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614 미카엘라 (zMyCWPCTx6)

2023-11-05 (내일 월요일) 12:23:56

"확인사살은 확실히."

적이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도록 육신을 부수는 것이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당긴 방아쇠에 물귀신처럼 끌려가면 억울하지 않은가. 총이 발명된 이래 사람을 죽이기는 너무나 쉬워졌으니까.

"쏴."

미카엘라와 바벨은 많이 배운 의사가 아니라 삶과 죽음 사이의 미묘한 지점을 포착하기 어렵다. 하지만 머리에 구멍이 나 있는 건 확실히 죽은 거란 정도만 알 뿐이다.

615 ◆.Th3VZ.RlE (fk3GhLKBzw)

2023-11-06 (모두 수고..) 21:27:37

끼에에엒ㄲ

616 미카엘라 (Wzy8vgWbm2)

2023-11-06 (모두 수고..) 22:10:36

게에엒..

617 ◆.Th3VZ.RlE (fk3GhLKBzw)

2023-11-06 (모두 수고..) 22:17:30



>>614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 아무리 강한 괴물이라도 , 한계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상 . 바벨은 마지막 한 발을 쏘는 순간까지도 철저히 방심하지 않고 준비하고 대비했다 . 상처 입은 맹수야말로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일까 .

- 쾅 !

열기로 가득 찼지만 텅 빈 것처럼 무미건조한 소리였다 . 구태여 말로 설명할 필요 없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죽음 . 바벨은 자신의 손으로 결말 지은 이야기를 음미하는 것처럼 바라봤다 . 어떤 역사와 사연을 갖고서 이 세계를 방황하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 최후는 당신의 손으로 지었다 . 이야기의 시작에 관여하지 못했어도 마무리를 장식했다면 , 당신 역시 저것의 일부로 기억되겠지 .

바벨은 그것이 모래로 화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 선상으로 돌아왔다 . 한 사람 땅에 묻은 것치고는 별달리 부상도 없고 , 이 정도면 완승했다고 할 수 있으리라 .

문제는 이 배와 칼리번이었다 . 바벨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칼리번을 바라봤다 .


618 ◆.Th3VZ.RlE (fk3GhLKBzw)

2023-11-06 (모두 수고..) 22:17:51

... 어제 하루종일 잤는데도 어째서 잠이 부족하죠 ... 흑흑흑흑ㅎ긓긓그 너무한 세상이야

619 미카엘라 (Wzy8vgWbm2)

2023-11-06 (모두 수고..) 23:10:12

끝은 담백하고 무미건조했다.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영화처럼 장엄한 죽음을 맞는다. 대부분의 죽음은 고통스럽고 추잡하거나, 심지어 시시한 것이었다. 가면과 구렁이가 어떤 삶과 고민을 가지고 살았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어서 모래바람처럼 흩어졌다. 미카엘라와 바벨의 동행자들도 그러하다.

"걔 죽었어요. 젠장.. 그리델도 죽었겠지? 시체라도 확인해야 하나."

다음에 만나는 사람이 그리델 같은 사람이란 보장이 없다. 환경상의 확률로 따져보면 가면 같은 미친놈들만 줄줄히 튀어나오는게 더 합리적이다. 칼리번의 전투력까지 감안하면 이 둘의 손실은 꽤... 불쾌한 일이다.

말은 뭐 비극적인 현실을 슬퍼하는 바벨에게 상기시키는 것처럼 했지만 바벨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애도의 시간을 가지던, 시체를 쪼아먹는 독수리처럼 바벨장을 지내던. 칼리번에게 감정이 있던 건 바벨이니까 바벨 마음대로 할 일이다.

칼리번을 보던 바벨을 보던 미카엘라는 선상 아래로 매달려서 푹 뛰어내렸다. 모래벌레를 잡다가 멀리 나가떨어졌을 때를 고려하면 다치진 않을 것이다. 푹신한 모래 위에 푹 넘어지긴 하겠지만. 그녀는 그리델을 확인하러 걸음을 옮긴다.

//이 세상은 고통...절망...께으윽..

620 ◆.Th3VZ.RlE (fk3GhLKBzw)

2023-11-06 (모두 수고..) 23:40:31



>>619

바벨의 생각은 단순했다 . 저대로 바스라지게 내버려두는 것은 아깝다 . 저게 나름대로 강력한 < 소재 > 라는 것을 , 바벨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 적자생존 , 먹는 자가 살아남는다 . 당신도 어느정도 느끼고 있었을 사실이다 . 당신의 안에 윤리적 망설임 , 거리낌이 없다는 것은 방금도 확인하지 않았던가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벨은 당신에게 동의를 구했다 . 바벨은 결국 당신의 분신에 지나지 않는다 . 자신의 안에 < 다른 것 > 을 들일 때는 , 반드시 당신의 허락이 필요했다 .


