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도술로 깨우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부적이 타들어갑니다. 당신은 기회 한 번을 날렸습니다.
[>도술로 깨운다(다이스 필요)] [>버려둔다] [>다른 곳을 조사한다]
>>102 가현
당신은 스케치북 종이를 펼쳤습니다. 이상한 생물이 그려진 그림이 보입니다. 그린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크레파스 냄새가 물씬 납니다. 새하얀 머리카락을 길게 늘인 여인 얼굴과 개 몸통인 생물의 모습입니다. 그 여인은 기괴하게 웃고 있으며 특이하게도 몸통이 주황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꽤 요상스럽게 생긴 무언가였다. 개의 몸통에 여인의 얼굴이 있는 생전 처음 보는 생명체가 그려져 있었다. 그저, 어린 아이들이 창의력을 총동원해 그린 것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괴이한 생김이었다. 이런건 수지 도사님이 빠삭하게 잘 알고 계실텐데. 지금이라도 학당으로 돌아가 정보를 얻어보아야 할까?
허나 그러기에는 갓 그려진 그림 느낌이라. 행여 그 사이에 또 다른 아이가 잡혀가진 않았나 하는 생각에 가현은 주위를 살핀다. 점차 거리가 좁혀진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 흐름을 타고, 서두름 없이 천천히 수사망을 좁힌다면 언젠가는 원인과 마주할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 찾은 것 같긴 한데, 그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동물이에 대해 더 공부해뒀으면 좋았을까. 물론 다시 돌아간대도 흥미 없어 배울 것 같진 않다만. 어차피 모르는 것 더 생각해봐야 의미없다. 인형을 다시 바닥에 내려둔다. 그리고는 또 무언가 떨어져 있는 것이 없을까 싶은 생각에 집 근처를 더 둘러보기로 한다.
세상이 그렇다고는 하나. 그렇다 하여도 제 손으로 행한 것 사라지지는 않는다. 쓰게 웃으며 쥔 손 아릿하다. 슬슬 쥐고 있던 소매 축축해져 한 번 놓고 털어야겠는데. 손 풀면 제 긴장도 풀릴까 그냥 팔 사이로 감추듯 넣기만 하였다.
어쩌다보니 아회와 동향이 되었다. 이름 모를 타 기숙사 아씨 그 집에 둔 채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신 들자마자 바다로 갈 걸 그랬지. 하는 수 없이 두엇, 아니, 서너 걸음 넉넉히 거리를 두고 걸었다. 그 사이 굳은 손 펴서 대충 손수건 둘러 놓고. 옷 꼴 한 번 보고 소리 없는 한 숨 흘렸다. 이럴 때는 적룡이 도움 된다. 피 묻어도 티 거의 나질 않으니. 뒤늦게 아회 목 어떠한가 보니 부적 붙인 듯 했다. 제가 정신이 없어도 단단히 없나보다. 제일 먼저 챙겼어야 하지 않나. 제 과실인 것을.
이만 돌아갈까...
멍하니 바닥 보며 생각하는데 흠칫 한기가 돈다. 그리고 들려오는 발소리. 아니 뜀박질 소리? 그리고 웃는 소리. 인지하자마자 자리에 우뚝 섰다. 제일 먼저 아회와 저 사이에 거리 얼마나 있는지 보았다. 이 정도면 도술 써도 튀지 않겠지? 도망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뒤에서 쫓아오고 있다면 도망쳐봐야 무의미하다. 애초에 저는 쫓기는 사냥감이 아니라 쫓는 쪽이다. 어쩌면 저를 그리 휘두른 앙심의 발현일 지도 모르지만. 자리에 서서 피 묻은 손으로 부적 꺼냈다. 늘 제 맘대로 되어주지 않지만 오늘은 좀 되었으면.
돌아보지는 않고 발소리 최대한 가까워지길 기다린다. 가까이. 아주 가까이. 숨소리도 들리겠다 싶은 순간. 부적 두 장 날려 제 주변 둥글게 불길 일으키려 한다. 저 역시 그을려도 상관없으니 크고 사나운 불길 저 가두듯 피어오르는 것 간절히 염원했다.
