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531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17:13:18



>>530

바벨이 당신의 생각에 과연 동조할지 여부는 차치해두고 , 결정했다면 한 시가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 도로를 따라 또 무슨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협이 내려올지 모르니까 . 사구까지의 거리는 어림잡아 천 몇 걸음 될까 . 그렇게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 사구를 넘으면 또 광활한 사막이 펼쳐져 있겠지 . 그리고 또 사막에서 사막으로 , 도로를 피해 걸어가야만 한다 .

한 때는 저 끝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그렇게 궁금했는데 , 그리델은 그런 것은 더이상 신경 쓰이지 않는 눈치였다 . 이대로 모르고 싶다 , 알고 싶지도 않다 , 그냥 이대로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

다르게 생각하면 반대의 미래를 너무나 뚜렷하게 심상에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

< ... ... ... ... 정말이지 재수 없는 사막이에요 >

그리델이 , 그렇게 말하고 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532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17:13:48

조금 있다 다음 진행 레스를 준비해서 오겠슴다 ! 으아악 ! 휴일 내내 아파서 몸져누워 있었다니 , 무슨 실태야 !!

533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20:12:57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넓다 . 너무 넓어서 텅 비어 보이는 사막이었다 . 역설적이지 . 이렇게 모래와 모래로 가득 차 있는데 , 거기서는 아무런 존재감도 느낄 수 없고 사막은 하나의 공동처럼 다가온다 . 하늘은 분명 열려 있는데 닫힌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 달 . 움직이지 않고 살아 있지 않은 , 죽은 시체와 같은 달만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하늘은 닫힌 것과 다를 게 없었다 .

당신들은 넓기만 넓고 어항 같은 이 사막을 금붕어처럼 정처 없이 , 그냥 그렇게 계속 걷기만 하고 있다 .

그리델의 우려와 다르게 아직까지는 ─ 어떤 적도 당신들을 습격하지 않았다 . 괜한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사막은 끊임없이 쉬지도 않고 당신들을 위해 길을 준비했다 . 도로에서 멀어지자 , 바벨도 도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신의 발로 걷기 시작해서 , 사막에는 당신들 두 사람과 바벨의 발자국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 때때로 당신이 과거의 경험을 되새겨 발자취를 지우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 길이 너무 길다 보니 그런 노력도 꾸준히 하기가 어렵다 .

너무 지루한 나머지 , 저 그리델조차도 자극을 바랄 지경이었으니 . 상황이 알 만할 것이다 .

< ... 잠시 쉬어갈까요 ? >

이걸로 벌써 다섯 번째 휴식 . 얼추 오만 보마다 당신들은 멈춰서 쉬고 있었다 . 그것은 육체의 피로보다는 정신의 피로를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 주로 당신보다는 그리델의 피로 말이다 .


534 미카엘라 (EecI.ucETw)

2023-10-09 (모두 수고..) 21:18:23

>>533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빼냈다. 목이 높은 군화를 신고 있으니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되었다. 설포에 끼어있는 약간의 모래알만 털어내면 그만. 신발을 벗고 걸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하지 않기로 했다. 벗으나 안 벗으나 똑같을 것 같아.

앉아서 쉬고 있는 그리델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자면 아직 그녀의 업을 물어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미카엘라는 자신의 업이 군인이었음을 이미 밝혔음에도.

"당신은 생전에 무슨 일을 했나요?"

화방 앞치마는 그냥 취미라고 했다. 그녀의 손에는 굳은 살이 있고 피부가 그슬려 있다.

"군인은 아닌 것 같고."

하지만 미카엘라의 태도에 겁을 먹음을 헤아리면 같은 군인은 아니리라. 그럼 뭔가. 인부? 운동 선수?

//아아니 황금같은 연휴를...크아아..ㄱ...

535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21:46:02



>>534

그리델은 당신이 신발을 벗는 것을 보고 곧장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 끊어지기 직전까지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끼고 겨우 숨을 내쉬었다 . 그런 그리델을 지키는 것처럼 모래를 헤치고 일어나는 강철 갑옷 . 칼리번은 그리델과 교대하여 사막의 모든 것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 반면에 바벨은 아무 생각 않는 것처럼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 저래도 빠짐없이 주변을 감시하는 것이다 . 이상이나 이변이 생기면 금방 행동으로 나타낼 터였다 .

< .. ... 아 , 원래는 공장에서 일했어요 ,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이었죠 . 브루클린에서 제일 큰 공장이었는데 ... >

공장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 그리델은 떠오르지 않는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내려다 , 포기하고 멋쩍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

< 아 ~ 안 되겠어요 , 더는 생각이 안 나네요 . 어쩐지 자꾸 기억이 흐려지는 거 같아요 >


536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21:48:03

연휴 다 끝나가니까 겨우 파업 관두는 몸 ... 원통하도다 ...

537 미카엘라 (EecI.ucETw)

2023-10-09 (모두 수고..) 22:36:11

"브루클린 자동차 공장이면 대체 그리델 몇 년도 사람이에요?"

브루클린 공장들 폭삭 망하지 않았나. 그리델이 무슨 말을 하나 잠깐 벙찌고 말았다. 찰리 채플린이 모던 타임즈를 발표했을때 실제로 공장에서 너트 조이기를 하던 때 사람 아니야?

"포드, 뷰익, 캐딜락....쉐, 쉐보레?"

알고 있는 것들 중에 대충 오래된 자동차 브랜드가 마구잡이로 튀어나왔다. 아무거나 맞아라 식으로 던지고 보는 것이다.

538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22:57:42



>>537

< ... ? 제가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요 ? >

그리델은 당신이 당황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하지만 말도 안 된다 . 당신의 얼마 안 되는 기억 안에서도 브루클린은 번화한 모습으로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데 , 그리델은 대체 언제 적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 더욱 기가 차는 것은 그녀가 당신을 이상한 사람 보듯 한다는 것이다 .

저런 반응을 보면 그녀가 자신이 살던 시대를 착각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

< ... 모델 T 를 말씀하시는 거죠 ? 나머지는 ... 잘 모르겠네요 , 아니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신 거예요 ? >

어쩌면 , 당신이 이 세계에 와서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들은 이야기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


539 미카엘라 (RZlrTeOgZA)

2023-10-09 (모두 수고..) 23:48:40

>>538

"그리델...제 몰년이 2009년이에요. 2009에서 100을 빼면 그 즈음에 모델 T가 나오지 않았나요?"

맞네. 모던 타임즈... 포드 자동차에 대해서 말할 때 바로 나오는 차종이 F시리즈도 아니라 모델 T라. 옛날 배경으로 제작된 드라마 영화에 빠짐없이 나오는 올드카. 모델 T! 그리델과 미카엘라는 같은 나라 다른 시대를 살았던 것이다.