621 미카엘라 (kObGn8Tilk)

2023-11-07 (FIRE!) 00:06:59

모래 위를 걸으며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를 더듬고 있었다. 저번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것이 담배를 찾는 습관임을 알고 있다. 갖가지 기괴한 일이 벌어지는데 갑자기 주머니에 라이터랑 담배가 뿅 생기는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나... 헛생각을 했다. 시선이 느껴져 뒤를 보면 빤히 쳐다보는 바벨이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괴물을 죽이고 잡아먹자. 애기 입에 든 것도 빼앗아 먹자. 다른 사람도 아닌 미카엘라의 생각이다.

"먹어도 돼요. 살아남은게 이긴 거니까, 바벨이 이긴걸로 치죠."

둘의 경쟁은 단순하고 허망하게 일단락되었다. 왜 범선이 칼리번을 노렸는지 알 수 없으나, 어쩌면 크고 위압적인 외모가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미카엘라의 가설이 맞다면 이번 상황에서는 바벨이 더 적합하고 더 적합했기에 살아남은 셈이다. 살아남았다면 더 강한 것이 될 테고. 더 강한 자는 뜻대로 할 권리가 주어진다.

622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23:05



>>621

칼리번이 몸성히 움직일 수 있었다면 , 다가오는 바벨을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 바벨 또한 그 사실을 안다 . 우리가 다른 곳 , 다른 장소에서 만나 싸울 수 있었다면 , 이렇게 허무한 끝맺음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

아니 ── 아니지 . 그것은 망상이다 . 바벨이 그런 감상을 가질 리가 . 먹는 것에 감정을 느낄 리가 . 바벨은 기계다 . 단지 싸우도록 태어났기 때문에 , 본래의 목적에 맞게 , 소명에 맞게 , 닥치는 대로 시비를 걸고 부딪히고 깨부수는 것이다 . 거기에 감정은 1mg도 섞이지 않는다 . 그의 투쟁에 불순물이 섞일 리 없는 것이다 .

하지만 이 세계에 , 절대라는 말이 통할까 . 성립이나 할까 . 바벨은 변할 것이다 . 이제까지도 변해왔고 . 그리고 뒤를 돌아보고 자신의 모든 선택들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

─ 안녕히 강철 기사 . 미카엘라의 적이 될 수도 있었던 수호자 .

그리고 , 그리고 ─ 모든 것들이 당신바벨의 일부가 된다 .


623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25:07




>>622

이름:그리델 앤틸리아미카엘라 라미레즈 Grindel Anthelia
나이:스물 하나
성별:여성

외모:태양에 그을린 듯 피부가 붉다 . 비단처럼 보드라운 갈색깔 머리카락을 이마가 드러나도록 가르마를 타놨다 . 깎아 만든 듯 갸름한 얼굴에 오뚝한 코 - 차분함을 잃는 법 없는 얇은 입술이 귀족적인 이목구비를 이룬다 . 왜소한 체구지만 바위 마냥 강단 있는 사람이라 보았을 때 유약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 경주마와 같이 올곧게 앞길만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는 자신에 찬 초록으로 물들어 있다 . 굳은살 빼곡히 박인 작은 손이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슬쩍 귀띔을 해준다 . 얼룩덜룩 물감 투성이의 앞치마를 색이 시커먼 남성용 작업복 위에 입고 있다 . 밑창이 두꺼운 헤시안 부츠를 신는다

성격:중증의 워크 홀릭 . 수전노이기도 하다 . 찢어지게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낸 반동으로 돈을 버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 냉정 침착한 성질은 매사에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일념으로부터 탄생한 것 . 작은 씀씀이로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

이드:칼리번

강철 갑옷의 모습을 한 이드 . 속 빈 갑옷이 주인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 두꺼운 아밍 소드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검의 달인 . 전설 속 원탁의 기사에 비견되는 실력으로 주인의 적을 철저히 분쇄한다 . 갑옷의 이음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오색찬란한 불길이 특징 . 광택이 옅은 갑옷은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다

능력치:

└ 공격력:7
└ 방어력:5
└ 지구력:5
└ 기동성:3
└ 특이성:3

1 _ 미국의 여류 화가로 자신의 생일 되는 날에 괴한의 습격을 받아 사망에 이르렀다

2 _ 가난한 배관공의 자녀로 태어나 만족을 모르고 자랐다 .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

그녀는 세상에 분노하고 있다

3 _ 일요화가 . 노동자로 일하는 틈틈이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 .

그녀에게 있어 미술은 취미를 넘어 답답한 현실로부터의 탈출구였다


624 미카엘라 (kObGn8Tilk)

2023-11-07 (FIRE!) 00:30:16

(입틀막

625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32:19

바벨 : ( 존맛 ! )

626 미카엘라 (kObGn8Tilk)

2023-11-07 (FIRE!) 00:34:18

미카랑 그리델의 인격이 섞인건가여? 그게 아니면 이중인격처럼 그리델이 머릿속에 살아서 대화하는 구조...?