타지의 풍경은 언제나 낯설다. 살결을 에는 듯한 바람과 폐부를 깊이 파고들던 냉기, 어느 곳이나 한기로 가득하던 그곳과는 달리 이곳은 사철 바다의 짠내가 풍긴다. 그 비릿한 냄새가 달갑지 않아 먼 곳으로 향했다. 길목은 깊은 곳으로 접어들고 홀로 걷는 길은 고요하여 달갑지 않은 잡념을 이끌고 온다. 따분하다 못해 지긋지긋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차려던 그때. 그는 문득 어떤 소리를 들었다. 방울소리 같기도 하고, 사람의 맑은 웃음소리 같기도 한. 어디에서 들려오는 소리인가 의문을 갖기엔 이미 늦었다. 어떠한 충동이 머릿속을 헤집듯 찔러 들어온다.
피를 내어야 한다. 그것이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렸던 그때. 진정한 마음이 그곳에 있을 것이라 믿었던 그때처럼. 살갗을 갈라 피를 흩뿌려 내자. 태초로의 이끌림에 몸을 맡긴다면 분명 즐거우리라. 나도, 저것도.
하지만 주변에는 피를 지닌 것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던 차에 저 멀리서 다급하게 뛰쳐나오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어딘가 낯이 익은 듯도 했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으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대번에 화색이 되어 뛰쳐나온 인물에게 보라는 듯 반갑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이윽고 땅이 울린다. 상대가 딛고 선 발밑 지면이 울긋불긋 일어나는가 싶더니, 금방이라도 가시처럼 곤두서 쇄도할 것만 같다.
피를 내어 주어야 해. 향이 물씬 풍기고 땅을 흠뻑 적실 만큼이나. 누구에게? 낭랑하게 울리는 저 웃음소리를 위해.
당신이 본 것을 의심할 때, 끌려 나온 크툴루스러운 무언가의 촉수에 붙잡인 어부 몇몇이 바다로 끌려들어갔습니다. 그것도 잠시, 온화 쪽에서 불길이 타오릅니다.
[>피한다] [>뒤를 돌아본다]
>>117 연
당신은 비구름을 불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도술이 제대로 통하지 않은 듯 합니다.
이대로 남자를 방치하거나, 또 한 번 더 깨울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곳을 찾아본다] [>한 번 더 깨운다(도술다이스 필요)]
>>121 가현
당신은 주변을 살핍니다. 털이나 흔적은 따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 곳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을 살피겠습니까?
[>나간다] [>조금 더 뒤져본다]
>>122 초아
당신은 집 뒤를 돌아봅니다. 바닥에 같은 짐승의 것으로 보이는 털이 몇 개 어지러이 떨어져 있습니다. 규칙성이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더 뒤져봅니까? 다른 곳으로 나갑니까?
[>다른 곳으로 간다] [>더 뒤져본다]
>>127 온화
당신은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것과 동시에 당신은 불길로 그것을 가두려 했습니다. 바닷바람 때문인지, 불길은 금방 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봤습니다. 그것은 개 같기도 하고 여우 같기도 합니다. 네 발로 빠르게 달음박질하던 짐승이 당신을 보고 히죽 웃었습니다. 아, 얼굴이... 짐승이 아닙니다.
얼굴은 사람입니다.
짐승이 당신을 보더니, 히죽 웃고 뒤로 재주넘기를 했습니다.
>>140 윤하 >>138 유현
윤하는 돌아봤습니다. 그것은, 잘린 인간의 팔이었습니다. 하얗다 못해 퍼렇게 질린 시체의 팔입니다.
그것도 잠시, 당신은 지면이 솟아오르는 공격에 맞았습니다. 공격한 상대는 안면이 있는 같은 학당 학생입니다.
유현의 귀에 웃음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당신은 이 소리의 주인을 위해, 눈 앞의 상대를 죽여야만 합니다. 공격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