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378 ◆.Th3VZ.RlE (huYssPvuow)

2023-09-03 (내일 월요일) 20:48:40

이 놈의 코로나가 한 사람이 걸리니까 온 가족이 다 걸리네요 ... 우선 생존 신고합니다 . 주변이 어수선해서 다 정리되면 답레와 함께 오도록 하겠습니다 !

379 ◆.Th3VZ.RlE (huYssPvuow)

2023-09-03 (내일 월요일) 22:45:23



>>366

야수가 떨어질 생각을 않는 입을 떼어내기 위해 악전고투한다 .

당신에게는 기회였다 .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칠 , 달아날 기회였다 . 싸움으로부터 멀어지고 , 자신을 살릴 기회였다 .

야수가 저대로 죽더라도 , 당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 당신에게 악의를 지닌 저것이 살아남으면 오히려 곤란할 것이다 .

저 혐오스러운 괴물이 야수의 숨통을 아주 끊어주기를 바라자 . 바라며 조심스럽게 여기서 도망치자 .

싸움 좋아하는 저 둘이서 신나게 서로 죽고 죽이라고 , 저대로 내버려두자 .

살아도 죽어도 마찬가지인 삶을 조금이라도 더 가늘게 잇기 위해 ── 모두 못 본 체하자 .


380 ◆.Th3VZ.RlE (huYssPvuow)

2023-09-03 (내일 월요일) 22:57:59



>>368

떠오르지 않는 이름 , 실종된 과거 ,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불가사의 , 불투명한 미래 , 눈을 뜨고 있지만 감은 것과 마찬가지로 , 깨어 있지만 자는 것과 마찬가지로 ,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 .

이름은 당신 혼자서는 가져도 아무 의미가 없다 . 다른 누군가의 입을 빌려서 비로소 가치를 가지는 것 .

바벨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 지금은 그냥 바벨 엄마로 , 당신을 내버려두는 게 아닐까 .

너무 나간 상상일 것이다 .

바벨에게 그런 배려심이 있을 리 없다 . 저것이 당신에게 바라는 것은 당신의 생존 뿐이다 . 당신의 심란함 , 고민은 업무 밖의 것이라 바벨은 평상시 당신에게 사소한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

당신이 숨만 붙어 있다면 당신이 누구와 싸우건 만나건 놈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

당신과 바벨은 함께 행동하고 있지만 각자의 마음은 조금도 통하고 있지 않았다 .


381 ◆.Th3VZ.RlE (huYssPvuow)

2023-09-03 (내일 월요일) 23:14:01



>>374

당신은 먼젓번에 잠시 몸을 쉬었던 오아시스를 기억할 것이다 . 오아시스의 정체는 환상에 지나지 않다고 ─ 당신 자신을 알라며 듀 락이 당신에게 호통쳤던 것도 기억할 것이다 .

이미 죽은 당신은 , 한낱 사막의 방랑자에 불과하다던 듀 락의 말을 기억할 것이다 .

당신은 당돌하게도 그럼에도 의미 없이 죽지는 않겠다고 했다 . 죽어서도 살아 생전의 자신을 뒤쫓겠다고 했다 .

듀 락은 이런 당신을 긍정했지만 , 당신의 앞으로의 여정이 어떤 것일지 , 어떤 암시도 주지 않았다 .

멋대로 나타나서 신나게 떠들던 일전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그는 침묵을 지켰다 .

지도 없이 떠나는 여행은 막막하기만 하다 . 당신의 메마른 외침에도 듀 락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 당신이 정말로 바라더라도 ,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기어오르는 소원으로 그를 부르더라도 , 듀 락은 뜻에 따르지 않으리라 .

당신을 길들이는 것처럼 , 당신과 자신의 관계성을 분명히 해두려는 듯이 듀 락은 철저히 자신이 바랄 때만 모습을 드러냈다 .

듀 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면 당신의 여정도 조금은 더 편해졌을 건데 .


382 한나주 ◆8X5WeKCy6E (mxinKd.IyE)

2023-09-04 (모두 수고..) 00:33:55

갱신!

383 ◆.Th3VZ.RlE (5eQZ8oDRgU)

2023-09-04 (모두 수고..) 00:45:41

오랜만이어요 한나주 !

384 미카엘라 (WtZ19SFFoY)

2023-09-04 (모두 수고..) 14:53:53

>>380
'내 말을 듣지도 않네.'

눈물이 흐르는 오른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바벨은 듣는둥 마는둥 하며 앞으로 걷는다. 사실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쳐다보지도 않네.'

바벨의 엉덩이로 돌려차기가 날아간다. 사람이 말을 하면 쳐다봐야 할 것 아냐. 어?!

