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자캐가_자신의_죽은_모습을_본다면 : 오... 아마 덤덤하게 쳐다보면서 결국 저렇게 피떡이 되고 언젠가 썩어 문드러질 고깃덩이에 불과한데, 어째서 인간들은 그런 고깃덩이가 될 운명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현재의 미모에만 집착해 손 뻗는 존재들일까... 막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용...?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나 지원이가 죽은 자신을 보고 '이번'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떠올릴 것 같네용...🤔 슬퍼해줄까? 아니면 저번처럼 다시 살아난다고 믿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천마님께서 내게 이 시허연 머리카락 가진 고깃덩이를 보여준 연유가 있을 터인데!
자캐가_꿈꾸는_자신의_노후 : 제일상마전이 교주가 되고 마침내 교국의 위상이 찬란하게 빛나 중원 위로 우뚝 서는 것을 바란대용~
자캐를_동요시킬_수_있는_말은 : "아니, 저 애 재희 아니야? 맞네! 기루에 있던 그 애. 주 루주가 죽고 어디로 팔려가는 것 같더니만!"
과거사 관련은 아직도 스위치 딸깍... 진짜 민감하게 반응해서 먹금도 못해용
"……아니, 저 사람이 살아있어? 왜, 저 사람 그 사람이잖아. 중원제일미와 비룡의 결혼식에서 목이 잘렸던...!"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동정호에서의 대사건이 있고 나서 며칠 뒤, 야견은 아직은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절간 중심의 비무장으로 터덜터덜 기어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다할 실전 경험이 없었던 야견에게는 과분할 정도의 실전을 겪은 뒤니 멀쩡할 리가 없지. 끊임없이 몰려드는 목인형, 황금빛을 두른 비구니, 검을 활처럼 쏘아대는 무인, 주정뱅이 거지, 문자그대로 태산같은 거인, 그리고 목상어에 이르기까지. 길고도 길었다.
“끄응, 그래도 어느 정도 몸은 좀 풀렸나.”
그러나 그 고행의 끝이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절정의 경지라면, 차고도 넘치는 수확이겠지. 다만 아직 실감은 되지 않는다. 절정의 경지라는 것은 얼마나 강한 것이지?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는 것이지? 그러던 와중, 비무장의 한켠에서 사슬을 휘두르며 수련에 임하는 녹색의 소인을 본다. 야견은 그를 보며 씨익 웃으며 주먹을 쥐어 보인다. 이미 몇 번이고 같이 사선을 넘은 사이가 아닌가. 말하지 않아도 서로 뜻하는 바는 전해지겠지.
고불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것은 새로 생긴 아빠도, 당수에게 가져갈 선물도, 새롭게 이룬 절정의 성취도 아닌 독고구검 그 자체였다.
독고아비가 남겨준 지극히 고강한 무공이나, 본래 그 이름대로 검법인 무공. 고불은 어째서인지 그 무공의 묘리를 어떤 종류의 무기든 적용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머리가 복잡하다. 사슬을 다루면 얻은 숙련도와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독고구검의 묘리를 융합하는 과정이 머리를 꽉 채우고 있다.
그래서 사슬을 휘두른다. 계속 휘두르며 머리를 조금씩 개운하게 만드는 중이다.
그러다 야견을 발견했다. 씨익. 고불도 웃었다. 야견이 전하는 의미는 명확했고 고불 역시 저 편이 더욱 도움이 되리란 것도 확실히 안다.
"고불! 야견! 드디어! 손님! 맞이! 하러 왔다! 고불!" 그리곤 휘두르던 사슬의 방향을 틀어 야견을 향해 날린다. 가벼운 인사 정도다.
야견은 간만의 운동이 기분이 좋다는 듯, 휘릭하고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사슬에 추혼법권 10성 십연격으로 맞대응한다. 흔히 말하는 기수식(起手式)이려나. 그러나 날아오는 사슬을 주먹 여럿으로 요격하는 야견은 예상밖의 상황에 당황한다. 사슬의 속도, 무게, 예리함, 싣고 있는 내공 역시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까스로 쳐내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가볍게 건낸 인사에 나가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이거 원, 동정호에서 더 높은 경지에 올랐다고 한창 콧대가 높아져있었는데 나만 그런게 아닌 모양이구만.”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사슬과 부딫혀 연기를 내는 주먹을 휙휙 내젓더니, 다시금 고불에게 주먹을 여럿 내지른다. 그와 함께 불어오는 권풍이 고불에게로 나아간다. 추혼법권 7성 살법도.사파의 무인에게 특효인 일격, 거기다 권격에 권풍을 싣는 효과도 있었다. 고불과 대련을 할 때면 매번 쫒아야하는 입장이었건만, 이번엔 그런 걱정을 덜었을까.
야견은 너무나도 상쾌하게, 너무나도 기대이상의 답변을 이야기하는 고불의 모습에 살짝 영혼이 나갔었는지, 존대까지 하며 의문을 표한다. 아니 그도 그럴것이, 기관 안에서 기묘한 무공을 주웠다거나, 보패를 찾었다거나 하면 모르겠는데. 아버님을 찾으셨다구요? 아버님하고 재회라도 한건가? 아니면 숨겨진 아버지를 찾은건가?
“당최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
그러나 그런 황당함은 이내 빠르게 달려오는 고불의 모습을 보고는 경악으로 바뀌었다. 돌진이? 고불형님이? 언제나 숲에 몸을 숨기고 적을 습격하는 것이 철칙인 녹림이? 그것도 그냥 돌진이 아니었다. 마치 방어라고는 모르는 듯한, 그래서 더욱 쫒아가기 어려울 정도의 공세 아닌가! 야견은 한발 늦게 권기상인으로 주먹에 기를 두르고 방어자세를 취한다.
야견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슬을 마치 권갑처럼 두르고, 검으로 찌르듯이 권법을 펼친다. 야견이 알고 있는 고불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새롭게 배운 무공이라기 보다는 태어나면서 익힌 무공인것처럼 자연스럽게 휘두르고 있지 않은가. 철갑을 두른 권이 야견의 복부에 적중하고, 야견은 뒤로 멀리 밀려난다.
“...과연, 그렇다면 말이 되는데.”
그러나 야견의 표정은 당황에서 벗어나 있었다. 동정호에서의 싸움으로 야견은 어지간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을 배울 수 있었다. 법화심법 7성 냉심. 손속이 잔혹하고 냉정해지며, 동시에 상대에게는 미약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심법이었다. 고불의 이야기는 앞뒤가 많이 생략되었지만, 문자 그대로 생각해보면 말은 된다. 독고구검이, 고불을 만나 무공을 전수해주고 아들로 삼은 것이다.
“이거 앞으로 중원이 앞으로 엄청 떠들썩해지겠군!”
야견은 방어하는 것을 멈추기로 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공격에는 공격이다! 추혼법권 8성, 지진격. 적중한다면 약한 지진을 일으킬 정도의 권격을 준비하고, 야견은 달려든다!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독고구검에 대한 희중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독고구검, 너무나 강하고 고독해서 평생을 홀로 살다 홀로 죽은 인물. 만약 그것이 사실이었다면 기관에 들어간 인물 중 독고구검의 비급에 가장 어울리는 것은 고불 형님일지도 몰랐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파계회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으니 아마 그를 만나더라도 비급은 받지 못했겠지.
“흡ㅡ!”
야견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사슬의 공세를 견디며, 고불의 몸 쪽으로 향하는 주먹을 가속시킨다. 고불의 행동은 수비라기 보다는 공격으로 공격을 받아치는 것. 아마도 독고의 무공의 본질이 그러하겠지. 그렇다면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다!
1. 나 노인은 올해 일흔셋으로, 한때 교국을 주름 잡았던 명배우였으나 지금은 교국 내를 떠돌며 후계자를 양성하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 중으로, 예술을 사랑하며 투자에는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 졸부 왕 씨 덕에 루주인 주 씨를 만나 대략 4년 정도 알고 지냈다. (중략) 루주 주 씨가 나 노인을 이곳으로 부를 때까지는 그 양반이 드디어 미쳤구나 싶었다. 창기로 극단을 세울 생각일랑 그만두라 했지만 주 씨가 발목을 붙들고 딱 한 사람만 가르치면 된다며,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했을 때 나 노인은 왕 씨의 정이 있으니 이번에는 교육하겠으나, 시정잡배를 가르치는 것이라면 그만두고 나가 버릴 것이라는 조건 하에 교육에 나섰다.
재하의 과거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3명 꼽는다면 그중에서도 1순위는 '나 노인'이라 불리는 예술인, 이름은 '나세갈'이에용... 대배우로 이름을 널리 떨치는 제자를 셋이 넘게 육성했고, 특히나 아꼈던 것은 재하였어용.
기루의 사람들에겐, 그간 목소리 높일 수 없는 불합리함이 있다손 쳐도 겁탈 시도라는 그 끔찍한 순간에도 방관하며 선을 그었다는 점과, 주 루주가 죽은 뒤에 눈에 서린 사람들의 욕망(루주가 죽어 기루가 망할 테니 저 아이라도 챙겨서 돈을 벌자.)을 꿰뚫었다 보니 내심 품고있는 '애증'이 있다면, 나 노인에게는 애정만 품고 있었으니까요.
재하의 처지를 알고 그 기루에서 빼내겠노라 적극적으로 나선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고, 재하의 가장 큰 정체성인 '경극'을 교육하기도 했으니... 과거 재하에게 귀비취주를 알려주겠노라 약조를 했으나, 소교주에게 거두어지고 오래 만나지 못한 사이 돌아가셨어용. 타 서사 인물처럼 비극적으로 죽은 것이 아닌, 노쇠하여 편히 눈 감아 돌아가신 것이 다행이기도 하고...
"우리 재하, 우리 재하… 입마관에 잘 적응했을꼬, 사람들이 괴롭히지는 않겠지……. 잘 지내었으면 좋겠구나, 꽃도 나비도 잔뜩 보며 살아야 할 텐데." "내 유언은 되었다. 무덤 장황히 짓지 말고, 대충 땅에 묻어 풀과 들꽃이나 무성히 피워주거라."
이게 유언이었고용, 입마관 시절의 재하가 무덤에 한 번 찾아가서 홀로 피땀 흘리며 배운 귀비취주를 공연하고는, 그 이후 다시는 찾지 않고 있어용. 스스로 떳떳한 사람이 되면 찾겠노라 이전에도 말을 했지만 여전히 못 가고 있고, 아마 큰 사건이 하나 지나가면 그제야 가는 독백을 쓰지 않을까... 싶은데 귀찮아서 손이 안 따라줌 아 ㅋㅋ
2. 재하에게 있어 경극이란 요소는 되게 중요한 부분이에용~ 지금의 재하는 경극이란 요소가 희미한 것 같지만, 아직도 그 요소로 하여금 굳건히 살아가고 있는 편이에용.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는 걸용!
가령 재하의 유연성은 어지간한 여고수를 능가할 정도인데다, 같은 무공을 펼쳐도 그 몸짓에 대한 예술적인 기교가 남다른 편이며(춤을 춘다고 가정하면 조금 더 파워풀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듯이용!), 평상시엔 목소리를 낮춰 사근사근할 뿐이지 실제 성량은 제법 되는 편이에용... 어릴 적부터 경극으로 다져지기도 했고, 그게 삶에 녹아든 것이니 굳건히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죵~
사실은 검을 잘 다루다 못해 빙그르 돌리기도 하는 등 검무를 잘 춰용. 우희가 칼춤을 추다 자결하는 장면 때문에 수도 없이 연습했거니와, 양손에 쥐고 추는 경우도 있어용. 하물며 아직도 다리 일자로 좍 찢고 아무렇지 않게 일어설 수 있고, 연기력도 좋은 편이라 자연스레 상황 넘어가거니와, 안 그럴 뿐이지 한 번 야마 돌아서 이성 반 정도 잃었을 때 목소리가 높아지면 옆 부서에서도 뭐야...? 지금 국장님이 화 내시는 거야? 하고 쑥덕거릴 정도로 목소리가 커져용...
근데 그 정도 개빡친 거면 소교주 뒷담 까다 걸린 수준인데 말이죵... 이 자리에서 죽을래 죽기 전까지 머리 박으면서 사죄할래 타임 시작 아닌가? 즉결처형권이 없어도 감~히 모독했으니 죽여도 되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 하고 있을듯🤔
3. 까칠한 예술인의 성정도 있어용. 예전에도 밝힌 적이 있지만 재하는 제법 진심이라서 '재밌어보여서', '흥미가 있어서'라는 이유를 가진 사람에겐 절대 경극을 가르치지 않아용. 그렇게 말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얘기하면 오히려 "경극이라는 것은 하나의 삶에 동화되는 것, 그리 흥미만을 좇을 것이라면, 차라리 타인의 삶에 함부로 난입하는 무뢰한이 되어 흥미를 추구하시는 것이 더욱 즐겁지 않겠사온지요?" 하고 단칼같이 거절할 녀석이에용...
그리고 까내리면 미소 짓고 있다가 "개나 돼지같은 짐승이 알 리가 없지요. 오로지 인간과 선인만이 예술을 아는 법이오니, 소마는 앞에 계신 분께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찌 받아드리오리까?" 하고 입딜 박다가 간혹 싸움도 서슴지 않아용...
근데 이게 높으신 분이나 남둘망이라도 안 참아서 문제지 하지만 당연함... 삶 자체를 부정 당하면 누구라도 빡치지 않을 수 없음... 남둘망이 그랬으면 이마 팍 치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다가 한숨 푹 쉬고 병나발 불어용()
4. 죽은 자는 말이 없고용, 재하는 그 사실을 잘 알아용. 자신의 삶에서 사라져가는 여러 존재 중에서, 그만큼의 원념을 가져 죽음을 거슬러 영혼이 되고 말을 떠벌릴 존재도 없고용. 그렇기 때문에 가끔 주 루주의 무덤 위에 올라가서 춤을 춘다는 사실...
한 장소에 도착하자 재하가 환히 웃었다. 모형 검을 양손에 들고 한 걸음씩 내디뎠다. 능숙한 검무와 함께 관리가 일절 되지 않아 습이 차고 아무렇게나 이끼가 낀 돌판을, 그리고 아무렇게나 쌓이고 풀이 자란 돌 위를 밟아 올라섰다. 검을 빙그르 돌리고 몸을 화려하게 움직이며 멈추지 않을 춤을 췄다. 옷자락이 휘날리고, 돌이 발에 채여 굴러떨어졌으며, 고운 노랫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한나라의 군사들이 이미 포위하여, 사방에는 온통 초나라 노랫소리뿐이네.. 대왕이 의기를 상실했는데 소첩만 어찌 홀로 살아남겠습니까……. 우미인이 자결하는 모습을 흉내내던 순간 재하는 수심 깊은 목소리로 탁하게 몇 번 웃더니 술에 곯아 떨어져 그 자리에 와운臥雲하여 잠들고 말았다.
