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512 미카엘라 (wbPPBDLs3I)

2023-10-03 (FIRE!) 01:20:23

>511
폭력에 익숙지 않은 것 치고 행동이 빠릿빠릿하다. 모래벌레의 공격을 흘려내던 움직임이 어디 가지 않은 모양이다. 발목을 잡을 일은 없지만, 바벨과 자신의 발목을 걷어찰지도 모를 일이지..

"영혼 빠진 사람 넷이 길을 따라 걸어와요. 무기는 없고 같이 다니는 괴물도 없어요."

"약을 빨았나 죽은 걸 알고 미친건가. 저런 사람들 본 적 있어요?"

부러 모르는 시늉을 하면서 그리델을 떠보았다.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그리고 자신은 네 사람 말고 주변에도 수상한 게 없는지, 근방을 크게 둘러보았다. 경험상 저것들은 위협이 될 만한 게 아니었다.

513 ◆.Th3VZ.RlE (sSFUEQar/k)

2023-10-03 (FIRE!) 02:00:13



>>512

< ... ... 넷이요 ? >

이해되지 않는 문제와 맞닥뜨린 학생처럼 ,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한다 .

머리만 빼꼼 꺼내서 , 뒤따라 상황을 확인한 그리델은 어째서 저런 게 「 넷 」이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

< ... 있어요 >

아무래도 솔직한 대답 같다 . 그리델은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저들과의 거리를 보면서 , 여유를 확인하고 , 남겨진 시간 사이에 자신이 아는 바를 당신에게 설명하려 했다 .

< 저것들은 시체예요 . 모래로 속을 채운 가죽 주머니walking dead예요 .

알맹이는 다른 누군가에게 잡아먹히고 , 생선뼈처럼 못 먹는 부위만 저렇게 버려진 거죠 .

저것 자체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지만 ... >

남은 말은 ─ 구태여 듣지 않아도 알 것이다 . 바벨의 시야에 드러나는 것은 저들이 전부 . 다른 위협은 감지되지 않았다 . 특수한 수단으로 자신을 숨기는 게 아니라면 , 감지 능력의 범위 안에 적은 존재할 수 없다 .

그리델은 한 발 먼저 길로 되돌아가서 , 다가오는 시체와 마주했다 . 그것들은 칼리번이 주는 위압감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 끝내 ─ 아무런 위해도 끼치는 일 없이 그리델을 스쳐지났다 .


514 미카엘라 (K0MdeYOEaM)

2023-10-03 (FIRE!) 02:36:19

>>513
그리델의 증언은 자신의 기억과 일치했다. 특히 모래로 속을 채웠다는 묘사가 그렇다. 그리델은 알고 자신이 모르던 것도 있었다. 저것들은 구멍뚫린 조개껍질과 같다는 것.

"문제는 누가 잡아먹었냐 하는 것이로군요."

그리델의 뒤를 따라서 터덜터덜 걸어왔다. 역시 네 사람은 일행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시체라고 해시 그냥 보내줄 생각도 없다. 그리델이 모르며 자신이 아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죠. 이것도 먹을 수 있어요."

자신도 이 가죽 푸대들에 대한 경험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네 사람의 머리를 하나씩 하나씩 손가락으로 밀어버렸다. 그러면 몸뚱이는 모래성처럼 쓰러지고, 고깃덩이가 되고, 바벨이 먹겠지.

"포식자가 있으면 청소부가 있는게 섭리니까요."

칼리번은 이런 거 안 먹나봐. 똑같은 걸 보는데 생각하는게 딴판이다.

515 ◆.Th3VZ.RlE (sSFUEQar/k)

2023-10-03 (FIRE!) 03:33:01



>>514

< 네 ? 응 ? 엑 ? >

그리델은 ─ 상상도 못한 일이 눈 앞에 벌어졌다 .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이 떨어진 시체들을 바라봤다 . 떨어진 목의 행방을 쫓아 눈알을 굴렸다 . 연달아 주르륵 쓰러지는 목 아래 남은 몸들을 , 경악하며 쏘아봤다 .

< 무슨 , 무 , 뭐 , 뭐죠 , 뭐야 ? 왜 ? 왜요 .. ?!? >

다음은 익히 아시는 장면 .

네 구의 시체가 네 개의 덩어리로 변한다 . 고기로 만든 경단처럼 뼈와 살이 삐걱이며 둥글게 ─ 둥글게 뭉친다 . 다리가 하나 밖에 없어서 현장에 한 발 늦게 도착한 바벨은 , 몇 번을 봐도 적응되지 않는 기괴한 광경에 다급하게 ─ 황급하게 팔을 들었다 .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펼치고 엄지를 제외한 네 개의 손가락을 동시에 발사해내는 바벨 . 부랴부랴 급하게 열을 삼키느라 , 각각의 경단을 완벽하게 파괴하기에는 다소 위력이 부족했다 . 때문에 ─ 칼리번까지 나서게 됐다 .

고기를 자르고 뼈를 끊는 , 무시무시한 위력의 검격에 엉망진창 곤죽이 되는 경단 하나 .

바벨이 나서서 팔목 밖에 남지 않은 팔을 송곳처럼 경단에 찔러박아 , 하나를 더 부쉈지만 그래도 두 개가 더 남았다 .

가장 가까이서 , 가장 먼저 총격에 맞은 경단이 구멍을 메우지 못하고 자괴하여 , 마지막으로 하나가 남았다 .

눈치채면 마지막 남은 경단은 더이상 경단이 아니었다 . 뭉치고 뭉친 끝에 , 한계까지 작아져서 , 새롭게 형체를 갖추고 있었다 .

가죽을 입지 않아 적나라하게 드러난 살과 근육이 ─ 뼈가 흉측하지만 , 분명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몸이었다 . 다리가 있으니 걸을 수 있을 것이다 . 팔이 있으니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 . 머리가 있으니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눈이 있으니 ─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516 미카엘라 (dG/4Gm.m2M)

2023-10-03 (FIRE!) 12:43:11

>>515
"아. 쓰읍.."

경단 상태에서 확실히 다져놓지 않으면 저렇게도 되는구나? 가죽 벗겨진 사람 꼴이 되다니. 신발끈을 매는 척 하면서 모래를 한 줌 쥐었다. 가죽 없는 사람에게 눈이 있었다.

"건드리면 모래성처럼 무너져요. 그리고 고기경단이 되어서 뭉치는데, 그 때 제대로 다져주지 않으면..."

