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858098> [1:1] 초면과 재회 사이 - 01 :: 603

◆tK6HVKTvZw

2023-06-05 22:39:23 - 2024-01-30 22:02:16

0 ◆tK6HVKTvZw (mQUansF7ho)

2023-06-05 (모두 수고..) 22:39:23

행복한 결혼이란
이성에 의해서만 맺어지는가,
정열 역시 수반되어야 하는가?


>>1 알렌 실포드 알드레아
>>2 마리안느 리멜트 로덴버그

53 마리안느 - 알렌 (KoLOXpQ8Cg)

2023-06-13 (FIRE!) 20:47:01

신사가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인 순간, 전율에 휩싸였다. 몇 년 전 잠깐의 스침을 그가 기억하고 있었다는 놀라움과 이 낯설고 어려운 자리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반가움과 앞으로의 일이 수월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헌헌장부가 다 된 소년에 대한 설렘이 몰아치는 통에 두근거리다 못해 숨도 가빠졌다. 코르셋을 있는 대로 조인 상태인데 흥분해 버린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은 로덴버그 공작가의 일원으로서 공식석상에 나선 참. 마리안느는 제 손을 맞잡으며 손 안쪽을 손톱으로 찍어 눌렀다. 이제 난 아이가 아니거니와 여기에 어설픈 모습을 보여도 되는 이는 없다. 오기라면 오기이고 그런 오기를 부리기엔 이미 늦은 것도 같지만, 그렇다고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처신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필사적으로 바로 섰다. 아마 바로 섰을 거다. 속입술을 깨물자 어질하게 흐리던 시야가 선명해지고 신사의, 이제는 청년이 된 소년의 해사한 미소가 들어찼으니까.

그렇게 버티던 중 가슴이 저릿해지는 질문이 울렸다. 특별히 애태우며 기다리진 않았으되 가끔 잘 지내는지 생각나던 이. 이번 해에 올지 이듬해에 올지 궁금해도지던 이. 그이를 기억하냔다. 어린 날의 따사롭고 찬란하던 햇살과 산뜻하고 부드럽던 바람과 번잡하고 활기차던 수도의 광장과 호른산의 눈부시게 푸르던 수풀이―실제 모습이 아니라 세월이 흐르며 이상화된 이미지겠지만― 되살아나는 듯했다.

"수도를 도보로 돌아다니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신기해하고, 경매에서 값들을 높여 가는 걸 궁금해하고, 활쏘기 내기에 참여했다 쑥스러워했던 소년이라면, 기억합니다."

어두워서인지 더욱 녹음의 짙은 빛을 담은 듯한 그의 눈동자를 마주 바라보았다. 코끝을 스치는 싱그러운 풀 향기는 이곳의 수목에서 나는 걸까, 들뜬 기분이 빚어낸 환각일까? 어느 쪽이건 좋다고 생각하며 마리안느는 미소 지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캐들이 서정서정 열매를 먹은거군요!(∩_∩) 답레로 갱신할게요(⌒∇⌒) 오늘하루도 고생많으셨어요(*´∇`*)

54 알렌 - 마리안느 (drU8mmdsXo)

2023-06-13 (FIRE!) 21:20:05

물음을 던지면서도 알렌의 마음엔 긴장이 가득 차올랐다. 물론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으나 어쩌면 그 모든 것이 착각일 수도 있었다. 정말로 낮은 가능성이긴 하나 그때의 그 여자아이가 아닐지도 모르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사실이 알렌의 마음 속에 긴장과 불안함이 점점 차오르게 하고 있었다. 자신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자신의 정보. 정확히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그 모습에 알렌은 절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참 희안한 일이었다. 이 사교계에서 볼 수 없다고 하던 이가 로덴버그 공작가의 영애가 되어 이렇게 자신의 앞에 서 있다는 것이 어떻게 희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허나 자신은 황자였고 이 자리는 아직 공식적인 연회장이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사교의 장이었다. 감정을 정리하려고 하며 알렌은 그녀의 말이 끝나자 입을 열었다.

"덕분에 잘 지냈답니다. 크게 다치는 일이 없고, 곤란한 일도 없었고요. 그러는 마리안느는 어떤가요? 솔직히 뭔가 일이 있었을테니 이렇게 로덴버그 공작가의 영애로서 서 있는 것이겠지만요."

어린 시절, 눈앞의 이 여성이 자신에게 신분을 거짓으로 고한 것이 아니라면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하루 아침에 남작가의 영애가 공작가의 영애가 될 리가 없었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반드시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알렌은 살며시 궁금증을 마음 속에 품었다. 허나 문뜩 자신이 그녀를 너무 붙잡아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알렌은 일단 다음 말을 차분하게 이어나갔다.

"아무튼 너무 붙잡아둔 것 같군요. 이 이후의 이야기는 나중에 파티가 시작되면 연회장에서 계속 이어가도 괜찮을까요?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으니 당신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마리안느만 괜찮다면 어떤가요?"

정중하게 그녀의 허락을 구하는 알렌의 입가엔 조금 더 밝은 미소가 번져있었다. 어린 시절에 만났던 그 여자아이와 특별히 뭔가가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그 존재는 그의 머릿속에 깊게 박혀있었고 희미해지는 일은 있었으나 완전히 지워지는 일은 없었다. 그런 존재와 이렇게 여기서 마주했다는 것이 그에게 있어선 상당히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연회장까지 같이 가고 싶지만 조금 사정이 있어서 아직 연회장에 갈 수 없으니... 어릴 때 한 말. 사교계에 데뷔해서 저를 만나면 그때 저에 대해서 제대로 소개를 하겠다는 그 이야기는 아주 조금만 더 미뤄도 괜찮을까요?"

아직 정식으로 소개가 되지 않은만큼 어쩔 수 없다고는 하나 이렇게 말해야만 하는 사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는 정말로 유감스러워하며 아쉬운 기색이 돋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아주 살짝 시선을 내려 마리안느의 손을 바라보던 알렌은 이어 미소를 유지하며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제 첫번째 춤은 마리안느. 당신에게 신청할게요."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런 약속은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알렌은 일단 마리안느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거절할지, 아니면 받아들일지. 절로 긴장되는 감정을 능숙하게 숨기면서.

/아무래도 이건 썰 때문이 분명해. 정말 썰만 보면 둘 다 짧지만 강렬한 첫만남을 서로 가진 셈이었으니 말이야. 소소하고 누가 보면 그게 뭐 특별하다고. 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나 두 사람에게는 강렬한 무언가. 아무튼 나도 답레로 갱신할게! 마리주 역시 하루 수고했어!

55 마리안느 - 알렌 (n9IEnFON0g)

2023-06-14 (水) 08:25:41

잘 지냈다는 말이 인사에 대한 예의상의 답변이 아님은 그의 미소로도 알 수 있었다. 수려한 이목구비로 인해 보기에 설레면서도 단정한 분위기라 마음이 차분해지는 미소였다. 게다가 반듯이 선 자태에서도 기품이 느껴졌다. 공식적인 자리다운 복식이며 언동의 영향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 이상의 격을 더해 주는 무언가가 몸에 밴 듯한 인상이었다. 어린 시절에도 앉을 자리에 손수건을 일부러 깔아 주는―지금 생각하면 사교계에서 신사가 숙녀에게 보이는 매너를 연상시키는― 배려를 해 줄 만큼 점잖기야 했다만 그때는 호기심이나 엉뚱한 면모도 두드러졌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어디로 보나 어엿한 신사다.

격세지감에 빙긋 웃으려니 그도 안부를 물어 왔다. 아무래도 공작가의 일원으로 나타난 것에 놀란 모양이다. 무리도 아니다, 그때 내가 사교계에 나가기엔 한미한 가문이라고 밝혔던 걸 기억한다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사연이나 어차피 타인의 사정, 풀어놔서 좋을 건 없는 화제이리라. 어디까지 얘기해야 이분의 궁금증만 깔끔히 풀릴까? 사교계에 어울리는 화술엔 젬병임을 의식하고 있는 터라, 말을 고르고 고를 수밖에 없었다. 이따금 얕게 스쳐 가는 바람 소리와 점점 가까워지는 듯한 마차 소리가 대화의 공백을 알리는 듯했다.

"저도 잘 지냈습니다. 로덴버그 공작가는 먼 친척 가문이라 부모님께서 작고하신 이후 공작께서 거두어 주셨습니다."

말을 맺고 그리 오래지 않아 마차가 근처에 당도했다. 그러고도 또 다른 마차의 기척이 가까워 오는 걸로 보아 연회 시작 시간이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나중에 이야기해도 괜찮겠냐며 양해를 구해 왔다. 하긴, 여기 계속 있다간 지각하고 말 거다. 이것도 소소한 배려일까. 마리안느는 두 손을 다소곳이 모은 자세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갯짓이 어둠에 가려지지 않도록 확실하게.

그러면... 같이 들어가는 걸까? 그렇게 예상한 순간, 이어지는 얘기에 어리둥절해졌다. 연회장에 안 들어간다고? 사정이 많은 건 그때랑 똑같네. 직전의 기대가 머쓱했으나 어쩌겠는가. 소개 역시 이유가 뭐든 당사자는 안 내켜 하는데 캐묻는 건 사교계고 뭐고를 떠나 예의에도 양심에도 안 맞다. 이 자리에 참석하는 이상 오늘 안에 들을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실없이 웃고만 있다가 그만 망연해졌다. 얼굴은 물론 귓바퀴까지 홧홧해 고개를 숙이고도 민망했고, 심장 고동 소리가 너무 요란해 양손으로 막듯이 덮고도 들리는 건 아닐까 떨렸다. 춤이라니, 상상도 못 했다. 연회장에선 으레 춤을 춘다고, 신사의 리드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도 숙녀의 소양이라고 누누이 들었는데도. 어째야 하나? 서늘한 들숨과 후끈한 날숨의 격차에 등골이 선뜩했다. 사교계에서 춤이 의미 있는 활동인 만큼 첫 번째 춤을 청한 건 그로서도 큰맘 먹은 결정일 거다. 아마 어린 시절의 추억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이겠지. 그걸 거절하는 건 추억에 찬물을 끼얹는 짓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까지 무도(舞蹈) 선생님의 발을 수도 없이 밟았던 걸 생각하면 승낙을 해도 문제다. 이분의 발이 남아나질 못할 테니까. 공식석상이라 아픈 티도 못 내고 웃는 낯으로 있으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못할 짓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무도는 제대로 익히지 못해서... 저와 추시다간 발을 다치실 겁니다."

춤 연습을 좀 더 열심히 할걸. 운동 신경이 둔한 스스로가 한탄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 어렵고 갑갑한 사교계에서의 유일한 지인인데,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을 기회를 이런 식으로 놓치게 될 줄이야. 미안하고 민망하고 막막하고 환장하겠다. 최대한 평온한 표정을 짓고자 했으나 입도, 볼 근육도 떨렸다. 그런 긴장 상태에 어딘가 엇나간 걸까? 불쑥 무리수가 튀어나와 버렸다.

"혹, 혹여... 제가 파트너의 발을 안 밟을 수준으로 익히면 그때... 다시 청해 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에고고 어제 자버렸어요(;;;×_×) 벽의 꽃(?)으로 있게될줄 알았는데 무려 첫번째 춤신청이라니(*゚ロ゚) 춤알못 마리안느로선 아까운기회가 날아갔네요(;^_^川
암튼 답레로 갱신했어요 이제 한주의 중간인데 적게 일하고 넘기시길 바랄게요ヾ(´ ▽ ` )

56 알렌 - 마리안느 (.zKb8l3FDY)

2023-06-14 (水) 19:52:04

"그랬군요. 괜한 것을 말하게 한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친척인 공작가가 거둬준 것이 나쁜 것은 아니겠으나 그 원인은 안타깝고 유감을 표할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며 사과와 함께 유감을 표하면서 고개를 살며시 숙였다. 마치 그녀의 부모님에게 묵념이라도 하듯, 잠시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있던 그는 다시 고개를 위로 올렸다. 일단 집안 관련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알렌은 판단했다. 굳이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야기라던가 그 이후의 이야기를 꺼내서 좋을 것은 없었다. 어차피 자신에게 있어서 마리안느라는 존재는 공작이건, 그게 아니건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존재였으니까. 그저 만나서 반가운 존재.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던 존재. 바로 오늘 이렇게 재회하게 된 것에 그는 하늘에 있는 신에게 잠시 감사를 표했다.

나중에 이야기를 좀 더 나눠도 괜찮겠냐는 제 제안에 마리안느가 고개를 끄덕이자 알렌은 절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으나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사과해야만 한 일도 있었고. 그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밝혀지게 될테니 그때 다시 한 번 사과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굳히며 그는 숨을 조용히 고르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괜히 손으로 정리했다.

한편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쓴 웃음소리를 냈다. 참 이럴 땐 자신의 신분이 답답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소개가 되지 않았으니 멋대로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기에 참으로 온 몸이 무거운 쇠사슬로 묶인 것 같아 그는 좀처럼 쓴 표정을 바꿀 수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좋은 날인만큼 그는 표정을 관리하려고 했다.

자신의 춤 제안에 고개를 숙이다가 거절의 의사를 밝히는 그녀의 목소리에 알렌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눈을 잠시 감았다. 하긴, 너무 빠른 제안이긴 했지. 아마 의례적으로 하는 정중하게 거절하는 표시겠거니 알렌은 생각했다. 어쨌건 그녀도 사교계에 진출할 영애. 그런 말이나 거절법은 교육을 받지 않았겠는가. 그래도 확실하게 거절의사를 밝혀주는 것에 그는 순순히 받아들이며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러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아. 네. 저야 괜찮긴 합니다만..."

정말로 춤을 잘 추질 못해서 자신의 발이 걱정이 되어서 그렇게 말했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그는 절로 웃음을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귀여운 이유였고 뒤이어 다음에 다시 청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귀여운 탓이었다. 어릴 적에도 이런 느낌이었던가. 흐릿한 기억을 모두 떠올릴 순 없었기에 그는 곧 기억을 더듬는 것을 포기하며 마리안느에게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익히면 마리안느가 저에게 춤을 출 수 있겠다고 이야기해주지 않겠어요? 몇 번이고 제가 춤을 다 익혔냐고 물어보면 압박이 될테니까요. 모처럼 즐겁게 출 수 있는 춤도 즐겁지 않을테고요. 참고로 저는... 딱히 상대가 춤을 추지 못해도 괜찮아요. 당신이니까 권한 것이기도 하고."

다른 모르는 이들보단 그래도 조금은 아는 이와 춤을 추는 것이 알렌의 입장에서도 조금 편한 일이었다. 허나 여기서 더 권하면 그건 강요였다.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기에 그는 그쯤에서 말을 마치며 다시 마리안느에게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저는 조금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 나중에 연회장에서 다시 만나요. 마리안느."

그렇게 말을 남기며 알렌은 일단 먼저 성 안으로 들어섰다. 정확히 그가 향한 곳은 당연히 자신의 방이 있는 윗층이었다. 그곳에서 좀 더 대기를 하다가 파티가 시작될 무렵, 황제와 함께 입장하여 정식으로 소개가 된 후, 많은 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파티를 즐길 예정이었다. 천천히 계단을 오르며 궁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며 그는 방으로 들어섰다. 파티가 시작되고 황제와 함께 연회장에 들어갈 준비를 하며.

연회장 내부는 너무나 화려했을 것이다. 천장에 달려있는 찬란하게 반짝이는 샹들리에는 물론이고 온갖 귀한 음식과 함께 바닥에 깔려있는 새빨간 카페트. 그리고 이곳저곳에 장식된 화려한 장식품들까지. 참가한 귀족 모두가 주인공으로 돋보일 수 있으며, 그야말로 사치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는 곳. 그곳에 사람들이 점차 모여들었을 것이다.

/나 역시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오늘 하루는 잘 보냈을까? 오늘은 비가 엄청 오네. 아무튼 마리안느가 생각보다 너무 귀여워서.. 진짜 너무 귀여워서..오너가 순간 위험했어. ㅋㅋㅋㅋㅋ 알렌도 위험해지는 것이 아닐까 모르겠네. 이러다가.
아무튼 이후에는 그 귀족들이 험담을 나누는 그런 장면으로 이어가도 괜찮을 것 같아. 알렌이야 자연스럽게 등장하면 될테니까!

57 마리안느 - 알렌 (f2pIdcEyxU)

2023-06-14 (水) 23:59:16

황궁은 황궁이라는 걸까. 연회장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그야말로 휘황찬란했다. 샹들리에에 휘장처럼 둘러쳐진 보석 하나하나가 촛불을 반사하며 빛나고 있었고, 벽에는 사슴의 뿔을 형상화한 듯한 황동 촛대가 일정 간격마다 달려 있어 거기 얹힌 촛불이 연회장을 대낮처럼 밝혀 주었다. 한편 갖가지 음식과 술이 즐비한 테이블도 호화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아색 테이블보의 가장자리에는 진주 레이스가 달려 있었고, 접시는 물론 병과 컵, 포크와 나이프까지 모조리 은제였으며―은이 독극물에 반응하기에 이렇게 안배한 듯하다.― 테이블 중간중간에 놓인 수정 꽃병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갓 피어난 것마냥 화사한 분위기와 은은한 향기를 더했다. 그런 가운데 연회장의 한쪽 구석에서는 악단이 분위기를 풀어 주려는 것처럼 잔잔한 장조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 장관 앞에서 마리안느는 마냥 얼떨떨했다. 막 성년이 된 귀족들이 사교계에 데뷔하는 자리였기에 오늘 모인 귀족은 대개 두 부류였다. 오늘이 첫 참석인 마리안느 또래의 신사 숙녀이거나 그들의 부모이거나. 아직은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되지 않았기에 젊은이는 젊은이끼리 안면을 트고, 중년들은 익히 아는 사이끼리 환담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는 로덴버그 공작 내외 역시 마찬가지여서 그들은 이미 다른 명문가의 중년 귀족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다만 다른 귀족들은 연회장에 들어서기까지 자제와 동행했다가 그 뒤에야 따로 행동한 반면에 로덴버그 공작 내외는 아예 마리안느와 따로 왔다가 연회장에 들어서는 순간에만 동행했다.― 그것까지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데, 젊은이들까지 금세 인사를 주고받으며 어울리는 것은 신기했다. 다들 초면일 텐데 어쩌면 저리 자연스럽게들 처신할까? 어쩐지 부담스러워져 마리안느는 아직 신사들과 어울리지 않은 숙녀들이 모인, 리본이며 레이스며 꽃 장식으로 장식된 드레스의 물결에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말주변도 춤 실력도 부족하니 이대로 있으면서 조용하고 얌전한 숙녀 행세나 하는 게 상책일 것 같았다.

그렇게 서 있는 동안에도 신사들은 이쪽으로 다가와 어울릴 숙녀를 찾았다. 그래 봤자 적당한 화젯거리나 맥락 모를 찬사를 시작으로 이야기나 나누는 정도였지만, 어쨌거나 드레스의 물결은 점점 줄어 갔다. 그러던 중, 근처에서 말문을 튼 무리의 대화가 귀에 꽂혔다. 일전의 국경 분쟁에서 큰 공을 세워 황제께 새로이 영지까지 하사받았다는, 이국(異國) 출신의 백작이 거론되는 중이었다.