이게 사실 술 취해서 주 루주의 무덤에서 춤추다 잠든 거에용... 이런 짓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내심 원한이 깊었던 것일지도용?
개인적으로 1~3번에서 예술인의 재하로서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고개 끄덕끄덕하게 되네영...나 노인에게의 교육이라던가, 야마돌면 목소리 커지는거라던가, 그리고.....남둘망이 그래도 술나발 먹고 참는다거나,...많이 참았군여 재하....개인적으로 언젠가 일상이라던가 진행에서 이런 면모를 더 보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최근 재하는 여러모로 바빠보여서....언젠가 가능할지...!! 그리고 4번....후...루주에 대한 애증이 보여서 딱하네요....재하야....
야견은 사슬의 폭풍을 뜷어내고 고불에게 지진격을 적중시키며, 그렇게 이죽거린다. 그러나 공격을 적중시켰음에도 고불은 아직 건재해보인다. 사슬의 폭풍 탓에 권의 위력이 반감된 탓일까? 아니면 손에 남아있는 기묘한 나무같은 촉감을 보아 고불이 몸을 지키는 무공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여튼 결과적으로 고불은 건제하지만, 야견의 팔은 피와 상처로 너덜너덜했다.
“아아, 보여주고말고...! 왜 파계회의 권법이 추혼법권이라 불리는지 알려드리리다!”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오른 주먹에 적잖은 내공을 모은다. 현재 자신으 내공으로 발할 수 있는 최대의 일격, 상대의 육체가 아닌 영혼을 상처입히는 정권이다. 수련이 부족해 오의를 보이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뭐 어떠랴!
“자아! 막아보시지 독고형!”
그렇게 말하며 야견은 고불의 정면을 향해 주먹을 뻗는다. 그러나 그 순간, 고불의 사슬이 아래로 향하며 큰 폭발을 일으킨다. 젠장! 수비가 아니라 공격으로 나올 것은 알았지만, 아래를 노릴 줄이야...! 정면으로 달려나가는 것만을 생각한 야견은 의표를 찌른 폭발에 나가떨어지고만다.
“....젠장, 졌어! 졌다고!”
야견은 팔다리를 휘둘러대며 그렇게 소리친다. 젠장, 정면에서는 우위라 생각했건만! 독고의 기술, 그 편린을 본 정도였음에도 이정도 성장이라니. 만약 대성한다면....야견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1. 모용중원이라는 캐릭터를 굴릴 때 참고하는 캐릭터는 삼국지 초기의 조조에용. 후기에서처럼 큰 세력을 차지하고 그걸 굴리는 게 아니라 안정되지만 부실한 세력(모용세가. 그러나 크기는 큰)을 가지고 그를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를 생각하고 있어용. 가끔이지만 중원주가 고집을 부릴 때 중원이가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은 조조가 수많은 명참모가 있음에도 자신의 의견을 주로 삼는 것을 참고한 거기도 해용.
2. 꽤 자주 표현되는 모습이지만 중원이는 내친 사람은 다시 기용하지 않으려 해용. 실수에는 너그럽지만 배신에는 완곡한 것도, 자신의 사람을 믿는 것과도 연결되는 모습이기도 해용. 그렇다 보니 중원이 스스로도 내친 사람을 상대로는 냉혹한 편이에용.
3. 북위검에는 흉포한 북적의 기세를 닮았다는 말이 있고, 중원이는 재밌게도 북위검을 주력기로 사용해용. 왜냐면 중원이 스스로 권력을 잡은 방법이 묵인 속 친탈에 의한 공포정치에 가까워서 그래용. 상대방과의 공포로 휘어잡고 그를 통해 적의 사기를 박살내 일기토를 유도하는... 어떻게 보면 1대1에 자신이 있단 중원이의 표현이기도 하죵!
4. 그래도 가끔 보면 탁발호장신공으로 은근히 압박을 가한다거나 상대의 수준을 가늠하는 모습을 보면 무인으로써 자존심을 부리는 편!
독고의 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야견의 질문에 고불은 달리 생각나는 바가 없었다. 왜냐하면..무엇을 하고자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고불은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고불! 원래! 원하는 것! 할! 수! 있었다 고불! 원치 않는! 효도! 해야! 한다 고불!"
효도를 원치 않는 것으로 표현해도 될지 잠시 고민이 들었지만 음..원래 하기 싫음에도 꾹 참고 하는게 더 고귀한 효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고불은 그냥 말했다.
"고불! 아직! 독고!불 완전!하지 않다 고불! 마저 익혀!야 한다 고불!"
아직 구결은 익히지도 못 했으며 독고구검도 고작 2성의 성취에 불과하다. 이대로는 스스로 독고를 칭하기 아직 부족하리라. 게다가
"고불! 나!도 들었다 고불! 독고! 결국 혼자!였다! 고불! 나는 혼자! 아니다! 홀로! 아니다! 고불!"
고불은 이러니 저러니해도 혼자가 아니다. 혼자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긴 해도. 꼭 같이 다녀야 함께인 것은 아닌 법. 형제들이 있는 이상 고불은 진정으로 혼자가 될 순 없다. 그러니 생물학적 아버지가 생긴 것은 단순히 고불에게 아빠가 생긴 것 뿐만이 아니라 의형제들에게 의부가 생긴 것과 다름이 없다.
"고불! 야견! 뭐 얻었다 고불?"
물론 고불도 야견도 그곳에서 경험을 얻었고 한 단계 더 나아갔음은 고불도 안다. 하지만 스스로가 무엇을 얻었는지야 그 당사자 밖에 모르는 것도 있지 않겠는가?
오래간만에 얻은 휴가는 달콤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이날을 얼마나 바라고 또 빌어왔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고, 탕후루 하나를 사 호수를 구경한 뒤 느긋하게 달빛을 받으며 모형 검을 닦을 계획까지 전부 세워뒀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듣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날이 적었으니 오늘 몰아서 해야만 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바깥이 조용하면 시끄러운 법이라 했던가? 재하의 계획은 산산이 부서졌다. 집에 착 달라붙은 두 존재 때문이다.
"세간엔 실종되고, 폐관했다 알려진 분들이 어찌 여기에 있는 것인지 들어나 볼까요?"
침대에는 늘어져 살구를 신나게 집어먹는 조그마한 여성 하나와 가면도 제대로 벗지 못하고 구석에 웅크려 앉은 남성 하나가 있었다. 잘 자른 살구 반절을 야무지게 베어 물던 여성은 잉힝힝! 웃음을 흘렸다.
"음~ 오늘 여기로 가라 천마님이 시켰으니까?" "직신도 아닌 애가 뭔 소리야?" "아…… 금방 나갈 테니까……." "제발 그쪽은 울지 말고."
재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작게 앓았다. 그래, 내가 숨어 지내라고 집이 어딘지 알려준 것이 문제지……. 소중한 휴가를 멀리 떠나보내며 재하는 마지못해 침대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그냥 집 안에서만 쉬어야지 어찌하겠나. 잘 가라, 내 휴가. 잘 자른 살구를 뺏자 여인이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어! 파련이 살구! 그거 현 오라방이 잘라준 건데!" "아사, 그걸 또 잘라주셨사와요?" "잘 먹으면 보기 좋으니까. 아이들인걸." "그것보다, 폐관은 이제 끝내신 것이온지?" "아, 그게, 벽곡단은, 그만 먹고 싶어서……." "성취는 있었는지요?" "……."
현사는 훌쩍였다.
"벽곡단에서 벗어난 것으로도 의미를 두어야겠군요." "맞아! 살구 먹으면서 벽곡단에서 벗어나도 되는걸~ 잉힝힝, 그것보다 살구 왜 이렇게 맛있지? 100개는 먹을 수 있겠다아."
살구를 베어 물던 재하와 가면을 벗어 압박에 두려움이라도 느꼈는지 눈물을 닦던 현사는 잡담을 멈추고 파련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볼이 빵빵하게 살구를 가득 채웠던 파련은 눈을 동그랗게 뜨곤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뭐야? 두 사람 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어요." "뭐야? 뭔데? 왜 나만 빼놓고 얘기해? 이거 차별이야! 우우, 높으신 분들만 대화하는 힘을 탈취할 권한을 달라!" "아련, 살구 하나 더, 잘라줄까?" "응!"
파련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현사는 나무로 된 단검을 꺼내어 살구를 능숙하게 잘랐다. 씨앗을 빼낼 적, 침대에 대자로 뻗어 눕던 파련은 소맷단으로 입을 가리며 잉힝힝, 다시금 웃었다.
"현 오라방 최고! 파아련이는 아하가 까주는 여지랑 오라방이 잘라주는 과일이 그렇게 좋더라아-" "좋다니 다행이네……." "그러고 보니 어찌 오늘은 여지를 가져오지 않고 살구를 사 왔을까?" "잉힝힝! 그게에- 음- 있잖아, 사실 파련이가 오늘 시장에 갔는데!"
이야기보따리를 또 풀겠구나. 현사는 순진하게 귀를 기울였고, 재하는 범무구를 향해 무언가를 가져오라 하고 있지만 막상 귀를 열어둔 것이 이야기를 듣고 있을 것이 뻔했다.
"글쎄, 한 노파가 이 파련이를 붙잡지 뭐야~? 소협, 소협. 이거 보시어요, 세상에 이리 귀한 살구가 또 있을까요?" "살구가, 귀해…?" "응! 노파가 말하기를 이 살구를 수확하기 전에 살구나무에 기대어 깜빡 잠에 들고 말았는데, 선인이 나타나 아! 이 살구는 참으로 맛이 있겠구나. 하지만 나는 인세로 내려갈 수 없는 몸! 안타깝다, 안타까워! 하고 읊조리고 가더라는 거야!" "그래서?" "은전 하나로 판다길래 사람 호구 잡냐고 하면서 가격 평균보다 더 깎아 가져왔지롱!" "아, 상인은 역시 뭔가 다르구나……. 은전 정도면, 귀한 거라 깎으려 들지 않았을 텐데…."
재하는 범무구가 여지가 한가득 담긴 바구니를 가져오자 받아들이며 현사를 미묘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왜?" "배고현가 사람이 그리 말하니 기분이 묘해서." "맞아, 묘하긴 해 남궁 세가 둘째 공자님이 자기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겸손하게 구는 것 같잖아!" "……응? 그 사람은 정말 겸손했는데. 아건이처럼 착하고…." "으응? 아건이는 착한 거 말고도 귀여운 것도 있는뎅!" "아건은 선하고 굳건하지." "잠깐만, 잠깐마안, 그런데 뭐야~? 현 오라방도 그 사람 만나본 적 있어?"
현사는 멍하니 여지를 향해 손을 뻗다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응……." 대답은 느렸지만 파련의 금빛 눈이 번쩍 뜨였고, 재하는 순간 시선을 피했다.
"지인짜아?! 어디서? 어디서어!" "호남이었나, 호북을, 떠돌다가……. 나를 도와주셨어…. 아련이도 만나봤을까." "응! 대화산논검에서 광 배근 공자님을 응원하러 갔다가~ 객잔에서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전서구도 나누고 비녀도 선물 받았징, 잉힝힝."
빠드득. 두 사람의 시선이 재하의 손을 향했다. 으스러진 여지가 손을 타고 즙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아……? 아하, 여지는 그렇게 까는 거 아니야……." "아하는 또 왜 여지 아깝게 그러구 있어? 손에 다 묻겠다~" "비녀를, 받았어?" "응! 아하도 만나본 적 있어?"
재하는 손을 아무렇게나 훌훌 털더니 고개를 돌렸다.
"없어." "지인짜아?" "없다니까." "음~ 여자의 감이 말해주는데~ 그치~ 오라방!" "난 남잔데……." "정파 녀석들이 여자라고 착각했으면 그걸로 끝이지." "너무해…." "그래서, 남궁 세가 둘째 공자님이 비녀 선물해 줬단 얘기에 왜 화를 낼까~?"
재하는 스읍, 숨을 들이마셨다. 송파련, 그가 누구인가? 청해단 단주의 귀에 바람을 불고 그 화경의 고수 벽계상의 눈에 단단히 든 인물 아닌가! 알고 싶은 것은 뭐든 알아내려 들고 그 발랄하게 들이닥치는 깡을 감히 재하가 이겨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모르면 바로 주변에서 소문부터 알아내려 들겠지. 진퇴양난이다. 재하는 얼굴을 손으로 덮어 가렸다.
"귀의하는 거면 모를까 정파랑은 좀 그렇지 않아? 결혼 했으니까 더 뭐라고 할 수는 없는데, 일단은 위험하잖아! 감찰국장과 남궁 세가 둘째 공자의 사랑 이야기라니!" "…맞아." "누구는 그렇게 생각 안 하게? 정실도 따로 있는 데다 사파라서 두 배로 돌아버리겠지." "아, 내가… 폐관하는 사이에, 세상이 말세가, 되었구나." "백호님이랑 산삼 캐먹던 사이에 왜 세상이 불탄담, 어머어머." "…사실 아내 버리고 귀의했으면 좋겠지만 욕심이지……."
세 사람은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걸? 아, 당가랑 곤륜파는 제외하구. 파아련이는 사천 당가는 진~짜 짜증 나고, 곤륜파는 찢어 죽이고 싶어서 걔네 귀의하는 건 싫어." "……석가장, 강서 궁문도 귀의하지 않았으면 해…." "사천 당가는 남은 후계도 끊어졌으면 하옵고, 아미파는 속세로 나오지 않았으면 하옵지." "아, 그냥 정파가 좀 끔찍해잉." "……나도 사실은, 조금은." "기실 천마님과 주군께 방해가 되는 것들이 접시 물에 코를 박고 죽어야 할 터이옵지요." "그게 맞지! 아, 이런 얘기는 술이랑 같이 하면 좋은데에~ 아하야, 아하~ 술 없어?" "있사와요. 남편 때문에 속이 좀 타서 독주가 쌓였거든." "현 오라방도 마실 거지?" "아, 나는 술을 못 하는데……." "무슨 소리야! 사람이 누구 욕할땐 술 한잔 곁들이고 안주 먹으면 그게 천마님 부추 꽃밭인 거 몰라?" "나, 난 몰라." "그럼 지금 알아!" "나, 나 몸 약한데." "여기에 안 아픈 사람 누가 있어!! 다 몸도 정신 하나씩 아픈 사람들 모였는데!"
파련이 덥석 붙잡자 현사는 다시금 힉, 놀라다 결국 눈물을 쏟았다. 재하는 그런 현사를 다독이며 능숙하게 침대 밑에서 술을 꺼냈고, 파련은 환호했다. 달콤하지 못한 휴가면 어떠하리, 양껏 마시고 취하며 이야기꽃 피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간인데. 셋은 새벽까지 술을 동내고 서로의 근황, 과거, 친분…… 각종 이야기를 하다, 결국 나란히 모이듯 누워 너 나 할 것 없이 잠에 사정없이 빠져들었다.