미카엘라는 어지간해서 웃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웃고 말았다.

"하, 하하하! 하하하하! 이렇게도 되는 구나! 시간도 제멋대로 섞여버리고..."

540 ◆.Th3VZ.RlE (jCec7fY.fc)

2023-10-10 (FIRE!) 00:21:01



>>539

< 2009 년 .. ? >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아먹느라 그리델은 진땀을 흘렸다 . 그도 그럴 만하지 . 백 년 뒤의 미래라니 . 막연하기까지 한 시간의 거리감 아닌가 . 당신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웃으니까 , 그리델은 차라리 이 모든 게 농담이기를 바랬다 . 그리델은 자신의 시간 감각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 . 여기서 깨어나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 그 사이에 백 년이 지났어 ?

말도 안 되는 소리다 . 그녀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고 싶었다 .

< 생각이 , 제대로 정리가 안 돼요 . 이게 무슨 ... >

쉽게 생각하면 쉽다 . 당신은 백 년 뒤의 사람 . 그리델은 백 년 전의 사람 . 단지 그뿐이다 . 당신이 지금 깨어났다고 해서 , 정말로 방금 전에 죽었다고 생각했던 건가 . 당신들이 이 사막에 어떠한 경위로 오게 됐는지 모르는데 , 그것은 지나친 낙관이겠지 . 당신들이 망자라는 사실이 더욱 명료해진다 . 당신들은 자신들의 < 현재 > 에 묶여 있다 . 그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

그리델에게서 여기가 사후 세계라는 말을 듣고도 , 당신은 어째서 의심하지 않은 걸까 .

문득 ─ 당신과 바벨의 눈이 마주친다 . 새카매서 , 아무것도 비치지 않아야 하는 눈에 당신이 비친다 .

또 한 번 바벨의 안에 구멍이 커다랗게 드러나고 , 당신은 기억을 되찾는다 . 당신이 살아온 땅 . 고향 . 잃어버린 친지와 식구에 대한 것 , 당신을 이루고 완성하는 역사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 당신시체당신영혼이 하나로 다시 합쳐지기까지 , 아마도 한 걸음 남았다 .


541 미카엘라 (3J0zfNoaKA)

2023-10-10 (FIRE!) 20:40:31

"뭐긴. 다음에 만나는 사람은 말 탄 카우보이일지도 모르는거죠. 아니면 2100년도 우주인이거나..하하.."

폐에서 바람이 빠지고 웃음이 멈췄다. 깔깔거리다가 제 풀에 주저앉고 말았다.

"한 백 년 차이나도 나라는 같은 나라 사람이었구나. 그걸 모르고 있었네요. 나는 텍사스 출신이에요...."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동네를 둘러싼 사막. 이제 기억났다. 미카엘라는 사막에서 태어나 사막에서 싸웠고 사막에서 죽은 뒤에도 사막을 헤매고 있다. 사막같은 피부색을 타고난 것도 이미 정해진 운명일지도.

바벨의 구멍은 사막 모래로 채워진다.



"이 쪽에서 해볼 생각은 진짜 없는거냐? 일본 가기 싫으면 UFC에서 해도 돼."

"뭔 씨...망할 집이 하루 벌어서 하루 먹는데 그딴 걸 어떻게 하란 말예요? 엄마는 입 줄인다고 나이 차면 군대나 가랍니다."

"...."

"거기 가서도 싸우는 건 실컷 하겠네요. 빌어먹을."

"오 미카엘라, 전쟁은 주먹다짐이랑 차원이 다른 일이야.."



그닥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542 ◆.Th3VZ.RlE (jCec7fY.fc)

2023-10-10 (FIRE!) 22:06:57



>>541

거의 모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 떠오르지 않는 것은 그 모든 순간들의 감정들 뿐 .

당신은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 어떤 생각을 했는지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 . 대본만이 덜렁 주어진 상태 . 읽고 암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나 ,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것이라는 실감이 부족하다 .

당신이었던 사람에게 완벽하게 몰입할 수가 없다 .

열쇠 구멍에 딱 맞는 열쇠가 아니야 . 당신은 마지막 문을 눈앞에 두고 그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 .

< ... 한 번도 못 가본 주예요 . 넓다던데 얼마나 넓은지 , 봐두고 싶었는데 .

그래도 아무리 넓어봤자 여기만큼 넓지는 않겠죠 . ... 왜 이걸 진작에 물어보지 않은 걸까요 .

돌아갈 곳 없는 몸이란 걸 진작에 알았으면 , 이런 괜한 헛수고는 하지 않았을 텐데 >

그리델의 색이 짙은 자조에 칼리번이 미동한다 . 그녀는 두 손 가득 모래를 움켜쥔 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머리로 자신을 물어뜯는 말들을 연달아 쏟아냈다 . 그렇게 분함을 나타내는 것은 , 그녀가 자신의 처지를 체념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

- maaaaa

바벨은 그러거나 말거나 태평하다 .

녀석은 저번과는 상이하게 자신의 살을 덜어 당신에게 나누어주고도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


543 미카엘라 (UtneDZML2w)

2023-10-11 (水) 19:09:12

이인감.

타자화된 기억은 어떤 감흥도 없다. 남의 일이나 TV를 보는 감각이다. 되돌아보면 모든 생전 기억이 그랬다. 동생이랑 집에 왔더니 모르는 남자가 퍼질러 있던 기억. 동급생과 싸우던 기억. 훈련소에 들어가 솔방울처럼 구르던 기억. 처음으로 낙하산을 진 채 뛰어내리고, 처음으로 사람을 쏴죽인 기억.

자기 자신이 객관적으로 느껴진다. 승려의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열반에 들다'는 말이 이런 뜻인가.

"...여행을 다녔나요?"

한번도 못 가본 곳. 여러 곳을 다녔지만 텍사스는 가보지 못했다는 문맥이 약하게 잡혔다. 그리델의 묻힌 과거에 마중물을 부어본다. 미카엘라는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리델의 과거가 그리델을 스스로 위로하는 수 밖엔..

544 미카주 (.dS8N3033.)

2023-10-13 (불탄다..!) 16:12:26

갱신하고 갑니다 죽여줘..

545 ◆.Th3VZ.RlE (6vzKI3idKE)

2023-10-13 (불탄다..!) 22:24:16

어째ㅓㅅ 내 몸은 말을 듣지 ㅇ낳지오ㅛ 으아아악

546 ◆.Th3VZ.RlE (6vzKI3idKE)

2023-10-13 (불탄다..!) 22:36:52



>>543

< 아니요 , 그냥 소원이었어요 . 이루지 못한 . 그리고 이루지 못할 소원이겠죠 >

체념하는 과정이다 . 썩은 살을 뼈에서 발라내듯이 말하더니 그리델은 곧 사막에 등을 붙이고 아주 누워버렸다 . 그렇잖아도 희미하던 의지가 더욱 투명해졌다 . 그리델은 어쩌면 , 저대로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

당신의 뜻은 어떤지 . 아직도 사막을 계속 방랑할 마음이 남아 있는가 . 점점 더 기억을 회복하면서 ─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 깨닫게 되면서 ─ 이 모든 것이 지옥의 단편처럼 느껴지지는 않는가 .

