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가 손 흔들어줄 적 온화 눈 깜빡 접으며 예쁘게 웃었다. 지금은 저를 잡으러 온 사람만 아니라면야 누구든 환영이었다. 그 중에서도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지. 소파 등받이에 기대서 윤하가 커피 받으러 가는 것 빤히 지켜보았다. 붉은 구슬 같은 눈 도로록 굴리며 윤하의 너른 등 지그시 바라보다가 키득 웃으며 말했다.
"불편한 건 아닌데- 자꾸 눈이 가서 조금 곤란할지도-?"
평소 단정함을 고수하던 사람이 저런 파격적인 차림을 하면 눈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있을까. 특히나 노는 것을 좋아하는 온화에게는 손이 근질거려지는 포인트인 셈이었다. 옆에 오면 건드려야지. 하는 생각 만만한 눈빛이 반짝거린다. 그러니 윤하 와서 앉자마자 옆에 착 붙어 생글생글 웃었다. 편하게 뒹굴고 있던 만큼 온화의 차림은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소매 없는 블라우스는 윤하마냥 윗단추를 풀러 그 안이 빼꼼했고. 안 그래도 짧은 치마는 조금 올라가 통통한 허벅지가 거의 드러나다시피 했다. 물론 스타킹 신고 있었지만 현장 다녀올 적 어디 걸리기라도 했는지 여기저기 올이 풀리고 구멍이 생겨 뽀얀 살이 볼록한 부분도 있었다. 제 차림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윤하 보며 마냥 좋은 듯 웃다가도 누가 찾는다는 말 듣자마자 잠깐은 흠칫 하는 표정 지었다.
"엣. 왜지...? 나 일 다 하고 온 건데! 보고서에 또 실수 했나...?"
적어도 근무태만으로 잡히지는 않게 주어진 일은 다 하고 놀고 있던 거였는데. 뭔가 실수해서 그런가. 온갖 예상이 머릿속을 맴돌아 떨쳐버리기 위해 고개 도리도리 저었다. 에이 몰라! 나 할 거 다 했어! 지금은 놀 거야! 누가 잡으러 와도 안 갈 듯이 윤하에게 달라붙으려 한다. 민소매로 훤히 드러난 하얀 팔 하나는 허리께에 두르고 다른 하나는 손 들어 살짝 여며지기만 한 윤하의 옷깃 톡톡 건드리려 했다. 저 안에 뭐가 있을까. 어느새 흥미로 반짝반짝해진 눈 도록 위로 올라가 윤하의 눈과 마주친다. 동글해진 눈이 두어번 깜빡이곤 눈웃음 살풋 지었다.
"에잉- 난 멀었지- 아버지 아직 정정하신 걸. 그리고 꼭 내가 될 거란 보장도 없구-"
물론 제가 후계 1위긴 하지만 세상 일은 당장 오늘도 모르는 것이다. 제 위로 오빠가 둘이나 있으니 아버지가 마음 바꾸어 그 둘 중 하나에게 넘겨준대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온화 자신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물론 주겠다면 받을 거지만.
"흐흥. 가주 얘기 하는 거 보니까- 또 오빠네 집안 사람들이 화나게 했구나! 아유- 우리 모 가주님 늘 고생이 많으셔요-"
뜬금없이 가주 계승 건을 꺼내는 걸 보니 윤하가 집안으로 인해 화가 나 이런 차림을 하고 여기까지 왔구나 싶었다. 이런 윤하를 보면 가끔 가주 되고픈 마음이 슬그머니 줄어들긴 한다. 재밌는 건 좋지만 귀찮은 건 질색이니까. 그래도 지금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을 윤하 위해 옆에서 살랑살랑 없는 꼬리 한번 흔들어본다. 고개 들어 볼 맞대고 부빈다거나 든든한 팔뚝 조물조물 한다거나. 거의 제가 놀고 싶은 대로 하고 있을 뿐이지만. 음. 받는 쪽이 기분 풀리면 된 거 아닐까? 잠시 그러다가 살짝 고개 기울여 윤하 올려다봤을 것이다. 이제 화 풀렸나- 하고 살피듯이.
자신이 옆에 앉자마자 착 붙어오는 온화를 보며 그는 그녀가 강아지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밖엔 없었다. 그러면서도 무방비한 그녀의 옷차림에 피식 웃어버리고선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 허공에 한번 휘두르며 말했다.
" 아씨오(Accio), 카디건. "
그러자 자신의 사무실에서 입기 위해 의자에 걸쳐두었던 카디건이 그의 손에 나타나 잡혔다. 그는 그것을 그대로 온화의 다리에 덮어주고선 검은 색의 눈을 살짝 감아 윙크를 해주며 그녀의 말에 답했다.
" 내가 반대 방향으로 보내버렸으니까 한참은 찾아다닐껄요. "
물론 노리고 한 것은 아니고 거기 있을 것 같다는 예감으로 말해준건데 완전 반대 방향에 있었으니 자신의 예감은 역시 믿을 것이 못된다 생각한다. 그러다 온화의 손이 자신의 허리께를 둘러오자 자신도 자연스럽게 한 손으로 어깨를 끌어안으며 좀 더 가깝게 붙을 수 있게 해준다.