//오랜만입니다~~~~

385 ◆.Th3VZ.RlE (5eQZ8oDRgU)

2023-09-04 (모두 수고..) 20:47:16

오랜만임다 미카주 ~ 행복한 월요일 ... 같은 건 존재하지 ㅏㅇㄶ아 !!

386 ◆.Th3VZ.RlE (5eQZ8oDRgU)

2023-09-04 (모두 수고..) 21:03:53



>>383

엉덩이를 맞는 타이밍이 나빴다 . 하필이면 바벨이 균열을 피해 오른발을 들었을 때라 , 엉덩이를 걷어차이면서 균형이 우장창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 아주 거칠게 넘어졌지 . 머리부터 쾅 , 도로에 깊게 자신의 자국을 남기는 바벨 .

소리가 심상치 않은 게 코가 있었다면 분명 부러졌을 것이다 . 얼굴 없는 바벨이라 망정이지 .

모양새가 보는 사람은 웃기겠지만 넘어지는 사람은 수치스러울 것돈 스탠드 바이 미이다 . 당신의 심술이 조금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

넘어져서 미동도 하지 않고 일어나려고도 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아 , 어디 고장이라도 나버린 건 아닐까 .


387 미카엘라 (.y8ydE/BuU)

2023-09-04 (모두 수고..) 23:26:00

>>384
사막에 경찰서가 있었으면 아동 학대로 잡혀갔을 상이다. 하지만 말 안 듣는 놈은 몽둥이가 약이라고 했고...

"바벨~ 바벨~ 안 일어나요? 삐졌나요?"

엎어진 바벨의 옆에 쪼그려서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었다. 바벨이 또라이 깡통이라지만 이쪽도 만만하지 않다. 말을 무시한다고 발부터 나가질 않나, 둘의 첫만남부터 짱돌질을 하질 않나..

"여기 계속 누워있을 거에요? 걷기 싫어요?"

//이얏호..행복한..워..ㄹ..요이.ㄹㄹ....

388 ◆.Th3VZ.RlE (6/pEJ/.mxk)

2023-09-05 (FIRE!) 20:07:05



>>5 운을 떼는 레스



>>379 한 선호의 최신 진행



>>229 코스키의 최신 진행



>>381 미하일 Q . 파이퍼스의 최신 진행



>>387 미카엘라 라미레즈의 최신 진행



>>282 백 한나의 최신 진행



>>315 이 해빈의 최신 진행




확인하시고 틀린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지적해주십셔 . 갱신합니다 !

389 ◆.Th3VZ.RlE (6/pEJ/.mxk)

2023-09-05 (FIRE!) 20:24:21



>>387

양철 인형은 생각하지만 고민하지 않는다 . 그에게 마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 ─ ─ 있더라도 무척이나 희미한 것으로 , 바벨의 모든 행동은 칼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생각에 의해 절단되고 조리된 계산에 불과해서 , 거기에 마음이 끼어들 여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

황당무계 천방지축 당신의 통제를 벗어난 행위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 자신이 합리적이라 ── 필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절제하지 않는 것이리라 .

따라서 바벨이 넘어지고 , 일어나려 하지 않는 것은 결코 빈정이 상했기 때문이 아니다 . 이대로 넘어져 있을 필요가 있다고 , 스스로 「 생각했기 」 때문이었다 .

무슨 소리냐 . 무슨 뜻이냐 . 당신이 바벨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다면 금방 눈치챌 것이다 .


390 선호 ◆n5jaBjagHU (.4ZxYPXQgc)

2023-09-05 (FIRE!) 21:36:44

>>379 한걸음 한걸음 멀어지던 발걸음이 점점 늦춰진다. 고통이 몰려온다. 신체적인 것이 아닌 심리적인 고통이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한없이 불공평하단 생각이 든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들을 배경음 삼아 그는 눈물을 떨구었다. 걸음이 점차 느려진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무엇인지도 모르는 존재들에게 죽음을 당하거나 모래들만이 가득한 이곳을 헤매다가 죽거나 별다를 건 없어보인다.

연명하자. 바퀴벌레처럼.

자신이 혐오스러워 울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391 선호주 ◆n5jaBjagHU (.4ZxYPXQgc)

2023-09-05 (FIRE!) 21:37:49

데드엔딩이 날까 싶은데 그런대도 어쩔 수 없겠죠. 이런 그레고르같은 녀석.

392 ◆.Th3VZ.RlE (6/pEJ/.mxk)

2023-09-05 (FIRE!) 21:54:54



>>390

잠시도 멈춰서는 안 됐다 . 망설여서는 안 됐다 . 한 번 결정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어야만 했다 . 당신의 망설임이 괴수에게 기회를 만든다 . 야수의 실패를 낳는다 .

