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633 미카엘라 (yDSixDXvhM)

2023-11-07 (FIRE!) 02:22:24

"흙은 흙으로.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그리델은 이미 먼지가 되어 흩어진 모양이었다. 그녀가 미카엘라에게 했던, 기계같다는 말의 어원을 엿볼 수 있었다. 죽고 나서 엉망진창의 사막에 떨어져도 운명이니까 그러려니 하는 미카엘라를. 진짜 그렇게 생각하던 미카엘라에게 그리델은 자신의 혐오스러운 면을 보았을 것이다. 살기 위해 사는 기계.

사라진 그리델을 보고 자기도 저렇게 되려나 옷을 들추어 구멍난 옆구리를 확인하는 생존기계 미카엘라를, 그리델은 푸른 눈으로 제대로 보았다.

그 와중에도 그리델의 기억 중 한 기억이 이상하리만치 튀어오르고 있었다. 어떤 사람에 대한 기억이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헨리 포드를 그리델이 직접 만났다- 하는 건 아니다. 사막에서의 기억이었으니 말이다. 그 사람은 생전에 만난 기억이 없는데도 어딘가에서 만났다는 기이한 확신이 있었다.

정말로 만났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무의식 속의 인물? 아니면 망자들을 사막으로 끌어오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사람 행세를 하나. 머리채가 잡혀 끌려오는 중에 얼굴을 슬쩍 보았나? 기상천외한 사막은 망자의 상상력 증진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

그 누군가에 대한 그리델의 기억을 돌려보면서, 미카엘라는 터벅터벅 배로 돌아간다.

634 ◆.Th3VZ.RlE (w0tSjYNd0A)

2023-11-08 (水) 00:02:19

오늘은 ... 자ㅑㅇ겠어요 ... 내일 옵니다ㅏㅏㅏ

635 미카엘라 (3yXkpJiImw)

2023-11-09 (거의 끝나감) 23:30:08

갱신하고 가요 으어 죽겠다!!

636 ◆.Th3VZ.RlE (p4g8m1rL72)

2023-11-09 (거의 끝나감) 23:50:53

갱신하고 쥭습니다... 글 쓰고 싶은데 너무 피곤해... 내닐맘에 봐요...

637 ◆.Th3VZ.RlE (rRtB8h8.7E)

2023-11-10 (불탄다..!) 22:16:42



>>633

타인의 기억 속 < 누군가 > 는 남자였다 . 또는 여자였다 . 젊은 사람이었나 . 아니면 노인이었나 .

안개가 낀 것처럼 . 필름이 다 타버린 것처럼 . 그에 대한 모든 기억이 흐릿하다 . 몇 마디 말로써 겨우 조금 , 조금이나마 그에 대한 인상을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이다 .

《 그 ─ 래 , 여기는 너희들 말로 , 사후 세계라고 하는 곳이야 , 모든 사람의 종점 , 모든 이야기가 마침표를 찍는 곳 , 하지만 드물게도 너희들처럼 ,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이렇게 이 세계에서조차 안식을 얻지 못하고 방황하고 , 방랑하게 되지 》

《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거냐구 ? 관점에 따라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 우리 < 사장님 > 도 같은 생각일 테니 , 혹시 너도 관심이 있을까 ? 안 그래도 마침 같이 일을 할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었거든 . 무슨 일이냐니 , 뭐 대단한 건 아니고 ,

여기저기서 생존자들을 모아 사막 위에 터전을 꾸리는 중이야 . 이런 괴물들이 들끓는 세계라도 ,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 , 이 세계의 주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 》

《 괜찮아 괜찮아 ,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 , 그러고보니 너처럼 , 이 세계를 벗어날 방법을 찾는다던 녀석이 있었어 . 동료도 제법 있었고 , 나더러 생각이 바뀌면 찾아오라던데 , 네 생각이 그렇다면 한 번 거기로 가보는 게 어떨까 ? 이정표는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 그도 그럴 게 그렇게 큰 길은 이 세계에 달리 존재하지 않거든 》

.
.
.


그리델로부터 물려받은 기억은 이게 다였다 . 생전의 기억에 반해 , 사막에서 눈을 뜨고 새롭게 새긴 기억들은 모두 휘발성이 강해 이마저도 겨우 건진 것이다 . 정체불명 ─ 신원불명의 목소리를 어디서 만났다고 당신은 , 낯익게 느낀 걸까 . 그러나 분명했다 . 사막 어딘가에서 , 마침내 만나게 된다면 , 당신은 분명 저 사람을 알아볼 것이다 .

그리고 그것이 , 어떤 열쇠가 되리라 .

정말이지 신기한 감각이 아닐 수 없다 . 오컬트 신봉자들이 말하는 육감이니 하는 것들이 , 어쩌면 이런 것일까 . 타인의 기억을 수집하는 것도 , 마냥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몰랐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 다시 되돌아온 범선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것을 보면 , 전보다도 더욱 유령선처럼 보이는데 평범한 신경을 지닌 사람이라면 도무지 이것을 타고 사막을 항해하자는 생각은 못할 것이다 .


