이가 생각났다. 이름조차 모르는 아이의 흑발이 태양 아래 부나끼는 모습이 생각났다. 이곳에 태양빛은 커녕 창문 하나 없고, 앞의 머리칼은 흰색일 더러 닮은 점은 하나도 없는 데 말이다.

"당연히 괜찮지."

고통은 불필요.

"아플리가 없지."

그러므로 없다. 자랑이자 성취다. 거기에 고통은 없으며, 있다하여도 다 그 길의 일환이다. 불평할 것은 아니며, 고통스럽다 느낄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애초에 질문 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숨을 들이쉰다. 옥사나의 따스한 품속에서, 그녀의 시리게 푸른 두 눈을 올려다본다.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고 지나칠 수 없다.뭔가 알아차린듯, 눈이 조금 커진다.

"...그렇구나."

중얼거리듯, 약간 놀란 듯이, 눈을 깜박인다.

"나는 괴롭구나."

불필요한 감정이 하나 둘 모여 찌꺼기가 되었다. 그 덩어리의 정체를 몰라 서성이고 두려워하였다. 미지의 공포에, 이 의사는 손쉽게도 손을 내밀어 작은 이름표를 붙여주었다.

아는 것은 공포를 덜어 준다. 이 사실이 되려 제제의 망가진 눈물샘을 자극하는 느낌이다. 물기가 나오는 일은 없지만, 눈가가 홧해지는 느낌에 조금 허둥지둥하게 된다. 그래서 일까, 무방비인 제제의 머리칼에 손이 와 닿을 수 있다.

눈이 다시 동그래져 멍해진다. 제제의 머리카락은 여태 관리를 한 듯 매끄러우면서도, 정리를 하지 않아 헝크러져있다. 미묘한 곱슬기가 백금발에 푹신함을 더 한다.

"나에게..."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를 곱씹듯이, 곤란한 듯이 눈을 굴린다. 남의 필요가 아닌 자신이 필요한 것?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굳어버린다. 내가 필요한 것. 내가... 나는 누구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 것이지. 원초적인 질문이 꽉 꽉 들어차 숨 쉴 공간이 부족하다. 이러면 안된다고, 뼈에 새겨진 의무감이 무겁게 눈을 부라린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불경하며, 신의 그릇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다. 곤히 잠들어 있는 78명의 이름이 가슴을 짓누른다. 그럼에도.

"....그래."

결국,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아무도 보고 있지 않으니까, 하는 이기적인 마음. 이로서 제제는 한 발자국 인간에게 다가간다. 이기적이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마음은 턱 없이 인간의 것인 그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그대와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실패. 패배. 이 것은 여러 이름으로 불릴수 있을 것이지만, 그 뜻은 일상통맥할 것이다.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기분이 그리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760 제제 르 귄 - 박권태 (lQneBZDD3Y)

2023-09-07 (거의 끝나감) 02:12:54

>>756 박권태 (#괜찮앙 :3)

바닥에 쭈그려 앉는 제제. 이승의 미약한 중력조차 버티기 힘든 듯, 귀를 막는 자세 그대로 몸을 앞으로 숙인다.

"..."

권태의 목소리가 너무 거슬리는 동시에, 그의 말 하나 하나에 매달리게 된다. 어떤 방식으로도 그를 닥치게 만들고 싶은 데, 등 뒤의 인기척이 너무 그립다. 상반되는 마음, 널뛰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몸을 떠는 데, 그 바닥 만을 담던 시야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고개를 든다.

권태를 올려다 보는 얼굴은 형편없이 일그러져있다. 울상과도 같고 절망과도 같고, 분노와도 같은.

"....흐윽..."

눈물 하나 없는 데, 흐느끼는 소리를 낸다. 신 답지 않은 울음소리라 더더욱 서러워진다. 권태의 목소리가 상냥해 괴롭다. 속으로부터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다. 거짓말이라 일갈하고 영원히 눈도 귀도 닫고 싶다. 익숙한 게 그립고, 성수가 그립다.

아아, 어머니.

처음으로 당신을 원망합니다.

어째서 저를 신으로 만드셨습니까?

어때서 저의 신체를 신을 담는 그릇으로 빚어, 비루한 목숨 또한 스스로 끊지 못하게 만드십니까?

왜 모두에게 허락된 행복을 저에게만 앗아 가셨습니까?

밉지 않다니. 착한 아이라니. 이상한 말만 한다고 비명을 지르고 싶다. 흐느끼듯 말이 새어 나온다.

"차라리 그들을 미워했다면 좋을텐데."

