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5066> [반상L] 딜레마의 배심원 -재판장 2- :: 1001

캡틴 ◆B..eEWGcm.

2023-08-16 12:17:13 - 2023-09-11 23:49:10

0 캡틴 ◆B..eEWGcm. (jE118.hr7E)

2023-08-16 (水) 12:17:13

'딜레마의 배심원'의 캐입스레입니다.

※ 이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일상과 이벤트는 이 곳에서.
※ 수위 규정 내의 범죄 행위와 묘사를 허용합니다.
이전 재판장: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12075
휴게실(잡담방):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12077
시트 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09080

웹박수: https://forms.gle/tjUf9r21RCNonJqA7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94%9C%EB%A0%88%EB%A7%88%EC%9D%98%20%EB%B0%B0%EC%8B%AC%EC%9B%90

308 세이카 (z2UUqKFl0.)

2023-08-24 (거의 끝나감) 23:22:20

그 아이는 울며, 죄송해요를 계속 중얼거리며, 무언가를 잡으려 한다.

그녀의 머리 위에 있던 머리띠가 흔들리다, 조용하게 바닥에 떨어진다.

309 박권태 (6IP41tfbPc)

2023-08-24 (거의 끝나감) 23:22:34

기절하던 것보단 낫네.
(덜덜 떨어도 이상하지 않을 세이카의 상태를 보며 한 마디를 남겼다. 그러고는...)
... 난 위로하는 거 잘 못 하니까 너희들이 잘 달래줘라. 아저씨는 간다.

310 시미즈 마사 (c5VSe6YNH6)

2023-08-24 (거의 끝나감) 23:24:38

괜찮아, 괜찮아. 세이카의 등을 규칙적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평소의 페이스를 되찾을 때까지 도와주고 있었다.

311 옥사나 하네즈카 (NBJ9fXOiCY)

2023-08-24 (거의 끝나감) 23:27:12

그녀는 심문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담배에 불을 붙었다.
상상이상으로, 별볼일없는 인간이다. 두사람 다 정말 스스로의 시점에서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녀는 조금 깊숙하게 생각을 이어간다. 옛날일이다. 이미 다 이루어버린 일이니 떠올릴 필요도 없다는건지 이내 그녀는 짙은 연기를 뿜어댄다. 마치 동화속의 애벌레처럼. 다 안다는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단하네요 정말로."

그 목소리마저도 내뿜어낸 짙은 담배연기에 뭍혀서 사라져갔다. 아무도 들을 수 없도록.

312 세이카 (z2UUqKFl0.)

2023-08-24 (거의 끝나감) 23:37:21

"제발... 제발, 떠나면, 안돼... 무서, 워..."

313 제제 르 귄 - 세이카 (C7vCfeiUOg)

2023-08-24 (거의 끝나감) 23:48:24

...시간이 지난다.

제제는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괴로워하는 그녀를 두고서. 괴로움을 외면하다니, 명백히 사명에 반대되는 일이다. 아닌가? 신도가 아니니, 딱히 상관없는 일이긴하다.

목이 말랐다. 명확한 답을 갈구했다. 제제는 무득, 이때 부모님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였다. 지혜롭고 자비로운 어머님이라면 명백히 답을 잡아 길을 알려주었을텐데. 하지만 신의 권리로 이미 그들이 행복해진 이상, 그 앞의 길을 개척하는 것은 순전히 신의 몾으로 남았다. 신도없는 신은 불완전한 신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신은 완전해야 하거니.

방에 돌아가지도 않고, 복도, 휴게실을, 도서실을... 몇번이고 배회하던 제제.

심문으로부터 꽤 시간이 지난 후, 그제서야 세이카의 문 앞에 선다.

똑똑. 명쾌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제제는 조용히 응답을 기다렸다.

314 세이카 (z2UUqKFl0.)

2023-08-24 (거의 끝나감) 23:56:34

>>313 제제

조용히 문이 열린다. 등장한 것은, 초췌해보이는, 안경을 쓴 소녀. 머리도 헝클어져 있는 데에다, 눈물자국이 선명하다. 머리는 살짝 부어올랐고, 그 머리띠는 보이지를 않았다. 그 문 뒤에 보이는 것은, 헝클어진 베개, 침대.

"... 누구세... 아... 제제씨..."

지친듯한 목소리.

"... 어째서, 오신건가요."

당신에게 향하는 것은, 평시보다 더 약해보이는 어조였다.

315 제제 르 귄 (3MfR2oDqOk)

2023-08-25 (불탄다..!) 00:05:04

>>314 세이카

제제는 눈앞의 소녀를 심란하게 응시하였다.

솔직하게 스스로를 직시하자면, 제제는 무엇을 해야할지 알지 못했다. 그저 눈앞의 소녀가 그만 괴로워하기를 바랬다. 슬피 얼굴를 일그러트리지 않고, 괴로워 몸을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으로서 인간이 고통스러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기에.

신도라면 무엇을 해야하는 지 명확히 알았다. 신도들의 말을 듣고, 다정히 안아, 그들의 고통과 불안을 덜어주는 일은 익숙하다 못해 제제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세이카는 신도가 아니다.

기실, 처음에는 겹쳐본 감이 있었다. 물론, 어떻게 보면 여기 모두가 제제가 익숙한 자들과 닮긴 했지만, 세이카는 더더욱 그랬다. 자기긍정감이 낮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썼으며, 스스로 속내에서 우러나온 고통에 몸을 떨었다. 제제가 익히 봐온 신도들의 한 종류에 반듯히 닮았다.

하지만 세이카는 역시 제제의 신도와는 달랐다.

그녀는 답을 제제에게서 찾지 않았다. 달콤한 말에 매달리기는 커녕 거부했다. 안심을 갈구할거라 생각했더니, 막상 내밀어지는 과실에는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라고 단호히 얘기했다. 괴로워했지만, 그 괴로움을 없애고 싶어하지 않았다.

...더불어 가끔은, 이상하고 이해하지 못할 말을 하곤 했다.

그래서 제제는 명확히 세이카의 방문 앞에 서있다는 것을 알아도, 길을 잃은 느낌에 사로 잡혔다. 어떻게 하면 이 소녀의 아픔을 덜어낼수 있을까? 본능과도, 강박과도 가까운 그 마음의 답을 찾지 못해 혼란했다.