638 미카엘라 (Tsr5DFTuwk)

2023-11-10 (불탄다..!) 23:14:40

그리델이 품은 희망에 대한 기억이다. 십중팔구가 날아간 메모리에서 살아남은 기억들은 이유가 있었다. 그리델은 그 사람의 말에 희망을 품고 미카엘라를 만나 길 위에 올랐다. 그녀가 두 번 죽은 이유는 희망에 의심을 품고 딴 길로 빠져서일지도 모른다. 옛날 이야기에서 의심이 파멸을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계속 길을 따라가면 거기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남는 게 시간이니 다시 돌아가볼까. 그리고 사장님이라는 사람은 또 누구인지.

".....으엑."

사장님. 나쁜 직감이 들었다. 아포칼립스 영화에서 나오는 기분나쁜 교주 캐릭터 말이다. 모든 것이 무너질 때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규합하지만, 뒤에서는 자기의 음침한 욕망을 채우는 사람. 아니면 사막의 괴물왕같은 존재가 망자들의 머리에 기생충을 심어 자신의 입 안으로 기어들어오게 하는 걸까? 연가시가 곤충을 물에 뛰어들게 하듯. 미카엘라는 신기하고 기묘한 감각에 몸을 조금 떨었다. 그렇게 걸으면 어느새 을씨년스러운 범선 앞에 서 있었다.

유령선의 선장이 되려면 항해술부터 알아야겠는데, 문외한 미카엘라에게는 까마득하다. 타륜 같은 걸 돌리나..?

"바벨! 나 왔어요!"

우선 배 위에 올라야 할 일이다. 미카엘라는 바벨을 불렀다. 그 흰색 머리카락을 내려다오!

639 ◆.Th3VZ.RlE (iJ53nP0OP6)

2023-11-11 (파란날) 22:47:40



>>638

대답이 없다 . 반응이 없다 . 유령선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이상한데 . 당신은 분명 바벨을 배에 내버려 두고 왔다 . 바벨이 아무리 정신 사납게 논다지만 당신을 버려두고 훌쩍 떠나버릴 녀석은 아니지 않나 . 사연이 있을 터다 . 이유가 있을 거다 . 혹시 녀석이 배탈이 나서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닐까 . 그래서 당신을 마중 나오지 않는 건 아닐까 . 당신은 그리델과는 다르게 바벨의 신변에 이변이 생겨도 어떤 피드백도 받을 수 없었다 . 덕분에 여지껏 무사할 수 있었지만 , 바벨이 멋대로 어디서 객사해버려도 당신은 깨달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 실제로 전에도 , 바벨이 괴물 지렁이를 잡고 남은 부산물 , 찌꺼기들에게 습격 당할 때도 현장에 가서야 뒤늦게 사태를 알아채지 않았던가 .

배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 이대로는 알 방법이 없다 .


640 미카엘라 (LSw3gJH8WU)

2023-11-12 (내일 월요일) 00:15:27

"바벨?"

지금 칼리번 먹고 신나서 미카엘라 목소리가 안 들리나?? 야! 다시 불러봐도 바벨은 대답이 없다. 싸울때만 믿음직한 깡통같으니.. 망할 깡통.. 깡통 바벨..

미카엘라는 꼼짝없이 짝꿍 괴물 없이도 혼자서 잘해요 프로그램을 찍어야 할 판이다. 배를 처음 보았을 때는 도무지 바벨의 도움 없이 오를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지금은 어디 부서진 틈새나 끊어져서 늘어진 밧줄이 새로 생겼을 법 한데. 어디 적당한 게 없나? 미카엘라는 배 주위를 총총 뛰며 돌았다.

641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2:26:28



>>640

새삼스럽지만 , 정말 심각하게도 파괴되고 파손되었다 . 이게 모래가 아니라 다른 배들처럼 물 위에 띄우는 배였다면 진작에 침수되고 가라앉았을 중상이다 . 바벨 녀석이 신이 나서 날뛴 여파로 의심되는 구멍이 당장 살펴본 것만 해도 서너 개는 됐으니 , 저기 저 비교적 지면에 가까운 구멍을 통해 들어가면 또 새로운 길이 나타나지 않을까 .

배를 차지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 선내를 탐색하는 것도 어느정도 정해진 일이었을 터 . 그렇게 살펴보는 동안에 배를 움직일 실마리를 찾게 될 수도 있었다 .


642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2:33:03

이걸 탈 수 있을까? 낡은 운동화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모래가 수십 양동이처럼 밀어칠 판이니. 싸움은 싸움대로 하고 손에 들어오는 건 아무것도 없을지도.

"이것 참 노숙자 소굴도 아니고."

갈곳 없는 노숙자들이 들어가서 밤을 보내는 조형물이라고 해도 믿겠다. 미카엘라는 투덜대며 가까운 구멍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643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2:45:19

주말의 끝에 tmi를 조금 끼적여보자면. 미카 눈에 대한 설정은 이 캐릭터에게서 따왔어요!

