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5066> [반상L] 딜레마의 배심원 -재판장 2- :: 1001

캡틴 ◆B..eEWGcm.

2023-08-16 12:17:13 - 2023-09-11 23:49:10

0 캡틴 ◆B..eEWGcm. (jE118.hr7E)

2023-08-16 (水) 12:17:13

'딜레마의 배심원'의 캐입스레입니다.

※ 이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일상과 이벤트는 이 곳에서.
※ 수위 규정 내의 범죄 행위와 묘사를 허용합니다.
이전 재판장: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12075
휴게실(잡담방):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12077
시트 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09080

웹박수: https://forms.gle/tjUf9r21RCNonJqA7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94%9C%EB%A0%88%EB%A7%88%EC%9D%98%20%EB%B0%B0%EC%8B%AC%EC%9B%90

53 시미즈 마사 (dlfh5IuOv.)

2023-08-17 (거의 끝나감) 23:01:05

>>46 "살인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일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살인은, 후처리가 힘들었으니까요. 충격적인 일이기도 했고요."

지나칠 정도로 솔직한 대답이다.

"제가 소원권을 받는다면 과거의 저를 아는 사람을 만날 일도 드물 것이고, 살인 이외의 선택지도 이제는 보이기 때문이지요."

고개를 떨구고서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지만요."

54 옥사나 하네즈카 (vwFmzkAXTM)

2023-08-17 (거의 끝나감) 23:01:17

>>41 권태
"어흠, 죄송합니다 권태씨. ...푸흡"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권태를 향해 사죄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이전의 상황이 플래시백되는 탓인지 웃음을 멈추지는 못했다.

"아아, 죄송해요. 그래도 너무 무겁기만했던 것 보다는 낫지 않나요?"

55 시미즈 마사 (dlfh5IuOv.)

2023-08-17 (거의 끝나감) 23:02:37

>>47 우쭐해지려는 것을 재판장이라 간신히 참는 것 같다.

"네. 없던 일로 만들고 다른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1심 때의 혼란스러워보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56 시미즈 마사 (dlfh5IuOv.)

2023-08-17 (거의 끝나감) 23:04:57

>>48 마사는 고개를 젓는다.

"전학해 와서 그 아이가 만난 불량한 학생들은 모두 사쿠라가오카의 일원이었어요. 아슬아슬하게 교칙을 위반하는 바람에 경고밖에는 주고있지 못하던 상황이었죠."

마사는 그때를 생각하자 눈동자가 흔들린다.

"화가 났다기보단 공포스러웠습니다. 과거를 폭로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저는 더이상 사쿠라가오카의 학생회장으로서 존경받지 못하게 되겠죠."

57 박권태 (hiRjgxovEw)

2023-08-17 (거의 끝나감) 23:05:04

>>54 옥사나
진짜 열받아...... 부정은 않겠다만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고 싶거든 저 꼬맹이나 봐라. 그러려고 씌운 거야. (손가락으로 대충 제 옆의 세이카(의 고양이귀)를 가리켰다.)

58 시미즈 마사 (dlfh5IuOv.)

2023-08-17 (거의 끝나감) 23:07:28

>>51 "어린애 같다는 얘기도 해 드릴까요."

마사는 팔짱을 낀다. 랄까, 이미 해 버렸다.

"...도움을 받게 될 지도 모르지만요. 고맙습니다."

엷은 미소를 짓는다.

"0 퍼센트일 가능성은 없겠죠. 위험한 아이들과도 어른들과도 곧잘 어울렸으니까요. 하지만 아마도 없었을 것 같아요."

59 세이카 (wDjvJinzAc)

2023-08-17 (거의 끝나감) 23:07:51

>>57 "후에...?"

쫑긋

60 시미즈 마사 (dlfh5IuOv.)

2023-08-17 (거의 끝나감) 23:08:33

>>52 안타까운 듯이 고개를 저어보인다.

"그런 명예스러운 일이었다면 저는.."

말을 끊고서,

"아니요. 경찰에 신고할 만한 사안이 단순히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61 박권태 (hiRjgxovEw)

2023-08-17 (거의 끝나감) 23:09:40

>>58 마사
했잖아. 어린애같다는 말 했잖아! (어째 계속 말려들기만 하는 것 같아 짜증을 잔뜩 내고 있다...) ... 흥. 도와줄지 안 도와줄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피해자 때문이 아니라 '피해자와 너'였기 때문에 살인이 일어났다는 말인데... (고민하느라 잠깐의 틈이 생긴다.) 만약 피해자가 그런 불량 학생이 아니었어도 너는 걔를 죽였을 거냐?

62 박권태 (hiRjgxovEw)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0:12

>>59 세이카
오냐 꼬맹아. 너 심문할 때도 꼭 그거 쓰고 와야 한다, 알겠지?

63 제제 르 귄 (Rr8zsYTnGs)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0:31

(세이카의 고양이귀가 조명되자 갑자기 프흣, 크흠, 콜록, 하고 고개를 돌려 이상한 소리를 낸다. 입가를 소매로 가리며 수초 부들거리다, 다시 심호흡을 하며 원상태로 돌아간다.)

으음. 친절히 대갑해주어서 고맙구먼. 마지막 질문일세.

현재, 그대의 살인이 "죄" 일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그대는 앞으로 그대의 "학생회장"으로서의 자리를 내려놓을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가?

64 SAMAEL (hiRjgxovEw)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0:50

【이 레스의 이전까지 올라온 질문에만 대답해 주세요.】

65 옥사나 하네즈카 (vwFmzkAXTM)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1:15

>>55 마사
"조금 더 대놓고 기뻐하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 정도는 다른 분들도 신경안쓰실테고."

사람의 마음을 부식시키는 건 고통이 아니라 수치심이었나. 그녀는 어느새 턱을 괴고는 편안해보이는 모습으로 심문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다음번에도 용서받을 수 있을것같나요?"

그녀는 웃으며 그리 말한다. 마치 비수를 찔러넣듯이. 그녀가 자신과 닮은 것 같다고 말한 순간부터,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그녀는 조금 식어버린 눈으로 마사를 바라보았다.

>>57 >>59 권태 세이카
"아, 저거 권태씨가 씌운거였나요? 푸흐흐!!"

이제는 웃음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 걸까. 그녀는 이윽고 대놓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진짜 법정이었다면 모독죄가 아니었을까.

"아아, 그런데 확실히. 덕분에 마음이 편해지네요. 세이카씨, 정말로 귀여워요. 권태씨 말대로 심문때도 쓰고 와주실래요?"

마치 조카를 보는듯 상냥한 눈, 그녀는 아무래도 진심인듯 하다.

66 세이카 (wDjvJinzAc)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1:24

>>62 네에? 네에...

(고개를 끄덕이는 세이카. 자기가 놀림거리가 된다는건 알고 있는걸까.

67 시미즈 마사 (dlfh5IuOv.)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1:42

>>61 "....불량 학생이 아니었다면 만날 일도 없었을 것 같지만요."

