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일상과 이벤트는 이 곳에서. ※ 수위 규정 내의 범죄 행위와 묘사를 허용합니다. 이전 재판장: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12075 휴게실(잡담방):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12077 시트 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09080
그녀는 심문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담배에 불을 붙었다. 상상이상으로, 별볼일없는 인간이다. 두사람 다 정말 스스로의 시점에서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녀는 조금 깊숙하게 생각을 이어간다. 옛날일이다. 이미 다 이루어버린 일이니 떠올릴 필요도 없다는건지 이내 그녀는 짙은 연기를 뿜어댄다. 마치 동화속의 애벌레처럼. 다 안다는 것 같은 목소리로
제제는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괴로워하는 그녀를 두고서. 괴로움을 외면하다니, 명백히 사명에 반대되는 일이다. 아닌가? 신도가 아니니, 딱히 상관없는 일이긴하다.
목이 말랐다. 명확한 답을 갈구했다. 제제는 무득, 이때 부모님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였다. 지혜롭고 자비로운 어머님이라면 명백히 답을 잡아 길을 알려주었을텐데. 하지만 신의 권리로 이미 그들이 행복해진 이상, 그 앞의 길을 개척하는 것은 순전히 신의 몾으로 남았다. 신도없는 신은 불완전한 신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신은 완전해야 하거니.
솔직하게 스스로를 직시하자면, 제제는 무엇을 해야할지 알지 못했다. 그저 눈앞의 소녀가 그만 괴로워하기를 바랬다. 슬피 얼굴를 일그러트리지 않고, 괴로워 몸을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으로서 인간이 고통스러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기에.
신도라면 무엇을 해야하는 지 명확히 알았다. 신도들의 말을 듣고, 다정히 안아, 그들의 고통과 불안을 덜어주는 일은 익숙하다 못해 제제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세이카는 신도가 아니다.
기실, 처음에는 겹쳐본 감이 있었다. 물론, 어떻게 보면 여기 모두가 제제가 익숙한 자들과 닮긴 했지만, 세이카는 더더욱 그랬다. 자기긍정감이 낮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썼으며, 스스로 속내에서 우러나온 고통에 몸을 떨었다. 제제가 익히 봐온 신도들의 한 종류에 반듯히 닮았다.
하지만 세이카는 역시 제제의 신도와는 달랐다.
그녀는 답을 제제에게서 찾지 않았다. 달콤한 말에 매달리기는 커녕 거부했다. 안심을 갈구할거라 생각했더니, 막상 내밀어지는 과실에는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라고 단호히 얘기했다. 괴로워했지만, 그 괴로움을 없애고 싶어하지 않았다.
...더불어 가끔은, 이상하고 이해하지 못할 말을 하곤 했다.
그래서 제제는 명확히 세이카의 방문 앞에 서있다는 것을 알아도, 길을 잃은 느낌에 사로 잡혔다. 어떻게 하면 이 소녀의 아픔을 덜어낼수 있을까? 본능과도, 강박과도 가까운 그 마음의 답을 찾지 못해 혼란했다.
손을 뻗는다.미소가 짙어진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 익숙하고도 편안한 옷을 입듯이, 제제의 이러저리 꼬인 마음이 고요를 되찾는다. 그래, 이것이 올바르다.
하지만 신 앞의 인간이 입을 연다. 그 손은 허공을 젓는다. 인간은 신을 거부하였다.
제제의 미소가 깨진다.
안식을 찾고 있던 것은, 불안과 공포를 피하려는 것은, 애초에 제제라는 이름의 추악하고 어리석은 소녀뿐이었다.
"..."
미소가 깨진다. 꺠졌다. 아니, 굳은 것일까? 아아, 그대는 역시, 이해하지 못할 말을 한다. 이상한 말을 한다.
...라고, 그저 그렇게 귀를 닫고 눈을 멀게 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알고 있었다. 모르고 싶었다. 아니다. 나는 모른다. 나는 정상이다. 완전하다. 신이기에. 신이기에?
인간의 소망에 기반하는 것이 신인데, 인간은 신이 싫다고 한다.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그러면나는?
제제는 어떻게 할지 몰랐다. 다음 취해야 할 행동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암흑의 도로에 길을 잃은 느낌이라면, 그 도로가 통채로 사라진 느낌이었다. 조각난 역할, 뇌를, 마음을 애써 주워 이어붙힌다. 스스로 존재하는 지 몰랐던 하나의 생존본능이었다. 앞의 소녀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다. 바락대들고 싶었고, 화내고 싶었고, 틀렸다고 부정하며 반박하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뒤흔드는 그 오만함을 벌하고 싶었다.
