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5066> [반상L] 딜레마의 배심원 -재판장 2- :: 1001

캡틴 ◆B..eEWGcm.

2023-08-16 12:17:13 - 2023-09-11 23:49:10

0 캡틴 ◆B..eEWGcm. (jE118.hr7E)

2023-08-16 (水) 12:17:13

'딜레마의 배심원'의 캐입스레입니다.

※ 이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일상과 이벤트는 이 곳에서.
※ 수위 규정 내의 범죄 행위와 묘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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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 시미즈 마사 (L74RFRPc0U)

2023-09-02 (파란날) 21:10:55

>>562 제제를 보고서 뭔가 말을 하려 하지만 연신 콜록대느라 말이 끊기는 모양이다.

"하아...... 물은 괜찮아요."

오렌지 즙에 사레들려 목이 약간 따가운 듯하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요. 제제 르 귄 씨도 오렌지, 드시겠어요?"

다행히 지금 제일 대하기 편한 사람이 와서 빠르게 안정을 찾은 것 같다. 마사는 얼마 전 정신이 180도로 바뀌었을 때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564 제제 르 귄 (nIeNF43cmE)

2023-09-02 (파란날) 21:23:59

>>563 마사
"딱히... 부끄럽지는 않다고 생각하네만."

의례적으로 한 말에도 꼬박꼬박 대답한다. 마사가 지금까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짐작도 못하고 있다. (성격이 바뀐동안 제제는 주로 방안에서 이불로 돌돌말려 도롱이벌레를 흉내내고 있던 시기이기에, 마사의 모습을 제대로 볼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일까?)

간단한 질문인데도, 왠지 섣불리 대답하지 못해 입매가 굳혀진다. 결국 그 사소한 질문에 선택하지 못해 소리내어 묻고 만다.

"...먹는 쪽이 좋은가?"

어느 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지? 혹시 다른 숨겨진 답이 있는게 아닐까? 뻔하다고 생각한 답안이 뒤집어져 이런 작은 문제도 두번 세번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은 매우 짜증스럽고 수고스러운 일이었다. 이러한 시험은 어릴때 벌써 졸업한 줄 알았는데. 속내로부터 이러한 짜증은 어쩔수 없어, 약간 부루퉁하게 물어보게 된다.

565 제제 르 귄 (nIeNF43cmE)

2023-09-02 (파란날) 21:25:43

>>564 //처음에 짤렸네 ;;

+ 마사의 말에도 아랑곳않고 이미 컵에 물을 따르고 있다. 마시든 말듯 일단 있는게 좋다 생각한 것일까?

566 시미즈 마사 (L74RFRPc0U)

2023-09-02 (파란날) 21:40:44

물을 따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주려 했다면, 기꺼이 받았을 것이다. 감사의 말을 하면서.

"..먹기 싫으면 억지로 먹으실 필요는 없는데요."

부루퉁한 제제의 태도에 의문을 가진 듯하다. 눈이 둥글게 변해일다.

"무슨 일 있나요. 제제 르 귄 씨. 기분이 나빠 보이네요."

말을 하고서 아차 잘못했나 싶지만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순 없다. 용서받지 못한 것이 불과 며칠전이지 않나.

567 제제 르 귄 (nIeNF43cmE)

2023-09-02 (파란날) 21:52:38

>>566 마사

"...싫은 건 아니네만."

괜히 둥그레진 마사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뾰족한 마음도 표출하기 머쓱해진다. 그렇다고 판단을 받은 이후 상시 가라앉은 기분을 끌어 올리기에는 역부족해, 찰랑거리는 유리잔을 탁, 하고 (나름) 세게 마사 앞에 둔다. 물이 살짝 넘쳐 흘려 손가락 끝을 적시지만 괘이치 않는다.

의외로, 마사의 말에 화내는 일 없이, 잠시 멈추어 곰곰히 생각한다. 마치 새로운 관점을 받았다는 듯이.

"기분이... 그래, 나는 지금 기분이 나쁘군."

아니, '본좌가' 말일세, 하고 말투를 또다시 정정하다간, 입매에 힘을 준다.

"좋을 수는 없겠군, 그래."

무심코 말이 비꼬듯이 나오지만, 굳이 주워담을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기분이 나쁜지 확실히 이해도 못하면서 날선 반응을 내는 것이 유치하다 느껴질수도 있다.

568 시미즈 마사 (L74RFRPc0U)

2023-09-02 (파란날) 22:03:57

감사의 말을 하고 물을 조금씩 마신다. 기침이 나오지만 아까처럼 심하진 않다.

".........."

1인칭이 혼란스러운 것을 남몰래 흥미로워하면서 바라본다.

"그렇겠죠. 아무래도 그런 판결을 받으면...."

제제의 시선을 피하며 애꿎은 오렌지에 시선을 둔다. 싫은 건 아니었다고 하니 그것을 하나 집어 제제에게 건네려 한다.

"마지막 판결도 있으니까요. 끝까지 포기하진 마세요."

달래는 듯한 말투다.

569 박권태 (uuWMc3AYpc)

2023-09-02 (파란날) 22:07:40

>>561 제제
그런 건가. (태클 걸기 귀찮아서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기 욕심에 질문하기가 창피했다는데, 어른이 이해해주어야지.)
... 그랬지. (단순히 의도만을 따지자면, 나보다는 당신이 더 순수하고 선했겠지만. 큰 틀은 우리 둘이 동일하다는 권태의 결론은 여전히 변함없다.) 내 입으로 그걸 말하는 거 엄청 힘들다는 건 알지. 알면서도 일부러 물어보는 거면 정말 악질이다 너......
(한숨 섞인 목소리로 한탄하며 한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빈말은 결코 아니라는 듯 눈 밑에 시름이 한층 거뭇해진다.)
(이 말이 당신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는 것도 힘들다. 최첨단 기술에 의지해야 겨우 새어나올 만큼 깊숙한 내면에 위치한 사고를 꺼내는 과정에서 생채기가 덧난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떨리는 당신을 배려하지 못 했음은 이것이 원인이다.)
사랑하는 목숨으로써 그래서는 안 되니까.
(아내의 목소리가 귓전에서 들리는 듯하다.)
불안과 분노면 상관 없어. 자기 보호였어도 돼. 복수를 위해서였어도 용서받을 거야.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죽이는 건 모순이야. 목적과 수단이 일치하지 않는 거라고. 사랑한다면 품에 안고 돌보아야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버려서는 안 되었어......
(원래부터 동공이 열려 초점 없던 눈이 더욱 커진다. 울음일지 공포일지 모를 것이 발끝부터 집어삼켜 호흡이 가파르다.)
사랑해야 하는 사명이 있었다고 말한 네가 미련 향해 고개를 돌리자 용서 받았었잖아. 하지만 신으로 올라 사랑의 의무를 다시 붙잡으니 용서받을 자격을 잃고 말았지.
사랑과 행복을 되돌려받고 싶어서 불순물을 치웠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용서받았어. 하지만 내가 죽인 게 사랑하는 가족 그 자체라고 판단되자마자 나는 용서받지 못 했어.
이건 우리의 사랑이 잘못됐다는 증거야. 말 해봐, 그게 아니면 또 무슨 설명이 가능한데? 나는 처음부터 아무도 사랑해서는 안 되었어......
(자신이 은혜를 사랑했기 때문에 은혜가 죽어버렸다고 질책하는 소리가 들린다. 거친 숨소리를 가리기 위해 손으로 입을 숨겼지만, 고인 눈물을 통해 그가 울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570 제제 르 귄 (nIeNF43cmE)

2023-09-02 (파란날) 22:20:50

>>568 마사
"..."