당신에게 죄를 묻는 형장이 여기라면 ─ 그 때는 ── ─

- MaaaAaaaA

칼리번과 바벨이 함께 움직였다 . 칼리번은 검을 집에서 빼드는 것으로 , 바벨은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 새롭게 나타난 위협을 서로의 주인에게 알렸다 . 탁 트인 사막 . 보이지 않는 적의 모습 . 들통나지 않고 다가오려면 모래 밑에 숨는 것이 정석이겠지 .

칼리번은 이런 습격이 익숙한 것처럼 단숨에 쓰러진 그리델을 자신의 어깨에 들쳐맸다 .


547 미카엘라 (9DyI5PFtDc)

2023-10-14 (파란날) 13:45:11

그리델이 무엇을 기대하다가 무엇에 체념하는지 미카엘라는 알 수 없었다. 자신에게 찾아온게 변명의 여지 없는 죽음이 아니라, 임사의 세계에 빠진 것이라고 믿은 걸까? 그리델의 육체는 병원에 누워 숨만 쉬고 있으니 사막을 벗어나면 눈을 뜨고 일어날거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카엘라의 증언이 그리델의 몸뚱이를 백골로 만들고 관과 무덤 안에 쳐박아버린 것이리라. 재에서 재로, 먼지에서 먼지로.

"지금 하는 것도 여행이잖아요. 미지의 세계를 향해서....아."

뭔 개떡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중 경보 신호가 울렸다. 땅 위에 없고 하늘에도 없다. 그럼 땅 속이다! 망설이지 않고 바벨을 끌어와 칼리번의 등 뒤에 섰다. 서로의 배후를 지킨다.

"소원 같은 건 나중에 하고! 그 바스라지는 모래인간들처럼 되기 싫으면 정신차려요!"

사막이 지옥이라면 불지옥처럼 화끈한 지옥은 아니다. 늪처럼 스멀스멀 기어와 사람의 속을 헤집어놓는 지옥일수도 있다. 그리델처럼. 하지만 미카엘리는 여기가 지옥임을 거부했다.

'나는 무죄야. 애초에 죄라는 건 없으니까. 죄수를 가둘 지옥도 없는 거야!'

모두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인간의 의지는 착각이다. 사람을 쏴죽이네 마네 해도, 전부 예정된 일이 죽는 자와 죽이는 자를 통해 이뤄졌을 뿐. 꼭 책임을 묻겠다면 그렇게 정한 운명에 물어야지. 왜 찌른 사람을 두고 피 묻은 칼에 손가락질을 하냐는 말이야! 엿이나 먹어라!

548 ◆.Th3VZ.RlE (.tWzmSRpEs)

2023-10-16 (모두 수고..) 18:52:44

갱 - 신 !

549 ◆.Th3VZ.RlE (.tWzmSRpEs)

2023-10-16 (모두 수고..) 19:09:32



>>547

당신이 그렇게 믿는 동안은 괜찮을 것이다 . 당신 스스로 그렇게 납득할 수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 바벨은 싫어하면서도 칼리번의 뒤에 숨는 것처럼 자리를 잡았다 . 칼리번의 넓은 등은 당신과 바벨 모두를 가리고도 다소 여유가 남았다 . 그것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참호와 같아서 , 당신에게 그리운 안정감을 선사했다 .

< ... ... 칼리번 >

반면에 그리델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그리델이 저래서야 칼리번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리 없다 . 당신은 이런 사실을 막연하게 느꼈다 . 방패가 되고 요새가 되어 전위에 서는 칼리번이 ─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모래성처럼 무너진다면 , 당신과 바벨은 과연 어떻게 될까 . 사냥감의 입장에 익숙하지 않은 숱하게 많은 병사들이 , 방심과 자만으로 전장에서 어떤 처참한 최후를 맞는지 ─ 지금의 당신이라면 기억할 터 . 매가 토끼를 낚아채는 것처럼 죽음은 급작스럽게 다가온다 . 오늘까지 이겨왔다고 내일도 무사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

이대로 칼리번을 방패 삼는 것이 정말로 정답인지 ─ 당신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550 미카엘라 (18QXtIVhUI)

2023-10-16 (모두 수고..) 21:03:01

칼리델은 성벽처럼 굳건해 보인다. 그러나 성주 그리델은 실의에 빠졌다. 성은 적에게 포위되고 중심을 잃은 가신들은 혼란에 빠진다. 성첩의 병사들은 탈영에 대해 논한다. 성벽의 의미는 사라진다.

하지만 그곳에도 베테랑 선임병은 있다.

"그리델...! 이 얼빠진 인간! 여기는 심리 상담소가 아니에요!"

속삭이듯 윽박질렀다. 총알에는 눈이 없다는데 미카엘라의 경험상 총알에도 눈이 있다. 총알은 약하고 무력한 사람을 보고 골라서 죽인다. 늙고 약한 자는 죽기 마련이다. 미카엘라는 그리델을 끌어내렸다. 칼리번을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왜 기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지 가르쳐줄까?

"따라해. 따라해!"

"Count to four, inhale."
"Count to four, exhale."

전투 중 공황에 빠진 신병들을 한두번 본게 아니다. 손아귀로 그리델의 얼굴을 억지로 쥐어 입을 벌리고, 잡아먹을 듯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숨을 못 쉬겠으면 눈 뜬 채로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을 해주겠다.

"Count to four, inhale!!!"
"Count to four, exhale!!!"

551 미카주 (tJIKgL6DKE)

2023-10-16 (모두 수고..) 21:11:57

레주 오랜만입니다~~~~~~~~

552 ◆.Th3VZ.RlE (.tWzmSRpEs)

2023-10-16 (모두 수고..) 21:21:39

예아 - 오랜만임다 미카주 ! 환절기 알레르기도 약으로 완전 극복 ! 해낸 거 같은 캡틴입니다 ... 아직 콧물이 나오지만 괜찮아 ...

553 ◆.Th3VZ.RlE (.tWzmSRpEs)

2023-10-16 (모두 수고..) 22:03:45



>>550

들이쉬고 , 내쉬고 , 입으로 ─ 목구멍으로 ─ 폐로 ─ 억지로라도 숨을 삼켜서 살아 있다는 실감을 갖게 한다 . 죽은 당신들이라도 이 세계에서 주어진 몸은 충실하게 생전의 기능과 모습을 재현하고 있어서 , 숨을 삼키는 시늉을 하면 정말로 호흡이 이루어졌다 . 살아 있다고 , 스스로를 착각하게 만든다 . 그리델은 거기서 희망을 가졌던 건지도 모른다 .