>>331 마사 ...? 무슨 맥락으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사마엘은 당신이 자신을 놀래키려 했다는 사실 자체를 눈치채지 못 한 듯 싶다. 무엇이 당신이 혀를 차고 싶게 만들었을까...) 그러시군요. 판결 투표의 분석 데이터가 도착했기 때문에 브리핑 자료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그러했듯. (그리고 눈을 깜빡.) 궁금한 사항은 무엇입니까?
>>333 마사 아. (깨달음의 탄성.) 원하신다면 다음에 찾아오실 때는 '놀라움' 모듈을 활성화해드릴 수 있습니다. 귀신 분장을 하고 찾아오시면 효과가 더 좋습니다. (...농담인걸까? 인간의 얼굴 모양이 아니라 표정 읽기가 영 쉽지 않다...) 만일 그들이 공격을 감행한다 할지라도, 그 칼날은 당신들같은 전 죄인이 아니라 저희 밀그램 시스템을 향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기우라고 판단되는군요. (어깨를 으쓱이고는) 밀그램에 참여한 죄인이기에 보복을 당할 것이다. 라는 주장에서 우선 '밀그램에 참여한'이라는 부분에 대해, 밀그램 시스템의 참여자 정보는 최우선 기밀 정보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죄인'에 대해, 무죄 판정을 받는다면 아무도 당신들의 죄를 말미암아 당신들한테 돌을 던지지 못 할 것입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습니까?
>>335 마사 그렇습니까. 제 눈동자의 녹화 기능이 얼마나 성능이 좋은지 보여드리지 못 해 아쉽군요. (얼굴빛 하나 안 변하고(당연하지만) 그런 농담을 하고는) 궁금증과 불안함이 해소되셨다니 저 또한 기쁩니다. (끄덕.) 이해합니다. 또한 그 생각이 반갑습니다. 미래를 상상하며 삶을 그려내는 건 인간으로 하여금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게 도와주고는 하죠. 지금의 상태가 이번의, 그리고 다음번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337 마사 농담을 위한 목소리톤 제어 정도야 저한테는 아주 쉬운 일입니다. (고성능 AI니까요. 능청스레 당신의 빨개진 얼굴을 넘겨버린다.) ...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기쁩니다. (위안을 받았다는 까닭을 모르겠다는 눈치다. 방금의 인사치례는 의례적으로 한 말일 뿐이겠지.) 저는 이 재판이 끝난 뒤, 저를 필요로 하는 또다른 재판이 열릴 때까지 휴면 모드에 들어갑니다. 그러니 하고싶은 활동이 있더라도 실행할 수 없겠지요.
>>341 마사 아, 그런 겁니까? 죄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어 미처 몰랐군요. 고맙습니다. (약간 비꼬는 듯한 어조가 들어간 것이, 자신은 죄인보다 위에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없잖아 있는 듯 싶다. 짧게 표현하자면 "감히 날 동정해?" 정도일까.) 그저 개인적인 기호입니다. (뜸.) 밀그램 시스템의 의의와 목적을 이해하고 있으며 제가 시스템을 위해 기동하는 존재임을 알기에 이 밀그램 시스템에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가끔씩 답답하기도 한 건 사실입니다. 원래라면 바로 처형을 집행해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러나 자신의 사심이 재판 운영에 영향을 미칠 일은 절대 없으니 안심해달라고 덧붙였다.)
>>343 마사 그렇습니까? 다음에는 '동화같은 이야기만 하는 모듈'을 요청하셔도 됩니다. 무섭지 않을 만한 내용을 79% 정도 걸러낼 수 있습니다. (무섭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밝힐 생각이 없었건만 먼저 요청한 것은 당신이었으니까.) 저한테는 죄가 없으니 여전히 간수장 노릇을 하는 것이겠지요. (으쓱.) 안녕히 가십시오, 약 3시간 뒤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남기고 간 말에... 떠나가고 난 뒤에야 나지막이 혼잣말을 하는 사마엘.) ... 무섭다면 또 몰라도 왜 귀엽다고 생각한 거람. 취향 참 이상해. (절레절레.)
>>106 박권태 남에게 맡기면 되지 않나? 라는 그의 말에 옥사나는 머리를 살짝 떨구고서 침묵을 조금 길게 이어갔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는 별개의 일이다. 1심이 끝난 후 조그마한 긍정이 머리 속에 처박힌 이후로는 의무감을 놓는 것이 더욱 두려워졌으니까.
“그렇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면허는 정지되기는 했어도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거잖아요?”
그녀는 애써 웃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하고는 잔을 흘겼다.
“그렇게 말하시는 분들이 보통 술도 끊고 잘살게 되더라구요.”
