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1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3:48

왜 또 재생이 안 됨

2 ◆n5jaBjagHU (xMPdtkeOMc)

2023-08-15 (FIRE!) 18:32:39

새로 새우시나요?

3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8:48:22

그냥 하려고 합니다 . 시트 스레서도 실수하더니 본 어장와서도 이러네잉 ...

4 ◆n5jaBjagHU (Jc4OJk5vGg)

2023-08-15 (FIRE!) 18:49:56

음원은 마음의 귀로 듣는 것으로.

5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05:34



귀가 먹먹할 수도 있다 . 머리가 어지러울지도 모른다 . 눈은 부시고 입은 텁텁하고 ,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어서 비명을 지르고 싶을지도 모른다 .

세상에 갓 태어났을 때를 기억해낼 수 있다면 이것도 두 번째라고 익숙한 기시감이 들지도 모른다 . 어쩌면 , 어쩌면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 절망할지도 모르지 .

당신과는 관계 없는 이야기다 .

당신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으니까 .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니까 .

장소는 사막 . 모래와 모래와 모래 밖에 보이지 않는 사막의 한 가운데 . 당신은 눈을 떴고 , 태어났다 .

안녕 세상 , 당신은 이번에야말로 혼자다 .


6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07:09

실수는 만회하면 돼 ..!

빨리빨리 천 개 채워서 다음 어장으로 가면 되는 겁니다 !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좋은 저녁입니다 ! 편하실 때 >>5 에 반응 달아주시면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7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10:45

저기 재생되지 않는 노래의 정체는 이놈이었슴다 ... 어째서 링크를 적어줬는데 재생하지를 못해 ..

8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11:10

... 또 안 되잖아 ?

9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11:23

TESSST

1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13:45

???

11 ◆n5jaBjagHU (knrZUxELCk)

2023-08-15 (FIRE!) 19:17:46

>>5 얼굴이 따갑다. 몸이 뜨겁다. 조금 움직이니 가루 제형의 무언가가 사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뜨려다 그만두었다. 눈이 부셨으니까. 그것을 견뎌낼 힘이 없다.

어딘가 불편한 상태를 지속하면서도 그대로 누워있다. 그대로 누워있기를 선택했다. 단지 한쪽 팔을 들어올려 눈가를 가렸다.

그런 걸 보니 팔이란 것이 달려있기는 한가 보다. 팔이 만든 얄팍한 그늘 아래서 눈을 조금이나마 쉬게 했다. 그런다고 어떤 소용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12 ◆n5jaBjagHU (knrZUxELCk)

2023-08-15 (FIRE!) 19:18:46

좋은 저녁입니다. 정황상 링크를 먹어버리는 요괴라도 붙은 게...

13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35:02



>>11

애초에 왜 눈이 부시지 . 당신이야 아직 눈을 뜨려 하지 않으니까 모르겠지만 , 주위는 밝지 않다 . 청색이 깊이 스민 세계는 완연한 밤의 풍경으로 아무리 빛에 예민한 사람이라도 눈이 부시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괴로움을 호소할 게 못 됐다 .

하여 , 당신의 눈이 문제였다 . 화면이 나가버린 티비처럼 당신의 눈이 똑바로 기능하지 않는 거다 .

그러나 당신이 이러한 사실에 눈치채는 것보다도 먼저 , 당황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 당신의 눈이 어둠을 되찾는다 .

먹물이 서예지 위를 지나듯 섬광은 한 때와 같이 지워지고 어둠이 , 깊은 어둠이 수정체를 채운다 .


14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35:44

>>12 뭐야 귀신 들린 어장이야 . 주문한 적 없는데 그런 거 !

15 코스키 (y1sqpzlLi.)

2023-08-15 (FIRE!) 19:52:56

>>5

눈을 뜬 것인지, 그저 허상인지 구분이 어렵다. 몽롱한 정신 억지로 붙들 의지조차 없던 남성은 목구멍의 텁텁함과 입가의 건조함만 뇌 깊이 읆조리던 중이였다.

불쾌한 기분만 가득차되, 남성은 모래뿐인 사막에서 그 어떠한 절망감도 느끼지 못했다. 자아도 모르는 채 뚝 떨궈진 외계인마냥 모래에 무릎을 파 묻고 앉아있는게 고작인데도, 이 상황에 어떠한 긴박함에도 휩쓸리지 않는다. 이유 없는 자신감이 들끓는다; 자신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리 없다고!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신기해서, 모래알이 손바닥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느껴본다. 다른 오감도 활성화 해버리고 싶다고, 원숭이 같은 호기심으로 그는 모래 한 줌을 입으로 가져가 털어 넣는다.

16 ◆n5jaBjagHU (fD0JrcRNvo)

2023-08-15 (FIRE!) 19:53:02

>>13 눈이 어둠을 받아들이자 세상은 한결 나아졌다. 살짝 눈을 떠 본다. 그러다가도 다시 눈꺼풀을 닫는다. 얼마나 누워있었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상관없다. 더 누워있고만 싶다...

한참이 지난 뒤에 눈을 가까스로 힘겹게 뜬 그는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의 향연을 감상한다. 그저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에 다른 움직임은 없다.

17 코스키주 (y1sqpzlLi.)

2023-08-15 (FIRE!) 19:54:01

와! 본스레!! 잘 부탁해용 캡~~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아... 노래 정체는 맥거핀으로 남나용...

18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56:06

어서오십셔 코스키주 !

그리고 , 네 ... 불가사의로 남겨두렵니다 ...

ㅠㅠㅠㅠㅠㅠ

19 코스키주 (y1sqpzlLi.)

2023-08-15 (FIRE!) 19:57:57

>>18 ㅋㅋㅋㅋㅠㅠㅠㅠㅠ 담 스레에선 무사히 링크가 걸리길...

2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03:06



>>15

오 맙소사 . 이게 무슨 짓이람 . 모래 알갱이가 혀와 입천장에 , 이 사이에 끼어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쾌감을 만든다 .

불협화음만 모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있다더래도 저렇게까지 보기 듣기 괴롭지는 않을 텐데 , 하지만 뱉는 것도 삼키는 것도 당신의 자유니까 , 밤의 푸름은 당신의 기행에도 아랑곳 않고 정적을 지킨다 .


21 코스키 (y1sqpzlLi.)

2023-08-15 (FIRE!) 20:10:57

>>20

뭘 기대하고 모래를 처먹은 건진 몰라도, 인상이 찌푸려진다. 입 안에서도 이리 불협조적으로 들러붙고 끼이는 모래알인데, 소화기관 몇 개 더 넘긴다고 나아지는 건 없을 테다. 다행이도 남자의 충동은 거기까지였는지, 정적을 깨는 기침 소리와 없는 타액 모아 입 안의 것을 뱉어내는 소음이 난다.

"아."

발성기관이 있다!! 남성은 모래를 뱉던 도중 세상의 진리를 깨우친 기분이 들었다.

"어, 아."

"xxxxxxxxxxxxx xxx, xxxxx! xxxx!!"

의식의 흐름대로 나오는 말은 욕지거리가 반이였다...

22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11:39



>>16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당신에게 , 세상은 그것조차도 쉽기만 한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 했다 .

별 없이 검기만 한 하늘에 혼자 우두커니 떠 있는 보름달 . 아무것도 무엇도 기억나지 않는 당신이라도 , 저렇게 달이 커 보이는 것은 잘못됐다고 어렴풋이 느껴졌다 .


23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17:14



>>21

뭐라 평가하기 곤란한 시간이었다 . 당신이 한 바탕 시원하게 욕을 쏟아내고 나면 대체 무슨 일이냐고 요란한 소란에 하늘의 달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 만월이었다 . 가득 찬 보름달은 당신의 텅 빈 사전으로 봐도 이질적이었다 .

그럴 것이 , 너무 컸다 .


24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18:08

어 , 코스키는 무척 슈팅스타 같은 친구네요

25 ◆n5jaBjagHU (Qyu3RCC0EM)

2023-08-15 (FIRE!) 20:21:20

>>22 끝도 없는 모래들을 보고 있었다. 그저 보고 있었는데도 눈물이 흐른다. 이유는 모른다. 머리 아래에 놓여있던 모래들이 젖지만 모래 사이사이로 물이 빠져나가 금방 없었던 것처럼 눈물의 흔적은 사라진다.

기이한 보름달을 향해 힘없이 손을 뻗어보았다. 당장 그것을 움켜쥘 것 처럼... 손가락을 곧게 폈다가 웅크린다. 별 의미는 없는 몸짓이다.

다시 눈을 감고 새우처럼 등을 구부린 자세로 누워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잊을만하면 눈물이 한방울씩 빠져나오려는 것 같다.

26 ◆n5jaBjagHU (Qyu3RCC0EM)

2023-08-15 (FIRE!) 20:22:22

입을 열면 톡톡 터지는.

27 코스키 (y1sqpzlLi.)

2023-08-15 (FIRE!) 20:35:22

>>23

하늘을 보면 눈 가득 품어지는게 달이였다. 그가 보기에도 이질적인 크기의 달은 원근법을 무시해 버리는듯 했다.

그는 달을 가만 바라보다가도 관심이 사라진다. 제 손아귀 밖의 일인데 뭘 할수나 있던가?

"달이 저 정도로 크게 보이면 해는 어떨까?"

괜히 말을 입 밖으로 꺼내 본다. 자신의 음색을 음미하려는 듯. 홀로 서 있다는 외로움을 달래려는 듯 하였다만, 그의 눈썹이 슬쩍 올라가는 걸 보면... 그냥 자신의 목소리에 취한 나르시스트 같다.

그는 등을 돌리더니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28 코스키주 (y1sqpzlLi.)

2023-08-15 (FIRE!) 20:36:01

>>26 (모래알) 톡톡 터지는 😔 ㅋㅋㅋ

29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38:37



>>25

탈진 탈력 , 저대로 두면 탈수까지 생길 거 같다 .

아무런 의지도 느껴지지 않는 당신의 모습은 , 바람 앞의 등불처럼 지금 당장이라도 꺼질 듯이 희미했다 . 살아 있다는 실감이 옅어진다 . 흐려진다 . 그렇게 저대로 사라진다면 당신이라는 사람은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기나 했던 걸까 .

당신의 죽음은 유산과 별반 다를 바 없어보였다 .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

- GRRRRRR,RRRR

헌데 , 저 야수는 당신이 사라져서는 곤란했다 .


30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0:40:28

>>5
아주 깊은 꿈을 헤메고 있었다. 햇빛조차 닿지 않는 깊은 물 속에 잠긴듯이 모든 것이 아득하게 눈앞을 가리웠다. 온몸을 짓누르는 진동과 눈이 따갑도록 휘몰아치는 바람이 지나치고, 이름 모를 피아노의 선율이 때로는 거센 기계의 심장박동 소리가 짓눌러왔다.

허나 영원할 것만 같던 순간은 단 한번의 숨소리와 함께 산산히 부수어진다. 모래로 자욱한 황야속에서 깨어난 남자는 힘에 겨운 잔기침을 쏟아내며 몸을 일으킨다. 반쯤 치켜세운 눈동자 너머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만이 남아 고요한 모래속을 가리킨다. 움켜쥔 모래알들은 손가락 사이로 미련없이 흘러내려 사라진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암전 속을 헤메던 소리와 시선, 계절과 요일. 그리고 멍청하게 들릴법한 소리겠지만 자신조차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시간이 멈춰버린듯한 이질적인 풍경 속에서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많지 않았다. 지평선 너머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바라보며 언제부턴가 밀려오기 시작한 갈증에 마른 침을 삼킬수밖에.

남자는 자신의 옷차림을 확인하듯 뺨을 쓸어내리거나 고개를 아래로 숙인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발걸음을 앞으로 한발 옮긴다. 한발 한발 나아가는 걸음은 탄력을 붙어 순식간에 높은 모래 언덕을 정복한다.

31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0:40:57

모두 반갑습니다!! 시트 확인해주셔서 감사해요 캡틴!

32 ◆n5jaBjagHU (2rYL7POH9k)

2023-08-15 (FIRE!) 20:43:49

>>29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반사적으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평생 감겨있었더라면 좋을 눈이었으나... 자신을 방해했다고 표현해야 할지 깨워냈다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힘없이 돌린다.

본능이라는 게 남아있다면 공포를 연쇄적으로 유발했겠으나 그것이 고작 해내는 것이라면 아래에 깔려있는 모래를 한 움큼 쥐는 것 정도였다.

33 ◆n5jaBjagHU (2rYL7POH9k)

2023-08-15 (FIRE!) 20:44:20

반갑습니다.

34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47:25



>>27

정말로 자신의 목소리일까 .

내 목에서 나는 소리라고 그게 정말 자신의 것일까 .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은 확신할 수 있을까 .

미성이나 낯설다 . 걸음걸이도 눈높이도 모두 낯설었다 . 이제 막 새로 태어난 생명처럼 모든 것이 남의 것 같다 .

푹푹 빠지는 발과 발 위로 또 하나의 피부처럼 겹쳐진 신발이 , 피부를 덮어가리는 옷이 , 과연 당신의 것인가 .

당신이 의문을 갖더라도 , 갖지 않더라도 , 다음 사건은 당신을 저격하고 있었다 .

- Suuuuuu,u,uuuuu

어린 아이가 , 모래밭 위에 넘어져 버둥거리고 있었다 .


35 코스키 ◆kOKiFek5Mw (y1sqpzlLi.)

2023-08-15 (FIRE!) 20:48:33

미하주도 안녕하세용~~ 선호주도 아까 인사할 타이밍 놓치긴 했지만 지금 할게요 모두 안냥~

36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48:38

시트를 내주셔서 저야말로 땡큐 ! 어서와요 미하일주 !

37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0:51:56

>>35-36
ㅎㅎㅎ 다시 한번 반갑습니다~ 개별 진행이랑 캐릭터마다 페어로 붙는 이드 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38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0:55:46

여담이지만 파이퍼스의 페어 이드 보고 뭔가 사이렌 헤드같은 첫인상이 느껴졌어요..

39 코스키 ◆kOKiFek5Mw (y1sqpzlLi.)

2023-08-15 (FIRE!) 20:58:05

>>34

... 혼자말을 더 해보자니 기분이 묘해진다. 그의 귀에 울리는 이것이 자신의 것이던가? 확신이 들질 않아 괜히 말이 줄어들었다가도 옅은 콧노래로 바뀐다.

입은 것도,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자신의 얼굴형, 눈모양, 모든 것이 어색하다. 본 적 없는 남자의 가죽을 뒤집어쓴 느낌이 든다. 기분이 찝찝해지기도 전에 남성은 무언가 깨달았다; 자신은 이 이질감에 큰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고.

좋은게 좋은 거지. 남성은 어린아이가 시선에 들어오면 생각의 항연도, 발걸음에도 종지부를 무턱대고 찍어버린다.

"수우우우?"

별 이유 없이 아이가 내던 소리를 따라해 보려 하며, 의식이 그를 이끄는 대로 어린 아이의 양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어 일으켜 세워주려 한다.

"... 덩치 차이를 보면 내 몸뚱이는 성체 같은데..."

4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03:01



>>30

밤이었다 . 채도 높은 파랑이 내린 밤이었다 .

때문에 적응력 높은 당신이 걷기 시작하면 , 심해를 산책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

입은 옷도 움직이는 몸도 익숙하다 .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했다 . 몸에 맞지 않는 ,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한 불편감이 당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

당신의 균형 감각을 시험하는 , 모래와 모래가 쌓인 언덕길도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 멤돌며 사라지지 않는 낯선 감각은 당신이 언덕의 봉우리에 도달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

어쨌거나 , 다리를 쉬지 않은 덕에 당신은 사막의 전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사막이었다 .

모래와 모래 밖에 보이지 않는 사막이었다 .


41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05:33

>>38 열심히 생각해봤습니다 ... 마음에 드셨으면 조케써요 ..

42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13:00



>>32

어느 틈에 예까지 왔는지 , 야수는 벌써 눈 앞에 있었다 . 흉측하지만 매력적으로 매혹적으로 보이는 붉은 눈 위로 당신을 비추고 있었다 . 입에 한 입마개 사이로 증기와 같은 숨을 뱉어내며 기관차와 같이 거대한 거체로 당신을 굽어보는 야수 . 야수는 당신의 저의를 읽기 힘든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 우악스런 앞발로 당신의 몸을 낚아채려 했다 .


43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1:16:08

주변의 공기를 느끼며 숨을 내쉬었다. 작은 숨소리조차 귓가에 무겁게 달라붙을만큼 창백하기 짝이 없는 적막함이 맴돌았다. 어둠이 자욱한 사막만큼 텅빈 머릿속이 본능으로 채워지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공을 밟듯 힘겨운 고통과 모래알로 문지르듯 타들어가는 갈증, 그리고 누구의 것인지조차 모를 이 어색한 코트가 무채색으로 뒤덮인 뇌를 자극해온다.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를 바라보며 느낀 것은 홀로 남겨졌다는 두려움보다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망각해버린 공허함이었다.

"내 이름은.."

남자는 낮은 음성으로 작게 읊조렸다. 짧은 한마디에도 비쩍 마른 입술이 거칠게 흔들린다. 언덕을 정복하듯 오르던 자신감도 잠시 주춤했는지 아니면 그저 다리가 아팠던 것인지 서있던 끝자락에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44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1:17:36

>>41
참가자 한명한명 위해서 두뇌풀가동 해주셨다니 영광입니다.. 물론 아주 맘에 들어요 따봉따봉!!

45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30:09



>>39

아이는 작았다 .

가까이 다가가보니 작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 당신의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아서 , 자칫 잘못했다면 못 보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침 당신이 가던 길 위에 쓰러져 있어 망정이지 . 아니면 얘는 어떻게 됐을까 .

- SUU,UUU,UUuuUuuUU

당신이 선의를 발휘하려 하면 아이는 착각해 , 더욱 당황해 자신만의 소리로 당혹감을 드러냈다 . 더욱 발버둥쳤다 .

하지만 저항이 무색하게 무력해 ,

쑤욱 ,

인형처럼 들려나왔다 .


46 ◆n5jaBjagHU (0BVOjOLELw)

2023-08-15 (FIRE!) 21:37:45

>>42 몸이 낚아채졌다는 사실은 눈에 보이는 풍경이 바뀐 것과 촉감으로 알 수 있었다. 촉각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그랬다면 더 오랫동안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누워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힘없이 매달려있다가, 조금 버둥거려 본다. 주먹을 느슨히 쥐고서 야수를 쳐내려 하지만 보통 사람이 두드린 것만 못하다. 그 한번의 동작을 하고서는 축 늘어진다.

"가만히 내버려 둬...."

처음 듣는 음성이다. 자신의 것일지도 모르겠다.

47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43:38



>>43

낯설다 , 익숙하지 않다 , 경험하지 않은 일이다 , 이런 것과는 명백히 질적으로 다른 존재감이 하늘에 있었다 .

달이었다 . 노랗게 빛나는 달이었다 . 빈틈 하나 없이 가득찬 달의 모습은 , 순수하게 불길했다 .

달이 저렇게 컸던가 . 하늘의 한 면을 탐욕스럽게 모두 차지하려는 듯이 자리 잡은 모습이 , 저보다 더 불길할 수가 없다 .

어째서 어떻게 저렇게 거대할 수가 있냐며 , 당신의 본능이 따지듯이 경고 신호를 보내온다 .

저건 절대로 정상이 아니야 . 그렇게 말하는 듯 하다 .


48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1:56:21

>>47
남자의 푸른 눈동자 속으로 노란빛이 가득 비집고 들어선다. 어둠이 사막을 완전히 집어삼키지 못한 것은 저때문이었나. 언제부터 쓰고 있었는지도 모를 파일럿 모자를 벗어 내리고 세상을 집어삼킬듯 거대한 월광을 바라본다. 새하얀 백지가 된 머릿속에 조금이나마 상식의 끈이 남겨진 탓일까. 이 광경이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도망칠 곳도 기억할 수 있는 것조차 없었다. 그러나 몸을 짓누르는 감각만큼은 너무나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허황된 꿈으로 치부할 수도 없었다. 만약 이곳이 현실이라면 나는 지옥에 오게 된 것이겠지. 라고 남자는 마음 속으로 읊조렸다.

한동안 언덕 위에 앉아있던 사내는 팔을 딛고 일어나 경사 아래쪽으로 몸을 쓸어내리듯 빠르게 내려간다. 우두커니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어봐야 얻을 것은 없다는 둥,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유 모를 일념에 몸을 앞으로 내던졌다. 언덕 반대편으로 완전히 내려왔을때는 온몸이 모래투성이가 되어 몇분씩이나 털어내야 했다.

49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57:12



>>46

서로 말이 통하기나 하는지 , 하지만 말보다 더 직관적으로 통하는 것이 있었으니 , 바로 주먹이었다 . 제 덩치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솜 빠진 주먹질이었는데 , 야수는 불쾌한 듯 미간의 살을 찌푸렸다 .

뿐만 아니라 , 당신을 쥐고 있는 앞발을 투수의 와인드업처럼 크게 뒤로 젖히더니 ,

저대로 휘둘러 당신을 저 멀리 쏘다시피 던져버렸다 .

- 쾅 !!!!

야수의 설익은 투구에 모래 산에 구덩이가 생겨났다 . 도려내다시피 파헤쳐진 구덩이 속에서 , 당신은 눈을 떴다 .


5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2:17:25



>>48

별도의 장비 없이 맨몸으로 썰매를 타기에 모래 언덕이 과연 적합한가 , 아닌가 , 체험해본 당신만이 알겠지 . 잔뜩 흐트러진 모습을 보면 아니라는 쪽에 거는 게 맞을 듯 싶다 .

당신이 여기저기 엉겨붙은 모래를 모두 털어내고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고 있으면 , 언덕의 저편 , 너머로부터 뭔가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51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2:31:20

>>50
너덜거리는 옷을 가다듬기도 잠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으로부터 날카로운 폭음이 두 귀를 덮쳐온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바닥으로 웅크린다. 좁아진 동공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겨누어지고, 자신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야 일어설 수 있었다.

남자는 모래 먼지를 삼키고 따가워진 목을 콜록이며 손에 쥐어진 모자를 바라보았다. 모래 알갱이에 긁힌 고글 렌즈가 달빛을 받아 반짝인다. 하늘을 뒤덮은 달빛과 끝없는 사막. 그리고 정체 모를 폭발까지. 모든 것이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히려 이질감이 덩어리가 되어 그 속에 자연스럽게 물들어 버렸다. 본능이 이끄는대로 향하는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방금전보다 조금 더 느려진 걸음으로 소리의 근원지를 좇는다. 그곳에 무엇이 있든 끝이 없는 막연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안고서 말이다.

52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2:41:20



>>51

대처는 완벽했다 . 소리는 멀었다 . 여파는 감지되지 않았다 . 단발성이었나 , 잠시 더 기다려봐도 같은 소리는 더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려고 해도 벽처럼 서 있는 언덕이 방해다 . 확인하고자 한다면 또 한 번 더 언덕을 올라야 할 것이다 . 힘든 일은 아니었다 . 당신의 다리에는 충분한 힘이 남아 있었으니까 . 하지만 막막한 일이었다 . 길을 막는 장해물이 있었으니까 .

괴인은 , 당신이 행동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


53 ◆8X5WeKCy6E (mhz67moLBg)

2023-08-15 (FIRE!) 22:52:19

한나주, 입장!

어디서 어떻게 끼어들어야하나...

54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2:53:43

>>53 어서오세요 ! 일단 몇 개 더 준비할 게 있어서 ...

한나주랑 미카엘라주는 잠시 더 기다려주세요 , 아마 늦으면 내일에나 준비가 다 될 듯 ...

55 ◆8X5WeKCy6E (mhz67moLBg)

2023-08-15 (FIRE!) 22:54:17

네엡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천천히 해주세용!

56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2:54:50

열심히 하겠슴다

57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2:55:16

남자의 걸음이 멈춘다. 기억에 자물쇠를 걸어잠근듯한 답답함도 세상의 끝에 다다른듯 모든 것이 이질적인 이 장소조차도 쳇바퀴를 구르듯 무의미한 방황을 멈춰 세우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한낱 인간이라면 단 한번도 조우하지 못한 미지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남자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고는 조명빛에 얼어붙은 짐승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그또한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마치 바스라진 석고상을 연상시키듯한 괴이한 물체는 마치 남자의 앞을 가로막듯 우뚝 멈춰서 있었다. 낡디낡은 마네킹에 허름한 물건을 덧댄듯한 물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등이 서늘해질것만 같은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 깊게 바라볼수록 마치 이 세상의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주장해오고 있는듯 했다.

남자는 이제 나오지도 않는 침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다시금 읊조렸다. 만약 이곳이 지옥이라면 비로소 때가 온 것이라고. 비록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죄를 치러야 한다면 기꺼이 그럴 준비가 되었노라고. 그래서 조금은 편한 마음이 되어 얼어붙은 자세를 풀고 괴인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58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2:56:24

>>57
>>52 앵커를 빼먹었네요! 미카엘라주, 한나주 반갑습니다! ㅎㅎ

59 ◆8X5WeKCy6E (mhz67moLBg)

2023-08-15 (FIRE!) 23:00:10

넵 저도 반갑습니다 미하일주~~!

6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3:12:29



>>57

사람처럼 팔이 달렸고 다리가 달렸지만 , 사람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 머리를 보호하려고 쓴 건지 , 보여서는 안 될 것을 가리기 위해 쓴 건지 , 비밀에 감춰진 이목구비는 상상력을 부추겨 그를 더욱 더 공포스럽게 보이게 했다 . 사람이라면 , 살아 있다면 , 저리 허깨비처럼 , 아무런 맥락도 없이 , 처음부터 저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당신 앞에 나타날 리 만무하다 .

저것이 , 괴인이 , 당신에게 악의를 지녔다면 ,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 . 괴인의 팔이 움직였다 . 앙상하게 말라 뼈가 도드라지는 검지가 철가면으로 향했다 .

당신의 기다림에도 괴인은 양초 같은 손가락을 철가면 앞에 가져다댈 뿐이었다 .


61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3:26:40

>>60
인간의 형상을 닮은 무언가의 앙상한 팔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남자는 어깨를 흠칫 오므린다. 아무런 말도 행동조차 없는 그것을 바라보며 긴장감으로 한껏 졸린 몸을 조금이나마 풀어보려 애를 쓴다. 돌아올 기약 없는 기억의 조각들은 미지 앞의 공포심 아래 더욱 깊숙히 숨어버릴것만 같았다.

"당신은 누굽니까, 여기는 어디에요?"

하나부터 열까지 정교하게 짜여진듯한 이질감 속에서 남자는 입을 떼었다. 한걸음조차 떼지 못할 공포에 사로잡혔음에도 입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이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허황된 풍경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찾으러 온겁니까?"

대답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지 못해 급히 이어 묻는다. 가면 사이로 드리워진 그늘로부터 내리깔린 시선은 낡은 부츠와 마주한다.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 것들중 가장 눈에 익는 것이라 긴장을 늦추는데 도움이 되었다.

62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3:41:12



>>61

괴인은 대답하지 않는다 .

생명력이 빠져나가며 굵게 , 깊숙히 패인 목주름만 보면 저것이 과연 말을 할 수 있기나 한지 의문스럽다 .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니 , 바스라지는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 팔을 아래로 내릴 뿐이다 . 무슨 연유로 당신 앞에 나타났는지 . 왜 당신 앞을 지키는지 .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더 늘어났을 뿐이라 , 사태는 악화됐다고 볼 수도 있었다 .

이렇게 서로 대치만 하고 있을 건가 . 이렇게 어색한 ,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

다행히 얼마 안 있어 괴인이 무엇에 반응했는지 , 왜 당신을 멈춰세웠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게 됐다 .

당신은 모래길이 구불거리며 뱀과 같이 유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

말인즉슨 , 모래 밑에 무언가 도사리고 있다 .


63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Qtk134OfkE)

2023-08-16 (水) 00:07:44

고운 모래 사이로 유사처럼 꿈틀이는 소리에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허리춤에 손을 올려놓는다. 아무것도 없는 빈 벨트 사이가 왠지 허전하게 느껴진다. 빠르게 전환되는 긴장감 탓에 이제는 분위기에 완전히 휘말리게 되었는지 두려움조차 멀어지게 되었다. 그저 눈앞의 형체가 자신을 해하려 하지 않는 것에 단순히 안도를 느끼며 모래바닥 아래를 기는 모습에 시선을 집중한다.

"저건.."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고, 본능이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남자는 모래더미에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석상 같은 형체를 향해 눈동자를 돌린다. 사내는 자신이 누군지조차 기억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한가지 사실만큼은 알아챌 수 있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터질것만 같던 심장이 차갑게 진정되는 것을 느끼면서. 그저 겁쟁이만은 아니었구나 라고.

"만약 당신이 날 거두러 온 자라면 적어도 내가 향할 길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것 아닙니까?"

사내는 고개를 위로 들어올려 상대에게 묻는다.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 유령이든 어떤 존재이든지 이제 더이상 궁금하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그저 이 기묘한 장소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갈라진 목소리를 마치면서 비현실적인 상황속에 젖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조금은 씁쓸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가로젓는다.

64 ◆n5jaBjagHU (zyQbuWwTjE)

2023-08-16 (水) 18:41:24

>>49 통각이 있다면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맥없이 매달려 춤을 추다 내던져진다. 야수가 자신을 잡아먹기 전에 가지고 노는 것인가를 생각해보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그만둔다.

내던져진 채로 있다가 비틀거리며 팔로 땅을 짚는다. 이어 후들거리는 무릎이, 발이 모래를 짚고 형편없는 몸뚱이를 일으켜세우려 한다.

65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19:20:00

갱신합니다 . 아니 오늘 습기 왜 이래 ... 죽겠었 ...

66 ◆n5jaBjagHU (.rHeY3oYvw)

2023-08-16 (水) 19:23:39

안녕하세요. 습하고 덥기도 덥네요.

67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19:36:02

조은 저녁임다 선호주 , 정말로 그래요 ... 얼른 씻고 밥부터 먹어야지 ...

68 ◆n5jaBjagHU (XvexGT48Dg)

2023-08-16 (水) 19:38:45

맛있는 식사 하세요.

69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0:33:14



>>63

여기서 벗어나면 , 여기서 도망치면 어디로 갈 건데 . 괴기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괴인이 당신에게 말했다 . 행동이 아니다 . 목소리가 아니다 .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의 숨통을 움켜쥘 듯한 괴인의 존재감이 그런 뉘앙스를 당신에게 전하고 있었다 .

당신이 아니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비밀스런 질문 . 가면에 가려진 눈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착각이 아닐지도 모르지 .

연이어 괴인은 상황을 모면하려는 당신의 도피 심리를 손수 부숴 주겠다며 , 다음으로 이어지는 행위를 취했다 .

- KAAAAAAAAAAAAAA,A,AAAAA

먼젓번의 폭발하는 소리와는 또 다른 , 쇠를 긁는 날카로운 소리에 간신히 안정을 되찾나 싶던 밤의 장막이 또 한 번 들썩였다 .

여기에 모래 아래서 위협들이 깨어나 화합하니 , 처음으로 밤이 깨어났다 .


70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0:42:31



>>64

아프지 않다 . 신기하게도 아무렇지도 않다 . 그렇게 요란한 소리가 났는데 . 구덩이를 만들며 안으로 안으로 파묻혔는데 , 당신은 무사했다 . 불쾌할 수는 있겠지 . 아닌 밤중에 모래로 목욕을 했으니 . 온 몸이 간지러울 수는 있겠다 . 근데 겨우 그게 다였다 .

당신은 일어설 수 있었다 , 바란다면 구덩이 밖으로 걸어나갈 수도 있었다 .


71 ◆n5jaBjagHU (asfUA39Kko)

2023-08-16 (水) 20:47:16

>>70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데 대해 다행스러워하지만 그뿐이다. 저 짐승(이라는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다.)에게 잡아먹힌다면 그래도 여전히 무사할 수 있을까?

모래 투성이인 몸을 한 발짝씩 뗄 때마다 모래 알갱이가 우수수 떨어진다. 다친 곳도 없는데 다친 것처럼 한쪽 팔을 다른 쪽 팔로 움켜잡고 비척비척 걸음을 옮긴다.

야수의 반대편이 아닌, 야수의 정면으로.

"자."

먹을 것을 스스로 대령했다. 양쪽 팔을 쭉 뻗고 자기 발을 내려다보며 파들파들 떤다.

72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0:50:23

형태를 표현할 수 없는 울림이 혼란에 살을 붙일 무렵 또다른 굉음이 긴장을 놓치고 있던 고막을 짓눌러온다. 사내는 반사적으로 두 귀를 가로막은채로 눈을 질끈 감는다. 발밑으로 느껴지는 진동이 더욱 거세어 진 것은 착각이 아니겠지. 사내는 그렇게 생각하며 심연에 잠긴듯한 가면 속 그늘을 겨누어보았다.

"시원한 물이나 한 잔 마실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당장이라도 자신을 집어삼킬 두려움으로 가득찬 공간 속에서 사내는 허탈한 미소와 함께 중얼거린다. 공포감으로 젖어버린 이성조차도 매서운 갈증을 이겨내지 못했다. 말을 마친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래 안에 숨은 존재들이 굉음에 자극을 받아 깨어난 것은 아닌지. 모자를 눌러쓰며 좀더 날카로워진 시선을 흘렸다.

73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0:51:24

저녁이 찾아왔군요..! 반갑습니다. 새로운 이드들도 멋져요!! 다른분들도 빨리 오셨으면 좋겠네요

74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0:52:39

>>72
>>69 그나저나 또 앵커 빼먹었어..!

75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0:52:43

어서오세요 파이퍼스주 ~ 그러게요 , 다들 얼른 고생시킥 .. 아니 , 아닙니다 ..

76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0:54:59

>>75
덜덜덜.. 😨

77 미카엘라 ◆vwYBqvDZrI (P3ntyveeQQ)

2023-08-16 (水) 20:56:11

>>5

의식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잠든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니, 영이 일어나 나를 깨우치매 나와 나 아닌 것이 갈라지더라.

작게 울리는 심장 소리, 숨 쉬는 소리. 얼굴을 감싸는 까끌까끌한 감촉. 가늘게 이어지던 호흡은 소리없이 멎었다. 마음껏 가슴을 피고 숨쉬기엔 아직 세상이 낮설다. 말없이 엎드린 채 눈을 뒤룩이고 귀를 쫑긋거렸다.

갓 알을 깬 애벌레가 두리번거리는 만큼, 작은 행동행동마다 신중과 조심이 깃들어있다.

//미카엘라 등장이요!!! 반갑습니다!!!

78 ◆n5jaBjagHU (gHmBzNA/f.)

2023-08-16 (水) 20:57:07

모두 반갑습니다. 어서오세요.

79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0:57:36

>>77
어서오세요 웰깜!

80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1:05:20



>>71

야수와 당신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저정도 거리 , 야수에게는 별로 먼 것도 아니었는지 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당신 앞에 나타났다 . 야수는 당신의 무방비한 모습이 못 마땅한 듯 당신을 내려다봤지만 , 거기서 더 손을 쓰지는 않았다 .

대신에 새롭게 나타난 청소부의 존재를 당신의 눈에 각인시켰다 .

야수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거대한 덩치였다 .

모래가 쌓이며 가려졌던 모습이 소란에 깨어나 드러나며 , 당신을 향해 , 야수를 향해 입맛을 다셨다 .


81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1:06:45

반가워요 미카엘라주 ! 앞으로 잘 부탁드림다 (_ _)

82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1:22:35



>>72

도망칠 곳은 없다 . 달아날 곳은 없다 . 네가 아는 모든 것들이 멸망해버린 이 세계에 , 네가 기댈 것은 아무것도 없다 .

괴인은 말한다 . 냉정하게 냉엄하게 당신에게 현실을 이른다 .

더는 바랄 것도 없다 . 더는 원할 것도 없다 . 보라 . 모두가 네 죽음을 바라는 이 세계에 네가 이룰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모래 밑에서 짐승들이 일어난다 . 당신과 괴인을 포위하며 이를 드러낸다 . 말라 뼈 밖에 보이지 않는 몸이 , 충혈된 눈이 당신과 괴인을 원하고 있다 .

여기서 벌어질 것은 한 때의 연극 , 살고 죽는 것의 재현 , 얻어갈 것도 없이 잃을 것만 많은 처량한 이여 , 기억해내라 , 진실로 무엇이 아픈지 , 진실로 무엇이 괴로운지 .

한 줌의 모래가 거대한 낫으로 변하고 , 괴인이 휘두르자 칼날 같은 바람이 일어나 한 마리의 짐승을 베어냈다 .

그러자 더는 짐승들도 , 괴인도 기다리지 않고 서로를 해치기 시작하니 , 지옥과도 같은 광경이 당신의 눈 앞에 펼쳐졌다 .


83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1:30:29



>>77

의식이 조심스럽게 깨어나는 가운데 , 알알이 엉겨 붙은 모래 알갱이가 따스하다 . 저마다 열을 품고 있어 , 당신이 식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의식의 온전한 각성을 돕는다 . 살아 있다는 실감을 얻기에 작지만 충분한 자극이었다 .

시야가 회복되고 숨이 돌아오고 피부가 바람을 느끼기 시작한다 . 조금만 더 집중하면 , 빛이 희박한 세계에 얼마 없는 열이 당신에게로 모여드는 것이 느껴지리라 .


84 미카엘라 (eqdAYwnwWI)

2023-08-16 (水) 21:58:14

>>83
뺨을 바짝 대고 죽었나 살았나 지켜보는 맹수는 근처에 없었다. 확신을 가지고 두 팔로 땅을 짚어 일어났다. 손등으로 보이는 피부의 색은 몸을 적시고 흐르는 모래의 색과 비슷하다. 어쩌면, 모래 아래 묻혀있던 태고의 유적이 다시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 스읍...후우...스읍..

허파가 풀무질하고 심장에 열기가 오른다. 배와 허리에까지 힘이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게 되었다. 아래로 떨구어진 머리는 목 아래 자신의 몸을 보았다. 머리가 볼 수 없는 목 위의 몸은 손가락으로 쓸어 더듬는다.

왜인지 기억이 아득하다. 자기 성별이나 입고 있는 옷 따위의 당연한 것마저, 확인하지 않으면 확신할 수 없단 기분이 왈칵 들었기 때문이다.

85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2:16:08



>>84

머리가 혼자서 허공에 떠 있지는 않을 테니 어디서 연결되고 받쳐주는 목과 몸이 분명 존재할 테지만 , 당신은 보다 실존적인 증거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 그래서 당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을 염려하고 확인하면 , 분명 모든 것이 제자리에 존재했다 . 하지만 완벽하다 말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했는데 , 머리에 빗장이라도 걸쳐놓은 듯 원하는 바가 떠오르지 않고 생각나지 않는 것이었다 .

이름이 무엇인지 . 여기가 어디인지 . 왜 여기에 있는지 .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

사람이 갑자기 아무도 없던 자리에 자연 발생하지는 않을 터인데 , 현재의 당신을 완성하는 내력이 , 역사가 뭉텅이로 찢겨나간 듯 생각나지 않았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 아무래도 알아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


86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2:28:01

형태가 없는 음성은 불친절하게 머릿속을 맴돈다. 남자는 귀를 틀어막아보지만 괴인의 음성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온갖 살과 뼈에 스미었다. 다가온 구절을 이해할 틈도 없이 솟구치는 모래먼지에 사내는 고글과 옷깃으로 눈을 가린다.

찌푸린 미간을 마저 펴기도 전에 흐릿한 시선 사이로 붉은빛이 가까워진다. 한쌍, 두쌍.. 먼지가 희미해질수록 점차 수는 많아졌고 형태는 또렷해진다. 그들의 앙상한 갈비뼈를 볼 수 있다면 붉게 달아오른 눈동자와 마주하게 된다. 달빛을 삼킨듯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듯 했다.

어느덧 괴인을 등진 형세가 되었고, 사내는 체념한듯 모자와 코트를 벗어던진다. 그러고는 주먹을 들어올려 눈앞으로 겨눈다. 모든 것이 뿌연 기억 속에서 한줄기 이성만이 그가 목도하고 있는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둠과 괴물들, 그리고 지평선과 맞닿은듯 거대한 달빛아래 사내는 다가올 최후를 기다렸다.

"신이시여, 당신이 말했던 지옥은 상상보다 더욱 끔찍하군요."

사내는 자리를 지킨채로 나지막히 중얼였다. 그러나 그의 주먹이 앞으로 향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어둠 속에 나타난 날붙이가 거센 바람을 일으키자 살을 베는 소리가 고요함을 적셨고, 곧 혼란이 찾아왔다.

날붙이가 바람을 일때마다 날카로운 소음이 귓가를 자극한다. 마치.. 바람을 가르는 날개처럼. 괴물들로 얽힌 모래바닥은 젖은 흙탕물이 되고, 괴물을 베는 날붙이는 총검이 되어 누군가의 살을 꿰뚫는다. 사내는 그런 환영과 마주한 직후 눈을 위로 까뒤집으며 정신을 잃은듯 쓰러진다.

87 미카주 (6Y7203atNE)

2023-08-16 (水) 22:28:53

잠시 질문이 있어요 캡틴! 캐릭터 복장은 죽을 때 입었던 그대로인가요?

88 한나주 ◆8X5WeKCy6E (AnFn2LMi9E)

2023-08-16 (水) 22:29:48

한나주가! 갱신!

지금 당장은 참여 못하지만...

89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2:30:37

>>88
어서오세요 한나주! 좋은 저녁입니다

90 한나주 ◆8X5WeKCy6E (AnFn2LMi9E)

2023-08-16 (水) 22:33:22

>>89
넵 미하일주! 좋은 저녁입니다!

91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2:33:56

>>87 머릿속으로 자신을 그렸을 때 , 가장 자연스럽게 입고 있는 옷이라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슴다

어서오세요 한나주 ! 좋은 밤이에여 !

92 미카주 (6Y7203atNE)

2023-08-16 (水) 22:34:03

안녕하세요 한나주!

93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2:44:36



>>86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살이 찢기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 베고 베이는 소리 , 넘어지고 부숴지는 소리 . 당신의 세상이 암전으로 어두워지고 , 더는 아무것도 못 보게 되고나서야 소란은 사라졌다 .

그리고 다음 당신이 눈을 떴을 때 , 거짓말처럼 괴인은 사라져 있었다 . 난투극이 , 살육전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밤의 사막은 고요를 되찾고 , 당신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 하지만 괴인은 , 그 짐승들은 , 당신이 안심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 때문에 열렬했던 싸움의 흔적을 , 사냥과 살육의 자취를 거기에 남겨두고 갔다 . 어지럽게 파헤쳐진 사막이 , 그들이 쏟은 회색이 , 이 모든 것이 환상은 아니라고 , 허상은 아니라고 당신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


94 미카엘라 (eqdAYwnwWI)

2023-08-16 (水) 22:53:39

>>85
얼굴에 안경. 너덜너덜한 얼룩무늬 옷. 주머니가 달린 조끼와 허리띠. 장갑도 있고, 신발은..워커? 직접 입은 기억이 없는 옷이다.

"내가, 내가..."

옷의 기억만 없으면 다행이다. 모든 기억이. 본인에 대한 모든 기억이 텅 비어 있었다. 몸을 더듬어서 스스로 여성임을 깨달을 수 있었음에 감사해야 할 수준이다. 와락 무서워져서 장갑 낀 손으로 목을 벅벅 긁었다.

그럼 주변은? 나를 모른다면 나 아닌 것은 기억하나? 체액이 드디어 목 힘줄까지 들어 머리를 힘껏 치켜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95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3:02:49

눈을 다시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을땐 이미 모든 것이 끝나버린 후였다. 빛바랜 모래 사이로 흩뿌린 광경이 암전 직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발이 굳어버릴 풍경 속에서도 사내는 이상하리만치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지금 마주한 현실에 적응해버렸다는듯 벗어던진 옷가지를 챙긴채 그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아직 밤은 끝나지 않은걸까. 고요를 되찾은 사막을 밟으며 사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괴인이 남긴 마지막 음성을 되뇌이며. 어쩌면 끝나지 않는 어둠을 영원히 헤멜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을 맴도는 의문과 두려움도 그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그저 발길이 닿는대로 방향조차 정해지지 않은 행선지를 밟을 뿐.

거대한 사막을 메우기에 그의 숨소리는 너무나도 작고 희미했다.

96 한나주 ◆8X5WeKCy6E (IrbpPJ.2bg)

2023-08-16 (水) 23:04:39

다들 좋은 밤입니다~

97 한나주 ◆8X5WeKCy6E (IrbpPJ.2bg)

2023-08-16 (水) 23:08:16

늦었지만 지금 참가해도 될까요? 참가할땐 >>5 이으면 되는거죠?

98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3:16:14



>>94

가득 부워 표면 장력의 한계에 도달한 유리잔에 한 방울의 비가 내린다 .

밤 , 별 드리우지 않은 밤이었다 . 구름조차 서성이지 않는 빈 하늘에 기억에 없는 달이 떠 있었다 . 빠진 부분 없이 노랗게 둥글게 빛나는 달이 혼자서 하늘을 차지하고 있었다 .

바닥 꺼진 기억으로도 도저히 용납하기가 힘든 , 터무니 없이 거대한 보름달이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은은함으로 당신과 사막을 비추고 있었다 .


99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3:17:22

>>97 예쓰 , 편하실 때 달아주시면 내일 와서 답레 달아두도록 하겠습니다 ...

그리고 내일도 일하러 가야하니까 ... 일단 하선하겠어요 , 내일 뵈요 !

100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3:18:14

>>95 다소 애매하지만 파이퍼스의 첫 진행은 여기서 마무리 지어도 될 거 같은데 , 파이퍼스주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괜찮으시면 다음 진행으로 내일 찾아뵙겠슴다

101 한나주 ◆8X5WeKCy6E (IrbpPJ.2bg)

2023-08-16 (水) 23:19:45

넵 캡틴 안녕히 가세요~! 좋은 밤~!

102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3:20:37

>>100
네네! 좋아요. 오늘도 진행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캡틴! 재밌게 돌렸어요

103 미카엘라 (6Y7203atNE)

2023-08-16 (水) 23:30:54

>>98
루나. 루나틱. 달에는 광기가 녹아있다. 기이할 수준으로 거대한 만월이 전두엽에 손수 광기의 송곳을 찔렀다. 노란색 눈망울은 길을 잃은 어린애처럼 황망하다.

"영문을 모르겠다고. 넨장맞을."

후들대는 다리를 붙들어 간신히 일어났다. 사막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혹하다. 마지막으로 물과 음식을 먹은지가 언젠지도, 알리가 없지. 여기에 가만히 있으면 명백하게 죽는다.

움직여서 무엇이라도 찾아야만 한다. 같은 곳을 맴돌지 않게 기이한 달이 있는 방위를 향해 직선으로 걷는다. 기준 삼을 것이 달 말고는 없었다.

104 미카주 (6Y7203atNE)

2023-08-16 (水) 23:31:32

내일 봅시다~ 수고하셨어요~~

105 백한나 ◆8X5WeKCy6E (IrbpPJ.2bg)

2023-08-16 (水) 23:34:33

>>5

그녀는 스스로 일어났지만 그건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 누가 자고 있는데 눈앞에 대고 플래시를 킨 느낌이었다. 그것도 한 100개 정도의 플래시를. 눈이 부시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더 오래 누워있을 수 있었으나 애석하게도 주변의 환경은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귀가 먹먹하다. 입 안에서 뭔가 거칠은 것이 씹힌다. 반사적으로 뱉어내도 영 시원찮다. 아직 덜 깨어진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모래밖에 없다.

"뭐고, 뭔데? 뭔 일인데?"

나오는 말이라곤 의문문 뿐. 그녀는 몹시 혼란스러웠다.

//
일단 올리고 내일을 기약하겠사와요

106 한나주 ◆8X5WeKCy6E (IrbpPJ.2bg)

2023-08-16 (水) 23:44:57

혹시 지금도 계신 분 있으려나...

107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19:58:50

닻을 올린다 ... 다들 좋은 저녁이에요 ! 조금 있다가 오겠슴다

108 ◆EV6oa.t2KM (sWOxxWR96M)

2023-08-17 (거의 끝나감) 20:16:41

캡틴 어서오고! 파이퍼스주도 갱신합니다

109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1:02:46

저녁은 밤이 됐다 ... 오늘도 습기찬 하루였어요 , 반가워요 파이퍼스주 !

110 해빈주◆K33qMvf7C6 (GbZzUCW1o2)

2023-08-17 (거의 끝나감) 21:03:39

(꾸물꾸물

111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1:08:50



>>103

당신은 제법 걷는 편이었다 . 못 걷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 제법 먼 거리를 , 달을 지침 삼아 나아갈 수 있었다 . 때문에 덕분에 당신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데 , 무슨 이유에선지 달의 고도가 저기서 더 떨어지지도 높아지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 달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또는 못 박힌 것처럼 저 자리를 세내기라도 한 듯 떠나지 않았다 .


112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1:09:08

와 ! 어서와요 해빈주 ! 만나서 반갑슴다ㅏㅏㅏ

113 이해빈◆K33qMvf7C6 (GbZzUCW1o2)

2023-08-17 (거의 끝나감) 21:10:50

>>5
과거가 없다는 것은 때로 저주이며, 어쩌면 축복이다. 그것은 사람을 이루는 뿌리라 없다하면 그 자는 백지. 어쩌면 흐린 글자국 정도는 남아 있을 지도 모르나 겨우 그 정도인 이상 사람을 만들어내진 못한다. 하여 저주.

허나 적혀있던 글이 시답잖은 불행 포르노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나으니. 어쩌면 축복이다.
그렇기에 이 자에게는 축복이다.

앓는 소리가 나올 정도는 아닌 통증에 삐걱이는 상체를 일으켜 세운 검은 머리의 소년은, 몽롱한 낯으로 메마른 광경을 보았다. 삭막하기 짝이 없는 사막 가운데에서 소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과거는 남지 않았고,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고 상황을 파악하자 순식간에 몰려온 것은 아득함이다.

허나 그는 움직이기로 하였다.
그저 선 채로 말라 죽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하아.."

마른 숨을 내뱉는 자의 눈빛은 가라앉았고, 흐린 빛이 머물렀다.
비유하자면 깊은 심해에서 올려다 본, 수면.

그가 걷고
사박거리는 소리가 난다.


//>>112 시간이 날 때 마다 시트스레를 확인할 정도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잘 부탁해요!

114 ◆EV6oa.t2KM (sWOxxWR96M)

2023-08-17 (거의 끝나감) 21:13:21

해빈주 반갑습니다! 오 드디어 진행 시작이군요 두근두근..

115 해빈주◆K33qMvf7C6 (GbZzUCW1o2)

2023-08-17 (거의 끝나감) 21:18:05

>>114 안녕하세요 파이퍼스주!
잘 부탁드려요!

116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1:26:16



>>105

높은 모래와 낮은 모래와 평탄한 모래가 보인다 . 세계를 한 꺼풀 얇게 포장한 빛만으로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해 , 당신이 주위를 살펴도 이렇다 할 특색은 찾기가 어려웠다 . 아는 것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 . 모르는 것은 그것을 제외한 전부 . 당신이 혼란한 머리를 정리하면 금방 그렇게 답이 나올 것이다 .


117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1:36:03



>>113

걷거나 기다리거나 . 두 선택 사이에 우열이 있는 것도 아니고 , 정답과 오답으로 나뉘는 문제도 아니다 . 하지만 늦고 빠르고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도 여전히 몽롱했다 .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알지만 , 무엇을 아는지조차 여전히 모르는 상태 . 밤의 사막은 당신이 모르는 세계였고 , 요령이 부족한 당신은 몇 번이고 넘어질 뻔했다 .

뭍에 건져진 물고기처럼 당신의 모든 움직임이 어색하다 .


118 한나주 ◆8X5WeKCy6E (GhWTpiCmrs)

2023-08-17 (거의 끝나감) 21:37:03

짜잔짜잔잔

갱신! 저도 닻을 올립니다!

119 이해빈◆K33qMvf7C6 (GbZzUCW1o2)

2023-08-17 (거의 끝나감) 21:47:06

>>117
아무도 없다는 게 어색하지 않다. 목이 타고, 몸이 괴로운 것이 이상하지 않다. 정신이 몽롱한 건.. 익숙한 지는 모르겠으나 나쁘지 않았다. 그렇기에 걸었다. 걷다보면 그래도 조금 깨어날까. 깊게 침잠한 눈은 떠오를 줄을 몰랐다.

비틀, 하며 모래에 발을 깊게 묻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너절한 신발 틈새로 모래가 들어간다. 까슬까슬한 감촉이 발에 느껴지지만 이 자는 멈추지 않았다.

흔들거리며 걷는 모양새가
사막에서 헤엄치려는 것처럼도 보인다.

어쩌면 그는 유영하고 있다.

120 백한나 ◆8X5WeKCy6E (GhWTpiCmrs)

2023-08-17 (거의 끝나감) 21:48:02

>>116
저기도 모래, 여기도 모래, 거기도 모래... 온통 모래 밖에 없다. 정말 모래 뿐인건가? 아니지, 난 일단... 살아있는게 맞는거겠지?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급한 손동작으로 쓰다듬었다. 거울이랄 것도 없으니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순 없겠지만 차림새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깨달은 것은, 자신은 이 장소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히야... 돌아삐겠다... 희한한 곳에 와부렀네..."

가장 심각한 것은 자기자신에 대한 정보도 없다는 것이었다. 진짜 미친 소리같겠지만 내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머 이런 일이 다 있노... 나이는 물론 인간의 존재를 나타내는 가장 큰 증거인 이름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다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다.

"일단... 걸어볼까. 여기에 계속 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테니까." 그녀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121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1:49:49



/ 미하일 Q . 파이퍼스 /

여전히 , 여전히 밤이었다 . 달은 여전히 커다랗고 , 때때로 억센 바람이 불어 당신의 모자를 날아가게 했다 . 아무리 단단히 신발을 신어도 사막은 당신 모르게 신발에 모래를 집어넣었고 , 눈에 띄지 않게 숨긴 모래 구덩이로 당신의 생명을 위협했다 .

그저 사막을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 당신은 정체불명의 위협에도 대비해야만 했으니 , 아무리 단련된 사람이라도 심신이 피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언제 어디서 당신의 생명을 노리는 괴물들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상상이 , 당신을 피로하게 만들었다 .

그럴 때였다 . 사막의 한 가운데 , 쉬어갈 오아시스가 보인 것은 .

당신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


122 선호 ◆n5jaBjagHU (NPPJCtHkVU)

2023-08-17 (거의 끝나감) 21:54:21

>>80 발에 시선을 떨구고 있던 것도 잠시뿐. 새로 나타난 것의 존재를 확인하고 말았다. 눈앞에 있는 붉은 눈의 야수와 새로 나타난 존재를 번갈아 본다. 어느쪽에 먹히는 것이 더 덜 아플까.

하지만 그 전에,

"이것들은 뭐야...?"

이 상황은 뭐지? 여기는 어디? 나라는 사람(맞겠지?)은 누구? 이제는 공포가 몸에 익자 의문증이 도진다. 무의식적으로 후드를 눌러 쓰고는 자신의 옷에 후드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안 보이면 조금 덜 아프지 않을까. 후드를 꽉 졸라매 얼굴이 안 보이게 한다.

123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1:55:55



>>119

걷거나 수영하거나 , 하나만 했어야 했다 . 아니라면 넘어지지도 않았을 건데 . 머리부터 우스꽝스럽게 모래에 넘어진 당신은 모래 바닥이 너무 아프지도 , 너무 따갑지도 않다는 사실을 배웠다 .

이정도면 다소 불편해도 모양을 만들면 어디서라도 편안하게 잠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

당신이 다른 문제를 신경쓰지 않는다면 말이다 .


124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1:56:14

어서오세요 선호주 ~ 좋은 밤이에요 !

125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sWOxxWR96M)

2023-08-17 (거의 끝나감) 22:04:04

사각, 사각, 부츠 밑창이 뻣뻣한 소리를 내며 모래를 짓누른다. 한줄기 땀방울이 콧잔등을 타고 흘렀고 창백한 뺨에는 모래먼지가 달라붙어 부랑자의 낯이 되었다. 사막에서 눈을 뜬지 얼마 시간이 흐르지 않았음에도. 척박한 환경이 사내를 짓눌러온다. 그는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똑같은 풍경과 메마른 공기만이 푸른 눈동자에 내려앉는다.

마른 침을 삼키고 숨을 돌릴때 무심코 닿은 시선에 사내는 의심의 눈초리를 쏘아붙인다. 달빛에 반사된 투명한 수면에 얼마 남지 않은 기운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급한 발걸음에 한번쯤 발을 헛디디기도 하며. 사내가 지나친 자리로 작은 먼지바람이 인다.

사내는 오아시스 앞에 멈춰서 허리를 숙인다. 작은 파동조차 없는 물길에 남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비친다. 그는 모자를 벗어내리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자신의 눈과 코, 그리고 입술을 더듬는다.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듯이 뺨을 지나는 손길이 다급하다.

당장 눈앞의 물 웅덩이가 타들어가는 갈증을 더욱 자극한다. 사내는 장갑을 벗어던지고 양손으로 물을 한웅큼 떠올린다. 모래로 젖은 뺨을 닦아내고, 숨을 돌린다. 마른 목을 축이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쉽게 목을 축이지 못했다. 젖은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주변을 향해 시선을 옮긴다.

126 ◆EV6oa.t2KM (sWOxxWR96M)

2023-08-17 (거의 끝나감) 22:04:29

한나주 선호주도 웰컴! 좋은 밤입니다

127 선호주 ◆n5jaBjagHU (jmV4SOXrdg)

2023-08-17 (거의 끝나감) 22:04:35

좋은 밤입니다!

128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2:05:52



>>120

다행스럽게도 걷는 법까지 잊지는 않았다 . 평소에 당신이 어떻게 걸었는지 모르니까 여느 때처럼 ~ 이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 아무튼 사람처럼 걷기는 했다 .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뭐 .