어릴 때 읽은 동화가 생각난다. 어느 아이가 외로워 눈으로 만든 작은 친구는, 추울까봐 따뜻하게 안아주자 그 온기를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려 사라졌다. 축축히 젖은 장갑이 시려 엉엉 우는 아이의 삽화가 들어있었다.

"그랬다면 좋았을텐데..."

흐느끼듯 입밖으로 탈풀하는 소리지만, 허황된 말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설령 제제가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어도, 어찌 78명의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배운 사랑 그대로 그들에게 베풀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눈 앞의 사람에게 또한 정이 들어 귀 기울일 수 밖에 없지 않을 수 있을까.

761 시미즈 마사 (H/Qo12heVI)

2023-09-07 (거의 끝나감) 06:15:21

>>758 베개를 콕콕 눌러보는 모습을 보면서 뭘 하나 싶은 모양이다. 설명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얼굴이 더욱 익는다.

"그냥 특별할 것 없는 베.개.거든요?!?"

더럽거나 할 건 없으니까 그리 만지지 말아주시겠어요?!? 같은 말은 지금은 못 한다. 묵묵히 종이들을 치워낸다.

"도대체 책은 왜 찢으신 건가요."

손목에는 제제가 선물한 머리끈이 악세서리처럼 걸려있다.

"그리고 치우지도 않고 이 위에 놔둔 건 또 뭐구요. 이렇게 자면 불편하잖아요?!?"

침대를 삿대질하며 제제에게 묻는다. 아직 자러 왔다는 얘기를 하기보다는 잔소리가 쉬운가 보다.

762 제제 르 귄 - 마사 (lV/lekY8J6)

2023-09-07 (거의 끝나감) 20:01:44

>>761 마사

힝입니다... 의 의인화가 되어버린 제제. 땀만 뻘뻘 흘리며 옆에서 쭈글거리고 있다. 베개는 이제 냅두고있긴 하지만, 마사의 삿대질+잔소리 콤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건 어쩔수 없다. 저절로 무릎도 꿇여지는 느낌이 펄럭 조물주에게 등짝 스매쉬 받은 자식놈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내고 있다.

" 너무 뭐라 하지 말게에에"

종이가 한 곳으로 단정히 쌓이자 찌그러진 제제가 우물쭈물 다시 올라온다. 어른스럽게 굴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도 마사의 꾸중을 마주하면 절로 쭈구러진다.

"그냥, 뭐... 그냥...?"

우물쭈물 대답하는 것 조차 맥가리 없다. 가슴에 갑갑한 감정의 이름도, 그때 넘쳐 흘러 어떻게 할지 몰랐던 폭력의 갈망도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 그저 모든 것을 '그냥'이라는 말로 덮어두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시선은 피한다. 종이뭉치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때 책을 파괴하며 조금이나마 느낀 안도감의 기억을 쿡쿡 쑤시는 데, 다시 마사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 머리끈의 모습이 제제의 마음을 빼앗는다. 거기 걸려있는 색색의 장신구의 모습에 가슴께가 간질거린다. 그 이유는 모르지만.

"딱히 치울 생각을 못해서......?"

익숙해지면 괜찮네만.......하고 소심하게 다시 항의하지만, 마사가 조금이라도 눈썹을 들썩이면 흐잉, 하고 수그려진다. 크흠, 크흐흠, 하고 헛기김이나 하며 소매로 하관을 감춘다. 주제를, 주제를 바꿔야 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베개에 시선이 놓인다.

"그, 그래도 그대가 치워주었으니 괜찮은게... 아니, 바, 밤이 늦었으니, 자고 가지 않겠나?"

...마사의 방이 몇 걸음 밖에 있다는 것을 빼곤 완벽한 대사였다. 입밖에 내고서야 아차, 하지만, 그냥 에라이 됐다라는 마음으로 밀어붙인다. 고개를 휙, 돌리면 귀걸이가 움직임을 따라 짤랑, 하는 소음을 낸다.

763 시미즈 마사 (mRaXecQlKQ)

2023-09-08 (불탄다..!) 09:05:34

>>762 "그냥이라니 뭔가요?!?"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나 감정이 있었으려니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마사는 더이상 따져묻지 않기로 한다.

"제제 르 귄 씨. 이런 것들은 바로바로 치워줘야 한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잠자리가 편안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책은 찢는 게 아니에욧!!"

설명을 해주는 듯하다가 급발진한다. 사실 머리끈을 만들어준 걸 후회하는 듯해서 조금 서운했다든가 그런 얘기는 하지 못해서.... 가 아닐까.

