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461 미카엘라 (MleBcnjpDA)

2023-09-20 (水) 00:20:08

>>460
길 위에서 보았던 사람 비슷한 뭔가가 떠오르는 이벤트다. 한 대 툭 치면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리는 그것. 이후에 뭔가 하려는 것처럼 굴다가 어쨌든 모래가 되어버리는 것. 그게 지금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은 아니지만.

달리 행동할 건수가 없었다. 행동하는게 상황을 좋게 만드는지 나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우선 흘러가게 두기로 했다. 바스라지는 소년을 으깨버리거나, 도로 뭉쳐주지 않는다. 바벨이 보기 싫어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어도 상관없겠다.

462 ◆.Th3VZ.RlE (O3fy4n9Kio)

2023-09-20 (水) 10:51:36



>>461

저대로 숨통을 끊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었을 거다 . 상대가 허튼 수작 부리기 전에 손을 쓰는 과감함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고 , 마침내 소년이 입을 열었다 . 바짝 마른 입술과 비틀린 모양의 혀로 문장을 만들어냈다 . 너무나 뜻 밖의 말을 높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 늙은이와 아이가 함께 느껴지는 음성으로 속삭였다 .

- 살고 , 싶어

- 아직 더 , 살고 , 싶어

- 죽고 싶지 , 않아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 . 죽어가는 시체의 모습으로 너무나 당연한 소리를 한다 . 소년의 바램은 곧 당신에 향한 구걸로 바뀌었다 . 살려달라고 , 당신에게 애원하며 부러질 것 같은 손으로 바벨의 하나 남은 팔을 붙들었다 .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며 , 제발 살려달라고 심연의 깊은 곳에서부터 < 의지 > 가 기어오른다 .

이미 떠나간 운명을 다시 손에 쥐려는 강한 집념 . 한기마저 불러일으키는 소름끼치는 집착에 바벨이 경기를 일으켰다 . 그리고 그런 예감이 허튼 것은 아니던지 , 소년의 눈자리로부터 피접이 상골한 팔이 불쑥 튀어나와 바벨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


463 미카엘라 (wz5k8T1JoA)

2023-09-20 (水) 17:18:42

>>462

"...."

바벨이 숨을 쉬었던가 애초에 허파란게 있긴 한가 상념이 들었지만, 일단 상황은 적대적으로 돌아간다고 판단해도 좋겠다. 눈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온 정도로 놀라기엔 이미 초자연적인 것들을 너무 많이 겪었다.

밀쳐내려니 하나 있는 팔은 잡혔고 남은 다리도 하나. 이건 바닥에 앉아 다리를 놈의 팔에 걸어서 떼어내야겠다. 자세를 낮추는게 불안하며 손이 또 튀어나오면 정말 난감하겠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게 그 정도 뿐이다.

464 ◆.Th3VZ.RlE (LXSuOE7OtY)

2023-09-20 (水) 18:02:16



>>463

목을 쥐는 힘에 비해 팔을 붙드는 힘은 대단치 않다 . 바벨이 마저 몸을 바닥에 붙이려고 하자 끔찍하게도 소년의 팔이 당기는 힘에 못 이겨 뜯겨지고 떨어졌다 . 똑바로 신경이 살아 있는 걸까 . 아니면 , 자신의 팔을 망가뜨린 바벨이 미워서 그러는 걸까 .

소년의 벌어진 입으로부터 뛰쳐나오는 의미 모를 비명 .

뼈마디를 시리게 만드는 끔찍한 비명 소리가 흰색의 세계를 뒤흔드는데 , 도무지 이것을 견딜 수가 없었던 바벨은 당신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주먹을 쥐어 소년의 머리를 때렸다 .

소년의 머리가 , 아주 찌그러져 , 형체를 상실토록 , 주먹을 휘둘렀다 .

자신의 목을 붙잡는 손이 떨어질 때까지 , 주먹을 내리쳤다 .

소년의 머리는 모래 장난으로 만든 인형처럼 손쉽게 망그러져서 , 바벨은 생각보다 금방 움켜쥐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하지만 끔찍한 감촉이 진하게 배어든 목은 손이 떨어졌어도 여전히 그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 바벨은 자신의 희박한 감정 속에서 처음으로 공포를 발견해내고 , 충격에 똑바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

- 실 , 어 … 조금 , 더 …… 살고 십 , 어

덜 망가진 입과 목이 엉성하게 조잡하게 , 사람의 말을 흉내냈다 .

아직 붙어 있는 다리로 몸을 뒤집어보려고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 한 때 소년이었던 유해는 발버둥에 발버둥을 거듭했지만 , 끝끝내 실패했고 , 머잖아 모든 생명 징후가 사라졌다 . 또 무슨 일인지 , 유해의 움직임이 멎자 흰색의 세계가 덧칠되며 다시 배경이 사막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 정신 차리면 당신은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사막에 엎드려 누워 있었다 .


465 미카엘라 (FqHy0BvE1U)

2023-09-22 (불탄다..!) 00:31:11

"....."

길을 걷던 여자처럼 겉만 무서워 보이고 직접 때리면 별 것 아닌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렇지! 부숴버려! 하고 바벨을 응원하던 차, 필름이 끊기고 다른 필름이 이어지듯 자신은 사막을 뒹굴고 있었다.

벌레시체! 기생충! 바벨은? 잠자다 밟힌 뱀처럼 파다닥 일어났다. 기절했다가 기상하는게 이번이 두 번째인데, 여긴 누구 나는 어디 핑핑 도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던 첫 번째하곤 확연히 다르다. 이번에는 기억이 있고, 바벨이 있고, 표적이 있었다. 셋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 바로 경험이리라.

466 ◆.Th3VZ.RlE (xNXFBAobBc)

2023-09-22 (불탄다..!) 23:21:55

이예ㅔㅔㅔㅔㅔㅔ 금요일 !! 내일은 토요일 !!!

467 ◆.Th3VZ.RlE (xNXFBAobBc)

2023-09-22 (불탄다..!) 23:49:47



>>465

경험치가 있으니 제일 먼저 할 일도 분명해진다 . 바벨은 부르는 즉시 당신의 곁에 나타났다 .