< 윽 .. >

과격하게 , 우악스럽게 , 불과 수 밀리미터 거리 안으로 다가온 당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 시선을 피하고 싶어 하는 그리델 . 하지만 도망을 허락하지 않는 당신의 손에 , 그녀의 숲처럼 푸른 초록색 눈이 당신의 샛노란 시선에 꿰인다 . 당신의 의지나 생각 , 감정과는 상관없이 불수의근의 영역에서 멋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목격하고 만다 .

당신이 왜 갑자기 난데없이 눈물을 흘리는지 모르는 그리델은 , 눈을 닫지도 못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봤다 . 얼빠졌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 생전부터 그녀는 얼빠진 사람이었으니까 . 그렇게 얼빠진 사람이었으니까 여태껏 헛된 노력을 했지 . 오래전에 죽은 내가 ─ 지금 살아갈 노력을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 시체가 ─ 망자가 ─ 저 자신도 모르는 방법으로 관뚜껑을 열고 걸어 나와 산사람 흉내를 내며 다음으로 다음으로 발을 뻗고 있다 . 발은 땅에 닿지도 않는데 걷는 시늉을 하며 점도 높은 물속으로 깊이 ─ 또 깊이 빠져들고 있다 . 그리델이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하는 것은 , 일종의 방어 기제였다 .

엉망진창 팔리지 않을 이야기라 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였다 . 그것에 마침표를 찍고 책까지 덮었는데 ─ 누군가 자물쇠를 멋대로 부수고 남은 여백에 억지로 함부로 그녀가 바란 적 없는 다음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 일필휘지로 이야기를 끝내지 못하고 , 죽음으로도 완성되지 못하는 삶이라니 .

더는 이야기의 저자가 자신이 아니라 ─ 다른 인물의 붓질에 운명을 좌지우지당하는 일개 등장인물에 지나지 않단 것을 깨닫자 ,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이 무서워졌다 . 허무해졌다 . 그래서 그렇게 안간힘을 다해 도망치려고 했던 건데 . 애초부터 내게 돌아갈 곳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고 .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이 악취미적인 농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

< ... 언제까지 , 얼마나 더 싸울 거예요 ? 감정이 결여된 기계 같아 . 살아남으려고 하지 마요 , 벌써 죽은 이야기잖아 . 억지로 이렇게 숨을 이어 붙여봤자 , 빌어먹을 가필 밖에 더 되겠어요 ? >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지쳤어요

그리델이 울상이 되어 말했다 .


554 ◆.Th3VZ.RlE (08nbb4MNDw)

2023-10-18 (水) 00:01:20

갱 - 신 , 가을을 스킵하고 겨울로 턴을 넘긴다 !

555 미카엘라 (zUtZXOZ3KY)

2023-10-18 (水) 17:26:25

뭐..뭐? 뭐라고?

"왜 이렇게 혀가 길어요!"

뿅! 바벨의 머리통을 함몰시킨 꿀밤이 그리델에게도 떨어졌다. 미카엘라는 이곳이 심리 상담소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사막에 천막을 쳐 놓고 심리 상담을 하는 의사 출신의 망자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여기가 심리 상담소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은 안 된다. 발 밑에 괴물을 두고 하는 심리상담은 너무나 짜릿하니까..

"단순하게 생각해요? 살아있으면 살아가는거고 죽어있으면 그대로 죽어있으면 돼요. 죽은 이야기니 가필이니 쓸모없는 사족 다는 거, 나는 엄청 싫어해요."

"그리델은 지금 죽어있나요?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냐아악(동사

556 ◆.Th3VZ.RlE (f7R2ymO.Ok)

2023-10-19 (거의 끝나감) 22:30:47

개애애앵신

557 ◆.Th3VZ.RlE (f7R2ymO.Ok)

2023-10-19 (거의 끝나감) 22:49:10



>>555

소리는 귀여운데 아픔은 현실적이다 . 그리델은 고통을 느끼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 역시 말보다 주먹이 빠르게 통할 때가 있다 . 즉효성 높은 처방은 그리델로 하여금 잊고 있던 육체의 감각을 다시 기억해 내게 만들었다 . 그녀는 또 한 번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살아났다 . 이 무슨 잔학한 짓인지 . 더는 싸우기 싫다고 말하고 있잖아 . 그리델이 입 대신 눈으로 말했다 .

하지만 당신의 우기는 말 ─ 밀어붙이는 급한 말에 순간 꺼낼 말을 찾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렸다 . 살아 있지 . 죽어서도 살아 있지 . 당신 말대로 단순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 하지만 너무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거 아니야 ? 이다음 뭐가 기다릴지 당신도 나도 아무것도 모르잖아 ! 이보다 더한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차라리 지금 전부 포기하는 게 나은 선택일 수도 있잖아 ! 하지만 이렇게 입 밖에 내놓으려고 보니 너무나 추하고 , 비관적인 말이라 차마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

당신은 그리델과의 말싸움에서 승리한 듯 보였다 .

< ... 제길 >

마침내 그리델이 입을 열자 그녀의 말에서 속이 타는 냄새가 났다 . 어지간히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지 . 하지만 지금은 저걸로 됐다 . 멋대로 무너지고 쓰러지고 죽어버리지만 않는다면 , 칼리번은 당신과 바벨의 발목을 잡을 만한 요소가 아니다 . 비로소 싸울 준비가 됐다 . 당신이 그리델을 뒤로하고 상황을 살피기 위해 주변을 살핀다면 , 바벨이 드물게 당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게 눈에 띌 것이다 . 녀석은 당신과 그리델의 대화를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미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

어쩐지 ─ 소름 끼치는 미소였다 .


558 미카엘라 (uy52fzhGA2)

2023-10-20 (불탄다..!) 12:19:28

어쩌면, 진짜로 포기한 쪽은 미카엘라일지도 몰랐다. 운명을 지배하고 스스로 미래를 선택하려는 의지를, 지금보다 다음이 더 나을라는 믿음을, 왜 우리는 고통 속에 몸부림쳐야 하냐는 고뇌를. 그리고 자기가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뒷일을 생각하는 것과 생각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단 하나다. 생각하면 피곤해지는 거. 생각과 관계없이 닥칠 일은 닥친다. 예고가 있든 없든. 즐겁든 괴롭든.

"...정신 차렸으면 일어나요."

그리델의 얼굴을 이제서야 놓아주었다. 쓸모없는 말싸움을 하다가 기습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깡통(총)괴 깡통(칼)의 적색등이 켜진 이후로 이상하리만치 사건이 없어보이긴 하다만. 사건이...

