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어딘가로 가는 마리안느의 모습에 알렌은 알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건 공무 중이었기에 그는 가만히 주변을 바라봤다. 하지만 역시 당장 큰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처음 오는 사람들도 길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이정표 같은 것이 있으면 어떨까하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돌아가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또 잠시 둘러봤다.
그러는 와중 마리안느가 돌아오는 모습이 보이자 알렌은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어디로 갔는가 싶었는데 책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서점에 갔다온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저 종이 봉투는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알렌은 일단 내민 물건을 받았고 그 내용을 확인했다. 봉투 안에는 쿠키가 여럿 들어있었고 책의 제목은 날 용서하지 마세요 라고 되어있었다. 상당히 낯익은 제목이었다. 일전에 자신에게 추천했던 바로 그 책인 것일까? 그런데 굳이 이 타이밍에서 이 책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의 제목으로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괜히 고개를 갸웃했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그는 다시 한 번 책을 바라봤다. 이 책이 아무래도 보통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고개를 올려 그녀를 바라봤다.
"쿠키는 고마워요. 제가 살까 했었는데. 그건 그렇고 이런 책까지 주다니. 이 책을 읽은 후에 답을 주겠다고 전해달라는 말이죠? 알겠어요. 아마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읽어볼 것 같네요. 그 분은."
적어도 책의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이 책을 일단 읽어달라고 요청하는 것 같았기에 알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자 읽는 것은 불가능하나 나중에 성으로 돌아가서 개인 시간을 보낼때 천천히 읽어보면 되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안 그래도 구해보려고 한 책인데 여기선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신기하네요."
역시 성에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것들이 없다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책은 떨어뜨리지 않게 잘 챙기고 봉투 안의 쿠키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그는 그녀에게 하나를 내밀까 했지만 전에 만났을 때 쿠키를 먹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하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이 쿠키도 당신의 입에는 별로 맞지 않나요?"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는 굳이 줄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먹으면서 걸어가는 것 또한 쉽사리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건 기본적인 매너에 어긋나는 행위였으니까.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만큼 지켜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은 역시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불평불만 없이 수행하려고 하며 그는 시장 안 쪽을 더욱 살피면서 전체적으로 천천히 둘러봤다.
"일단 이곳은 다 본 것 같네요. 그럼 다음에는 경매장으로 가봐야겠어요. 혹시 위치 알고 있으신가요? 어릴 때 가보긴 했지만, 역시 지금 와서는 길이 잘 생각나지 않네요. 하하."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음. 그래도 마리안느의 감정선은 잘 잡혀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지금 해설을 들으면서 좀 더 마리안느에 대해서 확실하게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말이야. 그야말로 [나를 용서하지 마세요]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상황이로구나.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다르겠지만 말이야. 그와 동시에 저렇게 걱정하고 겁내는 것을 보면 역시 마리안느는 자상하고 착한 아이가 맞는 것 같아. 덧붙여서 나도 이번 주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 밤까진 워터파크 리조트로 놀러갈 예정이기 때문에 아마 상판에는 오기 힘들 것 같아! 슬슬 일정을 말해놓을게!! 아무튼 잘 자! 마리주!
하루 일을 마치며 나도 갱신이야! 김에 저녁도 먹고 왔지! 일단 알렌의 답을 잡담으로 미리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나중에 일상으로 직접 전해주는 것이 좋을까 고민이 되기는 하는데 마리주는 어떤 쪽이 좋니? 그리고 결국엔 그것도 다 자상하고 착하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정말로 심성이 나쁘면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고 그냥 옿다구나 하고 기회부터 노리려고 할 것 같은데.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응! 그렇게 될 것 같네. 아무래도. 아무튼 잡담을 잇는 것은 나도 좋아하니까 그 부분은 편하게 해도 괜찮아!
들켜버렸구나! (옆눈) 사실 지금도 하루하루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중이야. 금요일이 왜 이리 먼지 모르겠네! ㅋㅋㅋㅋㅋ (옆눈22) 음. 그러면 역시 나중에 일상때 직접 들려주는 쪽으로 해야겠어! 아무래도 그쪽이 조금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야. 이것만큼은! 그러니까 알렌이 저 소설을 읽고 뭘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할지는 아직은 비밀인 것으로! ㅋㅋㅋㅋㅋ 일단 오너적으로는 그 흑심(?)이 상당히 귀엽게 보이는걸. 정작 알렌은 그 흑심을 알긴 해도 그게 뭐? 라는 느낌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없기도 하고. 오히려 알렌이 너무 훅훅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긴 하지만... 캐입을 하다보니 이렇게 되네. 흑흑. 알렌 이 녀석. 자제를 좀 해라!