여전히 팔과 다리가 하나씩 부족하지만 , 다른 부상이나 이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 정체불명의 적에게 목을 졸렸지만 티나는 변화는 없었다 . 이렇게 상황을 살피는 당신도 ,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생충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 녀석들에게 단단히 묶였던 흔적이 살 위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꿈은 아닌데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마지막으로 당신이 괴물 지렁이의 토막난 유해로 시선을 던지면 , 그것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그 커다란 것이 별안간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

이런 당신을 동그랗게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 예의 괴물 지렁이에게 쫓기던 여자였다 .

< 무슨 , 일이 일어난 거예요 ? >

당신을 보고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 그녀의 시선은 당신을 지나 , 바벨에게 향해 있었다 . 무슨 일이야 . 당신의 눈이 여자의 눈길을 쫓아 따라 가면 , 그곳에는 바벨의 머리가 있었다 .

당신은 정말 잠시 한눈 판 것 뿐인데 , 눈을 뗀 사이 바벨의 머리에 커다랗게 균열이 생겼다 .

주변에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쩍쩍 갈라지는 머리는 ,

당신이나 여자가 손을 쓸 틈도 없이 날카롭게 파편을 만들며 깨졌다 .

이걸로 벌써 두 번째 . 파멸적으로 파괴된 바벨의 머리 . 그런데 전과는 뭔가가 다르다 . 텅빈 강정에 지나지 않던 바벨의 머리 속에 , 이번에는 내용물이 존재했다 . 낯선 인상의 ─ 당신의 기억에 없는 낯선 사람의 얼굴이 바벨의 머리 안에 담겨져 있었다 .

심해와 같이 검은 피부와 대조되는 결벽적인 흰 머리가 인상 깊은 ── ─ 사람이었다 .


468 미카엘라 (OCV.07dPvw)

2023-09-23 (파란날) 18:44:24

>>467
아!!!! 어디 갔어!!!!! 바벨 밥!!!!!!!!!

바벨을 수복하려던 것이 전부였다. 그것 말고는 원히는 것이 없었는데. 이상한 일에 휘말리는 바람에!

"벌레 안에 사람이 있던데요."

자기가 고기 안으로 빨려들어갈 때 구경만 하던 여자. 뾰로통하고 불친절한 대답이 이어졌다. 벌레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은 전체의 상황을 조명하지 못한다. 맥락을 모른다면 말이다.

하지만 여자의 질문이 벌레에 대한 것이 아니었음을, 곧 깨닫게 되었다. 바벨의 머리가 알껍질처럼 쪼개져 안에 흰머리 검은 사람이...

"...???????"

고장이 났나? 처음 봤을 때처럼 때려야 하나? 주먹을 쥐었지만 일단 휘두르지 않았다.

"바...벨?"

본능적으로 채널을 열어보았다. 연결이 되면 생긴 건 달라도 바벨이 맞겠지. 채널이 이어지지 않으면 그 다음에 이어질 것은 죽빵이다.

//으어어 토욜.. 밥먹고 집안일 빼면 하루종일 자버렸어요..

469 ◆.Th3VZ.RlE (8D7irh1MPc)

2023-09-23 (파란날) 19:32:31



>>468

바벨 안의 얼굴이 게슴츠레 눈을 뜨더니 흰자위 없는 검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봤다 . 그가 정말로 바벨일까 . 냉정 ─ 침착해보이는 외견은 바벨의 평소 모습을 생각해보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데 .

살점 속에서 만난 소년으로부터 악영향을 받고 지금처럼 겉모습이 변했다면 ,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 만약에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라면 , 그 때는 정말로 어떻게 해야할까 . 당신의 생각처럼 한 두 대 때려서 되돌아온다면 좋겠지만 … 만약에 아니라면 …

당신의 두 손에게 다행스럽게도 , 바벨과의 연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 당신의 정신은 전보다도 깊이 ─ 바란다면 바벨의 심상 깊숙한 곳까지 이어질 수 있었고 , 덕분에 바벨에게 일어난 변화 또한 일부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

바벨의 안에 전에는 없던 거대한 구멍이 생겨나 있었다 . 당신은 그 구멍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 때문에 생겨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저것은 난 자리다 . 당신의 마지막 순간의 기억이 ─ 바벨을 떠나면서 생겨난 구멍이었다 .


470 ◆.Th3VZ.RlE (8D7irh1MPc)

2023-09-23 (파란날) 19:32:48

잠이 보약이져 ... 평생 잠만 자고 싶다 ...

471 미카엘라 (PigPLPvnO2)

2023-09-23 (파란날) 21:17:26

>>469
석탄. 밤하늘. 깊은 바다.....

"총구멍."

알맞은 비유를 찾았다! 바벨의 새 몸은 총구멍처럼 검었고, 거기서 튀는 불꽃처럼 희었다. 얼굴은 잘생겼나. 양 손을 뻗어서 뺨을 덥석 잡아보았. 바벨의 검은 눈 속에서, 이어진 채널을 통해서, 그의 안이 느껴졌다.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이런 것까지 총구멍일 필요는 없어 바벨.

"그런 기억 따위 있어봤자 기쁘지 않다는 게 한데...."

정확한 기억만 없지 뻔하게 예상할 수 있다. 전쟁에서 산 채로 잡힌 군인에게 기다리는 최후야 묘사하기도 귀찮을 정도로 진부하다. 것도 싸우던 적들이 국제법 따위 무시하는 놈들이었으니까. 그녀의 쪽도 뒤에서 할 거 다 하는 나쁜 놈들이었고.

"그게 가지고 싶어요? 내 마지막 기억을? 그 뻔한 기억을?"

