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410 미카엘라 (eTcsrFMcy.)

2023-09-07 (거의 끝나감) 00:03:50

>>409

사람과 사람을 지키는 사람 언저리의 무언가. 보고 있자니 바벨과 자신이 연상되지 않나? 바벨, 이 깡통도 일단은 여자 살덩이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했었기도 하고.

'사람...인가?'

긴가민가. 할지말지. 할락말락. 하는둥마는둥 상황을 주시하는데 바벨이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건 해야 한다. 서로 생각하는 적이 다른 것 같지만 사소한 걸로 머뭇거릴 틈이 없다. 포복을 풀고 벌떡 일어났다. 폐에 공기를 가득 채워....

"4시방향-!!!!!!!!!!!!!!!"

대차게 질러버렸다. 저쪽의 사람 후보 되시는 분과 갑옷이 4시 방향을 보면 달하늘 아래 떳떳하게 선 여인이 보이리라.

411 ◆.Th3VZ.RlE (eqFRbi3CbI)

2023-09-07 (거의 끝나감) 00:08:50

미카엘라는 아직 사람의 마음을 잃지 않았어 ... 답레는 내일 준비하겠습니다 ! 잘 자요 미카주 !

412 미카주 (eTcsrFMcy.)

2023-09-07 (거의 끝나감) 00:29:06

존밤~~
어느새 목요일이네요...주말언제..

413 마이주 ◆EZvwDxK5Kc (wDvb.Utl0o)

2023-09-07 (거의 끝나감) 22:50:21

일이 조금 밀려서 이제서야 도착했네요!!
반가워요 모두! 그리고 좋은 밤입니다!

414 미카주 (eTcsrFMcy.)

2023-09-07 (거의 끝나감) 23:17:25

좋은 밤이에요!!

415 ◆.Th3VZ.RlE (F/xiILR2vY)

2023-09-08 (불탄다..!) 20:24:38

죄송함니다 .. 목요일의 영압이 ... 사라졌어 ...

너무 피곤했나봐요 _(;-;_ )_

416 ◆.Th3VZ.RlE (F/xiILR2vY)

2023-09-08 (불탄다..!) 20:39:11



>>410

당신과 바벨 사이의 가교가 무너진다 . 불안정하던 동조는 당신의 외침과 바벨의 경악으로 완전히 흐트러졌다 . 바벨이 동의하지 않은 일 . 바벨이 찬동하지 않은 일이었다 . 바벨에게 입이 있었다면 이 여자가 무슨 짓이냐고 , 따졌을 지도 모른다 .

하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라 상황은 벌써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 거리가 거리다보니 ,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소리가 닿지 않을 법도 하건만 , 쫓기는 길에도 어떻게 재주도 좋게 당신의 존재를 눈치챘다 .

달빛을 등지고 서서 , 보란 듯이 존재감을 피력하는 당신에게로 , 한 사람과 강철 기사의 달리는 방향이 변했다 .


417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14:40:47

갱신합니다 , 와이 ! 토요일 ! 행복해 !

418 미카엘라 (iWtqV42qC2)

2023-09-09 (파란날) 16:18:28

>>416
"왜요? 싸우고 싶다면서요."

모래벌레가 아니라 갑옷이라고? 아이고 내가 그걸 착각했네 미안해라! 그런데 어쨌든 저거랑도 싸워야 해.

"이제 도망도 못 가요. 싸워야겠죠? 자세 잡고, 최고 화력으로 발사준비하세요."

어쨌든 그렇게 반강제 배수진을 쳐버렸다. 원래 배수진은 어떻게든 될거라는 각오로 퇴로를 지우는 단순무식 전술이 아니란 사실은 넘어가자.

"최대한 영거리까지 끌어들여야 하니까 명령하기 전까진 쏘면 안 돼요?"

//주말주말주말....!

419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22:23:52



>>418

당신의 폭거에 바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자세를 잡았다 . 지금부터라도 도망친다면 얼마든지 멀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 당신의 생각이 확고하니 바벨도 따르는 수 밖에 .

이러는 사이에도 괴물 지렁이는 땅을 파헤치고 , 모래 먼지를 만들며 쾌진격을 계속하니 , 강철 갑옷과 저 사람이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

한 입 간식거리도 되지 않을 두 명인데 , 절묘한 순간 필요한 행동으로 간발의 차로 위기를 벗어난다 . 때로는 화염으로 , 때로는 한 자루의 검으로 괴물 지렁이의 공격을 걷어내거나 받아내며 , 도주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둘 .

당신이 돕지 않아도 , 저들의 실력이라면 알아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아닐까 . 그런 생각마저 들 만큼 현란한 도망이었다 .

- MAAaAAAaaaAA

하지만 보이는 대로 결정타가 부족하니 , 언젠가 따라잡힐 거고 , 잡아먹힐 거다 , 바벨의 포격이 아니라면 , 저 사람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거야 . 바벨이 바라는 대로 내버려둔다면 , 괴물 지렁이는 물론이고 저들까지도 포격의 제물로 삼을 것이다 .

─ 녀석은 정말 그럴 생각으로 포격의 위력을 키우고 있었다 . 주위로부터 있는 대로 열기를 착취해 한 몸 가득 채우고 , 팔의 팽창 한계를 시험하니 , 금세 일찍이 없던 규모의 포격이 준비됐다 .

