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563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19:36:49



>>562

비명 소리 ─ 비명 소리를 따라 그리델을 찾으니 그리델은 어느새 모래 바닥에 고꾸라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 놀람이나 충격 때문이 아니라 몸을 찢는 아픔 때문에 지르는 비명성 . 그리델의 작업복이 붉게 ─ 검붉게 물들고 있었다 . 얼룩이 진 자리가 눈에 익다 싶어 어디서 봤는지 떠올린다면 , 금방 칼리번이 찔린 자리와 일치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으리라 .

< 큭 .. 으아 , 아아악 ! 아아악 !! >

도움 안 되기는 ! 그러거나 말거나 바벨은 표적판에 집중했다 . 당신의 바벨이라면 이 정도 거리는 시행착오나 영점 조절 없이도 가볍게 명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 당신도 허락했겠다 , 바벨이 거리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 MaaaaAAAAAAAaAaaAAAAAA !?

그런데 , 총성이 먼저 울렸다 .

바벨은 아직 쏘지도 않았는데 , 부풀기 시작한 그의 왼팔을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무언가가 꿰뚫고 지나갔다 . 이러한 경험이 이제까지 없었던 지라 , 바벨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오른팔로 왼팔이 있던 자리를 더듬었다 .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 당신이라면 모를 수가 없겠지 .


564 미카엘라 (nnYTJV16i6)

2023-10-21 (파란날) 20:24:09

"아 ㅆ....!!"

엎드려!! 모래의 요철이 있는 곳으로 바벨을 밀어버리며, 자기 자신도 바닥에 엎드렸다. 저쪽에 총이 없을거라고 방심하고 있었다. 사막에서 총을 쏘는 적이 여태껏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미카엘라는 숨을 몰아쉬면서 웃고 있었다. 어디 한 번 해보자 이거지? 총격전이야말로 이 쪽의 전문 분야란 말이야! 바벨 팔 하나 날아간 건 대수롭지도 않다. 곧 저 적이 바벨의 팔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막에 울린 총성은 바벨도 바벨이지만 미카엘라의 안테나가 고슴도치처럼 바짝 서게 하였다. 생전의 치열한 교전들을 떠오르게 하는 소리였다. 그리고 신음하는 그리델은 이미 안중에 없었다. 여긴 의무병도, 군의관도, 후송될 야전 병원도 없다. 그리고 셋 다 있으면 뭐하나 칼리번 따라서 가슴에 구멍이 난 모양인데. 즉사하지 않은 게 용하다.

그리델은 곧 죽는다. 미카엘라가 더 해 줄 것이 없다. 그저, 바벨이 다쳐도 미카엘라는 멀쩡한데 왜 그리델은 저런지 의문이 들 뿐.

"바벨은 왼쪽으로, 나는 오른쪽으로."

즉시 산개하며 V자형으로 범선에 접근한다. 속력이 느려지더라도 놈의 시선과 사선에 보이지 않게 엎드려서 신중하게.

565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20:40:56



>>564

상대가 고지대에 있어 편한 싸움은 못 될 것이다 . 당신에게 밀려 넘어진 바벨이 모래 범벅이 돼서 일어나더니 , 그제야 자신이 적에게 당했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 녀석은 이제까지 당신이 보지 못한 표정으로 분노를 표현했다 . 투명한 도화지 같은 피부를 잔뜩 찌푸리며 주름을 잡는 게 정말 < 바벨 > 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 바벨은 잠자코 당신의 말을 듣더니 , 시키는 대로 머리의 고도를 낮춰 당신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녀석과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작전 행동에 임한다니 , 불안 밖에 느껴지지 않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 그리델에게 아무런 기대도 못할 상황 . 머릿수가 부족한 만큼 임무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

낮은 포복으로 범선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하자 , 어느새 배의 후미에 보이던 그림자도 사라져 있었다 .

불리한 상황도 아닌데 어째서 자리를 비운 거지 . 구린내가 풍긴다 .

< 칼리 , 번 !!!! >

그때 , 배후에서 그리델의 외침이 들렸다 . 찢어지는 노성이었다 . 전장에 떨어진 벼락과도 같은 포효였다 . 듣는 것만으로도 전신의 털이 쭈뼛 서는 무시무시한 부름 . 거기에 응해 칼리번이 사막을 태울 기세로 무지개빛의 불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범선의 주인에게도 이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겠지 . 칼리번이 가슴을 찌른 장대를 태우고 범선에 올랐다 .


566 미카엘라 (hXWZ.ZlZ1g)

2023-10-21 (파란날) 21:09:39

채널. 바벨과의 채널은 단순한 협동 이상을 가능하게 한다. 생전에는 적이 어디 있으니 쏘라고 일일히 무전으로 말해야 하는 것. 채널을 열면 미카엘라가 보는 순간, 미리 팔을 데운 바벨이 보지도 않고 팔만 꺼내서 조준 사격을 할 수 있다. 오른쪽에서 머리를 올렸다 내렸다 깔짝대는 미카엘라와 눈이 마주쳐 조준했더니 바벨의 공격이 왼쪽 옆구리를 때린다는 말이다.

.....바벨이 바벨이라 채널을 거부하고 몸부림 칠까 많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바벨, 복수하고 싶다면 내 말에 따라야 해. 속으로 웅얼거렸다. 그런데.

< 칼리 , 번 !!!! >

미카엘라는 깜짝 놀라 머리를 감싸고 모래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포격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사람의 몸에서 저런 노호성이 나올 수 있는가. 그것도 가슴에 구멍이 뚫려 죽어가던 얼빠진 여자였음에도. 그리고 칼리번이..무지개빛 총공격을... 저게 뭐야?? 일단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겠지?

'잠깐, 정지하고 사격 준비.'

예상보다 조금 이르지만 머리통 깔짝대기를 지금 해야겠다. 미카엘라는 모래더미 위로 머리를 빠르게 올렸다, 그리고 내렸다 하면서 범선 위를 본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567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21:23:31



>>566

들판에 옮겨 붙은 산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는 선상 . 아마도 칼리번의 소행이겠지 .

칼리번이 거대 지렁이를 상대로 저항하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 칼리번은 검만이 아니라 때때로 화염을 다뤄 그 거대한 괴물을 저지했었는데 , 그것의 연장이 저것인 모양이었다 . 저대로 내버려 둔다면 배는 한 줌 재 밖에 남지 않을 텐데 , 그래서야 당신의 각본과는 아주 다른 결말이다 . 막으려면 저 불길 속으로 당신 또한 뛰어들어야겠지 .

한 마리 부나방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 당신에게 여전히 문을 닫고 있지만 , 화염을 보기는 바벨도 마찬가지였던지 , 녀석은 성질 급하게 벌써부터 엄폐를 풀고 상황을 직관하고 있었다 . 당신이 제지하지 않는다면 , 저대로 뛰어들지 않을까 .

막연한 예감이 든다 .