"바벨?"

너 왜 눈을 그렇게 떠? 좀...그렇다? 평소에는 안 그러더니. 미카엘라는 표정관리와 예의의 차원이 아닌 곳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평소에 저러던 애가 아니었다. 두 국자째 들이부은 모래가 바벨의 내면을 변화시킨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까 생각했던 것처럼, 경보가 울리는데 아무 일도 없는 게 이상하다.

"날 보지 말고 사막을 봐요?"

이미 위협은 코앞에 다가와 있었나? 바벨과 이어지는 채널을 열어보았다.

559 ◆.Th3VZ.RlE (CFj4ZitBHY)

2023-10-20 (불탄다..!) 22:57:04



>>558

앞을 보라는 당신의 명령에도 바벨은 능청스럽다 .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당신의 시선을 피하는 바벨 . 겉으로 보면 당신의 말에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 그도 그럴 게 녀석이 당신에게 문을 열지 않는 걸 . 바벨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당신을 문전박대했다 . 자신이 보는 세계를 당신에게 감췄다 . 촉박한 상황에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 당신의 성격을 생각하면 한 마디 따지고 싶을 것이다 . 장난은 관두라고 . 무슨 생각이냐고 . 어쩌면 말 대신 주먹으로 녀석을 쥐어박을 수도 있겠지 .

그런데 그것보다 먼저 ─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

모래의 바다를 가르고 , 거대한 범선 한 척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지진처럼 거대한 진동이 있고 , 당신들의 발밑이 갈라졌다 . 모래가 폭포와 같이 갈라진 틈 아래로 쏟아졌으며 , 선수의 바우스프릿에 칼리번의 가슴이 관통됐다 . 실력 있는 기사라도 상식 밖의 특공에는 뾰족한 수가 없던지 , 강철로 된 몸이 창을 닮은 뾰족함에 찔려 한낱 쇠꼬치가 되었다 . 당신의 다그침에 정신을 차린 그리델은 가까스로 균열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 끔찍하게 당한 칼리번의 모습에 열심히 비명이나 지르고 있으니 , 한동안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

결국 바벨과 당신만 남았다 . 바벨은 이렇게 될 걸 미리 알기라도 한 것처럼 여유롭게 균열을 피하고 있었다 .

뿐만 아니라 부상하느라 드러난 범선의 배를 노리고 조준을 맞추고 있었다 .


560 미카엘라 (z.BC./JzMM)

2023-10-21 (파란날) 13:34:06

이놈의 자식, 뭐에 씌이진 않았구나. 바벨은 평소대로 싹바가지 없는 바벨이다. 저 요상한 표정도 바벨의 심상이 그대로 드러난 표현임이 분명하다. 저 머리를 한 번 더 후려 말아 고민하던 차, 위협은 모습을 드러낸다.

"사막....잠수....범선......???"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까먹는 단어조합이라 따져도 진짜 그런 걸 어쩌란 말야. 미카엘라는 어이가 없어서 막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칼리번은 꼬챙이가 되고 겨우 정신줄을 잡아놓은 그리델은 비명만 지르는데, 여기서 자신이 웃으면 정말 미친놈처럼 보일테니까. 물론 바벨이 저렇게 됐으면 웃었을 것이다. 자기 머리통을 뜯어서 던지는 녀석이 배에 구멍 좀 뚫렸다고 위험해지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저게 뭔, 뭐..! 어어..!! 그 뭐지!"

불행하게도 해군 분야에는 미카엘라가 무지하다. 범선의 구조나 해전의 역사 따위 알 바가 아니었다. 미카엘라는 빈약한 기초지식을 가지고 대충 판단을 내렸다.

"그렇지! 나포! 나포해야 해요! 쏘지 말아봐! 올라타!!"

왜 격침이 아니고 나포냐면, 저걸 타고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범선도 일종의 괴물이겠으나, 일단은 배..이기도 하고. 기약없는 사막 방랑에 자가용 하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미카엘라는 범선의 배가 다시 모래 위로 떨어지는 때 범선 현측을 째릿 쳐다보았다. 그물 사다리나 아무튼 잡고 오를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561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17:25:21



>>560

땅에서 솟아난 범선이 칼리번을 꿴 채 날아오른다 . 바벨은 당신의 목소리에 공격할 타이밍을 놓치고 그것을 멀뚱히 바라만 봤다 .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 한 차례 훑어본 결과 당신의 손이 닿을 만한 곳에 접점은 보이지 않았다 . 배에 오르기 위해서는 바벨의 힘을 빌려야 할 것이다 . 아니면 누군가 길고 아름다운 금발을 내려주기를 바라야겠지 . 고래처럼 뛰어오른 범선은 당신들로부터 한참 떨어진 장소에 배바닥을 부딪혔다 . 착륙보다는 추락에 가까운 광경이었다 . 겉보기에 무척이나 낡아 보이는 배는 다 닳아 해진 돛을 몇 개 씩이나 주렁주렁 , 낙엽처럼 달고 있었는데 방금의 충격으로 그마저도 올바르게 달려 있지 않았다 .

저대로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 .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 그렇지 않는가 . 노리지 않고서야 칼리번의 가슴 정중앙에 정확하게 바람 구멍을 낼 수 있을 리 없다 .

아니나 다를까 , 배의 현단에 그림자가 서는 것이 보인다 .


562 미카엘라 (9IItlMflyU)

2023-10-21 (파란날) 18:29:35

"칼리번이랑 연결 안돼요? 소리 그만 지르고!"

일행 중 유일하게 월선(??)에 성공한 게 칼리번이다. 바벨이 꼬챙이석 티켓을 끊어서 탑승하면 미카엘라는 주저없이 명령했을 것이다.

'가슴에 구멍이 뚫렸어요? 움직일때마다 속도 시원하고 참 좋겠네요! 빨리 움직이기나 해요!!'

그러나 꼬챙이석 티켓을 끊은 녀석은 회복능력이 있는지 모르는 칼리번, 칼리번 엄마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모래벌레 상대할 때의 기량은 어디로 갔나?

"에이씨! 바벨! 저기 저기 그림자!"

일단 둘이서 할만큼 해야 한다. 마침 배 현단에 인영이 보였다. 적의 은폐가 불성실하다. 이쪽에 샤프슈터가 있는줄도 모르고.

원래는 표적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정확히 사격하는게 원칙. 그러나 범선의 재질은 나무일테고, 바벨의 포격으로 부수기 충분하다. 게다가 범선이 또 움직이면 배를 맞추기 배로 어려워진다.

"쏴!"

그림자로 표적의 위치를 가늠하여 발사한다. 총알처럼 작은 구멍을 내지 않는다. 예상 구획을 냅다 날려주마!