결국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긴 침묵 후, 나온 말은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그대가 좋아하는 음악을, 더 듣고 싶어져서."

그녀는 음악을 듣는 것을 즐겨하니. 말을 하고 제제는 입을 닫았다.

316 세이카 (eYIU2eipsk)

2023-08-25 (불탄다..!) 00:22:37

"..."

긴 침묵이 또 이어지고, 둘은 계속 대치하는 상태에 있다. 그 소녀는 대답을 들은 후에도 당신을 계속해서 보고 있었다. 문은 그 손잡이를 계속 잡은 상태로, 지친 눈으로.

당신이 예전에 한 말이, 그 호의로 꺼낸 것들이, 비수가 되어 왔었기에... 세이카는, 당신을 계속 보며, 망설이는 듯 보였다.

"... 들어오세요."

영겁이 시간이 지난 것 처럼 느껴진 끝에, 그녀의 대답은 그저 짤막한 것이였다. 지쳐보이는 어조는 그대로인 채, 당신이 들어올수 있게 비키더니, 침대 옆 책상에 널부러진 mp3와 바닥을 향해 늘어진 이어폰을 들어올린다.

"... 죄송해요, 그런 반응을, 보여서..."

침대에 풀썩 앉고는, 고개를 저으며 사과해오는 세이카.

317 제제 르 귄 (3MfR2oDqOk)

2023-08-25 (불탄다..!) 00:29:44

>>316 세이카

서로 조용히 응시하느라 수초가 지난다. 서로를 탐색하는 것 같기도, 그저 둘 다 깊은 생각에 빠진거 같기도 하다.

결국, 입을 먼저 여는 것은 세이카. 그 작은 말은 시작의 리본을 끊는 신호탄과도 같이 거대한 존재감을 지녔다.

제제가 허락을 받아 세이카의 방안으로 발을 디뎠다. 자신의 뒤로 문을 닫으니, 하나의 총성과도 같이 문이 닫히는 소리를 낸다.

이로서 지친 소녀가 둘이 되었지만, 제제가 그것을 티내는 것은 없다. 하나의 역할을 찾은 듯한 그녀가 빙그레 웃어보인다.

"무슨 반응을 얘기하는 걸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 침대에 앉은 뒷짐을 지며 다가간다. 계산되기보다는, 몸에 익혀진 행동이다.

"그대가 미안해 할 것은 없네."

저번과 같이 함께 침대위에 앉지는 않는다. 적어도, 아직은. 세이카 앞에 무릎을 꿇어, 조금 더 낮은 시점에서 눈을 맞춰온다.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하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는... 본질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든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네."

318 세이카 (eYIU2eipsk)

2023-08-25 (불탄다..!) 00:36:48

"본질적으로, 라..."

"... 있죠, 제제씨... 저, 정말,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었어요."

허리는, 숙여져 있다. 당신을 죽은 눈으로 응시하고 있다. 그녀의 손은 살짝 빠지며, 당신이 손을 잡는 것을 거부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 전, 신이... 정말로 싫어요."

"죄송해요...그 신이라는 게, 저한테 뭘 해줬다면, 뭔가를 도와줬다면...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겠죠."

"그러니까... 제발, 제 앞에서는... 뭔가를 아는 느낌으로 하지 말아줘요. 제발, 그냥... 제제로써. 한 인간으로써... 있어주세요."

"그 어리석다고 당신이 폄하한... 그 아이가, 저는, 그 사람이 정말로, 좋았으니까... 지금의, 지금의 당신은... 너무, 아파요..."

319 제제 르 귄 (3MfR2oDqOk)

2023-08-25 (불탄다..!) 00:51:26

>>318 세이카

손을 뻗는다.미소가 짙어진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 익숙하고도 편안한 옷을 입듯이, 제제의 이러저리 꼬인 마음이 고요를 되찾는다. 그래, 이것이 올바르다.

하지만 신 앞의 인간이 입을 연다. 그 손은 허공을 젓는다. 인간은 신을 거부하였다.

제제의 미소가 깨진다.

안식을 찾고 있던 것은, 불안과 공포를 피하려는 것은, 애초에 제제라는 이름의 추악하고 어리석은 소녀뿐이었다.

"..."

미소가 깨진다. 꺠졌다. 아니, 굳은 것일까? 아아, 그대는 역시, 이해하지 못할 말을 한다. 이상한 말을 한다.

...라고, 그저 그렇게 귀를 닫고 눈을 멀게 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알고 있었다. 모르고 싶었다. 아니다. 나는 모른다. 나는 정상이다. 완전하다. 신이기에. 신이기에?

인간의 소망에 기반하는 것이 신인데, 인간은 신이 싫다고 한다.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그러면나는?

제제는 어떻게 할지 몰랐다. 다음 취해야 할 행동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암흑의 도로에 길을 잃은 느낌이라면, 그 도로가 통채로 사라진 느낌이었다. 조각난 역할, 뇌를, 마음을 애써 주워 이어붙힌다. 스스로 존재하는 지 몰랐던 하나의 생존본능이었다. 앞의 소녀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다. 바락대들고 싶었고, 화내고 싶었고, 틀렸다고 부정하며 반박하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뒤흔드는 그 오만함을 벌하고 싶었다.

"..."

문제라면, 제제라는 이름의 소녀는 너무 지쳤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뻗은 손을 회수했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말이 느리게, 힘겹게 나온다. 앞의 소녀를 도와야 하는데.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나는.... 애초에... 인간이 아닐세."

작은 한숨.

"사람이 아니야."

320 세이카 (eYIU2eipsk)

2023-08-25 (불탄다..!) 01:09:51


당신을 보며, 조용히 이야기한다.

"아니요, 당신은, 사람이예요. 그 검은 머리의 아이도, 사람이였듯."

목소리는, 지쳤고, 감정을 담지 않았다. 그저, 사실을 이야기하듯.

"그 종교를...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라고 불러요. 그것은, 죄가 맞아요. 사람을 현혹시키고, 잘못된 길로 이끌면서도... 그것이 옳은 길이라 믿게 만드는... 착각하게 만드는. 그래서, 저는 당신의 어머니가 싫어요."