472 ◆.Th3VZ.RlE (8D7irh1MPc)

2023-09-23 (파란날) 22:17:39



>>471

높지도 낮지도 않은 코 . 움푹 들어간 눈 . 특별한 돌출없이 얌전한 광대 . 턱은 모나지 않고 둥글지만 만질수록 그 형태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 바벨의 얼굴은 어쩐지 손 닿는 순간마다 모양을 달리하는 듯했다 . 어둠이 그러하듯 점토처럼 당신이 주무를 때마다 모양이 변하는 것이다 . 그것에 정해진 형태는 존재하지 않았다 . 여전히 바벨은 불안정하고 여전히 불완전했다 .

단지 흰 머리카락만이 ─ 실처럼 가는 머리카락만이 선명하다 .

어깨를 덮는 머리카락은 사람의 것이라기에는 너무나 무기질적이라 , 생물의 느낌이 희박하여 , 차라리 악기의 현에 더 가까웠다 .

당신이 바벨의 구멍을 복잡한 심경으로 살피면 ,

바벨은 당신이 바라면 여기에 두고 가도 된다고 , 소리로 빌리지 않는 말로 속삭였다 .

분명 바벨이 맡아두고 있는 당신의 기억은 이것이 전부는 아니리라 . 당신이 과거를 뒤쫓지 않는다면 모두 바벨의 안에 깊숙히 잠겨 떠오르는 일 없이 조용히 , 영원히 잊혀지겠지 . 그것은 정말로 안락한 망각안락사이었다 .

하지만 ─ 아무리 뻔한 기억이라도 ─ 자신의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하며 , 당신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면 ,

이 구멍은 이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맞다 .


473 미카엘라 (uEe7cvyyv2)

2023-09-24 (내일 월요일) 14:29:40

>>472
최후의 순간도 다른 모든 순간처럼 여느 운명이었겠지. 배우가 받은 대본. 탄생의 순간 정해진 모든 것. 탄생 이전부터 모두 정해진 것. 누구에게나 주어진 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길.

도망칠 수 있다면 운명이라 부르지 않는다. 잊힌 운명을 떠올리는 것도, 모두 운명대로. 영원히 잊히거나 언젠가 일출처럼 떠오르거나. 운명대로 될 것이다. 세 여신이 자아내는 실에 새겨진 대로!

"어떻게든 저쩧게든. 일어날 일이라면 일어나겠죠.."

강아지 볼 주무르듯 하던 손을 떼었다. 그래. 어떤 일이 일어나도 두렵지 않다. 그렇게 믿는다. 이제 다시 걸어야 할 시간이다.

"우리는 걸어갈 거에요. 어느 방향이라도 상관없어요. 얘 밥도 먹어야 하구.."

못 미더운 화방녀(?)에게 말했다. 못 미덥지만 여기서 처음으로 만난 대화가 가능한 존재였으니까. 바벨이랑은 대화...라고 하기 애매하니 제외하고.

"당신은 어떻죠? 같이 가겠어요? 아니면 따로 갈 곳이 있나요? 마음대로 해요."

474 ◆.Th3VZ.RlE (IDbnz1.2lQ)

2023-09-24 (내일 월요일) 16:49:21



>>473

여자는 바벨의 변화한 모습에 무척 놀랐다 .

어떻게 된 일인지 , 당신에게 설명을 요구하려고 했지만 , 당신이 먼저 말을 꺼내는 바람에 순서를 놓쳤다 .

그런데 놀란 눈치없이 태연하게 당신에게 말을 걸고 , 또 대답하는 것을 보면 , 어쩌면 여자는 이 세계에서 , 대화를 나눌 상대를 만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게 아닐까 . 어쩌면 그녀에게는 당신보다도 뚜렷한 , 분명한 목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

< ... 정해둔 곳은 있어요 , 아직 더 가야하지만 , 공교롭게도 저 놈에게 쫓긴 덕분에 이정표를 찾을 수 있었구요 . 저기 , 라미레즈 씨야말로 어때요 ? 저와 동행하시는 건 >


475 미카엘라 (JMOYBKSw1Q)

2023-09-24 (내일 월요일) 19:05:11

>>474
"그럴까요. 그러죠 뭐."

저 자와 동행하면 목적지가 정해진다. 하염없이 걸으며 목적지가 생기기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빠른 길이다.

"동행하기로 한 김에, 그 쪽 화가분 이름은 어떻게 되시나요? 같이 다니는 갑옷 기사도요."

앞으로 먼 길 걸어야 할지도 모르니 통성명을 해 보자. 미카엘라와 바벨은 이름을 보였으니 이제 저 쪽 차례다.

476 미카주 (rfFzR7UHp2)

2023-09-25 (모두 수고..) 09:11:27

월요일이지만 추석이 있으니 견뎌내는거다...

477 ◆.Th3VZ.RlE (tTWL6jGpE2)

2023-09-27 (水) 00:32:43

추석 .. 언제 와 ...

478 ◆.Th3VZ.RlE (tTWL6jGpE2)

2023-09-27 (水) 00:59:29



>>475

당신이 흔쾌히 수락하자 뛸 듯이 기쁜 표정으로 화답하는 여자 . 그녀는 당신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서야 , 아직까지 당신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

< 그리델 안첼리아예요 , 그리고 여기 , 저를 도와주는 녀석은 칼리번이라 하구요 >

그녀가 손으로 가르키자 , 빈 공간으로부터 커다란 갑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 판금갑이라 불리우는 그 갑옷은 , 어찌나 열심히 광을 내놨는지 밤중에도 눈부시게 빛이 났다 . 볼링공처럼 홈이 세 개 파인 투구는 페이스 오프가 불가능한 일체형으로 , 정면에 만들어놓은 세 개의 구멍을 제외하면 물샐틈없이 기사의 머리를 포장하고 있었다 . 바벨과 비교하면 두께부터 , 존재감부터가 다른 존재였다 . 당신에게 적의를 향하지 않아도 , 단순히 거기에 서 있기만 해도 압력이 발생해 주위를 짓누른다 . 뿐만 아니라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주인의 등 뒤를 지키며 서니 , 싫어도 바벨과 비교하게 되리라 . 바벨과는 모든 면에서 반대를 이루니까 .