저도 금요일이 멀게만느껴져요 주말 언제와 주말......。(づᗣ<。)゚。 에엣 그런가요?(・о・) 결혼을 바라는 동기 중에 제일 강려크한게 신분과 지위인셈이라。゚(。σ﹏σ)ゞ 찐사랑을 바라는 로맨티스트면 자기자체를 봐주길바랄거 같기도해서(¬ ¬ᅇ) 현타올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게다가 캐입으로 나온 직진이라니 알렌이 마리안느를 마음에 들어해주는 거같아 다행이다싶어요(˶◕◡◕˶) 그나저나 오늘 체감온도 33도이상이라고 난리던데՞՞(ᗒ﹏ᗕ)՞՞ 무더위 조심하시고 하루 잘넘기세요(˶゚∀゚˶)
시간을 들여 읽어 보겠다는 말에 마리안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황궁 도서관에서 찾기는 여의치 않았는지 쉽게 구한 게 신기하다는 말에는 어쩐지 미소가 머금어졌다. 로맨스 소설과는 영 연이 없었던 모양이다만, 이번에 저 책을 읽으면, 정열을 보답받기는커녕 도리어 이용당하는 남자 주인공을, 그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그게 만족스러우리라 생각할 리는 없고―나부터가 못 그런다.― 읽다 보면 정열이라는 게 그 인물과 같은 손해를 감수하고 추구할 만한 것인지를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그런 뒤에 내린 결정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그로서도 심사숙고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그 결과 지금의 제안이 철회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그가 나를 결혼 상대로 고려하지 않게 될 수도 있지만, 그러니 지금 내 결정을 공작 내외께서 아시면 무슨 어리석은 짓이냐며 기함을 하시겠지만,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기대하는 정열에 젖은 부부라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철저히 이익을 고려해 이성적으로 결합한 부부 사이를 상정해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신뢰일 테니까.―신뢰 없이는 상대에게서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지 않은가.― 그러니 그의 바람에 부응할 수 있을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다면, 관계를 진전시켜 봤자 깨지는 건 시간문제이리라. 이래 깨지나 저래 깨지나 마찬가지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확실히 짚겠다!
어쩐지 비장한 기분으로 숨을 고르던 중, 쿠키는 별로냐는 물음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일전에 맛없어 하는 티가 어지간히도 났었나 보다. 겸연쩍어 시선을 낮추고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습니다만 한 번에 많이 먹기는 어렵습니다."
입안이 텁텁해지지만 않으면 꽤 먹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먹는 게 훨씬 만족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경우도 차나 커피를 들다 보면 배가 차 버리니 역시 2개까지가 한계였다. 그나저나 이 정도로 쿠키를 좋아하시면, 어린 시절에도 쿠키 가게를 그냥 지나치진 않았지 싶은데, 그땐 어떻게 했더라? 나는 말이 몫까지 당근을 사고 그는 쿠키를 샀던가? 기억이 영 가물가물하다.
그때 그가 경매장에 가 보고 싶은데 길을 잘 모르겠다며 쑥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황궁에서와는 달리 서툰 면이, 그런 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진 탓일까. 비단실 같은 연보랏빛 머리칼과 그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손가락이 새삼 고와 보였다. 마리안느는 반 발짝쯤 앞장서며 그에게 웃어 보였다.
"그때 이후 못 와 보셨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안내하겠습니다."
거짓말을 좀 보태면 시장의 모든 길은 경매장으로 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귀하든 아니든 다른 데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품들을 다뤄서인지, 시장의 가장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으니까. 물품을 내놓고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인해 왁자지껄한 가운데 긴장감이 감도는 점도 시장의 중심부답다(?)고 할 수 있다.