여기에서 나가고 나서의 일이라며 말을 덧붙인다. 일부러 눈을 피하듯이 고개를 돌리고는 처방할 약을 떠올린 것인지 약의 이름을 조금씩 써내려갔다. 아마도 내일이나 모래에는 도착할 것이다. 자기는 죽어도 끊어내지 못하겠으니까. 적어도 하겠다는 사람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한 일이지만.
“…글쎄요. 적어도 이번 심문에서 본 짧은 일들이 진실이라면, 저는 용서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네요.”
석연치 않은 점은 아직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실하게 판결을 내릴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내가 느끼는 것은 그냥 공포에 불과하고 제 손으로 누군가를 또 한 번 죽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벌벌 떨면서 연기하는 건 아닐까? 모르겠다. 줄리아가 말 했던 것처럼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면 적어도 고통스럽지는 않았으면 했는데.
“그러는 권태씨는 저를 용서 할 수 있나요? 행복하게 살던 일가족을 모조리 죽인 년인데.”
>>108 제제
“당신도 저의 신이 아니죠.”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옥사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린 채 제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로 말한다. 그러고는 이어지는 제제의 말에는 그냥 네, 그렇군요. 대단하네요 따위의 마음이라곤 하나 담겨있지 않은 말로 대꾸하며 넘기려 하다가 이내 제제가 노트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슬쩍 한 쪽 팔을 옮겨주어 조금 잘 보이게 만들었다.
“제제씨는 마치 시체가 되고 싶다는 것처럼 말하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한다. 그 어떤 욕망도 없다면 그건 그저 시체에 불과하다고 그리 말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타인을 위해 우상이 된다면 관에 못이 박히는 순간의 시체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지 않냐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한다. 이제서야 다시 눈을 맞추려 한다. 마치 이전까지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을까.
“내성은 없지만, 이 안에는 신이 있거든요. 아 담배도 그렇고.”
20살이 지나야만 그 신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헛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조금 취한 것이 분명해보였다. 살짝 달아올라 붉어진 뺨이 그 증거였다.
>>345 옥사나 (침묵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자 권태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렴풋이 예상하고는 있었다지만, 이 주제는 당신이 꽤나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또 무거워서 아프다고 느끼는 부분인 듯 싶다.) 그거 좀 안 한다고 안 죽지 싶다. 나는. 원래 의사라는 족속이 다들 너같이 사명감에 미쳐 사냐? 히포크라테슨지 히포포타머슨지 뭔가가 그렇게 대애단하신가. (자신이 이렇게 투덜거림은 편한 길을 걷지 않으려는 당신이 미련스레 보여 안타깝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라는 주위의 보장을 믿지 않고 자신 속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도리질하는 모습이라니! 어차피 당신 말대로 당신은 면허가 정지되었으니 더이상 의사도 아니건만. 이미 소용 없어진 동아줄에 매달려 자신은 아직 괜찮노라 되내이는 꼴이 아닌가.) 안 끊을 거야, 안 끊을 거라고. 이 양반이 나의 유일한 삶의 낙을 빼앗으려 하네... 나 없이 술하고 둘이서 데이트 할 생각이냐? 질투 나서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조심해. (농담이라기엔 상당히 뼈가 있는 말이다. 주로 그의 과거 행적이라는 지점에서. 약이 자신 앞으로 도달하거든 최선을 다 해 도망칠 궁리나 하다가...) 정말이야? (당신의 대답이 심히 만족스러워 미소를 지었다.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더욱 생김이 그리도 즐거울까.) 의사양반 말이지...... (손가락으로 탁상을 두어 번 두드리고는) 그런 식으로 말하려 들면 우리 중에서 용서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옥사나야. 그리고 나는 복수를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 사람이라... (소중함을 앗아간 사람. 사랑을 뺏어간 사람. 권태는 그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빼앗겼으면 되찾아야지. 되찾을 수 없다면 부숴버려야 하고.
분위기를 덮으려는 듯 웃으면서 받아친다. 물론 알면서 한 것은 아닐테지만 이런 내용의 회화는 그다지 속에 좋지 않았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보다 안하면 죽어요.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건 의사 이전에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혼자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눈썹을 조금 찡끄린채 투덜거리는 권태를 달래듯이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괜찮다는 말은 독이다. 그것을 세번... 아니 두번의 살인 끝에야 알게 되었으니 이제라도 하지 말아야지. 물론 그 무지의 대가를 치루는 것도 말이야.
"그러면 일기나 제대로 쓰시면 되겠네요. 이런건 어느정도 의지의 문제니까요. 일기를 쓰고 자기를 돌아본다던가 저도 예전에 했거든요."