< 그리 ─ 고 , 사실 직업 화가는 아니에요 . 그림으로 돈을 벌어본 적도 없구요 . 이런 차림새라 오해하셨죠 ? 죄송해요 >

멋쩍게 , 투박하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 당신에게 내민 손은 울퉁불퉁 굳은살이 빼곡히 박여 있었다 .

< 아무튼 ,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라미레즈 씨 >

좋은 사람 ─ 나쁜 사람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 중요한 것은 상황이다 . 상황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 극한의 상황 앞에서 드러나는 본성이야말로 , 그 사람의 모든 것 , 진실된 면일 테니 . 이 악수로부터 , 이 만남으로부터 당신이 어떤 인상을 받더라도 ,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 운명이 곧 서로의 진심을 드러낼 무대를 준비할 테니까 .

지금은 모든 것을 단순하게 생각할 때였다 .


479 ◆.Th3VZ.RlE (tTWL6jGpE2)

2023-09-27 (水) 01:00:27

요옸씨 , 이번 진행은 이 레스까지로 하겠습니다 .

다음 진행 레스 준비해서 찾아올 게요 ! 좋은 밤 ! 좋은 추석 !

480 미카주 (1XWkmeY5z2)

2023-09-27 (水) 20:39:45

추석은..온다...!

481 ◆.Th3VZ.RlE (6QW0PSRp0Q)

2023-09-29 (불탄다..!) 18:13:59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도로 ─ 도로가 수평선 너머까지 이어지고 있다 .

눈이 닿는 곳에 골 테이프는 보이지 않고 , 걸음은 한량없이 길어지기만 하고 있다 .

미카엘라 라미레즈와 바벨 . 그리델 안첼리아와 칼리번 .

두 사람과 두 괴물의 동행은 언제 어디서 끝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

어떤 형태로 끝이 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

겨우 한꺼풀 벗은 정도로는 전부 억누를 수 없었던 바벨의 본성 ─ 난폭함 . 바벨은 여전히 호전적이어서 , 강철 갑옷이 눈에 띌 때마다 툭하면 시비를 걸어댔다 . 누가 더 강하고 누가 더 약한지 , 부딪혀보기를 바랬다 . 칼리번이 어른스럽게 , 한 발 먼저 한 걸음 뒤로 물러나주었기에 망정이지 , 행여라도 그것이 걸어오는 시비를 받아주기라도 했다면 유혈 사태로 번졌을 지도 모르는 문제 . 당신도 그리델도 곤란할 따름이었다 . 이래서야 도로가 다하는 데까지 , 함께 갈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

그리델의 말에 따르면 , 이 도로는 사람이 준비한 것은 아니나 , 저것을 이정표 삼아 사막의 방랑자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중이라 했다 . 모두 모여서 이 사막을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다는데 , 사실이라면 당신도 그리델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

사막의 위협이 제아무리 흉악하다고 해도 , 그 흉악함은 예측과 대비가 불허하다는 점에 있다 . 머릿수가 갖춰지면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수 있을 테니 , 이런 위협으로부터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 터 .

그런데 이놈의 바벨이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구니까 , 그리델의 낯빛은 어두워져만 갔다 .

하나 뿐인 길이라 함께하기로 한 이상 헤어질 수도 없는 노릇인데 . 이 자식은 , 이 녀석은 , 이 고물 깡통 인형은 !!

말로 하지 않아도 그리델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

반면 바벨은 천연덕스럽게 , 뻔뻔하게 , 칼리번과는 반대로 모습을 감추지도 숨기지도 않고 , 당신과 나란히 도로를 따라 걸으니 ,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가 문제라는 생각은 눈곱 만큼도 못하는 것 같다 .

이 동행 ─ 이대로라면 조만간 파탄날지도 모른다 .


482 ◆.Th3VZ.RlE (6QW0PSRp0Q)

2023-09-29 (불탄다..!) 18:14:26

이예 -- 이 행복한 한가위 보내고 계신가요 !! WATASHI─WA ! 아니에요 ~ ! ( 환호 )

483 미카엘라 (D9uBRNYIP.)

2023-09-29 (불탄다..!) 23:32:56

"사막을 벗어난다? 여기서는 무릎도 허리도 안 아프고, 배고프거나 졸릴 일도 없어요. 몇 번 맞아봤는데 아프지도 않아요. 여기서 왜 벗어난대요? 그보다 벗어나면 어디로 가려구?"

죽고 한 번 더 죽을 생각인가? 사막이 부여하는 신체적 자유는 현실보다 달콤하고 뛰어나다. 괴물들은 생긴 것만 이상하지.. 총 맞으면 똑같이 죽었다. 여기서 벗어날 절실한 동기는 아직 없다.

"모여서 하는게 패싸움 말고 또 있을...."

무정부 상태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서열을 정하기 위한 폭력사태가 반드시 일어난다고 말하고 싶었다. 바벨이 깐족거리는게 또 눈에 밟히지 않았으면 그대로 말했을거다. 칼리번이라는 갑옷의 등에 잽을 툭툭 던지는게 우스꽝스러워서 웃음을 흘릴 뻔 했다. 깡통 안쪽에 사람이 생겨도 깡통은 여전히 난폭한 깡통이다.

그리고 난폭한 깡통이 잊어버린게 하나 있다. 난폭한 깡통의 주인은 두 배로 난폭하다. 직전까지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고 온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크나큰 착각이다.

"바벨! 그건 나쁜 행동이에요!"

말은 아이를 훈육하는 유치원 교사 같았지만, 손은 바벨의 머리 위로 올라가서 머리채를 틀어잡고 있었다. 새로운 모습을 하니까 이게 좋구나! 바벨의 첫눈처럼 흰 머리채를 잡아서 뒤로 질질 끌려고 했다.

"보라는 모래벌레는 안 보고 칼리번만 쳐다볼 때부터 알아봤어! 앞으로 뭐가 되려고!"


//
캡틴 엇재서.. 전이랑 떡이랑 먹고 살찐다는 느긋한 고민을 해야 할 시기에..

