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그만큼 내 개인시간은 줄어들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운동 하긴 해야하니까. 건강관리 중요해. 흑흑...
확실히 전자는 막 주변 사람들 안 챙기고 엄청 포악하고 차가운 느낌만 가득할 것 같고 경우에 따라선 여주에게도 엄청나게 매서워질 수 있고, 후자는... 저건 남들 걱정 끼치기 딱 좋은 스타일이지. 결국 자신을 챙기지 못하면 남을 사랑하고 위한다고 해도 뭔가 불안불안할 뿐이니 말이야. ㅋㅋㅋㅋㅋ 알렌은 어쩌다보니 딱 마리안느가 안심할법한 스타일로 완성이 되었구나.
그러니까 그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기대를 하고 있으면 된다는거지?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마리주는 아마 잘 연출할 거라고 생각해! 지금까지 상황극을 이어오면서 잘 느껴지는걸!
맞아.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 만족하고 재밌게 노는 것이니까! 어쨌건 이건 놀이이기도 하고!
물론 아예 오냐오냐 하고 안 자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격하게 교육받을 것은 교육받으면서 자란 편이야. 알렌은. 그래서 아마 먼 미래에 자식이 생기거나 한다면 비슷하게 엄할 때는 엄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 앗. 맞아. 황제와 황후는 그렇게 자식들에게 교육을 시킨 편이야. 무조건 멋대로,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도록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마리안느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황가보다는 자유롭게 자랐을테니까 그렇게 자유분방하게 자랐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은걸. 뭔가 리멜트에서 자랐을 땐 진짜 사랑 많이 받고 자유롭고, 주변 사람들에게 귀여움 많이 받고 자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말이도 아예 예절없에 구는 것은 아닌걸! 결국 마리안느가 말이를 잘 챙기고 잘 돌본 것이 맞다!
확실히 주제에 따라서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을테니까! 일단 정략결혼이고 귀족사회의 이야기인만큼 아무래도 단순히 헌신하고 순종하고 상냥한 것만으로는 이뤄지기 힘들다고 생각하거든. 물론 정략결혼을 테마로 하되 그 안에서 로맨스가 나올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지금은 서로의 이득이나 그런 것을 어느 정도 계산하면서 그런 느낌으로 좁혀가는 거니 말이야. 그렇기에 마리안느의 행동이나 생각도 충분히 납득이 되고 좋다고 생각해! 철저하게 정략결혼을 생각하고 있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챙길 줄 알고, 그러면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가 보이니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알았어. 알았어. 그럼 적당한 기대만 하면서 기다리도록 할게! 사실 어느 곡이라도 난 좋을 것 같지만 말이야! 사실 마리안느가 어떤 것을 선택할지가 궁금한 것이 큰 법이야!
로이는 아직 데뷔하지도 못한 아이니 말이야. 물론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사교계에 데뷔하긴 하겠지만... 그리고 성격이 다 같을 순 없는거 아니겠어? 그리고 로이도 일단은 막 응석받이같은 느낌은 아니기도 하고 그렇거든! 물론 그렇다고 해도 아직 애기애기지만 말이야! ㅋㅋㅋㅋ 뭔가 내가 생각한 느낌 그대로라서 살짝 놀랐어. 뭔가 마리안느는 진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자라지 않았을까 싶었거든. 물론 그래도 귀족이니까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말이야. 그 와중에...ㅋㅋㅋㅋㅋㅋ 말이야...ㅋㅋㅋㅋ 그걸 또 말리는 마리안느도 귀여워!! 언젠가 알렌이 마리안느를 애칭인 마리라고 부르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싶어지기도 하네. 그리고 공작가면 상당히 높은 집안이기도 하고 정략결혼을 노리고 있으니까 더더욱 그런 교양이나 예법에 엄격해질 수밖에 없을테니까. 하지만 지금까지의 마리안느를 보면 학대받기보단 로덴버드 가문에서도 나름 예쁨 잘 받으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앗..ㅋㅋㅋㅋ 땡때잉는...확실히 힘들수밖에 없겠네. 뭔가 공작이 엄청 눈에 불을 켜고 바라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야. 엄격할 땐 상당히 엄격하고 말이야.
그러네요(°。°˶) 이해관계를 따져가며 결혼하는 문화권에서 헌신하고순종만하는 타입은 호구되기 딱 좋...(°﹏°|||) 이익을 챙길줄 안다기에는 마리안느가 자기패를 너무 내놓고다니는 감이 있지만(◔︵◔) 알렌에게는 그점이 오히려 좋게받아들여진거 같으니 좋은게 좋은거다 싶어요(^▽^˶)ゞ
그점이 궁금하셨군요(・~・˵) 그럼 마리안느가 하고많은곡중에서 그곡을 선곡한이유를 잘 갖다붙여봐야겠어요 히히(´∀`。)
아(◕o◕) 하긴 어리광부리고 애교많은 애기애기 느낌보다는 여물지않은 풋사과같은 애기였어요 로이는(°~°๑) 이름이 그렇게 지어진김에 마리를부르면 말이도불리는 해프닝이있으면 어울리겠다했는데 재밌게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애칭은 관계가 이전과는 달라졌으니 조만간 부를수있지 않을까요?(❁ᴗˬᴗ) 처음엔 냉혹하고 엄격한 공작가에서 눈칫밥먹으며 지냈겠거니했는데 잇다보니 엄격하고 서먹하긴 해도 상부상조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자기입지 잘 다지며지내도 어색하지않을거 같아서 이미지를 그렇게 잡아가고있어요(。´・‿・`。) 처우며 분위기가 매우좋은 직장 느낌이랄까요?(~‿~๑)
반대로 알렌 역시 마리안느에게 좋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은걸? 단순히 황족이라는 신분을 넘어서서 인간 대 인간으로도 말이야! 일단 알렌은 마리안느를 인간 대 인간으로도 꽤 좋게 보고 있는 중이야!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완전히 100% 믿고 신뢰한다! 그런 것은 또 아니지만!
ㅋㅋㅋㅋㅋ 그렇게 은근슬쩍 기대치를 올리다니! 마리주는 보통 실력이 아니로구나! 하지만 또 너무 크게 기대를 하면 부담스러워할 것 같으니 몰래몰래 기대하고 있어야겠어!
너무나 귀엽고 재밌는 에피소드인걸! 말이와 마리. 둘 다 발음이 똑같기에 말이 입장에선 정말로 자신을 부른다고 생각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거든! ㅋㅋㅋㅋㅋ 일단 관계는 이전과는 달라졌지만... 그래도 알렌이 바로 그렇게 애칭을 부를 것 같진 않거든. 아마 지금보다 더욱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서, 막 반지를 손에 끼워주거나 하는 정도가 된다면 살며시 허락을 구하고 부르지 않을까 싶어. ㅋㅋㅋㅋㅋㅋ 처우도 잘 해주고 분위기도 매우 좋고, 양녀에게도 어느 정도 잘해주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로덴버그 공작가는 엄청나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그런 집안일 것 같은걸! 황가에서도 딱히 경계하지 않고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을 것 같고 말이야! 물론 엄격하고 서먹서먹한 면은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친자식이 아니고 공작 가문이니까 그런 면이 아예 없을 순 없을테니까. 높은 가문일수록 지키는 것이 많고 요구되는 것도 많을테니 더더욱 말이야!
맞아. 노는 시간은 정말 훅훅 지나가기 마련이지! 나도 슬슬 자러 가봐야겠어!! 잘 자! 마리주!! 좋은 밤 되길 바라!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은 100% 믿고 신뢰하는 사람도 많으니 말이야. 알렌에겐 아직 거기까지는 멀지 않았을까 싶어. 사실 그런 사람도 있는 거지. 알렌같은 이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애칭은 지금보다는 더욱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야 부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알렌은 생각하고 있거든.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데, 괜히 애칭을 불러서 뭔가 기대를 너무 크게 가지게 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오해가 생기거나 하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알렌은 생각할 것 같아. 눈길이 충분히 가긴 하지만, 아직은 조금 고민하고 있고, 가깝게 지내보면서 좀 더 자신의 마음을 알아보고 싶어하는 것과 동시에.. 마리안느라는 사람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어하는 그런 느낌에 가까울 것 같아. 애칭을 부를 정도면... 아마 알렌의 마음은 완전히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네!
아앗...ㅋㅋㅋㅋㅋㅋ 확실히 그런 느낌일 것 같아. 그냥 무난하게 부와 권력을 누리면서 잘 지내고, 거기에 황자비가 된다고 한다면 그 권력은 더욱 굳건해지고, 황가와 사돈 사이가 되는 거니까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한 어지간하면 크게 흔들릴 일도 없을테니 말이야.
음. 굳이 명분을 만들어서 오기보다는 그냥 마리안느가 보고 싶어서 찾아오는 느낌이 될 것 같아! 좀 더 깊게 만나게 되는만큼 굳이 막 어떻게든 핑계를 대거나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거든. 마리안느가 생각한 아이디어도 좋은데 그럼 그 부분을 살짝 섞어보는 것은 어떨까? 알렌이 마리안느를 만나고 싶어서 비공식적으로 살며시 찾아왔는데 다과회 주최를 앞둔 시점이라서 부족하게나마 알렌이 조금 도와주기도 하고, 김에 공작에게 찾아가서 당장은 아니지만 가까운 시일에 리멜트에 가볼까 하는데 마리안느를 안내역으로 데려가도 될지의 허락을 구해보기도 하고 말이야. 물론 말이 좋아 안내역이지. 사실은 데이트할 거니까 별 일 없으면 마리안느만 데려가고 싶다라는 의사표시겠지만!
듣고보니 그렇겠네요〈(^ヮ^๑) 사람은 제각기 다른면들이 있을테니까요(。◑3◑) 심하게는 자기자신은 못믿어도 상대는 아주 철석같이 믿어버리는 타입이 있을수도 있겠어요(°﹏°|||)
알렌이 애칭에 무지 큰의미를 두고있었군요∑(◕o◕) 앞에서 말씀하신대로 반지를 끼워주거나 하면서 애칭을 부르면 적잖이 간질간질할거 같아요(*≧◡≦)
공작은 자기가 안전하게 얻을수 있는거에까지만 손을뻗고 그너머를 넘보는건 철저히 삼가니 황실이랑도 무던하게 잘지낼거같아요(~‿~๑) 만에하나 천만에하나로 일전에 말씀드린 그머저리같은 타입이 황제가 되어버리면 모르지만ε=(#`︵´)=3 그러실계획일랑 일절없으실테니까요(˵°~°˵)
아아 알렌이 찾아왔을때 마리가 공작가에서 뭘하고있을까를 생각해본거지 알렌이 공작가에 방문할구실을 굳이굳이 만들거라고 생각한건 아니었어요「(´∀`。) 말씀하신 내용대로 가면 좋겠는데요(˶°ᗜ°˶) 그나저나 리멜트의 명소에 대해서도 슬슬 생각해둬야겠네요(|||°ᗣ°) (사실 아직도 백지상태예요〈(。๑﹏๑。)ゞ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조금 생각 중이야! 사실 저렇게 쓰긴 했지만 그냥 태연하게 어느 날 갑자기 허락을 구하면서 그렇게 부를수도 있을테고 말이지! 혹은 좀 더 뭔가 분위기가 있는 곳에서 진지하게 바라보면서 부를 수도 있을테고! 일단 지금 당장 나올 것 같진 않으니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철저하면서도 자신의 가문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로구나. 그 머저리같은 타입...ㅋㅋㅋㅋㅋㅋ 적어도 다음 황제가 될 알렌의 누나는 그런 타입과는 거리가 머니까 별 문제 없을거야! 딱히 귀족들과 대립하고 벽을 만들기보다는 줄 것은 주지만 그만큼 자신도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일하게 하는 그런 타입에 가깝거든. 물론 보상은 확실하게 제공하면서! 먼저 이빨을 들이밀거나 하지 않으면 딱히 자신 쪽도 건들려고 하진 않을 것 같고!
앗. 그랬었구나. 그럼 일단 다음 일상은 그런 느낌으로 진행해볼까? 리멜트의 명소는... 어차피 당장 가는 것은 아닐테니까 천천히 생각해봐도 될 것 같아. 어쨌든 황자가 지금 있는 곳을 떠나서 다른 지방으로 향하는 거니까 준비에 시간이 걸릴테고, 이런저런 수행원들도 뽑아야하고 같이 타고 갈 마차도 준비를 해야하고 그럴테니 말이야. 아마 알렌은 공작의 허락을 얻으면 마리안느에게 말이도 같이 데려가도 좋다고 이야기할 것 같아. 어떻게 보면 말이에게도 참으로 그리운 땅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다만 넬라는 데려가지 않을 것 같아.
오히려 가문을 지키고자 하는 이라면 소심하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책임져야 할 이가 한둘이 아니니 말이야! 그래서 안전성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을테고 굳이 모험수를 던질 필요도 없을테고! 무엇보다 이미 공작이니까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기도 한걸! 앗..ㅋㅋㅋㅋㅋ 맞아. 딱 저런 방식이야. 줄 것은 주지만 그 대신 이쪽도 얻을 것은 얻는 식으로 말이야. 내 개인적으로는 황가와 귀족가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충성을 다하기만 하거나,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계속 편의를 봐주기만 하면 아무래도 그 관계가 당장은 안정될지도 모르지만 결국 최후에는 흔들릴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
공작가에서도 이것저것 준비를 하는구나. 확실히 황가에게만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을테니까. 아마 알렌은 그렇게 준비를 해도 크게 말리진 않을 것 같아. 오히려 공작가에서 그렇게 준비하겠다면 알렌으로서도 크게 나쁠 것은 없을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수행원이나 호위 기사들을 줄이거나 하진 않겠지만 말이야. 리멜트 지방에선 갑자기 그렇게 우르르 오니까 무슨 일인가 싶을지도 모르겠는걸? 넬라가 안 가는 것은 아무래도 나름 장거리이기도 하고,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서 멀리 이동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냥 황궁에 있는 마굿간에서 편하게 쉬는 것이 좋다고 알렌은 판단할 것 같아. 대신에 리멜트 가에서 사과를 꽤 여러 개 얻어올 것 같아. 넬라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느낌으로 말이야. 이건 아마 말이가 먹고 싶다고 슬쩍 다가와도 양보는 해주지 않을 것 같아.
선레는 이번엔 내가 쓰도록 할게! 저번 일상은 마리주가 썼었는걸! 내일 퇴근한 후에 로덴버그 공작가의 저택으로 알렌이 향하는 장면으로 천천히 작성해볼게! 내일은 무려 금요일이기도 하고 말이지! 퇴근 후에는 또 주말이다!
알렌이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로덴버그 공작가였다. 이전에 마리안느에게 조금 더 깊은 만남을 가지고 싶다고 제안했고 그녀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서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좀 더 깊은 만남을 가지기로 한만큼 굳이 이유가 없어도 만나러 가도 상관은 없지 않을까. 알렌은 그렇게 생각했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시도때도 없이 찾아가면 상대에게, 그리고 로덴버그 공작가에게도 실례가 되겠으나 이렇게 한 번 찾아가는 것 정도는 아무런 문제도 없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자신이 찾아가면 로덴버그 공작도 참으로 좋아하지 않을까. 알렌은 그렇게 생각하며 절로 피식 웃었다. 물론 그녀와 결혼을 할지는 알 수 없으나 사실상 자신이 결혼을 하나면 마리안느가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라고 알렌은 이어 생각했다. 물론 그것에 대해서 그는 크게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리안느도 자신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서 크게 불만은 없었고, 아니. 오히려 바라고 있었으니 만약 이대로 쭉 진행된다면 자연스럽게 자신과 그녀는 결혼하게 되고 로덴버그 공작가는 황실의 외척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로덴버그 공작가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황실에선 절대로 허락하지 않겠으나 자신의 생각보다 로덴버그 공작가에 대한 황실의 평가는 높은 편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만약 약혼을 할 생각이라면 꼭 이야기를 하라는 황제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는 괜히 얼굴을 붉혔다.
"그래도 역시 마리안느가 아니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든단 말이야."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인품과 성품에 알렌은 끌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정말로 당당하고 해야 할 말을 확실하게 하며, 어설프게 남을 속이려고 하지 않고, 설사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이라도 꾸미지 않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의 눈에 우아하면서도 멋지게 비쳤다.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 자신은 그녀에게 끌리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결국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넬라의 위에 올라 조심스럽게 넬라를 몰던 알렌은 자신의 호위기사 두 명과 함께 로덴버그 공작가의 저택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그리고 그 앞에서 자신을 맞이하고 있는 공작가에서 일하는 사용인에게 이야기했다.
"안에 계시는 공작에게 알렌 실포드 알드레아가 찾아왔다고 전해주시겠어요?"
무슨 용무로 찾아왔냐는 그 물음에 알렌은 웃음소리만 내며 공작에게 긴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답했다. 아마 사용인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저택 안으로 들어섰을 것이다. 공작에게 황자가 왔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서. 저택 안에 마리안느가 있다면 아마 자연히 알렌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전해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넬라 위에 올라탄 알렌은 황가 사람들이 입을법한 말끔하며 깔끔한 하얀색 제복의 옷깃을 다듬었다. 등 뒤에 하고 있는 붉은 망토에는 황가의 상징인 독수리 문양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딱 좋은 위치에 자리잡은 것이 아닐까 싶어. 공작가는! ㅋㅋㅋㅋㅋㅋ 맞아. 돈도 많을 것 같고 지위도 시간도 많을테니 상당히 부러워. 물론 그만큼 해야 할 일은 많을테고 책임져야 할 것도 많겠지만.. 그 정도 능력이 있기에 공작의 자리에 쭉 있는 것일테지만 말이야! 귀족이라고 해서 무작정 놀고 먹기만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라고 들었거든.
ㅋㅋㅋㅋㅋ 알렌의 입장에선 그저 쓴 웃음소리만 내지 않을까 싶어. 마리안느만 데리고 둘이서 나란히 놀러갈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말이야. 하지만 자신의 입장과 마리안느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당연하다고 스스로 납득할 것 같아. ㅋㅋㅋㅋ 그렇게 구경오는 사람이 역시 많겠지! 마리안느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전에는 마리안느가 살았던 곳이고 고향이니 말이야!
아마 넬라는 마굿간에서 온갖 대접을 받으면서 푹 쉴거야! ㅋㅋㅋㅋㅋㅋㅋ 말이는 자기 밥을 마리안느에게 요청하는구나. 알렌이 보면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주인이 제일 좋은 모양이라고 이야기를 할 것 같아.
아마 이전 일상은 마리주가 선레를 썼던 것으로 기억해! 그래서 이번엔 내가 써볼까 싶어서 이렇게 작성했어! 이제 금요일 밤이니까 사실상 주말이구나! 마리주는 오늘 하루 잘 마무리지었을까? 아직 마무리짓지 못했다면 남은 시간 화이팅! 마무리지었다면 하루 정말로 수고했어!
"이 파라솔은 좀 더 왼쪽으로 옮기는 게 좋겠습니다. 안 그러면 이 자리의 손님들이 불편하겠네요."
시종들에게 지시하고 일어나며 마리안느는 정원을 둘러보았다. 이틀 뒤에 있을 다과회에 걸맞게 꾸며졌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숙녀들만을 초청하는 다과회의 주최는 데뷔한 영애들에게 가문의 위신을 드러냄과 동시에 사교계에 어울리는 숙녀임을 입증하기 위한 통과 의례란다. 다과회를 주최하고 참석하는 게 귀족가끼리 친분을 쌓을 기회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장소 선정부터 공간 장식은 차의 종류와 디저트 선정까지 고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공작가 별채의 응접실 대신 로즈베이 정원을 다과회 장소로 고른 이상 테이블 및 의자의 배치도 신경 써야 했고 몇 군데에는 파라솔도 둬야 했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기이니 날씨는 걱정 없으나, 햇빛을 적절히 가리지 않으면 불편해하는 이가 생길 수 있으니까.
그래도 시종들이 애써 준 결과물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니 다과회 장소는 손색없이 준비된 것 같았다. 이제 문제는 차와 다과인데, 차야 일전에 그에게도 내놓은 세컨드 플러쉬와 장미차면 될 것 같다만 디저트가 문제였다. 여느 애프터눈 티 세트와 비슷하게 마련하되 주최자의 이름을 붙일 만한 시그니처 디저트를 하나 대접해야 한다는데, 어지간한 디저트보다는 과일이 더 맛있게 느껴지니 뭘 내놓아야 좋을지 모르겠다. 새삼 골치가 썩어 드는데 파티셰가 와서는 우는소리를 한다.