"저렇게 되나보죠. 그래도 칼리번 칼질 한번이면 두동강나겠네요."

여기엔 사람 둘 괴물 둘 해서 무려 넷이다. 사소한 실수가 있었지만 고작 되다 만 사람에게 패배할 리 없다. 갑자기 겨드랑이 밑에서 팔이 또 자라거나 힘이 헐크 수준이 아니라면 자기 혼자서 이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총은 비틀거리지만 칼이 있는데 굳이 손으로 쳐야 할 이유가 없었을 뿐.

517 ◆.Th3VZ.RlE (eMRknQ24m6)

2023-10-04 (水) 20:09:37

이예이 - 갱신합니다ㅏㅏㅏㄺ

518 ◆.Th3VZ.RlE (eMRknQ24m6)

2023-10-04 (水) 20:24:57



>>516

괴물은 형체를 갖추고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

가만히 서서 ─ 단지 눈만으로 주변에 모인 < 배우 > 들의 면면을 확인할 따름이었다 .

그리델은 그런 괴물의 모습에 꺼림칙해하면서도 , 당신의 말대로 칼리번을 움직였다 .

우직하지만 , 그래서 그만큼 더 피할 길이 없는 검선으로 괴물의 머리를 따냈다 . 괴물은 처단을 강행해오는 검을 상대로 ─ 저항다운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순순히 베여 넘어졌다 .

─ 정말이지 모든 게 다 수상한 광경이었다 .

바벨이 경단에서 찔렀던 팔을 빼내자 , 녀석의 손목은 파편이 났던 게 거짓말처럼 원형을 갖추고 있었다 . 턱을 찢듯이 벌리자 입 속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이 생겨났고 , 흐름이 가속될 수록 경단들의 색 또한 옅어졌다 .

바벨의 포식 행위를 처음 목격한 그리델은 , 바벨이 이로써 잃어버린 팔과 다리를 되찾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놀라했다 . 이제까지 칼리번은 바벨처럼 다쳤던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

- MaAAAAaaAAa

완치를 알리는 포효를 요란스럽게 지르는 바벨 . 이대로 칼리번에게 돌격하지 않을까 그리델이 우려했지만 ,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 배가 부르자 날뛸 생각도 잦아드는지 녀석은 경단들의 잔해를 밟아 부수는 일에 더욱 집착했다 .

< ... 뭐였던 걸까요 ? >

그리델이 걱정스럽게 묻는다 . 아무래도 방금 전 일어났던 일은 그리델로서도 처음 보는 현상이었나보다 .


519 미카엘라 (pAJbuFmlp2)

2023-10-04 (水) 23:52:29

>>518
애벌레 시절엔 나뭇잎을 갉아먹고 나비가 되면 꽃꿀을 먹는다. 바벨도 비슷했다. 저번에는 살점을 직접 흡수하더니, 얼굴이 생기고는 색깔을...마셨다. 만화적으로 생각하면 정기 비슷한 걸 마신걸까. 바벨은 무채색 다진고기 위에서 탭댄스를 춘다. 바벨은 회복되었다.

"사람처럼 생긴 것들은 전부 이상하게 약하단 말이에요."

칼리번은 그냥 가죽 없는 사람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냥이란 단어를 붙인 이유는 겁먹은 농노의 머리를 기사가 치는 것보다 싱거웠기 때문이다. 가죽 없는 사람은 괴물보다도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았다. 그리델 말대로 시체와 같다.

모래가 되는 사람, 가죽이 없는 사람, 모래벌레 안의 사람. 전부 생긴거에 비해서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위험했던 모래벌레 안의 사람도 반신불수 바벨에게 맞아죽었다.

"괴물에게 잡아먹히고 남은 찌꺼기인가? 피와 살이 아니라 영혼을 빨렸을지도요."

그 사람 비슷한 것들에 대해선 자신도 할 말이 적었다. 애초에 사막 경력도 그리델보다 짧고.

//이예이ㅣㅣㅣㅣㅣ

520 ◆.Th3VZ.RlE (eMRknQ24m6)

2023-10-04 (水) 23:56:56



>>519

정말로 아무 일도 아닌 걸까 . 그리델은 불안을 지울 수 없었다 . 애초에 이들은 어디서 온 거지 . 누구에게 습격을 당한 거지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그리델을 망설이게 했다 . 이대로 , 이대로 계속 도로를 이정표 삼아도 되는 걸까 . 이제라도 물러서서 , 다시 사막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

< ... ... 라미레즈 씨 , 저 사람들 , 저렇게 되기 전에는 뭘했다고 생각해요 ? >

그리델의 낯빛이 흑빛이다 . 그녀는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일을 머릿속에 떠올린 듯하다 .


521 미카엘라 (6i8/EPDOfM)

2023-10-05 (거의 끝나감) 00:20:59

>>520
글쎄다. 자신은 생각을 하지 않는 여자라서. 하지만 그리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것도 같다.

"우리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어가다가. 안 좋은 일을 당한 후 저쪽에서 이쪽으로 돌아오는 거라고.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

이 길 자체가 사람을 꾀어내기 위한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하긴, 저도 길 밖에서는 이런 걸 못 봤어요. 길 밖에는 괴물들만 있죠. 모래벌래도 길 밖에 있었죠."

이 길은 사람이 만든 길이 아니라고 했었다. 그리델이 한 말이다,

522 ◆.Th3VZ.RlE (IHjKp45gvw)

2023-10-05 (거의 끝나감) 00:34:29



>>521

< 조금 더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 이 길의 끝에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걸지도 모르죠 >

네 명이다 . 어떻게 네 명이 모두 당할 수 있지 . 서로 간에 죽이고 죽였다면 이렇게 될 수 없다 . 그리델은 칼리번을 지우고 , 도로와 사막을 번갈아 바라봤다 . 만약 < 사교적인 모임 > 이 벌써 파탄났다면 , 이 길을 계속 따라갈 이유도 사라진다 . 앞으로도 계속 사막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 헤매겠지만 , 꼭 필요하지도 않은 위험을 수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

< 라미레즈 씨는 어쩌실 거예요 ? >

이대로 이 도로를 따라갈 건지 , 아니면 내려갈 건지 , 그녀는 눈으로 묻고 있었다 .


523 미카엘라 (byOpNxIQYY)

2023-10-05 (거의 끝나감) 16:57:25

>>522
한 술만 더 떠서, 아예 끝이 없을지도. 그리델을 빤히 보았다. 그녀는 억지로 끌고 가야 하는 부하도 아니었다.