627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36:40

그것보다는 , 그리델의 기억을 얻었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 그리델의 삶의 기억을 통째로 얻은 겁니다 !

그리고 , 손상이 컸으니까요 , 미카엘라가 지금까지의 자신을 잃고 섞일 정도는 아니에요

628 미카엘라 (kObGn8Tilk)

2023-11-07 (FIRE!) 00:42:25

!!!

손질 안 하고 날것으로 먹으면 섞일 수 있다...메모..

629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0:46:3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기생충 걱정되는 민물고기 회도 아니곸 ㅋㅋㅋㅋ

630 미카엘라 (96RxLa.xho)

2023-11-07 (FIRE!) 01:00:03

바벨이 칼리번을 먹었다. 느껴졌다. 그리델의 낮선 기억들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델의 시신을 확인하러 가는 걸음이 잠시 멈추고 말았다.

"아. 그리델."

솔직히 말해서 마음 속이 뜨끔거렸다. 하지만 죽은 사람을 많이 보았어도 죽은 사람의 기억이 흘러오는 건 처음이라고, 미카엘라는 속으로 변명했다. 회색 매연이 쏟아지는 공장 아래에서 살다가 죽고. 모래벌레부터의 기억에서는 미카엘라와 바벨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유가 아니라 정말 관찰자 시점으로 보였다.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들이지만 낮설게 보였다.

"그리델..."

미카엘라는 그리델의 마지막 기억. 정말 마지막 기억을 펼쳐보면서 그녀의 시신을 향해 걸었다. 칼리번이 찔리고, 미카엘라가 그리델을 포기한 시점부터. 최후의 불꽃이 타오르고 암전될때까지의 기억을.

631 미카엘라 (96RxLa.xho)

2023-11-07 (FIRE!) 01:00:55

>>629 올바른 식습관으로 건강한 사후생활 지키기...힉힉..

632 ◆.Th3VZ.RlE (Nhv1/SEYxY)

2023-11-07 (FIRE!) 01:39:49



>>630

밉다 . 미워 . 정말 모든 것들이 밉다 . 바라지도 않았는데 태어나고 , 바라고 바래도 죽을 수 없는 내 삶이 밉다 .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고 ,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없는 내가 밉다 . 세상은 미운 것 투성이 . 사랑할 것은 아무것도 없고 , 나는 단지 살기 위해 사는 기계가 되었다 . 이런 나를 누가 알아줄까 . 누가 찾아줄까 . 그것이 억울하다 . 원통하다 . 그래서 내 마음을 , 캔버스 위에 그리기 시작했다 . 목소리로는 다할 수 없었던 나의 존재 증명 . 이런 나라도 분명히 이 세계에 살아 있었다고 , 누군가 한 명이라도 알아주기를 바라며 붓을 들었다 . 물감으로 회색의 세계를 적시기 시작했다 . 나는 여기에 있어 . 나를 알아줘 .

그렇게 소리 없이 소리쳤다 .

.
.
.

그런데 이게 뭐야 . 이게 뭐냐고 . 죽고 싶었어 ─ 사실은 죽고 싶지 않았어 ! 살고 싶었어 . 정말로 살고 싶었어 ! 못 본 것을 보고 못 먹어본 것을 먹고 , 듣고 , 즐기고 , 나를 찾고 싶었어 .

그런데 제길 , 제기랄 , 어째서 !! 어째서 나만 이렇게 끝나야 해 ! 어째서 나만 !

.
.
.

알고 있다 . 나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 . 누구도 잘못 따윈 하지 않았다 .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들이 아니라 , 우리를 낳은 세계에게 있어 . 나는 여기에 수감될 만큼 , 끔찍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어 . 살아날 거야 . 돌아갈 거야 . 그리고 제대로 ,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을 찾을 거야 .

그러기 위해서라면 그리델는 ── - 미카엘라 ── 는 , , , , , , , , ,



어디에도 그리델은 보이지 않았다 . 그녀가 쓰러진 자리를 찾아봤지만 , 모두 헛고생이었다 . 그리델은 , 애초부터 거짓과 상상으로 이루어진 환상처럼 , 망상과 공상 속 등장인물처럼 , 당신의 앞에서 사라졌다 . 당신의 머릿속에서만 , 그녀는 존재했다 .

그것은 무척이나 기이한 감각이리라 . 신기루처럼 눈에 보여도 잡히지 않는 것이 기억이라는 놈이라 . 당신은 더는 그리델이 여기 살아죽어 있었다고 < 확신 > 할 수 없었다 .

그것은 어쩌면 한여름 밤의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 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 그녀의 존재는 두리뭉실해지고 , 언젠가 정말로 그녀를 잊을지도 모른다 .

모르는 , 데 ── 기억의 한 부분이 , 유달리 툭 튀어나온 한 부분이 ─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

그리델이 이 세계에서 만난 < 누군가 > ── 생면부지 타인임에 분명한 < 누군가 > 가 , 너무나 낯이 익다 .