걸으면 걸을 수록 많은 것들이 보였다 . 그러니까 , 더 많은 모래들이 보였다는 소리다 . 사람의 손때가 느껴지는 인공물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 더욱 더 많은 모래들이 보이고 , 또 거대한 보름달이 보였다 . 달이 떠있고 주변이 어두우니까 밤이겠지 .

그런데 달이 저렇게 컸던가 ?


129 한나주 ◆8X5WeKCy6E (GhWTpiCmrs)

2023-08-17 (거의 끝나감) 22:06:36

모두들 웰컴 웰컴~ 다들 안녕하세요~

130 이해빈◆K33qMvf7C6 (GbZzUCW1o2)

2023-08-17 (거의 끝나감) 22:11:28

>>123
모래바닥에 얼굴을 쳐박은 자는 한동안 미동이 없었다. 움직임을 유영에 비유해서 그런가. 미동도 없이 쓰러진 게 바다 밖으로 나와서 숨을 멎은 생선토막 같았다. 물론 그는 당장에 죽은 것이 아니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모래침대에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 눈을 감아도 될 듯 하나 그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잠이 오지 않았고,
아직 오래 걷지도 않았다.

비틀비틀 바닥을 짚고 일어선 소년은 다시금 느릿느릿 걷기 시작했다.
얼굴부터 쳐박힌 게 도움이 되었는지 아까보다는 '걸음'에 가까웠다.

131 해빈주◆K33qMvf7C6 (GbZzUCW1o2)

2023-08-17 (거의 끝나감) 22:11:40

모두 안녕하십니까!

132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2:13:46



>>122

당신의 약함을 야수는 비웃는 듯 했다 . 숨으려는 두려움을 비난하듯 야수가 눈을 부라렸다 . 대신 싸울 생각은 없다고 , 야수는 말하는 듯 했다 . 소리를 빌리지 않아 추상적일 수 밖에 없는 분노가 당신의 머리에 울리었다 .

야수는 세 갈래로 갈라지는 괴물의 머리를 보더니 , 놈이 모래를 차고 뛰어오르는 모습에 몸을 움츠리고 , 팔을 무는 흉측한 흡반에 비명을 질렀다 . 도마뱀처럼 생겨서 무슨 끔찍한 짓인지 , 야수는 이를 갈며 놈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팔에 박힌 이빨이 , 팔을 꽁꽁 묶는 혀가 방해가 되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


133 백한나 ◆8X5WeKCy6E (GhWTpiCmrs)

2023-08-17 (거의 끝나감) 22:18:01

>>128

그녀는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질릴때까지 걸었다. 사막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주변으로 모래와 더 많은 모래와 더더 많은 모래들이 함께 했다. 사람의 존재는 기대 할 수 없었다. 결국 질릴대로 질린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물론 상식을 기억한다면야. 그녀, 한나는 갑자기 모래만 가득한 곳에서 눈을 떴으며, 자기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질리도록 걸었음에도 사람은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혈혈단신으로 망망대해(바다가 모래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차이점이었지만) 한복판에 떨어진 꼴이었다.

"내도 모르겠다... 여기는 어데고? 진짜 죽겠디..."

조금 쉬었다가 다시 고개를 든 한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주변에 모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머리 위로 거대한 보름달이 있었던 것이다. 잠시 달을 감상하던 한나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근데... 너무 크지 않나?"

134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2:24:51



>>125

당신의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 너무 급했다 .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다니 , 현명한 행동은 아님에 분명했으니 . 일부러 이렇게 괴인까지 나타나서 당신에게 핀잔을 주는 것이리라 . 당신이 재차 수면에 입을 가져다대면 괴인은 수면에 비치는 당신의 모습을 훔쳐 , 자신의 철가면을 대신 비추는 것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135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2:28:43



>>130

실패로부터 배우는 거지 . 걸음도 인생도 . 너무 큰 실패만 아니라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 당신은 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으로 , 천천히 사막을 나아갔다 . 나아가면서 낯선 세계의 풍경을 눈에 새겼다 . 부담스럽게 거대한 보름달이나 , 멀리 사구 위에서 당신을 바라보는 인영의 존재나 , 그런 것들을 말이다 .


136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2:30:50



>>133

커도 너무 크지 . 이렇게 늦게 깨달은 것은 당신이 처음이었을 거다 . 이에 다른 목소리도 기가 차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

당신의 머리 위에서 . 당신을 내려다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


137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sWOxxWR96M)

2023-08-17 (거의 끝나감) 22:36:13

물을 앞둔 흥분감은 창백한 쇳빛에 차갑게 식어버린다. 사라진줄만 알았던 그것이 또 다시 나타나자 사내는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뒤로 물러선다.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다. 얼굴을 씻어내린 덕분인지 아니면 불쑥 나타난 오싹한 기운 때문인지. 적어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뭡니까.. 또 이상한 훈계를 할 생각이라면 놔둬요. 좀 쉬고싶군요."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에서 처음 느낀 것은 공포였지만 이젠 지쳤다. 모래를 적신 회색빛과 으스스한 철가면을 바라보고 나서도 더이상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할만큼 피로가 몰려왔다.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는 덤이었고.

138 백한나 ◆8X5WeKCy6E (GhWTpiCmrs)

2023-08-17 (거의 끝나감) 22:39:08

>>136

"어?"

달에 정신이 팔려서 그랬나. 누군가 다가왔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어디서 누군가 콧방귀를 뀌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좀... 기가 차다는 듯한,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그리고 다시 보니 진짜로 누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것이 그녀의 감상이었다. 어? 니는 눈교...?

그러다 문득 정신이 들어 거의 기어가다시피 땅을 박차고 일어서려고 했다. 저건 누굴까. 1차적인 의문은 그것이고, 너는 나에게 무슨 생각을 갖고 있지? 이것이 2차적인 의문이었다.

"니, 니는 누꼬?"

139 해빈주◆K33qMvf7C6 (GbZzUCW1o2)

2023-08-17 (거의 끝나감) 22:41:09

>>135
"...?"

어렴풋한 생기가 떠도는 두 눈이 먼 곳을 보았다. 너무나 가까워서, 살짝 걸어 다다를 수 있을 듯한 보름달 덕인가. 먼 사구 위에서 어떤 그림자가 보였다. 그것은 마치 자신을 보듯 서있었고 아마도 사람일 것이다. 저 자가 자신에게 호의적일 것이란 근거는 없었으나 어디나 똑같은 세계에서 목적지로 삼을만한 것이긴 하였다.

하여, 그는 방향을 잡았다.
몽롱한 방랑보다는 확고한 여행이 조금 더 안정적인 법이다. 비록 품이 남아 팔락거리는 옷자락이 물고기의 지느러미나 해파리의 흔들림 처럼 보이더라도.

140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2:46:26



>>137

당신이 충분히 물러서자 괴인이 수면을 가르고 일어났다 . 저렇게 거대한 몸이 어떻게 저 얕은 물 속에 들어가 있었는지 의문스럽지만 우선 가능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 철가면에서 쫓겨나와 쏟아지는 급류에 당신의 옷이 젖기도 했지만 , 이에 대해 항의를 할 용기는 없으리라 믿는다 . 괴인은 가면을 가득 채우던 물기를 모두 쏟아낸 다음에야 자신의 소리를 내었다 .

- Kaaaaa,aa,Aa,aAaaa

... 물을 잘못 삼킨 거 아닐까 .


141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2:52:51



>>138

사람처럼 보였다 . 사람처럼 팔다리가 달렸고 , 머리카락을 땋았고 , 가면을 썼으니까 , 사람으로 보였다 . 하지만 금방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기에 .

- Bee,E,eeee

목을 떨어 소리를 내지만 사람의 말이 아니었다 . 사람보다는 짐승의 울음 소리에 가까웠다 .

당연히 , 당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 또한 되지 못한다 . 목적성이 불투명한 울음소리는 낮고 음산하여 담력이 약한 사람은 그대로 꽁지 빠지게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


142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2:57:26



>>139

무의미한 걸음에 다소 목적성이 생긴 것에 그림자에게 감사를 해야할까 .

당신은 그림자의 목적도 모르고 마냥 길을 만들며 걸었다 . 한 걸음 , 열 걸음 , 백 걸음 , 그렇게 걸을 수록 그림자는 커져만 갔다 .

하지만 형상은 조금도 뚜렷해지지 않으니 , 당신은 자신의 선택을 재고해야 할지도 모른다 .


143 백한나 ◆8X5WeKCy6E (GhWTpiCmrs)

2023-08-17 (거의 끝나감) 22:57:29

>>141

분명 사람처럼 보이긴 했다.

1. 일단 팔이랑 다리가 달렸고
2. 사람처럼 머리를 땋았고
3. 가면을 썼으니까. 가면이란 건 기본적으로 얼굴이 있어야 쓸 수 있는거잖수?(한나의 견해이다)

하지만 그것이 날기 시작하자 그녀는 대화 자체를 포기한 듯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차피 저것이 내는 소리는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듣는 이로 하여금 불길함을 느끼게 하는 울음소리였다. 즉 소통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나는 달리기 시작하며 외쳤다.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이씨!!! 내가 먼 죄를 지었다고 이러는데?!"

144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sWOxxWR96M)

2023-08-17 (거의 끝나감) 23:03:19

>>140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화답이라도 하듯 잔잔했던 수면이 순식간에 하늘로 솟아오른다. 가려진 형체가 온전히 드러났고, 피할 재간 없이 물벼락을 맞은 사내는 온몸이 흠뻑 젖어 조금 허탈해진 표정으로 물이 들어간 코를 풀어낸다. 정신을 번쩍 깨우는 감각에 괴인의 울음에 반응할 틈조차 없었다.

"고맙군요. 안그래도 땀에 범벅이 된 참이었는데."

물을 먹은 코트는 쇠를 얹은듯 무거워졌고, 사내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괴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찰흙을 얼기설기 붙여놓은듯 기괴함으로부터 풍기는 싸늘함은 처음 봤을때와 다르지 않았지만.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그는 당장 떠오르는 감정을 숨기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난 지금쯤 저곳에 함께 누워있었겠죠.."

이윽고 남자는 경의를 표하듯 팔과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비록 공포와 의문을 풍겼지만 조력을 주었으니. 지금으로썬 남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을 건넨 것이다.

145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3:03:22



>>143

당신의 전력을 다한 달음박질에 뒤에서 바닥이 꺼질 듯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데 , 추격을 단념한 걸까 . 당신이 워낙 빠르게 달려나가기는 했으니 ... 달리기에 자신이 없다면 포기할 수도 ...

.
.
.

아니 아니다 . 아니네 . 하늘을 나는데 무슨 소리가 나겠어 . 녀석은 당신을 따라 날며 바짝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


146 백한나 ◆8X5WeKCy6E (GhWTpiCmrs)

2023-08-17 (거의 끝나감) 23:07:09

>>145

달리면서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 그녀는 이쯤 달렸으니 단념 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다가 까무라쳐 쓰러질 뻔했다. 맞다, 저 녀석은 날 수 있는데 뭔 소리가 나겠는가. 다시 경악하며 달리기 시작한 한나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돌아보며 운수 한 번 사납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건 순화된 거고, 실제로는 더한 말들을 속으로 뇌까리며 미친듯이 달렸다.

"잘못했습니더!!! 지가 뭔 죄를 지었는지는 몰라도 진짜 잘못했심더!!! 한번만 봐주이소!!! 흐끼야아악!!!!"

147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0:02



>>144

공포도 자주 접하다보면 무뎌지는 것이라 괴인도 당신의 반응에 별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 익숙해질 때도 됐지 . 괴인에게도 당신이 너무 놀라기만 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었을 것이다 . 괴인은 당신의 말에 가볍게 철가면을 끄덕이고 물 위로 걸어나왔다 .

그런데 , 아무리 효과적인 등장을 위해서라지만 물을 저렇게 통째로 더럽히다니 , 기껏 발견한 물이건만 괴인의 만행에 더는 손도 댈 수 없게 됐다 . 이걸 어떻게 보상 받아야 할까 .


148 미카엘라 (5d8Zk97M6Y)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1:54

>>111
좇을 기준이 광기뿐이면 좇는 자도 광기에 물들고 마는가?

느끼기에 오랜 시간을 걸었지만 달은 한 자리에 붙박은 듯 하늘에 걸려있다. 달은 천천히 지고 빈 자리에 새벽이 떠오르는게 마땅한데도!

하늘 위 달이 변하지 않는다. 하늘 아래 사막도 똑같은 모래언덕의 풍경만 보인다. 천지인 중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자기 자신, 인간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떠올렸다.

"으, 으으.."

자기 피부 위에 땀이 흐르고 있나? 아니면 사막의 밤 추위에 몸이 떨고 있나? 숨이 차거나 다리가 저리지 않는가? 갈증은?

이 몸이 걸은 만큼 체력이 빠져 지쳤는지 확인하려 한다. 지금의 경우 체력이 빠지지 않은 게 불길한 징조다. 광기서린 하늘과 땅과 같이 자신의 몸이 변하지 않는 게 불길한 징조다.

149 미카주 (5d8Zk97M6Y)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3:57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졸다오느라 늦었습니다()

150 한나주 ◆8X5WeKCy6E (GhWTpiCmrs)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4:44

미카주 반갑습니다~ 좋은 밤이에요~

151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3:17:28



>>146

저것이 사람 말을 할 수 있었다면 당신에게 그만 뛰고 멈추라고 했을 거다 . 심상치 않게 술렁이는 주변의 공기에 녀석은 당신을 억지로라도 붙잡고자 했지만 , 당신이 워낙에 거칠게 달리는 통에 말리기는 커녕 되려 끌려가고 있었다 .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 ... 이미 일어난 일이었다 .

이러는 와중에도 지면은 꿈틀거리고 , 당신을 뒤쫓는 추격자가 점점 더 많아진다 .


152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3:23:50



>>148

다리는 멀쩡했다 . 지친 기색은 느껴지지 않고 그동안 땀 한 방울조차 흐르지 않았다 . 당신이 멈춰서 스스로 확인하고자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을 거다 .

문득 당신이 뒤를 돌아보면 당신의 신발 자국이 저기 수평선 너머까지 이어져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


153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sWOxxWR96M)

2023-08-17 (거의 끝나감) 23:29:44

>>147

"아까 했던 말.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말입니다. 나는 이미 죽은 모양이군요. 맞습니까?"

사내는 흙탕물이 되어버린 웅덩이로부터 시선을 돌린채 괴인에게 말한다. 먹을것도 마실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과 그를 응시하듯 거대한 달빛. 그 아래엔 수도 모를 괴물들이 도사렸지만. 사내는 냉정하게 상황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그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끝을 마주하기 위해서라도 안개로 자욱한 길을 계속해서 나아가길 바랐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아주 커다란 죄를 지은 모양입니다. 나는 아마 몸이 바스라지도록 이 연옥 속을 헤메게 되겠죠. 당신의 말처럼."

자신을 덮쳐온 붉은 눈동자들을 상기시키며 말을 이어간다. 이성조차 남지 않은 괴물들과 인간이라 부르기엔 몹시 뒤틀린 이 자 또한 어쩌면 자신과 다르지 않은 시간을 거치지 않았을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난다.

154 ◆EV6oa.t2KM (sWOxxWR96M)

2023-08-17 (거의 끝나감) 23:30:50

>>149
한창 불타오를때 오셨군요 어서오세요!

155 백한나 ◆8X5WeKCy6E (GhWTpiCmrs)

2023-08-17 (거의 끝나감) 23:33:32

>>151

한나는 달리면서 생각했다. 이건 내 착각인가? 왠지 땅이 좀 울렁이는 것 같은데... 그 와중에도 이런 생각할 정신은 있던 모양이다. 끝없는 사막, 유난히 큰 보름달, 날 쫒아오는 이상한 녀석, 꿈틀거리는 지면. 심상찮게 돌아가는 상황에 한나의 불안과 공포는 더 커져갔다. 뒤를 돌아보니 추격자가 더 많아졌다. 저것들은 언제 따라붙은거야?! 결국 자리에 풀썩 쓰러진 한나는 이것이 꿈이길 바라며 우는 목소리로 말했다.

"키힝... 내도 모르겠다... 먼 이런 일이 다 있노... 꿈이라고 해주라..."

156 미카엘라 (5d8Zk97M6Y)

2023-08-17 (거의 끝나감) 23:33:37

>>152
천지인은 일심동체였다. 사람도 하늘과 땅과 같이 변하지 않았다. 지치지 않은 몸으로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자 시력이 허락하는 곳까지 보이는 발자국이 늘어서 있다.

지평선 너머에서 무언가가 발자국을 따라 쫓아오는 기분이, 등골을 타오르는 오싹한 기분이 엄습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달리기 시작했다. 체력 조절이나 탈수 따위 고려하지 않은 전력질주다. 뒤를 쫓아오는 무언가의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달리는 방향의 기준은 움직이지 않는 달이다. 그 외에는 기준삼을 것이 없으니까.

157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3:41:11



>>153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 당신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자신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 괴인은 손을 뻗어 옆에 자란 이름 모를 나무의 잎사귀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 그러자 신기하게도 잎사귀는 모래로 화해 끝에서부터 바스라지기 시작했다 .

모든 것은 거짓이다 . 괴인이 말했다 .

괴인이 걸어나왔던 샘도 다시 보면 바닥까지 말라 여느 사막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변해 있었다 . 당신이 다시 시선을 돌리면 마침내 찾은 휴식처 따위 ,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사라져 있었다 .

괴인은 또다시 말했다 . 언제까지 목이 마르다는 착각에 빠져 있을 거냐고 .


158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3:50:28



>>155

울상이 되어 말하는 당신과 힘으로 당신을 이기지 못해 , 형편 없이 끌려다니는 정체불명의 가면인 . 가면인은 당신의 우는 소리에 심지가 끊어진 듯 , 정말로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콧바람을 뿜더니 되려 추력을 보태 당신을 바닥에 넘어뜨렸다 .

결과 자신도 바닥에 넘어지게 됐지만 , 가면인은 개의치 않고 곧장 일어나 등에 짊어지고 있던 창을 뽑아들었다 . 당장 당신을 위협할 생각은 없어보이나 , 살기등등하게 창을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어 잘못 말을 걸었다가는 단칼에 베일 듯 했다 .


159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3:54:31



>>156

산 생명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사막이건만 , 이루 말할 수 없이 불길하다 . 이런 불길함은 당신이 달리는 내내 계속되었고 , 결과 당신은 잠시라도 좋으니 몸 숨길 곳을 찾게 되었다 . 그러자 금방 거대한 협곡이 당신의 눈에 들어왔다 .

저토록 큰 이상 지형을 사막을 거니는 내내 어떻게 발견하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 법도 한데 ...


160 ◆.Th3VZ.RlE (7xIbN99X7o)

2023-08-17 (거의 끝나감) 23:55:05

조오아 , 일단 처리가 끝났으니 .. 캡틴은 여기서 자러 가도록 합니다 !

답레 달아주시면 내일 처리하도록 할 게요 ! 다들 굿 나잇 !

161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sWOxxWR96M)

2023-08-17 (거의 끝나감) 23:56:37

>>157

남자는 한줌의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야자수를 바라본다. 점점 흐려지는 먼지 사이로 강렬한 달빛이 푸른 눈을 감싸온다. 괴인의 목소리가 닿을때마다 현실에 얽메인 감각은 조금씩 멀어져 이윽고 사라진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건 한가지밖에 없겠군요."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겁니다."

그는 침착함을 되찾은 음성을 흘린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자신을 조용히 갉아오는 사막도 흉측한 얼굴을 한 괴물들도 아니었다. 어둠과 안개로 가득한 기억 속을 걷는 것. 그리고 그 속에 남은 과오를 찾아 헤메는 것. 그 안에 숨어 있는 모습을 찾고 속죄하는 것 뿐이다.

162 백한나 ◆8X5WeKCy6E (GhWTpiCmrs)

2023-08-17 (거의 끝나감) 23:56:37

"크헉"

바닥에 넘어지자 까슬까슬한 촉감이 얼굴에 닿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래의 촉감이었다. 여기는 순 모래밖에 없으니까. 상황을 살펴보니 저 가면 쓴 무언가도 자신때문에 말 못할 고생을 한 듯 했다. 죄송합니더... 지가 다 잘못했심더 다 지 잘못이고 죄고 하여튼 지가 천하의 똘갱이라 그랬심더. 봐주이소... 그러다 창을 뽑은 가면인을 보고는 -이제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던 것인지 가만히- 양 손을 들어보이고 말했다.

"그, 우리 말로 해결합시다 말로..."

163 ◆EV6oa.t2KM (sWOxxWR96M)

2023-08-17 (거의 끝나감) 23:57:16

>>160
오늘도 같이 놀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캡틴! 굿 나잇!

164 한나주 ◆8X5WeKCy6E (GhWTpiCmrs)

2023-08-17 (거의 끝나감) 23:57:41

>>160
오늘도 고생 많았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캡틴!

165 이해빈◆K33qMvf7C6 (GbZzUCW1o2)

2023-08-17 (거의 끝나감) 23:58:02

>>142
허나 다다를 곳 따로 없다.
가까워지고 있으니 그것만으로 되었다. 흐릿한 그림자가 마지막 숨 한 점 거둬간다는 것 역시 확실한 것은 아닌데다가, 그렇다 하더라도 솔직히 그다지 상관없었다.

이건 어렴풋한 체념과 닮아있었다.
어차피 이 사막을 헤매다 말라죽을 수도 있다. 잊은 것도 잃은 것도 찾지 못하고 절망같은 방황 속에서 눈을 영영 감을 수도 있다.
그러니 차라리 무엇이라도 해야지.

가만히 죽는 것은 이상하리만치 거부감이 들었다.

그건 체념과 닮아있으면서도
훨씬 생기가 있는 것이었다.

사박거리는 발걸음 소리는 끝나는 일 없다.

166 해빈주◆K33qMvf7C6 (GbZzUCW1o2)

2023-08-17 (거의 끝나감) 23:58:22

>>160 좋은 꿈 꾸세요 캡틴!

167 한나주 ◆8X5WeKCy6E (GhWTpiCmrs)

2023-08-17 (거의 끝나감) 23:58:50

한나를 쫒아온 가면인은 대체 뭘까요... 사실 도와주려는 이였던가...?

168 미카주 (Xkcgs0AjCM)

2023-08-18 (불탄다..!) 00:00:02

수고하셨어요 캡틴!

169 한나주 ◆8X5WeKCy6E (xzPZN/CUsU)

2023-08-18 (불탄다..!) 00:00:48

아 잠깐 가면인 혹시 너 이나리니?? 오마이갓

170 미카주 (4vNtRQ3oMI)

2023-08-18 (불탄다..!) 13:32:30

시트에 보니 미카는 난폭한 성격에 바벨도 호전성 지나침...
그냥 둘이 사이좋게 사막양아치가 되면 안되는걸까(안됨

171 미카엘라 (Q8m1ikrw0Y)

2023-08-18 (불탄다..!) 16:13:03

>>159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이 어땠는지는 모른다. 심지어 사막 이전의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이 괴기한 상황 속에서는 누구라도 겁에 질릴 거라고 믿었다. 베풀며 사는 성자, 최상의 깨달음을 얻은 부처, 세파에 치든 평범한 사람,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 모두. 자연법칙에게 배신당한 경험은 있을 리 없으니까.

달리던 발이 느려진다. 협곡 사이에 들어와 바위 벽을 짚고 섰다. 몸에 박힌 인대로 허리를 숙여 숨을 고르려 해도 애초에 고를 숨이 없다. 이제는 토할 위장이 뱃속에 존재하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다.

".....흐읍."

허우적허우적 바위틈 안에 주저앉았다. 어차피 차오르지도 않는 숨. 손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이래도 숨이 막혀서 고통스럽거나 산소 부족으로 실신하지 않을테니. 도리어 숨소리는 실체없는 두려움이 자신을 찾아낼 징후가 될지도 모른다.

서늘한 바위틈에서 눈도 감고 숨도 멈추고. 당분간 이렇게 있기로 했다.

172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19:43:26

얍 갱신 , 조금 있다가 와서 답레 주르륵 달아두도록 하겠습니다 !

>>169 정말로 오마이 ' 갓 '

>>170 마음에 안 들면 대충 밥상 엎어버리는 그런 조합이군요

173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0:45:19



>>161

다부진 각오의 말에 괴인이 어깨를 들썩였다 . 당신의 말에 꺽꺽거리며 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괴인 . 철가면 사이로 풍선 바람 빼는 소리가 나는데 저 소리가 웃느라 나는 소리란 것을 당신이 깨닫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다짜고짜 되찾겠다고 , 되겠느냐 그런 것이 .

철가면의 틈으로 괴인이 가두어 기르는 어둠이 새어나오며 속에 응어리졌던 소리가 당신의 귀를 간지럽혔다 . 괴인의 비쩍 곯은 손이 한 웅큼 모래를 움켜쥐자 마법처럼 한 자루의 대낫으로 변해 서슬 퍼런 빛을 냈다 .


174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1:00:43



>>162

당신의 숨 넘어가는 소리가 가면인의 마음에 닿은 걸까 . 가면인은 당신을 베는 대신에 땅을 베어 당신의 배후로부터 치솟아 오르는 괴기를 저지해냈다 . 치명상이 못 되는 상처의 깊이에 괴기가 발버둥치자 , 가면인은 당신을 발로 차 멀리 밀어냈다 . 낭패라는 듯이 아주 급박한 움직임이었다 .

- BeEEE,EEeEE

당신을 대신해 괴기의 턱에 씹혀 모래 밑으로 빠져드는 가면인 . 이 모든 일들이 한 순간에 일어난 것임을 감안하면 ,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이럴 수가 없다 .


175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1:04:17



>>165

당신이 바란 대로 인영이 서 있던 사구의 아래까지 다가가자 모든 것이 전보다 분명해졌다 . 인영은 문자 그대로 인영이었다 . 한낱 그림자에 지나지 않다 . 그림자가 형태를 갖고 서서 당신을 바라보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 .

있을 수 없는 일은 이미 많이도 일어났지만 , 이것은 그것들과 성격이 다르다 .

보다 거대한 불행이 닥칠 거라는 예감이 당신을 강하게 찔렀다 .


176 백한나 ◆8X5WeKCy6E (xzPZN/CUsU)

2023-08-18 (불탄다..!) 21:12:14

>>174

우와악!!! 순간 자신을 베려는 줄 알고 소리를 지르며 얼굴을 팔로 감싸던 한나는 그것이 자신이 아닌 땅을 향한 공격임을 알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사실 못했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순간 몸이 굳어버렸으니까. 그러나 무어라 말도 하기 전에 발로 차여 밀려나자 그녀는 억소리 밖에 내지 못하고 그대로 밀려났다.

'뭐지? 설마 나를 구하려고...?'

이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자 가면을 쓴 무언가는 또 다른 무언가에 씹혀져 모래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한나는 소리쳤다.

"! 아, 안돼!"

//
갱신~

177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1:16:07



>>171

사방이 트인 저 광활한 사막에서 잠시라도 몸을 감출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안심되게 하는지 , 하지만 당신은 안아주는 듯한 안심감에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 무슨 일이 일어날 건지 모른다는 공포가 당신을 분명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

존재조차 불분명한 적을 상대로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벌이는 숨바꼭질이 , 당신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

의식하면 의식할 수록 갈구하게 되는 호흡 ,

눈꺼풀 한 장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공포의 모습은 당신의 상상을 잡아먹고 그 덩치를 불리고 있었다 .

앞으로 얼마나 더 버텨야 , 이 끔찍한 시간이 끝나는 걸까 .


178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1:17:00

어서오세여 한나주 ! 좋은 저녁임다 -

179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7H4Nlu720E)

2023-08-18 (불탄다..!) 21:19:28

>>173

잘그락 잘그락, 쇠가 맞물리는 거친 소리에 남자는 고개를 들어올려 길다란 형체를 쳐다본다.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늘 아래 응어리진 어둠과 만난 모래는 순식간에 시퍼런 날붙이가 되었다. 사내는 그 광경에 놀라움을 느끼면서도 표정만은 달리하지 않는다.

"나약하게 웅크리고 있는 것보다 이 편이 훨씬 낫습니다."

남자의 앞에는 꿈을 누비듯 아득한 것들이 도사렸고, 미지와의 조우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런 그의 앞에 한 괴인이 나타났고 그것은 말했다. 거짓으로 이루어진 세상 속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스스로를 떠올리는 것뿐. 그렇기에 사내는 자신이 마음이 기우는 곳으로 향하길 원했다. 다시 나타난 괴인을 마주하며 어쩌면 그가 이곳을 빠져나갈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고, 곱씹으면서.

180 ◆EV6oa.t2KM (7H4Nlu720E)

2023-08-18 (불탄다..!) 21:19:57

한나주, 캡틴 다들 안녕하세요~ 파이퍼스주도 갱신합니다

181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1:27:56



>>176

사막이 가면인을 삼켰다 . 우두커니 사막 위에 혼자 남겨진 당신은 가면인과 괴기가 빨려들어간 구멍을 바라볼 수 있었다 . 구멍을 에워싸는 모래가 무섭게 밑으로 빠지며 금방이라도 구멍을 다 메울 것처럼 보이기에 ,

따라 들어가려면 한 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할 것이다 .

또는 , 가면인이 희생하는 동안에 여기서 벗어나 도망쳐야 할 것이다 .


182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1:40:54



>>179

쉽게도 말하는 당신에게 괴인은 그렇다면 어디 한 번 해보라며 , 필요하다면 당신의 등불이 되겠다고 했다 . 다 포기하고 , 다 버릴 수 없다면 , 여기까지 떨어져서도 여전히 사람으로 살겠다면 , 어디 한 번 그렇게 해보라며 소리쳤다 .

괴인의 이름은 듀 락 , 당신의 그림자로부터 태어난 은둔자 , 당신의 창이 되고 방패가 되는 존재 . 당신과 명운을 함께하며 최후에 당신의 숨을 거두는 자 . 그리고 어쩌면 , 유일한 당신의 이해자였다 .


183 백한나 ◆8X5WeKCy6E (xzPZN/CUsU)

2023-08-18 (불탄다..!) 21:41:01

"이, 이게 뭐꼬..."

가면 쓴 무언가는 그렇게 삼켜졌다. 그리고 그대로 사막 한복판에 구멍이 뻥 뚫렸다. 모래는 무서운 속도로 밑으로 빨려들어갔다.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한나까지 빨려들어갈 것이다. 한나는 한 가지 굳게 다짐한 듯 바로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그 가면 쓴 아이에게 무어라 감사 인사나 사과도 하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무어라 대처를 하기도 전에 그것은 삼켜졌다. 한나는 뛰고 뛰고 또 뛰었다. 숨이 차긴 했으나 멈추면 진짜 끝장이라는 생각에 멈출 수가 없었다.

184 한나주 ◆8X5WeKCy6E (xzPZN/CUsU)

2023-08-18 (불탄다..!) 21:41:54

모두들 안녕하세요~ 좋은 저녁임다~

185 미카엘라 (J32Wt10wm.)

2023-08-18 (불탄다..!) 21:42:34

>>177

'어딘가에 적이 있어. 분명히 있어. 숨을 쉬면 안돼.'

보이지 않지만 느껴진다. 오감으로 느껴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적은 있다. 반드시 적이 있다. 적은 모든 곳에 있다. 적은 땅에 몸을 묻고 있다. 적은 벽에 구멍을 뚫고 있다. 적은 IED의 격발장치를 손에 쥐고 있다. 적은 조준경으로 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이 생각은 사실 생각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적과 싸워야 한다. 적이 어디 있는지 확실히 보고......확실히 본 다음에는... 다음에는

"........"

적에 대한 생각에 몰두하니 호흡으로 가는 의식을 덜게 되었다. 여전히 코와 입은 손으로 막혀있고 산소는 들어온 적 없어도 '호흡이 멈추면 고통과 죽음이 온다는 착각'에서 한 발을 뺀 느낌이었다. 확실히 본 다음에는?

'눈을 떠. 내 총 어디있어?'

186 미카주 (J32Wt10wm.)

2023-08-18 (불탄다..!) 21:43:45

캡틴 한나주 파이퍼주 햅피한 금요일의 밤입니다!!!

밥상엎개 사막양아치 꿈나무주가 인사드려요~~~

187 한나주 ◆8X5WeKCy6E (xzPZN/CUsU)

2023-08-18 (불탄다..!) 21:52:01

사막양아치?? 어이어이 대단한데~ 이몸은... 이몸은... 아무튼 그거시다~

저도 인사드립니다~

188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1:54:53



>>183

오 , 도망치는 게 현명하지 , 백 번 천 번 현명하다 , 하지만 , 하지만 말이다 , 당신 대신 모래 목욕을 하게 된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당신이 등을 보이고 도망치기 시작하면 , 아주 얼마 지나지 않아서 뒤에서 펑 ~ 하는 소리와 함께 모래 분수가 치솟았다 . 아니 , 분수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겸양 떠는 거겠지 . 어디 다이너 마이트나 수류탄이라도 터뜨린 듯한 위용이었다 . 하늘로 솟구친 모래는 비가 되어 쏟아졌고 이는 당신의 머리 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 당신이 뒤를 돌아본다면 ,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본다면 , 엉망진창 땋은 머리가 풀리고 산발이 되어 , 가면도 삐뚤어진 채 숨을 몰아쉬는 예의 가면인이 보일 것이다 .


189 백한나 ◆8X5WeKCy6E (xzPZN/CUsU)

2023-08-18 (불탄다..!) 21:59:34

그녀가 등을 돌린지 얼마나 되었다고, 뒤에서 폭발 소리와 함께 모래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폭탄이 터진 듯했다. 그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정말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듯한 모양새의 가면 쓴 무언가가 있었다. 한나는 모래비를 맞으며 니, 니 살아있었나?! 라고 소리쳤다.

"미안하다! 내는 니가 증말로 죽은 줄로만 알았대이...!"

뒤늦게서야 하는 사과이지만 한나는 정말로 미안하다는 눈치였다. 이것을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진 미지수지만 그와 한나가 협력 관계라면 이만큼 박살난 첫인상은 없을 것이다. 빠지는 게 정답이었나? 라고 3초 정도 생각도 해봤다.

"그, 근데... 이제 우얄긴데...?"

190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7H4Nlu720E)

2023-08-18 (불탄다..!) 22:05:14

>>182

"날개를 펼치기 전까지는 얼마나 멀리 날아갈지 알 수 없는 법이죠."

그 말이 문득 생각이 나 괴인의 말에 화답했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싸늘하고 적막한 사막의 지평선과 하늘에 맞닿은 달도 이젠 두렵지 않았다. 비록 이 작은 비행이 고작 한뼘짜리 언덕조차 넘지 못할지라도 후회는 없을것만 같았다.

"가시죠, 듀 락."

남자는 향할 길을 알고 있는듯 선뜻 발걸음을 청하며 괴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고는 영원할것만 같은 밤자락에 손을 들어올린다. 혹여나 손끝에 닿을 바람을 느끼며 걸음이 향하는대로 고요한 모래속을 나아간다.

191 ◆EV6oa.t2KM (7H4Nlu720E)

2023-08-18 (불탄다..!) 22:06:57

>>186
미카엘라주 어서오세요! 메이데이- 메이데이- 이곳은 사막에 불시착한 파이퍼스주입니다..!

192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2:07:35



>>185

간질거린다 . 머리가 간질거린다 . 두꺼운 뼈 밑에 , 물렁거리는 뇌보다도 깊은 곳에 , 간지러움이 존재하고 있다 . 공기 중에 팽배한 살의가 당신의 피부 위로 겹쳐지며 목이 바짝 마르고 모든 감각이 예민해진다 . 일 초 뒤 , 이 초 뒤의 광경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며 검지가 익숙한 모양을 한다 .

환상통이 격렬하다 . 외부로 확장된 당신의 신경이 , 당신을 이루는 구성 요소가 사라졌다고 , 비명을 지르고 있다 .

당신의 총 ! 당신의 무기 ! 당신의 생명선 ! 당신을 안심케하는 총열의 무게가 사라졌다 !

당신이 잃어버린 파트너를 찾아 눈을 뜨면 , 둥글게 몸을 말은 , 이형의 양철이 보일 것이다 .


193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2:13:40



>>189

- BEEE,eE,EEEEEEEeeee,EeE

할 말이 무척 , 아주 많아보였다 .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은 다른 누구보다도 가면인이 가장 잘 알았기 때문에 , 하고 싶은 말을 참고 , 숨을 삼켰다 . 가면인은 우선 당신이 서는 고도까지 내려와 ,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 추적자는 하나가 아니었다 . 가면인이 용케 힘겹게 하나를 쓰러뜨렸지만 , 여전히 몇이나 되는 추적자가 모래 밑에 모습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 그것들을 모두 뿌리치거나 , 쓰러뜨리지 않으면 , 당신도 가면인도 안심할 수 없었다 .

근데 모습이 보여야 쓰러뜨리지 . 이대로는 아무 방법이 없었다 . 가면인이 초조하게 창을 떨었다 .


194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2:19:56



>>190

두 사람 사이에 선이 이어진다 .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이 분명 느껴진다 . 당신은 듀 락으로부터 당신이 잃어버린 기억의 일부를 돌려받았다 . 그것은 최후의 기억 , 당신의 숨이 끊어지면서 망막에 새겨진 최후의 풍경이었다 . 자유롭게 하늘을 날던 매의 기억이 당신의 심원에 떨어졌다 .

듀 락이 당신의 안에 머무르는 것이 느껴졌다 . 당신은 다소나마 자신 안의 구멍이 메워진 기분이 들었다 .


195 미카엘라 (J32Wt10wm.)

2023-08-18 (불탄다..!) 22:20:45

>>192

잃어버린 제3의 팔을 찾아 눈을 떴다. 총은 없지만 사람처럼 생긴..

그거면 충분했다. 사람처럼 생긴. 그게 진짜 사람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그게 코 앞에 있어도, 팔 닿는 거리에 있어도, 조금 멀리 있어도 상관없다. 일단 사람처럼 생긴 걸 보는 시점에서 척수반사가 일어나고 만다.

주변에 적당한 주먹돌이 있었으면 그걸 손에 쥐었을 것이다. 돌이 없으면 워커 코로 걷어차던지, 그마저도 자세가 안 나오면 주먹으로 후려쳐야지. '사람처럼 생긴'이 멀리 있다? 그럼 가까이 가서 때리면 되겠네! 지치지 않는 몸뚱이는 어디다 써먹으려고?

사막에서 사람처럼 생긴 것을 보았을 때. 일단 확인을 한다거나, 그것이 사람일 때 협력을 구하거나 하는 상식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196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2:20:49

예아 - 파이퍼스 주의 이번 진행은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 와 ! 드디어 처음으로 이드와 주인의 관계가 정립됐어 !

197 미카주 (J32Wt10wm.)

2023-08-18 (불탄다..!) 22:21:53

미카엘라 양아치무브 시작합니다. 자기 이드를 공격한다(...)

198 ◆EV6oa.t2KM (7H4Nlu720E)

2023-08-18 (불탄다..!) 22:23:29

>>196
뭔가 프롤로그가 끝난 느낌이네요!! 재밌게 돌렸습니다 캡틴
이제 다른분들 진행 구경 모드로 들어가볼까..

199 백한나 ◆8X5WeKCy6E (xzPZN/CUsU)

2023-08-18 (불탄다..!) 22:37:15

>>193

이제 우야믄 좋노...? 가장 큰 고민은 이것이었다. 내가 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싸우는데 거치적거리지 않게 멀리 떨어지는 수 밖에 없나? 하필 말도 안 통하는 상대라 더 답답했다. 일단 상황을 살펴보자면... 나를 집어 삼키려는 무언가가 있고, 이게 그 모래 밑에 있으며, 삼켜지면 그 이후엔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다...

"음... 진짜 우야믄 좋지...?"

가면 쓴 존재가 초조한 듯 창을 떨자 그녀 역시 긴장된 듯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이곳저곳을 살폈다.

200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2:37:28



>>195

당신이 찾던 확장 신체는 저게 아니었는데 . 저게 대체 뭐지 . 점입가경의 악몽에 당신이 빈손에 뗀석기를 쥔다 . 냉정하게 생각하면 저런 정체불명의 적을 상대로 충분한 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텐데 ,

뭐가 잘못됐는지 당신은 저것을 때린다는 생각에 눈이 돌아갔다 .

저것과 당신 사이의 거리는 수 미터 남짓 , 달려가면 수 초면 도달할 거리다 .


201 이해빈◆K33qMvf7C6 (t2P6ChuZ.6)

2023-08-18 (불탄다..!) 22:39:52

>>175
저것은 재액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이것은 경험에서 오는 직감과도 같다. 가라앉은 삶을 살아온, 불행의 가운데에 있던 멍투성이 푸른 소년이, 잊은 과거에서 흘러온 감각이다. 물론 그것이 아니더라도 저런 그림자를 본다면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저건 불행이라고.

그렇기에 그는 물러서기 시작했다. 등을 보이며 도망가지 않은 것은 덮쳐올까 걱정되었기 때문.
포기하고 나아가지 않은 것은, 저주받은 삶이라도 끝내고 싶지 않기 때문.

202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2:43:50



>>199

당신도 가면인도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 가만히 서서 신경을 과민으로 낭비하고 있었다 . 적이 어디에 있는지 , 적이 무엇을 노리는지 모르는 가면인은 분명 눈에 띄게 , 빠르게 정신을 소모하고 있었다 .

인내심 싸움이었다 . 적이 먼저 움직인다면 , 가면인이 나서서 적을 해치울 것이다 .

가면인이나 당신이 먼저 움직인다면 , 적이 사각으로부터 당신들을 공격해 집어삼킬 것이다 .

하다못해 적이 어떤 방법으로 당신들의 위치를 눈치채고 , 공격해오는지 , 알 수 있다면 좋으련만 ...


203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2:48:59



>>201

하지만 이미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다 . 당신은 너무 가까이 접근했다 . 사구의 빗면으로부터 거대한 입이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 색노란 두 눈은 이미 당신을 비추고 있었고 , 이윽고 한 쌍의 거대한 집게발이 거체를 짓누르는 모래산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

사구의 정상에 서 있던 그림자는 형태를 달리하며 가시 침으로 변했으니 , 명명백백 함정에 빠진 것이다 .


204 미카엘라 (J32Wt10wm.)

2023-08-18 (불탄다..!) 22:51:58

>>200
먼저 쏴야 한다. 총구 앞에서 어물거리는 건 일단 갈기고 보는 게 옳다. 저게 뭐지? 하고 생각하면 안된다. 이것저것 재어서도 안된다. 가까운 거리에서 적과 마주칠 때 교전은 고작 5초에서 10초 안에 마무리된다. 짧은 시간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는 더 짧은 시간 안의 선제공격!

이제 눈 앞에 저것이 적인지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저걸 보았다는 사실이고, 저걸 공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뭐가 되었던 일단 공격하고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꽉 다물고 눈을 부릅뜬채. 손에 주먹돌을 쥐고 달려든다.

205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2:54:30

오 진짜 때렸어

206 미카주 (SmFQY88yDo)

2023-08-18 (불탄다..!) 22:59:39

207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3:05:36



>>204

앗하는 사이에 ,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한다 . 휘두르고자 이미 마음 먹은 당신이 망설임 따위 보일 리 만무하니 , 팔은 즉각 아래로 머리를 노린다 . 웅크린 채 아무것도 모르고 별안간 머리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은 양철 인형은 , 찌그러진 머리에도 당황 않고 태연하게 당신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

머리는 텅 비어 있었다 . 찌그러지면서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양철 인형의 속은 아무것도 아닌 공동이었다 .

소리를 넣으면 벽에 부딪히면서 메아리가 되겠지 . 당신이 오판을 저질렀다는 것을 눈치채면 , 양철 인형은 당신을 쥔 손을 휘둘러 암벽에 당신을 던져버렸다 .


208 이해빈◆K33qMvf7C6 (t2P6ChuZ.6)

2023-08-18 (불탄다..!) 23:16:29

>>203
초롱아귀와 비슷하다. 저것은 그림자로 이끌고 삼키는 생물인 것이다. 집게발, 가시침, 저것은 전갈인가?
발밑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끼며 그 자는, 기억은 없으나 저런 생물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만은 확신했다. 제 목숨이 경각에 달렸음에도 가라앉은 듯 아득한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잠시, 눈을 크게 떴을 뿐.

그리고 거리를 벌리려 몸을 던질 뿐.
날치는 수면 위를 난다.
사람은 그러지 못하나 흉내는 낼 수 있다.

209 미카엘라 (J32Wt10wm.)

2023-08-18 (불탄다..!) 23:19:19

>>207
양철 인형이었다. 속이 텅 빈 양철 인형. 한 대 치고 나서 명확히 보였다. 사막에 웬 양철인형인지, 이게 아까까지 있던 물건인지. 결론을 내리기도 전 하늘과 땅이 뒤집혔다.

"끄윽!"

비명은 지르지 못했고, 바람 새는 소리만 조금 났다. 꼴사납게 내팽개쳐져 힘겹게 팔을 땅에 짚었다. 이 와중에도 돌은 놓치지 않았다.

이제는 텅 빈 양철 인형이 스스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시간이다. 암벽을 짚고 다시 두 다리로 서려고 한다. 도망쳐든 싸우든 일어나야 한다.

210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3:21:33



>>208

괴물의 전모를 다 확인하는 것보다 먼저 당신이 뒤로 몸을 던졌다 . 결과적으로 좋은 판단이었던 것이 , 그대로 가만 있었다면 저 거대한 가시침에 꼬치처럼 몸이 꿰였을 것이다 . 불행 중 다행인 일만 생각하자 , 괴물이 가시 침을 회수해 당신을 뒤쫓기 시작하지만 , 덩치가 덩치라 속도가 붙으려면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

괴물로부터 멀어지는 일에만 신경 쓴다면 , 어쩌면 살아남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


211 이해빈◆K33qMvf7C6 (t2P6ChuZ.6)

2023-08-18 (불탄다..!) 23:24:33

>>210
크다는 건 마냥 좋은 일이 아니다. 그 증거는 먹이를 놓친 괴물이다.
그는 곧장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가는 모습이 퍽 익숙하였다. 망설임도 없었으니, 과거에도 분명 호전적이진 않았으리라.
사박거리는 모래를 짓밟으며 뛰어간다. 땀이 흐르고, 숨이 차는 게 금방이지만 멈추지 않는다.
죽음은 멀수록 좋다.

212 백한나 ◆8X5WeKCy6E (xzPZN/CUsU)

2023-08-18 (불탄다..!) 23:25:59

>>202

한 발자국이라도 떼면 삼켜질 것만 같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공격해올진 모르니까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고... 가면 쓴 존재에게로 시선을 돌린 한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미끼라도 될까?"

아무래도 저게 노리는 건 내인 것 같고, 니도 내도 점마가 우예 움직일진 모른다아이가. 농담처럼 들리지만 그녀는 꽤 진지해보였다.

"그보다 내 말은 알아듣나?"

213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3:26:03



>>209

저만한 벽에 그만한 힘으로 던져져 , 허리부터 몸을 부딪혔는데 , 별다른 통증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 양철 인형의 생각도 같은지 , 어째서 당신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옆으로 기울였다 . 양철 인형은 이유를 확인하고자 했다 .

다양한 방법으로 말이다 .

뚝 - 하는 소리와 함께 양철 인형의 목이 떨어졌다 . 다른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 스스로 목에서 머리를 떼어낸 것이다 . 세상에 맙소사 . 양철 인형은 자신의 머리를 공처럼 손에 쥐더니 , 당신을 던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머리를 전력 투구했다 .


214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3:31:21



>>211

당신은 쉬지 않고 뛰었다 . 조금이라도 더 저 괴물에게서 멀어질 수 있도록 . 하지만 괴물의 집념도 만만치 않아 당신을 놓칠 세라 거칠게 사막을 부수며 달려드니 당신과의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들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 차가 겨우 서너 걸음 밖에 되지 않을 때 , 괴물은 사냥의 성공을 확신하고 당신에게로 꼬리를 쏘았다 .

그런데 이상하지 , 괴물이 예상한 그림과 다르게 꼬리를 잘리고 회색 액체를 쏟는 것은 괴물이었다 .


215 해빈주◆K33qMvf7C6 (t2P6ChuZ.6)

2023-08-18 (불탄다..!) 23:33:06

!
바벨은 제 주인이랑 싸우지만 스타덤은 그래도 지켜주는구나!(?)

216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3:34:47



>>212

스스로 미끼가 되겠다니 , 당신이 그런 말을 꺼낸 것이 무척이나 의외였던지 , 가면인의 가면이 비스듬히 미끄러졌다 . 가면에 표정이 가려 보이지 않으니 ,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 당신의 말에 황당함을 느끼고 있단 것만은 느껴졌다 .

가면인은 가면을 고쳐쓰면서 당신의 말을 가만 듣고 있더니 ,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

성공한다면 적을 일망타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 실패했을 때가 두려워 그렇지 . 하지만 다른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라 , 가면인은 당신의 생각에 따르기로 결심했다 .


217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3:35:08

>>215 성격 차이입니다 .. 아마 .. 도 .. ?

218 ◆.Th3VZ.RlE (0vHStmwz9M)

2023-08-18 (불탄다..!) 23:36:22

조금 더 하면 좋겠는데 , 일단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 답레 달아주시면 내일 와서 처리할 게요 !

다들 행복한 불금되세요 ! 굿 나잇 !

219 한나주 ◆8X5WeKCy6E (xzPZN/CUsU)

2023-08-18 (불탄다..!) 23:37:30

넵! 캡틴도 다른 분들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220 이해빈◆K33qMvf7C6 (t2P6ChuZ.6)

2023-08-18 (불탄다..!) 23:38:54

>>214
덩치가 크니 걸음이 차이가 난다.
걸음이 차이가 나니 속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거기에 저 괴물에게 사구는 올라야 할 것이 아닌 돌파해야할 모래성이니, 그 자는 곧 꼬챙이형이 집행될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게 운명은 아닌 모양인지 도움의 손길은 존재했다.

회색 액체, 괴물의 피(혹은 독)이 쏟아졌다. 그 상황은 소리와 함께해서, 그의 시선 또한 함께 끌었다. ..뜀박질은 멈추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가뿐 호흡과 함께 천천히 느려졌다.

무언가 있다.
어쩌면 깊은 바닷속에서 올라와
여즉 바다인 줄 알고 흐느적 유영하는 것이.

221 해빈주◆K33qMvf7C6 (t2P6ChuZ.6)

2023-08-18 (불탄다..!) 23:39:18

수고하셨습니다!

222 미카엘라 (J32Wt10wm.)

2023-08-18 (불탄다..!) 23:39:50

>>213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아니 그렇잖아. 적과 싸운다는 건 모퉁이를 사이에 두고 총격을 주거니 받거니. 아니면 핀 뽑힌 수류탄으로 폭탄돌리기하는거 아니었나? 아무리 직관과 본능을 모토로 삼아 싸운다 해도 말이지? 스스로 움직이는 양철 인형이 자기 머리를 똑 떼어내서 집어던지는 뭐 어떻게 하라는....아.

오른쪽 눈에서 불이 튀었다. 고개가 뒤로 크게 젖혀졌고 몇 발짝 물러났다. 하지만 아프지 않았다. 아까 날아가서 암벽에 부딪혔을 때처럼. 또는 아무리 달려도 다리가 지치지 않았던 것처럼.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줄줄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른쪽 눈에서만. 젖혀진 고개를 바로 하고 머리가 떨어진 깡통을 쳐다보았다.

아프거나 다치지 않았고 겁먹어서 나오는 눈물도 아닐텐데. 그냥 불수의적으로 흐르는 눈물이었다. 격앙된 표정 없이 혼자서 흐르는 눈물. 그리고 이상한 자신감이 차올랐다. 안 다치고 안 아프면 문제없잖아. 도망쳐서 뭐 해? 싸우자! 갈 길을 가더라도 저놈은 꼭 두들겨 패야 후련한 걸음 뒤통수가 따갑지 않을 것이다.

"안 아프다고! 망할 깡통!!"

그래서 발치를 굴러다니는 깡통 대가리를 다시 들어서 전력투구로 되돌려주었다. 다음에는 가지고 있던 돌멩이도 원 플러스 원으로. 상황이 덤앤더머 슬랩스틱처럼 흘러가는 느낌이지만....신경쓰지 말자...

223 미카주 (J32Wt10wm.)

2023-08-18 (불탄다..!) 23:41:25

>>215 사실 미카가 선빵쳤고...크흠
수고하셨습니다!!

224 코스키 ◆kOKiFek5Mw (cPhs2LFhQw)

2023-08-19 (파란날) 02:26:56

>>45

저항 무색하게 뽑혀들린 아이의 발은 곧 다시 모래에 닿았을 것이다. 코스키는 아이를 다시금 발 딛도록 내려주더니, 아이가 균형 감각을 다시 찾은걸 손 끝으로 느껴서야 손을 떼어주었다.

"우쭈쭈, 괜찮아! 더 안 건들게."

양 손 피고 들어 보이는 건 덜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서였었다. 아이의 몸에 상처가 있는지 확인해 보려 눈알은 슬며시 굴러가되, 가만히 있는다.

/ 너무 오랫만에 왔네요! ㅠㅠ 모두 좋은 일주일 보내셨나요?

225 선호주 ◆n5jaBjagHU (OZvJ.JRpEI)

2023-08-19 (파란날) 08:56:07

안녕하세요. 다음주까지 접속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226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16:00:15

언제나 문은 열려 있으니 편하실 때 와주세요 !

227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17:09:31



>>220

뭐냐 , 대체 뭐가 내 가시침을 잘랐지 , 괴물은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쳤다 . 여전히 두 개의 집게발이 남았지만 , 가장 자신 있는 무기가 잘려나갔다 . 어떻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

당신에 대한 추격을 단념하게 만들 만큼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 절단면에서 콸콸 쏟아지는 회색 물이 모래에 흠뻑 스며들어 땅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 오 - 젠장 . 이미 당신 하나 잡아먹어서 메꿀 수 있는 손해가 아니다 . 괴물은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용서 못한다 . 어디서 시작된 공격이야 . 위치만 알 수 있으면 갈기갈기 찢어주마 . 오만한 생각을 갖기도 했다 . 다음 공격에 등껍질을 베이기 전까지는 .

두부처럼 썩둑 , 껍질이 부숴지고 속살이 뭉텅이로 베인다 . 왈칵 상처로부터 회색 물이 치솟아 온 몸을 얼룩지게 만든다 .

이 순간 괴물은 깨달았다 . 자신은 더는 사냥꾼이 아니고 사냥감에 불과하다는 것을 .

여기 이대로 있다가는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 .

그런데 끔찍하게도 , 가위질을 피할 수가 없었다 . 보이지 않는 칼이 쉴 새 없이 푹푹 찌르는데 , 어디로 도망치라는 건가 .

고통이 분노를 키우고 괴물의 야성을 부추겼다 .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다 . 괴물이 저돌적으로 당신에게 달려들었다 .


228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17:16:23



>>222

의심은 확신이 되고 확신은 자신이 되었다 .

규칙에 위배되는 헤드샷이었지만 , 조금도 아프지 않아 . 되려 머리를 던져 양철 인형을 맞춘다 .

당신의 투구에 충격을 받은 양철 인형은 , 잇따라 날아오는 투석질에 없는 머리를 보호하며 몸을 수그렸다 . 실로 하찮은 방어다 .

이렇게 되자 당신이 일방적으로 양철 인형을 괴롭히는 모양새다 .


229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17:31:54



>>224

우선 현실과는 이질된 모습을 깨닫는다 .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 혼자서 일어나지 못할만 하다 . 보통 사람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사슴 뿔이 아이의 머리 측두부에 쌍을 이루어 자라나 있었다 . 아니 왜 , 어떻게 , 저게 저기에 있어 .

뿔은 석영처럼 투명했다 . 반대편의 광경이 비쳐보였다 . 하나가 다섯 갈래로 나뉘어 쌍으로 열 개의 끝을 만들고 있었다 .

눈동자는 하얗게 멀어 아무것도 비추지 못했다 . 아이는 맹인임에 분명했다 .


230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17:33:22

>>224 습도가 높아서 도무지 편안할 수 없는 한 주였어요 ... 코스키주 어서와요 !

231 이해빈◆K33qMvf7C6 (IQ3u1xhvbE)

2023-08-19 (파란날) 18:11:32

>>227
저것은 피인가, 독인가. 갑각류의 혈액은 푸른빛이라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었던가? 거칠게 차오른 숨을 가다듬는 동안 그는 가라앉은 시선으로 괴물을 보았다. 보통 단단한 것이 아닐 게 분명한 갑각은 거침없이 잘린다. 괴물의 움직임에서 당황스러움이 옅보인다.

잘려나가는 껍데기는 저 회색 물이 괴물의 피라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내부까지 갈라져, 내뱉고 있었으니. 거대한 보름달 아래, 밤그림자 머무는 장대한 사막에서 과거의 사냥꾼이 춤추었다. 그 풍경이 어쩐지 아득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저 공격은 하늘에서 내려온다. 그렇게 생각한
소년은 하늘을 보았다. 달이 아름답고..

별은, 떠있는가?

괴물이 바닥을 후려치며 격렬하게 그를 향해 달려든다. 한 박자 늦게 그것을 알게 된 소년은 지체없이 몸을 뒤로 물렸지만 속도의 차이는 커다랬다.

아군인지 또다른 괴물인지 모를 구원자를 향해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둑히 가라앉은 앳된 미성

"머리, 를 노리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232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18:21:38



/ 미하일 Q . 파이퍼스 /

보기와 다르게 듀 락은 말이 많았다 . 소리가 많았다 .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자주 소리를 냈는데 , 아무래도 좋은 의미 같지는 않았다 .

듀 락은 당신이 부르지 않아도 멋대로 튀어나왔다 .