삐걱거리며 불안하게 몸을 떠는 모습이 , 오래 버티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 바벨이 망가지는 것보다 먼저 , 괴물 지렁이와 강철 갑옷이 사정 거리 안으로 다가오겠지 . 바벨은 당신의 신호만을 기다렸다 .


420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22:24:15

갱신합니다 !

421 미카엘라 (MfxWxLOa12)

2023-09-09 (파란날) 23:12:04

영거리 사격이란, 영거리에서 하는 사격을 의미한다.
영거리란, 매우 가까운 거리 즉 코앞을 의미한다.

"주둥이에서 X구멍까지. 소화 기관을 일직선으로 뚫는거에요."

바벨의 포격은 당연하지만 직선으로 나간다. 지렁이의 옆구리를 치면 그 부분만 때리고 끝이다. 그러나 포 궤적에 지렁이의 기다란 몸을 일치시키면 한 발로 더 많이 때리게 된다!

자신은 삐걱대는 바벨을 뒤에서 한껏 끌어안았다. 흔들리지 마라. 차분하게 조준해....

"준비.."

422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23:38:11



>>421

부풀기가 상반신에서 오른팔로 이동한다 . 어떻게 찢기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 , 여느 때의 세 배 가까이 부푸는 어깨 . 한 자리에 모인 열기는 바벨의 육신을 붉게 과열시키고 파열시켰다 . 하지만 바벨은 멈추지 않고 열기를 손 끝으로 ─ 손톱으로 내려보내니 , 머잖아 일격필살의 위력이 완성됐다 .

남은 일은 슛 코스에 괴물 지렁이의 입을 갖다놓는 것 뿐이다 .

다행히 쫓기는 사람은 당신의 의도를 , 바벨의 의미를 이해하고 언덕의 아래로 괴물 지렁이를 유인해왔다 . 강철 갑옷도 더는 방해 밖에 되지 않아서 , 모습을 허물어뜨리고 자신만이 허겁지겁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

뭐야 . 혹시 바벨도 저렇게 필요할 때만 나타나게 할 수 있는 걸까 .

할 수만 있다면 녀석의 속 터지는 행동에 더는 속앓이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 으아 , 아아 ! 온다 , 나온다 !! >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가르키는 대로 언덕의 중턱까지 오른 먹이를 쫓아 로켓처럼 튀어나오는 괴물 지렁이 .

모래 깊이 잠복해 있던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자 당신의 시야는 모든 면이 녀석으로 채워졌다 . 빈틈없이 빽빽하게 당신의 시야를 채우는 압도적인 존재감은 , 과연 재해라 할 만했다 .

흉악하게 벌어진 입이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니 , 가만히 서서 대처하지 않는다면 빨려들어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되리라 .

당신이 소용돌이에 뛰어드는 건지 , 소용돌이가 당신에게 달려드는 건지 , 모든 이해와 인식이 느슨해지는 결착의 순간 ─ 당신과 바벨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게 연결된다 .


423 미카엘라 (YrcR79GYWw)

2023-09-09 (파란날) 23:48:45

>>422
'시끄러워. 조용히 해. 다물어.'

바벨의 어깨 뒤에서 눈을 부릅떴다. 온다온다온다온다... 온 신경을 집중하던 차에 벌레가 모래 속에서 튀어나온다.

깡통의 몸을 꽉 잡았다. 바벨도 다리와 허리에 힘을 넣는다.

가자! 벌레의 아가리 속으로!


'쏴!!'


포화 속으로!!!

424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23:59:26



>>423

제일 먼저 소리가 죽었다 ─

다음에는 세계의 색이 죽었다 .

흉측 흉악 흉물스럽게 벌어졌던 입을 눈부신 섬광이 덧칠했다 .

당신의 눈이 다시 색을 되찾았을 때 , 당신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

당신은 바벨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 당신만으로는 반동을 완벽하게 잡아낼 수 없었다 .

당신도 바벨도 격발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밀리다 못해 날아가버렸다 .

하지만 날아가면서도 , 당신의 두 눈은 똑똑히 목격했다 .

어지럽게 사방팔방 회전하는 눈으로도 ─ 괴물 지렁이의 거대한 몸이 세로로 끔찍하게 반토막이 난 것을 .

돌진의 기세를 완벽하게 죽이지 못해 당신들과 함께 괴물 지렁이의 두 갈래로 찢긴 몸도 나란히 공중을 비산하는데 , 이렇게 이상하고 괴상한 광경이 또 있을까 싶다 .

── 그래도 다행이다 . 떨어지는 곳이 딱딱하지 않고 , 모래로 푹신푹신해서 .


425 미카엘라 (m10H.l.0eU)

2023-09-10 (내일 월요일) 00:24:44

>>424

발사를 명령하고, 뭔가 투 하는 느낌이 들더니 하늘을 날고 있었다. 감각기관의 수용량을 넘은 자극이 취소당한 느낌이다. 용케도 끌어안은 바벨을 놓치지 않고 날아가는데 똑같이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벌레 시체가 보였다.

'저거 바벨한테...먹여야...하는데...'