당신이 생전에 만난 사람인가 ?

아니 ─- 그렇지 않았다 . 당신의 기억 어디에도 , 저 사람의 모습은 새겨져 있지 않다 .

하지만 분명 ─ 당신은 저 사람과 만났었다 . 그런 < 확신 > 이 든다 .


633 미카엘라 (yDSixDXvhM)

2023-11-07 (FIRE!) 02:22:24

"흙은 흙으로.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그리델은 이미 먼지가 되어 흩어진 모양이었다. 그녀가 미카엘라에게 했던, 기계같다는 말의 어원을 엿볼 수 있었다. 죽고 나서 엉망진창의 사막에 떨어져도 운명이니까 그러려니 하는 미카엘라를. 진짜 그렇게 생각하던 미카엘라에게 그리델은 자신의 혐오스러운 면을 보았을 것이다. 살기 위해 사는 기계.

사라진 그리델을 보고 자기도 저렇게 되려나 옷을 들추어 구멍난 옆구리를 확인하는 생존기계 미카엘라를, 그리델은 푸른 눈으로 제대로 보았다.

그 와중에도 그리델의 기억 중 한 기억이 이상하리만치 튀어오르고 있었다. 어떤 사람에 대한 기억이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헨리 포드를 그리델이 직접 만났다- 하는 건 아니다. 사막에서의 기억이었으니 말이다. 그 사람은 생전에 만난 기억이 없는데도 어딘가에서 만났다는 기이한 확신이 있었다.

정말로 만났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무의식 속의 인물? 아니면 망자들을 사막으로 끌어오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사람 행세를 하나. 머리채가 잡혀 끌려오는 중에 얼굴을 슬쩍 보았나? 기상천외한 사막은 망자의 상상력 증진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

그 누군가에 대한 그리델의 기억을 돌려보면서, 미카엘라는 터벅터벅 배로 돌아간다.

634 ◆.Th3VZ.RlE (w0tSjYNd0A)

2023-11-08 (水) 00:02:19

오늘은 ... 자ㅑㅇ겠어요 ... 내일 옵니다ㅏㅏㅏ

635 미카엘라 (3yXkpJiImw)

2023-11-09 (거의 끝나감) 23:30:08

갱신하고 가요 으어 죽겠다!!

636 ◆.Th3VZ.RlE (p4g8m1rL72)

2023-11-09 (거의 끝나감) 23:50:53

갱신하고 쥭습니다... 글 쓰고 싶은데 너무 피곤해... 내닐맘에 봐요...

637 ◆.Th3VZ.RlE (rRtB8h8.7E)

2023-11-10 (불탄다..!) 22:16:42



>>633

타인의 기억 속 < 누군가 > 는 남자였다 . 또는 여자였다 . 젊은 사람이었나 . 아니면 노인이었나 .

안개가 낀 것처럼 . 필름이 다 타버린 것처럼 . 그에 대한 모든 기억이 흐릿하다 . 몇 마디 말로써 겨우 조금 , 조금이나마 그에 대한 인상을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이다 .

《 그 ─ 래 , 여기는 너희들 말로 , 사후 세계라고 하는 곳이야 , 모든 사람의 종점 , 모든 이야기가 마침표를 찍는 곳 , 하지만 드물게도 너희들처럼 ,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이렇게 이 세계에서조차 안식을 얻지 못하고 방황하고 , 방랑하게 되지 》

《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거냐구 ? 관점에 따라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 우리 < 사장님 > 도 같은 생각일 테니 , 혹시 너도 관심이 있을까 ? 안 그래도 마침 같이 일을 할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었거든 . 무슨 일이냐니 , 뭐 대단한 건 아니고 ,

여기저기서 생존자들을 모아 사막 위에 터전을 꾸리는 중이야 . 이런 괴물들이 들끓는 세계라도 ,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 , 이 세계의 주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 》

《 괜찮아 괜찮아 ,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 , 그러고보니 너처럼 , 이 세계를 벗어날 방법을 찾는다던 녀석이 있었어 . 동료도 제법 있었고 , 나더러 생각이 바뀌면 찾아오라던데 , 네 생각이 그렇다면 한 번 거기로 가보는 게 어떨까 ? 이정표는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 그도 그럴 게 그렇게 큰 길은 이 세계에 달리 존재하지 않거든 》

.
.
.


그리델로부터 물려받은 기억은 이게 다였다 . 생전의 기억에 반해 , 사막에서 눈을 뜨고 새롭게 새긴 기억들은 모두 휘발성이 강해 이마저도 겨우 건진 것이다 . 정체불명 ─ 신원불명의 목소리를 어디서 만났다고 당신은 , 낯익게 느낀 걸까 . 그러나 분명했다 . 사막 어딘가에서 , 마침내 만나게 된다면 , 당신은 분명 저 사람을 알아볼 것이다 .

그리고 그것이 , 어떤 열쇠가 되리라 .

