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투덜대는 그에게 술잔을 받아버렸다. 혀로 찍어서 맛을 보니 꽤나 진하게 만들어진 고급주였다. 처음 보았을 때는 이름처럼 들개 자체었거늘. 슬슬 지위가 올라가며 격식 차리는 법을 배우는 터였다. 그녀는 자기의 과거를 투영하며 떠올렸다. 과거에는 싸움만 잘하면 흉보일 일이 없는 무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얼굴과 상관없이 외다리 여자가 좋다는 남자는 없었다."
한잔 털어넣고 쓰라린 비수를 이제 자신에게 박는다. 이로써 너 한방 나 한방! 공평해졌도다! 그리고 야견을 보고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값이 추가로 정산된다.
"게다가 꼭 결혼을 하고 애를 보아야 하나? 나는 내키지가 않지."
"직계 방계, 친가 외가. 그런 것들이 생기면 일이 꼬일대로 꼬인다고. 자식을 원하면 연고 없는 애를 주워오는게 더 나을거다."
"나 한명, 양자 한명. 그 외에 없음. 얼마나 명료하니?"
시대의 단아한 여성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기 센 여성 무인들은 규방 마님 노릇이 싫고 그저 무공이 좋아 결혼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별난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강호는 성별 이전에 무력이 먼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힘이 있다면 다른 무인들을 납득시키기도 쉽다.
그러나 복잡한 가족관계를 배격하기 위해, 양자를 들이되 결혼은 싫다? 상당히 깊은 뜻을 담은 주장일지도 몰랐다. 가령 명분과 권력에 깊게 관여되어 가족을 만드는 것에도 조심스러운...그런....
“하아? 팔 한짝, 다리 한짝, 눈 한짝 없는 것이 일상인 무림계에서 뭔 사치를 부리는 남자들인지 모르겠군.”
야견은 어깨를 으쓱하며 하란의 잔에 한잔, 자신의 잔에 한잔 술을 쪼르륵 따른다. 동정호 경치나 보며 즐길 생각으로 큰맘 먹고 사들인 명주인데,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다. 그리고 하란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생각해본다. 어쩌면 그녀에게 호감을 표하는 이가 없었던 것은 외다리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가식없이 평하자면 하란의 외모는 엄청난 수준이요, 지혜는 그 이상이지 않은가. 이러니 어지간한 남자들은 접근조차 못하지 않았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는다.
“흐음.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줄은 몰랐구만. 그런데 이해는 가. 건사할 수 없는 가족을 만드는 건 무책임할수도 있어. 더욱이 싸움판이나 정치판이나 하나같이 개판인 무림계에서는. 주선생님, 속세의 것에 대해선 해탈한 도인 같으셨는데, 생각 이상으로 책임감이 강하신데?”
고개를 끄덕이는 야견. 가족 같지 않은 가족을 두어 괴로웠던 경험과 무림인으로서 살아온 경험 모두가 하란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구름 위의 사람 같았던 주선생의 인생관을 들었던 것이 기뻤는지 살짝 놀리는 듯한 칭찬은 덤이었다. 몇 번인가의 대화로 그녀가 짊어진 것이 결코 적지 않음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을 줄이야.
“뭐, 그렇게 말을 해도 애를 보기 전에 사귀기라도 해봤어야지......푸웁ㅡ!”
그렇게 너스레를 떨며 술을 입안에 털어넣는 야견. 그리고 그 순간 하란이 꺼낸 말에 오늘의 두 번째 용후공이 작렬한다. 하란에게 튀지 않기 위해 순간적으로 고개를 젓히는 솜씨가 더욱 날래진 것은 덤이었다. 야견은 추태를 수습하고 하란에게 말한다.
왜일까. 속세 밖은 다른 속세라 논하는 주선생의 눈에서 찝찝한 피로가 느껴진다. 뭐라고 할까, 무림인이라기 보다는 아랫것들 때문에 잔뜩 고생하는 고위 관료와 같은 표정인데. 대체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걸까 이 사람. 자신이 여러번 추태를 보였음에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걸 보면 대충 짐작은 간다.
“그건 부럽구만. 나도 파계회에서는 수재 소리를 듣긴 했지만 진짜 타고난 치들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달라서 말이야. ....방금 그 이야기라던가. 여튼 그것도 한가지 방법이니.”