야견은 고불의 이야기에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옆으로 까딱인다. 머리가 시계추마냥 옆으로 꺾이는 모양새가 꽤나 우습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니, 고불이 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단순한 힘이 아닌 책임으로 받아들이고있는 모양이다. 힘의 성취가 모자란 것은 물론이고, 평생을 고독하게 살았던 아비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 선언하고 있었다.
“하핫! 그거 말이 되는구만, 독고구검도 지옥 제일 아래층에서 흡족해하지 않을까.”
그러나 야견은 고불의 해답이 맘에 들었는지 무릎을 탁 치며 웃는다. 다르게 보면 거저 얻은 힘, 보상으로 얻은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르는 책무를 따르겠다니. 방향성을 알 수 없기는 해도, 성실한 사람이란 말이지 고불 형님. 자신이라면 분명 이를 어떻게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밖에는 생각하지 않을텐데. 역시 힘은 적절한 자에게 가나 보다.
“글세. 무공의 경지나, 내공이나 실력이 오르긴 했지만 딱히 이렇다! 하고 보여줄 수 있는건 없다는 말이지...하지만 가야할 곳은 정해졌거든. 기관에서 같이 있었던 희중인지 뭔지 하는 양반 기억하슈? 그 양반하고 약조를 했어. 흑천성에서 만나기로.”
대륙의 주요 사파들을 총괄하는 사파의 총본산. 그곳에 들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만으로도 야견에는 크나큰 기회였으며 수확이었다. 전설 속 비급이나, 휘황찬란한 보패보다도 이렇게 현실에서 한발짝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야견의 성향과도 어울리는 것이고.
“그런고로, 손님맞이도 오래할 수는 없을 것 같아. 고불형님, 언제가 되어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만 효도여행 힘내시구려.”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고불에게 인사를 올리고, 마주 뻗어달라는 듯이 주먹을 내민다. 정파들의 곱상한 인사는 아니지만, 같이 죽을 고생을 한 사파 친우에게 바칠 수 있는 그 나름의 예의였다.
"기실 천마님과 주군께 방해가 되는 것들이 접시 물에 코를 박고 죽어야 할 터이옵지요." "그게 맞지! 아, 이런 얘기는 술이랑 같이 하면 좋은데에~ 아하야, 아하~ 술 없어?" "있사와요. 남편 때문에 속이 좀 타서 독주가 쌓였거든." "현 오라방도 마실 거지?" "아, 나는 술을 못 하는데……." "무슨 소리야! 사람이 누구 욕할땐 술 한잔 곁들이고 안주 먹으면 그게 천마님 부추 꽃밭인 거 몰라?"
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스주의 전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만담 파티라니...!!!! 이것이 바로 재하 노 웨이 홈...! 두 캐릭터에 대해 자세한건 알 수가 없지만...(이래뵈도 뉴비) 둘 다 매력있어요 홍홍! 언젠가 만나볼 수 있을까...!
일단 말씀드리고 싶은 게, 사파 재하는 생각보다 많이(진짜 많이) 경박하...다를 넘어서 천박하다에 가까운 녀석이고(???: 형씨, 그래서 어쩔거요. 저거 대가리에 도끼 박아줘 말아. 값은 대충 은전 하나.)... 빨간맛이 강한데 괜찮...으시죵? 우리 깐부잖아(아무말)
“야하하하핫! 좋다! 좋다! 2차 가즈아아! 야 니들 왜 대답이 없어! 이것들 기강이 다 빠졌구만~앙!?”
깊은 야밤. 어딘가의 시장에서 호리병에 든 술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팔자걸음으로 휘청휘청 걸어다니는 큰 소리를 지르는 남자. 한창 술독에 빠져서 부하들에게도 마셔라 마셔라 강요를 하다, 부하들은 눈치를 도망쳐버리고 혼자 남겨진 야견이다. 제정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근처의 빈 노점 사이를 부딫히며 걷는다. 그러니 야견은알지 못했다. 그 술내음 나는 발걸음이 현세인지 어디인지 모를 만약이라는 세상으로 발을 디디고 만 것을.
“...아 취한다....응? 기묘한 냄새가 나는데.”
그 와중에 야견의 코는 주인보다 눈치가 빨랐는지 어딘가에서 풍겨오는 정체모를 혈향(血香)과 육향(肉香)을 눈치챈다. 눈을 돌리자 주변의 노점들이 다 문을 닫은 와중에 푸줏간(肉铺)이라 쓰인 등이 붉게 빛나고 있다. 흐음, 고기라. 돌아가는 길에 한 덩이 사가지고 가면 내일 해장용으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야견은 평소라면 경계심을 느끼고 얼씬하지 않았을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낙일, 저물어버린 태양의 자리를 달이 꿰차려 들었으나 자리를 잃은 달은 어디에도 발 들이지 못하고 어두운 장막만이 하늘을 감쌌다. 이런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어두움 속에서는 무림인은 고사하고 일반 사람도 온전히 목숨 부지하기 어려웠으니 상인들은 일찍이 자신의 목숨을 셈하곤 장사를 접었다. 등 하나 둘 꺼지며 온전한 암흑만이 눈을 가렸을 적, 어느덧 홀로 남은 것은 구석에서 어스름하게 빛나는 붉은빛 하나 뿐이었다.
肉铺.
본디 홍등이라 함은, 흔히들 환락을 위함이라 하였다. 붉은빛에 이끌리면 불야성이요 환락에 몸을 맡길 수 있다 하나 저 등은 환락이라기엔 지나치게 비린 색을 품었으리라. 순간 미풍이 불자 홍등은 희미하게 흔들렸고, 그 붉은빛에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그림자는 일정한 움직임을 보이다 어느덧 인기척을 눈치챈 듯 움직임을 멈췄다. 그림자는 말이 없으나 마치 바깥의 손님에게 어서 들어오라는 듯 재촉하는 듯싶었다.
"어서 오쇼."
그리고 당신이 들어섰을 적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침 고기를 손질하다 칼이 잘 들지 않았던 모양인지, 나무로 되어 소 한 마리는 너끈히 올려둘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대한 도마 위에는 붉은 고깃덩이가 남아있었고, 푸줏간 주인은 뒤도 돌지 않고 있다 숫돌에 대충 갈던 육중한 도刀를 등불에 두어 번 비춰본 뒤 한구석에 내려두고 나서야 고개를 돌렸다. 빗질 잘 하지 아니한 흰머리를 아무렇게나 질끈 올려 묶고, 앞섶은 풀어헤친 것이 관리 안 된 야생동물 같으나 그 원판은 신이한 미 품고 있으니 당신이 익히 알던 얼굴이리라.
"형씨는 어떤 홍등을 보고 왔나?"
다만 본질은 달랐다. 아무렇게나 턱을 괴며 일소하고는 당신 느긋하게 쳐다보는 것이, 어찌 몸가짐 하나하나에 예의를 담고 교국에 대해 찬미하며 그 자체를 사랑하던 존재라 할 수 있겠는가? 짐승 같은 사내가 농이라는 듯 손을 두어 번 내저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홍등의 비린 붉은 빛. 터벅터벅 자연스럽게 그 끝으로 걸어가는 야견의 최기어린 발걸음은 스스로는 알아채지 못했으나 마치 불으로 달려드는 나방을 닮아 있었다. 위협이 있음에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아니 어쩌면 알아채지 못한 척 하고 달려가는 것은 무림인의 본능인지도 몰랐다.
“크핫, 주인장 농담이 꽤나 대단하신데. 고기 써는 솜씨도 그만 했으면...어?”
농담에 농담으로 답하며 고개를 들어올려 자욱한 육향과 혈향의 진원지를 확인한 야견. 그러자 좀 전까지 몸에 서린 취기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이 한순간에 달아난다. 야견의 표정 역시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이 멍해지고, 입에서는 이름이라기보다 의문에 가까운 말이 흘러나온다.
“재하도령....?”
그도 그럴 것이 투박한 푸줏간 중심에, 자신이 살면서 보았던 가장 아름다운 사람 중 한명이 숫돌에 고기 써는 칼을 갈며 서있는 것이아닌가. 거기다 자신에게 세심히 빗는 법을 알려주던 머리칼은 아무렇게나 질끈 묶여져있고, 거기다 앞섬은 풀어해친 채가 아닌가. 얼굴은 잊을래도 잊을수는 없지만 행동은 너무나도 다르다.
“아니, 교국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기서 뭘 하는...?”
눈앞의 현상에 괴리감 이상을 느낀 야견. 어째서인가 머릿속에 소싯적 산길에서 마주쳤던 표범이 떠오른다. 막 사냥한 피가 흥건한 사슴을 입에 한가득 물고서, 작달막한 인간에겐 관심없다는 듯 갈 길을 가던 그 야수가. 그저 태어난 바 그대로 사냥하고, 먹고, 살아갈 뿐인 짐승이건만, 인간이 짜낸 그 어떤 직물보다 고상한 미를 지녔었지. 눈앞에 있는 재하, 혹은 재하를 닮은 누군가에게는 그런 아름다움이 있었다.
숫돌에 대충 갈렸다 한들 육중한 도와 함께 산 지 몇 년이 되었는가? 두어 번만 갈아도 고기만을 썰지 않겠다는 듯 선득하게 빛을 발하는 요물이다. 이 정도면 좋다. 투박한 칼을 한구석에 내려둔다 한들 재하의 곁에서 멀게 있지는 아니하였다. 당신을 훑는 눈길은 느긋하고, 취기에 절어있다 한들 저 사람 취했구먼, 생각하는 것은 이미 표정에 다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당신의 예기치 못한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눈썹 또한 까딱이는 것이 영 제 감정 숨기는 것은 못 하는 사람인 듯싶다.
"어찌 그런 표정으로 봐. 요괴인 줄 알았나?"
흰머리에 색이 다른 눈이니 그럴 법도 하겠다마는, 들려오는 대답은 또 의외인지라 재하 대충 턱을 괴며 기댔던 몸을 일으켰다.
"그 이름으로 안 불린지 좀 됐는데. 입 싼 녀석들이 또 있단 말이야… 그런데, 교국?"
반응 보니 고기 사서 바로 돌아갈 사람은 아니겠구나. 재하는 구석에 아무렇게 둔 의자를 발로 슥 끌어와 앉았다. 한쪽 다리를 무릎 위로 올리고, 턱을 괴는 모습 너머로 당신을 훑는 눈동자가 날카롭다. 사냥감인지, 아니면 같은 포식자인지 훑듯 한 번 위아래로 가늠했다.
"그쪽, 하오문도요?"
툭 던지는 질문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소속이 어디냐, 무림인이 내 이름을 왜 아느냐, 교국 얘기가 왜 나오냐……. 앞발을 내디디는 맹수처럼 느긋하게 손 뻗는다. 도마 위가 아닌, 바로 앞 탁자 위 투박하게 썰린 고기 조각 하나를 입에 툭 던져 넣으며 재하는 나지막하게 입술을 달싹였다.
"내가 분명 어떤 정보를 물어와도 같이 일은 안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니면 정보 사와서 속 긁어보려는 놈팽이인가?"
이제 보니 목소리 또한 다르다. 재하의 목소리가 나긋하다면 이것은 나긋하지만 그 높낮이가 달랐다. 어딘가 초연하던 목소리와 달리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서려있었으니.
"뭐, 맞든 아니든 싸우면 나야 좋으니 상관은 없지만. 그쪽, 교국 얘기가 왜 나왔는지 말이나 해보쇼. 내가 못 배워서 사람 낯짝 기억하는 재주는 없지만 그쪽 같은 무림인은 기억 못 할 리가 없어서 말이야."
게 누구요? 재하 길고 가늘게 미소 지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간교한 미소와 슬쩍 보이는 송곳니가 거대한 고양잇과 맹수의 느긋함을 빼닮아있었다.
취기에서 깨어난 야견은 눈앞의 상대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과 표정을 찬찬히 살피더니 꽤나 빠르게 결론을 내린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재하도령은 솔직히 웃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 있는 근간은 쉽사리 표정으로 드러내는 사람은 아니었다. 굳이 말한다면 그래,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가 있다면 저러지 않을까. 오히려 저치가 말하는데로 요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납득하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오문? 거 고기는 잘 보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보는 눈은 더 키우셔야겠수다. 이렇게 곱상한 거지가 어디 있겠소?”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낮춰 또 다른 재하도령과 눈을 맞춘다. 턱을 괴고 자신을 살피는 날카로운 눈. 마치 설표가 사냥감을 보고 침을 고는 듯한 예리한 송곳니. 무언가 수가 틀린다면 도축되어 입가심거리가 되는 것은 야견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기세다. 그러나, 야견은 오히려 이런 살벌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고는 농을 섞어 대꾸한다. 마치 먹잇감 냄새를 맡고 그르렁거리는 늑대를 닮아있는 표정이다.
“간단하지만 별스러운 이야기야. 교국에서 그쪽과 같은 이름과 얼굴을 한 높으신 나리를 본 적이 있거든. 이름이 같다면야 그럴수도 있겠다며 넘어가겠는데, 눈 색까지 같으니 정말로 둔갑한 요괴인가했지.”
야견은 그렇게 말하고는 고기를 써는 탁자 위에 팔을 올려둔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편히 자세나 잡고자 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편한걸로 치면야 싸우는 쪽이 몇배는 좋다만, 싸우는 것 만으로는 눈앞에 있는 이 불가해한 상황의 전모를 깨닫기는 어려울테니까.
“그러고보니 남 이름을 멋대로 불렀으니 내 이름도 까는게 예의겠지? 야견이요. 일단은 파계회 중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속내로 하나 둘 가늠해 본다. 내가 아는 재하 도령? 푸줏간 운영하는 평범한 인간에게 도령이란 말이 왜 나오는지, 생판 초면인 사람이 뭘 아는지. 단순히 머리 돌아버린 광인인가? 하오문도에게 어쭙잖은 정보 주워듣고 호기롭게 싸움이라도 붙어보려 왔다기엔 지나치게 무르지 않나. 고기 한 점 더 집어 들까 생각했을 적, 재하는 눈을 빤히 마주하다 낄낄 웃었다. 날카로운 웃음이었다.
"눈짓만 해도 아낙들 절로 후리는 천한 놈도 있는데 곱상한 하오문도가 설마 없겠나 생각했지, 난."
마음에 들었다. 눈치도 빠르고, 술도 빠르게 깬 것 같고. 숲에서 간혹 마주하는 늑대들이 그리 영민하던데 딱 그쪽이다. 저거, 안 그런 듯 살다가 나중에 거슬리는 건 목 물어버릴 놈이구먼. 아직 자신을 안다는 사실이 거슬리지만 당장 고이 모셔둔 칼 쥐어 저기 있는 고깃덩이랑 똑같이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의자에 등을 기댄 재하는 한쪽 입술을 픽 올렸다.