정말이지 신기한 감각이 아닐 수 없다 . 오컬트 신봉자들이 말하는 육감이니 하는 것들이 , 어쩌면 이런 것일까 . 타인의 기억을 수집하는 것도 , 마냥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몰랐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 다시 되돌아온 범선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것을 보면 , 전보다도 더욱 유령선처럼 보이는데 평범한 신경을 지닌 사람이라면 도무지 이것을 타고 사막을 항해하자는 생각은 못할 것이다 .


638 미카엘라 (Tsr5DFTuwk)

2023-11-10 (불탄다..!) 23:14:40

그리델이 품은 희망에 대한 기억이다. 십중팔구가 날아간 메모리에서 살아남은 기억들은 이유가 있었다. 그리델은 그 사람의 말에 희망을 품고 미카엘라를 만나 길 위에 올랐다. 그녀가 두 번 죽은 이유는 희망에 의심을 품고 딴 길로 빠져서일지도 모른다. 옛날 이야기에서 의심이 파멸을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계속 길을 따라가면 거기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남는 게 시간이니 다시 돌아가볼까. 그리고 사장님이라는 사람은 또 누구인지.

".....으엑."

사장님. 나쁜 직감이 들었다. 아포칼립스 영화에서 나오는 기분나쁜 교주 캐릭터 말이다. 모든 것이 무너질 때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규합하지만, 뒤에서는 자기의 음침한 욕망을 채우는 사람. 아니면 사막의 괴물왕같은 존재가 망자들의 머리에 기생충을 심어 자신의 입 안으로 기어들어오게 하는 걸까? 연가시가 곤충을 물에 뛰어들게 하듯. 미카엘라는 신기하고 기묘한 감각에 몸을 조금 떨었다. 그렇게 걸으면 어느새 을씨년스러운 범선 앞에 서 있었다.

유령선의 선장이 되려면 항해술부터 알아야겠는데, 문외한 미카엘라에게는 까마득하다. 타륜 같은 걸 돌리나..?

"바벨! 나 왔어요!"

우선 배 위에 올라야 할 일이다. 미카엘라는 바벨을 불렀다. 그 흰색 머리카락을 내려다오!

639 ◆.Th3VZ.RlE (iJ53nP0OP6)

2023-11-11 (파란날) 22:47:40



>>638

대답이 없다 . 반응이 없다 . 유령선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이상한데 . 당신은 분명 바벨을 배에 내버려 두고 왔다 . 바벨이 아무리 정신 사납게 논다지만 당신을 버려두고 훌쩍 떠나버릴 녀석은 아니지 않나 . 사연이 있을 터다 . 이유가 있을 거다 . 혹시 녀석이 배탈이 나서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닐까 . 그래서 당신을 마중 나오지 않는 건 아닐까 . 당신은 그리델과는 다르게 바벨의 신변에 이변이 생겨도 어떤 피드백도 받을 수 없었다 . 덕분에 여지껏 무사할 수 있었지만 , 바벨이 멋대로 어디서 객사해버려도 당신은 깨달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 실제로 전에도 , 바벨이 괴물 지렁이를 잡고 남은 부산물 , 찌꺼기들에게 습격 당할 때도 현장에 가서야 뒤늦게 사태를 알아채지 않았던가 .

배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 이대로는 알 방법이 없다 .


640 미카엘라 (LSw3gJH8WU)

2023-11-12 (내일 월요일) 00:15:27

"바벨?"

지금 칼리번 먹고 신나서 미카엘라 목소리가 안 들리나?? 야! 다시 불러봐도 바벨은 대답이 없다. 싸울때만 믿음직한 깡통같으니.. 망할 깡통.. 깡통 바벨..

미카엘라는 꼼짝없이 짝꿍 괴물 없이도 혼자서 잘해요 프로그램을 찍어야 할 판이다. 배를 처음 보았을 때는 도무지 바벨의 도움 없이 오를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지금은 어디 부서진 틈새나 끊어져서 늘어진 밧줄이 새로 생겼을 법 한데. 어디 적당한 게 없나? 미카엘라는 배 주위를 총총 뛰며 돌았다.

641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2:26:28



>>640

새삼스럽지만 , 정말 심각하게도 파괴되고 파손되었다 . 이게 모래가 아니라 다른 배들처럼 물 위에 띄우는 배였다면 진작에 침수되고 가라앉았을 중상이다 . 바벨 녀석이 신이 나서 날뛴 여파로 의심되는 구멍이 당장 살펴본 것만 해도 서너 개는 됐으니 , 저기 저 비교적 지면에 가까운 구멍을 통해 들어가면 또 새로운 길이 나타나지 않을까 .

배를 차지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 선내를 탐색하는 것도 어느정도 정해진 일이었을 터 . 그렇게 살펴보는 동안에 배를 움직일 실마리를 찾게 될 수도 있었다 .


642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2:33:03

이걸 탈 수 있을까? 낡은 운동화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모래가 수십 양동이처럼 밀어칠 판이니. 싸움은 싸움대로 하고 손에 들어오는 건 아무것도 없을지도.

