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야견은 눈앞에 펼쳐진 광대한 호수, 끝이 보이질 않는 수평선을 둘러보며 푸념한다. 중원 최대의 호수인 동정호. 아침 안개가 호수 전체에 퍼진 안개 때문일까, 당장에라도 동정호에 산다는 신선과 동자가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난번 동정호의 물이 전부 사라졌던 대사건의 나날이 거짓말인 것과 같은 평온한 풍경이지 않은가. 다만 달라진 것은 풍경만은 아니다. 파계회에 동자승에 불과했던 야견 역시 흑천성의 팔천군에게 거둬져 제자가 되었다. 겉모습 역시 흑천성에 적을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듯 검은 비단에 붉은 구름이 수놓아진 적삼을 갖춰 입었으며, 산발이던 머리 역시 깔끔히 정돈했다. 야견 나름의 정장이라는 것이겠지
“....뭐라고 할까. 그런데 큰 감흥은 없구만”
흑천성의 본산과 동정호의 거리는 그닥 멀지 않다. 그런 까닭에 수련에 지친 심신을 쉬려 다시금 이곳에 들러보았으나, 뭐랄까. 생각만큼의 벅찬 감정은 들지 않는다. 경지가 오른 까닭에 성정이 냉정해진 까닭일까? 아니면 동정호에서의 추억이 죄다 죽을뻔한 일들이기 때문일까? 혹은 지금 흑천성에서 겪고 있는 일들이 생각 이상으로 머리 아픈 것들일수도 있겠지. 야견의 머릿속에 뭐가 좋은지 헤실헤실 웃고 있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금사저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아이고 골치야..
“쳇. 그러고보니 주선생은 잘 돌아갔으려...나!”
야견은 답답한 감정을 해소하려는 듯이 주변의 조약돌을 들고서 동정호의 수면을 향해 던진다. 물수제비가 경쾌히 튄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이 이상은 세는 것을 그만두자. 절정 무인의 물수제비니. 그리고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주선생의 얼굴. 첫만남부터 범상찮은 사람이란 것은 알았다만. 독고구검의 무덤에서 만날 줄은 몰랐으며, 함께 나무로 된 상어를 박살낼 줄도 몰랐다. 옆에서 지켜본 결과, 그 경지는 분명히 자신보다 몇단계는 위일 것이며,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동정호의 물이 다시 돌아왔을 때도 분명 무사히 귀환했으리라. 혹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물어보고픈 것이 많은데.
'팔룡방이 남해용왕을 죽일 때, 동해용왕이 결탁했다고 했다. 신선과 인간도 그렇지만, 신선과 신선도 적이 될 수 있어.'
기회도 이런 기회가 없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사방에 명문 방파들이 제 자리를 차지하여 빽빽하다. 하지만 신선의 눈으로 보면 정반대. 선계와의 통공이 끊어진 후 방귀 좀 뀐다는 하계신선 세력들이 모조리 사라졌으니, 이는 주인 없는 무주공산인 것이다.
지금 하계에 개천궁과 견줄만한 영물이나 신선 세력은 없다. 기껏해야 어느 동네에 자리잡은 조그만 호족들 뿐. 범고래 무리들은 그녀와 패울부 앞에서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 그러니 또 다른 누군가가 자기 하계에 영지를 만들기 전, 심장이 터져라 확장에 확장을 거듭해야 하는 것이 도리겠거늘..
"이럴 때가 아니다. 아니란 말이다.."
당장 살아남는 것에 급급하여 차려진 상을 해치우지 못하는게 통탄스럽다. 완벽한 명분을,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완벽한 명분을 가지고도 말이다. 이게 무슨 개뼈다귀같은 짓이냐. 마음 속에 미련이 가득해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할 수계를 거닐어도 분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동정호, 동정호.. 중원 호수 중 으뜸이라는 동정호를 눈 앞에 두고...!
- 통, 통, 통.....
상념을 부순 건 관자놀이로 튀어오는 돌맹이 하나. 그녀는 물이 코밑까지 차오르는 깊은 곳에서 어슬렁대고 있었다. 용이 물을 두려워하는 건 인간이 공기를 두려워하는 만큼이나 웃기는 일이니까. 수면 밑에서 하늘대던 손아귀를 들어 돌맹이를 붙잡고, 녀석이 일으킨 파문을 시선이 거슬러 올랐다. 어느 놈이 용왕님 머리통에 돌맹이를 던지느냐!
그 놈은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녀 본인이 자기 이름을 주씨라고 거짓말한 사람.
".....내가 멋대로 공간을 아작낸 탓에 놀란 건 알겠는데, 이렇게 머리에 돌 던지기 있나? 응?"
“음? 아. 역시 살아있었구만 주선생.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마침 그쪽 생각을 하던 참이었수다. 지난번에는 덕분에 나무쪼가리 상어 아가리에서 잘도 살아남았소.”