난감했다. 파티셰가 말한 디저트들은 밀가루 특유의 텁텁한 뒷맛이 조금씩은 남지 않는가. 차로 입가심을 하면야 어느 정도 무마가 되겠지만, 내 이름을 붙이는 만큼 나도 즐겨 먹을 수 있는 디저트였으면 좋겠는데.
"상큼하면서 뒷맛이 깔끔하고 산뜻한 디저트였으면 좋겠는데 뭐가 있을까요?"
"음...과일 무스를 만들어 볼깝쇼? 아니면 타르트에 생과일을 담뿍 얹거나요."
"그래 주시겠어요? 둘을 맛보고 정해 볼게요."
그렇게 파티셰를 보내고 한숨 돌리려는데, 집사가 정원 쪽으로 급히 오더니 공작 각하께서 찾으신다고 고했다. 어째서인지 물으니 4황자께서 왕림하셨단다. 순간 멍하면서도 어쩐지 두근거리는 느낌이었다. 그와 유다른 관계로 나아가기로 했기에, 물심양면으로 나름의 준비를 해 두었다. 그런데도, 아니, 오히려 그 점 때문에 가슴이 울렁거린다. 내가 이 관계에 성실히 임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처신해야 서로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마리안느는 집사에게 잠시 기다리라 이르고는, 제 방으로 가서 보석함을 챙겼다. 이 참에 전하고 싶었다, 새로운 관계에 진지하게 임하겠다는 징표로 준비한 물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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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이 자신의 방문을 알리고 오래지 않아, 로덴버그 공작저의 정문으로 여러 사람이 나왔다. 개중 선두에 선 이는 머리칼과 콧수염이 군데군데 희끗해도 숱이 풍성하고, 새까만 연미복 차림의 풍채 역시 젊은이 못지않은 로덴버그 공작이었다. 그의 가슴팍에는 로덴버그 가의 문장(紋章)과 같은 모양의, 루비와 에메랄드로 장식한 순금 브로치가 달려 있었다. 공작을 뒤따르는 이는 집사와 시종인 듯했다. 알렌과의 거리를 어느 정도 좁히자 공작은 상체를 가볍게 숙이며 한 팔을 가슴에 얹는 신사식 인사로, 나머지는 허리를 90도에 가깝게 숙이는 인사로 예를 올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전하. 드시지요."
거른 다음 공작과 집사는 알렌이 넬라를 탄 채 이동할 수 있게끔 가장자리로 비키면서 공작저의 본채로 안내하기 위해 앞장섰다. 한편 시종들은 알렌과 그 일행이 탄 말을 인도하기 위해 다가와서 알렌들의 의중을 여쭈었다. 만약 알렌과 그 일행이 고삐를 넘겨 줬다면 그들은 공작저의 본채 현관까지 넬라와 다른 말들을 이끈 뒤에 말들을 마구간으로 데려갔을 것이고, 그러지 않았다면 알렌이 본채 현관에서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말들을 마구간으로 데려가도 될지를 다시 여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알렌이 어느 쪽을 택했든 공작저 본채의 응접실에는 알렌이 무척 마음에 들어 했던 쿠키를 포함한 다과가 차려져 있을 것이고, 공작은 알렌이 상석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을 건넬 것이다.
"누추한 곳을 찾아 주시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그런데 어인 일로 왕림하셨습니까?"
/으아아 늦어도 너무늦어버렸네요՞՞(ᗒᗣᗕ)՞՞ 잡담 이어주신건 나중에 답 달아볼게요〈(。๑﹏๑。)ゞ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작. 이전에 성에 찾아왔을때는 직접적으로 만나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는군요."
자신은 황태자가 아니었기에 황제를 알현하는 그 자리에는 동석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마리안느와 만나긴 했지만, 공작과 만나진 않았기에 어떻게 보면 꽤 오랜만에 만나는 셈이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알렌은 공작의 인사를 받으면서 자신 역시 그에게 인사를 보냈다. 이어 시종들이 다가와 자신의 의중을 묻자 알렌은 자신의 말을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하며 넬라의 위에서 내렸다. 그리고 넬라를 바라보며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을 보내며 넬라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이어 고삐를 완전히 넘겨주면서 마구간으로 데려가게 했고, 자신은 공작의 뒤를 따라 천천히 본채로 걸어갔다.
본채 응접실에 들어서자 누가 봐도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쿠키를 포함한 다과가 차려져있었고 알렌은 그 모습에 조용한 웃음소리를 냈다. 이 공작은 앞으로 여기에 올때마다 쿠키를 대접할 생각인 것일까. 딱히 나쁘진 않았으나 일하는 사용인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우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누추하다니요. 공작의 저택이 누추하다면 다른 곳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전에 방문했을 때도 느꼈지만 저택의 분위기가 평화로우면서도 활기가 있군요. 여기서 일하는 이들의 자부심과 행복이 절로 보일 정도로 말이죠."
절대로 빈말이 아니었다. 아무리 사용인들에게 표정관리를 하라고 지시를 하라고 한들, 가슴 속에 깊게 잠들어있는 표정이나 감정까지 숨길 순 없는 법이었다. 이곳까지 걸어오면서 본 사용인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떠올리며 알렌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일단 다과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물론 먹으면서 이야기를 해도 되겠으나, 지금은 굳이 그러고 싶지 않은 탓이었다.
일단 등에 하고 있는 망토를 손으로 정리하며 알렌은 공작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에게 여기에 온 용건을 이야기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일 큰 이유는 로덴버그 공작 영애를 만나고자 해서 온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태연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에 부끄러움이나 말을 돌리고자 함은 없었다. 딱히 그래야 할 이유가 없었기에 알렌은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며 이어 자신의 다른 용건을 공작에게 이야기했다.
"사실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제 시간을 내서 리멜트에 방문을 할까 생각 중입니다. 물론 그곳에 처음 가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조금 더 다양한 장소를 둘러보고 싶기에... 안내역이 필요합니다. 애석하게도 황궁에는 리멜트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이는 드물더군요. 그래서 공작의 딸이기도 한 영애를 데려가고 싶습니다만, 괜찮으실지요?"
어릴 때 한 약속이었던 리멜트에 한번 가보겠다는 그 약속을 알렌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잊지 않고 있었다. 물론 상황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이어 알렌은 차분한 목소리로 공작에게 조금 더 말을 이었다.
"물론 곤란하다고 한다면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허락해준다고 하더라도 너무 많은 사람을 대동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제 호위기사나 시종들을 함께 대동할 생각이기도 하고... 불편함은 없게 하겠습니다."
물론 자신의 이 제안이 어떻게 들릴지에 대해서 알렌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허나 앞으로 조금 더 깊은 만남을 가지고 싶다고 당사자에게 밝힌 이상, 딱히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 눈치를 보거나 신경을 쓸 생각은 없었다. 일단 공작이 어떻게 답할지 기다리며 알렌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으악! 아니야! 전혀 안 늦었어!! 우리들은 우리들의 속도가 있으니 말이야! 천천히 이어도 괜찮아!
알렌이 상석에 앉자 공작은 제 옷매무새를 슬쩍 가다듬은 다음 자리에 앉았고, 뒤이어 집사가 능숙하게 알렌과 공작의 잔에 차를 따랐다. 막 따른 차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운데, 공작이 알렌의 찬사를 가만히 듣다가 손사래를 쳤다.
"과찬이십니다. 다소 좋은 면이 있다 한들 황궁의 품격이며 황실을 섬기는 이들의 충족감과 견주면 보잘것없는 수준 아니겠습니까."
공작저가 누추하지 않다는 칭찬에 행여 황실 못지않게 호사스러운 생활을 한다는 함의가 담기진 않았는지 조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또한 만면에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머금고 있으면서도 공작의 눈은 알렌이 다과에 손도 대지 않는 것에 주목하고 있었다. 알렌이 뭔가 중대한 이야기라도 하리라고 판단한 듯했다. 그러다 알렌이 첫 번째 용건을 매우 직설적으로 꺼내자 그 눈이 일순 크게 뜨였다가 이내 웃음기를 머금고 가늘게 휘어졌다.
"제 미욱한 딸아이와 기꺼이 교분을 나누어 주시니 더없는 영광입니다. 그렇잖아도 사람을 보내 딸아이를 부른 참입니다. 곧 있을 다과회 때문에 고민이 많은 듯하니 전하께서 고견을 주신다면 그 아이도 기뻐할 겁니다."
일순 놀란 티가 났던 까닭은 마리안느가 알렌의 제안을 공작에게 고하지 않았었다는 방증일까? 어쨌거나 싱글거리는 공작은 흡족한 기색이 역력했고, 어조 또한 앞서에 비해 느긋해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과를 드는 대신 좀 더 집중하겠다는 듯 알렌에게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경청하고 있다는 티를 내어 예를 차리려는 모양이었다. 그런 끝에 두 번째 용건까지 듣자 공작은 손깍지를 낀 채 검지를 몇 번 까딱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변방까지 두루 살펴 주시는 자애로움에 감복했습니다. 마침 제 딸아이의 고향이니 그만한 안내역도 드물겠지요.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언질해 주시면 그에 맞추어 준비시키겠습니다. 황실을 받드는 이들에게 딸아이의 신변 보호나 사사로운 시중까지 떠넘기는 것은 언감생심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공작의 얼굴은 말 그대로 안 먹어도 배부른 표정이라 할 만했다. 알렌의 스스럼없는 태도를 통해 일종의 확신을 얻기라도 한 것 같다. 그때 노크하는 소리에 이어 집사의 말소리가 응접실로 파고들었다. "각하, 아가씨 뫼셔 왔습니다."
"오, 들어오게나."
공작이 반색하기 무섭게 마리안느와 집사가 응접실 안으로 들었다. 이어 마리안느가 드레스 자락을 가볍게 쥐고 알렌에게 예를 표했고, 동시에 집사 역시 허리를 깍듯이 굽히며 인사했다. 단정히 모아 쥔 집사의 손에는 앞서 마리안느가 방에서 챙겼던 보석함이 쥐어져 있었다. 한편 공작은 둘을 잠시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알렌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단, 알렌을 똑바로 바라보기보다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는데, 이는 아마 황자에게 예를 다하기 위함이리라.
"딸아이도 왔겠다, 다른 분부가 없으시다면 이 늙은이가 물러가는 것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그러면서 공작은 자기가 껴 있으면 분위기가 흐려질 것 같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만약 알렌이 동의한다면 공작은 자리에서 일어나 알렌에게 인사를 올리고는 뒷걸음질을 해 가며 응접실을 나갈 것이고, 동의하지 않고 다른 용건을 꺼내고자 한다면 마저 경청할 것이다.
역시 보통이 아니라고 알렌은 절로 생각했다. 만약 이 공작이 황실의 적이라고 한다면, 보통 까다로운 존재가 아닐거라고 알렌은 생각했다. 그렇게 보자면 지금처럼 서로 우호적인 관계는 장차 황실에, 더 나아가 이 제국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알렌은 판단했다. 오늘 성으로 돌아가면 황실에 이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다과회 말입니까? 제가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주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제 도움이 아니더라도 그렇게나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파티셰가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만."
자연히 알렌의 시선이 차려진 쿠키 쪽으로 향했다. 이 쿠키도 필시 그 파티셰가 만든 것이겠지. 이야기가 다 끝난 후에 천천히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오늘 성으로 돌아가기 전에 조금 챙겨갈 수 있을지를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자신의 동생이나 형, 누나까지도 모두 그 쿠키를 마음에 들어했으니 이번에도 가져가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 안내역으로 가는 것이니까 당연히 대우도 그에 걸맞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수행원들도 영광으로 여길겁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황자와 함께 동행하는 황자의 안내역이었다. 그런 이를 어떻게 소홀히 하는 이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허나 공작가에서도 어느 정도 그에 걸맞는 준비를 하고 싶은 것 같으니 알렌은 굳이 거절의사를 밝히진 않았다. 여기서 거절하게 되면 상대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셈이었으니까. 일단 이 정도로 이야기를 마치면서 알렌은 그제야 쿠키를 하나 집어 입에 집어넣었다. 천천히 씹으니 이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가에 녹는 것 같아 알렌은 크게 만족했다.
한편, 마리안느가 안으로 들어오자 자연히 알렌의 시선이 마리안느 쪽으로 향했다. 주황빛 화사한 드레스가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에게 걸맞는 옷이라고 알렌은 생각했다. 이어 그는 자리에 앉은채로 집사와 마리안느에게 각각 인사했다. 이어 괜히 자신의 옷깃을 손으로 정리하며 그는 곧 다시 공작에게 시선을 옮겼다.
"공작이 넓은 마음으로 허락해주셨으니 제가 무슨 더 할 말이 있겠습니까. 배려 감사합니다."
자기가 껴 있으면 분위기가 흐려질 것 같다니. 여전히 자신과 그녀를 어떻게든 엮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알렌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보면 참으로 능글맞고 노련한 너구리같다고 할지도 모르나 알렌에게 있어선 크게 나쁠 것이 없었다. 어쨌든 마리안느를 만나기 위해서 온 것이고, 마리안느와 둘만 있는 것이 그에게도 좋았으니까. 물러가는 것을 허락하며 알렌은 가볍게 공작에게 인사했다.
이어 응접실을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알렌은 마리안느에게 시선을 보냈다. 뭔진 모르겠지만 함을 안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알렌은 자리에 앉으라는 듯이 살며시 손짓했다.
"오늘도 당신은 아름답군요. 마리안느. 옷이 제 주인을 찾았다는 것이 이런 것인 모양이네요. 볼 때마다 늘 다른 옷이지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말이죠. 아무튼 잘 지냈나요?"
가벼운 인사를 하면서 알렌은 잔잔한 미소를 입에 담았다. 일단 방금 전 이야기를 마리안느에게도 전해야겠지만, 그 전에 알렌은 우선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그녀가 안고 있는 보석함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그건 뭔가요? 함처럼 보이는데..."
/나이가 있으면 슬슬 후계자를 키우고 후계자 양성이 끝나면 사실상 은퇴니까 그때부터는..꿈의 놀고 먹는 삶의 시작이로구나. 공작님 화이팅!! 확실히 지금의 나와 마리주보다는...좀 더 자유롭고 여유는 있을 것 같아. 흑흑...나도 로또 당첨되고 싶어...8ㅁ8
아무래도 굴리는 캐가 갑자기 확 많아지면 조금 힘들긴 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이야기의 중심은 마리안느와 알렌이니까 NPC를 꼭 여러 명 다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ㅋㅋㅋㅋㅋㅋ 꼭 NPC로 등장시키지 않아도 언급으로 살짝 나오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황자와 함께 둘이서 온 마리안느의 등장에 그 마리안느를 아는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은근히 궁금해지는걸?
어쩌면 말이가 아닐까? 고향 땅에도 가보고 황실에서 온 수행원들이 이것저것 엄청 챙겨줄테니 말이야. 아마 전용 말이 타는 마차를 보내서 안전하게 리멜트까지 데려다줄 것 같거든! 역시 습관이란 무서운 법이지. 하지만 그래도 자기 주인이나 자기를 챙겨주는 이에 대한 애정이 강하지 않으면 주인에게만 밥 달라고 조르는 일은 없지 않을까? 말은 상당히 머리가 좋고 인간과 교감을 잘하는 동물이라고 들은 적이 있거든. ㅋㅋㅋㅋㅋㅋ 그럴지도 모르지만 귀여우니까 오케이야! 말이 귀여워!
공작에 대한 이미지라. 이러니까 공작직을 유지하는구나. 라는 느낌이야. 상당히 능숙하다고 생각해. 그러면서도 자기 속내는 살며시 잘 감추기도 하고 말이야. 뭔가 적으로 돌리면 상당히 무서울 것 같다고 알렌주도 생각한 참이야. ㅋㅋㅋㅋㅋㅋ 마리안느의 드레스는 오늘도 진짜 예쁘구나. 이런 예쁜 옷을 찾는다고 고생한 마리주는 다시 한 번 수고 많았어!
뒷걸음질로 나가면서 공작은 연신 싱글벙글했다. 마리안느의 옆을 지나치면서는 잘해 보라는 듯 한쪽 눈꼬리를 슬쩍 올려 보이기도 했다. 모르긴 해도 '황자 전하와의 대화'가 썩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그의 시찰에 동행했던 날에는 당근 바구니를 선물받기도 했고 과녁이 될 뻔한 사람을 채용하기도 했기에 그에게 시장을 안내했다고만, 황궁에 갔던 날도 4황자와 5황자를 배알했다고만 고했는데, 저런 눈짓을 하실 정도면 그간 있었던 일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계실 듯하다.
낱낱이 파헤쳐지는 듯한, 다소 겸연쩍은 기분과 함께 자세를 바로 하려니 그가 빈자리를 가리켰다.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자리에 앉자 시중을 들고 있던 집사가 새 잔에 차를 따랐다. 투명하게 불그스름한 찻물에서 모락모락 오르는 김에 잠시 눈길이 끌린 순간, 얼굴이 찻물 못지않게 뜨뜻해졌다. 아름답다니, 화술 수업을 들을 때마다 사교계에선 찬사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얘기를 주구장창 듣는데도, 이런 얘기를 들으면 머리가 굳어 버린다. 이건 내가 말을 걸러 듣는 재주가 없어서일까, 그의 칭찬이기 때문일까? 가늠하기 어려웠으나, 그의 말은 리멜트 가에서 들어 온 친근한 칭찬과도, 공작가에서 점수를 매기듯 던지는 발언과도 다르게 느껴졌다. 마리안느는 포갠 손을 꼭 움키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 봤자 발개진 얼굴이 감춰질 리는 없지만.
"감사합니다. 염려해 주신 덕분에 무탈하게 지냈습니다. 오늘은 모레 있을 다과회를 준비하던 참입니다."
쑥스러움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도, 그에게 로즈베이 정원을 선보이고픈 충동이 일었다. 숙녀들만 참석하는 다과회니 그가 올 일은 없으나, 사교계의 일원으로서 다과회를 위해 꾸민 정원의 정경을 보면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어쩌면 사교계의 일원답다는 칭찬을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칭찬만 들으리라는 보장은 없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지적받을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성공적인 다과회를 위해서는 경청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장소를 옮기자고 제안하려는데, 그가 앞질러 질문을 던졌다. 집사에게 들게 했던 보석함이 그의 주의를 끈 모양이었다. 그에게 주기 위해 준비한 것인데도―<부서진 인연> 경매 때문에 여윳돈이 없어 공작 부인께 다다음달까지는 씀씀이를 줄이겠다고 통사정을 해 가며 간신히 준비했다.― 막상 질문을 듣자 가슴이 울렁거렸다. 이걸 건네는 게 섣부른 짓은 아닐지 망설여진 탓이다. 그의 진지한 제안에 부응하기 위해, 서로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상징으로 준비한 것이긴 하나, 당장 공식적인 관계가 약속된 것은 아니니까. 혼자 앞서 나간 걸로 보이지는 않을까? 몇 번이고 망설인 끝에 내린 결정이 무색하게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이제 와 다시 주저해 본들 무슨 소용일까. 그가 사양할 수도 있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편이 낫지. 마리안느는 집사에게 보석함을 건네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심호흡을 한 뒤 그의 찻잔 옆에 보석함을 놓고는 열어 보였다. 그 안에 든 것은 로켓(locket)이 달린 금 목걸이였다. 로켓 뚜껑의 하얀 면에는 로덴버그 가의 문장이 그려져 있다. 만약 알렌이 그 뚜껑을 열어 본다면, 마리안느가 그려진 자그마한 초상화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로켓을 열든 열지 않든 마리안느는 목걸이를 준비한 까닭을 조심스럽되 똑똑히 밝힐 것이다.
"그렇군요. 모레에 있다고 한다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요. 바쁠텐데 이렇게 찾아와서 괜히 신경쓰게 한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네요."
조금 일정을 뒤로 미루는 것이 나았을까. 공작이 곧 있을 다과회라고 미리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설마 고작 이틀 남았을 것이라고는 그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정말로 미안했는지 면목없는 목소리로 그는 고개를 살며시 숙이며 입을 열었다. 한편 보석함에 대한 질문에 자신의 찻잔 옆에 보석함이 놓여지자 알렌의 시선이 그 보석함으로 향했다. 이내 보석함이 열렸고 그 안에 들어있는 로켓이 달린 금 목걸이가 그의 눈에 비쳤다. 이것이 무엇이냐는 의미가 담긴 눈빛을 알렌은 마리안느에게 보냈다.