" 흐음, 왠지 당신이 될 것 같은 느낌인데 가급적 추천하지 않고 싶네요. "
자신도 가주라는 자리에 있으니 듣는 것이 많기에 그녀의 가문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내부 사정을 완벽하게 아는 것도 아니고 알 수도 없으므로 그럴 것 같다~ 라고 반쯤은 추측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만약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오빠들 중 한명이 자리를 이어 받는다고 하더라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닐거라 생각했다.
위로의 말과 함께 스킨쉽을 해오는 온화를 보면서 그도 그것에 맞추어 이것저것 해준다. 옛날엔 이렇게 있다가 오해도 사고 그랬는데 이제 와선 그도 이쪽으로 유명해진터라 그 누구도 오해하질 않았다. 그래도 가끔 신입들이 보면 놀라는 모양이긴 했지만 말이다.
" 기왕 여기서 만났으니 저녁에 어디 놀러갈까요? "
흔치 않게도 그가 먼저 약속을 권했다. 보통은 가주 일로 바빠서 누군가와 약속을 잡는 일이 별로 없는데 오늘은 안들어가기로 작정을 한듯 했다. 약간의 시위 목적도 있는듯 했고.
가디건이 그의 손에 잡히는 걸 봤을 때는 이제라도 입으려고 그럴까 했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제 다리에 윤하의 가디건이 덮이자 예상 외란 듯 눈 동그래졌다. 하지만 곧 이 오빠 이런 사람이었지. 싶어 윙크하는 윤하 향해 저도 생긋 미소지었다. 보들한 가디건 자락 만지작거리면서.
"앗 정말? 오빠 최고-"
저를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들었을 때는 조금 놀라고 불안한 마음 들었지만 윤하가 그들 반대로 보내버렸다니 단박에 낯빛 화색으로 바뀐다. 반대로 갔다면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 제법 걸릴 것이다. 그 전까지만 놀고 나가야지. 여차하면 윤하에게 숨겨달래야지- 같은 생각 하며 윤하에게 안긴다. 팔 두르는 제게 맞춰 어깨 감싸주는 센스 덕분에 살짝 품에 기대듯 붙어있을 수 있었다. 마냥 좋은 듯 챡 붙어있다가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추천하기 별로인 거 왜인지 알 거 같긴 한데- 흐응. 그치만 내가 가주 되면 낭군님 여럿 둬도 된댔으니까 살짝 하고 싶을지도-?"
현재 류 가문의 가주가 정실 외에도 첩을 넷이나 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달리 숨기지도 않았고 그 전 가주 역시 처첩이 셋이었다. 대대로 명확한 방탕함은 온화에게도 여실했다. 제게 가주직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말하는 윤하에게 반려를 여럿 둘 수 있는 이득이 있으니 하고픈 마음 있다 대놓고 말하는 것 보면 어련할까 싶지만.
아무튼. 윤하의 기분 풀어주기 위함과 동시에 제 만족을 위해 애교 어린 스킨십을 하니 윤하에게서도 호응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잘 안 해주거나 해줘도 머리 쓰다듬는게 고작인데. 윤하는 제게 장단을 맞춰주는 점이 정말 좋다. 남들이 보고 이상한 소문이 난 적도 있지만 곧 그러려니 하고 바뀐게 조금 유머랄지. 뭐 어찌되든 저와는 상관없었다. 누구든 저랑 잘 놀아주기만 하면 그만이다. 한바탕 애교 떨고 윤하의 어깨에 기대어 아예 무릎 위로 올라갈까 품에 더 앵길까 고민하는 중에 그의 말 들렸다. 요건 또 별 일이네. 고개 기울인 채로 눈동자만 위로 올려 윤하 응시한다. 곧 눈매 곱게 접어 웃으며 대답했다.
"오빠가 먼저 데이트 신청? 별일이네- 오늘은 달이 동쪽에서 뜨려나? 흐흥."
이유야 뭐가 됐고 어찌 됐든 놀자는 약속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윤하에게 꼭 붙어있던 몸 꼬물꼬물 움직여 상체 살짝 들곤 윤하 귓가에 작게 소곤거린다.
"나- 오늘은 잠들고 싶지 않은 기분인데- 잠 못 들 만큼 나랑 놀아줄거야? 윤하 오빠야."