야수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 끈질기게 가해지는 압력에 팔뚝을 통째로 빼앗기고 말았다 .

크나큰 고통 ! 이성을 송두리째 빼앗는 거친 아픔에 야수가 비명을 내지른다 . 괴수는 만족스럽게 뜯어낸 팔을 삼키고 , 원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야수를 뒤로하고 ── 당신을 노렸다 . 마치 그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듯이 . 만찬을 즐기는 바른 방식이라는 듯이 .

무방비하게 드러난 당신의 배후로 세 갈래로 찢긴 턱이 달려든다 .

목말라하며 당신의 살갗 아래 흐르는 것을 얻고자 한다 .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살아남고자 , 악착같이 다리를 움직이는 당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 불면 꺼질듯한 당신의 여린 목숨을 취하고자 괴수가 모래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

그리고 , 살이 씹히는 소리가 났다 .

당신의 목은 아니다 . 노림수와 다르게 괴수는 , 가로막는 팔을 대신 씹었다 .

야수가 필사적으로 당신과 괴수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


393 ◆.Th3VZ.RlE (6/pEJ/.mxk)

2023-09-05 (FIRE!) 21:55:22

아니이 , 이렇게 쉽게 죽이지는 않을 건데 !! 힘내 선호야 !

394 미카엘라 (NuCW2en99E)

2023-09-06 (水) 00:03:16

"바벨?"

얘가 이상한 짓을 해도 쓸데없는 짓은 안 하는 애다. 갑자기 왜 이러나. 겨우 이런걸로 다칠리는 없고...

"...."

죽은척하는지도 모른다. 걸어오는 여자를 먼저 느낀 쪽도 바벨이었다. 강약약강도 아닌 강강강강인 깡통이 죽은척하는건 아니겠지? 설마.

지금 등 뒤에 뭔가 있다던가....

395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18:31:13



>>394

불안은 곧 안전에 대한 염려 .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이 사막에서 안심은 곧 방심을 의미했다 . 하지만 당신이 사주 경계를 게을리 했을 리도 없고 , 별안간 등 뒤에서 갑자기 적이 튀어나온다니 , 지나치게 예민한 상상이겠지 . 아니나 다를까 당신이 지나온 길은 작별한 모습 그대로 , 거기에 남겨져 있었다 .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 당신은 자신의 걱정이 괜한 것이라 금방 깨닫는다 .

하지만 여전히 바벨은 일어나지 않아서 , 당신은 다른 가능성을 염두하게 됐다 .

이 자식이 마침내 고장났던지 , 아니면 , 뒤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

- Maaa,aaaa,Aaa

바벨이 엎드려 누운 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몸을 떨며 낮게 울부짖는 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기계적인 감성을 느끼게 한다 . 무슨 일이야 바벨 . 물어봐도 양철 인형은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

물어보지 않아도 ─ 관찰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녀석이 무엇을 경계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도로로부터 벗어난 멀리 ─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 모래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396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18:31:25

갱 ~ 신합니다 - !

397 선호주 ◆n5jaBjagHU (pW7Q6W/J7Y)

2023-09-06 (水) 18:48:34

좋은 저녁입니다.

398 선호 ◆n5jaBjagHU (pW7Q6W/J7Y)

2023-09-06 (水) 18:53:45

>>392 그는 멀어지려고 했다. 두 생물의 싸움을 외면하고 멀어지고자 했다. 그러나 초라한 시도는 맥없이 실패하고 자신은 노려졌다. 눈을 꽉 감고서 다가올 죽음을 대비하고 있었으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은' 말이다.

"왜 나를.....?"

야수가 자신을 보호하는 듯이 행동하자 그가 혼란스러움에 갸날픈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의 목소리로 말할 리는 없다.

우연인가?

단순히 우연이라기엔 야수의 살이 실시간으로 뜯겨나가고 있었다. 그는 우두커니 서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399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19:48:42



>>398

회색이 흐른다 . 살의 찢겨진 틈으로 야수의 회색이 흐른다 .

야수는 당신을 덮치려는 괴수를 간발의 차로 따라잡아 , 놈을 뒤에서부터 덮쳤다 . 예의 차리지 않고 쭉 찢어진 주둥이로부터 당신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자신의 팔을 재갈처럼 물려놓았다 .

야수의 하나 남은 팔은 , 척 보기에도 처참하게 , 무참하게 찢기고 있었다 .