그리고 마리안느에게서 목걸이에 대한 대답이 들려오자 알렌은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시선을 다시 목걸이 쪽으로 향했다. 로덴버그 가의 문장이 담겨있는 로켓이 달린 그 목걸이를 알렌은 조용히 손으로 집어들었고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로켓을 열어 그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 안에 담겨있는 마리안느를 그린 초상화를 말없이 바라보던 알렌은 다시 살며시 로켓을 닫았다. 그리고 시선을 다시 마리안느 쪽으로 돌렸다.
"이런 것이 없어도 당신의 진정성을 의심하진 않았을텐데. 생각보다 엄청난 것을 받은 것 같네요. 하지만 당신이 준 것인데 거절할 리가 없잖아요? 늘은 힘들더라도 자주 해야겠어요. 하하. 하지만 이것을 하게 되면 저와 마리안느. 우리 둘의 관계에 주목하는 이가 늘어나게 되겠네요."
한 제국의 황자가 특정 공작의 문장이 담겨있는 목걸이를 하고 있는데 목걸이에 담겨있는 로켓 안에는 마리안느의 초상화가 담겨있으니 말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필시 로덴버그 공작가가 저 황자를 이미 공략했겠거니, 혹은 생각보다 깊은 사이겠거니 하는 말들이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 목걸이를 거절할 마음은 그에겐 추호도 없었다.
이어 그는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자신의 목에 했고 로켓이 자신의 목가 중앙 부분에 오도록 나름대로 위치를 조절했다. 그 로켓을 괜히 손으로 만지던 알렌은 손을 다시 아래로 내리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렇게 받기만 하는 것은 조금 미안하네요.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조만간에 제 쪽에서도 선물을 하나 보낼게요. 아. 그러고 보니.. 마리안느."
방금 공작과 나눴던 이야기를 마리안느에게 전할 필요가 있었기에 알렌은 그녀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 방금 전, 리멜트와 관련해서 했던 이야기를 그녀에게 전달했다.
"사실은 조만간에 리멜트로 가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그때 안내역을 부탁하고 싶어요. 저랑 같이 가주지 않겠어요? 황가의 수행원과 호위기사들도 함께 할 거예요. 그 이외의 귀족은 따로 가지 않겠지만요. 오직 저와 당신 둘만이 가게 될텐데... 괜찮을까요?"
원한다면 '말이'도 함께 데려가도 좋다고 이야기하며 알렌은 자신의 말을 마쳤다. 남은 것은 마리안느의 대답 뿐이었다.
/지인의 지인이 연금복권... 한달에 700만원이나 나온다는 그거...(눈물) 으악! 부럽다! 그거 완전 부러워! 흑흑... 나도 복권 당첨되고 싶어..(안됨) 그래도 언젠간 될거라고 믿고 계속 복권을 사볼거야! 안되면 어쩔 수 없는거고 말이지!
ㅋㅋㅋㅋㅋ 너무 무리하지 않게 해도 괜찮아! 그냥 묘사 정도만 나올 수도 있는 거니 말이야! 나도 NPC에 대한 것은 대체로 묘사로 표현하고 마는 일이 많기도 하고! 아무리 그래도 말이를 따로 누군가가 타고 가게 하기보다는...알렌이라면 말을 운반하고 태울 수 있는 마차를 따로 한대 준비해서 편하게 데려갈 것 같았거든. 가는 길에 한숨 자도 되고 편하게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도착하면 마차를 열어서 마리안느가 타게 해도 될테고 말이야! 말이를 태운 마차의 말들은... 원래 그런 일을 하라고 데리고 있는 말들이니 괜찮을거야! 물론 말들 입장에선 저 말은 뭔데 저기에 타지? 히힝~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그 부분은 내가 잘못 읽었어. 으윽... 나름대로 주의깊게 읽는다고 읽는데 말이야. (눈물) 챙겼다는 표현을 보고 들고 왔다고 판단한 내 실수다! 흑흑... 아무튼 뭔가 목걸이나 펜던트 느낌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그게 맞았구나! 오버는 아니라고 생각해! 충분히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니까! 물론 로덴버그 가의 문장이 그려져 있으니 어떻게 보면 로덴버그 가문에서 선전포고를 때린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이 황자는 우리 가문이 찜했으니까 다른 가문은 건들지 마시오. 라는 느낌으로! 아무튼 참고 이미지도 확인했어! 알렌이 매우 좋아라하고 늘은 아니어도 아마 자주 차고 다닐거야! 알렌이 직접 이야기한 것처럼 말이야!
"아닙니다. 공작이나 공작 부인께도 점검받고는 있습니다만, 미흡한 점은 없는지 여쭐 수 있으니까요." 말하다 보니 겸연쩍은 한편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 입은 드레스도 다과회에서 입을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그가 잘 어울린다고 말해 줬으니까. 황자인 그에게도 고와 보일 정도라면 이 옷이 좋지 않을까. "다과회 때 무슨 옷을 입을지 아직 못 정했었는데 말씀 듣고 보니 이 옷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긴장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그가 목걸이를 받아 줄지 사양할지 모르겠기에. 무릎 위에 손을 포개 단정한 자세를 가장하고도 옷자락을 만지작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숨죽이고 있노라니 그가 목걸이를 들어 로켓까지 열어 보았다. 주먹을 옥쥐며 마른침을 삼켰다. 로덴버그 가와 내 초상화, 저런 물건을 지니게 되면 알게 모르게 구속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깊이 만나 보자고 했어도 아직은 과한 물품이라고 느끼지는 않을까? 만약에 그가 사양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해질 찰나, 그가 로켓을 닫고는 흔쾌히 말했다. 일거에 긴장이 풀리는 동시에 두근거렸다. 내가 준 건 거절할 리 없다는 말이, 그 사근사근한 어조가 귓전을 맴돌았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인데, 이렇게 일일이 의미를 부여해도 될까 싶을 만큼. 그러다 목걸이를 차면 그와 나의 관계에 주목하는 이가 늘어날 거라는 말에는 속이 뜨끔했다. 그렇게 되길 의도한 감이 없지 않으니까. 그 사실이 열없어 찻잔으로 눈길을 돌리며 웃었다.
"실은 그렇게 되길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전하께서 그 목걸이를 해 주신다면, 폐하께서 전하의 혼처를 고르실 때 참고해 주시리라 생각해서요. 좀 더 깊은 만남을 갖는다면 그런 의미 부여는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와 나의 교류가 사교계에 널리 알려지면, 로덴버그 공작가와의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다른 혼처보다는 내가 비교 우위에 서리라는 계산이었다. 물론 그와의 혼사가 틀어질 경우 공작가에 추문으로 남을 위험도 있지만, 어느 길이나 이득이 있으면 위험도 있는 법. 무엇보다 그라면, 그와 관련된 일로 공작가에 추문이 생기는 걸 방치하지는 않을 거다. 공작가의 체면을 생각해서든, 스스로의 언행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든, 뒷말들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 주리라. 그렇긴 해도 이런 계산적인 행보가 곧이곧대로 드러난 건 뻘쭘한 노릇이긴 하다. 그런 점을 짐작하면서도 기꺼이 받아 주는 것은 물론 답례도 하겠노라 말해 주는 것에 마음속이 따스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래서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가, 그에게 이름이 불린 순간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새 그가 착용해 준 목걸이가 희디흰 제복 위에서 화사하게 반짝였다. 그 광채에 눈길을 둔 사이 이어지는 말은, 광채보다 더 빛나는 것 같았다. 어린 시절의 약속 때문에 내린 결정일까. 입 밖에 낸 말을 허투루 하지 않으려는 진지함이 뭉클했다. 그를 따라간다면 모처럼 유모도, 왕집사도 만날 수 있을 테니 이보다 좋은 제안도 드물었다. 말이도 함께 간다면, 말이는 제 고향을 알아볼까? 양떼 옆에서 풀을 뜯게 두기도 하고 양떼를 쫓아 달리기도 했던 나날이 떠올라 마음이 들떴다. 그러나 제 얼굴에 기쁜 기색이 역력해지는 걸 똑똑히 의식하면서도 한 가지가 걸렸다.
"장거리 여행인 만큼 공작께도 여쭈어야 할 일이나 제 고향을 전하께 안내할 수 있다면 저로서는 기쁜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먼 길 이동하시면서 저만 대동하신다면, 그 목걸이를 차시는 것 이상으로 사교계에서 말들이 많아질 텐데, 그 부분이 거북하진 않으실지요?"
"당신이 그 옷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면 그 옷을 추천드릴게요. 물론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기 자신이 그 옷을 마음에 들어하는지의 여부도 중요하니까요. 안 그래도 여성은 여러모로 옷가짐에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고 하잖아요? 그런만큼 그 옷이 스스로도 마음에 든다면, 저는 그 옷을 추천할게요."
다과회에 어떤 이들이 참가할진 모르겠으나 저 옷이라면 필시 마리안느의 매력이 돋보일 것이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흉을 들을 일은 없을 거라고 알렌은 판단했다. 사실 다과회를 포함해서 어지간한 사교장에선 상대를 흉보는 일이 극히 드문 편이고, 정말로 심각할 정도로 무례한 언동을 보이는 것이 아닌 한 그런 말들이 나올 수는 없을테니 알렌은 그 부분에 대해선 굳이 더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마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이보다 더 깊게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인형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존재니까. 나중에 슬쩍 사람을 보내서 다과회가 끝난 후에 평이나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알렌은 이어 생각했다.
한편 자신의 말에 대한 마리안느의 대답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당돌하기 그지 없는 말이었다. 자신과 그녀의 관계가 조금 더 주목되는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는 그 말이 특히나 더. 공작의 친딸은 아니었지만 역시 정치적 감각이나 계산적인 면모는 공작과 어느 정도 닮은 점이 있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허나 그 점이 또 굉장히 마음에 드는 점이었다. 언제부터일까. 스스로도 계속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좋게 보였고 호감만 늘고 있었다. 너무 사납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이득을 확실하게 챙기면서 그 안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 필시 그녀를 원하는 가문은 많겠거니 생각하며 알렌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원하는대로 좀 더 이 목걸이를 하고 다녀야겠군요. 물론 황제 폐하께선 이것만 보고 판단을 하진 않겠지만... 확실히 참고는 하실테니까요. 하지만 마리안느. 당신에 대한 이야기는 황실에서도 이런저런 말은 나오고 있어요. 정확히는... 저와 가까워보여서 주목하는 것 정도지만... 조만간에 당신을 성으로 정식으로 초대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당신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고자 하는... 사교장 같은 것이겠지만요."
이 정도는 이야기를 해도 되겠다고 판단하며 알렌은 아주 살며시 정보를 풀어냈다. 허나 그녀의 입장에선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황실의 사람들과 대면하는 것이었으니까. 장차 가족이 될지, 만약 된다고 한다면 인품이 어떨지, 어떤 사람일지 보고자 하는 것은 황실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이어 알렌은 정식으로 초대를 한다면 자신도 함께 그 자리에 동행해서 옆자리에 앉을테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마라고 이야기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자신의 부탁을 들은 마리안느의 표정에 기쁜 기색이 역력해지자 알렌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허나 이어지는 걱정어린 말에 알렌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이 사람은 이래서 싫어할 수 없었고 계속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이득이라면 이득인데, 굳이 거기서 끝내지 않고 자신을 걱정해주고 생각해주는 저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졌다. 저 모든 것이 연기라고 해도 크게 상관없었다. 그녀에게 속아도 좋을 정도로 따뜻한 배려였으니까.
"공작에겐 이미 허락을 구했습니다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 정도 마리안느가 다시 물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그리고 사교계에서 말이 많아질 것을 우려한다면, 처음부텉 이런 제안은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런 것이 무서워서, 눈치가 보여서 다른 이를 굳이 데려가야 할 이유가 있나요? 당신이 시종이라거나,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는 평민이라고 한다면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충분히 이름 있는 귀족 가문의 딸이며, 아마 저와 가장 가까운 여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다른 영애들보다."
아예 다른 영애들을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만큼 가까운 사이가 어디에 있을까. 오죽하면 제 사촌이기도 한 로벨리 공작 영애가 그를 놀리겠는가. 이전에 그녀에게 놀림받았던 것을 떠올리며 그는 가벼운 옷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저는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어요. 안내역을. 그 외의 사람은 필요없어요. 리멜트를 구경하고 싶은 다른 이라면... 글쎄요. 다른 안내역을 구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먼저 부탁한 것은 저이고, 저는... 당신이 함께 했으면 하는 거니까. ...이건 명분상의 말이고... 사실은... 후훗. 저도 살짝 점을 찍어두고 싶거든요. 이 영애는 제가 지금 만나고 있는 중이니까 다른 이들에게 끼이지 말아달라고."
/흑흑흑...그래서 어제 사뒀다가 깜빡한 로또를 확인해봤지만 꽝이었어. 하지만 언젠간..언젠간...(그럴 일 없다) 그래도 가볍게 즐기는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 막 당첨을 바라고 10만원 20만원 그렇게 막막 사는 사람은 조금 그렇긴 하지만. 실제로 사러 갔을 때 내 앞에서 엄청나게 많이 사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조금 무섭더라구.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마차를 끄는 말들은 신경 안쓰지 않을까. 물론 조금 얄미울지도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말들을 운반하는 마차도 있는 법이니 말이야. 말이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궁금해지네. 넬라는 그 시각 열심히 자신의 마굿간에서 뒹굴거리면서 알렌이 돌아오는 것을 얌전히 기다리고 사과내놔라 히힝 하면서 관리하는 이들을 곤란하게 했다는 뒷이야기가 있어.
그대로 노빠꾸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어차피 상황극이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거든. 너무 심각한 캐붕만 아니라면야! 이게 정말로 정치적인 흐름이 있고 실제 역사대로 한다고 한다면 알렌은 물론이고 마리안느도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지만... 이 스레는 딱히 그런 것은 아니니 말이야! 암살이라던가 그런 것이 없는 것이 천만다행일지도 몰라! ㅋㅋㅋㅋ
조금은 우회적으로 느껴지는 대답에 웃음이 머금어졌다. 의상 추천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모호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는 보다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자신에게 맞추기보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길 바란다는 의미 같달까. 어쨌거나 그의 반응도 호의적이니 다른 옷과 저울질하느라 진 빼고 싶진 않다. 안 그래도 좌석의 위치와 촉감과 형태부터 찻잔과 주전자의 모양과 무늬, 내놓을 차와 디저트의 종류까지 생각할 거리투성이였으니까. 4황자께서 호평하셨다는 구실이면 공작 부인의 깐깐한 검사도 그럭저럭 피해질 거다.
그래도 어깨선을 강조한 드레스인 만큼 머리 모양은 지금 같은 반묶음보단 파티에 갈 때처럼 틀어올리는 편이 나으려나? 잡념이 스칠 찰나, 반가운 말이 들려왔다. 내 의도대로 목걸이를 자주 해 주겠단다. 부담스럽게 밀어붙인 건 아니었음을 확인받은 듯해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한숨 돌리는데 이어지는 말에 눈이 크게 뜨였다. 황실에서 날 궁금해한다? 그와의 관계 때문에? 순간 긴장됐으나 황실에서 날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건 결코 나쁜 징조는 아니다. 물론 좋은 징조로까지 바꾸려면 내가 처신을 잘해야 할 거고, 행여라도 공작가에 누가 되지 않도록 말 한마디 동작 하나 조심해야 할 테지만,―특히나 5황자 앞에서처럼 하시는 말을 자르거나 했다간 낭패일 거다.― 그래도 그가 함께 있어 주겠다는 얘기는 든든했다. 어느 정도는 내 편을 들어 줄 거라고 기대되어서다. 어쨌거나 당분간 화술 수업 열심히 들어 둬야겠네. 무도 수업도 시수를 늘렸는데.
"폐하께서 무도 실력만은 궁금해하지 않으시길 바라야겠습니다. 아직 발길질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해서요." 한숨을 웃음에 섞으며 부러 농담을 던졌으나, 역시 긴장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결국 그에게 기대하고 싶은 마음도 넌지시 내비쳤다. "미흡한 점이 많아 부끄럽습니다만, 일전에 5황자를 뵈었을 때처럼 전하께서 너그러움을 보여 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도 속내를 감춘 적은 딱히 없었는데 왜 이리도 머쓱한지. 뜨뜻해진 얼굴을 의식하며 입술을 오므리고 있자니, 그가 공작은 이미 동의했다고 알려 주었다. 조금 전에 그 얘기를 나누셨던 모양이다. 공작께서 허락하신 까닭은 알 만하다. 내가 그에게 목걸이를 선사한 것과 비슷하되, 보다 과감한 승부수일 듯하다. 다시 여쭙긴 하겠지만, 그건 다분히 의례적인 절차가 되겠다.
속으로 웃어넘기다 이어지는 말에 멈칫했다. 솔직한 분이다. 황자인 만큼 속내를 감출 수도 있을 거고 그편이 더 유리한 상황도 제법 겪었을 텐데, 눈치를 볼 의사가 없다는 건 물론 내가 본인에게 어떤 존재인지도 스스럼없이 말하다니. 황실 사람의 의중을 파악했다는 느낌은 자만일 수 있는 이상 이 판단 역시 착각일지도 모르나, 지금 나오는 말이 앞뒤 다른 소리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믿음이 생기나 보다, 이분은 나를 진실하게 대해 주리라고.
그 여파일까. 나 말고 다른 사람은 대동하지 않겠다는 말이, 내가 함께했으면 한다는 말이, 로맨스 소설의 고백처럼도 느껴졌다. 소설에서 흔히 나오곤 하는 열렬한 애정, 심각하게는 중독적인 의존에 가까워 보이는 표현과 달리 담백한데도. 묘하게 간질간질해지는 속이 당혹스러워 애써 주의를 돌렸다. 정원의 좌석 세팅은 다 끝나 갈까? 리멜트의 어떤 곳을 안내하면 그가 흡족해할까? 그러나 애써 튼 사고의 노력은, 그의 다음 말에 뚝 그쳐 버렸다. 사교계의 이목이 쏠릴 게 뻔한 상황에, 나와의 관계를 알리고 싶다는 건, 일부러 스캔들을 내기로 작정한 게 아닌 이상, 결혼까지 나아간대도 감수할 의향이 있다는 의미 아닌가. 그런 거라면... 그를 좀 더 부추겨 봐야겠다.
"뜻이 그러하시다면, 기쁘게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혹 마리라고 불러 주실 수 있으십니까? 작고하신 부모님과 공작 내외께나 불리는 별칭입니다만..."
쑥스러워져 말끝을 흐렸다. 뭇 귀족들 앞에서 '로덴버그 공작 영애'가 아니라 '마리안느'라고 부르는 것도 엄청난 파격인데, 그 이름마저 줄인 별칭으로 부르라는 건 과한가? 이대로 입을 다물면 너무 무거운 제안이 될 것 같아 짐짓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로즈베이 정원으로 자리를 옮겨도 괜찮을지요? 제가 직접 계획하고 꾸민 다과회장이라 전하께서 먼저 관상해 주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무도회가 아니니까 춤을 출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본 당신의 모습이라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거예요. 그냥 지금처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할테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제가 옆에 있을테니까요."
혹시나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하면 자신이 옆에서 보조할 수 있을테니 그는 그 부분만큼은 약속하겠다는 듯이 조금 더 강조하며 이야기했다. 물론 그렇게 말하긴 했으나 마리안느의 부담이나 걱정이 쉽사리 줄어들 수 없다는 것을 알렌은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이 마리안느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아마 그랬을테니 그 날은 자신이 좀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마리안느를 안심시키려는 듯,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문뜩 어릴 적의 순간이 알렌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성 밖이 너무 궁금해서 몰래 빠져나가 바깥으로 나왔을 때 우연히 만났던 여자아이가 지금 이렇게 앞에 있고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있어선 너무나 신기한 일이었다. 우연이라면 정말로 엄청난 우연이고, 운명이라면 참으로 낯간지러운 운명이었다. 허나 단순히 그런 일이 있었기에 그녀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애초에 어릴 적의 일이며, 그때의 일은 그저 안개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기억의 단편일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 아니겠는가. 물론 이건 자신의 생각이며 마리안느는 어떻게 생각할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생각을 막 끝내고 입을 열려는 찰나, 마리안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리라고 불러줄 수 있냐는 물음. 작고한 부모님과 공작 내외가 부르는 별칭. 즉 애칭으로 불러줄 수 있냐는 말에 알렌은 아무런 말 없이 마리안느를 가만히 바라봤다. 목걸이도 그렇고, 리멜트에 단 둘이서 가는 것도 그렇고, 거기다가 애칭이라. 어떻게 보면 제대로 못을 박는 행위이며 다른 영애들에게 확실하게 선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행위였다. 허나 알렌은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
"원한다면요. 마리."