듀 락은 당신이 방심할 때마다 , 불시에 나타나 당신을 놀래켰고 ,

멈추지 않고 장난이 계속된 결과 , 횟수가 벌써 두 손으로 다 셀 수 없게 되었다 .

당신이 항의하면 귀머거리 행세를 하니 타협의 여지가 없다 .

듀 락은 망할 놈이었다 .

망할 놈이 당신에게 도움이 될 때라고는 적이 나타날 때 뿐이었다 .

-

또 한 번 듀 락의 대낫에 괴물이 베여 넘어졌다 .

듀 락이 귀신 같은 솜씨로 네 발 달린 괴물을 베자 , 괴물은 단칼에 운명에 없던 이족보행을 하게 됐다 .

무시무시한 기량과 힘이었다 . 이 사막에 듀 락의 상대가 있기나 한 걸까 . 별다른 수고 없이 괴물을 해치운 듀 락이 성취감 없이 , 고양감 없이 , 게 눈 감추듯 모습을 감춘다 . 다음 녀석이 나타날 때는 언제일까 .

왜 자꾸 당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걸까 .

당신은 여전히 듀 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


233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18:24:58

안녕하세요 해빈주 ! 행복한 토요일되고 있으신가요 !

234 미카엘라 (gzZShe/FKw)

2023-08-19 (파란날) 18:50:45

>>228
우스꽝스런 기싸움의 승자가 정해졌다. 인형머리에 돌멩이를 잇따라 던지고도 더 던질 게 없나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이제 던질 것은 필요없을지도 모르겠다.

"여보세요. 저기요."

흐트러진 안경을 고쳐쓰면서 양철 인형 가까이 다가갔다. 겁에 질리거나 화났을 때의 목소리 말고, 원래 자신의 어조가 생각보다 부드러워서. 자기 목소리에 조금 놀라고 만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에요? 사람이긴 하세요?"

기가 죽은 인형이 손목을 낚아채서 던질 것 같진 않다. 일단 서열정리를 한번 하고서야 대화의 문이 열렸다.

이게 대화지. 이게 [대화]라고.

235 미카주 (gzZShe/FKw)

2023-08-19 (파란날) 18:52:01

에브리바디 해피 토요일입니다! 밖에는 천둥이 치지만...

236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19:04:44

오 미친 젠장 쓰던 게 날아갔어요 !

237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19:05:03

어서와요 미카주 ! 정말 비 많이 내리네요 !

238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19:33:29



>>232

리듬감을 살린 난도질에도 괴물은 쓰러지지 않았다 . 별안간 뛰쳐나가는 녀석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검이 엉뚱한 곳을 찌르니 , 처음으로 괴물에게도 기회다운 기회가 왔다 . 그리고 괴물은 이 기회를 살릴 자신이 있었다 .

걸레짝이 된 몸이라도 폭죽처럼 쏘아져 나가니 , 사람의 신경으로는 피할 재간이 없다 .

아가리를 벌린 집게발에 당신은 스치기만 해도 찢어질 것이 분명했다 . 이것은 이미 확정된 죽음이었다 .

달이 보이는 하늘 . 달만이 보이는 하늘 . 욕심 많은 보름달은 별에게 주어질 자리까지 빼앗아 자신이 차지했다 . 하늘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별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당신은 떠오른 의문의 답을 본 것만 같다 .

- BUUUUUUU

당신이 말하기가 무섭게 괴물의 머리가 수직으로 박처럼 쪼개어졌다 . 넘봐서는 안 될 보물을 탐낸 도적에게 단죄의 검을 찌른 장본인은 괴물의 회색을 뒤집어쓰느라 투명한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

스타덤 , 당신의 그림자로부터 태어난 별 , 당신은 저 해파리의 이름을 벌써 알고 있었다 .


239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19:48:51



>>234

소리를 만드는 발성 기관이 있기나 한 걸까 . 양철 인형에게 대화는 어려워 보였다 . 특히나 당신이 말하는 대화는 .

양철 인형은 웅크린 모습으로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 이런 태도에 당신의 인내심이 끊어질 것 같다면 주의를 환기시켜보자 .

묵묵부답 목석 같은 양철 인형에서 , 협곡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위협에게로 주의를 옮겨보자 .

─ 그렇다 . 세 개의 뿔이 자란 괴기가 . 텅 빈 눈이 심연처럼 깊은 괴수가 .

앙상한 여섯 개의 다리로 , 검은 꼬리를 늘어뜨리며 당신의 족적을 쫓아오고 있었다 .


240 미카엘라 (P5cOIIz.KU)

2023-08-19 (파란날) 20:07:00

계속 돌팔매질만 했으면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알아차려봐도 첩첩산중인건 다르지 않다. 혼자서 움직이는 양철 인형. 뿔 세 개에 다리 여섯 개 달린 괴물. 법칙도 식생도 꿈이 아니고서아 있을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괴수는 명백히 이곳으로 오고 있다. 일단은 미간을 찌푸리고 저곳에 있는 괴수를 쳐다보았다. 멀리 있어서 크기를 재려면 조금 자세히 봐야 한다. 돌이나 손으로 죽일 수 있는 크기인지.

"정말이지. 총만 있었더라면."

손에 무기가 없는 게 한이다.

241 이해빈◆K33qMvf7C6 (IQ3u1xhvbE)

2023-08-19 (파란날) 20:17:08

>>238
유영한다. 그것은.

소년은 방금 아주 솔직히 죽는가 싶었다. 자신을 덮쳐오는 거체가 느리게 보였다. 분노가 스민 괴물의 집게발이 날을 세웠다. 과거가 없는 자는 주마등조차 찾아오지 않고 달갑지 않는 종막과 함께 떠나, 가지는 않았다. 달 하나 탐욕스레 빛나는 하늘에, 그래도 별이 떠있었으니.

촤악, 하고 회색이 쏟아진다. 달빛 아래 사막에 회색이 스며들고 괴물을 쪼갠 그것 역시 적신다.
아마 투명했을 신체는 회색에 젖어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산과 같이 둥근 몸에 촉수가 돋아나있고, 개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방금 괴물의 머리를 쪼갰을 네 개의 긴 촉수. 느긋하게 둥실거리는 것.

저것을 안다.

하늘을 바다인 것처럼 유영하는,
흐느적거리는 별.

"스타덤."

모래로 가득한 불명의 장소에서.
심연에서 곧 올라온 듯한 자가 심해에서 곧 올라온 듯한 것을 본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해빈은 드물게도 미소를 지었다.

//모-두 안녕하십니까!

242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20:45:07



>>240

당신의 원근감이 정상이라면 , 당신은 놈의 한 끼 간식거리가 될 것이다 . 야생 늑대처럼 몸집이 커다라니 앞발만으로 당신의 얼굴을 덮어가린다 . 턱을 다 벌리면 머리 하나가 전부 다 들어가겠지 .

당신이 신화 속 영웅도 아니고 , 저런 괴수를 어떻게 맨손으로 , 돌팔매만으로 쓰러뜨리겠나 . 당신은 앞서 느꼈던 오한의 이유가 저것이구나 깨닫는다 . 당신에게 최후를 배달하기 위해 달려오는 우체부가 저 괴수였다 .

─ ─── 그럼 양철 인형은 뭐지 .

양철 인형에게도 주어진 역할이 있을 텐데 . 이 녀석은 뭘 하는 녀석이야 .

당신이 이 자리에 없는 반신의 존재에 안타까워하고 있으면 , 갑자기 양철 인형이 자리서 일어났다 .


243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20:46:54

해빈 주 웰컴 ~ ! 한 번 맺기에 적절한 답레인 거 같은데 , 해빈이의 첫 진행은 여기까지로 해도 될까요 ?

244 해빈주◆K33qMvf7C6 (IQ3u1xhvbE)

2023-08-19 (파란날) 21:11:34

>>243 물론이죠!
뭔가 만화 프롤로그 같은 느낌이었네요!

245 미카엘라 (gzZShe/FKw)

2023-08-19 (파란날) 21:11:55

>>242
아주...크다. 아프거나 지치지 않는 문제가 아니다. 괴수를 죽일 힘이 없으니, 죽지 않더라도 앞발의 노리개나 될 게 분명하다.

도망치려 해도 괴수는 발자국을 계속 쫓을 터. 사막에서 발자국은 못 숨긴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어엇."

...이라고 생각할 때. 양철 인형이 벌떡 일어난다. 몇 발자국 뒤로 떨어졌다. 조금 덜 때렸나? 저 괴물은 어쩌지? 꽉 막힌 사면초가에 빠졌다.

싸워야 하는데...싸워야 하는데....

제발, 무기가 있다면.....!!!

//어서오세요!!

246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21:27:34



>>245

── ─ 철컥

낯익은 소리였다 . 당신으로 하여금 어떤 향수마저 불러일으키는 소리였다 . 어디서 난 소리냐 . 당신이 살피면 양철 인형의 오른팔에서 난 소리였다 . 양철 인형은 보란 듯이 서서 , 아직 유예가 남은 괴수를 향해 팔을 뻗어 보였다 .

철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양철 인형의 팔이 변화하니 , 양철 인형의 어깨가 당장에라도 터질 듯이 팽창했다 . 어깨에서 상완으로 , 상완에서 팔뚝으로 흐르는 거대한 팽창 . 손목에 이르러 팽창이 한계에 다다르고 , 폭발하자 ,

── ─ 양철 인형의 손이 손목을 찢고 발사됐다 .

무시무시한 기세로 .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 괴수는 불시의 기습을 피할 수 없었다 .


247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21:29:05

>>244 정말 그렇게 됐네요 , 소년 만화 주인공 같은 시작이었어요 , 파트너가 해파리라니 , 전례가 없겠지만 ...

248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21:33:57

>>238 에 앵커가 잘못되어 있네요 , 이제 눈치챘어 .. ! >>231 입니다 ! 이미 아시겠지만 !

249 미카엘라 (gzZShe/FKw)

2023-08-19 (파란날) 21:40:35

>>246

-철컥!

절체절명의 순간 노리쇠 소리가 났다. 눈 씻고 보아도 총으론 보이지 않는 양철인형의 팔에서. 그리고 무슨 바주카처럼...

공기 가르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손이 초음속으로 날아가서 괴수에게 꽂혔다.

".....무기?"

그 소리와 모습은 익숙함을 넘어 향수까지 불러일으켰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 자신이 온 곳. 운명이 정한 그곳을...

방금까지도 죽어라 때리던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양철 인형과 괴수를 번갈아 보는 것 말곤 할 수가 없었다.

250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22:03:21



>>249

명을 아주 잘라버리기에는 위력이 다소 부족했다 . 얼굴의 반이 무너졌어도 괴수는 살아남았다 . 화만 돋군 셈이다 . 괴수는 예기치 못한 피해에 남은 육신을 비틀며 괴로워했지만 , 분노를 잊지 않았다 . 이를 드러내며 상처로 어둠을 쏟아냈다 . 울부 짖는 소리가 귀신의 원망처럼 점도 높게 귀에 들러붙는데 계속 듣다가는 정신이 나가버릴 것이다 .

── ─ 양철 인형은 태연했지만 .

양철 인형은 괴수가 아무리 아프다 노래를 불러도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 찢어진 손을 재건하기도 바빠 괴수가 뭐라 떠들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 신체를 이루는 양철이 유동하며 절단면으로 모여드니 , 다시 손의 모양을 갖추는 것은 금방이었다 .

다시 한 번 ─ ── 손을 쏘아낼 준비를 마친 것이다 .

머리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데 , 양철 인형이 당신을 바라보는 듯 하다 .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생물인 건지 .


251 미카엘라 (vKcdsmfE6c)

2023-08-19 (파란날) 22:35:01

>>250
괴물의 끔찍한 비명이 밤하늘을 갈랐다. 고막 말고 정신을 찢어버리는 소리에 다리가 휘청였다.

귀가 없는 양철 인형은 없는 눈조차 깜짝하지 않고 차탄을 준비했다. 이제서야 확신이 든다. 정확힌 몰라도 양철 인형이 무기이고, 자기는 애먼 무기와 멍청한 주먹다짐을 벌였다는 걸.. 허둥지둥 달려가 떨어진 머리를 주워들었다. 머리가 원망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느낌이 든다.

"다시 조준해요."

어깨 위에 머리통을 올려주었다. 아까 곽휴지 뽑는 것처럼 쉽게 머리를 떼냈으니 붙는것도 잘 알아서 붙을 거다. 머리도 달아줬으니 이번에는 끝장을 내버려라. 머리를 올려주고 양팔로 인형의 등을 받쳤다. 함께 반동을 받아내기 위하여

252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23:02:39



>>251

머리를 되찾자 비로소 안정감이 생긴다 .

── ─ 생길 뻔했다 .

양철 인형의 생각은 당신과 달라서 장식으로 머리를 낭비하지 않았다 . 양철 인형은 당신이 기껏 주워온 머리를 오른손에 쥐고 , 목표와의 거리를 다시 확인했다 . 양철 인형이 마음을 다졌을 때 , 당신도 , 괴수도 , 주변의 공기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

차가웠다 . 피가 얼어붙을 것처럼 차가웠다 . 일대의 모든 열이 양철 인형에게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

일련의 변화는 무를 수 없이 빨라서 , 당신도 괴수도 양철 인형을 말릴 수 없었다 . 뒤늦게 괴수가 위기를 깨닫고 사선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 양철 인형의 팽창이 아득히 더 빨랐다 .

초탄보다도 거대한 팽창 . 이 탓에 양철로 된 몸이 부하를 못 버티고 찢어지려 했다 . 억지로 힘으로 삼켜 팔을 따라 내려보내면 , 손목은 커녕 팔뚝에서부터 터지려고 모양을 잡는다 . 당신의 지지가 아니었다면 양철 인형은 벌써 뒤로 넘어졌을 것이다 .

해방의 쾌감이 코 앞인데 , 모든 것을 망칠 수는 없었다 . 양철 인형 또한 필사적이었다 .

- MAAAAAAAAAAAAAAA

그리고 , 모든 것이 임계에 이르른 순간에 , 소리는 사라졌다 .


253 미카엘라 (vKcdsmfE6c)

2023-08-19 (파란날) 23:22:11

>>252
비유하자면 장약을 고봉밥처럼 쑤셔넣었달까? 비유적인 의미로, 그리고 말 그대로. 팔이 빠질 수준의 강장탄이다. 아드득 아드득 빠드득 거리는 금속 소리에서 맹렬히 모여드는 힘이 느껴졌다.

"준비되면 쏴!"

- MAAAAAAAAAAAAAAA

터지는 소리를 '쿵'이라는 글자로 묘사한다고 치면 고막이 수용할 수 있는 소리의 양은 고작 'ㅋ'까지였다. 이후로는 귀가 먹먹해져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눈은 뜰 수 있다. 눈물이 흐르지 않는 한 쪽 눈으로 표적을 끝까지 보려고 했다.

254 미카엘라 (vKcdsmfE6c)

2023-08-19 (파란날) 23:28:31

바벨은 아이언 자이언트가 떠오르는 녀석이네요.
둘 다 양철인형이고 음...전쟁이랑 운명이 핵심 주제고..

255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23:49:10



>>253

손목까지 이르지 못하고 , 팔뚝의 끝에서 아쉽게 , 완성에 이르지 못하고 폭발한다 .

조준은 정확했으나 , 총열이 먼저 망가지므로 , 괴수는 직격 ── 직격만은 피할 수 있었다 .

하지만 , 소리를 죽이는 위력에 , 대지를 도려내는 파괴에 , 스친 데서 이미 괴수는 형태를 보전하지 못했다 .

── ─ 분명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을 거다 .

최대의 탄환머리은 괴수를 갈아낸 것만으로는 위력을 다 소비하지 못하고 , 멀리 보이는 모래산에까지 피해를 미쳤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과잉 진압도 정도가 있지 .

화려한 파괴의 반동으로 뿌리까지 사라진 , 양철 인형의 오른팔이 처량하다 . 머리도 없지 팔도 없지 , 이미 인형이라 부르기에는 사람과 너무나 다른 생김새가 되어버린 양철 인형 . 모든 게 너무 지나쳤다 . 적당히라는 걸 모르는 걸까 . 이 녀석 .


256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23:50:46

>>254 아이언 자이언트 !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 저도 모르게 영향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네요 .

257 미카주 (vKcdsmfE6c)

2023-08-19 (파란날) 23:52:42

>>256 그리고 화력이 절륜한것까지 닮았군요. superman....

258 ◆.Th3VZ.RlE (VTNbrJTgd6)

2023-08-19 (파란날) 23:55:59

>>257 바벨은 총이지만요 .

" 나는 총이 맞아 "

259 미카주 (D0upXJA6Nk)

2023-08-20 (내일 월요일) 00:00:19

>>25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언자이언트랑 미카&바벨은 같은 상황에서 정반대의 선택을 한 안티테제 관계라고 생각합미다.. 아이언자이언트는 전쟁무기로 태어난 운명을 거부하고 슈퍼맨이 되기를 선택했지만 미카바벨은 운명에 압도당해서 순응하기로 선택했다던가... 그런 뇌피셜...

260 ◆.Th3VZ.RlE (neuts9/6CU)

2023-08-20 (내일 월요일) 00:06:00

>>259 뇌피셜이 오피셜 아닙니까 이거 . 미카와 바벨이 어디까지 합치하는지 보는 것도 재밌을 거라 생각해요 !

261 ◆.Th3VZ.RlE (neuts9/6CU)

2023-08-20 (내일 월요일) 00:08:43

내일도 일이 있으니 우선 여기서 접도록 하겠습니다 , 내일 할 수 있으면 미카엘라의 다음 진행까지 시작하는 걸로 할 게요 !

굿 ─ 밤 !

262 미카엘라 (D0upXJA6Nk)

2023-08-20 (내일 월요일) 00:14:31

>>255
이런 건... 이런 건 현실에 존재하는 -이런 곳에서 현실 따지는 것도 웃기지만- 무기와 비교할 무언가가 아니었다. 이미 만화적인 수준까지 넘어간 위력이다. SF에 나오는 광선포라도 되는마냥...

"당신은...."

자신의 일부를 쏘아낸 반동으로 반 걸레짝이 된 양철인형을 아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사람 크기만한 이 몸 어디에 이런 힘을 숨겨두고 있었을까. 심지어 안쪽은 텅 빈 깡통이!

"당신이 내 무기인가요? 알다가도 모를 곳에서 싸우기 위해 운명이 내려준.."

운명이 짝지어준. 운명. 두 글자가 혀끝에서 길게 울렸다. 이미 결정된 운명. 그래서 거부하지 못하는 운명. 거부와 순응이란 개념이 무의미한 운명. 어쩌면 자신의 운명이 떠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 있었다.

//굿-나잇!

263 ◆.Th3VZ.RlE (neuts9/6CU)

2023-08-20 (내일 월요일) 20:05:34

갱 - 신 ! 좋은 저녁입니다 !!

264 ◆.Th3VZ.RlE (neuts9/6CU)

2023-08-20 (내일 월요일) 20:18:30



>>262

넝마처럼 엉망진창 망가졌지만 개의치 않는다 . 통각이 존재하지 않는 마냥 양철 인형은 태연했다 . 팔이 하나 ─ 머리가 송두리째 사라졌지만 , 양철 인형은 이것조차도 필요한 소비로 생각했다 . 자기가 과했다는 생각은 일절 못하는 눈치였다 . 양철 인형에게는 일격이 완성에 다다르지 못한 것만이 후회였다 . 이것만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일이었다 .

당신의 말에 양철 인형은 머리가 없어도 , 귀가 없어도 , 입이 없어도 ─ 당신의 말을 이해했다 . 당신의 말에 응답했다 .

당신이 바란다면 , 당신이 원한다면 , 총이 되고 망치가 될 것이다 . 적을 막는 방책이 될 것이다 .

바벨 , 당신의 그림자로부터 태어난 탑 , 당신은 저 양철 인형의 이름을 벌써 알고 있었다 .


265 ◆.Th3VZ.RlE (neuts9/6CU)

2023-08-20 (내일 월요일) 20:21:33

미카엘라의 첫 진행은 >>264 까지 ! 다음 진행 레스 올라오면 편하실 때 답레 달아주시면 됩니다 ! 수고하셨어요 !

266 백한나 ◆8X5WeKCy6E (bFuSJfKhyU)

2023-08-20 (내일 월요일) 20:31:37

>>216

뭐고... 반응이 쫌... 그의 가면이 미끄러지자 묘한 기분이 든 한나는 적잖은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그렇게 황당하거나 허황된 이야기였나. 아무튼 가면 쓴 존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한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뒤 땅을 박차고 달렸다.

"마———!!!! 내 여깄다!!!! 잡으면 용치!!!"

잡히면 끝장이지만 가만 있어도 변하는 건 없으니 꽤 해볼만한 도박 아닌가? 한나는 죽을 힘 다 해 뛰기 시작했다.

//
갱신~

267 ◆.Th3VZ.RlE (neuts9/6CU)

2023-08-20 (내일 월요일) 20:34:17



/ 이해빈 /

스타덤의 보호를 받으며 사막을 나아가던 당신은 , 이 황량하기만 한 사막에서 ,

기대도 하지 않았던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

사람의 흔적이라 해야하나 . 오래 방치되어 녹이 슨 버스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정류소 번호도 , 정류소 이름도 , 노선 번호도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데다 , 그나마 있는 글씨도 문자 깨짐이 일어나 못 알아보게 망가졌지만 , 그럼에도 표지판이었다 .

이런 사막에도 버스가 다녔던 걸까 . 언제부터 여기에 서 있었던 걸까 . 호기심이 당길 수도 있겠다 .


268 ◆.Th3VZ.RlE (neuts9/6CU)

2023-08-20 (내일 월요일) 20:35:51

어 ~ 서 ~ 오 ~ 세 ~ 요 ~ 한나 주 ~

269 미카주 (OdRJLfxTjU)

2023-08-20 (내일 월요일) 20:44:09

수고하셨습니다! 오신분들 안녕하시고 즐상판~~!!!!

270 한나주 ◆8X5WeKCy6E (bFuSJfKhyU)

2023-08-20 (내일 월요일) 20:54:53

안~녕~하~세~요~~~

모두들 안녕안녕~

271 ◆.Th3VZ.RlE (neuts9/6CU)

2023-08-20 (내일 월요일) 20:58:06



>>266

세상에 세상에 . 용감이냐 만용이냐 . 사느냐 죽느냐로 판결나겠지 .

오랜 대치가 무너지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땅이 갈라졌다 .

이 때를 놓칠세라 함께 모래 벽을 찢고 나오는 네 마리의 괴수 . 네 마리는 더는 서로 양보하며 눈치를 살피지 않았다 . 먼저 검니를 박는 놈이 임자였으니 . 당신이라는 양식을 혼자서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에 , 네 마리의 이성은 시원하게 증발해 있었다 .

야성에 의지해 나아가느라 서로 방해가 되어도 뭐에 부딪힌지도 모르는 네 마리 ,

질주의 기세는 격류와 같아 휘말리기만 해도 당신은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겠지 . 가면인에게 저 폭주를 억누를 방법이 있을까 .

뾰족한 수가 없다면 당신은 다진 고기가 될 것이다 . 괴수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 괴수와 함께 살아가게 되겠지 .

── 당연히 싫을 것이다 . 그런 미래는 .


272 ◆.Th3VZ.RlE (neuts9/6CU)

2023-08-20 (내일 월요일) 21:11:34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바벨이 위험하다 . 상식적으로 , 몸이 저렇게 작살이 났는데 멀쩡할 리 만무했다 .

바벨이 자신만만하기에 알아서 수를 낼 거라 생각했더니 , 녀석은 그냥 멍청이였다 .

오체불만족이 되어서도 녀석은 ── 살짝 긁혔을 뿐이다 ─ 는 태도를 고수했다 .

하는 소리를 듣자하니 , 아마 몸뚱아리만 남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도 저런 소리를 할 것이 분명했다 .

근성만 갖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 인정하지 않는다고 괜찮은 일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

── ─ 바벨에게는 치료가 필요했다 . 저 자신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


273 백한나 ◆8X5WeKCy6E (bFuSJfKhyU)

2023-08-20 (내일 월요일) 21:20:52

"끄아악!!!!"

저런게 한 마리도 아니고 네 마리 씩이나 있다고?!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뻔 하였으나 한나는 가면 쓴 존재를 (그간의 추태가 미안해서라도)믿어보기로 했다. 어찌됐든 지금 무력을 가진 상대는 그밖에 없다. 한나는 죽을 힘 다 해 뛰어다녔다.

"제발... 제발 성공해라!"

뒤에서 느껴지는 살벌한 기운에 한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274 ◆.Th3VZ.RlE (neuts9/6CU)

2023-08-20 (내일 월요일) 21:41:25



>>273

당신이 아 ─ 무리 열심히 달려도 저 놈들에 비하면 시시한 한 걸음이다 . 당신은 정말 목숨을 걸고 뛰었지만 , 네 마리의 괴수는 앗 ─ 하는 사이에 당신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

아주 망할 일이었다 .

가면인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 괴수 가운데 한 마리가 가면인이 수를 내는 것보다 먼저 당신에게 도달했다 .

골 테이프를 끊고 ─ 당신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려 했다 .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미래가 괴수의 벌어진 턱 너머로 보이는 듯 했다 .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은 , 아무도 아닌 채 죽는 모양이었다 .

이런 일이 ─ 일이 이렇게 되다니 .

이럴 수도 있나 . 이래도 되는 건가 .

당신이 마지막까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면 ── 당신만의 방법으로 저항하도록 하자 .


275 백한나 ◆8X5WeKCy6E (bFuSJfKhyU)

2023-08-20 (내일 월요일) 21:52:51

"아아..."

그러나 그 행위가 무색하게도 괴수들은 금방 한나를 쫒아왔다. 순간 정신이 멍해진 한나는 자신에게로 아가리를 벌려 들이대는 괴수를 쳐다보다가 아연실색하며 가면 쓴 존재를 향해 말했다.

"뭐고?! 마! 니 뭐하는데?!"

아무것도 안 한건가? 이러다 죽겠다고! 그러나 이러한 외침이 무색하게도 괴수의 아가리가 점점 가까워져갔다.

"에이씨! 육시럴할!"

괴수를 향해 모래 한 줌을 뿌린 한나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276 ◆.Th3VZ.RlE (neuts9/6CU)

2023-08-20 (내일 월요일) 22:27:42



>>275

미끼는 물 때까지 둔다 . 가면인이 태평한 이유였다 . 가면인은 당신의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다 . 네 마리의 괴수는 지렁이처럼 ─ 뱀처럼 긴 몸을 지녔는데 , 앞다투어 당신을 노리느라 한데 엉켜 , 지금은 한 덩이처럼 보였다 .

── ─ 가면인은 이 장면을 기다렸다 .

애초에 이상하지 . 왜 생각하지 못했나 . 가면인은 하늘을 날 수 있었다 . 위기와 위험을 연출했지만 , 언제라도 날아서 자리를 피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 가면인이 당신과 함께 위기를 공유하는 척 , 연기를 했던 이유란 ,

당신이 자진해서 미끼가 되는 장면을 바랬기 때문이었다 .

신은 바라지 않는다 . 신에게 바라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다 . 가면인은 당신이 최후의 순간 자신에게 의지할 것을 예상했다 .

- BEEEEEEEEE

살려는 주겠다 . 성의를 봐서라도 목숨만은 구해주겠다 .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신의 방식대로 이루어질 것이니 .

가면인이 창을 던지자 , 교통 체증 속에서도 머리를 따라가려던 괴수들의 몸통에 칼날이 찔렸다 .

뒤따라 , 창 자루에 천둥이 내리치니 , 눈부신 흰색이 밤을 찢었다 .


277 미카엘라 (Td/SGrtE5s)

2023-08-20 (내일 월요일) 22:59:11

>>272
바벨에게 남은 한쪽 손목을 잡고 둘이서 사막을 정처없이 걸었다. 이렇게 꼭 잡아놓지 않으면 제멋대로 포를 쏘아댈 직감이 들었다.

지형을 바꿔놓는 위력의 공격은 공짜가 아니었다. 그 위력만큼 제 살을 깎아먹어야 했다. 손가락 마디마디를 나누어 총처럼 쏘는 말 그대로 촌철살인의 방법도 있을텐데. 바벨은 적당히를 모른다.

"여기에 공방이 있을리가 없잖아. 이걸 어디서 고친대요."

공방이고 나발이고 다른 사람이나 문명의 흔적도 없다. 이 모지리같은 깡통이라도 자신의 무기다. 자기 자신도 머리가 좋은 편이라곤 못하지만, 무기에 대한 순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총은 연인처럼. 한번 연인은 영원한 연인. 그래, 운명이 점지한 짝. 그러니 차마 바벨을 일회성 무기로 소모하거나 내팽개칠 마음이 들 리가 없다.

"원랜 접적하면 바로 쏘는게 원칙이 맞아요. 그런데 넌 안돼. 적이 보이면 나한테 먼저 말해요. 알았어요? 바보같이 제 살 깎아먹기식으로 굴지 말라구요."

그렇게 잔소리를 하며 바벨과 걷고 또 걷는다. 이 세계에선 싸우거나 걷는 거 빼곤 할 게 없다.

278 백한나 ◆8X5WeKCy6E (bFuSJfKhyU)

2023-08-20 (내일 월요일) 23:15:10

>>276

"...!!!"

눈을 질끈 감은 한나는 곧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흰 빛에 한참동안 눈을 뜰 생각을 못 하고 가만히 얼어붙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생각난건데, 저 가면 쓴 애. 날 수 있잖아?

"니, 니 거기 있나?!"

아직 말을 할 수 있는걸 보면 살아있다는 뜻이다. 눈을 감은채 자리에서 일어나 허공에 팔을 짚던 한나는 그를 향해 외쳤다. 그녀는 조심스레 한쪽 눈을 떴다.

"다 된거 맞나...?"

279 ◆.Th3VZ.RlE (neuts9/6CU)

2023-08-20 (내일 월요일) 23:19:08

조오아 , 오늘은 여기서 퇴근합니다 , 내일이 월요일이라 개로어 ... 답레는 내일 와서 달도록 하겠습니다 !

280 한나주 ◆8X5WeKCy6E (bFuSJfKhyU)

2023-08-20 (내일 월요일) 23:36:46

넵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281 ◆.Th3VZ.RlE (MsqpdsV31U)

2023-08-21 (모두 수고..) 21:06:30



>>277

당신의 말을 알아듣기나 한 걸까 , 그도 그럴 게 ,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게 , 바벨에게는 귀가 없잖아 . 바벨을 타이르고 , 길들이려는 당신의 설득은 , 어쩌면 소 귀에 경 읽기였을 지도 모른다 .

바벨이 당신의 말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려면 , 다음 적을 상대로 녀석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봐야만 할 것이다 .

또 ── 바벨을 수리하는 문제는 ,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막연한 상태였다 .

걷거나 싸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 해본 당신에게 , 이 세계는 지나치게 , 악의적으로 불친절했다 .

스스로 배우는 것도 계기가 있어야지 , 사막에 모래 , 모래 밖에 보이지 않잖아 . 바벨이 이대로 불구로 남는다면 , 그것처럼 부조리한 일도 없을 것이다 . 최악의 미래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

방법이 있을 거야 . 있어야만 했다 . 없으면 어떻게 해 .

이런 저런 상념이 머리를 어지럽히는 사막의 어느 한 길에 , 당신은 자신의 눈을 의심케 만드는 경치를 발견했다 .

이런 사막의 한 가운데에 웬 포장 도로가 길게 이어져 있다 .


282 ◆.Th3VZ.RlE (MsqpdsV31U)

2023-08-21 (모두 수고..) 21:17:26



>>278

단지 소리일 뿐인데 , 살을 얼얼하게 만든다 . 귀를 찢어질 듯 아프게 만든다 . 내리친 천둥에 뒤집을 때를 놓치고 까맣게 타버린 네 마리의 괴수 . 놈들은 한 데 엮여 섞여 있던 것이 패착이 되어 , 피할 수도 없이 한꺼번에 바싹 태워졌다 .

당신의 죽음에 가장 가까이 도달해 있던 한 마리도 , 엄청난 위력의 천둥에 살이 찢어져 , 극적인 순간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머리가 담장을 넘어가는 본루타를 만들고 말았다 . 당신은 정말이지 , 종이 한 장 차이로 살아남았다 . 만약 조금만 더 늦었다면 당신은 저 괴수나 , 가면인이 부른 천둥에 제 명을 다 하지 못했을 것이다 .

당신의 외침 , 당신의 부름에 , 가면인은 하늘로부터 내려왔다 .

피뢰침으로 열심히 일해준 창도 잊고 , 우선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283 ◆.Th3VZ.RlE (MsqpdsV31U)

2023-08-21 (모두 수고..) 21:18:11

왁 .. 오늘 너무 늦게 왔네요 , 답레와 함께 갱신합니다 !

284 미카엘라 (h2kZJUh2eg)

2023-08-21 (모두 수고..) 21:46:46

모래언덕 하나를 넘으니 믿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사실은 그것을 보고 믿을 수 없다고 표현하는게 처량한 아이러니기도 하지만..

"길이다!"

대충 만든 흙길도 아니라, 무려 포장도로. 사람 인지를 개판 오분전으로 만드는 이 세계에도 인간과 문명은 뿌리내리고 존재하고 있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을법하다.

뭐가 됐건 크고 저물지 않는 달 말고도 다른 기준이 생긴게 기뻤다. 누군가 포장도로를 만들어놨으니 멍청한 깡통을 고칠 방법이 있을거라는 희망도 길 위에 있다.

발 끝으로 전해지는 포장도로의 감촉은 푹푹 꺼지던 모래와 사뭇 달랐다. 단단한 땅을 디디고 길가를 따라 걸어간다.

//안녕하세요~~

285 한나주 ◆8X5WeKCy6E (R.S97dOK2o)

2023-08-21 (모두 수고..) 21:48:25

갱신!

오늘은 참여 못 할것 같습니다ㅠㅠ

286 ◆.Th3VZ.RlE (MsqpdsV31U)

2023-08-21 (모두 수고..) 22:09:03



>>284

이런 무인지대 ─ 사막의 한 복판에 어떻게 포장 도로가 존재할 수 있는지 ,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 붙이기를 보류하고 , 무작정 도로 위에 오르는 당신과 바벨 . 사람이 만들고 관리하는 길이라기에는 , 여기저기 패이고 망가져 진작에 수명을 다한 듯 보이지만 , 우선 당신 한 사람과 바벨이 걷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

바벨은 발바닥에 닿는 아스팔트의 감각이 낯선지 , 실에 매달린 인형처럼 기괴하게 발끝으로만 걸어다니려고 했다 .

골치 아픈 녀석은 언제나 새롭게 , 기발한 방법으로 함께 다니는 사람의 복장을 터뜨린다 . 바벨이 그랬다 .

싫어도 괴로워도 , 우선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할 것이다 .


287 ◆.Th3VZ.RlE (MsqpdsV31U)

2023-08-21 (모두 수고..) 22:09:26

>>285 월요일이니까요 , 이해합니다 ...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어요 한나주 !

288 미카엘라 (wqLKqW2WP2)

2023-08-21 (모두 수고..) 22:19:44

"저 저! 그러다 넘어져요?!"

비대칭적으로 망가져서 무게중심도 맞지 않는게 뭐하는거람? 저러다 넘어져서 다리까지 망가지면 꼼짝없이 바벨을 업고 다닐 판이다. 이 세계에서 인형 하나 업는다고 몸이 힘들진 않겠지만.. 어휴! 무기라는게 왜 저렇게 빠릿빠릿하지 못해!

"다른 모습으로 가는게 안 편해요? 꼭 그렇게 망그러진 사람 모습으로.."

척 보기에도 양철판이 돌돌 말려서 사람 모양 흉내를 내고 있다. 다족보행이나 탈것 모양으로 있어도 될 것을 끝까지 사람 모습으로 바벨을 있으려 했다. 저걸 대장간에 보내서 망치질로 피던가 해야지.

289 ◆.Th3VZ.RlE (MsqpdsV31U)

2023-08-21 (모두 수고..) 22:40:13



>>288

언제는 안 그랬냐만 , 이번에도 바벨은 당신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 도구라면 도구답게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 바벨에게도 자신만의 주관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

아직 무엇 하나 분명하지는 않지만 , 이제까지의 행동으로 ,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 녀석에게도 싫은 일 , 좋은 일이 있다는 것만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간에 전해지는 마음이 , 때때로 당신과 바벨 사이에 존재했기에 .

싫어도 알게 됐다 .

싸우는 것은 바벨에게 좋은 일이었다 . 참는 것은 바벨에게 싫은 일이었다 . 이런 식으로 하나씩 리스트를 만든다면 , 언젠가 당신도 양철 인형 생태학 전문가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

어쨌거나 , 바벨은 당신의 잔소리를 , 물리적으로 머리가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 , 못 들었다못 들은 척했다 .

당신의 말을 얌전히 들으면 죽기라도 하는지 .

하지만 이런 바벨도 경계만은 남들 만큼 해내니 , 바벨이 별안간 엉성한 흉내를 관두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


290 미카엘라 (SsJgols4b2)

2023-08-21 (모두 수고..) 23:23:37

>>289
'나도 같이 뇌를 빼버릴까."

생각은 인간에게 괴로움을 가져온다. 보이는 것마다 쏴버리고 죽이고 괴수의 고기를 뜯어먹고. 그렇게 한 쌍의 괴수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른다. 아니, 그렇게 살면 행복할 것 같다. 바벨과 자신은 꽤 닮아있다.

그러나 이쪽은 지식의 저주에 씌인 몸이다. 유전자에 기록된 매커니즘대로 좋든 싫든 생각에 묶인 생명. 턱을 괴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리 신경끄려 해도 바벨의 몸뚱이. 바벨의 잔탄이 미치도록 신경쓰여서 어쩔 도리가 없...

"!"

바벨이 멍청한 행동을 멈췄다. 오른쪽 눈이 또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비 오기 전 관절이 쑤시다는 노친네처럼. 바벨의 뒤로 돌아가 한 손으로 바벨의 어깨를 잡고 사방을 살폈다.

291 ◆.Th3VZ.RlE (MsqpdsV31U)

2023-08-21 (모두 수고..) 23:41:56



>>290

보인다 ─ 당신의 눈을 통하지 않아도 , 바벨이 보는 것이 보이고 , 듣는 것이 들린다 .

물아일체의 상태가 되어 , 바벨을 자신의 무기로 완벽하게 장악해낸다 . 당신이 바라는 대로 , 바벨은 자신의 모든 채널을 당신에게 열었다 . 당신의 손에 리모컨을 쥐어줬다 . 바란다면 당신은 바벨의 모든 행위를 통제할 수 있었다 .

── 지금 이 순간만은 .

바벨은 자신이 보던 것을 당신에게도 보여줬다 . 도로의 멀리서 당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인영의 존재를 인지시켰다 . 너무 멀어 세세한 차림새나 생김새는 알 수 없으나 , 당신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몸에 팔 두 개 , 다리 두 개 , 머리 하나가 달려 있었다 .

── ─ 다른 사람일까 , 아니면 사람으로 위장한 무언가일까 .

다소 멀지만 , 바벨당신이 정확하게 조준한다면 , 분명 명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


292 미카엘라 (X.d.LA.N3k)

2023-08-22 (FIRE!) 00:01:51

>>291

바벨의 눈. 조준경에 인영이 찍힌다. 둘은 즉시 뛰어서 도로 위를 벗어났다. 봉긋한 사구나 우묵한 모래구덩이, 아무튼 엄폐물 뒤로 몸을 숨겼다.

사람? 사람처럼 생긴 괴수일수도. 둘 중 무엇이든 적이 될 수 있는 건 같다. 납작 엎드려 눈만 살짝 위로 내민 채 멀리서 다가오는 인영을 주시했다.

바벨의 손가락 끝은 조용히 표적을 좇는다. 아직은 아니라도 여차하면 발사한다.

293 ◆.Th3VZ.RlE (MlTMHDaK2I)

2023-08-22 (FIRE!) 00:13:40



>>292

마침 쓸 만한 모래 구덩이가 있어서 , 당신과 바벨은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 바벨의 성능을 완벽하게 살릴 수 있는 지형은 아니었지만 , 밤이라도 눈에 띄는 바벨의 광택을 가리기에는 아주 적격이었다 .

헌데 목표의 움직임이 실하지가 않다 . 사흘 굶은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길 하나 똑바로 따라 걷지 못하니 , 너무나 지지부진이라 당신이 바라는 거리까지 도달하려면 한 세월이 걸릴 것처럼 보였다 .

저러다 저게 쓰러지기라도 하면 괜히 맞추기만 더 어려워질 텐데 ...


294 ◆.Th3VZ.RlE (MlTMHDaK2I)

2023-08-22 (FIRE!) 00:14:10

오늘은 여기까지 , 안녕히 주무세요 미카엘라주 !

295 미카주 (X.d.LA.N3k)

2023-08-22 (FIRE!) 00:24:09

존밤되세여 내일 봐요!!

296 미카엘라 (AhQifxdMTA)

2023-08-22 (FIRE!) 16:38:00

>>293

"사람같은 괴물인가?"

해괴한 주장이지만 근거가 있다. 사람인 자신은 아무리 걷고 달리고 부딪혀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 저렇게 비틀댈 일이 있을까.

꼬락서니를 보니 예까지 오는데만 한세월이 걸릴 기세다. 이쪽에서 신중히 거리를 좁혀 자세히 살피는게 좋겠다. 거쳐가는 지형마다 허릴 숙이고 몸을 숨기며, 사냥감을 노리는 사막여우처럼 전진해보았다.

297 이해빈◆K33qMvf7C6 (FkIkJIU9oY)

2023-08-22 (FIRE!) 17:24:10

>>267
사막이란 게, 바퀴가 구르기 썩 좋은 환경은 아닐 것 같은데. 글자도 숫자도 없이 붉은 녹으로만 치장된 문명의 흔적, 그 비슷한 것은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여태껏 본 생명이란 이해빈 본인과 회색을 품고 있던 괴물 둘 뿐이던(스타덤은 분류가 애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굳이, 둘로 나누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그런.) 그는 참, 위화감이 들었다.

"스타덤, 버스를 타 본 적이 있나요."

조심스럽게 표지판에 손을 뻗으며 이해빈이 물었다.

"저는 아마도.. 탄 적이 있는 것 같네요."

기억 한 점 남지 않았으나 감각적으로 드는 것은 있었다.

298 ◆.Th3VZ.RlE (MlTMHDaK2I)

2023-08-22 (FIRE!) 20:46:27

오늘은 하루 쉽니다 ... 다들 열사병 조심하세여 ...

299 미카주 (c.6nnxeDmM)

2023-08-22 (FIRE!) 23:33:05

아침에 낙엽이 많아서 가을일까 했더니... 푹 쉬세요..

300 ◆.Th3VZ.RlE (KK5beLmgq2)

2023-08-23 (水) 20:42:59



>>296

당신 하나만이 아니라 바벨까지 함께 운용해야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지만 , 지정사수는 언제나 신중해야만 하는 법 . 몸이 수고스러워야 안전이 산다 . 당신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대로 , 자신과 바벨의 위치를 표적에 맞춰나갔다 .

── 바벨이 싫어할 만한 일이었다 .

바벨은 당신의 신중함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 말로 하지 않아도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니 , 당신과의 동조가 흐트러지는 것이 증거였다 . 바벨이 불길하게 몸을 떠는 것이 , 여차하면 당신을 조종석에서 걷어차기라도 할 것 같다 .

이러는 동안에도 표적과의 거리는 차차 줄어드니 , 당신은 비로소 바벨의 눈으로 표적의 생김새를 확인할 수 있었다 .

── 여성이었다 .

당신과 또래로 보이는 키 작은 여성이 , 산발을 하고 풀린 눈으로 ,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터덜터덜 , 아스팔트를 따라 혼이 빠진 모습으로 처참하게 걷고 있었다 .


301 ◆.Th3VZ.RlE (KK5beLmgq2)

2023-08-23 (水) 20:52:04



>>297

스타덤은 언제나 비밀스럽게 , 모습을 감추고 당신의 주위를 떠다녔는데 , 당신이 부를 때만은 잠시 , 은은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 버 ─ 스 . 타봤을 리가 있나 . 스타덤은 부정의 표현으로 붉은색으로 자신의 신체를 물들였다 .

표지판은 여기저기 녹이 슬고 칠이 벗겨져 있었다 . 움푹 파인 부분도 눈에 띄는데 , 사막에 사는 괴기 , 괴수의 손길이 닿았다고 생각하면 오싹하다 . 어쩌면 저번처럼 , 당신을 꾀어내기 위한 함정일 수도 있었다 .

만약에 그렇다면 , 스타덤은 어떻게 반응할까 . 만사가 태평한 모습의 스타덤은 위기 의식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

당신 스스로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스타덤은 강력하지만 , 어린 아이처럼 순진한 면이 있었다 . 호기심 많은 성격이라 주의력 또한 산만하니 , 당신이 눈을 떼면 녀석은 나풀나풀 물길 따라 떠내려갈 것이다 .


302 ◆.Th3VZ.RlE (KK5beLmgq2)

2023-08-23 (水) 20:53:13

웨히 , 갱신입니다 !

303 미카엘라 (T7X4EYlzRk)

2023-08-23 (水) 23:06:22

>>300
자신은 눈을 뜬 이래 물 한잔 마시지 못했지만 완전히 쌩쌩하다. 저 여자는 뭐가 문제라서 저런 거지꼴을 했는가? 사실 시간이 길 뿐 결국 사람에게 탈진이 오는건지, 아니면 저게 사람이 아닌건지....아.

'바벨? 칼에는 손잡이가 있고 총에는 방아쇠가 있어요.'

시의에 알맞게 통제되지 않으면 그건 무기가 아니라는 말. 자기는 무기가 필요하고 타이머 없이 째깍대는 시한폭탄은 필요없다는 말이었다.

'명령 없이 발포하거나 돌발행동을 하면 벌을 줄거에요. 난 바벨에게 자유사격하라고 한 적이 없어요 그렇죠?'

바벨이 쓸모없이 남은 팔 한짝에 다리 하나까지 덤으로 쏘면..휴! 일단 여자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바벨은 모래둔덕에 반쯤 걸친 채 매복시키고 직접 나서보기로 했다. 저격수를 준비하고 협상장소에 나서는 영화 주인공처럼.

"이봐요 거기! 정지! 정지!!!!"

//안녕하십니까 졸다가 일어났네요...(부스스

304 ◆.Th3VZ.RlE (KK5beLmgq2)

2023-08-23 (水) 23:24:07



>>303

여성은 당신이 아무리 외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대체 왜 . 귀라도 막힌 거야 . 여성은 당신의 부름을 남일처럼 무시한 채 힘겨운 걸음을 이어나갔는데 , 옆에서 가까이서 바라보면 도저히 그녀 자신이 원하고 바래서 걷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

막말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 당신이 직접 다가가서 말린다면 모를까 , 말만으로는 도무지 멈춰설 것 같지가 않다 .


305 ◆.Th3VZ.RlE (KK5beLmgq2)

2023-08-23 (水) 23:24:36

오우 , 너무 늦게 봤어요 ... 자러 가기 전에 짧게나마 써두고 갑니다 , 좋은 밤 되세요 미카주 !

306 미카주 (N/HvcrRMHY)

2023-08-23 (水) 23:26:39

좋은 밤 되세요! 하지만 미카주의 밤은 지금부터 시작이지...후후...

307 미카엘라 (gaBddLSFg2)

2023-08-24 (거의 끝나감) 15:59:14

>>304
걷는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매복한 바벨의 사선에서 비키는 걸 잊지 않았다.

"안 들려요? 저기요?"

여자는 대꾸도 않았다. 눈이 풀렸고 뭔가에 씌인 것도 같았다. 빨간구두를 신었나 보았지만 여자는 맨발이다.

"내가 말하고 있는데 지금....!"

결국 손이 먼저 나갔다. 바벨이 손을 쏴서 여자를 손수 다져주었다는게 아니라 자신의 손이 여자의 옷 뒷덜미를 험악하게 낚아챘다는 말이다.

별다른 방해요소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여자를 길 밖으로 거칠게 끌어내어, 모래바닥에다 내던져버릴 요량이었다.

308 한나주 ◆8X5WeKCy6E (GnmY6cH4lI)

2023-08-24 (거의 끝나감) 20:08:41

갱신~

309 ◆.Th3VZ.RlE (s7Wc7f4JFg)

2023-08-24 (거의 끝나감) 21:13:41

금요일에 옵니다 ... 다들 하루만 더 힘냅시다 ...

310 미카주 (5B/Fs5hW6c)

2023-08-24 (거의 끝나감) 23:51:37

갱신....(녹음)

311 이해빈◆K33qMvf7C6 (FBlT3e8IHU)

2023-08-25 (불탄다..!) 14:09:46

>>301
모습을 숨기고 다니는 것은 일견 철저해보이지만, 막상 행동을 보면 그는 참 생긴 것에 충실하다. 흐늘흐늘 허공에서 하늘거리는 것은 보기에 썩 예쁘고, 여유롭다. 비행이라기보다는 바람이 옮겨다준다는 인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쁘지 않다. 어쩐지 조금 부럽기까지하니, 그저 그 모습대로 자유를 누렸으면 싶은 마음도 든다.

조금 부족한 것은 이해빈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신경쓰면 된다.
잘못된 해류를 타고 흘러가버리기 전에 자신이 이끌어주면, 별의 이름을 지닌 그는 아마도 자신을 따라와줄 것이다. 어쩌면 일생의 첫 친구. 망각 저편에서 부터 시작된 삶에 있어 처음으로 이해빈의 곁에 있어주는 것이 그. 그러니, 이해빈은 아낄 수 밖에 없다.

별을 바라는 것은 언젠가 인간이던가?

그러니 이해빈은 천천히 발걸음을 비낀다.
조금씩 버스 정류장..의 흔적에서 멀어진다.

//사람은 왜 일을 해야 할까요.....

312 ◆.Th3VZ.RlE (i3RPEBlyPk)

2023-08-25 (불탄다..!) 20:50:02

왁 ! 갱신합니다 ! 다들 좋은 저녁이에여 !

313 ◆.Th3VZ.RlE (i3RPEBlyPk)

2023-08-25 (불탄다..!) 20:59:26



>>307

험악하다 , 아무리 험악하다 말해봤자 ,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일에 지나지 않다 .

아무리 당신이 힘줘 괴롭혀도 치명상으로 이어질 리 만무하다 , 당신은 그렇게 생각했을 터다 .

상식이 통하는 세계에서라면 , 당신은 효과적으로 상대를 겁박하고 협박할 수 있었을 거다 .

상대방의 우위에 서 , 내려다보며 , 안심할 수 있는 포지션을 취할 수 있었을 테다 .

─ 퍼걱

─── 퍼석

───── 퍼벅 ,

어째서 왜 , 사람의 목에서 저런 소리가 나는 거야 . 당신은 단지 옷깃을 잡아당긴 것 뿐인데 , 왜 목이 부러지는 거야 .

여성의 목은 머리를 떠받히는 목적성이 무색하게 모래성처럼 쉽게 부서졌다 . 땅에 떨어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다 .


314 한나주 ◆8X5WeKCy6E (x8ZwTcuixA)

2023-08-25 (불탄다..!) 21:04:58

갱신!

며칠 씩이나 불참했으니 진도가 한참 밀렸네요...

315 ◆.Th3VZ.RlE (i3RPEBlyPk)

2023-08-25 (불탄다..!) 21:08:05



>>311

현명하다 . 분명 함정이겠지 . 의도가 투명하지 않은 모든 만남에 당신은 경계해야만 했다 .

스타덤은 여전히 표지판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지만 , 당신이 멀어지자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늘을 헤엄쳤다 .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이런 거겠지 , 아니면 뭐겠어 . 호기심을 자제한다면 당신은 분명 장수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사막에서 , 언제까지나 , 영원한 지루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 당신이 바라는 한 .


316 ◆.Th3VZ.RlE (i3RPEBlyPk)

2023-08-25 (불탄다..!) 21:08:28

>>314 이번 주는 캡틴도 자주 자리를 비었으니까 ... 그렇게 밀리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 어서와요 한나주 !

317 ◆.Th3VZ.RlE (i3RPEBlyPk)

2023-08-25 (불탄다..!) 21:08:36

비웠으니까 !

318 한나주 ◆8X5WeKCy6E (x8ZwTcuixA)

2023-08-25 (불탄다..!) 21:10:00

넵 안녕하세요 캡틴! 그치만 캡틴이 자리를 비운건 불가항력이었다구요~~

319 ◆.Th3VZ.RlE (i3RPEBlyPk)

2023-08-25 (불탄다..!) 21:11:27

모두들 마찬가지야 ... 현생이 힘들고 지치면 , 안 와도 된다구요 ... 이해합니다 캡틴은 ...

320 미카엘라 (mBJHSJdXSY)

2023-08-25 (불탄다..!) 22:59:17

>>315
옷을 잡아채면 몸이 거기에 딸려와야 한다. 그런데 머리가 따라오지 않는다. 정지관성에 붙잡혀, 목 위에 딱 올려져만 있었다는 듯. 머리가 그냥 바닥에 툭 떨어져선... 모래 뭉친 것처럼....

짧은 순간 동안 뭔진 모르겠는데 뭔가는 알아챘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뭔가를. 바벨이 옳았어.

"쏴-!!"

정체를 모르는 남은 몸뚱이는 뻥 걷어차려 한다. 거리를 벌리고 바로 바벨이 쏠 수 있게.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모두들.. 금요일이에여..

321 ◆.Th3VZ.RlE (i3RPEBlyPk)

2023-08-25 (불탄다..!) 23:28:21



>>320

당신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 여성의 가슴에 커다랗게 구멍이 뚫렸다 .

하지만 피 한 방울 튀지 않고 , 먼저 박살난 머리처럼 석고 부서지는 소리 밖에 나지 않는다 . 약하다 . 연약하다 .

최소한의 저항력도 갖추지 못한 육체는 너무나 시시하게 , 시원찮게 박살이 났다 .

이런 적이 상대라면 바벨의 탄환을 낭비할 필요조차 없었는데 , 무슨 실수를 저지른 거지 .

무의미하고 고된 걸음에서 여성을 해방시켜줬지만 , 달성감은 없고 불길함만이 엄습한다 .


322 ◆.Th3VZ.RlE (i3RPEBlyPk)

2023-08-25 (불탄다..!) 23:28:37

금요일입니다 ! 30 분 밖에 안 남았습닏다 !

323 미카엘라 (AiWOjGv0vA)

2023-08-25 (불탄다..!) 23:54:14

>>321
영문을 모르겠어. 이해를 못하겠어. 자연현상의 악의와 맞닥뜨린 원시인이 되어버렸다. 괴물치고는 너무 쉽게 죽어버렸다.

루어 미끼를 끊어먹은 물고기가 된 불쾌한 기분이다. 표정이 절로 찌푸려졌다.

한쪽 무릎을 꿇고 가루가 된 시체 비슷한 것을 어루만져보았다. 주먹을 날려도 이렇게 부서졌을 것이다. 대체 이건 무슨..

324 ◆.Th3VZ.RlE (NGzBkOtlyk)

2023-08-26 (파란날) 00:00:20



>>323

한 때 여성의 신체를 이루던 그것은 , 얼마나 지났다고 색을 잃고 회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

자잘한 질감은 모래와 닮았는데 , 다시 보니 입자도 굵은 편이다 . 가볍게 쥐기만 해도 바스라지는 것이 , 당신의 말대로 주먹질로도 충분히 부서뜨릴 수 있었을 텐데 ,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걸어온 걸까 .

이렇게 쉽게 허무는 몸으로 멀쩡하게 걷기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

의문이 의문을 낳는다 . 이 세계는 역시나 , 모든 게 다 정상이 아니었다 .


325 미카엘라 (q6Tf2LOAhg)

2023-08-26 (파란날) 00:06:54

>>324
길을 걷는 무언가와 또 만난다 한들. 주먹으로 치고 싶은 마음은 모래성처럼 사라졌다. 그냥 기분이 나쁘다. 증오보다 혐오에 가까웠고, 가까이하기 싫은 감정이다.

"이제 그만 움직여요. 바벨.."

다시 걸어야 하니 바벨에게 가까이 오라 했다. 문득 깡통머리 놈이 제 다리를 탄환으로 쓰고 기어오는가 싶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326 ◆.Th3VZ.RlE (NGzBkOtlyk)

2023-08-26 (파란날) 00:29:03



>>325

당신은 바벨을 불렀지만 , 바벨은 다가오지 않았다 . 당신과 바벨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가 생각하는 바가 희미하게 느껴졌는데 , 바벨은 아직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다고 , 스스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

무슨 생각이야 . 뭐가 더 있어 여기서 . 하지만 바벨의 판단이 옳다면 . 당신의 위치는 위험한 게 아닐까 .

더 자세히 상황을 살피거나 , 또는 바벨의 곁으로 달아나야 할 것이다 .


327 미카엘라 (qWxExCaE86)

2023-08-26 (파란날) 00:42:42

>>326
"바벨?"

바벨이 매복을 풀지 않는다. 평소처럼 똥고집을 부리나 했더니 경계를 풀지 않고 계속 이쪽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쪽에선 눈에 보이는게 아무것도 없다.

"왜 그래요?"

모래 밑에 개미귀신이 숨어있나. 하늘에서 폭격이 떨어지나. 근처를 몇번 두리번대곤 곧바로 뒤돌아서 달렸다. 여기에 계속 있으면 좋지 않을 것 같다.

328 ◆.Th3VZ.RlE (NGzBkOtlyk)

2023-08-26 (파란날) 01:18:52



>>327

달리지 않았다면 당신은 진기한 광경을 목격하게 됐을 것이다 . 회색 가운데서 일부 색이 변하지 않고 유지되던 입자들이 , 하나로 뭉쳐 , 엉겨 새롭게 형태를 이루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

여성의 형태는 흔적도 없다 . 조잡하게 한 데 뭉친 그것은 어떤 생명과도 닮지 않았다 . 구태여 말하자면 떡처럼 주무른 살과 뼈가 어떻게라도 둥글게 뭉친 것이었으니 , 알처럼 보이기도 했다 .