“세상에! 그럼 전황을 뒤집은 맹활약이 실은...?”

“그렇습니다. 악마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죠!”

마리안느는 미간이 찌푸려지는 걸 의식하고도 표정을 가다듬지 못했다. 악마의 힘이라니, 다들 소설을 너무 많이 본 게 아닐까? 물론 그 백작의 무용담이 소설의 일부래도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만큼 엄청나긴 한 모양이다만, 그래도 그렇지. 악마의 힘씩이나 되는 걸 손에 넣었다면 백작 정도의 작위에 만족할까? 나라면 아예 나라를 하나 통째로 얻고 제국도 세우겠는데?

그런데 이의를 제기하자니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아니, 할 말은 많은데 어떻게 해야 그 말을 귀족답게 고상하게 전할 수 있을지를 모르겠고 어쩐지 혀까지 꼬인 것 같다. 그 바람에 그 얘기가 회자되는 데로 다가가고도 잠시 버벅거린 끝에야 목소리를 끌어낼 수 있었다.

"...저, 지금 하신 말씀이, ...그러니까, 사실입니까? 어느 분이 보셨는지요?"

활기 있게 대화하던 무리의 표정이 너 나 할 것 없이 떠름해졌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리숙한 목소리에 말투며 표현도 귀족다운 화법과는 동떨어진 듯했다. 그래도 고위 귀족다운 처신이 몸에 밴 걸까? 그들은 달갑잖은 기색을 보이면서도 제각기 마리안느에게 목례를 해 보였다. 특히 악마의 힘 운운했던 신사는 두 팔을 펼치고 다리를 꼬더니 고개 숙이는 인사까지 해 보였다. 저런 처신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좋든 싫든 내 감정을 감추고 품위를 유지하는 처신을.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호기심도 반짝이는 영애이시군요. 제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이미 파다한 소문입니다."

파다한 소문, 그 말이 마리안느의 반발심을 자극했다.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작고하셨을 때도 그 소문이란 게 파다했었다. 아들 하나 없으니 리멜트 가문은 이제 문을 닫겠다느니 내외가 갑작스레 사망했는데 영애는 건강한 게 이상하다느니, 머리가 빙빙 돌고 귀가 먹먹한데도 그런 말들은 놀라우리만치 똑똑히 들렸었다. 모르는 일에는 침묵해 주면 좋을 텐데, 간혹 사람들은 자기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혼동해서 모르는 일도 아는 양 떠들곤 한다. 그때의 질척한 기분을 되씹는 듯한 불쾌감에 마리안느는 품위 있게 처신해야 하는 제 입장도 잊고 말았다.

"어머! 믿을 뻔했는데, 그냥 소문이었나요? 그렇다면 이런 자리에서는 발설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마리안느는 짐짓 과장된 동작으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하고는 덧붙였다. "참말이 아니면 두 말 할 것도 없지만 만에 하나 참말이면 악마가 제 정체를 이야기한 귀하를 해코지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신사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포커페이스(?)가 깨진 게 통쾌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개척해야 할 혼삿길에 스스로 대못을 박아 버렸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여기 참석할 정도면 이 신사의 가문 역시 공작께서 정략혼을 맺을 가문으로 저울질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대놓고 모욕해 버렸으니. 더욱이 앞으론 고상한 영애로 보이기도 글렀다. 공작가에 들 때도 양녀로 삼기엔 가문의 격이 안 맞는다느니 액운을 부를지도 모른다느니 하는 뒷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 일로 혼사가 막히면 어떻게 될까? 속이 점점 시끄러워졌지만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태연자약한 얼굴을 가장하며 서 있을 밖에.

/에고고 비와서 더 후덥지근하고 힘드셨겠어요(×﹏×)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앗~ 알렌과 춤추는게 싫어서 거절하는게 아니라고 티내려던거뿐인데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〇*>∀<)ゞ★☆
근데 제가 손이 느려서 이제야 잇네요(╥﹏╥) 오늘은 이만 자러갈게요(っ˘̩╭╮˘̩)っ 좋은밤되세요εミ(ο_ _)ο

58 알렌 - 마리안느 (SGYgrFH3ME)

2023-06-15 (거의 끝나감) 00:58:44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가볼테니 먼저 들어가있거라. 알렌."
"아. 네. 아버님."

시간이 흘러 이제 슬슬 황제는 물론이고 알렌 역시 연회장에 발을 들일 시기가 되었다. 허나 잠깐 대신과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 생긴 것일까. 황제는 알렌에게 먼저 연회장에 들어가있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금방 올테니 말 그대로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그 말에 알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안느와 잠깐 대화할 때는 하지 않았으나 지금 그는 하늘을 향해 비상할 것처럼 두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는 붉은 독수리 문양이 그려진 하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그 문양을 사용할 수 있는 이는 오직 황가의 피를 이은 일가. 즉 황족들 뿐이었다. 그 망토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황가의 사람이라는 이야기였으며, 그런 이가 아님에도 그 문양을 사용할 경우에는 황가를 모욕했다는 죄명이 붙어 사형까지 당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 문양이 그려진 망토를 다시 한 번 손으로 정리하며 알렌은 아랫층으로 내려가 연회장 안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이미 그 안에는 수많은 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이도 있을 것이고, 자신이 모르는 이도 있을터. 그 중에 아는 이는 얼마나 될지 가만히 눈으로 쫓는 와중 커다란 고성이 들려왔다. 그 중 누군가는 그 분위기를 즐기는 이가 있었고 어쩔 줄 몰라 눈치를 보는 이들도 있었다. 알렌은 가만히 상황을 살피려는 듯, 주변을 눈으로 쫓았고 근처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비병에게 다가갔다. 그저 앞만 바라보면서 꿋꿋하게 서 있던 그 경비병은 알렌을 보자마자 바로 온 몸에 힘을 줘서 오른손으로 그에게 경례했다.

"무슨 일이 있었죠?"

이내 들려온 설명에 알렌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일전에 영지를 받았던 백작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고 그 백작이 악마의 힘을 빌렸다는 말이 나왔고 그로 인해서 작은 다툼이 벌어진 것 같다. 아니. 다툼이랄 것도 없고 불쾌하다고 항의를 하는 이가 나왔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아마 금방 잠잠해질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그 말에 알렌은 표정을 조용히 굳혔다. 일전에 영지를 받은 백작이라면 자신도 어느 정도 아는 이였다. 자신의 아버지. 그러니까 황제가 직접 공을 치하하고 기뻐하며 영지를 내렸던 그 이국 출신의 백작이 아니었던가. 자신의 아버지이자 현 황제는 이국 출신이라고 해도 능력이 있으면 그 능력을 대우했고 그때 일 역시 충분히 능력을 인정하여 내린 포상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악마의 힘을 빌린 행위라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자신의 아버지이자 이 제국의 황제가 직접 인정한 작자를 모함하는 말이었다. 알렌은 이내 작게 숨을 내뱉으며 이후에 혼이 날지도 모르나 확실한 방법을 선택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 막 들어왔음에도 귀에 들려온 말이 참으로 그냥 지나갈 수가 없군요."

이어 알렌은 앞으로 걸어가며 목소리 톤을 높여 연회장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냈다. 자연히 방금 고성을 지른 신사 역시 뒤로 돌았고 넌 또 뭐냐는 눈빛을 알렌에게 보냈다. 아니.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말고.. 라는 그 말에 근처에서 경비를 서는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 중에는 경악하는 이도 있었다. 물론 뭐야? 하는 눈빛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고. 아무튼 알렌은 오른손을 들어 병사들에게 나서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고 이내 병사들은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동작을 멈췄다.

"경들이 악마의 힘을 빌렸니 뭐니 하는 이는 황제 폐하가 직접 그 공을 인정하고 치하한 백작입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저 이국 출신이라 하여 그런 험담을 털어놓는 것이 이 제국의 귀족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천박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니면 경들은 황제 폐하의 안목이 떨어져서 악마의 힘을 빌린 이단자에게 영지를 내리고 공을 치하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입니까?"

숨을 죽이며 알렌은 싸늘한 눈빛을 조용히 내비쳤다. 자신의 아버지, 이 제국의 황제에 대해서 모욕이 될 수 있는 말. 그리고 이국 출신이라 하여 그것을 질투하여 이런 말도 안되는 소문을 떠드는 것. 모두가 그에게 있어선 마응메 들지 않는 행동이었다. 이어 알렌은 잠시 숨을 죽이고서는 그 고성을 내뱉었던 신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그 공은 황제 폐하가 다른 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서 인정한 것이기도 합니다. 악마의 힘이니 뭐니 하는 헛소문을 떠들고 싶다면 황제 폐하는 물론이며, 그때 같이 그 공을 인정한 귀족들까지 모두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와서 떠들어주십시오. 그런 것이 없다면 이 제국의 제 4황자. 알렌 실포드 알드레아의 이름으로 명합니다. 헛된 소문을 가지고 시끄럽게 떠들지 마십시오. 이 황궁 내부에서 그런 근거도 없고 책임지지도 못할 무책임한 헛소문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제 이름이 가진 힘을 알렌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 힘을 사용하기로 했다. 모두가 즐겨야 할 사교장인 이곳에서 그런 헛소리를 떠들며, 황실의 안목을 무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그야말로 질투와 가쉽으로 남을 해치는 말이 나오는 것이 그로서는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는 탓이었다. 이내 말을 마치며 알렌은 쓴 미소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꾸중을 듣는 것은 피하지 못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손이 느린 것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걸! 아무튼 일단 이렇게 이어둘게! 잘 자고 내일 하루도 화이팅이야!

59 알렌주 (SGYgrFH3ME)

2023-06-15 (거의 끝나감) 23:35:08

하루는 잘 보냈을까? 음. 아마 내일은 내가 퇴근을 하고 나서 토요일 저녁까지 좀 어디에 갔다와야해서.. 상판에 오는 것은 조금 힘들 것 같아.
그래서 아마 답레를 쓰는 것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네.
그런고로 답레 정말로 천천히 느긋하게 써도 된다!

60 마리주 (s7T2Sr7ZjU)

2023-06-16 (불탄다..!) 00:43:43

앗앗 그러시군요(´◕o◕`) 저도 예정에 없던 현생이슈때문에 이제야 봤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늦어진건 죄송하고요(ノ_<。) 알렌이 마리안느한테 친절하게 대해준거나 황당할수 있는 춤얘기도 좋게 받아들여준거나 그런부분들이 마리안느한테 인상적이었을거라고 생각했는데도 저번답레에서 못살린게 많이 아쉬웠는데 느긋하게 준비하면서 열심히 살려볼게요(π▽π) 좋은밤되시고 내일도모레도 화이팅이에요(ノ・▽・)ノ

61 알렌주 (RY/vyRb0kw)

2023-06-16 (불탄다..!) 00:49:27

며칠 자리를 비우게 되면 말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 물론 현생으로 바쁜거야 서로서로 배려하는 것이고 말이야! 그러니까 죄송한 거 없기!! 아무튼.. 마리안느의 입장에선 제 4황자라는 이가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를 속이고 말도 안하고 그렇게 있었던건데 무슨 생각을 할지도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안 좋게 생각한다고 해도 알렌이 받아들어야 할 상황이지만 말이야!

아무튼 마리주도 좋은 밤 보내고 내일도 화이팅이야!

62 마리안느 - 알렌 (xBm68YXS7M)

2023-06-16 (불탄다..!) 16:00:19

일그러진 얼굴로 볼만 씰룩이던 신사가 체면을 차리기도 싫다는 듯 성난 투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초면에 어쩌면 이렇게 무례하냐는 요지로 시작하는, 들어 봤자 기분 잡칠 소리였기에 마리안느는 이런 상황에 으레 써먹던 수단을 동원했다. 딴 생각 하기. 생각할 거리는 많았다. 당장 공작 내외께서 이 소란을 남의 일인양 외면하고 있다는 거부터도 이런저런 상념을 불러일으키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양자가 아니라 친자였다 해도 성년이 되어서 나온 마당에 시비가 붙었다고 부모가 개입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럼에도 착잡해지는 건 애초에 정이 아니라 정략으로 맺어진 관계라는 점에서 비롯된 자격지심 때문이겠지.

공작 내외 쪽을 보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다 보니 신사의 언성이 좀 전보다 높아진 게 느껴졌다. 다른 생각 해야겠다. 사교계에서 만나는 걸 당연시하던 소년이었기에 머리에 매라는 리본을 목에 매 가며 잠깐의 인연을 티 내긴 했어도 이렇게 바로 만날 줄은, 정말로 다 기억하고 있었다니. 속에서 따스한 무언가가 몽글몽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춤을 거절한 것도, 그로서는 쉽게 꺼낸 얘기가 아니었을 텐데, 그러자마자 내가 말을 바꾸다시피 해서 황당하기도 했을 텐데, 흔쾌히 수락해 준 데에다 춤을 익히면 먼저 얘기해 달랬다. 마음 편히 생각해도 된다고 배려해 준 게 틀림없었다. 첫날부터 거하게 사고를 쳐 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기회가 생긴다면, 그렇게 마음 써 준 것에 부응할 수 있게, 춤을 좀 익혀 놓고 싶다. 그러기까지 무도 선생님의 발이 무사할지는... 신만이 아실까?

"듣고 계십니까?!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게 예의 아닙니까!"

아차차, 안 듣는 티가 너무 대놓고 났나? 마리안느는 어느새 풀어진 얼굴을 수습하며 좀은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슨 말이라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으나, 저쪽 말을 귀담아듣질 않았더니 할 말이 없다. 적당히 있다가 실례했다고 얼버무리고 자리를 뜨는 게 좋겠다. 그래 봤자 뒷말은 뒷말대로 나오게 생겼고, 공작 내외께서도 좋게는 안 보실 거 같지만. 늦게나마 무던한 처신을 해 보려고 궁리하던 중 머릿속이 싹 굳었다. 그러고 보니 그 소년―이제는 소년이 아니지만―도 이 꼴을 보고 있으려나? 입맛이 쓰다. 악담 퍼붓고서 상대의 말은 무시하는 건 빈말로라도 얌전하고 순한 숙녀로는 안 보일 짓 아닌가. 앞으로 사교계 활동은 여러모로 험난...

그때였다. 들어본 듯 낭랑한 음색인데도 서늘해서 생경한 목소리가 연회장을 울린 것은. 돌아보니 그 소년, 알렌이 이쪽을 쏘아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바닥에 부딪는 규칙적인 굽 소리엔 힘이 실려 있었고, 표정은 아까와 딴판으로 매서웠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아까는 하지 않았던 하얀 망토, 그 중에서도 금으로 된 듯한 여밈 장식에 자그마한데도 한눈에 알아봐질 만큼 선명하게 새겨진 붉은 독수리 문양이었다. 화들짝 물러서며 고개를 숙였다.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니라면 저 문양은 황실의 문장(紋章)인데? 생각이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아무 생각이 안 든다.

마리안느가 그렇게 넋이 나가 있는 사이, 황실의 문장이 달린 망토를 착용한 그는 서슬 퍼런 질타를 퍼부었다. 이국 출신의 백작을 악마와 연결 지은 소문을 황제 폐하의 안목에 대한 모욕으로 해석한 모양이었다. 진지하게 주장하려면 황제 폐하부터 귀족들까지 납득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가져오라는 일침도 이어졌다. 정론(正論)이다. 새까만 드레스 자락과 대조적인 색감의, 매끄럽게 윤이 도는 대리석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곱씹었다. 난 악마의 해코지 운운하며 놀리고 말았는데, 저 사람은 올곧게 이치부터 따진다. 그 시절 잠깐 스쳤을 땐 몰랐는데 성품이 진중한 걸까? 아니, 그보다 어떻게 황실의 문장을...?

의문이 채 선명해지기도 전에 머리가 띵해졌다. 황자 전하? 잘못 들었나? 하지만 그의 망토는 분명 황실의 문장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모아 쥐고 있던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을 찍어 눌러 봐도 따갑다. 그러니까, 그가 가문을 숨겼던 게... 몸이 떨려 왔다. 다리는 드레스에 가려진다지만 팔까지 바들거리는 게 느껴지는데도 어쩌지를 못 하겠다.

그런데 뒤쪽에서 변성기가 지난 듯하지만 그리 가라앉지는 않은 경쾌한 음성이 뻗어 나왔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뒤이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덧붙였다. "숙부님, 그러게 왜 악마와 손 잡지 않으셨습니까?"

저 사람이 숙부라 부른 이가 문제의 그 백작일까? 정신이 팔린 사이 황자에게 예를 올리는 또 다른 목소리가 낮고 무겁게 울렸다. 그리고 앞서의 말에 대한 보다 익살스러운 어투의 대꾸가 이어졌다. "미안하네, 조카님. 악마와는 연이 없어서 말일세."

숙질간의 문답이 무슨 신호라도 되었는지 고요해졌던 연회장 곳곳에서 바람 새는 듯한 기척이 났다. 숨을 참는 기척 같기도 했다. 마리안느도 그제야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너무 터무니없는 상황이라 꿈인가 생신가 싶지만, 황자 전하 안전이면 꿈이라도 예부터 표하는 게 상책이다. 마리안느는 양손에 드레스를 움키고 자세를 낮추며 허리를 숙였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에고고 어떻게 잇긴이었네요εミ(ο_ _)ο 뒷담화의 당사자도 파티에 참석했을거 같아서 마리안느가 알렌이 누군지 알고서 혼란에 빠진김에 슬쩍 넣어봤어요(^~^;)ゞ 고지해주신 상황 알고있으니 현생 화이팅하시고 숨돌리신뒤에 뵈어요ヾ(´ ▽ ` )

63 알렌 - 마리안느 (cyXUn1ST0g)

2023-06-17 (파란날) 19:14:05

그야말로 정적이 흐르는 것 같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물론 실제로 그럴 리는 없었겠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알렌은 마치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이 멈춘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정체. 이 제국의 네번째 황자라는 사실을 밝혀서 그런 것일까. 그의 눈동자에 비친 사람들 중 일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특히나 방금 자신에게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마라고 했던 그 사내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따라 황가를 모욕했다는 명목으로 감옥에 가둬버릴 수도 있고, 그 목숨을 거둬버릴 수도 있었으나 적어도 알렌은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물러나지 않고 계속 그런 주장을 반복한다면 또 모를까. 확실한건 그 사내에게서는 그런 분위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알렌은 살며시 표정을 풀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러자 자신의 친족과 같이 찾아온 것으로 보이는 소문의 당사자인 이국 출신의 백작이 알렌의 눈에 들어왔다. 자신에게 예를 표하는 그 모습에 알렌 역시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고개를 숙이며 백작에 대한 예를 표했다. 익살스럽게 악마와는 연이 없다고 말하는 그 목소리가 끝나자 알렌은 미소를 지으며 백작에게 이야기했다.

