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480 미카주 (1XWkmeY5z2)

2023-09-27 (水) 20:39:45

추석은..온다...!

481 ◆.Th3VZ.RlE (6QW0PSRp0Q)

2023-09-29 (불탄다..!) 18:13:59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도로 ─ 도로가 수평선 너머까지 이어지고 있다 .

눈이 닿는 곳에 골 테이프는 보이지 않고 , 걸음은 한량없이 길어지기만 하고 있다 .

미카엘라 라미레즈와 바벨 . 그리델 안첼리아와 칼리번 .

두 사람과 두 괴물의 동행은 언제 어디서 끝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

어떤 형태로 끝이 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

겨우 한꺼풀 벗은 정도로는 전부 억누를 수 없었던 바벨의 본성 ─ 난폭함 . 바벨은 여전히 호전적이어서 , 강철 갑옷이 눈에 띌 때마다 툭하면 시비를 걸어댔다 . 누가 더 강하고 누가 더 약한지 , 부딪혀보기를 바랬다 . 칼리번이 어른스럽게 , 한 발 먼저 한 걸음 뒤로 물러나주었기에 망정이지 , 행여라도 그것이 걸어오는 시비를 받아주기라도 했다면 유혈 사태로 번졌을 지도 모르는 문제 . 당신도 그리델도 곤란할 따름이었다 . 이래서야 도로가 다하는 데까지 , 함께 갈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

그리델의 말에 따르면 , 이 도로는 사람이 준비한 것은 아니나 , 저것을 이정표 삼아 사막의 방랑자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중이라 했다 . 모두 모여서 이 사막을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다는데 , 사실이라면 당신도 그리델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

사막의 위협이 제아무리 흉악하다고 해도 , 그 흉악함은 예측과 대비가 불허하다는 점에 있다 . 머릿수가 갖춰지면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수 있을 테니 , 이런 위협으로부터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 터 .

그런데 이놈의 바벨이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구니까 , 그리델의 낯빛은 어두워져만 갔다 .

하나 뿐인 길이라 함께하기로 한 이상 헤어질 수도 없는 노릇인데 . 이 자식은 , 이 녀석은 , 이 고물 깡통 인형은 !!

말로 하지 않아도 그리델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

반면 바벨은 천연덕스럽게 , 뻔뻔하게 , 칼리번과는 반대로 모습을 감추지도 숨기지도 않고 , 당신과 나란히 도로를 따라 걸으니 ,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가 문제라는 생각은 눈곱 만큼도 못하는 것 같다 .

이 동행 ─ 이대로라면 조만간 파탄날지도 모른다 .


482 ◆.Th3VZ.RlE (6QW0PSRp0Q)

2023-09-29 (불탄다..!) 18:14:26

이예 -- 이 행복한 한가위 보내고 계신가요 !! WATASHI─WA ! 아니에요 ~ ! ( 환호 )

483 미카엘라 (D9uBRNYIP.)

2023-09-29 (불탄다..!) 23:32:56

"사막을 벗어난다? 여기서는 무릎도 허리도 안 아프고, 배고프거나 졸릴 일도 없어요. 몇 번 맞아봤는데 아프지도 않아요. 여기서 왜 벗어난대요? 그보다 벗어나면 어디로 가려구?"

죽고 한 번 더 죽을 생각인가? 사막이 부여하는 신체적 자유는 현실보다 달콤하고 뛰어나다. 괴물들은 생긴 것만 이상하지.. 총 맞으면 똑같이 죽었다. 여기서 벗어날 절실한 동기는 아직 없다.

"모여서 하는게 패싸움 말고 또 있을...."

무정부 상태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서열을 정하기 위한 폭력사태가 반드시 일어난다고 말하고 싶었다. 바벨이 깐족거리는게 또 눈에 밟히지 않았으면 그대로 말했을거다. 칼리번이라는 갑옷의 등에 잽을 툭툭 던지는게 우스꽝스러워서 웃음을 흘릴 뻔 했다. 깡통 안쪽에 사람이 생겨도 깡통은 여전히 난폭한 깡통이다.

그리고 난폭한 깡통이 잊어버린게 하나 있다. 난폭한 깡통의 주인은 두 배로 난폭하다. 직전까지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고 온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크나큰 착각이다.

"바벨! 그건 나쁜 행동이에요!"

말은 아이를 훈육하는 유치원 교사 같았지만, 손은 바벨의 머리 위로 올라가서 머리채를 틀어잡고 있었다. 새로운 모습을 하니까 이게 좋구나! 바벨의 첫눈처럼 흰 머리채를 잡아서 뒤로 질질 끌려고 했다.

"보라는 모래벌레는 안 보고 칼리번만 쳐다볼 때부터 알아봤어! 앞으로 뭐가 되려고!"


//
캡틴 엇재서.. 전이랑 떡이랑 먹고 살찐다는 느긋한 고민을 해야 할 시기에..

484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01:56:54



>>483

" 글쎄요 ,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은 게 없어서요 . 그래도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 이 세계에 관해 저희보다 자세히 아는 사람들과 정보를 나눌 수 있다면 , 그것만으로도 이득 아니겠어요 ? "

꼭 그들과 뜻을 함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당신도 그리델도 사막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니 , 그들로부터 사막에 관한 , 당신들이 모르는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만 있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

당신이 ─ 이 세계를 떠날 마음 없이 ,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 더더욱 그렇다 . 하지만 당신의 우려 역시 타당한 것 . 이 길의 끝에 정말로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하더라도 , 그들이 당신들에게 호의를 베풀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

사람의 적은 오래 전부터 사람이었다 .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게 세상인데 , 다른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멍청하지 . 더군다나 당신에게는 바벨이 있다 . 여기 칼리번 하나만 갖고도 이 난리법석인데 ,

거기서 자신의 마음에 쏙드는 상대를 만나기라도 한다면 , 이 녀석이 별안간 무슨 짓을 벌일지 어떻게 알겠나 .