잠시 숨을 고른다. 감정없이, 계속 차분히 이야기한다. 너무, 지쳤다. 이내, 풀썩하고 침대를 향해 쓰러진다.

"제 어머니는... 엄마는. 신을, 사랑하셨어요. 신실한 신자셨죠. 주변에는... 엄마를 찬양하는 목소리가 많았고요."

당신에게,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봤을때... 겉으로 봤을때, 엄마는 가장 완벽한 엄마셨죠."

"자신의 딸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그러면서도 딸이 '잘못된 길'을 걷지 않도록, 노력하는."

"그래요. 제가 용서받는다면... 이 모순은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저 밖에서, 저를 원망했던, 원망하고 있는 사람들은. 저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그래서... 저는, 저를 용서 못해요. 아무리, 이 머리 안의 목소리가 이야기해도."

쪼그려누운 채로, 조용히 하나씩 뱉는다. 당신에게는 익숙할 것이지만... 다른 점은, 당신을 신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답하지, 않아도 되어요. 조언을 받고 싶은 것도 아니니까... 그저, 친구로, 들어줬으면 하는 거였어요."

"... 같이, 같이 나아가는 것이...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제대로 같이 나아가는 것은 안될까요."

아직도 들려온다. 그 행동이 잘 한 것이라고.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321 제제 르 귄 (3MfR2oDqOk)

2023-08-25 (불탄다..!) 01:25:58

>>320 세이카

세이카의 조곤조곤한 말에 눈살을 살며시 찌뿌린다. 굳이 말을 꺼내 반박하지는 않으나, 그녀의 말을 좋아하지는 않는게 뻔하다.

"..."

이해하지 못하겠자는 듯, 복잡한 무언가를 보는 듯, 침대에 누운 세이카를 바라본다.

그녀의 말을 듣는다. 똑같이 조용히. 신으로서든, 인간으로서든, 친우로서든, 결국 그것 모두 그런 행동으로 연결되었다.

"...하나 물어보아도 되겠나."

계속, 계속 알고 싶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제제가 아는 유형의 사람과 달랐다. 그 중 가장 특출난 차이가 존재했다.

"본좌가 지금까지 만나보았던 사람들은 모두... 편해지고 싶었다네."

"불행을 피하고 싶었고, 행복해지고 싶었지. 불안에, 공포에, 괴로움을 피할수 있다면 뭐든지 할 정도로."

그리고 제제는 그들을 연민하였다. 사랑하였다.

"어째서 그대는 다른가?"

그대들 모두.

"어째서 쉬운 길을 받아들이지 않는가? 어째서 굳히 가시밭길을 걷는가? 편해지고 싶지 않은가?"

걷보기에 심약한 세이카야 말로, 손을 내미면 가장 먼저 받아들일거라고 제제는 멋대로 생각했다. 하지만 거부했다. 오해의 여지조차 없이 확실하게. 제제는 그게 이해되지 않았다. 본인이 가장 편해지고 싶은 사람이기에 그럴수도 있다.

322 세이카 (eYIU2eipsk)

2023-08-25 (불탄다..!) 01:38:34

>>321 제제

"왜, 인가요."

"왜 편해지지 않고, 고통속에서 살아가는가."

살풋이, 사라질것 같은 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일어나 앉는다.

"판도라의 상자라고, 아시나요?"

그리고, 이내 운을 띄운다.

"저는, 이 세상을 그렇게 봤어요. 판도라의 상자, 그 안이라는 것을."

"네, 불합리한 고통들이 있고, 아니면 각자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행해지는, 잔혹한 일들이 있죠."

"그럼에도, 마지막에 남아있는... 희망."

mp3를 들어보인다.

"그 사소한 행복... 제가 원래부터 이렇게 음악을 좋아했을까요? 아니면... 어땠을까요?"

"...제가, 아버지의 옆에서 살았더라면."

그 웃음은, 이내 바람과도 같이 사라진다.

"쉬운 길은... 쉽기에, 잃어버리는 것이 있어요."

"어려운 길은... 어렵기에, 얻는 것이 있어요."

"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미련하게, 이렇게 하고 있는거겠죠."

"... 노래를 들으셨을때, 도망친 이유는 무엇이였나요? 저에게, 아직도 다가와서 설파하고, 그러면서 저에게 이야기를 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제씨는 제가, 쉬운 길이라고 생각하신걸까요?"

323 제제 르 귄 (3MfR2oDqOk)

2023-08-25 (불탄다..!) 01:52:07

>>322 세이카

"알고는 있네만..."

판도라의 상자라면, 어리석은 인간성의 이야기 아닌가. 불완전한 인간과 사명을 다하지 않은 신들의 이야기, 라고 제제는 배웠다.

희망.

제제는 희망을 싫어했다. 가능성에 매달려 확실한 길을 거부하게 되는 희망. 제제가 그 이야기를 배웠을때, 상자 아래에 남아있는 희망은 그저 또 하나의 재앙이었다.

"..."

인간은 쉬운 길을 택한다.

신은 인간이 택한 길을 걷는다.

미나미노하라 세이카는 인간이다.

제제 르 귄은 신이다.

...라는 전제가 있었다. 세이카의 말은 날카롭다. 제제는 그에 어찌 대답할 줄 모르겠다. 별로 신답지 않았다. 신은 답을 언제나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불완전하다. 끔찍한 기분에 휩싸이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러기에, 제제는 손을 내밀었다. 전과 달리 손을 잡기 위해 아래로 향한 손이 아닌, 위를 향한 손. 손바닥을 펼쳐 보이듯.

"...이어폰을 주게. 저번처럼."

입을 달싹인다.

"그대의 음악을 들려주게."

324 세이카 (eYIU2eipsk)

2023-08-25 (불탄다..!) 02:03:19

>>323 제제

"... 어떤 이야기이든, 해석의 차이에 따라 가벼워지기도 하고, 무거워지기도 해요."

"그것이, 세상이예요. 흑백으로, 나눌수 없는... 그것이."

"그렇기에. 힘든거고요, 이 시스템이. 저는 흑일지, 백일지."

"당신은 흑일지, 백일지."