마사는 곰곰히 생각해본다.

"아마도, 무척 망설였겠지만 그러려고 했을 겁니다. 저는 그 때 감정이 이성을 앞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으니까요."

68 시미즈 마사 (dlfh5IuOv.)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3:41

>>63 "학생회장으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일.... 아니,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기 때문에요.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그러고서 다음 질문은 마음에 들지 않는 기색이지만 순순히 대답한다.

"내려놓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려놓더라도, 어디에선가 존경받을 수 있는 자리를 찾겠지요."

69 시미즈 마사 (dlfh5IuOv.)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4:54

다음번에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나요, 옥사나의 질문에 마사는 입술을 딱딱하게 굳힌다.

70 SAMAEL (hiRjgxovEw)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5:14

"그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의사봉 두 번. 박수 한 번으로 모두의 의식을 집중시킨다.
여유로운 사마엘의 뒤로 빠르게 올라가는 추출 진행도.

"오늘도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분위기가 상당히 좋아보여 지켜보는 이 사마엘도 마음이 다 뿌듯하더군요? 이 기세로 판결까지 냉정히 잘 치르실 수 있기를."

격려가 맞는지 아리송한 사마엘의 말과 함께, 심상의 추출이 완료되었다는 안내음이 들린다.

"시미즈 마사의 심상으로부터 심상 독백이 추출되었습니다."
"이로써 제 2심 시미즈 마사 심문을 종료합니다."

그녀의 마음속은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스크린에 한 자씩, 숨기고 싶던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71 SAMAEL (hiRjgxovEw)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5:44


심상독백² #3 ── 죄수번호 002 시미즈 마사
(1)

72 SAMAEL (hiRjgxovEw)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6:02


심상독백² #3 ── 죄수번호 002 시미즈 마사
(2)

73 제제 르 귄 - 세이카 (Rr8zsYTnGs)

2023-08-17 (거의 끝나감) 23:48:05

situplay>1596912075>961 세이카

제제라는 이름의 소녀는 웃었다.부드레히 웃었다. 무엇이든 해드리라. 행복하게 해드리라. 그 것이 바로 신이란 존재의 존재의의이니.

그러한 만들어진듯한 미소에 금이 갔다.

"...친구?"

분명 아는 단어일텐데, 생소한듯이 되묻게 되버린다. 친구?

"나랑?"

혼란했다. 머리속이 혼란했다. 분명 본인은 긍정되었다. 용도를 다한 그릇이 신이라는 명칭의 짐승으로 돌아갔다. 모두 스스로 행한 일이 죄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러므로 그들을 이끌어 줄 신을 기원한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자리를 되찾은 소녀는 다시 신이 되어 웃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래, 뭔가 이상했다...

음악이라던가운동이라던가경멸이라던가아이취급이라던가.

친해지는 것 같다 생각했다던가. 친구가 되고 싶다던가...

혼란스러웠다. 그거 말고 표현할 길이 없었다. 마음속에 엉킨 실타래같은 것이 팽팽하게 당겨오는 느낌이었다. 이 자그만한, 별거 아닌 말 하나 하나에 갑자기 분노가 솟구치기도 했고, 격하게 광소를 내뱉고 싶기도 했고, 아이같이 눈물을 흘리고 싶기도 한 그런 충동에 휩싸였다. 여기 이 장소의 수감원들이 남기고 간 찌거기 같은 흔적에. 화내고 싶었다. 주제도 모르는 어리석은 아해라고 비웃고 싶었다. 아는 것으로 대려오다가 또 모르는 역할을 강요하고 본인을 부정하는 듯하다가도 긍정해주는 모두의꼴이 너무 혼란스러웠고 원망스러웠다. 용서했는데 경멸한다. 용서했는데, 친해지고 싶었다 한다. 모순적이다. 모순은 끔직한 감각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 눈에 내어진 이어플러그가 들어왔다. 날뛰던 감정을 깨닫자 마자 수그러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텅텅 비어 멍청하게 된 제제는 그 이어폰을 한 손으로 받아든다.

"...아니야. 본좌도... 원했네."

다시 웃는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기에. 그래도 신과 친해지고 싶어하는 이런 이상한 아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대가 할 수 없는 부탁이란 없네."

본좌는 신이고, 그대는 인간이니.

세이카가 가르킨 자리에 스스로를 앉힌다. 어설픈 손짓으로 이어폰을 매만지다 세이카가 끼는 것을 흘긋, 보고, 그 것을 따라해 귀에 꽂는다.

"..."

단조로운 피아노 노래가 흘러나온다.

74 세이카 (X23Ev7J9DU)

2023-08-18 (불탄다..!) 00:27:18

>1596912075>996 시미즈 마사

"아하하..."

조금 떨리는 눈으로 베개를 끌어안는 세이카.

"... 괜찮아, 정말로. 나, 그정도 돈으로 뭘 할지도 모르겠는걸... 그, 렇게 되어 버렸, 고... 학교 가기에는, 응..."

몸을 살짝 떠는 세이카의 눈은 또 조금 생기를 잃고 말았다.

"... 여기서 용서받아도... 이미, 여기 있는 사람들 빼고는, 다... 나, 안 좋아하게 되었는걸..."

그 경멸의, 증오의, 혐오의 눈빛. 믿었다고 생각했던, 반 아이들, 선생님, 전부.

"...? 어째서...? 마사가 용서 못 받으면... 사실, 나도 용서 못 받는게 아닐까...?"

자신으로써는, 그런 미래를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였다.

"그, 혼자서 돈을, 쓰기에는... 응... 그러니까... 같이 나가면... 해외, 같이 가는 거, 어때...? 나, 그, 처음에 말하는 거, 봤잖아... 모르는 사람 앞에서, 말, 잘 못하고... 그러니까... 그때 계속 도와줬으면, 좋겠어... 부탁...해도 될까...?"

>1596912075>997 박권태

"그, 선물이라면, 얼마든지...?" 당황하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너무 이상한 것만 아니라면... 그리고, 머리핀의 자리에 있는 털실로 만들어진 머리끈도 살짜금 보이니, 선물을 받는다면 자주 착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 생각... 못해 봤네요... 그, 제 집... 강아지나, 고양이, 못 키워봤고..."

죄송합니다, 라고 빠르게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숙이니, 덩달아 축 쳐지는 고양이 귀.

>>73 제제 르 귄




"...응, 친구... 제제씨랑, 친구가 되고 싶어요... 아직도."

조용히 이야기한다. 의견을 피력한다. 과거형으로 말했지만... 사실, 그것은 아플까 싶어서 과거에 그랬었다는 풍으로 이야기를 했다.

"... 같이, 노래를 듣고... 즐기고... 감상을 듣는다거나... 책을 보고... 재미있었던 것을 나누거나..."

"서로 알아가면서, 서로 이해하면서... 좋은 친구로, 가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때 도서관에서, 이야기한 그 말... 그게, 정말 제제씨가 저에 호의를 품고, 이 주제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서... 정말, 정말로 기뻐서..."