만화 원본(레비아탄)을 직접 찾아보니 눈으로 하는 마약에 중독되서 저런다네요. 평온한 표정으로 눈물만 줄줄 쏟는게 기괴하면서도 강렬해보여서. 기억해 두었다가 미카를 만들 때 쓴 소재에요. 세부사항은 섬광탄에 다친 눈이랑 눈물 문신으로 바꿔주고 이미지만 살려서 가져오는 방식으로 말이죠

644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2:50:09



>>642

우선 ─ 이 배는 2층으로 된 전열함이었다 . 배의 밑바닥은 모래 밑에 깊숙이 파묻혀 밖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고 , 구멍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내부는 당신과 바벨이 신세졌던 선창보다 한 층 더 위에 있는 포갑판으로 국한됐다 .

일찍이 당신과 바벨이 처음 배에 침투할 때는 포문이 모두 닫혀 있어 내부 사정을 알 길이 없었으나 , 이렇게 생겨난 통로로 들어와 보니 보란 듯이 밧줄에 묶인 포가 당신을 반겨준다 . 사용을 관둔 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흐른 듯 모든 포가 빠짐없이 녹이 슬고 낡았는데 , 어디로 갔는지 싣고 쏠 포탄도 보이지 않는다 .

떨어졌던 선창에도 비슷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으니 , 애초부터 탄을 싣지 않았던 걸까 . 당신에게는 아쉬운 소식이리라 . 그렇게 볼 것이라고는 장식으로 쓰기에도 모자란 버려진 포만이 전부인 갑판 . 쓸쓸하게 넓기만 한 공간은 퉁명스럽게 더 볼 것 따윈 없으니 위로 오르던 아래로 떨어지던 알아서 하라며 당신에게 길을 제시하고 있다 .


645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2:52:29

>>643 오읍어 , 저렇게 광광 우는 이미지였습니까 , 미카엘라 ! 저는 끽해야 이 친구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

646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2:58:54

미카엘라의 캐릭터가 톡톡 튀는 게 , 어쩐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

이렇게 되면 바벨의 이미지가 시작된 지점도 말씀드려야 할 거 같은 기분 ! 정말 좋아하는 작품의 크리쳐로 등장하는 이 녀석으로부터 바벨의 기본 골자를 가져왔습니다 . 애초에 이드들부터가 IBM 이나 스탠드의 영향을 짙게 받은 것들인데 , 그 중에서도 바벨은 특히나 스트레이트한 편이네요 !

647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3:10:05

달빛이 깨진 틈으로 포갑판 안을 채웠다.

녹슨 화포들. 화약도 포탄도 없이 다 썩어버린 포만 휑뎅그레 남아있는 전경은 이 배와 어울렸다. 그저 뒤틀린 고풍스러움을 표현하는데 사용하는 소품 정도의 물건들. 바벨이 포문들 사이를 오가면서 사격할 정도는 되겠다. 배 밖에서는 안을 보기 어렵고 위치를 바꾸며 쏘면 적들의 정신을 빼놓을 수 있을 거다.

"뭔가 싣기엔 좋아보이네요."

생존에 필요한 자원이 없는 사막에서, 대체 뭘 부랴부랴 싸들고 다녀야 하는지는 차차하고 말이다.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라면 사람들을 태우고 다녀도 좋겠다. 황량한 사막에서 천장과 벽은 찾기 어려운 것이니까 태워준다면 좋다고 할 사람들이 많겠지.

미카엘라는 작은 감상을 끝마치고 위쪽으로 걸음을 향한다.

//그렇습니다 광광 울던 것이었습니다..

648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3:14:17

>>646 아아아!!! 제가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캐릭터들 두뇌전이나 뛰어난 밀리터리 묘사나....그리고 그 실눈할배도 매력있는 캐릭터였구요!

양철이 말린 생김새랑 원할때 사라졌다 나타나는게 이제 뭔지 정확하게 알겠네요!

649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3:15:29

+바벨이 말 안듣는것도 주인공의 IBM이랑 똑같군요..

650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3:27:24



>>647

하나뿐인 통로를 기어오르자 자연스럽게 노천갑판으로 이어진다 . 이것 말고도 쓸 수 있는 통로는 하나 더 있었지만 , 거기로는 바벨이 먼저 다녀간 뒤라 멀쩡하게 밟을 수 있는 부분이 오히려 더 적었다 .

멍청한 바벨 . 화살만 피하면 됐지 왜 , 뭐하러 다 부수고 다니는 걸까 . 정말이지 섬세한 일과는 담을 쌓은 괴물이었다 . 하지만 어쩌랴 , 녀석이 당신의 파트너인 걸 , 그런 파괴적인 충동에 몇 번이고 목숨을 구했다 . 다소 당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도는 , 참아줘야만 할 것이다 . 아무튼 , 뭐가 됐던 선상에 오를 수 있었다 .