그녀의 애칭을 살며시 입에 담으면서 조금 부끄럽긴 했는지 알렌은 얼굴을 붉히면서 괜히 자신의 오른손 검지로 제 뺨을 살살 긁적였다. 여성을 애칭으로 부른 경험이 없는 탓이었다. 태연한 척 부르긴 했지만 그럼에도 쉽사리 쑥스러움은 줄어들지 않았다. 한편 애칭과는 별개로 나온 제안인 로즈베리 정원으로 자리를 옮겨도 되겠냐는 물음에 알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계획하고 꾸민 다과회장이라고 하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탓이었다. 허나 그 전에 알렌은 잠시 그녀에게 부탁했다.
"가는 것과는 별개로, 제가 데리고 온 호위기사들은 이곳에서 다과를 즐기게 해도 괜찮을까요? 이 맛있는 쿠키를 포함해서 다른 것들도 좀 들면서 지금은 휴식을 취하게 하고 싶거든요. 설마 이 저택 안에서 로덴버그 공작가가 저를 노리거나 해치는 일은 없을테니까요."
귀족 일가를 쉽사리 믿으면 안된다는 것은 알지만 여기서 자신을 해하거나 노려봐야 로덴버그 공작에게 좋을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가 그토록 바라는 자신과 마리안느의 결혼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굳이 재를 뿌려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렇기에 지금은 호위를 조금 쉬게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이고...일요일은 그야말로 푹 쉬는 하루로 보냈구나! 원래 피곤하고 지치면 그럴 수 있지! 그런 주말에는 푹 쉬는 것이 맞기도 하고 말이야!! 푹 쉰다고 수고했어!!
ㅋㅋㅋㅋㅋㅋ 사실 로또는 늘 꽝이 나오는 편이니 말이야. 딱 한번 연금복권으로 5만원이 걸린 적이 있긴 해. 하지만 그뿐이었다. 흑흑. 그래도 이번에도 한번 복권을 사려고 생각 중이야. 사실 재미로 5000원 정도만 늘 사고 있기도 하고! 아앗..3등... 진짜 하나만 더 맞췄어도!! 8ㅁ8 그래도 다음에는 꼭 맞출 수 있을지도 몰라! 그 지인 분!
나름대로 추억에 빠진 어르신 느낌이 확 드는걸? 이곳으로 올때의 기억이 과연 얼마나 남아있을지 궁금해지지만 어느 쪽이더라도 진짜 완전 귀여운 어르신이야!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그 와중에 마차 안에서도 당근과 사과를 달라고 조르는구나. 아마 그땐 마리안느가 아니라 다른 사용인이나 호위 기사등이 먹이려고 할텐데 그건 잘 받아먹을지 궁금해졌어. 낯선 사람이라고 안 먹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황자가 작위를 받으면 그야말로 다른 귀족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막강한 힘을 지니게 될테니 아마 노리는 이들도 많을테고 자연히 권력싸움이 벌어져서 로덴버그 공작가를 노리는 이들도 많아질테고 마리안느를 노리는 이가 생길지도 모르고..(흐릿) 안돼. 안돼. 이런 세계관은 싫어! 역시 평화로운 것이 좋아! 난! ㅋㅋㅋㅋㅋㅋ 공작님..뭔가 암수를 쓰면 굉장히 무시무시할 것 같아. 뭔가 진짜 확실하게 일을 처리하는데 꼬리 밟힐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고... 노빠꾸...아주 잘 봤어! 마리안느는 의외로 적극적이구나! 지금 이 기회에 대해서! 그게 또 매력이지만!
일상은 너무 무리해서 잇지 않아도 괜찮아! 쉬엄쉬엄.. 하루에 한 번 이어가도 상관없는걸! 그러니까 힘들면 천천히 잇기야!
사실 별 생각없이 처음으로 구입한 연금복권이 5만원에 당첨된거라서... 아주 잘 받긴 했는데...그 이후로는 결국 당첨되는 일이 없더라구. 흑흑. 결국 행운은 한번뿐이었나봐. 사실 요즘은 연금복권은 안 사고 그냥 로또만 사지만 말이야!
어른이..말이겠지? 아마. 완전 늙어서 기력이 없고 힘이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던걸! 앗. 말이는 그렇게 받아들이는구나! 뭔가 상황판단이 빠른 것 같아. 오늘 밥당번은 너라고 인식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그래도 아마 쭉 가기만 하진 않을테고 중간에 쉬어가거나 하는 일은 있을테니 아마 알렌이 그때는 마리안느에게 말이에게 가보라고 이야기할 것 같아. 그래도 한번씩은 주인이 얼굴을 보여줘야 불안해하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말이야. 사과가 그때 있다면 한두개 쥐어주지 않을까 싶은걸?
아무래도 암투극으로 해서 피가 튀는 것보다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야. 우와... 생각보다 엄청나게 치밀하구나. 자신의 목술까지도 걸다니. 죽지 않을만큼만이라고 해도 경우에 따라선 죽을 수도 있을텐데 말이야. 뭔가 되게 치밀하면서도 무시무시해. 그리고 마리안느는 실제로도 엄청 매력적인 아이가 맞으니까 좋게 볼 수밖에 없는걸! ㅋㅋㅋㅋㅋ 아무튼 이런 부분에서도 마리안느는 기브 앤 테이크 정신을 따르고 있구나. 알렌으로서는 아마 보람을 크게 느낄 것 같아. 물론 여기서 마리라는 애칭으로 불러달라고 하는 것은 아마 알렌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말이야.
아마 로벨리 공작 영애를 초대했다고 한다면 호기심에서라도 가보지 않을까 싶어. 마리안느는 어떤 이인가 싶어서 말이야. 일단 로벨리 공작 영애는 알렌에게 있어선 작은 아버지의 딸이니까 정말 말 그대로 사촌 사이인데 성격이 조금 짓궂은 면이 있어서 "어머. 알렌. 드디어 결혼하는 거야? 요즘 가깝게 지내는 영애가 있다고 들었는데. 조만간에 좋은 소식 들을 수 있는 거야?" 라고 하면서 아마 옆구리를 콕콕 찌르는 그런 느낌이었을 것 같아. 알렌은 거기에 난처하게 웃으면서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라고 했을 것 같지만 말이야. 실제로 아직 결혼이 확정된 것은 아니니까. 가능성은 크게 보고 있지만. 어쨌든 마리안느를 보면 "당신이 제 4황자인 알렌 실포드 알드레아 전하와 어울려다니는 그 영애로군요." 라고 하면서 조금 도도하면서도 기품있는 목소리를 내면서 아는척을 하지 않을까 싶어.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우리 주인이 아니면 안 먹을거다 인간! 히힝~ 보다는 낫지 않을까? 가끔 그 정도로 고집이 센 말들도 있다고 들은 적이 있거든. 물론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말이야. 경우에 따라서는 정말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다 잘라줘야만 먹는다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이외에는 죽어도 입에 안대는 말들도 있다고 하더라고. 그것에 비하면 말이는 얌전하고 착한게 맞아! 아무튼 지금처럼 차량이나 기차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말을 이용해서 마차를 끄는 거니까 하루만에 도착하긴 역시 힘들거라고 생각해. 가끔은 노숙을 할 수도 있을테고, 숙소에서 쉴 수도 있을테고 말이야. 알렌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면서 주변 구경을 청하면 아마 알렌은 응해줄 것 같아. 아무래도 수도를 떠나서 멀리 간 적은 잘 없기도 하고, 어릴 때 몇 번 가기도 했지만 그땐 어려서 잘 기억도 안날테니 말이야. 경로에 대해서는 그냥 간단하게 정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 어차피 메인은 리멜트지. 가는 길목은 아니니 말이야! 마리안느가 말이를 챙겨주면 살며시 다가가서 자신이 도와줄 일은 없냐고 물어볼 것 같아.
그렇다면 아마 로벨리도 그 다과회에 참석할 것 같아. 꽤 이전부터 마리안느를 만난다는 것에 꽤 기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아무래도 그런 로열패밀리는 좋건 싫건 정보가 다 퍼지기 마련이니까. 마리안느가 말씀대라라고 웃으면 아마 로벨리는 속으로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 같아. 겸손하게 그 정도는 아니라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표하는 셈이니 말이야. 이어서 마리안느의 말을 듣다가 저도 언제 한 번 만나뵙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미소를 지을 것 같아. 그리고 아마 가까운 곳에 앉아서 이것저것 막 물어보지 않을까 싶어. 알렌과 관련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냥 마리안느가 어떤 사람인가 싶어서 말이야. 아마 얘도 나중에 마리안느가 황궁의 초대를 받을때 그 자리에 참석해있지 않을까 싶어. 아마 마리안느를 보면서 가볍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지 않을까 싶은걸.
농담에 깔린 불안감을 알아챘을까. 그가 진지하게 춤을 출 일은 없으리라 답했다. 그게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영 늘지 않는 무도 실력이 답답했다. 각 곡의 동작을 아예 통째로 외우기도 해 봤는데, 막상 연습을 하면 머리랑 몸이 따로 놀아 버린다. 승마할 때는 잘만 움직이는 몸이 그렇게 굳는 건 무슨 조화인지. 마리안느가 잠시 골치를 썩이는 사이에도 그는 미소 띤 채 말을 이어갔다. 이제까지의 모습이어도 충분할 거고 자신이 함께 있겠노라고. 갑갑하던 게 풀리는 느낌이었다. 욕심 부리지 말고, 공작가의 체면을 구기지 않는 수준이면 성공이라고 생각하자. 그 정도면 그가 그다지 난처해지지도 않을 테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한결 든든합니다. 전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한숨 돌리고 웃었지만, 한편으로는 좀 전의 부추김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신경이 쓰였다. 교제 중임을 티 내고 싶다는 말에 혹해 던져 보긴 했지만, 바로 별칭까지 불러도 된다고 해 버리는 건 부담스럽거나 헤픈 영애로 보일 처사는 아닐까? 사교계에선 너무 들이대지도, 너무 밀어내지도 않아야 한다고 화술 시간에 배웠는데, 그 중간은 과연 어느 지점일까? 그의 주의가 분산되게끔 정원으로 안내하는 게 나을지 이대로 있어도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데, 그런 긴장이 무색하게 너무나 선선한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얼이 빠졌다가 다음 순간 낯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를 바로 볼 수가 없었고, 입안이며 목이 타는데도 차를 들 엄두도 안 났다. 이런 상황, 이런 기분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청한 대로 된 건데도 오히려 당혹스럽고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 동시에 들뜨고, 한 건 해냈다는 뿌듯함이 솟았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들지는 못하겠으니―들었다면 알렌이 드물게 수줍어하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겠지만 마리안느 본인 코가 석 자라 그러질 못했다.― 참 애매하다. 그가 호위 기사들을 위해 요청하지 않았더라면 못내 정신을 못 차렸을지도 모르겠다.
그제야 마리안느는 그의 뒤에 시립해 있는 호위 기사들을 올려다봤다. 아차 싶었다. 기사들도 대접했어야 하는데. 공작께서 먼저 챙기지 않으신 건 임무 수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함이었을까. 그걸 짐작하기에 그도 호위 기사들이 제 곁을 지키기보다 응접실에서 편히 티 타임을 갖길 바라는 거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사들을 위한 다과를 다시 차려 달라고 집사에게 이르려는 찰나, 섬뜩해졌다. 상상하기도 끔찍한 일 아닌가. 몸서리가 쳐지는 걸 감추지도 못하고 일어났다. 집사에게 기사님들을 위한 다과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스스로가 용할 지경이었다.
"행여라도 사고가 없도록 방비하겠습니다. 전하의 안전에 저희 가문 모두의 존망이 달려 있으니까요."
뒤이어 자넷을 비롯한 기사들더러 로즈베이 정원 주변의 보안에 유의하라는 명을 전하고자 시종에게 심부름을 시키고서야, 마리안느는 알렌에게 나갈 것을 청했다. 알렌이 뒤따라 나간다면 본채의 정원과 별채 두 곳을 지나 공작저의 가장 후방에 있는 로즈베이 정원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월계수는 여전히 푸르르고, 장미도 송이송이 제 빛을 선연하게 띈 채 봉오리를 맺거나 피우는 가운데, 나무로 된 원형 테이블과 덩굴 의자들이 세트를 이루어 정원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고, 지붕이 없는 위치에 놓인 테이블 근처에는 파라솔이 놓여 있을 것이다.
불러달라고 해서 불렀더니 엄청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행동에 알렌은 난감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야 갑자기 애칭을 불리면, 아무리 그걸 요청했다고 해도 부끄러울 수밖에 없겠거니 알렌은 생각했다. 자신은 딱히 애칭은 없었기에 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러지 않을까 추측만 할 뿐이었다. 일단 저 귀여운 모습을 잠시 만끽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이내 훈훈한 표정으로 마리안느의 모습을 눈으로 담았다.
한편, 자신의 부탁을 마리안느가 들어주는 것과 동시에 가문 모두의 존망이 달려있다는 말을 하자 알렌은 가볍게 웃음소리를 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로덴버그 가문이 직접 자신을 노리는 것이 아닌 한, 로덴버그 가문 자체에 큰 위기가 생기진 않았다. 혹시나 다른 이들이 몰래 들어와서 자신을 암살하려고 한다면 암살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책임을 물지, 로덴버그 가문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었으니까. 그 점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알렌은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로덴버그 가문이 저를 대놓고 노리고 암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한... 가문이 사라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물론 자신의 이 말이 얼마나 그녀를 안심시킬 수 있을진 알 수 없었다. 정작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래도 부담감은 최대한 줄여주고 싶었기에 알렌은 그렇게 말을 마무리지으며 자신의 호위 기사 두 명에게 여기서 쉬면서 다과를 즐기라고 지시했다. 돌아갈 때까지는 편하게 쉬어도 된다는 말을 남기고서.
이어 알렌은 마리안느를 따라 정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장 후방에 있는 그 로즈베리 정원에 들어서자 알렌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주변 풍경을 구경했다. 푸르른 월계수와 꽃을 피우고 있는 색색의 아름다운 장미들, 나무로 된 원형 테이블과 덩굴 의자. 그리고 지붕이 없는 곳에 위치한 테이블에 설치된 파라솔은 앉는 사람을 배려하고 있는 것이 제대로 느껴졌다.
그 풍경은 황궁의 정원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곳에서 다과회를 한다면 필시 참가하는 이들도 만족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알렌은 입을 열었다.
"멋진 장소네요. 아마 다과회를 열 때쯤이면 저 장미들도 온전히 다 피어날테고, 월계수도 더욱 푸른 빛을 보일테니 참가하는 이들이 이 예쁜 풍경에 그저 감탄하지 않을까 싶은걸요? 그 날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완벽할 것 같네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날 비가 내릴까? 그 정도로 운이 없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알렌은 살며시 고개를 다시 한 번 두리번두리번 돌리면서 주변 풍경을 구경했다. 그리고 미소를 머금으며 조금 더 말을 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테이블 위에 꽃이 담겨있는 화분이 올라가 있으면 좀 더 좋을 것 같네요. 물론 이미 기획한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하루에 한번씩 이어도 오케이야!! 이렇게 길고 상세하게 쓰니까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테고 말이야! 어쨌든...ㅋㅋㅋㅋㅋ 알렌이 아마 기사들에게 먹어보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어. 마리안느가 허락해준다면 말이지!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실제로 그런 고집이 센 말들이 은근히 많대. 현대니까... 아무래도 자가용(?)이라기보다는 반려동물 비슷한 느낌이거나 경마용이겠지만 말이야. 정 어쩔 수 없으면 마차에서 자는 노숙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확실히 숙소가 중간중간에 있는 곳이 좋지 않을까 싶긴 해! 당장 마리안느와 알렌을 제외하고서라도 다른 사용인들이나 기사들도 쉴 수 있어야 하니 말이야. 아마 알렌은 그런 소소한 이야기도 귀를 쫑긋 세우고 두 눈을 반짝이면서 들을 것 같아. 그러다가 "마리가 본 그 풍경을 저도 지금 이렇게 볼 수 있어서 기쁘네요." 라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어. 물론 모든 풍경을 다 볼 순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볼 수 있을테니 말이야. 그러다가 리멜트에 도착하면 그때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슬쩍 요청하지 않을까 싶어. 마리안느가 그렇게 제안하면 알렌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아. 그러면서도 아마 말이에게 너무 많이 먹이진 않고 어느 정도 양은 조절할 것 같아. 물론 알렌은 말을 직접 키우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니까 정확히 먹이량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넬라가 먹던 것을 떠올리면서 어느 정도 넬라 기준으로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 참고로 넬라는 조금 든든하게 먹는 편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앗... 확실히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로벨리가 당장 연애하냐? 결혼하냐? 라고 물을 것 같진 않으니! 아마 로벨리는 불편한 것은 없다고 할 것 같아. 이런 멋진 다과회와 정원에 초대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할 것 같고! 한편 마리안느가 어릴 때의 일을 그렇게 간접적으로 표현을 하면 로벨리는 아마 작게 웃으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은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마리안느." 이렇게 웃으면서 역으로 물어볼 것 같아. 물론 로벨리가 그때의 일을 정확하게 들은 것은 아니지만, '여태 기억해주시고는' 이라는 말은 마리안느 역시 기억하고 있다는 이야기니 말이야. 그러면서 괜히 "다시 만난 전하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라고 슬쩍 물어볼 것 같아. 마리안느가 조금 긴장을 푼다고 하니 다행인걸? 하지만 정작 제대로 황제나 다른 이들이 대화를 시작하면 로벨리는 일단 조용히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조용히 관망하면서 구경하지 않을까 싶어. 팝콘이 있다면 팝그작을 하는 느낌으로 말이야!
피곤하면 빨리 들어가서 쉬는게 제일이지!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마리주!! 알렌에게 시식소감을 부탁하면 아마 알렌은 그에 대해서는 정말로 진지하게 응할 것 같아. 물론 자신의 입에는 잘 맞겠지만 대중적으로는 어떨지, 조금 아쉬운 점은 무엇일지 나름대로 고민에 고민을 하면서 정말로 신중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거든. 파티셰님. 화이팅!
알렌으로서는 아무래도 수도 밖의 이야기이고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귀중한 이야기가 될테니까 그 정도로 관심을 보일 것 같아. 그래서 투머치토커가 된다고 하더라도 알렌은 조금도 귀찮아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계속 이야기에 집중할 것 같아! 리멜트에 도착해서 마리안느가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알렌은 아마 지금의 마리안느의 모습과 마리안느가 말한 어릴 때의 자신의 모습을 괜히 머릿속으로 비교를 해볼 것 같아. 뭔가 지금 모습에선 조금 상당하기 힘든 일이라서 신기해하면서도 그때의 마리를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괜히 혼잣말 같은 한탄을 하지 않을까 싶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말이야! ㅋㅋㅋㅋ 너도 먹어라 히힝~ 이러면서 양보를 하면 아마 알렌은 마리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으니 배가 불러서 이러나 싶어서 알겠다는 듯이 머리를 가볍게 토닥여주면서 굳이 더 주진 않을 것 같아. 이 말은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은 아니로구나. 이런 느낌으로 말이야. 물론 사과를 알렌의 입까지 밀어준다면 어? 어? 하면서 영문 모를 표정을 지을 것 같지만 말이야. 그러다가 괜히 사과라면 하나 먹어보지 않을까 싶기도 해. 당근은 무리겠지만!
마리안느가 대꾸를 못하고 그렇게 얼굴을 붉히면 로벨리는 손에 쥔 공작을 펼쳐서 얼굴을 가리면서 쿡쿡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까 싶어. 비웃음이 아니라 귀엽다는 의미로 말이야. 그리고 알렌에 대한 느낌을 들으면 소설주인공 같은 이라는 말에 관심을 가질 것 같아. 모르긴 몰라도 마리안느가 첫눈에 꽤 빠진 것이 아닐까...라고 아마 자기 멋대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 아무래도 로벨리는 황족의 피를 잇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 황제의 직계자손은 아니니까! 굳이 말하자면 한걸음 떨어져서 보는 느낌일 것 같거든. 그리고 로벨리는 아직 정혼자는 없지만 구혼자는 꽤 있는 편이야. 그래서 조금 여유롭게 정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이는 바로 탈락. 소심한 이도 탈락. 큰 야망이 없으면 탈락.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소거하는 식으로 말이야. 일단 지금 단계에서는 자신과 동갑이기도 한 변경백의 아들이 가능성이 크다는 설정이야. 계급은 후작이야!