"굳이 싫으면 다른 곳으로 가죠. 어디로 가든 되는 대로 될 테니까."

꽤나 싱거운 반응이다. 바벨에게 물어보면 길 위에 나오는게 뭐든지 쳐부수고 걸어가기 위해 길을 벗어나지 않겠다고 버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입체적이면서 오싹한 의견이 제시된다.

"하지만 운명은 우리를 곤란함으로 끌고가는 새디스트같은 존재라서. 어떤 초자연력..에 의해서 여기로 되돌아오는 상황이 닥치지 않길 바라야겠네요."

524 미카주 (PdQpSQMad6)

2023-10-06 (불탄다..!) 12:30:17

연휴붙은 주말은...온다...!

525 ◆.Th3VZ.RlE (g8uDeS0tfM)

2023-10-07 (파란날) 01:18:24

이것은 ... 캡틴잊니까.. ? 아니요 , 시체입니다

에너지 충전해서 오늘 오겠슴다
..

526 ◆.Th3VZ.RlE (g8uDeS0tfM)

2023-10-07 (파란날) 20:32:03



>>523

< ... 그런 억지스런 상황이 벌어지려구요 설마 >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 일에 이정도면 훌륭한 플래그가 아닌가 싶지만 , 우선 넘어가는 분위기다 . 그리델은 더이상 도로를 따라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고 , 행여나 있을지 모르는 위험을 피해 도로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지기로 했다 . 하지만 바벨은 이런 선택을 반기지 않았는데 , 당신들은 모르는 이유로 도로를 계속 나아가려고 했다 .

당신이 위험을 강조하며 아무리 꿀밤을 때려도 듣지 않을 기세 . 녀석이 부쩍 당신의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 바벨의 뜻을 존중해 멋대로 내버려둔다면 그리델과는 여기서 작별해야할 것이다 .


527 미카엘라 (HYIs29yTZ2)

2023-10-07 (파란날) 23:21:25

>>526
"...."

말하지 않고 웃었다. 이미 기묘한 사후세계에 떨어진 시점에서 운명이 부리는 억지의 상한선이 뚫리고 말았는데.

어쨌건, 의견은 도로를 벗어나자는 가닥으로 잡히고 모두가 모래바닥으로 내려왔다. 모두? 한 명이 빈다. 바벨이 혼자서 도로 위를 따라가며 멀어지고 있다. 탈영병이다!!!!

그대로 바람처럼 달려가 바벨의 배후를 덮쳐버리고 '약간의' 드잡이질을 통해 질질질 끌고오려고 한다. 일단 바벨이는 여기 살아 엄마는 갈 거야 하는 엄마보다는 성실...한가?

528 ◆.Th3VZ.RlE (Z9IUcXXP6w)

2023-10-08 (내일 월요일) 02:32:12



>>527

바벨은 차마 이루 말하기 힘든 모양으로 당신에게 끌려내려왔다 . 저 철없는 녀석 같으니 . 몸이 양철인 것과 철이 드는 것은 아주 별개의 문제인 걸까 . 녀석이 언제 청개구리 기질을 완전히 버릴 수 있을지 . 지켜보는 그리델은 멀리서 희극을 보는 눈이었다 .

그리고 곧 비극이 되겠지 .

도로를 벗어나면 또다시 괴물들의 영역권이 될테니 그녀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게 안전을 위해 좋을 거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신이 못 버틸 것만 같으니까 .

< 도로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려면 , 결국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야겠네요 . 이견은 없으시죠 ? >


529 ◆.Th3VZ.RlE (Z9IUcXXP6w)

2023-10-08 (내일 월요일) 02:32:38

>>527 ㅋㅋㅋㅋㅋㅋ 어디서 이런 찰떡 같은 짤을

530 미카엘라 (vnViQsrjTU)

2023-10-08 (내일 월요일) 13:42:13

여기서 딱 직선상에 놓인 물체까지 걸어간다. 저기 사구까지 가면 또 직선상의 물체를 기준잡고 걸어간다. 기준을 자주, 정확히 잡고 걸으면 같은 곳을 도는 걸 막을 수 있다. 초자연력이 없다면 말이다.

"네, 저어기 사구를 보고 걸어가죠."

그리고 도로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바벨은 질질 끌릴 운명이다. 모래바닥이라 아프지 않을 것이다. 걷느라 다리가 아프지도 않고. 바벨 출세했네 출세했어.

그리델은 저 양아치 덤앤더머를 볼때마다 번뇌가 끓어오르는 모양이지만, 양아치들에겐 그닥 관심사가 아닌 듯 보였다. 바둥거리면서 모래에 자국을 남기는 바벨과 그런 바벨의 다리를 잡고 수레처럼 끌고가는 주인의 꼴을 보면....

531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17:13:18



>>530

바벨이 당신의 생각에 과연 동조할지 여부는 차치해두고 , 결정했다면 한 시가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 도로를 따라 또 무슨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협이 내려올지 모르니까 . 사구까지의 거리는 어림잡아 천 몇 걸음 될까 . 그렇게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 사구를 넘으면 또 광활한 사막이 펼쳐져 있겠지 . 그리고 또 사막에서 사막으로 , 도로를 피해 걸어가야만 한다 .

한 때는 저 끝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그렇게 궁금했는데 , 그리델은 그런 것은 더이상 신경 쓰이지 않는 눈치였다 . 이대로 모르고 싶다 , 알고 싶지도 않다 , 그냥 이대로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

다르게 생각하면 반대의 미래를 너무나 뚜렷하게 심상에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

< ... ... ... ... 정말이지 재수 없는 사막이에요 >

그리델이 , 그렇게 말하고 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532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17:13:48

조금 있다 다음 진행 레스를 준비해서 오겠슴다 ! 으아악 ! 휴일 내내 아파서 몸져누워 있었다니 , 무슨 실태야 !!

533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20:12:57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넓다 . 너무 넓어서 텅 비어 보이는 사막이었다 . 역설적이지 . 이렇게 모래와 모래로 가득 차 있는데 , 거기서는 아무런 존재감도 느낄 수 없고 사막은 하나의 공동처럼 다가온다 . 하늘은 분명 열려 있는데 닫힌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 달 . 움직이지 않고 살아 있지 않은 , 죽은 시체와 같은 달만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하늘은 닫힌 것과 다를 게 없었다 .

당신들은 넓기만 넓고 어항 같은 이 사막을 금붕어처럼 정처 없이 , 그냥 그렇게 계속 걷기만 하고 있다 .