"이것 참 노숙자 소굴도 아니고."

갈곳 없는 노숙자들이 들어가서 밤을 보내는 조형물이라고 해도 믿겠다. 미카엘라는 투덜대며 가까운 구멍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643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2:45:19

주말의 끝에 tmi를 조금 끼적여보자면. 미카 눈에 대한 설정은 이 캐릭터에게서 따왔어요!

만화 원본(레비아탄)을 직접 찾아보니 눈으로 하는 마약에 중독되서 저런다네요. 평온한 표정으로 눈물만 줄줄 쏟는게 기괴하면서도 강렬해보여서. 기억해 두었다가 미카를 만들 때 쓴 소재에요. 세부사항은 섬광탄에 다친 눈이랑 눈물 문신으로 바꿔주고 이미지만 살려서 가져오는 방식으로 말이죠

644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2:50:09



>>642

우선 ─ 이 배는 2층으로 된 전열함이었다 . 배의 밑바닥은 모래 밑에 깊숙이 파묻혀 밖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고 , 구멍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내부는 당신과 바벨이 신세졌던 선창보다 한 층 더 위에 있는 포갑판으로 국한됐다 .

일찍이 당신과 바벨이 처음 배에 침투할 때는 포문이 모두 닫혀 있어 내부 사정을 알 길이 없었으나 , 이렇게 생겨난 통로로 들어와 보니 보란 듯이 밧줄에 묶인 포가 당신을 반겨준다 . 사용을 관둔 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흐른 듯 모든 포가 빠짐없이 녹이 슬고 낡았는데 , 어디로 갔는지 싣고 쏠 포탄도 보이지 않는다 .

떨어졌던 선창에도 비슷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으니 , 애초부터 탄을 싣지 않았던 걸까 . 당신에게는 아쉬운 소식이리라 . 그렇게 볼 것이라고는 장식으로 쓰기에도 모자란 버려진 포만이 전부인 갑판 . 쓸쓸하게 넓기만 한 공간은 퉁명스럽게 더 볼 것 따윈 없으니 위로 오르던 아래로 떨어지던 알아서 하라며 당신에게 길을 제시하고 있다 .


645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2:52:29

>>643 오읍어 , 저렇게 광광 우는 이미지였습니까 , 미카엘라 ! 저는 끽해야 이 친구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

646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2:58:54

미카엘라의 캐릭터가 톡톡 튀는 게 , 어쩐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

이렇게 되면 바벨의 이미지가 시작된 지점도 말씀드려야 할 거 같은 기분 ! 정말 좋아하는 작품의 크리쳐로 등장하는 이 녀석으로부터 바벨의 기본 골자를 가져왔습니다 . 애초에 이드들부터가 IBM 이나 스탠드의 영향을 짙게 받은 것들인데 , 그 중에서도 바벨은 특히나 스트레이트한 편이네요 !

647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3:10:05

달빛이 깨진 틈으로 포갑판 안을 채웠다.

녹슨 화포들. 화약도 포탄도 없이 다 썩어버린 포만 휑뎅그레 남아있는 전경은 이 배와 어울렸다. 그저 뒤틀린 고풍스러움을 표현하는데 사용하는 소품 정도의 물건들. 바벨이 포문들 사이를 오가면서 사격할 정도는 되겠다. 배 밖에서는 안을 보기 어렵고 위치를 바꾸며 쏘면 적들의 정신을 빼놓을 수 있을 거다.

"뭔가 싣기엔 좋아보이네요."

생존에 필요한 자원이 없는 사막에서, 대체 뭘 부랴부랴 싸들고 다녀야 하는지는 차차하고 말이다.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라면 사람들을 태우고 다녀도 좋겠다. 황량한 사막에서 천장과 벽은 찾기 어려운 것이니까 태워준다면 좋다고 할 사람들이 많겠지.

미카엘라는 작은 감상을 끝마치고 위쪽으로 걸음을 향한다.

//그렇습니다 광광 울던 것이었습니다..

648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3:14:17

>>646 아아아!!! 제가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캐릭터들 두뇌전이나 뛰어난 밀리터리 묘사나....그리고 그 실눈할배도 매력있는 캐릭터였구요!

양철이 말린 생김새랑 원할때 사라졌다 나타나는게 이제 뭔지 정확하게 알겠네요!

649 미카엘라 (Dnt6PIVcpA)

2023-11-12 (내일 월요일) 23:15:29

+바벨이 말 안듣는것도 주인공의 IBM이랑 똑같군요..

650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3:27:24



>>647

하나뿐인 통로를 기어오르자 자연스럽게 노천갑판으로 이어진다 . 이것 말고도 쓸 수 있는 통로는 하나 더 있었지만 , 거기로는 바벨이 먼저 다녀간 뒤라 멀쩡하게 밟을 수 있는 부분이 오히려 더 적었다 .

