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582 미카엘라 (Cfj47yRHQ.)

2023-10-28 (파란날) 14:11:04

고문을 해도 버틸 인간일세. 쇄골이나 갈비를 꽉 쥐어주면 보통 악악악 신음하면서 주저앉기 마련이었다. 이미 죽었으니 악으로 버텨보겠다는건가?

"저 구렁이. 바닥에 엎드리고 머리 위로 손 올리게 해요. 참, 내가 하는 말은 알아들으시나? 다른 나라 사람같은데?"

"이건 구렁이 그쪽한테도 하는 말이에요. 이 사람 바닥에 넘어뜨려서 관절 몇 개 꺾어버리는건 일도 아냐. 그게 목뼈가 될지 누가 알겠어요?

미카엘라는 무조건 항복을 종용한다. 무장을 해제하고, 스스로 수갑을 채우고, 배의 소유권을 넘겨!

"쟤 가슴에 구멍내고 쟤 팔도 날려버린 값은 치르셔야죠..."

그러고보니 들리는 포성이 아직 하나다. 등 뒤의 바벨은 뭘 하고 있지? 흘끔 뒤를 돌아본다.

583 ◆.Th3VZ.RlE (9pVkO1tRj2)

2023-10-28 (파란날) 17:37:08



>>582

저렇게 기 센 사람이 아무리 아프다고 , 목숨이 아깝다고 , 싸움을 포기하고 관둘까 . 어차피 싸우고 죽이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는 이 세계에서 , 패배는 죽음의 다른 표기에 지나지 않았다 . 그것은 ─ 당신이 더 잘 알 텐데 .

이번 건은 실수였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 정말 아무것도 아닌 곁눈질이었다 . 바벨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한 찰나의 빈틈 . 당신은 방심한 것도 , 낙관한 것도 , 오만한 것도 아니었다 . 단지 ─ 상대방의 각오가 비정상적이었을 뿐이다 .

구렁이가 입을 연다 . 저대로 다시 달린다고 해서 당신에게 닿을 거리도 아닌데 . 여자는 남은 팔을 당신에게 뻗어 , 구렁이의 목이 일자로 펴지게 했다 . 구렁이의 벌어진 입 속에 보이는 작은 반짝임 . 구렁이의 목이 풍선처럼 부풀더니 , 바늘을 찌른 것처럼 한 순간에 폭발해 입 안에 감춘 흉기를 당신에게 ─ 가면인에게 뱉어냈다 .


584 미카엘라 (J4rlzx.Lv6)

2023-10-28 (파란날) 18:15:31

"바ㅂ...윽!"

이성을 잃게 할 필요 없었다. 처음부터 이성이란게 없는 놈이었으니까. 눈앞에 뻔히 고기방패를 세워놨는데 이따위로 굴다니. 바벨도 하지 않는 짓이다. 바벨은 사선에 미카엘라가 있으면 쏘지 못하고 쩔쩔대는 녀석이란 말이다. 저 미친 놈!

직감적으로 저것이 바벨의 팔을 날려버린 수라고 생각했다. 정직하게 가면 바로 뒤에 있으면 둘이 쌍으로 관통당할게 명백하다. 하여 미카엘라는 가면을 붙잡은 채 몸을 살짝 틀려고 했다. 날아오는 게 가면의 몸을 뚫고 지나가도 미카엘라의 몸에서는 빗겨나가도록 말이다.

585 ◆.Th3VZ.RlE (9pVkO1tRj2)

2023-10-28 (파란날) 20:18:46



>>584

쏜살같다 .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화살이었다 . 공기의 벽을 찢을 만큼 예리하고 재빠른 화살 !

바벨을 저격해 그의 팔을 송두리째 박살 내버린 일격이 바로 저것이었다 !

만약 안이하게 생각해 방패만을 믿고 얌전히 서 있었다면 , 당신의 배에 커다랗게 구멍이 뚫렸을 참이다 .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선을 피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당신은 옆구리의 살을 조금 내어주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 화살이 가면인의 배에 거창하게 터널을 만드는 와중에도 말이다 .

가면인과 당신을 지난 것만으로는 위력을 다 죽이지 못해 , 화살은 더 나아가 범선의 선실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 바벨의 공격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능력으로 보이는데 , 피해를 미치는 범위가 조금만 더 넓었다면 당신까지 크게 낭패를 볼 뻔했다 .

- LAAAAAAAAAAA !! !

자신의 주인을 스스로의 손으로 장사 지낸 구렁이의 여자는 , 당신만 살고 주인은 죽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치였다 .

칼리번이 마저 여자의 숨통을 끊으려고 했지만 , 여기저기 불을 뿜어낸 영향인지 제자리에서 주춤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 더 늦기 전에 저 구렁이 여자를 해치워야 후환이 남지 않을 텐데 , 이럴 때도 바벨은 자신의 일을 하느라 바빴다 .

세 마리의 파리머리를 상대로 녀석은 여지껏 하지 않던 근접전을 하느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 세 마리가 한 몸처럼 움직이니 행동이 굼뜬 바벨은 녀석들에게 일방적으로 농락을 당하고 있었다 .


586 미카엘라 (zt.HTRcbb2)

2023-10-28 (파란날) 22:20:42

이건...이제 방패로 쓸 수 없다. 구렁이가 공격하길 주저하게 하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공격을 막아주지도 못해. 가면의 독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디. 지하드를 외치는 이슬람 전사가 마약까지 해야 따라잡을 수준이다.

이제 어쩌나. 바벨은 파리 셋에 발이 묶였다. 칼리번도 상태가 나쁘다. 미카엘라는 허리에 공격이 스쳤는데 어떨지. 한손으로 스친 곳을 더듬어본다.

"바벨! 벽을 등지거나 좁은 곳에서 싸워요! 산탄으로 쏘고!"

벌레는 바늘이 아니라 파리채로 잡아야 제맛이다. 날아가는 새를 어느 누가 소총으로 잡는가? 산탄총에 버드샷을 물려서 쏘지. 버드샷을 물리는데...그럼 나는?! 강제로 두 상황을 동시에 대처할 판인 미카엘라는 참으로 난감하다.

'구렁이는 저렇게 쏘는게 다인가? 완력은 어떻지? 가까이 접근해서 못 쏘게 하면 싸울 수 있나? 아니면 파리들 쪽으로 끌고가서 삼파전을 만들어?'