"황제 폐하가 늘 경의 활약에 기뻐하고 있고 앞으로의 활약 역시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경의 활약에 크게 경의를 표합니다. 아무튼 시시껄렁한 천한 소문 따위는 신경 쓰지 마시고 파티를 즐겁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지금 보이는 모습으로 보아 소문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으나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사람이란 알게 모르게 작은 행동 하나가 계기가 되어 크게 상처를 입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알렌은 그 백작을 격려하며 이렇게 찾아왔으니 파티를 즐겁게 즐길 것을 권유했다. 한편 고개를 또 살며시 돌리자 드레스를 양손으로 잡고 자세를 낮추며 허리를 숙이는 마리안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알렌은 쓴 웃음소리를 냈다. 하긴,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지. 사실 자신도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기에 크게 당황하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예정과는 너무나 틀어졌으나 지금 여기서 정체를 밝힌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마리안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속일 생각은 없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인해서 계속 미뤄지고 미뤄지고 말을 하지 못한 탓에 마리안느. 당신을 너무 놀라게 한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네요. 그 점은 사과할게요. ...정식으로 제가 모두의 앞에 소개된 것이 아니었기에 제 마음대로 제 신분을 이야기할 순 없었다고는 하지만... 아마 상당히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

이어 알렌은 숨을 잠시 죽였다. 그리고 방금 전 보였던 차가운 모습과는 다르게 다정하고 차분한, 이전에 마리안느를 대할 때의 그 분위기를 보이면서 그는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려는 듯, 자신의 오른손을 왼쪽 가슴가에 살며시 올리며 기품있는 자세로 흐트러짐 없이 허리와 머리를 숙여 마리안느에게 인사했다.

"조금 있다가 황제 폐하가 정식으로 저를 여기에 있는 이들에게 소개하겠지만 알드레아 제국의 제 4황자. 알렌 실포드 알드레아라고 합니다."

딱 거기까지만 이야기를 하며 뭔가 요구를 하거나 굳이 뭔가를 묻지 않는 것은 이후,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를 그녀가 자유롭게 정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후에 자신을 피하거나, 멀리하거나 해도 알렌으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스스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개인 일정을 다 마치고 돌아왔어!! 이제는 별 일 없이 집에서 푹 쉴거야!!

64 마리안느 - 알렌 (NOWB0N70nA)

2023-06-17 (파란날) 22:46:18

뒷담화의 표적이 되었던 백작이 등장하고, 그 소년―아니 이제는 청년이고 실은 이 나라의 황자인 인물―이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려는 듯 백작에게 덕담을 남기자, 숨소리조차 죽이고 있던 이들이 하나 둘 숨을 돌리기 시작하더니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허리를 굽힌 채 바닥만 응시하고 있는데도 뭇 시선이 이쪽에 쏠린 건 피부가 따끔거린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똑똑히 느껴졌다. 당연하다. 무려 황자 전하께서 납셔 계시는데 어느 누가 스몰토크에 정신을 팔겠는가? 모르긴 해도 공작 내외께서도 주시하고 계실 게 뻔하다.

골치가 지끈거렸다. 시시비비야 어쨌건 연회 참석자를 대놓고 조롱하고 무시한 건, 의사 표현을 삼가면서 의사를 드러내라는 사교계의 화술에 맞지 않을뿐더러 교양 있는 처신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런 꼴을 유력 귀족 다수는 물론 그나마 교분을 맺을 가능성이 있었던 어린 시절의 인연에게까지 드러내 버렸다. 그도 모자라 그 인연이 사실은 지고(至高)하신 황자 전하이고. 화술도 춤 실력도 부족하니 조용하고 유순한 숙녀 행세라도 하려고 했는데, 정식 소개 절차도 거치기 전에 이 꼴이다. 앞으로 얌전히 있은들 누가 믿어 줄까? 황자 전하의 추억 보정도 와장창 깨지지 않았을까? 푹 나오려는 한숨을 가까스로 소리 죽여 내쉬었다. 망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이제 어쩐다? 정식 소개 절차만 거친 뒤 몸이 안 좋다고 핑계를 대고 빠져나간다? 싫다. 그러면 앞서의 다툼을 부끄러워한다고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교양 없는 태도였고 좋게 보기 어려운 처신이었음은 인정하나, 부끄럽진 않다. 난 할 말을 했다! 그러니까 철판 깔고 웃는 낯으로 버틸 거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스스로를 다독이고 자세를 펴는데―황자 전하 앞이었기에 고개와 시선은 여전히 바닥을 향한 채였다.― 청각이 의심스러워지는 발언이 들려왔다. 사과하겠다는 내용부터 친근감조차 섞인 듯한 어투까지 놀랍지 않은 게 없었다. 무엇보다 '로덴버그 공작 영애'라는 호칭이 아니라 '마리안느'라는 이름을 부른 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황자가 만인환시(萬人環視) 중에 누군가를 격의 없이 이름으로 불렀다? 그야말로 대이변 아닌가. 헛걸 들은 게 아닌가 싶은 상황이었으나, 연회장이 일파만파로 술렁였다. 나만 들은 게 아니다.

그렇게 상황을 감지하고도 가타부타 말하지는 못했다. 어깨와 팔을 드러낸 복장인데도 몸이 홧홧하게 더워지는 듯했고 숙였던 고개는 더 수그러들었다. 모아 쥔 손도 어느새 뜨끈해져 땀이 났다. 앞서 시비가 붙었을 때도 시선이 집중되긴 마찬가지였으나 그땐 볼 테면 보라고 넘길 수 있었는데, 지금은 긴장된 나머지 입안이 바짝 말랐다. 코르셋을 조금만 더 바짝 조였다면 기절하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떨림을 억누르고자 제 손을 힘주어 꼭 쥐다가, 익숙한 동작―고개를 숙인 터라 몸통 아래만 보였지만 손동작과 몸의 움직임이 시야에 들어왔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신분을 밝히는 정중한 인사. 마리안느는 뒤늦게 드레스 자락을 잡고 마주 자세를 낮추었다.

"...송구합니다. 다시...다시 인사 올리겠습니다. 로덴버그 가문의 양자이자... 리멜트 출신인 마리안느입니다."

이마에서 땀이 나는 것 같다. 제 스스로도 허둥지둥인 게 느껴졌지만 달리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이렇게나마 말을 맺은 게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래도... 마리안느는 눈을 꾹 감고 속입술을 깨물었다. 아릿한 통증이 감돌자 정신이 조금은 또렷해졌다. 황자가 무려 사과를 한 상황이다, 단순히 신분을 안 밝혔던 일로. 그럴 일이 아니다. 연유가 뭐든 하고 싶지 않은 얘기는 안 해도 되지 않겠는가. 그 점은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다소곳이 서면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소개는.. 괘념치 말아 주십시오. 어떤 이유로든 꺼내고 싶지 않은 화제라면, 누구라도 피하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제가 전하께 무례를 범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랬다면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청합니다."

/고생하셨어요( つ >_<)つ 금요일부터 달리셔서 피곤하실거같은데(×_×)⌒☆ 답레는 컨디션 나아지신뒤에 느긋하게 주세요(*´▽`*)

65 알렌 - 마리안느 (cyXUn1ST0g)

2023-06-17 (파란날) 23:27:53

정체를 밝히기 전엔 그래도 친근해하는 느낌이 있었으나 지금은 벽이 느껴진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허나 그 또한 다 자초한 일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주변이 술렁이자 알렌은 작게 숨을 내뱉으며 잠시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방금 전에 격식을 차려서 그 딲딱한 어조로 이야기를 해야만 했던가. 굳이 그러고 싶진 않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물론 여기가 공식석상이고 정말로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가 흘러야만 하는 곳이라면 또 모를까. 지금 이곳은 사교를 위한 파티였다.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알렌에게 있어서 마리안느는 꽤나 보고 싶고 다시 만나고 싶었던 기억 속의 여성이었다. 물론 그것은 어쩌면 이제와서는 자신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누가 봐도 긴장한 것이 눈에 보이는 자세와 모습. 이어지는 인사와 함께 들려오는 소개에 알렌은 작게 미소만 지으며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낮춘 자세가 다시 올라오고 다소곳이 서서 자신에게 용서를 청하는 그 말에 알렌은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무례를 범했다니. 아니. 물론 누군가는 무례를 범했다고 트집을 잡을지도 모르나 알렌은 조금도 문제를 삼을 생각이 없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정리하던 알렌은 약간의 침묵 후에 마리안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꺼내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꺼낼 수 없다에 가까웠지만... 어쨌건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아무튼 이제야 제대로 소개를 하게 되었지만... 저도, 마리안느도 그때와는 달라졌네요."

서로의 신분도, 그리고 서로를 대하는 분위기조차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알렌은 살며시 몸을 옆으로 돌렸고 근처에 있는 샴페인이 들어있는 유리잔을 살며시 들어올렸다.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려는 듯, 그는 조금 목소리를 높였다.

"조금 시끌벅적한 일이 있었으나 더 이상 문제가 되진 않을테니 방금 전 일은 깔끔하게 가슴 속에 묻어두도록 하고 파티를 계속 즐기도록 합시다. 여러분.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황제 폐하에게 이 건배를 바칩니다."

수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는 건배를 유도하며 알렌은 그 상황의 혼란과 웅성거림을 가라앉히려고 했다. 뒤이어 그는 살며시 고개를 돌려 마리안느를 바라봤다. 이어 오른쪽 눈을 살며시 감아 조용히 윙크를 보내면서 미소를 머금던 그는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지 않으며 그대로 뒤돌아 저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대로 섞여서 파티를 바로 즐기는 것도 좋겠으나 어쨌건 황제가 이곳에 입장하고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하게 될 때 자신은 그 자리에 있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연회장 내부에 만들어진 계단을 천천히 올라 황제가 앉는 그 황좌로 향했다. 그 오른쪽에서 살며시 자리를 지키며 알렌은 황제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황제가 안으로 들었다. 계단을 올라 황좌로 향한 그는 그 자리에 앉아 참석한 이들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 이 제국을 이끌어가게 될 젊은이들의 앞길에 무궁한 영광이 있길 바란다는 말. 그리고 올해 이 제국의 제 4황자도 성인이 되어 정식으로 사교계에 진출하게 되어 이렇게 참석시켰다는 이야기. 이름은 알렌 실포드 알드레아. 그런 소개가 끝나자 알렌은 살며시 고개를 아래로 숙이면서 정식으로 인사했다.

"이 제국의 네번째 황자인 알렌 실포드 알드레아라고 합니다. 형님과 누님에 비하면 미숙한 점이 많아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기에 여러분들의 눈에는 차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정진하며 부족한 점을 채우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이 있길 바라며, 앞으로 여러분들과 좋은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마리안느에게 하던 다정하고 차분한 톤이 아니라 상당히 격식있고 기품이 있는 황자로서의 목소리였다.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집에 와서 푹 쉬고 있었으니까 괜찮아!! 물론 오늘은 자면 뻗어버릴 것 같긴 하지만...아무튼 마리안느가 긴장한 것이 눈에 보여서 괜히 미안해진다. 알렌 이 녀석!! 나쁜 녀석!

66 마리주 (NOWB0N70nA)

2023-06-17 (파란날) 23:50:11

힉Σ(°ロ°) 손 엄청 빠르시네요ヽ(°〇°)ノ 어릴때 만난 소년이 알고보니 황자였다니 놀란것도 있고 사람들눈도 있고 앞서 사고친것도 있고☆⌒(>。<) 해서 조심스러워진게 아닐까해요 시트 처음만들때 생각한거보다 마리안느 성격이 좀 와일드(?)하게 나와서 전 놀라고있어요ㅋㅋㅋ 마리안느 본인도 알렌의 추억보정 와장창을 걱정하고있고요.。.:*・゜(´^`)゜・*:.。. 뒤에 어떻게될지 궁금해서 잇고싶은데 벌써 졸리네요(∪。∪)。。。 내일 힘내서 이어볼게요 안녕히주무세요(。し_し。)

67 알렌주 (cyXUn1ST0g)

2023-06-17 (파란날) 23:53:06

원래 캐릭터 설정은 시트만으로는 알 수 없고 직접 돌려봐야 알 수 있는 법이라고 하잖아? 그만큼 마리주가 개성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아무튼...ㅋㅋㅋㅋ 알렌의 추억보정을 더 걱정하는 것을 보면 마리안느는 정말로 착한 이가 맞다! 아무튼...졸리면 자야지! 나도 곧 잠들 것 같아서.. 아무튼 잘 자길 바라고 좋은 일요일 되길 바라!

68 마리안느 - 알렌 (HGGuMSUIvA)

2023-06-18 (내일 월요일) 13:01:21

무례를 범했다 정도로 얼버무린 건, 어린 날의 일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싶어서였다. 예전 일이라고는 하나 황궁 밖으로 나갔던 게 뭇 사람들 앞에서 알려지면 그가 곤란해질까 저어되었으므로. 한편으로는 정말로 무례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어릴 적 일도 어릴 적 일이지만, 조금 전에 나눴던 대화도 상대가 귀족이라면 그럭저럭 무던했을지라도 황족인 이상 하극상의 여지가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그가 개의치 않는다는 점을 피력하듯 고개를 내젓는 것과 달리 보는 눈은 없었던 듯하다는 게 다행이다.

'꺼낼 수 없었다', 그 또한 납득하지 않을 수 없는 얘기였다. 마리안느는 살짝 어질한 듯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발에 힘을 주고 섰다. 당시 소년은 사정이 있다며 말도 없이 걸어다녔었다. 아마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몰래 외출했던 거겠지. 그런 이상 신분을 감출 수밖에 없었을 거다. 단순히 생각하면 황궁에 알려져서 붙잡히는(?) 것도 문제였을 거고, 황자라고 밝히고 다니다 백성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걸 우려했을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나라를 어지럽히려는 불순한 자들이 그에게 해를 가했을지도 모르니. 좀 전에 잠시 마주쳤을 때도, 예법상 정식으로 소개하는 절차를 거치기 전에 말하기는 거북했을 거고. 그런 걸 다 떠나 한 인간으로만 생각해도, 만나는 상대한테마다 자기 얘기를 다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랬기에 그가 미리 얘기하지 않았던 걸로 심적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으면 했다.

그와 별개로, 황자 전하께 친근한 태도는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정식으로 자기 소개만 하고 조용히 있다 돌아오기만 해도 성공이고, 운이 좋아 그 소년과 다시 만나 지난 일을 상기시킬 수 있으면 행운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자마자 재회했고 그 잠깐의 인연을 진심으로 반겨 준 것도 모자라, 황자 전하란다. 심지어 파티가 시작되기도 전에 소란부터 피워 버렸는데도 격의 없이 이름을 두 번이나 부르셨다.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 신분 차도 밝혀졌고 뭇 사람들의 이목도 집중되어 있다. 마리안느는 최대한 고분고분한 어조로 답했다, 자신이 미소를 제대로 띠고 있길 바라며.

"이제 성년이지 않습니까. 보는 눈이 많을수록 더 조심해야 할 것이고요."

말하다 보니 궁금해진다. 그 소란을 얼마나 보셨을까? 농담으로도 숙녀답다고는 못할, 오히려 숙녀답다고 해 버리는 게 조롱일 내 언동까지 다 보셨을까? 그랬으면 실망한 나머지 좋았던 기억이 퇴색되었다고 느낄 가능성도 적지 않은데. ―다시 그 순간이 온대도 똑같이 굴 거 같긴 하지만, 그간 배워 온 사교계의 처세술을 생각하면 숙녀라면 피해야 할 언동임은 안다.― 자초지종까지는 모르셔서 추억 보정이 유지된 덕에 지금처럼 대해 주시는 거려나?

어쨌거나 이분이 황자이신 건 냉정히 따지면 나쁠 게 없다. 오히려 소설에서 봤다면 무슨 황당한 전개냐고 웃었을지도 모르는 행운이다. 황족과 안면을 트는 것만큼 사교계에 안착하기 좋은 방법도 드물 테니. 잘만 처신하면 좋은 혼처를 주선받을 수도 있고, 더 욕심부리면 황자 전하와의 혼사를 노리지 말란 법도 없다. 1년 전만 해도 일개 남작가의 일원이었던 이로서는 분에 넘치고 또 넘치는 발상이나, 정략혼을 목적으로 나를 입적한 그분들이라면 그쪽도 고려하고 계시지 싶다. 가슴이 꽉 메는 듯했다. 사방의 시선이 모조리 공작 내외의 눈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가 뭇 사람들에게 건배를 권할 때도 잡히는 대로 잔을 드는 고작이었다.

그러다 그의 윙크를 본 순간, 속이 훈훈해졌다. 아주 찰나였지만 많은 메시지를 담은 듯했다. 신분이 다르고 상황이 달라도, 그 안의 사람은 여전하다고. 그 시절처럼 세상이 궁금하고 호의에는 호의로 보답하고자 하고 사람과의 사귐을 즐기고 말을 아끼는, 그래서 옛 인연과의 재회가 반가운, 그런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저 기쁨이 오래 가게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목숨이 여러 개가 아니라면 그때와 똑같이 처신해선 안 되고 예법을 철저히 지켜야만 하겠지만, 그 선을 지키는 안에서. 그런 마음으로 그가 단상에 오르고, 황제 폐하께서 납시어 환영사를 베푸시고, 그가 정식으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뒤이어 젊은 신사 숙녀들이 하나둘 자기 소개를 했고, 마리안느도 제 차례에 무난히 소개를 마쳤다. ―참석 전만 해도 버벅거리면 어쩌나 불안했는데, 하도 극적인 일들을 한꺼번에 겪고 나니 소개하는 순간이 심심할 정도였다.― 귀족들의 소개까지 마무리되자 악단이 앞서보다 경쾌하고 발랄한 장조의 왈츠를 연주하면서 분위기가 느슨하게 풀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참석자들은 먹고 마시거나 춤을 추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할 텐데, 그가 아까 밖에서 말했던 대로 이야기를 하러 올까? 아니면 첫 연회인 만큼 다른 숙녀와 춤을 출까? 좀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그가 어디로 갈지 지켜보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 왔다.

"왈츠를 한 곡만, 로덴버그 공작 영애."

한쪽 손을 가슴에 얹고 다른 손은 활짝 펼친 채 매끄럽게 허리를 굽혔다가 펴는 신사. 사뭇 점잔 빼는 어조가 낯익은 듯 낯설었는데, 아까 시비가 붙었던 그 신사다. 소개할 때 듣자니 베르메르 후작 영식이라던가? 의젓한 풍채에 호감형 인상이고 좀 전의 일은 깨끗이 잊었다는 듯한 태도지만, 하필이면 내게 춤을 청하는 게 영 수상하다. 황자께 면박을 당한 순간을 당일에 잊었을 리도 없고.

"전 될 수 있는 대로 춤은 추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오늘만은 안 되겠는데요. 저희의 데뷔 무대 아닙니까? 영애와 첫 춤을 추는 영광을 누리게 해 주실 수 없으신지요?"