바벨로부터 솟구치는 파괴 욕구는 저것을 향하고 있었다 .

바벨은 지금 당장에라도 격발할 기세다 .


329 미카엘라 (Mb32/ErDHo)

2023-08-26 (파란날) 01:47:46

>>328
바벨의 분노 게이지가 급격히 차오르는 것을 느껴 뒤를 보았다. 모래가 된 여자가 있던 자리에...고기완자??? 슬래셔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것이 있었다.

일단 적대적 개체같다. 생긴게 딱 그래. 사람이면 머리나 가슴을 쏘면 되는데 저건 어딜 쏴야 하나? 잘 모르면 전부 날려버리는게 답이다. 바벨의 방식으로. 나중에 바벨을 업고 걷더라도 지금 확실히 해야 한다.

"날려버려!!"

바벨, 지금만큼은 잔소리하지 않을게.

330 ◆.Th3VZ.RlE (NGzBkOtlyk)

2023-08-26 (파란날) 01:58:46

확인하는 텀이 너무 들쑥날쑥했다 ... 내일 벌충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 수고하셨어요 미카엘라주 !

331 미카주 (Mb32/ErDHo)

2023-08-26 (파란날) 01:59:52

수고하셨습니다! 새벽..달렸다고..!

332 ◆.Th3VZ.RlE (NGzBkOtlyk)

2023-08-26 (파란날) 19:49:40



>>329

당신이 채 ,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 한 줄기 섬광이 달려 손 닿기 꺼려지는 살점에 깊게 구멍을 만든다 .

절명에 이르게 만들기에 충분한 위력이었다 . 저것이 평범한 생물이었다면 , 이 일격으로 비명횡사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

하지만 바벨의 생각은 그것과 다른지 , 녀석은 엄폐도 집어치우고 뛰쳐나와 당신과 그것의 사이를 갈라 나누듯이 섰다 .

자세히 살피면 , 둥글게 뭉친 그것은 안에서부터 살이 부풀며 부글거리다 완만하게 분명하게 구멍이 메워지고 있었다 .


333 미카주 (Mb32/ErDHo)

2023-08-26 (파란날) 20:03:03

정말 바보같고 멍청한 생각이지만 저 구멍에 손 넣어보고 싶어졌습니다...재생을 막으려는....망한생각...

334 ◆.Th3VZ.RlE (NGzBkOtlyk)

2023-08-26 (파란날) 20:09:0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닠 ㅋㅋㅋㅋㅋㅋㅋㅋ

335 ◆.Th3VZ.RlE (NGzBkOtlyk)

2023-08-26 (파란날) 20:09:18

어서오세요 미카주 ! 좋은 저녁입니다 !

336 미카주 (Mb32/ErDHo)

2023-08-26 (파란날) 20:13:07

안녕하세요 캡틴...윽..손을..(내면의 욕망과 싸우는중

337 ◆.Th3VZ.RlE (NGzBkOtlyk)

2023-08-26 (파란날) 20:15:28

>>336

338 미카엘라 (XkXDvscCjw)

2023-08-26 (파란날) 22:51:07

>>332

바벨의 탄환이 전과 같이 구멍을 내버린다. 그러나 결과는 아까와 달랐다. 살구멍이 아물듯 차오르고 바벨은 황급히 달려왔다.

'지금 뭔가 해야 하지 않나?'

끓어오르는 살점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죽지 않았어도 구멍을 뚫은 건 뚫은 거. 놈은 지금 상처를 회복하는 중에 있다. 지금이 취약한 순간이 아닐까.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손으로 모래를 퍼가지곤 차오르는 구멍 안에 한가득 밀어넣고 있었다. 정신머리 없는 건 바벨이나 이쪽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요 그 무기에 그 주인이었다.

339 ◆.Th3VZ.RlE (NGzBkOtlyk)

2023-08-26 (파란날) 22:54:3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40 ◆.Th3VZ.RlE (NGzBkOtlyk)

2023-08-26 (파란날) 23:02:48



>>338

제아무리 바벨이라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 모처럼 지켜주겠다고 나섰더니 , 허둥지둥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체의 앞으로 다가가 뚫어놓은 바람 구멍에 열심히 두 손으로 모래성을 쌓다니 . 패닉에 빠져 똑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당신이 사선에 겹쳐 , 바벨은 저기서 더 공격을 하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게 됐다 .

그런데 밑빠진 독에 물 붓기지 . 당신이 아무리 열심히 모래를 퍼담아봤자 살이 차오르면서 모래는 흩어진다 .

모래니까 , 어쩔 수 있나 .

황당한 시간이 지나고 , 결국 당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 괴물체는 회복을 마쳤다 .

형태만은 전처럼 가득 차게 됐다 . 그러나 그게 다였다 .

오래 지나지 않아 색은 옅어지고 형태는 무너지면서 , 괴물체가 자괴의 길을 걷는다 .

바벨은 그제서야 안심해 펼쳤던 팔을 내리고 , 당신을 지나쳐 찍어누르는 발로 괴물체의 잔해를 마저 산산이 부쉈다 .


341 미카엘라 (cZDP3fOnPI)

2023-08-26 (파란날) 23:15:18

"이야- 바벨. 봤어요? 내가 모래 집어넣는거?"

이 여자는 뻘짓거리 했던 걸 자랑하기 시작한다. 진심으로 자기가 한 건 했다는 표정이다. 한 건 하긴 했지.

"거의 다 흐르긴 했지만, 재생하는 살점에 모래가 붙어서 섞여들어가니까 이렇게 된 거잖아요? 모래가 입 안에만 들어가도 까끌거려 죽을 지경인데 재생하는 곳에 들어가면 오죽해요?"

정보가 없어 인과의 시시비비를 따지기는 부족하나 일단 자기 자신은 그렇게 믿으니 된 것 아닐까.. 아무튼 정신나간 여자와 재생하는 살덩어리는 모래가 되어 흩어졌으니까. 잘됐네요 잘됐어..

342 ◆.Th3VZ.RlE (NGzBkOtlyk)

2023-08-26 (파란날) 23:33:40



>>341

바벨이 당신의 말을 전부 알아 듣고 , 입이 붙어 말도 할 수 있었다면 , 아마 전면부정하는 대답을 내놨을 거다 .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 위험한 일로 번지지 않고 잘 마무리 됐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

그런데 그래서 , 대체 뭐였던 걸까 . 저 여자는 대체 뭐였던 걸까 . 사막에 사는 또다른 괴물이었던 걸까 . 그게 아니면 당신과 마찬가지로 사막을 방랑하던 방랑자였던 걸까 . 만약에 방랑자였다면 , 대체 무슨 경위로 저렇게 혼자 이 길 위를 걷고 있던 걸까 .

만약에 당신과 같은 사람이었다면 , 그녀를 지켜야 할 ── 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

어쩌면 , 어쩌면 저 여자는 ...


343 미카엘라 (xVe3EwIm7o)

2023-08-27 (내일 월요일) 00:15:37

>>342
여자는 사람인지. 사람이었던 것인지. 괴물인지. 다 죽어가던 괴물인지.

아니면 물이 흐르과 모래가 날리듯 사람과 괴물의 모습을 한 어떠한 현상인지. 누가 알까, 어떻게 알까. 깨달은 건 하나뿐.

"다음에 똑같은 걸 보면 그냥 무시해야겠어요. 탄을 두 방이나 낭비하구."

생각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할 필요 없다. 그것은 자해다. 자해 끝에 답을 얻을수조차 없는 수렁이다. 지식의 저주가 파놓은 함정이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그거면 되었다..

344 ◆.Th3VZ.RlE (LLhAYNbF8A)

2023-08-27 (내일 월요일) 00:29:01



>>343

당신이 생각하기를 관두면 , 바벨 또한 다시 바벨로 되돌아간다 . 녀석은 뜯겨져 나간 손을 고치기 위해 남은 몸을 전개했고 금방 모양을 갖췄다 . 헌데 점차 몸이 얇아지고 있어 , 처음 만났던 때에 비하면 한 뼘 정도 키가 작아졌다 . 머리나 오른손의 손상까지 수복한다면 , 한층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 이러다 언젠가 당신보다도 키가 작아질 거다 . 공격의 위력도 시시해지는 게 아닐까 .

─ MaaaaaAaaaaa

하지만 걱정 마시라 , 바벨은 스스로 살아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 보기 끔찍하지만 , 바벨은 아직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살점을 손으로 쥐어들더니 , 그것을 시간을 들여 천천히 자신의 안에 녹여냈다 .

그것으로 전부는 아니지만 , 오른손의 부상을 일부나마 고쳐낸 것이다 . 무슨 원리야 . 무슨 요술을 부린 거야 . 바벨에게 설명을 요구해도 바벨에게는 답할 입도 머리도 없었다 .


345 미카주 (1rh0.VP9DU)

2023-08-27 (내일 월요일) 00:48:25

내일 답레를올리겠습미다...안녕히주무세요캡틴

346 ◆.Th3VZ.RlE (LLhAYNbF8A)

2023-08-27 (내일 월요일) 00:50:06

네 ! 안녕히 주무세요 미카주 !

347 미카엘라 (oHJCyksOo6)

2023-08-27 (내일 월요일) 16:51:15

>>344

'바벨! 안돼요! 지지야 지지! 퉤!!'

라고 말할뻔했다. 또 다른 바벨의 바보짓인줄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벨은 자가수복을 위한 비장의 한 수를 숨기고 있었다. 원리는 몰라도 결과는 강렬하다. 바벨이 스스로 보급했다. 누군가가 한 망언, 보급은 적에게서 취한다는 말이 여기서는 통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죠. 숨어있는 놈들까지 찾아서 잡아먹어야 해요!"

왠지 성장기 아이를 둔 엄마처럼 뭐든지 바벨의 입에 집어넣고 싶은 욕망이 샘솟았다. 계속 먹다보면 거인이 될지도 모른다. 배불러서 못 먹겠다고 하면 옷으로 보자기라도 만들어 고깃덩이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게 바로 예비 탄약이니까.

애간장을 태우던 탄약과 바벨의 몸뚱이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자 마음 속에서 호전성이 샘솟는다. 영문 모를 세상에 떨어져서 영문 모를 것만 만나 머리가 핑핑 돌던 차, 마침내 명확한 목적이 생긴 것이다.

"가자! 죽이고 잡아먹자!"

애기 입에 있는 것도 꺼내서 뺏어먹을 각오를 다졌다.

348 ◆.Th3VZ.RlE (LLhAYNbF8A)

2023-08-27 (내일 월요일) 20:36:54

미카엘라의 생활력이 무시무시하다

349 ◆.Th3VZ.RlE (LLhAYNbF8A)

2023-08-27 (내일 월요일) 20:49:01



>>347

합리성에 사람이 너무 미치면 저렇게 되버리는 걸까 . 당신의 당당한 다짐에 바벨은 얼마 낫지 않은 자신의 오른 손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상태를 확인했다 . 싸운다 . 보다 강한 상대와 싸운다 . 약자도 강자도 공평하게 쓰러뜨린다 . 그것만이 바벨의 바램이라 , 당신의 생각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바벨은 토달지 않고 당신의 뜻에 따를 것이다 .

── ─ 아니 , 말썽은 부리겠지 당연히 .

당신에게 바벨이 무기라면 , 바벨에게 당신은 자신 대신 생각할 머리이자 방아쇠를 당기는 책임을 지는 협범자였다 . 바벨의 안에서 당신과 자신의 관계는 대등했다 . 때문에 바벨이 당신에게 지는 형태로 , 고분고분 말을 따를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

당신의 고난과 고생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될 성 싶다 .

바벨은 당신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했으면서 , 알아들은 척 얌전하게 도로 위로 올라왔다 .

녀석이 바라는 싸움이 도로 위에 더 기다린다면 , 당신 또한 바라는 바이리라 .


350 ◆.Th3VZ.RlE (LLhAYNbF8A)

2023-08-27 (내일 월요일) 20:49:52

이번 진행은 여기까지로 할 게요 !

351 ◆.Th3VZ.RlE (LLhAYNbF8A)

2023-08-27 (내일 월요일) 20:50:26

수고했슴다 미카엘라주 ! 오늘 새벽이나 밤에 다음 진행 레스 올리도록 할 게요 !

352 미카주 (zp167SBI8w)

2023-08-27 (내일 월요일) 21:33:17

수고하셨슴다~ 미카가 시트쓸때 생각했던거랑 다르게 좀 바보몽총이가 되는 느낌이지만..괜찮지 않을까요(멍청)

353 ◆.Th3VZ.RlE (LLhAYNbF8A)

2023-08-27 (내일 월요일) 21:46:58

전투 두뇌가 뛰어나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시선회피)

354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eGB8h5e7Ko)

2023-08-27 (내일 월요일) 21:51:44

>>232

그는 또다시 사라졌다. 듀 락은 자신이 위기에 처할때마다 나타나 괴물들을 물리치고 자취를 감추었다. 이젠 그가 위험으로부터 구원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도리어 위험을 불러오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 되었다.

참 오래 걸었다. 능선의 끝에 멈춰선 남자는 조용히 주저앉았다. 모래먼지에 가려진 지평선을 바라보며 모래를 한줌 쥐어들었다. 고운 모랫가루는 조용히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남자는 자신의 다리를 끌어안아 웅크렸다. 듀 락과 한줄기 선이 이어진 이후로 그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토록 바랐던 기억의 조각 일부를 되찾았지만 오히려 의문을 해소하기는 커녕 증폭시킬 뿐이었다.

'나는 결국..'

그렇게 된걸까? 흩어지는 바람 사이로 솟구치던 화염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사내는 갈증조차 잊어버린채 언제 찾아올지 모를 마지막 순간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355 ◆EV6oa.t2KM (eGB8h5e7Ko)

2023-08-27 (내일 월요일) 21:52:26

오랜만에 뵙습니다! 파이퍼스주입니다. 일요일의 끝에서 뵙네요

356 ◆.Th3VZ.RlE (LLhAYNbF8A)

2023-08-27 (내일 월요일) 21:53:09

어서오세옇 파이퍼스주 ! 어째서 내일은 월요일인 걸까요 ... 흫긓ㄱ흑

357 ◆EV6oa.t2KM (eGB8h5e7Ko)

2023-08-27 (내일 월요일) 21:54:43

>>352
아무래도 다들 기억을 잃은 상태다보니 디폴트값에서 조금 멀어지는 감이 있나봅니다! 저도 그렇고요..

>>356
월요일이 다가온다는건 곧 새로운 주말이 찾아온다는 것!

358 ◆.Th3VZ.RlE (LLhAYNbF8A)

2023-08-27 (내일 월요일) 21:57:56



>>354

생생한 기억은 이미 사라진 고통까지도 되살려냈다 . 화염에 불살라지는 아픔과 숨통을 틀어쥐는 연기의 먹먹함은 그럴 리 없건만 또 한 번 당신을 죽이려는 듯 했다 . 벌써 다 끝난 일인데도 , 당신을 쥐고 놓아주지 않아 . 생각에서 기억을 밀어내는 것만이 고통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었다 . 아이러니하다 . 다른 기억을 되찾기 위해 겨우 되찾은 기억을 밀어내야만 하는 상황이라니 .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 당신은 주저 앉은 그대로 단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 .


359 ◆.Th3VZ.RlE (LLhAYNbF8A)

2023-08-27 (내일 월요일) 21:59:31

>>357 어흫흑흑 휴일아 떠나지마 , 그냥 계속 내 곁에 있어 ㅠㅠㅠㅠ

내일이 월요일이니까 .. 오늘은 조금 짧게 하겠습니다 , 다들 일요일 마무리 잘 하세요 ! 굿 나잇 !

360 ◆EV6oa.t2KM (eGB8h5e7Ko)

2023-08-27 (내일 월요일) 22:00:34

넵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캡틴!

361 ◆.Th3VZ.RlE (G0Ef.CAGKo)

2023-08-28 (모두 수고..) 20:44:55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도로는 길게 , 또 길게 이어졌다 . 도로의 파손은 여전히 심각해 걷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 바벨이 당신의 페이스를 신경 쓰지 않고 , 앞뒤 재지 않고 경계심 없이 성큼성큼 나아가니까 더욱 더 그랬다 . 당신에 대한 바벨의 무신경함은 한결같아 , 어디서 어떻게 고쳐야 할지 , 고칠 수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

하지만 실력만은 확실하니까 , 토를 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

가는 길에 마주치는 괴수와 괴물을 척척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면 , 녀석은 분명 ─ 제대로 다뤄낼 수만 있다면 훌륭한 병기였다 . 아무튼 하여간 , 그렇게 쓰러뜨린 적들로부터 살과 뼈를 가져와 , 성공적으로 회복해낸 육체는 , 전에 비하면 다소 작았지만 어떻게 사람처럼 보이기는 했다 . 팔도 다리도 머리도 성하게 붙어 있으니까 , 끔찍하게 찢어졌던 전에 비하면 인형이라 부를 수 있었다 .

이제야 제대로 스타트 라인에 선 것이다 .

당신은 당신이 바라는 대로 방향키를 잡을 수 있었다 .


362 ◆.Th3VZ.RlE (G0Ef.CAGKo)

2023-08-28 (모두 수고..) 20:45:27

갱신합니다 , 다들 좋은 저녁이에여ㅕㅕ

363 미카엘라 (HvvAZe8/UM)

2023-08-28 (모두 수고..) 21:34:48

>>361

"...."

바벨의 뒤를 설렁설렁 따라갔다. 이제 머리통에 사지가 제대로 달려서 인형이라 부를만했다. 그 과정에서도 괴물들 몸통에 빵꾸를 내기 위해 신체 일부를 소진했지만 흑자는 착실히 쌓였다.

'이제 뭐하지. 진짜 거인 만들어봐?'

문제는 세상이 둘에게 요구하는게 없었다. 바벨이야 계속 돌아다니며 싸우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거 안한다고 죽진 않는다. 오아시스나 마을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자리에 계속 퍼질러 앉아있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걷는 것도 정말, 적당히 해야지. 길이 끝날 생각을 안 하는데. 이벤트라곤 가끔씩 튀어나왔다가 바벨 밥이 되는 괴수밖에 없으니.

//안녕하십니까ㅏㅏㅏ

364 ◆.Th3VZ.RlE (G0Ef.CAGKo)

2023-08-28 (모두 수고..) 21:56:03

예압 ! 어서오세요 미카주 !

365 ◆.Th3VZ.RlE (G0Ef.CAGKo)

2023-08-28 (모두 수고..) 22:02:36



>>363

목적성의 부재가 낳는 피로감은 무시할 게 못 된다 . 단지 살아남는 것만으로는 사람은 부족하다 . 언제까지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쳐들어오는 괴물들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 결승선이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 . 설마 당신의 죽음으로만 모든 것이 끝나는 걸까 .

모든 걸 환기시켜야 할 때가 온 건지도 모른다 . 도로는 도로에 지나지 않았다 . 누가 왜 여기에 설치해 무심코 따라가고 싶게 만들었는지 , 알 수 없지만 이 길을 따라 걷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 ─ 애초에 답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만 .

당신은 무엇이던 알 필요가 있었다 . 아무것도 모른다는 현실이 부족함을 낳는다 . 이 악순환은 끊을 필요가 있다 .


366 선호 ◆n5jaBjagHU (FXwVGUmEnI)

2023-08-29 (FIRE!) 00:08:08

situplay>1596924076>132

"너.... 뭐야?"

야수의 분노가 느껴지자 답을 알 수 없는 물음을 던진다. 무엇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비단 머릿속이 비어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는 조였던 후드의 끈을 풀어 야수와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

도망가야 한다. 그것이 평범한 반응이다. 자신을 덮치지 않으려 하니 그것을 다행으로 삼고... 그러나 진짜 다행인가? 자신이 빠르게 덮쳐지는 쪽이 좋지 않았겠는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비척거리며, 그 둘이 보이지 않는 반대편으로 걸어가려 한다.

367 미카주 (jiDhGLWwsU)

2023-08-29 (FIRE!) 00:19:09

아니...지금까지 자버린것 실화입니까

368 미카엘라 (QvG07X/kd.)

2023-08-29 (FIRE!) 10:44:01

>>365

한숨을 푹 쉬었다. 다시 머리를 숙여 차림새를 내려다보면 자신은 아마 군인인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전술적인 행동, 생각이 그에 신빙성을 더했다.

"아, 또..."

그리고 종종 오른눈에서 불수의적으로 흐르는 눈물. 감정의 고양이 없어도 그냥 저 혼자 줄줄 샌다. 눈에 무슨 문제가 있나 확인하고 싶지만 거울이 없다. 생각해보니 자기 얼굴도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얼굴만 그렇냐? 바벨은 이름을 아는데 정작 자기 이름도 모른다! 지금 누군가 만나면 꼼짝없이 바벨 엄마라는 새 이름이 붙을게 틀림없다.

"바벨. 내가 바벨 이름 가르쳐줬잖아요. 바벨도 내 이름 가르쳐줘요. 빨리."

그나마 말을 걸만한 바벨에게 실없는 소리를 하는게 고작이다. 그리고 바벨은 귀가 없다..

369 한나주 ◆8X5WeKCy6E (PeeBny5v26)

2023-08-29 (FIRE!) 20:46:10

갱신~

370 ◆.Th3VZ.RlE (rvj6iANt5A)

2023-08-29 (FIRE!) 20:54:22

며칠 몸이 이상하더라니 코로나였슴다 ... 증세 좀 가라앉으면 올 게요 , 다들 몸 챙깁시다 ㅠㅠㅠㅠㅠ

371 미카주 (5okolomsYw)

2023-08-29 (FIRE!) 21:30:23

갱신입니다 헬로 에브리완!
>>370 아이고 아이고...빠른 쾌유를 바랍니다..ㅠㅠ

372 선호 ◆n5jaBjagHU (f2ienNGFJU)

2023-08-30 (水) 17:07:10

덜 아프게 지나가길 바랍니다. 몸조리 잘 하세요.

373 미카주 (grsmq/xTVw)

2023-08-30 (水) 23:47:53

악..아악...제가 사막에 떨어지면....
사인은 근육통 때문에 못 일어나 죽은거라고 전해주세요...

374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eGdC12So9.)

2023-08-31 (거의 끝나감) 23:59:37

아..! 흩날리는 모랫가루 너머로 엿보이는 기억의 흔적에 작은 탄식이 새어나온다. 남자는 몸을 일으켜 세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간절한 손길에 닿은 것은 극히 일부일뿐. 그 흔적을 좇아 더듬는 것은 여전히 아득하다. 귓가를 울리는 엔진소리와 흩어지는 종잇장들. 사내는 먼지 낀 고글을 어루만지며 기억을 되새긴다.

불안정한 날개와 정신없이 요동치는 계기판. 그러나 꽉 쥔 두 손은 끝내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 자신은 누구였고 또 어떤 간절함이 마지막 순간까지 닿아있던 것일까.

"듀 락!"

사내는 홀로 남은 사막 속에서 고함을 쳤다. 돌아오는 메아리 없이 고요한 공간 속에서 남자는 자신의 작은 울림이 멈추기까지 잠시동안 숨을 죽였다. 그러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위기가 눈앞에 찾아올때. 그또한 다시 찾아 올 것이다. 어둠이 내린 사막에서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375 ◆EV6oa.t2KM (ZG5zp5J9ao)

2023-09-01 (불탄다..!) 00:01:49

>>370
어이구 큰거 하나 왔네요.. 몸조리 잘하고 오세요 캡틴!
>>373
미카주도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가까운 곳에서 물리치료 받고 오는거 추천드려요

376 한나주 ◆8X5WeKCy6E (VhBeMKajoA)

2023-09-01 (불탄다..!) 00:27:21

갱신~

열사병에 이어 코로나... 쾌차하시길 바랄게요! 미카주의 근육통도요!

377 ◆EV6oa.t2KM (ZG5zp5J9ao)

2023-09-01 (불탄다..!) 00:34:26

>>376
한나주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는 파이퍼스주) 새벽에 자주 활동하시네요

378 ◆.Th3VZ.RlE (huYssPvuow)

2023-09-03 (내일 월요일) 20:48:40

이 놈의 코로나가 한 사람이 걸리니까 온 가족이 다 걸리네요 ... 우선 생존 신고합니다 . 주변이 어수선해서 다 정리되면 답레와 함께 오도록 하겠습니다 !

379 ◆.Th3VZ.RlE (huYssPvuow)

2023-09-03 (내일 월요일) 22:45:23



>>366

야수가 떨어질 생각을 않는 입을 떼어내기 위해 악전고투한다 .

당신에게는 기회였다 .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칠 , 달아날 기회였다 . 싸움으로부터 멀어지고 , 자신을 살릴 기회였다 .

야수가 저대로 죽더라도 , 당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 당신에게 악의를 지닌 저것이 살아남으면 오히려 곤란할 것이다 .

저 혐오스러운 괴물이 야수의 숨통을 아주 끊어주기를 바라자 . 바라며 조심스럽게 여기서 도망치자 .

싸움 좋아하는 저 둘이서 신나게 서로 죽고 죽이라고 , 저대로 내버려두자 .

살아도 죽어도 마찬가지인 삶을 조금이라도 더 가늘게 잇기 위해 ── 모두 못 본 체하자 .


380 ◆.Th3VZ.RlE (huYssPvuow)

2023-09-03 (내일 월요일) 22:57:59



>>368

떠오르지 않는 이름 , 실종된 과거 ,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불가사의 , 불투명한 미래 , 눈을 뜨고 있지만 감은 것과 마찬가지로 , 깨어 있지만 자는 것과 마찬가지로 ,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 .

이름은 당신 혼자서는 가져도 아무 의미가 없다 . 다른 누군가의 입을 빌려서 비로소 가치를 가지는 것 .

바벨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 지금은 그냥 바벨 엄마로 , 당신을 내버려두는 게 아닐까 .

너무 나간 상상일 것이다 .

바벨에게 그런 배려심이 있을 리 없다 . 저것이 당신에게 바라는 것은 당신의 생존 뿐이다 . 당신의 심란함 , 고민은 업무 밖의 것이라 바벨은 평상시 당신에게 사소한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

당신이 숨만 붙어 있다면 당신이 누구와 싸우건 만나건 놈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

당신과 바벨은 함께 행동하고 있지만 각자의 마음은 조금도 통하고 있지 않았다 .


381 ◆.Th3VZ.RlE (huYssPvuow)

2023-09-03 (내일 월요일) 23:14:01



>>374

당신은 먼젓번에 잠시 몸을 쉬었던 오아시스를 기억할 것이다 . 오아시스의 정체는 환상에 지나지 않다고 ─ 당신 자신을 알라며 듀 락이 당신에게 호통쳤던 것도 기억할 것이다 .

이미 죽은 당신은 , 한낱 사막의 방랑자에 불과하다던 듀 락의 말을 기억할 것이다 .

당신은 당돌하게도 그럼에도 의미 없이 죽지는 않겠다고 했다 . 죽어서도 살아 생전의 자신을 뒤쫓겠다고 했다 .

듀 락은 이런 당신을 긍정했지만 , 당신의 앞으로의 여정이 어떤 것일지 , 어떤 암시도 주지 않았다 .

멋대로 나타나서 신나게 떠들던 일전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그는 침묵을 지켰다 .

지도 없이 떠나는 여행은 막막하기만 하다 . 당신의 메마른 외침에도 듀 락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 당신이 정말로 바라더라도 ,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기어오르는 소원으로 그를 부르더라도 , 듀 락은 뜻에 따르지 않으리라 .

당신을 길들이는 것처럼 , 당신과 자신의 관계성을 분명히 해두려는 듯이 듀 락은 철저히 자신이 바랄 때만 모습을 드러냈다 .

듀 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면 당신의 여정도 조금은 더 편해졌을 건데 .


382 한나주 ◆8X5WeKCy6E (mxinKd.IyE)

2023-09-04 (모두 수고..) 00:33:55

갱신!

383 ◆.Th3VZ.RlE (5eQZ8oDRgU)

2023-09-04 (모두 수고..) 00:45:41

오랜만이어요 한나주 !

384 미카엘라 (WtZ19SFFoY)

2023-09-04 (모두 수고..) 14:53:53

>>380
'내 말을 듣지도 않네.'

눈물이 흐르는 오른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바벨은 듣는둥 마는둥 하며 앞으로 걷는다. 사실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쳐다보지도 않네.'

바벨의 엉덩이로 돌려차기가 날아간다. 사람이 말을 하면 쳐다봐야 할 것 아냐. 어?!

//오랜만입니다~~~~

385 ◆.Th3VZ.RlE (5eQZ8oDRgU)

2023-09-04 (모두 수고..) 20:47:16

오랜만임다 미카주 ~ 행복한 월요일 ... 같은 건 존재하지 ㅏㅇㄶ아 !!

386 ◆.Th3VZ.RlE (5eQZ8oDRgU)

2023-09-04 (모두 수고..) 21:03:53



>>383

엉덩이를 맞는 타이밍이 나빴다 . 하필이면 바벨이 균열을 피해 오른발을 들었을 때라 , 엉덩이를 걷어차이면서 균형이 우장창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 아주 거칠게 넘어졌지 . 머리부터 쾅 , 도로에 깊게 자신의 자국을 남기는 바벨 .

소리가 심상치 않은 게 코가 있었다면 분명 부러졌을 것이다 . 얼굴 없는 바벨이라 망정이지 .

모양새가 보는 사람은 웃기겠지만 넘어지는 사람은 수치스러울 것돈 스탠드 바이 미이다 . 당신의 심술이 조금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

넘어져서 미동도 하지 않고 일어나려고도 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아 , 어디 고장이라도 나버린 건 아닐까 .


387 미카엘라 (.y8ydE/BuU)

2023-09-04 (모두 수고..) 23:26:00

>>384
사막에 경찰서가 있었으면 아동 학대로 잡혀갔을 상이다. 하지만 말 안 듣는 놈은 몽둥이가 약이라고 했고...

"바벨~ 바벨~ 안 일어나요? 삐졌나요?"

엎어진 바벨의 옆에 쪼그려서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었다. 바벨이 또라이 깡통이라지만 이쪽도 만만하지 않다. 말을 무시한다고 발부터 나가질 않나, 둘의 첫만남부터 짱돌질을 하질 않나..

"여기 계속 누워있을 거에요? 걷기 싫어요?"

//이얏호..행복한..워..ㄹ..요이.ㄹㄹ....

388 ◆.Th3VZ.RlE (6/pEJ/.mxk)

2023-09-05 (FIRE!) 20:07:05



>>5 운을 떼는 레스



>>379 한 선호의 최신 진행



>>229 코스키의 최신 진행



>>381 미하일 Q . 파이퍼스의 최신 진행



>>387 미카엘라 라미레즈의 최신 진행



>>282 백 한나의 최신 진행



>>315 이 해빈의 최신 진행




확인하시고 틀린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지적해주십셔 . 갱신합니다 !

389 ◆.Th3VZ.RlE (6/pEJ/.mxk)

2023-09-05 (FIRE!) 20:24:21



>>387

양철 인형은 생각하지만 고민하지 않는다 . 그에게 마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 ─ ─ 있더라도 무척이나 희미한 것으로 , 바벨의 모든 행동은 칼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생각에 의해 절단되고 조리된 계산에 불과해서 , 거기에 마음이 끼어들 여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

황당무계 천방지축 당신의 통제를 벗어난 행위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 자신이 합리적이라 ── 필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절제하지 않는 것이리라 .

따라서 바벨이 넘어지고 , 일어나려 하지 않는 것은 결코 빈정이 상했기 때문이 아니다 . 이대로 넘어져 있을 필요가 있다고 , 스스로 「 생각했기 」 때문이었다 .

무슨 소리냐 . 무슨 뜻이냐 . 당신이 바벨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다면 금방 눈치챌 것이다 .


390 선호 ◆n5jaBjagHU (.4ZxYPXQgc)

2023-09-05 (FIRE!) 21:36:44

>>379 한걸음 한걸음 멀어지던 발걸음이 점점 늦춰진다. 고통이 몰려온다. 신체적인 것이 아닌 심리적인 고통이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한없이 불공평하단 생각이 든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들을 배경음 삼아 그는 눈물을 떨구었다. 걸음이 점차 느려진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무엇인지도 모르는 존재들에게 죽음을 당하거나 모래들만이 가득한 이곳을 헤매다가 죽거나 별다를 건 없어보인다.

연명하자. 바퀴벌레처럼.

자신이 혐오스러워 울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391 선호주 ◆n5jaBjagHU (.4ZxYPXQgc)

2023-09-05 (FIRE!) 21:37:49

데드엔딩이 날까 싶은데 그런대도 어쩔 수 없겠죠. 이런 그레고르같은 녀석.

392 ◆.Th3VZ.RlE (6/pEJ/.mxk)

2023-09-05 (FIRE!) 21:54:54



>>390

잠시도 멈춰서는 안 됐다 . 망설여서는 안 됐다 . 한 번 결정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어야만 했다 . 당신의 망설임이 괴수에게 기회를 만든다 . 야수의 실패를 낳는다 .

야수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 끈질기게 가해지는 압력에 팔뚝을 통째로 빼앗기고 말았다 .

크나큰 고통 ! 이성을 송두리째 빼앗는 거친 아픔에 야수가 비명을 내지른다 . 괴수는 만족스럽게 뜯어낸 팔을 삼키고 , 원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야수를 뒤로하고 ── 당신을 노렸다 . 마치 그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듯이 . 만찬을 즐기는 바른 방식이라는 듯이 .

무방비하게 드러난 당신의 배후로 세 갈래로 찢긴 턱이 달려든다 .

목말라하며 당신의 살갗 아래 흐르는 것을 얻고자 한다 .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살아남고자 , 악착같이 다리를 움직이는 당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 불면 꺼질듯한 당신의 여린 목숨을 취하고자 괴수가 모래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

그리고 , 살이 씹히는 소리가 났다 .

당신의 목은 아니다 . 노림수와 다르게 괴수는 , 가로막는 팔을 대신 씹었다 .

야수가 필사적으로 당신과 괴수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


393 ◆.Th3VZ.RlE (6/pEJ/.mxk)

2023-09-05 (FIRE!) 21:55:22

아니이 , 이렇게 쉽게 죽이지는 않을 건데 !! 힘내 선호야 !

394 미카엘라 (NuCW2en99E)

2023-09-06 (水) 00:03:16

"바벨?"

얘가 이상한 짓을 해도 쓸데없는 짓은 안 하는 애다. 갑자기 왜 이러나. 겨우 이런걸로 다칠리는 없고...

"...."

죽은척하는지도 모른다. 걸어오는 여자를 먼저 느낀 쪽도 바벨이었다. 강약약강도 아닌 강강강강인 깡통이 죽은척하는건 아니겠지? 설마.

지금 등 뒤에 뭔가 있다던가....

395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18:31:13



>>394

불안은 곧 안전에 대한 염려 .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이 사막에서 안심은 곧 방심을 의미했다 . 하지만 당신이 사주 경계를 게을리 했을 리도 없고 , 별안간 등 뒤에서 갑자기 적이 튀어나온다니 , 지나치게 예민한 상상이겠지 . 아니나 다를까 당신이 지나온 길은 작별한 모습 그대로 , 거기에 남겨져 있었다 .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 당신은 자신의 걱정이 괜한 것이라 금방 깨닫는다 .

하지만 여전히 바벨은 일어나지 않아서 , 당신은 다른 가능성을 염두하게 됐다 .

이 자식이 마침내 고장났던지 , 아니면 , 뒤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

- Maaa,aaaa,Aaa

바벨이 엎드려 누운 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몸을 떨며 낮게 울부짖는 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기계적인 감성을 느끼게 한다 . 무슨 일이야 바벨 . 물어봐도 양철 인형은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

물어보지 않아도 ─ 관찰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녀석이 무엇을 경계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도로로부터 벗어난 멀리 ─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 모래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396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18:31:25

갱 ~ 신합니다 - !

397 선호주 ◆n5jaBjagHU (pW7Q6W/J7Y)

2023-09-06 (水) 18:48:34

좋은 저녁입니다.

398 선호 ◆n5jaBjagHU (pW7Q6W/J7Y)

2023-09-06 (水) 18:53:45

>>392 그는 멀어지려고 했다. 두 생물의 싸움을 외면하고 멀어지고자 했다. 그러나 초라한 시도는 맥없이 실패하고 자신은 노려졌다. 눈을 꽉 감고서 다가올 죽음을 대비하고 있었으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은' 말이다.

"왜 나를.....?"

야수가 자신을 보호하는 듯이 행동하자 그가 혼란스러움에 갸날픈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의 목소리로 말할 리는 없다.

우연인가?

단순히 우연이라기엔 야수의 살이 실시간으로 뜯겨나가고 있었다. 그는 우두커니 서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399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19:48:42



>>398

회색이 흐른다 . 살의 찢겨진 틈으로 야수의 회색이 흐른다 .

야수는 당신을 덮치려는 괴수를 간발의 차로 따라잡아 , 놈을 뒤에서부터 덮쳤다 . 예의 차리지 않고 쭉 찢어진 주둥이로부터 당신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자신의 팔을 재갈처럼 물려놓았다 .

야수의 하나 남은 팔은 , 척 보기에도 처참하게 , 무참하게 찢기고 있었다 .

만찬을 방해 받은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 괴수가 야수의 팔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

- GRrrrRRrRRRRR

야수가 감당하고 있는 고통은 ─ 분명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을 것이다 . 그렇지만 야수는 도망치지 않았다 . 다음 표적이 당신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 도망쳐서는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야수는 아는 눈치였다 .

- NUuuuUUUuUUuUUU

야수는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팔이 없으니 다리로 괴수의 얄팍한 허리를 꽉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 야수의 힘이 어찌나 대단한지 괴수의 허리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 . 더는 괴수도 여유를 부릴 수 없다 . 팔을 먼저 끊지 못하면 자신의 허리가 먼저 끊어지게 되자 , 놈도 비명을 지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


400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19:48:53

어서오세요 선호주 ~ 좋은 저녁임다 ~

401 미카엘라 (NuCW2en99E)

2023-09-06 (水) 20:21:30

>>395

흙먼지. 사막에 날리는 흙먼지. 경계. 뇌리에서 테크니컬의 이미지가 섬찟했다. 우선 포복 자세로. 흙먼지를 날리는게 테크니컬은 아닐 것이나 두 팔벌려 맞이할 무언가도 아니었다.

"왕모래벌레라도 다니나요..?"

그 있잖은가 판타지에 나오는 칠성장어처럼 생긴 거대 괴수. 그리고 이 사막은 진짜 괴수들이 돌아다니는 곳이다.

"괴물이 커봤자 괴물이지. 왜 강철이 혈육을 겁내는지 모르겠네."

아홉살 여자애도 딱총으로 흑곰을 죽일 수 있다. 바벨은 아주 총을 넘은 포 비슷한 뭔가일텐데. 저 모래먼지 속에 뭐가 있다는 말인가?

//좋은 저녁입니다~~~~~~~

402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20:25:42



>>401

바벨을 따라 땅에 엎드리면 무시하기 힘든 진동이 접촉면을 통해 전해져온다 .

바벨이 일부러 일어나지 않은 것도 이것 때문이었나 .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 먼저 눈치챌 수 있어 다행이었다 . 하지만 당신의 시력으로는 모래 먼지 속의 사정까지 파악하기는 힘들어서 , 여기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알 방법이 없었다 .

안전을 우선한다면 무턱대고 다가가서는 안 될 터인데 , 어떻게 할까 .


403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20:26:06

좋은 저녁임다 - 미카주 ~

404 미카엘라 (NuCW2en99E)

2023-09-06 (水) 21:37:07

>>402
땅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렸다. 기갑부대의 진격로에서 느껴질 진동이 사정없이 몸을 흔든다.

망원경도 없으니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바벨이 겁먹었다. 일단 보이면 갈기려는 바벨이 겁먹었다는건 쉽게 넘기기 어렵다.

모래먼지의 위치를 주시하면서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405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21:49:45



>>404

─ 정말로 당신에게 망원경이 없던가 .

당신의 눈은 두 개면서도 두 개가 아니다 . 당신의 얼굴 밖에도 , 당신의 눈은 분명 존재하고 있을 터다 .

당신은 벌써 그것을 체험해봤다 . 그리고 지금이 , 체험을 살릴 기회였다 .


406 미카엘라 (NuCW2en99E)

2023-09-06 (水) 22:05:20

>>405

아. 이놈의 상식이란..

"바벨! 바벨!"

바닥에 엎드려 꼼짝않는 바벨을 질질 끌었다. 끄잡아올 머리채가 없는게 아쉽다.

"바벨이 좋아하는 싸움이 찾아왔어요! 사막의 폭풍Operation Desert Storm 속으로!"

권총만 안 들었지. 영락없는 소련 형벌부대 독전대다.

407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22:24:37



>>406

세상에 너무해 . 강압적인 당신의 손에 바벨이 무우 뽑히듯 딸려 나온다 . 당신의 독촉에 바벨이 마지못해 채널을 열지만 , 전처럼 완전완벽한 연결은 아니었다 . 자칫 집중을 흐트러뜨리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것이 , 트럼프 카드로 쌓은 탑과 같다 .

뭐든 부수고 찢고 찌그러뜨리기 좋아하는 바벨이 싸움이라는데 왜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걸까 .

당신은 바벨의 눈으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

오 ── 말이 씨가 된다더니 . 여기서는 생각도 그런 모양이다 .

모래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거대 괴물 지렁이라니 , 바벨이 기가 질릴 만도 했다 . 이렇게 멀리서 봐도 열차처럼 몸이 크고 긴데 , 가까이서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까 .

바벨은 강력한 힘을 지녔지만 , 기민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겠지 .

일격에 쓰러뜨릴 자신이 없다면 이대로 못 본 체하는 것이 최선인 거다 .

바벨이라도 분노를 조절하지 않을 수 없는 살아 움직이는 재해 .

그런데 당신이 보는 게 맞다면 , 그 재해가 당신과 같은 사람을 쫓고 있었다 .


408 미카엘라 (NuCW2en99E)

2023-09-06 (水) 23:14:44

>>407
'괴물이 괴물 쫓는다.'

나랑 바벨 빼고 다 괴수. 사람처럼 생겨도 괴수. 한 번속지 두 번속냐. 저 사람껍질을 쓴 무언가도 목덜미를 잡으면 머리가 툭 떨어지는거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 속에 있는 멍청한 인간의 사고란, 끽해야 이모양이다.

일단 통신이 불안정하기도 하니 열심히 열심히 기어서 바벨의 옆까지 왔다. 바벨이 무분별한 적전도주를 하면 그대로 붙잡아서 없는 머리채를 다 뽑아주리라는 생각이었다.

"저거.. 눈앞에서 쏘면 잡을 수 있겠지 않아요?"

바벨봉사가 놀라서 눈뜰소리를 하지만 당장 나서진 않았다. 일단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는 기분으로 포식자와 피식자의 몸부림을 관찰하는 것이다.

409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23:38:41



>>408

바벨이 낼 수 있는 위력에도 상한은 분명 존재한다 . 그것은 이미 당신의 눈으로도 확인한 사실 . 바벨이 전력을 다해 공격하고 , 또 명중시킨다면 , 제아무리 거대한 괴수라 하더라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일까 . 당신은 아직 저 놈의 밑천을 모른다 .

상식 밖의 단단한 몸을 지녀 바벨의 공격을 튕겨낼 수도 있었다 . 바벨의 공격을 감지하고 , 필살의 일격을 회피할 수도 있었다 .

되려 당신들을 향해 < 발사하는 > 상황도 상상할 수 있다 . 당신의 생각대로 ─ 이대로 지켜본다는 선택이 가장 유효하다 .

무리해서 마주치는 모든 적을 쓰러뜨릴 필요는 없다 . 태풍이 부는데 돛을 펼치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

당신의 안에서 쫓기는 저것은 벌써 사람조차 아니므로 , 인도주의를 발휘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다 .

바벨의 생각도 마찬가지라 , 바벨은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자신의 뜻을 전했다 . 여느 때의 전투 태세도 취하지 않으려 하니 , 녀석은 이대로 ─ 저들을 흘려보내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

당신이 바벨과 닮는 걸까 . 바벨이 당신을 닮는 걸까 .

쇠를 찢는 소리가 아니었다면 , 답을 찾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

- maaaaaaAaaaa

바벨의 어깨가 전기라도 통한 듯 들썩였다 . 녀석의 투쟁심에 불이 붙는 것이 당신에게도 느껴진다 .

바벨이 보는 것은 사람이었다 . 바벨이 보는 것은 사람을 호위하는 강철 갑옷이었다 . 거대 괴물 지렁이에 비하면 점처럼 조그만 사람을 , 강철 갑옷이 검을 휘둘러 보호하고 있었다 .

괴물 지렁이의 벌어진 머리가 , 칼날 같은 이빨이 , 믹서기처럼 회전하며 그들을 집어 삼키려 하는데도 , 화려한 색의 불길에 가로막혀 번번이 포식 행위를 실패하고 있었다 .

정말로 단순히 포식자와 피식자의 쫓고 쫓기는 생존 경쟁인가 .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


410 미카엘라 (eTcsrFMcy.)

2023-09-07 (거의 끝나감) 00:03:50

>>409

사람과 사람을 지키는 사람 언저리의 무언가. 보고 있자니 바벨과 자신이 연상되지 않나? 바벨, 이 깡통도 일단은 여자 살덩이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했었기도 하고.

'사람...인가?'

긴가민가. 할지말지. 할락말락. 하는둥마는둥 상황을 주시하는데 바벨이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건 해야 한다. 서로 생각하는 적이 다른 것 같지만 사소한 걸로 머뭇거릴 틈이 없다. 포복을 풀고 벌떡 일어났다. 폐에 공기를 가득 채워....

"4시방향-!!!!!!!!!!!!!!!"

대차게 질러버렸다. 저쪽의 사람 후보 되시는 분과 갑옷이 4시 방향을 보면 달하늘 아래 떳떳하게 선 여인이 보이리라.

411 ◆.Th3VZ.RlE (eqFRbi3CbI)

2023-09-07 (거의 끝나감) 00:08:50

미카엘라는 아직 사람의 마음을 잃지 않았어 ... 답레는 내일 준비하겠습니다 ! 잘 자요 미카주 !

412 미카주 (eTcsrFMcy.)

2023-09-07 (거의 끝나감) 00:29:06

존밤~~
어느새 목요일이네요...주말언제..

413 마이주 ◆EZvwDxK5Kc (wDvb.Utl0o)

2023-09-07 (거의 끝나감) 22:50:21

일이 조금 밀려서 이제서야 도착했네요!!
반가워요 모두! 그리고 좋은 밤입니다!

414 미카주 (eTcsrFMcy.)

2023-09-07 (거의 끝나감) 23:17:25

좋은 밤이에요!!

415 ◆.Th3VZ.RlE (F/xiILR2vY)

2023-09-08 (불탄다..!) 20:24:38

죄송함니다 .. 목요일의 영압이 ... 사라졌어 ...

너무 피곤했나봐요 _(;-;_ )_

416 ◆.Th3VZ.RlE (F/xiILR2vY)

2023-09-08 (불탄다..!) 20:39:11



>>410

당신과 바벨 사이의 가교가 무너진다 . 불안정하던 동조는 당신의 외침과 바벨의 경악으로 완전히 흐트러졌다 . 바벨이 동의하지 않은 일 . 바벨이 찬동하지 않은 일이었다 . 바벨에게 입이 있었다면 이 여자가 무슨 짓이냐고 , 따졌을 지도 모른다 .

하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라 상황은 벌써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 거리가 거리다보니 ,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소리가 닿지 않을 법도 하건만 , 쫓기는 길에도 어떻게 재주도 좋게 당신의 존재를 눈치챘다 .

달빛을 등지고 서서 , 보란 듯이 존재감을 피력하는 당신에게로 , 한 사람과 강철 기사의 달리는 방향이 변했다 .


417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14:40:47

갱신합니다 , 와이 ! 토요일 ! 행복해 !

418 미카엘라 (iWtqV42qC2)

2023-09-09 (파란날) 16:18:28

>>416
"왜요? 싸우고 싶다면서요."

모래벌레가 아니라 갑옷이라고? 아이고 내가 그걸 착각했네 미안해라! 그런데 어쨌든 저거랑도 싸워야 해.

"이제 도망도 못 가요. 싸워야겠죠? 자세 잡고, 최고 화력으로 발사준비하세요."

어쨌든 그렇게 반강제 배수진을 쳐버렸다. 원래 배수진은 어떻게든 될거라는 각오로 퇴로를 지우는 단순무식 전술이 아니란 사실은 넘어가자.

"최대한 영거리까지 끌어들여야 하니까 명령하기 전까진 쏘면 안 돼요?"

//주말주말주말....!

419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22:23:52



>>418

당신의 폭거에 바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자세를 잡았다 . 지금부터라도 도망친다면 얼마든지 멀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 당신의 생각이 확고하니 바벨도 따르는 수 밖에 .

이러는 사이에도 괴물 지렁이는 땅을 파헤치고 , 모래 먼지를 만들며 쾌진격을 계속하니 , 강철 갑옷과 저 사람이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

한 입 간식거리도 되지 않을 두 명인데 , 절묘한 순간 필요한 행동으로 간발의 차로 위기를 벗어난다 . 때로는 화염으로 , 때로는 한 자루의 검으로 괴물 지렁이의 공격을 걷어내거나 받아내며 , 도주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둘 .

당신이 돕지 않아도 , 저들의 실력이라면 알아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아닐까 . 그런 생각마저 들 만큼 현란한 도망이었다 .

- MAAaAAAaaaAA

하지만 보이는 대로 결정타가 부족하니 , 언젠가 따라잡힐 거고 , 잡아먹힐 거다 , 바벨의 포격이 아니라면 , 저 사람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거야 . 바벨이 바라는 대로 내버려둔다면 , 괴물 지렁이는 물론이고 저들까지도 포격의 제물로 삼을 것이다 .

─ 녀석은 정말 그럴 생각으로 포격의 위력을 키우고 있었다 . 주위로부터 있는 대로 열기를 착취해 한 몸 가득 채우고 , 팔의 팽창 한계를 시험하니 , 금세 일찍이 없던 규모의 포격이 준비됐다 .

삐걱거리며 불안하게 몸을 떠는 모습이 , 오래 버티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 바벨이 망가지는 것보다 먼저 , 괴물 지렁이와 강철 갑옷이 사정 거리 안으로 다가오겠지 . 바벨은 당신의 신호만을 기다렸다 .


420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22:24:15

갱신합니다 !

421 미카엘라 (MfxWxLOa12)

2023-09-09 (파란날) 23:12:04

영거리 사격이란, 영거리에서 하는 사격을 의미한다.
영거리란, 매우 가까운 거리 즉 코앞을 의미한다.

"주둥이에서 X구멍까지. 소화 기관을 일직선으로 뚫는거에요."

바벨의 포격은 당연하지만 직선으로 나간다. 지렁이의 옆구리를 치면 그 부분만 때리고 끝이다. 그러나 포 궤적에 지렁이의 기다란 몸을 일치시키면 한 발로 더 많이 때리게 된다!

자신은 삐걱대는 바벨을 뒤에서 한껏 끌어안았다. 흔들리지 마라. 차분하게 조준해....

"준비.."

422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23:38:11



>>421

부풀기가 상반신에서 오른팔로 이동한다 . 어떻게 찢기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 , 여느 때의 세 배 가까이 부푸는 어깨 . 한 자리에 모인 열기는 바벨의 육신을 붉게 과열시키고 파열시켰다 . 하지만 바벨은 멈추지 않고 열기를 손 끝으로 ─ 손톱으로 내려보내니 , 머잖아 일격필살의 위력이 완성됐다 .

남은 일은 슛 코스에 괴물 지렁이의 입을 갖다놓는 것 뿐이다 .

다행히 쫓기는 사람은 당신의 의도를 , 바벨의 의미를 이해하고 언덕의 아래로 괴물 지렁이를 유인해왔다 . 강철 갑옷도 더는 방해 밖에 되지 않아서 , 모습을 허물어뜨리고 자신만이 허겁지겁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

뭐야 . 혹시 바벨도 저렇게 필요할 때만 나타나게 할 수 있는 걸까 .

할 수만 있다면 녀석의 속 터지는 행동에 더는 속앓이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 으아 , 아아 ! 온다 , 나온다 !! >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가르키는 대로 언덕의 중턱까지 오른 먹이를 쫓아 로켓처럼 튀어나오는 괴물 지렁이 .

모래 깊이 잠복해 있던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자 당신의 시야는 모든 면이 녀석으로 채워졌다 . 빈틈없이 빽빽하게 당신의 시야를 채우는 압도적인 존재감은 , 과연 재해라 할 만했다 .

흉악하게 벌어진 입이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니 , 가만히 서서 대처하지 않는다면 빨려들어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되리라 .

당신이 소용돌이에 뛰어드는 건지 , 소용돌이가 당신에게 달려드는 건지 , 모든 이해와 인식이 느슨해지는 결착의 순간 ─ 당신과 바벨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게 연결된다 .


423 미카엘라 (YrcR79GYWw)

2023-09-09 (파란날) 23:48:45

>>422
'시끄러워. 조용히 해. 다물어.'

바벨의 어깨 뒤에서 눈을 부릅떴다. 온다온다온다온다... 온 신경을 집중하던 차에 벌레가 모래 속에서 튀어나온다.

깡통의 몸을 꽉 잡았다. 바벨도 다리와 허리에 힘을 넣는다.

가자! 벌레의 아가리 속으로!


'쏴!!'


포화 속으로!!!

424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23:59:26



>>423

제일 먼저 소리가 죽었다 ─

다음에는 세계의 색이 죽었다 .

흉측 흉악 흉물스럽게 벌어졌던 입을 눈부신 섬광이 덧칠했다 .

당신의 눈이 다시 색을 되찾았을 때 , 당신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

당신은 바벨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 당신만으로는 반동을 완벽하게 잡아낼 수 없었다 .

당신도 바벨도 격발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밀리다 못해 날아가버렸다 .

하지만 날아가면서도 , 당신의 두 눈은 똑똑히 목격했다 .

어지럽게 사방팔방 회전하는 눈으로도 ─ 괴물 지렁이의 거대한 몸이 세로로 끔찍하게 반토막이 난 것을 .

돌진의 기세를 완벽하게 죽이지 못해 당신들과 함께 괴물 지렁이의 두 갈래로 찢긴 몸도 나란히 공중을 비산하는데 , 이렇게 이상하고 괴상한 광경이 또 있을까 싶다 .

── 그래도 다행이다 . 떨어지는 곳이 딱딱하지 않고 , 모래로 푹신푹신해서 .


425 미카엘라 (m10H.l.0eU)

2023-09-10 (내일 월요일) 00:24:44

>>424

발사를 명령하고, 뭔가 투 하는 느낌이 들더니 하늘을 날고 있었다. 감각기관의 수용량을 넘은 자극이 취소당한 느낌이다. 용케도 끌어안은 바벨을 놓치지 않고 날아가는데 똑같이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벌레 시체가 보였다.

'저거 바벨한테...먹여야...하는데...'

그런 생각이었다. 신나게 쏴버렸으니 바벨도 많이 망가졌을테고. 몸은 팽이처럼 뱅뱅 돌아서 방향도 잡을 수가 없는데 저 시체를 어떻게 찾나 하는. 지나치게 태평해보일지도 모르나 나름 생존에 중요한 것이다...

"....윽!"

어느새 땅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두 몸뚱이가 모래바닥에 쳐박혀 데구르르 굴렀다. 충격은 느껴졌지만 역시 아프거나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육체를 움직이는게 오롯이 육체가 아닌 법이니. 데스 그립이 와버려서 바벨을 놓지도 못하고, 검은 하늘만 멀거니 올려다보며 한동안 숨을 색색거리고 누워있었다.

426 ◆.Th3VZ.RlE (x4sXM0XMmA)

2023-09-10 (내일 월요일) 00:47:17



>>425

평탄 평평했던 모래바닥을 크게 흐트러뜨리며 쓰러진 당신과 바벨 . 바벨에게서 느껴지는 일종의 성취감 , 고양감은 당신까지도 들뜨게 만들었다 . 어쨌거나 ─ 당신과 바벨이 해냈다 . 저 커다란 괴물을 일격에 쓰러뜨린 것이다 . 도망칠 수도 있었고 , 못 본 척 숨을 수도 있었는데도 , 당당히 맞서 정당하게 승리를 쟁취해냈다 .

바벨의 호전성을 크게 충족시키는 , 종이 한 장 차이로 얻어낸 승리 . 무심한 양철 인형조차도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대가로 팔 하나를 송두리째 잃어버렸지만 ,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값싼 대가였다 .

< 저기요 , 이봐요 !! >

그런데 ─ 낯선 목소리가 모처럼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던 바벨을 방해한다 . 바벨의 심사를 뒤틀리게 만드는 소리였다 . 당신에게 전해지는 바벨의 충동은 , 무척이나 파괴적인 색을 띄고 있었다 .


427 미카엘라 (CvyoBDxq5c)

2023-09-10 (내일 월요일) 16:25:46

>>426
아 저 눈치없는 인간. 마음 속으로 승리의 축배를 들고 있는데 상을 엎어버리네.

사실 저기 소리치며 달려오는게 인간인지도 확신하지 못하지만. 저걸 잡아 말어.

'바벨이 상했는데 지금 싸우면 위험하겠지요...'

지금은 연달아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보인다. 저 사람(미정)과 갑옷을 상대하고 우위를 점하려면 최소한 벌레를 파먹은 이후가 되어야 한다.

"가만히..."