역시나 가까워질수록 시끌시끌한 게 경매장은 오늘도 활기가 넘친다. 이번엔 무슨 물품이 나왔을까? 큼지막한 입간판에 써 놓은 목록을 보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서진 인연> 초판? 작가의 친필 편지를 담았다는 그 인쇄본?! 그 밖에 여러 물품이 있었지만 나머지는 그다지 눈에 안 들어왔다. 냉정히 따지면 흑기사―이웃나라인 익세움 출신으로 빼어난 무용이 일대에 따라올 자가 없다고 명성이 자자했고, 그랬기에 2황자와 동시대 인물이었다면 누가 이겼을지 종종 회자된다는 인물이다.―의 안장이 가장 귀한 물건일 거고, 그래서인지 흑기사의 안장은 가장 마지막에 거래된다고 적혀 있었으나, 솔직히 알 바 아니었다. 벌써 경매가 시작된 모양인데, 늦진 않았겠지? <부서진 인연> 초판은 7가지 품목 중 2번째에 배치되어 있었던 터라―슬프지만 가치가 그리 높게 평가되지는 않았나 보다.― 조마조마했다.
"경매가 이미 한창인가 봅니다. 가시지요."
흥분한 티를 감추지도 못하고 급히 복작복작한 현장으로 들어섰다. 다행히 첫 번째 물품이 아직 경매 중이다. 남쪽 어느 나라의 밤바다를 그린 풍경화였는데, 누군가 29알더라고 외치자 좌중이 조용해졌다. 그보다 더 비싼 값을 지불할 이는, 적어도 이 자리엔 없는 거겠지. 그렇게 첫 번째 물품의 경매가 마무리되고 <부서진 인연> 초판 차례로 넘어가자, 진행자는 작가의 친필 편지가 쓰인 페이지를 펼쳐 가며 얼마나 가치 있는 책인지 강조했다.―그리 인기를 얻지는 못한, 비주류에 가까운 작품이기에 희귀하다는 얘기에 치우쳤긴 하지만.― 그 모습을 주시하며 마리안느는 결심했다. 시작하자마자 100알더 불러야지. 정석대로(?) 눈치를 보면서 가격을 높인다면 그보다 저렴하게 낙찰받을 수도 있겠지만, 자질구레한 흥정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저 책은 당신들 생각보다 훨씬 가치 있는 물건이다. 그 사실을 이 자리의 모든 이들에게 천명하고 싶었다. 혹시 알아? 그 덕에 <부서진 인연>이 새롭게 주목받아서 조금은 인기를 얻을지.
/지름신이 강림해버린 마리안느!!୧(˶✧∀✧˶)୨ 화폐단위는 알드레아제국에서 따서 알더라고 후레작명했어요「(^_^゚。)
고개를 끄덕이지만 특별히 무슨 말이 없는 그녀의 모습에 알렌은 괜히 고개를 내려 책을 바라봤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있어선 이 책의 내용이 상당히 중요한 모양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자신도 정말로 진지하게 이 책을 읽고 진지하게 대답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다짐하며 그는 괜히 책을 잡은 손에 힘을 더 꾸욱 주었다.
한편 쿠키를 많이 먹기는 힘들다는 그 말에 알렌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니 봉투 안의 쿠키 중 그나마 단 맛이 조금 덜한, 비스킷 쿠키를 꺼낸 후에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이 정도면 그래도 조금씩 먹기에는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추측하며 그는 일단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많이 먹기는 힘들다고 하니 이 이상 더 권유를 할 생각은 그에겐 딱히 없었다. 지금 이 시간을 안 좋은 기억으로 남겨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안에서 초콜릿 쿠키를 꺼낸 후에 한 입 먹었다.
"이것도 맛이 좋지만, 전에 챙겨준 쿠키에 비하면 조금 덜하네요. 로덴버그 가의 파티셰가 많이 탐나는데요? 다음에 만날 일이 있으면 성에 와서 일해볼 생각이 없는지 물어봐야겠어요."
물론 로덴버그 가에서 보내줄때의 이야기지만.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인지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가벼웠다. 한편 경매장의 길을 떠올리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서 마리안느가 안내하겠다고 이야기하며 앞장서자 알렌은 고개를 살짝 숙여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녀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그러다가 살며시 뒤로 돌아 자신의 애마, 넬라가 있는 곳을 바라보더니 다시 앞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점점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커지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근처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며 이곳으로 향하는 길을 기억하려고 했다. 오늘만 오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또 올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차후에 또 시찰을 나올 때도 이곳은 꼭 나올 것 같았기에 더더욱. 자고로 경매장에는 여러 물건이 올라오는만큼, 불법적인 물건이 올라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살며시 뒤로 돌아 기사 두 명이 제대로 따라오는 것을 확인한 후, 알렌은 다시 앞을 바라봤다. 입간판에 써진 물건 목록을 알렌 역시 체크했다. 다행히 딱히 불법적인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 쓰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올라올 예정인 물건들도 있을 수 있었기에 그는 시찰을 게을리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자신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를테면 흑기사의 안장이라던가. 그게 진품일지, 아니면 가짜일진 알 수 없었지만 일단 확인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한편 물건을 보던 마리안느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흥분한 티를 보이면서 들어가자고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알렌은 고개를 살며시 갸웃했다. 갖고 싶은 물건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경매장 자체를 좋아하는 것일까. 어차피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었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함께 경매장으로 들어섰다.