당신의 야무진 손이 바벨의 머리채를 붙잡고 눈높이를 끌어내리자 , 그리델이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 당신에게 머리를 뜯기면서도 , 하나 남은 다리로 칼리번을 걷어찰 방법을 궁리하는 바벨 . 녀석은 정말로 포기를 모르는 양철 인형이었다 .

" ... 라미레즈 씨 . 혹시 ─ 바벨을 없애는 법 , 모르시나요 ? "

묵묵히 바벨에게 얻어맞기만 하던 강철 갑옷이 , 그리델의 눈치를 받고 자신의 모습을 허물어뜨렸다 . 모래가 되어 사막의 일부로 사라져 없어지는 칼리번 . 광활한 사막에 섞인 칼리번의 흔적은 , 이내 불어오는 바람에 섞이고 흩어졌다 .

더는 강철 갑옷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 영영 사라진 것은 아니다 . 그리델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라도 다시 나타날 테지 .

하지만 ─ 지금 이 순간만큼은 ,

완벽하게 이 사막에서 자취를 감췄다 .

" ... 제가 강하게 바라면 ─ 칼리번은 이렇게 사라질 수 있어요 . 바벨도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데 , 어때요 ... ? "

부탁이니 ─ 제발 그렇게 해달라는 눈빛이다 .


485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01:57:39

행복한 고민 ! 안으로 밖으로 치이다보니 제정신을 지킬 수가 없스요 ... 하 ─ 지만 , 괜찬흣ㅂ니다 ! 고내찮아 !!

486 미카엘라 (2bovF38IaU)

2023-09-30 (파란날) 15:54:11

>>484
바벨 머리채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바벨을 없애버리자는 말로 잘못 듣고 말았다. 고개를 홱 돌려서 그리델을 보았지만 오해는 빠르게 정정된다. 그녀는 모래벌레에게 쫒길 때 선보였던, 칼리번을 넣고 꺼내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 그리델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듯 칼리번이 모래먼지가 되어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호출을 받으면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런 게 되는지 몰랐어요. 한 번 해볼까요."

괴물이 다가올 때 바벨의 직감을 이용할 수 없는 건 단점이지만.. 바벨이 사고를 치는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 어디 집어넣고 다니는 게 더 좋겠다. 입을 열어서 말해보았다. 조정간을 안전에 두는 느낌으로.

"바벨. 들어가 있어요."

487 미카주 (2bovF38IaU)

2023-09-30 (파란날) 15:54:52

>>485 슬퍼요...연휴는 즐거워야 한다구요...

488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19:06:58



>>486

당신의 부탁 아닌 부탁에 바벨이 눈을 깜빡거린다 . 읽을 만한 표정이 없어 기계 같기만 한 얼굴에 처음으로 색이 지났다 . 아마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할 , 당신만이 포착할 수 있었던 감정 . 그것에 구태여 이름을 붙이자면 ─ 불쾌였을 것이다 .

그리고 그리델 모르게 , 당신과 바벨 사이에 힘 겨루기가 시작됐다 . 반항아 아니랄까봐 보이지 않게 뿌리를 내리고 , 당신에게 반항해 이대로 이렇게 사라지기를 거부하는 바벨 . 지금처럼 가볍게 바래서는 바벨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

보다 더 강하게 명령할 필요가 있을 지도 .


489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19:08:23

>>487

490 미카엘라 (eL4X9ddXuI)

2023-09-30 (파란날) 19:44:48

//움짤입니다

"?"

안 들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피차 폭력밖에 모르는 두 놈이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법은 하나뿐이다. 머리채를 쥐지 않은 손을 높게 들었다.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한 번에 꿀밤 한 대가 어김없이 날아왔다. 네가 가루가 되어 들어가지 않으면 직접 패서 가루로 만들겠다는 굳건한 의지!

자고로 공갈협박과 폭력은 인간관계의 윤활제와 같으며, 돈만큼이나 잘 먹히는데 더 좋은 건 돈이 안 든다는 사실이었으니...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바벨이 반격할거라고 생각을 못 하는지, 해도 상관없다는 건지.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던 건 자신의 본성을 알고 피바람이 이는 것을 막기 위한 일말의 선의일까 사람들이 모였을때 패싸움의 주동자가 바로 이 여자가 될지도 모른다.

491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20:49:08



>>490

맞는 바벨과 때리는 당신 . 일련의 광경을 바라보는 그리델의 표정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 설득을 완성시키는 조미료로 과감하게 주먹을 선택한 당신의 모습에 , 도통 적응을 하지 못하는 눈치 . 자신이 알던 상식이 모래성처럼 부수어지는 끔찍한 광경에 차마 눈을 바로 뜨지 못하고 시선을 피하고 만다 .

그런데 ─ 아무리 기다려도 머리를 때리는 둔탁한 소리가 잦아들지 않아 . 그리델이 하는 수 없이 소리를 냈다 .

< 저 , 저기 , 라미레즈 씨 , 안 되면 억지로 하지 않으셔도 돼요 ... 그도 그럴 게 .. 헉 >

당신의 사심없고 자비없는 사랑의 매에 , 한층 달라진 바벨의 모습을 보고 그리델이 헛숨을 삼켰다 .

놀랄만도 하지 . 저렇게 머리가 움푹 파였는 걸 . 당신의 주먹에 호되게 찜질당한 바벨의 머리는 ,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티나게 함몰되어 있었다 . 세상에 맙소사 . 예나 지금이나 무르기 짝이 없는 머리다 . 양철 인형의 머리를 벗고 , 기껏 새롭게 다시 태어났으면서 , 밖에 보이는 모습만 달라진 건지 .