쑥스러운 침묵 속에서 혼란이 일었다.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이란 어떤 걸까? 로맨스 소설에선 온갖 미사여구로 묘사하곤 한다. 상대를 본 순간 온 세상이 더 산뜻하고 화사한 색감으로 보인다거나, 이제까지 살아 온 게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고 깨달아진다거나, 자신 없이는 살아도 상대 없이는 못 살겠다거나... 그런 갈망 및 충족감은, 배우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상대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픈―일테면 상대가 소위 연애를 하는 사람의 언행을 기대한다면 그런 언행을 하고자 애쓰고픈― 의욕과 동떨어진 감정일까? 모를 일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책임감이고 어디까지가 호감이고 어디부터가 소설 속 로맨스 같은 정열일까?
답 없는―있더라도 현재의 마리안느로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에 골몰했다가 너무 염려 말라는 말에 신경이 팽팽해졌다. 암살 시도를 대놓고 하지 않는 한 가문은 안전할 거다, 아마 순수한 호의로, 안심해도 좋다고 해 준 얘기일 것이다. 다만 공작 내외께서 누누이 일러 두셨던 걸 생각하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세상살이, 특히 황궁을 오가는 삶은 옳고 그름이나 사실 여부에 좌우되는 게 아니다, 빌미라는 게 생겨 버리면 누가 언제 갖다붙일지 모르고, 어찌할 새도 없이 모두의 적으로 몰릴 수 있다, 그러니 많이 가졌다고 우쭐하지 말고, 일이 순탄하게 되어 간다고 방심하지 마라.' 그 말씀대로일 것 같다. 만에 하나 그에게 조금이라도 변고가 생긴다면, 원인이 뭐든 공작가에 도의적인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고, 그게 빌미가 되어 가문이 순식간에 몰락할 위험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니 집안 단속을 철저히 하고 조심 또 조심할 밖에. 공작께서도 분명 저택의 보안에 만전을 기하셨으리라.
그런 긴장감 속에 로즈베이 정원으로 이동하고 보니, 자넷을 비롯한 기사들이 정원 주변에서 망을 봐 주고 있었다. 이건 특별 근무로 쳐야 할까? 치하야 공작께서 알아서 하시지 싶지만. 어쨌거나 단장이 끝난 정원은 사뭇 볼 만했다. 흰 구름이 느릿느릿 지나가는 새파란 하늘 아래 짙은 녹음, 화사한 꽃봉오리를 잔뜩 단 장미 덩굴, 원래 정원에 설치되어 있던 석조 지붕이며 파라솔로 드리운 그늘, 인위적인 노력을 최소화한 것처럼 보이고자 배치한 목제 테이블과 덩굴 의자까지. 이 자리에서 차와 다과를 들면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이지 않을까?
좀은 뿌듯한 기분으로 둘러보려니 그도 한마디 보태 주었다. 이전까지의 긴장도 잊고 흐뭇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다가 날씨 얘기에 찔끔했다. 건기니 비가 올 리 없다고 넘겨 버리긴 했지만, 막상 이렇게 들으니 노파심(?)이 들어 버린다. 비가 오면... 우중충하더라도 별채의 응접실에서 해야겠지? 대청소를 한바탕 하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 내일은 커튼이나 실내 장식 따위를 보다 화사한 걸로 바꿀 수 없을지 확인해 봐야겠다.
"건기라 비가 내릴 가능성은 생각 않고 있었는데, 듣고 보니 조금은 대비를 해 둬야겠습니다."
그랬다가 이어지는 말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당일에 테이블보는 깔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심심하겠다 느끼면서도 다른 장식은 미처 생각 못 했는데. 황궁에서 만찬이나 다과회를 많이 봐 왔기에 이런 안목이 생긴 걸까? 숙제 하나가 해결된 느낌에 마리안느는 웃어 보였다.
"그렇잖아도 뭔가 허전하다 했는데, 전하께서 일러 주신 덕분에 다과회가 한결 나아질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때 파티셰가 형형색색의 무스며 타르트가 놓인 수레를 밀고 들어왔다. 맙소사. 저 중에 하날 고르라고? 보면서도 실감이 안 나 헛웃음이 나왔다. 나만 있겠거니 했는지 그를 보자마자 화들짝해서는 허리를 90도로 굽혔다가 다시 수레를 밀었지만, 아랫입술을 불룩 내민 표정이 이것들을 다 마다하시나 해보자고 벼르는 듯했다.
"자, 아씨 말씀대로 상큼한 맛은 다 담은 무스랑 타르트입니다요! 고르시죠, 시그니처 디저트!"
이렇게나 애써 줘서 고맙다고 웃어야 할지 이걸 다 어떻게 맛보라는 거냐며 울어야 할지 헷갈려 쩔쩔매다 그를 바라보았다. 이것들을 하나하나 맛보는 고충(?)을 고려하든, 이 중에 딱 하나만 골라야 하는 어려움을 고려하든, 지금으로선 그가 구원자나 다름없었다.
"숙녀들의 다과회엔 주최자 이름을 붙인 시그니처 디저트를 대접하지 않습니까? 아직 결정을 못했는데 혹 골라 주실 수 있으실지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역시 로덴버그 가에서는 쉽사리 마음을 놓을 수 없겠거니 생각하며 알렌은 주변을 지키고 있는 기사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자신이 데리고 온 호위기사 두 명만 너무 노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긴 했으나 그렇다고 철회할 생각은 없었다. 평소에도 열심히 일하니, 지금 이 순간이라도 편하게 쉬게 해도 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자신이 본 공작은 굳이 여기서 뭔가를 더 할 이는 아니었다. 괜히 건드려서 좋을 것 없는 것을 건드리진 않는 성격. 하지만 그러면서도 야망이 있는 이.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은 이 가문에서 자신을 어떻게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알렌은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뭔가 준비를 할 땐 혹시나 하는 경우를 생각해두는 것도 좋은 법이니까요. 하하. 하지만 제가 굳이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가문 내에서 아마 어느 정도 준비는 되어있을 거예요."
어설픈 가문이 아닌만큼 그 정도 준비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진행중이고 대비중이었을 거라고 이야기하며 알렌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자신의 조언, 화분을 올리면 어떻겠냐는 말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았기에 알렌은 만족하며 미소를 지었다. 별 생각없이 당장 떠오른 것을 말했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특히나 더. 웃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알렌 역시 소리없이 웃어보였다.
한편 그 와중에 왠 수레가 다가오자 알렌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건 뭐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수레의 내용물로 알렌의 시선이 옮겨졌다. 형형색색의 무스와 타르트. 그야말로 디저트가 담겨있는 수레의 등장에 알렌은 이어 저게 왜 여기에?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레를 끌고 온 이는 다름 아닌 파티셰.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좋았으나 이후의 표정을 알렌은 놓치지 않고 확인했다. 아랫입술을 불룩 내민 그 표정을 말없이 바라보던 알렌은 이어지는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 보아하니 시그니처 디저트를 골라야 하는데 좀처럼 고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마리안느는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숙녀들의 다과회. 아무래도 다과회에는 숙녀들만이 참석하는 모양이었으니 이 정보는 꼭 기억해야겠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차후에 혹시 마리안느에게 다가오는 남성이 있었는가... 라는 정보를 캘 필요가 없어질테니까.
"도움은 얼마든지 줄 수 있지만, 그 전에,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그것도 손님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당장 정하라는 듯이 말하는 저 태도는 조금 주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군요."
과연 지금 이 상황을 공작이 알면 무슨 일이 일어날런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가 싶었지만, 이내 알렌은 평소에 짓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깐 실례하겠다는 말을 하면서 디저트가 있는 수레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 오른 디저트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씹어서 맛을 보기 시작했다. 어느 것도 상당히 상큼하고 부드러운 것이 녹아내리기도 하고, 바삭하면서도 달콤한 맛이었다. 무스와 타르트. 각각의 특성을 아주 잘 살린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입을 열었다.
"저는 이 과일 타르트가 좋을 것 같네요. 상큼하면서도 달콤하고, 그리고 씹는 맛도 있거든요. 무엇보다 과일이 그대로 올라가 있기에, 신선도도 좋을테고요."
씹히는 거 없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맛도 좋았으나 역시 자신은 어느 정도 씹히는 맛이 있는게 좀 더 취향이었다. 다른 무스가 맛이 별로인 것은 아니었으나 식감이 어느 정도 잡혀있는 것이 취향인만큼, 알렌은 차분하게 생각을 하다가 과일 타르트를 선택했다.
"종류를 다양하게 하면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과일을 선택할 수도 있을테고요. 많은 이들을 만족시키기도 하고, 단순히 달콤한 것보다는 상큼한 색색의 맛을 즐길 수 있을테니까 마리에게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알렌은 다 좋아할 것 같지만 역시 식감이 있는 쪽을 좀 더 좋아할 것 같아서 타르트를 선택했다!! ...사실 내가 다 먹고 싶어. 흑흑... 디저트..좋은데! 맛있는데! 8ㅁ8
ㅋㅋㅋㅋㅋㅋㅋ 그것과 비슷하구나. 그러면 알렌은 역으로 조금 더 친근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는걸. 하지만 그 영식이 문제였으니까 마리안느는 잘못이 없어! 알렌도 화를 낼만한 사안이기도 했고. 지금도 살짝 파티셰에게 부드럽게 화를 내긴 했지만 말이야. ㅋㅋㅋㅋ 알렌이 정말로 당황하는 것이 눈에 훤하게 보이는걸? 마리안느를 보면서 사과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다고 난감하게 웃으면서 얘기하지 않을까 싶은걸? 일단 사과는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오해를 하면서 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
사실 나도 첫눈에 폴인럽하는 느낌은 잘 모르기 때문에..(옆눈) 어디까지나 로벨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뿐이니까! 큰 야망이라고 한다면... 영지를 다른 누구보다도 크게 키운다라던가 더욱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다라던가, 어떤 분야에서 이름을 남기고 싶다라던가 그런 것들! 물론 반역을 꾀한다면 바로 황가에 알려서 처단해버리겠지만! 어쨌든 자신도 로얄 패밀리의 일원이니까!
그의 지적에 파티셰가 화들짝하더니 송구하다고 그에게 연신 굽실거렸다. 앞서 디저트를 만들어 달라고 청했거니와 이제까지 온갖 디저트를 다 마다했는지라 파티셰가 우격다짐(?)할 만한 상황이라고 여겼으나, 그의 말도 일리가 없지는 않았다. 집안 사람들끼리면 격의 없이 오갈 수 있는 얘기도 손님이 있을 때는 결례일 수 있는데, 그는 그냥 손님 정도가 아니라 황자 전하니까. 이 부분은 아랫사람이 아니라 윗사람의 책임이다. 마리안느는 치맛자락을 잡고 무릎을 굽히며 그에게 사과했다.
"제가 준비하라 이른 것인데 미처 주의하지 못해 결례를 범했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행히 그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무스와 타르트를 하나하나 시식해 주었다. 하나하나 음미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여서,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자인 만큼 최고의 파티셰가 만든 온갖 디저트를 먹어 봤을 텐데, 과연 그는 어떤 디저트를 마음에 들어 할까? 이윽고 그는 과일 타르트가 좋겠다며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알려 주었다. 맛과 식감이 풍부하고 신선한 과일이 얹힌 점을 높게 평가한 것 같았다. 내 취향만 고집하고자 했다면 밀가루를 안 넣은 포도 무스, 블루베리 무스, 딸기 무스 중에서 골랐겠지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고른 걸 무조건 시그니처 디저트로 삼을 심산이었던 걸 차치해도, 접대가 목적인 만큼 내 입맛보다는 초청한 숙녀들의 입맛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맛과 식감이 다채로운 디저트를 내놓는 게 낫겠지. 다만 단일 과일을 올린 타르트 여러 종류를 모두 '마리안느 타르트'라고 이름 붙일 순 없을 테니 절충안을 찾아야겠다.
"추천 감사합니다. 전하께서 마음 써 주신 덕분에 다과회가 더욱 빛날 것 같습니다. 다만 여러 종의 타르트에 모두 제 이름을 붙이기는 어려운데, 딸기, 블루베리, 청포도, 귤을 함께 올린 타르트를 시그니처 디저트로 삼는 건 어떨지요?"
그 과일들이면 그가 높게 평가해 준 부분인 맛과 식감의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겹치는 색이 없으니 제법 화려해 보이기도 할 거고. 저 타르트를 선호하지 않는 숙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시그니처 디저트 외에도 샌드위치, 스콘, 쿠키, 마들렌, 케이크, 푸딩도 내놓을 테니 괜찮지 않을까? 다과회 준비가 마무리되어 간다는 후련함과 함께 그를 바라보았다.
/ 어쩌다보니 이번엔 짤막하네요(´∀`;) 달다구리는 다 맛있죠(•ε •๑) 저도 사실 제입맛대로라면 마리안느취향 노이해예요( ̄︿ ̄) 밀가루음식이 얼마나 맛있는데!!(i□i) 근데 포도타르트도 마리안느타르트, 딸기타르트도 마리안느타르트, 블루베리타르트도 마리안느타르트로 땅땅하게되면 다른영애들의 다과회(가 스레에 등장할일은 없겠지만)에 심대한 지장이 생길거같아서(◔︵◔) 입맛대로 골라먹게하자는 제안을 채택하지못하고 모둠과일타르트 얘기를 꺼내봤어요(^︵^๑)ゞ
기싸움에서 밀리지않은거까진 좋은데 적절한처신을 해야한다는 이성보다 말괄량이본능(?)이 앞섰었죠(¬_¬˶) 그래서 반성도했고요。゚(。σ︿σ)。 이번에도 비슷하게 마리안느의 실책이라면 실책이라고 생각해요「(°ヘ°) 손님접대중일때의 처신이 내부사람들만 있을때랑 완전히 똑같으면 곤란할수있으니까요(°﹏°˶) 좀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제실책에 가까워요〈(^皿^゚。) 알렌이 화낼수도 있다고는 미처생각못했거든요「(. .;) 예의범절에 엄격하다는면에서 황자는황자라는 실감이났어요(。´・‿・`。) 알렌이당황하면 마리안느가 말이한테 당근을 줘봤다가 말이가 당근도 안먹으면 배가 부른가보다고 이런적처음이라고 이제껏 제당근까지 탐냈던건 식사량이 적어서였나보다고 미안해할거 같아요σ(´・ ・`)゚。 그뒤부터는 알렌이 줬던 양을 기준으로 말이에게 맞는 식사량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해보겠네요「(^_^゚。)
저만그런게 아니군요(*≧‿≦)ゞ 로벨리공작영애는 사회적인 명성을 얻을만한 업적을 쌓겠다는 의욕이있는 배우자를 원하나보네요σ(°ー°*) 혹시 알렌은 그런쪽으로 야망이있나요?(◕o◕)
"아뇨. 저는 딱히 화난 것은 아니니까 안심해주세요. 단지, 다른 귀족이 손님으로 오거나 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지면 주인을 무시하는 사용인이라는 이름표가 붙기 쉬우니까 그 점은 조금 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귀족 사회에선 이런 것도 면밀하게 보는 법이니까요."
엄연히 다른 손님과 시간을 보내는데 사용인이 난입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선 상당히 큰 무례로 보일 수 있었다. 물론 이번에는 조금 특수한 상황이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트집을 잡으려면 잡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이상은 굳이 자신이 더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알렌은 더 말을 하진 않았다. 다른 가문의 사정이나 분위기를 너무 깊게 지적하는 것은 그 가문에 대한 실례였다.
한편 디저트에 대한 자신의 의견에 마리안느가 답을 하자 알렌은 살며시 시선을 돌려 디저트를 바라봤다. 확실히 모든 것에 다 마리안느 타르트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딸기와 블루베리, 그리고 청포도와 귤. 그 모든 것을 올린 타르트를 시그니처로 삼는다고 한다면 가장 대표성이 붙는 것 같았기에 그로서는 상당히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게 대표성을 가진 것을 만들어서 이름을 붙이면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그 이외의 다른 타르트도 내놓을 수 있을테고 다과회라면 다른 다과도 있을테니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을테고요. 하하. 지금 이 순간은 그 다과회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네요. 나중에 다과회가 다 끝나고 평이 좋았다면 저에게도 조금 나눠줄 수 있을까요? 그 디저트."
아마 마지막 순간까지 디저트의 맛이나 디자인은 조금씩 바뀔 수 있고, 여러모로 조절해야 할 것은 조절해야할테니 필시 지금 먹은 것과 맛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알렌은 완전한 완성품이 나오면 자신도 받아갈 수 있는지의 여부를 물었다. 물론 거절한다고 한다면 아마 그는 깔끔하게 포기했을 것이다. 고집을 부리면서까지 디저트를 받아갈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숙녀들이 참여하는 다과회라고 한다면... 제 사촌도 참가할지도 모르겠네요. 로벨리 레무리엘 알드레아. 혹시 그 애가 초대 리스트에 있다고 한다면, 조금 짓궂게 이런저런 말을 할 수 있으니 그 점은 미리 제가 사과할게요."
자신도 어떻게 말릴 수 있는 이가 아니라고 하며 알렌은 면목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제 사촌이라고 살짝 변호하듯이 그는 말을 조금 더 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남을 괴롭히진 않고 마음씨는 정말로 착한 애니까... 딱히 당신을 힘들게 하진 않을 거예요. 조금 짓궂을 순 있겠지만."
/원래 길이는 길어질 수도 있고 짧아질 수도 있는 법이지! ㅋㅋㅋㅋㅋㅋ 그 부분은 이제 알렌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니까. 알렌은 아무래도 만들고 준비하는 쪽은 아니라 완성된 것에 참석하고 먹는 쪽이었으니. 그런 부분은 역시 마리안느가 확실하게 생각을 하는구나 싶었어!
아앗.. ㅋㅋㅋㅋㅋ 사실 나도 저 부분은 아무래도 알렌이 뭐라고 한마디는 할 것 같은데 말을 꺼낸다고 서술해야할까. 아니면 적당히 넘어가는 방향으로 서술해야할까 고민을 했었거든. 알렌이라면 둘 다 할 것 같아서. 하지만 마리안느 앞이라고 해도 이야기할 것은 이야기할 것 같았기에 결국 서술하는 방향으로 간거고.. 알렌은 지금 위에서 썼다시피 화가 났다기보다는 그냥 마리안느에게 나중에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서 미리 차단한 것에 가깝기 때문에.. 아마 크게 신경쓰진 않을 거야. 알렌이 아무래도 그런 쪽으로 교육을 많이 받아서 신경을 더 쓰는 것도 있긴 하지만... 사실 알렌주라면 저런 거 신경도 안 쓰겠지만..(옆눈) 마리안느가 말이 관련으로 식사량이 적어서인가 싶어서 미안하게 여긴다면 알렌은 오히려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그럼 평소에 먹던 양대로 사용인들에게 음식을 주겠다고 이야기할 것 같아. 이전에 먹던대로 먹어야 탈이 안 난다고 하면서 말이야. 갑자기 식사량이 확 늘어나면 컨디션이 나빠질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면서 사용인들에게 어느 정도만 먹였는지 얘기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을까 싶어. 물론 마리안느가 그래도 많이 주겠다고 한다면 알렌은 알겠다고 하고 굳이 더 말은 하지 않겠지만!
그 정도의 높은 야망이 있는 이와 살아가면 뭔가 결혼한 보람도 있고 같이 살아가는 재미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커. 알렌은... 그런 쪽으로 야망이 크진 않고 그 대신에 이 제국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누님이나 형님에게 큰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아마 장차 영지경영을 돕게 되어도 자신이 뭔가 남기고 싶다! 라기보다는 마리안느의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이 제국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마음이 더 클 것 같아! 결국 영지가 발전하고 영지민들이 잘 살게 되면 그만큼 제국에게도 큰 이득이 되니 말이야!
확실히 마리안느가 서릿발 같은 위엄을 세우는 귀족은 아니었다. 리멜트 가에서부터 그랬지만, 로덴버그 가에 와서는 더더욱 좋게 좋게 필요한 것을 얻는 데에 주력해 왔다. 양자인 이상 위신을 세우려고 해 봤자 한계가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지간히 놀랐는지 고개를 못 들고 있는 파티셰 역시 다른 손님이었다면 알아서 조심했겠으나, 안면이 있는 그가 손님이었기에 다소 방심했던 게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아랫사람의 실책은 그 사람을 잘 다스리지 못한 윗사람의 책임. 그리고 그가 말한 내용은 정론에 가깝다.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 있는 일은 최소화하는 게 상책이다.