"교국에서 나랑 같은 얼굴에 이름 가진 높은 놈이 있다고? 하하! 그것참 살면서 들은 소리 중에 가장 재밌는 농담이구만, 거 자리 눌러 꿰찬 놈이 요괴 아니겠나? 교국이 괜히 마교라 불리는 것이 아니듯, 그쪽엔 요사스러운 것들 많다고 들었는데."
재하 잠시 생각에 빠진 듯 눈 슬쩍 굴리며 도마 위에 있는 고깃덩이를 보았다. "……생각해 보니 짜증 나는데. 그 *같은 곳에서 버틴 것 같잖아." 작은 중얼거림이 음산하다. 교국에서 자신을 빼닮은 녀석이 있다니, 비겁한 녀석이다. 그리고 긴 손가락 쭉 펴서 한곳을 가리킨다. 의자 하나가 구석에서 얌전히 자리하고 있었으니, 가져와서 앉으라는 듯하다.
"야견이라! 이름 한 번 끝내주는군. 파계회면 거 고기 먹는 땡중이라 할 수도 없고 말이야!"
스님이 고기라! 박장대소하듯 깔깔 웃던 재하는 아예 의자에 늘어지듯 앉더니 근처에 있던 투박하게 썬 고기 조각을 하나 더 입에 던져 넣었다.
"재하 말고 귀태니 백정 놈이니, 기생 오라비니, 기름집 가정 파탄 낸 망나니니 편할 대로 부르쇼. 여기 사람들은 다 그렇게 부르니까. 무엇보다 그 이름 버린 지 10년은 넘었어."
하나 먹을 게요? 오늘 잡은 놈이요. 재하는 이야기 값이라는 듯 작은 도마를 슬쩍 손으로 집어 들었다. 소로 추정되는 고기가 투박하게 썰려 있으나 붉은 기운 싱싱하기 그지없다.
야견은 질투난다는 표정으로 또 다른 재하를 익살스레 흘려보더니 긴 손가락으로 가리켜진 의자에 터벅터벅 걸어가 털썩하고 걸터앉는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아무래도 교국의 높으신 재하도령도, 시장바닥의 푸줏간 주인 재하도 요괴는 아닌듯했다. 이래뵈도 절간에서 큰 몸이니 요사스러운 것들을 구분하는 재주는 있었으니까. 그럼 야견이 어딘가에서 느끼고 있는 이 위화감은 무엇일까. 요괴가 발하는 요기가 아니라면 무엇이 신경쓰인단 말인가.
“*같은 곳이라.....”
야견은 살짝 흘려진 음산한 욕지거리에서 그 위화감의 편린을 눈치챘다. 앞서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가 있다면 이런 진풍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했었지. 그러나 지독하게 다른 두 사람이 공유하는 과거가 있다면?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럼 백정 양반, 어차피 장사도 접어야 할 시간인 듯 한데 이야기나 좀 들어볼까. 안주는 핏기 도는 좋은 고기가 있겠다. 술은 내가 쏘지.”
야견은 고기먹는 땡중을 이야기하며 깔깔 웃는 재하가 맘에 들었는재 허리춤에서 표주박에 담긴 술을 들어올려 흔들며, 자리에 놓는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사람과 꼭 닮은, 그러나 분명히 다른 자의 눈을 바라보며 묻는다. 표범의 꼬리를 밟는 짓거리긴 하다만, 지금이 아니면 못할 짓거리니.
“백정 양반, 시장바닥 출신은 아니지? 내가 시장 바닥 출신이라 대충은 알거든. 몸가짐에 뭔가 고상한 기운이 껴있어.”
날선 송곳니 드러나게 웃는 표정이 짐짓 얄밉다. 교국의 감찰국장 재하와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임은 틀림없다. 경박하고, 때로는 천박하며, 하물며 상대가 절정의 무위를 가진 강자임에도 시종일관 자신의 태도를 고수했으니. 조금만 대화의 물꼬를 튼다면 음험한 이야기도 곧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야말로 야생의 짐승과 같은 인간이었으리라. 당장 날것을 하나 집어먹는 작태도 그러하고, 당신의 태도를 이따금 가늠하는, 등불 사이로도 투명할만치 쨍한 색 번들거리며 드러내는 눈알도 그러했다.
*같은 곳. '그' 재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언사.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내려놓을 수 없는 기억이 있기 마련이옵지요. 같은 말로 뭉근하게 돌리거나, 마두들이 있는데 뭐 하러 거기 산대? 같은 말로 넘길 수 있을 터인데도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반응은 있기 마련인 듯하다. 술 이야기에 낯짝 환히 펴진다.
"뭘 좀 아는 사람이군! 고상하게 꽃다운 시절 사부에게 머리를 깎여 승복 걸치는 중들은 이런 맛을 모르지."
당신의 추측은 완벽하게 들어맞았으리라. 곤극 대사를 서슴없이 인용하는 모습을 뒤로 재하는 눈을 마주치더니 늘어져있던 허리를 숙이며 대충 손을 뻗었다. 그리고 표주박을 향하던 손이 잠시 허공을 배회했다. 시장 출신이 아니라는 언질 때문이었다.
"……."
잠시간의 침묵을 뒤로 손이 무서운 속도로 고기 써는 칼을 향하더니, 자루를 쥔 손을 뒤로 쿵! 소리가 났다. 첨예한 칼날이 깊숙하게 탁자에 꽂혔으나, 오로지 칼날만이 탁자에 꽂은 어떤 연유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단순한 위협이거나, 혹은 그만큼 예민한 주제거나, 강자인 당신임을 알기 때문에 사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산발이 된 머리 사이, 차갑다 못해 얼음장같은 눈길 사이로 기묘하게 웃음 지은 재하는 새하얘질 정도로 칼자루를 쥔 손 너머로 음산히 속삭였다.
"마시기도 전에 맛을 떨어지게 하지 마쇼."
아마 위협이었던 모양이다. 경지 차이 알면서도 퍽 제멋대로인 놈이다. 칼자루를 쥔 손을 떼고 날고기 한 점 집어 든다. 피 빼지 못했던 놈인지 제법 길게 잘린 것을 입에 물자 입가에 붉은 핏자국 남는다.
"다만 용서해 드리지. 그쪽 처음에 물어다준 빌어먹을 교국 출신 재희년 얘기는 오래간만에 들으니. 말해보쇼, 내가 시장 바닥이 아니면 어디 출신이라 예상하고 있나?"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가 있다고 해보자. 머리카락의 개수마저 같을 정도로 쏙 빼닮은 쌍둥이가. 그러나 그 쌍둥이가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갈라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면? 야견은 눈앞에 나타난 불가해한 현상을 그리 이해하기로 결심하고 좀 더 파헤쳐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그것은 눈앞에 있는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한 참견에 지나지 않았으나, 사파끼리의 대화에 그런 것은 무례 측에도 못드니 말이다.
“에헤이, 안주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지. 쓴맛으로 입맛을 달궈놔야 술이 잘 들어가는 법이야.”
마찬가지로 식사자리에서 칼이 오가는 것 역시도 사파들 간의 대회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야견은 얼음장같은 눈길과 붉은 핏자국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이’ 재하를 달래듯이 손사래 치고는 마찬가지로 날고기를 한 점 집어든다. 경지가 높아서 여유를 부리거나, 상대를 얕보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응당 이 정도 반응이 돌아올 줄 알았기에 놀라지 않는 것 뿐. 법화심법이 오르며 나름 냉정을 유지하게 된 결과, 어떤 의미로서는 성장일 것이다.
“...어라, 이 고기 진짜 맛있는데....?”
그러나 그 평정은 입안에 넣은 고기의 맛으로 무너진다. 눈이 휘둥그래지는 야견. 별 간을 하지 않아도 찰지게 혀에 달라붙는 맛으로도 이 정도라니. ‘이’ 재하나, ‘그’ 재하나 무림인이면서도 다른 일에도 진심으로 임하는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일지도 모르겠다.
“글쎄올시다. 내가 잘은 모르지만 좀 전에 중을 들먹일 때, 어딘가의 극에 쓰인 대사를 말하지 않았나.”
문관의 집에서 자란 티를 내고 싶지는 않다만, 알고 있는 바라면 써먹어야지. 야견은 고기맛의 여운을 더 즐기려는 듯이 술잔 둘을 꺼내 하나는 자신, 또 하나는 ‘이’ 재하에게 밀며 술잔을 따른다.
어찌 되었든 파계회라면 정도正道를 걷는 사람들은 아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격식이 빠지게 되고, 성격이 서로 잘 맞을수록 이런 칼부림 정도야 애교다. 쓴맛으로 입맛 달군다지만 어지간히 써야지, 그렇게 뱉을까 싶다가도 재하는 그저 날카롭게 한 번 웃는 걸로 넘어가기로 했다. "퍽이나 그렇겠구먼!" 하고 농담 던지는 것은 빼먹지 않았다. 핏물 가득한 고기를 잇새로 자근자근 깨물면 흰 치열을 붉게 물들이고, 입안엔 깔끔함이 필요하게 된다. 가령 술이라든지, 아니면 통쾌한 대화도 괜찮겠다.
"다음에도 시간 나면 오쇼, 그땐 갓 잡아 근육 뛰는 놈으로 한 덩이 드리리다. 이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다른 쪽이 헌신하는 모든 행위에 진심이라면 이쪽은 고기 보는 눈 하나는 진심이리라. 본디 육肉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다. 한 생명을 유지하고 구성하는 실존적인 것! 손가락 하나에도 육중하게 들어차는 것. 각자 자신의 예술을 찾은 셈이나 다름없으니, 보기에 더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았을 뿐이다. 환경에 휘둘리며 자란 것이 아니라, 재하라는 인물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물론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며 예찬한다면 질색할까 싶어 재하 알아서 입을 다물기로 했다.
"거기까지 알고 있었다면 그쪽도 시장바닥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뭐, 상관 없나."
재하는 다리를 꼬더니 한쪽 입술을 비뚜름하게 올렸다. 잠시 과거를 회상하듯 고개를 슬쩍 기울인다. 이내 기이하게 미소 짓더니 술잔 받아든다. "위로 조금 더 팔을 올려." 그리 말하고는 낄낄 웃었다.
"신강에는 말이요, 홍화루라 하는 곳이 있수다. 술 찌든 내, 분내 가득하고 그만큼 여인들 땀냄새도 가득한 곳이지. 예술과는 거리가 먼 곳이요 탐욕이 눈에 가득 들어차고 숨기려 드는 기색도 없는 루주 하나 자리하니 선비들은 교양 떨어진다며 가지 않으려 들고 왈패들은 저런 곳 담당하기 싫다며 밀어내는 곳 말이요."
술잔을 호쾌하게 들어 마신다. 설명을 듣기만 해도 하급, 아니, 그 아래를 기는 기루임은 틀림없었다. 급하게 마신다손 쳐도 몸 놀라는 기색이나 취기 없으니 술 강한 것은 확실한 터다.
"그곳에 머리 새하얗고 눈 색깔 다른 막내 있으니 이름은 재희요 기녀 하나가 '주워왔다'며 데려왔던 녀석이었네. 그것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교양 떨어진다며 싫어하던 선비들도 눈길 주고 왈패들도 슬슬 탐을 내니, 자라기만을 기다리고 손 뻗으려 안달이었지. 그러니 루주가 어찌하겠어?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완벽한 계집으로 키우려 들었지. 사내인데도 말이야…… 그런 쪽도 가끔은 필요하지 않겠어?"
재하는 술잔을 손 위에서 돌렸다. 경박한 태도요 무례하기 그지없으나 차라리 그게 낫다. 잔 따르겠다는 듯, 당신에게 표주박 달라는 양, 손가락 까딱인다.
“허어, 내가 맛본 고기 중에서 제일 맛난 녀석이구먼, 이것도 한 끗발 떨어지는 놈이라는 이야기인가...고기를 잡는 일도 사람 잡는 일 이상으로 심오하구만. 한 수 배웠수다. 백정선생.”
야견은 마찬가지로 고기를 뜯어 잘근잘근 씹더니 그리 읊는다. 백정선생이라, 어찌보면 비꼬는 호칭처럼 들릴수도 있겠지. 그러나 야견은 느낀바 그대로 칭찬하고 있는 것이었다. 백정인 것이 사실이니 백정이라 부르는 것이고, 인정할 바가 있으니 선생이라 부른다. 그뿐인 이야기다. 만약에 고기(肉)에 대해 이야기를 더 풀었다면, 좋은 안주거리라 생각하며 귀를 기울였겠지.
“쯧, 남 뒤를 캐고 다니는 놈은 곧 뒤가 캐인다더니 딱 그꼴이군. 그렇수다. 완전 시장바닥 출신은 아니고 시장에 굴러 떨어졌다고 하나. 여튼 이야해보실까.”
야견은 지지않고 받아치는 ‘이’ 재하에게 한방 먹었다는 듯이 쯧 소리를 낸다. ‘그’ 재하는 예의는 깍듯해서 이런 일은 없었는데 말이지. 그리고 이어지는 참담한 이야기. 신강의 홍화루라는 저급한 기루. 그리고 그곳에서 주워져 여자로 키워지게 된 아름다운 소년. *같은 곳이라는 앞선 발언조차 귀엽게 여겨질만한 참담한 삶이었다.
“젠장, 아까 했던 말 취소. 쓴맛으로 입만 달군다지만 너무 써서 술이 잘 안들어가는군.”
야견은 손 위에서 경박히 돌아가는 술잔에 술을 쪼르륵 따른다. 저런 무례한 태도가 차라리 반가울 정도니 말 다 했다.
"백정 뒤에 선생이라! 마음에 드는구먼. 여기 사람들은 뭐, 대우는 해주긴 해도 꺼림칙하게 생각해서 말이지. 제대로 대우 받는 느낌이야, 야견 선생!"
고기란 다 같다. 어디를 어떻게 쳐야 죽는지, 어떻게 해야 움직일 수 없는지 또한 같다. 대신 그 종류가 다를 뿐이며, 사람 잡는 일 이상으로 심오하다는 평가 받는다면 그야말로 극찬 아니겠는가? 무릎을 탁탁 내리치며 웃는 소리가 제법 경박하고 웃음의 높낮이는 교국의 재하와 달리 높은 편에 속했다.
"뭐어, 사람이 다 그런 법 아니온지요?"
이후의 대화에서 보인 당신의 반응이 썩 재미났던 것일까, 재하의 눈이 가늘게 휘었다. 거 재밌는 사람이네. 남의 인생사일 뿐인데 어찌 저리도 공감하듯 반응할까? 사파 치고는 지나치게 무른 것 아닌가 싶었으나 달리 생각하면 사파조차 끔찍하다 생각하는 과거가 아닌가도 싶다. 술 쪼르륵 따르는 모습에 재하는 눈을 느릿하게 굴렸다. 그래서 뭐가 어쨌단 거지, 내 과거 거지같다고 지금도 거지같진 않은데. 잔이나 한 번 맞대자는 듯 엄지와 검지로 대충 그러쥔 잔을 까딱인다.