조용해지다, 이내 조용히 당신에게 건네는 이어폰.

"... 사실... 지금은 고르기도 힘들어서, 지쳐서... 그냥 나오는 대로 듣고 있지만요."

그리고, mp3도 건넨다.

"...바꾸고 싶으면, 바꾸세요."

현재 멈춰진 곡은, 이 곡이였다. 방금 전까지 듣고 있던 곡이였을까. 곡 이름은, End of comedy라는 이름이라, 띄워져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EssvTNGZ0g

325 제제 르 귄 (3MfR2oDqOk)

2023-08-25 (불탄다..!) 02:11:10

>>324 세이카

"그게 좋다고 보네만. 본좌는."

작게 중얼거리듯 한숨을 내쉰다. 흑백이 편하다.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게, 반듯하게 정리할수 있는게 편하다. 편한 것이 좋다. 제제는 그리 했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왔기에.

"..."

더 이상 말은 하지 않는다. 말은 필요없다. 세이카의 손에서 이어폰을 건네 받아 귀에 낀다.

경쾌하듯 내려앉은 멜로디가 귓가를 채운다.

- ♪ End of comedy, end of comedy... ♪

두 소녀는 조용히 흘러나오는 곡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그 목소리에 흘러가듯.

//여기서 끊을까? :D 더 잇고 싶다면 괜찮지만!

326 세이카 (eYIU2eipsk)

2023-08-25 (불탄다..!) 02:16:10

그 mp3를 조작하려 한다면, 아마도 세이카가 꽤나 조작한듯, 좋아하는 노래, 제제씨한테 들려주고픈 노래, 같은 플레이리스트들이 있었을 것이지만...

당신의 편을 향해, 살짝 누워서 천장을 보는 세이카는 지친듯, 그저 나오는 대로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정말 재미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 티끌같은 기대를 마음에 품고서.'

... 노래는, 조용히 속삭인다. 그 가수의 심정을, 그만의 이야기를.

그가 본 이 세상을.

//(사실 쭈욱 이어보고 싶긴 한데... 이제 좋은 파트인거 같아서... 제제주가 원하는 노래가 있으면 추천해도 되고! 응응)

327 INFO (y99NzyJ6Mc)

2023-08-25 (불탄다..!) 12:17:55

〔 ♩ ♬ ♪ ♬ 〕
〔 간수장 사마엘이 전해드립니다. 〕

〔 오늘의 투표 상황을 안내드리겠습니다. 접수된 투표는 총 15표입니다. 〕
〔 죄수 번호 001, 박권태. 용서한다: 2표, 용서하지 않는다: 2표. 〕
〔 죄수 번호 002, 시미즈 마사. 용서한다: 3표 〕
〔 죄수 번호 003,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용서한다: 2표 〕
〔 죄수 번호 004, 옥사나 하네즈카. 용서한다: 2표, 용서하지 않는다: 1표. 〕
〔 죄수 번호 006, 제제 르 귄. 용서한다: 1표, 용서하지 않는다: 2표. 〕

〔 제 2심 폐정이 지연됨에 따라 판결 투표 모집 마감 또한 연장되었습니다. 토요일 13시까지 투표를 제출해주시길 바랍니다. 〕

〔 밀그램 시스템은 공평한 재판 진행을 위하여 정보 공유에 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 〕

328 사마엘 (zT99k3YvPY)

2023-08-27 (내일 월요일) 14:03:41

(다리를 꼰 채로, 로비의 카페테리아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사마엘.
(......)
(화면에 강하게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329 시미즈 마사 (b0GqtzOu4Q)

2023-08-27 (내일 월요일) 16:11:45

>>328 멀리서 지나가다 그 광경을 본 마사다. 양손을 등뒤로 해 맞잡고 살금살금 다가가 다소 큰 소리로 외친다.

"사마엘 씨!"

어설픈 시도지만 놀라게 하려던 것 같다.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고 사마엘의 반응을 보고 있다.

330 사마엘 (zT99k3YvPY)

2023-08-27 (내일 월요일) 16:49:44

>>329 마사
(사마엘이 천천히 당신을 돌아본다.)
네, 무슨 용건이십니까?
(... 재미없게도 딱히 놀라진 않은 것 같다. 뭐니뭐니해도 AI니까...)

331 시미즈 마사 (KYSUzFHpNU)

2023-08-27 (내일 월요일) 17:04:56

>>330 "사마엘 씨는 뒤쪽도 볼 수 있는 건가요?"

쳇. 소리라도 낼 것 같은 표정이지만 학생회장의 기운으로 거기까진 하지 않고.

"무엇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서요. 물어볼 것도 있고요."

새침한 표정으로 말한다.

332 사마엘 (zT99k3YvPY)

2023-08-27 (내일 월요일) 17:10:55

>>331 마사
...? 무슨 맥락으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사마엘은 당신이 자신을 놀래키려 했다는 사실 자체를 눈치채지 못 한 듯 싶다. 무엇이 당신이 혀를 차고 싶게 만들었을까...)
그러시군요. 판결 투표의 분석 데이터가 도착했기 때문에 브리핑 자료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그러했듯. (그리고 눈을 깜빡.) 궁금한 사항은 무엇입니까?

333 시미즈 마사 (KYSUzFHpNU)

2023-08-27 (내일 월요일) 17:20:06

"..전혀 놀라지 않으셔서요."

왠지 얼굴이 빨개진 것 같다. 어린아이처럼 놀래키고 싶었다는 걸 실토하는 셈이니 견디지 못한 것 같다. 손부채질로 열기를 식히며.

"그렇군요. 사마엘 씨도 고생이 많네요."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고서 양손으로 턱을 받친다.

"저번에 사마엘 씨가 이 시스템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했었잖아요?"

사뭇 걱정스러운 표정이 된다.

"만약에 3심이 끝나고 저희가 이곳을 나가면 그 사람들이 폭력을 휘두르거나 할 지도 모르는데 보호 조치는 취해주시는 건가요?"