"조언 감사합니다. 앞으로 유념하겠습니다."
그와 별개로 파티셰의 솜씨만큼은 여전히 그에게 감명 깊은 모양이었다. 다과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는 너스레를 보일 정도이니. 거기 그치지 않고 그는 다과회가 끝난 뒤 디저트들을 먹어 볼 수 없는지 물었다. 마리안느는 빙긋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 여기까지 납셨으면서 그때까지 기다리시겠다니, 대단한 인내심 아니신가.
"이렇게까지 도와주셨는데 답례도 않는다면 도리가 아닐 것입니다. 다과회에 내놓을 차와 곁들임 음식을 대접해도 괜찮을지요?"
비단 답례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기 싸움을 거는 영애가 있을 경우 4황자께서 먼저 맛보셨던 다과임을 넌지시 흘리면 말문을 막을 수 있을 듯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그니처 디저트는 내 요구 사항을 어느 정도 반영한 끝에 내 이름을 붙인 먹거리다. 그랬기에...
"마리안느 타르트는 전하께 가장 먼저 대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숙녀다운 화법이라기엔 너무 노골적인 표현이었을까? 마리안느는 낯이 뜨뜻한 듯한 감각을 무시하며 시종들에게 이쪽 테이블을 다과회 때 할 것과 똑같이 꾸며 놓을 것과 차를 준비할 것을, 파티셰에게는 실제 다과회에 내놓을 곁들임 음식을 시그니처 디저트까지 만들어 올 것을 지시했다. 가장 먼저 준비되는 것은 이쪽 테이블에 내놓고 그 뒤에는 본채의 응접실에 있는 기사들에게 대접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러자 파티셰는 이쪽을 향해 거듭 90도로 인사하고는 물러났고, 시종들은 날쌔게 지시 사항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테이블 중앙에 마름모꼴의 하얀 테이블보가 깔렸고, 그가 제안해 준 대로 화분―수국이 만개해 있었다.―도 놓였으며, 그의 자리와 마리안느의 자리에 시종을 부르는 용도의 자그마한 종도 하나씩 놓였다.
그렇게 부산스러운 가운데 그가 화제를 바꾸었다. 로벨리 공작 영애, 황제 폐하의 조카라 당연히 최우선으로 초대한 인사였다. 그와도 가까운 사이인 만큼, 그와 나의 관계에 호기심을 가질 거 같다는 의미일까. 그러면서도 영애를 변호하는 그를 향해 마리안느는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느 가문도 아니고 황실의 일원이시니 로벨리 공작 영애께선 황실의 위명에 부합하는 품위를 보여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전하께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 시종과 파티셰가 차와 디저트를 준비해 왔다. 하얀 바탕에 꽃무늬로 장식된 찻잔과 은으로 된 포크, 나이프, 티스푼이 그와 마리안느의 앞에 놓였고, 차가 식는 것을 늦추고자 헝겊 덮개로 감싼 찻주전자의 주둥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발간 찻물이 그의 찻잔과 마리안느의 찻잔에 따라졌다. 향으로 보아 장미차 같았다. 뒤이어 파티셰가 3단 트레이를 테이블에 올렸다. 제일 아래층에는 햄 샌드위치와 야채 샌드위치가, 가운데 층에는 스콘과 딸기잼과 클로티드 크림이, 제일 위층에는 참깨 쿠키, 레몬 컵케이크, 커피 마들렌, 커스터드 푸딩과 함께 마리안느 타르트가 각각 2개씩 놓여 있었다. 그렇게 세팅을 마치고 물러선 시종과 파티셰에게 마리안느는 수고했다는 눈짓을 하고는 그에게 권했다.
"원하시는 만큼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고는 그가 앞서 얘기했던, 리멜트 방문과 관련된 화제를 꺼내 보았다.
"수도에서 리멜트까지는 아흐레에서 열흘 정도 걸립니다. 리멜트에는 얼마나 머무실 요량이신지요?"
다과회에 내놓을 차와 곁들임 음식을 대접해도 괜찮겠냐고 허락을 묻는 말에 알렌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거절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무엇보다 이렇게나마 자신도 즐길 수 있다면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은 없었다. 아마 맛보기를 부탁하려는 것이겠지. 다과회를 하기 전에. 그 정도로 생각하며 알렌은 입을 열었다.
"괜찮다고 한다면 부탁할게요. 그런데 마리안느 타르트도 바로 내올 수 있는 건가요? 상당히 빠르군요. 완성작을 만들려면 며칠 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또한 로덴버그 가가 훌륭한 파티셰를 데리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후훗. 덕분에 디저트 입맛이 점점 이곳으로 맞춰질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만약 그 또한 마리안느의, 혹은 로덴버그 가의 계획이라면 그 계획에 넘어가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크게 손해 볼 것도 없고 자신 쪽에선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수 있으니 이득이라면 이득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저도 모르게 잔뜩 기대했고 표정에 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지간히 눈치가 없는 이가 아니고서야 알렌이 잔뜩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눈앞에서 시종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알렌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블보를 깔고, 즉석에서 화분도 준비하는 것도 모자라 종까지 놓는 섬세함과 속도, 그리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까지. 상당히 숙달된 그 모습에 알렌은 이 정도는 되어야 로덴버그 가문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하며 마리안느에게 말했다.
"시종들의 움직임에 흐트러짐이 전혀 보이지 않네요. 일처리도 깔끔하고. 대단한데요?"
단순히 시종만이 아니라 이런 시종들을 데리고 있는 로덴버그 가에 작은 찬사를 보내며 알렌은 곧 로벨리에 대한 마리안느의 대답을 들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평소 다른 이들에게 하는 대로만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 거예요. 로벨리는 그렇게까지 예절이나 절차에 까다로운 이는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너무 긴장하거나 걱정하진 마세요. 혹시나 긴장이나 걱정을 하고 있다면 말이에요."
물론 귀족이고 공작인 이상 어느 정도 깊게 보는 것은 있겠으나 행동 하나하나에 트집을 잡을 이는 아니었다. 별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나 나중에 로벨리와 만나면 이야기 정도는 살짝 해두는 것이 좋겠다고 알렌은 다짐했다. 그 대가로 이런저런 놀림을 당할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한편 모든 준비가 끝이 났고 알렌은 의자로 다가간 후에, 살며시 뺐고 자신은 그 반대편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어 알렌은 손짓하며 방금 자신이 의자를 뺀 그 자리에 앉으라는 듯, 마리안느를 바라봤다. 이어 알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세팅된 장미차와 디저트가 놓여있는 3단 트레이를 바라봤다. 장미차의 향은 너무나 부드럽고 향긋했으며 트레이 위의 디저트는 하나하나 모두 정성이 가득했고 맛있어보였다. 특히 제일 윗층에 있는 마리안느 타르트가 가장 그의 눈에 들어왔다. 허나 급하게 먹을 필요는 없었기에 그는 찻잔을 들어올린 후, 장미차를 조용히 입에 담았다.
"맛과 향이 아주 잘 우러났네요. 절로 입맛이 돋는 것 같고요. 특히나 이 향긋한 장미향이 주변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리고요."
상당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알렌은 괜히 한 모금 더 차를 입에 머금었다. 입가에 녹아내리는 붉고 진하고 은은한 향과 맛이 너무나 일품이었다.
"실제 다과회에서 내놓을 차라고 하셨죠? 이거. 후훗. 이 정도면 좋아하는 이가 엄청 많겠는걸요? 아. 그리고..."
리멜트 방문에 대해서 리멜트에 며칠간 머무를 예정인지 묻는 마리안느의 물음에 알렌은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두 손을 짝 펼친 후에 앞으로 내밀면서 숫자 10을 표시했다.
"열흘 정도면 어떨까요? 그러면 가는데 열흘 정도, 리멜트에서 지내는데 열흘 정도, 그리고 돌아오는데 열흘 정도. 얼추 한 달간 마리. 당신을 데려가는 셈이네요. 후훗. 혹시나 힘들 것 같으면 저는 괜찮으니까 얼마든지 얘기해주세요."
일단 로덴버그 가에서는 한 달이나 마리안느와 알렌이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니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찬성할 것 같았으나 중요한 것은 그녀의 마음이었다. 너무 길다고 느끼지 않을지, 아니면 기왕 오랜만에 가는 고향이니 조금 더 길게 있고 싶어하지 않을지. 그녀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다 들어줄 생각은 없었으나 우선 그녀의 생각을 듣고 싶은 듯, 알렌은 그렇게 물으며 마리안느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아마 자연히 사교계에 퍼지지 않을까? 이렇게 로덴버그 가문의 위신과 파티셰의 위신은 더더욱 올라가게 되겠구나. ㅋㅋㅋㅋㅋ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가문에서 그 호응이 좋은 디저트를 나눠줄 수 없겠냐고 찾아오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 일단 알렌은 가끔 부탁할지도 모르겠다 싶은걸? 물론 매번은 아니고 정말로 가끔이겠지만!
마리안느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알렌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이의 컨디션이 나빠지거나, 소화를 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면 그렇게 해도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할 것 같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시종 중에서 마차를 끄는 말을 돌보는 이에게 조언을 구한 후에 도움이 될만한 조언이 있으면 마리안느에게 말해줄 것 같기도 하고!
내 생각에도 알렌은 재상이 정말 적성에 맞지 않을까 싶어. 확실히 자기 일은 열심히 할 것 같지만 사사로운 욕심은...ㅋㅋㅋㅋㅋ 이미 마리안느 쪽으로는 꽤 많이 내고 있긴 하지만... 확실히 업무에 대해서는 사사로운 욕심이나 비리는 없을 것 같긴 해!
그러고 보니 마리안느는 나중에 알렌이건 혹은 다른 이건 결혼을 하게 되어서 리멜트를 영지로 받게 되고 경영할 수 있게 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일지 궁금해! 자신의 고향이니까 다른 이들보다는 훨씬 잘 알테고 이건 꼭 이루고 싶다!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파티셰도 파티셰지만 유능한 조수가 여럿 있는 덕으로 알고 있습니다. 파티셰가 메뉴를 고안해 시범으로 만들면, 조수들이 속도를 내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 전하께서 도와 주신, 활쏘기 내기의 과녁이 될 뻔한 사람도 파티셰에게 배우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흔쾌히 승낙하는, 기대하는 빛도 역력한 그를 보며 웃음이 머금어졌다. 사교계 인사 중에서는 드물게 의중을 감추거나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드문 분 같기는 하지만, 이렇게 표정이 생생한 모습은 그것대로 신선했다. 새 사용인의 얘기를 꺼낸 탓인지, 활쏘기 내기를 단속한 이후의 일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그때 체포한 주최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활쏘기 내기는 폐지되었는지요?"
과녁이 되기를 자초하기도 하는 빈민들의 사정이 조금 나아졌을지까지 질문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나라님도 못 구한다는 게 가난이니, 그렇게 단기간에 사정이 나아지진 않았을 듯해서였다. 게다가 그는 정책 추진 과정엔 크게 관여하지 않는 눈치니까. 생각해 본들 부질없다고 털어 버리려는데, 그가 시종들을 칭찬해 주었다.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리안느도 공작가에 온 뒤 한동안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맡은 일을 해 내는 시종들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지금은 공작이나 공작 부인께서 하셨을 법한 겸양이 우선일 것 같지만.
"황궁을 살피고 폐하를 모시는 시종들만 하겠습니까만 영광입니다. 시종들도 자랑스러워할 것입니다."
공작께 고하면 오늘 일한 사람들은 추가 보수나 포상을 받지 싶다. 그땐 저들이 다른 의미로 활기찬 얼굴이 되겠지. 그런 모습을 잠시 상상하다가 긴장을 풀어 주려는 듯한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으로는 가벼운 호기심도 일었다. 그는 사촌과 얼마나 막역할까? 어린 시절부터 어울렸을까? 그랬다면 어린 그는 사촌과 뭘 하면서 어울렸을까?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로벨리 공작 영애와는 왕래가 잦으십니까? 어린 시절에 어떻게 지내셨는지 여쭌다면 결례일지요?"
그 입장에선 지나치게 사적인 질문일 수도 있어 조심스러우면서도 기어이 입에 담아 버렸다.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아는 거라곤 파편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두 번의 만남뿐이라, 그가 꺼리지 않는다면 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염려 반 기대 반으로 그를 뒤따라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그가 차를 드는 걸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가 만족한 듯 소감을 전혀 주었다. 안도감에 차를 한 모금 넘겼다. 장미 특유의 짙으면서도 부담스럽기보다는 깔끔하고 톡 쏘는 듯한 구석도 있는 향에 입을 개운하게 씻어 주는 듯하다. 속도 뜨끈해지니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다.
"감사합니다. 장미가 가문의 상징 중 하나라 미흡하면 어쩌나 염려했는데 호평해 주시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이만하면 다과회 당일에도 장미 차가 흠 잡힐 일은 없을 것 같다. 곁들임 음식도 성공적이면, 기요틴 같은 발재간의 영애라는 악명도 웬만큼은 가려지지 않을까? 춤을 같이 추지만 않으면 어울릴 만한 영애. 그 정도 평판만 되어도 사교계에서 인맥을 쌓고 유지하는 일이 난공불락은 아닐 거다. 잘 되길 바라야지. 심호흡을 하고는 차를 한 모금 더 삼켰을 때, 그가 여행 일정에 대해 대답했다. 열흘. 마음 같아서는 아예 눌러 지내고픈 고향이니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안다. 지금은 리멜트가 아니라 수도가, 공작가가 내 터전이다. 그러니 열흘이면 넉넉한 기간이리라. 출발 전까지 그에게 안내할 곳을 추리고, 유모와 왕집사에게도 기별해 둬야겠다.
"저는 좋습니다. 불러 주실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러고는 3단 트레이를 제일 아래쪽부터 가리켰다. "곁들임 음식도 드셔 보시겠습니까?"
"그 사람 말이군요. 잘 됐네요. 그대로 성실하게 배우고 일해서 실력을 키우면 여기서 계속 일할 수도 있을테고, 혹은 독립해서 따로 가게를 차릴 수도 있을테니까요."
이곳에선 돈을 떼먹거나 하는 일은 없어보이니 아마 성실하게만 일한다면 충분히 자신의 부를 풍족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채울 수 있을테니 그에게 있어선 참으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며 알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차후에 일을 계속 열심히 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과녁을 하려고 했을 정도니 아마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한편 마리안느에게서 질문이 들려오자 알렌은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자신도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는 나름의 의사표시였다.
"그 이후 체포한 그 자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법 쪽은 제 분야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황제 폐하의 말에 따르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내린다고 했으니 아마 잘 처리되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 활쏘기는 차후 이 제국에서 직접 관리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새롭게 정비 중이기에 닫혀있지만 아마 차후에는 그런 불법적인 일은 없도록 제대로 운영될 거예요."
제국에서 직접 관리하게 되는만큼 이전보다 조금 자극은 줄어들겠지만, 건전한 오락으로서의 기능은 확실히 할 거라고 이야기하며 알렌은 마리안느에게 설명했다. 물론 차후에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은 해봐야하니 제대로 열린 후에 자신이 한 번 가서 구경해보겠다고 이야기하며 알렌은 말을 마무리 지었다.
"오히려 황궁에서 일하는 이들 중에서는 저들을 본받아서 좀 더 노력해야하는 이들도 있어요.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 잘리지 않을 거라고 믿고 안일하게 일하는 이들도 있는지라."
몇 명의 얼굴을 떠올리며 알렌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건 황실에서 일하려면 어느 정도 신분이 확실해야하며, 실력도 좋아야했으나 그 때문에 자만하고 제대로 일을 수행하지 않거나 나태해지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다. 발견할때마다 주의를 주고 있으나 그렇다고 그 뿌리가 어떻게 한번에 뽑히겠는가. 아마 자신이 죽을 때까지 그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편, 로벨리와의 왕래, 그리고 어린 시절에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마리안느의 모습에 알렌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조금 짓궂은 톤의 목소리를 냈다.
"신경쓰이나요? 그 애와 어떻게 지냈는지. 후훗. 왕래가 잦다고 해야할까. 나름 자주 만나는 편이에요. 애초에 이곳에 살고 있기도 하고... 그 애는 성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으니 그냥 별 이유없이 놀러오는 일도 많거든요. 어린 시절이라. 말괄량이였죠. 그 애는. 장난도 심하고, 때로는 아무도 못 말릴 정도로 설치기도 하고, 검을 배워보려고 노력도 하지만... 싫증이 났는지 금방 때려치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그 애에게 끌려다녔던 나날이 많았던 것 같네요. 물론 그게 싫은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피곤하기도 했고... 그러다가도 같이 놀면 재밌기도 했고. 친구 같은 사촌이에요. 그 애는."
모든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기보단 대략적인 느낌만 이야기했지만 적어도 '친구처럼 가깝게 지낸 사촌사이'라는 것은 아마 쉽게 짐작이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제국이나 왕국에 따라서는 사촌끼리 혼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알렌은 로벨리에겐 딱히 그런 감정은 없는지 너무나 태연하게 이야기하며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장미차에 대한 자신의 평가에 마리안느가 안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알렌은 절로 눈웃음을 보였다. 은근히 긴장이 되었던 것일까. 하지만 이 차는 어지간하면 흠집 잡힐 일은 없을 거라고 알렌은 생각했다. 그만큼 좋은 차였으니까. 향도 맛도. 은은하면서도 고요한 향. 그러면서도 편안하지만 마냥 심심하지는 않는 맛. 그야말로 붉은 맛이 가득 녹아있었기에 그는 차후에도 이 차를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일단 그 말은 아껴두기로 했다. 그러다 곁들임 음식을 권하자 알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야채 샌드위치를 손에 집었다. 그녀의 식성을 생각해보녀 아마 야채에 크게 신경을 썼을터. 과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하면서 먹기 전,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보냈다.
"그럼 그렇게 일정을 잡도록 할게요. 일단 당장 가는 것은 아니고 제 쪽에서도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여기서도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 할테니, 나중에 사람을 보내도록 할게요."
말을 마친 후 그는 조용히 샌드위치를 입에 넣고 씹었다. 아삭아삭. 안에 들어있는 야채가 상당히 아삭아삭 씹혔고 맛도 상당히 신선했기에 그는 정말로 맛있게 샌드위치를 입에 담을 수 있었다. 아무런 말 없이 샌드위치를 먹은 알렌은 마리안느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에, 만약에 당신과 결혼한다고 한다면 이런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는걸까요? 후훗. 더욱 진지하게 고려해봐야겠네요."
당연하지만 진심이 아니라 정말로 가벼운 톤이었기에 장난스럽게 하는 말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방금 먹은 샌드위치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그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쓰다보니까 내가 저 디저트는 물론이고 샌드위치를 먹고 싶어졌어. 흑흑.. 나도 저기에 들어갈래!! 물론 실제로 들어가면 수상한 자로 바로 붙잡혀서 지하감옥에 갇히고 고문당하겠지만. 그래도 레시피가 다르면 아무래도 그 맛을 그대로 살릴 순 없을테니 만들어달라는 의뢰는 들어오지 않을까? 방식은 널리 퍼질지도 모르지만...중요한 것은 맛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알렌이 말이도 데려가도 좋다고 이야기한 것이기도 하거든. 호감 가는 여성이 아끼는 말도 챙겨주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말이야. 나중에 돌아가야 할 때가 될 때 말이가 돌아가기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뇌피셜이 살짝 들었어.
그 쪽이 아무래도 사사로운 욕심이 맞지. 사실 욕심을 넘어서서 심각한 비리지만 말이야. 어쨌든 마리안느는 리멜트를 정말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이 잘 느껴지는걸? 아마 알렌은 그 계획을 들으면 지지해줄 것 같아. 단순히 마리안느가 말한 의견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해봐도 그렇게 하면 리멜트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제국에도 큰 도움이 될 테니 말이야. 그래서 아마 황자의 이름으로 그 계획을 지지하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써줄 것 같아.
"말씀대로 요리를 성실히 배워 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그 사람을 채용한 보람이 있을 테니까요."