"우습군."
이건 어쨌단 거지? 같은 생각으로 퉁칠 순 없겠다. 교국의 재하도 이런 어조를 쓴다고? 재하는 자신의 과거와 당신이 전해주는 정보를 천천히 되짚을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그렇게 좋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추측은 할 수 있었다. 자신을 아는 듯한 기묘한 태도, 교국에서 있었다는 자신의 쥰재, 그리고 사파 상대하는 자신이 본 적 없는 자칭 파계회 중놈. 파계회를 참칭하면 나무아비타불 극락왕샌 하라며 머리를 깨버릴 놈들인데 너무 자연스럽게 파계회라 하니.
"아무튼 그 재희란 녀석은 양갓집 규수같은, 아니, 책에서만 나올 법한 여인들의 어조를 배우지 못하여 혁대요 솥뚜껑같은 손으로 맞으며 자라였지. 예술에 대해서도 회초리를 휘두르는 것 서슴지 아니하였고. 그러다 도망쳤어. 말도 못할 끔찍한 일을 겪기 직전에…… 근처에 있던 장식용 단도로 루주를 찌르고."
재하는 거대한 도마 위, 손질하다 아무렇게나 늘어진 고깃덩이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이제 보니 고깃덩이 털가죽 벗긴 것인가 싶었건만 길고 새카만 터럭 보니 필히 네발로 걷는 동물은 아니었으리라. 아니, 목숨만은 살려달라 빌 때는 네발로 기었겠지.
"그런데 말이야, 야견이라 하였지? 하나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 그 신강의 재희란 미인은 내 알기로 단 하나밖에 없고, 지금도 하나밖에 없지. 난 쌍둥이가 아니거니와 고아거든."
“뭐 민초들이라는게 다 그런 족속 아니겠어? 겉으로는 대우하는 척 하지만 뒤에서는 욕이나 하고 다니지. 그쪽 없으면 말라 비틀어진 풀쪼가리나 씹고 있을 샌님들이. 우리 파계회를 보고도 협객 나리라 치켜세우면서도, 뒤에선 고기씹는 중놈이라고 욕할걸?”
경박한 웃음소리와 대화, 기우는 술잔, 거기에 좋은 안주까지 있으니. 간만의 통쾌한 술자리에 야견은 깨버렸던 취기가 올랐는지 높은 웃음소리에 맞장구를 치며 웃어댄다. 다만, 그러다가도 ‘이’ 재하에게서 ‘그’ 재하의 말투가 나오자, 다시금 눈썹이 올라간다. 이거이거 영 적응이라곤 되지 않는구만. 야견은 까딱이는 잔을 눈치채고 잔을 맞대며 다시 입을 연다.
“뭐어, 사람이 다 그런 법이지. 까놓고 말하자면 나도 다른 사람 사정에 일일이 눈물 흘려줄만큼 착한 인간도 못되고....그저 그쪽과 비슷한 전철을 겪었다고만 해둘까.”
‘인간이란 단순해서 자기각 경험한 것들 안에서만 공감을 할 수 있으니’ 그렇게 자기 사정을 흐려가며 언급하는 야견. 저래뵈도 타인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싫어하는 야견치고는 꽤나 용기를 낸 것이었다. 왠일일까. 술이 스민 대화가 속마음을 끌어낸 것일까. 혹은 이 만남이 신기루 같은 것임을 저도 모르게 직감한 것일까? 모를 일이다.
“.....? 그럼 백정 선생 말은 내가 허깨비를 만나 빗질하는 법을 배웠단 말인가?”
야견은 재희의 이야기가 다다른 귀결에 대해 당연한 결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하가 바라보는 누군가였을 고깃덩이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본다. 죽음으로 끝나는 이야기야 사파에게는 일상이니. 그러나 선득한 눈빛으로 ‘이’ 재하가 던지는 이야기는 쉬이 넘기기 어려웠다.
"그쪽도 평탄한 삶은 못 살았나? 하하, 이런 곳에서 죽이 잘 맞는단 말이지. 오늘은 대단히 운 좋은 날이겠어."
흘리는 웃음이 경박하다. 민초의 뒷말도 그렇고, 비슷한 전철 겪었단 이야기도 그렇고. 잔 맞대다 떨어지니 술자리가 퍽 즐겁다. 씹는 안주가 아닌 뱉는 안주도 흥미롭게 주제가 몇 번이고 바뀌니 더더욱. 저쪽이 얼버무리는 이야기가 궁금해 술김에 물어볼까 싶었건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렇게 하루에 서로 이야기 툭툭 해버리면 다음에 술잔 또 맞댈 때 수지타산이 영 맞지 않으니, 조만간 만나게 되면 탁 트인 들판에서 술잔이나 기울이면서 얘기나 하면 좋으리라. 어디에서 시커먼 도깨비 나온다는 산이 있던데, 거기에서 술 마시고 내려가는 길에 하나 마주치면 퍽 재밌겠다 싶다.
"나야 모르지, 사이한 마공 가득한 교국이라면 충분한 일이긴 하다마는."
재하 고기 한 점 집어든다. 고깃덩이야 뭐, 거슬리는 놈이 있다고 누가 돈 내어주려 하면, 마지못내 받아들이는 척하며 칼 휘둘러 멱 따 가져오는 일. 살수 보다는 조금 더 잔악하게, 그리고 본인 말로는 짐승 잡는다고 표현하는 일의 희생양일 뿐이고. 지금 대화에서 중요한 놈은 아니지 않나? 죽음으로 끝나는 거야 일상이다만, 삶이 지속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구먼! 요즘 기이한 일이 많아서 말이야."
기실 재하 또한 신경 쓰던 것이 있다. 교국의 높으신 분 재하, 아리따운 외모와 함께 자신의 가장 부끄러운 과거에서 살고 있는 존재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하물며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생면부지의 인물이라면,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을 안다면? 여러 가능성을 열었다. 광인, 하오문에게 정보 산 패기로운 녀석, 하오문도. 그렇지만 그 셋 다 아닌 것 같으니. 설마 다른 세계에서 왔겠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낄낄 웃었다. 광인이 아니라면 뭐, 적당히 일상생활 할 수 있을 정도로 미쳐버렸겠지.
"혹시 동정호에 대한 소문을 아쇼? 동정호 물이 기이할 정도로 범람하였다는데 글쎄, 남궁세가가 그 자리를 꿰차고 좋은 보패를 얻었다더군! 무엇이더라, 야명주를 품은 듯한 검이었다고 했나?"
“핫! 제대로 된 삶을 살았다면 어엿한 정파로 살았겠지. 그쪽도 나도 재하 대협~ 야견 대협~ 하고 추켜세워주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런 고상한척 하는 인생은 이쪽에서 사양하고 싶다고!”
야견은 낄낄대며 맞장구를 치고, 다시금 술잔을 들어올리고, 맞대고, 다시 땐다. 거 재밌구만. 처음에는 정체모를 요괴랑 마주쳤다고 생각했더니 아야기해볼수록 썩 괜찮은 양반이다. 다만, 여전히 ‘이’ 재하와 ‘그’ 재하의 관계는 오리무중. 아니, 오히려 이야기하면 이야기할수록 안개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거 참.
“어허, 교국도 사람 사는 곳인데. 그치만 나야 겉핥기로 본것이니 그 안에서는 정말 사이한 마공을 부리는 것들이 가득할지도 모르는 노릇일지도. 짐승도 사람도 거죽을 벗겨보아야 진갈를 알수 있듯이.”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고깃덩이 한점을 집어 물고는 ‘이’ 재하가 말하는 세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뭐? 동정호의 물이 범람하였다고? 남궁세가가 검을 채갔다니? 자신이 겪은 사실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야기. 소문이 와전되었다고 해도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가버리지 않았는가. 완전히 거울에 비친 상의 좌우가 반전되는 것처럼. ....응?
“....이봐 백정 선생, 좀 미친 이야기 같다고 생각되지만, 혹시 야밤에 거울 속을 보면 거기 또 다른 자신이 산다는 어린아이들의 괴담 들어 본 적 있나?”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술잔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내가 지금 그 거울안에 들어온 기분이거든. 이런 저런 것들이 반대로인 세계에 들어온..”
야견은 그 자리에서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끓으며 절을 한다. 원래의 구배지례는 9가지 방식의 절하는 예절이라 했던가. 그러나, 사실 그게 맞다고 해도 눈 앞에 있는 성격 더러운 팔천군이 한 번 절하는 걸로 제자를 받아주지는 않으리라. 일배, 언젠가 이배, 저 인간의 삼배, 얼굴에서 사배, 나를 보고 오배, 한방 먹었다는 육배, 표정을 칠배, 짓게 팔배, 만들어 마지막 구배, 주고 말리라...!!
강건은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상대도 마찬가지로 창을 정면으로 세우고 앞으로 달려듭니다.
쿠웅! 쿠웅!
상대가 한 발자국 뛸 때 마다 강렬한 굉음이 터져나오고 강건의 발걸음은 그와 대비되도록 조용하고 가볍습니다.
채앵 - !
검과 창이 한 번 엇갈립니다. 둘은 동시에 오른쪽으로 허리와 발을 움직여 몸 전체를 돌립니다.
까가가가각....
검과 창이 맞서고 둘은 상체를 앞으로 숙인뒤 서로 노려보다가 창과 검을 뒤로 살짝 움직이며 힘을 뺍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연격. 폭발음이 울리면서 둘이 수십번을 부딫힙니다.
"크..."
상대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지만 강건은 놓치지않고 기세를 이어갑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세 발자국. 네 발자국. 다섯 발자국.
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긱!!!!
그 때 상대가 다시 한 번 창을 아래로 내리고 하단을 공격해옵니다. 이건 막을 수 없습니다. 강건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뭅니다. 이건,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대로 패배할 것인가?
누군가 비웃는듯한 환청이 들려옵니다. 아니, 사실 환청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 이게 전부더냐?
광기가 서린 웃음소리. 세상은 느리게 움직이고 상대의 창은 어느새 발목 지척까지 왔습니다. 결단을 내려야합니다.
- 내가 있다면 순식간이다. 너도 그걸 잘 알텐데?
꾸우욱.
한마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핏줄이 튀어나오고 온 몸에 힘이 들어갑니다. 하하, 이럴 때 스승님은 힘을 빼라고 하셨는데, 오늘은 그 가르침을 이어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때 웅웅웅하고 검명이 일어납니다. 창은 이미 발목을 베기 직전. 강건은 한마검을 들고 적의 명치를 겨눕니다. 한마검이 울리면서 자신이 움직이려합니다. 강건은 손에 쥔 힘을 빼고 검에 몸을 맡깁니다. 그러자 한마검이 그대로 앞으로 움직입니다.
한마류 팔한검 - 학학파
파앙 - !
발목이 베이는 동시에 상대의 명치보다 살짝 아래가 꿰뚫립니다. 서로 죽이고자 하는 대련은 아니니 어쩔 수 없지만 실전이었다면 상대는 분명히 죽었을겁니다.
푸확!
피가 튀고 강건은 그 자리에 쓰러집니다. 상대는 잠시간 서있다가 앞으로 고꾸라집니다.
잠시간 정적이 주변을 지배합니다.
. ..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강건이 승리했습니다. 한마검의 정보가 변화합니다.
【 한마검寒魔劍 】 한마문의 보검. 투마문, 한마문, 염마문. 세 개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교국의 무관 중 하나, 한마문을 상징하는 보패이자 투마삼왕 한마의 힘이 깃들어있는 절세보검. 한마검은 '신검'의 일종으로 이를 소유한 자에게는 강대한 내공과 힘을 증폭시킨다고 알려져있다. ?? ?? ?? - 명검 : 정체모를 영물의 뼈와 내단, 한철을 섞어 만들어진 명검입니다. 검기에 버텨낼 수 있습니다. - 미약한 영성 : 아주 미약한 자아를 가집니다.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합니다. - 투마삼왕, 한마의 어검 : 36장로 이후 승천한 한마문의 사조 한마의 기가 서려있습니다. 전투 중 단 한 번, 위기에 처했다고 스스로 판단되었을 때 어검술이 펼쳐집니다. - 분화어검 : 내공을 100 소모합니다. 한마검과 똑같은 모습의 얼음검을 소환합니다. 어검술을 행할 수 있으며 한 레스에 내공 10을 추가적으로 소모합니다. - 신검 : 보유 내공을 2배로 상승시킨다. - ?
한마검의 봉인이 해제됨에 따라 강건의 상태창이 갱신됩니다.
【 강건 】 경지 - 절정 간극 - 극 내공 - 250년/250년 세력 - 천마신교(분타원 -3) 정신 - 4단계 명성 - 3단계(교국한정 : 4) 재산 - 은화 0(은화 10개 무관 배틀 도박에 걸었음) 인물 호감도 - 3 정신타격&부상 - 3 도화전 - 0 강점 - 의좋은 형제들(-3), 친화성(-1), 무골(-1) 약점 - 절맥(+3) 무릉도원 물품 - x
>>319 【 혜신공 】 사파의 오래된 기초 무공 중에 하나. 언제부터 전해져 내려왔는지는 모르지만 저잣거리에 꽤 많이 나돌아다니는 편이다. 저잣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 무공으로 그 내용은 뛰어나다거나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외공의 기초를 다루고 넘어가는데에는 나쁘지 않다.
【 백사보白蛇步 】 백사보의 묘리가 담겨있는 낡은 책. - 사용시 백사보를 익힐 수 있다.
#익힙니당
【 백사보白蛇步 】 고서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오래된 사파의 기초 보법. 언제부터 내려왔는지 알 수 없으나 운이 좋다면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다 만날 수 있다.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무공이기에 그 심득은 뛰어나지도, 훌륭하지도 않으나 보법의 기본을 다루고 넘어가는데에는 충실하다.
"이야. 이거이 참 맛이 좋수다." "그러니까네 많이 먹어야한다. 알간?" "알겄수다. 그런데 참말로 이것들은 돈이 많은가보오." "천마인지 뭐시긴지가 하늘에서 금덩이라도 떨어뜨려주는거 아니오?" "야야. 말이 많다. 그리 말 많아서 밥덩어리 목구녕에 잘 들어가기라도 하겠니? 입다물고 먹으라." "그런데 거 언제쯤 일어나요?" "거참. 뭐 그리 궁금증이 많니? 우리는 그냥 앉아서 밥이나 축내면 되니 가만있으라."