568 미카엘라 (9IItlMflyU)

2023-10-21 (파란날) 21:48:18

쓰읍...이러면 나가리인데.. 배를 나포했을 때의 이득과 그에 따르는 위험부담, 불타는 배의 시간제한을 고려하면 잘 모르겠고 일단 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엄폐도 풀고 불구경하는 바벨에게 총알이 날아오지 않으니, 이 쪽을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앞으로!"

그러면 전진이다. 이 틈에 빠르게 접근해서 승선하자! 달려라!

569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22:10:14



>>568

당신이 먼저 달리기 시작하자 바벨이 바짝 뒤를 쫓아와 당신을 들쳐 매고 달리기 시작했다 . 바벨을 타고 달리자 범선과의 거리는 순식간에 줄여져 갔고 , 이윽고 바벨이 도약하니 범선을 오르는데 가장 큰 장해가 됐던 높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 바벨로부터 내려와 배 위의 상황을 살피면 , 다 무너져가는 유령선 같은 게 불까지 붙어 더욱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

그리고 ─ 가장 중요한 선상에 칼리번이 있었다 . 적으로 추정되는 모습도 보였다 . 그리델 이상으로 시대를 착각한 차림새의 사람이었다 . 삼베옷에 상투를 틀고 갓까지 쓴 모습이 당신의 나라에는 일찍이 없던 복식이다 . 뿐만 아니라 얼굴을 덮어가리는 해괴한 생김새의 가면까지 쓰고 있어 저것만 보면 누가 괴물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었다 . 칼리번의 칼로부터 그를 지키는 여성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 영락없이 저 사람이 괴물로 보였을 것이다 .

한 팔에 굵은 구렁이 한 마리를 칭칭 감은 여성이었다 . 백발 백안 ─ 창백하게 색이 희박한 피부는 혈관에 피가 흐르지 않는 시체처럼 보였다 . 불 속에 맞는 복장이라 하기 도저히 어려운 얇은 원피스 한 벌 입은 꼬락서니가 대번에 그것이 가면 쓴 사람의 괴물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 아니라면 어떻게 칼리번의 맹공으로부터 저렇게 살아남을 수 있겠어 .

아무튼 기회였다 . 칼리번에게 시선을 팔려 당신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으니 .


570 미카엘라 (9IItlMflyU)

2023-10-21 (파란날) 22:29:37

사람 하나에 괴물 하나. 미카엘라와 바벨, 그리델과 칼리번, 가면과 구렁이. 그럼 범선은? 누군가의 괴물이 아니라 그저 기물인가? 배를 빼앗으려는 미카엘라의 계획에 한줄기 빛이 드리운다. 그러나 미카엘라는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쉬이..'

틀림없이 바벨의 팔을 날린 건 총이다. 괴물이 뭔가 쏘는 걸 총이라고 비유하는게 아니라, 화약으로 납탄을 쏘는 그 총소리가 났었다.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댄다. 칼리번은 알아서 잘 할거고 바벨 너! 안 들켰으니 잠시 기다려. 누가 총을 쐈지? 그게 중요하다. 미카엘라와 바벨이 적의 뒤를 잡은 것처럼 또 다른 적이 뒤의 뒤를 노릴 수도 있다. 솔직히 가면과 구렁이는 행색이 총보다 먼저 태어나신 분 같아서.

아니면 혹시... 거기 가면 쓰신 분. 생전에 쓰던 머스킷이라도 들고 오셨나? 죽을 때 빈손으로 가는게 법칙인데 반칙 쓰는 건 아니겠지?

571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23:40:47



>>570

선실에 숨었다면 내려가서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모를 것이다 . 바벨은 또다시 자신을 말리는 당신이 미운지 표정을 일그리고 있었다 . 칼리번과 여자의 승부는 팽팽하지만 , 점차 칼리번을 향해 승부의 판세가 기울고 있었다 . 베기와 찌르기를 번갈아 취할 뿐인데 단지 그것만으로도 적은 수세에 몰리고 숨 쉴 틈을 잃어갔다 . 기회를 찾아 여자가 팔에 감은 구렁이를 뻗어보기도 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할 뿐이었다 . 바벨이 저 자리에 대신 있더라도 마찬가지였겠지 . 저 거리는 칼리번의 독무대였다 .

< ... ... ... >

이런 접전을 잠자코 지켜보는 가면의 심기는 결코 편해 보이지 않았다 . 눈이 있다면 싸움이 불리해졌다는 것을 모를 리 없겠지 . 아마 속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하느라 바쁘지 않을까 .

가능성을 점치면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당신은 배후에서 접근하는 인기척을 눈치챌 수 있었다 . 그것은 끔찍한 생김새의 괴물이었다 . 파리머리에 네 발 짐승의 몸이 붙은 괴물이었다 . 그것들은 세 마리가 하나처럼 숨죽여 돛에 붙어 있었다 . 불길을 피하느라 미처 내려오지 못하고 있지만 , 저들이 선상의 모든 사람과 괴물들에게 적의를 가졌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

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 배인지 . 무엇을 먼저 노릴지는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이다 .


572 미카엘라 (MH7KneI67Y)

2023-10-22 (내일 월요일) 01:01:37

"....."

거 봐. 한 번 더 기다리기 잘했지? 딱 한번만 더 기다려볼까? 검지를 들어 위의 파리머리 괴물을 가리켰다. 바벨은 파리머리 괴물을 쏜다. 그리고 미카엘라는 저 싸움에 쐐기를 박을 것이다. 가면 쓴 사람을 제압하리라.

가면과 구렁이가 싸움에 정신팔린 사이 가면의 뒤로 은밀히 다가가려고 한다. 그를 한 팔 간격 안에 두고, 바벨을 흘끔 쳐다보았다.

'이제 쏴도 좋아요.'

그리고 바벨이 파리머리를 공격함과 동시에 가면의 목을 팔로 감아 제압하여 뒤로 질질 끌어버리는 것이다. 구렁이가 미카엘라를 치려면 생각을 잘 해야 한다. 가면이 방패처럼 미카엘라의 앞에 있을테니. 그리고 뒤에는 칼리번이 있다.

573 미카주 (k4BQpgxLNk)

2023-10-25 (水) 17:21:50

갱신합니다~~~~

574 ◆.Th3VZ.RlE (xdsgfME0fM)

2023-10-26 (거의 끝나감) 21:20:09

키에에에에엑

575 ◆.Th3VZ.RlE (xdsgfME0fM)

2023-10-26 (거의 끝나감) 21:35:30



>>572

바벨의 사격은 정확하지만 정도껏을 모른다 .

오른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더니 한 데 뭉쳐서 불길을 피하는 파리머리의 괴물 세 마리를 겨냥하는 바벨 . 바벨이 한 팔에 모은 열은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고작 괴물 세 마리를 상대로 쓰기에는 과분한 양이었다 . 명중한다면 괴물은 물론 돛대까지도 부러뜨릴 것이다 . 당신이 가능한 한 배를 손상 없이 손에 넣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 걸까 .