484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01:56:54



>>483

" 글쎄요 ,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은 게 없어서요 . 그래도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 이 세계에 관해 저희보다 자세히 아는 사람들과 정보를 나눌 수 있다면 , 그것만으로도 이득 아니겠어요 ? "

꼭 그들과 뜻을 함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당신도 그리델도 사막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니 , 그들로부터 사막에 관한 , 당신들이 모르는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만 있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

당신이 ─ 이 세계를 떠날 마음 없이 ,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 더더욱 그렇다 . 하지만 당신의 우려 역시 타당한 것 . 이 길의 끝에 정말로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하더라도 , 그들이 당신들에게 호의를 베풀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

사람의 적은 오래 전부터 사람이었다 .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게 세상인데 , 다른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멍청하지 . 더군다나 당신에게는 바벨이 있다 . 여기 칼리번 하나만 갖고도 이 난리법석인데 ,

거기서 자신의 마음에 쏙드는 상대를 만나기라도 한다면 , 이 녀석이 별안간 무슨 짓을 벌일지 어떻게 알겠나 .

당신의 야무진 손이 바벨의 머리채를 붙잡고 눈높이를 끌어내리자 , 그리델이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 당신에게 머리를 뜯기면서도 , 하나 남은 다리로 칼리번을 걷어찰 방법을 궁리하는 바벨 . 녀석은 정말로 포기를 모르는 양철 인형이었다 .

" ... 라미레즈 씨 . 혹시 ─ 바벨을 없애는 법 , 모르시나요 ? "

묵묵히 바벨에게 얻어맞기만 하던 강철 갑옷이 , 그리델의 눈치를 받고 자신의 모습을 허물어뜨렸다 . 모래가 되어 사막의 일부로 사라져 없어지는 칼리번 . 광활한 사막에 섞인 칼리번의 흔적은 , 이내 불어오는 바람에 섞이고 흩어졌다 .

더는 강철 갑옷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 영영 사라진 것은 아니다 . 그리델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라도 다시 나타날 테지 .

하지만 ─ 지금 이 순간만큼은 ,

완벽하게 이 사막에서 자취를 감췄다 .

" ... 제가 강하게 바라면 ─ 칼리번은 이렇게 사라질 수 있어요 . 바벨도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데 , 어때요 ... ? "

부탁이니 ─ 제발 그렇게 해달라는 눈빛이다 .


485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01:57:39

행복한 고민 ! 안으로 밖으로 치이다보니 제정신을 지킬 수가 없스요 ... 하 ─ 지만 , 괜찬흣ㅂ니다 ! 고내찮아 !!

486 미카엘라 (2bovF38IaU)

2023-09-30 (파란날) 15:54:11

>>484
바벨 머리채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바벨을 없애버리자는 말로 잘못 듣고 말았다. 고개를 홱 돌려서 그리델을 보았지만 오해는 빠르게 정정된다. 그녀는 모래벌레에게 쫒길 때 선보였던, 칼리번을 넣고 꺼내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 그리델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듯 칼리번이 모래먼지가 되어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호출을 받으면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런 게 되는지 몰랐어요. 한 번 해볼까요."

괴물이 다가올 때 바벨의 직감을 이용할 수 없는 건 단점이지만.. 바벨이 사고를 치는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 어디 집어넣고 다니는 게 더 좋겠다. 입을 열어서 말해보았다. 조정간을 안전에 두는 느낌으로.

"바벨. 들어가 있어요."

487 미카주 (2bovF38IaU)

2023-09-30 (파란날) 15:54:52

>>485 슬퍼요...연휴는 즐거워야 한다구요...

488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19:06:58



>>486

당신의 부탁 아닌 부탁에 바벨이 눈을 깜빡거린다 . 읽을 만한 표정이 없어 기계 같기만 한 얼굴에 처음으로 색이 지났다 . 아마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할 , 당신만이 포착할 수 있었던 감정 . 그것에 구태여 이름을 붙이자면 ─ 불쾌였을 것이다 .

그리고 그리델 모르게 , 당신과 바벨 사이에 힘 겨루기가 시작됐다 . 반항아 아니랄까봐 보이지 않게 뿌리를 내리고 , 당신에게 반항해 이대로 이렇게 사라지기를 거부하는 바벨 . 지금처럼 가볍게 바래서는 바벨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

보다 더 강하게 명령할 필요가 있을 지도 .


489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19:08:23

>>487

490 미카엘라 (eL4X9ddXuI)

2023-09-30 (파란날) 19:44:48

//움짤입니다

"?"

안 들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피차 폭력밖에 모르는 두 놈이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법은 하나뿐이다. 머리채를 쥐지 않은 손을 높게 들었다.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한 번에 꿀밤 한 대가 어김없이 날아왔다. 네가 가루가 되어 들어가지 않으면 직접 패서 가루로 만들겠다는 굳건한 의지!

자고로 공갈협박과 폭력은 인간관계의 윤활제와 같으며, 돈만큼이나 잘 먹히는데 더 좋은 건 돈이 안 든다는 사실이었으니...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바벨이 반격할거라고 생각을 못 하는지, 해도 상관없다는 건지.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던 건 자신의 본성을 알고 피바람이 이는 것을 막기 위한 일말의 선의일까 사람들이 모였을때 패싸움의 주동자가 바로 이 여자가 될지도 모른다.

491 ◆.Th3VZ.RlE (bcwIFUZh06)

2023-09-30 (파란날) 20:49:08



>>490

맞는 바벨과 때리는 당신 . 일련의 광경을 바라보는 그리델의 표정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 설득을 완성시키는 조미료로 과감하게 주먹을 선택한 당신의 모습에 , 도통 적응을 하지 못하는 눈치 . 자신이 알던 상식이 모래성처럼 부수어지는 끔찍한 광경에 차마 눈을 바로 뜨지 못하고 시선을 피하고 만다 .

그런데 ─ 아무리 기다려도 머리를 때리는 둔탁한 소리가 잦아들지 않아 . 그리델이 하는 수 없이 소리를 냈다 .