그래서 누운 채로 바벨의 허리를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가만히 놔두면 뛰어들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428 ◆.Th3VZ.RlE (x4sXM0XMmA)

2023-09-10 (내일 월요일) 18:32:57



>>427

바벨의 목줄을 쥔 것은 당신이라 , 당신이 틀어막으면 바벨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녀석이 이대로 날뛰고 싶어도 당신의 허락 없이는 저들에게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었다 . 다행이지 , 당신의 생각대로 지금 이대로는 승산이 도무지 없어보이니까 .

지성이 부족한 괴물이 상대라면 또 몰라 , 강철 갑옷이 시의적절한 판단으로 괴물 지렁이를 상대하던 것을 생각하면 바벨의 유일한 자랑인 텔레폰 펀치대포도 통하지 않을 공산이 컸다 .

< ... 괜찮아요 ? 엄청난 소리가 났는데 ,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 >

우선 눈 앞의 인영이 사람이 맞는가부터 확인하자 , 걱정이 서린 상냥한 목소리는 아까보다도 가까워졌다 . 당신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당신이 심연을 볼 때 심연도 당신을 본다고 , 상대방도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 벌써부터 품평을 시작한 눈치다 .

목소리의 주인은 여성으로 보이는데 , 붉은 피부가 볕 아래서 일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

갈색 머리카락을 이마가 드러나도록 묶어놨는데 , 덕분에 안 그래도 뚜렷한 이목구비가 더욱 강조되어 보였다 . 품이 넓은 작업복에 얼룩덜룩 물감으로 얼룩진 앞치마를 입은 모습이 저 화실에서 일합니다 ─ 열심히 자기 주장을 하는데 , 사막에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라 위화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

─ 사람이냐 아니냐 .

또는 ─ 적이냐 아니냐 .

이것만 봐서 판단할 수 있을까 .


429 미카엘라 (Nh.3Ck/0Wc)

2023-09-10 (내일 월요일) 23:08:04

>>428
어디 다치신 곳은 없나요- 하는 걱정에 대답하지 않았다. 짧게라도 배운 이 세계의 상식은 다치지 않는 것이었기에. 달려도 지치지 않고 숨을 멈춰도 죽지 않는 슈퍼솔져 월드지.

'당신은 솔져가 아닌 차림새네요?'

자기도 여기에 군사작전을 위해 온 게 아니고, 눈떠보니 여기인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여자의 차림새는 위화감이 심했다. 꼭 어디 화방에서 일하다가 온 사람같지 않은가?

"다치긴요... 그 벌레 시체는 어느 쪽에 있죠?"

대충 얼버무리고 꾸무적 꾸무적 일어났다. 일단 눈앞의 이 여자가 언제든 인두겁을 벗을 수 있단 걸 염두에 두고 행동하도록 하자. 그리고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바벨을 회복시키는 거다.

430 ◆.Th3VZ.RlE (s2J/bUJ/uA)

2023-09-11 (모두 수고..) 22:59:48

세상에 ... 눕자 말자 바로 자버렸네요 , 갱신합ㄴㅣ다

431 ◆.Th3VZ.RlE (s2J/bUJ/uA)

2023-09-11 (모두 수고..) 23:05:56



>>429

당신이 대뜸 쓰러뜨린 괴물의 행방을 찾자 , 여자는 의문을 갖지도 않고 그것이 어디로 , 어떻게 날아갔는지 말해줬다 . 그러자 육체의 소모가 심각했던 바벨은 당신의 욕망에 따라 , 우선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스스로 혼자서 괴물의 유해를 찾아 움직였다 .

당신이 따라갈 수도 있겠지만 , 저 여자에게 묻고 들을 것이 있다면 이 기회를 살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다 . 당신이 보다 안전을 우선시 한다면 , 바벨을 따라가는 것이 상책일 테고 .


432 미카엘라 (vgvtv1DbPQ)

2023-09-12 (FIRE!) 17:08:02

>>431
바벨은 혼자서 쫄랑쫄랑 걸어가고. 이름모를 여자랑 자신만 남았다. 갑옷은 어디로 갔나.

"음.."

여자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았다.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 영문모를 세상이란 사실만이 명확한 세상이다.

"도와준 김에 뭐 좀 물어봐도 되죠?"

이 정도 요구는 뻔뻔한 축에도 못 든다고 생각했다. 내 하녀가 되어라! 이런 것도 아니고.

433 ◆.Th3VZ.RlE (dHMDyxa6II)

2023-09-12 (FIRE!) 22:19:59



>>432

당신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여자 . 바벨이 혼자서 깽깽이 걸음으로 저 멀리 사라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데 , 이유는 모르겠다 . 바벨이 너무 크게 다쳐서 놀란 걸까 . 아니면 저 지경이 되어서도 움직일 수 있어 경악한 걸까 .

멀어지는 바벨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여자는 측면을 찌르는 당신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 다시 당신에게로 시선을 옮겨왔다 . 바벨에게 한눈 파느라 당신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잊기라도 한 모양새다 .

< 괘 , 물론이죠 , 뭐든 물어보세요 >


434 미카엘라 (kuHcTZYbv6)

2023-09-12 (FIRE!) 22:47:44

>>433
"가면서 얘기하죠.."

그리고 바벨의 뒤를 따라 터벅터벅 걸음을 뗐다. 뭐부터 물어볼까? 한숨을 쉬며 생각을 정리했다. 손이 혼자서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었다. 뭔가 찾는 손길이지만 그 찾는게 뭔지도 모를 뿐더러 뭐가 되었든 있을 수도 없었다.

"달은 이상하게 크지, 몸은 지치지도 다치지도 않아. 사막에 괴물들이 돌아다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내 말을 잘 들어요. 저 깡통 말이에요."

"더 웃긴 게 뭔지 알아요? 제가 스스로 나서 스스로 존재하는 뭔가가 아닌 이상에야, 분명히 부모님 배에서 나와 어떤 삶을 살았을텐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거에요."

이 여자가 갈급함을 풀어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넋두리처럼 말했다. 일단 모래와 고깃덩이로 이단 변신을 하던 그런 종류의 괴물은 아닌 모양이야.

"쟤 이름은 바벨이고요. 난 이름이 처음부터 없는건지 까먹은건지 모르겠으니 그냥 바벨 엄마라고 부르시죠. 원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당신도 그런가요? 나만 이렇게, 영문도 모른 채 모래 위에서 굴러다니는 거에요?"

나는 신입이다. 여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대충 그런 말일까.

435 미카엘라 (SZLlEBwW4M)

2023-09-14 (거의 끝나감) 20:38:47

갱신합니다~~

436 ◆.Th3VZ.RlE (3bhZ.aF4rQ)

2023-09-14 (거의 끝나감) 22:17:02

개ㅐㅇ신합니다ㅏㅏㅏㅏ 금요일 어서 와라ㅏㅏㅏㅏ

437 ◆.Th3VZ.RlE (3bhZ.aF4rQ)

2023-09-14 (거의 끝나감) 22:24:56



>>434

당신의 말을 곰곰이 듣던 여자는 , 아리송한 표정으로 당신이 갖는 의문에 의문을 표했다 . 애초에 어째서 당신이 저런 의문을 갖게 됐는지 ,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 . 여자는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갖다 , 겨우 입술을 떼고 소리를 냈다 .

< ... 실례지만요 , 여기가 어딘지 전혀 모르시는 건가요 ? 짐작도 못하고 ? >

그렇지 않고서는 당신처럼 무지할 수 없다고 , 여자는 말하는 듯했다 .


438 미카엘라 (ruEDMfcWe2)

2023-09-14 (거의 끝나감) 22:41:49

"몰라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제인 구달을 데려와도 괴물과 대화는 불가능하다. 자신의 기억 속에도 답이 없다.

"내가 아는 건 내가 알아낸 게 전부에요. 아까 말한 것들."

"당신은 이것들이 뭔지 아나 봐요?"

439 미카주 (aqKS.ozpIs)

2023-09-15 (불탄다..!) 14:04:42

금요일!
금요일!
금요일!

440 ◆.Th3VZ.RlE (AQkmhflRDQ)

2023-09-15 (불탄다..!) 21:18:41

금요일금요일금요일금요일금요일

441 ◆.Th3VZ.RlE (AQkmhflRDQ)

2023-09-15 (불탄다..!) 21:34:03



>>438

< ... 잘난 척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아는 건 아니에요 , 그렇지만 ... >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안다고 , 그녀는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 그것은 저 괴물들에 대한 것도 , 우리들의 곁을 지키는 또다른 괴물들에 대한 것도 아니고 , 오로지 단 하나 , 우리들 자신에 관한 일이었다 . 경솔하게 입 밖에 내고 싶지 않다는 듯이 여자가 말을 망설이느라 , 당신을 안달나게 만들었다 . 하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 . 상자의 뚜껑이 열리고 , 소리가 쏟아졌다 .

< 저희는 죽었어요 , 바벨 어머님 . 저희는 지금 사후 세계에 있다구요 >

텅 빈 직소 퍼즐판에 , 가장 커다랗게 비어 있던 중심가에 , 비처럼 퍼즐 조각들이 쏟아져 내린다 .

어째서 잊을 수 있었는지 , 어떻게 잊었는지 , 자신도 모를 기억이 되살아난다 .

당신의 이름과 당신의 최후가 , 잊어버린 기억이 당신의 서툰 손놀림으로 자신의 자리를 다시금 되찾아갔다 .

오 제기랄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당신은 정말로 죽었었다 .


442 미카엘라 (5firHz2AIc)

2023-09-16 (파란날) 00:38:50

>>441
"뭐?"

그냥 꿈속이라 하지 그래? 재수도 없지! 구해줘도 이런 얼빠진 사람을....

정신빠진..





잠깐 정신이 빠져나가려다 돌아왔다. 몸이 화끈거리면서 축축했고 시야가 계속 깜빡거린다. 흙벽에 기대어 앉아있는데 주변에서 낯선 이국의 언어로 떠드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콩 볶는 총소리도.

"........"

찢어진 이마에서 피가 계속 새어 한쪽 눈을 뜨기 어려웠다. 어렵사리 고개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것보다 훨씬 심하게 피가 새는 구멍이 3개는 더 열려있었다. 양손으로 오른쪽 허벅지에 지혈대를 감다가 힘이 풀려 있었다. 지혈대는 꽉꽉 묶어서 고정해야 하지만, 그마저 여력이 없다.

그때부터는 살려고 하는 의지의 몸부림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무의식적 행동에 더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다시 손을 움직여서 지혈대를 감으려 해도 손가락은 무력하게 꼬물거리는 게 전부였고, 지혈대 막대를 제대로 쥐기도 어렵다. 죔죔 놀이보다 못한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헛짓하던 사이 AK를 들고 복면을 쓴 남자가 모퉁이를 돌아 눈이 마주쳤다. 피가 빠져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저게 사람임을 인식했을 때, 그의 군홧발이 날아와 머리통을 걷어차고 말았다.





"죽어? 사후세계?"

노란색 눈이 눈 뒤를 보면서 뒤편의 기억을 읽어낸다. 내가 죽었다고?





그 이후의 기억은 온당하지 않았다. 거나하게 술을 먹은 듯 필름이 뚝뚝 끊겨있다. 축 처진 자기 몸을 어딘가로 끌고 가거나,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파편적인 이미지가 남아있었다. 그 사이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신체에 대한 인지도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유령이 되어버린 기분도 들었다. 그때 분명 그들이 무언갈 하고 있는데 아무 느낌이 없었다.

아, 기억나는 게 하나 더 있다. 동그란 것이다. 동그란 거.. 말하자면 사람 눈이나 카메라 렌즈같이 동그라면서 빛을 품은 것. 그리고 총구. 얼굴 앞에 동그란 총구가 반짝! 하더니 모든 게 사라져 버렸다.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보던 것은 천사가 아니라 정찰 드론이었다. 미사일이 적 숙영지에 내리꽂혔고, 보병들이 근처 구덩이에 처박힌 그녀를 바디백에 담아왔다. 시신은 관에 들어가 수송기를 타고 고국으로 송환되었다. 그녀의 전우 중 한 명이 삼각형으로 개어진 국기를 받았다.

육군 중사 미카엘라 라미레즈는 긴 복무에 마침표를 찍고, 향년 32세에 국립묘지 6피트 아래에 묻혔다.





눈은 뜨고 있되 어디를 보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근처에 포탄이 떨어져 뇌진탕에 이명이 귀를 찔러도 이렇지는 않았다. 입술이 달싹이다 겨우 몇 마디 뱉었다.

"내 이름은 바벨 엄마가 아니에요. 미카엘라."

"미카엘라 라미레즈...."

443 ◆.Th3VZ.RlE (MSYGKdFbRE)

2023-09-16 (파란날) 10:47:21

밖에 .. 비가 .. 너무 내려요 ...

444 ◆.Th3VZ.RlE (MSYGKdFbRE)

2023-09-16 (파란날) 11:04:08



>>442

흐리다 . 흐릿하다 . 부유감 . 회색으로 희뿌연 현실감 . 보는 것은 과거인가 현재인가 . 관을 부수고 무덤을 파헤치고 모래 바다 위로 이제 막 기어나왔을 뿐인 당신은 무엇도 확신하지 못한다 . 당신의 삶은 ─ 너무나 순식간에 망연해졌다 . 머릿속에 몇 번이고 리와인드되는 이 기억이 ─ 정말로 당신의 것일까 . 당신은 정말로 저렇게 저리 죽어버린 걸까 .

갑자기 되살아난 ─ 당신의 주머니에 부자연스럽게 억지로 쑤셔넣어진 기억 따위 어디에도 사실이라는 보증은 존재하지 않는데 , 단지 당신의 안에 뻥 뚫린 구멍에 딱 맞는 조각이라는 이유로 , 당신은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 인식하고 만다 .

< ... 저기 , 저기요 ? 괜찮아요 ? 정신 , 정신 차려보세요 ! >

이런 당신을 여자는 불안하게 바라봤다 . 걱정스럽게 , 자신이 손을 써야 할 단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소리쳤다 .


445 미카엘라 (oW/BgfcrUg)

2023-09-16 (파란날) 12:09:41

>>444
"시끄러워요."

그렇잖아도 어지러운데 시끄럽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숨을 크게 쉬었다. 죽었다고 엉엉 울기엔 죽은 사람을 너무 많이 봤다. 자기도 많은 사람을 죽었다. 언젠가 자신도 죽여왔던 사람들과 똑같이 죽으리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하지만 죽음은 부지불식간에 준비할 시간 없이 생각보다 먼저 찾아왔다.

죽으면 죽어서 운명이 다한거지 사후세계가 진짜 있을줄 몰랐다. 있다 해도 이런 모습인지 몰랐다. 유황불도 갈대밭도 아니라 괴물이 있는 밤 사막. 이건 대체 어느 동네 신화야?

"아... 빌어먹을...모르겠다."

일단 벌레시체를 보고 싶다. 승리의 전리품, 승리의 고양감. 벌레이빨이 닥쳐오는 긴장감을 떠올리면 쓸모없는 생각을 몰아낼 것 같아서.

446 미카엘라 (oW/BgfcrUg)

2023-09-16 (파란날) 12:09:57

여기도 우르르 쾅쾅입니다...

447 ◆.Th3VZ.RlE (MSYGKdFbRE)

2023-09-16 (파란날) 19:59:34



>>445

< 어지럽거나 , 우울하거나 , 자신의 존재에 회의감이 든다거나 , 그렇지는 않으세요 ? >

성가시다는 말로 쉽게 설명되는 행동이다 . 당신이 벌처럼 톡 쏘는 말을 뱉어도 아랑곳 않고 끈덕지게 당신의 안부를 물어오는데 , 듣다보면 짜증이 날 수도 있겠다 . 하지만 저렇게 남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마냥 매몰차게 대해도 될까 . 심란한 당신을 더욱 곤란하게 만드는 여자였다 . 뭘 걱정하는 거야 .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건데 . 만약에 당신이 여자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껴 진득하게 그녀를 관찰한다면 , 그녀의 눈동자에 서린 빛이 염려보다는 공포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448 ◆.Th3VZ.RlE (MSYGKdFbRE)

2023-09-16 (파란날) 19:59:53

드디어 .. 비가 .. 그쳤ㅆ어 ... 습도가 높아서 하루 내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

449 미카엘라 (V28mlkZDBI)

2023-09-17 (내일 월요일) 00:26:41

>>447
"뭐가요."

이 놈이 나를 괴물로 보고 있나? 그녀의 눈에는 단지 오지랖 넓은 성격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다. 짜증이 난다.

"죽은 게... 죽으면 죽은거지... 그냥 거기서 그렇게 죽게 될 일이었던 거지... 뭐..."

따져봐야 소용없고 따질 곳도 없는 일. 우울하게 살고 싶으면 우울하게 살면 된다. 난 아무 생각이 없다.

"난 생각 안 해요. 생각은 저주고 사람을 고통스럽게 해요. 생각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해요."

왜 내가 그렇게 살아야 했나, 왜 내가 그렇게 죽어야 했나, 왜 나는 존재하는가. 생각해도 부질없는 명제들.

"그게 내가 삶에서 얻은 교훈이에"

450 ◆.Th3VZ.RlE (iq4LLsLVSo)

2023-09-17 (내일 월요일) 12:36:27



>>449

< ... 그래요 ? >

이제 분명해졌다 . 의심을 거두지 않는 눈빛 , 여자는 당신을 경계하고 있다 . 당신과 자신의 차이가 무섭다는 눈치였다 . 그렇게나 대단한 문제인가 ? 자신을 잊고 죽음을 잊고 그저 방랑하던 신세라는 것이 ? 그렇게나 두려워 할 일인가 ? 이유가 있을 것이다 .

모든 무덤에는 사연이 있기 마련이니까 .

하지만 당신이 신경쓰지 않는다면 , 못 본 척 지나치기로 했다면 여기서 덮자 . 생각이 불필요한 살덩어리라면 , 의심으로 군살을 더 가져봤자 당신만 괴로울 것이다 . 걸음만 느려질 것이다 . 바벨을 보라 . 현재만을 향유하는 저 폭력배를 보라 .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이 반토막난 벌레에게 사로잡혀 도움을 구하고 있지 않은가 .

< 엥 ? >

보다 직관적으로 상황을 설명드리자면 , 상처의 단면부로부터 쏟아져 나온 내부 기생충들이 밧줄처럼 바벨을 묶어 바벨의 자유를 속박하고 있었다 . 저것들에 붙들려서 ─ 당겨져서 살 더미 속으로 파묻혀 들어가는 바벨 .

물가에 내놓은 자식이 바로 저런 것이리라 .


451 미카엘라 (BACeiEtI8A)

2023-09-17 (내일 월요일) 14:32:46

>>450
저 눈빛이 무슨 눈빛인지 알 것 같다. 적국 민간인의 눈빛이다. 현관문을 깨부수고 흙 묻은 군화로 집 안에 우르르 들어닥칠 때 엄마 품에 안긴 아이의 눈빛, 아내 앞으로 나서는 남편의 눈빛이다.

가끔 모르는 언어로 따지고 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개머리판을 박아버렸다. 당신도 따지기만 해.....

"저 똥멍청이 때문에 내가 못살아 진짜!"

이미 살아있는 상태가 아님은 넘어가자. 앞뒤 가리지 않고 허우적허우적 달려가 바벨을 붙잡았다. 거기서 뭐 해 이 모질이야! 모래벌레를 쪼개놓고 저런 기생충 상대로!

452 ◆.Th3VZ.RlE (iq4LLsLVSo)

2023-09-17 (내일 월요일) 17:02:13



>>451

보통 장력이 아니라 구하러 간 당신까지 딸려 들어갈 판 . 머리 하나 다리 하나 팔 하나 밖에 남지 않은 바벨로써는 이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 한 술 더 떠 당신까지 기생충에 팔이 휘감기니 , 당신이 있는 힘껏 도와도 저 시점에서 결말은 벌써 정해진 것 . 당신과 바벨은 괴물 지렁이의 유해에 파묻히게 됐다 .

오 ─ 젠장 .

이렇게 또 죽는 걸까 . 미지근한 살점에 짓눌리다 , 소화되어 , 당신은 또 죽게 되는 걸까 . 바벨의 멍청함이 마침내 당신을 끝장낸 걸까 . 선택을 잘못 한 걸지도 모른다 . 바벨만 빨려 들어가게 두고 , 여자의 도움을 받아 밖에서 녀석을 구조해도 됐을 지도 . 아니 ─ 아니지 . 저 여자를 뭘 믿고 도움을 바라겠어 . 당신은 최선의 선택을 했다 . 판단을 했다 . 만약에 저 여자가 당신의 도움이 될 생각이 있었다면 저렇게 멀리서 구경하지 않고 함께 달려와 바벨에 붙어 당기는 시늉이라도 했을 것이다 .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 애초부터 저 여자에게 당신을 도울 마음이 없었다는 거겠지 .

- maaaaaaaaaa

바벨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아는 걸까 . 시무룩하게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낸다 . 녀석이 자책을 할 리 없건만 , 상황이 상황이라 녀석의 울음소리가 평소보다 힘이 없어 보인다 .

하지만 반성하면 때는 늦다고 , 당신과 바벨은 기생충에 동여매여 꼼짝도 할 수 없다 .


453 미카엘라 (JUlQnP1moQ)

2023-09-17 (내일 월요일) 17:52:15

>>452
끈적끈적한 늪처럼 바벨을 구하려다 같이 묶여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축축하고 이상한 감촉.. 제기라알... 급박한 위기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아도, 살덩어리 속에 파묻혀 있는 감각은 불쾌하기 그지없다. 기생충이면 기생충답게 굴 것이지. 이건 기생충이 아니라 매복한 사냥꾼이 할 짓 아니냐는 말이다.

모래벌레를 쪼개어 놓고 한낱 기생충 때문에 볼썽사나운 꼴이 되어버렸음을 생각하면 뭔가 내세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것 같다. 지금이라면 화방 여자랑 말이 통할까...? 입도 코도 다 막혀서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사후세계가 아니었으면 진즉 질식해서 죽었으리라.

'바벨.. 손가락 하나씩이라도 쏴 봐요. 기생충은 그 정도로도 끊어질지 모르니까.'

바벨의 몸이 성하지 않아도 몸이 남아는 있다. 최고 화력은 불가능하여도 권총 정도의 위력은 나올지도 모른다.

454 ◆.Th3VZ.RlE (iq4LLsLVSo)

2023-09-17 (내일 월요일) 20:31:48



>>453

당신의 명령에 바벨이 움찔움찔 손가락을 움직인다 . 하지만 모두 불발 . 몇 번의 시도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도저히 힘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이었다 . 바벨의 < 총 > 은 그렇게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나 보다 .

바벨이 당신에게 알리지 않으니까 , 당신도 알 리 없는 사실이겠으나 하필이면 하필 지금 깨달을 기회가 생기다니 . 바벨을 상대로 방심은 용납되지 않는 걸까 . 만약 다음이 있다면 당신은 ,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바벨에게서 바벨에 관한 모든 것들을 알아놔야만 할 것이다 . 그래 . 다음이 있다면 ! 이런 상황이 또 생겨서는 안 되니까 !

바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단 하나의 비관적인 사실만이 명료해진 상황 . 바벨은 아주 체념하기라도 했는지 살점의 벽이 자신을 더욱더 깊숙한 곳으로 끌어당기는 데도 아랑곳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다 . 당신도 바벨도 이대로 있다가는 괴물 지렁이의 소화액에 첨벙 던져질지도 모르는데 , 당신의 무기라는 녀석이 저렇게 무책임하다니 .

아니나 다를까 바벨이 커다란 구멍으로 빨아 당겨지면서 당신보다 한 발 먼저 자취를 감췄다 .

세상에 바벨 . 대체 무슨 상상하기 끔찍한 최후를 먼저 맞고 있는 거니 .


455 미카엘라 (ygKJRg1p8Y)

2023-09-17 (내일 월요일) 21:01:20

"아 염병할 진짜."

자신과 바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안 된다. 죽은 벌레 뱃속에 들어가봐야 소화작용이 일어날 수 없고... 아닌가? 일어나나? 이 세계에서는 일어날지도 모른다.

"바벨! 어디가요 바베엘!!"

그리고 바벨은 어디 구멍으로 빨려들어갔다. 사막 똥멍청이 듀오는 숙주 시체에 충성하는 기생충에게 최후를 맞이하나 모양이다. 아이고!

가능하다면 바벨의 눈을 이어서 그쪽을 보려고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456 ◆.Th3VZ.RlE (iq4LLsLVSo)

2023-09-17 (내일 월요일) 22:57:16



>>455

당신도 제법 바벨을 쓰는데 익숙해졌다 . 녀석이 보는 것이 곧 당신이 보는 것 . 당신이 자신의 안에 새겨진 감각을 되새기자 그것만으로도 당신과 바벨 사이에 선이 이어진다 . 바벨 . 바벨은 ─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 있었다 .

벽 하나 넘었을 뿐인데 뭐야 이 경치는 . 녀석은 아까까지 살과 살점에 파묻혀 있던 것이 믿기지 않게 , 모든 것이 새하얀 세계로 끌려나와 있었다 . 신체를 옭아매던 기생충도 어디론가 다 사라져버린 상태 . 녀석은 깽깽이 발로 , 하나 뿐인 팔로 , 낯선 소년을 겨누고 있었다 . 흰색의 세계에 혼자 웅크리고 앉은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

< ... ... >

살아 있는 사람이 맞기는 한가 . 검은 더벅머리 . 옷을 입지 않아 고스란히 드러난 가죽만 붙은 앙상한 몸 . 창백한 피부는 혈색이 안 좋다고 말할 수준을 오래 전에 떠났다 . 아사 직전의 사람이라도 저것보다는 살이 붙어 있을 텐데 , 대체 저 소년은 어떻게 된 노릇일까 . 그것보다도 상태가 나빠보였다 . 심상치 않다 . 당신은 원한다면 바벨을 시켜 소년을 공격할 수 있었다 .


457 미카엘라 (yfgV6fZOZE)

2023-09-17 (내일 월요일) 23:29:31

>>456
고기벽 너머 다른 세상은 무슨 나니아 연대기냐. 아니면 사후세계 2단계? 그리고 저 꼬맹이는 누구인지. 이 세계 특유의 맥락없는 이벤트에는 뭐라 평할 소재가 남아있지 않았다.

사람이 있다. 정체를 모르고 행색이 수상하여 적대적이다. 그런데 마구 공격했다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이, 일단 자빠뜨려!'

제압하여 우위를 갖는 것이 급선무다. 바벨을 시켜서 웅크린 소년을 확 밀어버렸다.

458 ◆.Th3VZ.RlE (tc3dM8flZQ)

2023-09-18 (모두 수고..) 21:59:07

r 갱신 ... 오늘은 졸려서 내일 답레합니다

459 미카주 (96dB8RcXHo)

2023-09-18 (모두 수고..) 23:14:21

내일 만나요 캡틴~~

460 ◆.Th3VZ.RlE (p71XYlz4jA)

2023-09-19 (FIRE!) 23:08:37



>>457

바벨은 소년과 맞닿기를 꺼려했지만 , 당신이 명령하는데 뾰족한 수가 있나 , 원치 않는 몸통 박치기로 소년을 넘어뜨렸다 . 아무리 다리가 하나 없고 팔이 하나 모자르다지만 저렇게 삐쩍 곯은 소년을 상대로 천하의 바벨이 질 리가 .

육박해오는 바벨의 어깨를 피할 생각조차 못하고 , 세로로 세운 도미노 조각처럼 맥없이 뒤로 넘어지는 소년 . 그런데 상태가 심상치 않다 . 바벨의 눈으로 살펴보니 소년의 몸이 끄트머리서부터 천천히 , 모래알처럼 낱낱이 바스러지고 있었다 .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눈은 없고 깊게 뚫린 한 쌍의 심연이 존재할 뿐 . 도무지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 바벨의 안에 차오르는 혐오감이 그대로 당신에게 전달된다 . 바벨은 지금 당장 저것으로부터 시선을 피하고 싶어 했다 .


461 미카엘라 (MleBcnjpDA)

2023-09-20 (水) 00:20:08

>>460
길 위에서 보았던 사람 비슷한 뭔가가 떠오르는 이벤트다. 한 대 툭 치면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리는 그것. 이후에 뭔가 하려는 것처럼 굴다가 어쨌든 모래가 되어버리는 것. 그게 지금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은 아니지만.

달리 행동할 건수가 없었다. 행동하는게 상황을 좋게 만드는지 나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우선 흘러가게 두기로 했다. 바스라지는 소년을 으깨버리거나, 도로 뭉쳐주지 않는다. 바벨이 보기 싫어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어도 상관없겠다.

462 ◆.Th3VZ.RlE (O3fy4n9Kio)

2023-09-20 (水) 10:51:36



>>461

저대로 숨통을 끊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었을 거다 . 상대가 허튼 수작 부리기 전에 손을 쓰는 과감함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고 , 마침내 소년이 입을 열었다 . 바짝 마른 입술과 비틀린 모양의 혀로 문장을 만들어냈다 . 너무나 뜻 밖의 말을 높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 늙은이와 아이가 함께 느껴지는 음성으로 속삭였다 .

- 살고 , 싶어

- 아직 더 , 살고 , 싶어

- 죽고 싶지 , 않아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 . 죽어가는 시체의 모습으로 너무나 당연한 소리를 한다 . 소년의 바램은 곧 당신에 향한 구걸로 바뀌었다 . 살려달라고 , 당신에게 애원하며 부러질 것 같은 손으로 바벨의 하나 남은 팔을 붙들었다 .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며 , 제발 살려달라고 심연의 깊은 곳에서부터 < 의지 > 가 기어오른다 .

이미 떠나간 운명을 다시 손에 쥐려는 강한 집념 . 한기마저 불러일으키는 소름끼치는 집착에 바벨이 경기를 일으켰다 . 그리고 그런 예감이 허튼 것은 아니던지 , 소년의 눈자리로부터 피접이 상골한 팔이 불쑥 튀어나와 바벨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


463 미카엘라 (wz5k8T1JoA)

2023-09-20 (水) 17:18:42

>>462

"...."

바벨이 숨을 쉬었던가 애초에 허파란게 있긴 한가 상념이 들었지만, 일단 상황은 적대적으로 돌아간다고 판단해도 좋겠다. 눈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온 정도로 놀라기엔 이미 초자연적인 것들을 너무 많이 겪었다.

밀쳐내려니 하나 있는 팔은 잡혔고 남은 다리도 하나. 이건 바닥에 앉아 다리를 놈의 팔에 걸어서 떼어내야겠다. 자세를 낮추는게 불안하며 손이 또 튀어나오면 정말 난감하겠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게 그 정도 뿐이다.

464 ◆.Th3VZ.RlE (LXSuOE7OtY)

2023-09-20 (水) 18:02:16



>>463

목을 쥐는 힘에 비해 팔을 붙드는 힘은 대단치 않다 . 바벨이 마저 몸을 바닥에 붙이려고 하자 끔찍하게도 소년의 팔이 당기는 힘에 못 이겨 뜯겨지고 떨어졌다 . 똑바로 신경이 살아 있는 걸까 . 아니면 , 자신의 팔을 망가뜨린 바벨이 미워서 그러는 걸까 .

소년의 벌어진 입으로부터 뛰쳐나오는 의미 모를 비명 .

뼈마디를 시리게 만드는 끔찍한 비명 소리가 흰색의 세계를 뒤흔드는데 , 도무지 이것을 견딜 수가 없었던 바벨은 당신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주먹을 쥐어 소년의 머리를 때렸다 .

소년의 머리가 , 아주 찌그러져 , 형체를 상실토록 , 주먹을 휘둘렀다 .

자신의 목을 붙잡는 손이 떨어질 때까지 , 주먹을 내리쳤다 .

소년의 머리는 모래 장난으로 만든 인형처럼 손쉽게 망그러져서 , 바벨은 생각보다 금방 움켜쥐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하지만 끔찍한 감촉이 진하게 배어든 목은 손이 떨어졌어도 여전히 그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 바벨은 자신의 희박한 감정 속에서 처음으로 공포를 발견해내고 , 충격에 똑바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

- 실 , 어 … 조금 , 더 …… 살고 십 , 어

덜 망가진 입과 목이 엉성하게 조잡하게 , 사람의 말을 흉내냈다 .

아직 붙어 있는 다리로 몸을 뒤집어보려고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 한 때 소년이었던 유해는 발버둥에 발버둥을 거듭했지만 , 끝끝내 실패했고 , 머잖아 모든 생명 징후가 사라졌다 . 또 무슨 일인지 , 유해의 움직임이 멎자 흰색의 세계가 덧칠되며 다시 배경이 사막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 정신 차리면 당신은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사막에 엎드려 누워 있었다 .


465 미카엘라 (FqHy0BvE1U)

2023-09-22 (불탄다..!) 00:31:11

"....."

길을 걷던 여자처럼 겉만 무서워 보이고 직접 때리면 별 것 아닌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렇지! 부숴버려! 하고 바벨을 응원하던 차, 필름이 끊기고 다른 필름이 이어지듯 자신은 사막을 뒹굴고 있었다.

벌레시체! 기생충! 바벨은? 잠자다 밟힌 뱀처럼 파다닥 일어났다. 기절했다가 기상하는게 이번이 두 번째인데, 여긴 누구 나는 어디 핑핑 도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던 첫 번째하곤 확연히 다르다. 이번에는 기억이 있고, 바벨이 있고, 표적이 있었다. 셋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 바로 경험이리라.

466 ◆.Th3VZ.RlE (xNXFBAobBc)

2023-09-22 (불탄다..!) 23:21:55

이예ㅔㅔㅔㅔㅔㅔ 금요일 !! 내일은 토요일 !!!

467 ◆.Th3VZ.RlE (xNXFBAobBc)

2023-09-22 (불탄다..!) 23:49:47



>>465

경험치가 있으니 제일 먼저 할 일도 분명해진다 . 바벨은 부르는 즉시 당신의 곁에 나타났다 .

여전히 팔과 다리가 하나씩 부족하지만 , 다른 부상이나 이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 정체불명의 적에게 목을 졸렸지만 티나는 변화는 없었다 . 이렇게 상황을 살피는 당신도 ,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생충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 녀석들에게 단단히 묶였던 흔적이 살 위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꿈은 아닌데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마지막으로 당신이 괴물 지렁이의 토막난 유해로 시선을 던지면 , 그것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그 커다란 것이 별안간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

이런 당신을 동그랗게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 예의 괴물 지렁이에게 쫓기던 여자였다 .

< 무슨 , 일이 일어난 거예요 ? >

당신을 보고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 그녀의 시선은 당신을 지나 , 바벨에게 향해 있었다 . 무슨 일이야 . 당신의 눈이 여자의 눈길을 쫓아 따라 가면 , 그곳에는 바벨의 머리가 있었다 .

당신은 정말 잠시 한눈 판 것 뿐인데 , 눈을 뗀 사이 바벨의 머리에 커다랗게 균열이 생겼다 .

주변에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쩍쩍 갈라지는 머리는 ,

당신이나 여자가 손을 쓸 틈도 없이 날카롭게 파편을 만들며 깨졌다 .

이걸로 벌써 두 번째 . 파멸적으로 파괴된 바벨의 머리 . 그런데 전과는 뭔가가 다르다 . 텅빈 강정에 지나지 않던 바벨의 머리 속에 , 이번에는 내용물이 존재했다 . 낯선 인상의 ─ 당신의 기억에 없는 낯선 사람의 얼굴이 바벨의 머리 안에 담겨져 있었다 .

심해와 같이 검은 피부와 대조되는 결벽적인 흰 머리가 인상 깊은 ── ─ 사람이었다 .


468 미카엘라 (OCV.07dPvw)

2023-09-23 (파란날) 18:44:24

>>467
아!!!! 어디 갔어!!!!! 바벨 밥!!!!!!!!!

바벨을 수복하려던 것이 전부였다. 그것 말고는 원히는 것이 없었는데. 이상한 일에 휘말리는 바람에!

"벌레 안에 사람이 있던데요."

자기가 고기 안으로 빨려들어갈 때 구경만 하던 여자. 뾰로통하고 불친절한 대답이 이어졌다. 벌레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은 전체의 상황을 조명하지 못한다. 맥락을 모른다면 말이다.

하지만 여자의 질문이 벌레에 대한 것이 아니었음을, 곧 깨닫게 되었다. 바벨의 머리가 알껍질처럼 쪼개져 안에 흰머리 검은 사람이...

"...???????"

고장이 났나? 처음 봤을 때처럼 때려야 하나? 주먹을 쥐었지만 일단 휘두르지 않았다.

"바...벨?"

본능적으로 채널을 열어보았다. 연결이 되면 생긴 건 달라도 바벨이 맞겠지. 채널이 이어지지 않으면 그 다음에 이어질 것은 죽빵이다.

//으어어 토욜.. 밥먹고 집안일 빼면 하루종일 자버렸어요..

469 ◆.Th3VZ.RlE (8D7irh1MPc)

2023-09-23 (파란날) 19:32:31



>>468

바벨 안의 얼굴이 게슴츠레 눈을 뜨더니 흰자위 없는 검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봤다 . 그가 정말로 바벨일까 . 냉정 ─ 침착해보이는 외견은 바벨의 평소 모습을 생각해보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데 .

살점 속에서 만난 소년으로부터 악영향을 받고 지금처럼 겉모습이 변했다면 ,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 만약에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라면 , 그 때는 정말로 어떻게 해야할까 . 당신의 생각처럼 한 두 대 때려서 되돌아온다면 좋겠지만 … 만약에 아니라면 …

당신의 두 손에게 다행스럽게도 , 바벨과의 연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 당신의 정신은 전보다도 깊이 ─ 바란다면 바벨의 심상 깊숙한 곳까지 이어질 수 있었고 , 덕분에 바벨에게 일어난 변화 또한 일부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

바벨의 안에 전에는 없던 거대한 구멍이 생겨나 있었다 . 당신은 그 구멍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 때문에 생겨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저것은 난 자리다 . 당신의 마지막 순간의 기억이 ─ 바벨을 떠나면서 생겨난 구멍이었다 .


470 ◆.Th3VZ.RlE (8D7irh1MPc)

2023-09-23 (파란날) 19:32:48

잠이 보약이져 ... 평생 잠만 자고 싶다 ...

471 미카엘라 (PigPLPvnO2)

2023-09-23 (파란날) 21:17:26

>>469
석탄. 밤하늘. 깊은 바다.....

"총구멍."

알맞은 비유를 찾았다! 바벨의 새 몸은 총구멍처럼 검었고, 거기서 튀는 불꽃처럼 희었다. 얼굴은 잘생겼나. 양 손을 뻗어서 뺨을 덥석 잡아보았. 바벨의 검은 눈 속에서, 이어진 채널을 통해서, 그의 안이 느껴졌다.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이런 것까지 총구멍일 필요는 없어 바벨.

"그런 기억 따위 있어봤자 기쁘지 않다는 게 한데...."

정확한 기억만 없지 뻔하게 예상할 수 있다. 전쟁에서 산 채로 잡힌 군인에게 기다리는 최후야 묘사하기도 귀찮을 정도로 진부하다. 것도 싸우던 적들이 국제법 따위 무시하는 놈들이었으니까. 그녀의 쪽도 뒤에서 할 거 다 하는 나쁜 놈들이었고.

"그게 가지고 싶어요? 내 마지막 기억을? 그 뻔한 기억을?"

472 ◆.Th3VZ.RlE (8D7irh1MPc)

2023-09-23 (파란날) 22:17:39



>>471

높지도 낮지도 않은 코 . 움푹 들어간 눈 . 특별한 돌출없이 얌전한 광대 . 턱은 모나지 않고 둥글지만 만질수록 그 형태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 바벨의 얼굴은 어쩐지 손 닿는 순간마다 모양을 달리하는 듯했다 . 어둠이 그러하듯 점토처럼 당신이 주무를 때마다 모양이 변하는 것이다 . 그것에 정해진 형태는 존재하지 않았다 . 여전히 바벨은 불안정하고 여전히 불완전했다 .

단지 흰 머리카락만이 ─ 실처럼 가는 머리카락만이 선명하다 .

어깨를 덮는 머리카락은 사람의 것이라기에는 너무나 무기질적이라 , 생물의 느낌이 희박하여 , 차라리 악기의 현에 더 가까웠다 .

당신이 바벨의 구멍을 복잡한 심경으로 살피면 ,

바벨은 당신이 바라면 여기에 두고 가도 된다고 , 소리로 빌리지 않는 말로 속삭였다 .

분명 바벨이 맡아두고 있는 당신의 기억은 이것이 전부는 아니리라 . 당신이 과거를 뒤쫓지 않는다면 모두 바벨의 안에 깊숙히 잠겨 떠오르는 일 없이 조용히 , 영원히 잊혀지겠지 . 그것은 정말로 안락한 망각안락사이었다 .

하지만 ─ 아무리 뻔한 기억이라도 ─ 자신의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하며 , 당신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면 ,

이 구멍은 이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맞다 .


473 미카엘라 (uEe7cvyyv2)

2023-09-24 (내일 월요일) 14:29:40

>>472
최후의 순간도 다른 모든 순간처럼 여느 운명이었겠지. 배우가 받은 대본. 탄생의 순간 정해진 모든 것. 탄생 이전부터 모두 정해진 것. 누구에게나 주어진 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길.

도망칠 수 있다면 운명이라 부르지 않는다. 잊힌 운명을 떠올리는 것도, 모두 운명대로. 영원히 잊히거나 언젠가 일출처럼 떠오르거나. 운명대로 될 것이다. 세 여신이 자아내는 실에 새겨진 대로!

"어떻게든 저쩧게든. 일어날 일이라면 일어나겠죠.."

강아지 볼 주무르듯 하던 손을 떼었다. 그래. 어떤 일이 일어나도 두렵지 않다. 그렇게 믿는다. 이제 다시 걸어야 할 시간이다.

"우리는 걸어갈 거에요. 어느 방향이라도 상관없어요. 얘 밥도 먹어야 하구.."

못 미더운 화방녀(?)에게 말했다. 못 미덥지만 여기서 처음으로 만난 대화가 가능한 존재였으니까. 바벨이랑은 대화...라고 하기 애매하니 제외하고.

"당신은 어떻죠? 같이 가겠어요? 아니면 따로 갈 곳이 있나요? 마음대로 해요."

474 ◆.Th3VZ.RlE (IDbnz1.2lQ)

2023-09-24 (내일 월요일) 16:49:21



>>473

여자는 바벨의 변화한 모습에 무척 놀랐다 .

어떻게 된 일인지 , 당신에게 설명을 요구하려고 했지만 , 당신이 먼저 말을 꺼내는 바람에 순서를 놓쳤다 .

그런데 놀란 눈치없이 태연하게 당신에게 말을 걸고 , 또 대답하는 것을 보면 , 어쩌면 여자는 이 세계에서 , 대화를 나눌 상대를 만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게 아닐까 . 어쩌면 그녀에게는 당신보다도 뚜렷한 , 분명한 목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

< ... 정해둔 곳은 있어요 , 아직 더 가야하지만 , 공교롭게도 저 놈에게 쫓긴 덕분에 이정표를 찾을 수 있었구요 . 저기 , 라미레즈 씨야말로 어때요 ? 저와 동행하시는 건 >


475 미카엘라 (JMOYBKSw1Q)

2023-09-24 (내일 월요일) 19:05:11

>>474
"그럴까요. 그러죠 뭐."

저 자와 동행하면 목적지가 정해진다. 하염없이 걸으며 목적지가 생기기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빠른 길이다.

"동행하기로 한 김에, 그 쪽 화가분 이름은 어떻게 되시나요? 같이 다니는 갑옷 기사도요."

앞으로 먼 길 걸어야 할지도 모르니 통성명을 해 보자. 미카엘라와 바벨은 이름을 보였으니 이제 저 쪽 차례다.

476 미카주 (rfFzR7UHp2)

2023-09-25 (모두 수고..) 09:11:27

월요일이지만 추석이 있으니 견뎌내는거다...

477 ◆.Th3VZ.RlE (tTWL6jGpE2)

2023-09-27 (水) 00:32:43

추석 .. 언제 와 ...

478 ◆.Th3VZ.RlE (tTWL6jGpE2)

2023-09-27 (水) 00:59:29



>>475

당신이 흔쾌히 수락하자 뛸 듯이 기쁜 표정으로 화답하는 여자 . 그녀는 당신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서야 , 아직까지 당신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

< 그리델 안첼리아예요 , 그리고 여기 , 저를 도와주는 녀석은 칼리번이라 하구요 >

그녀가 손으로 가르키자 , 빈 공간으로부터 커다란 갑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 판금갑이라 불리우는 그 갑옷은 , 어찌나 열심히 광을 내놨는지 밤중에도 눈부시게 빛이 났다 . 볼링공처럼 홈이 세 개 파인 투구는 페이스 오프가 불가능한 일체형으로 , 정면에 만들어놓은 세 개의 구멍을 제외하면 물샐틈없이 기사의 머리를 포장하고 있었다 . 바벨과 비교하면 두께부터 , 존재감부터가 다른 존재였다 . 당신에게 적의를 향하지 않아도 , 단순히 거기에 서 있기만 해도 압력이 발생해 주위를 짓누른다 . 뿐만 아니라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주인의 등 뒤를 지키며 서니 , 싫어도 바벨과 비교하게 되리라 . 바벨과는 모든 면에서 반대를 이루니까 .

< 그리 ─ 고 , 사실 직업 화가는 아니에요 . 그림으로 돈을 벌어본 적도 없구요 . 이런 차림새라 오해하셨죠 ? 죄송해요 >

멋쩍게 , 투박하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 당신에게 내민 손은 울퉁불퉁 굳은살이 빼곡히 박여 있었다 .

< 아무튼 ,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라미레즈 씨 >

좋은 사람 ─ 나쁜 사람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 중요한 것은 상황이다 . 상황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 극한의 상황 앞에서 드러나는 본성이야말로 , 그 사람의 모든 것 , 진실된 면일 테니 . 이 악수로부터 , 이 만남으로부터 당신이 어떤 인상을 받더라도 ,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 운명이 곧 서로의 진심을 드러낼 무대를 준비할 테니까 .

지금은 모든 것을 단순하게 생각할 때였다 .


479 ◆.Th3VZ.RlE (tTWL6jGpE2)

2023-09-27 (水) 01:00:27

요옸씨 , 이번 진행은 이 레스까지로 하겠습니다 .

다음 진행 레스 준비해서 찾아올 게요 ! 좋은 밤 ! 좋은 추석 !

480 미카주 (1XWkmeY5z2)

2023-09-27 (水) 20:39:45

추석은..온다...!

481 ◆.Th3VZ.RlE (6QW0PSRp0Q)

2023-09-29 (불탄다..!) 18:13:59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도로 ─ 도로가 수평선 너머까지 이어지고 있다 .

눈이 닿는 곳에 골 테이프는 보이지 않고 , 걸음은 한량없이 길어지기만 하고 있다 .

미카엘라 라미레즈와 바벨 . 그리델 안첼리아와 칼리번 .

두 사람과 두 괴물의 동행은 언제 어디서 끝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

어떤 형태로 끝이 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

겨우 한꺼풀 벗은 정도로는 전부 억누를 수 없었던 바벨의 본성 ─ 난폭함 . 바벨은 여전히 호전적이어서 , 강철 갑옷이 눈에 띌 때마다 툭하면 시비를 걸어댔다 . 누가 더 강하고 누가 더 약한지 , 부딪혀보기를 바랬다 . 칼리번이 어른스럽게 , 한 발 먼저 한 걸음 뒤로 물러나주었기에 망정이지 , 행여라도 그것이 걸어오는 시비를 받아주기라도 했다면 유혈 사태로 번졌을 지도 모르는 문제 . 당신도 그리델도 곤란할 따름이었다 . 이래서야 도로가 다하는 데까지 , 함께 갈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

그리델의 말에 따르면 , 이 도로는 사람이 준비한 것은 아니나 , 저것을 이정표 삼아 사막의 방랑자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중이라 했다 . 모두 모여서 이 사막을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다는데 , 사실이라면 당신도 그리델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

사막의 위협이 제아무리 흉악하다고 해도 , 그 흉악함은 예측과 대비가 불허하다는 점에 있다 . 머릿수가 갖춰지면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수 있을 테니 , 이런 위협으로부터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 터 .

그런데 이놈의 바벨이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구니까 , 그리델의 낯빛은 어두워져만 갔다 .

하나 뿐인 길이라 함께하기로 한 이상 헤어질 수도 없는 노릇인데 . 이 자식은 , 이 녀석은 , 이 고물 깡통 인형은 !!

말로 하지 않아도 그리델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

반면 바벨은 천연덕스럽게 , 뻔뻔하게 , 칼리번과는 반대로 모습을 감추지도 숨기지도 않고 , 당신과 나란히 도로를 따라 걸으니 ,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가 문제라는 생각은 눈곱 만큼도 못하는 것 같다 .

이 동행 ─ 이대로라면 조만간 파탄날지도 모른다 .


482 ◆.Th3VZ.RlE (6QW0PSRp0Q)

2023-09-29 (불탄다..!) 18:14:26

이예 -- 이 행복한 한가위 보내고 계신가요 !! WATASHI─WA ! 아니에요 ~ ! ( 환호 )

483 미카엘라 (D9uBRNYIP.)

2023-09-29 (불탄다..!) 23:32:56

"사막을 벗어난다? 여기서는 무릎도 허리도 안 아프고, 배고프거나 졸릴 일도 없어요. 몇 번 맞아봤는데 아프지도 않아요. 여기서 왜 벗어난대요? 그보다 벗어나면 어디로 가려구?"

죽고 한 번 더 죽을 생각인가? 사막이 부여하는 신체적 자유는 현실보다 달콤하고 뛰어나다. 괴물들은 생긴 것만 이상하지.. 총 맞으면 똑같이 죽었다. 여기서 벗어날 절실한 동기는 아직 없다.

"모여서 하는게 패싸움 말고 또 있을...."

무정부 상태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서열을 정하기 위한 폭력사태가 반드시 일어난다고 말하고 싶었다. 바벨이 깐족거리는게 또 눈에 밟히지 않았으면 그대로 말했을거다. 칼리번이라는 갑옷의 등에 잽을 툭툭 던지는게 우스꽝스러워서 웃음을 흘릴 뻔 했다. 깡통 안쪽에 사람이 생겨도 깡통은 여전히 난폭한 깡통이다.

그리고 난폭한 깡통이 잊어버린게 하나 있다. 난폭한 깡통의 주인은 두 배로 난폭하다. 직전까지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고 온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크나큰 착각이다.

"바벨! 그건 나쁜 행동이에요!"

말은 아이를 훈육하는 유치원 교사 같았지만, 손은 바벨의 머리 위로 올라가서 머리채를 틀어잡고 있었다. 새로운 모습을 하니까 이게 좋구나! 바벨의 첫눈처럼 흰 머리채를 잡아서 뒤로 질질 끌려고 했다.

"보라는 모래벌레는 안 보고 칼리번만 쳐다볼 때부터 알아봤어! 앞으로 뭐가 되려고!"


//
캡틴 엇재서.. 전이랑 떡이랑 먹고 살찐다는 느긋한 고민을 해야 할 시기에..

484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01:56:54



>>483

" 글쎄요 ,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은 게 없어서요 . 그래도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 이 세계에 관해 저희보다 자세히 아는 사람들과 정보를 나눌 수 있다면 , 그것만으로도 이득 아니겠어요 ? "

꼭 그들과 뜻을 함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당신도 그리델도 사막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니 , 그들로부터 사막에 관한 , 당신들이 모르는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만 있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

당신이 ─ 이 세계를 떠날 마음 없이 ,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 더더욱 그렇다 . 하지만 당신의 우려 역시 타당한 것 . 이 길의 끝에 정말로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하더라도 , 그들이 당신들에게 호의를 베풀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

사람의 적은 오래 전부터 사람이었다 .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게 세상인데 , 다른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멍청하지 . 더군다나 당신에게는 바벨이 있다 . 여기 칼리번 하나만 갖고도 이 난리법석인데 ,

거기서 자신의 마음에 쏙드는 상대를 만나기라도 한다면 , 이 녀석이 별안간 무슨 짓을 벌일지 어떻게 알겠나 .

당신의 야무진 손이 바벨의 머리채를 붙잡고 눈높이를 끌어내리자 , 그리델이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 당신에게 머리를 뜯기면서도 , 하나 남은 다리로 칼리번을 걷어찰 방법을 궁리하는 바벨 . 녀석은 정말로 포기를 모르는 양철 인형이었다 .

" ... 라미레즈 씨 . 혹시 ─ 바벨을 없애는 법 , 모르시나요 ? "

묵묵히 바벨에게 얻어맞기만 하던 강철 갑옷이 , 그리델의 눈치를 받고 자신의 모습을 허물어뜨렸다 . 모래가 되어 사막의 일부로 사라져 없어지는 칼리번 . 광활한 사막에 섞인 칼리번의 흔적은 , 이내 불어오는 바람에 섞이고 흩어졌다 .

더는 강철 갑옷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 영영 사라진 것은 아니다 . 그리델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라도 다시 나타날 테지 .

하지만 ─ 지금 이 순간만큼은 ,

완벽하게 이 사막에서 자취를 감췄다 .

" ... 제가 강하게 바라면 ─ 칼리번은 이렇게 사라질 수 있어요 . 바벨도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데 , 어때요 ... ? "

부탁이니 ─ 제발 그렇게 해달라는 눈빛이다 .


485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01:57:39

행복한 고민 ! 안으로 밖으로 치이다보니 제정신을 지킬 수가 없스요 ... 하 ─ 지만 , 괜찬흣ㅂ니다 ! 고내찮아 !!

486 미카엘라 (2bovF38IaU)

2023-09-30 (파란날) 15:54:11

>>484
바벨 머리채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바벨을 없애버리자는 말로 잘못 듣고 말았다. 고개를 홱 돌려서 그리델을 보았지만 오해는 빠르게 정정된다. 그녀는 모래벌레에게 쫒길 때 선보였던, 칼리번을 넣고 꺼내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 그리델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듯 칼리번이 모래먼지가 되어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호출을 받으면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런 게 되는지 몰랐어요. 한 번 해볼까요."

괴물이 다가올 때 바벨의 직감을 이용할 수 없는 건 단점이지만.. 바벨이 사고를 치는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 어디 집어넣고 다니는 게 더 좋겠다. 입을 열어서 말해보았다. 조정간을 안전에 두는 느낌으로.

"바벨. 들어가 있어요."

487 미카주 (2bovF38IaU)

2023-09-30 (파란날) 15:54:52

>>485 슬퍼요...연휴는 즐거워야 한다구요...

488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19:06:58



>>486

당신의 부탁 아닌 부탁에 바벨이 눈을 깜빡거린다 . 읽을 만한 표정이 없어 기계 같기만 한 얼굴에 처음으로 색이 지났다 . 아마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할 , 당신만이 포착할 수 있었던 감정 . 그것에 구태여 이름을 붙이자면 ─ 불쾌였을 것이다 .

그리고 그리델 모르게 , 당신과 바벨 사이에 힘 겨루기가 시작됐다 . 반항아 아니랄까봐 보이지 않게 뿌리를 내리고 , 당신에게 반항해 이대로 이렇게 사라지기를 거부하는 바벨 . 지금처럼 가볍게 바래서는 바벨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

보다 더 강하게 명령할 필요가 있을 지도 .


489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19:08:23

>>487

490 미카엘라 (eL4X9ddXuI)

2023-09-30 (파란날) 19:44:48

//움짤입니다

"?"

안 들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피차 폭력밖에 모르는 두 놈이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법은 하나뿐이다. 머리채를 쥐지 않은 손을 높게 들었다.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한 번에 꿀밤 한 대가 어김없이 날아왔다. 네가 가루가 되어 들어가지 않으면 직접 패서 가루로 만들겠다는 굳건한 의지!

자고로 공갈협박과 폭력은 인간관계의 윤활제와 같으며, 돈만큼이나 잘 먹히는데 더 좋은 건 돈이 안 든다는 사실이었으니...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바벨이 반격할거라고 생각을 못 하는지, 해도 상관없다는 건지.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던 건 자신의 본성을 알고 피바람이 이는 것을 막기 위한 일말의 선의일까 사람들이 모였을때 패싸움의 주동자가 바로 이 여자가 될지도 모른다.

491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20:49:08



>>490

맞는 바벨과 때리는 당신 . 일련의 광경을 바라보는 그리델의 표정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 설득을 완성시키는 조미료로 과감하게 주먹을 선택한 당신의 모습에 , 도통 적응을 하지 못하는 눈치 . 자신이 알던 상식이 모래성처럼 부수어지는 끔찍한 광경에 차마 눈을 바로 뜨지 못하고 시선을 피하고 만다 .

그런데 ─ 아무리 기다려도 머리를 때리는 둔탁한 소리가 잦아들지 않아 . 그리델이 하는 수 없이 소리를 냈다 .

< 저 , 저기 , 라미레즈 씨 , 안 되면 억지로 하지 않으셔도 돼요 ... 그도 그럴 게 .. 헉 >

당신의 사심없고 자비없는 사랑의 매에 , 한층 달라진 바벨의 모습을 보고 그리델이 헛숨을 삼켰다 .

놀랄만도 하지 . 저렇게 머리가 움푹 파였는 걸 . 당신의 주먹에 호되게 찜질당한 바벨의 머리는 ,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티나게 함몰되어 있었다 . 세상에 맙소사 . 예나 지금이나 무르기 짝이 없는 머리다 . 양철 인형의 머리를 벗고 , 기껏 새롭게 다시 태어났으면서 , 밖에 보이는 모습만 달라진 건지 .

기를 쓰고 버티기 바빠 머리가 망가졌어도 관심 한 번 주지 않는 바벨이었다 . 녀석의 의지는 속에 철심을 박은 듯 꺾이지 않아 , 당신은 처음으로 바벨과의 소통에서 실패를 맛봤다 . 이제까지는 싫은 내색하더라도 당신의 뜻에 따라왔던 바벨인데 , 이렇게까지 저항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


492 미카엘라 (MnkWHLmI06)

2023-09-30 (파란날) 21:59:18

>>491

"아.. 이건 나중에 팔다리 고칠 때 같이 펴면 돼요."

