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일상과 이벤트는 이 곳에서. ※ 수위 규정 내의 범죄 행위와 묘사를 허용합니다. 이전 재판장: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12075 휴게실(잡담방):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12077 시트 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09080
의례적으로 한 말에도 꼬박꼬박 대답한다. 마사가 지금까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짐작도 못하고 있다. (성격이 바뀐동안 제제는 주로 방안에서 이불로 돌돌말려 도롱이벌레를 흉내내고 있던 시기이기에, 마사의 모습을 제대로 볼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일까?)
간단한 질문인데도, 왠지 섣불리 대답하지 못해 입매가 굳혀진다. 결국 그 사소한 질문에 선택하지 못해 소리내어 묻고 만다.
"...먹는 쪽이 좋은가?"
어느 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지? 혹시 다른 숨겨진 답이 있는게 아닐까? 뻔하다고 생각한 답안이 뒤집어져 이런 작은 문제도 두번 세번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은 매우 짜증스럽고 수고스러운 일이었다. 이러한 시험은 어릴때 벌써 졸업한 줄 알았는데. 속내로부터 이러한 짜증은 어쩔수 없어, 약간 부루퉁하게 물어보게 된다.
괜히 둥그레진 마사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뾰족한 마음도 표출하기 머쓱해진다. 그렇다고 판단을 받은 이후 상시 가라앉은 기분을 끌어 올리기에는 역부족해, 찰랑거리는 유리잔을 탁, 하고 (나름) 세게 마사 앞에 둔다. 물이 살짝 넘쳐 흘려 손가락 끝을 적시지만 괘이치 않는다.
의외로, 마사의 말에 화내는 일 없이, 잠시 멈추어 곰곰히 생각한다. 마치 새로운 관점을 받았다는 듯이.
"기분이... 그래, 나는 지금 기분이 나쁘군."
아니, '본좌가' 말일세, 하고 말투를 또다시 정정하다간, 입매에 힘을 준다.
"좋을 수는 없겠군, 그래."
무심코 말이 비꼬듯이 나오지만, 굳이 주워담을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기분이 나쁜지 확실히 이해도 못하면서 날선 반응을 내는 것이 유치하다 느껴질수도 있다.
>>561 제제 그런 건가. (태클 걸기 귀찮아서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기 욕심에 질문하기가 창피했다는데, 어른이 이해해주어야지.) ... 그랬지. (단순히 의도만을 따지자면, 나보다는 당신이 더 순수하고 선했겠지만. 큰 틀은 우리 둘이 동일하다는 권태의 결론은 여전히 변함없다.) 내 입으로 그걸 말하는 거 엄청 힘들다는 건 알지. 알면서도 일부러 물어보는 거면 정말 악질이다 너...... (한숨 섞인 목소리로 한탄하며 한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빈말은 결코 아니라는 듯 눈 밑에 시름이 한층 거뭇해진다.) (이 말이 당신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는 것도 힘들다. 최첨단 기술에 의지해야 겨우 새어나올 만큼 깊숙한 내면에 위치한 사고를 꺼내는 과정에서 생채기가 덧난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떨리는 당신을 배려하지 못 했음은 이것이 원인이다.) 사랑하는 목숨으로써 그래서는 안 되니까. (아내의 목소리가 귓전에서 들리는 듯하다.) 불안과 분노면 상관 없어. 자기 보호였어도 돼. 복수를 위해서였어도 용서받을 거야.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죽이는 건 모순이야. 목적과 수단이 일치하지 않는 거라고. 사랑한다면 품에 안고 돌보아야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버려서는 안 되었어...... (원래부터 동공이 열려 초점 없던 눈이 더욱 커진다. 울음일지 공포일지 모를 것이 발끝부터 집어삼켜 호흡이 가파르다.) 사랑해야 하는 사명이 있었다고 말한 네가 미련 향해 고개를 돌리자 용서 받았었잖아. 하지만 신으로 올라 사랑의 의무를 다시 붙잡으니 용서받을 자격을 잃고 말았지. 사랑과 행복을 되돌려받고 싶어서 불순물을 치웠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용서받았어. 하지만 내가 죽인 게 사랑하는 가족 그 자체라고 판단되자마자 나는 용서받지 못 했어. 이건 우리의 사랑이 잘못됐다는 증거야. 말 해봐, 그게 아니면 또 무슨 설명이 가능한데? 나는 처음부터 아무도 사랑해서는 안 되었어...... (자신이 은혜를 사랑했기 때문에 은혜가 죽어버렸다고 질책하는 소리가 들린다. 거친 숨소리를 가리기 위해 손으로 입을 숨겼지만, 고인 눈물을 통해 그가 울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용서해주게." (권태의 괴로움에 입은 심드렁하게 의미없는 사과를 담는다.) "같은 '죄인'이니."