그런데 괴물들의 겹눈은 당신보다 뒤에 서 있는 바벨까지도 빈틈없이 포착하고 , 바벨이 자신들에게 어떤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눈치채냈다 . 그것들은 가능한 소리 죽여 ─ 당신과 마찬가지로 어부지리를 노리던 모양인데 , 또 다른 불청객이 나타나자 더는 불길만 피하며 존재를 감추고 있지 않았다 .

말인즉슨 ─ 당신의 계획과는 다르게 상황이 굴러가기 시작했다는 거다 . 피부에 납작 달라붙은 날개를 펴고 넓게 뛰어오르는 세 마리 . 바벨이 발사 직전에 조준을 고쳐 한 녀석을 맞췄지만 , 네 개의 다리 가운데 하나가 겨우 떨어졌을 뿐 치명상은 아니었다 .

< ... ! !? !! >

바벨이 만드는 소음이 어마무시하다는 것은 , 당신도 이미 익히 아는 사실 . 눈 앞의 싸움에 집중하느라 배후에 무방비하던 가면인도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


576 ◆.Th3VZ.RlE (xdsgfME0fM)

2023-10-26 (거의 끝나감) 21:36:17

일하지 않고 돈을 벌고 싶어 ... ( 드러눞 )

577 미카엘라 (BhNrf7ItPY)

2023-10-27 (불탄다..!) 01:10:52

바벨이 열을 모으는 것을 보았다. 미카엘라는 눈으로 한숨을 쉬었지만 바벨을 제제하지 않았다. 멍청한 지휘관들이 시시콜콜 간섭하다 작전이 어그러지는 꼴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바벨은 청개구리지만 전투에서는 믿을 수 있는 기량이 있으니, 녀석에게 온전히 맡기고 미카엘라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솔직히, 이 배가 돛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닐테니 돛 좀 망가지면 어때.

"..."

슬금슬금. 가면의 뒤로 다가가다가 바벨의 포성이 울리자 땅을 박찼다. 이 미카엘라라는 망자는 일반적인 망자와 구별되는 다른 특성이 있다. 폭력과 싸움에 대한 심리적 제한선이 없는 미카엘라. 다른 망자가 괴물 뒤에서 싸움을 지켜볼 때 그녀는 그녀대로 가드를 올리고 스텝에 시동을 거는 정신을 가졌다. 자기 손에 소총이 없어도 없는대로 싸운다. 이를테면....

"깡총!"

미카엘라에게 깡이 있고 바벨에게 총이 있으니, 이 듀오는 깡총의 강한 덕목을 갖춘 것이다. 로우킥이 가면의 오금으로 날아든다.

//불로소득 원해요 ... ㅇ)-(

578 ◆.Th3VZ.RlE (6IWMtv2RAU)

2023-10-27 (불탄다..!) 22:56:48

끼요오옸ㅆ ! 금요읾임돠 !111

휴일 컴온 !!

579 ◆.Th3VZ.RlE (6IWMtv2RAU)

2023-10-27 (불탄다..!) 23:11:19



>>577

< .. ! ! !!!! ! >

의태어로 귀엽게 포장할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 당신의 발차기에 흉측하게 무너지는 가면인의 무릎 . 필시 상상하기 끔찍한 고통이 뒤따랐을 것이다 . 그런데도 얄팍한 비명 한 번 내지르지 않다니 . 적이라도 대단한 정신력이었다 . 가면인은 당황하거나 아픔을 호소하며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는 대신에 , 구렁이를 감은 여자를 곁으로 불러왔다 .

그것이 자충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 당신이라는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별 수 없었을 것이다 .

- LaAAAAAA !!!

칼리번은 여성의 모습을 한 괴물이 , 빈틈을 드러내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 자로 잰 것처럼 정확한 검격으로 검의 간격을 빠져나가는 여성의 팔을 베어냈다 . 회색을 허공에 흩뿌리며 썩둑 잘려 떨어지는 괴물의 팔 . 하지만 그 정도 손해는 일찌감치 예상한 것처럼 다음으로 이어지는 행동이 재빠르다 . 아직까지 무사한 구렁이를 감은 팔을 뻗어 , 당신을 노리는 것이다 .


580 미카엘라 (Cfj47yRHQ.)

2023-10-28 (파란날) 00:48:02

구렁이 괴물에게도...무언가 있겠지. 스트레이트를 날리면 그 팔이 날아가서 서로 닮은 꼴이 된다. 저 괴물을 잡는 건 칼리번의 역할. 미카엘라는 틈을 만들어주면 충분하다. 고기방패를 세우는 것이다. 그녀의 양 팔이 오금을 얻어맞고 휘청거리는 가면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stand up! a**hole!"

한 손은 멱살을. 그리고 다른 한 손은 갈비뼈 아래로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밀어넣어서 말이다. 부디 아픔을 느끼길 바란다. 저항하지 못하도록, 이성을 잃도록.

//히힉 이히히히 히히

581 ◆.Th3VZ.RlE (9pVkO1tRj2)

2023-10-28 (파란날) 12:41:07



>>580

아무래도 당신이 더 가까웠으니까 , 뱀이 당신을 무는 것보다 먼저 , 가면인이 당신의 인질이 된다 . 가면인에게 있어 그것은 비극이었고 , 구렁이는 비참하게도 당신을 목전에 두고도 벌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구렁이는 열심히 뻗은 몸을 , 다시 처량하게 되물렸다 . 이것 보라지 . 제아무리 날고 기는 괴물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주인을 인질로 잡히면 아무 소용이 없다 . 육탄전에 자신이 있는 당신에게 이것은 희소식이었다 . 같은 사람 대 사람의 싸움이라면 , 괴물들이 대치하는 틈을 타 상대편 사람을 제압하기만 해도 승부에서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 .

구렁이의 여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 더는 칼리번에 대해서도 아무 대비도 하지 않았다 . 자신에게 전의가 없음을 나타내고자 , 모든 방어 행위를 포기하고 말았다 . 아무래도 당신의 승리인 것 같다 . 축하의 팡파르 대신에 가면인의 비명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 어떻게 된 게 저 양반은 당신이 가죽 밑으로 뼈를 붙잡고 쥐는데도 침음만 조금 흘리고 말았다 .

어디 그것뿐인가 . 저 구렁이 여자가 칼리번에게 베인 영향으로 가면인의 팔 또한 심상치 않은 분위기인데 ,

조금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 .

평범한 신경의 소유자는 아닌 모양인데 ─


582 미카엘라 (Cfj47yRHQ.)

2023-10-28 (파란날) 14:11:04

고문을 해도 버틸 인간일세. 쇄골이나 갈비를 꽉 쥐어주면 보통 악악악 신음하면서 주저앉기 마련이었다. 이미 죽었으니 악으로 버텨보겠다는건가?

"저 구렁이. 바닥에 엎드리고 머리 위로 손 올리게 해요. 참, 내가 하는 말은 알아들으시나? 다른 나라 사람같은데?"