"늘 제 손만 빌려서는 안된다구요. 이번은 이걸로 해결되었지만 제제 르 귄 씨의 방은 청소도 필요하겠어요."

팔짱을 끼고서 먼지 쌓인 것을 돌아본다. 그대로 잔소리 잔소리 잔소리로 이어지려는 콤보가 제제의 주제 돌리기에 의외로 막힌다?!?

마사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드리운다. 그야 자신이 말하기 어렵던 것을 상대가 말해주었으니 이보다 좋을 것은 없다.

"뭐어 제제 르 귄 씨가 굳이 그렇게 말한다면 자고 가도록 하지요! 어디까지나 제제 르 귄 씨가 부탁하니까 그런 거예요!! 딱히 제가 심정이 복잡하다든가 지난 심문이 걱정된다든가 제제 르 귄 씨가 한 말이 신경쓰인다든가 해서가 아니구요?!?"

도도하게 콧대를 치켜들고서 히죽히죽 수상할 정도로 웃고 있다. 자신의 베개를 침대 위에 올려놓고 너무 좁은가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한다.

764 박권태 (FVwEjxqZ1M)

2023-09-08 (불탄다..!) 23:33:54

>>757 마사
(가늘게 뜬 눈 그대로 입이 삐죽 튀어나오는 걸 보니, 당신의 말이 농담임을 눈치채지 못 한 듯 싶다.) 술맛도 모르는... 아니 그렇다고 지금 네가 알아야 한다는 뜻은 아닌... 하... 됐다.
(하기야 당신이 어른 되어 술을 마시러 간다면 당신은 칵테일바 같은 곳을 갈 테고 권태는 동네 호프집이나 갈 사람이니까...)
... 그만큼 무거우니까, 다들, 모든 증거를 토대로 잘 고민한 다음 투표할 거야. (고맙다는 말은 별 반응 없이 넘어간다. 아마 한 귀로 듣고 그냥 흘린 것 같다.) ... 잘 알고 있네.
(자신을 포함한 죄인들이 그간 당신한테 넌지시 흘렸던 말들, 계속 학생회장에 집착해야겠느냐 물었던 말들. 그 뜻을 당신도 깨달았으니 더 이상 말을 달아봐야 정말로 의미 없는 잔소리만이 안 될 것이다. 지금은 다른 말을 해주어야 할 때다.)
그럼 말야, 마사야. 지금은... 완벽한 학생회장 말고, 또 다르게 되고싶은 자신의 모습이 있어?
(그것은 자신이 응원해줌직 할 거라고 권태는 생각했습니다.)
...... 네가 그랬었나? 어,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반응을 보아 마음에 크게 담아두진 않는 것...같...죠?) 뭐랄까, 그냥. 정당한 관찰의 결과라고나 할까......
(웅얼거리며 말끝을 흐린다. 당신이 준 오렌지를 받아들어 입에 넣는 모습은, 방금 전 자신이 한 말에 달관하여 사실이라 받아들인 사람의 행동이었다. 담담하던 표정은 금방 오렌지의 신 맛에 잔뜩 구겨진 표정이 되었지만.)
............ 안 셔......?


>>760 제제
(권태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아연함을 당신이 읽을 수 있었을까?무어라 말하려 했던 것도 까먹고 입술을 붕어처럼 뻐끔이고 있었다.)
... 사랑을 버리기 힘들구나.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없는 거야.
(나 또한 그렇단다, 내 슬하의 어린 것을 보면 없던 사랑도 생겨나는 마당에 어떻게 있는 사랑을 흘려버릴 수가 있겠어.)
우리는 지금 모순에 빠져 있어. 사랑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데, 계속 숨을 쉬기 위해서는 사랑을 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해. 아저씨는... 모르겠다. 그런 방법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 걸까.
(모르는 사람 둘이서 이렇게 대화해봐야 공회전뿐이 더 될까. 지금 시간의 근본적 문제가 이것이었다.)
하지만 바깥에는 사랑을 하면서도 손가락질 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을 보면 무언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제제는 똑똑하니까 금방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제제가 알아내서 나한테 알려줄 수 있을까.
(그런 방법따위 나한텐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당신한테 조금이나마 '남을 위한다'는 위안을 줄 수 있다면.)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

765 옥사나 하네즈카 (jLHfSmSggc)

2023-09-09 (파란날) 13:45:33

>>759 제제 르 귄

“그런가요.”