조금 졸린듯 목소리가 늘어지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보다 더 진심일 수가 없었다. 이것이 새벽 텐션이라는 것이였을까.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였다.

"...제 부탁으로, 싫은데 하는 것이라면... 정말, 괜찮으니깐요..."

조금은 아픈듯, 하지만 괜찮다는 듯, 웃어 보인다.

그런 식으로 아픈것은, 익숙했기에.

그리고 이내, 둘의 귀에 울려퍼지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합주.

https://www.youtube.com/watch?v=l0GN40EL1VU

"... 들킨다고, 조마조마하지 않은 채, 듣는 건, 처음..."

바이올린의 플러킹, 관악기의 부드러움. 환상적인 멜로디. 그리고 이내 오는 익숙한 피아노의 독주.

여름의 한 외딴 집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로 인해... 살짝 미소를 짓게 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리라.

75 제제 르 귄 - 세이카 (POjFH2m5g6)

2023-08-18 (불탄다..!) 00:44:19

>>74 세이카

"...아직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이곳은 정말, 내게 생소한 경험만을 안겨주는 구나. 판결 결과 전의 생소한 것은 내게 기쁨만을 안겨줬는 데, 제자리를 찾은 지금에는 불쾌하기만 하다. 그래, 불쾌하기만 했다.

뭘 원하는 지 모르겠다. 하나도. 자신이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지도. 세이카의 말은, 마치 안개속에서 노이즈 가득 낀 스피커로 듣는 것 같다. 멍하니, 마치 꿈에서 듣는 것 같이 멍하게 듣게 된다. 정말로 몽상같은 이야기 이니까.

같이 노래를 듣고, 즐기고. 감상을 듣고. 책을 보고. 재미있던 것을 나누도.

'서로' 알아가고, '서로' 이해한다?

"...본좌는 신일세. 신과 친해져서 뭐하겠나, 그대가."

누군가에게 웃으며 말했던 것을 생각보다 멍청하게 흘려버린다. 그때 또 다른 그녀가 대답했었다. 자신은 신 같은 건 필요없다고.
하지만 너희들은, 그대들은, 신이 필요한게 아니였나. 신이 더 이상 아니게 되어 갈팡질팡하는 한심한 작자가 아니라. 왜 그런 걸 기쁘다 하는 거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대들의 무지에 짜증이 인다.

"신이란 본래..."

말하다 입을 다문다. 아니, 원래 설명을 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일이니까. 그대들도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런 당연한 것을 왜 모르는가 말인가. 이 '상식'을 왜 괜히 깨부순다 말인가.

마침 곡이 귀로 흘려 들어온다. 이어폰이 익숙치 않아 흠칫, 잠시 쩔지만, 이내 다시 손을 무릎위로 단정히 돌려놓는다.

아름다운, 감동적인, 평화로운, 그러한 음악이 뇌내속을 헤집는다.

"...이러한 것은 처음이라네."

음악에 대해 얘기하는 거다, 이건.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스스로의 감정을 확인해본다.

"싫지 않아."

76 시미즈 마사 (W2rX6gku1w)

2023-08-18 (불탄다..!) 00:45:29

>>74 "세이카도 돌아갈 곳이 없어진 거야?"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걸 알았을 때 믿지 못하던 학생들과 선생님의 얼굴 떠올라 지우기 위해서 마사는 눈을 꾸욱 감았다가 떴다.

"왜 그렇게 되는 거야?!? 1심에서의 결과만 봐도 세이카와 나, 둘 중에서라면 세이카가 더 용서받을 것 같은데."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같이 해외로 나가자는 말에, 입을 살짝 벌리고 세이카를 빤히 바라본다.

"그래도 돼?"

그런 미래를 내가, 우리가 꿈꾸어도 될까? 마사는 어느새 세이카의 베개를 끌어안고 머리를 파묻었다.

"그렇게 된다면, 나, 언제가 됐든 반드시 갚을 테니까....."

77 세이카 (X23Ev7J9DU)

2023-08-18 (불탄다..!) 01:06:37

>>75 제제 르 귄

"친해져서 뭘 하는 게 아니예요. 그냥, 친해지고 싶을 뿐이예요. 다른 걸 하고 싶은 게 아니예요. 그냥. 저는 제제씨와 친해지고 싶은거예요."

"신이라고, 뭔가를 하고, 신이라고 뭔가를 못하는. 그런 건 싫어. 너무, 괴롭잖아요. 자신이, 그거라고 못한다고, 하는건."

자신에게는, 그런 것이 정말로 힘들었기에, 괴로웠기에.

"그러니까... 전, 그냥 제제씨가 좋으니까. 그 1심때의 그 조금 엉뚱하지만, 그럼에도 당당하게 시도해보고, 즐기던... 그런 제제씨가 좋았으니까. 그러니까 저는, 친해지고 싶은 거예요. 그리고... 같이, 여러가지를 하고 싶은 거예요."

베개를 끌어안으면서, 당신의 반응을 흘깃 본다. 사실, 무섭다, 내심은. 그야, 싫어하면 어쩔까. 이런 노래가 좋은 거냐, 이야기 할까.

하지만, 히사이시 조라는 작곡가분은,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였던 듯 하다.

"이렇게, 여러가지의 처음을 경험해가고, 즐겨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우리를 위해서, 그렇게 이야기해주는건, 이해하지만... 전, 최소한 전, 제제씨가 같이, 우리와 같이 이런 것을 즐기고, 하는 것을 보고 싶어요."

싫지 않다고 하는 제제씨의 말에, 살풋 미소짓게 되었다.

"그렇죠?"

그리고, 그 노래가 끝날때까지... 조용히, 눈을 감고 듣고 있는 그녀였다.

>>76 시미즈 마사

"...응. 어머니도, 아버지도... 전부..."

자신이... 조용해지는 그녀였다.

"그치만... 닮았는걸. 그리고... 마사가 용서받지 못하면... 그보다, 더 큰 죄를 지은, 나는..."

당연히 용서받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거야. 라고, 말을 할 수가 있을까.

"응... 약속...할래...?"

엎드려서, 새끼손가락을 내밀어본다. 그녀는, 정말로 그 말을 따르려는 생각인 듯 하다.

"... 계속, 내 곁에 있어줘. 떠나지, 말아줘. 그것으로, 그것으로 충분히 갚아주는 거니까..."

제발, 날 떠나지 말아줘.

78 시미즈 마사 (W2rX6gku1w)

2023-08-18 (불탄다..!) 01:16:50

".......나도, 돌아가시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은 아마 날 받아주지 않을 거야. 관심도 없겠지. 매번 그랬던 것처럼."

마사는 세이카가 더이상 힘들여 말을 잇지 않아도 되게끔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본다.

"닮았다니. 어, 어디가 닮았으려나?!?"