그리델의 우려와 다르게 아직까지는 ─ 어떤 적도 당신들을 습격하지 않았다 . 괜한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사막은 끊임없이 쉬지도 않고 당신들을 위해 길을 준비했다 . 도로에서 멀어지자 , 바벨도 도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신의 발로 걷기 시작해서 , 사막에는 당신들 두 사람과 바벨의 발자국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 때때로 당신이 과거의 경험을 되새겨 발자취를 지우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 길이 너무 길다 보니 그런 노력도 꾸준히 하기가 어렵다 .

너무 지루한 나머지 , 저 그리델조차도 자극을 바랄 지경이었으니 . 상황이 알 만할 것이다 .

< ... 잠시 쉬어갈까요 ? >

이걸로 벌써 다섯 번째 휴식 . 얼추 오만 보마다 당신들은 멈춰서 쉬고 있었다 . 그것은 육체의 피로보다는 정신의 피로를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 주로 당신보다는 그리델의 피로 말이다 .


534 미카엘라 (EecI.ucETw)

2023-10-09 (모두 수고..) 21:18:23

>>533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빼냈다. 목이 높은 군화를 신고 있으니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되었다. 설포에 끼어있는 약간의 모래알만 털어내면 그만. 신발을 벗고 걸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하지 않기로 했다. 벗으나 안 벗으나 똑같을 것 같아.

앉아서 쉬고 있는 그리델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자면 아직 그녀의 업을 물어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미카엘라는 자신의 업이 군인이었음을 이미 밝혔음에도.

"당신은 생전에 무슨 일을 했나요?"

화방 앞치마는 그냥 취미라고 했다. 그녀의 손에는 굳은 살이 있고 피부가 그슬려 있다.

"군인은 아닌 것 같고."

하지만 미카엘라의 태도에 겁을 먹음을 헤아리면 같은 군인은 아니리라. 그럼 뭔가. 인부? 운동 선수?

//아아니 황금같은 연휴를...크아아..ㄱ...

535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21:46:02



>>534

그리델은 당신이 신발을 벗는 것을 보고 곧장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 끊어지기 직전까지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끼고 겨우 숨을 내쉬었다 . 그런 그리델을 지키는 것처럼 모래를 헤치고 일어나는 강철 갑옷 . 칼리번은 그리델과 교대하여 사막의 모든 것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 반면에 바벨은 아무 생각 않는 것처럼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 저래도 빠짐없이 주변을 감시하는 것이다 . 이상이나 이변이 생기면 금방 행동으로 나타낼 터였다 .

< .. ... 아 , 원래는 공장에서 일했어요 ,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이었죠 . 브루클린에서 제일 큰 공장이었는데 ... >

공장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 그리델은 떠오르지 않는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내려다 , 포기하고 멋쩍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

< 아 ~ 안 되겠어요 , 더는 생각이 안 나네요 . 어쩐지 자꾸 기억이 흐려지는 거 같아요 >


536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21:48:03

연휴 다 끝나가니까 겨우 파업 관두는 몸 ... 원통하도다 ...

537 미카엘라 (EecI.ucETw)

2023-10-09 (모두 수고..) 22:36:11

"브루클린 자동차 공장이면 대체 그리델 몇 년도 사람이에요?"

브루클린 공장들 폭삭 망하지 않았나. 그리델이 무슨 말을 하나 잠깐 벙찌고 말았다. 찰리 채플린이 모던 타임즈를 발표했을때 실제로 공장에서 너트 조이기를 하던 때 사람 아니야?

"포드, 뷰익, 캐딜락....쉐, 쉐보레?"

알고 있는 것들 중에 대충 오래된 자동차 브랜드가 마구잡이로 튀어나왔다. 아무거나 맞아라 식으로 던지고 보는 것이다.

538 ◆.Th3VZ.RlE (3HZEoJIwzo)

2023-10-09 (모두 수고..) 22:57:42



>>537

< ... ? 제가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요 ? >

그리델은 당신이 당황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하지만 말도 안 된다 . 당신의 얼마 안 되는 기억 안에서도 브루클린은 번화한 모습으로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데 , 그리델은 대체 언제 적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 더욱 기가 차는 것은 그녀가 당신을 이상한 사람 보듯 한다는 것이다 .

저런 반응을 보면 그녀가 자신이 살던 시대를 착각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

< ... 모델 T 를 말씀하시는 거죠 ? 나머지는 ... 잘 모르겠네요 , 아니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신 거예요 ? >

어쩌면 , 당신이 이 세계에 와서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들은 이야기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


539 미카엘라 (RZlrTeOgZA)

2023-10-09 (모두 수고..) 23:48:40

>>538

"그리델...제 몰년이 2009년이에요. 2009에서 100을 빼면 그 즈음에 모델 T가 나오지 않았나요?"

맞네. 모던 타임즈... 포드 자동차에 대해서 말할 때 바로 나오는 차종이 F시리즈도 아니라 모델 T라. 옛날 배경으로 제작된 드라마 영화에 빠짐없이 나오는 올드카. 모델 T! 그리델과 미카엘라는 같은 나라 다른 시대를 살았던 것이다.

미카엘라는 어지간해서 웃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웃고 말았다.

"하, 하하하! 하하하하! 이렇게도 되는 구나! 시간도 제멋대로 섞여버리고..."

540 ◆.Th3VZ.RlE (jCec7fY.fc)

2023-10-10 (FIRE!) 00:21:01



>>539

< 2009 년 .. ? >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아먹느라 그리델은 진땀을 흘렸다 . 그도 그럴 만하지 . 백 년 뒤의 미래라니 . 막연하기까지 한 시간의 거리감 아닌가 . 당신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웃으니까 , 그리델은 차라리 이 모든 게 농담이기를 바랬다 . 그리델은 자신의 시간 감각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 . 여기서 깨어나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 그 사이에 백 년이 지났어 ?

말도 안 되는 소리다 . 그녀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고 싶었다 .

< 생각이 , 제대로 정리가 안 돼요 . 이게 무슨 ... >

쉽게 생각하면 쉽다 . 당신은 백 년 뒤의 사람 . 그리델은 백 년 전의 사람 . 단지 그뿐이다 . 당신이 지금 깨어났다고 해서 , 정말로 방금 전에 죽었다고 생각했던 건가 . 당신들이 이 사막에 어떠한 경위로 오게 됐는지 모르는데 , 그것은 지나친 낙관이겠지 . 당신들이 망자라는 사실이 더욱 명료해진다 . 당신들은 자신들의 < 현재 > 에 묶여 있다 . 그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

그리델에게서 여기가 사후 세계라는 말을 듣고도 , 당신은 어째서 의심하지 않은 걸까 .