"확실히 어릴 때 본 느낌이 남아있네요. 그러면서도 달라진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안으로 들어온 알렌은 잠시 주변 사람들을 살피듯 바라봤다. 다행히 아는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만약 자신과 안면이 있는 귀족이라도 있어서 자신을 알아봤다간 보통 골치아픈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적당히 자리를 잡고 막 올라온 물건을 바라봤다. <부서진 인연> 초판. 작가의 친필 편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귀한 물건임에는 분명해보였다. 그 책을 가만히 바라보던 알렌은 마리안느를 살며시 바라보며 물었다.
"유난히 저 책을 보시는 것 같은데, 혹시 갖고 싶나요? 저 책."
물론 자신의 착각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들어오자마자 저 책을 주시하는 것이 아무리 봐도 관심이 없기보다는 관심이 있는 모습 같았다. 자신은 저 책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입장에선 다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일단 그녀에게 그 정도로만 물어보며 답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슬쩍 그녀에게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만약 가지고 싶다면 이야기해요. 저도 도와줄테니까. 쿠키를 받은 답례를 하고 싶었거든요."
물론 황가가 사용하는 돈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니, 함부로 돈을 낭비할 순 없었지만 이 정도는 괜찮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알렌은 일단 답이 어떻게 되건 경매가 시작되는 것을 조용히 기다렸다. 상품도 상품이지만 이 안에서 뭔가 수작을 부리는 이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알렌은 적어도 상대에게 자신과 같은 기준을 원하거나 강요하진 않거든. 물론 자신은 그렇게 이 사람이어야한다는 그런 느낌을 찾고 있지만 상대도 자신을 그렇게 봐주기를 마냥 바라진 않아. 그게 힘들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만큼 말이야. 물론 그렇다고 뭐든지 다 오케이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마리안느의 생각 정도라면 충분히 바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아! 알렌은 마리안느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고 있어. 그래서 살짝 썸 비슷한 느낌으로 좀 더 깊은 만남을 가져보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한 거고 말이야. 이를테면 데이트를 신청한다거나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느낌으로 말이야. 아무튼...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여기는 비가 갑자기 막 오고 번개도 쳐서 난리도 아니었어. 정전도 되고...(흐릿) 덕분에 하루 날로 먹은 것 같지만 아무래도 좋아!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오케이! 화폐 설정은 잘 알겠어!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해! 난!
<날 용서하지 마세요.>가 제 의중을 제대로 전해 주길 기원하는데, 그가 봉투에서 쿠키 하나를 꺼냈다. 다른 쿠키에 비해 맛이 담백한 편인 비스킷이었다. 내가 쿠키를 즐겨 먹지 않는 걸 배려해서 일부러 이걸 건넨 걸까. 좋아하는 걸 나누되 상대의 취향도 헤아리고자 하는구나. 황자이기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았을 텐데도.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일까. 받은 쿠키를 쪼개어 반을 먹고도 물리기는커녕 오히려 입맛이 돌았다. 원체 담백한 쿠키여서인지도 모른다만, 아무튼 쿠키를 먹고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마리안느는 남은 쿠키를 마저 먹은 뒤, 부스러기가 묻었을 손이며 입가를 손수건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우리 파티셰가 탐난다고 농담하는 그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
"저는 조금 전에 주신 쿠키가 지금까지 먹어 본 것 중 제일 맛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쿠키를 맛있다고 느낀 생경한 경험이 아니었다면, 경매 품목에 <부서진 인연> 초판이 나타난 것에 흥분하지 않았더라면, 마리안느가 주위를 조금은 더 살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그에겐 경매장 구경 역시 공무 수행의 일환이라는 점을 알아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흥분에 휩싸인 나머지 미처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경매장이 어릴 적과 비슷한 듯 다르다는 그의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제가 지나치게 몰두했음을 깨달았다. 그러고 나니 그가 경매장에 앉은 사람들을 유심히 살피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행여라도 이 자리에 4황자의 얼굴을 아는 이가 있으면, 신분을 감추고 시찰한다는 목표가 어그러지기 때문일까. 덩달아 주위를 살펴보니 다행히 데뷔 파티에서 본 귀족들은 없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매 과정 자체를 즐기는 괴짜가 아니라면, 이런 자리엔 대개 집사를 보내지 싶다.