마사의 말에 시선을 찡그리지만, 아무 말 하지는 않는다. 마사가 오렌지를 건네면, 제제는 받아든다. 손에 들린 서늘한 과일조각을 빤히 바라보다, 마사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대는."

용서했나? 용서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어째서?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 말 좀 해보게.

혈액대신 심장을 두근두근 채우는 그 말들을 가까스로 속에 담아둔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채기 쉬울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의미없는 서두만을 남기고 오렌지조각을 입에 구겨넣는다.

시원한 과즙이 입에서 터지자, 어쩔수 없이 얼굴이 풀어진다. 오렌지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내가 포기하든 말듯 그게 무슨 상관인가."

우물거리다 꿀꺽, 삼킨다.

"결국 정하는 것은 그대들이니."

571 시미즈 마사 (L74RFRPc0U)

2023-09-02 (파란날) 22:23:53

>>570 "저는, 용서했냐구요?"

눈치빠르게 알아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오렌지를 맛보는 제제를 본다. 그 표정은 온화하다.

"알고 싶으세요?"

그렇게 묻고는 답을 유예한다.

"저는 제제 르 귄 씨가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요."

오렌지를 하나 더 내밀며 말한다.

"저희가 정하도록 길을 내어주는 건 제제 르 귄 씨, 본인이니까요."

572 제제 르 귄 (nIeNF43cmE)

2023-09-02 (파란날) 22:40:04

>>569 박권태

"용서해주게." (권태의 괴로움에 입은 심드렁하게 의미없는 사과를 담는다.) "같은 '죄인'이니."

(그렇게 가라앉은 두 눈으로 권태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본의아니게 그를 괴롭힌게 되었으나, 마음에 죄책감은 없다.)

(어째서 용서받지 못했는가? - 가장 큰 난제다. 뭐가 틀렸고, 뭐가 동의하지 못하든, 제제에게 그것이야 말로 그저 헛치례이자 빈말이었다. 무엇이 진심이라 하든, 결국에는 각자 원하는 게 있어서 용서치 못한다 판결한게 아닌가. 그저 제제가 기대에 부합하는 신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이유를 물어보기 너무... 두려웠다. 스스로의 투표를 밝히기를 원하지 않을거라 변명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제제는 그 이유를 모르면서도, '용서받은 자'에게 그 이유를 묻는 것이 두려웠다. 생각만해도 턱턱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외면했다. 대신 다음으로 만만한 '용서받지 못한 자'에게 화살을 돌렸다.)

(무엇보다, 그는 '사랑에 기반한 선택'의 무게를 알고 있지 않겠는가?)

(동질감에 기댄 선택. 그 선택은 똑같이 처참한 무게를 가지고 제제를 짓눌렀다. 권태의 말은 가시가 되어 말하는 자도, 듣는 자도 공평하게 찢어발겼다.)

- 사랑한다면 품에 안고 돌보아야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버려서는 안 되었어......

(그렇군, 이라고 말해야 했다. 말해주어서 고맙네, 라고 말해야 했다. 허나 나온 것은-)

"....우욱."

(초라한 헛구역질.)

(속이 울렁거린다. 답답하다. 숨을 쉬지 못하겠다.)

- 이건 우리의 사랑이 잘못됐다는 증거야.

"아, 아니야. 아니야..."

(토하고 싶다. 갑갑하다. 숨이, 공기가 역겨워. 식은 땀으로 축축한 두손이 목덜미의 옷가지에 바르작거린다. 똑바로 서 중력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해 등을 굽힌다.)

- 말 해봐, 그게 아니면 또 무슨 설명이 가능한데?

(아니야. 아니야. 아니냐.)

(내 사랑이 잘못된거야? )

(그럴리가 없어. 나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기계장치의 신. 사랑할수밖에 없는 짐승. 그러면 나의 존재자체가 틀린거야?)

(속이 뒤틀린다. 분노와원망과 절망이 섞여 하나의 진흙탕을 만들어낸다. 화내고 싶었다. 저 헛소리를 지껄이는 더러운 입을 뭉게고 슬피 울리는 목울대를 짓이겨 더는 다시 그런 말따위 못하게 하고 싶었다. 어리석은 자의 더러운 거짓말일게 분명했다! .......하지만 권태는 결국, 자신과 같은 '용서받지 못한 자'였다.)

(거짓말이 아니다. 동질감이 그것을 증명했다. 제제는 이 둘 중 하나, 누구든 죽었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바랬다.)

- 처음부터 아무도 사랑해서는 안 되었어...

"그건 -"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지, 무슨 느낌으로 말하는 지 모르겠다. 소동물이 짓눌려 나오는 단말마같은 목소리가 흐느끼듯 새어나온다. 권태를 믿었기에, 그를 부정하지 않는다. 못했다. 제제는 사람의 말을 믿을수 밖에 없다.)

"나도 마찬가지야?"

573 제제 르 귄 (nIeNF43cmE)

2023-09-02 (파란날) 22:48:36

>>571 마사

"..."

마사의 질문에 입매가 불평하듯 비틀린다. 똑같이 마사의 질문에 침묵하나, 이어지는 재촉과도 같은 질문에 입은 열려질수 밖에 없다. 인간의 원에 답해야하는 신의 본능일까, 아니면 본심을 억누르는데 실패한 인간의 마음일까?

"...그래. 기실, 알고 싶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너무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네.지금 당장이라도 그대를, 아니, 그대 모두에게 윽박지르고 폭력도 불사해서라도 답을 알아네고 싶네. 어째서 내게 그랬는지..."

까득, 이가 악물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요를 나름 눌러 내리려는 시도일까, 손을 들어 이마를 짚는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거야.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그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데도 나를 붙잡는 알량한 의무감일세."

푸우, 십호흡을 내쉬고 떨리는 목소리가 다시 차분해지게 한다. 고개를 다시 들면, 마사가 내미는 오렌지가 시야에 들어선다.

"...틀렸어. 이미 만들어져 지나온 길이 바뀌는 일은 없어. 결국 그대들이 하는 것은, 이미 바꾸기에는 늦은 역사를 현재의 주관으로 판단하는 일이라네."

손을 들어 오렌지를 받아 잡는다. 약간 서늘한 손가락이 잠시 맞닿는다.

"내가 무슨 변명을 해보았자, 진실을 거짓으로 덥으려는 시도 밖에 되지 않는가. 아니면, 같잖은 동정을 구걸하는 시늉이라도 보고 싶은겐가?"

574 시미즈 마사 (L74RFRPc0U)

2023-09-02 (파란날) 22:56:40

>>573 제제의 적나라한 속내에 마사가 흠칫한다. 주머니 가까이로 손이 움직인 것을 알려고자 한다면 알 수 있을 터다.