위치를 보아하니 현단을 다 내려오면 보이는 네모난 출입구 같은데 , 바로 근처에 바벨이 뚫어놓은 구멍이 보인다 . 조금만 더 거리가 가까웠다면 , 이 통로도 못 쓸 것이 됐으리라 . 이렇게 난장판을 쳐놓은 장본인은 어디로 갔나 하면 , 웬일 , 녀석은 칼리번이 있던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멍청한 눈으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 …

바벨은 당신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모르고 , 그렇게 가만히 움직이지 않았다 . 마치 혼자서 골똘히 생각할 것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간의 활약이 무색하게 주변에 무방비해진 것이다 .

──- 그런데 녀석에게 생각이라니 , 그것만큼 어울리지 않는 게 또 있을까 .


651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3:29:34

>>649

652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3:34:14

미카엘라의 성격이 성격이라 깊게 다루지 않고 지나갔지만 , 그리델이나 가면 쓴 사람의 이드는 주인의 말에 잘 따랐지요 , 구렁이는 특히나 나는 상관하지 말라는 부담스러운 명령까지도 거부하지 않았어요

653 미카엘라 (IfdLtKRMKY)

2023-11-12 (내일 월요일) 23:42:31

???

누워서 뭐 하나. 눈 뜬 채로 죽었나? 설마 저러고 있는다고 미카엘라의 부름에도 답하지 못한 건가. 저렇게 대자로 퍼질러서 하늘이나 올려다보다니.. 진짜 뭐 하는거야? 평소의 바벨이 할 행동이 아니었다. 칼리번을 흡수한 여파일지도 모른다. 충격적인 장면에 미카엘라의 턱이 떡 벌어졌다.

"바벨?"

뒷짐을 지고 바벨의 머리 뒤로 걸어갔다. 군화가 나뭇바닥에 부딪히면서 무거운 소리가 났다. 저걸 걷어찰까 말까 찰까 말까. 한 걸음에 수백번씩 고민을 했다.

"뭐..하는 거에요?"

654 미카엘라 (IfdLtKRMKY)

2023-11-12 (내일 월요일) 23:44:10

>>652

655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3:59:42



>>653

흑단처럼 검은 눈을 , 검은 눈꺼풀이 덮는다 . 바벨은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 , 눈을 감고 누워서 버텼다 . 이건 또 처음 보는 반응이다 . 전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행동이라 할 수 있을지도 . 하지만 여전히 속내를 알 수가 없다 . 녀석에게 이입하여 행동의 의미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 다소 모습이 사람처럼 바뀌었다고 해서 , 그 내용물까지 당신과 같아진 것은 아니라 , 녀석은 여전히 사람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다양한 감정이 부족했다 .

이 상황에 이르러서도 , 녀석이 정말로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불명확했다 . 녀석은 기본적으로 블랙박스 ,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연이었다 . 당신은 잠시 녀석의 안에 발을 담글 수 있었지만 , 그것만으로는 녀석을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 바닥이라 생각했던 것이 정말로 바닥이었는지 , 당신은 확신할 수 있을까 .

이번 전투만 하더라도 그렇다 . 녀석이 당신을 얼마나 곤란하게 만들었는지 . 운이 좋아 살아남았지만 , 상대가 보다 나은 상황 , 나은 조건을 갖고서 전투에 임했더라면 , 쓰러지고 잡아먹힌 것은 당신이었을 것이다 .

오늘 같은 사고는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 .

당신이 앞으로도 살아갈 생각이라면 , 녀석이 당신에게 감추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


656 미카엘라 (1y82wdy9Y.)

2023-11-13 (모두 수고..) 00:02:02

답레는 내일 달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657 ◆.Th3VZ.RlE (fQi/5z3FbY)

2023-11-13 (모두 수고..) 00:06:11

예아 , 안녕히 주무세요 !

658 미카엘라 (aijaDTK91U)

2023-11-13 (모두 수고..) 15:01:03

"하아...바벨..."

이젠, 패는것도 지친다. 사람은 좀 패면 말을 듣는 척이라도 했는데. 바벨의 머리통을 걷어차거나 마운트를 잡고 주먹을 내리꽂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한다. 오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오늘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은 푸닥거리를 너무 심하게 했다.

"바벨도 생각을 해요? 무슨 생각을 하는데요?"

그래서 옆에 같이 벌렁 누워버렸다. 보이는 건 아직도 커다란 보름달이다. 정말 욕지거리가 나올 정도로 한결같다. 달은 조금도 더 차거나 더 기울지 않았다. 미카엘라는 넋두리를 주절댄다.

"생각을 하면 말도 좀 해보라구요. 사막에서 믿을 거라곤 둘밖에 없어요. 이러기에요 정말?"

"뭘 해줘야 그 입이 열릴까. 내가 뽀뽀라도 해 줘야 하나. 응?"

659 미카엘라 (SDBzcpZqTg)

2023-11-16 (거의 끝나감) 17:56:59

갱신합니다...껙..

660 ◆.Th3VZ.RlE (9vRhGZk2CY)

2023-11-16 (거의 끝나감) 22:32:21

수능 ... 치던 때로 ... 돌렵모내조 ...