생각을 안 한다면서 열심히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생각할 수밖어 없다. 생각은 저주이자 축복이다.

587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00:46:52



>>586

이름도 모르는 가면인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모두를 엿 먹이는 선택을 했다 .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남에게 머리 굽히지 않겠다는 반골 정신 . 만약 다르게 만났다면 , 당신과 통하는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 친구가 됐을지도 모르지 . 최소한 저 놈의 뱀이 쏘는 화살에 생명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 구렁이는 또 한 발 , 화살을 속에서 게워내 자신의 입에 물렸다 . 설마 두 번씩이나 표적을 빗맞추는 실수를 할 리는 없으니 , 당신은 보다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 하지만 누가 그럴 수 있을까 .

바벨은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엉망진창 박살 난 선실로 자신을 던졌다 . 통로가 하나뿐이니 파리머리 녀석들도 섣불리 따라 들어갈 수는 없으리라 . 칼리번의 불길은 점차 잦아들어 , 잔불만 겨우 남은 상태가 됐다 . 저렇게 시들해져서는 , 더는 선상의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못한다 . 칼리번은 남은 여력을 모두 사용한 것처럼 보였다 .

자신을 모두 태우고 재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

바벨을 추격하기가 곤란해지자 , 파리머리들은 다음 목표를 찾았다 .

선상에 살아남은 사람이라고는 당신과 저 구렁이 여자뿐이니까 . 목표는 금방 정해졌다 .

당신은 ─ 옆구리에 구멍이 났지만 출혈도 보이지 않고 움직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 하지만 무작정 다가가기도 곤란한 것이 , 저 구렁이는 칼리번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은 전적이 있었다 . 당신이 아무리 육탄전에 자신이 있더라도 , 칼리번보다 잘하기는 어려울 테니 함부로 덤벼봤자 활에 맞아 죽는 대신 뱀에 물려 죽게 될 뿐 . 살고자 한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

이를테면 , 바벨을 ─


588 미카주 (Zc1Vs7TUZ.)

2023-10-29 (내일 월요일) 01:04:30

계속 생각해도 흥미롭군요 바벨의 부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미카엘라, 다쳐도 피 한방울 없는 미카엘라.... 떡밥인가?

일단 답레 써오겠습니다~~~

589 미카엘라 (Zc1Vs7TUZ.)

2023-10-29 (내일 월요일) 01:35:52

칼리번과 그리델. 멋지게 부활하는가 하였더니 마지막 불꽃이었다. 그들이 쓰러지고, 잔불이 사그라들고. 마음이 없는 것들이 선상에 남았다. 바벨의 안전이 확보되자 미카엘라의 머릿속 톱니바퀴가 하나씩 맞물린다. 그림이 그려진다는 말이다.

'제발, 바벨 채널 열어! 빨리 채널! 채널 채널 채널 채널 바벨바벨바벨바벨바벨빨리대포한방빨리!!!!'

일일히 말로 하기도 부족할 정도로 상황이 빠르게 돌아간다. 다급하고 절박하게 연결 요청을 보냈다. 모습이 바뀐 바벨이 계속 채널을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분당 명령수가 몇을 넘어갔는가는 차마 세지 못했다. 뱀 아가리에 화살이 물렸다. 장전되었다. 미카엘라는 가면의 시체를 놓지 못했다. 몸을 가릴 물체는 일말의 안정감을 주었다.

총을 손에서 떼고 몸에다 달아둔 채로 돌아다니다, 역시 총을 쥐지 않은 적과 마주칠 때의 감각과 같았다. 눈이 마주치고 누가 먼저 뽑아서 쏘냐 하는 데스게임 단판. 미카엘라는 딱 한번 빼고 전부 이겼다. 여기서 2패가 적립될지도 모른다. 아직도 두뇌의 호르몬 체계가 작동하는지, 아드레날린이 해일처럼 쏟아져 시간까지 느리게 보일 지경이다.

아작난 선실. 꼭 선실이 아니라도 건축물 안과 그 사이에서 벌이는 싸움이면 미카엘라가 구렁이를 압도할 수 있다. 바벨을 조종한다면 반드시 구렁이를 압도할 수 있다. 벽과 벽, 문과 문, 창과 창, 거리와 거리에 널린 수많은 파편과 폐허를 넘나든게 몇 년이냐. 숨고, 구르고, 위치를 바꾸고, 틈새로 쏘고, 몰이사냥하고, 기습하며 때론 기습당하던 경험이 몇 번이냐는 말이다.

바벨이 한 방 쏴서 선상 괴물들의 대열을 흐트려놓으면 미카엘라가 뒤따라서 선실로 몸을 던진다. 라운드가 숨바꼭질 놀이로 바뀌면 그때부턴 완전히 원 사이드 게임이다. 그러니까 구렁이의 다음 화살에 맞아죽지 않는다면 말이다..

590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01:44:40

바벨은 날 잡아서 아동 심리 상담 센터에 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 어쩜 저렇게 말을 안 듣는담 ( 모른 척 )

떡밥이 맥거핀이 되지 않도록 캡틴은 열심히 판을 짜는 것이었다 ... 답레는 한숨 자고 올리겠습니다 ! 좋은 밤 되세요 !

591 미카엘라 (NLGtuta7kI)

2023-10-29 (내일 월요일) 01:48:04

(???)

레주 내일 봽시다~~1!!

592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19:19:47



>>589

총잡이 간의 결투를 떠올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 정말로 그런 상황이었으니까 ! 바벨이 무슨 생각 , 무슨 꿍꿍이를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당신과 동조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죽고 바벨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다 ! 저 여자나 칼리번처럼 ! 바벨로서도 그것만은 피하고 싶을 텐데 , 그래서 이제까지 열심히 당신을 지켜온 것 아니겠는가 . 이제 와서 고작 ─ 이런 스쳐 지나는 싸움에서 녀석이 당신을 배신할 이유를 찾았다고 ,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

저 파리머리들은 누구를 노리고 있을까 . 노려지는 목표가 당신이라면 선실로의 도망은 기회가 생겨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 구멍 난 그물도 아니고 , 바벨이 거기로 도망치는 것을 두 눈 뜨고 빤히 지켜봤는데 당신까지 달아나게 두진 않겠지 .