만찬을 방해 받은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 괴수가 야수의 팔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

- GRrrrRRrRRRRR

야수가 감당하고 있는 고통은 ─ 분명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을 것이다 . 그렇지만 야수는 도망치지 않았다 . 다음 표적이 당신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 도망쳐서는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야수는 아는 눈치였다 .

- NUuuuUUUuUUuUUU

야수는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팔이 없으니 다리로 괴수의 얄팍한 허리를 꽉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 야수의 힘이 어찌나 대단한지 괴수의 허리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 . 더는 괴수도 여유를 부릴 수 없다 . 팔을 먼저 끊지 못하면 자신의 허리가 먼저 끊어지게 되자 , 놈도 비명을 지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


400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19:48:53

어서오세요 선호주 ~ 좋은 저녁임다 ~

401 미카엘라 (NuCW2en99E)

2023-09-06 (水) 20:21:30

>>395

흙먼지. 사막에 날리는 흙먼지. 경계. 뇌리에서 테크니컬의 이미지가 섬찟했다. 우선 포복 자세로. 흙먼지를 날리는게 테크니컬은 아닐 것이나 두 팔벌려 맞이할 무언가도 아니었다.

"왕모래벌레라도 다니나요..?"

그 있잖은가 판타지에 나오는 칠성장어처럼 생긴 거대 괴수. 그리고 이 사막은 진짜 괴수들이 돌아다니는 곳이다.

"괴물이 커봤자 괴물이지. 왜 강철이 혈육을 겁내는지 모르겠네."

아홉살 여자애도 딱총으로 흑곰을 죽일 수 있다. 바벨은 아주 총을 넘은 포 비슷한 뭔가일텐데. 저 모래먼지 속에 뭐가 있다는 말인가?

//좋은 저녁입니다~~~~~~~

402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20:25:42



>>401

바벨을 따라 땅에 엎드리면 무시하기 힘든 진동이 접촉면을 통해 전해져온다 .

바벨이 일부러 일어나지 않은 것도 이것 때문이었나 .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 먼저 눈치챌 수 있어 다행이었다 . 하지만 당신의 시력으로는 모래 먼지 속의 사정까지 파악하기는 힘들어서 , 여기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알 방법이 없었다 .

안전을 우선한다면 무턱대고 다가가서는 안 될 터인데 , 어떻게 할까 .


403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20:26:06

좋은 저녁임다 - 미카주 ~

404 미카엘라 (NuCW2en99E)

2023-09-06 (水) 21:37:07

>>402
땅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렸다. 기갑부대의 진격로에서 느껴질 진동이 사정없이 몸을 흔든다.

망원경도 없으니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바벨이 겁먹었다. 일단 보이면 갈기려는 바벨이 겁먹었다는건 쉽게 넘기기 어렵다.

모래먼지의 위치를 주시하면서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405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21:49:45



>>404

─ 정말로 당신에게 망원경이 없던가 .

당신의 눈은 두 개면서도 두 개가 아니다 . 당신의 얼굴 밖에도 , 당신의 눈은 분명 존재하고 있을 터다 .

당신은 벌써 그것을 체험해봤다 . 그리고 지금이 , 체험을 살릴 기회였다 .


406 미카엘라 (NuCW2en99E)

2023-09-06 (水) 22:05:20

>>405

아. 이놈의 상식이란..

"바벨! 바벨!"

바닥에 엎드려 꼼짝않는 바벨을 질질 끌었다. 끄잡아올 머리채가 없는게 아쉽다.

"바벨이 좋아하는 싸움이 찾아왔어요! 사막의 폭풍Operation Desert Storm 속으로!"

권총만 안 들었지. 영락없는 소련 형벌부대 독전대다.

407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22:24:37



>>406

세상에 너무해 . 강압적인 당신의 손에 바벨이 무우 뽑히듯 딸려 나온다 . 당신의 독촉에 바벨이 마지못해 채널을 열지만 , 전처럼 완전완벽한 연결은 아니었다 . 자칫 집중을 흐트러뜨리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것이 , 트럼프 카드로 쌓은 탑과 같다 .

뭐든 부수고 찢고 찌그러뜨리기 좋아하는 바벨이 싸움이라는데 왜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걸까 .

당신은 바벨의 눈으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

오 ── 말이 씨가 된다더니 . 여기서는 생각도 그런 모양이다 .

모래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거대 괴물 지렁이라니 , 바벨이 기가 질릴 만도 했다 . 이렇게 멀리서 봐도 열차처럼 몸이 크고 긴데 , 가까이서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까 .

바벨은 강력한 힘을 지녔지만 , 기민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겠지 .

일격에 쓰러뜨릴 자신이 없다면 이대로 못 본 체하는 것이 최선인 거다 .