661 ◆.Th3VZ.RlE (wq9YsG5ksQ)

2023-11-17 (불탄다..!) 23:27:50



>>658

당신도 바벨에게서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을 터다 . 바벨은 말을 못한다 . 이것이 이제까지의 대명제였으니 . 그것이 뒤집힐 리 없다고 , 당신은 무심코 생각했을 거다 . 이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고 , 당신에게 호의적이지 않고 , 틈만 나면 당신을 죽이려고 드니까 . 조금이라도 당신에게 유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 스스로 그렇게 믿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러나 그런 기대를 뒤집어엎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으니 ─ 당신은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 . 당신의 귀를 처음 지나는 목소리였다 .

- ───- ─ 나는 백설공주가 아닙니다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당신도 왕자는 아니에요 .

천연덕스럽게 , 잘도 말한다 .


662 미카엘라 (ik8Uyu.Ws6)

2023-11-18 (파란날) 01:00:49

"!@#$ㅡ"

미카엘라의 인생을 걸고, 애꿎은 그리델의 인생까지 덤으로 걸어서. 발치에 수류탄이 굴러왔을 때보다 더 놀랐다. 미카엘라는 낚시에 걸려 갑판 위로 딸려온 생선처럼 팔딱였다. 때리는 것도 지친다는 다짐도 까먹고 일어나서 마운트를 잡을 뻔 했네. 바벨을 처음 보았을 때 일단 치고 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말투가 왜 이래요! 칼리번이 안에 살아서 말하는 거죠! 어!"

게다가 말하는게 점잖다. 아주 공손한 습니다체를 사용한다는 말이다. 칼리번을 먹고 말문이 트인 건 알겠지만. 이건 숫제 칼리번이 바벨의 탈을 쓰고 말하는 모양이다. 바벨의 도발에도 점잖던 그 칼리번 말이다. 바벨은 뭐랄지, 좀 더 말이 걸어야 하지 않아? 세 단어에 한번 꼴로 욕설을 쓸 것처럼 굴더니.

663 ◆.Th3VZ.RlE (8v2xKd37XQ)

2023-11-18 (파란날) 01:15:07



>>662

바벨은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 여전히 누워서 가만히 눈을 감고서 입술만 슬그머니 복화술사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 바벨은 당신의 추궁하는 말에도 아랑곳 않고 느슨한 태도로 말을 이어나갔다 .

- 그놈은 사라졌습니다 . 여기에는 저와 당신뿐입니다 . 당신이 허락하지 않았습니까 . 저더러 놈을 먹어도 좋다고 . 그래서 먹었습니다 . 냠냠 쩝쩝 . 한 조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 그리고 이상합니다 , 저는 당신을 열심히 흉내내고 있습니다 . 당신에게서 전부 배웠습니다 . 제 말투가 이상하다면 , 미카엘라 라미레즈 , 그건 곧 당신이 < 이상 > 하다는 소리입니다 .

당신이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 바벨은 말했다 .


664 미카엘라 (KUwxt.IKPQ)

2023-11-18 (파란날) 01:44:16

"아무때나 쏘려고 하는 습성도 내게서 배운 거에요? 배워야 할 건 안 배우고 이상한 것만 이상하게 따라하는 바벨!"

손가락을 튕겨서 바벨 이마에 딱! 때리지 않겠다는 다짐은 3핑퐁만에 깨졌다. 말을 배우니까 두 배는 재수없어졌다. 이전까지는 바벨을 몸으로 때리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제 언어의 영역까지 차원이 확장된 것이다. 벌써부터 골이 지끈거린다.

"뭐 됐고. 계속 궁금했는데 말 트였으니 물어봐도 되겠네요."

따져보면 바벨의 MAAAA하는 울음소리는 이제 들을 수 없게 되었나보다.

"바벨은 뭐가 불만이에요? 싸우고 싶은 건 그렇다고 쳐. 그런데 칼리번처럼 들어가 있는 것도 싫어. 얼굴 생기고는 채널도 안 열죠?"

"얼굴이 생기는 만큼 자아가 자라나.. 왜 그럴까... 응...?"

665 ◆.Th3VZ.RlE (8v2xKd37XQ)

2023-11-18 (파란날) 02:24:42



>>664

딱밤을 때리니 전처럼 움푹 , 이마가 꺼진다 . 말문이 트여도 몸까지 튼튼해진 건 아닌 모양이다 . 하지만 바벨은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 녀석에게 머리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장식에 지나지 않았다 . 소리를 내보내는 관에 지나지 않았다 . 초롱아귀의 등불과도 같은 것이다 . 극단적으로 머리가 목을 떠나더라도 , 당장의 생사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다 .

아니나 다를까 바벨의 이마는 스펀지처럼 높은 복원력으로 금방 원형을 되찾아갔다 .

- 프라이버시입니다 . 제게도 사생활이 필요합니다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당신과 다르게 저는 섬세합니다 .

대뜸 미친 소리를 하는 바벨이었다 . 진심으로 하는 소리일까 . 판단하기 어려웠다 . 기계음에 가까운 목소리는 굴곡없이 모든 부분이 평탄하여 감정이 실리지 않는다 .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게 되는 발성의 특색이 없어 완벽하면서도 결함되게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 녀석은 그런 인공적인 소리로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개소리로 들릴 말들을 쉬지 않았다 .