세간의 상식대로 살아온 남자는 더 큰 상식 앞에 말을 정돈한다. 생각해보면 그런 세간의 규칙들을 무시하는 쪽은 사파건만. 자신도 아직 고정관념이 있는 건가, 하며 조금 반성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일부러 기행을 하고 싶지는 않다만.
“아아, 그거야 뭐. 어렵지 않지. 사저건 부하건 내 주변에 말 잘듣기만 하는 멍청이를 둘 생각은 없으니까. 사지로 밀어 넣으면 죽든지, 아니면 환골탈태해 돌아오든지 하겠지.”
야견은 송곳니가 들러나게 씨익 웃어보이며 그렇게 말한다. 주변 사람을 대하는 가혹한 태도에서는 이런저런 격식을 들먹여도 강자존이 제일이라는 사파 다움이 보이고 있었다. 다만, 야견은 자연스럽게 금사저를 주변에 두겠다는걸 전제로 말하고 있다는건 눈치 채지 못한 듯 하다. 허당이로군.
그렇지.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야견의 말에 동조했다. 온실 속 화초라 해서 무조건 약한 게 아니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란 온실 속 화초가 더 튼튼할 수도 있다. 허나 영원히 온실 속 화초로 남을 수는 없는 벅이다. 언젠가 온실 문은 열리고, 나가야 하는 순간은 오니까.
"그래서 말인데. 내가 밀어넣을 사지 하나를 아는데 관심 있나? 왜구 사냥하는 일이다."
원래 혼자 하려고 하던 일이다. 다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손을 늘려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흑천성 본성과도 관계를 틀 수도 있고.
"화구(華寇, 중국해적)들은 중원 세력에 이래저래 얽힌 구석이 많아서 건들기 귀찮아. 하지만 왜구들은 사정이 다르다고 보거든, 나는."
애초에 잘 알려진 수적, 산적, 해적들과 궤가 다르다는게 그녀의 생각이다. 그들도 반강제로 통행세를 받아먹고 노략질도 한다. 그러나 숲길 물길을 관리하고 다른 세력과 교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왜구는 온전히 새외 이방인. 때려잡아도 뒷탈이 없을거란 예상이다.
"가급적 선박을 나포하고 전리품을 챙길 계획이라 승선전투가 주로 일어날게야. 상황이 따라준다면 중간 거점들을 부수고 동영의 본진까지 들어갈지도. 사저랑 같이 올 생각 있나? 물론 얻은 재물도 분배할 것이고..."
야견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란이 이야기하는 바에 귀를 기울여본다. 중원 세력에 깊이 엮인 해적들 대신, 완전한 이방인인 왜구를 때려잡으면서 전리품을 챙긴다. 필요하다면 본진에까지 쳐들어가서 완전히 박살낸다. 흐음,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다만. 야견은 묘한 표정으로 얼마간 침묵을 지키며 생각하다 대답을 돌려준다.
“뒤탈없는 놈들을 박살내는건 좋다만, 민중을 괴롭히는 도적 때를 박살내는건 정파 나으리들이 하실 일이라서 말이야. 제안을 해주신건 감사하지만, 조금 더 흑천성에 머물러 보려고.”
여러 사항을 고려해본 야견은 그렇게 대답을 돌려준다. 후폭풍을 걱정할 필요 없이 누군가를 박살낼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아직은 흑천성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사저에게 무공을 배우는 것부터, 스승과의 관계를 다지는 것은 물론, 인맥도 마련해둬야 하니까.
“다만, 그건 궁금하네! 혹시 열도 본토에 가게 되면 과거에 중원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백면금모가 정말로 열도로 건너갔는지 소문이나 들어 봐주쇼! 어린 시절에 봉신연의를 보며 참 좋아했었지.”
야견은 열도 이야기가 나오자 생각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그리 말한다. 어린 시절에도 왠지 주나라보다 상나라의 악한들이 좋았더랜다. 그런데 참 희안하군. 왜구들을 때려잡는다라, 이미 지방에 자리잡을 무림인들이 할 영역이 아닌, 국가가 할 만한 일을 논하고 있지 않은가. 주선생의 정체가 더욱 신경쓰이지만, 굳이 묻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