유쾌한 듯하지만 끈덕진 말투. 소개도 다 거쳤고 내가 공작가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는 것도 익히 들었을 테니, 은근슬쩍 망신을 주려는 심산인가 보다. 마리안느는 눈을 들어 그를 찾다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숙녀답게 우아한 처세를 못 하게 된 건 난처하다만, 걸어 오는 싸움을 마다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한 손은 후작 영식의 손에, 나머지 손은 후작 영식의 어깨에 놓으면서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듣기만 할 때는 가볍고 산뜻한 왈츠가 춤을 추려고만 하면 어쩜 이리도 정신없는지. 박자에 맞추고자 안간힘을 써도 소용이 없다. 후작 영식의 율동적인 움직임을 따라가려니 주위는 사람이고 실내 장식이고 어지럽게 녹아든다. 결국 얼마 못 가 발이 대리석 바닥 대신 후작 영식의 발을 딛고 말았다. 소리를 죽였는데도 아픔이 느껴지는 듯한 신음에 당황했으나―공식석상이라 아파도 참는 것임이 눈에 보였으니― 이내 이죽거림이 들려 왔다.

"언변은 거침없으시더니 춤은 여러모로 걸리는 게 많으신가 봅니다?"

문득 시야가 또렷해졌다. 못내 아픈지 미간이 찌푸려졌는데도 웃는 낯이 통쾌해 보인다. 이거였구나. 내 서툰 꼴을 모두에게 전시하는 것. 한순간 치를 떨었다가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렇게 날 망신시키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 주겠다! 마리안느는 짐짓 생긋 웃어 보였다.

"어머, 모르셨습니까? 전 그래서 춤 신청에 응했습니다만. 발은, 괜찮으신지요?"

소리도 못 지르고 계속 밟혀 보라지. 그렇게 마음먹으니 서툴게 움직이면서도 마음이 한결 상쾌했다. 약간 말랑한 듯한 발이 아니라 단단한 대리석을 딛었을 때 아쉬워질 정도로. 동시에 그의 춤 신청을 받아들였다면 이 비슷한 상황이 됐겠다고 상상하니 등골이 오싹하기도 했다. 제대로 출 수 있게 되기 전에는 해코지할 상대하고만 춰야겠네. 후작 영식의 아파 하는 얼굴을 구경하며 즐긴(?) 끝에 왈츠가 끝나자, 마리안느는 한껏 깍듯이 인사하고는 춤을 추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련한 기분과 함께 실소가 올라왔다. 이젠 정말로 정숙하고 온화한 숙녀로 보이긴 글렀다. 그가 이 꼴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거기 생각이 미치자 속이 타서 테이블의 물을 단숨에 들이켤 수밖에 없었다.

/답레로 갱신이에요( ´ ∀ ` )ノ 어느새 주말도 오후만 남았네요 흑흑。゚(。ノωヽ。)゚。 간밤엔 푹쉬셨나 모르겠어요(‘-’*)
마리안느가 절찬리에(?) 사고를 쳐버렸는데(╯°▽°)╯\。゜。 그사이 알렌은 뭘하고 있었을지 저난리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지네요(o^∀^)

69 알렌 - 마리안느 (Yq3jLrMMxY)

2023-06-18 (내일 월요일) 17:22:31

소개를 마치고 이내 연달아 이어지는 소개를 들으며 알렌은 유력 귀족들의 모습을 살폈다. 물론 자신은 다음 황제가 될 일이 없으니 차기 황제가 될 형 혹은 누나보다는 조금 더 부담감이 덜했으나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었다. 자신의 사람이 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사람이 절대로 될 수 없고 때로는 싸울지도 모르는 사람. 그렇게 머릿속으로 분류를 하는 것은 황족으로 살아오며 교육을 받으면서 생긴 나쁜 버릇 중 하나였다. 만인을 차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대하는 것이 황가의 자세라고는 하나 결국 알렌 역시 사람이었기에 자신의 사람이 될 사람에게 조금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정치적 계산을 하는 와중 왈츠가 연주되었다. 음식이나 술을 즐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느 순간 다른 귀족에게 찾아가 춤을 청하거나 혹은 연줄을 만들려는 이들 또한 있었다. 경비를 서는 병사들의 눈동자가 빠르게 여기저기 데굴데굴 구를 수밖에 없는 순간 속에서 알렌은 가볍게 샴페인을 한 모금 더 마시면서 가만히 분위기를 살폈다.

계단을 내려와 저들과 하나가 되어 이 파티를 즐기려고 하자 이내 귀족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내려와 자신에게 인사했다. 하나하나. 그 인사를 받아주기도 하고, 뻔한 속셈을 내비추며 자신의 딸을 소개하는 귀족의 모습에겐 그저 쓴 웃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하긴, 자신도 나이가 다 찼으니 슬슬 그런 쪽으로도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멀고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나 어느 순간 이렇게 현실처럼 다가온 것에 알렌은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며 쓴 웃음소리를 냈다. 머뭇거리거나 오히려 적극적으로 인사를 하는 영애의 인사를 받아주며 잘 부탁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그 모든 것이 그야말로 기계적인 예법적 인사였다. 춤을 추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눈동자를 쫓는 와중 마리안느의 모습이 알렌의 눈에 들어왔다. 특별히 그녀를 주목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으나 역시 아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괜히 눈에 더 들어오고 있었다. 허나 그녀의 근처에 서 있는 이는 방금 자신이 꾸짖었던 그 사람이었다. 자연히 알렌의 오른쪽 눈썹이 위로 올라왔다. 저 사람이 마리안느에겐 왜? 물론 이곳은 사교장이니 누가 누구와 어울리더라도 자신이 크게 터치할 생각은 없었으나 저 사람만큼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확한 속마음은 알 수 없으나 확인되지도 않은 소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며 남을 욕보이는 자. 그런 작자가 하필 마리안느와? 이내 춤을 추는 그 모습에 알렌은 입을 꾹 다물었다. 영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그는 일단 그 모습을 바라볼 뿐, 특별히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았다.

근처로 천천히 걸어가니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조용히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물론 그 모든 것에 자세히 전해진 것은 아니었으나 일부 들려오는 내용으로 보아 그리 좋은 의도로 춤을 신청한 것은 아닌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에 지지 않고 마리안느 역시 생긋 웃어보이는 모습 역시 그의 눈에 들어왔다. 주변 귀족들의 시선이 살며시 들려왔고 웃음소리가 섞여오는 것 같아 알렌은 잠시 주변을 살폈다. 아마 저 모습이 좋게 보이기는 어렵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알렌은 난감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순 없었다. 여기서 자신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면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입장을 정말로 난감하게 하는 것일테니까. 애초에 도와줘야 할 일인지도 알 수 없었고.

이내 춤이 끝나고 씩씩거리는 표정으로 돌아가는 그 후작을 바라보던 알렌은 마리안느가 테이블의 물을 들이키자 웃으면서 살며시 그녀에게 다가갔다.

"처음을 뺏긴 것 같아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저를 생각해준 마음은 진짜 같으니 그 아쉬움은 조용히 잠재워야겠네요."

모든 것을 다 본 것은 아니었으나 어느 정도 본 것은 있었다. 하지만 특별히 그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이런 사교장에서 약간의 기싸움이나 여러가지 시끄러운 일이 있는 것은 언제나 늘 있는 일이었다. 정말로 이곳에 사교만으로 오는 이는 적었으니까. 일종의 권력싸움 또한 벌어지며, 여러가지 속으로 칼을 가는 일도 많았다. 고작 그 정도의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알렌은 근처에 있는 물을 덩달아 한 모금 마시며 잔을 아래로 내려놓았다.

"하지만 방금 그 자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것을 추천할게요. 자고로 사람의 마음을 쉽사리 상하게 하고 다치게 하는 이는 결국 언제 자신이 내키는 대로 돌아서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요. 어느 정도의 권력 싸움은 필요하나 그 과정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의 마음에 칼집을 내는 이는... 그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가볍게 다치게 하는 이 치고 좋은 사람은 없기 마련이니까요."

그 말만큼은 조용히 속삭이는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자신의 입장을 정말로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자신이 일방적으로 이렇게 말을 해버리면 그 자체만으로도 정적이 될 수 있었으니까. 방금 한 말은 비밀로 해달라는 듯이 조용히 오른손 검지를 세워 쉿 소리를 낸 후, 알렌은 웃음소리를 작게 냈다. 이어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알렌은 마리안느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어떻게 보면 귓속말을 하는 것처럼 조용히 속삭이며 이야기했다.

"당신도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오른쪽에 있는 문을 열고 나와주세요. 거기로 가면 정원이 있거든요. 나오지 않더라도 딱히 해는 없을 것을 약속드릴게요. 물론 황자와 공작가의 영애라는 신분 차이는 있지만 이야기만큼은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고 즐겼으면 해서."

이어 알렌은 살며시 고개를 다시 위로 올렸다. 비밀이야기를 마치면서 알렌은 잠시 돌아선 후에 살며시 그녀와 거리를 띄웠고 아주 자연스럽게 다른 귀족의 인사를 받아들이고 악수를 하기도 하다 슬쩍, 정말로 슬쩍 오른쪽에 있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는 와중 자연스럽게 보인 행동이었다. 어쨌건 정원 역시 연회장의 일부였으니 그곳으로 나가도 그다지 이상할 것이 없는 행동이기도 했고.

/그러게...말이야. 흑흑. 영화를 보고 왔더니 시간이 다 지나버렸어! 아무튼 알렌은 귀족과 인사를 나누고 작게 이야기를 즐기기도 하고, 정치적인 것도 계산을 하다가 마리안느가 다른 이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왜 하필 저 작자와?! 라는 약간의 이유모를 질투심 같은 것을 느끼긴 했지만 딱히 마리안느에게 뭔가 화가 났다거나 실망했다거나 그러진 않았어! 굳이 따지자면 왜 하필 저 작자와 첫번째로... 라는 불만은 조금 있기야 했지만 언동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진 않을 것 같아. 저 정도라면.
대신 조금 유치할지도 모르지만 처음을 뺏긴 것 같다고 중얼거리기야 했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시선회피)

70 마리안느 - 알렌 (IC2HcCwpqE)

2023-06-18 (내일 월요일) 20:50:54

물잔을 비우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채워 주는 시종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조금 가빠진 숨을 골랐다. 사정없이 발을 밟혔던 후작 영식이 씩씩대면서도 절뚝이지 않고 똑바로 걷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프긴 아픈지 어기적거리는 걸음인 게 저 영식 오늘 춤은 다 췄다 싶다. 하긴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기요틴(도끼가 아래로 떨어져서 사형수의 목이 잘리도록 장치된 기구) 같은 발재간의 영애라는 악명이나 안 생기면 다행이지. 그러니 앞으로 춤 신청을 받을 일은 아마 없지 않을까?

한껏 독기를 품었던 반작용인지 묘하게 진이 빠질 찰나, 그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다 봤나 보다. 보는 사람이 다 부끄러워지게 서툰 몰골이었을 텐데. 낯이 화끈거리면서도 가슴 한구석은 간질간질한 듯도 했다. 빈말로도 무도(舞蹈)라고 불러 줄 만한 건 아니었는데, 춤으로 쳐 주고 아쉽다고 표현해 주는 게 고마웠다. 그래도 민망한 건 어쩔 수 없는지라 고개를 살짝 비껴 숙이고 두 손을 모았다.

"...부끄럽습니다. 첫 춤이라기보다 첫 발길질이라는 편이 어울릴 수준이었으니까요..."

자조적인 농담을 뱉은 까닭은 그의 춤 신청을 거절했던 게 미안하고 또 찝찝해서였다. 그에게도 이 자리는 데뷔 무대니까, 더구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받는 황자 아닌가. 그런 그가 하필이면 첫 춤을 신청했던 건 그만큼 옛 일을 각별하게 여겨 주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도 ―실제로는 작심하고 펼친 공격이긴 했지만― 어쨌든 명목상으로는 다른 귀족과 먼저 춤을 춘 셈이니 그가 불쾌해해도 할 말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진지하게 춤을 출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알아준 것 정도? 그래서 얼른 덧붙였다.

"춤이라고 불러도 좋은 수준이 되면,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춤'은 그때 다시 생각해 주실 수 있으실지요?"

사람 마음이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너무 들이대지는 않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렇다 해도 당분간 특훈은 해 봐야겠다. 무도 선생님, 죄송해요. 얼마간은 걷기 어려워지실지도 몰라요.

그렇게 심기일전하는데 극도로 조심스러워서 거의 숨소리에 가까운, 베르메르 후작 영식에 대한 평가가 들려왔다. 아까 더 이상 문제 삼지 말고 묻어 두자고 했던 건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함이었을 뿐, 속으로는 후작 영식의 됨됨이를 헤아렸던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소리를 낮추는 건, 행여라도 말이 퍼졌다간 황실이 후작가를 적대한다는 오해를 사서 심각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겠지. 그러니까 대외적으로는 어느 귀족이든 호의적으로 대하지만 내심으로는 귀족들의 언행을 평가한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귀족들의 태도가 충성인지 아첨인지 같은 것도 속으로 가늠하지 않을까?

마리안느의 추측을 긍정하듯 그는 검지로 입을 살짝 가렸다. 일전에 공작 내외께서 일러 주신 내용이 떠올랐다. 황궁에서는 듣되 듣지 않아야 하고 다른 이의 의중을 알았다고 자만해선 안 된다고. 칭찬이나 상이 호의가 아닐 수 있고 험담이나 벌이 악의가 아닐 수도 있으니 가급적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그 가르침이나 지금 그가 보이는 태도를 생각하면, 오늘 내 처신은 다분히 철없는 짓이었다.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 버렸으니. 공작가와 후작가 사이의 문제로 번지지 않게 무마하려면 나중에 영식에게 사과라도 전해야 할까.

뒤늦은 고민에 잠겨 갈 찰나, 그가 더 대화하고 싶다면 정원으로 나와 달라고 속삭였다. 신분 차이에 구애받고 싶지 않다며. 바로 직전에 공작 내외의 충고를 떠올렸던 게 무색하게도, 그의 기분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황궁에서는 누구를 대하든 편벽된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번번이 언행의 이면까지 헤아려야 하다 보니, 그런 계산 없이 편히 대할 수 있는 상대를 바라게 되는 거 아닐까? 나는 그가 황자인 걸 몰랐던 사람이니 그런 상대로 느껴지는 거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른 귀족들과 환담을 나누는 그를 바라보며 묘한 기분에 젖어 들었다. 나를 좋게 기억해 주는 것이며 사교계와 어울리지 않는 언행도 책잡지 않아 주는 게 고맙고, 그에 보답하고픈 마음도 있지만, 내가 과연 그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다. 나 또한 공작가의 일원이고, 정략혼으로 내 입지를 세워야 하기에, 이해득실에 초연할 수는 없으니까. 지금도 그에게 이런 입장임을 털어놓는 게 옳을지, 기껏 온 행운을 놓치지 않도록 함구해야 할지 가늠이 안 되어서 혼란스러우니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정략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그와 더 얘기하고 싶다는 것. 그랬기에 마리안느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 오는 영애들―대개는 황자 전하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황자 전화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를 묻는 이였고, 드물게 한두 명은 베르메르 후작 영식과의 일에 대해 물었다.―에게 어린 시절의 일과 그가 비밀로 해 달라고 한 부분은 감추는 선에서 성심껏 대답하다가, 화장을 고치고 오겠다는 핑계로 자리를 떴다.

그러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문득 테이블에 놓인 먹거리에 눈길이 쏠렸다. 그러고 보니 그가 제대로 먹질 못한 것 같다. 뭐 적당한 게 없을까? 둘러봐도 빈손에 감춰 갈 만한 건 마땅치 않다. 카나페는 자칫하다간 흘리기 쉽고, 푸딩은 가져가긴 좋아도 먹으려면 스푼이 필요하겠다. 결국 자그마한 포도송이나 손아귀에 감추고는 다시 한 번 주위 눈치를 살핀 끝에 조심조심 그가 일러 준 문으로 나갔다.

/영화보셨군요(*´∇`*) 주말을 투자한 보람이 있는 영화였어야 할텐데요(☆▽☆) 답레로 갱신이에요~ 주말이 얼마 안남았는데 남은시간이나마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٩(^ᴗ^)۶

71 알렌 - 마리안느 (Yq3jLrMMxY)

2023-06-18 (내일 월요일) 21:34:52

"누구나 익숙하지 않고 서투른 것은 있기 마련이죠. 저 역시, 형님과 누님에 비하면 검이나 창 같은 부분은 많이 서투르답니다. 물론 활은 그 이후로 계속 연습을 해서 움직이지 않는 표적이라면 맞출 수 있지만, 형님과 누님, 그리고 하다 못해 제 동생 중에서 뛰어난 이에게는 비하지 못한답니다. 그것과 크게 차이는 없지 않겠나요? 아무튼... 그러면 그때 그것을 핑계로 또 마리안느. 당신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보면 될까요?"

말의 끝자락은 약간의 짓궂음이 섞여있는 목소리였다. 물론 알렌 역시 그 약속을 무조건 지키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나 그녀나 무작정 하고 싶은대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양녀라고 해도 어쨌건 공작가의 영애였다. 더더욱 자기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할 순 없는 입장이었다. 그 정도의 입장은 인지하고 있었기에 그는 거기에서 굳이 확답을 요구하진 않았다. 그 증거로 그는 그 관련으로 굳이 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아무튼 정원으로 먼저 들어선 그는 잠시 정원을 조용히 바라봤다. 유명한 꽃부터 시작해서 자신조차 이름을 모르는 색색의 꽃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몸을 뽐내며 주변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뽐내고 있었고 덩쿨과 풀이 자란 담벼락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이 편안해지는 심록을 품고 있었으며, 가볍게 자리를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 근처엔 정교하게 조각된 독수리 모양의 조각상. 정확히는 황가의 독수리 문양을 본떠서 조각한 그 독수리 조각상이 자리잡은 하얀 분수대가 놓여있었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나 결국 곡선 형태를 그리며 땅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알렌은 비어있는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정원은 어디까지나 연회장의 일부. 그렇기에 먼저 나와서 산책을 하거나 밀회라도 즐기듯이 조용히 이야기를 속삭이며 시간을 보내는 귀족가의 자제들도 많았다.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지만 특별히 말은 걸지 않으며, 그저 못 본 척, 모르는 척하며 그는 그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겼다. 그러면서도 조용히 그는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 과연 마리안느가 밖으로 나올지.

물기가 섞인 바람을 조용히 맞으며, 근처에 피어있는 너무나 진하고 붉은 장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도 결국 그의 시선이 고정되는 곳은 바로 문 쪽이었다. 이내 문이 열리고 마리안느의 얼굴이 보이자 알렌은 이곳으로 오라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손짓했다. 자신이 앉아있는 맞은편 자리에 앉으라는 듯 살며시 손을 옮겨 제 앞자리를 가리키다가도 뭔가를 잡고 있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알렌은 조용히 고개를 갸웃했다.

"나와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부른 입장이긴 하지만 조금 부담이 된 것이 아닐까 모르겠네요. 아무리 평범하게 대하려고 해도, 저는 몰라도 당신의 입장에선 그렇지 않을테니까. 그건 그렇고 뭔가를 가지고 오신 것 같은데 뭔지 물어도 될까요?"