그런 생각이었다. 신나게 쏴버렸으니 바벨도 많이 망가졌을테고. 몸은 팽이처럼 뱅뱅 돌아서 방향도 잡을 수가 없는데 저 시체를 어떻게 찾나 하는. 지나치게 태평해보일지도 모르나 나름 생존에 중요한 것이다...

"....윽!"

어느새 땅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두 몸뚱이가 모래바닥에 쳐박혀 데구르르 굴렀다. 충격은 느껴졌지만 역시 아프거나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육체를 움직이는게 오롯이 육체가 아닌 법이니. 데스 그립이 와버려서 바벨을 놓지도 못하고, 검은 하늘만 멀거니 올려다보며 한동안 숨을 색색거리고 누워있었다.

426 ◆.Th3VZ.RlE (x4sXM0XMmA)

2023-09-10 (내일 월요일) 00:47:17



>>425

평탄 평평했던 모래바닥을 크게 흐트러뜨리며 쓰러진 당신과 바벨 . 바벨에게서 느껴지는 일종의 성취감 , 고양감은 당신까지도 들뜨게 만들었다 . 어쨌거나 ─ 당신과 바벨이 해냈다 . 저 커다란 괴물을 일격에 쓰러뜨린 것이다 . 도망칠 수도 있었고 , 못 본 척 숨을 수도 있었는데도 , 당당히 맞서 정당하게 승리를 쟁취해냈다 .

바벨의 호전성을 크게 충족시키는 , 종이 한 장 차이로 얻어낸 승리 . 무심한 양철 인형조차도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대가로 팔 하나를 송두리째 잃어버렸지만 ,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값싼 대가였다 .

< 저기요 , 이봐요 !! >

그런데 ─ 낯선 목소리가 모처럼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던 바벨을 방해한다 . 바벨의 심사를 뒤틀리게 만드는 소리였다 . 당신에게 전해지는 바벨의 충동은 , 무척이나 파괴적인 색을 띄고 있었다 .


427 미카엘라 (CvyoBDxq5c)

2023-09-10 (내일 월요일) 16:25:46

>>426
아 저 눈치없는 인간. 마음 속으로 승리의 축배를 들고 있는데 상을 엎어버리네.

사실 저기 소리치며 달려오는게 인간인지도 확신하지 못하지만. 저걸 잡아 말어.

'바벨이 상했는데 지금 싸우면 위험하겠지요...'

지금은 연달아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보인다. 저 사람(미정)과 갑옷을 상대하고 우위를 점하려면 최소한 벌레를 파먹은 이후가 되어야 한다.

"가만히..."

그래서 누운 채로 바벨의 허리를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가만히 놔두면 뛰어들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428 ◆.Th3VZ.RlE (x4sXM0XMmA)

2023-09-10 (내일 월요일) 18:32:57



>>427

바벨의 목줄을 쥔 것은 당신이라 , 당신이 틀어막으면 바벨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녀석이 이대로 날뛰고 싶어도 당신의 허락 없이는 저들에게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었다 . 다행이지 , 당신의 생각대로 지금 이대로는 승산이 도무지 없어보이니까 .

지성이 부족한 괴물이 상대라면 또 몰라 , 강철 갑옷이 시의적절한 판단으로 괴물 지렁이를 상대하던 것을 생각하면 바벨의 유일한 자랑인 텔레폰 펀치대포도 통하지 않을 공산이 컸다 .

< ... 괜찮아요 ? 엄청난 소리가 났는데 ,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 >

우선 눈 앞의 인영이 사람이 맞는가부터 확인하자 , 걱정이 서린 상냥한 목소리는 아까보다도 가까워졌다 . 당신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당신이 심연을 볼 때 심연도 당신을 본다고 , 상대방도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 벌써부터 품평을 시작한 눈치다 .

목소리의 주인은 여성으로 보이는데 , 붉은 피부가 볕 아래서 일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

갈색 머리카락을 이마가 드러나도록 묶어놨는데 , 덕분에 안 그래도 뚜렷한 이목구비가 더욱 강조되어 보였다 . 품이 넓은 작업복에 얼룩덜룩 물감으로 얼룩진 앞치마를 입은 모습이 저 화실에서 일합니다 ─ 열심히 자기 주장을 하는데 , 사막에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라 위화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

─ 사람이냐 아니냐 .

또는 ─ 적이냐 아니냐 .

이것만 봐서 판단할 수 있을까 .


429 미카엘라 (Nh.3Ck/0Wc)

2023-09-10 (내일 월요일) 23:08:04

>>428
어디 다치신 곳은 없나요- 하는 걱정에 대답하지 않았다. 짧게라도 배운 이 세계의 상식은 다치지 않는 것이었기에. 달려도 지치지 않고 숨을 멈춰도 죽지 않는 슈퍼솔져 월드지.

'당신은 솔져가 아닌 차림새네요?'

자기도 여기에 군사작전을 위해 온 게 아니고, 눈떠보니 여기인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여자의 차림새는 위화감이 심했다. 꼭 어디 화방에서 일하다가 온 사람같지 않은가?

"다치긴요... 그 벌레 시체는 어느 쪽에 있죠?"

대충 얼버무리고 꾸무적 꾸무적 일어났다. 일단 눈앞의 이 여자가 언제든 인두겁을 벗을 수 있단 걸 염두에 두고 행동하도록 하자. 그리고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바벨을 회복시키는 거다.