화살 ─ 구렁이 ─ 파리머리 ─ 바벨 ─ 선실 ─ 범선

회전판운명이 회전력을 잃어가고 , 마침내 당신의 사인이 정해진다 .

섬뜩한 살煞이 구렁이의 째진 입을 지나 , 당신에게로 날아든다 .

눈으로 보려고 해서 보이는 것도 아니고 , 피하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가속도 붙기 시작한 운명은 당신 혼자만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 당신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이다 .

하지만 ─

하지만 탑은 ─ 운명에 저항하는 의지의 집합이다 . 운명이 높고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고 해서 , 그것을 가지러 갈 수 없다고 포기하기보다 ,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더라도Vanitas vanitatum dixit Ecclesiastes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 , 닿으려는 노력을 마지막까지 마다하지 않는 자들이다 .

바벨은 당신에게 문을 여는 대신에 , 당신이 서 있는 바닥을 무너뜨려 당신을 선창으로 떨어뜨렸다 .


593 미카엘라 (O2DMBD2kRY)

2023-10-29 (내일 월요일) 20:08:45

"아차..."

2패 적립이구나. 이번에는 화살이 보였다. 피할 수는 없었지만 뱀 아가리에서 쏘아져 나오는 화살촉이 정확히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글렀네. 이번에는 진짜 죽나? 또 다른 곳에서 눈을 뜰 수 있을까? 살아있으면 살아가지만, 죽음이 왔으니 죽어야 할 때. 미카엘라는 이미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살아도 살고 죽어도 살기를 원하는 맹목적 의지가 있다. 이번에는 그 의지가 미카엘라의 머리채를 틀어쥐었다. 오늘은 죽을 날이 아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다. 오늘은!

쾅! 밑바닥이 훅 꺼지고 엉덩방아를 찧는다. 선창 바닥에 넘어진 눈에 구멍난 갑판과 어두운 하늘이 보인다. 동물적인 감각은 포기도 납득도 빠르다. 그녀는 또다시, 죽음을 속였다. 매에게 잡혀가다 떨어진 들쥐처럼 미카엘라는 필사적으로 선창 안을 향해 들어간다. 가면의 시체를 질질 끌면서.

"바벨! 내게 와요! 수복해!"

이제와서 사람시체 괴물시체 가릴 이유도 없다. 선상의 괴물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자기들끼리 싸우려 할 것이다. 여유가 생길 때 일보 후퇴, 합류와 재정비 후 다시 싸워보자. 구렁이고 파리고 전부 죽었다!

//바벨에서 바벨탑이 떠오르긴 했지만 이런 의미가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바벨 멋지다.. 바니바니 바니바니..

594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0:23:52



>>593

불에 댄 것처럼 황급하게 , 어둠 속으로 피신하는 당신을 바라보는 바벨 . 바벨은 여느 때와 같이 무심하게 , 기계적으로 ─ 손목 밖에 남지 않은 팔을 뻗었다 . 가면인의 유해를 자신의 안에 담기 시작했다 . 그것은 더 이상 피도 흐르지 않고 ─ 모든 것이 희미한 회색으로 , 회색으로 변해가는 도중이었다 . 땅바닥에 뚝뚝 떨어진 얼룩조차도 회색으로 변하며 바스러지니 , 가면인이 이 세계에 존재했던 흔적은 곧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리라 . 선상의 저 여자마저도 사라진다면 더는 누구도 그를 추모하지 않겠지 . 바벨은 그렇게 모든 것을 삼켰다 . 부족한 살을 채웠다 . 완벽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다 .

이 배에 남은 사람 가운데 누구 하나 완벽한 사람이 있던가 . 이만하면 충분했다 .


595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0:24:20

미카엘라 시트를 봤을 때부터 생각했던 바벨의 역할이었습니다 , 마음에 드셨다면 좋겠네여 !

596 미카엘라 (u2PsqQ7Rfw)

2023-10-29 (내일 월요일) 20:58:23

이제 인간이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안 미카엘라에게, 인간은 괴물과 같이 잠재적 자원이 되었으려나. 일단 단물을 다 빨아먹은 가면인이 더 이상 안중에 없다는 건 알겠다. 이제 최고의 상태는 아니어도, 최적의 상태가 되었다. 싸움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건 패배의 지름길이다. 바벨이 합류하였으니 채널을 재촉하는 건 그만두자.

"미리 쏠 준비해요. 팔 한짝 머리 하나 전부 날리진 말구!"

촌철살인이라고 하였으니 딱 그만큼. 손가락 하나쯤 해서 총알 사이즈로 쏠 수는 없는 거니? 무조건 폭풍처럼 쓸어버릴 필요 없다. 표적을 뚫고 지나갈 힘이면 차고 넘친다. 화력은 다다익선 거거익선이라도 그들의 자원은 제한되어 있으니.

그녀는 잔해의 틈새로 적들의 행동을 살핀

597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1:17:35



>>596

아무래도 그러려면 선실까지 올라가야만 하는데 , 바벨 이 녀석 , 어떻게 내려왔는지 계단이 밟을 수도 없게 망가져 있다 . 저기서 신나게 구르기라도 한 걸까 . 저래서야 당신은 계단을 사용할 수 없다 . 바벨의 도약력을 빌리지 않으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 같지가 않다 . 그런데 그러자니 ─ 문이 너무 협소하다 .

이 녀석이 자칫 실수하기라도 하면 요란하게 부딪히고 다칠 건데 , 바벨을 믿을 수 있겠나 . 차라리 떨어진 구멍으로 다시 올라가느니만 못할 것이다 . 그럴 경우 ─ 선상의 싸움이 덜 정리됐다는 가정 하에 새우 등이 터질 수도 있겠다만 .


598 미카엘라 (W1HNTPIVg.)

2023-10-29 (내일 월요일) 21:47:25

계단을 어떻게 밟았길래 저 꼴이 나. 이걸 확 그냥! 길이 막혔으니 새 길을 만들거나 돌아가거나 해야 한다. 당장 보이는 길은 아까 미카엘라가 떨어진 그 구멍인데, 문제는 선상의 상황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두더지처럼 함부로 튀어나왔다가 망치로 머리를 맞는 상황은 사절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 방법이 있지.

"바벨, 받쳐줘요!"