"무엇을 원하는지는 충분히 듣지 않았나요. 그 판결, 결과뿐이 아니라 코멘트도 있었잖아요?"

그렇게 모호하게 말하고서는

"안경을 바꾸어 쓰는 방법도 있죠."

하면서 자신의 안경을 벗어 흐릿한 제제의 형체를 바라본다.

"이미 바꿀 수 없는 과거든 현재든 모두가 어느 정도 왜곡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그리고 각자가 쓴 색안경으로 보는 세상이 옳다고 믿죠. 하지만 제제 르 귄 씨의 색안경은, 아마도 과반수 이상의 사람들이 보는 색안경과 달랐던 모양이에요."

그리고 다시 안경을 쓰고서

"아무도 변명을 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원하는 건 변화가 아닐까요?"

긴장감 속에서도 생긋 웃으며 덧붙인다.

"그리고 제제 씨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으시네요. 저는 모든 심문에서 그에 대해 물어볼 테니 어느 정도는 준비해두시는 게 편할 거예요."

575 박권태 (uuWMc3AYpc)

2023-09-02 (파란날) 23:16:49

>>572 제제
(당신의 등이 굽어감이 마치 벼가 고개를 숙임과 같다. 꼿꼿이 고개 치켜들고 있던 지난 세월이 버거워 무게를 이기지 못 했음이라. 사죄하듯 머리 숙이는 당신의 앞에서 권태는 허리 세워 그저 서 있었다. 나는 당신을 용서할 수는 있지만 당신의 사과를 받을 수는 없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기에 마주 인사를 해주는 것조차 하지 못 한다. 그것은 아마, 당신이 죽인 78명이 선택해야 한다.)
(여기 숨 쉬지 못 하는 죄인이 두 명 있다. 그들의 결정이 누군가의 세계를 바꾸었으니 이 어찌 환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 또한 마찬가지야.
(세상을 더 오래 살아간 인간으로써, 자신은 저들의 환희를 당신한테 풀어서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
내 사랑이 잘못되었듯, 너의 사랑도 어긋났다는 뜻이야.
(변화가 낳은 당신의 공포를 앞에 두고, 권태는 눈물을 흘렸다. 무슨 이유로 이랬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것마저 나의 탓이라는 어렴풋한 확신만이 뚜렷하다.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 미안.
(언젠가 우리 둘의 상황과 반대되지 않는가. 나의 질문에 당신이 '용서받으리라'라고 예언했던 어느 날. 이제는 내가 당신한테 용서받지 못 함을 선고한다. 당신은 나한테 안식을 주었건만 나는 당신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 그것이 쓰라려서.)
네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못 해서, 미안해. 네가 옳다고 말하지 못 해서... (숨을 골라야 한다.) ...... 미안.

576 제제 르 귄 (nIeNF43cmE)

2023-09-02 (파란날) 23:18:27

>>574 마사
마사의 손이 주머니를 향해 움직이는 것을 지그시 바라본다. 입을 열려하다, 마사의 말에 콧웃음을 친다.

"가치관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얘기 말인가? 그게 본심인지 누가 아나. 그저, 본좌가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돌려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 그대, 알고 있는가?"

비틀린 웃음을 자아낸다.

"심문에서 죄인은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지. 하지만 배심원석에 선자는 그럴 의무가 없어."

무슨 이유로 투표하든, 무슨 속내를 가지고 있든, 말하는 것은 언제나 다른 의도를 보여도 된다. 마치 많은 신도들 대부분이 자신의 인정을 갈구한다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저 어느 형태로든 안심을 갈구하고 있던 것처럼 말이다. 알고도 포옹하고 사랑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였으니 모를리가 없다.

그러므로, 그 글귀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자들도 그리했으니, 이번도 그저 자신이 기대에 못 미친게 틀림없었다! 그저 그게 어느 부분인게 의문이었다. 그 뿐이었다.

조소와 함께 찡그리고 있던 눈이, 마사가 안경을 벗자 동그랗게 뜨인다. 안경을 벗은 마사의 얼굴은 마치 모르는 자를 마주 하는 것같다. 그녀의 말에 침묵을 고수한다.

"변화라 말인가."

이상한 말이다.

"그야, 본좌의 길에 미래는 없으니. 오히려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게 이상하지."

여상하게 답할 수 밖에 없다. 오래 손에 들고 있던 오렌지 조각을 만지작거리다, 드디어 입안에 넣는다. 상큼한 과즙이 터져 혀를 즐겁게 하는 데, 그 즐거움이 되려 슬퍼졌다. 이유는 모른다. 그래서 마사를 바라보았다.

" - 그대,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은 무엇인가?"

577 시미즈 마사 (L74RFRPc0U)

2023-09-02 (파란날) 23:28:37

>>576 "제제 르 귄 씨는 생각보다 배배 꼬인 생각도 할 줄 아는 사람이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질 뿐이에요."

마사가 약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기대에 부응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썼겠죠. 최소한 저라면 그랬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고는 제제가 왜 기분이 나쁜지 알 것도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기분이 나쁜 것이야 당연하지만 더더욱 나빠진 이유를 알 것 같다는 뜻이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만에 하나 그런 수동 공격성으로 투표하는 사람의 의견이라면 무시해도 괜찮잖아요? 아니면..... 어떻게든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지신 건가요?"

그렇게 말한다.

"제제 씨는 지금 제가 봐 온 어떤 때보다 인간답다는 생각이 드네요. 신의 그릇도, 신도 아닌 인간이요. 그들은 인간의 사소한 선택에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요?!"

뭔가를 각오하고 말한 듯하다.

"그렇다면 미래가 있어도 괜찮지 않겠어요?"

더이상 신이나 신의 그릇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글쎄요."

제제의 질문에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잠시 뒤적거리더니 볼펜을 꺼낸다. 꽁무니를 누른다. 째깍.

.......그게 전부였다.

"기분 전환이 된다면 전부 드셔도 좋아요. 전 다시 깎아 먹으면 되니까요."

오렌지가 올라간 그릇을 제제 쪽으로 슬쩍 밀어놓는다.

578 제제 르 귄 (YH9ldJGrbE)

2023-09-02 (파란날) 23:50:08

*구토 주의

>>575 박권태

권태의 말이, 그의 판결이, 무겁게 제제를 짓눌른다.

"...."

애초에,이 밀그램이라는 곳은 전제가 틀려먹은 곳이다. 결국 여기에 있는 그들 모두, 용서를 전혀 상관없는 타인에게서 구걸하고 있다. 실제로 용서를 구해야할 사람은,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기에.

그 것도 그들 본인의 손으로.

"우리... 둘다... 애초에 사랑해서는... 안되는... 그런 존재라고."

속이 울렁인다. 실제로 반성하고 있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에, 그 괴리감에, 그 격렬한 감정에 몸이 버티지 못한다.

아아, 나를 사랑했던 자들이여. 내가 사랑하는 자들이여.

내 사랑은 진정 잘못되었는가?

그것이나의 존재이유, 나의 유일한 구원임에도 불구하고?

"..윽...."

나는 애초에 -

"........"

나는 애초에 사랑해서는 안되는 존재였던 것인가?