야견은 공손한 어투로 웃으며, 이를 간다. 아 그래 할 수 있는게 없네요! 망할! 그리고 야견은 계호준이 안내한 곳으로 가 자신보다 먼저 입문한 사저를 보러 간다. 잘 울게 생긴 여성이 단검을 쥐고 열심히 수련하고 있지만, 의구심이 솟구친다. 저 움직임 뭐야.....여기 흑천성 아닌가? 실력주의 하나로 무림을 재패한 사파의 총본산. 그런데 저런 2류를 수제자로 두고 있다고?
"솔직히 그럴 시간이 아깝기에 괴롭힐 생각은 없습니다만... ...어림짐작하건데, 사저께서는 뭔가 숨기고 있는 것, 혹은 숨겨진 것이 있는게 아닙니까?"
야견은 손가락으로 턱을 긁더니 계호준에게 당돌히 그리 묻는다. 그도 그럴게, 이 성격더러운 양반이 베푸는 마음으로 재능없는 자를 들였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군요.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금사저! 저도 잘 부탁합니다!"
야견은 속에서 뭔가 나오려는걸 참고, 시리어슬리? 하는 표정으로 팔천군을 원망과 어이없음이 섞인 눈으로 바라본 다음. 비즈니스 스마일로 다시 화알짝 웃으며 금양지에게 포권지례를 한다. 친근하게 보이고 싶었는지 금사저라는 호칭은 덤이었다. 팔천군 이 양반, 혹시 제자를 들인게 아니라 돌봄이가 필요했던거 아닐까. 왠지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글쎄요....어릴 적 파계회에 들어간 년수는 꽤 되었지만...익힘이 부족해 2가지 밖에 익히질 못했습니다."
둘 다 오의까지 다다랐지만. 어쨌든 상대를 배려해 거짓말은 안 하는 야견이었다. 그치만 답답하다...답답해...
>>405 다들 중원의 주변으로 급하게 모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모이지는 못했습니다. 습격이 너무 순식간입니다...! 대부분은 여전히 습격당하고 있거나 중원같은 지휘권자들의 지휘를 받아 소규모로 응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원에게 모인 사람들은 끽해봐야 40여명 정도. 그러나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중원은 사람들을 원형으로 모은 뒤 기감을 넓게 펼칩니다...
이런.
습격자들의 기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습격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중원은 순식간에 답에 도달합니다.
가설은 두 개.
하나는 아군끼리의 오인공격. 그러나 그러기에는 습격이 너무 조직적입니다. 그러므로 폐기.
둘은, 상대는 살수들의 습격.
그렇다면 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말이 됩니다. 이런 상황을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밤손님들. 무림의 악귀들.
고상한 척이라! 재밌는 말이다. 어엿한 정파는 어울리지 않는다. 의와 협? 그런 것이 당장의 삶보다 중요하다니, 말도 안 된다. 싫은 것은 싫은 것이고, 좋은 것은 좋은 것이며, 죽을 놈은 죽을 놈인데 대체 그런 것이 무엇이 중요한가. 어차피 속내 까보면 자신보다 더 음험한 구렁이 한마리 삼켜 또아리 틀고 있을 작자들이 의니 협이니 하며 서로 눈치를 보고 실속을 챙기려 보이지 않는 전쟁 하는 꼴이란. 재하 술을 쭉 마시니 호쾌하다 못해 이 사람은 술을 물로 아는 건가 싶을 정도로 목넘김이 평이하다. 안색도 멀쩡하고, 눈에도 여전히 총기 돈다.
"그렇지, 내 말이 그 말이요. 사이한 마공 펼쳐서 흉내라도 내었을지 어떻게 아나? 어찌 되었든 기분은 나쁘구먼, 내 낯짝이 반반하긴 해도 따라한다니! 마주치면 가죽을 다 벗겨 매달아야겠어."
자그마한 고기조각 하나를 무슨 산딸기 먹듯 쉽게 손가락 까딱여 입에 던지듯 넣으니 그 꼴이 조그마한 희생양이 야생동물 아가리로 쩍 들어가는 느낌이다. 질겅질겅 고기 씹던 눈이 당신의 표정을 훑는다. 눈이 흔들리지 않았나? 이 양반, 파계회 사람은 맞아? 흑천성에서 사람 보냈다가 싹 깨져서 온 사실은 파다한데. 아니면 뭐 현실을 부정하기라도 하나. 그렇게 생각하다 들은 얘기에 고기 삼키는 것도 잊고 당신을 지그시 응시하니, 미간에 주름이 진다.
"알지, 코흘리개 애들이 어디 무서워 보라고 지은 그 괴담."
잠깐. 재하 눈 가늘게 휘었다. 인정하기 싫어도 재하 또한 당신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교국에서의 재희 이야기를 들으니. 더군다나 요 며칠 용이니 동정호니 세상이 여러 번 들끓지 않았나?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자신이 그런 사실을 믿어줄 정도로 광인이기도 하거니와.
"이보쇼, 야견."
재하 술잔 내려두었다.
"그쪽이 만약 반대인 세계에 왔다고 쳐보자. 그럼 말이 얼추 들어맞지. 재희니 뭐니 하는 것 교국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그쪽이 날 단박에 알아본 것도 그렇고. 내 그쪽 생각에 동의할 수는 있는데 하나 염려되어 묻는 거요. 그…… 여기 왔다고 쳐도,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보다는 돌아갈 방법을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수…?"
“젠장, 질투나는구만. 낯짝도 반반한 양반이 술도 잘 먹네. 그래. 미남끼리 서로 싸워주면 나야 바랄 것 없지! 하하핫!”
야견은 자신의 의견에 찬동해주는 이는 오랜만에 보았는지, 재하의 멀쩡한 얼굴을 보고 웃어대며 술을 다시 들이킨다. 사실 사파들이라 해도 좁디좁은 의협의 선을 지키는 정파들 외의 모두가 사파라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사파 내에서도 여러 인간군상이 있고, 뜻이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다. 그러다보니 술이 더 달게 느껴지는 것이겠지. 암.
“아니아니, 나 지금 미친 놈이라고 욕먹을 생각을 하고 개소리를 뱉었는데 그걸 진지하게 받으면 어쩌란 말이야 백정 선생...! 거울 속 세상이라니 말이 되나!”
야견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내뱉은 뒤, 후회하고 있었으나. 눈앞에 있는 백정이 고기 씹는 것도 잊고 진지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당황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자신이 알던 이와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이’ 재하의 존재 자체가 그 증거 아닌가. 젠장, 미쳐버린 세상에 있으니 미쳐버린 사람의 이야기가 정상이 되는건가. 싶기도 했다.
“.....그쪽 말이야. 역시 장사치로 먹고 살만은 하구만. 아, 칭찬이니 오해는 말고. 문제를 알자마자 급한게 무엇인지부터 찾아내는걸 보면 말야.”
‘이’ 재하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 재하도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감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고기를 잘라내듯 미쳐가는 현실을 똑바로 보고 있지 않은가. 실재로 그 말대로다. 이 상황을 이해하기 보다 돌아가는 길을 찾는 것이 먼저 아닐까.
“....길을 잃었을 때 돌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하나지, 갔던 길을 그대로 가는 것.”
곰곰이 생각하던 야견은 그리 답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무래도 배웅은 힘들 것 같지? 그쪽이 거울 밖으로 나갈 수도 있으니.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으니 묻는건데. 교국의 재하에게 뭐라 말이라도 전해줄까.”
뭐, 예쁘장한 흰색 놈은 자신이면 충분하다. 더군다나 재희 시절 그대로 자란 녀석이면 죽어도 싸다. 일련의 대화가 흐르고 나니 고기 입안에 있던 것 그제야 깨닫고 삼킨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어쩌냐고 당황스레 타박해도 뭐 어쩌겠는가? 보여준 것이 있는데 이 정도는 의심해야지.
"중원은 본디 그런 곳이니, 어찌 하겠수?"
동정호가 범람하고 용이 나타나는 등 원체 기상천외한 곳인지라 어떤 가능성이라도 열고 보는 것이 낫지. 최악의 수를 가정하는 것도 필요한 법이고, 이해할 시간에 목 날아가는 것이 더 빠르니 현실 직시하며 계획을 세우는 법이 낫다! 얼마 남지 않은 고기 조각 바라보다 접시 밀어준다. 가거들랑 조금 더 먹고 가라는 듯. 본인은 다시금 잔 비우곤 예의 날선 송곳니 보이는 특유의 비릿한 미소 지어 보인다.
"그래서, 돌아가게?"
재하 이해한다는 듯 손 두어 번 내젓듯 까딱이곤, 그래도 예의상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마 푸줏간 문까지는 배웅해줄 심산인 듯싶다. 교국의 재하에게 뭐라 전할 말이 있느냔 질문에 재하 웃다가도 눈 동그랗게 뜨곤 응? 하고 되물었다.
"거 장난이 심하구먼. 나한테 보내는 이야기라니!"
파하하! 웃음 뱉지만 고민하게 된다. 행복하라 얘기하기엔 인생이 비슷하다면 단단히 꼬였으니 기만일 터이고, 그렇다고 사람이나 잘 잡고 살라기엔 교국에 남았으니 사람 잡을 녀석은 아니겠지.
"교국의 재하라면 나랑 같은 삶을 산 녀석이겠지. 간결하게 전해주쇼."
잠깐 고민하던 재하 문틀에 기대려 하며 팔짱 끼고 끌끌 웃었다.
"그만 고집 부리고 스승님이나 뵈러 가라고."
어찌 되었든 자신들은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없는데 죽기 전에는 한 번이라도 보아야 하지 않겠나. 그리 생각한 재하는 손을 휘휘 저었다. 배웅은 여기까지라는 듯.
>>457 기야야악!!! 재하주 쏘리하옵니다(맞그랜절)...저도 내일 답레 달 것 가트여....! 사파재하 호쾌유쾌....하지만 어딘가 쌔함은 기분탓인가... >>458 사실 강자는 위장할 필요가 없는 것.... >>459>>460 인도....카레하란!(편견) 뭔가 카레집 이름 같...
“젠장....중원에서 무림인으로 살면서 기묘한 일들 여럿 겪었지만, 이번 일은 그중에서도 정말로 기묘한 일이로세.”
야견은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그렇게 투덜대며 남은 고기를 한움큼 쥐고 씹어댄다. 젠장, 고기가 이토록 맛이 좋으니 아무래도 꿈은 아니겠군. 살아가며 이런 고기는 맛본 경험이 없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술을 한 잔 먹어 고기를 목으로 넘긴다. 젠장, 이런 고기를 거울 속에서나 맛보고 돌아가야 하는건가. ‘그’ 재하도 요리에는 자질이 있으려나.
“아아, 돌아가야지. 난 현실에 뿌리내리고픈 사람이요! 하늘의 신선이나 전설 속 뭔가 따위는 되고 싶지 않아! 어떤 굴욕이 있건 살아남아서 높디 높은 곳에 오를거야! 그리고 좋은 자리 꿰자고, 놀고 먹는 노후를 보낼거라고!!”
야견은 그렇게 대꾸하고는 당장에 갈 채비를 한다. 숨길 생각도 없는 지독한 속물적 욕망. 그러나 그런 욕망에 호응하듯 저 멀리에서 자신이 왔던 곳과 같은 시장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야견의 직감이 지금이 아니면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아, 말한대로 간결하게 전해드리지. 스승님을 뵈러 가라고 말이야. 그리고 이번엔 이쪽 재하의 입에서 그 과거 이야기를 들어볼까. 아무래도 남의 비밀을 편법으로 본 것 같아서 영 찜찜하단 말이지.”
야견은 그렇게 말하고, 씨익 웃으며 달려간다. 한번뿐일 만남을 뒤로 하고서. 아니, 그렇게 단정을 내리는 것은 아직 이를까. 중원은 넓고, 기기묘묘한 일로 가득차있으니까.
인도(힌두교) 신화는 인간이라 해도 수행을 쌓으면 리시라 불리는 일종의 선인의 경지에 올라 신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무시무시한 무림비사식 파워밸런스를 가지고 있어용.
그래서 인간이 수행을 쌓아 자신을 능가하는 힘을 갖는 것이 싫어서, 또는 악인이 수행을 쌓아 힘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인도 신화의 신들은 인간의 수행을 방해하고 잘못된 가르침을 내리곤 해용. 하룡이같은 하위신만 그러는게 아니라 강력한 고위신 중 하나인 인드라조차 리시를 두려워하여 인간의 수행을 수시로 방해할 정도.
의외로 이 사다리 걷어차기 분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신이 바로 부처님이에용!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아는 불교의 부처님이 아니라 비슈누의 9번째 화신으로서 존재하는 힌두교의 부처. 힌두교 교리에 따르면 비슈누 신이 부처의 모습으로 내려와, 악한 사람이 리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상에 거짓 가르침을 퍼뜨린거라고 하는데.....흠터레스팅....어느 쪽이 진짜일까용....? 부처님께 진실을 요구하고 싶어지는 거에용.
음, 쉽게 무시할 수는 없겠군요. 항상 하란이 맛있는 신하들을 보는것마냥 신하들은 하란을 '내단'으로 쳐다보는 느낌입니다. 대체 왜 육지에서나 당할 것 같은 시선이 이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개천궁에서 보이는지 모르겠군요!
- 수련 또한 중대한 일이나 개천궁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아뢰오. - 수련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실 예정이시옵니까? - 수련을 한다한들 근본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사옵니다. 결재하셔야할 일과 서류들이....! - 수련과 일을 함께 하실 수는 없는겁니까?
아아. 이 곳은 중세 중국입니다. 무도한 변방 대머리 댕기머리 오랑캐들이 지배하던 시대가 아니란 말이지요. 찬란하고 아름다운 유학, 공자의 학문이 종교와 윤리 모두를 집어삼킨 무시무시한 '유교사상'이 지배하던 때입니다. 그리고 유교사상은 지배자 즉 군주에게 철인이 되기를 강요하는 끔찍하고 흉악하며 악독한 사상!
적당히 실력이 있어보이는 한 명에게 전음을 날린 중원은 열이 뻗은 것처럼 한 걸음을 내딛었다. 중요한 것은 저들이 단순한 공격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신경쓰고 변수를 만들 수 있는 게 나정도란 사실을 생각하는 것.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로 비취신공의 공능을 끌어올리며 중원은 점점 앞으로 나왔다.
지척, 방심하면 목에 칼이 들어올 거리이지만. 기꺼이 살을 내줘야 했다.
# 비취신공의 공능을 끌어올려 신체의 내구도와 독의 저항을 끌어올리고, 적이 다가와 공격을 하려 한다면 비취신공 9성의 능력으로 지근거리서 내공을 쏘아냅니다. 120/160
에이 몰겠다 올리지 뭐 재하 버킷리스트에용!(최종의 최종의 최종본) 지울 부분은 지우고 추가할 부분은 추가했어용! 병합된 부분도 있음!