"다른 귀족이 없는 건 어릴 때와 마찬가지라 다행입니다."
혼자 들떴던 게 미안해 겸연쩍은 투로 소곤대는데, 그가 <부서진 인연> 초판을 갖고 싶냐고 물었다. 대번에 낯이 뜨거워졌다.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를 신경 못 쓰고 있던 게 겹치니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그랬다가 쿠키의 답례를 하고 싶다는 말에 머릿속이 차게 식었다. 내가 쓰는 돈이야 용돈이니, 다 떨어져도 당분간 허리띠 졸라매고 말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가 쓰는 돈은 황실의 돈, 즉 백성들이 낸 세금이다. 개인의 오락물에 쓰는 건 안 될 일이다. 그랬기에 마리안느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갖고 싶은 게 아니라 가질 겁니다."
그러고는 진행자가 가격을 불러 보라고 외치자마자 대꾸했다. "100알더."
좌중이 수선스러워졌다. 대개는 놀라거나, 저게 뭐기에 저 가격을 부르냐는 황당함의 표현일 거다. 100알더면 내로나 하는 공예가가 세공한 보석 장신구를 사도 몇 개는 살 금액이니. 이 정도 돈을 한 번에 써 버린 이상 못해도 두 달은 사사로이 돈을 쓰기 어려울 거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알더에 낙찰되었다는 선언이 울리자 만족감이 앞섰고, 마침내 <부서진 인연> 초판을 손에 넣었을 땐 그 책을 품에 꼭 그러안았다. 이 정도 분위기면 이 작품에 호기심을 갖는 이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 해도, 그가 마음 써 주고도 무안해지는 건 싫었는지라, 제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사과를 덧붙였다.
"개인의 사사로운 일에 세금을 쓰는 건 온당하지 않을 듯해 이리 했습니다. 마음 써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엄마야(。ºдº) 여긴 햇볕쨍쨍해서 모처럼 파란하늘도 보고그랬는데 날씨가 난리였군요(°﹏°|||) 그래도 일을적게하셨고 금요일이 하루더 다가왔으니 잘된일일까요?「(^∀^゚。) 그나저나 썸이라고만 하실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데이트도 가능하다고하시니 느낌 확달라지네요!(」゜ロ゜)」 우연(을 가장한 물밑작업)으로나 공식적인 파티에서 마주치는게 아니라 대놓고 사적으로 만난다ヾ(◔◡◔)ノ 아무튼 저도 답레로 갱신이에요(°~°˶) 오늘하루도 고생많으셨어요(*≧▽≦)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가질 것이다라. 정말로 가지고 싶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일단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일단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경매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마리안느가 100알더를 말하자 알렌은 절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마리안느를 빤히 바라봤다. 100알더면 절대 작은 돈이 아니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그 가격을 외치다니. 놀란 것은 자신만이 아니었는지 다른 이들 사이에서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무도 그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이가 없었고 자연히 <부서진 인연>은 마리안느의 것이 되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알렌은 절로 손뼉을 짝짝 쳤다. 그리고 자신에게 하는 사과를 들으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확실히 당신의 말대로에요. 사사로운 일이 세금을 쓰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하지만 저 역시도 공무를 보고 그에 대한 댓가로 받는 것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마냥 놀고 먹으면서 받는 것은 아니거든요."
물론 놀고 먹으면서 적당히 돈을 받고 그 돈으로 사치를 즐기는 황족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알렌은 그런 이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은 정당하게 공무를 보고 그에 대한 댓가로 돈을 받고 있기에 너무 낭비해선 안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알렌은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방금 그렇게 이야기한 마리안느에게 알렌은 고개를 숙여 살며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고 귓속말로 조용히 속삭였다.
"그건 그렇고 마리안느. 당신이란 사람이 정말로 더욱 탐이 나네요."