기를 쓰고 버티기 바빠 머리가 망가졌어도 관심 한 번 주지 않는 바벨이었다 . 녀석의 의지는 속에 철심을 박은 듯 꺾이지 않아 , 당신은 처음으로 바벨과의 소통에서 실패를 맛봤다 . 이제까지는 싫은 내색하더라도 당신의 뜻에 따라왔던 바벨인데 , 이렇게까지 저항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


492 미카엘라 (MnkWHLmI06)

2023-09-30 (파란날) 21:59:18

>>491

"아.. 이건 나중에 팔다리 고칠 때 같이 펴면 돼요."

들어가라니까 엉뚱한게 들어갔다. 나중에 복구하는 김에 바벨이 알아서 잘 펴겠지. 어차피 뇌가 없는 머리통이니까 좀 찌그러져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나저나 바벨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버틴다. 계속하다간 뜨지 않는 해가 뜰 때까지 꿀밤을 먹여야 할 판이다. 지금까지는 싫은 티를 내면서도 시키는건 다 하더니 갑자기 왜 이런담? 칼리번을 좋아하나? 좋아하니까 괴롭히고 그러는 거야? 사랑의 힘을 이기는 건 없다는 거야 지금?!

울며 겨자먹기로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냥 때려패서 다 되면 좋은데 협상을 해야 한다니. 어쩔 수 없이 바벨과 눈을 맞추고 안테나를 세웠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팅을 하는 기분이다.

'바벨. 뭐가 문제에요? 갑옷이랑 싸우고 싶은 거, 진짜 그게 전부에요?'

493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1:28:44



>>492

정말 낙천적인 생각이다 . 당신의 생각에 그리델도 동의했다면 좋았을 텐데 ,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 의심하는 눈은 당신이 아주 미쳐버린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있었다 .

뭐── ─어 당신이나 바벨이나 평범한 감성의 소유자는 아니니까 . 그리델의 의심은 어떤 면에서 타당했다 .

어 ─ 쨌 ─ 든 , 평범한 사람과는 상식의 궤를 달리하는 당신이다 .

이것이 생전의 당신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이라면 , 이런 시선이 당신 자신도 모르게 익숙할 수도 있겠다 .

지난날의 자국 . 당신은 모르는 당신의 흔적 .

만약에 문득 , 당신이 기억을 더듬으려고 하면 , 깎아지르는 절벽처럼 보다 깊은 기억으로 이어지는 길이 썩뚝 끊어져 있으리라 .

당신의 기억의 파수꾼바벨은 ,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당신의 열람을 허락하지 않았다 .

바벨 .

녀석의 이름을 따라 다시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 바벨은 여전히 한사코 당신의 부탁명령거절거부하고 있었다 . 당신이 바벨의 속에 들어가 , 반항의 이유를 찾으려고 해도 마땅한 대답이나 구실 ─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

어쩌면 변덕에 지나지 않을 수도 . 아니면 들킬까 조마조마하며 ─ 이유를 감추는 걸지도 .

뭐든 간에 지금 , 알기 쉽게 정돈된 문장으로 준비된 변명은 , 바벨의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


494 미카엘라 (m0fqIMSp3w)

2023-10-01 (내일 월요일) 15:25:02

>>493


"야, 라미레즈 중사님도 첫 전투 때 울었을까?"

"난 안 울었다에 10달러 건다. 그 사이코패스가 운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을 거 아냐. 짬이 쌓이면서 그렇게 된 거라고. 그럼 나는 울었다에 10달러야."

"운다는 건 오른눈도 포함하는 겁니까?"

"그건 진짜 우는 게 아니니까 빼야지. 악어처럼 그냥 나오는 눈물이잖아."

"첫 전투 때는 중사님 오른눈 멀쩡했을걸. 섬광탄에 다쳐서 그렇게 됬다는데."

초소에서 이뤄지는 사소한 군율 위반 -도박-은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라미레즈 중사에 의해 발각되었다. 라미레즈 중사는 울었다에 10달러를 걸었고, 딴 돈으로 술 한 병을 샀다.



'사람들은 왜 날 볼 때마다 저런 눈을 할까요.'

그리델의 눈을 보면 생전 초소에서 있었던 작은 해프닝이 떠올랐다. 거기 있던 사람 중 몇 명은 자신보다 먼저 죽었다. 이곳에 있을까.

각설하고 본 주제로 돌아오면, 바벨의 억지는 이유없는 땡깡에 가까워 보였다. 그리 화가 치솟거나 실망할 거리는 아니었다. 너무나 바벨스러웠기 때문이다. 싫으면 싫어. 좋으면 좋아. 이유는 필요없는 단순무식함.

"바벨이 그러면 내가 뭘 해주겠어요? 손이나 줘봐요."

결론은 그냥 바벨 손을 꽉 잡고 가자는 걸로 귀결되었다. 직접 붙들고 있으면 좀 버둥거려도 갑옷에게 못 가게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벨의 하나 남은 손목을 놀이공원에 온 엄마처럼 꽉 쥐었다.

"그냥 이렇게 하고 가야겠어요. 바벨이 이 정도로 버티는 건 처음이네요...."

495 미카주 (b2mSvMf0K2)

2023-10-01 (내일 월요일) 15:47:27

>>406
>>408

의도된 건지는 몰라도 떡밥이 풀렸네요. 쥐어뜯을 바벨 머리채가 생겨서 미카는 기쁘다..

496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6:14:01



>>494

당신이 바벨을 어떻게 다루는지 직접 눈 앞에서 본 터라 , 그리델도 차마 다른 말을 덧붙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분위기에 휩쓸렸다는 인상이 강한데 , 불만이 해소된 것은 아닌지라 나중에 또 어떻게 다시 장작에 불이 붙을지 그녀 스스로도 몰랐다 .

바벨이 제발 잠시라도 얌전하게 있어줬으면 . 그녀는 조용히 바랄 뿐이었다 .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 어째서 바벨만 저렇게 별난지 , 의아하게 생각했다 .