멍청한 바벨 . 화살만 피하면 됐지 왜 , 뭐하러 다 부수고 다니는 걸까 . 정말이지 섬세한 일과는 담을 쌓은 괴물이었다 . 하지만 어쩌랴 , 녀석이 당신의 파트너인 걸 , 그런 파괴적인 충동에 몇 번이고 목숨을 구했다 . 다소 당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도는 , 참아줘야만 할 것이다 . 아무튼 , 뭐가 됐던 선상에 오를 수 있었다 .

위치를 보아하니 현단을 다 내려오면 보이는 네모난 출입구 같은데 , 바로 근처에 바벨이 뚫어놓은 구멍이 보인다 . 조금만 더 거리가 가까웠다면 , 이 통로도 못 쓸 것이 됐으리라 . 이렇게 난장판을 쳐놓은 장본인은 어디로 갔나 하면 , 웬일 , 녀석은 칼리번이 있던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멍청한 눈으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 …

바벨은 당신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모르고 , 그렇게 가만히 움직이지 않았다 . 마치 혼자서 골똘히 생각할 것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간의 활약이 무색하게 주변에 무방비해진 것이다 .

──- 그런데 녀석에게 생각이라니 , 그것만큼 어울리지 않는 게 또 있을까 .


651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3:29:34

>>649

652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3:34:14

미카엘라의 성격이 성격이라 깊게 다루지 않고 지나갔지만 , 그리델이나 가면 쓴 사람의 이드는 주인의 말에 잘 따랐지요 , 구렁이는 특히나 나는 상관하지 말라는 부담스러운 명령까지도 거부하지 않았어요

653 미카엘라 (IfdLtKRMKY)

2023-11-12 (내일 월요일) 23:42:31

???

누워서 뭐 하나. 눈 뜬 채로 죽었나? 설마 저러고 있는다고 미카엘라의 부름에도 답하지 못한 건가. 저렇게 대자로 퍼질러서 하늘이나 올려다보다니.. 진짜 뭐 하는거야? 평소의 바벨이 할 행동이 아니었다. 칼리번을 흡수한 여파일지도 모른다. 충격적인 장면에 미카엘라의 턱이 떡 벌어졌다.

"바벨?"

뒷짐을 지고 바벨의 머리 뒤로 걸어갔다. 군화가 나뭇바닥에 부딪히면서 무거운 소리가 났다. 저걸 걷어찰까 말까 찰까 말까. 한 걸음에 수백번씩 고민을 했다.

"뭐..하는 거에요?"

654 미카엘라 (IfdLtKRMKY)

2023-11-12 (내일 월요일) 23:44:10

>>652

655 ◆.Th3VZ.RlE (8Mg0hykuOw)

2023-11-12 (내일 월요일) 23:59:42



>>653

흑단처럼 검은 눈을 , 검은 눈꺼풀이 덮는다 . 바벨은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 , 눈을 감고 누워서 버텼다 . 이건 또 처음 보는 반응이다 . 전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행동이라 할 수 있을지도 . 하지만 여전히 속내를 알 수가 없다 . 녀석에게 이입하여 행동의 의미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 다소 모습이 사람처럼 바뀌었다고 해서 , 그 내용물까지 당신과 같아진 것은 아니라 , 녀석은 여전히 사람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다양한 감정이 부족했다 .

이 상황에 이르러서도 , 녀석이 정말로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불명확했다 . 녀석은 기본적으로 블랙박스 ,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연이었다 . 당신은 잠시 녀석의 안에 발을 담글 수 있었지만 , 그것만으로는 녀석을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 바닥이라 생각했던 것이 정말로 바닥이었는지 , 당신은 확신할 수 있을까 .

이번 전투만 하더라도 그렇다 . 녀석이 당신을 얼마나 곤란하게 만들었는지 . 운이 좋아 살아남았지만 , 상대가 보다 나은 상황 , 나은 조건을 갖고서 전투에 임했더라면 , 쓰러지고 잡아먹힌 것은 당신이었을 것이다 .

오늘 같은 사고는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 .

당신이 앞으로도 살아갈 생각이라면 , 녀석이 당신에게 감추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


656 미카엘라 (1y82wdy9Y.)

2023-11-13 (모두 수고..) 00:02:02

답레는 내일 달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657 ◆.Th3VZ.RlE (fQi/5z3FbY)

2023-11-13 (모두 수고..) 00:06:11

예아 , 안녕히 주무세요 !

658 미카엘라 (aijaDTK91U)

2023-11-13 (모두 수고..) 15:01:03

"하아...바벨..."

이젠, 패는것도 지친다. 사람은 좀 패면 말을 듣는 척이라도 했는데. 바벨의 머리통을 걷어차거나 마운트를 잡고 주먹을 내리꽂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한다. 오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오늘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은 푸닥거리를 너무 심하게 했다.

"바벨도 생각을 해요? 무슨 생각을 하는데요?"