사실 걱정도 없지 않았다. 적성도, 성실성도 전혀 모른 채 내 과소비에 대한 자책과 동정심으로 데려온 거니까. 게으르거나 손버릇이 나쁠 수도, 맡을 일이 마땅찮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든 일거리를 찾아 준 공작 내외나 파티셰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의 시찰을 안내하는 도중에 만난 사람이니 잘 정착시키면 그가 좋아할 거라는 계산 때문이든, 윗사람의 명령 때문이든, 그 덕에 내 맘은 편해졌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활쏘기 내기장은 국가의 관리 감독을 받는 시설이 되었단다. 그의 말마따나 재개장 후 어떻게 바뀌었는지 구경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말이 좋아 구경이지 그로서는 후속 시찰에 가까울 터라 혼자 움직이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르지만.
"그때도 제가 동행하면 혹 불편하실지요?"
그랬다가 황궁의 사용인에 대한 그의 탄식에 대해서는 말을 삼갈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매 순간 성실하게 일하기는 힘들고, 품을 덜 들이며 일해도 별 문제가 안 생긴다면 전력으로 일하려는 이가 오히려 드물 것이다. 그런 문제는 사용인을 부리는 한 피할 수 없는 것. 더욱이 황궁 소속 사용인들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데에 뭐라 대꾸하겠는가. 맞장구를 치다간 황실을 깎아 내리는 것처럼 비칠지도 모르고, 부정하면 그의 아쉬운 감정을 부정하는 꼴이니, 입을 다무는 게 상책일 성 싶었다.
그랬기에 로벨리 공작 영애에 관한 얘기로 화제가 전환되자 안도감부터 들었다. 외동인 마리안느로서는 색다른 이야기들이었다.―리멜트에서 유모의 가족이나 사용인 중에 어린 사람들과 종종 어울리긴 했지만, 그건 아무리 친근해도 위계가 명백히 갈리는 관계이니까 형제자매에 비길 수는 없으리라.― 검술을 배우려고도 했다니 어지간히 활달한 성미인 모양이다. 데뷔 파티에선 그렇게 안 보였던 것 같은데. 대화를 나눠 보지는 못했지만 스쳐 가며 남은 인상을 더듬어 가며 생각했다. 사교계에서 제 성격을 억누르는 게 나뿐만은 아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친근감이 드는 것도 같았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허물없게 굴어서는 안 되겠지만. 아무튼 그의 말대로라면 그는 영애가 하자는 걸 가급적 맞춰 주는 입장이었을 듯하다. 이거저거 해 보자고 신나서 조르는 소녀와 하나하나 들어주는 소년을 상상하니 귀엽게 느껴져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말씀 들으니 형제자매와의 유대란 그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겪어 보지 못했으니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요."
그러고 차를 더 들다 보니, 한 테이블만 차리긴 했지만 아늑한 다과회라는 생각이 든다. 화창한 하늘 아래 눈이 부시지 않게끔 드리운 그늘. 푸른 월계수와 장미 덩굴이 어우러진 조경, 향긋한 차와 곁들임 음식. 그리고 평온하게 흘러가는 대화까지. 이 분위기는 아마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그런 흐뭇함과 함께 나중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때, 그가 야채 샌드위치를 음미하며 먹는가 싶더니 농담을 던졌다. 농담임을 아는데도 그의 반짝이는 눈을 본 순간, 은근히 생각이 쏠렸다. 그런 이유라면 결혼보다 요리사나 파티셰를 스카웃하는 게 유리하겠는데. 실없는 상념에 잠겨 야채 샌드위치를 먹어 보았다. 겉이 살짝 질긴 듯 파삭하고 속은 말랑하고 쫄깃한 바게트, 아삭하고 물기 어린 신선한 식감과 산뜻한 맛의 야채, 간을 맞춰 주는 동시에 감칠맛과 부드러움도 더해 주는 소스가 조화로웠다. 입 안이 퍽퍽해질 것 같으면 차로 입가심하면 되고. 그렇게 한 잔 다 마시자 시종이 눈치 챌 새도 없이 빈 잔을 채워 주고 물러섰다. 그런 시종에게 눈짓으로 치하한 다음 그에게는 농담 섞어 답했다.
"제가 결혼에 성공하려면 저희 파티셰나 조수 중 누구라도 데려가야 할까요? 아무튼 즐겨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먹고싶어지실 정도라니 상황을 그럭저럭 그럴싸하게 제시한거 같아서 뿌듯하네요(*≧◡≦) 차를 붉은맛이라고 표현하신게 독특해서 재밌기도했어요(~‿~๑) 근데 들어가는건 마음대로였지만 나가는건 아니란다인가요?!〈(|||°□°)ゞ 만들어달라는 의뢰까지 들어오면 파티셰가 바빠지겠는데요(×o×) 거부하거나 조수들을 시킬지도요「(. .;) 알렌은 그냥 공작가에방문만해도 공작이 쿠키든 마리안느타르트든 원하는대로 대접하라고 할거같지만요「(°~° )
으와와(」゜ロ゜)」 알렌이 정말 많이 마음을 써주네요(˶∩ˬ∩˶) 휴가를즐길수록 복귀하기가싫어지는건 학계의정설이죠(...) 로덴버그가로 돌아가면 한동안 말이가 까탈을부리는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알렌은 사사로운욕심 부리지않고 행정이나 정치를 할수있는 재목...ㅋㅋㅋ 암튼다행이에요 고향에 애착을가진게 드러나는 캐였으면했는데(°▽°˶) 그밖에 추운지방에서도 잘자라는 감자와옥수수를 식량작물로 재배, 양을 많이키우는지역이라 양털이 특산물중하나일거 같은데 그걸 모직물로 업그레이드(?)하기위한 설비확충, 양젖치즈를 특산물로 밀어보기 같은 활동도 생각해볼수 있을거 같아요♫~(•ε •๑) 와와(◕o◕) 알렌의 전폭적인지원에 힘입어 벌이는사업들이 잘되면 국경지대의 시골이 중견도시 정도로까지는 성장할수도 있지않을까요?〈(^ヮ^๑)
시찰에 동행을 해도 괜찮을지를 묻는 마리안느의 물음에 알렌은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시찰이라는 것이 어디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경우에 따라서는 결국 거절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확실하게 이렇다라고 대답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 정도로만 대답했다. 조금 애매모하긴 하지만,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게 이야기했다가 일이 꼬이기라도 하면 서로 난감해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때로는 살벌하기 그지 없는 형제자매도 있으니 저와 로벨리하고는 다른 경우도 많을 거예요. 저도 그냥 소문으로만 들었지만 여기서 조금 멀리 떨어진 어떤 나라에선 왕이 되기 위해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동생을 모두 죽이고, 제 부모도 죽인 왕도 있다고 하니까요."
차후 자신에게 대들지도 모르는 이들, 그리고 차후 그런 자신을 막으려고 할지도 모르는 부모. 그 모든 이를 죽여서 온통 붉은 피빛으로 만든 후에 왕좌에 앉았다는 소식을 떠올리며 알렌은 씁쓸하게 이야기했다. 아무리 왕의 자리가 좋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의 형과 누나, 긜고 동생 사이에선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자신만 모를 뿐, 알드레아 황가에도 그런 불순한 마음을 먹은 이가 있을지도 모르나 적어도 지금까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알드레아 황가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그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왕가를 떠올리며 알렌은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허나 그는 굳이 이 이야기를 더 길게 하진 않았다. 지금 이 평화로운 자리에서 할법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이런 이야기는 정치를 논하는 곳에서나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저 장미차를 다 마시면서 입가심을 하는 와중, 막 들려오는 마리안느의 농담 섞인 말에 알렌 역시 가벼운 어투로, 정말로 가볍게 대답했다.
"이 샌드위치와 마리.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마리죠. 샌드위치야 다른 맛있는 것도 많겠지만, 세상에 마리는 한 명 뿐이니까."
결국엔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은근슬쩍 이야기하며 알렌은 자신의 빈 잔에 다시 차를 채워준 시종을 바라보며 수고했다는 듯이 미소를 보이며 물러가도 좋다는 듯이 손짓했다. 이어 다른 디저트. 이번에는 2층에 있는 스콘을 집어 천천히 음미했다. 이 또한 상당히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고 따스한 느낌이 들어 식감이 상당히 좋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이어 그는 가장 위에 있는 마리안느 타르트를 바라봤다.
"샌드위치도 좋고, 스콘도 좋으니 절로 가장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저 타르트가 괜히 더 기대가 되네요. 장담하건데, 이 정도 정성과 맛이라면 어지간한 이들은 다 만족할 거예요. 물론 그 중에는 인정할 수 없다면서 트집을 잡는 이도 있겠지만, 애초에 모든 이를 다 만족시킬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설사 그런 이가 나오더라도 너무 신경은 쓰지 말라는 듯, 그는 이어 천천히 마리안느 타르트를 집어서 접시에 담으려고 했다.
/뭐랄까. 내가 비슷한 차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런 느낌이었거든.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아마..내가 먹은 차보다는 맛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어서 사용해본 표현이었어!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가 애매하긴 하네! ㅋㅋㅋㅋㅋ 그야 엄연히 황자와 공녀가 있는 곳인데 거기에 정체 모를 이가 침입하면 안 죽으면 다행 아닐까? (시선회피) 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그렇게 의뢰가 들어오면 바빠질 수밖에 없을테고 애초에 모두 다 만들어줘야 할 필요는 없으니, 때로는 거절하는 일도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공작의 선택이지만 말이야. 그렇게 공작님은 알렌에게 계속 점수를 따게 되고....
ㅋㅋㅋㅋㅋㅋ 말이의 까탈이라니. 나 그때처럼 챙겨줘! 히힝! 이런 느낌이려나?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다시 적응하긴 할테니까. 말이의 까탈은 내가 들어가서 직접 보고 싶다. 말 엄청 귀여운데!
와. 마리안느는 뭔가 정말로 고향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아 느껴져. 확실히 저렇게 설비가 확충되면 그때부턴 발전만이 남을테니까 리멜트 에서도 완전 이득이겠는걸? 아마 시골을 넘어서서 중견도시까지는 확실히 갈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공녀와 황자가 영주이기도 하니까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유명세를 떨칠 것 같거든. 그런 마당에 발전까지 한다?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가 되겠어. 생각해보니 국경지대니까 어쩌면 변방백 느낌이 되어서 나름 군사력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걸?
승낙이라기도 거절이라기도 애매한 답, 아무래도 공무 중에 사사로이 만나고 말고를 정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마리안느는 눈을 내리깔고 차를 한 모금 더 넘겼다. 이 정도로 넘기는 편이 낫겠다. 운은 떼어 놨으니 여건이 되면 그가 불러 주지 않겠는가. 아니라도 지나가는 말처럼 유야무야 흘러갈 테고.
뒤이어 나온 얘기도 대답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제국의 평화로운 황실과는 달리, 옥좌로 인해 골육상쟁도 벌어지는 나라들. 어디 나라들뿐일까?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았을 뿐, 영지를 보유한 귀족들 중에도 상속을 둘러싸고 암투를 벌이는 이가 없다고는 못하리라. 더러는 부귀영화를 갈망해서, 더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펼치고픈 포부가 있어서, 더러는 자기가 아니면 국가 혹은 가문이 결딴나고 말 거라고 염려해서, 더러는 정점에 서지 못하면 목숨을 보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혹은 그 모든 동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어떻게든 권력을 잡으려고 드는 것이겠지. 생각하면 섬뜩하면서도 씁쓸한 일이나, 그는 그 화제를 더 이어갈 생각은 없다는 듯 말을 끊고 차를 마셨다. 결국 하나마나인 소리나 보태고 말았다.
"폐하께서 영명하시어 황실엔 그런 변란이 없으니, 제국의 홍복인 듯합니다."
적절한 대처를 모르겠어서일까? 이제까지 평화롭게만 느껴지던 분위기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어쩌지? 무슨 얘깃거릴 꺼내야 하나? 적당한 화제가 없나 절절매던 중, 그의 농담에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어투로 보나 앞서 내가 던진 실없는 소리로 보나 진지한 발언일 리 없건만, '마리는 한 명뿐'이라는 울림은 자꾸만 귓전에서 메아리쳤다. 일일이 동요하지 좀 않았으면 좋겠는데. 뭐라 대꾸도 못 한 채 차를 티스푼으로 저어 댔다. 각설탕을 안 넣는 이상 오히려 더 어색한 짓이다만, 무엇에든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면 잡념만 불어날 것 같았다.
그나마 그가 다시 스콘을 들기 시작한 게 다행일까. 사실 스콘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빵이라기엔 뻑뻑하고, 쿠키라기엔 퍼석하며, 밀가루 특유의 텁텁함은 진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차의 곁들임 음식으로 스콘이 빠지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은 스콘이 구세주 같다. 뒤따라 한 입 먹자마자 역시 맛으로는 좋아할 수 없음을 절감하고 차로 입을 헹구긴 했다만. 명색이 주최자인데 다과회에 내놓은 게 비선호 음식이라니, 아이러니하기도 하지. 그래도 접대란 무릇 손님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고, 그는 먹고서 흡족한 기색이니 괜찮겠지. 하지만 스콘은 정말 차 없이는 못 먹겠다. 아니, 제일 위층의 음식도 하나같이 단것이니 차 없이 들긴 곤란하겠다. 단맛이 은근히 있는 장미 차보다는 세컨드 플러쉬가 낫겠고. 마리안느는 종을 흔들어 시종에게 세컨드 플러쉬를 가져와 달라고 지시한 다음, 그에게 웃어 보였다.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입니다. 그렇게 극찬해 주시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그러고 차의 힘(?)으로 남은 스콘을 마저 먹었을 즈음, 앞서 지시를 받은 시종이 세컨드 플러쉬를 담은 찻주전자―이번에도 헝겊 덮개로 감싸이긴 매한가지였다.―와 빈 잔을 준비해 왔다.
"타르트는 전에 드셨던 홍차와 함께 드셔 보실는지요?"
그가 장미 차를 계속 마시는 걸 선택하면 시종이 홍차는 나중에 따를 것이고, 홍차를 마시는 걸 선택하면 장미 차를 담은 주전자와 찻잔을 정리하고 새 찻잔에 홍차를 따를 것이다.
"그 정도의 평이 나올만한 맛이니까요.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굳이 억지로 제가 먹는 것은 먹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드셔도 괜찮아요. 혹은 들지 않아도 괜찮고요.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일전에 한번 이곳에 왔을 때 마리안느의 모습,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는 마리안느의 식성을 떠올리며 알렌은 그렇게 이야기했다. 자신의 입에는 너무나 잘 맞고 행복한 맛이긴 했으나 그녀에게는 어쩌면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달콤한 것을 그렇게 즐기는 것 같진 않아보였으니까. 그렇기에 혹시나 억지로 힘겹게 먹는 것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듯,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남은 선택은 마리안느의 몫이었기에 그는 굳이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전에 먹었던 홍차와 타르트를 함께 드셔보지 않겠냐는 그 말에 알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새 찻잔이 자신의 앞에 놓여졌고 새로운 홍차가 천천히 그 잔에 차올랐다. 이어 그는 잔이 다 채워지고 시종이 물러나자 타르트를 입에 넣었다. 천천히 씹으면서 그 신선한 맛과 과일 특유의 달콤함, 그리고 그 맛과 조합이 잘 맞는 타르트의 식감을 알렌은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향긋하면서도 달고,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었으며 부드러운 것이 제 입에 딱 맞았다. 앞에서 먹었던 샌드위치나 스콘보다 훨씬 더 맛이 좋았으며 아마 먹는 사람들 대다수가 만족스러워하고 하나 더 먹고 싶어하는 맛이 아닐까 알렌은 절로 생각했다.
허나 자신은 황족. 너무 흥분하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순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기품을 지키며 차에 담긴 세컨드 플러쉬를 입에 담았다. 이전에 먹은 적이 있던 홍차의 맛이 다시 입가에서 서서히 떠올라 자신을 기억하겠는 듯, 혀를 자극했다. 달콤한 느낌이 있는 마리안느 타르트와 달콤함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향긋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감도는 세컨드 플러쉬의 조합은 그 자체로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타르트를 먹는 이에게는 장미차보다는 이 차를 제공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장미차와 함께 먹어도 나쁘진 않겠지만 단 맛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질 것 같거든요. 적어도 제 입에는 이 차와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마리안느 타르트 말입니다만..."
아직 남아있는 트레이의 마리안느 타르트를 바라보며 그는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그녀에게 향한 후에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제가 여자가 아니어서 다과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네요. 그 정도로 너무나 마음에 드는 맛이에요. 달콤한 것을 즐기지 않는 이도 충분히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물론 달콤한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달콤한 맛이에요."
물론 이대로 내올지, 조금 더 특색과 맛을 살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 타르트를 외부인 중에서는 자신이 제일 처음 먹었다는 사실이 괜히 기분이 좋아 알렌은 좀처럼 기분 좋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괜찮다면 언제 황실에 큰 파티를 열거나 할 때, 제공해줄 수 있을까요? 이 타르트를 말이에요."
물론 그 제안을 거절한다고 해도 상관없다는 듯, 알렌은 곤란하면 얼마든지 얘기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일단 대답을 기다리려는 듯, 알렌은 마리안느의 눈가만 가만히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네. ㅋㅋㅋㅋㅋ 정말로 먹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맛이었는데! 으으. (발 동동) 그렇게 재현하는 이도 있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맛을 완전히 100% 재현하는 이는 적은 편인 것으로 알거든. ㅋㅋㅋㅋ 그래도 능력자들은 알 수도 있긴 할테니까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네. 아앗...ㅋㅋㅋㅋㅋㅋ 그 사실을 알면 아마 알렌이 로덴버그 가에 직접적으로 찾아오는 일은 적어지지 않을까 싶어. 괜히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거니까 미안해서 말이야. 대신 밖에서 마리안느와 자주 만나게 되겠지만!
아앗..너무 귀여운 졸라대기다! ㅋㅋㅋㅋㅋ 뭔가 단순하면서도 귀여워! 결국 적응한다는 결말까지 완벽한걸?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마리안느가 여러모로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절로 드네. 물론 마리안느가 그 부분은 알아서 잘 할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장에서 본다면... 음. 말이의 저런 행동보다 더 심한 말들이 현실에도 있다고 하니까 저 정도면 귀여운 편이지 않을까? TV에서 골드십이라는 말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진짜 엄청나더라고.. 와. 저런 말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상황극에서까지 굳이 고난이나 계획의 어려움을 살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물론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나도 기왕이면 순조롭게 성장한다는 쪽이 좋으니 말이야! 사실 타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면 군사력이 좋건 싫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 그만큼 중요한 땅이기도 하고! 시골이라면 모를까. 성장하게 되어서 도시가 되면 타국에서도 상당히 눈독을 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음. 아마 군사분야에서는 알렌이 좀 더 능력치가 높을 것 같긴 해. 황실에서 기본적으로 배운 것들이 있으니 말이야. 그래서 아마 본격적으로 리멜트가 성장하게 되면 알렌이 군사나 외교 쪽으로 나름 힘을 써서 마리안느가 리멜트를 크게 성장시키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지 않을까 싶어.
굳이 안 먹어도 된다는, 염려하는 듯한 말에 눈이 크게 뜨였다. 편하게 해 주려는 그의 마음 씀씀이에 놀란 것 반, 포커 페이스에 실패했다는 난감함 반이었다. 연신 호평하면서 먹던 중에 저렇게까지 말하다니, 그렇게나 티가 난 걸까? 다과회 때도 이러면 곤란한데. 실소가 새는 것조차 겸연쩍게 느껴져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나 티가 났습니까? 다과회 때는 안 그래야 하는데요..."
다과를 대접하는 주최자가 맛없게 먹으면 그 무슨 결례란 말인가. 데뷔 무대에서 악명을 얻고 말았으니 다과회에선 만회해야 하는데. 맛있게 먹는 거처럼 보이게끔 연습이라도 해야 하나? 샌드위치는 괜찮을 거 같고, 스콘도 차랑 마시면 텁텁하긴 해도 그럭저럭 먹겠지만... 트레이 3층의 각종 단것과 마리안느 타르트를 본 순간 그냥 한숨이 나왔다. 저걸 다 만족스럽게 먹는 척해야 하다니, 암담하다. 그러는 사이 시종이 새 찻잔에 세컨드 플러쉬를 따라 주었다. 차나 마저 마시려는 찰나, 그가 눈을 반짝이며 타르트를 먹기 시작했다. 태도만 보면 점잖다 못해 조심스러워 보일 정도지만, 환한 얼굴을 뛰노는 생기만은 감추어지지 않았다. 그의 취향에 꼭 맞는 맛인 게 틀림없었다. 쿠키를 드실 때도 그렇고, 단거 정말 좋아하신다니까. 그 점을 의식해서일까? 차를 드는 모습이 고상하고 단정해 보이면서도, 마냥 해맑은 소년 같기도 했다.