훌쩍 뛰어서 구멍 가장자리를 손아귀로 꽉 잡고, 눈만 살짝 올려서 선상의 상황을 보는 것이다. 턱걸이를 하듯 몸을 올리면 자세가 나오리라. 안전한 상황이면 그대로 등반. 양쪽에게 들켜서 새우등이 터지려 하면 손을 놓아버리면 된다. 바벨이야 미카엘라를 따라서 올라가거나 떨어지는 그녀를 잡아주면...

"둘, 셋!"

....바벨은 과연 손을 놓고 떨어지는 미카엘라를 공주님 안기로 받아줄 것인가? 이 생각을 조금 더 빨리 했었어야 할지도.

599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2:50:21



>>598

그렇게 당해놓고도 바벨을 믿다니 . 미카엘라는 바보입니다 .

바라본 선상의 상황은 참담했다 . 여기저기 난간은 망가졌지 , 포어 마스트는 아예 부러져 있었다 . 덤벼드는 파리머리 떼를 사냥하기 위해 아끼지 않고 화살을 쏴댔던 모양이다 . 그리고 현재까지도 ─ 여자는 살아남아 있었다 . 파리머리 가운데 바벨에게 다리를 잃은 녀석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 남은 두 놈이 여자를 에워싸고 있었다 . 전장의 상황은 여자에게 불리해 보인다 .

배의 다음 주인을 예정하고 있는 당신에게 , 더 이상 배가 손상되는 일은 달갑지 않다 . 한 시라도 빨리 이 미친 싸움을 끝내지 않으면 , 제아무리 모래를 헤엄치는 배라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


600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2:55:54

600 !!!!

601 미카주 (W1HNTPIVg.)

2023-10-29 (내일 월요일) 23:03:21

마참내!!!

602 미카엘라 (W1HNTPIVg.)

2023-10-29 (내일 월요일) 23:17:15

나처럼 매달려봐요! 미카엘라가 속삭이며 손짓했다. 일단 공주님 안기에 대한 갑론을박은 미뤄도 될 모양이다. 구렁이가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에 엎드려서 위력 조절하고 쏴요. 쟤네들 몸만 뚫으면 충분해요. 손가락 정도면 되려나?"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주변을 살핀다. 파리머리 하나가 더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시체가 되었을까? 놈이 시야에 없더라도 당장 기습하려는게 보이지 않으면, 저기 구렁이와 파리 2마리에 집중하는게 좋겠다.

"둘 이상이 겹칠 때... 대기...대기..."

일단 미카엘라는 가급적 1타2피 이상을 노리길 원한다. 당장 격전에서 떨어진 자의 여유다.

603 ◆.Th3VZ.RlE (l5AsCd65Ic)

2023-11-01 (水) 22:51:52



>>602

바벨에게 그렇게 섬세한 요구를 하다니 . 당신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바보는 아니었지만 , 시키는 대로 얌전히 조용히 따를 녀석이 아니란 것은 당신도 알지 않는가 . 대롱대롱 매달려서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피라고 , 바벨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 이렇게 몸도 다 회복됐겠다 모조리 다 박살 내는 게 더 빠르지 않겠나 . 바벨의 전투뇌가 또다시 나쁜 주기를 맞았다 .

바벨이 시원찮은 모양새로 간당간당하게 매달린 당신을 향해 뛰어오르더니 , 당신을 붙잡고 얇은 나무판자를 다 때려 부수며 선상으로 복귀했다 . 바벨과 당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화들짝 놀란 파리머리들은 잘못된 반응을 보이고 말았고 , 그 틈을 구렁이의 여자는 놓치지 않았다 .

살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싶어 살펴보면 구렁이의 쭉 찢어진 입이 파리머리를 문자 그대로 으깨고 있었다 . 동료를 모두 잃고 외톨이가 된 마지막 남은 한 마리는 , 그 즉시 전장을 이탈하려고 했지만 바벨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바벨은 저 여자에게 과시하는 것처럼 정확한 사격으로 선상 이탈을 시도하는 파리머리를 명중시켰다 .

일격필살 , 파리머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고 ─ 바벨이 당신을 짊어지고 선상에 내려 앉았다 .

그리고 마침내 , 당신들과 저 여자만 남았다 .


604 미카엘라 (CHo2Zx5XZQ)

2023-11-02 (거의 끝나감) 00:10:45

아아니! 구렁이를 먼저 노려야지! 죽이지 않으면 죽는 판에 결투라도 하게?? 안타깝게도 바벨이 칼리번에게 하던 짓을 생각하면 바벨은 정말로 결투하기를 좋아하는 놈이었다. 썩을. 이러면 엄폐물 사이를 넘나드는 미카엘라의 특기도 죽이 되었다. 머리채를 잡고 다시 집어넣을 수도 없으니.

"아..그...모르겠다 나도.."

그리델이 칼리번과 함께 쓰러지듯 구렁이도 빨리 주인따라 가면 좋겠으나, 그럴 기미는 없어 보인다. 괴물 둘이 결투를 하는데 힘없고 가엾은 인간은 뭘 할 수 있죠? 사방팔방에 굴러다니는 난간 쪼가리라도 몽둥이처럼 들까.

"어디 해 봐요."

발목이나 안 잡으면 한 사람분 이상이다. 미카엘라는 여느 때와 같이, 바벨의 뒤에 서서 한 손으로 어깨를 잡았다. 바벨이 가는 대로 미카엘라가 따라간다.

605 ◆.Th3VZ.RlE (w8DeOn9mig)

2023-11-02 (거의 끝나감) 22:15:32



>>604

겨우 검지 손가락 하나 소비했을 뿐인 바벨에 반해 저 여자는 만신창이 , 서 있는 게 기적처럼 보였다 . 유일한 무기였던 구렁이도 파리머리들을 상대하면서 상할 대로 상해서 , 처음 마주했을 때의 위압감은 더는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 바벨이 아무 생각 없이 방아쇠를 당기면 , 그대로 맥없이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

당신들이 굳이 손대지 않더라도 알아서 멋대로 아무렇게나 죽어버릴 것만 같은 연약함 .

지독한 궁지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 달아날 묘수가 , 아직 저 여자에게 남았을까 .

그것만 먼저 잘라내버린다면 , 이 싸움 손쉬운 승리로 이어질 것이다 .