문득 ─ 당신과 바벨의 눈이 마주친다 . 새카매서 , 아무것도 비치지 않아야 하는 눈에 당신이 비친다 .

또 한 번 바벨의 안에 구멍이 커다랗게 드러나고 , 당신은 기억을 되찾는다 . 당신이 살아온 땅 . 고향 . 잃어버린 친지와 식구에 대한 것 , 당신을 이루고 완성하는 역사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 당신시체당신영혼이 하나로 다시 합쳐지기까지 , 아마도 한 걸음 남았다 .


541 미카엘라 (3J0zfNoaKA)

2023-10-10 (FIRE!) 20:40:31

"뭐긴. 다음에 만나는 사람은 말 탄 카우보이일지도 모르는거죠. 아니면 2100년도 우주인이거나..하하.."

폐에서 바람이 빠지고 웃음이 멈췄다. 깔깔거리다가 제 풀에 주저앉고 말았다.

"한 백 년 차이나도 나라는 같은 나라 사람이었구나. 그걸 모르고 있었네요. 나는 텍사스 출신이에요...."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동네를 둘러싼 사막. 이제 기억났다. 미카엘라는 사막에서 태어나 사막에서 싸웠고 사막에서 죽은 뒤에도 사막을 헤매고 있다. 사막같은 피부색을 타고난 것도 이미 정해진 운명일지도.

바벨의 구멍은 사막 모래로 채워진다.



"이 쪽에서 해볼 생각은 진짜 없는거냐? 일본 가기 싫으면 UFC에서 해도 돼."

"뭔 씨...망할 집이 하루 벌어서 하루 먹는데 그딴 걸 어떻게 하란 말예요? 엄마는 입 줄인다고 나이 차면 군대나 가랍니다."

"...."

"거기 가서도 싸우는 건 실컷 하겠네요. 빌어먹을."

"오 미카엘라, 전쟁은 주먹다짐이랑 차원이 다른 일이야.."



그닥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542 ◆.Th3VZ.RlE (jCec7fY.fc)

2023-10-10 (FIRE!) 22:06:57



>>541

거의 모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 떠오르지 않는 것은 그 모든 순간들의 감정들 뿐 .

당신은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 어떤 생각을 했는지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 . 대본만이 덜렁 주어진 상태 . 읽고 암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나 ,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것이라는 실감이 부족하다 .

당신이었던 사람에게 완벽하게 몰입할 수가 없다 .

열쇠 구멍에 딱 맞는 열쇠가 아니야 . 당신은 마지막 문을 눈앞에 두고 그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 .

< ... 한 번도 못 가본 주예요 . 넓다던데 얼마나 넓은지 , 봐두고 싶었는데 .

그래도 아무리 넓어봤자 여기만큼 넓지는 않겠죠 . ... 왜 이걸 진작에 물어보지 않은 걸까요 .

돌아갈 곳 없는 몸이란 걸 진작에 알았으면 , 이런 괜한 헛수고는 하지 않았을 텐데 >

그리델의 색이 짙은 자조에 칼리번이 미동한다 . 그녀는 두 손 가득 모래를 움켜쥔 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머리로 자신을 물어뜯는 말들을 연달아 쏟아냈다 . 그렇게 분함을 나타내는 것은 , 그녀가 자신의 처지를 체념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

- maaaaa

바벨은 그러거나 말거나 태평하다 .

녀석은 저번과는 상이하게 자신의 살을 덜어 당신에게 나누어주고도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


543 미카엘라 (UtneDZML2w)

2023-10-11 (水) 19:09:12

이인감.

타자화된 기억은 어떤 감흥도 없다. 남의 일이나 TV를 보는 감각이다. 되돌아보면 모든 생전 기억이 그랬다. 동생이랑 집에 왔더니 모르는 남자가 퍼질러 있던 기억. 동급생과 싸우던 기억. 훈련소에 들어가 솔방울처럼 구르던 기억. 처음으로 낙하산을 진 채 뛰어내리고, 처음으로 사람을 쏴죽인 기억.

자기 자신이 객관적으로 느껴진다. 승려의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열반에 들다'는 말이 이런 뜻인가.

"...여행을 다녔나요?"

한번도 못 가본 곳. 여러 곳을 다녔지만 텍사스는 가보지 못했다는 문맥이 약하게 잡혔다. 그리델의 묻힌 과거에 마중물을 부어본다. 미카엘라는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리델의 과거가 그리델을 스스로 위로하는 수 밖엔..

544 미카주 (.dS8N3033.)

2023-10-13 (불탄다..!) 16:12:26

갱신하고 갑니다 죽여줘..

545 ◆.Th3VZ.RlE (6vzKI3idKE)

2023-10-13 (불탄다..!) 22:24:16

어째ㅓㅅ 내 몸은 말을 듣지 ㅇ낳지오ㅛ 으아아악

546 ◆.Th3VZ.RlE (6vzKI3idKE)

2023-10-13 (불탄다..!) 22:36:52



>>543

< 아니요 , 그냥 소원이었어요 . 이루지 못한 . 그리고 이루지 못할 소원이겠죠 >

체념하는 과정이다 . 썩은 살을 뼈에서 발라내듯이 말하더니 그리델은 곧 사막에 등을 붙이고 아주 누워버렸다 . 그렇잖아도 희미하던 의지가 더욱 투명해졌다 . 그리델은 어쩌면 , 저대로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

당신의 뜻은 어떤지 . 아직도 사막을 계속 방랑할 마음이 남아 있는가 . 점점 더 기억을 회복하면서 ─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 깨닫게 되면서 ─ 이 모든 것이 지옥의 단편처럼 느껴지지는 않는가 .

당신에게 죄를 묻는 형장이 여기라면 ─ 그 때는 ── ─

- MaaaAaaaA

칼리번과 바벨이 함께 움직였다 . 칼리번은 검을 집에서 빼드는 것으로 , 바벨은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 새롭게 나타난 위협을 서로의 주인에게 알렸다 . 탁 트인 사막 . 보이지 않는 적의 모습 . 들통나지 않고 다가오려면 모래 밑에 숨는 것이 정석이겠지 .

칼리번은 이런 습격이 익숙한 것처럼 단숨에 쓰러진 그리델을 자신의 어깨에 들쳐맸다 .