563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19:36:49



>>562

비명 소리 ─ 비명 소리를 따라 그리델을 찾으니 그리델은 어느새 모래 바닥에 고꾸라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 놀람이나 충격 때문이 아니라 몸을 찢는 아픔 때문에 지르는 비명성 . 그리델의 작업복이 붉게 ─ 검붉게 물들고 있었다 . 얼룩이 진 자리가 눈에 익다 싶어 어디서 봤는지 떠올린다면 , 금방 칼리번이 찔린 자리와 일치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으리라 .

< 큭 .. 으아 , 아아악 ! 아아악 !! >

도움 안 되기는 ! 그러거나 말거나 바벨은 표적판에 집중했다 . 당신의 바벨이라면 이 정도 거리는 시행착오나 영점 조절 없이도 가볍게 명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 당신도 허락했겠다 , 바벨이 거리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 MaaaaAAAAAAAaAaaAAAAAA !?

그런데 , 총성이 먼저 울렸다 .

바벨은 아직 쏘지도 않았는데 , 부풀기 시작한 그의 왼팔을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무언가가 꿰뚫고 지나갔다 . 이러한 경험이 이제까지 없었던 지라 , 바벨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오른팔로 왼팔이 있던 자리를 더듬었다 .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 당신이라면 모를 수가 없겠지 .


564 미카엘라 (nnYTJV16i6)

2023-10-21 (파란날) 20:24:09

"아 ㅆ....!!"

엎드려!! 모래의 요철이 있는 곳으로 바벨을 밀어버리며, 자기 자신도 바닥에 엎드렸다. 저쪽에 총이 없을거라고 방심하고 있었다. 사막에서 총을 쏘는 적이 여태껏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미카엘라는 숨을 몰아쉬면서 웃고 있었다. 어디 한 번 해보자 이거지? 총격전이야말로 이 쪽의 전문 분야란 말이야! 바벨 팔 하나 날아간 건 대수롭지도 않다. 곧 저 적이 바벨의 팔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막에 울린 총성은 바벨도 바벨이지만 미카엘라의 안테나가 고슴도치처럼 바짝 서게 하였다. 생전의 치열한 교전들을 떠오르게 하는 소리였다. 그리고 신음하는 그리델은 이미 안중에 없었다. 여긴 의무병도, 군의관도, 후송될 야전 병원도 없다. 그리고 셋 다 있으면 뭐하나 칼리번 따라서 가슴에 구멍이 난 모양인데. 즉사하지 않은 게 용하다.

그리델은 곧 죽는다. 미카엘라가 더 해 줄 것이 없다. 그저, 바벨이 다쳐도 미카엘라는 멀쩡한데 왜 그리델은 저런지 의문이 들 뿐.

"바벨은 왼쪽으로, 나는 오른쪽으로."

즉시 산개하며 V자형으로 범선에 접근한다. 속력이 느려지더라도 놈의 시선과 사선에 보이지 않게 엎드려서 신중하게.

565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20:40:56



>>564

상대가 고지대에 있어 편한 싸움은 못 될 것이다 . 당신에게 밀려 넘어진 바벨이 모래 범벅이 돼서 일어나더니 , 그제야 자신이 적에게 당했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 녀석은 이제까지 당신이 보지 못한 표정으로 분노를 표현했다 . 투명한 도화지 같은 피부를 잔뜩 찌푸리며 주름을 잡는 게 정말 < 바벨 > 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 바벨은 잠자코 당신의 말을 듣더니 , 시키는 대로 머리의 고도를 낮춰 당신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녀석과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작전 행동에 임한다니 , 불안 밖에 느껴지지 않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 그리델에게 아무런 기대도 못할 상황 . 머릿수가 부족한 만큼 임무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

낮은 포복으로 범선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하자 , 어느새 배의 후미에 보이던 그림자도 사라져 있었다 .

불리한 상황도 아닌데 어째서 자리를 비운 거지 . 구린내가 풍긴다 .

< 칼리 , 번 !!!! >

그때 , 배후에서 그리델의 외침이 들렸다 . 찢어지는 노성이었다 . 전장에 떨어진 벼락과도 같은 포효였다 . 듣는 것만으로도 전신의 털이 쭈뼛 서는 무시무시한 부름 . 거기에 응해 칼리번이 사막을 태울 기세로 무지개빛의 불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범선의 주인에게도 이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겠지 . 칼리번이 가슴을 찌른 장대를 태우고 범선에 올랐다 .


566 미카엘라 (hXWZ.ZlZ1g)

2023-10-21 (파란날) 21:09:39

채널. 바벨과의 채널은 단순한 협동 이상을 가능하게 한다. 생전에는 적이 어디 있으니 쏘라고 일일히 무전으로 말해야 하는 것. 채널을 열면 미카엘라가 보는 순간, 미리 팔을 데운 바벨이 보지도 않고 팔만 꺼내서 조준 사격을 할 수 있다. 오른쪽에서 머리를 올렸다 내렸다 깔짝대는 미카엘라와 눈이 마주쳐 조준했더니 바벨의 공격이 왼쪽 옆구리를 때린다는 말이다.

.....바벨이 바벨이라 채널을 거부하고 몸부림 칠까 많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바벨, 복수하고 싶다면 내 말에 따라야 해. 속으로 웅얼거렸다. 그런데.

< 칼리 , 번 !!!! >

미카엘라는 깜짝 놀라 머리를 감싸고 모래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포격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사람의 몸에서 저런 노호성이 나올 수 있는가. 그것도 가슴에 구멍이 뚫려 죽어가던 얼빠진 여자였음에도. 그리고 칼리번이..무지개빛 총공격을... 저게 뭐야?? 일단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겠지?

'잠깐, 정지하고 사격 준비.'

예상보다 조금 이르지만 머리통 깔짝대기를 지금 해야겠다. 미카엘라는 모래더미 위로 머리를 빠르게 올렸다, 그리고 내렸다 하면서 범선 위를 본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567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21:23:31



>>566

들판에 옮겨 붙은 산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는 선상 . 아마도 칼리번의 소행이겠지 .

칼리번이 거대 지렁이를 상대로 저항하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 칼리번은 검만이 아니라 때때로 화염을 다뤄 그 거대한 괴물을 저지했었는데 , 그것의 연장이 저것인 모양이었다 . 저대로 내버려 둔다면 배는 한 줌 재 밖에 남지 않을 텐데 , 그래서야 당신의 각본과는 아주 다른 결말이다 . 막으려면 저 불길 속으로 당신 또한 뛰어들어야겠지 .

한 마리 부나방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 당신에게 여전히 문을 닫고 있지만 , 화염을 보기는 바벨도 마찬가지였던지 , 녀석은 성질 급하게 벌써부터 엄폐를 풀고 상황을 직관하고 있었다 . 당신이 제지하지 않는다면 , 저대로 뛰어들지 않을까 .