그래서 옆에 같이 벌렁 누워버렸다. 보이는 건 아직도 커다란 보름달이다. 정말 욕지거리가 나올 정도로 한결같다. 달은 조금도 더 차거나 더 기울지 않았다. 미카엘라는 넋두리를 주절댄다.

"생각을 하면 말도 좀 해보라구요. 사막에서 믿을 거라곤 둘밖에 없어요. 이러기에요 정말?"

"뭘 해줘야 그 입이 열릴까. 내가 뽀뽀라도 해 줘야 하나. 응?"

659 미카엘라 (SDBzcpZqTg)

2023-11-16 (거의 끝나감) 17:56:59

갱신합니다...껙..

660 ◆.Th3VZ.RlE (9vRhGZk2CY)

2023-11-16 (거의 끝나감) 22:32:21

수능 ... 치던 때로 ... 돌렵모내조 ...

661 ◆.Th3VZ.RlE (wq9YsG5ksQ)

2023-11-17 (불탄다..!) 23:27:50



>>658

당신도 바벨에게서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을 터다 . 바벨은 말을 못한다 . 이것이 이제까지의 대명제였으니 . 그것이 뒤집힐 리 없다고 , 당신은 무심코 생각했을 거다 . 이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고 , 당신에게 호의적이지 않고 , 틈만 나면 당신을 죽이려고 드니까 . 조금이라도 당신에게 유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 스스로 그렇게 믿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러나 그런 기대를 뒤집어엎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으니 ─ 당신은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 . 당신의 귀를 처음 지나는 목소리였다 .

- ───- ─ 나는 백설공주가 아닙니다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당신도 왕자는 아니에요 .

천연덕스럽게 , 잘도 말한다 .


662 미카엘라 (ik8Uyu.Ws6)

2023-11-18 (파란날) 01:00:49

"!@#$ㅡ"

미카엘라의 인생을 걸고, 애꿎은 그리델의 인생까지 덤으로 걸어서. 발치에 수류탄이 굴러왔을 때보다 더 놀랐다. 미카엘라는 낚시에 걸려 갑판 위로 딸려온 생선처럼 팔딱였다. 때리는 것도 지친다는 다짐도 까먹고 일어나서 마운트를 잡을 뻔 했네. 바벨을 처음 보았을 때 일단 치고 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말투가 왜 이래요! 칼리번이 안에 살아서 말하는 거죠! 어!"

게다가 말하는게 점잖다. 아주 공손한 습니다체를 사용한다는 말이다. 칼리번을 먹고 말문이 트인 건 알겠지만. 이건 숫제 칼리번이 바벨의 탈을 쓰고 말하는 모양이다. 바벨의 도발에도 점잖던 그 칼리번 말이다. 바벨은 뭐랄지, 좀 더 말이 걸어야 하지 않아? 세 단어에 한번 꼴로 욕설을 쓸 것처럼 굴더니.

663 ◆.Th3VZ.RlE (8v2xKd37XQ)

2023-11-18 (파란날) 01:15:07



>>662

바벨은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 여전히 누워서 가만히 눈을 감고서 입술만 슬그머니 복화술사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 바벨은 당신의 추궁하는 말에도 아랑곳 않고 느슨한 태도로 말을 이어나갔다 .

- 그놈은 사라졌습니다 . 여기에는 저와 당신뿐입니다 . 당신이 허락하지 않았습니까 . 저더러 놈을 먹어도 좋다고 . 그래서 먹었습니다 . 냠냠 쩝쩝 . 한 조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 그리고 이상합니다 , 저는 당신을 열심히 흉내내고 있습니다 . 당신에게서 전부 배웠습니다 . 제 말투가 이상하다면 , 미카엘라 라미레즈 , 그건 곧 당신이 < 이상 > 하다는 소리입니다 .

당신이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 바벨은 말했다 .


664 미카엘라 (KUwxt.IKPQ)

2023-11-18 (파란날) 01:44:16

"아무때나 쏘려고 하는 습성도 내게서 배운 거에요? 배워야 할 건 안 배우고 이상한 것만 이상하게 따라하는 바벨!"

손가락을 튕겨서 바벨 이마에 딱! 때리지 않겠다는 다짐은 3핑퐁만에 깨졌다. 말을 배우니까 두 배는 재수없어졌다. 이전까지는 바벨을 몸으로 때리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제 언어의 영역까지 차원이 확장된 것이다. 벌써부터 골이 지끈거린다.

"뭐 됐고. 계속 궁금했는데 말 트였으니 물어봐도 되겠네요."

따져보면 바벨의 MAAAA하는 울음소리는 이제 들을 수 없게 되었나보다.

"바벨은 뭐가 불만이에요? 싸우고 싶은 건 그렇다고 쳐. 그런데 칼리번처럼 들어가 있는 것도 싫어. 얼굴 생기고는 채널도 안 열죠?"

"얼굴이 생기는 만큼 자아가 자라나.. 왜 그럴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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