430 ◆.Th3VZ.RlE (s2J/bUJ/uA)

2023-09-11 (모두 수고..) 22:59:48

세상에 ... 눕자 말자 바로 자버렸네요 , 갱신합ㄴㅣ다

431 ◆.Th3VZ.RlE (s2J/bUJ/uA)

2023-09-11 (모두 수고..) 23:05:56



>>429

당신이 대뜸 쓰러뜨린 괴물의 행방을 찾자 , 여자는 의문을 갖지도 않고 그것이 어디로 , 어떻게 날아갔는지 말해줬다 . 그러자 육체의 소모가 심각했던 바벨은 당신의 욕망에 따라 , 우선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스스로 혼자서 괴물의 유해를 찾아 움직였다 .

당신이 따라갈 수도 있겠지만 , 저 여자에게 묻고 들을 것이 있다면 이 기회를 살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다 . 당신이 보다 안전을 우선시 한다면 , 바벨을 따라가는 것이 상책일 테고 .


432 미카엘라 (vgvtv1DbPQ)

2023-09-12 (FIRE!) 17:08:02

>>431
바벨은 혼자서 쫄랑쫄랑 걸어가고. 이름모를 여자랑 자신만 남았다. 갑옷은 어디로 갔나.

"음.."

여자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았다.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 영문모를 세상이란 사실만이 명확한 세상이다.

"도와준 김에 뭐 좀 물어봐도 되죠?"

이 정도 요구는 뻔뻔한 축에도 못 든다고 생각했다. 내 하녀가 되어라! 이런 것도 아니고.

433 ◆.Th3VZ.RlE (dHMDyxa6II)

2023-09-12 (FIRE!) 22:19:59



>>432

당신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여자 . 바벨이 혼자서 깽깽이 걸음으로 저 멀리 사라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데 , 이유는 모르겠다 . 바벨이 너무 크게 다쳐서 놀란 걸까 . 아니면 저 지경이 되어서도 움직일 수 있어 경악한 걸까 .

멀어지는 바벨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여자는 측면을 찌르는 당신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 다시 당신에게로 시선을 옮겨왔다 . 바벨에게 한눈 파느라 당신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잊기라도 한 모양새다 .

< 괘 , 물론이죠 , 뭐든 물어보세요 >


434 미카엘라 (kuHcTZYbv6)

2023-09-12 (FIRE!) 22:47:44

>>433
"가면서 얘기하죠.."

그리고 바벨의 뒤를 따라 터벅터벅 걸음을 뗐다. 뭐부터 물어볼까? 한숨을 쉬며 생각을 정리했다. 손이 혼자서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었다. 뭔가 찾는 손길이지만 그 찾는게 뭔지도 모를 뿐더러 뭐가 되었든 있을 수도 없었다.

"달은 이상하게 크지, 몸은 지치지도 다치지도 않아. 사막에 괴물들이 돌아다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내 말을 잘 들어요. 저 깡통 말이에요."

"더 웃긴 게 뭔지 알아요? 제가 스스로 나서 스스로 존재하는 뭔가가 아닌 이상에야, 분명히 부모님 배에서 나와 어떤 삶을 살았을텐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거에요."

이 여자가 갈급함을 풀어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넋두리처럼 말했다. 일단 모래와 고깃덩이로 이단 변신을 하던 그런 종류의 괴물은 아닌 모양이야.

"쟤 이름은 바벨이고요. 난 이름이 처음부터 없는건지 까먹은건지 모르겠으니 그냥 바벨 엄마라고 부르시죠. 원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당신도 그런가요? 나만 이렇게, 영문도 모른 채 모래 위에서 굴러다니는 거에요?"

나는 신입이다. 여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대충 그런 말일까.

435 미카엘라 (SZLlEBwW4M)

2023-09-14 (거의 끝나감) 20:38:47

갱신합니다~~

436 ◆.Th3VZ.RlE (3bhZ.aF4rQ)

2023-09-14 (거의 끝나감) 22:17:02

개ㅐㅇ신합니다ㅏㅏㅏㅏ 금요일 어서 와라ㅏㅏㅏㅏ

437 ◆.Th3VZ.RlE (3bhZ.aF4rQ)

2023-09-14 (거의 끝나감) 22:24:56



>>434

당신의 말을 곰곰이 듣던 여자는 , 아리송한 표정으로 당신이 갖는 의문에 의문을 표했다 . 애초에 어째서 당신이 저런 의문을 갖게 됐는지 ,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 . 여자는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갖다 , 겨우 입술을 떼고 소리를 냈다 .

< ... 실례지만요 , 여기가 어딘지 전혀 모르시는 건가요 ? 짐작도 못하고 ? >

그렇지 않고서는 당신처럼 무지할 수 없다고 , 여자는 말하는 듯했다 .


438 미카엘라 (ruEDMfcWe2)

2023-09-14 (거의 끝나감) 22:41:49

"몰라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제인 구달을 데려와도 괴물과 대화는 불가능하다. 자신의 기억 속에도 답이 없다.

"내가 아는 건 내가 알아낸 게 전부에요. 아까 말한 것들."

"당신은 이것들이 뭔지 아나 봐요?"