위험한 물건이라고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곳은 황궁. 위험한 날붙이 같은 것을 가지고 출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몰래 가지고 침입하는 암살자는 있을지도 모르나 그녀가 그런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은 탓이었다.

/내 나름대로는 정말로 괜찮은 영화였어!! 픽사 영화였거든! 개인적으로 픽사 진짜로 좋아해서!! 아무튼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했는데 마리주는 어땠을지 모르겠네.

72 마리안느 - 알렌 (xbOmUYCTAU)

2023-06-18 (내일 월요일) 23:14:31

눈치를 살핀 끝에 밖으로 나온 순간, 청량한 바람에 속이 뻥 뚫리는 듯했다. 연회장이 얼마나 답답한 곳이었는지 실감이 난다. 그 답답함은 비단 공기뿐만이 아니라 화기애애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는 분위기의 영향이겠지. 나도 다른 신사 숙녀들에겐 무슨 꿍꿍이인지 모를 사람이려나? 대놓고 깽판을 쳤던 걸 생각하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모를 일이다. 사람이란 제 속은 알아도 남의 속은 모르기에 남의 언동에 더 겁먹곤 하니까.

그런 복잡한 사정을 결부시키지 않고 봐도 황궁의 정원은 아름다웠다. 어느덧 중천까지 솟아오른 푸르스름한 달과 꽃 모양으로 만들어진 등불에 힘입어 형형색색의 자태를 드러낸 꽃들은 말할 것도 없이 곱고, 아름드리 나무와 가지런히 정돈된 풀의 초록빛은 지친 눈에 휴식을 주는 듯했다. 황궁 외벽이며 정원의 구조물을 감싼 덩굴 식물은 그 건축물이 실은 인공의 극치임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하나로 어우러진 대상처럼 보이게 해 주었다. 그런 가운데 어둠 속에서도 새하얀 빛깔이 돋보이는, 독수리 조각상이 놓인 분수는 쉼 없이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었는데, 달빛과 등불과 조각상 빛깔의 조화인지 투명하게 반짝이는 물줄기가 극도로 정교하게 다듬은 유리 공예처럼도 느껴졌다. 그런 경치를 감상하면서 마리안느의 엉망진창이었던 춤을 허물하지 않고 자신의 서툰 분야를 스스럼없이 얘기하던 그의 모습을 곱씹으니 어쩐지 들뜨는 기분이었다. 춤을 익혔다고 하면 그 핑계로 다시 만날 수 있냐는, 좀은 장난스럽던 마지막 말 때문에 더욱.

그런저런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정취 때문일까. 정원에 자리 잡았거나 정원을 거닐고 있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았다. 노귀족들은 몰라도 젊은 신사 숙녀들은 공식적으로는 오늘이 첫 만남인데 그새 친밀해진 이들이 생긴 걸까? 아니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안면을 트고 있었던 이들일까? 어느 쪽이건 피차 모른 척 피해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르긴 해도 여기 나올 정도면 남의 눈치를 보기 싫다는 의미일 테니.

그나저나 그는 어디 있을까? 어둠에 익숙해져 가는 눈을 굴리고 고개를 갸웃거려 가며 찾으려니, 분수대 근처의 테이블에 앉아 있다 일어선 그가 보였다. 새하얀 턱시도와 황족의 상징인 망토가 새삼 신기하면서도―아직도 마리안느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재회였기에― 반가워하는 듯한 손짓을 보자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때와는 달리 자칫했다간 밟고 엎어질 수도 있는 드레스 차림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가 있는 테이블 쪽으로 가자, 그가 앉으라고 권하며 인사했다. 순간 뭉클해졌다. 내 입장에선 평범하게 대하기 어려울 거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격의 없이 대하는 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구나. 윗사람의 호의가 사라지는 순간 죄로 돌변할 수도 있기에 아랫사람이 임의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윗사람 입장에서는, 특히나 황제 폐하의 일가 외에는 윗사람이 없는 황자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일 텐데, 그런 점을 헤아리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 놀라움과는 별개로 그와 좀 더 얘기해 보고 싶기는 마찬가지였기에 마리안느는 고개를 저었다.

"천만에요, 영광..." 저도 모르게 나온 사교계스러운 표현에 입을 다물었다. 뭔가, 이런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법도에 어긋난 발언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저도 뵙고 싶었으니까요. 황자 전하이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그와 상관없이요."

그랬다가 뭘 가지고 왔냐는 질문에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분명 연회장에 들기 전에는 밤바람이 제법 쌀랑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조금 선선한 정도로만 느껴진다. 마리안느는 숨겨 왔던 포도송이를 두 손에 모아 내밀었다.

"연회장에서 요기를 못 하신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시장기라도 달래셨으면 해서요..."

먹기 편하게 접시에라도 담아 올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남들 눈 피하기 급급해 그런 요령을 발휘 못한 게 민망하다.

/다행이네요 저도 집콕하고 푹쉬었어요(*´ー`) 물론 주말은 너무짧고 더쉬고싶지만。゚(。ノωヽ。)゚。 내일이 월요일이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을수있을거 같아요(︶︹︺) 다시 길고긴 한주 버텨야하는데 아무쪼록 힘내세요(ノ・▽・)ノ

73 알렌 - 마리안느 (Yq3jLrMMxY)

2023-06-18 (내일 월요일) 23:42:18

자신의 말에 영광이라는 말을 하려다가 자신도 만나고 싶었다고 답이 돌아오자 알렌은 괜히 미소를 조용히 지었다. 물론 자신의 입장상 그 말을 정말로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이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그녀는 공작가의 사람이었다. 공작가는 황가와 서로 협력하기도 하나 때로는 권력 싸움을 하기도 하며, 정치적으로 가장 크게 부딪치는 곳이기도 했다. 집안의 뜻에 따라 자신에게 다가와서 뭔가 이득을 보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을 떠보기 위해서 그녀를 이용하는 것일수도 있었다. 허나 지금 이 순간은 그런 것을 너무 신경쓰지 않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저 순수하게 그 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의심을 시작하면 끝없이 할 수 있는 법이었고 자신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의심을 하면서 주변을 살피고 싶진 않았다. 자신이나 그녀가 조금 더 아랫귀족의 입장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그렇게 생각을 하니 황자와 공작가의 영애로 만난 지금의 상황이 참 아쉽기 그지 없어 그는 쓴 웃음소리를 조용히 내뱉었다.

"저도 놀랐어요. 그때 그 여자아이가 지금은 공작가의 일원이 되어 이렇게 마주하고 있으니까요. 정확히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볼 수는 없다고 말을 들은 것으로 기억을 하거든요. 그렇기에 그 리본을 보고서도 혹시나 어딘가에서 파는 물건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제가 준 것이 맞다는 것을 알고 가슴이 뛰던지."

아직 그런 부분의 감정 컨트롤은 조금 부족하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괜히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두 손에 모아서 내미는 포도송이를 바라보며 그는 두 눈을 깜빡였다. 설마 이것을 가지고 올 것은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요기를 하지 못해서 이렇게 챙겨왔다는 그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아 그는 흔쾌히 그 포도송이를 받았다. 허나 자신이 모두 가져가진 않고 살며시 포도송이를 반으로 쪼갠 후에 그 반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럼 반은 마리안느. 당신에게 줄게요. 저 혼자 먹기에는 조금 미안하잖아요? 기왕이면 같이 먹었으면 해요. 이 포도송이는 꽤 고급품이거든요. 남쪽에 있는 레인드 자작의 영지에서 보내준건데 언제 한 번 구입해서 먹어보세요. 굉장히 달고 맛이 있어요."

정말로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포도알 중 하나를 따서 제 입에 집어넣었다. 지저분하지 않게 껍질은 따로 빼내어 분류를 한 후, 그는 그 껍질을 일단 테이블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계속 손에 쥘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임시방편이었다. 어차피 다 먹은 후에 시종을 부르면 알아서 치워주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땅바닥에 뿌릴 수는 없었으니까.

"공작가와 황가는 대대로 협력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대립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말로 치열하게 서로를 헐뜯기도 하지요. 제 누님 중 한 분도 얼마전에 어느 한 공작가와 치열하게 말싸움을 하기도 했고. 하지만 저는 당신과 그런 분위기로 지내고 싶진 않아요. 공작가인 이상, 아마 이 이후로도 얼굴을 보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죠. 저나 당신이나 정치적인 움직임이나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이렇게 둘이서 볼 때는 그런 것 없이 제 친구로서 있어주겠어요?"

원한다면 알렌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지만 그건 조금 힘들어하실 것 같고. 그렇게 장난끼를 담아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을 하면서 그는 오른손으로 입을 살며시 가렸다. 그리고 이어 알렌은 마리안느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어릴 때도 상당히 예뻤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예뻐진 것 같네요. 후훗. 오늘은 이런저런 일이 있었으니 당장은 힘들더라도 조금만 시간을 지내면 구혼하는 이들이 많겠는걸요? 로덴버그 공작가와 연을 맺으려는 이는 많을테니 더더욱 말이에요."

/앗. 푹 쉬었다고 하니 다행이야! 주말은 원래 푹 쉬는 것이 좋지!! 아무튼 이제 슬슬 월요일이니까! 나도 일단 이렇게 이어둘게!! 아무튼.. 생각보다 뭔가 두 캐릭터가 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
개인적으로 마리안느의 그 강직할 땐 강직하고 할 말은 확실하게 하는 그런 성격이 너무나 좋아! 그러면서도 자상하면서도 참한 그런 것도 매력이라고 생각해! 아무튼 잘 자길 바라!!

74 마리주 (EOa6QaF9GE)

2023-06-19 (모두 수고..) 09:27:29

와 마리안느가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에요(〃>_<;〃) 알렌도 차분하고 점잖으면서 사소한거는 개의치않는 쿨한느낌이라 좋으네요ヽ(^Д^)ノ 정략결혼으로 이어나갈수 있는 컨텐츠가 충분할지 걱정도 좀했는데 이대로면 재밌게 할수있을거 같아요٩(^ᴗ^)۶ 감사합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완전덥던데요(×﹏×) 더위먹지않게 조심하시고 하루 잘보내세요⊂(・▽・⊂)

75 알렌주 (v/dtjVP4Zc)

2023-06-19 (모두 수고..) 19:39:41

이제는 정말 여름인 모양이야. 저녁을 먹고서 갱신할게!
아무튼 알렌이 마음에 든다고 하면 다행이야! 사실 쓰면서도 어느 정도 캐입으로서 꼭 유지하고자 하는 것들이 잇는데 그게 잘 드러난다고 한다면 다행이야! 쿨한 것은...ㅋㅋㅋㅋ 사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이미지가 잡히는 모양이네.
아무튼... 사실 정략결혼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계기인 것이고 이후는 두 캐릭터의 이야기가 될테니까! 하물며 둘이서 만나서 가볍게 산책을 하는 것도 일상 소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고!

아무튼 마리주는 하루 잘 보냈을까? 나는 더운 하루 어떻게든 보내고 이제 쉬는 중이야!

76 마리안느 - 알렌 (iMTOIBG.wE)

2023-06-20 (FIRE!) 00:45:21

푸르스름한 달빛과 노르스름한 등불이 그의 해사한 얼굴에 드리우는 가운데, 피어난 미소가 곱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착잡해 보이기도 하는 미소였다. 무리도 아니다. 그 지위로 인해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이가 숱해도 신뢰할 수 있는 이는 드물고, 어떤 말이든 의도부터 파악해야 하는 입장이니, 지금도 버릇처럼 생각이 복잡해진 거겠지. 실제로 나도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이기도 하고. 그래도 돌아온 대답은 가감 없이 받아들여도 될 것만 같은 얘기였다, 리본에 대한 소감은 특히. 매겠다고 고집 부린 보람이 있네. 원래는 머리를 묶으라는 물건이지만. 픽 나올 것 같은 웃음을 누르며 입꼬리를 올렸다.

"공작가에서 거둬 주지 않으셨다면 못 왔을 겁니다. 리멜트 가는 황궁 출입을 허락받지 못했으니까요. 그래도 사교계 말씀을 해 주신 덕분에 여기서는 뵐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리본도 그래서 맸습니다. 절 기억하신다면 단서가 되어 줄 것 같아서요."

주셨을 때처럼 머리를 묶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이라고 덧붙이자 공연히 쑥스러워졌다. 그리 긴 만남도 깊은 교류도 아니었건만 이처럼 그리운 기분이 들다니 신기한 일이다. 부모님께서 건강하시던 시절이어서일까? 아니면, 이 정원의 청량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나 저 달빛의 영향도 있을까? 그때 그가 포도송이를 둘로 나누더니 그중 하나를 건넸다. 기왕이면 같이 먹고 싶다며 얼마나 맛있는 포도인지 이야기하는 모습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렇긴 해도 성인 남성에게 반 송이는 간에 기별도 안 갈 것 같은데.

"그만큼만 드셨다가 오히려 더 허기지실까 염려됩니다..."

그러면서도 제 손에 남은 포도로부터 눈을 떼지는 못했다. 정말로 아무 계산 없이 호의로 나눠 준 과일.―독이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면 지금 저렇게 먹고 있지는 못하리라.― 그 마음이 이해되었기에 한 알 한 알이 보석보다 더 귀해 보였다. 아마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황자가 같이 먹자며 하사한 셈 아닌가. 아무리 칭찬이나 상이 호의의 증좌는 아닌 황궁이라지만, 이런 일을 기꺼워하지 않는 귀족은 드물겠지.

어쩜, 생각이 이런 쪽으로만 흘러갈까. 착잡한 나머지 포도를 들고만 있는데 그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냉철한 현실 인식의 꼬리를 물고 다정한 부탁과 농담이 이어졌다. 순간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꼬리가 올라간 눈엔 웃음기가 어려 있었고, 이 정원의 수풀 못지않게 짙은 초록빛 눈망울은 에메랄드보다 더 맑게 빛나고 있었다. 겉보기만으론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라지만, 특히나 황궁에서는 다른 이의 의중을 지레짐작해서는 안 된다지만, 저런 눈으로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안 듣는 게 가능할까? 하지만 그렇기에 얼른 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남성이었다면, 단순히 그의 가신(家臣)으로 있을 수 있는 입장이었다면 차라리 간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성인 이상 그와 어울릴 경우 혼인과 결부되지 않기가 어려울 거다. 나나 그나 혼기가 다 되었으니 더더욱. 그가 그 점을 고려하고 있을까.

그런 의문을 품을 찰나, 눈을 빤히 마주 보는 시선에 다시금 얼굴이 뜨뜻해졌다. 그의 말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을 땐 이미 고개를 숙인 뒤였다. 외모에 대한 칭찬을 이런 상황에 들을 줄은 몰랐는데. 농담처럼 가벼운 어조라 흘려들어도 그만인데도 묘했다. 구혼 얘기까지 나오니 더 어색하다. 황실이야말로 이 나라의 모든 가문이 연을 맺지 못해 안달일 가문 아닌가. 게다가 그는 외모도 근사하다고 할 만하고, 성품도 온화하다. 이 나라에서 구혼자가 가장 많을 법한 사람에게 구혼 얘길 듣는 기분이라니. 물론 그의 말대로 오늘 저지른 사고들이 무난히 묻히고 구혼자가 나타났으면 싶긴 하지만, 당장은 제대로 대꾸나 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머릿속이 화끈거린다.

"...짧디짧은 인연인데도 소중히 여겨 주시니 기쁩니다. 다만 제가 공작가의 영식이 아니라 영애이기에 전하께서 저와 단둘이 만나실 경우 혼담과 연결 짓는 이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외람되오나 공작부터가 그러실 가능성도 크고요. 황실이야말로 이 나라의 모든 귀족가가 연을 맺길 바라는 가문 아니겠습니까? 혼인 생각이 없으시다면 곤란해지실 수도 있는데 괜찮으실지요?"

말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소름이 끼쳤다. 세상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얘기해 버리다니?! 아무리 귀족들의 속내를 짐작한다 해도 속셈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티 내지 않고 호의만 보이는 쪽이 대하기 편할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꺼내 버린 말. 에라, 모르겠다...

/에고고 늦었네요 사실 지금 정신이 좀없어요(×﹏×) 답레로 갱신하고 자러갈게요εミ(ο_ _)ο 안녕히즈므세요川。μ_μ)σ

77 알렌 - 마리안느 (LxnDZ9Yuac)

2023-06-20 (FIRE!) 01:38:54

"솔직히 그 리본이 도움이 되었으니 마리안느의 예상대로 된 셈이네요. 그때처럼 묶는 것도 좋았겠지만, 지금처럼 목에 두른 것도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리본을 쓰는 일이 잘 없다보니 그렇게 쓸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거든요. 그래서 좀 더 신선하기도 하고요."

그녀에겐 조금 미안한 말이었으나 알렌은 어릴 때의 그녀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기억력이 정말로 뛰어난 편이라서 모든 것을 다 기억하면서 산다면야 얼마나 좋겠냐만, 그 기간 동안 황자로서의 교육을 받기도 하고, 다른 공부를 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체험을 하고, 높은 귀족이나 다른 왕족을 만나는 일도 있었다. 그런 사건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책처럼 쌓이다보니 자연히 어린 시절의 기억은 많이 희미해지고 그 색이 점점 사라지며, 마치 안개가 낀 것마냥 흐릿해지기 마련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도 그러했다. 만약 저 리본이 없었다면 자신은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 그것은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편, 자신을 걱정하며 이야기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알렌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뒤이어 자신은 얼마든지 이런 것을 먹을 수 있고 배고프면 챙겨주는 이가 많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로 괜찮다는 의사를 보였다. 당장 파티의 음식도 자신이 먹고 싶다고 한다면 많이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성에서 일하는 요리사가 만들어줄 것이고 그 외의 다른 것들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다. 물론 너무 많은 사치는 곤란하겠지만, 적어도 허기를 축일 수 있을 정도의 음식이라면. 그렇기에 먹고 싶으면 나중에 조금 얻어서 방에서 조용히 먹어도 되는만큼 그는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을 마무리지었다. 이어 포도 한 알을 다시 먹으며 그는 껍질을 정리했다.

제 말이 나올 때 한번씩 고개를 숙이거나 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는 상당히 귀엽게 비쳤다. 그렇게 하나하나 반응을 할 정도일까. 아니면 이 또한 자신과 그녀의 입장차이 때문일까. 굳이 따지자면 그 답은 후자에 가까울테니 그는 그것이 마냥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허나 그 차이를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하는 것을 알기에 그는 굳이 그 관련으로 무슨 말을 꺼내지 않았고 표정을 관리하면서 제 생각을 살며시 숨겼다. 방금 한 생각을 그녀에게 말해봐야 결국 자신이 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이럴 땐 역시 자신이 황자라는 것이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편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알렌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자신이 영애이기에 단 둘이 만날 경우에는 혼담과 연결 짓는 이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은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확실히 그녀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시 한 번 그는 그녀에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황제 자리에서 거리가 먼 제 4황자이지만 어쨌건 황족이었다. 황족과 혼인관계를 맺은 집안의 권력은 상당히 강해진다는 것은 거의 상식이나 마찬가지였다. 굳이 저렇게 말할 필요가 마리안느에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말을 한다는 사실이 그에게 있어선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고도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분수대에서 불어오는 물기운이 녹아내린 차가운 바람을 쐬던 알렌은 아무런 말 없이 포도알을 한 알 다시 먹고 그 껍질을 테이블 위에 정리했다. 그리고 마리안느를 바라보며 이제야 이야기했다.