바벨이라도 분노를 조절하지 않을 수 없는 살아 움직이는 재해 .

그런데 당신이 보는 게 맞다면 , 그 재해가 당신과 같은 사람을 쫓고 있었다 .


408 미카엘라 (NuCW2en99E)

2023-09-06 (水) 23:14:44

>>407
'괴물이 괴물 쫓는다.'

나랑 바벨 빼고 다 괴수. 사람처럼 생겨도 괴수. 한 번속지 두 번속냐. 저 사람껍질을 쓴 무언가도 목덜미를 잡으면 머리가 툭 떨어지는거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 속에 있는 멍청한 인간의 사고란, 끽해야 이모양이다.

일단 통신이 불안정하기도 하니 열심히 열심히 기어서 바벨의 옆까지 왔다. 바벨이 무분별한 적전도주를 하면 그대로 붙잡아서 없는 머리채를 다 뽑아주리라는 생각이었다.

"저거.. 눈앞에서 쏘면 잡을 수 있겠지 않아요?"

바벨봉사가 놀라서 눈뜰소리를 하지만 당장 나서진 않았다. 일단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는 기분으로 포식자와 피식자의 몸부림을 관찰하는 것이다.

409 ◆.Th3VZ.RlE (8Z/Akc3F/M)

2023-09-06 (水) 23:38:41



>>408

바벨이 낼 수 있는 위력에도 상한은 분명 존재한다 . 그것은 이미 당신의 눈으로도 확인한 사실 . 바벨이 전력을 다해 공격하고 , 또 명중시킨다면 , 제아무리 거대한 괴수라 하더라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일까 . 당신은 아직 저 놈의 밑천을 모른다 .

상식 밖의 단단한 몸을 지녀 바벨의 공격을 튕겨낼 수도 있었다 . 바벨의 공격을 감지하고 , 필살의 일격을 회피할 수도 있었다 .

되려 당신들을 향해 < 발사하는 > 상황도 상상할 수 있다 . 당신의 생각대로 ─ 이대로 지켜본다는 선택이 가장 유효하다 .

무리해서 마주치는 모든 적을 쓰러뜨릴 필요는 없다 . 태풍이 부는데 돛을 펼치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

당신의 안에서 쫓기는 저것은 벌써 사람조차 아니므로 , 인도주의를 발휘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다 .

바벨의 생각도 마찬가지라 , 바벨은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자신의 뜻을 전했다 . 여느 때의 전투 태세도 취하지 않으려 하니 , 녀석은 이대로 ─ 저들을 흘려보내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

당신이 바벨과 닮는 걸까 . 바벨이 당신을 닮는 걸까 .

쇠를 찢는 소리가 아니었다면 , 답을 찾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

- maaaaaaAaaaa

바벨의 어깨가 전기라도 통한 듯 들썩였다 . 녀석의 투쟁심에 불이 붙는 것이 당신에게도 느껴진다 .

바벨이 보는 것은 사람이었다 . 바벨이 보는 것은 사람을 호위하는 강철 갑옷이었다 . 거대 괴물 지렁이에 비하면 점처럼 조그만 사람을 , 강철 갑옷이 검을 휘둘러 보호하고 있었다 .

괴물 지렁이의 벌어진 머리가 , 칼날 같은 이빨이 , 믹서기처럼 회전하며 그들을 집어 삼키려 하는데도 , 화려한 색의 불길에 가로막혀 번번이 포식 행위를 실패하고 있었다 .

정말로 단순히 포식자와 피식자의 쫓고 쫓기는 생존 경쟁인가 .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


410 미카엘라 (eTcsrFMcy.)

2023-09-07 (거의 끝나감) 00:03:50

>>409

사람과 사람을 지키는 사람 언저리의 무언가. 보고 있자니 바벨과 자신이 연상되지 않나? 바벨, 이 깡통도 일단은 여자 살덩이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했었기도 하고.

'사람...인가?'

긴가민가. 할지말지. 할락말락. 하는둥마는둥 상황을 주시하는데 바벨이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건 해야 한다. 서로 생각하는 적이 다른 것 같지만 사소한 걸로 머뭇거릴 틈이 없다. 포복을 풀고 벌떡 일어났다. 폐에 공기를 가득 채워....

"4시방향-!!!!!!!!!!!!!!!"

대차게 질러버렸다. 저쪽의 사람 후보 되시는 분과 갑옷이 4시 방향을 보면 달하늘 아래 떳떳하게 선 여인이 보이리라.