막연한 예감이 든다 .


568 미카엘라 (9IItlMflyU)

2023-10-21 (파란날) 21:48:18

쓰읍...이러면 나가리인데.. 배를 나포했을 때의 이득과 그에 따르는 위험부담, 불타는 배의 시간제한을 고려하면 잘 모르겠고 일단 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엄폐도 풀고 불구경하는 바벨에게 총알이 날아오지 않으니, 이 쪽을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앞으로!"

그러면 전진이다. 이 틈에 빠르게 접근해서 승선하자! 달려라!

569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22:10:14



>>568

당신이 먼저 달리기 시작하자 바벨이 바짝 뒤를 쫓아와 당신을 들쳐 매고 달리기 시작했다 . 바벨을 타고 달리자 범선과의 거리는 순식간에 줄여져 갔고 , 이윽고 바벨이 도약하니 범선을 오르는데 가장 큰 장해가 됐던 높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 바벨로부터 내려와 배 위의 상황을 살피면 , 다 무너져가는 유령선 같은 게 불까지 붙어 더욱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

그리고 ─ 가장 중요한 선상에 칼리번이 있었다 . 적으로 추정되는 모습도 보였다 . 그리델 이상으로 시대를 착각한 차림새의 사람이었다 . 삼베옷에 상투를 틀고 갓까지 쓴 모습이 당신의 나라에는 일찍이 없던 복식이다 . 뿐만 아니라 얼굴을 덮어가리는 해괴한 생김새의 가면까지 쓰고 있어 저것만 보면 누가 괴물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었다 . 칼리번의 칼로부터 그를 지키는 여성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 영락없이 저 사람이 괴물로 보였을 것이다 .

한 팔에 굵은 구렁이 한 마리를 칭칭 감은 여성이었다 . 백발 백안 ─ 창백하게 색이 희박한 피부는 혈관에 피가 흐르지 않는 시체처럼 보였다 . 불 속에 맞는 복장이라 하기 도저히 어려운 얇은 원피스 한 벌 입은 꼬락서니가 대번에 그것이 가면 쓴 사람의 괴물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 아니라면 어떻게 칼리번의 맹공으로부터 저렇게 살아남을 수 있겠어 .

아무튼 기회였다 . 칼리번에게 시선을 팔려 당신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으니 .


570 미카엘라 (9IItlMflyU)

2023-10-21 (파란날) 22:29:37

사람 하나에 괴물 하나. 미카엘라와 바벨, 그리델과 칼리번, 가면과 구렁이. 그럼 범선은? 누군가의 괴물이 아니라 그저 기물인가? 배를 빼앗으려는 미카엘라의 계획에 한줄기 빛이 드리운다. 그러나 미카엘라는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쉬이..'

틀림없이 바벨의 팔을 날린 건 총이다. 괴물이 뭔가 쏘는 걸 총이라고 비유하는게 아니라, 화약으로 납탄을 쏘는 그 총소리가 났었다.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댄다. 칼리번은 알아서 잘 할거고 바벨 너! 안 들켰으니 잠시 기다려. 누가 총을 쐈지? 그게 중요하다. 미카엘라와 바벨이 적의 뒤를 잡은 것처럼 또 다른 적이 뒤의 뒤를 노릴 수도 있다. 솔직히 가면과 구렁이는 행색이 총보다 먼저 태어나신 분 같아서.

아니면 혹시... 거기 가면 쓰신 분. 생전에 쓰던 머스킷이라도 들고 오셨나? 죽을 때 빈손으로 가는게 법칙인데 반칙 쓰는 건 아니겠지?

571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23:40:47



>>570

선실에 숨었다면 내려가서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모를 것이다 . 바벨은 또다시 자신을 말리는 당신이 미운지 표정을 일그리고 있었다 . 칼리번과 여자의 승부는 팽팽하지만 , 점차 칼리번을 향해 승부의 판세가 기울고 있었다 . 베기와 찌르기를 번갈아 취할 뿐인데 단지 그것만으로도 적은 수세에 몰리고 숨 쉴 틈을 잃어갔다 . 기회를 찾아 여자가 팔에 감은 구렁이를 뻗어보기도 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할 뿐이었다 . 바벨이 저 자리에 대신 있더라도 마찬가지였겠지 . 저 거리는 칼리번의 독무대였다 .

< ... ... ... >

이런 접전을 잠자코 지켜보는 가면의 심기는 결코 편해 보이지 않았다 . 눈이 있다면 싸움이 불리해졌다는 것을 모를 리 없겠지 . 아마 속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하느라 바쁘지 않을까 .

가능성을 점치면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당신은 배후에서 접근하는 인기척을 눈치챌 수 있었다 . 그것은 끔찍한 생김새의 괴물이었다 . 파리머리에 네 발 짐승의 몸이 붙은 괴물이었다 . 그것들은 세 마리가 하나처럼 숨죽여 돛에 붙어 있었다 . 불길을 피하느라 미처 내려오지 못하고 있지만 , 저들이 선상의 모든 사람과 괴물들에게 적의를 가졌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

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 배인지 . 무엇을 먼저 노릴지는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이다 .


572 미카엘라 (MH7KneI67Y)

2023-10-22 (내일 월요일) 01:01:37

"....."

거 봐. 한 번 더 기다리기 잘했지? 딱 한번만 더 기다려볼까? 검지를 들어 위의 파리머리 괴물을 가리켰다. 바벨은 파리머리 괴물을 쏜다. 그리고 미카엘라는 저 싸움에 쐐기를 박을 것이다. 가면 쓴 사람을 제압하리라.

가면과 구렁이가 싸움에 정신팔린 사이 가면의 뒤로 은밀히 다가가려고 한다. 그를 한 팔 간격 안에 두고, 바벨을 흘끔 쳐다보았다.

'이제 쏴도 좋아요.'

그리고 바벨이 파리머리를 공격함과 동시에 가면의 목을 팔로 감아 제압하여 뒤로 질질 끌어버리는 것이다. 구렁이가 미카엘라를 치려면 생각을 잘 해야 한다. 가면이 방패처럼 미카엘라의 앞에 있을테니. 그리고 뒤에는 칼리번이 있다.

573 미카주 (k4BQpgxLNk)

2023-10-25 (水) 17:21:50

갱신합니다~~~~

574 ◆.Th3VZ.RlE (xdsgfME0fM)

2023-10-26 (거의 끝나감) 21:20:09

키에에에에엑

575 ◆.Th3VZ.RlE (xdsgfME0fM)

2023-10-26 (거의 끝나감) 21:35:30



>>572

바벨의 사격은 정확하지만 정도껏을 모른다 .