- 술 따라주기. 술 따라주기.. 술 따라주기... 술 따라주기.... 술 따라주기..... 높으신 분 술 따라주기... - 남자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남자다운 행위: 여장 - 아~ 시체 쌓아놓고 그 위에서 경극하고 싶다(이런 발언) - 소교주님 올린다 교좌..프린세스 메이커.. 아 이건 엔딩까지 열심히 해보겠어용.. - 조법 혹은 목우(나무 꼭두각시) 얻기? - 그리고 요사한 사술 배우기... 밑줄 쫙쫙 귀태 소리 괜히 들어보겠나용? 어 이거 진짜 이것도 좀 끌려 - 참으로 아름다운 낭자군! / 어 소마는 남잔데;; / 이왜남? = 이런 시츄 가보자고 - 귀신이랑 친해지고 싶다 나 이런 캐 좋아했구나 - 별호 하나 생겨도 괜찮지 않을까용? 열심히 굴러보겠음 김캡은 질문권에 굴려질 준비를 하길 바람 진짜루... 근데 별호에 옥면이나 옥 붙으면 되게 재밌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용 - 그... 멘탈을 한대만 세게 맞아보고 싶어용 가끔은... 있잖아용? 과거 스위치 탁! 켜져선 엉엉 울면서 잘못했어요 하는 심연의 기루재하 꺼내오기 (어긋난 욕망) - 아 이쯤되면! 아시죵? 유구한 전통 패물이든 비녀든 목숨이든(???) 뭐든 받아보기 나도 뭐 하나 받아보자 물질적인 것 - 머리 산발 되고 눈은 짐승처럼 살벌하게 홉뜨고 생사결 거치면서 목에 핏대 세우며 체면 다 내던진 재하 모먼트.. - 꾸밈 최대로 가보자고.. 기절시키겠다.. - 범무구도 성장시켜야 해용.. - 서역에서 단안경 수입해오기 아니면 안경이라도.. - 싸한 재하 모먼트가 보고 싶어용 뺨 한대 후린 뒤에 네깟 것이. 하면서 경멸하면서 내려다보고 싶다 쫙 소리 나야함 - 여타 무협 여고수처럼 비단으로 목 조르기? 이건 되거든용 홍홍! - 소교주님한테 애교 부리면 혼나용?(김캡: 그러다 죽어용)
여기부턴 일상 버킷리스트!
- 절정 찍으면 건이한테 굴림 당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용 특급무관에게 굴림 당하는 감찰국장 - 지원아 난 아직도 몽중 생사결을 바라고 있어 부부싸움(?)은 꿈으로 멱살잡기래 - 하란이랑... 원만하게 지내보기... 갈기 빗어드리고 싶어용 힝잉잉 ㅠ - 중원이 쫄래쫄래 쫓아다니며 형, 여기 꽃이 있어요 조잘조잘 남동생 모먼트 함 해보고 싶어용 환장해라 모용중원 - 고불이도 요괴인가? 하고 경계했다가 서로 술 한잔 마시면서 친해지고 싶어용! 고불이가 고불! 하는 거 귀여워서.. 그런 말투 고불이에게 속성강의로 배워보고 싶다(?) 3인칭 쓰는 고불이 귀 여 워 - 미호랑 찐친이니까 두 사람 이제 사람 쓱싹하면서 신나하는 일상 해야 한다고 봐용 - 야견아 우리도 찐친이 될 수 있다고 봐... 사파재하 만났으니까 스승님 묘 같이 가볼?래? - 수아랑 재하랑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용? 흑백미인 모여서 시체처리 하는거 보고싶다 뭐야 나 캐해가 왜 다 이따위로 가
한마류 팔한검 - 8성 추가 천뢰제왕신공 - 6~9성 추가 천풍검법 - 6~9성 추가 철검십식 - 6성 추가 창궁무애검법 - 6성 추가 교룡검법 - 10성 추가 생장선술 -1~6성 추가 광해방검진 - 6~10성 추가 풍상설우 - 6~10성 추가 화석도 - 10~11성 추가 감모보 - 7~9성 추가 만진창 - 1~6성 추가 건곤대나이 - 1~8성 추가 탁발호장신공 - 1~8성 추가 북위검 - 1~6성 추가 번뇌팔보 - 1~3성 추가 전음입일 - 0성 추가 충액공 - 6성 추가 수라선 - 4~5성 추가 귀영심법 - 5성 추가 천앵 - 1~5성 추가 실전 건가공 - 1~5성 추가 실전 낭아창 - 1~4성 추가
야견은 눈앞에 펼쳐진 광대한 호수, 끝이 보이질 않는 수평선을 둘러보며 푸념한다. 중원 최대의 호수인 동정호. 아침 안개가 호수 전체에 퍼진 안개 때문일까, 당장에라도 동정호에 산다는 신선과 동자가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난번 동정호의 물이 전부 사라졌던 대사건의 나날이 거짓말인 것과 같은 평온한 풍경이지 않은가. 다만 달라진 것은 풍경만은 아니다. 파계회에 동자승에 불과했던 야견 역시 흑천성의 팔천군에게 거둬져 제자가 되었다. 겉모습 역시 흑천성에 적을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듯 검은 비단에 붉은 구름이 수놓아진 적삼을 갖춰 입었으며, 산발이던 머리 역시 깔끔히 정돈했다. 야견 나름의 정장이라는 것이겠지
“....뭐라고 할까. 그런데 큰 감흥은 없구만”
흑천성의 본산과 동정호의 거리는 그닥 멀지 않다. 그런 까닭에 수련에 지친 심신을 쉬려 다시금 이곳에 들러보았으나, 뭐랄까. 생각만큼의 벅찬 감정은 들지 않는다. 경지가 오른 까닭에 성정이 냉정해진 까닭일까? 아니면 동정호에서의 추억이 죄다 죽을뻔한 일들이기 때문일까? 혹은 지금 흑천성에서 겪고 있는 일들이 생각 이상으로 머리 아픈 것들일수도 있겠지. 야견의 머릿속에 뭐가 좋은지 헤실헤실 웃고 있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금사저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아이고 골치야..
“쳇. 그러고보니 주선생은 잘 돌아갔으려...나!”
야견은 답답한 감정을 해소하려는 듯이 주변의 조약돌을 들고서 동정호의 수면을 향해 던진다. 물수제비가 경쾌히 튄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이 이상은 세는 것을 그만두자. 절정 무인의 물수제비니. 그리고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주선생의 얼굴. 첫만남부터 범상찮은 사람이란 것은 알았다만. 독고구검의 무덤에서 만날 줄은 몰랐으며, 함께 나무로 된 상어를 박살낼 줄도 몰랐다. 옆에서 지켜본 결과, 그 경지는 분명히 자신보다 몇단계는 위일 것이며,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동정호의 물이 다시 돌아왔을 때도 분명 무사히 귀환했으리라. 혹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물어보고픈 것이 많은데.
'팔룡방이 남해용왕을 죽일 때, 동해용왕이 결탁했다고 했다. 신선과 인간도 그렇지만, 신선과 신선도 적이 될 수 있어.'
기회도 이런 기회가 없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사방에 명문 방파들이 제 자리를 차지하여 빽빽하다. 하지만 신선의 눈으로 보면 정반대. 선계와의 통공이 끊어진 후 방귀 좀 뀐다는 하계신선 세력들이 모조리 사라졌으니, 이는 주인 없는 무주공산인 것이다.
지금 하계에 개천궁과 견줄만한 영물이나 신선 세력은 없다. 기껏해야 어느 동네에 자리잡은 조그만 호족들 뿐. 범고래 무리들은 그녀와 패울부 앞에서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 그러니 또 다른 누군가가 자기 하계에 영지를 만들기 전, 심장이 터져라 확장에 확장을 거듭해야 하는 것이 도리겠거늘..
"이럴 때가 아니다. 아니란 말이다.."
당장 살아남는 것에 급급하여 차려진 상을 해치우지 못하는게 통탄스럽다. 완벽한 명분을,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완벽한 명분을 가지고도 말이다. 이게 무슨 개뼈다귀같은 짓이냐. 마음 속에 미련이 가득해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할 수계를 거닐어도 분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동정호, 동정호.. 중원 호수 중 으뜸이라는 동정호를 눈 앞에 두고...!
- 통, 통, 통.....
상념을 부순 건 관자놀이로 튀어오는 돌맹이 하나. 그녀는 물이 코밑까지 차오르는 깊은 곳에서 어슬렁대고 있었다. 용이 물을 두려워하는 건 인간이 공기를 두려워하는 만큼이나 웃기는 일이니까. 수면 밑에서 하늘대던 손아귀를 들어 돌맹이를 붙잡고, 녀석이 일으킨 파문을 시선이 거슬러 올랐다. 어느 놈이 용왕님 머리통에 돌맹이를 던지느냐!
그 놈은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녀 본인이 자기 이름을 주씨라고 거짓말한 사람.
".....내가 멋대로 공간을 아작낸 탓에 놀란 건 알겠는데, 이렇게 머리에 돌 던지기 있나? 응?"
“음? 아. 역시 살아있었구만 주선생.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마침 그쪽 생각을 하던 참이었수다. 지난번에는 덕분에 나무쪼가리 상어 아가리에서 잘도 살아남았소.”
야견은 자신이 던진 돌맹이를 붙잡고 다가오는 적발의 신비한 분위기의 여인을 보고 고개를 옆으로 까딱, 하며 그리 답한다. 만난 것이 의외이긴 하나 놀랍지는 않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실제로 그 정도 수류에 죽을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고, 굳이 의외인 것이라면 지금 동정호를 방문했다는 점이겠지. 어쩌면 그녀도 이곳과 연이 있을수도 있겠다. 워낙 넓니 넓은 천하의 명소 아닌가.
“사실 그때의 원한으로 치자면 돌로는 좀 부족한데. 그렇다고 집채만한 바위를 던져도 씨알도 안 먹힐테고. 낄낄. 그런데 동정호, 그것도 넓디 넓은 호수 한복판에서 뭘 하고 계셨소? 멱감기?”
야견은 소년처럼 그렇게 웃어보이며 손사래를 친다. 적어도 과거에 만났을 때처럼 무언가에 쫒기는 듯한 초조함이나, 강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보이지는 않는 여유로운 모습. 동해용왕님의 기계장치처럼 바삐 돌아가는 두뇌에 비하면 이쪽은 태평하게까지 보인다. 수련의 성과일까. 혹은 수련의 과정이 이리 만든 것일까. 어느 쪽이든 주선생에게는 큰 상관은 없는 일일 것이다.
‘.........쩝 여전히 보이지 않는구만.’
그러나 야견도 마냥 편하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법화심법의 극의. 절정 이하의 정신 공격을 막아내고, 온갖 환술을 알아채는 10성 법심으로 환각을 꽤뜷어보려해도 눈앞의 주선생은 주선생일 뿐이었으니까. 야견은 자신의 역량으로는 그 바닥을 볼 수 없는 주선생에게 ‘당최 당신 뭐하는 사람이오?’라고 물어보고픈 마음을 접는다. 그도 그럴게, 여자 앞에서 사적인 부분을 물어보면 미움받을테니까. 최근 금사저와 행동을 갇히 하며 익힌 나름의 배려...아니, 눈치였다.
쉽게 말하여 열뻗쳐서 물에 들어왔다는 소리. 자세한 일은 피차 말하지 않았다. 이성과 지성이란 물건은 당신 누구요, 나는 용왕이요 하는 단순명료한 대화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눈치를 보고 화술을 고려하고 후폭풍을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그냥 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결론에 항상 도달한다. 머리만 아프다.
"당신도 표정이 영 고민하는 표정 아닌가? 하기사, 고생고생 하나를 깨달아서 경지를 올리면 그로 말미암아 모르는 것이 곱절이 되는 법이지."
그때 마지막으로 얼핏 볼 때는 가물가물했지만, 지금 혈을 보니 확실히 경지가 올랐다. 절정이로군. 게다가 경지만 오른 게 아니라, 행색도 바뀐 듯 한데... 붉은 구름 문양이 어디 문양이더라? 저번에는 파계회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안만 아니라 겉도 달라졌군. 파계회가 붉은 구름 문양을 쓰던가...가물가물하단 말이지."
얼굴만 물 위로 내놓고 고민하며 미간을 찌푸리는게 꼭 물귀신같기도 하다. 붉은 수초같은 머리카락을 수면에서 둥실둥실거리며..
“하아? 주선생도 화가 뻗치는 일이 있으쇼? 아니아니, 주선생은 도인이지만, 그전에 사람이니 그럴만도 하지.”
사실 주선생은 사람이 아니지만 용도 화가 뻗치는 일은 아마 있을 것이다. 화가 난 내막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다. 몸안에 쌓인 화기를 풀어내려고 물어들어왔는데, 이야기하다보면 다시 화기가 끓어오를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실력이 없어서 먹질 못한다니. 자신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올라왔음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단 말인가.
“.....아니, 그 고민하는 이유라는게 좀 가당치 않아서 말이야.....”
야견은 물 위로 얼굴을 내놓고 붉은 수초같은 머리칼을 둥실거리는, 묘하게 해파리같기도 하고 물귀신 같기도 한 하란의 말에 똑같이 미간을 찌푸린다. 그리고 머리 속에 아른거리는 답답하기라고는 천하제일인 금사저의 얼굴. 무공을 배우러왔더니 사저를 챙기고 있는 자기 신세가 처량한지 한숨을 푹 쉰다.
“아 그게 말이지, 지난번 동정호에서 괜찮은 물고기를 낚아서 말이오. 그걸 같이 들린 호수 주변 마을 사람에게 줬더니... 그렇게 됐소. 신세를 지고 있으니 표시는 해야지”
지난번 나무쪼가리 상어를 때려잡을 때를 회상하면 주선생도 눈치는 빠른 것 같으니 이정도만 말해도 충분하겠지. 즉, 기관에서 뭔가를 얻어 흑천성에 진상한 결과 연이 닿아 흑천성의 본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야견은 하란과 마찬가지로 푸념하며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보니 주선생과의 첫만남에도 비슷한 설법을 들었었지. 번뇌라는 것은 물과 같아서 어느 경지로 오르건 따라온다고 했었나. 그러나 이야기로 듣는 것과 체험하는 것의 간극은 달라서, 실재로 올라와보니 그 끈질김을 절절히 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부처님처럼 모든걸 내려놓을 그릇은 되지 않으니 원.
“아, 모르겠다. 술이나 마시련다! 주선생도 한잔 하시겠수? 윤회전생이 별거냐! 술 취하고 깨어난 나는 새로운 나이니! 먹고 다시 태어나련다아!”