딱 그 정도에서 말을 끊으면서 그는 웃음소리만 작게 냈다. 한편 다음 물건 경매가 이어졌다. 자연히 알렌은 다시 주변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제를 일으키는 이는 없었고 다들 건전하게 정정당당하게 경매에 임하면서 물건을 구입하려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과연 자신이 이 경매에 참가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어 알렌은 잠시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흑기사의 안장은 개인적으로 정말 가지고 싶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귀한 물건이라고 한다면 필시 사려는 이들도 많을테고 비싼 가격을 부르는 이들도 많을테니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돈은 낼 수 있었지만 과연 그런 행동을 옆의 이 여성이 좋게 볼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그런 고민을 하던 알렌은 팔짱을 살며시 풀었다.
"마리안느. 만약에 제가 이 경매에 마지막으로 올라오는 물건을 구입하겠다고 한다면 당신의 눈에는 제가 너무 낭비를 하는 이처럼 보일 것 같나요?"
물론 그녀의 생각에 모두 다 맞쳐줄 생각은 없었다. 허나 그녀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넬라에게 선물해주고 싶거든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이 말린다고 해도 참여할 생각이에요."
자신에게 실망한다고 해도 이것만큼은 자신도 양보할 수 없다는 듯, 그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가벼운 목소리를 내면서 그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니까 설사 안 좋게 보여도 이번 한번만은 봐주세요. 하하."
/아앗..아아앗...마리주가 있는 곳은 비가 안 왔구나. 여긴 비가 엄청 왔거든. 그래서 번개도 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 아무튼 이제 하루만 더 이랗면 되니까 기분은 좋다! 시간 빨리 가라! ㅋㅋㅋㅋㅋ 맞아. 딱 그 느낌이 될 것 같네. 대놓고 사적으로 만나기. 딱 그런 느낌이 될 것 같아. 그냥 별 일 없는데 마리안느에게 찾아와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공작님이 춤을 추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걸. 덧붙여서 그렇게 되면 이제 황제나 황후도 마리안느를 조금 주목하게 될 것 같아.
마리안느가 책을 건넨 사실은 아마 알렌이 굳이 이야기는 하지 않을테니까 마리안느만 입을 막으면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애초에 지금 이렇게 만난 것도 알렌은 마리안느에게 다른 이들은 모르게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자고 제안했으니 말이야. 물론 뒤의 기사 두 명은 알고 있겠지만 알렌이 입막음 시킬 생각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황제와 황후 입장에선 주목을 안할 수 없을 것 같거든. 알렌이 따로 사적으로 그렇게 만나는 여성이 생겼다고 한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반공인 느낌이 되지 않을까?
흑흑. 금요일 밤에 가는 것이 맞아. 그래서 정확히는 금요일도 일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날짜로만 보자면..(이라고 우기기) 그래도 금요일 당일은 시간이 어떻게든 가긴 할테니까! 아무튼 마리주도 적게 일해도 되길 기원할게!! 잘 자!
그의 성의를 마다한 게 미안했으나 생각지도 못했던 수확은 새삼 감격스러웠다. 두근두근한 가슴으로 다시금 책을 그러안았다가 손뼉 소리에 눈이 화들짝 뜨였다. 그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는 듯 예의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도 덧붙인, 마냥 놀고먹는 건 아니라며 걱정 말라는 말에 어쩐지 미소가 지어졌다. 황자이기에 호의호식하는 거라고, 품위 유지도 황자의 의무라고 넘겨도 뭐랄 이는 없을 텐데. 그래도 소임을 완수하고 그 대가만큼만 사용하고 있다라, 선이 명확한 분이다. 굳이 그 점을 거론하는 게, 재미난 거나 좋은 걸 친구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아이처럼도 느껴졌다면, 너무 무엄한 발상일까?