606 미카엘라 (tbo7w.c40E)

2023-11-03 (불탄다..!) 00:48:01

도망칠 수 없다. 놈들은 일행을 공격하고 스스로 적이 되기를 자처했다. 살아서 도망가게 하는 건 수지가 맞지 않는다. 배를 몰아 돌격할 때부터 자기가 당할 가능성도 반대로 생각했겠지? 염두에 두고 벌인 일이지? 당연히 자기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철면피스러운 일이었다.

"바닥."

바벨이 미카엘라에게 했던 것처럼. 그러나 대상이 달라졌으니 이건 구원이 아니라 나락으로 밀어버리는 짓이다.

"바닥을 부수고 빠뜨려버려요."

607 ◆.Th3VZ.RlE (XLY5NEF02c)

2023-11-03 (불탄다..!) 16:33:42



>>606

바닥을 무너뜨려라 . 직접 사격을 할 생각으로 들떠 있던 바벨에게 당신의 명령은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 하지만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가 .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지 , 아니면 무슨 괴이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 당신의 조심성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었다 . 서로의 생명을 판돈 삼아 벌이는 사투에서 지나친 게 어딨겠나 .

- La !

이제 성한 부분이 오히려 더 적은 선상에 시원하게 구멍을 만드는 바벨 . 손가락 하나를 통째로 갖다 쓴 공격은 겨우 바닥을 부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을 가로막는 장해물을 모조리 치워버렸다 .

저대로 저 여자를 나락 밑바닥으로 보내겠다고 , 그런 결의가 느껴지는 위력이었다 . 이미 만신창이였던 여자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어 형편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 애처롭게 하나 남은 팔을 뻗어보지만 허공을 가로지를 뿐 , 그녀의 모습은 선창의 어둠 속으로 떨어져 사라졌다 .


608 미카엘라 (vY1T/pItqU)

2023-11-03 (불탄다..!) 17:47:45

놈의 탈것이었던 범선은 놈의 감옥으로 변했다. 이제 죄인의 목을 치는 피날레가 기다린다.

"정말로 끝장을 낼 때가 왔어요.."

시작부터 아수라장인 싸움이었다. 그리델은 주저앉고 칼리번은 가슴에 구멍이 나며 바벨의 팔이 날아갔다. 그 판국에 파리머리가 끼어들고 가면에게 엿을 먹어서..

이 죄다 꼬여버린 상황을 바벨의 손으로 끊을 것이다. 자기를 풀어보라며 사람을 놀리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에게 할 대답은 칼질뿐이야! 미카엘라는 바벨과 함께 구멍 앞으로 전진하려 한다. 마지막 확인사살이 기다린다. 구렁이가 칼리번처럼 마지막 수를 꺼내지 않기를 바랄 뿐. 그랬다간 이 배가 두쪽이 나고 말 테니까.

609 ◆.Th3VZ.RlE (XLY5NEF02c)

2023-11-03 (불탄다..!) 18:08:37



>>608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 어째서 가면쟁이가 당신들을 습격했는지 , 아직 이유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 아닌가 . 도마뱀붙이처럼 배에 붙어 있던 세 마리의 파리머리들은 , 대체 무슨 사연으로 거기에 있던 걸까 . 당신이 이유를 붙이려고 하지 않는다면 , 그것들은 계속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 당신이라면 ─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

그리고 칼리번 , 그리델의 상태에 문득 관심을 가진다면 , 여자가 서 있던 너머에 힘없이 무릎을 꿇은 강철 갑옷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 칼리번은 모든 불을 쏟아내고 ,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체력까지 모두 소모한 것처럼 더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

실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늘어졌다고 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 언제나 꼿꼿하게 서있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혼자서는 일어설 수조차 없어 보였다 . 칼리번이 저렇게 됐는데 , 그리델이라고 무사할까 .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

- maaaaaaa

바벨에게 있어 칼리번이 저렇게 돼버린 것은 유감이겠지 . 바벨은 칼리번이 이렇게 허무하게 , 남의 손을 빌려 멸망하자 작게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냈다 . 부족한 감정을 드러내며 , 녀석은 아쉬워하고 있었다 . 이렇게 된 이상 원흉에게라도 화풀이를 해야겠지 . 바벨은 그럴 생각처럼 새롭게 생겨난 구멍 앞에 섰다 . 달빛만으로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선창은 , 바로 방금 전 당신들이 빠져나온 곳임에도 낯설기가 그지없었다 . 빠지면 두 번 다시 기어오르지 못할 것처럼 , 깊고 깊게 보이는 암흑 . 그러나 바벨은 , 그곳이 아무리 어둡고 , 위험하더라도 당신의 명령 한 마디면 과감히 뛰어들 것이다 . 못다 한 싸움을 마무리 짓기 위해 .


610 미카엘라 (a4/I0uCmUU)

2023-11-03 (불탄다..!) 18:49:49

칼리번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델도 시신이 되어 있으리. 생전이었으면 훈장을 추서받을 수도 있는 무훈이다. 하지만 사막에는 나라도 군대도 없다. 나라와 군대가 없는데 싸움은 있다. 나라와 군대가 사라지면 평화가 찾아온다고 하는 사람은 모두 생각이 짧은 사람임을 사막이 증명했다.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아요."

"하지만 복수를 할 수는 있죠. 산 자를 위해서."

Death from above. 미카엘라는 이미 준비되었다. 죽어서 살아가던 자를 위해. 강하를 명령한다.

611 ◆.Th3VZ.RlE (XLY5NEF02c)

2023-11-03 (불탄다..!) 19:11:00



>>610

깊게 친해진 사이는 아니었다 .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상대였다 . 하지만 한 때라도 서로의 등을 맡겼던 사이가 아닌가 . 원통함을 달래기 위해 보복과 복수의 시간을 가질 가치는 있었다 . 바벨은 작게나마 당신에게 자신의 시야를 허락했다 .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보는 것을 당신도 함께 보도록 했다 .