세이카를 보며 자신과 닮은 구석을 찾아내려 해보지만 잘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세이카의 죄가 더 큰지는 아직 알 수 없는 거야."

냉정하게도 얘기를 해 보고, 새끼손가락이 내밀어지자 망설인다. 감옥에서 만난 지 며칠 안 되는 사이, 거기다 생각보다 많은 돈을 빚지는 형태로 이런 약속을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발목을 붙잡는다.

"세이카. 우린 서로를 충분히 몰라. 언젠가 네가 날 싫어하게 될 지도, 내가 널 안 맞다 생각하게 될지도 몰라."

현실적인 말을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그렇게 말해보고서는, 한숨을 쉰다.

"하지만 어차피 여기서 나간다면....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살 테니까 그나마 아는 사람은 다른 죄인들과 너뿐인 거야. 친구도 너뿐이고."

마사는 세이카의 접힌 손가락을 펴 가만히 맞잡으려 한다.

"그러니까 약속은 하지 않아. 대신에.... 우리의 관계가 우리 모두에게 나쁘거나, 세이카가 나를 떠날 때까지는 떠나지 않겠다고 얘기할게."

79 제제 르 귄 - 세이카 (POjFH2m5g6)

2023-08-18 (불탄다..!) 01:24:47

>>77 세이카

"그냥...이라."

옳기에. 타당하기에. 해야만하기에. 그게 正道이기에, 가 아닌.

신이라고 하고, 신이기에 못하는 것이 괴롭다니. 우스운 말이다. 원래 신이란 존재 자체가 '해야하는 일'이다. 존재 '해야하기에' 신이 존재하고, 신이기에 '해야하는' 일을 한다. 그저 그 뿐이다. 그러기에 신은 태어난다. 그러기에 괴롭지 않다. 괴로운 적 없었다.

"하하.. 어느 누가 신의 입장을 생각한단 말인가... 그대도 참..."

웃고 있나? 웃고 있는 거 같다. 형편없는 일그러짐이 아니라. 그도 그럴게, 그건 '신'답지 않지 않는가.

"...참..."

똑같은 말을 한다. 친해지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이해가 되지 않아. 이해가 되지 않아. 누가, 대체 누가...

입을 열어 말을 해야해는 데, 반박이라도 해야 되는 데, 말이 혀를 넘지를 못한다. 바보가 된거 같다. 화내고 싶었다. 호통을 내고 싶었고, 비웃고 싶었다. 행복을 바라는 저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출처모를 충동이 솟아올랐다.

마음속의 무언가가 요동친다.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신답지 않았기에, 제제는 다리에 힘을 풀었다. 몸에 힘을 풀면, 절로 대신 귀에 흘려 들어오는 음악소리에 신경이 쏠리게 된다.

피아노, 그리고 바이올린.

약간, 이미 진거 같다는 생각을 외면했다. 그야, 신은 신도와 함께 나란히 앉아 음악 감상을 하지 않기에.

음악이 끝나갔다. 그때까지 제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80 세이카 (X23Ev7J9DU)

2023-08-18 (불탄다..!) 01:25:34

"... 그런 점. 응, 바로 그런 점."

슬픈 웃음을 지으며, 마사의 말에 대답한다.

"그래도... 가장 큰 죄는, 패륜이라... 들었는걸."

그리고, 자신이 잡혀온 이유는.

"... 므으... 나, 진심인걸... 나, 애초에 저 많은 돈... 무섭다고, 생각했는걸. 그 변호사씨가 말하는 거, 듣고..."

"... 난, 믿어. 믿을거야. 정말로. 그리고... 과거의 마사는, 이제 과거의 마사인걸. 잊지만 않는다면. 나아질수 있고... 으우... 역시, 나, 너무 억지 부리는 걸까..."

"그래도... 나, 마사가...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 그러니까... 어디로 갈지, 난, 전혀 모르겠으니까... 등불이 되어줘, 마사..."

손을 맞잡고, 기댄다. 아직도, 아직도 현실감이 안 느껴진다.

"... 조금만, 더... 나, 기대고 싶어..."

81 시미즈 마사 (W2rX6gku1w)

2023-08-18 (불탄다..!) 01:33:32

>>80 "아아. 가족에 대한, 그런 거?"

세이카의 가족 사정은 모르겠지만 닮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한다. 그래도 자신의 부모님은 자신을 향해 욕하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 가끔은 불똥이 튈 때도 있었지만.

"패륜도 나름이야. 그런 건 존경할 만한 부모님을 가진 사람들이 지어낸 소리야."

불퉁하게 그렇게 얘기해 놓고, 세이카의 말을 듣고선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는다.

"글쎄,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고서 세이카에게 마주 기대려 한다. 우리가 살아남는다면, 도피는 성공적일까. 성공이랄지, 우리는 서로의 곁을 떠나지 않을 수 있을까. 그전에 마지막 심문까지도 서로에게 친구로 남을 수 있을까. 자신의 과거를 알고도 세이카가 여전히 남아줄까.

전부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학생이 있을 때, 등불이 되어주는 것은 학생회장의 몫이다.

"그럼 세이카는 날 따라와. 내가 앞장서줄게."

응. 응. 얼마든지. 오랫동안 서로에 기댄 소녀들은 애초의 의지하고 의지하겠다던 얘기를 잊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 막레로 할게!!! 세이카주 수고했어~~~

82 세이카 (X23Ev7J9DU)

2023-08-18 (불탄다..!) 01:37:19

>>79 제제

"네. 필요성이 아니라... 그냥."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전... 예수도, 부처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걸요. 성자, 성령들에게 막 말을 하면 받아주시겠지만... 힘들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신도, 그리스, 로마 신들은... 인간과 다를 바 없이, 감정을 느끼니깐요."

MP3를 들지 않은 손으로, 제제의 손을 살짝 잡으려 한다. 그렇게 조용히, 음악이 서스펜드 되고, 롱 노트가 여운을 남기고 끝나고는.

5초 정도 후, 다음 음악이 들려온다.

우라로지노 만나카데

나레나이 케시키토 스카나이 니오이니

와타시와 오오와레테

소맛테이쿤데쇼

"... 아하하... 이 노래도, 자주 듣던 건데..."

친구와, 이 노래를 이야기 하고 싶다는, 그 충동이 얼마나 들었던가. 당신과 함께. 그렇게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또 몽실해지는 기분이다.

... 요와네하키.

https://www.youtube.com/watch?v=wUHBqw7N_Z4

83 제제 르 귄 - 세이카 (POjFH2m5g6)

2023-08-18 (불탄다..!) 01:50:17

>>82 세이카

"..."

세이카의 말에 침묵을 고수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그녀 혼자뿐이라고 웃고 싶었다. 특히 그리스로마 신들이라니. 신인 주제에 책임을 모르고인간같이 감정에 휩쓸린다 전해지는 자들이 아닌가. 겉으로는 침착해도, 마음이 복잡하다.