잘못되어 어긋나고 비틀어져 끔찍하게도 있어서는 안되어야할,

그런 존재해서는 안되는 존재였던 것인가?

"....웁."

- 그러면 나를 어째서 그렇게 만든거야?

우웩.

버티지 못한다.

행운인지 뭔지, 결과 이후 제대로 먹은 적이 없어 위액만이 바닥을 친다. 힘빠진 다리가 더 이상 스스로의 몸무게를 버틸수 없어 무릎또한 바닥에 맞닿는다. 세게 쓰러지는 소리를 보아 아파 보이는 데, 예복을 닮은 긴 옷 덕분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은 게 아이러니하다.

"........미안하네. 미안, 미안해. 미안. 미안.."

무엇에 대한 사과일까. 바닥을 더럽힌 사과? 추태를 보인 사과? 그런 말을 꺼내게 해서, 그런 표정을 짓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 아니면...

눈앞이 흐리다. 뭐라 주절거리는 지도 모르겠다. 앞의 남자는 잘못한 것이 없었다. 인간은 그러한 존재였다. 그는 진실을 고한 죄 밖에 없었다. 그럴 것이다. 모르겠다. 눈물샘은 고장난지 오래라 바닥을 때리는 것은 침과 섞인 토사물 뿐이다.

579 제제 르 귄 (sA3dG9tFDA)

2023-09-03 (내일 월요일) 00:01:39

>>577 마사

".....응? .....'생각보다'?"

어이없기보다는 충격먹은 눈으로 마사를 바라본다. 동공이 흔들린다.
애써 잘못 들었겠지, 하면서 외면한다.

"...그래도 속으로 무엇을 원하는 지는 모르지 않나...아니, 그대 말이 맞세. 이렇게 평생 의심하는 것이야말로 신으로서 하면 안되는 일이지..."

중얼거리다가도 이게 맞는 지 몰라 멈칫한다. 평생 소지했던 답안지가 사라진 느낌이다.

".......아니야...무시해서는 안돼. 그런거, 하나하나가 소중하니까..."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진거냐는 말, 인간답다는 말에는 어쩔수 없이 표정이 일그러진다. 아니라고 윽박지르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그 충동 또한 눌러담는다. 자신은, 솔직히 스스로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니까. 그래도, 그래도....

".....안돼. 그래도."

일그러진 표정 그대로 고개를 젓는다. 제제는 그저,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이기에. 존재이유없는 신은 없기에, 그런 신의 미래또한 그릴수 없다.

"...그대는 언제나... 너무, 너무 이상한 말을 해. 지금도..."

마사가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아닌척 흥미롭게 지켜보다... 볼펜 하나가 나올때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시시하군."

입술을 은근 삐죽이며 팔짱을 낀다.

"본좌는 뭐, 칼이라던지 무기라던지 나올 것을 기대했건만."

주제가 주제인지라 그저 농인지 확실하지 않다. 그.... 아니, 괜찮네, 라며 그릇을 다시 마사 쪽으로 밀어놓는다. ...와중에도 슬쩍 한 조각을 집어가긴 하지만.

580 시미즈 마사 (0r2kxOvnSg)

2023-09-03 (내일 월요일) 00:13:02

>>579 "신으로서 하면 안 될 일을 요구하는 게 아녜요. 누구나 그렇게 하면 피곤해진다는 거죠."

마사는 제제를 안타까운 눈으로 응시한다.

"이럴 때는 이기적이어도 괜찮다구요. 목숨이 달린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이기적이 되어보겠어요?"

마사는 팔짱을 끼고서 말을 이어간다.

"이상해서, 싫은가요? 싫다고 해도 전 제가 하고싶은 말을 앞으로도 쭉 할 거지만요."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고 만다. 칼이나 무기를 기대했다는 말에 눈동자가 흔들린다.

"기대라니 뭔가요."

그렇게 간단하게 응답하고 오렌지 한 조각을 집어가는 제제를 보며 살며시 미소짓는다.

581 제제 르 귄 (sA3dG9tFDA)

2023-09-03 (내일 월요일) 00:44:11

>580 마사

"원래 신이라는 건, 하면 안되는 일 투성이라 말일세. 하하..."

부드러운 미소라기에 조금 비틀린 표정을 지으며 쓴 웃음소리를 자아낸다. 그래도 마사가 하는 말이 그리 쓰지는 않은 듯, 어쩔수 없이 그 달콤함에 안주해버린다.

"...싫은 건 아닐세. 싫은 건..."

결국 중얼거리며 고개를 흔들고 만다.

"...그저. 이해가 안돼. 그대는..."

손에 들린 오렌지 조각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대는 본좌가...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하였지. 인간의 삶을, 그 미래를 보길 원한다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본좌의 괴로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니면 진정으로 본좌에게 연민을 느끼기에?"

마사를 가듬하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쳐다본다.

"그대들의 말에 의하면, 살인은 죄이얼지다. 허나 그러하면 78명의 목숨을 거둔 본좌의 죄는 정확히 그 만큼 무거워지는 게 아닌가? 하면 그대는 어째서..."

말을 하다 입을 다문다. 더 이상 이으면 안된다고 속이 경고하는 건가. 하면 잇기에는 용기가 부족한게 아닐까. 그저 눈을 내리깔고, 과실조각을 입에 머금는다.

"기대란 기대지. ...그대도 궁금하지 않은가?"

우물우물. 꿀꺽.

"'용서하지 않는다', 라는 번거로운 판결절차 없이 죄인이 사망하여도, 소원을 빌 권리가 주어지는 지 말일세."

- 라고 말하면서 빙그레, 휘어지는 눈가는, 지금까지 가장 이전과 비슷한 미소일테다. 근본적으로, 제제는 아직도 죽음이 해방이 되리라는 말을 믿는 듯하다.

그 대상이 본인이어도, 일까.

582 시미즈 마사 (/FjCa117PI)

2023-09-03 (내일 월요일) 01:34:30

>>581 "저도 당장은 제제 르 귄 씨가 이해해줄 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그냥, 바라보는 거죠."

마사는 눈을 내리깔고 마지막 문장을 중얼댄다.

"........그런 것도 얘기해야 하나요?"

마사의 뺨이 빨갛게 되고, 자세는 더욱 방어적이 된다.

"제제 르 귄 씨를 싫어하지 않으니까요."

라는 말은 마사어 번역을 하면 좋아한다는 말이다. 어쨌든 그것을 제제가 알아들을 것인지는 둘째치고, 이쪽 소녀는 머리카락을 등 뒤로 넘기며 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글쎄요. 죄라는 추상적인 걸 어떻게 재겠어요. 그건 둘째치고서라도, 제제 르 귄 씨라면 저는 다른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인간으로서 주도적으로 살아갈 가능성이요. 제제 르 귄 씨라면.... 어쩌면....."

말을 흐린다. 이미 죄는 저질렀지만, 더이상 큰 해악을 끼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를 생각해버린다.

"그다지.... 궁금하진 않네요. 시험해 볼 건 아니겠죠. 정 궁금하면 사마엘 씨에게 물어보면 될 것을요."

찌푸린 눈썹에서 경계가 엿보인다.