< 저 , 저기 , 라미레즈 씨 , 안 되면 억지로 하지 않으셔도 돼요 ... 그도 그럴 게 .. 헉 >

당신의 사심없고 자비없는 사랑의 매에 , 한층 달라진 바벨의 모습을 보고 그리델이 헛숨을 삼켰다 .

놀랄만도 하지 . 저렇게 머리가 움푹 파였는 걸 . 당신의 주먹에 호되게 찜질당한 바벨의 머리는 ,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티나게 함몰되어 있었다 . 세상에 맙소사 . 예나 지금이나 무르기 짝이 없는 머리다 . 양철 인형의 머리를 벗고 , 기껏 새롭게 다시 태어났으면서 , 밖에 보이는 모습만 달라진 건지 .

기를 쓰고 버티기 바빠 머리가 망가졌어도 관심 한 번 주지 않는 바벨이었다 . 녀석의 의지는 속에 철심을 박은 듯 꺾이지 않아 , 당신은 처음으로 바벨과의 소통에서 실패를 맛봤다 . 이제까지는 싫은 내색하더라도 당신의 뜻에 따라왔던 바벨인데 , 이렇게까지 저항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


492 미카엘라 (MnkWHLmI06)

2023-09-30 (파란날) 21:59:18

>>491

"아.. 이건 나중에 팔다리 고칠 때 같이 펴면 돼요."

들어가라니까 엉뚱한게 들어갔다. 나중에 복구하는 김에 바벨이 알아서 잘 펴겠지. 어차피 뇌가 없는 머리통이니까 좀 찌그러져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나저나 바벨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버틴다. 계속하다간 뜨지 않는 해가 뜰 때까지 꿀밤을 먹여야 할 판이다. 지금까지는 싫은 티를 내면서도 시키는건 다 하더니 갑자기 왜 이런담? 칼리번을 좋아하나? 좋아하니까 괴롭히고 그러는 거야? 사랑의 힘을 이기는 건 없다는 거야 지금?!

울며 겨자먹기로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냥 때려패서 다 되면 좋은데 협상을 해야 한다니. 어쩔 수 없이 바벨과 눈을 맞추고 안테나를 세웠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팅을 하는 기분이다.

'바벨. 뭐가 문제에요? 갑옷이랑 싸우고 싶은 거, 진짜 그게 전부에요?'

493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1:28:44



>>492

정말 낙천적인 생각이다 . 당신의 생각에 그리델도 동의했다면 좋았을 텐데 ,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 의심하는 눈은 당신이 아주 미쳐버린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있었다 .

뭐── ─어 당신이나 바벨이나 평범한 감성의 소유자는 아니니까 . 그리델의 의심은 어떤 면에서 타당했다 .

어 ─ 쨌 ─ 든 , 평범한 사람과는 상식의 궤를 달리하는 당신이다 .

이것이 생전의 당신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이라면 , 이런 시선이 당신 자신도 모르게 익숙할 수도 있겠다 .

지난날의 자국 . 당신은 모르는 당신의 흔적 .

만약에 문득 , 당신이 기억을 더듬으려고 하면 , 깎아지르는 절벽처럼 보다 깊은 기억으로 이어지는 길이 썩뚝 끊어져 있으리라 .

당신의 기억의 파수꾼바벨은 ,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당신의 열람을 허락하지 않았다 .

바벨 .

녀석의 이름을 따라 다시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 바벨은 여전히 한사코 당신의 부탁명령거절거부하고 있었다 . 당신이 바벨의 속에 들어가 , 반항의 이유를 찾으려고 해도 마땅한 대답이나 구실 ─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

어쩌면 변덕에 지나지 않을 수도 . 아니면 들킬까 조마조마하며 ─ 이유를 감추는 걸지도 .

뭐든 간에 지금 , 알기 쉽게 정돈된 문장으로 준비된 변명은 , 바벨의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


494 미카엘라 (m0fqIMSp3w)

2023-10-01 (내일 월요일) 15:25:02

>>493


"야, 라미레즈 중사님도 첫 전투 때 울었을까?"

"난 안 울었다에 10달러 건다. 그 사이코패스가 운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을 거 아냐. 짬이 쌓이면서 그렇게 된 거라고. 그럼 나는 울었다에 10달러야."

"운다는 건 오른눈도 포함하는 겁니까?"

"그건 진짜 우는 게 아니니까 빼야지. 악어처럼 그냥 나오는 눈물이잖아."

"첫 전투 때는 중사님 오른눈 멀쩡했을걸. 섬광탄에 다쳐서 그렇게 됬다는데."

초소에서 이뤄지는 사소한 군율 위반 -도박-은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라미레즈 중사에 의해 발각되었다. 라미레즈 중사는 울었다에 10달러를 걸었고, 딴 돈으로 술 한 병을 샀다.



'사람들은 왜 날 볼 때마다 저런 눈을 할까요.'

그리델의 눈을 보면 생전 초소에서 있었던 작은 해프닝이 떠올랐다. 거기 있던 사람 중 몇 명은 자신보다 먼저 죽었다. 이곳에 있을까.

각설하고 본 주제로 돌아오면, 바벨의 억지는 이유없는 땡깡에 가까워 보였다. 그리 화가 치솟거나 실망할 거리는 아니었다. 너무나 바벨스러웠기 때문이다. 싫으면 싫어. 좋으면 좋아. 이유는 필요없는 단순무식함.

"바벨이 그러면 내가 뭘 해주겠어요? 손이나 줘봐요."

결론은 그냥 바벨 손을 꽉 잡고 가자는 걸로 귀결되었다. 직접 붙들고 있으면 좀 버둥거려도 갑옷에게 못 가게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벨의 하나 남은 손목을 놀이공원에 온 엄마처럼 꽉 쥐었다.

"그냥 이렇게 하고 가야겠어요. 바벨이 이 정도로 버티는 건 처음이네요...."

495 미카주 (b2mSvMf0K2)

2023-10-01 (내일 월요일) 15:47:27

>>406
>>408

의도된 건지는 몰라도 떡밥이 풀렸네요. 쥐어뜯을 바벨 머리채가 생겨서 미카는 기쁘다..