야견은 자신이 던진 돌맹이를 붙잡고 다가오는 적발의 신비한 분위기의 여인을 보고 고개를 옆으로 까딱, 하며 그리 답한다. 만난 것이 의외이긴 하나 놀랍지는 않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실제로 그 정도 수류에 죽을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고, 굳이 의외인 것이라면 지금 동정호를 방문했다는 점이겠지. 어쩌면 그녀도 이곳과 연이 있을수도 있겠다. 워낙 넓니 넓은 천하의 명소 아닌가.
“사실 그때의 원한으로 치자면 돌로는 좀 부족한데. 그렇다고 집채만한 바위를 던져도 씨알도 안 먹힐테고. 낄낄. 그런데 동정호, 그것도 넓디 넓은 호수 한복판에서 뭘 하고 계셨소? 멱감기?”
야견은 소년처럼 그렇게 웃어보이며 손사래를 친다. 적어도 과거에 만났을 때처럼 무언가에 쫒기는 듯한 초조함이나, 강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보이지는 않는 여유로운 모습. 동해용왕님의 기계장치처럼 바삐 돌아가는 두뇌에 비하면 이쪽은 태평하게까지 보인다. 수련의 성과일까. 혹은 수련의 과정이 이리 만든 것일까. 어느 쪽이든 주선생에게는 큰 상관은 없는 일일 것이다.
‘.........쩝 여전히 보이지 않는구만.’
그러나 야견도 마냥 편하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법화심법의 극의. 절정 이하의 정신 공격을 막아내고, 온갖 환술을 알아채는 10성 법심으로 환각을 꽤뜷어보려해도 눈앞의 주선생은 주선생일 뿐이었으니까. 야견은 자신의 역량으로는 그 바닥을 볼 수 없는 주선생에게 ‘당최 당신 뭐하는 사람이오?’라고 물어보고픈 마음을 접는다. 그도 그럴게, 여자 앞에서 사적인 부분을 물어보면 미움받을테니까. 최근 금사저와 행동을 갇히 하며 익힌 나름의 배려...아니, 눈치였다.
쉽게 말하여 열뻗쳐서 물에 들어왔다는 소리. 자세한 일은 피차 말하지 않았다. 이성과 지성이란 물건은 당신 누구요, 나는 용왕이요 하는 단순명료한 대화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눈치를 보고 화술을 고려하고 후폭풍을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그냥 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결론에 항상 도달한다. 머리만 아프다.
"당신도 표정이 영 고민하는 표정 아닌가? 하기사, 고생고생 하나를 깨달아서 경지를 올리면 그로 말미암아 모르는 것이 곱절이 되는 법이지."
그때 마지막으로 얼핏 볼 때는 가물가물했지만, 지금 혈을 보니 확실히 경지가 올랐다. 절정이로군. 게다가 경지만 오른 게 아니라, 행색도 바뀐 듯 한데... 붉은 구름 문양이 어디 문양이더라? 저번에는 파계회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안만 아니라 겉도 달라졌군. 파계회가 붉은 구름 문양을 쓰던가...가물가물하단 말이지."
얼굴만 물 위로 내놓고 고민하며 미간을 찌푸리는게 꼭 물귀신같기도 하다. 붉은 수초같은 머리카락을 수면에서 둥실둥실거리며..
“하아? 주선생도 화가 뻗치는 일이 있으쇼? 아니아니, 주선생은 도인이지만, 그전에 사람이니 그럴만도 하지.”
사실 주선생은 사람이 아니지만 용도 화가 뻗치는 일은 아마 있을 것이다. 화가 난 내막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다. 몸안에 쌓인 화기를 풀어내려고 물어들어왔는데, 이야기하다보면 다시 화기가 끓어오를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실력이 없어서 먹질 못한다니. 자신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올라왔음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단 말인가.
“.....아니, 그 고민하는 이유라는게 좀 가당치 않아서 말이야.....”
야견은 물 위로 얼굴을 내놓고 붉은 수초같은 머리칼을 둥실거리는, 묘하게 해파리같기도 하고 물귀신 같기도 한 하란의 말에 똑같이 미간을 찌푸린다. 그리고 머리 속에 아른거리는 답답하기라고는 천하제일인 금사저의 얼굴. 무공을 배우러왔더니 사저를 챙기고 있는 자기 신세가 처량한지 한숨을 푹 쉰다.
“아 그게 말이지, 지난번 동정호에서 괜찮은 물고기를 낚아서 말이오. 그걸 같이 들린 호수 주변 마을 사람에게 줬더니... 그렇게 됐소. 신세를 지고 있으니 표시는 해야지”
지난번 나무쪼가리 상어를 때려잡을 때를 회상하면 주선생도 눈치는 빠른 것 같으니 이정도만 말해도 충분하겠지. 즉, 기관에서 뭔가를 얻어 흑천성에 진상한 결과 연이 닿아 흑천성의 본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야견은 하란과 마찬가지로 푸념하며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보니 주선생과의 첫만남에도 비슷한 설법을 들었었지. 번뇌라는 것은 물과 같아서 어느 경지로 오르건 따라온다고 했었나. 그러나 이야기로 듣는 것과 체험하는 것의 간극은 달라서, 실재로 올라와보니 그 끈질김을 절절히 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부처님처럼 모든걸 내려놓을 그릇은 되지 않으니 원.