583 세이카 (VRNZ6btBAU)

2023-09-03 (내일 월요일) 01:47:04

세이카는, 조용히 휴게실의 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듣는듯 보이지만, 그 노래에 심취해 있지는 않은채 그저 허공을 바라보며 다른 생각에 빠진 듯하다. 무언가를 먹고 있지도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지도 않는 상태. 어느 의미로 가장 충실하게 이 휴게실이라는 장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저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서, 30도 위의 천장 모서리를 향해있는 시선.

584 시미즈 마사 (/FjCa117PI)

2023-09-03 (내일 월요일) 01:53:58

>>583 세이카

세이카를 발견하고 세이카의 시야에 들게 다가와서 예전보다 밝아진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인다. 다가가, 바로 옆의 의자에 앉는다.

"세이카. 무슨 노래 들어?"

잘 들리지 않을 까봐 이어폰을 가리키고 자신 쪽을 가리키며

"나도 들어봐도 돼?"

하고 묻는다.

585 세이카 (VRNZ6btBAU)

2023-09-03 (내일 월요일) 02:00:40

>>584 "!!...ㅇ, 아.. 마사..."

그 사건의 이후로, 사실 마사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세이카. 오늘도 볼이 새빨개진 채 이어폰을 황급히 빼내며 눈을 피한다.

"그, 별건, 아니고... 그냥... 그..."

"으, 응..."

한쪽 이어폰을 내주면서도, 고개를 돌린 채였다. 당신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고 몇번을 이야기해왔었겠지만...

노래는, 우르릉 쾅쾅쾅이라는 이름을 가진 노래라는 것을 세이카의 반대쪽 손에 들린 mp3의 화면을 보고 알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rok2YK_D6Oc?si=TSoEDuUURXEF9LWg

586 시미즈 마사 (/FjCa117PI)

2023-09-03 (내일 월요일) 02:06:39

>>585 세이카가 눈을 마주치지 못하자 마사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은 미소가 파르르 떨렸던 것 같다. 하지만 가까스로 큰 변화는 없는 채로 유지하고서 이어폰을 건네받는다.

"크게 격정적이지도 않고, 호소하듯 들리지도 않아. 이런 목소리 좋아해?"

세이카처럼 천장을 올려다보며 묻는다.

587 세이카 (VRNZ6btBAU)

2023-09-03 (내일 월요일) 02:10:28

>>586 "으, 응... 큰 소리는, 싫어서... 잠잠한 소리... 편안한 소리가, 좋달까..."

당신의 앞에만 서면 더 더듬는 것은.

"ㄱ, 그..그...!"

목소리를 살짝 더 또렷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 그때... 기억,나...? 그, 성격이... 이상하게, 바뀌었,을때..."

언젠가는 말해야 할 것이였기에, 부끄러워만 해서는 안되었기에. 당신을, 더 오해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588 시미즈 마사 (/FjCa117PI)

2023-09-03 (내일 월요일) 02:14:45

>>587 "으응. 그렇다면 나도 추천해주고 싶은 노래가 있어.... 음?"

세이카가 의외로 대담하기 주제를 그곳으로 돌리자 마사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린다.

"응? 응? 아아~~ 그때 말이지~!~! 큰일이었지!! 나도 소심하게 바뀌고 말야~ 그렇지~"

팽글팽글 눈이 돌아가는 채로 아무렇게나 얘기를 뱉고 있다.

589 세이카 (VRNZ6btBAU)

2023-09-03 (내일 월요일) 02:21:26

>>588

"ㄱㄱ, 그, 그거, 때문에... 부끄러워서... 이러는, 거니까... ㅁㅁ미, 안..."

아주 토마토마냥 새빨개진 세이카. 가까이 다가왔다면 그녀의 심장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자신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느낌.

"아, 그, 노래... 있으, 려나...? 대부분, 노래는 있던, 데... 정말, 안 알려진, 곡 빼고는..."

자신이 꺼내놓고는 필사적으로 드리프트를 시도중인 세이카. 아직 둘 다에게 일렀던 것일까, 또 어색하게 한 것은 아닐까, 그걸 설명하고 싶어서 꺼낸 이야긴데, 왜 이렇게 부끄럽지...

590 시미즈 마사 (/FjCa117PI)

2023-09-03 (내일 월요일) 02:25:56

>>589 "아, 아, 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으니까 변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마사도 새빨갛게 된 채 괜찮다는 의미로 양손을 마구 흔들고 있다. 그러다가 축 쳐진다.

"으으. 그거야 이렇게 되겠지...."

필사적으로 외면하려고 했건만! 마사의 마음의 정리가 안 된 게 첫번째고, 부끄러움이 두 번째다. 천사같다느니 교도소 벽을 부수고 탈출할 것 같다느니 하는 말이 아직도 들려오는 것 같다.

"........이이이이, 있나 보자!"

마사는 mp3를 뒤져보더니 노래 하나를 골라 재생한다. 분명히 차분한 노래인데 왜 이렇게 빠른 것 같을까. 무릎에 경직된 상태로 손을 올려놓고 있다.

https://youtu.be/fTH7P6GVHus?si=TW2FDXAqmQ1HqVXD

591 세이카 (VRNZ6btBAU)

2023-09-03 (내일 월요일) 02:35:22

>>590 마사

기타의 소리와 피아노의 소리, 그리고 읊조리는 듣한 목소리.

그 소리는, 조금의 심장박동 소리와 같이 시작되었지만, 이내 노래의 경청으로 인해 조금은 진정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오래 지속되리라.

"... 오랜만에... 듣네... 목소리, 좋아..."

사실, 자신이 그랬다는 자체가 정말 부끄러워서... 당신을 조금 피하고 있었던 것은 맞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심장이 터질것 같았는걸. 아니, 지금도 터질것 같아. 그런 기분, 여태껏 느낀적이 없는걸.

"... 플로스, 라는 노래였던가...? 혼자 있을때, 들어본적, 있어..."

592 시미즈 마사 (/FjCa117PI)

2023-09-03 (내일 월요일) 02:41:16

>>591 "드드들어본 적 있어?! 와아. 세이카는 노래를 정말 좋아하네!"

더듬는 목소리와 조금 과장된 액션이 마사의 머릿속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처음 듣는 노래라면 소개시켜주고 싶었어. 세이카가 좋아할 만한 목소리라서."

그렇게 말하고 잠시 음악을 들은 채 시간을 보낸다.

Daphne, Ficus
Iris, Maackia

"있잖아."

대뜸 천장을 바라보던 마사가 말을 꺼낸다.

"세이카는 음악에 대해서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 안 해?"

593 세이카 (VRNZ6btBAU)

2023-09-03 (내일 월요일) 02:47:14

>>592

"... 행복했으니까... 들었을때."

조용히 이야기한다.

"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 같아서. 아니면, 힘든걸, 잊을 수 있게 해줘서."

기타와 피아노의 하모니가 귓가를 간질인다.

"... 배워보고 싶...다..."

"...이제는, 가능할,까...? 하지만... 들었잖아, 사마엘씨가, 하는, 말... 바깥에서... 나..."

역시, 표정이 어두워진다.

"..."

594 시미즈 마사 (/FjCa117PI)

2023-09-03 (내일 월요일) 02:51:36

>>593 들었을 때 행복했다는 이야기에 잔잔히 미소짓는다.