< ... 라미레즈 씨는 군인이셨나요 ? >

어쩌면 , 특이한 것은 바벨이 아니라 당신일지도 모른다 . 자신도 칼리번이라는 괴물을 다루는 신분 . 저것들의 생리 , 생태는 전부는 아니라도 직감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얼마 있었다 .

그런 자신의 이해에서 당신들이 동떨어져 보였다 . 그리델은 당신과 바벨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했다 .

그러거나 말거나 , 바벨은 외다리로 당신을 따라가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497 시선회피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6:17:03

>>495

498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6:52:13

뭐지 , 그러고보니 바벨 왜 외다리가 됐지 ( 동공지진 )

499 미카엘라 (/wkbCj1qVs)

2023-10-01 (내일 월요일) 18:52:55

>>496
"네. 지금은 제대했지만."

복무 종료 후 제 2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로. 아니면 사막에서 싸우다가 사막에서 싸우고 있으니 제 1의 삶이 계속 이어지는 것인가?

"바벨이 있지만 아직 손이 허전한 느낌이에요."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을 한다. 여기서는 바벨이 총이지만, 살아있을 적 익숙함이 사라지기엔 시간이 충분히 흐르지 않았다. 양 손에 묵직히 들리는 쇳덩이가 주는 안정감은 바벨과 또 다른 느낌이라.

사막 어딘가에도 총이 있을까. 바벨도 쏘고 자기도 쏘면 화력이 두 배! 정말 세상에 두려운 게 없겠다.

500 미카주 (/wkbCj1qVs)

2023-10-01 (내일 월요일) 18:53:28

>>498모래벌레 잡고 수복을 못해서 그렇지 않았나요...?

501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8:55:46

문득 신경이 쓰여서 정주행했는데 , 괴물 지렁이를 잡으면서 다리가 망가졌다는 언급을 누락했습니다 , 캡틴 멍청이 ... !

502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8:56:14

와 ! 500 레스 돌파 ! 드디어 절반을 채웠어요 !

503 미카주 (/wkbCj1qVs)

2023-10-01 (내일 월요일) 19:19:03

504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9:35:38



>>499

< 어쩐지 , 움직임이 남다르다 싶었어요 >

손짓이라던지 , 걸음걸이라던지 .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난폭한 성격도 직업병일까 , 그리델은 생각했다 . 그리고 정말로 하고 싶은 질문은 입에 담지 못한 채 , 수긍한 척을 했다 .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라고 그녀는 판단했고 , 때문에 대화의 주제는 담장을 넘어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 . 그녀가 새롭게 꺼낸 이야기는 , 당신보다 먼저 만났던 사막의 방랑자에 관한 것이었다 .

< 여기서는 시간을 종잡을 수 없으니까 , 보통은 걸음수로 말하는데요 , 그 분과는 팔 만 걸음 정도 전에 만났어요 , 저도 라미레즈 씨처럼 눈을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라 , 뭐가 뭔지 도통 모르는 상황이었죠 .

그 분께서 복잡한 생각을 교통정리해주시지 않으셨다면 , 어쩌면 저는 벌써 모래 밑에 파묻혔을 지도 몰라요 >

─ 이 사막에는 대체 몇 명의 사람이 살고죽어 있는 걸까 . 그리델의 말만 들으면 사람 만나기가 참 쉬운 것 같은데 , 정작 당신이 만난 사람은 눈 앞의 여자 단 한 사람 뿐이다 . 무슨 운인지 .

< 그렇네요 , 그 분이 알려주시지 않으셨다면 , 아마 이 길에 대한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을 거예요 . 그러고보면 저는 , 라미레즈 씨에게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도움만 받고 있네요 >

저렇게 말하는데 . 당신의 직감이 수상한 냄새를 맡는다 . 뭔가 ─ 뭔가가 ─ 석연찮은데 .


505 미카엘라 (/wkbCj1qVs)

2023-10-01 (내일 월요일) 21:04:52

>>504
8만 걸음을 일일히 세었다니. 무시무시한 집중력이다. 인간적으로야 세다 까먹으면 적당히 묻고 대충 세었겠지만, 일단 8만보 동안 걸음 세기를 멈추지 않은 게 대단하다. 이 돌발 상황이 빈번한 사막에서 말이다.

"여기 있는 사람이 꽤 많은가봐요. 저는 당신이 처음으로 본 사람인걸요."

바스러지던 그것들은 솔직히 사람으로 치면 안 되지. 그리델은 여기에 오래 있어서일까. 다른 사람들을 꽤 본 모양이다. 자신이 보았던 건 괴물들이었는데 신기하네. 신기해...

"그 분은 누구시길래? 길을 이정표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그 분이 알려주신거에요?"

506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23:41:27



>>505

< 그래요 ? 그건 .. 다행이네요 . 제가 처음이라니 말이에요 >

말꼬리를 흐린다 . 모든 만남이 유쾌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리라 . 당연하겠지 . 아니라면 그렇게 ─ 혼자서 괴물 지렁이에게 쫓길 이유가 없다 . 그리델은 자신과 스쳐지난 몇 명의 사람을 떠올리고 ,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

< 수가 얼마나 되는지 ,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 적게 만날 수록 좋은 건 분명해요 .

그러니까 ─ 라미레즈 씨는 운이 좋으셨던 거죠 >

삭막한 말이다 . 꿈도 희망도 없는 소리다 . 하기야 ─ 법과 질서가 사라진 사막이다 . 모든 방랑자는 무법자와 같았다 .

당신처럼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당신도 생각하지 않았나 . 이 길의 끝에 기다리는 것이 안정과 평화일 가능성은 낮다고 .

그리델은 지옥을 본 걸지도 모른다 . 당신은 아직 만나지 못한 지옥을 .