"그 말을 마리안느가 이야기하는 것이 저로서는 상당히 놀라운거 아시나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저에게 접근한 이후, 혼담과 관련 이야기가 주변에서 나오게 되면 아마 황제 폐하부터 저에게 사실을 묻고 경우에 따라서는 약혼을 추진하려고 했을텐데. 대충 예상하시겠지만, 저 역시도 슬슬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거든요. 물론 저는 다음 황제가 될 이가 아니고 공작 자리를 받게 될 테니 그렇게 급하지는 않아서 조금은 자유롭지만요."

이어 알렌은 포도를 살며시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두 손을 자신의 무릎 위에 가지런히 내렸다. 이어 잠시 심호흡을 쉬는가 싶더니 알렌은 미소를 지으면서 마리안느에게 물었다.

"그럼 그런 마리안느에게 제가 한가지만 물어볼게요. 당신은 저와 혼인 생각이 조금은 있는 건가요? 방금 그 물음에서 곤란해지는 대상은 마치 저뿐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마치 자신은 곤란하지 않다는 것처럼. 물론 공작가의 입장에선 조금도 손해보는 일이 없겠고 당신의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면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결국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전."

그러니까 결국 곤란해지는 것은 피차 마찬가지라는 것이 알렌의 생각이었다. 물론 제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오만함은 어린 시절에나 허락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자신의 생각은 그렇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면서 알렌은 잠시 끊었던 말을 다시 이었다.

"덧붙여서 방금 물음에 답을 하자면 저는 곤란하지 않아요. 물론 무조건 괜찮다..라고 한다면 거짓말이지만 솔직히 제 입장에선 어차피 결혼을 할 이를 찾아야 한다면 제 마음이 가고 이 사람이어야만 한다..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좋거든요. 그리고 그런 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야기만 듣기보단 직접 마주하고 알아가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리안느. 만약 당신이 저에게 있어서 그런 이라면 저는 망설이지 않고 당신에게 구혼할 생각이에요. 우선 당신과 제대로 마주하고 당신에 대해서 알아야 그런 사람일지 아닐지를 알 수 있을테니 제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조금 정치적이고 계산적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조용히 읊는 모습은 상당히 진지했고 목소리에도 무게가 실려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목소리를 풀며 다시 자상하고 차분한 톤으로 그는 웃음소리를 내며 이야기했다.

"이런 이유도 있지만 역시 개인적으로는 아쉽거든요. 혼담과 연결 짓는 이가 두려워서 거리를 둬야만 하는 거 말이에요. 후훗. 그래서 조금은 뻔뻔해져볼까 싶어서요. 아무튼 제 생각은 그런데 마리안느.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제 생각에 맞추려고 하지 말고 당신의 생각을 들려줄 수 있겠어요?"

자세히, 그리고 전부 본 것은 아니었기에 확신할 순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이 봤던 일부 사실에 따르면 마리안느라면 지금 이 순간,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 생각한 것을 이야기해주지 않을까 싶어 알렌은 작은 기대감을 품었다. 제 말에 동의를 하건, 반박을 하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알렌은 그저, 그녀의 생각이 듣고 싶었다.

/저런. 하루가 상당히 고달프고 바빴나보구나!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무튼 나도 이 답레를 잇고 자러 가볼게! 잘 자! 마리주!

78 마리안느 - 알렌 (ZLjxs1XnCU)

2023-06-20 (FIRE!) 22:09:34

그의 말대로였기에 기운이 쭉 빠졌다. 첫 파티에서부터 거하게 사고를 친 탓에 신사들에게 좋게 보이긴 틀린 이상, 아니, 그러지 않았다 해도 그가 친근하게 대해 줄 때 모른 척 어울리는 게 아마 상책이었으리라. 황자만큼 좋은 혼인 상대가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그는 내 깽판도 딱히 허물하지 않고 있는데. 그런데도 스스로 산통을 깨 버린 건 왜일까? 그가 분위기에 떠밀려 난처해지는 게 미안해서? 그렇다 쳐도, 안 그런 경우도 있나? 어차피 황제 폐하께 승인받지 않고는 불가능한 게 귀족의 결혼인데. 그러니 백날 이유 찾아 봤자 결론은 하나다. 내가 바보여서. 사교계에 나온 첫날부터 거한 사고만 벌써 3번째에 황자 전하와 가까워질 기회도 뼝 차 버린 셈이니―정말 기요틴 같은 발재간인가, 나?― 공작 내외께서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생각할수록 낯이 없어 그의 시선이 느껴지는데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때 한숨인지 심호흡인지 모를 숨을 길게 내쉬는 기척이 나는가 싶더니 상상도 못한 말이 머리를 강타했다. 내 의사를 물으시는 건가, 지금? 공작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짐작하면서도―그렇다면 내 희망사항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도 짐작할 텐데― 내 마음을 궁금해하는 게 낯설고 신기했다. 어떤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을지나 무슨 후식을 먹을지 같은 문제라면 내 호불호가 중요할지도 모르나, 결혼은 확실한 신분을 얻고 성인으로 자리 잡기 위한 절차인데, 로맨스 소설처럼 내 호불호를 결부시키는 게 가당할까? 혼란이 불어나는 와중에 놀랍다 못해 경악스러운 말에 눈앞이 새하얘졌다. 나한테 구혼할 수도 있... 안 할 수도 있다는 얘기지만. 그나저나 이 사람이어야 한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라니, 로맨티스트였어. 이분! 아니, 그거도 그거지만 그 난리를 피웠는데도 내가 그 느낌이란 걸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 걸까? 이분의 느낌, 기준이 뭐래?? 내용은 황당한데 말투는 더없이 진지하고 목소리에도 힘이 실려 있으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어안이 벙벙해진 사이 그는 너무 심각하게 말했다는 듯 웃었다. 그러고 이어지는 말은 한결 나긋했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충격적인 이야기가 연거푸 나온 탓인지 가슴이 요동치고 시야도 아직 부얬다. 하마터면 아직 손아귀에 있는 포도도 잊고 두 손을 마주 쥘 뻔했다.―그랬으면 포도가 으깨지며 손도 드레스도 엉망이 됐겠지.― 정신 차리고 생각해 보자. 대답을 하려면 우선 들은 내용을 이해해야 할 테니까.

황당하지만 곧이곧대로 안 믿을 수는 없다. 그러기엔 태도가 너무나 진지하거니와 겉과 속이 다르게 꾸미고자 했으면 좀 더 그럴싸한 내용을 말했을 거다. 그러니까 들은 대로 정리하자면... 그는 내가 당신의 '느낌'에 부합할지 확인하길 바라고, 내가 당신을 결혼 상대로 여기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 친구로 지내면서 서로 알아 가고 싶고, 남들 눈을 의식하고 싶지는 않다. 제대로 이해한 건가? 반면에 나는 어떻지? 만에 하나 황자께 구혼을 받는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공작 내외는 황제 폐하와 사돈간이 되고 나 역시, 이 나라에서 얻을 수 있는 지위 중에선 황자비보다 더 확실한 신분이 어디 있겠는가? 리멜트를 부모님 대 못지않게 재건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질 거다.

그러나 그런 거 말고 그가 물은 부분에 집중하라면...잘 모르겠다. 로맨스 소설을 읽어면서 상대와 영혼까지 공유하는 듯한 정열에 감명받긴 했지만 그건 소설이고. 현실에서 정열은 열병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걸렸을 땐 존재 자체를 불사를 것 같다가도 살아남으면 어느샌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점이 특히. 그보다 중요한 건 이성적인 판단 아닐까? 나에게 배우자로서의 의무―열정을 바치는 건 의무가 아닐 듯하다. 열정을 바치고픈 상대는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므로.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마 공식적인 지위와 그에 합당한 예우, 그리고 운명 공동체로서의 동지 의식과 존중 정도 아닐까?―를 다할 사람인가? 나는 그 의무를 다 할 역량을 지녔는가? 어느 정도 머릿속이 정리되자, 마리안느는 두 손을 포갰다. 그에게서 받은 포도알이 체온에 데워진 게 느껴졌다.

"저로서는 가능만 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황실은 모든 귀족가가 연을 맺길 바라는 가문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황제 폐하께 승인을 받아야만 결혼이 가능한 이상 제 호불호를 개입시킬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의사를 물으신다면... 솔직히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결혼에서 생각한 건 두 가지로, 하나는 제가 확실한 신분을 얻을 수 있는 가문의 사람이냐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그런 사람에게 배우자로서의 의무를 다할 역량이 되느냐였습니다. 후계자를 생산하고, 가문의 재정과 사람을 관리하고, 배우자에게 도움이 될 인맥을 유치하는, 그런 역량 말입니다. 보셨다시피 충동적인 성향이 강하고 사교계에 필요한 소양도 부족해서 갈 길이 멀지만요. 그래도 여쭈어 주셨으니 감히 말씀드리자면......"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나 할 말 못 할 말 안 가리고 지껄여 버렸으니, 이분의 '느낌'에 맞을 가능성은 영영 날아간 것 같다. 이렇게 된 이상 솔직한 친구로라도 남길 바라야 하나? 그럼 친구라는 의리상 혼처를 주선해 주실지도 모르니. 고소(苦笑)인지 조소(嘲笑)인지 모를 웃음을 머금고 소리를 한껏 죽여 숨소리처럼 말을 이었다.

"베르메르 후작 영식 같은 인물이 배우자가 되지는 않길 바라고, 운명 공동체로서 생사고락을 함께하기에 든든하고 신뢰가 가는 분이 배우자였으면 합니다. 제게 결격 사유가 없었다면, 전하께 그런 기대를 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개와 시선은 여전히 땅을 향한 채였다. 밤이슬을 머금은 수풀이 선뜻하다.

/답레로 갱신할게요( ̄▽ ̄)ノ 오늘은 그래도 어제보단 덜더워서 전 좀살거 같아요(*´ー`) 하루 잘보내셨을까요?(*´∀`*)

79 알렌 - 마리안느 (LxnDZ9Yuac)

2023-06-20 (FIRE!) 22:52:47

두 손을 포개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마리안느의 목소리에 알렌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고개를 땅으로 내린 상태에서 입을 열어 이야기를 하는 그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는 한번씩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머릿속으로 방금 내용을 정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알렌은 마리안느가 참으로 흥미롭고 놀라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만 해도 적당히 말을 돌려서 상황을 좋게 만들어볼 수도 있을텐데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도 솔직히 생각해 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특히나 더. 정말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남을 속이기보단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일단 그는 판단했다. 단순히 저 모습만 있진 않을테고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테니까. 일단 지금 보이는 모습만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그는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지금 이 순간에서도 당신은 제 말에 적당히 말을 맞춰주지 않네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면, 지금 여기서 제 말을 적당히 맞추면서 기회를 다시 노려봐도 되었을텐데. 아. 당신을 시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당신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고 과연 어떻게 말을 할지 궁금했거든요. 솔직히 조금 놀랐어요. 좋은 방향으로."

물론 그것이 구혼 상대로 생각하겠다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저 사소할지도 모르지만 흥미를 느꼈다는 것 정도의 아주 작은 것에 불과했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말에 일방적으로 말을 맞추면서 기회를 엿보려고 한다면 자신은 흥미를 끄지 않았을까. 스스로 그렇게 추측하면서 알렌은 입을 열었다.

"그럼 적어도 저의 경우에는 마리안느가 이야기하는 조건 중 절반은 채워진 셈이네요. 스스로가 말하기도 뭐하지만 신분을 얻을 수 있는 가문의 사람이라고 한다면 저 같은 황자나 제 누님이나 여동생 같은 황녀만한 이도 없을테니까요. 남은 반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뭐라고 말은 못하겠지만요."

장난치듯, 목소리가 상당히 장난스럽게 바뀌었다. 웃음소리를 애써 꾹 참으면서 알렌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을 살며시 막았다. 그리고 이어 그는 살며시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당신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면 역시 저는 당신과 좀 더 만나보고 싶네요. 약혼이니 혼인이니 그런 것을 떠나서 당신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어졌거든요. 사실 이렇게 말을 해도 자리가 자리라서 그렇게 많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없긴 하지만요."

황제의 자리를 이을 예정은 없다고 하더라도 어쨌건 황족이었다.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들도 가득이었다. 그런 일이 없는 비어있는 시간에 과연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 스스로 장담 할 순 없으나 그래도 살다보면 한번은 더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다가 그는 뭔가를 떠올렸는지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좀 더 만나야 당신의 첫번째 춤을 가져갈 수 있잖아요?"

그 부분만큼은 여유롭게 기다려보겠다는 듯이 그렇게 말을 하면서 알렌은 남아있는 포도알을 하나 따서 마저 먹어버리며 비어있는 포도송이를 테이블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자. 그럼 이제 다시 당신에게 질문해봐야겠네요. 당신은 어쩌고 싶어요? 좀 더 저와 만나고 싶어요? 친구로서. 아니면 다른 목적으로라도."

/확실히 어제보다는 조금 덜 더웠던 것 같아. 물론 낮에는 여전히 더웠지만 말이야. 흑흑. 그래도 아침과 저녁이 시원해서 다행이야!! 아무튼 나 역시도 답레로 갱신할게! 오늘 하루는 그럭저럭 잘 보낸 것 같아! 반대로 마리주는 어땠을지 궁금하네!

80 마리안느 - 알렌 (8Q0B/16ZUA)

2023-06-21 (水) 19:26:32

희망사항을 얘기하면서도 어쩐지 현실감이 없었다. 어쩌다 이런 얘기까지 하고 있지? 그래도 긴장되다 못해 귓구멍에서 김이 나오는 건 아닌가 싶던 순간은 넘긴 것 같다. 포기하면 편하다던가? 이분과 잘될 가능성이 날아갔다고 생각하니 얘기하기가 조금은 편해진 것도 같았다. 애초에 그 가능성이 진지하게 제기됐다고 하기도 뭣한 상황이라 포기라고 할 것도 없지만.

어찌어찌 숨을 돌리는데 뜻밖에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얼떨떨해져 고개를 올려 바라보려니 그의 말이 이어졌다. 듣고 보니 그러네? 나는 공작가에서 그와의 결혼을 바랄지도 모른다고 말한 시점에 기회가 날아갔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말한 대로 수습했다면 아니었을 수도 있네?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나 진짜 바보네... 지금 거울로 내 얼굴을 본다면 엄청 얼빠지고 떨떠름한 표정 아닐까?

입맛을 다실 찰나, 내 미련함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듯한 반응이 돌아왔다. 일순 입이 벌어졌다가 얼른 앙다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표정을 수습한 것이 고작이고, 머릿속은 그야말로 뒤숭숭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이람? 이분 진짜 종잡을 수가 없다. 황궁에서 남의 의중에 대해 확신하지 말라는 얘기가 혹시 이래서 나오는 건가?

마리안느가 혼란의 연속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분에 대해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장난기가 실렸다. 내가 말한 조건에 부합한다는 점에 만족한 건지, 그걸로 농담을 던지고 싶어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저 알겠는 건, 그는 아직 결혼을 아쉬워하지는 않는다는 점뿐. 구혼을 할 수 있는 입장인 남성인 데다 구혼했다가 거절당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하는 황자여서, 구혼을 유도해야 하는 입장이고 오늘 벌인 일로 보아 앞길이 험난해진 나와는 달리 여유가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부러워지기도 한다. 입을 가린 채 웃음을 억누르는 그를 바라보자니 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나 뒤따르는 발언에 상념이 깨지고 의문이 올라왔다. 나를 좀 더 알고 싶다? 오늘의 모습을 보고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좀 더 음미하고 싶다는 얘기는 아닌 거 같은데...또 무슨 얘기를 앞뒤 없이 늘어놓을지 궁금하다는 의미일까? 손아귀의 포도가 이제는 거의 뜨뜻하다. 더 뒀다간 포도가 익어 버릴지도. 그러면 예의에 어긋날 것 같아 얼른 한 알 머금었다, 급한 마음에 껍질째.

껍질까지 문 건 난생처음이지만 생각보다는 식감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스칠 찰나,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다 김이 나올 것처럼 화끈 열이 올랐다. 가슴이 꽉 메고 입 안의 포도즙은 뜨끈한 포도 스프가 된 것 같다. 그 몰골을 보고도 내 춤을 기대해 주다니 고마워해야 할까, 놀라워해야 할까? 어쨌든 저렇게까지 바라시면 기요틴이 아닌 숙녀의 발이 되도록 연습할 수밖에 없겠다. 다시금 무도 선생님에게 애도를 표했다. 당분간 많이 힘드실 거예요.

겨우겨우 숨을 돌릴 즈음 그가 다시 물었다. 다른 목적까지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내가 계산적인 태도를 지니는 것까지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렇다면 그에 대비할 생각도 어느 정도는 하겠지. 어쨌거나 나로서는 재고 따지고 할 일이 아니다. 이 결정이 복으로 돌아올지 화로 돌아올지는 신만이 아시겠지만 일단 질러 봐야지.

"허락해 주신다면 저는 앞으로도 전하를 알현할 기회를 얻고 싶습니다."

/에고고 어젠 뻗어버렸어요☆⌒(>。<) 오늘 덥고습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하루 잘보내셨나 모르겠네요~(>_<~) 잇고나니 막레분위기 같은데 여기서 마무리하면 될까요?◉‿◉

81 알렌 - 마리안느 (YfGEImExvo)

2023-06-21 (水) 19:37:33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알렌은 마리안느가 참으로 계산적인 움직임에는 약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 제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나 그것을 자신의 이득으로 끌어오지 못하고 있기에 더더욱. 물론 사람이 모두 계산적일 필요는 없으니 그것은 단점이 아니었다. 이렇게 사는 사람, 저렇게 사는 사람. 그렇게 다양하게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는 마리안느가 변하지 않고 저대로 쭉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나 그것은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 생각만큼은 굳이 뱉어내지 않았다.

"살짝 심호흡을 좀 하는 것은 어때요? 마리안느."

바로 눈앞에서 포도껍질마저 입에 물어버린 그녀의 행동에 알렌은 진정하라는 듯, 그렇게 심호흡을 제시했다. 상당히 당황한 것 같은데 그 이유까지 모두 알진 못했다. 자신의 말이 조금 부끄러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조금 급하게 먹은 것 같아보여 알렌의 눈에 살짝 걱정스러운 눈빛이 감돌았다.

한편 자신의 물음에 대해서 마리안느의 답이 들려오자 알렌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알현할 기회를 얻고 싶다. 물론 그것이 순수한 목적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정치적, 아니. 더 정확히는 결혼에 대한 그런 것도 조금은 고려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어차피 귀족으로 태어난 이상, 그리고 황족으로 태어난 이상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들은 그저 순수함만으로 살아가기에는 힘들었으니까. 자신도 어떻게 보면 조금은 계산적인 마음이 있기도 했으니 더더욱.