439 미카주 (aqKS.ozpIs)

2023-09-15 (불탄다..!) 14:04:42

금요일!
금요일!
금요일!

440 ◆.Th3VZ.RlE (AQkmhflRDQ)

2023-09-15 (불탄다..!) 21:18:41

금요일금요일금요일금요일금요일

441 ◆.Th3VZ.RlE (AQkmhflRDQ)

2023-09-15 (불탄다..!) 21:34:03



>>438

< ... 잘난 척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아는 건 아니에요 , 그렇지만 ... >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안다고 , 그녀는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 그것은 저 괴물들에 대한 것도 , 우리들의 곁을 지키는 또다른 괴물들에 대한 것도 아니고 , 오로지 단 하나 , 우리들 자신에 관한 일이었다 . 경솔하게 입 밖에 내고 싶지 않다는 듯이 여자가 말을 망설이느라 , 당신을 안달나게 만들었다 . 하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 . 상자의 뚜껑이 열리고 , 소리가 쏟아졌다 .

< 저희는 죽었어요 , 바벨 어머님 . 저희는 지금 사후 세계에 있다구요 >

텅 빈 직소 퍼즐판에 , 가장 커다랗게 비어 있던 중심가에 , 비처럼 퍼즐 조각들이 쏟아져 내린다 .

어째서 잊을 수 있었는지 , 어떻게 잊었는지 , 자신도 모를 기억이 되살아난다 .

당신의 이름과 당신의 최후가 , 잊어버린 기억이 당신의 서툰 손놀림으로 자신의 자리를 다시금 되찾아갔다 .

오 제기랄 . 미카엘라 라미레즈 . 당신은 정말로 죽었었다 .


442 미카엘라 (5firHz2AIc)

2023-09-16 (파란날) 00:38:50

>>441
"뭐?"

그냥 꿈속이라 하지 그래? 재수도 없지! 구해줘도 이런 얼빠진 사람을....

정신빠진..





잠깐 정신이 빠져나가려다 돌아왔다. 몸이 화끈거리면서 축축했고 시야가 계속 깜빡거린다. 흙벽에 기대어 앉아있는데 주변에서 낯선 이국의 언어로 떠드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콩 볶는 총소리도.

"........"

찢어진 이마에서 피가 계속 새어 한쪽 눈을 뜨기 어려웠다. 어렵사리 고개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것보다 훨씬 심하게 피가 새는 구멍이 3개는 더 열려있었다. 양손으로 오른쪽 허벅지에 지혈대를 감다가 힘이 풀려 있었다. 지혈대는 꽉꽉 묶어서 고정해야 하지만, 그마저 여력이 없다.

그때부터는 살려고 하는 의지의 몸부림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무의식적 행동에 더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다시 손을 움직여서 지혈대를 감으려 해도 손가락은 무력하게 꼬물거리는 게 전부였고, 지혈대 막대를 제대로 쥐기도 어렵다. 죔죔 놀이보다 못한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헛짓하던 사이 AK를 들고 복면을 쓴 남자가 모퉁이를 돌아 눈이 마주쳤다. 피가 빠져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저게 사람임을 인식했을 때, 그의 군홧발이 날아와 머리통을 걷어차고 말았다.





"죽어? 사후세계?"

노란색 눈이 눈 뒤를 보면서 뒤편의 기억을 읽어낸다. 내가 죽었다고?





그 이후의 기억은 온당하지 않았다. 거나하게 술을 먹은 듯 필름이 뚝뚝 끊겨있다. 축 처진 자기 몸을 어딘가로 끌고 가거나,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파편적인 이미지가 남아있었다. 그 사이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신체에 대한 인지도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유령이 되어버린 기분도 들었다. 그때 분명 그들이 무언갈 하고 있는데 아무 느낌이 없었다.

아, 기억나는 게 하나 더 있다. 동그란 것이다. 동그란 거.. 말하자면 사람 눈이나 카메라 렌즈같이 동그라면서 빛을 품은 것. 그리고 총구. 얼굴 앞에 동그란 총구가 반짝! 하더니 모든 게 사라져 버렸다.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보던 것은 천사가 아니라 정찰 드론이었다. 미사일이 적 숙영지에 내리꽂혔고, 보병들이 근처 구덩이에 처박힌 그녀를 바디백에 담아왔다. 시신은 관에 들어가 수송기를 타고 고국으로 송환되었다. 그녀의 전우 중 한 명이 삼각형으로 개어진 국기를 받았다.

육군 중사 미카엘라 라미레즈는 긴 복무에 마침표를 찍고, 향년 32세에 국립묘지 6피트 아래에 묻혔다.





눈은 뜨고 있되 어디를 보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근처에 포탄이 떨어져 뇌진탕에 이명이 귀를 찔러도 이렇지는 않았다. 입술이 달싹이다 겨우 몇 마디 뱉었다.

"내 이름은 바벨 엄마가 아니에요. 미카엘라."

"미카엘라 라미레즈...."

443 ◆.Th3VZ.RlE (MSYGKdFbRE)

2023-09-16 (파란날) 10:47:21

밖에 .. 비가 .. 너무 내려요 ...