“아, 모르겠다. 술이나 마시련다! 주선생도 한잔 하시겠수? 윤회전생이 별거냐! 술 취하고 깨어난 나는 새로운 나이니! 먹고 다시 태어나련다아!”
야견은 생각하는 것도 지쳤는지 품에서 표주박과 잔을 꺼내 졸졸졸 따라 들이킨다. 자신은 눈앞에 있는 주선생처럼 자연에 몸을 맡기고 화를 삭힐 그릇은 되질 못하니, 술독에라도 빠져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도피는 주선생이 예고도 없이 날린 몸쪽으로 꽉찬 돌직구에 댐이 무너지듯 붕괴하고 만다. 푸웁! 하는 호쾌한 소리와 함께 입안에 들어갔던 술이 호수 반대편으로 날아간다. 내용물은 천박하지만, 용이 뿜는 안개와도 비슷하다. 그 짧은 순간에 술이 하란에게 닿지 않도록 고개를 돌린 것은 최후의 이성이었겠지.
“아니, 그게, 무슨, 내가, 왜 그 답답한 거북같은 기집애를! 나는 그냥 사저라고 있는게 너무 둔하고, 재능도 없고, 멍청하니까 저게 사파냐라는 생각이 들 뿐이고! 뭐가 좋아서 그리 해실해실 거리는지 짜증만 날 뿐이고! 애초에 내 취향은 말이지 좀 더 어른스럽고! 치명적이고! 그런 누님이라고!”
야견은 그렇게 묻지도 않은 사실을 줄줄히 늘어놓는다. 입가에 묻은 술을 재빨리 닦는 동시에 손사래를 열심히 치는 것은 덤이다. 절정이 권법 솜씨가 이런데 쓰이고 있다니. 술 때문인지 당황했기 때문인지 새빨개진 얼굴은 덤이다. 주선생은 이런 것에는 흥미 없는 신선같은 사람인 줄 알았더니, 왜 굳이 물밖으로 나와서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거야!
오늘이 동정호 물아랫것들이 술잔치를 벌이는 날이로다. 그녀도 용후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한다. 같이 뿜어봐도 괜찮겠어.
그녀는 야견이 다급하게 쏟아내는 말을 찬찬히 경청했다. 사저 얘기인 모양이다. 지금 야견이 하는 험담을 사저에게 그대로 들려주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다가 빼앵 울어버릴 것이다. 사저를 능멸하는 것은 기사멸조의 죄라고 딱 잘라 꾸짖지도 못할게 분명하다. 야견이 말한 그대로의 사저라면 말이다.
"그리고 왜냐니. 네가 말한 그대로지."
"답답하고 둔하고 재능도 없는데다 하는 일이라곤 멍청하게 헤실대는게 전부니까. 밖에 나갔다가 낮선 사람 따라가서 골수까지 뽑아먹히고 올테니까."
“....방금 그거 농담이요? 그렇다면 지독하구만. 이렇게 술냄새가 나는 용후공이 어딨어?”
야견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추태를 바라보고, 담담히 평하는 하란을 향해 약간의 원망이 섞인 눈초리를 보인다. 종종 안에 쌓인 것들이 있어보이긴 했지만, 언제나 차분한 사람이 이렇게 놀림을 해오니 이리 얄미울 수가 없다.
“......아니, 내가 그런 둔탱이를 챙겨줄 이유가 없다니깐....에휴 됐수다! 드쇼!”
야견은 하란이 읊는 평에 뭐라 반박하고 싶다는 듯이 계속해서 손가락을 탁, 탁, 탁, 두들기다가 반박해봤자 바로 논리적인 대답이 돌아올 것을 예감이라도 했는지 술잔을 건내며 하란의 입을 막으려 든다. 내가 금사저를 챙겨줘야 할 대상으로 본다고? 애초에 그런 3류도 못되는 재능으로 어떻게든 흑천성에서 살아남은, 그래도 근성 하나는 있는 기집애다. 자신이 없어도 어떻게든 살아남겠지. 아마도. ...아마도 말이야.
“그렇게 논하시는걸 보니 연애사에 훤하신데....내 이야기만 듣고 계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야견은 술을 퍼마시며 그리 불평한다. 자신의 속내가 정확하든 아니든 들춰진 것이 조금 부끄러웠던 모양인가보다. 애초에 상대 또한 자신이 만난 무림인들 사이에서는 손꼽는 미인이다. 이런걸 묻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