"이건 구렁이 그쪽한테도 하는 말이에요. 이 사람 바닥에 넘어뜨려서 관절 몇 개 꺾어버리는건 일도 아냐. 그게 목뼈가 될지 누가 알겠어요?

미카엘라는 무조건 항복을 종용한다. 무장을 해제하고, 스스로 수갑을 채우고, 배의 소유권을 넘겨!

"쟤 가슴에 구멍내고 쟤 팔도 날려버린 값은 치르셔야죠..."

그러고보니 들리는 포성이 아직 하나다. 등 뒤의 바벨은 뭘 하고 있지? 흘끔 뒤를 돌아본다.

583 ◆.Th3VZ.RlE (9pVkO1tRj2)

2023-10-28 (파란날) 17:37:08



>>582

저렇게 기 센 사람이 아무리 아프다고 , 목숨이 아깝다고 , 싸움을 포기하고 관둘까 . 어차피 싸우고 죽이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는 이 세계에서 , 패배는 죽음의 다른 표기에 지나지 않았다 . 그것은 ─ 당신이 더 잘 알 텐데 .

이번 건은 실수였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 정말 아무것도 아닌 곁눈질이었다 . 바벨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한 찰나의 빈틈 . 당신은 방심한 것도 , 낙관한 것도 , 오만한 것도 아니었다 . 단지 ─ 상대방의 각오가 비정상적이었을 뿐이다 .

구렁이가 입을 연다 . 저대로 다시 달린다고 해서 당신에게 닿을 거리도 아닌데 . 여자는 남은 팔을 당신에게 뻗어 , 구렁이의 목이 일자로 펴지게 했다 . 구렁이의 벌어진 입 속에 보이는 작은 반짝임 . 구렁이의 목이 풍선처럼 부풀더니 , 바늘을 찌른 것처럼 한 순간에 폭발해 입 안에 감춘 흉기를 당신에게 ─ 가면인에게 뱉어냈다 .


584 미카엘라 (J4rlzx.Lv6)

2023-10-28 (파란날) 18:15:31

"바ㅂ...윽!"

이성을 잃게 할 필요 없었다. 처음부터 이성이란게 없는 놈이었으니까. 눈앞에 뻔히 고기방패를 세워놨는데 이따위로 굴다니. 바벨도 하지 않는 짓이다. 바벨은 사선에 미카엘라가 있으면 쏘지 못하고 쩔쩔대는 녀석이란 말이다. 저 미친 놈!

직감적으로 저것이 바벨의 팔을 날려버린 수라고 생각했다. 정직하게 가면 바로 뒤에 있으면 둘이 쌍으로 관통당할게 명백하다. 하여 미카엘라는 가면을 붙잡은 채 몸을 살짝 틀려고 했다. 날아오는 게 가면의 몸을 뚫고 지나가도 미카엘라의 몸에서는 빗겨나가도록 말이다.

585 ◆.Th3VZ.RlE (9pVkO1tRj2)

2023-10-28 (파란날) 20:18:46



>>584

쏜살같다 .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화살이었다 . 공기의 벽을 찢을 만큼 예리하고 재빠른 화살 !

바벨을 저격해 그의 팔을 송두리째 박살 내버린 일격이 바로 저것이었다 !

만약 안이하게 생각해 방패만을 믿고 얌전히 서 있었다면 , 당신의 배에 커다랗게 구멍이 뚫렸을 참이다 .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선을 피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당신은 옆구리의 살을 조금 내어주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 화살이 가면인의 배에 거창하게 터널을 만드는 와중에도 말이다 .

가면인과 당신을 지난 것만으로는 위력을 다 죽이지 못해 , 화살은 더 나아가 범선의 선실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 바벨의 공격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능력으로 보이는데 , 피해를 미치는 범위가 조금만 더 넓었다면 당신까지 크게 낭패를 볼 뻔했다 .

- LAAAAAAAAAAA !! !

자신의 주인을 스스로의 손으로 장사 지낸 구렁이의 여자는 , 당신만 살고 주인은 죽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치였다 .

칼리번이 마저 여자의 숨통을 끊으려고 했지만 , 여기저기 불을 뿜어낸 영향인지 제자리에서 주춤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 더 늦기 전에 저 구렁이 여자를 해치워야 후환이 남지 않을 텐데 , 이럴 때도 바벨은 자신의 일을 하느라 바빴다 .

세 마리의 파리머리를 상대로 녀석은 여지껏 하지 않던 근접전을 하느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 세 마리가 한 몸처럼 움직이니 행동이 굼뜬 바벨은 녀석들에게 일방적으로 농락을 당하고 있었다 .


586 미카엘라 (zt.HTRcbb2)

2023-10-28 (파란날) 22:20:42

이건...이제 방패로 쓸 수 없다. 구렁이가 공격하길 주저하게 하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공격을 막아주지도 못해. 가면의 독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디. 지하드를 외치는 이슬람 전사가 마약까지 해야 따라잡을 수준이다.

이제 어쩌나. 바벨은 파리 셋에 발이 묶였다. 칼리번도 상태가 나쁘다. 미카엘라는 허리에 공격이 스쳤는데 어떨지. 한손으로 스친 곳을 더듬어본다.

"바벨! 벽을 등지거나 좁은 곳에서 싸워요! 산탄으로 쏘고!"

벌레는 바늘이 아니라 파리채로 잡아야 제맛이다. 날아가는 새를 어느 누가 소총으로 잡는가? 산탄총에 버드샷을 물려서 쏘지. 버드샷을 물리는데...그럼 나는?! 강제로 두 상황을 동시에 대처할 판인 미카엘라는 참으로 난감하다.

'구렁이는 저렇게 쏘는게 다인가? 완력은 어떻지? 가까이 접근해서 못 쏘게 하면 싸울 수 있나? 아니면 파리들 쪽으로 끌고가서 삼파전을 만들어?'

생각을 안 한다면서 열심히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생각할 수밖어 없다. 생각은 저주이자 축복이다.

587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00:46:52



>>586

이름도 모르는 가면인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모두를 엿 먹이는 선택을 했다 .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남에게 머리 굽히지 않겠다는 반골 정신 . 만약 다르게 만났다면 , 당신과 통하는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 친구가 됐을지도 모르지 . 최소한 저 놈의 뱀이 쏘는 화살에 생명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 구렁이는 또 한 발 , 화살을 속에서 게워내 자신의 입에 물렸다 . 설마 두 번씩이나 표적을 빗맞추는 실수를 할 리는 없으니 , 당신은 보다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 하지만 누가 그럴 수 있을까 .

바벨은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엉망진창 박살 난 선실로 자신을 던졌다 . 통로가 하나뿐이니 파리머리 녀석들도 섣불리 따라 들어갈 수는 없으리라 . 칼리번의 불길은 점차 잦아들어 , 잔불만 겨우 남은 상태가 됐다 . 저렇게 시들해져서는 , 더는 선상의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못한다 . 칼리번은 남은 여력을 모두 사용한 것처럼 보였다 .