- 그렇습니다 . 저는 반항기입니다 .

너는 처음 만날 때부터 반항기였잖아 .


666 미카엘라 (M6Kxly1KM.)

2023-11-18 (파란날) 09:48:55

"그릏그느... 브블은 븐흥이 흐그 그렇구나 바벨은 반항이 하고 싶었구나슾읐그느..."

생전 어딘가에 육아프로에서 본 것. 이를 꽉 물고 면피적인 공감을 해준다. 사실 이건 공감도 아니다. 애송이처럼 구는 바벨이 짜증난다는 시위지. 정말 뽀뽀를 하면 저 자식의 주둥이를 닫을 수 있을까?

"반항에 '기'는 왜 붙이는지 모르겠네."

매일 반항만 하니까 기간이라는 의미가 없지! 저기 봐라 저거. 모래벌레가 웃다가 방구뀐다. 머리통 떼서 던지고 사지 중 절반이 날아가서 깽깽대던 녀석이 섬세? 서엄세에??? 잠도 안 자고 미카엘라와 붙어다니면서 사생활은 또 무슨 개풀 뜯는 소리야?

그래서 바벨은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뻔하다. 싸우고싶다. 아니면 바벨 스스로 뭔가 하려는게 아닌, 미카엘라에게 반항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 사사건건 멍청한 짓이나 하려고 하겠지.

"그러면,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기대는 않고 물어나 보았다.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667 ◆.Th3VZ.RlE (9sCoJptD6U)

2023-11-21 (FIRE!) 00:19:19



>>666

어떻게 하고 싶냐고 . 정말 핵심을 꿰뚫는 질문이다 . 지금까지 당신과 바벨은 막연하게 흘러가는 대로 여정을 계속해왔을 뿐이라 , 스스로 능동적으로 < 어떻게 > 를 생각하고 움직인 적이 없었다 . 별 수 없었다지만 , 사막을 있는 대로 , 정처 없이 한결같이 계속 걷기만 해왔지 . 전에도 말했던 거 같지만 , 목적성을 가졌던 적이 없었다 . 그런데 이제 와서 < 어떻게 > 라니 .

당신으로부터 비롯되고 당신의 그림자로부터 태어난 바벨이 저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 아무리 생각 없이 계속해왔다지만 목줄은 당신이 쥐고 있었다 . 타륜은 당신의 손에 있었다 . 한 때는 그리델의 제안에 따르기도 했지만 , 결국 그 모든 결정은 전부 당신의 생각을 거쳐 내려져왔다 . 그것이 자연스럽다 .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뭐지 . 검이자 방패이며 당신의 분신에 지나지 않는 바벨이 어째서 당신처럼 행동하며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

이게 정말로 < 자연스러운가 ? >

그리델과 칼리번의 관계는 이러지 않았다 .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자연스러운 상하관계 . 도구와 도구를 쓰는 사람으로 깔끔하게 나뉘었지 . 지금 바벨의 모습은 칼리번의 그것과 정말로 같은가 ?

-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당신이야말로 어쩌고 싶나요 ? 계속 , 이 사막에서 살아갈 생각입니까 ?

눈 앞의 < 바벨 > 이 , 정말로 당신이 아는 < 바벨 > 이 맞는가 .


668 미카엘라 (p7UzqVlz1M)

2023-11-21 (FIRE!) 01:17:29

"일단 배를 조사해야 해요. 조종하는 법도 익혀야 하죠. 잔해들은 한구석에 치워두고 나무막대를 다듬어서 목창을 여럿 만들 거에요."

일말의 망설임없는 명쾌함이다. 어쩌고 싶냐고 하면 할 말이 많다. 할 일이 태산이다!

"어떻게든 배를 몰게 되면 아무 방향으로나 직진이에요. 무슨 일이 일어날 때까지 쭉. 아니면 포장도로로 돌아가도 좋겠어요."

"하지만 그 전에 이야기를 해 볼까요? 내 마음 속에서 난 바벨이 왜 내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지. 왜 총이 말하고 생각하는지."

미카엘라가 바벨을 낳았다. 미카엘라는 무조건 복종을 요구한다. 바벨은 말을 듣다가도 거부하고 저항한다. 한편으로 바벨은 미카엘라를 보고 흉내낸다. 미카엘라와 비슷해진다....

인간바벨미카엘라이 되려고 바벨탑을 쌓았더랬지.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생각. 손아귀로 바벨의 턱을 잡아서 눈을 맞췄다.

"바벨. 얼굴 좀 보죠?"

바벨의 얼굴에는 어떤 외모라고 부르기 어려운 가소성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외관이 잡혔을까? 이건 칼리번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669 미카엘라 (klWUDrqmf2)

2023-11-21 (FIRE!) 09:09:28

670 ◆.Th3VZ.RlE (nmZMPUDnjo)

2023-11-24 (불탄다..!) 22:52:38

지옥갗은 한주 ...