547 미카엘라 (9DyI5PFtDc)

2023-10-14 (파란날) 13:45:11

그리델이 무엇을 기대하다가 무엇에 체념하는지 미카엘라는 알 수 없었다. 자신에게 찾아온게 변명의 여지 없는 죽음이 아니라, 임사의 세계에 빠진 것이라고 믿은 걸까? 그리델의 육체는 병원에 누워 숨만 쉬고 있으니 사막을 벗어나면 눈을 뜨고 일어날거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카엘라의 증언이 그리델의 몸뚱이를 백골로 만들고 관과 무덤 안에 쳐박아버린 것이리라. 재에서 재로, 먼지에서 먼지로.

"지금 하는 것도 여행이잖아요. 미지의 세계를 향해서....아."

뭔 개떡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중 경보 신호가 울렸다. 땅 위에 없고 하늘에도 없다. 그럼 땅 속이다! 망설이지 않고 바벨을 끌어와 칼리번의 등 뒤에 섰다. 서로의 배후를 지킨다.

"소원 같은 건 나중에 하고! 그 바스라지는 모래인간들처럼 되기 싫으면 정신차려요!"

사막이 지옥이라면 불지옥처럼 화끈한 지옥은 아니다. 늪처럼 스멀스멀 기어와 사람의 속을 헤집어놓는 지옥일수도 있다. 그리델처럼. 하지만 미카엘리는 여기가 지옥임을 거부했다.

'나는 무죄야. 애초에 죄라는 건 없으니까. 죄수를 가둘 지옥도 없는 거야!'

모두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인간의 의지는 착각이다. 사람을 쏴죽이네 마네 해도, 전부 예정된 일이 죽는 자와 죽이는 자를 통해 이뤄졌을 뿐. 꼭 책임을 묻겠다면 그렇게 정한 운명에 물어야지. 왜 찌른 사람을 두고 피 묻은 칼에 손가락질을 하냐는 말이야! 엿이나 먹어라!

548 ◆.Th3VZ.RlE (.tWzmSRpEs)

2023-10-16 (모두 수고..) 18:52:44

갱 - 신 !

549 ◆.Th3VZ.RlE (.tWzmSRpEs)

2023-10-16 (모두 수고..) 19:09:32



>>547

당신이 그렇게 믿는 동안은 괜찮을 것이다 . 당신 스스로 그렇게 납득할 수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 바벨은 싫어하면서도 칼리번의 뒤에 숨는 것처럼 자리를 잡았다 . 칼리번의 넓은 등은 당신과 바벨 모두를 가리고도 다소 여유가 남았다 . 그것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참호와 같아서 , 당신에게 그리운 안정감을 선사했다 .

< ... ... 칼리번 >

반면에 그리델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그리델이 저래서야 칼리번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리 없다 . 당신은 이런 사실을 막연하게 느꼈다 . 방패가 되고 요새가 되어 전위에 서는 칼리번이 ─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모래성처럼 무너진다면 , 당신과 바벨은 과연 어떻게 될까 . 사냥감의 입장에 익숙하지 않은 숱하게 많은 병사들이 , 방심과 자만으로 전장에서 어떤 처참한 최후를 맞는지 ─ 지금의 당신이라면 기억할 터 . 매가 토끼를 낚아채는 것처럼 죽음은 급작스럽게 다가온다 . 오늘까지 이겨왔다고 내일도 무사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

이대로 칼리번을 방패 삼는 것이 정말로 정답인지 ─ 당신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550 미카엘라 (18QXtIVhUI)

2023-10-16 (모두 수고..) 21:03:01

칼리델은 성벽처럼 굳건해 보인다. 그러나 성주 그리델은 실의에 빠졌다. 성은 적에게 포위되고 중심을 잃은 가신들은 혼란에 빠진다. 성첩의 병사들은 탈영에 대해 논한다. 성벽의 의미는 사라진다.

하지만 그곳에도 베테랑 선임병은 있다.

"그리델...! 이 얼빠진 인간! 여기는 심리 상담소가 아니에요!"

속삭이듯 윽박질렀다. 총알에는 눈이 없다는데 미카엘라의 경험상 총알에도 눈이 있다. 총알은 약하고 무력한 사람을 보고 골라서 죽인다. 늙고 약한 자는 죽기 마련이다. 미카엘라는 그리델을 끌어내렸다. 칼리번을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왜 기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지 가르쳐줄까?

"따라해. 따라해!"

"Count to four, inhale."
"Count to four, exhale."

전투 중 공황에 빠진 신병들을 한두번 본게 아니다. 손아귀로 그리델의 얼굴을 억지로 쥐어 입을 벌리고, 잡아먹을 듯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숨을 못 쉬겠으면 눈 뜬 채로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을 해주겠다.

"Count to four, inhale!!!"
"Count to four, exhale!!!"

551 미카주 (tJIKgL6DKE)

2023-10-16 (모두 수고..) 21:11:57

레주 오랜만입니다~~~~~~~~

552 ◆.Th3VZ.RlE (.tWzmSRpEs)

2023-10-16 (모두 수고..) 21:21:39

예아 - 오랜만임다 미카주 ! 환절기 알레르기도 약으로 완전 극복 ! 해낸 거 같은 캡틴입니다 ... 아직 콧물이 나오지만 괜찮아 ...

553 ◆.Th3VZ.RlE (.tWzmSRpEs)

2023-10-16 (모두 수고..) 22:03:45



>>550

들이쉬고 , 내쉬고 , 입으로 ─ 목구멍으로 ─ 폐로 ─ 억지로라도 숨을 삼켜서 살아 있다는 실감을 갖게 한다 . 죽은 당신들이라도 이 세계에서 주어진 몸은 충실하게 생전의 기능과 모습을 재현하고 있어서 , 숨을 삼키는 시늉을 하면 정말로 호흡이 이루어졌다 . 살아 있다고 , 스스로를 착각하게 만든다 . 그리델은 거기서 희망을 가졌던 건지도 모른다 .

< 윽 .. >

과격하게 , 우악스럽게 , 불과 수 밀리미터 거리 안으로 다가온 당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 시선을 피하고 싶어 하는 그리델 . 하지만 도망을 허락하지 않는 당신의 손에 , 그녀의 숲처럼 푸른 초록색 눈이 당신의 샛노란 시선에 꿰인다 . 당신의 의지나 생각 , 감정과는 상관없이 불수의근의 영역에서 멋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목격하고 만다 .