기민한 눈이 세이카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포착한다. 심란한 마음에 흠칫, 손이 굳는다. 신 답지 않은 행동이라 힘을 풀었다. 세이카의 손이 맞닿았다.

묘한 기분이었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야, 손을 덮듯이 잡는 쪽은 언제나 제제였으니까. 작은 손의 온기에 길을 잃은듯한 기분이지만, 이내 손가락을 움직여, 세이카의 손을 살짝 맞잡는다.

"...아."

다음 음악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저도 모르게 아쉬움을 담고 있던 두 눈이 동그래지고 깜박인다.

"...일본어로군."

머뭇거리듯 얘기한다. 순간 지금 자신이 하는게 맞는지, 자극적인 의문감이 강타한다.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또 다시 들지만, 그 의문감과 함께 지긋이 묻어버린다. 톡톡 튀는 듯한 멜로디와 속삭이는듯, 소리치는 듯한 목소리에 떠내려간다.

"이건... 무슨 이름의 노래인가?"

묻는 스스로의 목소리가 어색하다. 원래라면, 평소라면 더 능숙할텐데, 왠지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

84 세이카 (X23Ev7J9DU)

2023-08-18 (불탄다..!) 02:00:31

>>83

"아하하... 네, 제 나라쪽 노래예요... 그... 요와네 하키라고..."

mp3에는 가사가 올라오고 있어, 그것을 손을 제제쪽으로 내밀어 보여준다.

소오이야사, 소오이야사
'그러고 보니 말야, 그러고보니 말이야'

키노오모 와타시모 코오닷따
'어제의 나도 이랬어'

소오 이야사 소오이야사
'그러고 보니 말야, 그러고보니 말이야.'

"약한 소리를 뱉다, 라는 노래..."

그리고 사비를 향해 달리는 노래.

잠시금 멈추었다가, 팡, 하고 튀어오르는 약하지만, 뚜렷한 목소리.

이 노래도, 몇번을 들었을까. 그리고, 이것을 듣다가 얼마나 혼났을까.

그런 생각과는 관계없이, 노래는 가사와는 관계없이, 해맑게 흘러갔다.

요와이 네오 하이테이루
'약한 소리를 하고 있는'

우슷페라이 닌겐데스
'얄팍한 인간이예요'

잇포 마에니 데루노와 야메토키마스
'한걸음 앞으로 나가는 건 그만두겠습니다'

카라마레타쿠 나이와 나이카라사
'얽히기 싫은건 아니니까 말이야'

85 제제 르 귄 - 세이카 (POjFH2m5g6)

2023-08-18 (불탄다..!) 02:07:51

>>84 세이카

세이카가 mp3를 내밀자, 고개를 숙여 그 화면을 읽는다. 제제의 귀에 달린 무거워 보이는 귀걸이가 짤랑, 소리를 낸다.

"'약한 소리를 뱉다'?"

중얼거리듯, 세이카의 말을 따라한다.그 가사를 읽지만, 그 의미를 뚜렷하게는 알지 못하는 듯, 흐음, 하고 작은 소리를 낸다.

"...노래와 목소리는 이리 흥에 겨운데, 가사 자체는 생각보다... 가라 앉았군."

노래의 맑은 목소리에 대비해 제제의 목소리는 조곤조곤하다. 내리 깔던 잿빛 눈동자가 세이카의 눈을 마주본다. 똑같이 속삭이듯, 그녀에게 작은 질문을 던진다. 계속 말을 하면, 조금은 지금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서 벗어나는 기분이다.

"그대의 생각에, 이 노래는 슬픈 노래인가, 행복한 노래인가?"

86 세이카 (X23Ev7J9DU)

2023-08-18 (불탄다..!) 02:17:01

>>85 제제 르 귄

"그렇죠? 하지만... 그때의 저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꽤 유명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노래..."

조용히 이 노래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듣 속삭인다.

"이 노래는... 슬프면서도, 동시에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싶다는... 둘중 어느것이나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금, 잡은 손의 힘이 살짝 강해졌다. 그 잠시의 간주가 흘러나온다.

"흑백으로, 정해둘 필요가 없지 않을까, 생각도 드네요..."

"이런 느낌의 노래가, 일본에서는 꽤 유행인지라..."

타메이키 밧카데사
'한숨만 쉬어서 말이야'

스우이키 타리나이노
'들이마쉴 숨이 부족해'

"킷토 소오우마쿠와 이카나이케도사분명 그렇게 잘 되지는 않겠지만,"

"타메시니 챤토 이키데미요오시험삼아 제대로 살아가보자"

마지막 구절을, 조용히 따라 부르며, 제제를 마주본다. 마치, 그녀에게 말하고 싶은 듯이.

87 제제 르 귄 - 세이카 (POjFH2m5g6)

2023-08-18 (불탄다..!) 02:30:36

>>86 세이카

노래가 끝난다. 경쾌한 듯한, 조심스러운 듯한 가사를 남기고.

"..."

앞의 소녀가 자신을 바라본다. 손에 닿은 온기가 뜨거워 화상을 입을 것만같았다. 그녀의 조용한 음이 귓가에 남아 자신을 괴롭히는 거 같았다.

마음 안의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별로 신 답지는 않았다.

제제는 그것을 끔직하고 불쾌한 감정이라 정의하였다. 머리 여럿 달린 괴수처럼 그것은 여러 감정으로 제제를 괴롭혔으며, 하나를 쳐 내면 또 하나에게 물어 뜯기는 느낌이었다.

끔직했다. 불쾌했다. 괴로웠다.

내가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지?

"...시간이 늦었군."

입에서 뭐라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기계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이카의 손도 자연스레 떨어졌다. 그랬던거 같다. 잘 모르겠다. 속에서 무언가가 자꾸 뒤틀리는 느낌이라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너무... 너무 했다. 아마 웃고 있었던거 같다.

"너무 오래 잡아둔거 같아 미안하네." 라고 말했던 거 같기도.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즐거웠네"라고 말했던 거 같기도 하고. 아니, 둘 다인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으로 문을 더듬어 문손잡이를 돌리고 있었다. 조금, 이 방에서 나가 나의 공간으로 돌아가면 숨이 트일것만 같았다. 아니, 그렇다고 확신했다.

그래도 나가기 전에는, 한 마디를 해야 했다. 조금 괴로운 듯이, 말이 이 사이로 스며 나온다.

"...함께... 듣고자해서....좋았다네. 본좌, 그대에게 감사를 표하지."

그건 진심이었다. 아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제제는 도망쳤다.

//막레로 해도 되고, 이어도 돼!!

88 세이카 (X23Ev7J9DU)

2023-08-18 (불탄다..!) 02:40:17

>>87 제제 르 귄

제제가 일어서자, 살짝 이어폰 줄이 당겨지며, 세이카의 귀를 위로 당기고는, 이내 떨어져 바닥에 닿는다.

"!... 아야... 앗, 아, 제제씨...?"

그녀에게는, 제제가 짓는 그 표정이 슬피 보였기에. 걱정이 앞섰다. 당황하며, 당신을 부르며 손을 다시 잡으려 하는 그녀.