671 ◆.Th3VZ.RlE (XBuJqIYuaM)

2023-11-25 (파란날) 02:21:20



>>668

머리카락은 아직 희다 . 피부도 아직 검다 . 슬그머니 뜬 눈은 검은 물이 들어찬 그대로 , 이목구비에 이렇다 할 변화는 아직 눈에 띄지 않았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과는 다른 인상이다 . 빈 그릇처럼 공허하던 녀석이 ,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생기가 느껴진다 .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지 , 당신은 알 수 없다 .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 바벨 녀석에게 < 생각 > 이 있다는 것 . 녀석의 < 말 > 은 앵무새나 축음기가 그러는 것처럼 의미도 모르고 지껄이는 것과는 차이가 느껴졌다 .

- 반항기라서 그렇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다루기 편한 도구로써 당신과 함께하던 저는 , 이제 없습니다 .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저는 당신과 대등합니다 . 앞으로 그렇게 < 생각 > 하고 대우해 주시기 바랍니다 .

녀석이 당신 머리 꼭대기에 오르려고 한다 .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이제 일한 보수까지 달라고 할지 모른다 . 이 녀석은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 턱을 붙잡고 있는 것은 당신인데 되려 자기가 멱살을 잡은 것처럼 거만한 태도를 보인다 .

- ── 그건 그렇고 , 그렇습니까 , 미카엘라 라미레즈 . 역시나 살아갈 의지로 가득 찬 건강 우량아였습니다 . 당신은 .

그것이 매우 유감인 것처럼 말한다 .


672 미카엘라 (kimMi8SeCw)

2023-11-25 (파란날) 21:12:07

"아이고."

그 의지, 지금 살짝 꺾인 것 같다. 미카엘라는 뭐라 대꾸 하지 않았다. 그냥 배의 뒷편으로 휘청휘청 걷는다. 타륜이 있는 곳으로.

"아이고, 아이고... 대등하대..대등하댄다 아이고.."

대등하고 싶으면 일단 사리분간부터 하는 게 좋다. 눈에 보이는 걸 쏴갈기기나 하는 녀석이. 놈이 저렇게 될 줄 알았으면 칼리번을 먹이는 게 아니었다. 저런 녀석을 데리고 사막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오지에 조난되었다고 치자. 다행히 여러 생존 도구들이 있는데, 주머니칼은 반항기라서 못 쓰고 파이어스틸은 너랑 대등한 관계라며 천 번 문질러도 불꽃이 안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호랑이 뱃속으로 다이빙을 하고 말지..

미카엘라는 너무나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곤 바벨을 생각 한구석으로 치워버렸다. 일단 배에 정신을 쏟아서 생각으로부터 도망가려는 얕은 방어기제이다.

673 ◆.Th3VZ.RlE (hXdGfWWhGw)

2023-11-26 (내일 월요일) 00:21:59



>>672

멀어지는 당신을 바벨은 쫓지 않는다 . 가면 가고 오면 오고 , 녀석은 당신이 멀찌감치 떨어지자 다시 자기 편한 자세로 배에 등을 붙였다 . 그리고 일어나지 않는다 . 거기에 못 박힌 마냥 붙어서 한 번 움찔거리지도 않는 것이다 .

선상에 처음 올라와서 봤던 모습이 저거였다 . 대체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던 걸까 . 대체 왜 저러는 걸까 . 물으면 대답이나 해줄까 . 실의로 할 말을 잊은 당신에게 거기까지 확인할 정신은 없으리라 . 타륜이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 움직이면 아니나 다를까 바벨이 작살을 내놓은 현단에 시선이 간다 . 녀석이 파리머리 셋을 상대하느라 함교는 빈말로도 좋은 꼴이 아니었는데 타륜도 거기에 포함됐다 . 힘에 꺾이고 부러져서 본래의 구실을 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타륜의 상태 . 고치려고 해도 당신은 목수가 아니고 , 재료가 있고 기술이 있어야 고칠 텐데 , 현실이 당신의 이상을 따라주지 않는다 . 바벨 녀석 , 정말 본격적으로 당신을 미치게 한다 .

- 끼이익

그러나 그렇다고 실망하기는 조금 이른 것이 , 어디서 낡은 나무가 용을 쓰는 소리가 난다 . 믿기지 않게도 , 지금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674 미카엘라 (/6NhYYFghc)

2023-11-29 (水) 15:07:27

아아악 레스를 못보고 놓쳐버린겁니다 금방 이어올게요...

675 미카엘라 (/6NhYYFghc)

2023-11-29 (水) 15:30:52

함교는 미카엘라의 마음처럼 작살 박살 엉망진창. 타륜을 손으로 잡으니 부러질 것처럼 삐걱댔다. 차마 억지로 힘을 쓰지 못하고 도로 손을 떼었다. 조치는 방치만도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차라리 망가진 자동차면 열쇠를 꽂아 돌려보기라도 할 텐데, 이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나? 탈것은 고사하고 주택으로 쓰는데 만족해야 할 판이다. 마음같아선 바벨에게 수인번호 24601을 부여하고 배를 끌게 하고 싶었다. 나쁜 놈..

"어어어...."