(그렇게 가라앉은 두 눈으로 권태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본의아니게 그를 괴롭힌게 되었으나, 마음에 죄책감은 없다.)
(어째서 용서받지 못했는가? - 가장 큰 난제다. 뭐가 틀렸고, 뭐가 동의하지 못하든, 제제에게 그것이야 말로 그저 헛치례이자 빈말이었다. 무엇이 진심이라 하든, 결국에는 각자 원하는 게 있어서 용서치 못한다 판결한게 아닌가. 그저 제제가 기대에 부합하는 신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이유를 물어보기 너무... 두려웠다. 스스로의 투표를 밝히기를 원하지 않을거라 변명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제제는 그 이유를 모르면서도, '용서받은 자'에게 그 이유를 묻는 것이 두려웠다. 생각만해도 턱턱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외면했다. 대신 다음으로 만만한 '용서받지 못한 자'에게 화살을 돌렸다.)
(무엇보다, 그는 '사랑에 기반한 선택'의 무게를 알고 있지 않겠는가?)
(동질감에 기댄 선택. 그 선택은 똑같이 처참한 무게를 가지고 제제를 짓눌렀다. 권태의 말은 가시가 되어 말하는 자도, 듣는 자도 공평하게 찢어발겼다.)
- 사랑한다면 품에 안고 돌보아야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버려서는 안 되었어......
(그렇군, 이라고 말해야 했다. 말해주어서 고맙네, 라고 말해야 했다. 허나 나온 것은-)
"....우욱."
(초라한 헛구역질.)
(속이 울렁거린다. 답답하다. 숨을 쉬지 못하겠다.)
- 이건 우리의 사랑이 잘못됐다는 증거야.
"아, 아니야. 아니야..."
(토하고 싶다. 갑갑하다. 숨이, 공기가 역겨워. 식은 땀으로 축축한 두손이 목덜미의 옷가지에 바르작거린다. 똑바로 서 중력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해 등을 굽힌다.)
- 말 해봐, 그게 아니면 또 무슨 설명이 가능한데?
(아니야. 아니야. 아니냐.)
(내 사랑이 잘못된거야? )
(그럴리가 없어. 나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기계장치의 신. 사랑할수밖에 없는 짐승. 그러면 나의 존재자체가 틀린거야?)
(속이 뒤틀린다. 분노와원망과 절망이 섞여 하나의 진흙탕을 만들어낸다. 화내고 싶었다. 저 헛소리를 지껄이는 더러운 입을 뭉게고 슬피 울리는 목울대를 짓이겨 더는 다시 그런 말따위 못하게 하고 싶었다. 어리석은 자의 더러운 거짓말일게 분명했다! .......하지만 권태는 결국, 자신과 같은 '용서받지 못한 자'였다.)
(거짓말이 아니다. 동질감이 그것을 증명했다. 제제는 이 둘 중 하나, 누구든 죽었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바랬다.)
- 처음부터 아무도 사랑해서는 안 되었어...
"그건 -"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지, 무슨 느낌으로 말하는 지 모르겠다. 소동물이 짓눌려 나오는 단말마같은 목소리가 흐느끼듯 새어나온다. 권태를 믿었기에, 그를 부정하지 않는다. 못했다. 제제는 사람의 말을 믿을수 밖에 없다.)
>>572 제제 (당신의 등이 굽어감이 마치 벼가 고개를 숙임과 같다. 꼿꼿이 고개 치켜들고 있던 지난 세월이 버거워 무게를 이기지 못 했음이라. 사죄하듯 머리 숙이는 당신의 앞에서 권태는 허리 세워 그저 서 있었다. 나는 당신을 용서할 수는 있지만 당신의 사과를 받을 수는 없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기에 마주 인사를 해주는 것조차 하지 못 한다. 그것은 아마, 당신이 죽인 78명이 선택해야 한다.) (여기 숨 쉬지 못 하는 죄인이 두 명 있다. 그들의 결정이 누군가의 세계를 바꾸었으니 이 어찌 환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 또한 마찬가지야. (세상을 더 오래 살아간 인간으로써, 자신은 저들의 환희를 당신한테 풀어서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 내 사랑이 잘못되었듯, 너의 사랑도 어긋났다는 뜻이야. (변화가 낳은 당신의 공포를 앞에 두고, 권태는 눈물을 흘렸다. 무슨 이유로 이랬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것마저 나의 탓이라는 어렴풋한 확신만이 뚜렷하다.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 미안. (언젠가 우리 둘의 상황과 반대되지 않는가. 나의 질문에 당신이 '용서받으리라'라고 예언했던 어느 날. 이제는 내가 당신한테 용서받지 못 함을 선고한다. 당신은 나한테 안식을 주었건만 나는 당신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 그것이 쓰라려서.) 네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못 해서, 미안해. 네가 옳다고 말하지 못 해서... (숨을 골라야 한다.) ...... 미안.