< 예 . 그 분께서 알려주셨어요 . 사막에서 숨쉬는 법을 알려주시고 , 걷는 법을 알려주시고 ,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알려주셨죠 . 듣기로는 , 이 사막에도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더라구요 . 그 분은 거기서 오셨대요 .

전도유망한 사람들만 모아 이 세계에 터전을 꾸리고 있대나 . 제게도 권유하셨지만 , 저는 이 세계에 큰 관심이 없어서요 >

과감하게 혼자서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는 소리다 .


507 미카엘라 (/jBk7lH9o6)

2023-10-02 (모두 수고..) 17:02:46

>>506

"....이 길을 따라서 방랑자들이 모이고 있다길래 우리가 이렇게 걷는 게 아니었나요?"

적게 만날수록 좋고 공동체도 마다하신 분이 왜 길을 따라 걷고 있을까? 손목이 잡힌 채 깽깽이질을 하는 바벨이 더럽게 걸리적거려서 아주 들쳐업어버렸다. 소방관식 운반법으로.

"생각이 바뀌셨나봐요. 하긴 모래벌레한테 쫓기면 없던 동포애도 생기겠네."

"그거 알아요? 사람은 원시인 시절부터 최상위 포식자였대요.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나무창을 던져대면 매머드도 버티질 못했다나? 모래벌레도 그런거죠."

그런데 뭔가. 이상하게 어긋난 기분이..

508 ◆.Th3VZ.RlE (/Ur1d5ATN6)

2023-10-02 (모두 수고..) 23:32:45



>>507

당신의 말에 그리델이 멋쩍게 웃어 보였다 . 옅은 미소 ─ 곤란함을 대충 모래로 덮어 가린 가짜 웃음이었다 .

< 한 시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에요 >

당신과 눈을 맞추지 않고 던지는 말 . 더 캐낼 것이 있어 보인다 . 하지만 쉽게 말할까 . 당신과 그리델의 관계성은 서로 아직 동료라 부르기에는 어설픈 것이었다 . 동료는커녕 동행에 지나지 않다 . 운명이 우연히 겹친 것에 불과한 만남 . 언젠가 파탄 나더라도 지금과 같은 거리감이라면 , 서로 아무런 미련 없이 손을 털고 헤어질 수 있을 것이다 .

거기다 벌써 한 번 ─ 그녀는 당신과 바벨의 위기를 못 본 척했다 . 다음에도 또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있을까 .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어디서 어디까지 믿어도 될는지 . 뭐어 ── ─ 정하는 것은 당신이다 .

- maaa aa aaAaaaa

시체처럼 , 군장처럼 당신의 어깨에 들쳐 매여 조용하게 죽어 있던 바벨이 별안간 소리를 냈다 . 녀석이 이럴 때는 항상 안 좋은 일이 일어나던데 ─ 아니나 다를까 , 칼리번을 뽑아 든 그리델이 멀리 도로의 저편에 생겨난 점들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

< ... 저게 뭐죠 ? >


509 ◆.Th3VZ.RlE (/Ur1d5ATN6)

2023-10-02 (모두 수고..) 23:33:01

안 돼 추석 !! 떠나지 마 !! 돌아와 !!!

510 미카엘라 (l8toAATlyk)

2023-10-03 (FIRE!) 00:12:51

>>508
영혼 없이 웃었다. 아하하. 숨기는게 있나보지? 뒤통수를 치는 일만 아니길 바란다. 자신을 배 갈라서 제물로 바치고 혼자 도망가는 대참사 말이다. 예를 들면 저기 보이는 점점이들한테.....어....? 바벨의 울음이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다.
Contact unknown on my 12. long distance!
"엄폐 엄폐! 사구 뒤에 엎드려!"

저쪽이 우리에게 보이면, 우리도 저쪽에 보인다. 즉시 길을 벗어나서 엄폐물에 숨었다. 걷는 여자를 보았을 때와 같다. 그리델 칼리번도 어서! 망설일 시간이 없어!

"빨리! 쇠가 빛나는 건 엄청 잘 보인다구요!"

채널을 열고 바벨의 조종간을 가져온다. 눈만 내놓고 머나먼 점을 주시했다.

//아직 우리에겐 하루치 단군의 가호가..

511 ◆.Th3VZ.RlE (sSFUEQar/k)

2023-10-03 (FIRE!) 01:05:49



>>510

< 큭 .. ! >

경험이 녹아든 말은 싫어도 위엄을 갖추게 된다 .

그리델은 당신의 판단이 옳다는 것을 직감하고 당신을 따라 길 위에서 벗어났다 . 그리델을 안아 든 칼리번은 보기와 다르게 날랜 움직임으로 , 단 한 번의 뜀으로 사각지대까지 자신과 주인의 위치를 옮겼다 .

결심도 빠르고 행동도 칼과 같다 . 유사시에 당신의 발목을 잡을 일은 없어 보인다 . 불안 요소는 오로지 바벨 . 바벨이었다 . 아직 다리와 팔을 회복하지 못한 바벨이 , 이대로 적의 파상 공세에 노출된다면 재미와 담을 쌓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

그리고 그 때 ─ 발목을 붙잡는 당신들을 과연 그리델이 구하려 들까 .

- Maaaaa Aaa aAAa

바벨의 눈이 거동수상자들을 포착한다 . 세 사람 ─ 아니 네 사람이다 . 여성과 남성의 혼성 조합 . 혼이 빠진 모습으로 길 위를 따라 터덜터덜 걷는 것이 , 묘하게 낯이 익다 . 이런 상황 ─ 전에도 있지 않았나 .


512 미카엘라 (wbPPBDLs3I)

2023-10-03 (FIRE!) 01:20:23

>511
폭력에 익숙지 않은 것 치고 행동이 빠릿빠릿하다. 모래벌레의 공격을 흘려내던 움직임이 어디 가지 않은 모양이다. 발목을 잡을 일은 없지만, 바벨과 자신의 발목을 걷어찰지도 모를 일이지..