미카엘라도 바벨처럼 드러누울까 고민하던 차,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배가 신음하며 스스로 노구를 일으킨다. 진짜 유령선처럼 혼자서 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이 배에 시동을 걸었는지 미카엘라는 알지 못했다.

"이거 왜 이렇죠? 버스인가요?"

정류장에 멈췄다가 알아서 출발하는 버스. 하지만 아까는 명백한 적의로 칼리번을 기습했었다. 완전자율주행이 아니라 어떤 조종법이 있을텐데. 배한테도 채널이 있나?

"아! 뭐냐구요!"

미카엘라가 할 수 있는건 동동 발을 구르는 것 뿐이다.

676 ◆.Th3VZ.RlE (LgpkfV0pBM)

2023-12-02 (파란날) 10:28:31

이예이 ! 12 월입니다 ! 스로틀 최대로 당겨 !

677 미카엘라 (tc096tvwq2)

2023-12-02 (파란날) 10:36:31

볼륨을 높여라-!

678 ◆.Th3VZ.RlE (LgpkfV0pBM)

2023-12-02 (파란날) 10:43:26



>>675

아니 ─ 당신의 생각이 맞지 않을까 . 이게 일반적인 배로는 보이지 않지 않는가 . 모래를 달리는 배 . 모래를 잠수하는 배 . 이 세계의 상식이 당신이 원래 살던 세계와 다르다면 , 당신도 거기에 걸맞게 생각을 넓혀야 한다 .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야만 한다 .

그리고 , 당신은 바벨을 통해서 배웠다 . 서로 연결되는 것으로 대상에 대한 통제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으로 , 그렇게 내버리기에는 번뜩임이 아깝다 .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시험하지 않았다 . 막연하게 주위의 환경을 점검하기만 했지 .

── 구멍 난 배의 밑창 , 아무것도 없었다 . 쓸 데라고는 없던 낡은 포만 잔뜩 실리고 묶여 있었지 .

── 갑판에는 바벨이 뻥뻥 뚫어놓은 구멍만 잔뜩 있었고 , 다른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 기껏해야 바벨이 누워 있을 뿐이었다 .

── 현단이라고 뭐 달랐나 . 처음 침투할 때부터 봤던 거지만 , 저기 부러지고 꺾인 타륜과 , 아래로 떨어지는 수직 통로를 빼면 의식하고 볼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이 가운데 뭔가 , 트리거가 될 만한 것이 있었나 ?

─ 당신이 의심할 것은 없을까 ?


679 ◆.Th3VZ.RlE (LgpkfV0pBM)

2023-12-02 (파란날) 10:44:25

예 ~ 스바라시한 토요일입니다 미카주 ! 으어 , 11 월 정말 말도 안 되게 바빴어요 , 앞으로 12 개월 동안 보지 말자 11 월아 ...

680 미카엘라 (6CGlYJs83o)

2023-12-02 (파란날) 11:13:15

"...."

미카엘라는 문을 열었다. 평소에는 바벨만 들락거리던 채널. 하지만 이번엔 전혀 새로운 누군가가 문지방을 기웃거릴지도.

비유를 하자면 천문학자들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외계인이 들으라고, 우주 사방팔방에 전파를 쏘는 것과 비슷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천문학자보다 미카엘라가 희망적인 건. 이미 외계인은 찾았고 전파에 반응하여 소통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는 사실이다.

'오나? 오나?'

그렇게 채널을 열고 현단 바닥에 가만히 귀를 가져다 대어 본다.

681 미카엘라 (nZ8zQVxE.o)

2023-12-02 (파란날) 11:16:36

>>679 (기쁨의 춤!)

682 ◆.Th3VZ.RlE (LgpkfV0pBM)

2023-12-02 (파란날) 11:23:41



>>680

───- 아무래도 틀린 것 같다 . 이건 아니다 . 채찍질로 잠에서 깨어난 유령선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 여태껏 바벨 말고는 다른 누구와도 이렇게 연결 돼본 적이 없으니 , 요령 부족인 걸까 .

─ 그도 아니면 아주 틀린 접근인 걸까 .

어쩌면 당신은 지금 맨손으로 , 도구의 도움 없이 불을 지피려고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


683 미카엘라 (mNQLNleV5M)

2023-12-02 (파란날) 13:43:57

"...진짜 해?"

24601. 배를 끌어라. 미카엘라는 현단을 걸어서 내려간다. 다 썩은 목재가 삐걱거렸다. 바벨은 여전히 천하태평이다. 싸움이 찾아오기 전까진 계속 이럴 것이다.

"바벨. 나랑 대등하고 싶으면 나랑 같이 움직이고 생각을 해 보지 그래요? 세상이 온통 싸움판이지만, 싸움과 싸움 사이도 우리가 살아야 할 시간이에요."

평화란 전간기와 같다고 했다. 그 말은 곧 전쟁 준비 기간이라는 뜻이다. 한 차례의 싸움이 끝나면 몸을 추스르면서 다음 싸움을 예비하는 것이다. 지금 싸움이 없다고 누워만 있을 거야 바벨? 준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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