>>574 마사 마사의 손이 주머니를 향해 움직이는 것을 지그시 바라본다. 입을 열려하다, 마사의 말에 콧웃음을 친다.
"가치관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얘기 말인가? 그게 본심인지 누가 아나. 그저, 본좌가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돌려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 그대, 알고 있는가?"
비틀린 웃음을 자아낸다.
"심문에서 죄인은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지. 하지만 배심원석에 선자는 그럴 의무가 없어."
무슨 이유로 투표하든, 무슨 속내를 가지고 있든, 말하는 것은 언제나 다른 의도를 보여도 된다. 마치 많은 신도들 대부분이 자신의 인정을 갈구한다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저 어느 형태로든 안심을 갈구하고 있던 것처럼 말이다. 알고도 포옹하고 사랑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였으니 모를리가 없다.
그러므로, 그 글귀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자들도 그리했으니, 이번도 그저 자신이 기대에 못 미친게 틀림없었다! 그저 그게 어느 부분인게 의문이었다. 그 뿐이었다.
조소와 함께 찡그리고 있던 눈이, 마사가 안경을 벗자 동그랗게 뜨인다. 안경을 벗은 마사의 얼굴은 마치 모르는 자를 마주 하는 것같다. 그녀의 말에 침묵을 고수한다.
"변화라 말인가."
이상한 말이다.
"그야, 본좌의 길에 미래는 없으니. 오히려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게 이상하지."
여상하게 답할 수 밖에 없다. 오래 손에 들고 있던 오렌지 조각을 만지작거리다, 드디어 입안에 넣는다. 상큼한 과즙이 터져 혀를 즐겁게 하는 데, 그 즐거움이 되려 슬퍼졌다. 이유는 모른다. 그래서 마사를 바라보았다.
세이카는, 조용히 휴게실의 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듣는듯 보이지만, 그 노래에 심취해 있지는 않은채 그저 허공을 바라보며 다른 생각에 빠진 듯하다. 무언가를 먹고 있지도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지도 않는 상태. 어느 의미로 가장 충실하게 이 휴게실이라는 장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저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서, 30도 위의 천장 모서리를 향해있는 시선.
혹은, 아이로서 할 수 없는 것을 너무 일찍 체감해버린 탓일 수도 있겠다. 마사는 부정은 하지 않는다.
"그야 그렇겠지만...! 남이랑 비교하면 끝도 없어!"
팔짱을 끼고 얘기한다.
"귀귀귀귀엽다니, 그런 건 잘 모르겠는걸!!"
그때도 말야... 라고 말을 꺼내지만 변했을 때의 얘기는 역시 부끄러운지 말을 않는다.
"싫어할 리가 없잖아. 좋아해..... 하지만 이 마음은 세이카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과 같진 않은 것 같아."
어렵게 말을 꺼낸다.
"어쩌면 세이카를 더 알아가게 되면 다른 의미로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래. 그러니까...."
마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친구로서라도, 널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렇게 할게."
세이카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이 없는 상태, 세이카의 뒤에 무엇이 드리워졌고 소녀가 무엇을 어떻게 저질렀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 그야말로 용서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지금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마사에게는 큰 결심을 필요로 했지만, 지금에야 세이카가 바라는 말을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다.
"지금에야 이렇게 말해줄 수 있어서 미안했어."
지난 심문이나 지난 시간들에서 떠나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알고서도 확실히 대답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 죄인들이 서로를 살해할 수 있는지, 그리 한다면 어떻게 되는지를 물어본 사람이 있습니다. 죄인 제제 르 귄이었죠. ... 공개적으로 답변을 드리자면, 밀그램 시스템이 많이 곤란하겠죠. 시스템 유지에 필수인 인적 자원이 20%나 소실된 셈이니. 거기에 살해한 사람이 용서받을 확률이 더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 〔 ...... 〕 〔 제가 무엇을 언급하지 않았는지, 다들 어렵지 않게 눈치채시리라 생각합니다. 〕
〔 그리고 소원 수리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할 필요가 있어 이리 언급드립니다. 〕 〔 석방 이후 여러 상황이 겹쳐 소원의 실행이 논리적,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생길 경우 저희 측에서 여러분의 소원을 지원해드리기가 많이 어렵습니다. 최대한 노력을 해보긴 하겠습니다만... 사실상 여러분의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꽤 높아 미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 〔 일생에 다시 없을 기적같은 기회를 부디 헛되이 흘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
〔 다음 심문은 이번주 화요일 10시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이전에 심문 개최가 확정될 경우 다시 안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죄인 여러분들은 이틀 뒤의 심문을 위해 몸과 마음의 준비를 마쳐주시기 바랍니다. 〕
〔 밀그램 시스템은 공평한 재판 진행을 위하여 정보 공유에 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 〕
생각이 많은 눈으로 마사를 바라본다. 중얼거리듯, 마사의 뒷말늘 곱씹어본다. 잔잔한 말을 자신의 혀위에 굴리면 사탕마냥 녹아내리는 데, 그 맛은 달콤하기보단 씁쓸하다.