"영혼 빠진 사람 넷이 길을 따라 걸어와요. 무기는 없고 같이 다니는 괴물도 없어요."

"약을 빨았나 죽은 걸 알고 미친건가. 저런 사람들 본 적 있어요?"

부러 모르는 시늉을 하면서 그리델을 떠보았다.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그리고 자신은 네 사람 말고 주변에도 수상한 게 없는지, 근방을 크게 둘러보았다. 경험상 저것들은 위협이 될 만한 게 아니었다.

513 ◆.Th3VZ.RlE (sSFUEQar/k)

2023-10-03 (FIRE!) 02:00:13



>>512

< ... ... 넷이요 ? >

이해되지 않는 문제와 맞닥뜨린 학생처럼 ,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한다 .

머리만 빼꼼 꺼내서 , 뒤따라 상황을 확인한 그리델은 어째서 저런 게 「 넷 」이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

< ... 있어요 >

아무래도 솔직한 대답 같다 . 그리델은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저들과의 거리를 보면서 , 여유를 확인하고 , 남겨진 시간 사이에 자신이 아는 바를 당신에게 설명하려 했다 .

< 저것들은 시체예요 . 모래로 속을 채운 가죽 주머니walking dead예요 .

알맹이는 다른 누군가에게 잡아먹히고 , 생선뼈처럼 못 먹는 부위만 저렇게 버려진 거죠 .

저것 자체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지만 ... >

남은 말은 ─ 구태여 듣지 않아도 알 것이다 . 바벨의 시야에 드러나는 것은 저들이 전부 . 다른 위협은 감지되지 않았다 . 특수한 수단으로 자신을 숨기는 게 아니라면 , 감지 능력의 범위 안에 적은 존재할 수 없다 .

그리델은 한 발 먼저 길로 되돌아가서 , 다가오는 시체와 마주했다 . 그것들은 칼리번이 주는 위압감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 끝내 ─ 아무런 위해도 끼치는 일 없이 그리델을 스쳐지났다 .


514 미카엘라 (K0MdeYOEaM)

2023-10-03 (FIRE!) 02:36:19

>>513
그리델의 증언은 자신의 기억과 일치했다. 특히 모래로 속을 채웠다는 묘사가 그렇다. 그리델은 알고 자신이 모르던 것도 있었다. 저것들은 구멍뚫린 조개껍질과 같다는 것.

"문제는 누가 잡아먹었냐 하는 것이로군요."

그리델의 뒤를 따라서 터덜터덜 걸어왔다. 역시 네 사람은 일행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시체라고 해시 그냥 보내줄 생각도 없다. 그리델이 모르며 자신이 아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죠. 이것도 먹을 수 있어요."

자신도 이 가죽 푸대들에 대한 경험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네 사람의 머리를 하나씩 하나씩 손가락으로 밀어버렸다. 그러면 몸뚱이는 모래성처럼 쓰러지고, 고깃덩이가 되고, 바벨이 먹겠지.

"포식자가 있으면 청소부가 있는게 섭리니까요."

칼리번은 이런 거 안 먹나봐. 똑같은 걸 보는데 생각하는게 딴판이다.

515 ◆.Th3VZ.RlE (sSFUEQar/k)

2023-10-03 (FIRE!) 03:33:01



>>514

< 네 ? 응 ? 엑 ? >

그리델은 ─ 상상도 못한 일이 눈 앞에 벌어졌다 .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이 떨어진 시체들을 바라봤다 . 떨어진 목의 행방을 쫓아 눈알을 굴렸다 . 연달아 주르륵 쓰러지는 목 아래 남은 몸들을 , 경악하며 쏘아봤다 .

< 무슨 , 무 , 뭐 , 뭐죠 , 뭐야 ? 왜 ? 왜요 .. ?!? >

다음은 익히 아시는 장면 .

네 구의 시체가 네 개의 덩어리로 변한다 . 고기로 만든 경단처럼 뼈와 살이 삐걱이며 둥글게 ─ 둥글게 뭉친다 . 다리가 하나 밖에 없어서 현장에 한 발 늦게 도착한 바벨은 , 몇 번을 봐도 적응되지 않는 기괴한 광경에 다급하게 ─ 황급하게 팔을 들었다 .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펼치고 엄지를 제외한 네 개의 손가락을 동시에 발사해내는 바벨 . 부랴부랴 급하게 열을 삼키느라 , 각각의 경단을 완벽하게 파괴하기에는 다소 위력이 부족했다 . 때문에 ─ 칼리번까지 나서게 됐다 .

고기를 자르고 뼈를 끊는 , 무시무시한 위력의 검격에 엉망진창 곤죽이 되는 경단 하나 .

바벨이 나서서 팔목 밖에 남지 않은 팔을 송곳처럼 경단에 찔러박아 , 하나를 더 부쉈지만 그래도 두 개가 더 남았다 .

가장 가까이서 , 가장 먼저 총격에 맞은 경단이 구멍을 메우지 못하고 자괴하여 , 마지막으로 하나가 남았다 .

눈치채면 마지막 남은 경단은 더이상 경단이 아니었다 . 뭉치고 뭉친 끝에 , 한계까지 작아져서 , 새롭게 형체를 갖추고 있었다 .

가죽을 입지 않아 적나라하게 드러난 살과 근육이 ─ 뼈가 흉측하지만 , 분명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몸이었다 . 다리가 있으니 걸을 수 있을 것이다 . 팔이 있으니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 . 머리가 있으니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눈이 있으니 ─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516 미카엘라 (dG/4Gm.m2M)

2023-10-03 (FIRE!) 12:43:11

>>515
"아. 쓰읍.."