행여 속을 읽힐세라 책의 표지로 눈을 돌리는데, 그가 바짝 거리를 좁혀 왔다. 멈칫한 순간 귓속으로 파고든 속삭임. 숨소리에 가깝게 낮춘 음성에 몸 구석구석이 파르르 끓어올랐다. 그렇게 감각이 요동치는데도 머리는 들은 말이 파악이 안 된다. 탐? 갖고 싶다는 의미인가? 책 하나에 100알더라는 거금을 냅다 질러 버린 걸 보고 어째서? 내게야 그만한 가치가 있지만 그는 로맨스 소설엔 그리 관심이 없는 모양인데. 생각할수록 혼란만 더해졌다. 하릴없이 책이나 한껏 붙안았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귀가 웅성거림에 묻힌 듯 먹먹한 가운데 그의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퍼뜩 신경을 곤두세웠더니, 무언가를 사면 낭비 같냐는 말이 들려왔다.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뭘 산다고? 앞 내용을 못 들어서 뭐라 대꾸를 못 하고 있는데, 넬라에게 선물을 하고 싶단다. 누구일까? 그리고 무엇을 선물하려는 걸까? 단상에서 한창 소개하고 있는 물품을 봐도, 이후의 물품 목록을 봐도, 얼른 감이 안 온다. 흑기사의 안장이라면 ―2황자가 흑기사의 적수로 회자되는 만큼― 2황자에게 선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으나, 넬라가 2황자를 가리키는 호칭은 아닐 듯했다. 언뜻 듣기에도 여성의 이름 같았으니까. 그렇다고 황녀 전하 중에 그런 이름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혼란스러운 정신을 가다듬고자 이맛살을 지그시 눌렀다. 지금 내 표정이 어떤지 모르겠네. 물으신 말에 답부터 해야지.
"죄송합니다. 무슨 물건을 구입하시려는지 제가 미처 못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제가 무슨 낯으로 하이네 님이 낭비하신다 아니다를 논하겠습니까? 당장 저부터가 100알더를 써 버렸는데요."
잠시 말을 멈추고 책을 붙든 손에 힘을 주었다. 어쩐지 조마조마한 기분이라 무엇에든 기대고 싶었다.
"제가 세금을 사사로이 쓰는 게 온당치 않다고 말씀드린 까닭은, 황실과 무관한 이인 저를 위해 사용하시려는 듯해서였습니다. 하이네 님 본인을 위해서라면야 제가 함부로 거론할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소임을 다하신 뒤 받으신 만큼만 쓰시는 거라지 않으셨습니까? 그 한도 내에서라면 불법적인 용도만 아니라면 원하시는 대로 쓰시는 게 최선 아닐지요?"
이만 하면 물음에 대한 답은 된 것 같은데, 그러니 입을 다물면 되는데, 그가 입 맞췄던 손등이 이상하리만치 홧홧했다. 마리안느는 ―책을 움킨 채인― 그 손을 반대편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가 여전히 들고 있는 책, <날 용서하지 마세요.>에도 눈이 간다. 만약 그가 말한 '진지한 만남'이라는 게, 내가 우려한 만큼 진지한 게 아니라면, 넬라라는 이와 견주어지는 정도라면, 저 책을 건넨 게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짓 아닌가? 거기 생각이 미치자 달아나고 싶어졌다. 땅에 파묻히든 하늘로 솟구치든 여기만 아니면 좋겠다. 그 통에 뭣에 씐 듯 하지 말아야 할 소리가 튀어나와 버렸다.
"..혹 넬라라는 분이 누구신지 여쭈면 결례일지요?"
/에구구구... 별내용도 아닌데 쓸데없이 오래걸려버렸네요〈(X﹏X|||)ゞ 워터파크 가시기전에 최대한 많이 이어보고싶었는데 말이에요。゚(づᗣ<。)゚。 다른게아니라 마리안느가 스턴걸려서 알렌의 말을 제대로 못알아들었을거 같고(¬ ¬ᅇ) 생각해보니 넬라가 말인걸 마리안느는 모르겠더라고요(◉﹃◉) 그바람에 좀 어처구니없는 내용이 나와버렸어요。゚(。σ﹏σ)ゞ
자신의 물음에 왜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지 알렌은 순간적으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방금 자신의 물음이 그렇게나 혼란스러운 질문이었떤 것인가. 아니.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쨌건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보이는지 평가를 하는 것인데, 자신은 황자이고 그녀는 공작가의 영애가 아닌가.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이라고 생각이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난처한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마리안느의 답이 이어지자 알렌은 그 말에 이어 대답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나오는 안장이요. 아마 제 생각이지만 가장 경쟁이 치열한 물건이 아닐까 싶거든요. 자연히 가격도 오르게 되겠죠."