411 ◆.Th3VZ.RlE (eqFRbi3CbI)

2023-09-07 (거의 끝나감) 00:08:50

미카엘라는 아직 사람의 마음을 잃지 않았어 ... 답레는 내일 준비하겠습니다 ! 잘 자요 미카주 !

412 미카주 (eTcsrFMcy.)

2023-09-07 (거의 끝나감) 00:29:06

존밤~~
어느새 목요일이네요...주말언제..

413 마이주 ◆EZvwDxK5Kc (wDvb.Utl0o)

2023-09-07 (거의 끝나감) 22:50:21

일이 조금 밀려서 이제서야 도착했네요!!
반가워요 모두! 그리고 좋은 밤입니다!

414 미카주 (eTcsrFMcy.)

2023-09-07 (거의 끝나감) 23:17:25

좋은 밤이에요!!

415 ◆.Th3VZ.RlE (F/xiILR2vY)

2023-09-08 (불탄다..!) 20:24:38

죄송함니다 .. 목요일의 영압이 ... 사라졌어 ...

너무 피곤했나봐요 _(;-;_ )_

416 ◆.Th3VZ.RlE (F/xiILR2vY)

2023-09-08 (불탄다..!) 20:39:11



>>410

당신과 바벨 사이의 가교가 무너진다 . 불안정하던 동조는 당신의 외침과 바벨의 경악으로 완전히 흐트러졌다 . 바벨이 동의하지 않은 일 . 바벨이 찬동하지 않은 일이었다 . 바벨에게 입이 있었다면 이 여자가 무슨 짓이냐고 , 따졌을 지도 모른다 .

하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라 상황은 벌써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 거리가 거리다보니 ,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소리가 닿지 않을 법도 하건만 , 쫓기는 길에도 어떻게 재주도 좋게 당신의 존재를 눈치챘다 .

달빛을 등지고 서서 , 보란 듯이 존재감을 피력하는 당신에게로 , 한 사람과 강철 기사의 달리는 방향이 변했다 .


417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14:40:47

갱신합니다 , 와이 ! 토요일 ! 행복해 !

418 미카엘라 (iWtqV42qC2)

2023-09-09 (파란날) 16:18:28

>>416
"왜요? 싸우고 싶다면서요."

모래벌레가 아니라 갑옷이라고? 아이고 내가 그걸 착각했네 미안해라! 그런데 어쨌든 저거랑도 싸워야 해.

"이제 도망도 못 가요. 싸워야겠죠? 자세 잡고, 최고 화력으로 발사준비하세요."

어쨌든 그렇게 반강제 배수진을 쳐버렸다. 원래 배수진은 어떻게든 될거라는 각오로 퇴로를 지우는 단순무식 전술이 아니란 사실은 넘어가자.

"최대한 영거리까지 끌어들여야 하니까 명령하기 전까진 쏘면 안 돼요?"

//주말주말주말....!

419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22:23:52



>>418

당신의 폭거에 바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자세를 잡았다 . 지금부터라도 도망친다면 얼마든지 멀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 당신의 생각이 확고하니 바벨도 따르는 수 밖에 .

이러는 사이에도 괴물 지렁이는 땅을 파헤치고 , 모래 먼지를 만들며 쾌진격을 계속하니 , 강철 갑옷과 저 사람이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

한 입 간식거리도 되지 않을 두 명인데 , 절묘한 순간 필요한 행동으로 간발의 차로 위기를 벗어난다 . 때로는 화염으로 , 때로는 한 자루의 검으로 괴물 지렁이의 공격을 걷어내거나 받아내며 , 도주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둘 .

당신이 돕지 않아도 , 저들의 실력이라면 알아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아닐까 . 그런 생각마저 들 만큼 현란한 도망이었다 .

- MAAaAAAaaaAA

하지만 보이는 대로 결정타가 부족하니 , 언젠가 따라잡힐 거고 , 잡아먹힐 거다 , 바벨의 포격이 아니라면 , 저 사람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거야 . 바벨이 바라는 대로 내버려둔다면 , 괴물 지렁이는 물론이고 저들까지도 포격의 제물로 삼을 것이다 .

─ 녀석은 정말 그럴 생각으로 포격의 위력을 키우고 있었다 . 주위로부터 있는 대로 열기를 착취해 한 몸 가득 채우고 , 팔의 팽창 한계를 시험하니 , 금세 일찍이 없던 규모의 포격이 준비됐다 .

삐걱거리며 불안하게 몸을 떠는 모습이 , 오래 버티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 바벨이 망가지는 것보다 먼저 , 괴물 지렁이와 강철 갑옷이 사정 거리 안으로 다가오겠지 . 바벨은 당신의 신호만을 기다렸다 .


420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22:24:15

갱신합니다 !