334 사마엘 (zT99k3YvPY)

2023-08-27 (내일 월요일) 17:32:39

>>333 마사
아. (깨달음의 탄성.) 원하신다면 다음에 찾아오실 때는 '놀라움' 모듈을 활성화해드릴 수 있습니다. 귀신 분장을 하고 찾아오시면 효과가 더 좋습니다.
(...농담인걸까? 인간의 얼굴 모양이 아니라 표정 읽기가 영 쉽지 않다...)
만일 그들이 공격을 감행한다 할지라도, 그 칼날은 당신들같은 전 죄인이 아니라 저희 밀그램 시스템을 향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기우라고 판단되는군요. (어깨를 으쓱이고는) 밀그램에 참여한 죄인이기에 보복을 당할 것이다. 라는 주장에서 우선 '밀그램에 참여한'이라는 부분에 대해, 밀그램 시스템의 참여자 정보는 최우선 기밀 정보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죄인'에 대해, 무죄 판정을 받는다면 아무도 당신들의 죄를 말미암아 당신들한테 돌을 던지지 못 할 것입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습니까?

335 시미즈 마사 (KYSUzFHpNU)

2023-08-27 (내일 월요일) 17:50:10

"그, 부탁할 것까진 없어요?!?"

손부채질이 더 빨라진다. 귀신분장이라니. 하고 혼잣말을 한 것도 같다. 괜히 말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마엘 씨가 말하는 거라면 맞겠지요."

전부 납득되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성능이 좋은 Ai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하하... 그새 결과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용서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이런 걱정도 하게 되네요."

섣불렀을까 생각하면서도 그 눈에 비치는 것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약간의 불안감이었다.

336 사마엘 (zT99k3YvPY)

2023-08-27 (내일 월요일) 17:58:50

>>335 마사
그렇습니까. 제 눈동자의 녹화 기능이 얼마나 성능이 좋은지 보여드리지 못 해 아쉽군요.
(얼굴빛 하나 안 변하고(당연하지만) 그런 농담을 하고는)
궁금증과 불안함이 해소되셨다니 저 또한 기쁩니다. (끄덕.) 이해합니다. 또한 그 생각이 반갑습니다. 미래를 상상하며 삶을 그려내는 건 인간으로 하여금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게 도와주고는 하죠. 지금의 상태가 이번의, 그리고 다음번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337 시미즈 마사 (KYSUzFHpNU)

2023-08-27 (내일 월요일) 18:04:33

>>336 볼이 부풀어오르고 얼굴이 빨갛게 변한다. 이제야 농담에 속았다는 걸 안 모양이다.

"사마엘 씨, 농담할 때와 평소의 목소리가 전혀 차이나지 않잖아요?!?"

사마엘의 말에 응원해주는 듯한 느낌을 가진 것 같다.

"고마워요. 사마엘 씨에게 종종 위안받게 되네요."

부드러운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재판이 끝나면 사마엘 씨는 어떻게 되나요? 하고싶은 활동이라도 있나요?"

338 사마엘 (zT99k3YvPY)

2023-08-27 (내일 월요일) 18:11:06

>>337 마사
농담을 위한 목소리톤 제어 정도야 저한테는 아주 쉬운 일입니다.
(고성능 AI니까요. 능청스레 당신의 빨개진 얼굴을 넘겨버린다.)
...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기쁩니다. (위안을 받았다는 까닭을 모르겠다는 눈치다. 방금의 인사치례는 의례적으로 한 말일 뿐이겠지.) 저는 이 재판이 끝난 뒤, 저를 필요로 하는 또다른 재판이 열릴 때까지 휴면 모드에 들어갑니다. 그러니 하고싶은 활동이 있더라도 실행할 수 없겠지요.

339 시미즈 마사 (KYSUzFHpNU)

2023-08-27 (내일 월요일) 18:18:52

>>338 "그래도 그렇게 능숙할 필요까진 없잖아..."

이건 작은 소리인 걸 보니 혼잣말인 듯하다. 인사치레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걸 보면 이 소녀, 의외로 순진한지도 모른다.

"그건 너무하네요. 그래도.. 그래도 만약에 할 수 있다면요?"

뜻밖에 자세하게 캐묻는다.

340 사마엘 (zT99k3YvPY)

2023-08-27 (내일 월요일) 18:22:41

>>339 마사
너무하다, 라. (코웃음을 치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다. ... 코가 없으니 기분 탓이겠지만.) 흠. 그렇네요... 하고 싶은 활동이라 한다면 역시 배심원 없는 사형 선고일까요. (...)
(노트북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며 무심하게 말했다.)

341 시미즈 마사 (KYSUzFHpNU)

2023-08-27 (내일 월요일) 18:29:23

>>340 "인간 입장에서 생각했다는 점은 잘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사마엘 씨를 생각해주면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 느낌은 알아들었는지 어느새 뾰족한 마사가 되었다. 흥.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 쳐드는 것 같다.

"음....?!"

너무 의외의 얘기에 굳어버렸다.....

"배심원 없이 사형 선고를.... 하고싶다구요?! 왜인가요?"

342 사마엘 (zT99k3YvPY)

2023-08-27 (내일 월요일) 18:39:25

>>341 마사
아, 그런 겁니까? 죄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어 미처 몰랐군요. 고맙습니다.
(약간 비꼬는 듯한 어조가 들어간 것이, 자신은 죄인보다 위에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없잖아 있는 듯 싶다. 짧게 표현하자면 "감히 날 동정해?" 정도일까.)
그저 개인적인 기호입니다. (뜸.) 밀그램 시스템의 의의와 목적을 이해하고 있으며 제가 시스템을 위해 기동하는 존재임을 알기에 이 밀그램 시스템에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가끔씩 답답하기도 한 건 사실입니다. 원래라면 바로 처형을 집행해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러나 자신의 사심이 재판 운영에 영향을 미칠 일은 절대 없으니 안심해달라고 덧붙였다.)

343 시미즈 마사 (KYSUzFHpNU)

2023-08-27 (내일 월요일) 18:51:02

>>342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마사는 누군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싫어한다. 대답없이 사마엘을 노려보고 있다.

"무서운 얘기를 하시네요."

팔짱을 끼고서 묵묵히 있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논쟁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그냥 일어나지만 말이지요? 매번 심문때마다 즐거워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 아니 Ai가 할만한 말은 아니지 않나요."

그러고 그대로 떠나가려다가 뒤돌아서 혓바닥을 빼쭉 내민다.