"그, 죄송, 해요... 저도, 이 노래가 나올 줄은 몰라서, 그, 좋은, 노래라, 생각해서..."

자신에게도, 계속 되뇌이던 말이였지만. 그 마지막 구절은.

... 자신이 없어진다.

"그, 정말... 괜찮으신가요...? 저... 그, 계속, 듣고 싶, 지만..."

"... 약속, 해도 될까요? 그... 다음에도, 이렇게, 같이... 듣고 싶은데..."

도망치는 제제를, 길게 잡지는 않지만... 부디, 그녀가 즐겼기를 바라며, 다음을 기약하고 싶어 조용히 물어본 그녀였다.

침대 위에 놓여버린 mp3는, 또 다른 노래를 틀고 있었다. 저 노래도, 제제씨에게 들려주고 싶었는데.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산처럼 많으니.

89 시미즈 마사 (g63LPTEbuM)

2023-08-18 (불탄다..!) 09:33:38

작은 걸레를 들고서 선반을 닦아내고 있다. 휴게실의 소파라든가 장식품들은 이미 청소가 끝난 듯하다.

// 난입~~~~

90 INFO (pkjWzNZCt2)

2023-08-18 (불탄다..!) 12:00:00


〔 ♩ ♬ ♪ ♬ 〕
〔 간수장 사마엘이 전해드립니다. 〕

〔 지난 24시간동안 입고를 요청받은 물품이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금괴 5개입니다. 당연히 거절했습니다. 저희 밀그램 시스템이 죄인 여러분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고자 노력하는 건 맞습니다만 통장 사정까지는 봐드리지 않습니다. 장난치지 마십시오. 〕
〔 또한, 항우울제와 항갈망제를 의무실에 구비해달라는 요청 또한 있었습니다. 이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들어는 드렸습니다만, 여느 물질이 그렇듯 오남용 시 건강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약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와 상의 후에 복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짧은 수감 생활 중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둘째 치고서라도 말이죠. 〕
〔 마지막으로, 도서실의 연체도서를 추적하던 중 일부 도서가 파괴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실꼬기, 머리끈 등 악세사리를 만드는 것과 관련된 책이었습니다만... 종이 하나하나를 뜯어내어 파괴에 공을 들인 듯 하더군요. 흐음, 어째서입니까? 죄인 제제 르 귄. 그토록 신경써서 머리끈을 만들어 선물하더니. 〕

〔 다음으로는 투표 현황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접수된 투표는 총 9표입니다... 만, 자기 자신한테 투표되어 무효가 된 표가 1표 있습니다. 〕
〔 듣고 계십니까, 자신한테 ‘용서하지 않는다’라고 투표한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다음부터는 이러한 착오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
〔 죄수 번호 001, 박권태. 용서한다: 2표, 용서하지 않는다: 2표. 〕
〔 죄수 번호 002, 시미즈 마사. 용서한다: 1표. 〕
〔 죄수 번호 004, 옥사나 하네즈카. 용서한다: 2표, 용서하지 않는다: 1표. 〕
〔 이전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용서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군요. 〕

〔 오늘은 심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참고하시어 다음 심문을 위한 에너지를 비축해주시길 바랍니다. 〕

〔 밀그램 시스템은 공평한 재판 진행을 위하여 정보 공유에 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 〕
 

91 제제 르 귄 extra (별거없는 독백) (C8scH4w5gQ)

2023-08-18 (불탄다..!) 15:34:53

현재, 제제의 일과는 이러하였다. 익숙지 않은 곳이 이번의 판결로 익숙한 곳이 되니, 생활 패턴 또한 비슷하게 돌아갔다.

일단, 5시 기상부터 시작하는 준비. 이것이 가장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익숙지 않으므로 이전보다 시간이 걸린다. 머리부터 옷매무새까지 완벽히 하고 나면 방을 나선다. 창문은 없지만, 해가 뜨기 시작할 때쯤이라 생각된다.

그로부터 간단한 식사, 그리고 도서관. 심리학이라던가, 관련 서적을 흩어보며 필요로한 지식을 견고히 한다. 읽는 책은 이미 읽어 본 익숙한 책뿐. 본 적 없고 필요 없는 서고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 외의 시간에는 무엇을 하는가. 답은 간단했다.

제제는 휴게실, 혹은 방 안에 단정히 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은 상점가의 도자기 인형과도 같았지만, 그와 달리 바라볼수록 몹시도 불쾌하고 소름 끼치는 것이었다. 제제는 인형이 아닌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간이 되면 방으로 돌아가 취침한다.

-- 익숙한 행동 방침을 따르다 보니, 신도들을 둘러보아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그들의 고민, 하소연, 고통을 들어주고, 위로해 주고, 올바른 말을 설파하는 시간.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그 시간이 통째로 텅 비게 되었다. 제제는 그들의 곁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었고, 무엇보다 그들은 현재 다 '행복'해졌으니까.

처음 왔을 때는 하루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처음 읽어보는 책들을 보고. 처음 해보는 운동도 힘내보고.

하지만 다 어리석은 짓이라는 게 판결 났다. 지금의 제제는 며칠 전의 제제를 비웃는다. 신으로서 태어난 이상, 그 사명을 그리 쉽게 내려놓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나? 하하, 우스운 일이다. 하하.

하지만 신의 자리를 되찾은 후, 이 시간은 계속해서 비게 되었다. 원래는 자신의 자리를 되찾으며 일부러 비워놓은 시간이었다. '이전'과 달리, 다른 수감자들이 제제를 찾아오는 일이 없었다. 설령 그렇다 하여도 이전의 생활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들은 제제에게 고민도 고통도 불행도 얘기하지 않았다. 대신 말하는것은... 모순. 그래, 모순이었다. 끔찍한 모순.

마음속에 무언가가... 무언가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본인도 모르는 무언가가.

그들이 원하는 게 대체 무엇일까? 신은 신도를 위해 존재한다. 그들을 이끌고, 하소연을 들어주고,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신도 없는 신에게는 존재 이유가 없다.

판결은 신이 필요하다 말하였다. 제제의 행동을, 존재 그 자체를 긍정하였다! 하지만 그에 응해 웃는 얼굴로 다가가면, 기대하던 하소연은커녕...

제제의 존재 자체가 고통이 된다는 듯 행동한다.

이해되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는다. '용서'하지 않았나? '긍정'하지 않았나?

그러면 속으로라도 제제와 동의하는 게 아니었나. 지금이라도 고민과 번민을 내려놓고 싶어 하는 게 아니었나? 모르겠다, 모르겠다!

가끔, 제제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히긴 했다. 그 분노는 의식하자마자 사그라들었으나, 좋은 징조는 아니라 생각했다. 별로 '신'스럽지 않지 않는가.