"음악에서 위로를 받는 거구나. 나도 힘들 땐 가끔 음악을 듣곤 했던 거 같네. 세이카처럼 잔잔한 음악은.... 아니었지만."

옛날 생각이 난다. 아주 멍청했을 때. 귓가를 때리던 큰 볼륨과 격정적인 목소리, 폭력 그 자체로 느껴지던 그 시절의 노래들과 밤 하늘, 불빛들.

"메일 얘기 말이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우리는 같이 외국으로 갈 거잖아?!"

마사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되묻는다.

"새로 시작하는 거야. 사마엘 씨에게도 물어봤는데,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준다고 했어. 그러니까 더이상 그런 건 신경쓰지 말고, 우리를 위해 살아가자."

그렇게 말하는 마사는 양쪽 다리를 차례차례 번갈아 흔들고 있다.

595 세이카 (HPhX3/oVco)

2023-09-03 (내일 월요일) 03:04:25

"... 너무 큰 소리는 힘들지만... 갑작스럽지만 않으면...응, 잔잔한 음악이 아니여도, 듣기도 해... 팝도, 록도, 듣기 힘들지만 않으면... 싫어하지는 않아..."

조용히, 자신의 무릎을 그러모은다.

"... 외국으로 가도... 아빠, 아는 사람...있지, 않을까...?"

목소리가 떨린다.

"... 정말, 그래도 되는걸까...?"

다음 음악이, 계속해서 나온다.

https://youtu.be/YGlAWg1YmQ8?si=0ET17GGrH6lzU11F

"... 있지, 마사...나, 걱정이 돼. 이제...마지막이잖아? 그런데... 흔들리는 거 같아서... 정말, 나쁜사람이 없는거 같아서..."

"신경이, 계속 쓰여. 어떻게, 사람의 생각을 바꿀수 있을까... 잊혀지는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 내가, 내가 그걸, 잊어버린다면... 그건, 정말 나쁜게 아닐까, 하고..."

596 시미즈 마사 (/FjCa117PI)

2023-09-03 (내일 월요일) 03:12:19

"그럼 모르는 척 하자. 응? 그 사람 누군데요? 난 몰라. 하고."

다음 노래는 볼륨을 크게 해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옛날로 돌아가지는 않을 테니까, 전부 옛날과 달라야 해.

"세이카는 그럴 자격 있어."

그렇게 한마디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얘기하고서 한동안 말없이 세이카의 말을 들어준다.

"고민이 왜 그렇게 많아. 뭐 마지막이니까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이상하진 않지만."

마사는 세이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세이카가 그런 것 같다면 용서한다고 얘기하면 돼.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건 노력해 봐. 그래도 안 된다면 포기해. 원래 다른 사람은, 내 맘대로 잘 안 돼."

그 말을 하면서 씁쓸한 것을 떠올린 듯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가는

"세이카는 잊어버리려고 해 봐. 어차피 잊혀지진 않을 거야. 그런 기억은. 하지만 정말 잊어버린다면, 그땐 내가 기억해줄게. 세이카가 나쁜 짓을 했다는 걸. 그럼 완전히 나쁜 게 아니지? 그렇지 않아? 내 말대로 해."

단호한 목소리다.

597 세이카 (HPhX3/oVco)

2023-09-03 (내일 월요일) 03:22:41

"... 나 자신으로써 있으면, 안되는걸까? 이것도, 내 자신인걸까? 춥다고, 느껴져. 그때는, 갑갑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괜찮다고 느껴졌는데... 이제는...이젠, 나라는 자체가 바뀌어야하는거 같아서..."

그러모은 채, 살짝 이어폰을 잡고, 볼륨을 조금 올린다.

"... 이 안의 목소리가, 너무 아파. 난...난, 잘못한게 맞을텐데. 잊어버리려고 하는것 자체가...그게, 더 모욕하는것 같아서..."

"...내, 엄마고, 내.. 아빤데..."

"소원도 뭘 바랄지도 모르겠는데..."

목소리가 떨린다.

"...으우...내, 곁에...계속 있어줄거야...?"

598 시미즈 마사 (/FjCa117PI)

2023-09-03 (내일 월요일) 03:32:58

"이 재판이 끝나면 어떻게든 모두가 바뀌어야 해. 나는 그렇게 믿어.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안타까운 것을 보는 눈으로 세이카를 본다.

"계속해서 죄책감에만 매달려 있으면 나아갈 수 없어. 우리는 분명 잘못했고 죄인이지만, 용서해 준다는 판결이 나면 그건 분명 새롭게 살아가라는 의미일 거야."

또렷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서

"어떤 기분인지 조금은 알겠어."

소년이, 떠오른다. 소년이 다정하게 걸어오던 말이 떠오른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던 아이들이 떠오른다. 사실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그럼 강요는 하지 않을게. 하지만, 계속해서 기억하든 잊어버리려고 하든 앞으로 나아갈 거라고 약속해 줘. 새롭게 살아갈 거라고. 포기하거나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보겠다고."

마사는 등을 뒤로 기댄 채 얘기를 계속한다.

".....세이카는 나를 좋아해?"

돌려 미루고 있던 것이 표면 위로 드러난다. 마사는 눈을 맞추지 않고 되물었다.

599 세이카 (HPhX3/oVco)

2023-09-03 (내일 월요일) 03:48:49

"...그렇,겠지... 예전의,나로는..."

슬픈듯 중얼거리다가, 다시금 당신을 보는 세이카. 당신의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는듯 우물쭈물한다.

"... 앞으로, 나아간다... 아하하..."

"노력은, 할게...하지만, 나, 약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너무 갑갑해서. 무서워서. 이제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느껴져서.

"...으,응...? ...응..."

당신의 그 질문에...망설이다 이내 답한다.

"부,끄럽지만... 좋아, 하고 있어..."

600 시미즈 마사 (/FjCa117PI)

2023-09-03 (내일 월요일) 03:53:43

"세이카는 강해. 세이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해. 최근에, 심문에서 하고싶은 말도 점점 하고 있잖아? 그렇게 나아가면 될 뿐이야. 차근차근. 느려도 괜찮으니까."

어른이 되어야 한다. 마사는 어쩌면 어른이 되는 것을 바라왔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바라고 있던 소녀와 그렇지 않은 소녀는 받아들이는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

"......뭐! 나는 예쁘고 몸매도 좋고! 모범적인 데다 뭐든 잘 하니까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눈을 감고서 뻐기는 말을 하는 마사의 얼굴이 붉어진다. 아마 천사같다느니 했던 그때의 기억이 상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나는 연인으로 세이카의 곁에 있거나 떠나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돼?"

마사가 세이카를 응시하며 물었다.


601 세이카 (HPhX3/oVco)

2023-09-03 (내일 월요일) 04:01:41

>>600 시미즈 마사

어른이 되는것을 바라온 아이는, 아이로써 할수 있는 것을 다해왔다고 생각하는것이리라. 하지만 아직 아이이고 싶은 아이는, 아직 아이로써 배울것이 더 남아있는것 같다고 불안해한다.

"... 마사보단, 훨씬 약한걸..."