경단 상태에서 확실히 다져놓지 않으면 저렇게도 되는구나? 가죽 벗겨진 사람 꼴이 되다니. 신발끈을 매는 척 하면서 모래를 한 줌 쥐었다. 가죽 없는 사람에게 눈이 있었다.

"건드리면 모래성처럼 무너져요. 그리고 고기경단이 되어서 뭉치는데, 그 때 제대로 다져주지 않으면..."

"저렇게 되나보죠. 그래도 칼리번 칼질 한번이면 두동강나겠네요."

여기엔 사람 둘 괴물 둘 해서 무려 넷이다. 사소한 실수가 있었지만 고작 되다 만 사람에게 패배할 리 없다. 갑자기 겨드랑이 밑에서 팔이 또 자라거나 힘이 헐크 수준이 아니라면 자기 혼자서 이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총은 비틀거리지만 칼이 있는데 굳이 손으로 쳐야 할 이유가 없었을 뿐.

517 ◆.Th3VZ.RlE (eMRknQ24m6)

2023-10-04 (水) 20:09:37

이예이 - 갱신합니다ㅏㅏㅏㄺ

518 ◆.Th3VZ.RlE (eMRknQ24m6)

2023-10-04 (水) 20:24:57



>>516

괴물은 형체를 갖추고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

가만히 서서 ─ 단지 눈만으로 주변에 모인 < 배우 > 들의 면면을 확인할 따름이었다 .

그리델은 그런 괴물의 모습에 꺼림칙해하면서도 , 당신의 말대로 칼리번을 움직였다 .

우직하지만 , 그래서 그만큼 더 피할 길이 없는 검선으로 괴물의 머리를 따냈다 . 괴물은 처단을 강행해오는 검을 상대로 ─ 저항다운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순순히 베여 넘어졌다 .

─ 정말이지 모든 게 다 수상한 광경이었다 .

바벨이 경단에서 찔렀던 팔을 빼내자 , 녀석의 손목은 파편이 났던 게 거짓말처럼 원형을 갖추고 있었다 . 턱을 찢듯이 벌리자 입 속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이 생겨났고 , 흐름이 가속될 수록 경단들의 색 또한 옅어졌다 .

바벨의 포식 행위를 처음 목격한 그리델은 , 바벨이 이로써 잃어버린 팔과 다리를 되찾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놀라했다 . 이제까지 칼리번은 바벨처럼 다쳤던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

- MaAAAAaaAAa

완치를 알리는 포효를 요란스럽게 지르는 바벨 . 이대로 칼리번에게 돌격하지 않을까 그리델이 우려했지만 ,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 배가 부르자 날뛸 생각도 잦아드는지 녀석은 경단들의 잔해를 밟아 부수는 일에 더욱 집착했다 .

< ... 뭐였던 걸까요 ? >

그리델이 걱정스럽게 묻는다 . 아무래도 방금 전 일어났던 일은 그리델로서도 처음 보는 현상이었나보다 .


519 미카엘라 (pAJbuFmlp2)

2023-10-04 (水) 23:52:29

>>518
애벌레 시절엔 나뭇잎을 갉아먹고 나비가 되면 꽃꿀을 먹는다. 바벨도 비슷했다. 저번에는 살점을 직접 흡수하더니, 얼굴이 생기고는 색깔을...마셨다. 만화적으로 생각하면 정기 비슷한 걸 마신걸까. 바벨은 무채색 다진고기 위에서 탭댄스를 춘다. 바벨은 회복되었다.

"사람처럼 생긴 것들은 전부 이상하게 약하단 말이에요."

칼리번은 그냥 가죽 없는 사람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냥이란 단어를 붙인 이유는 겁먹은 농노의 머리를 기사가 치는 것보다 싱거웠기 때문이다. 가죽 없는 사람은 괴물보다도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았다. 그리델 말대로 시체와 같다.

모래가 되는 사람, 가죽이 없는 사람, 모래벌레 안의 사람. 전부 생긴거에 비해서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위험했던 모래벌레 안의 사람도 반신불수 바벨에게 맞아죽었다.

"괴물에게 잡아먹히고 남은 찌꺼기인가? 피와 살이 아니라 영혼을 빨렸을지도요."

그 사람 비슷한 것들에 대해선 자신도 할 말이 적었다. 애초에 사막 경력도 그리델보다 짧고.

//이예이ㅣㅣㅣㅣㅣ

520 ◆.Th3VZ.RlE (eMRknQ24m6)

2023-10-04 (水) 23:56:56



>>519

정말로 아무 일도 아닌 걸까 . 그리델은 불안을 지울 수 없었다 . 애초에 이들은 어디서 온 거지 . 누구에게 습격을 당한 거지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그리델을 망설이게 했다 . 이대로 , 이대로 계속 도로를 이정표 삼아도 되는 걸까 . 이제라도 물러서서 , 다시 사막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

< ... ... 라미레즈 씨 , 저 사람들 , 저렇게 되기 전에는 뭘했다고 생각해요 ? >

그리델의 낯빛이 흑빛이다 . 그녀는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일을 머릿속에 떠올린 듯하다 .


521 미카엘라 (6i8/EPDOfM)

2023-10-05 (거의 끝나감) 00:20:59

>>520
글쎄다. 자신은 생각을 하지 않는 여자라서. 하지만 그리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것도 같다.

"우리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어가다가. 안 좋은 일을 당한 후 저쪽에서 이쪽으로 돌아오는 거라고.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

이 길 자체가 사람을 꾀어내기 위한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하긴, 저도 길 밖에서는 이런 걸 못 봤어요. 길 밖에는 괴물들만 있죠. 모래벌래도 길 밖에 있었죠."