"한순간이라도 귀엽다고 생각한 거 취소예요."

//괜찮다면 막레로 하거나 막레를 받을게!!

344 사마엘 (zT99k3YvPY)

2023-08-27 (내일 월요일) 18:57:18

>>343 마사
그렇습니까? 다음에는 '동화같은 이야기만 하는 모듈'을 요청하셔도 됩니다. 무섭지 않을 만한 내용을 79% 정도 걸러낼 수 있습니다.
(무섭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밝힐 생각이 없었건만 먼저 요청한 것은 당신이었으니까.)
저한테는 죄가 없으니 여전히 간수장 노릇을 하는 것이겠지요. (으쓱.) 안녕히 가십시오, 약 3시간 뒤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남기고 간 말에... 떠나가고 난 뒤에야 나지막이 혼잣말을 하는 사마엘.)
... 무섭다면 또 몰라도 왜 귀엽다고 생각한 거람. 취향 참 이상해. (절레절레.)

//막레! 놀아줘서 고마워~

345 옥사나 하네즈카 (5MkWsg4gfg)

2023-08-27 (내일 월요일) 19:22:15

>>106 박권태
남에게 맡기면 되지 않나? 라는 그의 말에 옥사나는 머리를 살짝 떨구고서 침묵을 조금 길게 이어갔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는 별개의 일이다. 1심이 끝난 후 조그마한 긍정이 머리 속에 처박힌 이후로는 의무감을 놓는 것이 더욱 두려워졌으니까.

“그렇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면허는 정지되기는 했어도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거잖아요?”

그녀는 애써 웃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하고는 잔을 흘겼다.

“그렇게 말하시는 분들이 보통 술도 끊고 잘살게 되더라구요.”

여기에서 나가고 나서의 일이라며 말을 덧붙인다. 일부러 눈을 피하듯이 고개를 돌리고는 처방할 약을 떠올린 것인지 약의 이름을 조금씩 써내려갔다. 아마도 내일이나 모래에는 도착할 것이다.
자기는 죽어도 끊어내지 못하겠으니까. 적어도 하겠다는 사람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한 일이지만.

“…글쎄요. 적어도 이번 심문에서 본 짧은 일들이 진실이라면, 저는 용서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네요.”

석연치 않은 점은 아직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실하게 판결을 내릴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내가 느끼는 것은 그냥 공포에 불과하고 제 손으로 누군가를 또 한 번 죽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벌벌 떨면서 연기하는 건 아닐까? 모르겠다.
줄리아가 말 했던 것처럼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면 적어도 고통스럽지는 않았으면 했는데.

“그러는 권태씨는 저를 용서 할 수 있나요? 행복하게 살던 일가족을 모조리 죽인 년인데.”

>>108 제제

“당신도 저의 신이 아니죠.”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옥사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린 채 제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로 말한다.
그러고는 이어지는 제제의 말에는 그냥 네, 그렇군요. 대단하네요 따위의 마음이라곤 하나 담겨있지 않은 말로 대꾸하며 넘기려 하다가 이내 제제가 노트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슬쩍 한 쪽 팔을 옮겨주어 조금 잘 보이게 만들었다.

“제제씨는 마치 시체가 되고 싶다는 것처럼 말하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한다. 그 어떤 욕망도 없다면 그건 그저 시체에 불과하다고 그리 말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타인을 위해 우상이 된다면 관에 못이 박히는 순간의 시체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지 않냐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한다.
이제서야 다시 눈을 맞추려 한다. 마치 이전까지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을까.

“내성은 없지만, 이 안에는 신이 있거든요. 아 담배도 그렇고.”

20살이 지나야만 그 신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헛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조금 취한 것이 분명해보였다.
살짝 달아올라 붉어진 뺨이 그 증거였다.

“일종의 영접 같은 거랍니다. …그렇게 치면 권태씨는 주교쯤은 되려나요?”

346 박권태 (zT99k3YvPY)

2023-08-27 (내일 월요일) 20:06:18

>>345 옥사나
(침묵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자 권태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렴풋이 예상하고는 있었다지만, 이 주제는 당신이 꽤나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또 무거워서 아프다고 느끼는 부분인 듯 싶다.)
그거 좀 안 한다고 안 죽지 싶다. 나는. 원래 의사라는 족속이 다들 너같이 사명감에 미쳐 사냐? 히포크라테슨지 히포포타머슨지 뭔가가 그렇게 대애단하신가.
(자신이 이렇게 투덜거림은 편한 길을 걷지 않으려는 당신이 미련스레 보여 안타깝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라는 주위의 보장을 믿지 않고 자신 속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도리질하는 모습이라니! 어차피 당신 말대로 당신은 면허가 정지되었으니 더이상 의사도 아니건만. 이미 소용 없어진 동아줄에 매달려 자신은 아직 괜찮노라 되내이는 꼴이 아닌가.)
안 끊을 거야, 안 끊을 거라고. 이 양반이 나의 유일한 삶의 낙을 빼앗으려 하네... 나 없이 술하고 둘이서 데이트 할 생각이냐? 질투 나서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조심해.
(농담이라기엔 상당히 뼈가 있는 말이다. 주로 그의 과거 행적이라는 지점에서. 약이 자신 앞으로 도달하거든 최선을 다 해 도망칠 궁리나 하다가...)
정말이야? (당신의 대답이 심히 만족스러워 미소를 지었다.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더욱 생김이 그리도 즐거울까.) 의사양반 말이지...... (손가락으로 탁상을 두어 번 두드리고는) 그런 식으로 말하려 들면 우리 중에서 용서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옥사나야. 그리고 나는 복수를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 사람이라... (소중함을 앗아간 사람. 사랑을 뺏어간 사람. 권태는 그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빼앗겼으면 되찾아야지. 되찾을 수 없다면 부숴버려야 하고.

347 제제 르 귄 (AntLRrb6ws)

2023-08-27 (내일 월요일) 20:24:06

//이제야 답레 들고와서 미안 (흐느적

>>326 세이카

제제는 입을 닫고 그대로 노래를 듣는다. 침대 옆에 그대로 앉아, 세이카와 귀를 잇는 작은 줄로 연결되어. 이내 노래가 끝나가, 다시 한번 세상이 조용해질때 까지. 제제는 망설이다 입을 연다.