"... 그냥 바라본다라. "
그렇게 그냥 두 눈을 내리깔고 싶었다만, 이어지는 그 이유에 눈을 깜박인다.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제제는 놀랐겠지만, 마사의 붉은 두 뺨에는 눈이 동그래질수 밖에 없다.
"본좌의 신도가 아닌데도? "
고작 싫지는 않다는 하찮은 말인데도 조심스레 물어보게된다. 자신이 이곳의 사람들애게, 눈 앞의 소녀에게 애정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반대는 말이 다르다.
답을 기대해버리는 못된 마음이 원망스럽다. 신 답지 않은 추태 그 이하 그 이상도 아니기에. 그러기에 마사의 말에 쓴 미소를 짓는다.
참으로, 본좌에게는 어려운 처자다. 그렇게 미래만을 바라보아도 될까. 그런 올곧은 눈이 반짝거리지 않는 것은 아니네만, 소녀도, 제제도, 짊어지게 된게 많은 데. 지금도 제제 마음속에는 78명의 이름이 고히 잠들어 있는데. 죄악감이 없다 하여도, 그런 무게를 들고 있는 이상 제제에게 보이는 미래는 하나다.
경계 가득한 마사의 눈에 쿡쿡 웃음소리를 낸다.
"본좌가 시험해 볼것은 아니지. 다만 누군가가 그럴 마음이 든다면, 그저 그를 돕는 게 본좌의 도리라 볼 뿐."
그대 또한 책임의 무게를 알고 있는 자가 아닌가. 멋대로 동질감을 느껴, 특히 응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 먼저 외부 판정단의 의견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접수된 투표는 총 7표입니다. 〕 〔 죄수 번호 001, 박권태. 용서하지 않는다: 2표. 〕 〔 죄수 번호 002, 시미즈 마사. 용서하지 않는다: 1표. 〕 〔 죄수 번호 003,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용서하지 않는다: 1표. 〕 〔 죄수 번호 004, 옥사나 하네즈카. 용서하지 않는다: 1표. 〕 〔 죄수 번호 006, 제제 르 귄. 용서하지 않는다: 2표. 〕 〔 외부에서 보기에 여러분은 결국 살인자일 뿐이란 걸까요? 후후... 〕
〔 다음으로, 오늘 10시 정각에 심문이 예정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 두 번째 심문은 죄수 번호 004, 옥사나 하네즈카를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죄인 옥사나 하네즈카는 해당 시각에 심문 진행이 어려울 경우 최대한 빠르게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 〔 덧붙여 내일에도 심문이 예정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세 번째 심문은 죄수 번호 002, 시미즈 마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 죄인들은 모두 빠짐없이 10시 정각에 옥사나 하네즈카의 심문에 참여하여 주십시오. 〕
〔 밀그램 시스템은 공평한 재판 진행을 위하여 정보 공유에 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 〕
>>578 제제 (당신의 중얼거림에 권태는 눈을 감았다. 침묵은 긍정을 뜻했다. 우리 모두가 당신한테 전해지길 바랐던 마음이 이런 형태로 밖에는 도달할 수 없었다니. 필요한 과정임은 당연지사지만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사랑하고 사랑했던 이들한테 상처 주고싶지 않음은 지금도 여전했으니까...) (권태는 앞으로 넘어지려는 당신을 받쳐주었다. 묽은 위액에 옷자락이 오염되지 않도록 막아준다. 인간된 도리로써 그 정도의 배려는 보여줄 수 있었다.) 나한테는 사과할 필요 없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권태의 목소리는 힘이 없다. 조분조분, 그리고 한 글자씩 뚜렷하게.) 나 말고, 누구한테 사과를 해야 할지. 이제는 알 것 같아? (권태는 당신의 등을 도닥이듯 쓸어내리려 했다. 당신이 도망치지 않는다면... 어린 딸을 다루는 듯 하는 손길을 당신이 느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