─ 그런데 꽤나 이상하다 . 녀석이 보는 세계가 전과 같지가 않다 . 녀석의 눈은 보통은 보이지 않을 것들이 더욱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 적외선 고글을 장착한 것처럼 어둠 속에서도 모든 것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물론 , 어떤 사물을 볼 때 그것의 내부까지도 투영되어 보이고 있었다 . 이런 눈이 있다면 누가 , 어떻게 감히 바벨의 앞에서 숨을 수 있겠는가 . 녀석이 당신의 발판을 부술 때는 , 그 자신만의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

- Maaaaaaaaa

쓰러져 더는 원만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적을 향해 , 바벨이 뛰어내렸다 . 같은 구멍을 사용해 추락하니 같은 곳에 떨어지겠지 . 피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짓밟혀 숨통이 끊어질 것을 , 구렁이 여자는 발버둥 치며 바벨의 낙하를 피했다 .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모두 끌어내 구렁이의 머리를 바벨에게 향했다 .


612 미카엘라 (akIZ8JOGMs)

2023-11-04 (파란날) 00:16:21

"뱀은 머리를 누르면 아무것도 못하지.."

한 쪽 눈으로 바벨의 시야가 보인다. 깡통 시절 보았던 시야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고양이처럼 어둠을 꿰뚫어보는것도 놀랄 일인데 눈에서 엑스레이라도 쏘는 것마냥 사물의 뒤까지 볼 수 있었다. 미카엘라가 이런 눈을 가졌으면 그 날 죽지 않았을테고, 특수부대에 지원서를 냈을지도 모른다. 문 뒤에 숨은 테러리스트가 몇명인지. 미카엘라는 전부 알고 있다네.

"밟고 끝내버려요! 칼리번의 복수! 그리델의 복수!"

세세히 지시하진 않았다. 대신 콜로세움의 관중처럼 팔을 흔든다. 폭력은 약처럼 중독되어 실존적 철학적 고뇌를 마비시킨다. 복잡할 것 없이 내키는대로 부숴놓고 '운명이었다' 한 마디면 만사가 간단해지는 거다. 미카엘라의 운명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뜻한다. 정해진 것은 과거에 속하는 일이니까. 지나간 일은 바꿀 수 없고 이끌어 나갈 수 없다. 이미 종료되고 확정된 것을 뭐 어쩌자는 것인가.

입으로 복수를 외치는데 머리는 그게 아니다. 그리델이 죽어도 그런가보다 칼리번이 죽어도 그런가보다. 일단 때리고 죽이고 보자. 스스로를 마비 상태에 빠뜨리면 둘의 죽음에 어떤 감정을 품어야 하는지 고뇌하지 않아도 되니까.

"Kill! Kill! Kill!"

생각할 필요 없고, 생각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 없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스스로를 녹여버리는 것이다. 바벨이 가진 의지의 폭력과 정 반대인 도피적 폭력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극과 극은 통한다. 둘의 마음은 통한다. 구렁이를 죽이자!

613 ◆.Th3VZ.RlE (cqMSjyExE6)

2023-11-04 (파란날) 14:13:23



>>612

결투란 , 고전적이지만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 바벨은 상대가 < 쏘는 > 놈이라는 것을 안다 . 굴욕스럽게도 먼젓번에는 한 발 늦었으나 , 지금도 과연 그럴까 . 바벨은 승기를 타고 있었다 . 맞바람에 꺾이려는 저 여자와는 다르다 . 바벨은 언제라도 쏠 수 있었고 , 낭떠러지에 적의 등을 밀기만 하면 됐다 .

- maaaaaaaaaaaa
- laaaAAaaaAaaaa

안 나오는 소리를 목을 찢어내는 여자에게 , 재빨리 손가락을 겨누는 바벨 . 거의 동시에 구렁이가 입에서 화살을 뱉어냈지만 , 바벨은 그것조차도 예상한 것처럼 구렁이의 입을 스트라이크 존 삼아 속구를 때려박았다 . 바벨의 공격이 화살촉에 닿고 살을 부수고 구렁이를 찢어놓았다 . 여자는 하나 남은 팔까지 잃고 , 공격의 여파에 반신이 휘말리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

라스트맨 스탠딩의 주인공은 바벨이었다 . 그리고 당신이었다 . 바벨은 쏘느라 소비한 손가락을 다시 만들어내고 , 쓰러진 여자를 향해 겨누었다 .


614 미카엘라 (zMyCWPCTx6)

2023-11-05 (내일 월요일) 12:23:56

"확인사살은 확실히."

적이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도록 육신을 부수는 것이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당긴 방아쇠에 물귀신처럼 끌려가면 억울하지 않은가. 총이 발명된 이래 사람을 죽이기는 너무나 쉬워졌으니까.

"쏴."

미카엘라와 바벨은 많이 배운 의사가 아니라 삶과 죽음 사이의 미묘한 지점을 포착하기 어렵다. 하지만 머리에 구멍이 나 있는 건 확실히 죽은 거란 정도만 알 뿐이다.

615 ◆.Th3VZ.RlE (fk3GhLKBzw)

2023-11-06 (모두 수고..) 21:27:37

끼에에엒ㄲ

616 미카엘라 (Wzy8vgWbm2)

2023-11-06 (모두 수고..) 22:10:36

게에엒..

617 ◆.Th3VZ.RlE (fk3GhLKBzw)

2023-11-06 (모두 수고..) 22:17:30



>>614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 아무리 강한 괴물이라도 , 한계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상 . 바벨은 마지막 한 발을 쏘는 순간까지도 철저히 방심하지 않고 준비하고 대비했다 . 상처 입은 맹수야말로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일까 .

- 쾅 !

열기로 가득 찼지만 텅 빈 것처럼 무미건조한 소리였다 . 구태여 말로 설명할 필요 없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죽음 . 바벨은 자신의 손으로 결말 지은 이야기를 음미하는 것처럼 바라봤다 . 어떤 역사와 사연을 갖고서 이 세계를 방황하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 최후는 당신의 손으로 지었다 . 이야기의 시작에 관여하지 못했어도 마무리를 장식했다면 , 당신 역시 저것의 일부로 기억되겠지 .

바벨은 그것이 모래로 화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 선상으로 돌아왔다 . 한 사람 땅에 묻은 것치고는 별달리 부상도 없고 , 이 정도면 완승했다고 할 수 있으리라 .

문제는 이 배와 칼리번이었다 . 바벨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칼리번을 바라봤다 .