그 분노는 어리석은 자를 보는 답답함과도 같았고, 어린아이의 투정과도 같았다. 기어오르는 자를 향한 거슬림과도 같았고 갈 곳 없는 원망과도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계속 억눌린 무언가가 터지고 솟구쳐 일대를 헤집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안전한 나의 울타리를 침입자가 마주 부수고 흩트려 놓는 느낌이었다.

어째서? 그만해! 감히!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만둬!

용서한 주제에!

진실을 보지 못하는 자가 원망스러웠다. 자신의 자리를 흩트려 놓는 게 증오스러웠다.

“ ─ 죄를 저질렀다는 자각이 없는 사람한테 이를 알게 해주기 위해서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

헛소리다. 우리는 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

모두 속으로 용서를 원하는 주제에! 괴롭지 않길 원하는 주제에!

여기에는 새로운 것이 많았다. 한때 즐거움의 표본이었던 그것들이 모두 위협이자 불쾌한 것이 되어 다가왔다. 새로운 것은, 익숙지 않은 것은 모두 끔찍했다. 끔찍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흔들리는 것이다.

화가 났다. 새까만 불쾌함으로 가득 채워지다가, 결국 용서받았단 생각이 들면 새하얀 환희로 뒤덮였다. 불행한 이들에게 끝없는 애정과 연민을 느끼다가도 일렁이는 적의를 눌러 내려야 했다.

상념, 끝없는 상념. 누구 앞에서는 절대로 티 내지 않았다. 허나 혼자가 되는 순간, 제제의 머릿속에서 이러한 상념이 끝없이 몰아쳤다.

신답지 않았다. 절망적이었다. 어떻게 라도 평정을 되찾아야 했다. 감정을 해소하는 법은 하나도 몰랐기에, 제제는 길 잃은 미아처럼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결국, 정말로 짐승마냥, 본능을 따랐다. 아무도 없는 개인실이기에 가능했다.

부욱, 곱디고운 손가락이 페이지를 잡아 짓이겨 뜯었다. 무심해 텅 빈 잿빛 눈동자가 구겨진 종이를 응시했다. 기계처럼 그 동장을 반복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본인의 신체는 신의 그릇이기에 안된다. 타인의 신체? 웃기는 소리. 더더욱 될 리가 없다. 그래서 배출구는 마침 눈에 띄는 초라한 책 한 권이 되었다. 마침 필요가 없어진 물체였다. 필요가 없어진...

스스로의 손으로 행하는 파괴는 극히 달콤했다. 그리고 극도로 초라했다. 그냥 철없는 아이의 장난 같았다.

노동이 끝나자 급격히 피곤해진 소녀는 흩어진 종이 파편 사이에 잠들었다.

92 제제 르 귄 extra (별거없는 독백) (C8scH4w5gQ)

2023-08-18 (불탄다..!) 15:35:58


//영상이 같이 안올라갔다...
bgm - 고독의 종교 (syudou) - https://www.youtube.com/watch?v=S38cKR1TF04

93 제제 르 귄 (C8scH4w5gQ)

2023-08-18 (불탄다..!) 15:38:06

>>89 마사

이미 깨끗해진 휴게실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던 제제. 조용히 마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선반을 닦기 시작한 마사의 모습에 한 마디를 툭, 내뱉는다.

"부지런하군, 그대."

94 옥사나 하네즈카 (l.GvenpXqM)

2023-08-18 (불탄다..!) 16:37:28

"어라."

투둑, 하고 노트 위로 붉은 잉크가 떨어진다. 이상하다, 색이 있는 펜은 쓴적이 없는데 싶어 코 밑을 만지니 그대로 피가 묻어나온다.
...그럴만도 하겠네. 그날, 드러나게 되어버린 내 심상 때문이겠지. 그것때문에 마음이 편치않아 밤에도 잘 잠들지 못하다보니 이런건가. 전에는 아무래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최근에는 수감생활이 길어지다보니 원치않게 올바른 생활을 하게 되어서 몸이 받아주지 못한 거겠지.
곧바로 대충 응급처치를 하고서는 다시 자리에 앉아 빈 노트 위를 툭툭 하고는 건드리다 다시 이내 제대로된 행동을 찾지 못해 이미 몇일이고 써대서 바닥이 말라 붙은 브랜디잔에 싸구려 위스키를 채워넣었다.
노트에 적어놓은 '죽기전에 하고 싶은 것'이라는 글자만으로 이미 머리가 차버려서 몇시간째 그 이상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평소였다면 전혀 생각도 안했을텐데. 뇌수를 타고 적시는 옅은 오크향을 통로삼아 알콜과 담배가 강렬하게 전두엽을 두들긴다.
왜일까. 이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분명 살고싶지 않은데.

"후우"

깊게 내뱉은 한숨에는 곤란이 섞였다.
살아달라는 말은 독이다. 무엇도 알려주지 않고서는 그냥 자기가 원하니 살아달라니,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다. 그러니까 아직 젊다고 하는건가? 나도 어디서 늙었다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모르겠다. 모르겠어.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
...죄책감을 느끼는 것 만으로 뇌의 리소스를 모조리 쓰는 듯한 기분이다. 그에 맞춰서 조만간 끝날 인생을 곱씹는건, 솔직히 편하다.
책임진건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무언가 책임을 진 것 같은 안도감을 안겨다주니. 후유증은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무엇보다 훌륭한 마약일 것이다.
비굴하게 숨어서 모든 것을 회피하는 주제에 모든 것을 알고있다는 것 마냥 웃으면서 나는 이렇게나 불행하다고ㅡ 그래서 이것을 감당하는 것 만으로도 벅차다는 말만을 끊임없이 되새긴다.
두번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을 떠올리면서 나만을 가둔 지옥에서 편함을 느끼고 있을뿐.

그래서 아무것도 써내려가지 못한다. 조금씩 타들어가는 숯의 냄새와 마음것 섞어넣은 향료가 독한 구름이 되어 의무실 안을 채우고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의 죄악을 하늘 높이 던졌다가 다시 받지 않고 그대로 깨뜨린다. 안에서는 내가 버렸던 책임이 마치 피처럼 흐르고 있었다.

"..."

다시 정신을 잡고 펜을 잡았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대부분의 첫경험은 줄리아가 받아갔으니 아무래도 줄리아도 알지 못할법한 것들이 좋겠지.
조금씩 깨워지는 정신속에서 담배도 꺼뜨린채로 조금씩 새로운 삶의 궤도를 그려보고 있었다.

95 제제 르 귄 (IXMC99Tdzs)

2023-08-18 (불탄다..!) 17:39:08

>>94 옥사나

"그대, 괜찮은가? 혈색이 좋지 않네만."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면, 제제라는 이름의 소녀가 옥사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언제 들어왔을까? 인기척 하나없이 등장하는 것은 그녀에게 꽤 흔한 일이 되어버린거 같다. 조금 드문 일이라면 그 얼굴에 미소가 걸려있지는 않다는 것일까.

옥사나의 허락도 없이 반댓편에 앉는 제제. 턱을 괸채로 노트를 흘긋 바라본다.