496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6:14:01



>>494

당신이 바벨을 어떻게 다루는지 직접 눈 앞에서 본 터라 , 그리델도 차마 다른 말을 덧붙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분위기에 휩쓸렸다는 인상이 강한데 , 불만이 해소된 것은 아닌지라 나중에 또 어떻게 다시 장작에 불이 붙을지 그녀 스스로도 몰랐다 .

바벨이 제발 잠시라도 얌전하게 있어줬으면 . 그녀는 조용히 바랄 뿐이었다 .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 어째서 바벨만 저렇게 별난지 , 의아하게 생각했다 .

< ... 라미레즈 씨는 군인이셨나요 ? >

어쩌면 , 특이한 것은 바벨이 아니라 당신일지도 모른다 . 자신도 칼리번이라는 괴물을 다루는 신분 . 저것들의 생리 , 생태는 전부는 아니라도 직감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얼마 있었다 .

그런 자신의 이해에서 당신들이 동떨어져 보였다 . 그리델은 당신과 바벨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했다 .

그러거나 말거나 , 바벨은 외다리로 당신을 따라가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497 시선회피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6:17:03

>>495

498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6:52:13

뭐지 , 그러고보니 바벨 왜 외다리가 됐지 ( 동공지진 )

499 미카엘라 (/wkbCj1qVs)

2023-10-01 (내일 월요일) 18:52:55

>>496
"네. 지금은 제대했지만."

복무 종료 후 제 2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로. 아니면 사막에서 싸우다가 사막에서 싸우고 있으니 제 1의 삶이 계속 이어지는 것인가?

"바벨이 있지만 아직 손이 허전한 느낌이에요."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을 한다. 여기서는 바벨이 총이지만, 살아있을 적 익숙함이 사라지기엔 시간이 충분히 흐르지 않았다. 양 손에 묵직히 들리는 쇳덩이가 주는 안정감은 바벨과 또 다른 느낌이라.

사막 어딘가에도 총이 있을까. 바벨도 쏘고 자기도 쏘면 화력이 두 배! 정말 세상에 두려운 게 없겠다.

500 미카주 (/wkbCj1qVs)

2023-10-01 (내일 월요일) 18:53:28

>>498모래벌레 잡고 수복을 못해서 그렇지 않았나요...?

501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8:55:46

문득 신경이 쓰여서 정주행했는데 , 괴물 지렁이를 잡으면서 다리가 망가졌다는 언급을 누락했습니다 , 캡틴 멍청이 ... !

502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8:56:14

와 ! 500 레스 돌파 ! 드디어 절반을 채웠어요 !

503 미카주 (/wkbCj1qVs)

2023-10-01 (내일 월요일) 19:19:03

504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19:35:38



>>499

< 어쩐지 , 움직임이 남다르다 싶었어요 >

손짓이라던지 , 걸음걸이라던지 .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난폭한 성격도 직업병일까 , 그리델은 생각했다 . 그리고 정말로 하고 싶은 질문은 입에 담지 못한 채 , 수긍한 척을 했다 .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라고 그녀는 판단했고 , 때문에 대화의 주제는 담장을 넘어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 . 그녀가 새롭게 꺼낸 이야기는 , 당신보다 먼저 만났던 사막의 방랑자에 관한 것이었다 .

< 여기서는 시간을 종잡을 수 없으니까 , 보통은 걸음수로 말하는데요 , 그 분과는 팔 만 걸음 정도 전에 만났어요 , 저도 라미레즈 씨처럼 눈을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라 , 뭐가 뭔지 도통 모르는 상황이었죠 .

그 분께서 복잡한 생각을 교통정리해주시지 않으셨다면 , 어쩌면 저는 벌써 모래 밑에 파묻혔을 지도 몰라요 >

─ 이 사막에는 대체 몇 명의 사람이 살고죽어 있는 걸까 . 그리델의 말만 들으면 사람 만나기가 참 쉬운 것 같은데 , 정작 당신이 만난 사람은 눈 앞의 여자 단 한 사람 뿐이다 . 무슨 운인지 .

< 그렇네요 , 그 분이 알려주시지 않으셨다면 , 아마 이 길에 대한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을 거예요 . 그러고보면 저는 , 라미레즈 씨에게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도움만 받고 있네요 >

저렇게 말하는데 . 당신의 직감이 수상한 냄새를 맡는다 . 뭔가 ─ 뭔가가 ─ 석연찮은데 .


505 미카엘라 (/wkbCj1qVs)

2023-10-01 (내일 월요일) 21:04:52

>>504
8만 걸음을 일일히 세었다니. 무시무시한 집중력이다. 인간적으로야 세다 까먹으면 적당히 묻고 대충 세었겠지만, 일단 8만보 동안 걸음 세기를 멈추지 않은 게 대단하다. 이 돌발 상황이 빈번한 사막에서 말이다.

"여기 있는 사람이 꽤 많은가봐요. 저는 당신이 처음으로 본 사람인걸요."

바스러지던 그것들은 솔직히 사람으로 치면 안 되지. 그리델은 여기에 오래 있어서일까. 다른 사람들을 꽤 본 모양이다. 자신이 보았던 건 괴물들이었는데 신기하네. 신기해...

"그 분은 누구시길래? 길을 이정표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그 분이 알려주신거에요?"

506 ◆.Th3VZ.RlE (0ghAI8yZ4Y)

2023-10-01 (내일 월요일) 23:41:27



>>505

< 그래요 ? 그건 .. 다행이네요 . 제가 처음이라니 말이에요 >

말꼬리를 흐린다 . 모든 만남이 유쾌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리라 . 당연하겠지 . 아니라면 그렇게 ─ 혼자서 괴물 지렁이에게 쫓길 이유가 없다 . 그리델은 자신과 스쳐지난 몇 명의 사람을 떠올리고 ,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

< 수가 얼마나 되는지 ,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 적게 만날 수록 좋은 건 분명해요 .