자신을 모두 태우고 재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

바벨을 추격하기가 곤란해지자 , 파리머리들은 다음 목표를 찾았다 .

선상에 살아남은 사람이라고는 당신과 저 구렁이 여자뿐이니까 . 목표는 금방 정해졌다 .

당신은 ─ 옆구리에 구멍이 났지만 출혈도 보이지 않고 움직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 하지만 무작정 다가가기도 곤란한 것이 , 저 구렁이는 칼리번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은 전적이 있었다 . 당신이 아무리 육탄전에 자신이 있더라도 , 칼리번보다 잘하기는 어려울 테니 함부로 덤벼봤자 활에 맞아 죽는 대신 뱀에 물려 죽게 될 뿐 . 살고자 한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

이를테면 , 바벨을 ─


588 미카주 (Zc1Vs7TUZ.)

2023-10-29 (내일 월요일) 01:04:30

계속 생각해도 흥미롭군요 바벨의 부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미카엘라, 다쳐도 피 한방울 없는 미카엘라.... 떡밥인가?

일단 답레 써오겠습니다~~~

589 미카엘라 (Zc1Vs7TUZ.)

2023-10-29 (내일 월요일) 01:35:52

칼리번과 그리델. 멋지게 부활하는가 하였더니 마지막 불꽃이었다. 그들이 쓰러지고, 잔불이 사그라들고. 마음이 없는 것들이 선상에 남았다. 바벨의 안전이 확보되자 미카엘라의 머릿속 톱니바퀴가 하나씩 맞물린다. 그림이 그려진다는 말이다.

'제발, 바벨 채널 열어! 빨리 채널! 채널 채널 채널 채널 바벨바벨바벨바벨바벨빨리대포한방빨리!!!!'

일일히 말로 하기도 부족할 정도로 상황이 빠르게 돌아간다. 다급하고 절박하게 연결 요청을 보냈다. 모습이 바뀐 바벨이 계속 채널을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분당 명령수가 몇을 넘어갔는가는 차마 세지 못했다. 뱀 아가리에 화살이 물렸다. 장전되었다. 미카엘라는 가면의 시체를 놓지 못했다. 몸을 가릴 물체는 일말의 안정감을 주었다.

총을 손에서 떼고 몸에다 달아둔 채로 돌아다니다, 역시 총을 쥐지 않은 적과 마주칠 때의 감각과 같았다. 눈이 마주치고 누가 먼저 뽑아서 쏘냐 하는 데스게임 단판. 미카엘라는 딱 한번 빼고 전부 이겼다. 여기서 2패가 적립될지도 모른다. 아직도 두뇌의 호르몬 체계가 작동하는지, 아드레날린이 해일처럼 쏟아져 시간까지 느리게 보일 지경이다.

아작난 선실. 꼭 선실이 아니라도 건축물 안과 그 사이에서 벌이는 싸움이면 미카엘라가 구렁이를 압도할 수 있다. 바벨을 조종한다면 반드시 구렁이를 압도할 수 있다. 벽과 벽, 문과 문, 창과 창, 거리와 거리에 널린 수많은 파편과 폐허를 넘나든게 몇 년이냐. 숨고, 구르고, 위치를 바꾸고, 틈새로 쏘고, 몰이사냥하고, 기습하며 때론 기습당하던 경험이 몇 번이냐는 말이다.

바벨이 한 방 쏴서 선상 괴물들의 대열을 흐트려놓으면 미카엘라가 뒤따라서 선실로 몸을 던진다. 라운드가 숨바꼭질 놀이로 바뀌면 그때부턴 완전히 원 사이드 게임이다. 그러니까 구렁이의 다음 화살에 맞아죽지 않는다면 말이다..

590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01:44:40

바벨은 날 잡아서 아동 심리 상담 센터에 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 어쩜 저렇게 말을 안 듣는담 ( 모른 척 )

떡밥이 맥거핀이 되지 않도록 캡틴은 열심히 판을 짜는 것이었다 ... 답레는 한숨 자고 올리겠습니다 ! 좋은 밤 되세요 !

591 미카엘라 (NLGtuta7kI)

2023-10-29 (내일 월요일) 01:48:04

(???)

레주 내일 봽시다~~1!!

592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19:19:47



>>589

총잡이 간의 결투를 떠올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 정말로 그런 상황이었으니까 ! 바벨이 무슨 생각 , 무슨 꿍꿍이를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당신과 동조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죽고 바벨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다 ! 저 여자나 칼리번처럼 ! 바벨로서도 그것만은 피하고 싶을 텐데 , 그래서 이제까지 열심히 당신을 지켜온 것 아니겠는가 . 이제 와서 고작 ─ 이런 스쳐 지나는 싸움에서 녀석이 당신을 배신할 이유를 찾았다고 ,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

저 파리머리들은 누구를 노리고 있을까 . 노려지는 목표가 당신이라면 선실로의 도망은 기회가 생겨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 구멍 난 그물도 아니고 , 바벨이 거기로 도망치는 것을 두 눈 뜨고 빤히 지켜봤는데 당신까지 달아나게 두진 않겠지 .

화살 ─ 구렁이 ─ 파리머리 ─ 바벨 ─ 선실 ─ 범선

회전판운명이 회전력을 잃어가고 , 마침내 당신의 사인이 정해진다 .

섬뜩한 살煞이 구렁이의 째진 입을 지나 , 당신에게로 날아든다 .

눈으로 보려고 해서 보이는 것도 아니고 , 피하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가속도 붙기 시작한 운명은 당신 혼자만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 당신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이다 .

하지만 ─

하지만 탑은 ─ 운명에 저항하는 의지의 집합이다 . 운명이 높고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고 해서 , 그것을 가지러 갈 수 없다고 포기하기보다 ,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더라도Vanitas vanitatum dixit Ecclesiastes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 , 닿으려는 노력을 마지막까지 마다하지 않는 자들이다 .

바벨은 당신에게 문을 여는 대신에 , 당신이 서 있는 바닥을 무너뜨려 당신을 선창으로 떨어뜨렸다 .


593 미카엘라 (O2DMBD2kRY)

2023-10-29 (내일 월요일) 20:08:45

"아차..."

2패 적립이구나. 이번에는 화살이 보였다. 피할 수는 없었지만 뱀 아가리에서 쏘아져 나오는 화살촉이 정확히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글렀네. 이번에는 진짜 죽나? 또 다른 곳에서 눈을 뜰 수 있을까? 살아있으면 살아가지만, 죽음이 왔으니 죽어야 할 때. 미카엘라는 이미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살아도 살고 죽어도 살기를 원하는 맹목적 의지가 있다. 이번에는 그 의지가 미카엘라의 머리채를 틀어쥐었다. 오늘은 죽을 날이 아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다. 오늘은!

쾅! 밑바닥이 훅 꺼지고 엉덩방아를 찧는다. 선창 바닥에 넘어진 눈에 구멍난 갑판과 어두운 하늘이 보인다. 동물적인 감각은 포기도 납득도 빠르다. 그녀는 또다시, 죽음을 속였다. 매에게 잡혀가다 떨어진 들쥐처럼 미카엘라는 필사적으로 선창 안을 향해 들어간다. 가면의 시체를 질질 끌면서.