들어가라니까 엉뚱한게 들어갔다. 나중에 복구하는 김에 바벨이 알아서 잘 펴겠지. 어차피 뇌가 없는 머리통이니까 좀 찌그러져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나저나 바벨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버틴다. 계속하다간 뜨지 않는 해가 뜰 때까지 꿀밤을 먹여야 할 판이다. 지금까지는 싫은 티를 내면서도 시키는건 다 하더니 갑자기 왜 이런담? 칼리번을 좋아하나? 좋아하니까 괴롭히고 그러는 거야? 사랑의 힘을 이기는 건 없다는 거야 지금?!

울며 겨자먹기로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냥 때려패서 다 되면 좋은데 협상을 해야 한다니. 어쩔 수 없이 바벨과 눈을 맞추고 안테나를 세웠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팅을 하는 기분이다.

'바벨. 뭐가 문제에요? 갑옷이랑 싸우고 싶은 거, 진짜 그게 전부에요?'

493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1:28:44



>>492

정말 낙천적인 생각이다 . 당신의 생각에 그리델도 동의했다면 좋았을 텐데 ,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 의심하는 눈은 당신이 아주 미쳐버린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있었다 .

뭐── ─어 당신이나 바벨이나 평범한 감성의 소유자는 아니니까 . 그리델의 의심은 어떤 면에서 타당했다 .

어 ─ 쨌 ─ 든 , 평범한 사람과는 상식의 궤를 달리하는 당신이다 .

이것이 생전의 당신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이라면 , 이런 시선이 당신 자신도 모르게 익숙할 수도 있겠다 .

지난날의 자국 . 당신은 모르는 당신의 흔적 .

만약에 문득 , 당신이 기억을 더듬으려고 하면 , 깎아지르는 절벽처럼 보다 깊은 기억으로 이어지는 길이 썩뚝 끊어져 있으리라 .

당신의 기억의 파수꾼바벨은 ,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당신의 열람을 허락하지 않았다 .

바벨 .

녀석의 이름을 따라 다시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 바벨은 여전히 한사코 당신의 부탁명령거절거부하고 있었다 . 당신이 바벨의 속에 들어가 , 반항의 이유를 찾으려고 해도 마땅한 대답이나 구실 ─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

어쩌면 변덕에 지나지 않을 수도 . 아니면 들킬까 조마조마하며 ─ 이유를 감추는 걸지도 .

뭐든 간에 지금 , 알기 쉽게 정돈된 문장으로 준비된 변명은 , 바벨의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


494 미카엘라 (m0fqIMSp3w)

2023-10-01 (내일 월요일) 15:25:02

>>493


"야, 라미레즈 중사님도 첫 전투 때 울었을까?"

"난 안 울었다에 10달러 건다. 그 사이코패스가 운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을 거 아냐. 짬이 쌓이면서 그렇게 된 거라고. 그럼 나는 울었다에 10달러야."

"운다는 건 오른눈도 포함하는 겁니까?"

"그건 진짜 우는 게 아니니까 빼야지. 악어처럼 그냥 나오는 눈물이잖아."

"첫 전투 때는 중사님 오른눈 멀쩡했을걸. 섬광탄에 다쳐서 그렇게 됬다는데."

초소에서 이뤄지는 사소한 군율 위반 -도박-은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라미레즈 중사에 의해 발각되었다. 라미레즈 중사는 울었다에 10달러를 걸었고, 딴 돈으로 술 한 병을 샀다.



'사람들은 왜 날 볼 때마다 저런 눈을 할까요.'

그리델의 눈을 보면 생전 초소에서 있었던 작은 해프닝이 떠올랐다. 거기 있던 사람 중 몇 명은 자신보다 먼저 죽었다. 이곳에 있을까.

각설하고 본 주제로 돌아오면, 바벨의 억지는 이유없는 땡깡에 가까워 보였다. 그리 화가 치솟거나 실망할 거리는 아니었다. 너무나 바벨스러웠기 때문이다. 싫으면 싫어. 좋으면 좋아. 이유는 필요없는 단순무식함.

"바벨이 그러면 내가 뭘 해주겠어요? 손이나 줘봐요."

결론은 그냥 바벨 손을 꽉 잡고 가자는 걸로 귀결되었다. 직접 붙들고 있으면 좀 버둥거려도 갑옷에게 못 가게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벨의 하나 남은 손목을 놀이공원에 온 엄마처럼 꽉 쥐었다.

"그냥 이렇게 하고 가야겠어요. 바벨이 이 정도로 버티는 건 처음이네요...."

495 미카주 (b2mSvMf0K2)

2023-10-01 (내일 월요일) 15:47:27

>>406
>>408

의도된 건지는 몰라도 떡밥이 풀렸네요. 쥐어뜯을 바벨 머리채가 생겨서 미카는 기쁘다..

496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6:14:01



>>494

당신이 바벨을 어떻게 다루는지 직접 눈 앞에서 본 터라 , 그리델도 차마 다른 말을 덧붙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분위기에 휩쓸렸다는 인상이 강한데 , 불만이 해소된 것은 아닌지라 나중에 또 어떻게 다시 장작에 불이 붙을지 그녀 스스로도 몰랐다 .

바벨이 제발 잠시라도 얌전하게 있어줬으면 . 그녀는 조용히 바랄 뿐이었다 .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 어째서 바벨만 저렇게 별난지 , 의아하게 생각했다 .

< ... 라미레즈 씨는 군인이셨나요 ? >

어쩌면 , 특이한 것은 바벨이 아니라 당신일지도 모른다 . 자신도 칼리번이라는 괴물을 다루는 신분 . 저것들의 생리 , 생태는 전부는 아니라도 직감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얼마 있었다 .

그런 자신의 이해에서 당신들이 동떨어져 보였다 . 그리델은 당신과 바벨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했다 .

그러거나 말거나 , 바벨은 외다리로 당신을 따라가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497 시선회피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6:17:03

>>495

498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6:52:13

뭐지 , 그러고보니 바벨 왜 외다리가 됐지 ( 동공지진 )

499 미카엘라 (/wkbCj1qVs)

2023-10-01 (내일 월요일) 18:52:55

>>496
"네. 지금은 제대했지만."

복무 종료 후 제 2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로. 아니면 사막에서 싸우다가 사막에서 싸우고 있으니 제 1의 삶이 계속 이어지는 것인가?

"바벨이 있지만 아직 손이 허전한 느낌이에요."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을 한다. 여기서는 바벨이 총이지만, 살아있을 적 익숙함이 사라지기엔 시간이 충분히 흐르지 않았다. 양 손에 묵직히 들리는 쇳덩이가 주는 안정감은 바벨과 또 다른 느낌이라.

사막 어딘가에도 총이 있을까. 바벨도 쏘고 자기도 쏘면 화력이 두 배! 정말 세상에 두려운 게 없겠다.

500 미카주 (/wkbCj1qVs)

2023-10-01 (내일 월요일) 18:53:28

>>498모래벌레 잡고 수복을 못해서 그렇지 않았나요...?

501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8:55:46

문득 신경이 쓰여서 정주행했는데 , 괴물 지렁이를 잡으면서 다리가 망가졌다는 언급을 누락했습니다 , 캡틴 멍청이 ... !

502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8:56:14

와 ! 500 레스 돌파 ! 드디어 절반을 채웠어요 !

503 미카주 (/wkbCj1qVs)

2023-10-01 (내일 월요일) 19:19:03

504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9:35:38



>>499

< 어쩐지 , 움직임이 남다르다 싶었어요 >

손짓이라던지 , 걸음걸이라던지 .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난폭한 성격도 직업병일까 , 그리델은 생각했다 . 그리고 정말로 하고 싶은 질문은 입에 담지 못한 채 , 수긍한 척을 했다 .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라고 그녀는 판단했고 , 때문에 대화의 주제는 담장을 넘어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 . 그녀가 새롭게 꺼낸 이야기는 , 당신보다 먼저 만났던 사막의 방랑자에 관한 것이었다 .

< 여기서는 시간을 종잡을 수 없으니까 , 보통은 걸음수로 말하는데요 , 그 분과는 팔 만 걸음 정도 전에 만났어요 , 저도 라미레즈 씨처럼 눈을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라 , 뭐가 뭔지 도통 모르는 상황이었죠 .

그 분께서 복잡한 생각을 교통정리해주시지 않으셨다면 , 어쩌면 저는 벌써 모래 밑에 파묻혔을 지도 몰라요 >

─ 이 사막에는 대체 몇 명의 사람이 살고죽어 있는 걸까 . 그리델의 말만 들으면 사람 만나기가 참 쉬운 것 같은데 , 정작 당신이 만난 사람은 눈 앞의 여자 단 한 사람 뿐이다 . 무슨 운인지 .

< 그렇네요 , 그 분이 알려주시지 않으셨다면 , 아마 이 길에 대한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을 거예요 . 그러고보면 저는 , 라미레즈 씨에게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도움만 받고 있네요 >

저렇게 말하는데 . 당신의 직감이 수상한 냄새를 맡는다 . 뭔가 ─ 뭔가가 ─ 석연찮은데 .


505 미카엘라 (/wkbCj1qVs)

2023-10-01 (내일 월요일) 21:04:52

>>504
8만 걸음을 일일히 세었다니. 무시무시한 집중력이다. 인간적으로야 세다 까먹으면 적당히 묻고 대충 세었겠지만, 일단 8만보 동안 걸음 세기를 멈추지 않은 게 대단하다. 이 돌발 상황이 빈번한 사막에서 말이다.

"여기 있는 사람이 꽤 많은가봐요. 저는 당신이 처음으로 본 사람인걸요."

바스러지던 그것들은 솔직히 사람으로 치면 안 되지. 그리델은 여기에 오래 있어서일까. 다른 사람들을 꽤 본 모양이다. 자신이 보았던 건 괴물들이었는데 신기하네. 신기해...

"그 분은 누구시길래? 길을 이정표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그 분이 알려주신거에요?"

506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23:41:27



>>505

< 그래요 ? 그건 .. 다행이네요 . 제가 처음이라니 말이에요 >

말꼬리를 흐린다 . 모든 만남이 유쾌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리라 . 당연하겠지 . 아니라면 그렇게 ─ 혼자서 괴물 지렁이에게 쫓길 이유가 없다 . 그리델은 자신과 스쳐지난 몇 명의 사람을 떠올리고 ,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

< 수가 얼마나 되는지 ,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 적게 만날 수록 좋은 건 분명해요 .

그러니까 ─ 라미레즈 씨는 운이 좋으셨던 거죠 >

삭막한 말이다 . 꿈도 희망도 없는 소리다 . 하기야 ─ 법과 질서가 사라진 사막이다 . 모든 방랑자는 무법자와 같았다 .

당신처럼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당신도 생각하지 않았나 . 이 길의 끝에 기다리는 것이 안정과 평화일 가능성은 낮다고 .

그리델은 지옥을 본 걸지도 모른다 . 당신은 아직 만나지 못한 지옥을 .

< 예 . 그 분께서 알려주셨어요 . 사막에서 숨쉬는 법을 알려주시고 , 걷는 법을 알려주시고 ,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알려주셨죠 . 듣기로는 , 이 사막에도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더라구요 . 그 분은 거기서 오셨대요 .

전도유망한 사람들만 모아 이 세계에 터전을 꾸리고 있대나 . 제게도 권유하셨지만 , 저는 이 세계에 큰 관심이 없어서요 >

과감하게 혼자서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는 소리다 .


507 미카엘라 (/jBk7lH9o6)

2023-10-02 (모두 수고..) 17:02:46

>>506

"....이 길을 따라서 방랑자들이 모이고 있다길래 우리가 이렇게 걷는 게 아니었나요?"

적게 만날수록 좋고 공동체도 마다하신 분이 왜 길을 따라 걷고 있을까? 손목이 잡힌 채 깽깽이질을 하는 바벨이 더럽게 걸리적거려서 아주 들쳐업어버렸다. 소방관식 운반법으로.

"생각이 바뀌셨나봐요. 하긴 모래벌레한테 쫓기면 없던 동포애도 생기겠네."

"그거 알아요? 사람은 원시인 시절부터 최상위 포식자였대요.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나무창을 던져대면 매머드도 버티질 못했다나? 모래벌레도 그런거죠."

그런데 뭔가. 이상하게 어긋난 기분이..

508 ◆.Th3VZ.RlE (/Ur1d5ATN6)

2023-10-02 (모두 수고..) 23:32:45



>>507

당신의 말에 그리델이 멋쩍게 웃어 보였다 . 옅은 미소 ─ 곤란함을 대충 모래로 덮어 가린 가짜 웃음이었다 .

< 한 시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에요 >

당신과 눈을 맞추지 않고 던지는 말 . 더 캐낼 것이 있어 보인다 . 하지만 쉽게 말할까 . 당신과 그리델의 관계성은 서로 아직 동료라 부르기에는 어설픈 것이었다 . 동료는커녕 동행에 지나지 않다 . 운명이 우연히 겹친 것에 불과한 만남 . 언젠가 파탄 나더라도 지금과 같은 거리감이라면 , 서로 아무런 미련 없이 손을 털고 헤어질 수 있을 것이다 .

거기다 벌써 한 번 ─ 그녀는 당신과 바벨의 위기를 못 본 척했다 . 다음에도 또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있을까 .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어디서 어디까지 믿어도 될는지 . 뭐어 ── ─ 정하는 것은 당신이다 .

- maaa aa aaAaaaa

시체처럼 , 군장처럼 당신의 어깨에 들쳐 매여 조용하게 죽어 있던 바벨이 별안간 소리를 냈다 . 녀석이 이럴 때는 항상 안 좋은 일이 일어나던데 ─ 아니나 다를까 , 칼리번을 뽑아 든 그리델이 멀리 도로의 저편에 생겨난 점들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

< ... 저게 뭐죠 ? >


509 ◆.Th3VZ.RlE (/Ur1d5ATN6)

2023-10-02 (모두 수고..) 23:33:01

안 돼 추석 !! 떠나지 마 !! 돌아와 !!!

510 미카엘라 (l8toAATlyk)

2023-10-03 (FIRE!) 00:12:51

>>508
영혼 없이 웃었다. 아하하. 숨기는게 있나보지? 뒤통수를 치는 일만 아니길 바란다. 자신을 배 갈라서 제물로 바치고 혼자 도망가는 대참사 말이다. 예를 들면 저기 보이는 점점이들한테.....어....? 바벨의 울음이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다.
Contact unknown on my 12. long distance!
"엄폐 엄폐! 사구 뒤에 엎드려!"

저쪽이 우리에게 보이면, 우리도 저쪽에 보인다. 즉시 길을 벗어나서 엄폐물에 숨었다. 걷는 여자를 보았을 때와 같다. 그리델 칼리번도 어서! 망설일 시간이 없어!

"빨리! 쇠가 빛나는 건 엄청 잘 보인다구요!"

채널을 열고 바벨의 조종간을 가져온다. 눈만 내놓고 머나먼 점을 주시했다.

//아직 우리에겐 하루치 단군의 가호가..

511 ◆.Th3VZ.RlE (sSFUEQar/k)

2023-10-03 (FIRE!) 01:05:49



>>510

< 큭 .. ! >

경험이 녹아든 말은 싫어도 위엄을 갖추게 된다 .

그리델은 당신의 판단이 옳다는 것을 직감하고 당신을 따라 길 위에서 벗어났다 . 그리델을 안아 든 칼리번은 보기와 다르게 날랜 움직임으로 , 단 한 번의 뜀으로 사각지대까지 자신과 주인의 위치를 옮겼다 .

결심도 빠르고 행동도 칼과 같다 . 유사시에 당신의 발목을 잡을 일은 없어 보인다 . 불안 요소는 오로지 바벨 . 바벨이었다 . 아직 다리와 팔을 회복하지 못한 바벨이 , 이대로 적의 파상 공세에 노출된다면 재미와 담을 쌓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

그리고 그 때 ─ 발목을 붙잡는 당신들을 과연 그리델이 구하려 들까 .

- Maaaaa Aaa aAAa

바벨의 눈이 거동수상자들을 포착한다 . 세 사람 ─ 아니 네 사람이다 . 여성과 남성의 혼성 조합 . 혼이 빠진 모습으로 길 위를 따라 터덜터덜 걷는 것이 , 묘하게 낯이 익다 . 이런 상황 ─ 전에도 있지 않았나 .


512 미카엘라 (wbPPBDLs3I)

2023-10-03 (FIRE!) 01:20:23

>511
폭력에 익숙지 않은 것 치고 행동이 빠릿빠릿하다. 모래벌레의 공격을 흘려내던 움직임이 어디 가지 않은 모양이다. 발목을 잡을 일은 없지만, 바벨과 자신의 발목을 걷어찰지도 모를 일이지..

"영혼 빠진 사람 넷이 길을 따라 걸어와요. 무기는 없고 같이 다니는 괴물도 없어요."

"약을 빨았나 죽은 걸 알고 미친건가. 저런 사람들 본 적 있어요?"

부러 모르는 시늉을 하면서 그리델을 떠보았다.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그리고 자신은 네 사람 말고 주변에도 수상한 게 없는지, 근방을 크게 둘러보았다. 경험상 저것들은 위협이 될 만한 게 아니었다.

513 ◆.Th3VZ.RlE (sSFUEQar/k)

2023-10-03 (FIRE!) 02:00:13



>>512

< ... ... 넷이요 ? >

이해되지 않는 문제와 맞닥뜨린 학생처럼 ,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한다 .

머리만 빼꼼 꺼내서 , 뒤따라 상황을 확인한 그리델은 어째서 저런 게 「 넷 」이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

< ... 있어요 >

아무래도 솔직한 대답 같다 . 그리델은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저들과의 거리를 보면서 , 여유를 확인하고 , 남겨진 시간 사이에 자신이 아는 바를 당신에게 설명하려 했다 .

< 저것들은 시체예요 . 모래로 속을 채운 가죽 주머니walking dead예요 .

알맹이는 다른 누군가에게 잡아먹히고 , 생선뼈처럼 못 먹는 부위만 저렇게 버려진 거죠 .

저것 자체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지만 ... >

남은 말은 ─ 구태여 듣지 않아도 알 것이다 . 바벨의 시야에 드러나는 것은 저들이 전부 . 다른 위협은 감지되지 않았다 . 특수한 수단으로 자신을 숨기는 게 아니라면 , 감지 능력의 범위 안에 적은 존재할 수 없다 .

그리델은 한 발 먼저 길로 되돌아가서 , 다가오는 시체와 마주했다 . 그것들은 칼리번이 주는 위압감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 끝내 ─ 아무런 위해도 끼치는 일 없이 그리델을 스쳐지났다 .


514 미카엘라 (K0MdeYOEaM)

2023-10-03 (FIRE!) 02:36:19

>>513
그리델의 증언은 자신의 기억과 일치했다. 특히 모래로 속을 채웠다는 묘사가 그렇다. 그리델은 알고 자신이 모르던 것도 있었다. 저것들은 구멍뚫린 조개껍질과 같다는 것.

"문제는 누가 잡아먹었냐 하는 것이로군요."

그리델의 뒤를 따라서 터덜터덜 걸어왔다. 역시 네 사람은 일행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시체라고 해시 그냥 보내줄 생각도 없다. 그리델이 모르며 자신이 아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죠. 이것도 먹을 수 있어요."

자신도 이 가죽 푸대들에 대한 경험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네 사람의 머리를 하나씩 하나씩 손가락으로 밀어버렸다. 그러면 몸뚱이는 모래성처럼 쓰러지고, 고깃덩이가 되고, 바벨이 먹겠지.

"포식자가 있으면 청소부가 있는게 섭리니까요."

칼리번은 이런 거 안 먹나봐. 똑같은 걸 보는데 생각하는게 딴판이다.

515 ◆.Th3VZ.RlE (sSFUEQar/k)

2023-10-03 (FIRE!) 03:33:01



>>514

< 네 ? 응 ? 엑 ? >

그리델은 ─ 상상도 못한 일이 눈 앞에 벌어졌다 .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이 떨어진 시체들을 바라봤다 . 떨어진 목의 행방을 쫓아 눈알을 굴렸다 . 연달아 주르륵 쓰러지는 목 아래 남은 몸들을 , 경악하며 쏘아봤다 .

< 무슨 , 무 , 뭐 , 뭐죠 , 뭐야 ? 왜 ? 왜요 .. ?!? >

다음은 익히 아시는 장면 .

네 구의 시체가 네 개의 덩어리로 변한다 . 고기로 만든 경단처럼 뼈와 살이 삐걱이며 둥글게 ─ 둥글게 뭉친다 . 다리가 하나 밖에 없어서 현장에 한 발 늦게 도착한 바벨은 , 몇 번을 봐도 적응되지 않는 기괴한 광경에 다급하게 ─ 황급하게 팔을 들었다 .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펼치고 엄지를 제외한 네 개의 손가락을 동시에 발사해내는 바벨 . 부랴부랴 급하게 열을 삼키느라 , 각각의 경단을 완벽하게 파괴하기에는 다소 위력이 부족했다 . 때문에 ─ 칼리번까지 나서게 됐다 .

고기를 자르고 뼈를 끊는 , 무시무시한 위력의 검격에 엉망진창 곤죽이 되는 경단 하나 .

바벨이 나서서 팔목 밖에 남지 않은 팔을 송곳처럼 경단에 찔러박아 , 하나를 더 부쉈지만 그래도 두 개가 더 남았다 .

가장 가까이서 , 가장 먼저 총격에 맞은 경단이 구멍을 메우지 못하고 자괴하여 , 마지막으로 하나가 남았다 .

눈치채면 마지막 남은 경단은 더이상 경단이 아니었다 . 뭉치고 뭉친 끝에 , 한계까지 작아져서 , 새롭게 형체를 갖추고 있었다 .

가죽을 입지 않아 적나라하게 드러난 살과 근육이 ─ 뼈가 흉측하지만 , 분명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몸이었다 . 다리가 있으니 걸을 수 있을 것이다 . 팔이 있으니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 . 머리가 있으니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눈이 있으니 ─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516 미카엘라 (dG/4Gm.m2M)

2023-10-03 (FIRE!) 12:43:11

>>515
"아. 쓰읍.."

경단 상태에서 확실히 다져놓지 않으면 저렇게도 되는구나? 가죽 벗겨진 사람 꼴이 되다니. 신발끈을 매는 척 하면서 모래를 한 줌 쥐었다. 가죽 없는 사람에게 눈이 있었다.

"건드리면 모래성처럼 무너져요. 그리고 고기경단이 되어서 뭉치는데, 그 때 제대로 다져주지 않으면..."

"저렇게 되나보죠. 그래도 칼리번 칼질 한번이면 두동강나겠네요."

여기엔 사람 둘 괴물 둘 해서 무려 넷이다. 사소한 실수가 있었지만 고작 되다 만 사람에게 패배할 리 없다. 갑자기 겨드랑이 밑에서 팔이 또 자라거나 힘이 헐크 수준이 아니라면 자기 혼자서 이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총은 비틀거리지만 칼이 있는데 굳이 손으로 쳐야 할 이유가 없었을 뿐.

517 ◆.Th3VZ.RlE (eMRknQ24m6)

2023-10-04 (水) 20:09:37

이예이 - 갱신합니다ㅏㅏㅏㄺ

518 ◆.Th3VZ.RlE (eMRknQ24m6)

2023-10-04 (水) 20:24:57



>>516

괴물은 형체를 갖추고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

가만히 서서 ─ 단지 눈만으로 주변에 모인 < 배우 > 들의 면면을 확인할 따름이었다 .

그리델은 그런 괴물의 모습에 꺼림칙해하면서도 , 당신의 말대로 칼리번을 움직였다 .

우직하지만 , 그래서 그만큼 더 피할 길이 없는 검선으로 괴물의 머리를 따냈다 . 괴물은 처단을 강행해오는 검을 상대로 ─ 저항다운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순순히 베여 넘어졌다 .

─ 정말이지 모든 게 다 수상한 광경이었다 .

바벨이 경단에서 찔렀던 팔을 빼내자 , 녀석의 손목은 파편이 났던 게 거짓말처럼 원형을 갖추고 있었다 . 턱을 찢듯이 벌리자 입 속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이 생겨났고 , 흐름이 가속될 수록 경단들의 색 또한 옅어졌다 .

바벨의 포식 행위를 처음 목격한 그리델은 , 바벨이 이로써 잃어버린 팔과 다리를 되찾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놀라했다 . 이제까지 칼리번은 바벨처럼 다쳤던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

- MaAAAAaaAAa

완치를 알리는 포효를 요란스럽게 지르는 바벨 . 이대로 칼리번에게 돌격하지 않을까 그리델이 우려했지만 ,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 배가 부르자 날뛸 생각도 잦아드는지 녀석은 경단들의 잔해를 밟아 부수는 일에 더욱 집착했다 .

< ... 뭐였던 걸까요 ? >

그리델이 걱정스럽게 묻는다 . 아무래도 방금 전 일어났던 일은 그리델로서도 처음 보는 현상이었나보다 .


519 미카엘라 (pAJbuFmlp2)

2023-10-04 (水) 23:52:29

>>518
애벌레 시절엔 나뭇잎을 갉아먹고 나비가 되면 꽃꿀을 먹는다. 바벨도 비슷했다. 저번에는 살점을 직접 흡수하더니, 얼굴이 생기고는 색깔을...마셨다. 만화적으로 생각하면 정기 비슷한 걸 마신걸까. 바벨은 무채색 다진고기 위에서 탭댄스를 춘다. 바벨은 회복되었다.

"사람처럼 생긴 것들은 전부 이상하게 약하단 말이에요."

칼리번은 그냥 가죽 없는 사람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냥이란 단어를 붙인 이유는 겁먹은 농노의 머리를 기사가 치는 것보다 싱거웠기 때문이다. 가죽 없는 사람은 괴물보다도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았다. 그리델 말대로 시체와 같다.

모래가 되는 사람, 가죽이 없는 사람, 모래벌레 안의 사람. 전부 생긴거에 비해서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위험했던 모래벌레 안의 사람도 반신불수 바벨에게 맞아죽었다.

"괴물에게 잡아먹히고 남은 찌꺼기인가? 피와 살이 아니라 영혼을 빨렸을지도요."

그 사람 비슷한 것들에 대해선 자신도 할 말이 적었다. 애초에 사막 경력도 그리델보다 짧고.

//이예이ㅣㅣㅣㅣㅣ

520 ◆.Th3VZ.RlE (eMRknQ24m6)

2023-10-04 (水) 23:56:56



>>519

정말로 아무 일도 아닌 걸까 . 그리델은 불안을 지울 수 없었다 . 애초에 이들은 어디서 온 거지 . 누구에게 습격을 당한 거지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그리델을 망설이게 했다 . 이대로 , 이대로 계속 도로를 이정표 삼아도 되는 걸까 . 이제라도 물러서서 , 다시 사막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

< ... ... 라미레즈 씨 , 저 사람들 , 저렇게 되기 전에는 뭘했다고 생각해요 ? >

그리델의 낯빛이 흑빛이다 . 그녀는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일을 머릿속에 떠올린 듯하다 .


521 미카엘라 (6i8/EPDOfM)

2023-10-05 (거의 끝나감) 00:20:59

>>520
글쎄다. 자신은 생각을 하지 않는 여자라서. 하지만 그리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것도 같다.

"우리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어가다가. 안 좋은 일을 당한 후 저쪽에서 이쪽으로 돌아오는 거라고.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

이 길 자체가 사람을 꾀어내기 위한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하긴, 저도 길 밖에서는 이런 걸 못 봤어요. 길 밖에는 괴물들만 있죠. 모래벌래도 길 밖에 있었죠."

이 길은 사람이 만든 길이 아니라고 했었다. 그리델이 한 말이다,

522 ◆.Th3VZ.RlE (IHjKp45gvw)

2023-10-05 (거의 끝나감) 00:34:29



>>521

< 조금 더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 이 길의 끝에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걸지도 모르죠 >

네 명이다 . 어떻게 네 명이 모두 당할 수 있지 . 서로 간에 죽이고 죽였다면 이렇게 될 수 없다 . 그리델은 칼리번을 지우고 , 도로와 사막을 번갈아 바라봤다 . 만약 < 사교적인 모임 > 이 벌써 파탄났다면 , 이 길을 계속 따라갈 이유도 사라진다 . 앞으로도 계속 사막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 헤매겠지만 , 꼭 필요하지도 않은 위험을 수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

< 라미레즈 씨는 어쩌실 거예요 ? >

이대로 이 도로를 따라갈 건지 , 아니면 내려갈 건지 , 그녀는 눈으로 묻고 있었다 .


523 미카엘라 (byOpNxIQYY)

2023-10-05 (거의 끝나감) 16:57:25

>>522
한 술만 더 떠서, 아예 끝이 없을지도. 그리델을 빤히 보았다. 그녀는 억지로 끌고 가야 하는 부하도 아니었다.

"굳이 싫으면 다른 곳으로 가죠. 어디로 가든 되는 대로 될 테니까."

꽤나 싱거운 반응이다. 바벨에게 물어보면 길 위에 나오는게 뭐든지 쳐부수고 걸어가기 위해 길을 벗어나지 않겠다고 버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입체적이면서 오싹한 의견이 제시된다.

"하지만 운명은 우리를 곤란함으로 끌고가는 새디스트같은 존재라서. 어떤 초자연력..에 의해서 여기로 되돌아오는 상황이 닥치지 않길 바라야겠네요."

524 미카주 (PdQpSQMad6)

2023-10-06 (불탄다..!) 12:30:17

연휴붙은 주말은...온다...!

525 ◆.Th3VZ.RlE (g8uDeS0tfM)

2023-10-07 (파란날) 01:18:24

이것은 ... 캡틴잊니까.. ? 아니요 , 시체입니다

에너지 충전해서 오늘 오겠슴다
..

526 ◆.Th3VZ.RlE (g8uDeS0tfM)

2023-10-07 (파란날) 20:32:03



>>523

< ... 그런 억지스런 상황이 벌어지려구요 설마 >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 일에 이정도면 훌륭한 플래그가 아닌가 싶지만 , 우선 넘어가는 분위기다 . 그리델은 더이상 도로를 따라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고 , 행여나 있을지 모르는 위험을 피해 도로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지기로 했다 . 하지만 바벨은 이런 선택을 반기지 않았는데 , 당신들은 모르는 이유로 도로를 계속 나아가려고 했다 .

당신이 위험을 강조하며 아무리 꿀밤을 때려도 듣지 않을 기세 . 녀석이 부쩍 당신의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 바벨의 뜻을 존중해 멋대로 내버려둔다면 그리델과는 여기서 작별해야할 것이다 .


527 미카엘라 (HYIs29yTZ2)

2023-10-07 (파란날) 23:21:25

>>526
"...."

말하지 않고 웃었다. 이미 기묘한 사후세계에 떨어진 시점에서 운명이 부리는 억지의 상한선이 뚫리고 말았는데.

어쨌건, 의견은 도로를 벗어나자는 가닥으로 잡히고 모두가 모래바닥으로 내려왔다. 모두? 한 명이 빈다. 바벨이 혼자서 도로 위를 따라가며 멀어지고 있다. 탈영병이다!!!!

그대로 바람처럼 달려가 바벨의 배후를 덮쳐버리고 '약간의' 드잡이질을 통해 질질질 끌고오려고 한다. 일단 바벨이는 여기 살아 엄마는 갈 거야 하는 엄마보다는 성실...한가?

528 ◆.Th3VZ.RlE (Z9IUcXXP6w)

2023-10-08 (내일 월요일) 02:32:12



>>527

바벨은 차마 이루 말하기 힘든 모양으로 당신에게 끌려내려왔다 . 저 철없는 녀석 같으니 . 몸이 양철인 것과 철이 드는 것은 아주 별개의 문제인 걸까 . 녀석이 언제 청개구리 기질을 완전히 버릴 수 있을지 . 지켜보는 그리델은 멀리서 희극을 보는 눈이었다 .

그리고 곧 비극이 되겠지 .

도로를 벗어나면 또다시 괴물들의 영역권이 될테니 그녀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게 안전을 위해 좋을 거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신이 못 버틸 것만 같으니까 .

< 도로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려면 , 결국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야겠네요 . 이견은 없으시죠 ? >


529 ◆.Th3VZ.RlE (Z9IUcXXP6w)

2023-10-08 (내일 월요일) 02:32:38

>>527 ㅋㅋㅋㅋㅋㅋ 어디서 이런 찰떡 같은 짤을

530 미카엘라 (vnViQsrjTU)

2023-10-08 (내일 월요일) 13:42:13

여기서 딱 직선상에 놓인 물체까지 걸어간다. 저기 사구까지 가면 또 직선상의 물체를 기준잡고 걸어간다. 기준을 자주, 정확히 잡고 걸으면 같은 곳을 도는 걸 막을 수 있다. 초자연력이 없다면 말이다.

"네, 저어기 사구를 보고 걸어가죠."

그리고 도로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바벨은 질질 끌릴 운명이다. 모래바닥이라 아프지 않을 것이다. 걷느라 다리가 아프지도 않고. 바벨 출세했네 출세했어.

그리델은 저 양아치 덤앤더머를 볼때마다 번뇌가 끓어오르는 모양이지만, 양아치들에겐 그닥 관심사가 아닌 듯 보였다. 바둥거리면서 모래에 자국을 남기는 바벨과 그런 바벨의 다리를 잡고 수레처럼 끌고가는 주인의 꼴을 보면....

531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17:13:18



>>530

바벨이 당신의 생각에 과연 동조할지 여부는 차치해두고 , 결정했다면 한 시가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 도로를 따라 또 무슨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협이 내려올지 모르니까 . 사구까지의 거리는 어림잡아 천 몇 걸음 될까 . 그렇게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 사구를 넘으면 또 광활한 사막이 펼쳐져 있겠지 . 그리고 또 사막에서 사막으로 , 도로를 피해 걸어가야만 한다 .

한 때는 저 끝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그렇게 궁금했는데 , 그리델은 그런 것은 더이상 신경 쓰이지 않는 눈치였다 . 이대로 모르고 싶다 , 알고 싶지도 않다 , 그냥 이대로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

다르게 생각하면 반대의 미래를 너무나 뚜렷하게 심상에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

< ... ... ... ... 정말이지 재수 없는 사막이에요 >

그리델이 , 그렇게 말하고 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532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17:13:48

조금 있다 다음 진행 레스를 준비해서 오겠슴다 ! 으아악 ! 휴일 내내 아파서 몸져누워 있었다니 , 무슨 실태야 !!

533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20:12:57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넓다 . 너무 넓어서 텅 비어 보이는 사막이었다 . 역설적이지 . 이렇게 모래와 모래로 가득 차 있는데 , 거기서는 아무런 존재감도 느낄 수 없고 사막은 하나의 공동처럼 다가온다 . 하늘은 분명 열려 있는데 닫힌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 달 . 움직이지 않고 살아 있지 않은 , 죽은 시체와 같은 달만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하늘은 닫힌 것과 다를 게 없었다 .

당신들은 넓기만 넓고 어항 같은 이 사막을 금붕어처럼 정처 없이 , 그냥 그렇게 계속 걷기만 하고 있다 .

그리델의 우려와 다르게 아직까지는 ─ 어떤 적도 당신들을 습격하지 않았다 . 괜한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사막은 끊임없이 쉬지도 않고 당신들을 위해 길을 준비했다 . 도로에서 멀어지자 , 바벨도 도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신의 발로 걷기 시작해서 , 사막에는 당신들 두 사람과 바벨의 발자국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 때때로 당신이 과거의 경험을 되새겨 발자취를 지우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 길이 너무 길다 보니 그런 노력도 꾸준히 하기가 어렵다 .

너무 지루한 나머지 , 저 그리델조차도 자극을 바랄 지경이었으니 . 상황이 알 만할 것이다 .

< ... 잠시 쉬어갈까요 ? >

이걸로 벌써 다섯 번째 휴식 . 얼추 오만 보마다 당신들은 멈춰서 쉬고 있었다 . 그것은 육체의 피로보다는 정신의 피로를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 주로 당신보다는 그리델의 피로 말이다 .


534 미카엘라 (EecI.ucETw)

2023-10-09 (모두 수고..) 21:18:23

>>533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빼냈다. 목이 높은 군화를 신고 있으니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되었다. 설포에 끼어있는 약간의 모래알만 털어내면 그만. 신발을 벗고 걸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하지 않기로 했다. 벗으나 안 벗으나 똑같을 것 같아.

앉아서 쉬고 있는 그리델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자면 아직 그녀의 업을 물어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미카엘라는 자신의 업이 군인이었음을 이미 밝혔음에도.

"당신은 생전에 무슨 일을 했나요?"

화방 앞치마는 그냥 취미라고 했다. 그녀의 손에는 굳은 살이 있고 피부가 그슬려 있다.

"군인은 아닌 것 같고."

하지만 미카엘라의 태도에 겁을 먹음을 헤아리면 같은 군인은 아니리라. 그럼 뭔가. 인부? 운동 선수?

//아아니 황금같은 연휴를...크아아..ㄱ...

535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21:46:02



>>534

그리델은 당신이 신발을 벗는 것을 보고 곧장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 끊어지기 직전까지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끼고 겨우 숨을 내쉬었다 . 그런 그리델을 지키는 것처럼 모래를 헤치고 일어나는 강철 갑옷 . 칼리번은 그리델과 교대하여 사막의 모든 것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 반면에 바벨은 아무 생각 않는 것처럼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 저래도 빠짐없이 주변을 감시하는 것이다 . 이상이나 이변이 생기면 금방 행동으로 나타낼 터였다 .

< .. ... 아 , 원래는 공장에서 일했어요 ,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이었죠 . 브루클린에서 제일 큰 공장이었는데 ... >

공장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 그리델은 떠오르지 않는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내려다 , 포기하고 멋쩍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

< 아 ~ 안 되겠어요 , 더는 생각이 안 나네요 . 어쩐지 자꾸 기억이 흐려지는 거 같아요 >


536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21:48:03

연휴 다 끝나가니까 겨우 파업 관두는 몸 ... 원통하도다 ...

537 미카엘라 (EecI.ucETw)

2023-10-09 (모두 수고..) 22:36:11

"브루클린 자동차 공장이면 대체 그리델 몇 년도 사람이에요?"

브루클린 공장들 폭삭 망하지 않았나. 그리델이 무슨 말을 하나 잠깐 벙찌고 말았다. 찰리 채플린이 모던 타임즈를 발표했을때 실제로 공장에서 너트 조이기를 하던 때 사람 아니야?

"포드, 뷰익, 캐딜락....쉐, 쉐보레?"

알고 있는 것들 중에 대충 오래된 자동차 브랜드가 마구잡이로 튀어나왔다. 아무거나 맞아라 식으로 던지고 보는 것이다.

538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22:57:42



>>537

< ... ? 제가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요 ? >

그리델은 당신이 당황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하지만 말도 안 된다 . 당신의 얼마 안 되는 기억 안에서도 브루클린은 번화한 모습으로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데 , 그리델은 대체 언제 적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 더욱 기가 차는 것은 그녀가 당신을 이상한 사람 보듯 한다는 것이다 .

저런 반응을 보면 그녀가 자신이 살던 시대를 착각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

< ... 모델 T 를 말씀하시는 거죠 ? 나머지는 ... 잘 모르겠네요 , 아니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신 거예요 ? >

어쩌면 , 당신이 이 세계에 와서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들은 이야기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


539 미카엘라 (RZlrTeOgZA)

2023-10-09 (모두 수고..) 23:48:40

>>538

"그리델...제 몰년이 2009년이에요. 2009에서 100을 빼면 그 즈음에 모델 T가 나오지 않았나요?"

맞네. 모던 타임즈... 포드 자동차에 대해서 말할 때 바로 나오는 차종이 F시리즈도 아니라 모델 T라. 옛날 배경으로 제작된 드라마 영화에 빠짐없이 나오는 올드카. 모델 T! 그리델과 미카엘라는 같은 나라 다른 시대를 살았던 것이다.

미카엘라는 어지간해서 웃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웃고 말았다.

"하, 하하하! 하하하하! 이렇게도 되는 구나! 시간도 제멋대로 섞여버리고..."

540 ◆.Th3VZ.RlE (jCec7fY.fc)

2023-10-10 (FIRE!) 00:21:01



>>539

< 2009 년 .. ? >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아먹느라 그리델은 진땀을 흘렸다 . 그도 그럴 만하지 . 백 년 뒤의 미래라니 . 막연하기까지 한 시간의 거리감 아닌가 . 당신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웃으니까 , 그리델은 차라리 이 모든 게 농담이기를 바랬다 . 그리델은 자신의 시간 감각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 . 여기서 깨어나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 그 사이에 백 년이 지났어 ?

말도 안 되는 소리다 . 그녀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고 싶었다 .

< 생각이 , 제대로 정리가 안 돼요 . 이게 무슨 ... >

쉽게 생각하면 쉽다 . 당신은 백 년 뒤의 사람 . 그리델은 백 년 전의 사람 . 단지 그뿐이다 . 당신이 지금 깨어났다고 해서 , 정말로 방금 전에 죽었다고 생각했던 건가 . 당신들이 이 사막에 어떠한 경위로 오게 됐는지 모르는데 , 그것은 지나친 낙관이겠지 . 당신들이 망자라는 사실이 더욱 명료해진다 . 당신들은 자신들의 < 현재 > 에 묶여 있다 . 그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

그리델에게서 여기가 사후 세계라는 말을 듣고도 , 당신은 어째서 의심하지 않은 걸까 .

문득 ─ 당신과 바벨의 눈이 마주친다 . 새카매서 , 아무것도 비치지 않아야 하는 눈에 당신이 비친다 .

또 한 번 바벨의 안에 구멍이 커다랗게 드러나고 , 당신은 기억을 되찾는다 . 당신이 살아온 땅 . 고향 . 잃어버린 친지와 식구에 대한 것 , 당신을 이루고 완성하는 역사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 당신시체당신영혼이 하나로 다시 합쳐지기까지 , 아마도 한 걸음 남았다 .


541 미카엘라 (3J0zfNoaKA)

2023-10-10 (FIRE!) 20:40:31

"뭐긴. 다음에 만나는 사람은 말 탄 카우보이일지도 모르는거죠. 아니면 2100년도 우주인이거나..하하.."

폐에서 바람이 빠지고 웃음이 멈췄다. 깔깔거리다가 제 풀에 주저앉고 말았다.

"한 백 년 차이나도 나라는 같은 나라 사람이었구나. 그걸 모르고 있었네요. 나는 텍사스 출신이에요...."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동네를 둘러싼 사막. 이제 기억났다. 미카엘라는 사막에서 태어나 사막에서 싸웠고 사막에서 죽은 뒤에도 사막을 헤매고 있다. 사막같은 피부색을 타고난 것도 이미 정해진 운명일지도.

바벨의 구멍은 사막 모래로 채워진다.



"이 쪽에서 해볼 생각은 진짜 없는거냐? 일본 가기 싫으면 UFC에서 해도 돼."

"뭔 씨...망할 집이 하루 벌어서 하루 먹는데 그딴 걸 어떻게 하란 말예요? 엄마는 입 줄인다고 나이 차면 군대나 가랍니다."

"...."

"거기 가서도 싸우는 건 실컷 하겠네요. 빌어먹을."

"오 미카엘라, 전쟁은 주먹다짐이랑 차원이 다른 일이야.."



그닥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542 ◆.Th3VZ.RlE (jCec7fY.fc)

2023-10-10 (FIRE!) 22:06:57



>>541

거의 모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 떠오르지 않는 것은 그 모든 순간들의 감정들 뿐 .

당신은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 어떤 생각을 했는지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 . 대본만이 덜렁 주어진 상태 . 읽고 암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나 ,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것이라는 실감이 부족하다 .

당신이었던 사람에게 완벽하게 몰입할 수가 없다 .

열쇠 구멍에 딱 맞는 열쇠가 아니야 . 당신은 마지막 문을 눈앞에 두고 그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 .

< ... 한 번도 못 가본 주예요 . 넓다던데 얼마나 넓은지 , 봐두고 싶었는데 .

그래도 아무리 넓어봤자 여기만큼 넓지는 않겠죠 . ... 왜 이걸 진작에 물어보지 않은 걸까요 .

돌아갈 곳 없는 몸이란 걸 진작에 알았으면 , 이런 괜한 헛수고는 하지 않았을 텐데 >

그리델의 색이 짙은 자조에 칼리번이 미동한다 . 그녀는 두 손 가득 모래를 움켜쥔 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머리로 자신을 물어뜯는 말들을 연달아 쏟아냈다 . 그렇게 분함을 나타내는 것은 , 그녀가 자신의 처지를 체념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

- maaaaa

바벨은 그러거나 말거나 태평하다 .

녀석은 저번과는 상이하게 자신의 살을 덜어 당신에게 나누어주고도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


543 미카엘라 (UtneDZML2w)

2023-10-11 (水) 19:09:12

이인감.

타자화된 기억은 어떤 감흥도 없다. 남의 일이나 TV를 보는 감각이다. 되돌아보면 모든 생전 기억이 그랬다. 동생이랑 집에 왔더니 모르는 남자가 퍼질러 있던 기억. 동급생과 싸우던 기억. 훈련소에 들어가 솔방울처럼 구르던 기억. 처음으로 낙하산을 진 채 뛰어내리고, 처음으로 사람을 쏴죽인 기억.

자기 자신이 객관적으로 느껴진다. 승려의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열반에 들다'는 말이 이런 뜻인가.

"...여행을 다녔나요?"

한번도 못 가본 곳. 여러 곳을 다녔지만 텍사스는 가보지 못했다는 문맥이 약하게 잡혔다. 그리델의 묻힌 과거에 마중물을 부어본다. 미카엘라는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리델의 과거가 그리델을 스스로 위로하는 수 밖엔..

544 미카주 (.dS8N3033.)

2023-10-13 (불탄다..!) 16:12:26

갱신하고 갑니다 죽여줘..

545 ◆.Th3VZ.RlE (6vzKI3idKE)

2023-10-13 (불탄다..!) 22:24:16

어째ㅓㅅ 내 몸은 말을 듣지 ㅇ낳지오ㅛ 으아아악

546 ◆.Th3VZ.RlE (6vzKI3idKE)

2023-10-13 (불탄다..!) 22:36:52



>>543

< 아니요 , 그냥 소원이었어요 . 이루지 못한 . 그리고 이루지 못할 소원이겠죠 >

체념하는 과정이다 . 썩은 살을 뼈에서 발라내듯이 말하더니 그리델은 곧 사막에 등을 붙이고 아주 누워버렸다 . 그렇잖아도 희미하던 의지가 더욱 투명해졌다 . 그리델은 어쩌면 , 저대로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

당신의 뜻은 어떤지 . 아직도 사막을 계속 방랑할 마음이 남아 있는가 . 점점 더 기억을 회복하면서 ─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 깨닫게 되면서 ─ 이 모든 것이 지옥의 단편처럼 느껴지지는 않는가 .

당신에게 죄를 묻는 형장이 여기라면 ─ 그 때는 ── ─

- MaaaAaaaA

칼리번과 바벨이 함께 움직였다 . 칼리번은 검을 집에서 빼드는 것으로 , 바벨은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 새롭게 나타난 위협을 서로의 주인에게 알렸다 . 탁 트인 사막 . 보이지 않는 적의 모습 . 들통나지 않고 다가오려면 모래 밑에 숨는 것이 정석이겠지 .

칼리번은 이런 습격이 익숙한 것처럼 단숨에 쓰러진 그리델을 자신의 어깨에 들쳐맸다 .


547 미카엘라 (9DyI5PFtDc)

2023-10-14 (파란날) 13:45:11

그리델이 무엇을 기대하다가 무엇에 체념하는지 미카엘라는 알 수 없었다. 자신에게 찾아온게 변명의 여지 없는 죽음이 아니라, 임사의 세계에 빠진 것이라고 믿은 걸까? 그리델의 육체는 병원에 누워 숨만 쉬고 있으니 사막을 벗어나면 눈을 뜨고 일어날거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카엘라의 증언이 그리델의 몸뚱이를 백골로 만들고 관과 무덤 안에 쳐박아버린 것이리라. 재에서 재로, 먼지에서 먼지로.

"지금 하는 것도 여행이잖아요. 미지의 세계를 향해서....아."

뭔 개떡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중 경보 신호가 울렸다. 땅 위에 없고 하늘에도 없다. 그럼 땅 속이다! 망설이지 않고 바벨을 끌어와 칼리번의 등 뒤에 섰다. 서로의 배후를 지킨다.

"소원 같은 건 나중에 하고! 그 바스라지는 모래인간들처럼 되기 싫으면 정신차려요!"

사막이 지옥이라면 불지옥처럼 화끈한 지옥은 아니다. 늪처럼 스멀스멀 기어와 사람의 속을 헤집어놓는 지옥일수도 있다. 그리델처럼. 하지만 미카엘리는 여기가 지옥임을 거부했다.

'나는 무죄야. 애초에 죄라는 건 없으니까. 죄수를 가둘 지옥도 없는 거야!'

모두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인간의 의지는 착각이다. 사람을 쏴죽이네 마네 해도, 전부 예정된 일이 죽는 자와 죽이는 자를 통해 이뤄졌을 뿐. 꼭 책임을 묻겠다면 그렇게 정한 운명에 물어야지. 왜 찌른 사람을 두고 피 묻은 칼에 손가락질을 하냐는 말이야! 엿이나 먹어라!

548 ◆.Th3VZ.RlE (.tWzmSRpEs)

2023-10-16 (모두 수고..) 18:52:44

갱 - 신 !

549 ◆.Th3VZ.RlE (.tWzmSRpEs)

2023-10-16 (모두 수고..) 19:09:32



>>547

당신이 그렇게 믿는 동안은 괜찮을 것이다 . 당신 스스로 그렇게 납득할 수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 바벨은 싫어하면서도 칼리번의 뒤에 숨는 것처럼 자리를 잡았다 . 칼리번의 넓은 등은 당신과 바벨 모두를 가리고도 다소 여유가 남았다 . 그것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참호와 같아서 , 당신에게 그리운 안정감을 선사했다 .

< ... ... 칼리번 >

반면에 그리델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그리델이 저래서야 칼리번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리 없다 . 당신은 이런 사실을 막연하게 느꼈다 . 방패가 되고 요새가 되어 전위에 서는 칼리번이 ─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모래성처럼 무너진다면 , 당신과 바벨은 과연 어떻게 될까 . 사냥감의 입장에 익숙하지 않은 숱하게 많은 병사들이 , 방심과 자만으로 전장에서 어떤 처참한 최후를 맞는지 ─ 지금의 당신이라면 기억할 터 . 매가 토끼를 낚아채는 것처럼 죽음은 급작스럽게 다가온다 . 오늘까지 이겨왔다고 내일도 무사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

이대로 칼리번을 방패 삼는 것이 정말로 정답인지 ─ 당신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550 미카엘라 (18QXtIVhUI)

2023-10-16 (모두 수고..) 21:03:01

칼리델은 성벽처럼 굳건해 보인다. 그러나 성주 그리델은 실의에 빠졌다. 성은 적에게 포위되고 중심을 잃은 가신들은 혼란에 빠진다. 성첩의 병사들은 탈영에 대해 논한다. 성벽의 의미는 사라진다.

하지만 그곳에도 베테랑 선임병은 있다.

"그리델...! 이 얼빠진 인간! 여기는 심리 상담소가 아니에요!"

속삭이듯 윽박질렀다. 총알에는 눈이 없다는데 미카엘라의 경험상 총알에도 눈이 있다. 총알은 약하고 무력한 사람을 보고 골라서 죽인다. 늙고 약한 자는 죽기 마련이다. 미카엘라는 그리델을 끌어내렸다. 칼리번을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왜 기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지 가르쳐줄까?

"따라해. 따라해!"

"Count to four, inhale."
"Count to four, exhale."

전투 중 공황에 빠진 신병들을 한두번 본게 아니다. 손아귀로 그리델의 얼굴을 억지로 쥐어 입을 벌리고, 잡아먹을 듯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숨을 못 쉬겠으면 눈 뜬 채로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을 해주겠다.

"Count to four, inhale!!!"
"Count to four, exhale!!!"

551 미카주 (tJIKgL6DKE)

2023-10-16 (모두 수고..) 21:11:57

레주 오랜만입니다~~~~~~~~

552 ◆.Th3VZ.RlE (.tWzmSRpEs)

2023-10-16 (모두 수고..) 21:21:39

예아 - 오랜만임다 미카주 ! 환절기 알레르기도 약으로 완전 극복 ! 해낸 거 같은 캡틴입니다 ... 아직 콧물이 나오지만 괜찮아 ...

553 ◆.Th3VZ.RlE (.tWzmSRpEs)

2023-10-16 (모두 수고..) 22:03:45



>>550

들이쉬고 , 내쉬고 , 입으로 ─ 목구멍으로 ─ 폐로 ─ 억지로라도 숨을 삼켜서 살아 있다는 실감을 갖게 한다 . 죽은 당신들이라도 이 세계에서 주어진 몸은 충실하게 생전의 기능과 모습을 재현하고 있어서 , 숨을 삼키는 시늉을 하면 정말로 호흡이 이루어졌다 . 살아 있다고 , 스스로를 착각하게 만든다 . 그리델은 거기서 희망을 가졌던 건지도 모른다 .

< 윽 .. >

과격하게 , 우악스럽게 , 불과 수 밀리미터 거리 안으로 다가온 당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 시선을 피하고 싶어 하는 그리델 . 하지만 도망을 허락하지 않는 당신의 손에 , 그녀의 숲처럼 푸른 초록색 눈이 당신의 샛노란 시선에 꿰인다 . 당신의 의지나 생각 , 감정과는 상관없이 불수의근의 영역에서 멋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목격하고 만다 .

당신이 왜 갑자기 난데없이 눈물을 흘리는지 모르는 그리델은 , 눈을 닫지도 못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봤다 . 얼빠졌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 생전부터 그녀는 얼빠진 사람이었으니까 . 그렇게 얼빠진 사람이었으니까 여태껏 헛된 노력을 했지 . 오래전에 죽은 내가 ─ 지금 살아갈 노력을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 시체가 ─ 망자가 ─ 저 자신도 모르는 방법으로 관뚜껑을 열고 걸어 나와 산사람 흉내를 내며 다음으로 다음으로 발을 뻗고 있다 . 발은 땅에 닿지도 않는데 걷는 시늉을 하며 점도 높은 물속으로 깊이 ─ 또 깊이 빠져들고 있다 . 그리델이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하는 것은 , 일종의 방어 기제였다 .

엉망진창 팔리지 않을 이야기라 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였다 . 그것에 마침표를 찍고 책까지 덮었는데 ─ 누군가 자물쇠를 멋대로 부수고 남은 여백에 억지로 함부로 그녀가 바란 적 없는 다음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 일필휘지로 이야기를 끝내지 못하고 , 죽음으로도 완성되지 못하는 삶이라니 .

더는 이야기의 저자가 자신이 아니라 ─ 다른 인물의 붓질에 운명을 좌지우지당하는 일개 등장인물에 지나지 않단 것을 깨닫자 ,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이 무서워졌다 . 허무해졌다 . 그래서 그렇게 안간힘을 다해 도망치려고 했던 건데 . 애초부터 내게 돌아갈 곳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고 .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이 악취미적인 농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

< ... 언제까지 , 얼마나 더 싸울 거예요 ? 감정이 결여된 기계 같아 . 살아남으려고 하지 마요 , 벌써 죽은 이야기잖아 . 억지로 이렇게 숨을 이어 붙여봤자 , 빌어먹을 가필 밖에 더 되겠어요 ? >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지쳤어요

그리델이 울상이 되어 말했다 .


554 ◆.Th3VZ.RlE (08nbb4MNDw)

2023-10-18 (水) 00:01:20

갱 - 신 , 가을을 스킵하고 겨울로 턴을 넘긴다 !

555 미카엘라 (zUtZXOZ3KY)

2023-10-18 (水) 17:26:25

뭐..뭐? 뭐라고?

"왜 이렇게 혀가 길어요!"

뿅! 바벨의 머리통을 함몰시킨 꿀밤이 그리델에게도 떨어졌다. 미카엘라는 이곳이 심리 상담소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사막에 천막을 쳐 놓고 심리 상담을 하는 의사 출신의 망자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여기가 심리 상담소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은 안 된다. 발 밑에 괴물을 두고 하는 심리상담은 너무나 짜릿하니까..

"단순하게 생각해요? 살아있으면 살아가는거고 죽어있으면 그대로 죽어있으면 돼요. 죽은 이야기니 가필이니 쓸모없는 사족 다는 거, 나는 엄청 싫어해요."

"그리델은 지금 죽어있나요?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냐아악(동사

556 ◆.Th3VZ.RlE (f7R2ymO.Ok)

2023-10-19 (거의 끝나감) 22:30:47

개애애앵신

557 ◆.Th3VZ.RlE (f7R2ymO.Ok)

2023-10-19 (거의 끝나감) 22:49:10



>>555

소리는 귀여운데 아픔은 현실적이다 . 그리델은 고통을 느끼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 역시 말보다 주먹이 빠르게 통할 때가 있다 . 즉효성 높은 처방은 그리델로 하여금 잊고 있던 육체의 감각을 다시 기억해 내게 만들었다 . 그녀는 또 한 번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살아났다 . 이 무슨 잔학한 짓인지 . 더는 싸우기 싫다고 말하고 있잖아 . 그리델이 입 대신 눈으로 말했다 .

하지만 당신의 우기는 말 ─ 밀어붙이는 급한 말에 순간 꺼낼 말을 찾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렸다 . 살아 있지 . 죽어서도 살아 있지 . 당신 말대로 단순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 하지만 너무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거 아니야 ? 이다음 뭐가 기다릴지 당신도 나도 아무것도 모르잖아 ! 이보다 더한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차라리 지금 전부 포기하는 게 나은 선택일 수도 있잖아 ! 하지만 이렇게 입 밖에 내놓으려고 보니 너무나 추하고 , 비관적인 말이라 차마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

당신은 그리델과의 말싸움에서 승리한 듯 보였다 .