444 ◆.Th3VZ.RlE (MSYGKdFbRE)

2023-09-16 (파란날) 11:04:08



>>442

흐리다 . 흐릿하다 . 부유감 . 회색으로 희뿌연 현실감 . 보는 것은 과거인가 현재인가 . 관을 부수고 무덤을 파헤치고 모래 바다 위로 이제 막 기어나왔을 뿐인 당신은 무엇도 확신하지 못한다 . 당신의 삶은 ─ 너무나 순식간에 망연해졌다 . 머릿속에 몇 번이고 리와인드되는 이 기억이 ─ 정말로 당신의 것일까 . 당신은 정말로 저렇게 저리 죽어버린 걸까 .

갑자기 되살아난 ─ 당신의 주머니에 부자연스럽게 억지로 쑤셔넣어진 기억 따위 어디에도 사실이라는 보증은 존재하지 않는데 , 단지 당신의 안에 뻥 뚫린 구멍에 딱 맞는 조각이라는 이유로 , 당신은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 인식하고 만다 .

< ... 저기 , 저기요 ? 괜찮아요 ? 정신 , 정신 차려보세요 ! >

이런 당신을 여자는 불안하게 바라봤다 . 걱정스럽게 , 자신이 손을 써야 할 단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소리쳤다 .


445 미카엘라 (oW/BgfcrUg)

2023-09-16 (파란날) 12:09:41

>>444
"시끄러워요."

그렇잖아도 어지러운데 시끄럽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숨을 크게 쉬었다. 죽었다고 엉엉 울기엔 죽은 사람을 너무 많이 봤다. 자기도 많은 사람을 죽었다. 언젠가 자신도 죽여왔던 사람들과 똑같이 죽으리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하지만 죽음은 부지불식간에 준비할 시간 없이 생각보다 먼저 찾아왔다.

죽으면 죽어서 운명이 다한거지 사후세계가 진짜 있을줄 몰랐다. 있다 해도 이런 모습인지 몰랐다. 유황불도 갈대밭도 아니라 괴물이 있는 밤 사막. 이건 대체 어느 동네 신화야?

"아... 빌어먹을...모르겠다."

일단 벌레시체를 보고 싶다. 승리의 전리품, 승리의 고양감. 벌레이빨이 닥쳐오는 긴장감을 떠올리면 쓸모없는 생각을 몰아낼 것 같아서.

446 미카엘라 (oW/BgfcrUg)

2023-09-16 (파란날) 12:09:57

여기도 우르르 쾅쾅입니다...

447 ◆.Th3VZ.RlE (MSYGKdFbRE)

2023-09-16 (파란날) 19:59:34



>>445

< 어지럽거나 , 우울하거나 , 자신의 존재에 회의감이 든다거나 , 그렇지는 않으세요 ? >

성가시다는 말로 쉽게 설명되는 행동이다 . 당신이 벌처럼 톡 쏘는 말을 뱉어도 아랑곳 않고 끈덕지게 당신의 안부를 물어오는데 , 듣다보면 짜증이 날 수도 있겠다 . 하지만 저렇게 남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마냥 매몰차게 대해도 될까 . 심란한 당신을 더욱 곤란하게 만드는 여자였다 . 뭘 걱정하는 거야 .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건데 . 만약에 당신이 여자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껴 진득하게 그녀를 관찰한다면 , 그녀의 눈동자에 서린 빛이 염려보다는 공포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448 ◆.Th3VZ.RlE (MSYGKdFbRE)

2023-09-16 (파란날) 19:59:53

드디어 .. 비가 .. 그쳤ㅆ어 ... 습도가 높아서 하루 내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

449 미카엘라 (V28mlkZDBI)

2023-09-17 (내일 월요일) 00:26:41

>>447
"뭐가요."

이 놈이 나를 괴물로 보고 있나? 그녀의 눈에는 단지 오지랖 넓은 성격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다. 짜증이 난다.

"죽은 게... 죽으면 죽은거지... 그냥 거기서 그렇게 죽게 될 일이었던 거지... 뭐..."

따져봐야 소용없고 따질 곳도 없는 일. 우울하게 살고 싶으면 우울하게 살면 된다. 난 아무 생각이 없다.

"난 생각 안 해요. 생각은 저주고 사람을 고통스럽게 해요. 생각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해요."

왜 내가 그렇게 살아야 했나, 왜 내가 그렇게 죽어야 했나, 왜 나는 존재하는가. 생각해도 부질없는 명제들.

"그게 내가 삶에서 얻은 교훈이에"

450 ◆.Th3VZ.RlE (iq4LLsLVSo)

2023-09-17 (내일 월요일) 12:36:27



>>449

< ... 그래요 ? >

이제 분명해졌다 . 의심을 거두지 않는 눈빛 , 여자는 당신을 경계하고 있다 . 당신과 자신의 차이가 무섭다는 눈치였다 . 그렇게나 대단한 문제인가 ? 자신을 잊고 죽음을 잊고 그저 방랑하던 신세라는 것이 ? 그렇게나 두려워 할 일인가 ? 이유가 있을 것이다 .

모든 무덤에는 사연이 있기 마련이니까 .