오히려 반드시 하겠다고 하지 않는다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권태씨는 합격점에 가까웠다. 그런 사람이니까 어째서인지 조금 놓지 못하겠다. 최대한 표정을 가다듬고 웃는다. 생각해보면 전혀 이럴 필요는 없을텐데. 이 나이가 되도록 모르는 것이 더욱 많은것은 자랑스럽지 못했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다지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곧바로 이어지는 말에는 조금 분노를 느꼈다. 당연한것이 아닌가? 살인자다. 그나마도 정황상 누명이 의심되는 것은 세이카양정도. 나머지는 모조리 자신의 살인을 인정한 주제에 무슨 염치로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아니 의미는 없다. 이미 다른 사람에게 용서한다고 투표한 적이 있으니까.
"글쎄요. 권태씨랑은 다르게 저는 그냥 사람을 죽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냥 죽여버리고 싶으니까 죽였고 적당히 이유를 붙인걸지도 몰라요."
저는 복수를 나쁘다고 보거든요. 그리 덧붙이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조금 떨리는 오른 손을 반대 편 손으로 꼭 쥐었다. 분명히 나의 팔에 붙어있을텐데 어째서인지 남의 손을 쥔 것 마냥 따스하게 느껴진다.
"저는 평생을 계획했고 분노를 베이스로 꿈을 이루었으니까요. 불은 꺼지기 마련인데."
기다릴걸 그랬다며 조금 칭얼거리는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347 제제 제제씨에게 보여주려고 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조금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1. 롤스로이스로 레이스 하기. 2. 영구문신 새기기. 그 이후로도 별 영양가는 없는 내용의 리스트를 써내려갔으니까. 그제서야 나도 생각보다 욕망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붉어진 것은 아마 술기운이 아니라 수치심 때문일까.
"혹시라도 이상한 생각은 하지마세요. 신에게 형상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릇도 필요없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위안을 줄 수 있어야죠."
그 어디에도 절대적인 가치는 없다. 사람은 그냥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세계의 전부라고 믿고 그러기에 싸우는 거니까. 모든 현상에 대해 자신이 지각해낸 원인을 절대적인 가치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뿐. 나는 들고있던 펜을 들고 뚫어져라 바라본다. 제제씨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야 나는 신이 아니니까.
"...그저 같잖은 위안과 의미없는 용기를 주지요. 그리고 접신이 끝날때 가장 괴로운 기억을 끄집어내요. 스스로 몇번이고 곱씹을 수 있도록."
술도 담배도 그 무엇도 신은 아니니까. 들고있던 펜을 내려다놓았다. 무어라 길게... 이야기할 것이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붉게 물들여지는 옥사나의 두 뺨과 다르게, 제제의 눈은 흥미로 반짝인다. 샅샅히 흩어보다가도, 2번째 문장에 손가락을 콕, 들이댄다.
"어떤 모양의 문신을 새기고 싶은지는 생각해 보았는가?"
머릿속에 거대한 용문신을 한 옥사나를 상상하고 있는 것일까? 뭐, 입밖으로 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헌데, 그대가 원하는 시간안에 다 끝낼수 있는 일인가?"
그게 핵심인 일은 아닐텐데도, 근본적인 그 목록의 이유를 알지 못해 고개를 기울인다. 제제 안의 옥사나는 스스로 해방을 택하려는 모순의 존재이므로, 이렇게라도 더 잘 알고 싶어하는 것일수도 있다.
"그러한가..."
옥사나의 신에 대한 해석에 찹착한듯 눈살이 살며 시 좁혀진다. 존재하기만 하는 것으로 위안을 줄수 있나. 신으로서의 삶은 워낙 바빠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 일수도 있다. 하루도 할 일이 없지는 않았으니. 그러기에 옥사나가 얘기하는 술에 담긴 신에 대해서는, 똑같이 못마땅한 반응을 내어버리고 만다.
"...딱히 좋아보이는 신은 아닌거 같네만... 괴로운 기억을 끄집어낼 필요성이 있나? 그저 그것이야 말로 의미없는 괴롭힘 아닌가."
본좌가 더 나은 신이라고 자격지심이라도 있는 것일까, 답지 않게 진심으로 불평하고 말아버린다. 흥, 하면서도 옥사나의 말에 얼굴이 밝아진다. 아끼는 신도들의 생각만을 하면 이렇게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물론 한편으로 외로움도 있지만, 그것은 불필요한 감정이기에 옆으로 치워버린다.
"그야, 여러 일이 있지만, 핵심적으로는 그 것이지. 그들의 슬픔을 들어 받아들이고, 위로하고, 안심시키고... 불행과 공포를 덜어, 더 이상 괴롭지 않게 하는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