전해줄 말이, 너무나 많아요.
미워하는 사람일수록 전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전할 수 있었겠지만…
여전히 나는 이 아이를 좋아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마음만으로 모든 것을 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당신이 밉습니다.
당신을 증오합니다.
당신의 그 생각도 혐오스럽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것은 당신을 향해서는 안되는 감정입니다.
저는 당신의 안에서 자그마한 자신을 바라보는 겁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비겁하게도.

우리는 이야기해야만 합니다.
스스로의 고통을, 괴로움을. 나눌 상대가 없다는 것은 그저 괴로울 뿐이니까요.
아무리 자그마하더라도, 고통은 바람에 날아가는 것이 아니까요.
…날아가 버리면 좋았을 텐데.

자그마한 목소리가 울립니다.
그것이 제가 모르는 누군가가 나에게 물어보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내가 내 안에 고독을 버리는 것인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저 저는 고독하고, 괴로웠습니다.
겨우 찾아낸 햇볕조차도 누군가가 찾아와 무너뜨리는 것이 버틸 수 없었습니다.
그냥 그런 거에요.

“그런가요.”

다시 한번, 괴롭다는 아이의 말에 대꾸합니다.
파헤칠 생각은 없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정할 일입니다. 하지만 분명 저보다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저 아이의 안에 자리 잡은 어른들의 욕망들이, 아이에게 짊어지게 한 의무감이. 혐오스러웠습니다.
거의 다 탄 숯이 열을 잃고 바스라지는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미 심문을 시작하기 전부터 조금 피운 탓에 시샤를 태우던 열기는 조금씩 식어갑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조금 정리해주듯이 쓸어 내렸습니다. 푹신한 것이 만지기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젊은 나이니까요.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괴로운 관리가 기다리는 겁니다.

아이를 안고 있던 손을 풀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이러고 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러네요. 저도 제제씨와 이야기 하고 싶어요.”

당신이 밉습니다.
저를 돌아보게 만드는 당신이 밉습니다.
사라지고 싶다고 바랄 때 마다 이전의 저를 떠올리게 만드는 당신이 부끄럽습니다.
고통을 알지 못하기에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싫습니다.
당신을 바라볼 때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저의 죄는 떨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음에, 저는 기도합니다.
제가, 아이가 구원받을 수 있기를.
누군가의 빛을 저물게 만들었음에도 비겁하게 살아남기를.

“일단 돌아가도록 할까요.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까요.”

766 제제 르 귄 - 마사 (qpO28eXri6)

2023-09-09 (파란날) 23:12:36

>>763 마사

"그냥은 그냥이지..."

왠지 해탈한 듯이 중얼거린다.

"가슴이 답답하고 폭력을 행하고픈 느낌이 지속 되는데, 그걸 어떻게 멈출지는 몰라서.."

화나서 어쩔 줄 몰랐다는 말을 하도 꼬아서 한다. 그때는 마침,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것'도 곁에 있었고... 마사의 움직임에 함께 흔들리는 머르끈에 생각을 잇지 않는다. 그 색색의 존재 만으로 제제는 약해지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읽진- 끄윽, 아, 알겠네에..."

잠자리가 굳이 편해야하나든지, 꿍얼거리다 마사의 매서운 눈에 금방 다시 찌그러진다.

그러나 마사가 도움을 준다는 사실 자체는 기분 좋은 듯하다.

침구의 크기 자체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마사가 고개를 기울이는 사이에 침대에 걸터앉는다. 최근 몇칠과 달리 뻣뻣하게 찔려오는 게 하나 없어 훨씬 편해졌다. 그게 조금 신기한지 손으로 천을 툭툭 건드린다. 하는 데 1분도 채 안걸리는 일이 그렇게 생각하기 힘들었나보다.

"그, 그래...."

마사가 눈을 빛내며 반짝이는 미소를 짓자... 마사가 쏟아져내는 말과는 달리 단답으로만 답할 수 밖에 없다. 함께 자고 싶었던 것인가... 하고 마사의 의도와는 달리 깨달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진정한 '으른'은 티내지 않기에, 그저 헛기침하며 그래, 그래, 고맙네, 하고 딴청을 피운다.

"허나...굳이 필요한가? 청소가."

기분 좋은 생각을 하는 지, 손으로 침대를 쓸며 눈가가 휘어진다.

"조금만 있으면 우리 둘 다 더 이상 이 침구는 쓰지 않을턴데. 어느 쪽으로든."

제제가 생각하는 '어느 쪽'은 꽤나 극적인 길이라, 그 걸 보는 마사는 조금 다른 기분 일수도 있겠지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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