하지만 당신이 신경쓰지 않는다면 , 못 본 척 지나치기로 했다면 여기서 덮자 . 생각이 불필요한 살덩어리라면 , 의심으로 군살을 더 가져봤자 당신만 괴로울 것이다 . 걸음만 느려질 것이다 . 바벨을 보라 . 현재만을 향유하는 저 폭력배를 보라 .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이 반토막난 벌레에게 사로잡혀 도움을 구하고 있지 않은가 .

< 엥 ? >

보다 직관적으로 상황을 설명드리자면 , 상처의 단면부로부터 쏟아져 나온 내부 기생충들이 밧줄처럼 바벨을 묶어 바벨의 자유를 속박하고 있었다 . 저것들에 붙들려서 ─ 당겨져서 살 더미 속으로 파묻혀 들어가는 바벨 .

물가에 내놓은 자식이 바로 저런 것이리라 .


451 미카엘라 (BACeiEtI8A)

2023-09-17 (내일 월요일) 14:32:46

>>450
저 눈빛이 무슨 눈빛인지 알 것 같다. 적국 민간인의 눈빛이다. 현관문을 깨부수고 흙 묻은 군화로 집 안에 우르르 들어닥칠 때 엄마 품에 안긴 아이의 눈빛, 아내 앞으로 나서는 남편의 눈빛이다.

가끔 모르는 언어로 따지고 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개머리판을 박아버렸다. 당신도 따지기만 해.....

"저 똥멍청이 때문에 내가 못살아 진짜!"

이미 살아있는 상태가 아님은 넘어가자. 앞뒤 가리지 않고 허우적허우적 달려가 바벨을 붙잡았다. 거기서 뭐 해 이 모질이야! 모래벌레를 쪼개놓고 저런 기생충 상대로!

452 ◆.Th3VZ.RlE (iq4LLsLVSo)

2023-09-17 (내일 월요일) 17:02:13



>>451

보통 장력이 아니라 구하러 간 당신까지 딸려 들어갈 판 . 머리 하나 다리 하나 팔 하나 밖에 남지 않은 바벨로써는 이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 한 술 더 떠 당신까지 기생충에 팔이 휘감기니 , 당신이 있는 힘껏 도와도 저 시점에서 결말은 벌써 정해진 것 . 당신과 바벨은 괴물 지렁이의 유해에 파묻히게 됐다 .

오 ─ 젠장 .

이렇게 또 죽는 걸까 . 미지근한 살점에 짓눌리다 , 소화되어 , 당신은 또 죽게 되는 걸까 . 바벨의 멍청함이 마침내 당신을 끝장낸 걸까 . 선택을 잘못 한 걸지도 모른다 . 바벨만 빨려 들어가게 두고 , 여자의 도움을 받아 밖에서 녀석을 구조해도 됐을 지도 . 아니 ─ 아니지 . 저 여자를 뭘 믿고 도움을 바라겠어 . 당신은 최선의 선택을 했다 . 판단을 했다 . 만약에 저 여자가 당신의 도움이 될 생각이 있었다면 저렇게 멀리서 구경하지 않고 함께 달려와 바벨에 붙어 당기는 시늉이라도 했을 것이다 .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 애초부터 저 여자에게 당신을 도울 마음이 없었다는 거겠지 .

- maaaaaaaaaa

바벨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아는 걸까 . 시무룩하게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낸다 . 녀석이 자책을 할 리 없건만 , 상황이 상황이라 녀석의 울음소리가 평소보다 힘이 없어 보인다 .

하지만 반성하면 때는 늦다고 , 당신과 바벨은 기생충에 동여매여 꼼짝도 할 수 없다 .


453 미카엘라 (JUlQnP1moQ)

2023-09-17 (내일 월요일) 17:52:15

>>452
끈적끈적한 늪처럼 바벨을 구하려다 같이 묶여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축축하고 이상한 감촉.. 제기라알... 급박한 위기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아도, 살덩어리 속에 파묻혀 있는 감각은 불쾌하기 그지없다. 기생충이면 기생충답게 굴 것이지. 이건 기생충이 아니라 매복한 사냥꾼이 할 짓 아니냐는 말이다.

모래벌레를 쪼개어 놓고 한낱 기생충 때문에 볼썽사나운 꼴이 되어버렸음을 생각하면 뭔가 내세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것 같다. 지금이라면 화방 여자랑 말이 통할까...? 입도 코도 다 막혀서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사후세계가 아니었으면 진즉 질식해서 죽었으리라.

'바벨.. 손가락 하나씩이라도 쏴 봐요. 기생충은 그 정도로도 끊어질지 모르니까.'

바벨의 몸이 성하지 않아도 몸이 남아는 있다. 최고 화력은 불가능하여도 권총 정도의 위력은 나올지도 모른다.

454 ◆.Th3VZ.RlE (iq4LLsLVSo)

2023-09-17 (내일 월요일) 20:31:48



>>453

당신의 명령에 바벨이 움찔움찔 손가락을 움직인다 . 하지만 모두 불발 . 몇 번의 시도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도저히 힘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이었다 . 바벨의 < 총 > 은 그렇게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나 보다 .

바벨이 당신에게 알리지 않으니까 , 당신도 알 리 없는 사실이겠으나 하필이면 하필 지금 깨달을 기회가 생기다니 . 바벨을 상대로 방심은 용납되지 않는 걸까 . 만약 다음이 있다면 당신은 ,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바벨에게서 바벨에 관한 모든 것들을 알아놔야만 할 것이다 . 그래 . 다음이 있다면 ! 이런 상황이 또 생겨서는 안 되니까 !