"다행이네요.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요. 친구로서. 혹은 다른 목적으로도."

자신 역시 친구로서만 대할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만나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그 '느낌'이 있는지도 알아볼 생각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쓴 표정이 그의 얼굴에 감돌았다. 만약 평민과 평민으로서 만났다면 이런 계산적인 것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도 하면서.

"그럼 슬슬 들어가볼까요? 물론 이대로 당신을 계속 독점해도 좋을 것 같지만... 그러면 이 파티에 온 목적이 없잖아요?"

안으로 들어가보자는 듯, 알렌은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포도 껍질과 다 먹은 찌꺼기는 차후 시종에게 말해서 치우게 할 생각이었다. 아니. 어쩌면 치우려고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안은 누군가의 눈이 닿는 장소였으니까. 아무튼 들어가보자는 듯, 알렌은 살며시 앞장서서 천천히 걸어나갔다. 손을 잡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조금 이른 단계였다. 차후에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고 아예 없을 수도 있겠으나 지금 여기서 잡는 것은 조금 이르다고 생각하며 그는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녀와 함께 걸어갈법한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하루 피곤하고 바쁘면 뻗기 마련이지! 좋아. 답레로 갱신할게! 여기는...비가 계속 와서 너무 습하네.. 방금도 비가 막 내리다가 또 그쳤어. 이러다가 또 내리겠지. 흑흑. 아무튼 이렇게 막레를 하면 될 것 같아! 첫 일상 수고했어!

82 마리주 (lVT/X0Vg.Q)

2023-06-21 (水) 20:29:10

우와 엄청빠르시다(*゚ロ゚) 제가 손이느려서 잘 못이었는데 그래도 어떻게 마무리가 됐네요~(>_<~) 선생님도 고생많으셨어요(´∀`)다음에는 무슨일이 있을까요? 캐들이 비교적 빨리 가까워진게 저번에 썰을 주고받은 덕인거 같은데 이번에도 썰풀이를 좀 해보는게 좋을까요٩(^ᴗ^)۶

83 알렌주 (YfGEImExvo)

2023-06-21 (水) 20:41:00

앗. 아니야...ㅋㅋㅋㅋㅋ 그냥 빨리 써질때도 있고 정말 안 써질때도 있고.. 아마 어떻게 보면 끝자락이라서 마무리를 하는 것이 쉬워서 그랬던 것 같아. 그리고 마리주도 정말로 잘 이었는걸. 읽으면서 진짜 감탄한 부분도 많았고!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확실하게 잡아둔 것이 역시 크지 않았나 싶어. 다음에는 글쎄. 공작가가 혹시 이후에 알렌과의 혼약 자리를 노리기 시작했을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저택에 초대를 하거나 해서 같이 차를 마신다거나 정말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그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긴 한데.
물론 썰풀이도 난 얼마든지 좋은 편이야!

84 마리주 (ogod60sDuI)

2023-06-21 (水) 22:02:49

앗앗 잇기 괜찮으셨다니 다행이에요(*´∀`*) 말씀대로 공작내외는 알렌이 마리안느에게 친근하게 구는걸 목격했으니 노리기 시작했을법하고 정식으로 초청하는일도 있었을만하네요(*´ー`) 근데 노골적으로 초청하자니 이목때문에 꺼려지고 뭔가 구실을 댔을거 같아요(。・ω・。) 사냥대회에 납셔달라고 한다거나 알렌이 바이올린을 잘켜는게 알려져있다면 유명바이올리니스트나 음악가를 초청했는데 참석해주십사한다거나 귀한미술품이나 역사적의의가 깊은 유물을 구경시켜준다거나 암튼 알렌의 취향에 맞춘구실로요☆~(ゝ。∂)

저는저대로 궁금해진게 만약에 이웃나라의 왕이 황자이면서 황위계승권에서는 먼 알렌을 자기후계자의 배필로 삼길바라고 혼담을 넣는다면 알렌은 어떻게 대처할까요?(・ꇴ・)

85 알렌주 (YfGEImExvo)

2023-06-21 (水) 22:14:27

사냥대회라고 한다면 아마 알렌은 쓴 웃음소리를 내면서 자기는 아직 멈춰있는 것을 활로 맞추는 것 정도밖에 못하니 형이나 남동생, 혹은 누나 중에서 활을 잘 쏘는 이를 대신 추천해줬을 것 같고 자신은 굳이 가지 않았을 것 같아. 일단 공작가쯤 되면 아마 황자에 대한 것도 어느 정도 조사는 했을테니 바이올린에 대해서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알렌의 경우는 바이올린을 꽤 즐겨서 연주하는 편이기도 하니 말이야.
아무튼 유명바이올리니스트를 초청했다고 하고 부른다면 알렌은 흥미를 크게 가지겠지만 그와 동시에 대충 꿍꿍이를 눈치채지 않을까 싶어. 하지만 못 이기는 척, 마리안느나 만나러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초청에 응할 것 같아. 바이올린도 챙기고서 말이야.

이웃나라의 왕이 그렇게 혼담을 넣는다고 한다면 아마 알렌은 상대를 만나볼 것 같아. 일상에서도 나오긴 했지만 알렌은 이 사람이다 싶은 느낌이 가는 이와 결혼을 하고 싶기 때문에 아마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것 같거든. 그러다가 이제 어느 한 사람에게 꽂히면 그때부터 그 사람에게 올인을 하는 느낌이 될 것 같아. 그렇기 때문에 아마 만니간 하겠지만 조금 더 알아가고 싶다는 구실로 바로 혼담에 응하진 않을 것 같아 딱 만나는 정도까지만 응하는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86 마리주 (EjQTF1eGTg)

2023-06-21 (水) 23:38:59

그럼 유명바이올리니스트가 지금 공작저에 와있다고 괜찮으시면 왕림하셔서 합주를 해보시라 정도의 구실로 초청하는게 좋겠네요ヽ(○´∀`)ノ♪ 겸사겸사 마리랑 티타임을 갖거나(๑•́ ₃ •̀๑) 마리가 피아노로 알렌의 휘파람을 편곡한걸 연주해본다거나♫꒰・◡・๑꒱ 아예 어릴적처럼 '말이' 데리고 광장구경을 또 해본다거나(≡^∇^≡) 그런일들을 할수있을거 같아요(*´ー`) (바이올리니스트와의 합주는 이렇게 유야무야??「(°ヘ°) )

만약 이웃나라의 후계자인 공주에게 꽂히면 문자그대로 로열패밀리가 되겠네요L(・o・)」 하지만 알렌도 황자인이상 정략혼을 하게되리라고 마음의준비는 했을거 같은데(・_・。) 그런데도 100% 정략만으로 하는 결혼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건가요?(・へ・)

87 알렌주 (YfGEImExvo)

2023-06-21 (水) 23:57:06

그러면 확실히 알렌은 흥미를 가지고 오게 될 것 같아. 물론 위에서도 썼지만 어느 정도 그게 구실이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일부러 알렌이 역으로 그 공작을 살짝 떠보는 느낌도 나올지 않을까 싶기도 해.
앗. 마리안느의 피아노 연주 들을 수 있는거야? 그건 그거대로 너무 좋다! 알렌이 가장 흥미를 가질 것 같은데. 반응에 대해서는 일상으로 하게 된다면 그때 직접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아앗...ㅋㅋㅋㅋㅋㅋ 맞아. 광장구경도 좋을 것 같아. 그러다가 마지막엔 어릴 때 약속을 했던 그 언덕으로 가도 좋을 것 같아. 훌륭한 데이트로구나. 이거. 아무튼 바이올리니스트와의 합주는 그 전에 한번 정도는 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 마리안느에게 들려준다던가 식으로 말이야.

물론 정략혼도 어느 정도 고려는 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조금 더 느낌을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큰 편이야. 그렇게 조금 더 찾아보다가 정 없다 싶으면 아마 제국에 있어서 가장 이득이 될 이와 결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거든. 일단 알렌은 2년 내를 기준으로 잡고 있어. 그때까지 그런 이가 없다면 그냥 깔끔하게 포기할 생각으로 말이야.

그 외의 외적으로 가자면... 정말로 알렌이 정략결혼에 눈을 떠서 그쪽으로만 진짜 진지하게 알아보면 애초에 알렌과 마리안느의 이야기가 시작이 될 수 없을테니까! 사실상 적당히 이름 있는 왕국의 공주를 하나 데리고 와도 끝인 상황이니 그러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가 곤란하잖아? 그렇다고 한다!

88 마리주 (FT2dsazGO6)

2023-06-22 (거의 끝나감) 07:43:24

에고고 어제도 자버렸어오☆⌒(>。<) 알렌이 역으로 공작을 떠보다니 공작과 독대같은걸 하는걸까요? 무슨대화가 어떤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해지네요L(・o・)」 광장구경만으로도 하루가 다갈지도 모르겠는데요(*´∀`*) 암튼 이어갈거리가 나와서 다행이에요(・ꇴ・)

역시 로맨티스트네요 알렌은~(>_<~) 그리고 앗 아앗...Σ(°ロ°) 외적으로는 그런 문제가 있네요「(°ヘ°) 알렌이 로맨티스트라 다행이에요 황자라도 2년정도는 어찌어찌 시간을 벌수있을것도 같고요(^_~)

갱신 겸해서 잡담 남겨봤어요(*´ー`) 곧 주말이 다가오는데 오늘하루도 무사히넘기세요⊂(・▽・⊂)

89 알렌주 (ksQ9iFg9IE)

2023-06-22 (거의 끝나감) 19:48:41

공작과 독대라고 해야할까. 그냥 공작에게 슬쩍 묻는 느낌이 아닐까 싶어. 경의 따님도 슬슬 나이가 찼는데 결혼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어떤 이일진 모르겠지만 만약 좋은 소식이 있다면 축하해드리겠습니다. 라는 식으로 말이야. 살짝 결혼 관련으로 떠보는 느낌이 될 것 같네. ㅋㅋㅋㅋㅋ 그렇게 되면 광장구경은 약속을 잡고 다음에 또 보는 구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루만에 모든 것을 다 해야하는 법은 없으니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사실 로맨티스트..라고 해야할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오히려 황실에서는 빨리 자리 좀 잡고 마음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잔소리를 할지도 모르겠어. 형이나 누나가 말이야. 아무튼 2년 동안은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을 찾으려고 생각 중이니 그때까지 알렌은 정략 결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프리할 것 같아.

아무튼 나 역시도 갱신이야! 오늘 하루를 어떻게든 보냈지만 약간 피곤한 감은 있네. 그래도 내일만 일하면 또 주말이니까! 마리주도 하루 화이팅이야!

90 마리주 (vuYTThxxvM)

2023-06-22 (거의 끝나감) 23:24:38

세상에(°o°;) 졸다깨고 밥먹고 하다보니 이시간이네오 역시 자유시간은 너무빨리가요。゚(。ノωヽ。)゚。

공작이 능청스러우면서도 점잖게 속내감추는 대사를 치면좋겠는데 제머리에선 뭐나오는게 없네요 역시 캐가 똑똑하려면 캐주가 똑똑해야...(╯︵╰,) 그래도 제딸자식의 일을 염려해주시다니 황송하다고 인사치레하고서 영민하고 성실한 이라면 지위고하를 가리지않고 고려중이라는식으로 흘리긴할거같아요(¬‿¬ ) 광장구경을 그렇게 미룰수도 있겠군요(・о・) 생각도 못했는데 그편이 더나을거 같아요

그러고보니 형이나 누나중엔 누가 차기황제감으로 꼽힐까요? 개인적으론 누나였으면하는 바람이 있어요(。・ω・。)

벌써 슬슬 방전되어가네요(×﹏×) 이만 자러갈게요 안녕히주무세요川。μ_μ)σ

91 알렌주 (ksQ9iFg9IE)

2023-06-22 (거의 끝나감) 23:37:10

졸다깼다는 것에서도 느끼지만 마리주의 현생이 상당히 고달픈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어.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화이팅이야! 앞으로 하루만 더 일하면 주말인만큼 더더욱!

ㅋㅋㅋㅋㅋㅋ 저 정도도 상당히 점찮게 속내를 잘 감추는 것 같은걸. 아무튼 저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알렌은 빤히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다가 황가에도 경의 따님을 눈여겨보는 이가 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살짝 할 것 같아. 일단 알렌이 그러고 있으니까 거짓말은 아니기도 하고! 그러면서 살짝 공작의 표정을 바라볼 것 같아.
좋아. 그러면 광장 구경은 다음으로 살짝 미루는 것으로! 꼭 하루만에 다 할 필요는 없을테니까. 아직은 둘 다 어느 정도의 여유시간은 있을 것 같거든.

차기황제감으로 꼽히는 이는 딱히 정하지 않았어. 일단 알렌은 다음 황제가 될 가능성이 적다라는 설정만 정해뒀거든. 일단 황제는 장남 장녀 중에서 더 능력이 있고 더 이 제국을 잘 다스릴 것 같은 사람에게 다음 황제 자리를 물려주려고 지켜보고 있다는 설정이긴 해. 아무튼 누가 황제가 될지는 그렇게 중요할 것 같진 않아서 딱히 정해두진 않았으니 그냥 누나인 쪽으로 하자!

아무튼 하루 수고 많았어!! 잘 자! 마리주!

92 마리주 (e7IPUw8qIM)

2023-06-23 (불탄다..!) 16:02:11

앗 아니에요 아니에요٩(*⌒*)۶ 고달팠던건 아니고 제가 워낙 저질체력이라서요( ̄¬ ̄)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렌이 그렇게 말하는걸 들으면 공작은 젊음이란 좋구나스러운 웃음을 띠고 제여식이 불민한데도 눈여겨봐주셨다니 황감하다고 전하께서 많이 힘써주셨으리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잘살펴주시면 감읍하겠노라고 능청부릴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σ( >_<) 속내뻔한데 속내감추고 주고받는 덕담도 재밌네요ヽ( ˘∀˘)ノ 그럼 표면적으로는 알렌이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와 만나기위해 방문하는게 되려나요(・ꇴ・)?

우와 별기대없이 말씀드린건데 감사합니다(´◕▽◕`) 위엄있고 품위있고 포스있고 암튼 멋있는황제님이었으면 좋겠네요(ノ・▽・)ノ

이제 귀가하시면 주말을 누리실수 있겠네요(*´ー`) 이번주도 고생많으셨어요(≡^∇^≡)

93 알렌주 (lzJtG6sChY)

2023-06-23 (불탄다..!) 19:01:34

그래도 편한 현생은 없다고 배웠어! 아마도지만! 아무튼 하루는 잘 보냈을까? 난 퇴근하고 저녁 먹고 갱신이야!

아앗...ㅋㅋㅋㅋㅋ 공작님이 상당히 능청스럽고 굉장히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나.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면 알렌은 가만히 웃어보이면서 자신이 힘을 쓴 것은 없다고 하면서 그만큼 경의 따님이 매력이 넘치기에 있는 일 아니겠냐고 또 이야기를 할 것 같아. 서로 속내는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을텐데 이렇게 말하는 것이 또 정치적인 대화니까. 물론 이건 정치와는 거리가 조금 멀긴 하지만 아무튼 비슷하긴 하고!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바이올리니스트가 온다고 해서 초대를 했고 그에 응하는 느낌이니 말이야. 물론 공작이나 알렌이나 마리안느나 각각 생각하는 바는 비슷하면서도 다르겠지만!

아마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이상 능력이 있고 위엄이 있고 품위는 있을거야. 그저 장남 장녀라고 해서 무작정 앉히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일단 다음 일상 설정은 이 정도로 정해두면 될까? 물론 좀 더 썰을 풀고 싶다면 얼마든지 좋아! 난!

94 마리주 (sUCtOnNvaE)

2023-06-23 (불탄다..!) 21:50:19

안그래도 저질체력인데 요새 체력이 좀더 딸리네요「(×﹏×) 여름이라 그런가。゚(。ノωヽ。)゚。

공작이 그런이미지였으면 했어서 말씀들으니 되게 보람있네요(*´∀`*) 정치싸움은 아니지만 속내는 감추면서 할말다하는 사교계스러운 대화 아닐까요?( ˘∀˘) 합주를 알렌과 바이올리니스트랑 하게될지 마리안느가 바이올리니스트랑 하게될지 알렌과 마리안느가 하게될지 셋이 다같이 하게될지 모르겠네요 선생님은 어느쪽 그림이 좋아보이시나요?(・ꇴ・)

아 저 궁금한게 더있어요~(>_<~) 알렌이 사교계스러운 대화로나마 마리안느더러 무려 매력이 넘친다고까지 해줬는데 첫만남에서 구체적으로 어느부분이 마음에 들었을까요?(*´∀`*) 그리고 혹시 알렌 첫사랑은 없나요?(๑•́ ₃ •̀๑)

95 알렌주 (lzJtG6sChY)

2023-06-23 (불탄다..!) 21:59:17

사실 캐릭터 서사쪽으로는 알렌과 마리안느의 합주가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아니면 세 명이서 같이 한다거나! 캐릭터가 따로 놀기보다는 아무래도 같이 노는 쪽이 조금 더 그림이 좋지 않을까 싶거든! 그러니까 역시 1순위는 두 사람의 합주가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 바이올리니스트야 그냥 적당히 대화를 하다가 돌려보낼 수도 있는 거니 말이야!

음. 추억보정도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알렌에게 있어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누가 상대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이야기하는 점이었어. 아무래도 황자의 자리에 있다보니 자기 비위를 맞추려고 없는 말도 막 꾸며내면서 하는 이들을 알렌은 정말 질리도록 많이 봤거든. 하지만 마리안느는 따로 둘이서 이야기를 할 때도 결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알렌의 기분을 맞춰준다거나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 말을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조금 마이너스이고 손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준 점이 알렌에게 있어선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보면 좋을 것 같아. 어떻게 보면 그런 솔직한 매력이 알렌에게 있어선 정말로 마음에 든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 물론 마리안느의 속사정은 전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건 알렌에겐 그렇게 전달되었다는 것이니까!

그리고 알렌의 첫사랑은... 유감스럽게도 아직 없어. 그래서 더더욱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을 찾고 싶어하는 것이기도 해! 자신도 한번 그런 것을 느껴보고 싶으니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단계에서 알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이 첫사랑이 되는 셈이야!