당신이 왜 갑자기 난데없이 눈물을 흘리는지 모르는 그리델은 , 눈을 닫지도 못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봤다 . 얼빠졌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 생전부터 그녀는 얼빠진 사람이었으니까 . 그렇게 얼빠진 사람이었으니까 여태껏 헛된 노력을 했지 . 오래전에 죽은 내가 ─ 지금 살아갈 노력을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 시체가 ─ 망자가 ─ 저 자신도 모르는 방법으로 관뚜껑을 열고 걸어 나와 산사람 흉내를 내며 다음으로 다음으로 발을 뻗고 있다 . 발은 땅에 닿지도 않는데 걷는 시늉을 하며 점도 높은 물속으로 깊이 ─ 또 깊이 빠져들고 있다 . 그리델이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하는 것은 , 일종의 방어 기제였다 .

엉망진창 팔리지 않을 이야기라 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였다 . 그것에 마침표를 찍고 책까지 덮었는데 ─ 누군가 자물쇠를 멋대로 부수고 남은 여백에 억지로 함부로 그녀가 바란 적 없는 다음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 일필휘지로 이야기를 끝내지 못하고 , 죽음으로도 완성되지 못하는 삶이라니 .

더는 이야기의 저자가 자신이 아니라 ─ 다른 인물의 붓질에 운명을 좌지우지당하는 일개 등장인물에 지나지 않단 것을 깨닫자 ,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이 무서워졌다 . 허무해졌다 . 그래서 그렇게 안간힘을 다해 도망치려고 했던 건데 . 애초부터 내게 돌아갈 곳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고 .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이 악취미적인 농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

< ... 언제까지 , 얼마나 더 싸울 거예요 ? 감정이 결여된 기계 같아 . 살아남으려고 하지 마요 , 벌써 죽은 이야기잖아 . 억지로 이렇게 숨을 이어 붙여봤자 , 빌어먹을 가필 밖에 더 되겠어요 ? >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지쳤어요

그리델이 울상이 되어 말했다 .


554 ◆.Th3VZ.RlE (08nbb4MNDw)

2023-10-18 (水) 00:01:20

갱 - 신 , 가을을 스킵하고 겨울로 턴을 넘긴다 !

555 미카엘라 (zUtZXOZ3KY)

2023-10-18 (水) 17:26:25

뭐..뭐? 뭐라고?

"왜 이렇게 혀가 길어요!"

뿅! 바벨의 머리통을 함몰시킨 꿀밤이 그리델에게도 떨어졌다. 미카엘라는 이곳이 심리 상담소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사막에 천막을 쳐 놓고 심리 상담을 하는 의사 출신의 망자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여기가 심리 상담소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은 안 된다. 발 밑에 괴물을 두고 하는 심리상담은 너무나 짜릿하니까..

"단순하게 생각해요? 살아있으면 살아가는거고 죽어있으면 그대로 죽어있으면 돼요. 죽은 이야기니 가필이니 쓸모없는 사족 다는 거, 나는 엄청 싫어해요."

"그리델은 지금 죽어있나요?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냐아악(동사

556 ◆.Th3VZ.RlE (f7R2ymO.Ok)

2023-10-19 (거의 끝나감) 22:30:47

개애애앵신

557 ◆.Th3VZ.RlE (f7R2ymO.Ok)

2023-10-19 (거의 끝나감) 22:49:10



>>555

소리는 귀여운데 아픔은 현실적이다 . 그리델은 고통을 느끼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 역시 말보다 주먹이 빠르게 통할 때가 있다 . 즉효성 높은 처방은 그리델로 하여금 잊고 있던 육체의 감각을 다시 기억해 내게 만들었다 . 그녀는 또 한 번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살아났다 . 이 무슨 잔학한 짓인지 . 더는 싸우기 싫다고 말하고 있잖아 . 그리델이 입 대신 눈으로 말했다 .

하지만 당신의 우기는 말 ─ 밀어붙이는 급한 말에 순간 꺼낼 말을 찾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렸다 . 살아 있지 . 죽어서도 살아 있지 . 당신 말대로 단순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 하지만 너무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거 아니야 ? 이다음 뭐가 기다릴지 당신도 나도 아무것도 모르잖아 ! 이보다 더한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차라리 지금 전부 포기하는 게 나은 선택일 수도 있잖아 ! 하지만 이렇게 입 밖에 내놓으려고 보니 너무나 추하고 , 비관적인 말이라 차마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

당신은 그리델과의 말싸움에서 승리한 듯 보였다 .

< ... 제길 >

마침내 그리델이 입을 열자 그녀의 말에서 속이 타는 냄새가 났다 . 어지간히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지 . 하지만 지금은 저걸로 됐다 . 멋대로 무너지고 쓰러지고 죽어버리지만 않는다면 , 칼리번은 당신과 바벨의 발목을 잡을 만한 요소가 아니다 . 비로소 싸울 준비가 됐다 . 당신이 그리델을 뒤로하고 상황을 살피기 위해 주변을 살핀다면 , 바벨이 드물게 당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게 눈에 띌 것이다 . 녀석은 당신과 그리델의 대화를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미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

어쩐지 ─ 소름 끼치는 미소였다 .


558 미카엘라 (uy52fzhGA2)

2023-10-20 (불탄다..!) 12:19:28

어쩌면, 진짜로 포기한 쪽은 미카엘라일지도 몰랐다. 운명을 지배하고 스스로 미래를 선택하려는 의지를, 지금보다 다음이 더 나을라는 믿음을, 왜 우리는 고통 속에 몸부림쳐야 하냐는 고뇌를. 그리고 자기가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뒷일을 생각하는 것과 생각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단 하나다. 생각하면 피곤해지는 거. 생각과 관계없이 닥칠 일은 닥친다. 예고가 있든 없든. 즐겁든 괴롭든.

"...정신 차렸으면 일어나요."

그리델의 얼굴을 이제서야 놓아주었다. 쓸모없는 말싸움을 하다가 기습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깡통(총)괴 깡통(칼)의 적색등이 켜진 이후로 이상하리만치 사건이 없어보이긴 하다만. 사건이...

"바벨?"

너 왜 눈을 그렇게 떠? 좀...그렇다? 평소에는 안 그러더니. 미카엘라는 표정관리와 예의의 차원이 아닌 곳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평소에 저러던 애가 아니었다. 두 국자째 들이부은 모래가 바벨의 내면을 변화시킨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까 생각했던 것처럼, 경보가 울리는데 아무 일도 없는 게 이상하다.