421 미카엘라 (MfxWxLOa12)

2023-09-09 (파란날) 23:12:04

영거리 사격이란, 영거리에서 하는 사격을 의미한다.
영거리란, 매우 가까운 거리 즉 코앞을 의미한다.

"주둥이에서 X구멍까지. 소화 기관을 일직선으로 뚫는거에요."

바벨의 포격은 당연하지만 직선으로 나간다. 지렁이의 옆구리를 치면 그 부분만 때리고 끝이다. 그러나 포 궤적에 지렁이의 기다란 몸을 일치시키면 한 발로 더 많이 때리게 된다!

자신은 삐걱대는 바벨을 뒤에서 한껏 끌어안았다. 흔들리지 마라. 차분하게 조준해....

"준비.."

422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23:38:11



>>421

부풀기가 상반신에서 오른팔로 이동한다 . 어떻게 찢기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 , 여느 때의 세 배 가까이 부푸는 어깨 . 한 자리에 모인 열기는 바벨의 육신을 붉게 과열시키고 파열시켰다 . 하지만 바벨은 멈추지 않고 열기를 손 끝으로 ─ 손톱으로 내려보내니 , 머잖아 일격필살의 위력이 완성됐다 .

남은 일은 슛 코스에 괴물 지렁이의 입을 갖다놓는 것 뿐이다 .

다행히 쫓기는 사람은 당신의 의도를 , 바벨의 의미를 이해하고 언덕의 아래로 괴물 지렁이를 유인해왔다 . 강철 갑옷도 더는 방해 밖에 되지 않아서 , 모습을 허물어뜨리고 자신만이 허겁지겁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

뭐야 . 혹시 바벨도 저렇게 필요할 때만 나타나게 할 수 있는 걸까 .

할 수만 있다면 녀석의 속 터지는 행동에 더는 속앓이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 으아 , 아아 ! 온다 , 나온다 !! >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가르키는 대로 언덕의 중턱까지 오른 먹이를 쫓아 로켓처럼 튀어나오는 괴물 지렁이 .

모래 깊이 잠복해 있던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자 당신의 시야는 모든 면이 녀석으로 채워졌다 . 빈틈없이 빽빽하게 당신의 시야를 채우는 압도적인 존재감은 , 과연 재해라 할 만했다 .

흉악하게 벌어진 입이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니 , 가만히 서서 대처하지 않는다면 빨려들어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되리라 .

당신이 소용돌이에 뛰어드는 건지 , 소용돌이가 당신에게 달려드는 건지 , 모든 이해와 인식이 느슨해지는 결착의 순간 ─ 당신과 바벨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게 연결된다 .


423 미카엘라 (YrcR79GYWw)

2023-09-09 (파란날) 23:48:45

>>422
'시끄러워. 조용히 해. 다물어.'

바벨의 어깨 뒤에서 눈을 부릅떴다. 온다온다온다온다... 온 신경을 집중하던 차에 벌레가 모래 속에서 튀어나온다.

깡통의 몸을 꽉 잡았다. 바벨도 다리와 허리에 힘을 넣는다.

가자! 벌레의 아가리 속으로!


'쏴!!'


포화 속으로!!!

424 ◆.Th3VZ.RlE (UfM.nfgd2U)

2023-09-09 (파란날) 23:59:26



>>423

제일 먼저 소리가 죽었다 ─

다음에는 세계의 색이 죽었다 .

흉측 흉악 흉물스럽게 벌어졌던 입을 눈부신 섬광이 덧칠했다 .

당신의 눈이 다시 색을 되찾았을 때 , 당신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

당신은 바벨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 당신만으로는 반동을 완벽하게 잡아낼 수 없었다 .

당신도 바벨도 격발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밀리다 못해 날아가버렸다 .

하지만 날아가면서도 , 당신의 두 눈은 똑똑히 목격했다 .

어지럽게 사방팔방 회전하는 눈으로도 ─ 괴물 지렁이의 거대한 몸이 세로로 끔찍하게 반토막이 난 것을 .

돌진의 기세를 완벽하게 죽이지 못해 당신들과 함께 괴물 지렁이의 두 갈래로 찢긴 몸도 나란히 공중을 비산하는데 , 이렇게 이상하고 괴상한 광경이 또 있을까 싶다 .

── 그래도 다행이다 . 떨어지는 곳이 딱딱하지 않고 , 모래로 푹신푹신해서 .


425 미카엘라 (m10H.l.0eU)

2023-09-10 (내일 월요일) 00:24:44

>>424

발사를 명령하고, 뭔가 투 하는 느낌이 들더니 하늘을 날고 있었다. 감각기관의 수용량을 넘은 자극이 취소당한 느낌이다. 용케도 끌어안은 바벨을 놓치지 않고 날아가는데 똑같이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벌레 시체가 보였다.