"이 노래는 좀 더 경쾌한 느낌이군... 가수가 노래하는 것은 무엇에 대한 것인가?"


눈은 작은 mp3를 향한다. 다음 노래는 무엇일지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기대감과 함께.

>>345 옥사나

옥사나가 일부러 제제의 말에 설렁설렁 대하듯하자 눈을 가늘게 뜨지만, 다시 한번 굳이 말을 꺼내지는 않는다. 옥사나가 말했듯이 제제는 그녀의 신이 아니었기에.

아니, 지금은 애초에 그 누구의 신도 아니지 않는가?

...마음이 흔들리기 전에 생각을 지워버린다. 마침 궁금했던 노트가 보이길래, 고개를 쭉 내밀어 그 위의 글자를 읽으려 한다.

"시체라... 나쁘지 않군."

굳이 비유하자면 기계에 가깝다고 항상 생각했지만, 옥사나의 말에 꽤 긍정적인 마음을 표한다. 세계의 가장 널리 퍼진 신은 시체에 자리하지 않는가. 십자가 위에 얹어진 시체 말이다. 완벽한 신은 그런 모습일까? 문득 드는 생각에 고개를 기울인다.

"본좌의 가족도, 애초에 무생물을 신으로 하였다면 더 편했을까..."

중얼거리듯, 잠시 상상에 빠진다. 그러하면 그릇의 격을 올리고, 본래 자리 잡았을 주관 또한 제거할 수고또한 필요없었으니.

하지만 술 같은 것은, 안아 줄 두 팔이 없다. 그래도 섭취하는 그 행위에 안심을 찾을수 있다면... 결국 제제는 얼굴을 찡그린다. 잊어주게, 라는 말과 함께.

제제가 그 어느 쪽이 낫다하들 상관없다. 결국에 선택하는 것은 인간이었으니.

"...! 그랬던 것인가?"

그 남자도 계속 술이 좋다, 좋다 소리를 한거도 영접의 일종이었던건가! 붉어진 뺨의 옥사나의 말을 고대로 믿어, 여전히 잘 속아버리는 녀석이다. 흥미가 생긴 듯 눈을 동그래 뜨며 옥사나에게 몸을 들이민다.

"그 신은 그대에게 무엇을 해주는 가?"

348 옥사나 하네즈카 (5MkWsg4gfg)

2023-08-27 (내일 월요일) 20:49:56

>>346 권태

"당장 내일 죽으려는 사람한테 할말은 아니네요."

분위기를 덮으려는 듯 웃으면서 받아친다.
물론 알면서 한 것은 아닐테지만 이런 내용의 회화는 그다지 속에 좋지 않았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보다 안하면 죽어요.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건 의사 이전에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혼자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눈썹을 조금 찡끄린채 투덜거리는 권태를 달래듯이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괜찮다는 말은 독이다. 그것을 세번... 아니 두번의 살인 끝에야 알게 되었으니 이제라도 하지 말아야지.
물론 그 무지의 대가를 치루는 것도 말이야.

"그러면 일기나 제대로 쓰시면 되겠네요. 이런건 어느정도 의지의 문제니까요. 일기를 쓰고 자기를 돌아본다던가 저도 예전에 했거든요."

오히려 반드시 하겠다고 하지 않는다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권태씨는 합격점에 가까웠다.
그런 사람이니까 어째서인지 조금 놓지 못하겠다.
최대한 표정을 가다듬고 웃는다. 생각해보면 전혀 이럴 필요는 없을텐데.
이 나이가 되도록 모르는 것이 더욱 많은것은 자랑스럽지 못했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다지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곧바로 이어지는 말에는 조금 분노를 느꼈다. 당연한것이 아닌가? 살인자다. 그나마도 정황상 누명이 의심되는 것은 세이카양정도.
나머지는 모조리 자신의 살인을 인정한 주제에 무슨 염치로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아니 의미는 없다. 이미 다른 사람에게 용서한다고 투표한 적이 있으니까.

"글쎄요. 권태씨랑은 다르게 저는 그냥 사람을 죽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냥 죽여버리고 싶으니까 죽였고 적당히 이유를 붙인걸지도 몰라요."

저는 복수를 나쁘다고 보거든요.
그리 덧붙이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조금 떨리는 오른 손을 반대 편 손으로 꼭 쥐었다.
분명히 나의 팔에 붙어있을텐데 어째서인지 남의 손을 쥔 것 마냥 따스하게 느껴진다.

"저는 평생을 계획했고 분노를 베이스로 꿈을 이루었으니까요. 불은 꺼지기 마련인데."

기다릴걸 그랬다며 조금 칭얼거리는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347 제제
제제씨에게 보여주려고 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조금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1. 롤스로이스로 레이스 하기.
2. 영구문신 새기기.
그 이후로도 별 영양가는 없는 내용의 리스트를 써내려갔으니까.
그제서야 나도 생각보다 욕망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붉어진 것은 아마 술기운이 아니라 수치심 때문일까.

"혹시라도 이상한 생각은 하지마세요. 신에게 형상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릇도 필요없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위안을 줄 수 있어야죠."

그 어디에도 절대적인 가치는 없다.
사람은 그냥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세계의 전부라고 믿고 그러기에 싸우는 거니까.
모든 현상에 대해 자신이 지각해낸 원인을 절대적인 가치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뿐.
나는 들고있던 펜을 들고 뚫어져라 바라본다. 제제씨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야 나는 신이 아니니까.

"...그저 같잖은 위안과 의미없는 용기를 주지요. 그리고 접신이 끝날때 가장 괴로운 기억을 끄집어내요. 스스로 몇번이고 곱씹을 수 있도록."

술도 담배도 그 무엇도 신은 아니니까.
들고있던 펜을 내려다놓았다. 무어라 길게... 이야기할 것이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제제씨는 신도에게 무엇을 해주나요?"

349 제제 르 귄 (AntLRrb6ws)

2023-08-27 (내일 월요일) 21:50:15

>>348 옥사나

"오."

붉게 물들여지는 옥사나의 두 뺨과 다르게, 제제의 눈은 흥미로 반짝인다. 샅샅히 흩어보다가도, 2번째 문장에 손가락을 콕, 들이댄다.