타르트는 세컨드 플러쉬와의 조합도 괜찮았던 모양인지, 장미차보다는 홍차가 어울리겠단다. 트레이 1, 2층의 다과를 먹을 땐 장미 차를, 3층의 단것들을 먹을 땐 홍차를 올리는 걸 기본으로 하라고 지시해 두는 게 좋겠다. 시그니처 디저트도 정했고, 자잘한 준비까지 착착 진행되니 막연히 맴돌던 불안감도 가시는 것 같다. 그가 성심껏 소감을 얘기해 준 덕이다. 그 점을 사례하려는데, 그가 밝지만 침착한 표정을 띠고 마리안느 타르트에 대한 평을 덧붙였다. 행복한 맛, 그보다 더한 극찬이 어디 있을까. 파티셰가 들었다면 모르긴 해도 영광이라고 신났을 거다. 절대 빈말이 아님을 입증하려는 것처럼, 황실 파티에 올려도 되겠냐는 말까지 들었다면 더더욱. 흑기사의 안장을 얻었을 때보다 더 기꺼운 건 아닌가 싶어지는 말간 웃음이 곱다. 한여름 햇살을 가득 받은 수풀처럼 싱그럽기도 하다.
"황실의 일정을 알려 주시면 파티셰에게 일러 두겠습니다. 그리고, 저야말로 기쁩니다. 사교계의 일원으로서 처음 주관하는 행사에, 제 이름을 걸고 내놓은 디저트니까요. 하여..."
저도 모르게 재잘대다 아차 했다. 덥다. 목은 홧홧한 가운데 뻑뻑하게 막혔다. 나온 말을 끝까지 뱉지도 얼버무리지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애꿎은 차나 들이켰다. 더 덥다. 그래도 목구멍은 뚫린 것도 같다. 그 여파인지 말이 주룩 빠져나가 버렸다.
"...전하께 제일 먼저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땀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사실이긴 한데 사교계식 유혹보다도 선을 넘은 소리 같기도 하고, 속이 와글거린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열이 오른 것 같다.
/ 하긴 대개는 재료만맞혀도 용하긴 할거같아요(°⌓°˶)ゞ 완벽하게 재현해버리는 절대미각도 있겠지만요(✧~✧ ) 근데 알렌이야 로덴버그가에서 쿠키나 달다구리먹으면서 노니노니해도 될텐데요(#°3°) 어차피 공작이 보상은 두둑히할테니까요(책임회피)
이 타르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 혼자만 먹기에는 아쉬웠다. 물론 다과회가 열리면 다른 이들도 먹기야 하겠지만, 그 다과회에 참여한 이 한정으로만 먹게 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좀 더 다양한 이들이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그는 그렇게 제안했는데 돌아오는 답은 꽤나 긍정적이었다. 황실의 일정을 알려주면 파티셰에게 일러주겠다는 말은 만들어서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물론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일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그녀가 나름 만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알렌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자신에게 제일 먼저 자랑하고 싶었다는 말까지 나오자 알렌은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가 실례하겠다는 말과 함께 그는 주머니에서 어릴 때 그녀가 선물한 그 손수건을 꺼내서 자신의 입가를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그리고 손수건을 다시 곱게 접어 주머니 속에 집언허은 후에 이야기했다.
"다과회의 주체는 제가 아닌데 저에게 가장 먼저 자랑하고 싶었다니. 뭔가 더 감동이네요. 오늘 찾아온 것도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에요. 원래라면 당신을 만나고, 당신을 리멜트에 갈 때 데려가겠다는 의사만 밝히고, 허락을 구한 후에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목걸이도 받고, 이런 맛있는 것도 먹게 되고... 오늘은 좋은 일만 가득한 날이네요."
여기에 오기 전까진 사실 이런 일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사실 마리안느를 데려가는 것은 공작은 단번에 허락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후에 그녀가 계속 이런 모습을 보이니 괜히 기분이 좋은지 그의 입가에선 미소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제 입에는 잘 맞고, 다른 이들 입에도 어지간하면 잘 맞을테니 아마 다과회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이상, 문제없이 마무리가 될 거예요. 그건 그렇다고 쳐도... 이런 맛있는 것을 대접받았으니 그냥 잘 먹었습니다..로 끝내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물론 그녀는 특별히 뭘 바라고 한 것은 아니겠고, 아니. 자신의 호감을 사려고 한 행동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그건 자신 역시 생각하는 것이었기에, 이를테면 리멜트에 갈 때 그녀를 데리고 가겠다고 한 것도 어느 정도 계산한 행동이었기에 피차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특별히 뭔가를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닐테니 거절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황자로서 그냥 넘기기는 조금 힘들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입을 열었다.
"혹시 바라거나 원하는 것이 있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제 이름을 걸고 이뤄드릴게요."
맛있는 것을 대접받았고, 좋은 선물도 받았으니 역시 자신도 뭔가를 해주긴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알렌은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야말로 황자의 이름을 걸겠다는 것. 그것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답례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야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만드는 것 자체는 상당히 힘들테니 말이야. 사사롭게 자신 하나 때문에 쓸데없이 일을 시키는 것은 알렌이 조금 미안하게 생각할 것 같아.
저때만큼은 상당히 완강하구나. 뭔가 저렇게 꾸짖고 지적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결국 말이도 포기하는 날이 오겠구나. 하지만 반대로 알렌이 찾아올 때 나 챙겨주려는건가?! 하고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상상이 들었어. 그리고 골드십은...ㅋㅋㅋㅋㅋ 나도 우연히 TV에서 봤었는데 엄청났었지. 저런 말도 있구나...싶더라구. 하지만 그 성격과는 다르게 상당히 사랑받고 인기도 좋은 말이래.
확실히 도적들은...(납득) 하지만 황자과 그 비가 있는 곳이니 잘못 건들면 큰일날테니까 어느 정도 사리거나 신중하게 움직일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확실히 그렇게 되면 분업이 되긴 하겠네! 알렌이 황제가 될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만일의 경우라던가 기본 교양으로 배운 것은 많으니까 분명히 군사학도 있을 거야. 이렇게 리멜트는...정말로 살기 좋은 낙원이 되겠구나.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에게 가장 먼저 자랑하고 싶다는 감정이 생긴 까닭은 무엇일까?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 그건 왜? 뭐라고 반응할지 궁금해서? 잘했다고 인정받고 싶어서? 내가 한 일에 기뻐하는 걸 보고 싶어서? 긍정적인 반응만 돌아오리라는 건 너무 터무니없는 기대 아닌가? 그렇게 자조하면서도 기대가 사라지진 않았다. 그라면, 부정적인 반응을 하고 싶어지더라도 내 입장을 고려해서 해 주지 않을까 하는. 아마 그런 기대들이, 그에게 이것저것 알리고픈 마음을 부추기는 거겠지. 사교계에서 활동해야 하는 처지 치곤 너무 분별없는 마음일까. 쑥스럽고 스스로가 철부지 같으면서도 묘하게 마음이 훈훈한 것도 같은 게 묘하다.
잡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얼굴만 붉히고 있는데,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눈을 들어 보니, 이번에도 그는 어릴 적 마리안느가 줬던, 그 손수건을 가지고 왔다. 정말로 잘 써 주고 있구나. 저런 분이기에 기대가 계속 생기는 거 아닐까. 곁눈질은 결례 같아 얼른 시선을 내리까는데, 즐거운 듯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감동이라고 해 주는 것이며 좋은 일만 가득한 날이라 말해 주는 게 뿌듯했다. 내게 호의를 갖고 성심성의껏 대해 주며, 내 언행에 기뻐도 해 주는 게 똑똑히 보여서, 고맙고 든든하기도 하다. 다과에 대한 호평 덕에 다과회 걱정도 한결 덜어졌고.
그때 그가 답례를 하고 싶다며 원하는 게 있냐고 물어 왔다. 한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의 성품으로 보나 이름을 걸고 이루어 주겠다는 발언으로 보나 그냥 해 보는 소리는 아닐 테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가장 바라는 거야 결혼 아니면 리멜트를 가질 수 있는 공식적인 지위지만 그건 다과회 답례로 바라기엔 너무 터무니없고, 일전의 과소비로 용돈이 궁해졌긴 하지만 답례로 돈을 거론해 버리면 좀스러운 건 둘째 치고 거래가 되어 버리니 싫다. 뭐가 좋을까? 꽤나 궁리한 끝에야 한 가지 아이디어가 뇌리에 떠올랐다.
"좋은 조언을 해 주셨으니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 할 입장인데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기회를 주셨으니 감히 청해 보자면... 황궁 도서관을 한번 구경해 보고 싶은데, 어떠실지요?"
책이 얼마나 많을지, 학술서나 교양서만 많을지, 소설도 많을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가 어떤 책을 많이 읽었을지 같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으면 더 좋고.
/ 정원정리를 도와달라고 해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지금 이미 정원이고 다과회대비로 싹 정리했을거라 뭘 고를까하다가(˶◉_<˶) 도서관을 골랐어요σ(°ー°*)
당근이나사과 주는거야 마음만먹으면 할수있지만 리멜트는 가고싶다고 갈수있는곳이 아니니까요◔︵◔ 마리안느가 계속 안된다고만할때 알렌이오면 나대접하러왔냐 인간? 하고 반갑다고 히힝거릴지도 모르겠어요(^︵^๑)ゞ 골드십이 인기가좋다니 아무리 잘달린다지만 너무 괴팍하고 종잡을수없는 말이던데 그런면이 재미난쇼를 하는거처럼 보여서일까요?(◉⌓◉゚。)
그냥 부유한 국경도시가 아니라 황자전하의 영지라 함부로 깔짝거리다간 선전포고로 간주될지도 모르니 알렌이 키워주는 군사력과 별개로 전쟁억지력도 확보되겠네요(~‿~๑) 그렇게 부자도시가 되고 국경지대답게(?) 이웃나라랑 문화적으로도 교류가 이루어지면 마리안느가 되게 보람느낄거같아요(づσ▿σ)づ
과연 어떤 것을 이야기할지 나름대로 기대를 해보기도 하고, 궁금증을 품기도 하며 답을 가디라는 도중 마리안느의 입에서 황궁 도서관을 구경해보고 싶다는 말이 나오자 알렌은 고개를 위아래로 천천히 끄덕였다. 충분히 그녀의 입에서 나올법한 답이었다. 이전에도 한번 이렇게 도서관에 대한 언급이 나온 적이 있었으니 특히나.
"구경하고 싶다면 얼마든지요. 하지만 허락을 먼저 구해야할테니 지금 당장은 힘들 것 같고 조만간에 한번 초대할게요."
혼자서는 들어갈 수 없지만, 자신과 함께라면 아무런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알렌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가슴가를 약하게 툭툭 쳤다. 하지만 도서관의 책들을 보고 그녀가 실망하지 않을까 조금 우려가 되었는지 알렌은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질문했다.
"다만 안에는 연애 소설이라던가 그런 것은 없다시피할텐데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물론 책 그 자체를 좋아한다면 그 도서관은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은 곳이겠지만, 오락 소설 등을 좋아한다고 한다면 조금 지루할수도 있는 공간이었다. 물론 마리안느라면 지루해하진 않고 오히려 호기심을 품을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우선 그녀에게 괜찮을지의 여부를 물으면서 그는 조용히 그녀의 답을 기다리다 조금 더 설명했다.
"물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도 있긴 해요. 하지만 아무래도 학술용 서적이 많다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을 거예요. 저희 황가의 막둥이가 그것 때문에 황궁 도서관을 싫어하기도 하고요."
아직 많이 어린 그 아이를 떠올리며 알렌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열 살 정도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기에 더더욱. 그런 아이들은 글이 많은 책보다는 그림이 많은 책을 좋아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 막둥이는 그러기도 했고.
어쨌든 마리안느가 괜찮을지의 여부를 알기 위해서 알렌은 입을 꾹 다물고 마리안느를 바라보며 답을 기다렸다.
/도서관은 아마 한번은 다시 이야기가 나올 것 같긴 했는데 여기서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어떻게 보면 정말로 적절한 소원인걸?
ㅋㅋㅋㅋㅋㅋ 그건 그렇긴 하네. 자기가 일하는 것이 아니니까 아무래도 좋기는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늘 밖에서만 보진 않을테고 안으로 찾아올때도 있긴 할테니까! 그건 이제 또 그때그때 따라서 달라지겠지. 아무래도!
절로 말이의 울음소리 톤이 떠올랐어! ㅋㅋㅋㅋ 뭔가 살짝 기대하면서도 왜 안 가? 하면서 칭얼대는 느낌도 있을 것 같고 말이야.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되면 알렌이 리멜트로 이동하게 될텐데 그때 당연히 말이도 가게 될테고.. 말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절로 궁금해지는걸? 일단 마리안느는... 지금까지의 묘사를 보면 좋아할 것은 확실해보이고 말이야! 음.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사실은 자신이 그 괴팍한 행동에 당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말이야!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경을 하는 입장이지. 그 말을 실제로 돌보는 것은 아닌걸! 물론 돌보는 입장이라고 해도 뭔가 묘한 매력이 있다고 하니까 좋아할 것 같지만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리멜트는 두 사람이 결혼하면 오래오래 발전하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는걸? ㅋㅋㅋㅋㅋ 그리고 자연히 마리안느의 이름도 리멜트의 역사에 남게 되겠구나! 아마 그런 외교적인 것도 알렌이 맡아서 하지 않을까 싶어. 물론 마리안느가 같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고 마리안느의 허락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알렌이 마리안느도 대동해서 같이 설명을 듣겠지만 말이야. 마리안느가 뿌듯해질수 있도록 이 이야기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기도를 해야겠는걸? ㅋㅋㅋㅋ
황궁 도서관은 어릴 적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다. 온갖 학문과 문화를 선도하는 제국에서도 가장 크다는 도서관. 거기엔 책이란 책은 다 있어서 원하는 책은 뭐든 읽을 수 있는 건 물론, 마음만 먹으면 거기의 책으로 궁전도 뚝딱 지을 수 있을 거라고, 어릴 적에 그런 공상을 했었다. 그렇게 상상 속에나 남을 별천지라 여겼는데, 로덴버그 가의 양자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그랬을 텐데. 지금 그는 별일도 아니라는 듯 끄덕이더니 선선히 대답해 준다. 조만간 초대하겠다고. 더 얼떨떨한 일을 이미 겪었건만―이미 황궁에도 두 번이나 가 보지 않았는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얼떨떨했다. 그 바람에 그가 우려 사항(?)을 얘기하도록 아무 말 못하고 있었다. 이거 결례겠다. 얼굴을 가리고 싶어지는 걸 꾹 참고 말문을 열었다.
"그 점은 괘념치 말아 주십시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도서관이니,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진귀한 경험 아니겠습니까."
허둥대는 것처럼 보이진 않아야 할 텐데. 제 모습이 어찌 보일지 모르겠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손수건으로 입을 닦는 척 얼굴을 반나마 가렸다.
다행히 많이 어색하진 않았는지, 그는 학술 서적이 많아 지루할지도 모른다고 염려해 주었다. 황실의 막내―4황녀를 가리키는 것 같다.―도 그래서 황궁 도서관을 안 좋아한다면서. 이 부분은 환상이 깨지긴 한다. 무슨 책이든 다 있을 줄 알았는데, 여가를 위한 책이나 어린이를 위한 책은 오히려 부족하다니. 아이러니하다. 이래서야 한낱 그림책을 선물해도 4황녀께는 귀한 선물이 될 판 아닌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황궁 도서관 구경이 진귀한 경험이라는 사실이 바래지는 않을 것 같다.
"소설 말고는 대부분 문자나 간신히 식별하는 정도입니다만, 그나마 역사서에는 관심이 있는 편입니다. 더구나..."
말하는 게 나을까, 삼키는 게 나을까? 얼른 가늠이 되지 않았다. 못할 소리는 아니다만 너무 곧이곧대로 말하는 건 숙녀답지 않을까 봐 염려스러웠다. 이상한 건 그러면서도 오기가 든다는 거다. 못할 말일 건 또 뭐람? 더 알고 싶다고 하신 건 전하인데. 결국 심호흡에 헛기침까지 해 가며 목청을 다듬어 버렸다.
"전하께서 어떤 책을 읽어 오셨는지, 어떤 책을 좋아하셨는지도 보고 싶습니다."
말하자마자 쑥스럽다. 아까부터 너무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거 같잖아. 티스푼으로 차를 휘젓는 것도, 찻잔을 움키고 있는 것도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뒤늦게 화제를 돌리려 해 봤지만, 4황녀께서 동화책은 좋아하시냐는 소리나 나왔을 뿐이다.
일단 그녀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렇다는 것으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납득하기로 했다. 허나 조금 불안한 것도 사실이었다. 일단 그녀가 좋아할법한 소설은 적은 것은 분명했기에. 이전에 한번 도서관에 가서 찾아본 적이 있지만 좋은 성과는 얻지 못하기도 했었고.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손수건으로 입을 닦는 것 같은 마리안느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 역사서라면 많아요. 황실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이 제국의 역사, 그리고 다른 나라의 역사라던가. 그래서 역사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쉽게 풀어 쓴 책도 있고, 정말로 어려운 책도 있긴 한데..."
더구나라는 부분에서 말을 끊는 마리안느의 말에 알렌은 우선 역사서에 대해서 대답했다. 어차피 자신도 같이 동행할테니 이해하기 어려워하거나 내용을 어려워하면 설명해주면 되겠거니 생각을 하나 너무 어려운 책은 자신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책을 묻지 않기를 살며시 바라며 알렌은 마리안느의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다 마리안느가 심호흡에 헛기침까지 하다가 하는 말에 알렌은 두 눈을 깜빡였다. 생각도 못한 물음이었다. 자신이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알고 싶다니.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는 의미일까? 그와 동시에 오늘따라 마리안느가 평소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 물음은 저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참고로 전 추리를 하는 그런 소설, 역사서, 활쏘기에 대한 책을 특히나 많이 읽었어요."
여기서 제목을 하나하나 말하기는 애매하니 정확한 것은 도서관에 가면 직접 보여주겠다고 하며 그는 곧 이어지는 말에도 이어 대답했다.
"막둥이요? 막둥이는 책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물론 이야기를 해주면 좋아하기는 하는데, 직접 읽으라고 하면 싫어하는 편이에요."
가끔 있잖아요? 전형적으로 책은 잘 안 읽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떠올리면 될 거예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허나 그런 모습이 또 그 나이의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투정 부리는 것이 정말 귀엽다고 말을 잇는 알렌의 표정엔 밝은 미소가 번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제 가족을 정말로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아. 혹시 도서관을 본 후에, 이런 책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던가 의견을 들려줄 수 있을까요? 저희 황가 사람들에게는 당연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이것이 부족하다. 이런 책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라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안타깝게도, 대신들 중에서는 아직 그런 의견을 얘기하질 않네요. 당연하다면 당연하긴 한데."
어쩌면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마리안느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알렌은 그런 기대감을 품으며 마리안느의 답을 기다렸다.
/확실히 역사서가 조금 더 접근성은 좋겠지! 역사는 귀족들에게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고 공부를 해야했을테니 말이야. 하지만 실제 도서관에 가면 이런저런 소설은 또 있긴 하니까 마리안느도 역사서가 아니더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은 분명히 있을거야! 어차피 설정을 하면 되는 문제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 말이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막 연상이 돼. 확실히 말이도 받아들이긴 해야지. 세상이 말이에게 다 맞춰줄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야. 이렇게 썰을 들어보면 마리안느가 고향인 리멜트를 정말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이 절로 느껴져. 그렇기에 괜히 알렌도 옆에서 응원해주고 싶고, 지지해주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는걸. 음. 그래도 일단 자신이 돌보는 말이니까... 애정은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물론 사람마다 호불호는 다를테니 싫어하는 이도 있겠지! 돌보는 이 중에서도!
사실 알렌과 마리안느가 서로간에 권력다툼을 하고 그러진 않을 것 같은걸. 딱 서로 전문분야를 맡아서..마리주 말대로 협플을 잘 할 것 같기도 하고! 리멜트도 잘 발전할 것 같고! 확실한 것은 알렌도 슬슬 변화를 눈치채게 될 것 같아. 이 정도라면! 물론 알렌 입장에선 좋으면 좋았지. 싫거나 나쁜 것은 없겠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