< ... 제길 >

마침내 그리델이 입을 열자 그녀의 말에서 속이 타는 냄새가 났다 . 어지간히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지 . 하지만 지금은 저걸로 됐다 . 멋대로 무너지고 쓰러지고 죽어버리지만 않는다면 , 칼리번은 당신과 바벨의 발목을 잡을 만한 요소가 아니다 . 비로소 싸울 준비가 됐다 . 당신이 그리델을 뒤로하고 상황을 살피기 위해 주변을 살핀다면 , 바벨이 드물게 당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게 눈에 띌 것이다 . 녀석은 당신과 그리델의 대화를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미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

어쩐지 ─ 소름 끼치는 미소였다 .


558 미카엘라 (uy52fzhGA2)

2023-10-20 (불탄다..!) 12:19:28

어쩌면, 진짜로 포기한 쪽은 미카엘라일지도 몰랐다. 운명을 지배하고 스스로 미래를 선택하려는 의지를, 지금보다 다음이 더 나을라는 믿음을, 왜 우리는 고통 속에 몸부림쳐야 하냐는 고뇌를. 그리고 자기가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뒷일을 생각하는 것과 생각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단 하나다. 생각하면 피곤해지는 거. 생각과 관계없이 닥칠 일은 닥친다. 예고가 있든 없든. 즐겁든 괴롭든.

"...정신 차렸으면 일어나요."

그리델의 얼굴을 이제서야 놓아주었다. 쓸모없는 말싸움을 하다가 기습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깡통(총)괴 깡통(칼)의 적색등이 켜진 이후로 이상하리만치 사건이 없어보이긴 하다만. 사건이...

"바벨?"

너 왜 눈을 그렇게 떠? 좀...그렇다? 평소에는 안 그러더니. 미카엘라는 표정관리와 예의의 차원이 아닌 곳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평소에 저러던 애가 아니었다. 두 국자째 들이부은 모래가 바벨의 내면을 변화시킨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까 생각했던 것처럼, 경보가 울리는데 아무 일도 없는 게 이상하다.

"날 보지 말고 사막을 봐요?"

이미 위협은 코앞에 다가와 있었나? 바벨과 이어지는 채널을 열어보았다.

559 ◆.Th3VZ.RlE (CFj4ZitBHY)

2023-10-20 (불탄다..!) 22:57:04



>>558

앞을 보라는 당신의 명령에도 바벨은 능청스럽다 .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당신의 시선을 피하는 바벨 . 겉으로 보면 당신의 말에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 그도 그럴 게 녀석이 당신에게 문을 열지 않는 걸 . 바벨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당신을 문전박대했다 . 자신이 보는 세계를 당신에게 감췄다 . 촉박한 상황에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 당신의 성격을 생각하면 한 마디 따지고 싶을 것이다 . 장난은 관두라고 . 무슨 생각이냐고 . 어쩌면 말 대신 주먹으로 녀석을 쥐어박을 수도 있겠지 .

그런데 그것보다 먼저 ─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

모래의 바다를 가르고 , 거대한 범선 한 척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지진처럼 거대한 진동이 있고 , 당신들의 발밑이 갈라졌다 . 모래가 폭포와 같이 갈라진 틈 아래로 쏟아졌으며 , 선수의 바우스프릿에 칼리번의 가슴이 관통됐다 . 실력 있는 기사라도 상식 밖의 특공에는 뾰족한 수가 없던지 , 강철로 된 몸이 창을 닮은 뾰족함에 찔려 한낱 쇠꼬치가 되었다 . 당신의 다그침에 정신을 차린 그리델은 가까스로 균열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 끔찍하게 당한 칼리번의 모습에 열심히 비명이나 지르고 있으니 , 한동안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

결국 바벨과 당신만 남았다 . 바벨은 이렇게 될 걸 미리 알기라도 한 것처럼 여유롭게 균열을 피하고 있었다 .

뿐만 아니라 부상하느라 드러난 범선의 배를 노리고 조준을 맞추고 있었다 .


560 미카엘라 (z.BC./JzMM)

2023-10-21 (파란날) 13:34:06

이놈의 자식, 뭐에 씌이진 않았구나. 바벨은 평소대로 싹바가지 없는 바벨이다. 저 요상한 표정도 바벨의 심상이 그대로 드러난 표현임이 분명하다. 저 머리를 한 번 더 후려 말아 고민하던 차, 위협은 모습을 드러낸다.

"사막....잠수....범선......???"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까먹는 단어조합이라 따져도 진짜 그런 걸 어쩌란 말야. 미카엘라는 어이가 없어서 막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칼리번은 꼬챙이가 되고 겨우 정신줄을 잡아놓은 그리델은 비명만 지르는데, 여기서 자신이 웃으면 정말 미친놈처럼 보일테니까. 물론 바벨이 저렇게 됐으면 웃었을 것이다. 자기 머리통을 뜯어서 던지는 녀석이 배에 구멍 좀 뚫렸다고 위험해지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저게 뭔, 뭐..! 어어..!! 그 뭐지!"

불행하게도 해군 분야에는 미카엘라가 무지하다. 범선의 구조나 해전의 역사 따위 알 바가 아니었다. 미카엘라는 빈약한 기초지식을 가지고 대충 판단을 내렸다.

"그렇지! 나포! 나포해야 해요! 쏘지 말아봐! 올라타!!"

왜 격침이 아니고 나포냐면, 저걸 타고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범선도 일종의 괴물이겠으나, 일단은 배..이기도 하고. 기약없는 사막 방랑에 자가용 하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미카엘라는 범선의 배가 다시 모래 위로 떨어지는 때 범선 현측을 째릿 쳐다보았다. 그물 사다리나 아무튼 잡고 오를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561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17:25:21



>>560

땅에서 솟아난 범선이 칼리번을 꿴 채 날아오른다 . 바벨은 당신의 목소리에 공격할 타이밍을 놓치고 그것을 멀뚱히 바라만 봤다 .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 한 차례 훑어본 결과 당신의 손이 닿을 만한 곳에 접점은 보이지 않았다 . 배에 오르기 위해서는 바벨의 힘을 빌려야 할 것이다 . 아니면 누군가 길고 아름다운 금발을 내려주기를 바라야겠지 . 고래처럼 뛰어오른 범선은 당신들로부터 한참 떨어진 장소에 배바닥을 부딪혔다 . 착륙보다는 추락에 가까운 광경이었다 . 겉보기에 무척이나 낡아 보이는 배는 다 닳아 해진 돛을 몇 개 씩이나 주렁주렁 , 낙엽처럼 달고 있었는데 방금의 충격으로 그마저도 올바르게 달려 있지 않았다 .

저대로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 .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 그렇지 않는가 . 노리지 않고서야 칼리번의 가슴 정중앙에 정확하게 바람 구멍을 낼 수 있을 리 없다 .

아니나 다를까 , 배의 현단에 그림자가 서는 것이 보인다 .


562 미카엘라 (9IItlMflyU)

2023-10-21 (파란날) 18:29:35

"칼리번이랑 연결 안돼요? 소리 그만 지르고!"

일행 중 유일하게 월선(??)에 성공한 게 칼리번이다. 바벨이 꼬챙이석 티켓을 끊어서 탑승하면 미카엘라는 주저없이 명령했을 것이다.

'가슴에 구멍이 뚫렸어요? 움직일때마다 속도 시원하고 참 좋겠네요! 빨리 움직이기나 해요!!'

그러나 꼬챙이석 티켓을 끊은 녀석은 회복능력이 있는지 모르는 칼리번, 칼리번 엄마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모래벌레 상대할 때의 기량은 어디로 갔나?

"에이씨! 바벨! 저기 저기 그림자!"

일단 둘이서 할만큼 해야 한다. 마침 배 현단에 인영이 보였다. 적의 은폐가 불성실하다. 이쪽에 샤프슈터가 있는줄도 모르고.

원래는 표적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정확히 사격하는게 원칙. 그러나 범선의 재질은 나무일테고, 바벨의 포격으로 부수기 충분하다. 게다가 범선이 또 움직이면 배를 맞추기 배로 어려워진다.

"쏴!"

그림자로 표적의 위치를 가늠하여 발사한다. 총알처럼 작은 구멍을 내지 않는다. 예상 구획을 냅다 날려주마!

563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19:36:49



>>562

비명 소리 ─ 비명 소리를 따라 그리델을 찾으니 그리델은 어느새 모래 바닥에 고꾸라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 놀람이나 충격 때문이 아니라 몸을 찢는 아픔 때문에 지르는 비명성 . 그리델의 작업복이 붉게 ─ 검붉게 물들고 있었다 . 얼룩이 진 자리가 눈에 익다 싶어 어디서 봤는지 떠올린다면 , 금방 칼리번이 찔린 자리와 일치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으리라 .

< 큭 .. 으아 , 아아악 ! 아아악 !! >

도움 안 되기는 ! 그러거나 말거나 바벨은 표적판에 집중했다 . 당신의 바벨이라면 이 정도 거리는 시행착오나 영점 조절 없이도 가볍게 명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 당신도 허락했겠다 , 바벨이 거리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 MaaaaAAAAAAAaAaaAAAAAA !?

그런데 , 총성이 먼저 울렸다 .

바벨은 아직 쏘지도 않았는데 , 부풀기 시작한 그의 왼팔을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무언가가 꿰뚫고 지나갔다 . 이러한 경험이 이제까지 없었던 지라 , 바벨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오른팔로 왼팔이 있던 자리를 더듬었다 .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 당신이라면 모를 수가 없겠지 .


564 미카엘라 (nnYTJV16i6)

2023-10-21 (파란날) 20:24:09

"아 ㅆ....!!"

엎드려!! 모래의 요철이 있는 곳으로 바벨을 밀어버리며, 자기 자신도 바닥에 엎드렸다. 저쪽에 총이 없을거라고 방심하고 있었다. 사막에서 총을 쏘는 적이 여태껏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미카엘라는 숨을 몰아쉬면서 웃고 있었다. 어디 한 번 해보자 이거지? 총격전이야말로 이 쪽의 전문 분야란 말이야! 바벨 팔 하나 날아간 건 대수롭지도 않다. 곧 저 적이 바벨의 팔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막에 울린 총성은 바벨도 바벨이지만 미카엘라의 안테나가 고슴도치처럼 바짝 서게 하였다. 생전의 치열한 교전들을 떠오르게 하는 소리였다. 그리고 신음하는 그리델은 이미 안중에 없었다. 여긴 의무병도, 군의관도, 후송될 야전 병원도 없다. 그리고 셋 다 있으면 뭐하나 칼리번 따라서 가슴에 구멍이 난 모양인데. 즉사하지 않은 게 용하다.

그리델은 곧 죽는다. 미카엘라가 더 해 줄 것이 없다. 그저, 바벨이 다쳐도 미카엘라는 멀쩡한데 왜 그리델은 저런지 의문이 들 뿐.

"바벨은 왼쪽으로, 나는 오른쪽으로."

즉시 산개하며 V자형으로 범선에 접근한다. 속력이 느려지더라도 놈의 시선과 사선에 보이지 않게 엎드려서 신중하게.

565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20:40:56



>>564

상대가 고지대에 있어 편한 싸움은 못 될 것이다 . 당신에게 밀려 넘어진 바벨이 모래 범벅이 돼서 일어나더니 , 그제야 자신이 적에게 당했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 녀석은 이제까지 당신이 보지 못한 표정으로 분노를 표현했다 . 투명한 도화지 같은 피부를 잔뜩 찌푸리며 주름을 잡는 게 정말 < 바벨 > 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 바벨은 잠자코 당신의 말을 듣더니 , 시키는 대로 머리의 고도를 낮춰 당신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녀석과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작전 행동에 임한다니 , 불안 밖에 느껴지지 않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 그리델에게 아무런 기대도 못할 상황 . 머릿수가 부족한 만큼 임무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

낮은 포복으로 범선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하자 , 어느새 배의 후미에 보이던 그림자도 사라져 있었다 .

불리한 상황도 아닌데 어째서 자리를 비운 거지 . 구린내가 풍긴다 .

< 칼리 , 번 !!!! >

그때 , 배후에서 그리델의 외침이 들렸다 . 찢어지는 노성이었다 . 전장에 떨어진 벼락과도 같은 포효였다 . 듣는 것만으로도 전신의 털이 쭈뼛 서는 무시무시한 부름 . 거기에 응해 칼리번이 사막을 태울 기세로 무지개빛의 불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범선의 주인에게도 이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겠지 . 칼리번이 가슴을 찌른 장대를 태우고 범선에 올랐다 .


566 미카엘라 (hXWZ.ZlZ1g)

2023-10-21 (파란날) 21:09:39

채널. 바벨과의 채널은 단순한 협동 이상을 가능하게 한다. 생전에는 적이 어디 있으니 쏘라고 일일히 무전으로 말해야 하는 것. 채널을 열면 미카엘라가 보는 순간, 미리 팔을 데운 바벨이 보지도 않고 팔만 꺼내서 조준 사격을 할 수 있다. 오른쪽에서 머리를 올렸다 내렸다 깔짝대는 미카엘라와 눈이 마주쳐 조준했더니 바벨의 공격이 왼쪽 옆구리를 때린다는 말이다.

.....바벨이 바벨이라 채널을 거부하고 몸부림 칠까 많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바벨, 복수하고 싶다면 내 말에 따라야 해. 속으로 웅얼거렸다. 그런데.

< 칼리 , 번 !!!! >

미카엘라는 깜짝 놀라 머리를 감싸고 모래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포격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사람의 몸에서 저런 노호성이 나올 수 있는가. 그것도 가슴에 구멍이 뚫려 죽어가던 얼빠진 여자였음에도. 그리고 칼리번이..무지개빛 총공격을... 저게 뭐야?? 일단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겠지?

'잠깐, 정지하고 사격 준비.'

예상보다 조금 이르지만 머리통 깔짝대기를 지금 해야겠다. 미카엘라는 모래더미 위로 머리를 빠르게 올렸다, 그리고 내렸다 하면서 범선 위를 본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567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21:23:31



>>566

들판에 옮겨 붙은 산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는 선상 . 아마도 칼리번의 소행이겠지 .

칼리번이 거대 지렁이를 상대로 저항하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 칼리번은 검만이 아니라 때때로 화염을 다뤄 그 거대한 괴물을 저지했었는데 , 그것의 연장이 저것인 모양이었다 . 저대로 내버려 둔다면 배는 한 줌 재 밖에 남지 않을 텐데 , 그래서야 당신의 각본과는 아주 다른 결말이다 . 막으려면 저 불길 속으로 당신 또한 뛰어들어야겠지 .

한 마리 부나방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 당신에게 여전히 문을 닫고 있지만 , 화염을 보기는 바벨도 마찬가지였던지 , 녀석은 성질 급하게 벌써부터 엄폐를 풀고 상황을 직관하고 있었다 . 당신이 제지하지 않는다면 , 저대로 뛰어들지 않을까 .

막연한 예감이 든다 .


568 미카엘라 (9IItlMflyU)

2023-10-21 (파란날) 21:48:18

쓰읍...이러면 나가리인데.. 배를 나포했을 때의 이득과 그에 따르는 위험부담, 불타는 배의 시간제한을 고려하면 잘 모르겠고 일단 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엄폐도 풀고 불구경하는 바벨에게 총알이 날아오지 않으니, 이 쪽을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앞으로!"

그러면 전진이다. 이 틈에 빠르게 접근해서 승선하자! 달려라!

569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22:10:14



>>568

당신이 먼저 달리기 시작하자 바벨이 바짝 뒤를 쫓아와 당신을 들쳐 매고 달리기 시작했다 . 바벨을 타고 달리자 범선과의 거리는 순식간에 줄여져 갔고 , 이윽고 바벨이 도약하니 범선을 오르는데 가장 큰 장해가 됐던 높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 바벨로부터 내려와 배 위의 상황을 살피면 , 다 무너져가는 유령선 같은 게 불까지 붙어 더욱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

그리고 ─ 가장 중요한 선상에 칼리번이 있었다 . 적으로 추정되는 모습도 보였다 . 그리델 이상으로 시대를 착각한 차림새의 사람이었다 . 삼베옷에 상투를 틀고 갓까지 쓴 모습이 당신의 나라에는 일찍이 없던 복식이다 . 뿐만 아니라 얼굴을 덮어가리는 해괴한 생김새의 가면까지 쓰고 있어 저것만 보면 누가 괴물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었다 . 칼리번의 칼로부터 그를 지키는 여성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 영락없이 저 사람이 괴물로 보였을 것이다 .

한 팔에 굵은 구렁이 한 마리를 칭칭 감은 여성이었다 . 백발 백안 ─ 창백하게 색이 희박한 피부는 혈관에 피가 흐르지 않는 시체처럼 보였다 . 불 속에 맞는 복장이라 하기 도저히 어려운 얇은 원피스 한 벌 입은 꼬락서니가 대번에 그것이 가면 쓴 사람의 괴물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 아니라면 어떻게 칼리번의 맹공으로부터 저렇게 살아남을 수 있겠어 .

아무튼 기회였다 . 칼리번에게 시선을 팔려 당신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으니 .


570 미카엘라 (9IItlMflyU)

2023-10-21 (파란날) 22:29:37

사람 하나에 괴물 하나. 미카엘라와 바벨, 그리델과 칼리번, 가면과 구렁이. 그럼 범선은? 누군가의 괴물이 아니라 그저 기물인가? 배를 빼앗으려는 미카엘라의 계획에 한줄기 빛이 드리운다. 그러나 미카엘라는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쉬이..'

틀림없이 바벨의 팔을 날린 건 총이다. 괴물이 뭔가 쏘는 걸 총이라고 비유하는게 아니라, 화약으로 납탄을 쏘는 그 총소리가 났었다.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댄다. 칼리번은 알아서 잘 할거고 바벨 너! 안 들켰으니 잠시 기다려. 누가 총을 쐈지? 그게 중요하다. 미카엘라와 바벨이 적의 뒤를 잡은 것처럼 또 다른 적이 뒤의 뒤를 노릴 수도 있다. 솔직히 가면과 구렁이는 행색이 총보다 먼저 태어나신 분 같아서.

아니면 혹시... 거기 가면 쓰신 분. 생전에 쓰던 머스킷이라도 들고 오셨나? 죽을 때 빈손으로 가는게 법칙인데 반칙 쓰는 건 아니겠지?

571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23:40:47



>>570

선실에 숨었다면 내려가서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모를 것이다 . 바벨은 또다시 자신을 말리는 당신이 미운지 표정을 일그리고 있었다 . 칼리번과 여자의 승부는 팽팽하지만 , 점차 칼리번을 향해 승부의 판세가 기울고 있었다 . 베기와 찌르기를 번갈아 취할 뿐인데 단지 그것만으로도 적은 수세에 몰리고 숨 쉴 틈을 잃어갔다 . 기회를 찾아 여자가 팔에 감은 구렁이를 뻗어보기도 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할 뿐이었다 . 바벨이 저 자리에 대신 있더라도 마찬가지였겠지 . 저 거리는 칼리번의 독무대였다 .

< ... ... ... >

이런 접전을 잠자코 지켜보는 가면의 심기는 결코 편해 보이지 않았다 . 눈이 있다면 싸움이 불리해졌다는 것을 모를 리 없겠지 . 아마 속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하느라 바쁘지 않을까 .

가능성을 점치면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당신은 배후에서 접근하는 인기척을 눈치챌 수 있었다 . 그것은 끔찍한 생김새의 괴물이었다 . 파리머리에 네 발 짐승의 몸이 붙은 괴물이었다 . 그것들은 세 마리가 하나처럼 숨죽여 돛에 붙어 있었다 . 불길을 피하느라 미처 내려오지 못하고 있지만 , 저들이 선상의 모든 사람과 괴물들에게 적의를 가졌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

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 배인지 . 무엇을 먼저 노릴지는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이다 .


572 미카엘라 (MH7KneI67Y)

2023-10-22 (내일 월요일) 01:01:37

"....."

거 봐. 한 번 더 기다리기 잘했지? 딱 한번만 더 기다려볼까? 검지를 들어 위의 파리머리 괴물을 가리켰다. 바벨은 파리머리 괴물을 쏜다. 그리고 미카엘라는 저 싸움에 쐐기를 박을 것이다. 가면 쓴 사람을 제압하리라.

가면과 구렁이가 싸움에 정신팔린 사이 가면의 뒤로 은밀히 다가가려고 한다. 그를 한 팔 간격 안에 두고, 바벨을 흘끔 쳐다보았다.

'이제 쏴도 좋아요.'

그리고 바벨이 파리머리를 공격함과 동시에 가면의 목을 팔로 감아 제압하여 뒤로 질질 끌어버리는 것이다. 구렁이가 미카엘라를 치려면 생각을 잘 해야 한다. 가면이 방패처럼 미카엘라의 앞에 있을테니. 그리고 뒤에는 칼리번이 있다.

573 미카주 (k4BQpgxLNk)

2023-10-25 (水) 17:21:50

갱신합니다~~~~

574 ◆.Th3VZ.RlE (xdsgfME0fM)

2023-10-26 (거의 끝나감) 21:20:09

키에에에에엑

575 ◆.Th3VZ.RlE (xdsgfME0fM)

2023-10-26 (거의 끝나감) 21:35:30



>>572

바벨의 사격은 정확하지만 정도껏을 모른다 .

오른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더니 한 데 뭉쳐서 불길을 피하는 파리머리의 괴물 세 마리를 겨냥하는 바벨 . 바벨이 한 팔에 모은 열은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고작 괴물 세 마리를 상대로 쓰기에는 과분한 양이었다 . 명중한다면 괴물은 물론 돛대까지도 부러뜨릴 것이다 . 당신이 가능한 한 배를 손상 없이 손에 넣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 걸까 .

그런데 괴물들의 겹눈은 당신보다 뒤에 서 있는 바벨까지도 빈틈없이 포착하고 , 바벨이 자신들에게 어떤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눈치채냈다 . 그것들은 가능한 소리 죽여 ─ 당신과 마찬가지로 어부지리를 노리던 모양인데 , 또 다른 불청객이 나타나자 더는 불길만 피하며 존재를 감추고 있지 않았다 .

말인즉슨 ─ 당신의 계획과는 다르게 상황이 굴러가기 시작했다는 거다 . 피부에 납작 달라붙은 날개를 펴고 넓게 뛰어오르는 세 마리 . 바벨이 발사 직전에 조준을 고쳐 한 녀석을 맞췄지만 , 네 개의 다리 가운데 하나가 겨우 떨어졌을 뿐 치명상은 아니었다 .

< ... ! !? !! >

바벨이 만드는 소음이 어마무시하다는 것은 , 당신도 이미 익히 아는 사실 . 눈 앞의 싸움에 집중하느라 배후에 무방비하던 가면인도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


576 ◆.Th3VZ.RlE (xdsgfME0fM)

2023-10-26 (거의 끝나감) 21:36:17

일하지 않고 돈을 벌고 싶어 ... ( 드러눞 )

577 미카엘라 (BhNrf7ItPY)

2023-10-27 (불탄다..!) 01:10:52

바벨이 열을 모으는 것을 보았다. 미카엘라는 눈으로 한숨을 쉬었지만 바벨을 제제하지 않았다. 멍청한 지휘관들이 시시콜콜 간섭하다 작전이 어그러지는 꼴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바벨은 청개구리지만 전투에서는 믿을 수 있는 기량이 있으니, 녀석에게 온전히 맡기고 미카엘라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솔직히, 이 배가 돛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닐테니 돛 좀 망가지면 어때.

"..."

슬금슬금. 가면의 뒤로 다가가다가 바벨의 포성이 울리자 땅을 박찼다. 이 미카엘라라는 망자는 일반적인 망자와 구별되는 다른 특성이 있다. 폭력과 싸움에 대한 심리적 제한선이 없는 미카엘라. 다른 망자가 괴물 뒤에서 싸움을 지켜볼 때 그녀는 그녀대로 가드를 올리고 스텝에 시동을 거는 정신을 가졌다. 자기 손에 소총이 없어도 없는대로 싸운다. 이를테면....

"깡총!"

미카엘라에게 깡이 있고 바벨에게 총이 있으니, 이 듀오는 깡총의 강한 덕목을 갖춘 것이다. 로우킥이 가면의 오금으로 날아든다.

//불로소득 원해요 ... ㅇ)-(

578 ◆.Th3VZ.RlE (6IWMtv2RAU)

2023-10-27 (불탄다..!) 22:56:48

끼요오옸ㅆ ! 금요읾임돠 !111

휴일 컴온 !!

579 ◆.Th3VZ.RlE (6IWMtv2RAU)

2023-10-27 (불탄다..!) 23:11:19



>>577

< .. ! ! !!!! ! >

의태어로 귀엽게 포장할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 당신의 발차기에 흉측하게 무너지는 가면인의 무릎 . 필시 상상하기 끔찍한 고통이 뒤따랐을 것이다 . 그런데도 얄팍한 비명 한 번 내지르지 않다니 . 적이라도 대단한 정신력이었다 . 가면인은 당황하거나 아픔을 호소하며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는 대신에 , 구렁이를 감은 여자를 곁으로 불러왔다 .

그것이 자충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 당신이라는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별 수 없었을 것이다 .

- LaAAAAAA !!!

칼리번은 여성의 모습을 한 괴물이 , 빈틈을 드러내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 자로 잰 것처럼 정확한 검격으로 검의 간격을 빠져나가는 여성의 팔을 베어냈다 . 회색을 허공에 흩뿌리며 썩둑 잘려 떨어지는 괴물의 팔 . 하지만 그 정도 손해는 일찌감치 예상한 것처럼 다음으로 이어지는 행동이 재빠르다 . 아직까지 무사한 구렁이를 감은 팔을 뻗어 , 당신을 노리는 것이다 .


580 미카엘라 (Cfj47yRHQ.)

2023-10-28 (파란날) 00:48:02

구렁이 괴물에게도...무언가 있겠지. 스트레이트를 날리면 그 팔이 날아가서 서로 닮은 꼴이 된다. 저 괴물을 잡는 건 칼리번의 역할. 미카엘라는 틈을 만들어주면 충분하다. 고기방패를 세우는 것이다. 그녀의 양 팔이 오금을 얻어맞고 휘청거리는 가면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stand up! a**hole!"

한 손은 멱살을. 그리고 다른 한 손은 갈비뼈 아래로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밀어넣어서 말이다. 부디 아픔을 느끼길 바란다. 저항하지 못하도록, 이성을 잃도록.

//히힉 이히히히 히히

581 ◆.Th3VZ.RlE (9pVkO1tRj2)

2023-10-28 (파란날) 12:41:07



>>580

아무래도 당신이 더 가까웠으니까 , 뱀이 당신을 무는 것보다 먼저 , 가면인이 당신의 인질이 된다 . 가면인에게 있어 그것은 비극이었고 , 구렁이는 비참하게도 당신을 목전에 두고도 벌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구렁이는 열심히 뻗은 몸을 , 다시 처량하게 되물렸다 . 이것 보라지 . 제아무리 날고 기는 괴물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주인을 인질로 잡히면 아무 소용이 없다 . 육탄전에 자신이 있는 당신에게 이것은 희소식이었다 . 같은 사람 대 사람의 싸움이라면 , 괴물들이 대치하는 틈을 타 상대편 사람을 제압하기만 해도 승부에서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 .

구렁이의 여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 더는 칼리번에 대해서도 아무 대비도 하지 않았다 . 자신에게 전의가 없음을 나타내고자 , 모든 방어 행위를 포기하고 말았다 . 아무래도 당신의 승리인 것 같다 . 축하의 팡파르 대신에 가면인의 비명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 어떻게 된 게 저 양반은 당신이 가죽 밑으로 뼈를 붙잡고 쥐는데도 침음만 조금 흘리고 말았다 .

어디 그것뿐인가 . 저 구렁이 여자가 칼리번에게 베인 영향으로 가면인의 팔 또한 심상치 않은 분위기인데 ,

조금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 .

평범한 신경의 소유자는 아닌 모양인데 ─


582 미카엘라 (Cfj47yRHQ.)

2023-10-28 (파란날) 14:11:04

고문을 해도 버틸 인간일세. 쇄골이나 갈비를 꽉 쥐어주면 보통 악악악 신음하면서 주저앉기 마련이었다. 이미 죽었으니 악으로 버텨보겠다는건가?

"저 구렁이. 바닥에 엎드리고 머리 위로 손 올리게 해요. 참, 내가 하는 말은 알아들으시나? 다른 나라 사람같은데?"

"이건 구렁이 그쪽한테도 하는 말이에요. 이 사람 바닥에 넘어뜨려서 관절 몇 개 꺾어버리는건 일도 아냐. 그게 목뼈가 될지 누가 알겠어요?

미카엘라는 무조건 항복을 종용한다. 무장을 해제하고, 스스로 수갑을 채우고, 배의 소유권을 넘겨!

"쟤 가슴에 구멍내고 쟤 팔도 날려버린 값은 치르셔야죠..."

그러고보니 들리는 포성이 아직 하나다. 등 뒤의 바벨은 뭘 하고 있지? 흘끔 뒤를 돌아본다.

583 ◆.Th3VZ.RlE (9pVkO1tRj2)

2023-10-28 (파란날) 17:37:08



>>582

저렇게 기 센 사람이 아무리 아프다고 , 목숨이 아깝다고 , 싸움을 포기하고 관둘까 . 어차피 싸우고 죽이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는 이 세계에서 , 패배는 죽음의 다른 표기에 지나지 않았다 . 그것은 ─ 당신이 더 잘 알 텐데 .

이번 건은 실수였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 정말 아무것도 아닌 곁눈질이었다 . 바벨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한 찰나의 빈틈 . 당신은 방심한 것도 , 낙관한 것도 , 오만한 것도 아니었다 . 단지 ─ 상대방의 각오가 비정상적이었을 뿐이다 .

구렁이가 입을 연다 . 저대로 다시 달린다고 해서 당신에게 닿을 거리도 아닌데 . 여자는 남은 팔을 당신에게 뻗어 , 구렁이의 목이 일자로 펴지게 했다 . 구렁이의 벌어진 입 속에 보이는 작은 반짝임 . 구렁이의 목이 풍선처럼 부풀더니 , 바늘을 찌른 것처럼 한 순간에 폭발해 입 안에 감춘 흉기를 당신에게 ─ 가면인에게 뱉어냈다 .


584 미카엘라 (J4rlzx.Lv6)

2023-10-28 (파란날) 18:15:31

"바ㅂ...윽!"

이성을 잃게 할 필요 없었다. 처음부터 이성이란게 없는 놈이었으니까. 눈앞에 뻔히 고기방패를 세워놨는데 이따위로 굴다니. 바벨도 하지 않는 짓이다. 바벨은 사선에 미카엘라가 있으면 쏘지 못하고 쩔쩔대는 녀석이란 말이다. 저 미친 놈!

직감적으로 저것이 바벨의 팔을 날려버린 수라고 생각했다. 정직하게 가면 바로 뒤에 있으면 둘이 쌍으로 관통당할게 명백하다. 하여 미카엘라는 가면을 붙잡은 채 몸을 살짝 틀려고 했다. 날아오는 게 가면의 몸을 뚫고 지나가도 미카엘라의 몸에서는 빗겨나가도록 말이다.

585 ◆.Th3VZ.RlE (9pVkO1tRj2)

2023-10-28 (파란날) 20:18:46



>>584

쏜살같다 .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화살이었다 . 공기의 벽을 찢을 만큼 예리하고 재빠른 화살 !

바벨을 저격해 그의 팔을 송두리째 박살 내버린 일격이 바로 저것이었다 !

만약 안이하게 생각해 방패만을 믿고 얌전히 서 있었다면 , 당신의 배에 커다랗게 구멍이 뚫렸을 참이다 .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선을 피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당신은 옆구리의 살을 조금 내어주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 화살이 가면인의 배에 거창하게 터널을 만드는 와중에도 말이다 .

가면인과 당신을 지난 것만으로는 위력을 다 죽이지 못해 , 화살은 더 나아가 범선의 선실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 바벨의 공격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능력으로 보이는데 , 피해를 미치는 범위가 조금만 더 넓었다면 당신까지 크게 낭패를 볼 뻔했다 .

- LAAAAAAAAAAA !! !

자신의 주인을 스스로의 손으로 장사 지낸 구렁이의 여자는 , 당신만 살고 주인은 죽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치였다 .

칼리번이 마저 여자의 숨통을 끊으려고 했지만 , 여기저기 불을 뿜어낸 영향인지 제자리에서 주춤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 더 늦기 전에 저 구렁이 여자를 해치워야 후환이 남지 않을 텐데 , 이럴 때도 바벨은 자신의 일을 하느라 바빴다 .

세 마리의 파리머리를 상대로 녀석은 여지껏 하지 않던 근접전을 하느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 세 마리가 한 몸처럼 움직이니 행동이 굼뜬 바벨은 녀석들에게 일방적으로 농락을 당하고 있었다 .


586 미카엘라 (zt.HTRcbb2)

2023-10-28 (파란날) 22:20:42

이건...이제 방패로 쓸 수 없다. 구렁이가 공격하길 주저하게 하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공격을 막아주지도 못해. 가면의 독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디. 지하드를 외치는 이슬람 전사가 마약까지 해야 따라잡을 수준이다.

이제 어쩌나. 바벨은 파리 셋에 발이 묶였다. 칼리번도 상태가 나쁘다. 미카엘라는 허리에 공격이 스쳤는데 어떨지. 한손으로 스친 곳을 더듬어본다.

"바벨! 벽을 등지거나 좁은 곳에서 싸워요! 산탄으로 쏘고!"

벌레는 바늘이 아니라 파리채로 잡아야 제맛이다. 날아가는 새를 어느 누가 소총으로 잡는가? 산탄총에 버드샷을 물려서 쏘지. 버드샷을 물리는데...그럼 나는?! 강제로 두 상황을 동시에 대처할 판인 미카엘라는 참으로 난감하다.

'구렁이는 저렇게 쏘는게 다인가? 완력은 어떻지? 가까이 접근해서 못 쏘게 하면 싸울 수 있나? 아니면 파리들 쪽으로 끌고가서 삼파전을 만들어?'

생각을 안 한다면서 열심히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생각할 수밖어 없다. 생각은 저주이자 축복이다.

587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00:46:52



>>586

이름도 모르는 가면인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모두를 엿 먹이는 선택을 했다 .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남에게 머리 굽히지 않겠다는 반골 정신 . 만약 다르게 만났다면 , 당신과 통하는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 친구가 됐을지도 모르지 . 최소한 저 놈의 뱀이 쏘는 화살에 생명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 구렁이는 또 한 발 , 화살을 속에서 게워내 자신의 입에 물렸다 . 설마 두 번씩이나 표적을 빗맞추는 실수를 할 리는 없으니 , 당신은 보다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 하지만 누가 그럴 수 있을까 .

바벨은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엉망진창 박살 난 선실로 자신을 던졌다 . 통로가 하나뿐이니 파리머리 녀석들도 섣불리 따라 들어갈 수는 없으리라 . 칼리번의 불길은 점차 잦아들어 , 잔불만 겨우 남은 상태가 됐다 . 저렇게 시들해져서는 , 더는 선상의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못한다 . 칼리번은 남은 여력을 모두 사용한 것처럼 보였다 .

자신을 모두 태우고 재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

바벨을 추격하기가 곤란해지자 , 파리머리들은 다음 목표를 찾았다 .

선상에 살아남은 사람이라고는 당신과 저 구렁이 여자뿐이니까 . 목표는 금방 정해졌다 .

당신은 ─ 옆구리에 구멍이 났지만 출혈도 보이지 않고 움직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 하지만 무작정 다가가기도 곤란한 것이 , 저 구렁이는 칼리번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은 전적이 있었다 . 당신이 아무리 육탄전에 자신이 있더라도 , 칼리번보다 잘하기는 어려울 테니 함부로 덤벼봤자 활에 맞아 죽는 대신 뱀에 물려 죽게 될 뿐 . 살고자 한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

이를테면 , 바벨을 ─


588 미카주 (Zc1Vs7TUZ.)

2023-10-29 (내일 월요일) 01:04:30

계속 생각해도 흥미롭군요 바벨의 부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미카엘라, 다쳐도 피 한방울 없는 미카엘라.... 떡밥인가?

일단 답레 써오겠습니다~~~

589 미카엘라 (Zc1Vs7TUZ.)

2023-10-29 (내일 월요일) 01:35:52

칼리번과 그리델. 멋지게 부활하는가 하였더니 마지막 불꽃이었다. 그들이 쓰러지고, 잔불이 사그라들고. 마음이 없는 것들이 선상에 남았다. 바벨의 안전이 확보되자 미카엘라의 머릿속 톱니바퀴가 하나씩 맞물린다. 그림이 그려진다는 말이다.

'제발, 바벨 채널 열어! 빨리 채널! 채널 채널 채널 채널 바벨바벨바벨바벨바벨빨리대포한방빨리!!!!'

일일히 말로 하기도 부족할 정도로 상황이 빠르게 돌아간다. 다급하고 절박하게 연결 요청을 보냈다. 모습이 바뀐 바벨이 계속 채널을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분당 명령수가 몇을 넘어갔는가는 차마 세지 못했다. 뱀 아가리에 화살이 물렸다. 장전되었다. 미카엘라는 가면의 시체를 놓지 못했다. 몸을 가릴 물체는 일말의 안정감을 주었다.

총을 손에서 떼고 몸에다 달아둔 채로 돌아다니다, 역시 총을 쥐지 않은 적과 마주칠 때의 감각과 같았다. 눈이 마주치고 누가 먼저 뽑아서 쏘냐 하는 데스게임 단판. 미카엘라는 딱 한번 빼고 전부 이겼다. 여기서 2패가 적립될지도 모른다. 아직도 두뇌의 호르몬 체계가 작동하는지, 아드레날린이 해일처럼 쏟아져 시간까지 느리게 보일 지경이다.

아작난 선실. 꼭 선실이 아니라도 건축물 안과 그 사이에서 벌이는 싸움이면 미카엘라가 구렁이를 압도할 수 있다. 바벨을 조종한다면 반드시 구렁이를 압도할 수 있다. 벽과 벽, 문과 문, 창과 창, 거리와 거리에 널린 수많은 파편과 폐허를 넘나든게 몇 년이냐. 숨고, 구르고, 위치를 바꾸고, 틈새로 쏘고, 몰이사냥하고, 기습하며 때론 기습당하던 경험이 몇 번이냐는 말이다.

바벨이 한 방 쏴서 선상 괴물들의 대열을 흐트려놓으면 미카엘라가 뒤따라서 선실로 몸을 던진다. 라운드가 숨바꼭질 놀이로 바뀌면 그때부턴 완전히 원 사이드 게임이다. 그러니까 구렁이의 다음 화살에 맞아죽지 않는다면 말이다..

590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01:44:40

바벨은 날 잡아서 아동 심리 상담 센터에 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 어쩜 저렇게 말을 안 듣는담 ( 모른 척 )

떡밥이 맥거핀이 되지 않도록 캡틴은 열심히 판을 짜는 것이었다 ... 답레는 한숨 자고 올리겠습니다 ! 좋은 밤 되세요 !

591 미카엘라 (NLGtuta7kI)

2023-10-29 (내일 월요일) 01:48:04

(???)

레주 내일 봽시다~~1!!

592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19:19:47



>>589

총잡이 간의 결투를 떠올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 정말로 그런 상황이었으니까 ! 바벨이 무슨 생각 , 무슨 꿍꿍이를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당신과 동조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죽고 바벨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다 ! 저 여자나 칼리번처럼 ! 바벨로서도 그것만은 피하고 싶을 텐데 , 그래서 이제까지 열심히 당신을 지켜온 것 아니겠는가 . 이제 와서 고작 ─ 이런 스쳐 지나는 싸움에서 녀석이 당신을 배신할 이유를 찾았다고 ,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

저 파리머리들은 누구를 노리고 있을까 . 노려지는 목표가 당신이라면 선실로의 도망은 기회가 생겨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 구멍 난 그물도 아니고 , 바벨이 거기로 도망치는 것을 두 눈 뜨고 빤히 지켜봤는데 당신까지 달아나게 두진 않겠지 .

화살 ─ 구렁이 ─ 파리머리 ─ 바벨 ─ 선실 ─ 범선

회전판운명이 회전력을 잃어가고 , 마침내 당신의 사인이 정해진다 .

섬뜩한 살煞이 구렁이의 째진 입을 지나 , 당신에게로 날아든다 .

눈으로 보려고 해서 보이는 것도 아니고 , 피하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가속도 붙기 시작한 운명은 당신 혼자만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 당신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이다 .

하지만 ─

하지만 탑은 ─ 운명에 저항하는 의지의 집합이다 . 운명이 높고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고 해서 , 그것을 가지러 갈 수 없다고 포기하기보다 ,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더라도Vanitas vanitatum dixit Ecclesiastes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 , 닿으려는 노력을 마지막까지 마다하지 않는 자들이다 .

바벨은 당신에게 문을 여는 대신에 , 당신이 서 있는 바닥을 무너뜨려 당신을 선창으로 떨어뜨렸다 .


593 미카엘라 (O2DMBD2kRY)

2023-10-29 (내일 월요일) 20:08:45

"아차..."

2패 적립이구나. 이번에는 화살이 보였다. 피할 수는 없었지만 뱀 아가리에서 쏘아져 나오는 화살촉이 정확히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글렀네. 이번에는 진짜 죽나? 또 다른 곳에서 눈을 뜰 수 있을까? 살아있으면 살아가지만, 죽음이 왔으니 죽어야 할 때. 미카엘라는 이미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살아도 살고 죽어도 살기를 원하는 맹목적 의지가 있다. 이번에는 그 의지가 미카엘라의 머리채를 틀어쥐었다. 오늘은 죽을 날이 아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다. 오늘은!

쾅! 밑바닥이 훅 꺼지고 엉덩방아를 찧는다. 선창 바닥에 넘어진 눈에 구멍난 갑판과 어두운 하늘이 보인다. 동물적인 감각은 포기도 납득도 빠르다. 그녀는 또다시, 죽음을 속였다. 매에게 잡혀가다 떨어진 들쥐처럼 미카엘라는 필사적으로 선창 안을 향해 들어간다. 가면의 시체를 질질 끌면서.

"바벨! 내게 와요! 수복해!"

이제와서 사람시체 괴물시체 가릴 이유도 없다. 선상의 괴물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자기들끼리 싸우려 할 것이다. 여유가 생길 때 일보 후퇴, 합류와 재정비 후 다시 싸워보자. 구렁이고 파리고 전부 죽었다!

//바벨에서 바벨탑이 떠오르긴 했지만 이런 의미가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바벨 멋지다.. 바니바니 바니바니..

594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0:23:52



>>593

불에 댄 것처럼 황급하게 , 어둠 속으로 피신하는 당신을 바라보는 바벨 . 바벨은 여느 때와 같이 무심하게 , 기계적으로 ─ 손목 밖에 남지 않은 팔을 뻗었다 . 가면인의 유해를 자신의 안에 담기 시작했다 . 그것은 더 이상 피도 흐르지 않고 ─ 모든 것이 희미한 회색으로 , 회색으로 변해가는 도중이었다 . 땅바닥에 뚝뚝 떨어진 얼룩조차도 회색으로 변하며 바스러지니 , 가면인이 이 세계에 존재했던 흔적은 곧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리라 . 선상의 저 여자마저도 사라진다면 더는 누구도 그를 추모하지 않겠지 . 바벨은 그렇게 모든 것을 삼켰다 . 부족한 살을 채웠다 . 완벽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다 .

이 배에 남은 사람 가운데 누구 하나 완벽한 사람이 있던가 . 이만하면 충분했다 .


595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0:24:20

미카엘라 시트를 봤을 때부터 생각했던 바벨의 역할이었습니다 , 마음에 드셨다면 좋겠네여 !

596 미카엘라 (u2PsqQ7Rfw)

2023-10-29 (내일 월요일) 20:58:23

이제 인간이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안 미카엘라에게, 인간은 괴물과 같이 잠재적 자원이 되었으려나. 일단 단물을 다 빨아먹은 가면인이 더 이상 안중에 없다는 건 알겠다. 이제 최고의 상태는 아니어도, 최적의 상태가 되었다. 싸움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건 패배의 지름길이다. 바벨이 합류하였으니 채널을 재촉하는 건 그만두자.

"미리 쏠 준비해요. 팔 한짝 머리 하나 전부 날리진 말구!"

촌철살인이라고 하였으니 딱 그만큼. 손가락 하나쯤 해서 총알 사이즈로 쏠 수는 없는 거니? 무조건 폭풍처럼 쓸어버릴 필요 없다. 표적을 뚫고 지나갈 힘이면 차고 넘친다. 화력은 다다익선 거거익선이라도 그들의 자원은 제한되어 있으니.

그녀는 잔해의 틈새로 적들의 행동을 살핀

597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1:17:35



>>596

아무래도 그러려면 선실까지 올라가야만 하는데 , 바벨 이 녀석 , 어떻게 내려왔는지 계단이 밟을 수도 없게 망가져 있다 . 저기서 신나게 구르기라도 한 걸까 . 저래서야 당신은 계단을 사용할 수 없다 . 바벨의 도약력을 빌리지 않으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 같지가 않다 . 그런데 그러자니 ─ 문이 너무 협소하다 .

이 녀석이 자칫 실수하기라도 하면 요란하게 부딪히고 다칠 건데 , 바벨을 믿을 수 있겠나 . 차라리 떨어진 구멍으로 다시 올라가느니만 못할 것이다 . 그럴 경우 ─ 선상의 싸움이 덜 정리됐다는 가정 하에 새우 등이 터질 수도 있겠다만 .


598 미카엘라 (W1HNTPIVg.)

2023-10-29 (내일 월요일) 21:47:25

계단을 어떻게 밟았길래 저 꼴이 나. 이걸 확 그냥! 길이 막혔으니 새 길을 만들거나 돌아가거나 해야 한다. 당장 보이는 길은 아까 미카엘라가 떨어진 그 구멍인데, 문제는 선상의 상황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두더지처럼 함부로 튀어나왔다가 망치로 머리를 맞는 상황은 사절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 방법이 있지.

"바벨, 받쳐줘요!"

훌쩍 뛰어서 구멍 가장자리를 손아귀로 꽉 잡고, 눈만 살짝 올려서 선상의 상황을 보는 것이다. 턱걸이를 하듯 몸을 올리면 자세가 나오리라. 안전한 상황이면 그대로 등반. 양쪽에게 들켜서 새우등이 터지려 하면 손을 놓아버리면 된다. 바벨이야 미카엘라를 따라서 올라가거나 떨어지는 그녀를 잡아주면...

"둘, 셋!"

....바벨은 과연 손을 놓고 떨어지는 미카엘라를 공주님 안기로 받아줄 것인가? 이 생각을 조금 더 빨리 했었어야 할지도.

599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2:50:21



>>598

그렇게 당해놓고도 바벨을 믿다니 . 미카엘라는 바보입니다 .

바라본 선상의 상황은 참담했다 . 여기저기 난간은 망가졌지 , 포어 마스트는 아예 부러져 있었다 . 덤벼드는 파리머리 떼를 사냥하기 위해 아끼지 않고 화살을 쏴댔던 모양이다 . 그리고 현재까지도 ─ 여자는 살아남아 있었다 . 파리머리 가운데 바벨에게 다리를 잃은 녀석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 남은 두 놈이 여자를 에워싸고 있었다 . 전장의 상황은 여자에게 불리해 보인다 .

배의 다음 주인을 예정하고 있는 당신에게 , 더 이상 배가 손상되는 일은 달갑지 않다 . 한 시라도 빨리 이 미친 싸움을 끝내지 않으면 , 제아무리 모래를 헤엄치는 배라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


600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2:55:54

600 !!!!

601 미카주 (W1HNTPIVg.)

2023-10-29 (내일 월요일) 23:03:21

마참내!!!

602 미카엘라 (W1HNTPIVg.)

2023-10-29 (내일 월요일) 23:17:15

나처럼 매달려봐요! 미카엘라가 속삭이며 손짓했다. 일단 공주님 안기에 대한 갑론을박은 미뤄도 될 모양이다. 구렁이가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에 엎드려서 위력 조절하고 쏴요. 쟤네들 몸만 뚫으면 충분해요. 손가락 정도면 되려나?"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주변을 살핀다. 파리머리 하나가 더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시체가 되었을까? 놈이 시야에 없더라도 당장 기습하려는게 보이지 않으면, 저기 구렁이와 파리 2마리에 집중하는게 좋겠다.

"둘 이상이 겹칠 때... 대기...대기..."

일단 미카엘라는 가급적 1타2피 이상을 노리길 원한다. 당장 격전에서 떨어진 자의 여유다.

603 ◆.Th3VZ.RlE (l5AsCd65Ic)

2023-11-01 (水) 22:51:52



>>602

바벨에게 그렇게 섬세한 요구를 하다니 . 당신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바보는 아니었지만 , 시키는 대로 얌전히 조용히 따를 녀석이 아니란 것은 당신도 알지 않는가 . 대롱대롱 매달려서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피라고 , 바벨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 이렇게 몸도 다 회복됐겠다 모조리 다 박살 내는 게 더 빠르지 않겠나 . 바벨의 전투뇌가 또다시 나쁜 주기를 맞았다 .

바벨이 시원찮은 모양새로 간당간당하게 매달린 당신을 향해 뛰어오르더니 , 당신을 붙잡고 얇은 나무판자를 다 때려 부수며 선상으로 복귀했다 . 바벨과 당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화들짝 놀란 파리머리들은 잘못된 반응을 보이고 말았고 , 그 틈을 구렁이의 여자는 놓치지 않았다 .

살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싶어 살펴보면 구렁이의 쭉 찢어진 입이 파리머리를 문자 그대로 으깨고 있었다 . 동료를 모두 잃고 외톨이가 된 마지막 남은 한 마리는 , 그 즉시 전장을 이탈하려고 했지만 바벨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바벨은 저 여자에게 과시하는 것처럼 정확한 사격으로 선상 이탈을 시도하는 파리머리를 명중시켰다 .

일격필살 , 파리머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고 ─ 바벨이 당신을 짊어지고 선상에 내려 앉았다 .

그리고 마침내 , 당신들과 저 여자만 남았다 .


604 미카엘라 (CHo2Zx5XZQ)

2023-11-02 (거의 끝나감) 00:10:45

아아니! 구렁이를 먼저 노려야지! 죽이지 않으면 죽는 판에 결투라도 하게?? 안타깝게도 바벨이 칼리번에게 하던 짓을 생각하면 바벨은 정말로 결투하기를 좋아하는 놈이었다. 썩을. 이러면 엄폐물 사이를 넘나드는 미카엘라의 특기도 죽이 되었다. 머리채를 잡고 다시 집어넣을 수도 없으니.

"아..그...모르겠다 나도.."

그리델이 칼리번과 함께 쓰러지듯 구렁이도 빨리 주인따라 가면 좋겠으나, 그럴 기미는 없어 보인다. 괴물 둘이 결투를 하는데 힘없고 가엾은 인간은 뭘 할 수 있죠? 사방팔방에 굴러다니는 난간 쪼가리라도 몽둥이처럼 들까.

"어디 해 봐요."

발목이나 안 잡으면 한 사람분 이상이다. 미카엘라는 여느 때와 같이, 바벨의 뒤에 서서 한 손으로 어깨를 잡았다. 바벨이 가는 대로 미카엘라가 따라간다.

605 ◆.Th3VZ.RlE (w8DeOn9mig)

2023-11-02 (거의 끝나감) 22:15:32



>>604

겨우 검지 손가락 하나 소비했을 뿐인 바벨에 반해 저 여자는 만신창이 , 서 있는 게 기적처럼 보였다 . 유일한 무기였던 구렁이도 파리머리들을 상대하면서 상할 대로 상해서 , 처음 마주했을 때의 위압감은 더는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 바벨이 아무 생각 없이 방아쇠를 당기면 , 그대로 맥없이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

당신들이 굳이 손대지 않더라도 알아서 멋대로 아무렇게나 죽어버릴 것만 같은 연약함 .

지독한 궁지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 달아날 묘수가 , 아직 저 여자에게 남았을까 .

그것만 먼저 잘라내버린다면 , 이 싸움 손쉬운 승리로 이어질 것이다 .


606 미카엘라 (tbo7w.c40E)

2023-11-03 (불탄다..!) 00:48:01

도망칠 수 없다. 놈들은 일행을 공격하고 스스로 적이 되기를 자처했다. 살아서 도망가게 하는 건 수지가 맞지 않는다. 배를 몰아 돌격할 때부터 자기가 당할 가능성도 반대로 생각했겠지? 염두에 두고 벌인 일이지? 당연히 자기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철면피스러운 일이었다.

"바닥."

바벨이 미카엘라에게 했던 것처럼. 그러나 대상이 달라졌으니 이건 구원이 아니라 나락으로 밀어버리는 짓이다.

"바닥을 부수고 빠뜨려버려요."

607 ◆.Th3VZ.RlE (XLY5NEF02c)

2023-11-03 (불탄다..!) 16:33:42



>>606

바닥을 무너뜨려라 . 직접 사격을 할 생각으로 들떠 있던 바벨에게 당신의 명령은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 하지만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가 .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지 , 아니면 무슨 괴이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 당신의 조심성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었다 . 서로의 생명을 판돈 삼아 벌이는 사투에서 지나친 게 어딨겠나 .

- La !

이제 성한 부분이 오히려 더 적은 선상에 시원하게 구멍을 만드는 바벨 . 손가락 하나를 통째로 갖다 쓴 공격은 겨우 바닥을 부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을 가로막는 장해물을 모조리 치워버렸다 .

저대로 저 여자를 나락 밑바닥으로 보내겠다고 , 그런 결의가 느껴지는 위력이었다 . 이미 만신창이였던 여자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어 형편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 애처롭게 하나 남은 팔을 뻗어보지만 허공을 가로지를 뿐 , 그녀의 모습은 선창의 어둠 속으로 떨어져 사라졌다 .


608 미카엘라 (vY1T/pItqU)

2023-11-03 (불탄다..!) 17:47:45

놈의 탈것이었던 범선은 놈의 감옥으로 변했다. 이제 죄인의 목을 치는 피날레가 기다린다.

"정말로 끝장을 낼 때가 왔어요.."

시작부터 아수라장인 싸움이었다. 그리델은 주저앉고 칼리번은 가슴에 구멍이 나며 바벨의 팔이 날아갔다. 그 판국에 파리머리가 끼어들고 가면에게 엿을 먹어서..

이 죄다 꼬여버린 상황을 바벨의 손으로 끊을 것이다. 자기를 풀어보라며 사람을 놀리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에게 할 대답은 칼질뿐이야! 미카엘라는 바벨과 함께 구멍 앞으로 전진하려 한다. 마지막 확인사살이 기다린다. 구렁이가 칼리번처럼 마지막 수를 꺼내지 않기를 바랄 뿐. 그랬다간 이 배가 두쪽이 나고 말 테니까.

609 ◆.Th3VZ.RlE (XLY5NEF02c)

2023-11-03 (불탄다..!) 18:08:37



>>608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 어째서 가면쟁이가 당신들을 습격했는지 , 아직 이유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 아닌가 . 도마뱀붙이처럼 배에 붙어 있던 세 마리의 파리머리들은 , 대체 무슨 사연으로 거기에 있던 걸까 . 당신이 이유를 붙이려고 하지 않는다면 , 그것들은 계속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 당신이라면 ─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

그리고 칼리번 , 그리델의 상태에 문득 관심을 가진다면 , 여자가 서 있던 너머에 힘없이 무릎을 꿇은 강철 갑옷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 칼리번은 모든 불을 쏟아내고 ,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체력까지 모두 소모한 것처럼 더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

실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늘어졌다고 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 언제나 꼿꼿하게 서있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혼자서는 일어설 수조차 없어 보였다 . 칼리번이 저렇게 됐는데 , 그리델이라고 무사할까 .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

- maaaaaaa

바벨에게 있어 칼리번이 저렇게 돼버린 것은 유감이겠지 . 바벨은 칼리번이 이렇게 허무하게 , 남의 손을 빌려 멸망하자 작게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냈다 . 부족한 감정을 드러내며 , 녀석은 아쉬워하고 있었다 . 이렇게 된 이상 원흉에게라도 화풀이를 해야겠지 . 바벨은 그럴 생각처럼 새롭게 생겨난 구멍 앞에 섰다 . 달빛만으로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선창은 , 바로 방금 전 당신들이 빠져나온 곳임에도 낯설기가 그지없었다 . 빠지면 두 번 다시 기어오르지 못할 것처럼 , 깊고 깊게 보이는 암흑 . 그러나 바벨은 , 그곳이 아무리 어둡고 , 위험하더라도 당신의 명령 한 마디면 과감히 뛰어들 것이다 . 못다 한 싸움을 마무리 짓기 위해 .


610 미카엘라 (a4/I0uCmUU)

2023-11-03 (불탄다..!) 18:49:49

칼리번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델도 시신이 되어 있으리. 생전이었으면 훈장을 추서받을 수도 있는 무훈이다. 하지만 사막에는 나라도 군대도 없다. 나라와 군대가 없는데 싸움은 있다. 나라와 군대가 사라지면 평화가 찾아온다고 하는 사람은 모두 생각이 짧은 사람임을 사막이 증명했다.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아요."

"하지만 복수를 할 수는 있죠. 산 자를 위해서."

Death from above. 미카엘라는 이미 준비되었다. 죽어서 살아가던 자를 위해. 강하를 명령한다.

611 ◆.Th3VZ.RlE (XLY5NEF02c)

2023-11-03 (불탄다..!) 19:11:00



>>610

깊게 친해진 사이는 아니었다 .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상대였다 . 하지만 한 때라도 서로의 등을 맡겼던 사이가 아닌가 . 원통함을 달래기 위해 보복과 복수의 시간을 가질 가치는 있었다 . 바벨은 작게나마 당신에게 자신의 시야를 허락했다 .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보는 것을 당신도 함께 보도록 했다 .