소리 죽인 목소리의 반은 숨결이었다. 말 끝에 따라붙은 촉. 소리는 온화의 입술이 윤하의 귀에 닿았다 떨어지는 소리였고. 어느새 한 팔 들어 윤하 어깨에 걸치고서 그의 얼굴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낭군을 여럿 두고 싶어서 가주가 되려고 한다니 남이 들으면 기가 차겠지만 온화를 꾸준히 봐온 그에겐 정말 좋은 동기부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의 가문은 무조건 일부일처를 고집하기 때문에 첩 같은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그의 방탕함이 가문의 장로들에겐 눈엣가시로 보였고 충돌하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 점 찍어둔 사람이라도 있나보네요? "
한 둘은 아닐 것 같긴 했고 그게 누구던 신경도 안쓸 사람이긴 했다. 그런 것을 반증하듯 물어보는 그의 표정도 장난끼가 다분했으니 말이다. 사실 주변에 수많은 남자를 거느리고 있는 온화의 모습을 상상하면 꽤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자꾸만 하고 있었고 말이다.
" 오늘은 삭이라서 달이 안뜰텐데 ... "
그녀의 말에 재치있게 응수한 그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사실 달의 주기를 알고 있는게 아니니 오늘이 삭일지 아닐진 모르겠지만 대충 만월에서 보름쯤 지난것 같으니 삭이 아닐까, 하고 예상만 한 것이다. 그러다 온화가 귓가에 속삭이는 말에 그는 자신도 마찬가지로 그녀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귓가에 가까이서 속삭였다.
" 언제는 자게 해준적이 있었나요? "
그도 이쪽에선 유명인사라 온화의 말에도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답해준다. 그러고선 허리에 감았던 손을 좀 더 끌어안았다가 힘을 풀어 다시 감아놓기만 하고선 특유의 맑은 미소로 눈을 마주쳤다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선 말했다.
" 요즘엔 맛있는 술 없나요? 온화씨가 가져오던건 하나 같이 다 맛있던데. "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었지만 즐기긴 했기에 온화가 가져오는 술을 항상 기대하고 있었다. 다들 비싸 보이긴 했지만 그런거 한 병 정도야 개인 사비로 구매해도 될 것 같았고 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이 갱신되는 실종자 명단. 수도 없이 오르내리는 수배범의 이름. 최소한의 존엄조차 훼손당한 채 내버려진 시신. 뭇 범죄의 흔적들.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세상은 다시 없을 혼란의 호황을 겪고 있다. 난세에 만족을 얻는 자들은 불의를 적극적으로 탐하기 마련이나, 탐닉의 방향을 옳게 두기만 한다면 욕망이 그 자체로 죄가 되지는 않는 법. 누군가의 불행에 내심 환호하는 인간상이긴 마찬가지일텐데도 그의 욕망은 보편의 정의와 상통하기에 용납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순찰도 아닌 일과 중에 당당하게 펼쳐진 사건현장을 마주치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나.
"아, 사건입니까?"
엄중한 목소리와는 달리 푸르게 반짝이는 두 눈으로부터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엿보인다. 제발 사건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외치는 것이나 다름없는 시선이다. 예기치 못한 행운을 마주한 사람과도 같이.
>>466 먼저 상대를 기습하려던 때, 자신이 쫓아오고 있던 것을 눈치채고 있던 것인지. 상대가 먼저 공격을 해오면 연은 빠르게 지팡이를 들며 프로테고를 외친다. 역으로 상대에게 제압 당하는 것을 간신히 피하고서, 연은 뾰족한 지팡이 끝을 상대에게 겨누며 이어질 공격에 대비한다. 그러다 마주 보고 있는 상대가 하는 말에 연은 눈을 가늘게 접는다. 그래, 그때 당신과 처음 만났던 것인데. 당신을 이렇게 살인자와 그 살인자를 잡으려는 이의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485 즐겁고 충만한 휴일이었네요! 잘 보내신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ˊᗜˋ*) 저도 그럭저럭 잘 보냈답니다!!
>>486 * ੈ✩‧₊˚* ੈ✩‧₊I like this character...* ੈ✩‧₊˚* ੈ✩‧₊ 언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덕심을 이렇게나마 보여드릴 수 있다면 영광입니다...😇 앗 저 쓸데없는 궁금증 레이더 또 켜졌어요 본편온화랑 AU온화랑 같이 술 마시면 누가 더 오래 버티나요? 이거 진짜 중요함(?)
>>489 류온화 인형은 현재 비매품입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합장티콘) 호홍~ 연주 눈썰미 예리해~ 바로 그렇다! 지금은 비록 적룡이지만 어릴 때의 모습도 아주 사라진 건 아니기 때문에 잘 다루기만 하면(?) 나름 유순한 모습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라 네코미미? (고양이귀 머리띠 스윽)
온화즈 : 냥? :3
>>490 앗 아아앗 몰입맨과 무뚝뚝맨의 만남...! 정말 완벽한 투샷! 둘이 손 하나 둘 하고 있는 것도 귀여워! 완벽해! (저장)(중요하니까 두번 저장) ㅋㅋㅋㅋㅋㅋㅋ 유현주의 썰털이 레이더다~ 흐음 온화즈가 같이 술 마시면 누가 더 오래 버티냐... 음... 기절할 때까지 마신다고 쳤을 때 아마 무승부일걸? 둘이 동시에 넉다운~! 대신 소소한 차이점이 있는데 순수 주량은 본편 온화가 더 높고 섭식량은 AU 온화가 높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