96 마리주 (sUCtOnNvaE)

2023-06-23 (불탄다..!) 23:58:56

하긴 공작이 바이올리니스트를 부른이유부터가 알렌을 마리안느랑 엮으려고니까 그정도에서 물러나는게 바이올리니스트가 눈치챙기는길일수도 있겠네요(*´ー`) 그래도 무슨말이든 시켜야 구색맞추기가 되니 알렌이 독주하는거 보고 소감 얘기하는정도는 나오는게 어울리려나싶어요(。・ω・。)

마리안느가 스스로를 바보같다고 생각한 부분이 알렌한테는 호감요소였다니 아이러니하네요(´◕∀◕`) 마리안느가 앞으로도 그런쪽으론 요령이 없을거 같으니 다행이랄까요(^~^;)ゞ 그거말고도 좀더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어야할텐데 하다보면 나오겠죠?٩(*⌒*)۶

알렌은 첫사랑이 없었군요(´◕o◕`) 마리는 어릴적에 읽은 로맨스소설주인공이 첫사랑일거 같아요 그래서 요새 웹소들처럼 소설속에 들어가고 싶어한적도 있을거고요(´∀`) 딱어린시절로 그치고 지금은 맘에 드는 로맨스가 나와도 그건 소설이고 하게 되었지만요σ( >_<)

아 이게 하다보니 궁금한게 또생겨버렸는데요L(・o・)」 알렌은 혹시 황제가 되고싶어한적이 없나요? 아무리 형누나가 있어도 황자니까 황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한번은 했을수도 있을거 같아서요 실제역사에서도 계승권과는 비교적멀었던 사람이 즉위하는 경우가 없지도않고요(•‿•)
그리고그리고 알렌이 쿠키랑 포도말고 또 좋아하는음식이 있나요? 식사류라든가 차라든가 술이라든가 디저트도 괜찮아요(*´▽`*)

97 알렌주 (j/0XNXejdw)

2023-06-24 (파란날) 00:09:44

공작가에서 상당히 바쁘게 움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ㅋㅋㅋㅋㅋ 바이올리니스트를 적당히 퇴장시켜야 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그래도 확실히 구실은 맞춰야하니까 적어도 알렌과 바이올린 이야기라던가 연주를 들어본다거나 하는 것은 분명히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슬쩍 다 같이 들어보자면서 두 사람을 같이 앉힐수도 있는거고 말이야.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알렌이 모든 말을 다 받아들이거나 하는 편은 아니야. 이를테면 황가에 대한 모욕이나 안 좋은 말은 알렌이 상당히 정색해서 반박하거든. 악마의 힘을 빌렸다는 그 소문도 따지고 보면 그 공을 인정하고 상을 내린 이가 황제인데 그 황제의 판단을 모욕했다로 해석해서 알렌이 그렇게 나선 것이기도 했고! 그래도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알렌이 계속 마음에 들어하고 호감도가 오르지 않을까 싶어. 반대로 마리안느는 알렌이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부분일지 궁금해! 제 4황자라던가 그런 부분 말고!

로맨스 소설 주인공이 첫사랑이라니. 상당히 순수하면서도 귀엽잖아! ㅋㅋㅋㅋㅋ 뭔가 어릴 적에는 정말로 소설 속 여주인공을 동경하고 거기에 나오는 남주인공을 동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걸? 커가면서 이제 그런 쪽의 생각은 많이 줄어든 것 같지만 말이야. 그럼 알렌은 마리안느가 본 소설의 남주인공과 닮은 부분이 있었을까?

알렌은 황제가 되려는 마음이 없어. 물론 불의의 사고 등으로 인해 자신이 꼭 해야한다면 받아들이긴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황제가 되라고 해도 형이나 누나가 있는데 어떻게 자신이 황제가 될 수 있겠냐고 막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거부할거야. 물론 어릴 때 황제가 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긴 했지만 커가면서 그 자리는 내 것이 아니라고 인지하게 되고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였거든. 그래서 지금은 황제 자리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오히려 형이 황제가 될지, 누나가 황제가 될지 은근히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는 중이야. 딱 중립의 자리에 서서 말이야. 장남과 장녀 역시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있고 누가 황제가 되어도 인정하고 축복하자고 협의를 했기 때문에 누가 황제가 되어도 제국이 막 흔들리거나 반란이 일어나거나 하는 일은 없을거야.

좋아하는 음식은 여러가지 있긴 한데 달걀이 들어간 샌드위치도 좋아하고 오믈렛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야. 그냥 전체적으로 달걀이 들어간 요리들을 좋아해. 술은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샴페인 정도는 마시기도 하고 차는 크게 기호품은 없지만 홍차류는 나름대로 즐기는 편이야. 디저트는 치즈가 들어간 그런 디저트를 좋아하는 편이야. 반대로 마리안느는 어떤 것을 좋아해? 궁금해!

98 마리주 (LZWea/B7UE)

2023-06-24 (파란날) 12:56:02

바이올리니스트가 수도에서 연주회를 준비중인데 공작가에서 숙식과 연습장소 등을 후원하겠다고 제안해서 머무는중일지도요(•‿•) 그런김에 알렌을 초청해서 잠시나마 알렌과 대화할기회를 마련하고 바이올린연주를 봐주다가(。・ω・。) 공작가 사람들도 연주한번 들어보자는 구실로 마리안느까지 한자리에 모인뒤에 선생님 다시 연습하셔야한다는 구실로 빠지면 괜찮겠네요(´∀`)

마리안느도 뭐랄까... 남작가에서 걱정없이 지내던 시절을 단편적으로나마 기억해주는 사람이라는 추억보정이 있을거같고요(´~`) 그리고 사정이야 어쨌든 사교계에서의 첫파티부터 사고를 요란하게 쳤는데 그꼴을 목격하고도 자기를 나쁘게 보는거 같지는 않아서(´◕o◕`) 사교계니까 속마음까지야 모르지만 어쨌든 계속 교류해보고싶다고 해줄 정도니까 그점이 마음에 와닿았을거 같아요(*´ー`) 그러고보니 알렌이 후작영식한테 나섰을때 나중에 꾸짖음을 들을거같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파티끝나고 어떻게 됐나요?(๑•́ ₃ •̀๑) 진짜로 혼났나요?σ( >_<)

어...닮으면 곤란할거 같아요(ㆀ◞ ‸ ◟ㆀ) 원수지간인데 사랑에 빠졌다가 여주도 남주도 파멸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_¬ㆀ) 읽으면서 안타까워한나머지 자기가 여주면 더 잘해줄수 있는데!!하면서 그속으로 들어가고싶어했던, 근데 현재시점에서는 흑역사에 가까운 첫사랑이랄까요(^~^;)ゞ 그와별개로 약자에게 섣불리 책임을묻는 태도나 노력만으로 현실적인제약을 극복할수 있다는 신념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진정한 정의나 선을 실천하기위해서는 어떻게 처신해야하는지를 고민하는등 생각이 깊고 진중한면에 많이 끌렸을거예요(*´▽`*) 이런사연을 알게되면 알렌이 어떻게생각할지 궁금해지네요(◕~◕)ゞ

공작가에서 달걀요리랑 홍차랑 치즈를 열심히 준비하겠네요(•‿•) 마리는 산뜻한 음식을 선호해서 잎채소랑과일을 넣은 샐러드를 즐겨먹어요(´~`) 당근도 좋아해서 '말이'랑 나눠먹기도 했을거같은데 가끔 말이가 마리안느몫에 들이대서 내꺼야하고 티격태격(?)했을지도 모르겠어요(^~^;)ゞ 육류나 해산물은 상대적으로 덜선호하지만 기름기가 적은 부위는 잘먹는편이고요(◕‿◕)

그러고보니 알렌이 어릴적에 황궁밖에 나왔을때요 혹시 윗전을 잘모시지못한 죄로 처벌받은사람이 있진않았나요?(。•́︿•̀。) 제가 봤던 만화에서 왕자가 몰래 처소밖으로 나가니까 왕이 왕자의 직속시종과 호위병을 모조리 처형하면서 자기움직임에 몇명의목숨이 오락가락하는지 왕자도 알아야한다고 말하는내용이 있었어서(×﹏×) 궁금해졌어요

99 알렌주 (j/0XNXejdw)

2023-06-24 (파란날) 15:33:27

이건 마리안느가 없다고 해도 알렌이 덥썩 물 수밖에 없는 미끼인걸. ㅋㅋㅋㅋㅋㅋ 공작가에서 숙식과 연습장소를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면 아마 알렌도 어느 정도 소식은 들었을 것 같거든. 공작이 상당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로구나! 아무튼 상당히 전략적인 흐름이긴 하지만.. 어쨌든 캐릭터들이 좋으면 좋은 거니까! 딱히 공작이 못 부릴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묘사만 보면 공작가가 막 탐관오리급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거든. 다만 귀족으로서 좀 더 힘을 얻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그거야 어느 귀족이나 다 마찬가지일테니까!

추억 보정은 마리안느도 가지고 있구나. 이 부분은 알렌 역시 가지고 있으니 쌤쌤이 되겠네! 그리고 그런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구나. 일단 자신을 좋게 봐주는 것이 마리안느의 눈에는 좋게 보였떤 것일까. 뭔가 되게 잘 맞물린 것 같은 느낌이야. 두 사람이. 앗. 그 부분은 조금 황제에게 혼나긴 했어. 자기 멋대로 그렇게 황자라는 것을 먼저 밝히면 어떡하냐는 식으로 말이야. 공식적인 소개 자리가 뭐가 되냐면서. 하지만 많이 혼난 것은 아니고 꾸짖은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칭찬을 들었어. 그 정도의 강단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이야.

아앗... 그럼 진짜로 닮으면 안되잖아! (동공지진) ㅋㅋㅋㅋㅋㅋ 확실히 나이를 먹고 생각해보면 굉장히 부끄러울 수 있겠는걸. 음. 알렌의 입장에서는 그렇구나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 그런 타입을 좋아하는구나 라는 느낌으로 말이야. 그와는 별개로 자신도 마리안느가 읽었던 그 소설을 한 번 읽어보고 싶어할 것 같아. 제목을 들으면 나중에 살짝 구해서 읽어보지 않을까 싶은걸.

잎채소와 과일을 넣은 샐러드라니. 그거 굉장히 맛있잖아! 아앗...ㅋㅋㅋㅋㅋ 세상에. 말이가 마리안느의 당근을 뺏어먹는거야? 정말로 마리는 말이를 좋아하는구나. 어쨌건 같이 먹는다는 이야기니 말이야. 보통 말과 함께 뭔가를 같이 먹는 일은 적으니 말이야. 기름기가 적은 부위라고 한다면 지방이 없는 살고기 위주일까? 뭔가 상당히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것 같아보여.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없었어. 그 대신 알렌이 좀 많이 혼나긴 했었지. 나중이지만 말이야. 그래서 그 이후로는 성 밖으로 나오지 않기도 했고. 마리안느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가 딱 마지막으로 나온 날이었거든. 그 이후로는 자신도 좀 많이 혼나고 근신 처분을 받고 교육도 강하게 받아서 이후로는 얌전하게 성에서 보냈었어. 이제는 성인이 되었고 정식으로 사교계에 데뷔하기도 했으니 그 부분은 많이 자유로워지긴 했어. 물론 그렇다고 매일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찰을 간다는 명목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아마 시간이 되면 마리안느도 보러 가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공작님의 행복회로가 막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되지만 말이야.

100 마리주 (EGpqOlIWhc)

2023-06-24 (파란날) 17:43:38

알렌을 꼬시기좋은 미끼라니 잘됐네요(◕ꇴ◕) 처음에는 냉혹한귀족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일상 하다보니 속은 냉철하고 계산적이지만 겉은 유들하고 능청스러운 그러면서도 마리안느에게 인간적인정이 없지는않은 캐여도 괜찮겠다 싶어졌어요(´~`๑)

자기가 귀부인으로서는 결격사유가 있음을 의식하고있고 그래서 구혼자를 구하기 어렵지않을까 회의감도 지니고있다보니(^~^;)ゞ 그런문제를 흠잡지않는 사람을 만나면 고마워할거 같아요σ(•‿•。) 어떻게보면 인정욕구가 강한 성향이라고 할수있겠네요(๑˘‿˘) 그럼 황실에서 법도를 솔선해서 지키지않았다간 나쁜선례를 남기게된다는 이유로 혼난걸까요?「(~。~)

에고고 소설제목까지는 안정했는데 정해야겠네요☆⌒(>。<) 비극적인결말에 동심파괴가 되면서도 당시에는 감정이입을 굉장히 했었어서 흑역사여도 그책은 자기방에 양장본으로 보관하고있어요(*´∀`*) 추억의책이랄지 애증의책이랄지(∩_∩) 알렌은 혹시 흑역사없나요?(・◇・)

뺏어먹으려다 실패하긴하는데 그러고나면 마리안느가 말이를 바라보면서 삐쭉거리다가 '자~'하고 내밀어서 말이가 좋다고 먹었을거예요「(´ー`) 마구간에서 주지는않을거고 같이외출했을때 그렇게 먹지싶고요(´~`)ゞ 네네 안심이나 닭가슴살같은 살코기요( ̄∇ ̄) 말씀대로 기름진맛보다 담백한맛을 선호하는 편이에요σ( >_<) 그러고보니 알렌은 자기전용백마와 어떤관계인가요? 이름은뭐고요?(σ▿σ) 혹시 말말고 다른동물도 키우나요?(・∀・)

달려고보니 100번째 레스네요 와와ヽ(◕∀◕)ノ

101 알렌주 (j/0XNXejdw)

2023-06-24 (파란날) 17:57:02

사실 알렌에게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거고 실상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썰만 보자면 뭔가 냉혹한 것까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사실 이건 직접 만나보면 또 다를 수도 있는 거긴 하니까! 그 부분은 편하게 설정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 마리안느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캐릭터이니 말이야!

그런 느낌이로구나! 사실 정말로 까다롭게 보자면 지적거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알렌의 입장에선 굳이 그것을 문제 삼을 이유가 없기도 하고 사실 마리안느가 하는 말이 들어보면 또 맞는 말이고 딱히 황실을 모욕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자신의 생각을 진짜 솔직하게 말해주니까 호감이면 호감이지 흠을 잡을 이유는 없을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야. 인정욕구라. 그렇다면 그 인정욕구 쪽을 잘 파고들면 마리안느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걸? 음. 그런 것에 가까워! 법도가 있고 순서가 있는건데 네 멋대로 하면 어떡하냐는 느낌으로 말이야. 물론 파티 중에서는 혼낼 수 없으니까 파티가 끝난 후에 따끔하고 가볍게 혼이 나고 말았지!

알렌의 흑역사라. 정말로 어린 시절의 알렌은 자신은 왜 황제가 되지 못하는지 이해를 못해서 막 형과 누나에게 때를 쓴 적이 있었어. 가족에게도. 다음 황제 내가 하고 싶어! 나도 아바마마 앉는 자리에 앉고 싶단 말이야! 잉잉. 하는 느낌으로 막 어린아이가 쓰는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그래서 누나가 왜 그렇게 황제가 되고 싶냐고 물어서 알렌은 순수한 목소리로 황제가 되어서 쿠키로 만든 성을 만들어서 거기서 살거야! 이렇게 답을 했어. 지금도 잊혀질만하면 콕콕 찔리는 로얄 패밀리의 놀림거리이자 알렌의 흑역사야.

정말로 마리안느는 말이를 아끼는구나. 뭔가 그렇게 같이 있으면 엄청 한폭의 그림일 것 같아! 음. 아무래도 알렌이 직접 말을 기르는 것은 아니고 성에서 일하는 이들이 관리하고 있는 거니까 막 직접적으로 알렌이 다 챙겨주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외출을 하거나 승마를 하거나 할 때는 늘 함께 하기 때문에 꽤 좋은 사이야. 이름은 넬라라고 지었어. 왜 이름을 넬라라고 지었냐는 물음이 들려오면 알렌은 웃으면서 왜 그렇게 지었을 것 같아요? 라고 역으로 물어보는 편이야. 다른 동물이라. 일단 알렌이 직접적으로 기르는 것은 아니지만 개도 있고 고양이도 있어. 개는 커다란 노란 털인 리트리버이고 고양이는 하얀 털이 매력적인 랙돌이야.

그러게! 이것으로 101번째 레스!

102 마리주 (M2cEV4VSYU)

2023-06-24 (파란날) 23:56:45

마리안느의 사고뭉치모먼트가 알렌한테는 문제가 안되는 부분이라니 다행이에요( ´ ∀ ` ) 근데 황실모욕이라니「(..;) 마리안느의 목은 하나라서 그럴일은 없지 싶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한다니 마리안느가 쑥스러워하면서도 고마워할 가능성이 크지않을까해요(∩_∩) 사교계특유의 립서비스에 너무들뜨면 안된다고 스스로를 타이르기도 하겠지만요(´~`๑)

쿠키성이라니 귀여워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〇*>∀<)ゞ★☆ 그흑역사 마리안느도 알았으면 하게되네요(´◕ꇴ◕`) 마리안느의 흑역사첫사랑을 알게될경우 흑역사교환처럼 알렌이 알려준다거나 할수도 있으려나요?(◕~◕)ゞ

우와와 그림같다니(*´∇`*) 좋게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개도키우고 고양이도키운다니 황실사람들도 동물친화적인가봐요(・∀・) 근데 넬라가 무슨뜻이기에 이름의뜻을 물으면 역으로 질문할까요?(・о・)

아 그리고 또궁금해진게 있는데요☆⌒(>。<) 알렌은 찐친귀족이라거나 직속호위기사 같은 최측근이 있나요?(•‿•)

103 알렌주 (w1dYYUgd/Y)

2023-06-25 (내일 월요일) 00:12:18

물론 알렌도 모든 것을 다 봐주고 그럴수는 없지만 파티에서의 모습 정도라면 알렌에게 있어선 그냥 가볍게 웃어넘길 정도거든.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살짝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은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또 경우에 따라서 달라질테니까. 아무튼 마리안느가 쑥스러워하면서 고마워하는 모습이라. 그 모습은 꼭 보고 싶으니 꼭 캐입으로 알렌에게 시켜봐야..(안됨) ㅋㅋㅋㅋ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자기 자제는 확실하게 하는구나. 아무래도 이 부분은 또 귀족이기에 나오는 모습이 아닐까 싶어지네.

아앗...ㅋㅋㅋㅋㅋㅋ 이것만큼은 알렌이 아마 안 알려주려고 할 것 같은데. 나중에 알렌과 친해지고 다른 황족들과도 친해지거나 혹은 마리안느가 로얄 패밀리의 일원이 된다면 누나나 형 중 한명이 장난스럽게 사실 어릴 때 알렌이 그랬었어. 하고 알려주는 일은 있지 않을까 싶어. 아마 알렌의 입에서는 절대로 먼저 나오거나 하진 않을거야. 마리안느의 그 흑역사를 알게 되어도 예외는 없다!

넬라라는 이름 자체게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Allen을 거꾸로 하면 Nella가 되잖아? 딱 그런 느낌의 말장난 비슷한 거라고 보면 돼. 그래서 알렌도 무슨 의미일 것 같냐고 살짝 문제를 내듯이 묻는 것이기도 하고!

찐친귀족이라고 해야할까. 일단 설정상으로는 친척 중에 공작가의 딸이 한 명 있고 친하게 지내는 공작가의 아들이 있어. 각각 알렌과 같은 동갑이야. 당연히 이번에 사교회때 둘 다 참석했었어. 그래서 둘 다 마리안느를 일방적으로 얼굴이나 이름 정도만 기억하고 있는 상태야. 직속호위기사도 물론 있어. 20대 중반의 남성인데 아마 직접적으로 막 등장하거나 할 일은 없지만 일상에서 살짝 언급이 된다거나 그냥 대사 한두마디 정도로는 나오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 반대로 마리안느는 그래도 이제 공작가의 딸인데 호위기사라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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