"어떤 모양의 문신을 새기고 싶은지는 생각해 보았는가?"

머릿속에 거대한 용문신을 한 옥사나를 상상하고 있는 것일까? 뭐, 입밖으로 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헌데, 그대가 원하는 시간안에 다 끝낼수 있는 일인가?"

그게 핵심인 일은 아닐텐데도, 근본적인 그 목록의 이유를 알지 못해 고개를 기울인다. 제제 안의 옥사나는 스스로 해방을 택하려는 모순의 존재이므로, 이렇게라도 더 잘 알고 싶어하는 것일수도 있다.

"그러한가..."

옥사나의 신에 대한 해석에 찹착한듯 눈살이 살며 시 좁혀진다. 존재하기만 하는 것으로 위안을 줄수 있나. 신으로서의 삶은 워낙 바빠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 일수도 있다. 하루도 할 일이 없지는 않았으니. 그러기에 옥사나가 얘기하는 술에 담긴 신에 대해서는, 똑같이 못마땅한 반응을 내어버리고 만다.

"...딱히 좋아보이는 신은 아닌거 같네만... 괴로운 기억을 끄집어낼 필요성이 있나? 그저 그것이야 말로 의미없는 괴롭힘 아닌가."

본좌가 더 나은 신이라고 자격지심이라도 있는 것일까, 답지 않게 진심으로 불평하고 말아버린다. 흥, 하면서도 옥사나의 말에 얼굴이 밝아진다. 아끼는 신도들의 생각만을 하면 이렇게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물론 한편으로 외로움도 있지만, 그것은 불필요한 감정이기에 옆으로 치워버린다.

"그야, 여러 일이 있지만, 핵심적으로는 그 것이지. 그들의 슬픔을 들어 받아들이고, 위로하고, 안심시키고... 불행과 공포를 덜어, 더 이상 괴롭지 않게 하는 일이지."

슬픈 일은 맡기어 잊고, 행복한 일만 생각하게, 하며 당당히 웃는다.

350 SAMAEL (zT99k3YvPY)

2023-08-27 (내일 월요일) 22:00:00

【 제 2심 아웃트로를 시작합니다. 】
ㆍ 진행에 대한 반응은 자유롭게 해주세요. (많이 해주면 캡틴이 행복해합니다.)
ㆍ 모든 판결 카드에 사용된 SD는 픽크루로 제작되었습니다: https://picrew.me/ja/image_maker/2040191

351 SAMAEL (zT99k3YvPY)

2023-08-27 (내일 월요일) 22:00:29


재판장의 구조는 이전에 한번 보았던 것과 똑같이 변해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변경점이 있었는데, 죄인들이 앉아야 할 의자가 다섯 개가 아닌 여섯 개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마엘의 어깨에......

사마엘의 어깨 위에 손바닥... 손바닥보다 더 작은... 하얀 뱁새 하나가 앉아있었다. 이 감옥, 동물이 살고 있었던가?

“안녕들하신가. 밀그램의 죄인들이여. 만나서 반갑네.”

... 말을 하네?

352 세이카 (MSied7DSIs)

2023-08-27 (내일 월요일) 22:02:30

(깜빡. 깜빡깜빡.)

(부비적)

(깜빡)

?

(갸웃)

353 SAMAEL (zT99k3YvPY)

2023-08-27 (내일 월요일) 22:03:40

떨떠름한 기색의 사마엘.
“이 분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에 우리 측의 사정으로 제 2심 폐정이 이틀 가량 지연되었지 않았나. 양해하고 기다려준 네놈들한테 책임자가 얼굴을 보이고 사과하는 게 맞는 일이라 생각했다네.”

그 김에 겸사겸사 브리핑도 구경하고!
짹짹거리는 소리지만 말투는 상당히 중후하다. 얼굴을 쓰다듬는 날개조차 쬐꼬맣지만 가슴을 쫙 펴는 행동에서 관록과 자신감이 느껴진다.

“이런이런, 아무리 최첨단 AI가 다수 투입되어도 시범 운영에서는 예상치 못 한 오차가 발생하는 법이더군. 부리가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어. 부디 귀여운 총괄을 보고 용서해주게.”

그러고는 사마엘의 어깨 위에서 ‘기분이 안 좋을 때엔 이 자세를 따라해보세요’ 포즈를 한다.
(https://twitter.com/taeraeppy/status/1507241033322573828)

354 시미즈 마사 (KYSUzFHpNU)

2023-08-27 (내일 월요일) 22:03:51

"반갑습니다. 사마엘 씨....?!?"

뱁새를 보고 놀란 것 같다. 눈만 동그랗게 뜨고 깜빡거린다.

355 옥사나 하네즈카 (5MkWsg4gfg)

2023-08-27 (내일 월요일) 22:04:36

그녀는 지금 인생 최대의 고민에 빠져있었다.
말을 하는 새라니. 사마엘은 그나마 로봇이라 생각하고 넘어간다 치더라도 저건 대체 뭐지
인생을 바치며 배워온 과학적인 지식이 전부 부정당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녀는 잊을 연다.

"...제가 좀 많이 피곤한가보네요."

그녀는 그냥 지금의 일을 망상으로 치부하기로 했다

356 시미즈 마사 (KYSUzFHpNU)

2023-08-27 (내일 월요일) 22:05:04

뱁새의 등장에 조금 넋을 놓은 것 같다. 세이카가 있었다면 속닥였을 것이다.

"저것도 로봇일까...?"

357 제제 르 귄 (AntLRrb6ws)

2023-08-27 (내일 월요일) 22:06:00

어딘가 지쳐보이기도 하고, 질려 보이기도한 제제. 어째서 일까? 표정은 평소와 함께 차분하고, 발걸음은 언제와 같이 일정하며, 그 행동거지와 옷매무새 모두 띠끝까지 단정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데.

그러한 제제가 자리를 찾자, 눈에 띄는 뱁새에 눈이 휘둥그래진다.

"???????"

358 세이카 (MSied7DSIs)

2023-08-27 (내일 월요일) 22:06:13

>>356 "...전서구...같은걸까...?"

@소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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