"바벨! 내게 와요! 수복해!"

이제와서 사람시체 괴물시체 가릴 이유도 없다. 선상의 괴물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자기들끼리 싸우려 할 것이다. 여유가 생길 때 일보 후퇴, 합류와 재정비 후 다시 싸워보자. 구렁이고 파리고 전부 죽었다!

//바벨에서 바벨탑이 떠오르긴 했지만 이런 의미가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바벨 멋지다.. 바니바니 바니바니..

594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0:23:52



>>593

불에 댄 것처럼 황급하게 , 어둠 속으로 피신하는 당신을 바라보는 바벨 . 바벨은 여느 때와 같이 무심하게 , 기계적으로 ─ 손목 밖에 남지 않은 팔을 뻗었다 . 가면인의 유해를 자신의 안에 담기 시작했다 . 그것은 더 이상 피도 흐르지 않고 ─ 모든 것이 희미한 회색으로 , 회색으로 변해가는 도중이었다 . 땅바닥에 뚝뚝 떨어진 얼룩조차도 회색으로 변하며 바스러지니 , 가면인이 이 세계에 존재했던 흔적은 곧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리라 . 선상의 저 여자마저도 사라진다면 더는 누구도 그를 추모하지 않겠지 . 바벨은 그렇게 모든 것을 삼켰다 . 부족한 살을 채웠다 . 완벽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다 .

이 배에 남은 사람 가운데 누구 하나 완벽한 사람이 있던가 . 이만하면 충분했다 .


595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0:24:20

미카엘라 시트를 봤을 때부터 생각했던 바벨의 역할이었습니다 , 마음에 드셨다면 좋겠네여 !

596 미카엘라 (u2PsqQ7Rfw)

2023-10-29 (내일 월요일) 20:58:23

이제 인간이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안 미카엘라에게, 인간은 괴물과 같이 잠재적 자원이 되었으려나. 일단 단물을 다 빨아먹은 가면인이 더 이상 안중에 없다는 건 알겠다. 이제 최고의 상태는 아니어도, 최적의 상태가 되었다. 싸움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건 패배의 지름길이다. 바벨이 합류하였으니 채널을 재촉하는 건 그만두자.

"미리 쏠 준비해요. 팔 한짝 머리 하나 전부 날리진 말구!"

촌철살인이라고 하였으니 딱 그만큼. 손가락 하나쯤 해서 총알 사이즈로 쏠 수는 없는 거니? 무조건 폭풍처럼 쓸어버릴 필요 없다. 표적을 뚫고 지나갈 힘이면 차고 넘친다. 화력은 다다익선 거거익선이라도 그들의 자원은 제한되어 있으니.

그녀는 잔해의 틈새로 적들의 행동을 살핀

597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1:17:35



>>596

아무래도 그러려면 선실까지 올라가야만 하는데 , 바벨 이 녀석 , 어떻게 내려왔는지 계단이 밟을 수도 없게 망가져 있다 . 저기서 신나게 구르기라도 한 걸까 . 저래서야 당신은 계단을 사용할 수 없다 . 바벨의 도약력을 빌리지 않으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 같지가 않다 . 그런데 그러자니 ─ 문이 너무 협소하다 .

이 녀석이 자칫 실수하기라도 하면 요란하게 부딪히고 다칠 건데 , 바벨을 믿을 수 있겠나 . 차라리 떨어진 구멍으로 다시 올라가느니만 못할 것이다 . 그럴 경우 ─ 선상의 싸움이 덜 정리됐다는 가정 하에 새우 등이 터질 수도 있겠다만 .


598 미카엘라 (W1HNTPIVg.)

2023-10-29 (내일 월요일) 21:47:25

계단을 어떻게 밟았길래 저 꼴이 나. 이걸 확 그냥! 길이 막혔으니 새 길을 만들거나 돌아가거나 해야 한다. 당장 보이는 길은 아까 미카엘라가 떨어진 그 구멍인데, 문제는 선상의 상황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두더지처럼 함부로 튀어나왔다가 망치로 머리를 맞는 상황은 사절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 방법이 있지.

"바벨, 받쳐줘요!"

훌쩍 뛰어서 구멍 가장자리를 손아귀로 꽉 잡고, 눈만 살짝 올려서 선상의 상황을 보는 것이다. 턱걸이를 하듯 몸을 올리면 자세가 나오리라. 안전한 상황이면 그대로 등반. 양쪽에게 들켜서 새우등이 터지려 하면 손을 놓아버리면 된다. 바벨이야 미카엘라를 따라서 올라가거나 떨어지는 그녀를 잡아주면...

"둘, 셋!"

....바벨은 과연 손을 놓고 떨어지는 미카엘라를 공주님 안기로 받아줄 것인가? 이 생각을 조금 더 빨리 했었어야 할지도.

599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2:50:21



>>598

그렇게 당해놓고도 바벨을 믿다니 . 미카엘라는 바보입니다 .

바라본 선상의 상황은 참담했다 . 여기저기 난간은 망가졌지 , 포어 마스트는 아예 부러져 있었다 . 덤벼드는 파리머리 떼를 사냥하기 위해 아끼지 않고 화살을 쏴댔던 모양이다 . 그리고 현재까지도 ─ 여자는 살아남아 있었다 . 파리머리 가운데 바벨에게 다리를 잃은 녀석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 남은 두 놈이 여자를 에워싸고 있었다 . 전장의 상황은 여자에게 불리해 보인다 .

배의 다음 주인을 예정하고 있는 당신에게 , 더 이상 배가 손상되는 일은 달갑지 않다 . 한 시라도 빨리 이 미친 싸움을 끝내지 않으면 , 제아무리 모래를 헤엄치는 배라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


600 ◆.Th3VZ.RlE (9xD1dth3cw)

2023-10-29 (내일 월요일) 22:55:54

600 !!!!

601 미카주 (W1HNTPIVg.)

2023-10-29 (내일 월요일) 23:03:21

마참내!!!

602 미카엘라 (W1HNTPIVg.)

2023-10-29 (내일 월요일) 23:17:15

나처럼 매달려봐요! 미카엘라가 속삭이며 손짓했다. 일단 공주님 안기에 대한 갑론을박은 미뤄도 될 모양이다. 구렁이가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에 엎드려서 위력 조절하고 쏴요. 쟤네들 몸만 뚫으면 충분해요. 손가락 정도면 되려나?"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주변을 살핀다. 파리머리 하나가 더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시체가 되었을까? 놈이 시야에 없더라도 당장 기습하려는게 보이지 않으면, 저기 구렁이와 파리 2마리에 집중하는게 좋겠다.

"둘 이상이 겹칠 때... 대기...대기..."

일단 미카엘라는 가급적 1타2피 이상을 노리길 원한다. 당장 격전에서 떨어진 자의 여유다.