야견은 생각하는 것도 지쳤는지 품에서 표주박과 잔을 꺼내 졸졸졸 따라 들이킨다. 자신은 눈앞에 있는 주선생처럼 자연에 몸을 맡기고 화를 삭힐 그릇은 되질 못하니, 술독에라도 빠져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도피는 주선생이 예고도 없이 날린 몸쪽으로 꽉찬 돌직구에 댐이 무너지듯 붕괴하고 만다. 푸웁! 하는 호쾌한 소리와 함께 입안에 들어갔던 술이 호수 반대편으로 날아간다. 내용물은 천박하지만, 용이 뿜는 안개와도 비슷하다. 그 짧은 순간에 술이 하란에게 닿지 않도록 고개를 돌린 것은 최후의 이성이었겠지.
“아니, 그게, 무슨, 내가, 왜 그 답답한 거북같은 기집애를! 나는 그냥 사저라고 있는게 너무 둔하고, 재능도 없고, 멍청하니까 저게 사파냐라는 생각이 들 뿐이고! 뭐가 좋아서 그리 해실해실 거리는지 짜증만 날 뿐이고! 애초에 내 취향은 말이지 좀 더 어른스럽고! 치명적이고! 그런 누님이라고!”
야견은 그렇게 묻지도 않은 사실을 줄줄히 늘어놓는다. 입가에 묻은 술을 재빨리 닦는 동시에 손사래를 열심히 치는 것은 덤이다. 절정이 권법 솜씨가 이런데 쓰이고 있다니. 술 때문인지 당황했기 때문인지 새빨개진 얼굴은 덤이다. 주선생은 이런 것에는 흥미 없는 신선같은 사람인 줄 알았더니, 왜 굳이 물밖으로 나와서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거야!
오늘이 동정호 물아랫것들이 술잔치를 벌이는 날이로다. 그녀도 용후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한다. 같이 뿜어봐도 괜찮겠어.
그녀는 야견이 다급하게 쏟아내는 말을 찬찬히 경청했다. 사저 얘기인 모양이다. 지금 야견이 하는 험담을 사저에게 그대로 들려주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다가 빼앵 울어버릴 것이다. 사저를 능멸하는 것은 기사멸조의 죄라고 딱 잘라 꾸짖지도 못할게 분명하다. 야견이 말한 그대로의 사저라면 말이다.
"그리고 왜냐니. 네가 말한 그대로지."
"답답하고 둔하고 재능도 없는데다 하는 일이라곤 멍청하게 헤실대는게 전부니까. 밖에 나갔다가 낮선 사람 따라가서 골수까지 뽑아먹히고 올테니까."
“....방금 그거 농담이요? 그렇다면 지독하구만. 이렇게 술냄새가 나는 용후공이 어딨어?”
야견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추태를 바라보고, 담담히 평하는 하란을 향해 약간의 원망이 섞인 눈초리를 보인다. 종종 안에 쌓인 것들이 있어보이긴 했지만, 언제나 차분한 사람이 이렇게 놀림을 해오니 이리 얄미울 수가 없다.
“......아니, 내가 그런 둔탱이를 챙겨줄 이유가 없다니깐....에휴 됐수다! 드쇼!”
야견은 하란이 읊는 평에 뭐라 반박하고 싶다는 듯이 계속해서 손가락을 탁, 탁, 탁, 두들기다가 반박해봤자 바로 논리적인 대답이 돌아올 것을 예감이라도 했는지 술잔을 건내며 하란의 입을 막으려 든다. 내가 금사저를 챙겨줘야 할 대상으로 본다고? 애초에 그런 3류도 못되는 재능으로 어떻게든 흑천성에서 살아남은, 그래도 근성 하나는 있는 기집애다. 자신이 없어도 어떻게든 살아남겠지. 아마도. ...아마도 말이야.
“그렇게 논하시는걸 보니 연애사에 훤하신데....내 이야기만 듣고 계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야견은 술을 퍼마시며 그리 불평한다. 자신의 속내가 정확하든 아니든 들춰진 것이 조금 부끄러웠던 모양인가보다. 애초에 상대 또한 자신이 만난 무림인들 사이에서는 손꼽는 미인이다. 이런걸 묻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수도 있겠지.
투덜대는 그에게 술잔을 받아버렸다. 혀로 찍어서 맛을 보니 꽤나 진하게 만들어진 고급주였다. 처음 보았을 때는 이름처럼 들개 자체었거늘. 슬슬 지위가 올라가며 격식 차리는 법을 배우는 터였다. 그녀는 자기의 과거를 투영하며 떠올렸다. 과거에는 싸움만 잘하면 흉보일 일이 없는 무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얼굴과 상관없이 외다리 여자가 좋다는 남자는 없었다."
한잔 털어넣고 쓰라린 비수를 이제 자신에게 박는다. 이로써 너 한방 나 한방! 공평해졌도다! 그리고 야견을 보고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값이 추가로 정산된다.
"게다가 꼭 결혼을 하고 애를 보아야 하나? 나는 내키지가 않지."
"직계 방계, 친가 외가. 그런 것들이 생기면 일이 꼬일대로 꼬인다고. 자식을 원하면 연고 없는 애를 주워오는게 더 나을거다."
"나 한명, 양자 한명. 그 외에 없음. 얼마나 명료하니?"
시대의 단아한 여성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기 센 여성 무인들은 규방 마님 노릇이 싫고 그저 무공이 좋아 결혼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별난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강호는 성별 이전에 무력이 먼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힘이 있다면 다른 무인들을 납득시키기도 쉽다.
그러나 복잡한 가족관계를 배격하기 위해, 양자를 들이되 결혼은 싫다? 상당히 깊은 뜻을 담은 주장일지도 몰랐다. 가령 명분과 권력에 깊게 관여되어 가족을 만드는 것에도 조심스러운...그런....
“하아? 팔 한짝, 다리 한짝, 눈 한짝 없는 것이 일상인 무림계에서 뭔 사치를 부리는 남자들인지 모르겠군.”
야견은 어깨를 으쓱하며 하란의 잔에 한잔, 자신의 잔에 한잔 술을 쪼르륵 따른다. 동정호 경치나 보며 즐길 생각으로 큰맘 먹고 사들인 명주인데,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다. 그리고 하란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생각해본다. 어쩌면 그녀에게 호감을 표하는 이가 없었던 것은 외다리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가식없이 평하자면 하란의 외모는 엄청난 수준이요, 지혜는 그 이상이지 않은가. 이러니 어지간한 남자들은 접근조차 못하지 않았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는다.
“흐음.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줄은 몰랐구만. 그런데 이해는 가. 건사할 수 없는 가족을 만드는 건 무책임할수도 있어. 더욱이 싸움판이나 정치판이나 하나같이 개판인 무림계에서는. 주선생님, 속세의 것에 대해선 해탈한 도인 같으셨는데, 생각 이상으로 책임감이 강하신데?”
고개를 끄덕이는 야견. 가족 같지 않은 가족을 두어 괴로웠던 경험과 무림인으로서 살아온 경험 모두가 하란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구름 위의 사람 같았던 주선생의 인생관을 들었던 것이 기뻤는지 살짝 놀리는 듯한 칭찬은 덤이었다. 몇 번인가의 대화로 그녀가 짊어진 것이 결코 적지 않음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을 줄이야.
“뭐, 그렇게 말을 해도 애를 보기 전에 사귀기라도 해봤어야지......푸웁ㅡ!”
그렇게 너스레를 떨며 술을 입안에 털어넣는 야견. 그리고 그 순간 하란이 꺼낸 말에 오늘의 두 번째 용후공이 작렬한다. 하란에게 튀지 않기 위해 순간적으로 고개를 젓히는 솜씨가 더욱 날래진 것은 덤이었다. 야견은 추태를 수습하고 하란에게 말한다.
왜일까. 속세 밖은 다른 속세라 논하는 주선생의 눈에서 찝찝한 피로가 느껴진다. 뭐라고 할까, 무림인이라기 보다는 아랫것들 때문에 잔뜩 고생하는 고위 관료와 같은 표정인데. 대체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걸까 이 사람. 자신이 여러번 추태를 보였음에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걸 보면 대충 짐작은 간다.
“그건 부럽구만. 나도 파계회에서는 수재 소리를 듣긴 했지만 진짜 타고난 치들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달라서 말이야. ....방금 그 이야기라던가. 여튼 그것도 한가지 방법이니.”
세간의 상식대로 살아온 남자는 더 큰 상식 앞에 말을 정돈한다. 생각해보면 그런 세간의 규칙들을 무시하는 쪽은 사파건만. 자신도 아직 고정관념이 있는 건가, 하며 조금 반성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일부러 기행을 하고 싶지는 않다만.
“아아, 그거야 뭐. 어렵지 않지. 사저건 부하건 내 주변에 말 잘듣기만 하는 멍청이를 둘 생각은 없으니까. 사지로 밀어 넣으면 죽든지, 아니면 환골탈태해 돌아오든지 하겠지.”
야견은 송곳니가 들러나게 씨익 웃어보이며 그렇게 말한다. 주변 사람을 대하는 가혹한 태도에서는 이런저런 격식을 들먹여도 강자존이 제일이라는 사파 다움이 보이고 있었다. 다만, 야견은 자연스럽게 금사저를 주변에 두겠다는걸 전제로 말하고 있다는건 눈치 채지 못한 듯 하다. 허당이로군.
그렇지.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야견의 말에 동조했다. 온실 속 화초라 해서 무조건 약한 게 아니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란 온실 속 화초가 더 튼튼할 수도 있다. 허나 영원히 온실 속 화초로 남을 수는 없는 벅이다. 언젠가 온실 문은 열리고, 나가야 하는 순간은 오니까.
"그래서 말인데. 내가 밀어넣을 사지 하나를 아는데 관심 있나? 왜구 사냥하는 일이다."
원래 혼자 하려고 하던 일이다. 다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손을 늘려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흑천성 본성과도 관계를 틀 수도 있고.
"화구(華寇, 중국해적)들은 중원 세력에 이래저래 얽힌 구석이 많아서 건들기 귀찮아. 하지만 왜구들은 사정이 다르다고 보거든, 나는."
애초에 잘 알려진 수적, 산적, 해적들과 궤가 다르다는게 그녀의 생각이다. 그들도 반강제로 통행세를 받아먹고 노략질도 한다. 그러나 숲길 물길을 관리하고 다른 세력과 교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왜구는 온전히 새외 이방인. 때려잡아도 뒷탈이 없을거란 예상이다.
"가급적 선박을 나포하고 전리품을 챙길 계획이라 승선전투가 주로 일어날게야. 상황이 따라준다면 중간 거점들을 부수고 동영의 본진까지 들어갈지도. 사저랑 같이 올 생각 있나? 물론 얻은 재물도 분배할 것이고..."
야견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란이 이야기하는 바에 귀를 기울여본다. 중원 세력에 깊이 엮인 해적들 대신, 완전한 이방인인 왜구를 때려잡으면서 전리품을 챙긴다. 필요하다면 본진에까지 쳐들어가서 완전히 박살낸다. 흐음,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다만. 야견은 묘한 표정으로 얼마간 침묵을 지키며 생각하다 대답을 돌려준다.
“뒤탈없는 놈들을 박살내는건 좋다만, 민중을 괴롭히는 도적 때를 박살내는건 정파 나으리들이 하실 일이라서 말이야. 제안을 해주신건 감사하지만, 조금 더 흑천성에 머물러 보려고.”
여러 사항을 고려해본 야견은 그렇게 대답을 돌려준다. 후폭풍을 걱정할 필요 없이 누군가를 박살낼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아직은 흑천성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사저에게 무공을 배우는 것부터, 스승과의 관계를 다지는 것은 물론, 인맥도 마련해둬야 하니까.
“다만, 그건 궁금하네! 혹시 열도 본토에 가게 되면 과거에 중원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백면금모가 정말로 열도로 건너갔는지 소문이나 들어 봐주쇼! 어린 시절에 봉신연의를 보며 참 좋아했었지.”
야견은 열도 이야기가 나오자 생각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그리 말한다. 어린 시절에도 왠지 주나라보다 상나라의 악한들이 좋았더랜다. 그런데 참 희안하군. 왜구들을 때려잡는다라, 이미 지방에 자리잡을 무림인들이 할 영역이 아닌, 국가가 할 만한 일을 논하고 있지 않은가. 주선생의 정체가 더욱 신경쓰이지만, 굳이 묻지는 않는다.
야견은 재물 이야기가 나오자 살짝 눈을 빛내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적어도 지금은 제물보다는 더 중요한 것들이 많으니 말이야. 그런데 아깝구만. 왜구들이 털어둔 것 중에서는 분명 보패도 하나 둘 끼어있을 법 한데. 최근 주먹만으로 싸우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차였다.
“아아, 부탁하지. 개인적으로 말하긴 뭣한데 정말로 봉신되지 않고 살아있다면 가서 구경이라도 하고 싶거든. 워낙 유명하니 말이야! 어린 시절 그 책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먼 훗날 아이돌을 추종하는 10대 팬의 모습이 이러할까 싶은 발언이다. 아직 햇병아리 사파 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야견에게 있어 강하고 높으신, 거기다 남 눈치 안보고 활개치는 악한은 남녀나 종족을 가리지 않고 동경의 대상이라 이거겠지. 그리고 이쪽의 상위차원이 존재도 원하는 듯 하다.
“그렇지? 역시 머리가 정리가 안 될 때는 잡담으로 풀어버리는게 답이더라구. 해야 할 일이 뭣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리길 빌지.”
야견은 마찬가지로 동정호를 바라보며 그리 답한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실재로 바라는 것은 다르다. 한 쪽은 마음의 평안을 위해 들렀을 뿐이고, 누군가는 영토로 삼아버릴 생각을 하고 있지. 그러나 이렇게 전혀 다른 길이 교차하는 것도 묘미 아니겠는가.
“흠, 개인적으로는 멍청이인 채라도 좋으니, 말이라도 안 들어줬으면 하는데 말이지, 여튼 그 말대로요. 언젠가 서로 일을 마치면 다시 동정호에서 술이라도 한잔 하자구요 주선생!”
"음. 그러면 슬슬 일어날까?" "집으로 가는겁니까?" "우리같은 거지한테 집이 어딨니?" "...아나." "하늘이 지붕이고 땅이 이불이지. 알간?" "말 한 마디를 못하게하네 정말..." "어허. 우리가 누군지를 항상 기억하라." "우리가 누군데요?" "그거야 개.....지! 개! 응! 멍멍이! 월월!" 개……. 재하 생긋 미소 지었다. 찾았다. 눈 들어 봉사자 한번 쓱 훑듯이 하며, 소리 났던 방향쪽으로도 흘긋 눈 굴리며 얼굴 재빨리 훑으려 들었다.
아무래도 무림비사를 꽤 오래 진행(햇수로 4년)했다보니 김캡에게 슬럼프가 온 것 같아서용 홍홍... 슬럼프를 타개해보기 위해서 김캡이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또는 새로운 설정이나 그런걸 들고와서 AU 형식으로 몇 주 진행하는 식으로 쇄신을 해보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잇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