"무엇을 쓰는겐가?"

//난입이 아니라 독백이었다면 그냥 스루해줘..

96 옥사나 하네즈카 (2Rb1N/Fiu.)

2023-08-18 (불탄다..!) 18:17:38

>>95 제제
"..."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옥사나, 이전과는 달리 제제를 보았음에도 그다지 분노나 혐오는 느끼지 않는듯보였다. 평소하고는 다르게.

"글쎄요. 목표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 말하는 옥사나는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였다.
정체를 알기 전의 그때처럼.

"최근에는 저를 흔드는 것들이 많으니, 우선 그렇게 흔드는 쪽의 의견에 맞는 삶을 살아볼까해요."

그렇다고는 해도 재판이 끝날때까지지만요. 그리 말한 그녀는 이내 다시 서랍을 열고 빈 노트를 꺼내 제제에게 건내며 웃는다.

"제제씨도 해보시겠어요? 만에하나 이곳에서 나가면 무엇을 하고싶은가를 생각하는거에요. 저야 죽기전까지는 시간이 좀 있을테니 그동안 할걸 생각하는중이랍니다."

97 시미즈 마사 (GELUwZ490U)

2023-08-18 (불탄다..!) 20:16:31

>>93 마사는 걸레로 선반을 꼼꼼하게 문지르며 제제 쪽을 본다. 지난 심문 이후로 어쩐지 후련해진 듯한 표정이다.

"글쎄요. 여기 와서 청소는 처음인걸요."

구석진 부분의 먼지를 찾아 닦는다.

"저보다 더 성실한 사람이 있어서, 저도 할 일을 찾아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98 제제 르 귄 (hjBXlq9qRM)

2023-08-19 (파란날) 02:45:35

>>96 옥사나

"흠."

의외로 옥사나에게 힐난도, 무시도 날아오지 않자, 상당히 의외인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것도 웃는 표정이라니? 두 눈이 동그래질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러기에 굳이 말을 꺼낸다.

"...오늘은 화내지 않는군."

눈을 깜박이며 평하다,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인다. 심오하게, 역시 웃는 얼굴이 문제였나? 라고 중얼거리며.

"목표?"

무심코 되물으며 옥사나가 쓰고 있는 글자를 힐긋, 바라본다. 거꾸로 읽어야 하지만, '죽기전에 하고 싶은 것'이라 적혀있는 거 같다. 예고한 옥사나의 죽음이 그 그림자를 드리우자,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 별로 어두워지는, 혹은 놀라는 느낌은 없다. 어쩌면 비슷한 처치라 그럴까.

오히려 옥사나가 빈 노트를 건네주자 놀라는 것같다. 노트를 가만히 보다, 묘한 표정과 함께 그대로 되돌려 옥사나에게 반환한다. 떨떠름한 제제의 얼굴과 대비되는 새하얀 공백의 페이지가 선명하다.

"생각은 고맙다만, 필요없다네. 본좌가 하고 싶은 것은, 모두 이 곳에서 끝낼 생각이라."

평소라면 자만과 당당함과 함께 전할 말도 그저 덤덤하게 말하는 것을 보아 나름 피곤한 듯하다. 오히려 흥미를 보이는 쪽은 옥사나의 것이다.

"대신 그대를 도울 수는 없나? 생각 해본 적 없는 미래를 그리는 것은 힘들지 않는가."

>>97 마사

청소를 하는 마사를 소파등에 기대며 바라본다. 저번 심문에 오히려 뭔가 해방된 느낌인데. 사소한 흥미와 의문 사이의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쳐가는 느낌이다.

"...그대보다 더 성실한 사람이 있었는가?"

고요해 인형같았던 눈이 마사의 발언에 동그래진다. 최근에 들어서는 조금 뜸해진 표정이다.

99 제제 르 귄 (hjBXlq9qRM)

2023-08-19 (파란날) 03:14:49

>>98 아차차 수정수정

본좌가 하고 싶은 것은, 모두 이 곳에서 끝낼 생각이라. -> 본좌가 해야 하는 것은, 모두 이 곳에서 끝낼 생각이라.

100 시미즈 마사 (KDxUeTs9E6)

2023-08-19 (파란날) 06:43:58

>>98 가장 성실한 사람 취급에 마사가 웃음소리를 낸다. 이윽고 돌린 얼굴은 조금 상기되어 있다.

"그럼요. 누구게요. 맞추어 보세요."

101 제제 르 귄 (an37SHyTsU)

2023-08-19 (파란날) 08:06:57

>>100 마사
깜박, 깜박.

웃음소리가 달콤하다. 그에 응답하듯 제제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그 의문의 사람을 맞추어 보려 애썼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장 성실한 사람이라면 눈 앞의 그녀였건만?? 데구르르 머리가 굴러간다. 제제의 눈이 반짝 빛난다.

"정답! 사마엘!"

AI인지 뭐시기니 마사보다도 성실한 자라면 그 아닌가! 대답늘 맞추었다 확정한 제제의 표정이 의기양양해졌다. 최근 인형 같은 모습보다 훨씬 보기 좋았을테다.

102 시미즈 마사 (FF5pppGtFg)

2023-08-19 (파란날) 08:20:31

>>101 반짝반짝 빛나는 제제의 눈빛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땡. 사마엘 씨도 성실하지만 제가 말한 건 사람이에요."

마사는 양동이에서 적당히 젖은 새로운 걸레를 꺼내 건네려 한다.

"틀린 벌칙으로 같이 청소를 해주셔야 겠어요."

103 옥사나 하네즈카 (gfFx1qiJ9k)

2023-08-19 (파란날) 09:48:24

>>98 제제
"생각해봤거든요. 당신은 내 원수도 아닌데 그렇게 죽도록 미워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하고."

여전히 마음에 안드는건 같지만요. 라고 중얼거린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다는 듯. 그녀는 마치 진언을 중얼거리는 것 처럼 겸허하게 말을 뱉고, 다시 작업에 몰두한다.

"그래요 목표. 원한처럼 애매하지 않은 것들 말이에요."

제제에게서 노트를 받아든 그녀는 아쉽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아쉬움외에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비어던 잔을 채우고 다시 비우고,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한다.
얼굴이 조금 불그스름하게 변하자 그제서야 조금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건지 웃으며 제제에게 대답한다.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이건 순전히 인간의 힘으로 해야하는거라."

그리 말하는 그녀의 눈가는 조금 휘어져 있어서 그게 놀리고 있단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애초에 믿지 않았으니 그녀의 눈에는 이렇게 보였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몽롱해질수록 정신은 맑아진다. 미쳐간다는 것 조차 인지할 수 있을정도로.

"하고싶은 것... 생각해보니 궁금하네요. 제제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신이라던가 하는 입장이 아니라. 인격체인 제제 르 귄이 하고싶은 것 말이에요."

그러고보니 저는 제제씨를 알려고 하지도 않았네요. 하고 그녀는 웃으며 중얼거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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