603 ◆.Th3VZ.RlE (l5AsCd65Ic)

2023-11-01 (水) 22:51:52



>>602

바벨에게 그렇게 섬세한 요구를 하다니 . 당신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바보는 아니었지만 , 시키는 대로 얌전히 조용히 따를 녀석이 아니란 것은 당신도 알지 않는가 . 대롱대롱 매달려서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피라고 , 바벨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 이렇게 몸도 다 회복됐겠다 모조리 다 박살 내는 게 더 빠르지 않겠나 . 바벨의 전투뇌가 또다시 나쁜 주기를 맞았다 .

바벨이 시원찮은 모양새로 간당간당하게 매달린 당신을 향해 뛰어오르더니 , 당신을 붙잡고 얇은 나무판자를 다 때려 부수며 선상으로 복귀했다 . 바벨과 당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화들짝 놀란 파리머리들은 잘못된 반응을 보이고 말았고 , 그 틈을 구렁이의 여자는 놓치지 않았다 .

살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싶어 살펴보면 구렁이의 쭉 찢어진 입이 파리머리를 문자 그대로 으깨고 있었다 . 동료를 모두 잃고 외톨이가 된 마지막 남은 한 마리는 , 그 즉시 전장을 이탈하려고 했지만 바벨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바벨은 저 여자에게 과시하는 것처럼 정확한 사격으로 선상 이탈을 시도하는 파리머리를 명중시켰다 .

일격필살 , 파리머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고 ─ 바벨이 당신을 짊어지고 선상에 내려 앉았다 .

그리고 마침내 , 당신들과 저 여자만 남았다 .


604 미카엘라 (CHo2Zx5XZQ)

2023-11-02 (거의 끝나감) 00:10:45

아아니! 구렁이를 먼저 노려야지! 죽이지 않으면 죽는 판에 결투라도 하게?? 안타깝게도 바벨이 칼리번에게 하던 짓을 생각하면 바벨은 정말로 결투하기를 좋아하는 놈이었다. 썩을. 이러면 엄폐물 사이를 넘나드는 미카엘라의 특기도 죽이 되었다. 머리채를 잡고 다시 집어넣을 수도 없으니.

"아..그...모르겠다 나도.."

그리델이 칼리번과 함께 쓰러지듯 구렁이도 빨리 주인따라 가면 좋겠으나, 그럴 기미는 없어 보인다. 괴물 둘이 결투를 하는데 힘없고 가엾은 인간은 뭘 할 수 있죠? 사방팔방에 굴러다니는 난간 쪼가리라도 몽둥이처럼 들까.

"어디 해 봐요."

발목이나 안 잡으면 한 사람분 이상이다. 미카엘라는 여느 때와 같이, 바벨의 뒤에 서서 한 손으로 어깨를 잡았다. 바벨이 가는 대로 미카엘라가 따라간다.

605 ◆.Th3VZ.RlE (w8DeOn9mig)

2023-11-02 (거의 끝나감) 22:15:32



>>604

겨우 검지 손가락 하나 소비했을 뿐인 바벨에 반해 저 여자는 만신창이 , 서 있는 게 기적처럼 보였다 . 유일한 무기였던 구렁이도 파리머리들을 상대하면서 상할 대로 상해서 , 처음 마주했을 때의 위압감은 더는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 바벨이 아무 생각 없이 방아쇠를 당기면 , 그대로 맥없이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

당신들이 굳이 손대지 않더라도 알아서 멋대로 아무렇게나 죽어버릴 것만 같은 연약함 .

지독한 궁지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 달아날 묘수가 , 아직 저 여자에게 남았을까 .

그것만 먼저 잘라내버린다면 , 이 싸움 손쉬운 승리로 이어질 것이다 .


606 미카엘라 (tbo7w.c40E)

2023-11-03 (불탄다..!) 00:48:01

도망칠 수 없다. 놈들은 일행을 공격하고 스스로 적이 되기를 자처했다. 살아서 도망가게 하는 건 수지가 맞지 않는다. 배를 몰아 돌격할 때부터 자기가 당할 가능성도 반대로 생각했겠지? 염두에 두고 벌인 일이지? 당연히 자기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철면피스러운 일이었다.

"바닥."

바벨이 미카엘라에게 했던 것처럼. 그러나 대상이 달라졌으니 이건 구원이 아니라 나락으로 밀어버리는 짓이다.

"바닥을 부수고 빠뜨려버려요."

607 ◆.Th3VZ.RlE (XLY5NEF02c)

2023-11-03 (불탄다..!) 16:33:42



>>606

바닥을 무너뜨려라 . 직접 사격을 할 생각으로 들떠 있던 바벨에게 당신의 명령은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 하지만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가 .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지 , 아니면 무슨 괴이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 당신의 조심성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었다 . 서로의 생명을 판돈 삼아 벌이는 사투에서 지나친 게 어딨겠나 .

- La !

이제 성한 부분이 오히려 더 적은 선상에 시원하게 구멍을 만드는 바벨 . 손가락 하나를 통째로 갖다 쓴 공격은 겨우 바닥을 부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을 가로막는 장해물을 모조리 치워버렸다 .

저대로 저 여자를 나락 밑바닥으로 보내겠다고 , 그런 결의가 느껴지는 위력이었다 . 이미 만신창이였던 여자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어 형편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 애처롭게 하나 남은 팔을 뻗어보지만 허공을 가로지를 뿐 , 그녀의 모습은 선창의 어둠 속으로 떨어져 사라졌다 .


608 미카엘라 (vY1T/pItqU)

2023-11-03 (불탄다..!) 17:47:45

놈의 탈것이었던 범선은 놈의 감옥으로 변했다. 이제 죄인의 목을 치는 피날레가 기다린다.

"정말로 끝장을 낼 때가 왔어요.."

시작부터 아수라장인 싸움이었다. 그리델은 주저앉고 칼리번은 가슴에 구멍이 나며 바벨의 팔이 날아갔다. 그 판국에 파리머리가 끼어들고 가면에게 엿을 먹어서..

이 죄다 꼬여버린 상황을 바벨의 손으로 끊을 것이다. 자기를 풀어보라며 사람을 놀리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에게 할 대답은 칼질뿐이야! 미카엘라는 바벨과 함께 구멍 앞으로 전진하려 한다. 마지막 확인사살이 기다린다. 구렁이가 칼리번처럼 마지막 수를 꺼내지 않기를 바랄 뿐. 그랬다간 이 배가 두쪽이 나고 말 테니까.