'저거 바벨한테...먹여야...하는데...'

그런 생각이었다. 신나게 쏴버렸으니 바벨도 많이 망가졌을테고. 몸은 팽이처럼 뱅뱅 돌아서 방향도 잡을 수가 없는데 저 시체를 어떻게 찾나 하는. 지나치게 태평해보일지도 모르나 나름 생존에 중요한 것이다...

"....윽!"

어느새 땅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두 몸뚱이가 모래바닥에 쳐박혀 데구르르 굴렀다. 충격은 느껴졌지만 역시 아프거나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육체를 움직이는게 오롯이 육체가 아닌 법이니. 데스 그립이 와버려서 바벨을 놓지도 못하고, 검은 하늘만 멀거니 올려다보며 한동안 숨을 색색거리고 누워있었다.

426 ◆.Th3VZ.RlE (x4sXM0XMmA)

2023-09-10 (내일 월요일) 00:47:17



>>425

평탄 평평했던 모래바닥을 크게 흐트러뜨리며 쓰러진 당신과 바벨 . 바벨에게서 느껴지는 일종의 성취감 , 고양감은 당신까지도 들뜨게 만들었다 . 어쨌거나 ─ 당신과 바벨이 해냈다 . 저 커다란 괴물을 일격에 쓰러뜨린 것이다 . 도망칠 수도 있었고 , 못 본 척 숨을 수도 있었는데도 , 당당히 맞서 정당하게 승리를 쟁취해냈다 .

바벨의 호전성을 크게 충족시키는 , 종이 한 장 차이로 얻어낸 승리 . 무심한 양철 인형조차도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대가로 팔 하나를 송두리째 잃어버렸지만 ,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값싼 대가였다 .

< 저기요 , 이봐요 !! >

그런데 ─ 낯선 목소리가 모처럼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던 바벨을 방해한다 . 바벨의 심사를 뒤틀리게 만드는 소리였다 . 당신에게 전해지는 바벨의 충동은 , 무척이나 파괴적인 색을 띄고 있었다 .


427 미카엘라 (CvyoBDxq5c)

2023-09-10 (내일 월요일) 16:25:46

>>426
아 저 눈치없는 인간. 마음 속으로 승리의 축배를 들고 있는데 상을 엎어버리네.

사실 저기 소리치며 달려오는게 인간인지도 확신하지 못하지만. 저걸 잡아 말어.

'바벨이 상했는데 지금 싸우면 위험하겠지요...'

지금은 연달아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보인다. 저 사람(미정)과 갑옷을 상대하고 우위를 점하려면 최소한 벌레를 파먹은 이후가 되어야 한다.

"가만히..."

그래서 누운 채로 바벨의 허리를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가만히 놔두면 뛰어들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428 ◆.Th3VZ.RlE (x4sXM0XMmA)

2023-09-10 (내일 월요일) 18:32:57



>>427

바벨의 목줄을 쥔 것은 당신이라 , 당신이 틀어막으면 바벨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녀석이 이대로 날뛰고 싶어도 당신의 허락 없이는 저들에게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었다 . 다행이지 , 당신의 생각대로 지금 이대로는 승산이 도무지 없어보이니까 .

지성이 부족한 괴물이 상대라면 또 몰라 , 강철 갑옷이 시의적절한 판단으로 괴물 지렁이를 상대하던 것을 생각하면 바벨의 유일한 자랑인 텔레폰 펀치대포도 통하지 않을 공산이 컸다 .

< ... 괜찮아요 ? 엄청난 소리가 났는데 ,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 >

우선 눈 앞의 인영이 사람이 맞는가부터 확인하자 , 걱정이 서린 상냥한 목소리는 아까보다도 가까워졌다 . 당신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당신이 심연을 볼 때 심연도 당신을 본다고 , 상대방도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 벌써부터 품평을 시작한 눈치다 .

목소리의 주인은 여성으로 보이는데 , 붉은 피부가 볕 아래서 일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

갈색 머리카락을 이마가 드러나도록 묶어놨는데 , 덕분에 안 그래도 뚜렷한 이목구비가 더욱 강조되어 보였다 . 품이 넓은 작업복에 얼룩덜룩 물감으로 얼룩진 앞치마를 입은 모습이 저 화실에서 일합니다 ─ 열심히 자기 주장을 하는데 , 사막에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라 위화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

─ 사람이냐 아니냐 .

또는 ─ 적이냐 아니냐 .

이것만 봐서 판단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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