618 ◆.Th3VZ.RlE (fk3GhLKBzw)

2023-11-06 (모두 수고..) 22:17:51

... 어제 하루종일 잤는데도 어째서 잠이 부족하죠 ... 흑흑흑흑ㅎ긓긓그 너무한 세상이야

619 미카엘라 (Wzy8vgWbm2)

2023-11-06 (모두 수고..) 23:10:12

끝은 담백하고 무미건조했다.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영화처럼 장엄한 죽음을 맞는다. 대부분의 죽음은 고통스럽고 추잡하거나, 심지어 시시한 것이었다. 가면과 구렁이가 어떤 삶과 고민을 가지고 살았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어서 모래바람처럼 흩어졌다. 미카엘라와 바벨의 동행자들도 그러하다.

"걔 죽었어요. 젠장.. 그리델도 죽었겠지? 시체라도 확인해야 하나."

다음에 만나는 사람이 그리델 같은 사람이란 보장이 없다. 환경상의 확률로 따져보면 가면 같은 미친놈들만 줄줄히 튀어나오는게 더 합리적이다. 칼리번의 전투력까지 감안하면 이 둘의 손실은 꽤... 불쾌한 일이다.

말은 뭐 비극적인 현실을 슬퍼하는 바벨에게 상기시키는 것처럼 했지만 바벨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애도의 시간을 가지던, 시체를 쪼아먹는 독수리처럼 바벨장을 지내던. 칼리번에게 감정이 있던 건 바벨이니까 바벨 마음대로 할 일이다.

칼리번을 보던 바벨을 보던 미카엘라는 선상 아래로 매달려서 푹 뛰어내렸다. 모래벌레를 잡다가 멀리 나가떨어졌을 때를 고려하면 다치진 않을 것이다. 푹신한 모래 위에 푹 넘어지긴 하겠지만. 그녀는 그리델을 확인하러 걸음을 옮긴다.

//이 세상은 고통...절망...께으윽..

620 ◆.Th3VZ.RlE (fk3GhLKBzw)

2023-11-06 (모두 수고..) 23:40:31



>>619

바벨의 생각은 단순했다 . 저대로 바스라지게 내버려두는 것은 아깝다 . 저게 나름대로 강력한 < 소재 > 라는 것을 , 바벨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 적자생존 , 먹는 자가 살아남는다 . 당신도 어느정도 느끼고 있었을 사실이다 . 당신의 안에 윤리적 망설임 , 거리낌이 없다는 것은 방금도 확인하지 않았던가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벨은 당신에게 동의를 구했다 . 바벨은 결국 당신의 분신에 지나지 않는다 . 자신의 안에 < 다른 것 > 을 들일 때는 , 반드시 당신의 허락이 필요했다 .


621 미카엘라 (kObGn8Tilk)

2023-11-07 (FIRE!) 00:06:59

모래 위를 걸으며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를 더듬고 있었다. 저번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것이 담배를 찾는 습관임을 알고 있다. 갖가지 기괴한 일이 벌어지는데 갑자기 주머니에 라이터랑 담배가 뿅 생기는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나... 헛생각을 했다. 시선이 느껴져 뒤를 보면 빤히 쳐다보는 바벨이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괴물을 죽이고 잡아먹자. 애기 입에 든 것도 빼앗아 먹자. 다른 사람도 아닌 미카엘라의 생각이다.

"먹어도 돼요. 살아남은게 이긴 거니까, 바벨이 이긴걸로 치죠."

둘의 경쟁은 단순하고 허망하게 일단락되었다. 왜 범선이 칼리번을 노렸는지 알 수 없으나, 어쩌면 크고 위압적인 외모가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미카엘라의 가설이 맞다면 이번 상황에서는 바벨이 더 적합하고 더 적합했기에 살아남은 셈이다. 살아남았다면 더 강한 것이 될 테고. 더 강한 자는 뜻대로 할 권리가 주어진다.

622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23:05



>>621

칼리번이 몸성히 움직일 수 있었다면 , 다가오는 바벨을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 바벨 또한 그 사실을 안다 . 우리가 다른 곳 , 다른 장소에서 만나 싸울 수 있었다면 , 이렇게 허무한 끝맺음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

아니 ── 아니지 . 그것은 망상이다 . 바벨이 그런 감상을 가질 리가 . 먹는 것에 감정을 느낄 리가 . 바벨은 기계다 . 단지 싸우도록 태어났기 때문에 , 본래의 목적에 맞게 , 소명에 맞게 , 닥치는 대로 시비를 걸고 부딪히고 깨부수는 것이다 . 거기에 감정은 1mg도 섞이지 않는다 . 그의 투쟁에 불순물이 섞일 리 없는 것이다 .

하지만 이 세계에 , 절대라는 말이 통할까 . 성립이나 할까 . 바벨은 변할 것이다 . 이제까지도 변해왔고 . 그리고 뒤를 돌아보고 자신의 모든 선택들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

─ 안녕히 강철 기사 . 미카엘라의 적이 될 수도 있었던 수호자 .

그리고 , 그리고 ─ 모든 것들이 당신바벨의 일부가 된다 .


623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25:07




>>622

이름:그리델 앤틸리아미카엘라 라미레즈 Grindel Anthelia
나이:스물 하나
성별:여성

외모:태양에 그을린 듯 피부가 붉다 . 비단처럼 보드라운 갈색깔 머리카락을 이마가 드러나도록 가르마를 타놨다 . 깎아 만든 듯 갸름한 얼굴에 오뚝한 코 - 차분함을 잃는 법 없는 얇은 입술이 귀족적인 이목구비를 이룬다 . 왜소한 체구지만 바위 마냥 강단 있는 사람이라 보았을 때 유약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 경주마와 같이 올곧게 앞길만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는 자신에 찬 초록으로 물들어 있다 . 굳은살 빼곡히 박인 작은 손이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슬쩍 귀띔을 해준다 . 얼룩덜룩 물감 투성이의 앞치마를 색이 시커먼 남성용 작업복 위에 입고 있다 . 밑창이 두꺼운 헤시안 부츠를 신는다

성격:중증의 워크 홀릭 . 수전노이기도 하다 . 찢어지게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낸 반동으로 돈을 버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 냉정 침착한 성질은 매사에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일념으로부터 탄생한 것 . 작은 씀씀이로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

이드:칼리번

강철 갑옷의 모습을 한 이드 . 속 빈 갑옷이 주인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 두꺼운 아밍 소드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검의 달인 . 전설 속 원탁의 기사에 비견되는 실력으로 주인의 적을 철저히 분쇄한다 . 갑옷의 이음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오색찬란한 불길이 특징 . 광택이 옅은 갑옷은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다

능력치:

└ 공격력:7
└ 방어력:5
└ 지구력:5
└ 기동성:3
└ 특이성:3

1 _ 미국의 여류 화가로 자신의 생일 되는 날에 괴한의 습격을 받아 사망에 이르렀다

2 _ 가난한 배관공의 자녀로 태어나 만족을 모르고 자랐다 .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

그녀는 세상에 분노하고 있다

3 _ 일요화가 . 노동자로 일하는 틈틈이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 .