그러니까 ─ 라미레즈 씨는 운이 좋으셨던 거죠 >

삭막한 말이다 . 꿈도 희망도 없는 소리다 . 하기야 ─ 법과 질서가 사라진 사막이다 . 모든 방랑자는 무법자와 같았다 .

당신처럼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당신도 생각하지 않았나 . 이 길의 끝에 기다리는 것이 안정과 평화일 가능성은 낮다고 .

그리델은 지옥을 본 걸지도 모른다 . 당신은 아직 만나지 못한 지옥을 .

< 예 . 그 분께서 알려주셨어요 . 사막에서 숨쉬는 법을 알려주시고 , 걷는 법을 알려주시고 ,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알려주셨죠 . 듣기로는 , 이 사막에도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더라구요 . 그 분은 거기서 오셨대요 .

전도유망한 사람들만 모아 이 세계에 터전을 꾸리고 있대나 . 제게도 권유하셨지만 , 저는 이 세계에 큰 관심이 없어서요 >

과감하게 혼자서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는 소리다 .


507 미카엘라 (/jBk7lH9o6)

2023-10-02 (모두 수고..) 17:02:46

>>506

"....이 길을 따라서 방랑자들이 모이고 있다길래 우리가 이렇게 걷는 게 아니었나요?"

적게 만날수록 좋고 공동체도 마다하신 분이 왜 길을 따라 걷고 있을까? 손목이 잡힌 채 깽깽이질을 하는 바벨이 더럽게 걸리적거려서 아주 들쳐업어버렸다. 소방관식 운반법으로.

"생각이 바뀌셨나봐요. 하긴 모래벌레한테 쫓기면 없던 동포애도 생기겠네."

"그거 알아요? 사람은 원시인 시절부터 최상위 포식자였대요.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나무창을 던져대면 매머드도 버티질 못했다나? 모래벌레도 그런거죠."

그런데 뭔가. 이상하게 어긋난 기분이..

508 ◆.Th3VZ.RlE (/Ur1d5ATN6)

2023-10-02 (모두 수고..) 23:32:45



>>507

당신의 말에 그리델이 멋쩍게 웃어 보였다 . 옅은 미소 ─ 곤란함을 대충 모래로 덮어 가린 가짜 웃음이었다 .

< 한 시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에요 >

당신과 눈을 맞추지 않고 던지는 말 . 더 캐낼 것이 있어 보인다 . 하지만 쉽게 말할까 . 당신과 그리델의 관계성은 서로 아직 동료라 부르기에는 어설픈 것이었다 . 동료는커녕 동행에 지나지 않다 . 운명이 우연히 겹친 것에 불과한 만남 . 언젠가 파탄 나더라도 지금과 같은 거리감이라면 , 서로 아무런 미련 없이 손을 털고 헤어질 수 있을 것이다 .

거기다 벌써 한 번 ─ 그녀는 당신과 바벨의 위기를 못 본 척했다 . 다음에도 또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있을까 .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어디서 어디까지 믿어도 될는지 . 뭐어 ── ─ 정하는 것은 당신이다 .

- maaa aa aaAaaaa

시체처럼 , 군장처럼 당신의 어깨에 들쳐 매여 조용하게 죽어 있던 바벨이 별안간 소리를 냈다 . 녀석이 이럴 때는 항상 안 좋은 일이 일어나던데 ─ 아니나 다를까 , 칼리번을 뽑아 든 그리델이 멀리 도로의 저편에 생겨난 점들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

< ... 저게 뭐죠 ? >


509 ◆.Th3VZ.RlE (/Ur1d5ATN6)

2023-10-02 (모두 수고..) 23:33:01

안 돼 추석 !! 떠나지 마 !! 돌아와 !!!

510 미카엘라 (l8toAATlyk)

2023-10-03 (FIRE!) 00:12:51

>>508
영혼 없이 웃었다. 아하하. 숨기는게 있나보지? 뒤통수를 치는 일만 아니길 바란다. 자신을 배 갈라서 제물로 바치고 혼자 도망가는 대참사 말이다. 예를 들면 저기 보이는 점점이들한테.....어....? 바벨의 울음이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다.
Contact unknown on my 12. long distance!
"엄폐 엄폐! 사구 뒤에 엎드려!"

저쪽이 우리에게 보이면, 우리도 저쪽에 보인다. 즉시 길을 벗어나서 엄폐물에 숨었다. 걷는 여자를 보았을 때와 같다. 그리델 칼리번도 어서! 망설일 시간이 없어!

"빨리! 쇠가 빛나는 건 엄청 잘 보인다구요!"

채널을 열고 바벨의 조종간을 가져온다. 눈만 내놓고 머나먼 점을 주시했다.

//아직 우리에겐 하루치 단군의 가호가..

511 ◆.Th3VZ.RlE (sSFUEQar/k)

2023-10-03 (FIRE!) 01:05:49



>>510

< 큭 .. ! >

경험이 녹아든 말은 싫어도 위엄을 갖추게 된다 .

그리델은 당신의 판단이 옳다는 것을 직감하고 당신을 따라 길 위에서 벗어났다 . 그리델을 안아 든 칼리번은 보기와 다르게 날랜 움직임으로 , 단 한 번의 뜀으로 사각지대까지 자신과 주인의 위치를 옮겼다 .

결심도 빠르고 행동도 칼과 같다 . 유사시에 당신의 발목을 잡을 일은 없어 보인다 . 불안 요소는 오로지 바벨 . 바벨이었다 . 아직 다리와 팔을 회복하지 못한 바벨이 , 이대로 적의 파상 공세에 노출된다면 재미와 담을 쌓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

그리고 그 때 ─ 발목을 붙잡는 당신들을 과연 그리델이 구하려 들까 .

- Maaaaa Aaa aAAa

바벨의 눈이 거동수상자들을 포착한다 . 세 사람 ─ 아니 네 사람이다 . 여성과 남성의 혼성 조합 . 혼이 빠진 모습으로 길 위를 따라 터덜터덜 걷는 것이 , 묘하게 낯이 익다 . 이런 상황 ─ 전에도 있지 않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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