"날 보지 말고 사막을 봐요?"

이미 위협은 코앞에 다가와 있었나? 바벨과 이어지는 채널을 열어보았다.

559 ◆.Th3VZ.RlE (CFj4ZitBHY)

2023-10-20 (불탄다..!) 22:57:04



>>558

앞을 보라는 당신의 명령에도 바벨은 능청스럽다 .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당신의 시선을 피하는 바벨 . 겉으로 보면 당신의 말에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 그도 그럴 게 녀석이 당신에게 문을 열지 않는 걸 . 바벨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당신을 문전박대했다 . 자신이 보는 세계를 당신에게 감췄다 . 촉박한 상황에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 당신의 성격을 생각하면 한 마디 따지고 싶을 것이다 . 장난은 관두라고 . 무슨 생각이냐고 . 어쩌면 말 대신 주먹으로 녀석을 쥐어박을 수도 있겠지 .

그런데 그것보다 먼저 ─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

모래의 바다를 가르고 , 거대한 범선 한 척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지진처럼 거대한 진동이 있고 , 당신들의 발밑이 갈라졌다 . 모래가 폭포와 같이 갈라진 틈 아래로 쏟아졌으며 , 선수의 바우스프릿에 칼리번의 가슴이 관통됐다 . 실력 있는 기사라도 상식 밖의 특공에는 뾰족한 수가 없던지 , 강철로 된 몸이 창을 닮은 뾰족함에 찔려 한낱 쇠꼬치가 되었다 . 당신의 다그침에 정신을 차린 그리델은 가까스로 균열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 끔찍하게 당한 칼리번의 모습에 열심히 비명이나 지르고 있으니 , 한동안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

결국 바벨과 당신만 남았다 . 바벨은 이렇게 될 걸 미리 알기라도 한 것처럼 여유롭게 균열을 피하고 있었다 .

뿐만 아니라 부상하느라 드러난 범선의 배를 노리고 조준을 맞추고 있었다 .


560 미카엘라 (z.BC./JzMM)

2023-10-21 (파란날) 13:34:06

이놈의 자식, 뭐에 씌이진 않았구나. 바벨은 평소대로 싹바가지 없는 바벨이다. 저 요상한 표정도 바벨의 심상이 그대로 드러난 표현임이 분명하다. 저 머리를 한 번 더 후려 말아 고민하던 차, 위협은 모습을 드러낸다.

"사막....잠수....범선......???"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까먹는 단어조합이라 따져도 진짜 그런 걸 어쩌란 말야. 미카엘라는 어이가 없어서 막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칼리번은 꼬챙이가 되고 겨우 정신줄을 잡아놓은 그리델은 비명만 지르는데, 여기서 자신이 웃으면 정말 미친놈처럼 보일테니까. 물론 바벨이 저렇게 됐으면 웃었을 것이다. 자기 머리통을 뜯어서 던지는 녀석이 배에 구멍 좀 뚫렸다고 위험해지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저게 뭔, 뭐..! 어어..!! 그 뭐지!"

불행하게도 해군 분야에는 미카엘라가 무지하다. 범선의 구조나 해전의 역사 따위 알 바가 아니었다. 미카엘라는 빈약한 기초지식을 가지고 대충 판단을 내렸다.

"그렇지! 나포! 나포해야 해요! 쏘지 말아봐! 올라타!!"

왜 격침이 아니고 나포냐면, 저걸 타고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범선도 일종의 괴물이겠으나, 일단은 배..이기도 하고. 기약없는 사막 방랑에 자가용 하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미카엘라는 범선의 배가 다시 모래 위로 떨어지는 때 범선 현측을 째릿 쳐다보았다. 그물 사다리나 아무튼 잡고 오를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561 ◆.Th3VZ.RlE (MAuO/Rs63M)

2023-10-21 (파란날) 17:25:21



>>560

땅에서 솟아난 범선이 칼리번을 꿴 채 날아오른다 . 바벨은 당신의 목소리에 공격할 타이밍을 놓치고 그것을 멀뚱히 바라만 봤다 .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 한 차례 훑어본 결과 당신의 손이 닿을 만한 곳에 접점은 보이지 않았다 . 배에 오르기 위해서는 바벨의 힘을 빌려야 할 것이다 . 아니면 누군가 길고 아름다운 금발을 내려주기를 바라야겠지 . 고래처럼 뛰어오른 범선은 당신들로부터 한참 떨어진 장소에 배바닥을 부딪혔다 . 착륙보다는 추락에 가까운 광경이었다 . 겉보기에 무척이나 낡아 보이는 배는 다 닳아 해진 돛을 몇 개 씩이나 주렁주렁 , 낙엽처럼 달고 있었는데 방금의 충격으로 그마저도 올바르게 달려 있지 않았다 .

저대로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 .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 그렇지 않는가 . 노리지 않고서야 칼리번의 가슴 정중앙에 정확하게 바람 구멍을 낼 수 있을 리 없다 .

아니나 다를까 , 배의 현단에 그림자가 서는 것이 보인다 .


562 미카엘라 (9IItlMflyU)

2023-10-21 (파란날) 18:29:35

"칼리번이랑 연결 안돼요? 소리 그만 지르고!"

일행 중 유일하게 월선(??)에 성공한 게 칼리번이다. 바벨이 꼬챙이석 티켓을 끊어서 탑승하면 미카엘라는 주저없이 명령했을 것이다.

'가슴에 구멍이 뚫렸어요? 움직일때마다 속도 시원하고 참 좋겠네요! 빨리 움직이기나 해요!!'

그러나 꼬챙이석 티켓을 끊은 녀석은 회복능력이 있는지 모르는 칼리번, 칼리번 엄마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모래벌레 상대할 때의 기량은 어디로 갔나?

"에이씨! 바벨! 저기 저기 그림자!"

일단 둘이서 할만큼 해야 한다. 마침 배 현단에 인영이 보였다. 적의 은폐가 불성실하다. 이쪽에 샤프슈터가 있는줄도 모르고.

원래는 표적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정확히 사격하는게 원칙. 그러나 범선의 재질은 나무일테고, 바벨의 포격으로 부수기 충분하다. 게다가 범선이 또 움직이면 배를 맞추기 배로 어려워진다.

"쏴!"

그림자로 표적의 위치를 가늠하여 발사한다. 총알처럼 작은 구멍을 내지 않는다. 예상 구획을 냅다 날려주마!

Powered by lightuna v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