조용히 반박하는 세이카. 웃기게도, 그 재판들은 세이카에게 의견을 내는 법을 배우게 만들었다.

"응, 이쁘고... 뭐든, 잘하고, 착하고... 귀엽고..."

끄덕인다. 자신과는 달리, 라는 말은 삼킨다.

그러다, 응시를 하는 당신을 보며 당황한다. 그 질문에.

"그,그러진, 않아도 돼...! 그, 친구로...지낼수도, 있고, 아니, 그, 떠나고,싶으면...떠나도 되지만, 으우..."

"... 마사는, 나...싫어해...?"

602 시미즈 마사 (/FjCa117PI)

2023-09-03 (내일 월요일) 04:08:37

혹은, 아이로서 할 수 없는 것을 너무 일찍 체감해버린 탓일 수도 있겠다. 마사는 부정은 하지 않는다.

"그야 그렇겠지만...! 남이랑 비교하면 끝도 없어!"

팔짱을 끼고 얘기한다.

"귀귀귀귀엽다니, 그런 건 잘 모르겠는걸!!"

그때도 말야... 라고 말을 꺼내지만 변했을 때의 얘기는 역시 부끄러운지 말을 않는다.

"싫어할 리가 없잖아. 좋아해..... 하지만 이 마음은 세이카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과 같진 않은 것 같아."

어렵게 말을 꺼낸다.

"어쩌면 세이카를 더 알아가게 되면 다른 의미로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래. 그러니까...."

마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친구로서라도, 널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렇게 할게."

세이카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이 없는 상태, 세이카의 뒤에 무엇이 드리워졌고 소녀가 무엇을 어떻게 저질렀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 그야말로 용서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지금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마사에게는 큰 결심을 필요로 했지만, 지금에야 세이카가 바라는 말을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다.

"지금에야 이렇게 말해줄 수 있어서 미안했어."

지난 심문이나 지난 시간들에서 떠나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알고서도 확실히 대답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603 세이카 (HPhX3/oVco)

2023-09-03 (내일 월요일) 04:39:08

>>602 시미즈 마사

"......"

표정은, 역시 슬퍼진다.

"...응, 그렇, 겠지... 나, 매력도, 없는걸..."

하지만, 이해가 된다는듯, 이내 그렇게 말해온다. 그런 뜻이 아님을 모르는듯,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도... 응, 떠나지 않는다면, 그걸로...그걸로 충분해..."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아냐, 마사한테도...갑작스러웠겠지... 나한테도, 갑작스러웠고..."

"... 나, 안 떠나주는것만 해도...정말, 정말 고마워..."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했을지. 그녀로써는 모르겠으므로.

"... 싫어하지 않는것만 해도, 정말로 고마워..."

604 시미즈 마사 (/FjCa117PI)

2023-09-03 (내일 월요일) 07:11:07

>>603 "얘는. 너 매력 많아.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마사는 자기 턱을 잡고 세이카를 곤란한 듯이 바라본다. 뚜두두두두. 스캔하듯이 바라보는 것 같다.

"하지만 세이카는 동생이잖아.....?"

마지못해 그렇게 말한 뒤

"'고마워'는 그 정도면 됐으니까!!"

하며 상쾌하게 웃어보인다. 마침 음악이 끊기자, 아. 음악 끝났다. 하고 추임새를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 그렇다면 이쯤에서 막레할까?!?

605 INFO (6sQjcCyXLk)

2023-09-03 (내일 월요일) 12:23:06

〔 ♩ ♬ ♪ ♬ 〕
〔 간수장 사마엘이 전해드립니다. 〕

〔 죄인들이 서로를 살해할 수 있는지, 그리 한다면 어떻게 되는지를 물어본 사람이 있습니다. 죄인 제제 르 귄이었죠. ... 공개적으로 답변을 드리자면, 밀그램 시스템이 많이 곤란하겠죠. 시스템 유지에 필수인 인적 자원이 20%나 소실된 셈이니. 거기에 살해한 사람이 용서받을 확률이 더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
〔 ...... 〕
〔 제가 무엇을 언급하지 않았는지, 다들 어렵지 않게 눈치채시리라 생각합니다. 〕

〔 그리고 소원 수리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할 필요가 있어 이리 언급드립니다. 〕
〔 석방 이후 여러 상황이 겹쳐 소원의 실행이 논리적,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생길 경우 저희 측에서 여러분의 소원을 지원해드리기가 많이 어렵습니다. 최대한 노력을 해보긴 하겠습니다만... 사실상 여러분의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꽤 높아 미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
〔 일생에 다시 없을 기적같은 기회를 부디 헛되이 흘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

〔 다음 심문은 이번주 화요일 10시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이전에 심문 개최가 확정될 경우 다시 안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죄인 여러분들은 이틀 뒤의 심문을 위해 몸과 마음의 준비를 마쳐주시기 바랍니다. 〕

〔 밀그램 시스템은 공평한 재판 진행을 위하여 정보 공유에 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 〕

606 제제 르 귄 (mjpioz.jAE)

2023-09-03 (내일 월요일) 12:23:09

>>582 마사

생각이 많은 눈으로 마사를 바라본다. 중얼거리듯, 마사의 뒷말늘 곱씹어본다. 잔잔한 말을 자신의 혀위에 굴리면 사탕마냥 녹아내리는 데, 그 맛은 달콤하기보단 씁쓸하다.

"... 그냥 바라본다라. "

그렇게 그냥 두 눈을 내리깔고 싶었다만, 이어지는 그 이유에 눈을 깜박인다.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제제는 놀랐겠지만, 마사의 붉은 두 뺨에는 눈이 동그래질수 밖에 없다.

"본좌의 신도가 아닌데도? "

고작 싫지는 않다는 하찮은 말인데도 조심스레 물어보게된다. 자신이 이곳의 사람들애게, 눈 앞의 소녀에게 애정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반대는 말이 다르다.

답을 기대해버리는 못된 마음이 원망스럽다. 신 답지 않은 추태 그 이하 그 이상도 아니기에. 그러기에 마사의 말에 쓴 미소를 짓는다.

참으로, 본좌에게는 어려운 처자다. 그렇게 미래만을 바라보아도 될까. 그런 올곧은 눈이 반짝거리지 않는 것은 아니네만, 소녀도, 제제도, 짊어지게 된게 많은 데. 지금도 제제 마음속에는 78명의 이름이 고히 잠들어 있는데. 죄악감이 없다 하여도, 그런 무게를 들고 있는 이상 제제에게 보이는 미래는 하나다.

경계 가득한 마사의 눈에 쿡쿡 웃음소리를 낸다.

"본좌가 시험해 볼것은 아니지. 다만 누군가가 그럴 마음이 든다면, 그저 그를 돕는 게 본좌의 도리라 볼 뿐."

그대 또한 책임의 무게를 알고 있는 자가 아닌가. 멋대로 동질감을 느껴, 특히 응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뭐, 어느 쪽이든 크게 상관있는 일은 아니다.

607 시미즈 마사 (/lHrgRsBNs)

2023-09-03 (내일 월요일) 17:15:41

>>606 "참고로 그냥 멀리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대하면서 바라는 것이라는 의미라구요?!?"