그녀에게 있어 미술은 취미를 넘어 답답한 현실로부터의 탈출구였다


624 미카엘라 (kObGn8Tilk)

2023-11-07 (FIRE!) 00:30:16

(입틀막

625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32:19

바벨 : ( 존맛 ! )

626 미카엘라 (kObGn8Tilk)

2023-11-07 (FIRE!) 00:34:18

미카랑 그리델의 인격이 섞인건가여? 그게 아니면 이중인격처럼 그리델이 머릿속에 살아서 대화하는 구조...?

627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36:40

그것보다는 , 그리델의 기억을 얻었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 그리델의 삶의 기억을 통째로 얻은 겁니다 !

그리고 , 손상이 컸으니까요 , 미카엘라가 지금까지의 자신을 잃고 섞일 정도는 아니에요

628 미카엘라 (kObGn8Tilk)

2023-11-07 (FIRE!) 00:42:25

!!!

손질 안 하고 날것으로 먹으면 섞일 수 있다...메모..

629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46:3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기생충 걱정되는 민물고기 회도 아니곸 ㅋㅋㅋㅋ

630 미카엘라 (96RxLa.xho)

2023-11-07 (FIRE!) 01:00:03

바벨이 칼리번을 먹었다. 느껴졌다. 그리델의 낮선 기억들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델의 시신을 확인하러 가는 걸음이 잠시 멈추고 말았다.

"아. 그리델."

솔직히 말해서 마음 속이 뜨끔거렸다. 하지만 죽은 사람을 많이 보았어도 죽은 사람의 기억이 흘러오는 건 처음이라고, 미카엘라는 속으로 변명했다. 회색 매연이 쏟아지는 공장 아래에서 살다가 죽고. 모래벌레부터의 기억에서는 미카엘라와 바벨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유가 아니라 정말 관찰자 시점으로 보였다.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들이지만 낮설게 보였다.

"그리델..."

미카엘라는 그리델의 마지막 기억. 정말 마지막 기억을 펼쳐보면서 그녀의 시신을 향해 걸었다. 칼리번이 찔리고, 미카엘라가 그리델을 포기한 시점부터. 최후의 불꽃이 타오르고 암전될때까지의 기억을.

631 미카엘라 (96RxLa.xho)

2023-11-07 (FIRE!) 01:00:55

>>629 올바른 식습관으로 건강한 사후생활 지키기...힉힉..

632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1:39:49



>>630

밉다 . 미워 . 정말 모든 것들이 밉다 . 바라지도 않았는데 태어나고 , 바라고 바래도 죽을 수 없는 내 삶이 밉다 .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고 ,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없는 내가 밉다 . 세상은 미운 것 투성이 . 사랑할 것은 아무것도 없고 , 나는 단지 살기 위해 사는 기계가 되었다 . 이런 나를 누가 알아줄까 . 누가 찾아줄까 . 그것이 억울하다 . 원통하다 . 그래서 내 마음을 , 캔버스 위에 그리기 시작했다 . 목소리로는 다할 수 없었던 나의 존재 증명 . 이런 나라도 분명히 이 세계에 살아 있었다고 , 누군가 한 명이라도 알아주기를 바라며 붓을 들었다 . 물감으로 회색의 세계를 적시기 시작했다 . 나는 여기에 있어 . 나를 알아줘 .

그렇게 소리 없이 소리쳤다 .

.
.
.

그런데 이게 뭐야 . 이게 뭐냐고 . 죽고 싶었어 ─ 사실은 죽고 싶지 않았어 ! 살고 싶었어 . 정말로 살고 싶었어 ! 못 본 것을 보고 못 먹어본 것을 먹고 , 듣고 , 즐기고 , 나를 찾고 싶었어 .

그런데 제길 , 제기랄 , 어째서 !! 어째서 나만 이렇게 끝나야 해 ! 어째서 나만 !

.
.
.

알고 있다 . 나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 . 누구도 잘못 따윈 하지 않았다 .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들이 아니라 , 우리를 낳은 세계에게 있어 . 나는 여기에 수감될 만큼 , 끔찍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어 . 살아날 거야 . 돌아갈 거야 . 그리고 제대로 ,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을 찾을 거야 .

그러기 위해서라면 그리델는 ── - 미카엘라 ── 는 , , , , , , , , ,



어디에도 그리델은 보이지 않았다 . 그녀가 쓰러진 자리를 찾아봤지만 , 모두 헛고생이었다 . 그리델은 , 애초부터 거짓과 상상으로 이루어진 환상처럼 , 망상과 공상 속 등장인물처럼 , 당신의 앞에서 사라졌다 . 당신의 머릿속에서만 , 그녀는 존재했다 .

그것은 무척이나 기이한 감각이리라 . 신기루처럼 눈에 보여도 잡히지 않는 것이 기억이라는 놈이라 . 당신은 더는 그리델이 여기 살아죽어 있었다고 < 확신 > 할 수 없었다 .

그것은 어쩌면 한여름 밤의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 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 그녀의 존재는 두리뭉실해지고 , 언젠가 정말로 그녀를 잊을지도 모른다 .

모르는 , 데 ── 기억의 한 부분이 , 유달리 툭 튀어나온 한 부분이 ─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

그리델이 이 세계에서 만난 < 누군가 > ── 생면부지 타인임에 분명한 < 누군가 > 가 , 너무나 낯이 익다 .

당신이 생전에 만난 사람인가 ?

아니 ─- 그렇지 않았다 . 당신의 기억 어디에도 , 저 사람의 모습은 새겨져 있지 않다 .

하지만 분명 ─ 당신은 저 사람과 만났었다 . 그런 < 확신 > 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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