오른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더니 한 데 뭉쳐서 불길을 피하는 파리머리의 괴물 세 마리를 겨냥하는 바벨 . 바벨이 한 팔에 모은 열은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고작 괴물 세 마리를 상대로 쓰기에는 과분한 양이었다 . 명중한다면 괴물은 물론 돛대까지도 부러뜨릴 것이다 . 당신이 가능한 한 배를 손상 없이 손에 넣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 걸까 .

그런데 괴물들의 겹눈은 당신보다 뒤에 서 있는 바벨까지도 빈틈없이 포착하고 , 바벨이 자신들에게 어떤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눈치채냈다 . 그것들은 가능한 소리 죽여 ─ 당신과 마찬가지로 어부지리를 노리던 모양인데 , 또 다른 불청객이 나타나자 더는 불길만 피하며 존재를 감추고 있지 않았다 .

말인즉슨 ─ 당신의 계획과는 다르게 상황이 굴러가기 시작했다는 거다 . 피부에 납작 달라붙은 날개를 펴고 넓게 뛰어오르는 세 마리 . 바벨이 발사 직전에 조준을 고쳐 한 녀석을 맞췄지만 , 네 개의 다리 가운데 하나가 겨우 떨어졌을 뿐 치명상은 아니었다 .

< ... ! !? !! >

바벨이 만드는 소음이 어마무시하다는 것은 , 당신도 이미 익히 아는 사실 . 눈 앞의 싸움에 집중하느라 배후에 무방비하던 가면인도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


576 ◆.Th3VZ.RlE (xdsgfME0fM)

2023-10-26 (거의 끝나감) 21:36:17

일하지 않고 돈을 벌고 싶어 ... ( 드러눞 )

577 미카엘라 (BhNrf7ItPY)

2023-10-27 (불탄다..!) 01:10:52

바벨이 열을 모으는 것을 보았다. 미카엘라는 눈으로 한숨을 쉬었지만 바벨을 제제하지 않았다. 멍청한 지휘관들이 시시콜콜 간섭하다 작전이 어그러지는 꼴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바벨은 청개구리지만 전투에서는 믿을 수 있는 기량이 있으니, 녀석에게 온전히 맡기고 미카엘라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솔직히, 이 배가 돛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닐테니 돛 좀 망가지면 어때.

"..."

슬금슬금. 가면의 뒤로 다가가다가 바벨의 포성이 울리자 땅을 박찼다. 이 미카엘라라는 망자는 일반적인 망자와 구별되는 다른 특성이 있다. 폭력과 싸움에 대한 심리적 제한선이 없는 미카엘라. 다른 망자가 괴물 뒤에서 싸움을 지켜볼 때 그녀는 그녀대로 가드를 올리고 스텝에 시동을 거는 정신을 가졌다. 자기 손에 소총이 없어도 없는대로 싸운다. 이를테면....

"깡총!"

미카엘라에게 깡이 있고 바벨에게 총이 있으니, 이 듀오는 깡총의 강한 덕목을 갖춘 것이다. 로우킥이 가면의 오금으로 날아든다.

//불로소득 원해요 ... ㅇ)-(

578 ◆.Th3VZ.RlE (6IWMtv2RAU)

2023-10-27 (불탄다..!) 22:56:48

끼요오옸ㅆ ! 금요읾임돠 !111

휴일 컴온 !!

579 ◆.Th3VZ.RlE (6IWMtv2RAU)

2023-10-27 (불탄다..!) 23:11:19



>>577

< .. ! ! !!!! ! >

의태어로 귀엽게 포장할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 당신의 발차기에 흉측하게 무너지는 가면인의 무릎 . 필시 상상하기 끔찍한 고통이 뒤따랐을 것이다 . 그런데도 얄팍한 비명 한 번 내지르지 않다니 . 적이라도 대단한 정신력이었다 . 가면인은 당황하거나 아픔을 호소하며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는 대신에 , 구렁이를 감은 여자를 곁으로 불러왔다 .

그것이 자충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 당신이라는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별 수 없었을 것이다 .

- LaAAAAAA !!!

칼리번은 여성의 모습을 한 괴물이 , 빈틈을 드러내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 자로 잰 것처럼 정확한 검격으로 검의 간격을 빠져나가는 여성의 팔을 베어냈다 . 회색을 허공에 흩뿌리며 썩둑 잘려 떨어지는 괴물의 팔 . 하지만 그 정도 손해는 일찌감치 예상한 것처럼 다음으로 이어지는 행동이 재빠르다 . 아직까지 무사한 구렁이를 감은 팔을 뻗어 , 당신을 노리는 것이다 .


580 미카엘라 (Cfj47yRHQ.)

2023-10-28 (파란날) 00:48:02

구렁이 괴물에게도...무언가 있겠지. 스트레이트를 날리면 그 팔이 날아가서 서로 닮은 꼴이 된다. 저 괴물을 잡는 건 칼리번의 역할. 미카엘라는 틈을 만들어주면 충분하다. 고기방패를 세우는 것이다. 그녀의 양 팔이 오금을 얻어맞고 휘청거리는 가면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stand up! a**hole!"

한 손은 멱살을. 그리고 다른 한 손은 갈비뼈 아래로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밀어넣어서 말이다. 부디 아픔을 느끼길 바란다. 저항하지 못하도록, 이성을 잃도록.

//히힉 이히히히 히히

581 ◆.Th3VZ.RlE (9pVkO1tRj2)

2023-10-28 (파란날) 12:41:07



>>580

아무래도 당신이 더 가까웠으니까 , 뱀이 당신을 무는 것보다 먼저 , 가면인이 당신의 인질이 된다 . 가면인에게 있어 그것은 비극이었고 , 구렁이는 비참하게도 당신을 목전에 두고도 벌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구렁이는 열심히 뻗은 몸을 , 다시 처량하게 되물렸다 . 이것 보라지 . 제아무리 날고 기는 괴물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주인을 인질로 잡히면 아무 소용이 없다 . 육탄전에 자신이 있는 당신에게 이것은 희소식이었다 . 같은 사람 대 사람의 싸움이라면 , 괴물들이 대치하는 틈을 타 상대편 사람을 제압하기만 해도 승부에서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 .

구렁이의 여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 더는 칼리번에 대해서도 아무 대비도 하지 않았다 . 자신에게 전의가 없음을 나타내고자 , 모든 방어 행위를 포기하고 말았다 . 아무래도 당신의 승리인 것 같다 . 축하의 팡파르 대신에 가면인의 비명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 어떻게 된 게 저 양반은 당신이 가죽 밑으로 뼈를 붙잡고 쥐는데도 침음만 조금 흘리고 말았다 .

어디 그것뿐인가 . 저 구렁이 여자가 칼리번에게 베인 영향으로 가면인의 팔 또한 심상치 않은 분위기인데 ,

조금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 .

평범한 신경의 소유자는 아닌 모양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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