그렇게 추가 설명까지 해 준다.

"사람을 좋...싫어하지 않고 말고는 신앙과 상관이 없어요. 제제 르 귄 씨는, 늘 생각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더 배워야 할 것 같네요."

안경을 치켜올린다. 얼굴이 빨리 식기를 바라면서.

"어떻게 싫어할 수 있었겠어요. 제제 르 귄 씨가 지금껏 제게 보여준 모습들은... 그랬어요. 간단한 운동 정도를 알려줬다고 감사를 표한다든가, 바다를 처음 보고서 어린아이처럼 기뻐한다든가."

조금 체념한 듯이 털어놓는 마사다. 그런 순진한 모습을 차마 싫어할 수 없었다. 78명의 목숨의 무게는 그녀에게 지워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편하고자 하는 마음에, 소녀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기고 편해졌다. 마사의 색안경은 그런 빛깔이었다.

"전 궁금하지 않아요. 그리고 죽이는 쪽이든 죽으려는 쪽이든, 제제 르 귄 씨가 도우려고 한다면 그걸 최선을 다해서 막을 거예요."

마사는 여전히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제제를 보다가 잠시 뒤 다시 입술을 뗀다.

"삶은 고통스러워도 끝까지 누려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에요."

608 INFO (S71O2x80cQ)

2023-09-04 (모두 수고..) 13:42:59

〔 ♩ ♬ ♪ ♬ 〕
〔 간수장 사마엘이 전해드립니다. 〕

〔 먼저 외부 판정단의 의견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접수된 투표는 총 7표입니다. 〕
〔 죄수 번호 001, 박권태. 용서하지 않는다: 2표. 〕
〔 죄수 번호 002, 시미즈 마사. 용서하지 않는다: 1표. 〕
〔 죄수 번호 003,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용서하지 않는다: 1표. 〕
〔 죄수 번호 004, 옥사나 하네즈카. 용서하지 않는다: 1표. 〕
〔 죄수 번호 006, 제제 르 귄. 용서하지 않는다: 2표. 〕
〔 외부에서 보기에 여러분은 결국 살인자일 뿐이란 걸까요? 후후... 〕

〔 다음으로, 오늘 10시 정각에 심문이 예정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 두 번째 심문은 죄수 번호 004, 옥사나 하네즈카를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죄인 옥사나 하네즈카는 해당 시각에 심문 진행이 어려울 경우 최대한 빠르게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
〔 덧붙여 내일에도 심문이 예정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세 번째 심문은 죄수 번호 002, 시미즈 마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 죄인들은 모두 빠짐없이 10시 정각에 옥사나 하네즈카의 심문에 참여하여 주십시오. 〕

〔 밀그램 시스템은 공평한 재판 진행을 위하여 정보 공유에 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 〕

609 제제 르 귄 (5WqrzY5mc.)

2023-09-04 (모두 수고..) 14:33:59

>>607 마사

"이런식의 기대는 처음이네만..."

곤란한듯이 고개를 기울인다. 눈살을 모으며 입매를 다물면서도, 마사의 말에 뺨이 살짝, 아주 살짝, 혈색을 띄게 되는 것을 멈출수는 없다.헛기침을 하며 소매로 입을 가리고, 정정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크흠. 어른스럽게 기뻐했다네. 하지만, 난...."

의무가 아닌 애정이라. 이해할 수 없다고, 그저 눈을 감아 외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곤란하디 곤란해 눈을 이리 저리 굴리다, 졌다는 듯 토로한다.

"...그럴지도 모르군."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더 배운다? 생각만으로도 여러 의미로서의 거부감이 드는 말이다. 하아, 깊게 한숨을 내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뭐, 조금은, 설득당한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는,애매한말을 내뱉는거 정도는 가능했다.

"진심인가?"

생각보다도 확고한 거부의 말에 의외라는 듯 두 눈을 깜박인다. 소원이 간절해 보였던 마사에게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닌 거같긴 하던데. 본인이 관려 하지 않는다 하여도 막으려 든 다니. 어떤 이익을 보아 그리 행동한다 말인가?

...아니면, 딱히 정확한 이익을 보는 게 아닐지도 모르지.

하하... 웃음소리보다는 허탈한 한숨에 가까운 소리다. 깨진 항아리에서 물이 새듯, 작은 속삼임이 제제의 입술에서 흘러내린다.

"...신기하고, 이상해, 그대는."

고개를 좌우로 설렁설렁 흔든다. 여기 있는 모두가 살인자 인데, 삶의 가치를 논하다니. 아예 그런 생각조차 미루고 덮어두고 꺼내지도 않는 쪽이 편할텐데.

"이상한 사람. 그래도..."

610 박권태 (S71O2x80cQ)

2023-09-04 (모두 수고..) 17:23:22

>>578 제제
(당신의 중얼거림에 권태는 눈을 감았다. 침묵은 긍정을 뜻했다. 우리 모두가 당신한테 전해지길 바랐던 마음이 이런 형태로 밖에는 도달할 수 없었다니. 필요한 과정임은 당연지사지만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사랑하고 사랑했던 이들한테 상처 주고싶지 않음은 지금도 여전했으니까...)
(권태는 앞으로 넘어지려는 당신을 받쳐주었다. 묽은 위액에 옷자락이 오염되지 않도록 막아준다. 인간된 도리로써 그 정도의 배려는 보여줄 수 있었다.)
나한테는 사과할 필요 없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권태의 목소리는 힘이 없다. 조분조분, 그리고 한 글자씩 뚜렷하게.)
나 말고, 누구한테 사과를 해야 할지. 이제는 알 것 같아?
(권태는 당신의 등을 도닥이듯 쓸어내리려 했다. 당신이 도망치지 않는다면... 어린 딸을 다루는 듯 하는 손길을 당신이 느낄 수 있겠지.)

611 SAMAEL (S71O2x80cQ)

2023-09-04 (모두 수고..) 22:00:00

【심문 이벤트 진행을 시작합니다.】

612 SAMAEL (S71O2x80cQ)

2023-09-04 (모두 수고..) 22:00:37


"좋은 밤입니다."

세 쌍의 날개 아래로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
우리가 재판장 안으로 들어서는 걸 확인하자 사마엘이 날개를 꿈틀거리며 인사를 한다.

"제 3심의 두 번째 심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앞선 심문과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정보를 많이 가져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작은 웃음소리.

'나는 심문에 최선을 다 할 것과 죄인을 증거에 의해 진실하게 평결할 것을 엄숙하게 선서합니다.'
'나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기로 맹세합니다.'

"전원이 선서문을 낭독한다면 시작하겠습니다."


【출석 체크입니다. 10분까지 이 레스에 캐입으로 반응 레스를 달아주세요.】

613 옥사나 하네즈카 (L9ZaYJFwXM)

2023-09-04 (모두 수고..) 22:02:21

두려움이 앞선다. 그녀는 조금 떨리는 모습으로 트레이어 커다란 물담배를 얹어두고 왔다.

"죄송합니다. 오늘 하루만 좀 피우도록 할게요."

흡입구를 깊게 마시고, 내뱉는다.
끊으려고 했던 것 같지만 그다지 효용은 없는듯 보였다.

"저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기로 맹세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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