─ 그런데 꽤나 이상하다 . 녀석이 보는 세계가 전과 같지가 않다 . 녀석의 눈은 보통은 보이지 않을 것들이 더욱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 적외선 고글을 장착한 것처럼 어둠 속에서도 모든 것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물론 , 어떤 사물을 볼 때 그것의 내부까지도 투영되어 보이고 있었다 . 이런 눈이 있다면 누가 , 어떻게 감히 바벨의 앞에서 숨을 수 있겠는가 . 녀석이 당신의 발판을 부술 때는 , 그 자신만의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

- Maaaaaaaaa

쓰러져 더는 원만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적을 향해 , 바벨이 뛰어내렸다 . 같은 구멍을 사용해 추락하니 같은 곳에 떨어지겠지 . 피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짓밟혀 숨통이 끊어질 것을 , 구렁이 여자는 발버둥 치며 바벨의 낙하를 피했다 .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모두 끌어내 구렁이의 머리를 바벨에게 향했다 .


612 미카엘라 (akIZ8JOGMs)

2023-11-04 (파란날) 00:16:21

"뱀은 머리를 누르면 아무것도 못하지.."

한 쪽 눈으로 바벨의 시야가 보인다. 깡통 시절 보았던 시야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고양이처럼 어둠을 꿰뚫어보는것도 놀랄 일인데 눈에서 엑스레이라도 쏘는 것마냥 사물의 뒤까지 볼 수 있었다. 미카엘라가 이런 눈을 가졌으면 그 날 죽지 않았을테고, 특수부대에 지원서를 냈을지도 모른다. 문 뒤에 숨은 테러리스트가 몇명인지. 미카엘라는 전부 알고 있다네.

"밟고 끝내버려요! 칼리번의 복수! 그리델의 복수!"

세세히 지시하진 않았다. 대신 콜로세움의 관중처럼 팔을 흔든다. 폭력은 약처럼 중독되어 실존적 철학적 고뇌를 마비시킨다. 복잡할 것 없이 내키는대로 부숴놓고 '운명이었다' 한 마디면 만사가 간단해지는 거다. 미카엘라의 운명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뜻한다. 정해진 것은 과거에 속하는 일이니까. 지나간 일은 바꿀 수 없고 이끌어 나갈 수 없다. 이미 종료되고 확정된 것을 뭐 어쩌자는 것인가.

입으로 복수를 외치는데 머리는 그게 아니다. 그리델이 죽어도 그런가보다 칼리번이 죽어도 그런가보다. 일단 때리고 죽이고 보자. 스스로를 마비 상태에 빠뜨리면 둘의 죽음에 어떤 감정을 품어야 하는지 고뇌하지 않아도 되니까.

"Kill! Kill! Kill!"

생각할 필요 없고, 생각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 없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스스로를 녹여버리는 것이다. 바벨이 가진 의지의 폭력과 정 반대인 도피적 폭력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극과 극은 통한다. 둘의 마음은 통한다. 구렁이를 죽이자!

613 ◆.Th3VZ.RlE (cqMSjyExE6)

2023-11-04 (파란날) 14:13:23



>>612

결투란 , 고전적이지만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 바벨은 상대가 < 쏘는 > 놈이라는 것을 안다 . 굴욕스럽게도 먼젓번에는 한 발 늦었으나 , 지금도 과연 그럴까 . 바벨은 승기를 타고 있었다 . 맞바람에 꺾이려는 저 여자와는 다르다 . 바벨은 언제라도 쏠 수 있었고 , 낭떠러지에 적의 등을 밀기만 하면 됐다 .

- maaaaaaaaaaaa
- laaaAAaaaAaaaa

안 나오는 소리를 목을 찢어내는 여자에게 , 재빨리 손가락을 겨누는 바벨 . 거의 동시에 구렁이가 입에서 화살을 뱉어냈지만 , 바벨은 그것조차도 예상한 것처럼 구렁이의 입을 스트라이크 존 삼아 속구를 때려박았다 . 바벨의 공격이 화살촉에 닿고 살을 부수고 구렁이를 찢어놓았다 . 여자는 하나 남은 팔까지 잃고 , 공격의 여파에 반신이 휘말리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

라스트맨 스탠딩의 주인공은 바벨이었다 . 그리고 당신이었다 . 바벨은 쏘느라 소비한 손가락을 다시 만들어내고 , 쓰러진 여자를 향해 겨누었다 .


614 미카엘라 (zMyCWPCTx6)

2023-11-05 (내일 월요일) 12:23:56

"확인사살은 확실히."

적이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도록 육신을 부수는 것이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당긴 방아쇠에 물귀신처럼 끌려가면 억울하지 않은가. 총이 발명된 이래 사람을 죽이기는 너무나 쉬워졌으니까.

"쏴."

미카엘라와 바벨은 많이 배운 의사가 아니라 삶과 죽음 사이의 미묘한 지점을 포착하기 어렵다. 하지만 머리에 구멍이 나 있는 건 확실히 죽은 거란 정도만 알 뿐이다.

615 ◆.Th3VZ.RlE (fk3GhLKBzw)

2023-11-06 (모두 수고..) 21:27:37

끼에에엒ㄲ

616 미카엘라 (Wzy8vgWbm2)

2023-11-06 (모두 수고..) 22:10:36

게에엒..

617 ◆.Th3VZ.RlE (fk3GhLKBzw)

2023-11-06 (모두 수고..) 22:17:30



>>614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 아무리 강한 괴물이라도 , 한계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상 . 바벨은 마지막 한 발을 쏘는 순간까지도 철저히 방심하지 않고 준비하고 대비했다 . 상처 입은 맹수야말로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일까 .

- 쾅 !

열기로 가득 찼지만 텅 빈 것처럼 무미건조한 소리였다 . 구태여 말로 설명할 필요 없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죽음 . 바벨은 자신의 손으로 결말 지은 이야기를 음미하는 것처럼 바라봤다 . 어떤 역사와 사연을 갖고서 이 세계를 방황하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 최후는 당신의 손으로 지었다 . 이야기의 시작에 관여하지 못했어도 마무리를 장식했다면 , 당신 역시 저것의 일부로 기억되겠지 .

바벨은 그것이 모래로 화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 선상으로 돌아왔다 . 한 사람 땅에 묻은 것치고는 별달리 부상도 없고 , 이 정도면 완승했다고 할 수 있으리라 .

문제는 이 배와 칼리번이었다 . 바벨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칼리번을 바라봤다 .


618 ◆.Th3VZ.RlE (fk3GhLKBzw)

2023-11-06 (모두 수고..) 22:17:51

... 어제 하루종일 잤는데도 어째서 잠이 부족하죠 ... 흑흑흑흑ㅎ긓긓그 너무한 세상이야

619 미카엘라 (Wzy8vgWbm2)

2023-11-06 (모두 수고..) 23:10:12

끝은 담백하고 무미건조했다.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영화처럼 장엄한 죽음을 맞는다. 대부분의 죽음은 고통스럽고 추잡하거나, 심지어 시시한 것이었다. 가면과 구렁이가 어떤 삶과 고민을 가지고 살았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어서 모래바람처럼 흩어졌다. 미카엘라와 바벨의 동행자들도 그러하다.

"걔 죽었어요. 젠장.. 그리델도 죽었겠지? 시체라도 확인해야 하나."

다음에 만나는 사람이 그리델 같은 사람이란 보장이 없다. 환경상의 확률로 따져보면 가면 같은 미친놈들만 줄줄히 튀어나오는게 더 합리적이다. 칼리번의 전투력까지 감안하면 이 둘의 손실은 꽤... 불쾌한 일이다.

말은 뭐 비극적인 현실을 슬퍼하는 바벨에게 상기시키는 것처럼 했지만 바벨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애도의 시간을 가지던, 시체를 쪼아먹는 독수리처럼 바벨장을 지내던. 칼리번에게 감정이 있던 건 바벨이니까 바벨 마음대로 할 일이다.

칼리번을 보던 바벨을 보던 미카엘라는 선상 아래로 매달려서 푹 뛰어내렸다. 모래벌레를 잡다가 멀리 나가떨어졌을 때를 고려하면 다치진 않을 것이다. 푹신한 모래 위에 푹 넘어지긴 하겠지만. 그녀는 그리델을 확인하러 걸음을 옮긴다.

//이 세상은 고통...절망...께으윽..

620 ◆.Th3VZ.RlE (fk3GhLKBzw)

2023-11-06 (모두 수고..) 23:40:31



>>619

바벨의 생각은 단순했다 . 저대로 바스라지게 내버려두는 것은 아깝다 . 저게 나름대로 강력한 < 소재 > 라는 것을 , 바벨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 적자생존 , 먹는 자가 살아남는다 . 당신도 어느정도 느끼고 있었을 사실이다 . 당신의 안에 윤리적 망설임 , 거리낌이 없다는 것은 방금도 확인하지 않았던가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벨은 당신에게 동의를 구했다 . 바벨은 결국 당신의 분신에 지나지 않는다 . 자신의 안에 < 다른 것 > 을 들일 때는 , 반드시 당신의 허락이 필요했다 .


621 미카엘라 (kObGn8Tilk)

2023-11-07 (FIRE!) 00:06:59

모래 위를 걸으며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를 더듬고 있었다. 저번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것이 담배를 찾는 습관임을 알고 있다. 갖가지 기괴한 일이 벌어지는데 갑자기 주머니에 라이터랑 담배가 뿅 생기는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나... 헛생각을 했다. 시선이 느껴져 뒤를 보면 빤히 쳐다보는 바벨이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괴물을 죽이고 잡아먹자. 애기 입에 든 것도 빼앗아 먹자. 다른 사람도 아닌 미카엘라의 생각이다.

"먹어도 돼요. 살아남은게 이긴 거니까, 바벨이 이긴걸로 치죠."

둘의 경쟁은 단순하고 허망하게 일단락되었다. 왜 범선이 칼리번을 노렸는지 알 수 없으나, 어쩌면 크고 위압적인 외모가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미카엘라의 가설이 맞다면 이번 상황에서는 바벨이 더 적합하고 더 적합했기에 살아남은 셈이다. 살아남았다면 더 강한 것이 될 테고. 더 강한 자는 뜻대로 할 권리가 주어진다.

622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23:05



>>621

칼리번이 몸성히 움직일 수 있었다면 , 다가오는 바벨을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 바벨 또한 그 사실을 안다 . 우리가 다른 곳 , 다른 장소에서 만나 싸울 수 있었다면 , 이렇게 허무한 끝맺음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

아니 ── 아니지 . 그것은 망상이다 . 바벨이 그런 감상을 가질 리가 . 먹는 것에 감정을 느낄 리가 . 바벨은 기계다 . 단지 싸우도록 태어났기 때문에 , 본래의 목적에 맞게 , 소명에 맞게 , 닥치는 대로 시비를 걸고 부딪히고 깨부수는 것이다 . 거기에 감정은 1mg도 섞이지 않는다 . 그의 투쟁에 불순물이 섞일 리 없는 것이다 .

하지만 이 세계에 , 절대라는 말이 통할까 . 성립이나 할까 . 바벨은 변할 것이다 . 이제까지도 변해왔고 . 그리고 뒤를 돌아보고 자신의 모든 선택들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

─ 안녕히 강철 기사 . 미카엘라의 적이 될 수도 있었던 수호자 .

그리고 , 그리고 ─ 모든 것들이 당신바벨의 일부가 된다 .


623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25:07




>>622

이름:그리델 앤틸리아미카엘라 라미레즈 Grindel Anthelia
나이:스물 하나
성별:여성

외모:태양에 그을린 듯 피부가 붉다 . 비단처럼 보드라운 갈색깔 머리카락을 이마가 드러나도록 가르마를 타놨다 . 깎아 만든 듯 갸름한 얼굴에 오뚝한 코 - 차분함을 잃는 법 없는 얇은 입술이 귀족적인 이목구비를 이룬다 . 왜소한 체구지만 바위 마냥 강단 있는 사람이라 보았을 때 유약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 경주마와 같이 올곧게 앞길만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는 자신에 찬 초록으로 물들어 있다 . 굳은살 빼곡히 박인 작은 손이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슬쩍 귀띔을 해준다 . 얼룩덜룩 물감 투성이의 앞치마를 색이 시커먼 남성용 작업복 위에 입고 있다 . 밑창이 두꺼운 헤시안 부츠를 신는다

성격:중증의 워크 홀릭 . 수전노이기도 하다 . 찢어지게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낸 반동으로 돈을 버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 냉정 침착한 성질은 매사에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일념으로부터 탄생한 것 . 작은 씀씀이로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

이드:칼리번

강철 갑옷의 모습을 한 이드 . 속 빈 갑옷이 주인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 두꺼운 아밍 소드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검의 달인 . 전설 속 원탁의 기사에 비견되는 실력으로 주인의 적을 철저히 분쇄한다 . 갑옷의 이음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오색찬란한 불길이 특징 . 광택이 옅은 갑옷은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다

능력치:

└ 공격력:7
└ 방어력:5
└ 지구력:5
└ 기동성:3
└ 특이성:3

1 _ 미국의 여류 화가로 자신의 생일 되는 날에 괴한의 습격을 받아 사망에 이르렀다

2 _ 가난한 배관공의 자녀로 태어나 만족을 모르고 자랐다 .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

그녀는 세상에 분노하고 있다

3 _ 일요화가 . 노동자로 일하는 틈틈이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 .

그녀에게 있어 미술은 취미를 넘어 답답한 현실로부터의 탈출구였다


624 미카엘라 (kObGn8Tilk)

2023-11-07 (FIRE!) 00:30:16

(입틀막

625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32:19

바벨 : ( 존맛 ! )

626 미카엘라 (kObGn8Tilk)

2023-11-07 (FIRE!) 00:34:18

미카랑 그리델의 인격이 섞인건가여? 그게 아니면 이중인격처럼 그리델이 머릿속에 살아서 대화하는 구조...?

627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36:40

그것보다는 , 그리델의 기억을 얻었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 그리델의 삶의 기억을 통째로 얻은 겁니다 !

그리고 , 손상이 컸으니까요 , 미카엘라가 지금까지의 자신을 잃고 섞일 정도는 아니에요

628 미카엘라 (kObGn8Tilk)

2023-11-07 (FIRE!) 00:42:25

!!!

손질 안 하고 날것으로 먹으면 섞일 수 있다...메모..

629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46:3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기생충 걱정되는 민물고기 회도 아니곸 ㅋㅋㅋㅋ

630 미카엘라 (96RxLa.xho)

2023-11-07 (FIRE!) 01:00:03

바벨이 칼리번을 먹었다. 느껴졌다. 그리델의 낮선 기억들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델의 시신을 확인하러 가는 걸음이 잠시 멈추고 말았다.

"아. 그리델."

솔직히 말해서 마음 속이 뜨끔거렸다. 하지만 죽은 사람을 많이 보았어도 죽은 사람의 기억이 흘러오는 건 처음이라고, 미카엘라는 속으로 변명했다. 회색 매연이 쏟아지는 공장 아래에서 살다가 죽고. 모래벌레부터의 기억에서는 미카엘라와 바벨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유가 아니라 정말 관찰자 시점으로 보였다.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들이지만 낮설게 보였다.

"그리델..."

미카엘라는 그리델의 마지막 기억. 정말 마지막 기억을 펼쳐보면서 그녀의 시신을 향해 걸었다. 칼리번이 찔리고, 미카엘라가 그리델을 포기한 시점부터. 최후의 불꽃이 타오르고 암전될때까지의 기억을.

631 미카엘라 (96RxLa.xho)

2023-11-07 (FIRE!) 01:00:55

>>629 올바른 식습관으로 건강한 사후생활 지키기...힉힉..

632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1:39:49



>>630

밉다 . 미워 . 정말 모든 것들이 밉다 . 바라지도 않았는데 태어나고 , 바라고 바래도 죽을 수 없는 내 삶이 밉다 .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고 ,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없는 내가 밉다 . 세상은 미운 것 투성이 . 사랑할 것은 아무것도 없고 , 나는 단지 살기 위해 사는 기계가 되었다 . 이런 나를 누가 알아줄까 . 누가 찾아줄까 . 그것이 억울하다 . 원통하다 . 그래서 내 마음을 , 캔버스 위에 그리기 시작했다 . 목소리로는 다할 수 없었던 나의 존재 증명 . 이런 나라도 분명히 이 세계에 살아 있었다고 , 누군가 한 명이라도 알아주기를 바라며 붓을 들었다 . 물감으로 회색의 세계를 적시기 시작했다 . 나는 여기에 있어 . 나를 알아줘 .

그렇게 소리 없이 소리쳤다 .

.
.
.

그런데 이게 뭐야 . 이게 뭐냐고 . 죽고 싶었어 ─ 사실은 죽고 싶지 않았어 ! 살고 싶었어 . 정말로 살고 싶었어 ! 못 본 것을 보고 못 먹어본 것을 먹고 , 듣고 , 즐기고 , 나를 찾고 싶었어 .

그런데 제길 , 제기랄 , 어째서 !! 어째서 나만 이렇게 끝나야 해 ! 어째서 나만 !

.
.
.

알고 있다 . 나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 . 누구도 잘못 따윈 하지 않았다 .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들이 아니라 , 우리를 낳은 세계에게 있어 . 나는 여기에 수감될 만큼 , 끔찍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어 . 살아날 거야 . 돌아갈 거야 . 그리고 제대로 ,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을 찾을 거야 .

그러기 위해서라면 그리델는 ── - 미카엘라 ── 는 , , , , , , , , ,



어디에도 그리델은 보이지 않았다 . 그녀가 쓰러진 자리를 찾아봤지만 , 모두 헛고생이었다 . 그리델은 , 애초부터 거짓과 상상으로 이루어진 환상처럼 , 망상과 공상 속 등장인물처럼 , 당신의 앞에서 사라졌다 . 당신의 머릿속에서만 , 그녀는 존재했다 .

그것은 무척이나 기이한 감각이리라 . 신기루처럼 눈에 보여도 잡히지 않는 것이 기억이라는 놈이라 . 당신은 더는 그리델이 여기 살아죽어 있었다고 < 확신 > 할 수 없었다 .

그것은 어쩌면 한여름 밤의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 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 그녀의 존재는 두리뭉실해지고 , 언젠가 정말로 그녀를 잊을지도 모른다 .

모르는 , 데 ── 기억의 한 부분이 , 유달리 툭 튀어나온 한 부분이 ─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

그리델이 이 세계에서 만난 < 누군가 > ── 생면부지 타인임에 분명한 < 누군가 > 가 , 너무나 낯이 익다 .

당신이 생전에 만난 사람인가 ?

아니 ─- 그렇지 않았다 . 당신의 기억 어디에도 , 저 사람의 모습은 새겨져 있지 않다 .

하지만 분명 ─ 당신은 저 사람과 만났었다 . 그런 < 확신 > 이 든다 .


633 미카엘라 (yDSixDXvhM)

2023-11-07 (FIRE!) 02:22:24

"흙은 흙으로.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그리델은 이미 먼지가 되어 흩어진 모양이었다. 그녀가 미카엘라에게 했던, 기계같다는 말의 어원을 엿볼 수 있었다. 죽고 나서 엉망진창의 사막에 떨어져도 운명이니까 그러려니 하는 미카엘라를. 진짜 그렇게 생각하던 미카엘라에게 그리델은 자신의 혐오스러운 면을 보았을 것이다. 살기 위해 사는 기계.

사라진 그리델을 보고 자기도 저렇게 되려나 옷을 들추어 구멍난 옆구리를 확인하는 생존기계 미카엘라를, 그리델은 푸른 눈으로 제대로 보았다.

그 와중에도 그리델의 기억 중 한 기억이 이상하리만치 튀어오르고 있었다. 어떤 사람에 대한 기억이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헨리 포드를 그리델이 직접 만났다- 하는 건 아니다. 사막에서의 기억이었으니 말이다. 그 사람은 생전에 만난 기억이 없는데도 어딘가에서 만났다는 기이한 확신이 있었다.

정말로 만났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무의식 속의 인물? 아니면 망자들을 사막으로 끌어오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사람 행세를 하나. 머리채가 잡혀 끌려오는 중에 얼굴을 슬쩍 보았나? 기상천외한 사막은 망자의 상상력 증진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

그 누군가에 대한 그리델의 기억을 돌려보면서, 미카엘라는 터벅터벅 배로 돌아간다.

634 ◆.Th3VZ.RlE (w0tSjYNd0A)

2023-11-08 (水) 00:02:19

오늘은 ... 자ㅑㅇ겠어요 ... 내일 옵니다ㅏㅏㅏ

635 미카엘라 (3yXkpJiImw)

2023-11-09 (거의 끝나감) 23:30:08

갱신하고 가요 으어 죽겠다!!

636 ◆.Th3VZ.RlE (p4g8m1rL72)

2023-11-09 (거의 끝나감) 23:50:53

갱신하고 쥭습니다... 글 쓰고 싶은데 너무 피곤해... 내닐맘에 봐요...

637 ◆.Th3VZ.RlE (rRtB8h8.7E)

2023-11-10 (불탄다..!) 22:16:42



>>633

타인의 기억 속 < 누군가 > 는 남자였다 . 또는 여자였다 . 젊은 사람이었나 . 아니면 노인이었나 .

안개가 낀 것처럼 . 필름이 다 타버린 것처럼 . 그에 대한 모든 기억이 흐릿하다 . 몇 마디 말로써 겨우 조금 , 조금이나마 그에 대한 인상을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이다 .

《 그 ─ 래 , 여기는 너희들 말로 , 사후 세계라고 하는 곳이야 , 모든 사람의 종점 , 모든 이야기가 마침표를 찍는 곳 , 하지만 드물게도 너희들처럼 ,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이렇게 이 세계에서조차 안식을 얻지 못하고 방황하고 , 방랑하게 되지 》

《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거냐구 ? 관점에 따라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 우리 < 사장님 > 도 같은 생각일 테니 , 혹시 너도 관심이 있을까 ? 안 그래도 마침 같이 일을 할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었거든 . 무슨 일이냐니 , 뭐 대단한 건 아니고 ,

여기저기서 생존자들을 모아 사막 위에 터전을 꾸리는 중이야 . 이런 괴물들이 들끓는 세계라도 ,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 , 이 세계의 주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 》

《 괜찮아 괜찮아 ,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 , 그러고보니 너처럼 , 이 세계를 벗어날 방법을 찾는다던 녀석이 있었어 . 동료도 제법 있었고 , 나더러 생각이 바뀌면 찾아오라던데 , 네 생각이 그렇다면 한 번 거기로 가보는 게 어떨까 ? 이정표는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 그도 그럴 게 그렇게 큰 길은 이 세계에 달리 존재하지 않거든 》

.
.
.


그리델로부터 물려받은 기억은 이게 다였다 . 생전의 기억에 반해 , 사막에서 눈을 뜨고 새롭게 새긴 기억들은 모두 휘발성이 강해 이마저도 겨우 건진 것이다 . 정체불명 ─ 신원불명의 목소리를 어디서 만났다고 당신은 , 낯익게 느낀 걸까 . 그러나 분명했다 . 사막 어딘가에서 , 마침내 만나게 된다면 , 당신은 분명 저 사람을 알아볼 것이다 .

그리고 그것이 , 어떤 열쇠가 되리라 .

정말이지 신기한 감각이 아닐 수 없다 . 오컬트 신봉자들이 말하는 육감이니 하는 것들이 , 어쩌면 이런 것일까 . 타인의 기억을 수집하는 것도 , 마냥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몰랐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 다시 되돌아온 범선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것을 보면 , 전보다도 더욱 유령선처럼 보이는데 평범한 신경을 지닌 사람이라면 도무지 이것을 타고 사막을 항해하자는 생각은 못할 것이다 .


638 미카엘라 (Tsr5DFTuwk)

2023-11-10 (불탄다..!) 23:14:40

그리델이 품은 희망에 대한 기억이다. 십중팔구가 날아간 메모리에서 살아남은 기억들은 이유가 있었다. 그리델은 그 사람의 말에 희망을 품고 미카엘라를 만나 길 위에 올랐다. 그녀가 두 번 죽은 이유는 희망에 의심을 품고 딴 길로 빠져서일지도 모른다. 옛날 이야기에서 의심이 파멸을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계속 길을 따라가면 거기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남는 게 시간이니 다시 돌아가볼까. 그리고 사장님이라는 사람은 또 누구인지.

".....으엑."

사장님. 나쁜 직감이 들었다. 아포칼립스 영화에서 나오는 기분나쁜 교주 캐릭터 말이다. 모든 것이 무너질 때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규합하지만, 뒤에서는 자기의 음침한 욕망을 채우는 사람. 아니면 사막의 괴물왕같은 존재가 망자들의 머리에 기생충을 심어 자신의 입 안으로 기어들어오게 하는 걸까? 연가시가 곤충을 물에 뛰어들게 하듯. 미카엘라는 신기하고 기묘한 감각에 몸을 조금 떨었다. 그렇게 걸으면 어느새 을씨년스러운 범선 앞에 서 있었다.

유령선의 선장이 되려면 항해술부터 알아야겠는데, 문외한 미카엘라에게는 까마득하다. 타륜 같은 걸 돌리나..?

"바벨! 나 왔어요!"

우선 배 위에 올라야 할 일이다. 미카엘라는 바벨을 불렀다. 그 흰색 머리카락을 내려다오!

639 ◆.Th3VZ.RlE (iJ53nP0OP6)

2023-11-11 (파란날) 22:47:40



>>638

대답이 없다 . 반응이 없다 . 유령선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이상한데 . 당신은 분명 바벨을 배에 내버려 두고 왔다 . 바벨이 아무리 정신 사납게 논다지만 당신을 버려두고 훌쩍 떠나버릴 녀석은 아니지 않나 . 사연이 있을 터다 . 이유가 있을 거다 . 혹시 녀석이 배탈이 나서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닐까 . 그래서 당신을 마중 나오지 않는 건 아닐까 . 당신은 그리델과는 다르게 바벨의 신변에 이변이 생겨도 어떤 피드백도 받을 수 없었다 . 덕분에 여지껏 무사할 수 있었지만 , 바벨이 멋대로 어디서 객사해버려도 당신은 깨달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 실제로 전에도 , 바벨이 괴물 지렁이를 잡고 남은 부산물 , 찌꺼기들에게 습격 당할 때도 현장에 가서야 뒤늦게 사태를 알아채지 않았던가 .

배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 이대로는 알 방법이 없다 .


640 미카엘라 (LSw3gJH8WU)

2023-11-12 (내일 월요일) 00:15:27

"바벨?"

지금 칼리번 먹고 신나서 미카엘라 목소리가 안 들리나?? 야! 다시 불러봐도 바벨은 대답이 없다. 싸울때만 믿음직한 깡통같으니.. 망할 깡통.. 깡통 바벨..

미카엘라는 꼼짝없이 짝꿍 괴물 없이도 혼자서 잘해요 프로그램을 찍어야 할 판이다. 배를 처음 보았을 때는 도무지 바벨의 도움 없이 오를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지금은 어디 부서진 틈새나 끊어져서 늘어진 밧줄이 새로 생겼을 법 한데. 어디 적당한 게 없나? 미카엘라는 배 주위를 총총 뛰며 돌았다.

641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2:26:28



>>640

새삼스럽지만 , 정말 심각하게도 파괴되고 파손되었다 . 이게 모래가 아니라 다른 배들처럼 물 위에 띄우는 배였다면 진작에 침수되고 가라앉았을 중상이다 . 바벨 녀석이 신이 나서 날뛴 여파로 의심되는 구멍이 당장 살펴본 것만 해도 서너 개는 됐으니 , 저기 저 비교적 지면에 가까운 구멍을 통해 들어가면 또 새로운 길이 나타나지 않을까 .

배를 차지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 선내를 탐색하는 것도 어느정도 정해진 일이었을 터 . 그렇게 살펴보는 동안에 배를 움직일 실마리를 찾게 될 수도 있었다 .


642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2:33:03

이걸 탈 수 있을까? 낡은 운동화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모래가 수십 양동이처럼 밀어칠 판이니. 싸움은 싸움대로 하고 손에 들어오는 건 아무것도 없을지도.

"이것 참 노숙자 소굴도 아니고."

갈곳 없는 노숙자들이 들어가서 밤을 보내는 조형물이라고 해도 믿겠다. 미카엘라는 투덜대며 가까운 구멍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643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2:45:19

주말의 끝에 tmi를 조금 끼적여보자면. 미카 눈에 대한 설정은 이 캐릭터에게서 따왔어요!

만화 원본(레비아탄)을 직접 찾아보니 눈으로 하는 마약에 중독되서 저런다네요. 평온한 표정으로 눈물만 줄줄 쏟는게 기괴하면서도 강렬해보여서. 기억해 두었다가 미카를 만들 때 쓴 소재에요. 세부사항은 섬광탄에 다친 눈이랑 눈물 문신으로 바꿔주고 이미지만 살려서 가져오는 방식으로 말이죠

644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2:50:09



>>642

우선 ─ 이 배는 2층으로 된 전열함이었다 . 배의 밑바닥은 모래 밑에 깊숙이 파묻혀 밖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고 , 구멍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내부는 당신과 바벨이 신세졌던 선창보다 한 층 더 위에 있는 포갑판으로 국한됐다 .

일찍이 당신과 바벨이 처음 배에 침투할 때는 포문이 모두 닫혀 있어 내부 사정을 알 길이 없었으나 , 이렇게 생겨난 통로로 들어와 보니 보란 듯이 밧줄에 묶인 포가 당신을 반겨준다 . 사용을 관둔 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흐른 듯 모든 포가 빠짐없이 녹이 슬고 낡았는데 , 어디로 갔는지 싣고 쏠 포탄도 보이지 않는다 .

떨어졌던 선창에도 비슷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으니 , 애초부터 탄을 싣지 않았던 걸까 . 당신에게는 아쉬운 소식이리라 . 그렇게 볼 것이라고는 장식으로 쓰기에도 모자란 버려진 포만이 전부인 갑판 . 쓸쓸하게 넓기만 한 공간은 퉁명스럽게 더 볼 것 따윈 없으니 위로 오르던 아래로 떨어지던 알아서 하라며 당신에게 길을 제시하고 있다 .


645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2:52:29

>>643 오읍어 , 저렇게 광광 우는 이미지였습니까 , 미카엘라 ! 저는 끽해야 이 친구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

646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2:58:54

미카엘라의 캐릭터가 톡톡 튀는 게 , 어쩐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

이렇게 되면 바벨의 이미지가 시작된 지점도 말씀드려야 할 거 같은 기분 ! 정말 좋아하는 작품의 크리쳐로 등장하는 이 녀석으로부터 바벨의 기본 골자를 가져왔습니다 . 애초에 이드들부터가 IBM 이나 스탠드의 영향을 짙게 받은 것들인데 , 그 중에서도 바벨은 특히나 스트레이트한 편이네요 !

647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3:10:05

달빛이 깨진 틈으로 포갑판 안을 채웠다.

녹슨 화포들. 화약도 포탄도 없이 다 썩어버린 포만 휑뎅그레 남아있는 전경은 이 배와 어울렸다. 그저 뒤틀린 고풍스러움을 표현하는데 사용하는 소품 정도의 물건들. 바벨이 포문들 사이를 오가면서 사격할 정도는 되겠다. 배 밖에서는 안을 보기 어렵고 위치를 바꾸며 쏘면 적들의 정신을 빼놓을 수 있을 거다.

"뭔가 싣기엔 좋아보이네요."

생존에 필요한 자원이 없는 사막에서, 대체 뭘 부랴부랴 싸들고 다녀야 하는지는 차차하고 말이다.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라면 사람들을 태우고 다녀도 좋겠다. 황량한 사막에서 천장과 벽은 찾기 어려운 것이니까 태워준다면 좋다고 할 사람들이 많겠지.

미카엘라는 작은 감상을 끝마치고 위쪽으로 걸음을 향한다.

//그렇습니다 광광 울던 것이었습니다..

648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3:14:17

>>646 아아아!!! 제가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캐릭터들 두뇌전이나 뛰어난 밀리터리 묘사나....그리고 그 실눈할배도 매력있는 캐릭터였구요!

양철이 말린 생김새랑 원할때 사라졌다 나타나는게 이제 뭔지 정확하게 알겠네요!

649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3:15:29

+바벨이 말 안듣는것도 주인공의 IBM이랑 똑같군요..

650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3:27:24



>>647

하나뿐인 통로를 기어오르자 자연스럽게 노천갑판으로 이어진다 . 이것 말고도 쓸 수 있는 통로는 하나 더 있었지만 , 거기로는 바벨이 먼저 다녀간 뒤라 멀쩡하게 밟을 수 있는 부분이 오히려 더 적었다 .

멍청한 바벨 . 화살만 피하면 됐지 왜 , 뭐하러 다 부수고 다니는 걸까 . 정말이지 섬세한 일과는 담을 쌓은 괴물이었다 . 하지만 어쩌랴 , 녀석이 당신의 파트너인 걸 , 그런 파괴적인 충동에 몇 번이고 목숨을 구했다 . 다소 당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도는 , 참아줘야만 할 것이다 . 아무튼 , 뭐가 됐던 선상에 오를 수 있었다 .

위치를 보아하니 현단을 다 내려오면 보이는 네모난 출입구 같은데 , 바로 근처에 바벨이 뚫어놓은 구멍이 보인다 . 조금만 더 거리가 가까웠다면 , 이 통로도 못 쓸 것이 됐으리라 . 이렇게 난장판을 쳐놓은 장본인은 어디로 갔나 하면 , 웬일 , 녀석은 칼리번이 있던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멍청한 눈으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 …

바벨은 당신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모르고 , 그렇게 가만히 움직이지 않았다 . 마치 혼자서 골똘히 생각할 것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간의 활약이 무색하게 주변에 무방비해진 것이다 .

──- 그런데 녀석에게 생각이라니 , 그것만큼 어울리지 않는 게 또 있을까 .


651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3:29:34

>>649

652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3:34:14

미카엘라의 성격이 성격이라 깊게 다루지 않고 지나갔지만 , 그리델이나 가면 쓴 사람의 이드는 주인의 말에 잘 따랐지요 , 구렁이는 특히나 나는 상관하지 말라는 부담스러운 명령까지도 거부하지 않았어요

653 미카엘라 (IfdLtKRMKY)

2023-11-12 (내일 월요일) 23:42:31

???

누워서 뭐 하나. 눈 뜬 채로 죽었나? 설마 저러고 있는다고 미카엘라의 부름에도 답하지 못한 건가. 저렇게 대자로 퍼질러서 하늘이나 올려다보다니.. 진짜 뭐 하는거야? 평소의 바벨이 할 행동이 아니었다. 칼리번을 흡수한 여파일지도 모른다. 충격적인 장면에 미카엘라의 턱이 떡 벌어졌다.

"바벨?"

뒷짐을 지고 바벨의 머리 뒤로 걸어갔다. 군화가 나뭇바닥에 부딪히면서 무거운 소리가 났다. 저걸 걷어찰까 말까 찰까 말까. 한 걸음에 수백번씩 고민을 했다.

"뭐..하는 거에요?"

654 미카엘라 (IfdLtKRMKY)

2023-11-12 (내일 월요일) 23:44:10

>>652

655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3:59:42



>>653

흑단처럼 검은 눈을 , 검은 눈꺼풀이 덮는다 . 바벨은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 , 눈을 감고 누워서 버텼다 . 이건 또 처음 보는 반응이다 . 전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행동이라 할 수 있을지도 . 하지만 여전히 속내를 알 수가 없다 . 녀석에게 이입하여 행동의 의미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 다소 모습이 사람처럼 바뀌었다고 해서 , 그 내용물까지 당신과 같아진 것은 아니라 , 녀석은 여전히 사람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다양한 감정이 부족했다 .

이 상황에 이르러서도 , 녀석이 정말로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불명확했다 . 녀석은 기본적으로 블랙박스 ,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연이었다 . 당신은 잠시 녀석의 안에 발을 담글 수 있었지만 , 그것만으로는 녀석을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 바닥이라 생각했던 것이 정말로 바닥이었는지 , 당신은 확신할 수 있을까 .

이번 전투만 하더라도 그렇다 . 녀석이 당신을 얼마나 곤란하게 만들었는지 . 운이 좋아 살아남았지만 , 상대가 보다 나은 상황 , 나은 조건을 갖고서 전투에 임했더라면 , 쓰러지고 잡아먹힌 것은 당신이었을 것이다 .

오늘 같은 사고는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 .

당신이 앞으로도 살아갈 생각이라면 , 녀석이 당신에게 감추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


656 미카엘라 (1y82wdy9Y.)

2023-11-13 (모두 수고..) 00:02:02

답레는 내일 달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657 ◆.Th3VZ.RlE (fQi/5z3FbY)

2023-11-13 (모두 수고..) 00:06:11

예아 , 안녕히 주무세요 !

658 미카엘라 (aijaDTK91U)

2023-11-13 (모두 수고..) 15:01:03

"하아...바벨..."

이젠, 패는것도 지친다. 사람은 좀 패면 말을 듣는 척이라도 했는데. 바벨의 머리통을 걷어차거나 마운트를 잡고 주먹을 내리꽂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한다. 오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오늘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은 푸닥거리를 너무 심하게 했다.

"바벨도 생각을 해요? 무슨 생각을 하는데요?"

그래서 옆에 같이 벌렁 누워버렸다. 보이는 건 아직도 커다란 보름달이다. 정말 욕지거리가 나올 정도로 한결같다. 달은 조금도 더 차거나 더 기울지 않았다. 미카엘라는 넋두리를 주절댄다.

"생각을 하면 말도 좀 해보라구요. 사막에서 믿을 거라곤 둘밖에 없어요. 이러기에요 정말?"

"뭘 해줘야 그 입이 열릴까. 내가 뽀뽀라도 해 줘야 하나. 응?"

659 미카엘라 (SDBzcpZqTg)

2023-11-16 (거의 끝나감) 17:56:59

갱신합니다...껙..

660 ◆.Th3VZ.RlE (9vRhGZk2CY)

2023-11-16 (거의 끝나감) 22:32:21

수능 ... 치던 때로 ... 돌렵모내조 ...

661 ◆.Th3VZ.RlE (wq9YsG5ksQ)

2023-11-17 (불탄다..!) 23:27:50



>>658

당신도 바벨에게서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을 터다 . 바벨은 말을 못한다 . 이것이 이제까지의 대명제였으니 . 그것이 뒤집힐 리 없다고 , 당신은 무심코 생각했을 거다 . 이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고 , 당신에게 호의적이지 않고 , 틈만 나면 당신을 죽이려고 드니까 . 조금이라도 당신에게 유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 스스로 그렇게 믿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러나 그런 기대를 뒤집어엎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으니 ─ 당신은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 . 당신의 귀를 처음 지나는 목소리였다 .

- ───- ─ 나는 백설공주가 아닙니다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당신도 왕자는 아니에요 .

천연덕스럽게 , 잘도 말한다 .


662 미카엘라 (ik8Uyu.Ws6)

2023-11-18 (파란날) 01:00:49

"!@#$ㅡ"

미카엘라의 인생을 걸고, 애꿎은 그리델의 인생까지 덤으로 걸어서. 발치에 수류탄이 굴러왔을 때보다 더 놀랐다. 미카엘라는 낚시에 걸려 갑판 위로 딸려온 생선처럼 팔딱였다. 때리는 것도 지친다는 다짐도 까먹고 일어나서 마운트를 잡을 뻔 했네. 바벨을 처음 보았을 때 일단 치고 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말투가 왜 이래요! 칼리번이 안에 살아서 말하는 거죠! 어!"

게다가 말하는게 점잖다. 아주 공손한 습니다체를 사용한다는 말이다. 칼리번을 먹고 말문이 트인 건 알겠지만. 이건 숫제 칼리번이 바벨의 탈을 쓰고 말하는 모양이다. 바벨의 도발에도 점잖던 그 칼리번 말이다. 바벨은 뭐랄지, 좀 더 말이 걸어야 하지 않아? 세 단어에 한번 꼴로 욕설을 쓸 것처럼 굴더니.

663 ◆.Th3VZ.RlE (8v2xKd37XQ)

2023-11-18 (파란날) 01:15:07



>>662

바벨은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 여전히 누워서 가만히 눈을 감고서 입술만 슬그머니 복화술사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 바벨은 당신의 추궁하는 말에도 아랑곳 않고 느슨한 태도로 말을 이어나갔다 .

- 그놈은 사라졌습니다 . 여기에는 저와 당신뿐입니다 . 당신이 허락하지 않았습니까 . 저더러 놈을 먹어도 좋다고 . 그래서 먹었습니다 . 냠냠 쩝쩝 . 한 조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 그리고 이상합니다 , 저는 당신을 열심히 흉내내고 있습니다 . 당신에게서 전부 배웠습니다 . 제 말투가 이상하다면 , 미카엘라 라미레즈 , 그건 곧 당신이 < 이상 > 하다는 소리입니다 .

당신이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 바벨은 말했다 .


664 미카엘라 (KUwxt.IKPQ)

2023-11-18 (파란날) 01:44:16

"아무때나 쏘려고 하는 습성도 내게서 배운 거에요? 배워야 할 건 안 배우고 이상한 것만 이상하게 따라하는 바벨!"

손가락을 튕겨서 바벨 이마에 딱! 때리지 않겠다는 다짐은 3핑퐁만에 깨졌다. 말을 배우니까 두 배는 재수없어졌다. 이전까지는 바벨을 몸으로 때리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제 언어의 영역까지 차원이 확장된 것이다. 벌써부터 골이 지끈거린다.

"뭐 됐고. 계속 궁금했는데 말 트였으니 물어봐도 되겠네요."

따져보면 바벨의 MAAAA하는 울음소리는 이제 들을 수 없게 되었나보다.

"바벨은 뭐가 불만이에요? 싸우고 싶은 건 그렇다고 쳐. 그런데 칼리번처럼 들어가 있는 것도 싫어. 얼굴 생기고는 채널도 안 열죠?"

"얼굴이 생기는 만큼 자아가 자라나.. 왜 그럴까... 응...?"

665 ◆.Th3VZ.RlE (8v2xKd37XQ)

2023-11-18 (파란날) 02:24:42



>>664

딱밤을 때리니 전처럼 움푹 , 이마가 꺼진다 . 말문이 트여도 몸까지 튼튼해진 건 아닌 모양이다 . 하지만 바벨은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 녀석에게 머리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장식에 지나지 않았다 . 소리를 내보내는 관에 지나지 않았다 . 초롱아귀의 등불과도 같은 것이다 . 극단적으로 머리가 목을 떠나더라도 , 당장의 생사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다 .

아니나 다를까 바벨의 이마는 스펀지처럼 높은 복원력으로 금방 원형을 되찾아갔다 .

- 프라이버시입니다 . 제게도 사생활이 필요합니다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당신과 다르게 저는 섬세합니다 .

대뜸 미친 소리를 하는 바벨이었다 . 진심으로 하는 소리일까 . 판단하기 어려웠다 . 기계음에 가까운 목소리는 굴곡없이 모든 부분이 평탄하여 감정이 실리지 않는다 .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게 되는 발성의 특색이 없어 완벽하면서도 결함되게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 녀석은 그런 인공적인 소리로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개소리로 들릴 말들을 쉬지 않았다 .

- 그렇습니다 . 저는 반항기입니다 .

너는 처음 만날 때부터 반항기였잖아 .


666 미카엘라 (M6Kxly1KM.)

2023-11-18 (파란날) 09:48:55

"그릏그느... 브블은 븐흥이 흐그 그렇구나 바벨은 반항이 하고 싶었구나슾읐그느..."

생전 어딘가에 육아프로에서 본 것. 이를 꽉 물고 면피적인 공감을 해준다. 사실 이건 공감도 아니다. 애송이처럼 구는 바벨이 짜증난다는 시위지. 정말 뽀뽀를 하면 저 자식의 주둥이를 닫을 수 있을까?

"반항에 '기'는 왜 붙이는지 모르겠네."

매일 반항만 하니까 기간이라는 의미가 없지! 저기 봐라 저거. 모래벌레가 웃다가 방구뀐다. 머리통 떼서 던지고 사지 중 절반이 날아가서 깽깽대던 녀석이 섬세? 서엄세에??? 잠도 안 자고 미카엘라와 붙어다니면서 사생활은 또 무슨 개풀 뜯는 소리야?

그래서 바벨은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뻔하다. 싸우고싶다. 아니면 바벨 스스로 뭔가 하려는게 아닌, 미카엘라에게 반항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 사사건건 멍청한 짓이나 하려고 하겠지.

"그러면,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기대는 않고 물어나 보았다.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667 ◆.Th3VZ.RlE (9sCoJptD6U)

2023-11-21 (FIRE!) 00:19:19



>>666

어떻게 하고 싶냐고 . 정말 핵심을 꿰뚫는 질문이다 . 지금까지 당신과 바벨은 막연하게 흘러가는 대로 여정을 계속해왔을 뿐이라 , 스스로 능동적으로 < 어떻게 > 를 생각하고 움직인 적이 없었다 . 별 수 없었다지만 , 사막을 있는 대로 , 정처 없이 한결같이 계속 걷기만 해왔지 . 전에도 말했던 거 같지만 , 목적성을 가졌던 적이 없었다 . 그런데 이제 와서 < 어떻게 > 라니 .

당신으로부터 비롯되고 당신의 그림자로부터 태어난 바벨이 저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 아무리 생각 없이 계속해왔다지만 목줄은 당신이 쥐고 있었다 . 타륜은 당신의 손에 있었다 . 한 때는 그리델의 제안에 따르기도 했지만 , 결국 그 모든 결정은 전부 당신의 생각을 거쳐 내려져왔다 . 그것이 자연스럽다 .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뭐지 . 검이자 방패이며 당신의 분신에 지나지 않는 바벨이 어째서 당신처럼 행동하며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

이게 정말로 < 자연스러운가 ? >

그리델과 칼리번의 관계는 이러지 않았다 .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자연스러운 상하관계 . 도구와 도구를 쓰는 사람으로 깔끔하게 나뉘었지 . 지금 바벨의 모습은 칼리번의 그것과 정말로 같은가 ?

-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당신이야말로 어쩌고 싶나요 ? 계속 , 이 사막에서 살아갈 생각입니까 ?

눈 앞의 < 바벨 > 이 , 정말로 당신이 아는 < 바벨 > 이 맞는가 .


668 미카엘라 (p7UzqVlz1M)

2023-11-21 (FIRE!) 01:17:29

"일단 배를 조사해야 해요. 조종하는 법도 익혀야 하죠. 잔해들은 한구석에 치워두고 나무막대를 다듬어서 목창을 여럿 만들 거에요."

일말의 망설임없는 명쾌함이다. 어쩌고 싶냐고 하면 할 말이 많다. 할 일이 태산이다!

"어떻게든 배를 몰게 되면 아무 방향으로나 직진이에요. 무슨 일이 일어날 때까지 쭉. 아니면 포장도로로 돌아가도 좋겠어요."

"하지만 그 전에 이야기를 해 볼까요? 내 마음 속에서 난 바벨이 왜 내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지. 왜 총이 말하고 생각하는지."

미카엘라가 바벨을 낳았다. 미카엘라는 무조건 복종을 요구한다. 바벨은 말을 듣다가도 거부하고 저항한다. 한편으로 바벨은 미카엘라를 보고 흉내낸다. 미카엘라와 비슷해진다....

인간바벨미카엘라이 되려고 바벨탑을 쌓았더랬지.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생각. 손아귀로 바벨의 턱을 잡아서 눈을 맞췄다.

"바벨. 얼굴 좀 보죠?"

바벨의 얼굴에는 어떤 외모라고 부르기 어려운 가소성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외관이 잡혔을까? 이건 칼리번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669 미카엘라 (klWUDrqmf2)

2023-11-21 (FIRE!) 09:09:28

670 ◆.Th3VZ.RlE (nmZMPUDnjo)

2023-11-24 (불탄다..!) 22:52:38

지옥갗은 한주 ...

671 ◆.Th3VZ.RlE (XBuJqIYuaM)

2023-11-25 (파란날) 02:21:20



>>668

머리카락은 아직 희다 . 피부도 아직 검다 . 슬그머니 뜬 눈은 검은 물이 들어찬 그대로 , 이목구비에 이렇다 할 변화는 아직 눈에 띄지 않았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과는 다른 인상이다 . 빈 그릇처럼 공허하던 녀석이 ,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생기가 느껴진다 .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지 , 당신은 알 수 없다 .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 바벨 녀석에게 < 생각 > 이 있다는 것 . 녀석의 < 말 > 은 앵무새나 축음기가 그러는 것처럼 의미도 모르고 지껄이는 것과는 차이가 느껴졌다 .

- 반항기라서 그렇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다루기 편한 도구로써 당신과 함께하던 저는 , 이제 없습니다 .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저는 당신과 대등합니다 . 앞으로 그렇게 < 생각 > 하고 대우해 주시기 바랍니다 .

녀석이 당신 머리 꼭대기에 오르려고 한다 .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이제 일한 보수까지 달라고 할지 모른다 . 이 녀석은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 턱을 붙잡고 있는 것은 당신인데 되려 자기가 멱살을 잡은 것처럼 거만한 태도를 보인다 .

- ── 그건 그렇고 , 그렇습니까 , 미카엘라 라미레즈 . 역시나 살아갈 의지로 가득 찬 건강 우량아였습니다 . 당신은 .

그것이 매우 유감인 것처럼 말한다 .


672 미카엘라 (kimMi8SeCw)

2023-11-25 (파란날) 21:12:07

"아이고."

그 의지, 지금 살짝 꺾인 것 같다. 미카엘라는 뭐라 대꾸 하지 않았다. 그냥 배의 뒷편으로 휘청휘청 걷는다. 타륜이 있는 곳으로.

"아이고, 아이고... 대등하대..대등하댄다 아이고.."

대등하고 싶으면 일단 사리분간부터 하는 게 좋다. 눈에 보이는 걸 쏴갈기기나 하는 녀석이. 놈이 저렇게 될 줄 알았으면 칼리번을 먹이는 게 아니었다. 저런 녀석을 데리고 사막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오지에 조난되었다고 치자. 다행히 여러 생존 도구들이 있는데, 주머니칼은 반항기라서 못 쓰고 파이어스틸은 너랑 대등한 관계라며 천 번 문질러도 불꽃이 안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호랑이 뱃속으로 다이빙을 하고 말지..

미카엘라는 너무나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곤 바벨을 생각 한구석으로 치워버렸다. 일단 배에 정신을 쏟아서 생각으로부터 도망가려는 얕은 방어기제이다.

673 ◆.Th3VZ.RlE (hXdGfWWhGw)

2023-11-26 (내일 월요일) 00:21:59



>>672

멀어지는 당신을 바벨은 쫓지 않는다 . 가면 가고 오면 오고 , 녀석은 당신이 멀찌감치 떨어지자 다시 자기 편한 자세로 배에 등을 붙였다 . 그리고 일어나지 않는다 . 거기에 못 박힌 마냥 붙어서 한 번 움찔거리지도 않는 것이다 .

선상에 처음 올라와서 봤던 모습이 저거였다 . 대체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던 걸까 . 대체 왜 저러는 걸까 . 물으면 대답이나 해줄까 . 실의로 할 말을 잊은 당신에게 거기까지 확인할 정신은 없으리라 . 타륜이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 움직이면 아니나 다를까 바벨이 작살을 내놓은 현단에 시선이 간다 . 녀석이 파리머리 셋을 상대하느라 함교는 빈말로도 좋은 꼴이 아니었는데 타륜도 거기에 포함됐다 . 힘에 꺾이고 부러져서 본래의 구실을 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타륜의 상태 . 고치려고 해도 당신은 목수가 아니고 , 재료가 있고 기술이 있어야 고칠 텐데 , 현실이 당신의 이상을 따라주지 않는다 . 바벨 녀석 , 정말 본격적으로 당신을 미치게 한다 .

- 끼이익

그러나 그렇다고 실망하기는 조금 이른 것이 , 어디서 낡은 나무가 용을 쓰는 소리가 난다 . 믿기지 않게도 , 지금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674 미카엘라 (/6NhYYFghc)

2023-11-29 (水) 15:07:27

아아악 레스를 못보고 놓쳐버린겁니다 금방 이어올게요...

675 미카엘라 (/6NhYYFghc)

2023-11-29 (水) 15:30:52

함교는 미카엘라의 마음처럼 작살 박살 엉망진창. 타륜을 손으로 잡으니 부러질 것처럼 삐걱댔다. 차마 억지로 힘을 쓰지 못하고 도로 손을 떼었다. 조치는 방치만도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차라리 망가진 자동차면 열쇠를 꽂아 돌려보기라도 할 텐데, 이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나? 탈것은 고사하고 주택으로 쓰는데 만족해야 할 판이다. 마음같아선 바벨에게 수인번호 24601을 부여하고 배를 끌게 하고 싶었다. 나쁜 놈..

"어어어...."

미카엘라도 바벨처럼 드러누울까 고민하던 차,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배가 신음하며 스스로 노구를 일으킨다. 진짜 유령선처럼 혼자서 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이 배에 시동을 걸었는지 미카엘라는 알지 못했다.

"이거 왜 이렇죠? 버스인가요?"

정류장에 멈췄다가 알아서 출발하는 버스. 하지만 아까는 명백한 적의로 칼리번을 기습했었다. 완전자율주행이 아니라 어떤 조종법이 있을텐데. 배한테도 채널이 있나?

"아! 뭐냐구요!"

미카엘라가 할 수 있는건 동동 발을 구르는 것 뿐이다.

676 ◆.Th3VZ.RlE (LgpkfV0pBM)

2023-12-02 (파란날) 10:28:31

이예이 ! 12 월입니다 ! 스로틀 최대로 당겨 !

677 미카엘라 (tc096tvwq2)

2023-12-02 (파란날) 10:36:31

볼륨을 높여라-!

678 ◆.Th3VZ.RlE (LgpkfV0pBM)

2023-12-02 (파란날) 10:43:26



>>675

아니 ─ 당신의 생각이 맞지 않을까 . 이게 일반적인 배로는 보이지 않지 않는가 . 모래를 달리는 배 . 모래를 잠수하는 배 . 이 세계의 상식이 당신이 원래 살던 세계와 다르다면 , 당신도 거기에 걸맞게 생각을 넓혀야 한다 .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야만 한다 .

그리고 , 당신은 바벨을 통해서 배웠다 . 서로 연결되는 것으로 대상에 대한 통제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으로 , 그렇게 내버리기에는 번뜩임이 아깝다 .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시험하지 않았다 . 막연하게 주위의 환경을 점검하기만 했지 .

── 구멍 난 배의 밑창 , 아무것도 없었다 . 쓸 데라고는 없던 낡은 포만 잔뜩 실리고 묶여 있었지 .

── 갑판에는 바벨이 뻥뻥 뚫어놓은 구멍만 잔뜩 있었고 , 다른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 기껏해야 바벨이 누워 있을 뿐이었다 .

── 현단이라고 뭐 달랐나 . 처음 침투할 때부터 봤던 거지만 , 저기 부러지고 꺾인 타륜과 , 아래로 떨어지는 수직 통로를 빼면 의식하고 볼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이 가운데 뭔가 , 트리거가 될 만한 것이 있었나 ?

─ 당신이 의심할 것은 없을까 ?


679 ◆.Th3VZ.RlE (LgpkfV0pBM)

2023-12-02 (파란날) 10:44:25

예 ~ 스바라시한 토요일입니다 미카주 ! 으어 , 11 월 정말 말도 안 되게 바빴어요 , 앞으로 12 개월 동안 보지 말자 11 월아 ...

680 미카엘라 (6CGlYJs83o)

2023-12-02 (파란날) 11:13:15

"...."

미카엘라는 문을 열었다. 평소에는 바벨만 들락거리던 채널. 하지만 이번엔 전혀 새로운 누군가가 문지방을 기웃거릴지도.

비유를 하자면 천문학자들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외계인이 들으라고, 우주 사방팔방에 전파를 쏘는 것과 비슷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천문학자보다 미카엘라가 희망적인 건. 이미 외계인은 찾았고 전파에 반응하여 소통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는 사실이다.

'오나? 오나?'

그렇게 채널을 열고 현단 바닥에 가만히 귀를 가져다 대어 본다.

681 미카엘라 (nZ8zQVxE.o)

2023-12-02 (파란날) 11:16:36

>>679 (기쁨의 춤!)

682 ◆.Th3VZ.RlE (LgpkfV0pBM)

2023-12-02 (파란날) 11:23:41



>>680

───- 아무래도 틀린 것 같다 . 이건 아니다 . 채찍질로 잠에서 깨어난 유령선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 여태껏 바벨 말고는 다른 누구와도 이렇게 연결 돼본 적이 없으니 , 요령 부족인 걸까 .

─ 그도 아니면 아주 틀린 접근인 걸까 .

어쩌면 당신은 지금 맨손으로 , 도구의 도움 없이 불을 지피려고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


683 미카엘라 (mNQLNleV5M)

2023-12-02 (파란날) 13:43:57

"...진짜 해?"

24601. 배를 끌어라. 미카엘라는 현단을 걸어서 내려간다. 다 썩은 목재가 삐걱거렸다. 바벨은 여전히 천하태평이다. 싸움이 찾아오기 전까진 계속 이럴 것이다.

"바벨. 나랑 대등하고 싶으면 나랑 같이 움직이고 생각을 해 보지 그래요? 세상이 온통 싸움판이지만, 싸움과 싸움 사이도 우리가 살아야 할 시간이에요."

평화란 전간기와 같다고 했다. 그 말은 곧 전쟁 준비 기간이라는 뜻이다. 한 차례의 싸움이 끝나면 몸을 추스르면서 다음 싸움을 예비하는 것이다. 지금 싸움이 없다고 누워만 있을 거야 바벨? 준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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