609 ◆.Th3VZ.RlE (XLY5NEF02c)

2023-11-03 (불탄다..!) 18:08:37



>>608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 어째서 가면쟁이가 당신들을 습격했는지 , 아직 이유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 아닌가 . 도마뱀붙이처럼 배에 붙어 있던 세 마리의 파리머리들은 , 대체 무슨 사연으로 거기에 있던 걸까 . 당신이 이유를 붙이려고 하지 않는다면 , 그것들은 계속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 당신이라면 ─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

그리고 칼리번 , 그리델의 상태에 문득 관심을 가진다면 , 여자가 서 있던 너머에 힘없이 무릎을 꿇은 강철 갑옷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 칼리번은 모든 불을 쏟아내고 ,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체력까지 모두 소모한 것처럼 더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

실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늘어졌다고 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 언제나 꼿꼿하게 서있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혼자서는 일어설 수조차 없어 보였다 . 칼리번이 저렇게 됐는데 , 그리델이라고 무사할까 .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

- maaaaaaa

바벨에게 있어 칼리번이 저렇게 돼버린 것은 유감이겠지 . 바벨은 칼리번이 이렇게 허무하게 , 남의 손을 빌려 멸망하자 작게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냈다 . 부족한 감정을 드러내며 , 녀석은 아쉬워하고 있었다 . 이렇게 된 이상 원흉에게라도 화풀이를 해야겠지 . 바벨은 그럴 생각처럼 새롭게 생겨난 구멍 앞에 섰다 . 달빛만으로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선창은 , 바로 방금 전 당신들이 빠져나온 곳임에도 낯설기가 그지없었다 . 빠지면 두 번 다시 기어오르지 못할 것처럼 , 깊고 깊게 보이는 암흑 . 그러나 바벨은 , 그곳이 아무리 어둡고 , 위험하더라도 당신의 명령 한 마디면 과감히 뛰어들 것이다 . 못다 한 싸움을 마무리 짓기 위해 .


610 미카엘라 (a4/I0uCmUU)

2023-11-03 (불탄다..!) 18:49:49

칼리번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델도 시신이 되어 있으리. 생전이었으면 훈장을 추서받을 수도 있는 무훈이다. 하지만 사막에는 나라도 군대도 없다. 나라와 군대가 없는데 싸움은 있다. 나라와 군대가 사라지면 평화가 찾아온다고 하는 사람은 모두 생각이 짧은 사람임을 사막이 증명했다.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아요."

"하지만 복수를 할 수는 있죠. 산 자를 위해서."

Death from above. 미카엘라는 이미 준비되었다. 죽어서 살아가던 자를 위해. 강하를 명령한다.

611 ◆.Th3VZ.RlE (XLY5NEF02c)

2023-11-03 (불탄다..!) 19:11:00



>>610

깊게 친해진 사이는 아니었다 .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상대였다 . 하지만 한 때라도 서로의 등을 맡겼던 사이가 아닌가 . 원통함을 달래기 위해 보복과 복수의 시간을 가질 가치는 있었다 . 바벨은 작게나마 당신에게 자신의 시야를 허락했다 .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보는 것을 당신도 함께 보도록 했다 .

─ 그런데 꽤나 이상하다 . 녀석이 보는 세계가 전과 같지가 않다 . 녀석의 눈은 보통은 보이지 않을 것들이 더욱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 적외선 고글을 장착한 것처럼 어둠 속에서도 모든 것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물론 , 어떤 사물을 볼 때 그것의 내부까지도 투영되어 보이고 있었다 . 이런 눈이 있다면 누가 , 어떻게 감히 바벨의 앞에서 숨을 수 있겠는가 . 녀석이 당신의 발판을 부술 때는 , 그 자신만의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

- Maaaaaaaaa

쓰러져 더는 원만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적을 향해 , 바벨이 뛰어내렸다 . 같은 구멍을 사용해 추락하니 같은 곳에 떨어지겠지 . 피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짓밟혀 숨통이 끊어질 것을 , 구렁이 여자는 발버둥 치며 바벨의 낙하를 피했다 .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모두 끌어내 구렁이의 머리를 바벨에게 향했다 .


612 미카엘라 (akIZ8JOGMs)

2023-11-04 (파란날) 00:16:21

"뱀은 머리를 누르면 아무것도 못하지.."

한 쪽 눈으로 바벨의 시야가 보인다. 깡통 시절 보았던 시야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고양이처럼 어둠을 꿰뚫어보는것도 놀랄 일인데 눈에서 엑스레이라도 쏘는 것마냥 사물의 뒤까지 볼 수 있었다. 미카엘라가 이런 눈을 가졌으면 그 날 죽지 않았을테고, 특수부대에 지원서를 냈을지도 모른다. 문 뒤에 숨은 테러리스트가 몇명인지. 미카엘라는 전부 알고 있다네.

"밟고 끝내버려요! 칼리번의 복수! 그리델의 복수!"

세세히 지시하진 않았다. 대신 콜로세움의 관중처럼 팔을 흔든다. 폭력은 약처럼 중독되어 실존적 철학적 고뇌를 마비시킨다. 복잡할 것 없이 내키는대로 부숴놓고 '운명이었다' 한 마디면 만사가 간단해지는 거다. 미카엘라의 운명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뜻한다. 정해진 것은 과거에 속하는 일이니까. 지나간 일은 바꿀 수 없고 이끌어 나갈 수 없다. 이미 종료되고 확정된 것을 뭐 어쩌자는 것인가.

입으로 복수를 외치는데 머리는 그게 아니다. 그리델이 죽어도 그런가보다 칼리번이 죽어도 그런가보다. 일단 때리고 죽이고 보자. 스스로를 마비 상태에 빠뜨리면 둘의 죽음에 어떤 감정을 품어야 하는지 고뇌하지 않아도 되니까.

"Kill! Kill! Kill!"

생각할 필요 없고, 생각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 없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스스로를 녹여버리는 것이다. 바벨이 가진 의지의 폭력과 정 반대인 도피적 폭력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극과 극은 통한다. 둘의 마음은 통한다. 구렁이를 죽이자!

613 ◆.Th3VZ.RlE (cqMSjyExE6)

2023-11-04 (파란날) 14:13:23



>>612

결투란 , 고전적이지만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 바벨은 상대가 < 쏘는 > 놈이라는 것을 안다 . 굴욕스럽게도 먼젓번에는 한 발 늦었으나 , 지금도 과연 그럴까 . 바벨은 승기를 타고 있었다 . 맞바람에 꺾이려는 저 여자와는 다르다 . 바벨은 언제라도 쏠 수 있었고 , 낭떠러지에 적의 등을 밀기만 하면 됐다 .

- maaaaaaaaaaaa
- laaaAAaaaAaaaa

안 나오는 소리를 목을 찢어내는 여자에게 , 재빨리 손가락을 겨누는 바벨 . 거의 동시에 구렁이가 입에서 화살을 뱉어냈지만 , 바벨은 그것조차도 예상한 것처럼 구렁이의 입을 스트라이크 존 삼아 속구를 때려박았다 . 바벨의 공격이 화살촉에 닿고 살을 부수고 구렁이를 찢어놓았다 . 여자는 하나 남은 팔까지 잃고 , 공격의 여파에 반신이 휘말리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

라스트맨 스탠딩의 주인공은 바벨이었다 . 그리고 당신이었다 . 바벨은 쏘느라 소비한 손가락을 다시 만들어내고 , 쓰러진 여자를 향해 겨누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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