바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단 하나의 비관적인 사실만이 명료해진 상황 . 바벨은 아주 체념하기라도 했는지 살점의 벽이 자신을 더욱더 깊숙한 곳으로 끌어당기는 데도 아랑곳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다 . 당신도 바벨도 이대로 있다가는 괴물 지렁이의 소화액에 첨벙 던져질지도 모르는데 , 당신의 무기라는 녀석이 저렇게 무책임하다니 .

아니나 다를까 바벨이 커다란 구멍으로 빨아 당겨지면서 당신보다 한 발 먼저 자취를 감췄다 .

세상에 바벨 . 대체 무슨 상상하기 끔찍한 최후를 먼저 맞고 있는 거니 .


455 미카엘라 (ygKJRg1p8Y)

2023-09-17 (내일 월요일) 21:01:20

"아 염병할 진짜."

자신과 바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안 된다. 죽은 벌레 뱃속에 들어가봐야 소화작용이 일어날 수 없고... 아닌가? 일어나나? 이 세계에서는 일어날지도 모른다.

"바벨! 어디가요 바베엘!!"

그리고 바벨은 어디 구멍으로 빨려들어갔다. 사막 똥멍청이 듀오는 숙주 시체에 충성하는 기생충에게 최후를 맞이하나 모양이다. 아이고!

가능하다면 바벨의 눈을 이어서 그쪽을 보려고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456 ◆.Th3VZ.RlE (iq4LLsLVSo)

2023-09-17 (내일 월요일) 22:57:16



>>455

당신도 제법 바벨을 쓰는데 익숙해졌다 . 녀석이 보는 것이 곧 당신이 보는 것 . 당신이 자신의 안에 새겨진 감각을 되새기자 그것만으로도 당신과 바벨 사이에 선이 이어진다 . 바벨 . 바벨은 ─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 있었다 .

벽 하나 넘었을 뿐인데 뭐야 이 경치는 . 녀석은 아까까지 살과 살점에 파묻혀 있던 것이 믿기지 않게 , 모든 것이 새하얀 세계로 끌려나와 있었다 . 신체를 옭아매던 기생충도 어디론가 다 사라져버린 상태 . 녀석은 깽깽이 발로 , 하나 뿐인 팔로 , 낯선 소년을 겨누고 있었다 . 흰색의 세계에 혼자 웅크리고 앉은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

< ... ... >

살아 있는 사람이 맞기는 한가 . 검은 더벅머리 . 옷을 입지 않아 고스란히 드러난 가죽만 붙은 앙상한 몸 . 창백한 피부는 혈색이 안 좋다고 말할 수준을 오래 전에 떠났다 . 아사 직전의 사람이라도 저것보다는 살이 붙어 있을 텐데 , 대체 저 소년은 어떻게 된 노릇일까 . 그것보다도 상태가 나빠보였다 . 심상치 않다 . 당신은 원한다면 바벨을 시켜 소년을 공격할 수 있었다 .


457 미카엘라 (yfgV6fZOZE)

2023-09-17 (내일 월요일) 23:29:31

>>456
고기벽 너머 다른 세상은 무슨 나니아 연대기냐. 아니면 사후세계 2단계? 그리고 저 꼬맹이는 누구인지. 이 세계 특유의 맥락없는 이벤트에는 뭐라 평할 소재가 남아있지 않았다.

사람이 있다. 정체를 모르고 행색이 수상하여 적대적이다. 그런데 마구 공격했다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이, 일단 자빠뜨려!'

제압하여 우위를 갖는 것이 급선무다. 바벨을 시켜서 웅크린 소년을 확 밀어버렸다.

458 ◆.Th3VZ.RlE (tc3dM8flZQ)

2023-09-18 (모두 수고..) 21:59:07

r 갱신 ... 오늘은 졸려서 내일 답레합니다

459 미카주 (96dB8RcXHo)

2023-09-18 (모두 수고..) 23:14:21

내일 만나요 캡틴~~

460 ◆.Th3VZ.RlE (p71XYlz4jA)

2023-09-19 (FIRE!) 23:08:37



>>457

바벨은 소년과 맞닿기를 꺼려했지만 , 당신이 명령하는데 뾰족한 수가 있나 , 원치 않는 몸통 박치기로 소년을 넘어뜨렸다 . 아무리 다리가 하나 없고 팔이 하나 모자르다지만 저렇게 삐쩍 곯은 소년을 상대로 천하의 바벨이 질 리가 .

육박해오는 바벨의 어깨를 피할 생각조차 못하고 , 세로로 세운 도미노 조각처럼 맥없이 뒤로 넘어지는 소년 . 그런데 상태가 심상치 않다 . 바벨의 눈으로 살펴보니 소년의 몸이 끄트머리서부터 천천히 , 모래알처럼 낱낱이 바스러지고 있었다 .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눈은 없고 깊게 뚫린 한 쌍의 심연이 존재할 뿐 . 도무지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 바벨의 안에 차오르는 혐오감이 그대로 당신에게 전달된다 . 바벨은 지금 당장 저것으로부터 시선을 피하고 싶어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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