이 길은 사람이 만든 길이 아니라고 했었다. 그리델이 한 말이다,

522 ◆.Th3VZ.RlE (IHjKp45gvw)

2023-10-05 (거의 끝나감) 00:34:29



>>521

< 조금 더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 이 길의 끝에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걸지도 모르죠 >

네 명이다 . 어떻게 네 명이 모두 당할 수 있지 . 서로 간에 죽이고 죽였다면 이렇게 될 수 없다 . 그리델은 칼리번을 지우고 , 도로와 사막을 번갈아 바라봤다 . 만약 < 사교적인 모임 > 이 벌써 파탄났다면 , 이 길을 계속 따라갈 이유도 사라진다 . 앞으로도 계속 사막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 헤매겠지만 , 꼭 필요하지도 않은 위험을 수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

< 라미레즈 씨는 어쩌실 거예요 ? >

이대로 이 도로를 따라갈 건지 , 아니면 내려갈 건지 , 그녀는 눈으로 묻고 있었다 .


523 미카엘라 (byOpNxIQYY)

2023-10-05 (거의 끝나감) 16:57:25

>>522
한 술만 더 떠서, 아예 끝이 없을지도. 그리델을 빤히 보았다. 그녀는 억지로 끌고 가야 하는 부하도 아니었다.

"굳이 싫으면 다른 곳으로 가죠. 어디로 가든 되는 대로 될 테니까."

꽤나 싱거운 반응이다. 바벨에게 물어보면 길 위에 나오는게 뭐든지 쳐부수고 걸어가기 위해 길을 벗어나지 않겠다고 버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입체적이면서 오싹한 의견이 제시된다.

"하지만 운명은 우리를 곤란함으로 끌고가는 새디스트같은 존재라서. 어떤 초자연력..에 의해서 여기로 되돌아오는 상황이 닥치지 않길 바라야겠네요."

524 미카주 (PdQpSQMad6)

2023-10-06 (불탄다..!) 12:30:17

연휴붙은 주말은...온다...!

525 ◆.Th3VZ.RlE (g8uDeS0tfM)

2023-10-07 (파란날) 01:18:24

이것은 ... 캡틴잊니까.. ? 아니요 , 시체입니다

에너지 충전해서 오늘 오겠슴다
..

526 ◆.Th3VZ.RlE (g8uDeS0tfM)

2023-10-07 (파란날) 20:32:03



>>523

< ... 그런 억지스런 상황이 벌어지려구요 설마 >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 일에 이정도면 훌륭한 플래그가 아닌가 싶지만 , 우선 넘어가는 분위기다 . 그리델은 더이상 도로를 따라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고 , 행여나 있을지 모르는 위험을 피해 도로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지기로 했다 . 하지만 바벨은 이런 선택을 반기지 않았는데 , 당신들은 모르는 이유로 도로를 계속 나아가려고 했다 .

당신이 위험을 강조하며 아무리 꿀밤을 때려도 듣지 않을 기세 . 녀석이 부쩍 당신의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 바벨의 뜻을 존중해 멋대로 내버려둔다면 그리델과는 여기서 작별해야할 것이다 .


527 미카엘라 (HYIs29yTZ2)

2023-10-07 (파란날) 23:21:25

>>526
"...."

말하지 않고 웃었다. 이미 기묘한 사후세계에 떨어진 시점에서 운명이 부리는 억지의 상한선이 뚫리고 말았는데.

어쨌건, 의견은 도로를 벗어나자는 가닥으로 잡히고 모두가 모래바닥으로 내려왔다. 모두? 한 명이 빈다. 바벨이 혼자서 도로 위를 따라가며 멀어지고 있다. 탈영병이다!!!!

그대로 바람처럼 달려가 바벨의 배후를 덮쳐버리고 '약간의' 드잡이질을 통해 질질질 끌고오려고 한다. 일단 바벨이는 여기 살아 엄마는 갈 거야 하는 엄마보다는 성실...한가?

528 ◆.Th3VZ.RlE (Z9IUcXXP6w)

2023-10-08 (내일 월요일) 02:32:12



>>527

바벨은 차마 이루 말하기 힘든 모양으로 당신에게 끌려내려왔다 . 저 철없는 녀석 같으니 . 몸이 양철인 것과 철이 드는 것은 아주 별개의 문제인 걸까 . 녀석이 언제 청개구리 기질을 완전히 버릴 수 있을지 . 지켜보는 그리델은 멀리서 희극을 보는 눈이었다 .

그리고 곧 비극이 되겠지 .

도로를 벗어나면 또다시 괴물들의 영역권이 될테니 그녀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게 안전을 위해 좋을 거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신이 못 버틸 것만 같으니까 .

< 도로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려면 , 결국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야겠네요 . 이견은 없으시죠 ? >


529 ◆.Th3VZ.RlE (Z9IUcXXP6w)

2023-10-08 (내일 월요일) 02:32:38

>>527 ㅋㅋㅋㅋㅋㅋ 어디서 이런 찰떡 같은 짤을

530 미카엘라 (vnViQsrjTU)

2023-10-08 (내일 월요일) 13:42:13

여기서 딱 직선상에 놓인 물체까지 걸어간다. 저기 사구까지 가면 또 직선상의 물체를 기준잡고 걸어간다. 기준을 자주, 정확히 잡고 걸으면 같은 곳을 도는 걸 막을 수 있다. 초자연력이 없다면 말이다.

"네, 저어기 사구를 보고 걸어가죠."

그리고 도로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바벨은 질질 끌릴 운명이다. 모래바닥이라 아프지 않을 것이다. 걷느라 다리가 아프지도 않고. 바벨 출세했네 출세했어.

그리델은 저 양아치 덤앤더머를 볼때마다 번뇌가 끓어오르는 모양이지만, 양아치들에겐 그닥 관심사가 아닌 듯 보였다. 바둥거리면서 모래에 자국을 남기는 바벨과 그런 바벨의 다리를 잡고 수레처럼 끌고가는 주인의 꼴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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