물론 의외로 아무도 참여를 하지 않고 자신만 참여를 한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아마 그럴 일은 없지 않을까. 그 귀한 물건을 자신만 노릴 리는 없을 것이다. 필시 치열한 경쟁이 될테고, 자연히 사용하는 돈도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자신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의 양을 생각하며 이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나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마리안느의 말에 그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요컨대, 마리안느에게 돈을 사용하면 그것은 낭비가 될 수 있으나 자신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불법적인 용도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것일까.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아니. 애초에 자신에게는 기분 좋은 말이었다. 그렇게 돈을 쓴다고 해서 안 좋게 보는 일은 없다는 것이니까. 그러다가 문뜩 자신이 은근히 행동 하나하나를 그녀의 시선에서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에 그는 고개를 살며시 옆으로 기울엿다. 자신이 왜 이러는 것인지. 굳이 그녀의 시각을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텐데. 스스로의 행동이 조금 낯설다고 생각하나 그럼에도 그녀에게는 너무 밑보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번은 아니더라도 다음에 언제 당신에게 답례를 할 겸, 뭔가를 선물해줄게요. 물론 사사로이 돈을 쓰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원하는 일이니, 어떻게 보면 저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아무튼 생각이 깊으시네요. 마리안느는."
그저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너무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는 능력. 그것은 생각이 깊어야 나올 수 있는 행동이라고 알렌은 생각했다. 자신의 주관을 상대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런 그녀의 행동을 그는 마음에 들어했다. 역시 그녀는 자신이 아는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고, 더더욱 그는 그에 호감을 느꼈다.
한편 넬라에 대해서 거론하며 누구인지 알고 싶어하는 그녀의 모습에 알렌은 미소를 짓고 그 물음에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 제 말의 이름이에요. 그러고 보니 제대로 이름 소개를 하지 않았네요. 당신의 말의 이름이 '말이'인 것처럼, 제 말의 이름은 넬라랍니다."
정말 귀여운 아이에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알렌의 눈빛엔 넬라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부드럽게 짓는 미소도 그렇고, 이야기하는 표정도 그렇고. 보통 아끼는 아이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선물을 해줄까 싶어서요. 물론 말이 좋아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것보다는 더 좋지 않을까 싶거든요."
아무리 아끼는 아이라고 해도 그 기분을 온전히 다 파악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말이 그 선물을 좋아할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역시 지금 것이 아니라 흑기사의 안장으로 새롭게 바꿔주고 싶다고 생각하다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신경쓰였나요? 제가 선물하고 싶은 이가 누구인지 말이에요. 후훗."
/그래도 이렇게 이어줘서 좋았는걸! 아마 이게 내 마지막 답레가 되겠지만 말이야! 다음은 월요일에 갔다와서 이어볼게! 혹은 화요일이 되겠지만! 사실 나도 생각해보니까 알렌이 넬라를 소개해주지 않았구나...ㅋㅋㅋㅋㅋㅋ (옆눈) 아무튼 뭔가 살짝 질투심에 물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리안느는 오늘도 귀엽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 (야광봉)
그도 흑기사의 안장을 사고 싶단다. 역시나 하이라이트라는 걸까. 경매장 측에서 그걸 마지막 품목으로 정한 까닭을 알 것 같은 기분과 별개로 혼란은 더 커졌다. 넬라라는 이가 말을 잘 타는 걸까? 단순히 말만 잘 탄다면 하고 많은 안장 중에 일부러 흑기사의 안장을 고를 필요는 없을 듯하고, 혹시 자넷처럼 기사라거나? 추측을 펼치다 의문에 부딪혔다. <전하, 이러시면 안 됩니다!>를 혹평하던 그를 생각하면 신분 차가 있는 상대에게서 그 느낌이란 걸 찾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마리안느가 아는 한 현재 기사로도 활약 중인 고위 귀족가 영애는 이미 약혼자가 있다. 아니, 기사가 아닌 이 중에서도 넬라라고 불리는 영애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외국 사람일까? 하지만 황자와 어울릴 만큼 신분이 높은 외국의 공주나 영애가 수도에 왔다면 분명 소문이 났을 거고, 공작 내외도 진즉부터 주시하셨을 텐데, 그런 소식은 일절 없었다. 대관절 누구일까, 넬라는? 목에 뭔가 걸린 것처럼 갑갑했다.
그렇게 어수선해진 속을 감춘 채 얘기한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마리안느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 주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뭔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가 쿠키의 답례는 다음에 하겠단다. 겸연쩍었다. 고작 시장 쿠킨데 답례씩이나. 그 자체도 쑥스러운데 내게 선물하길 원한다는 말까지 더해지니, 마음 놓을 상황이 아닌데도 공연히 들뜨는 기분이었다. 거기에 생각이 깊다는 칭찬까지 이어지니, 정말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황실의 돈을 황실의 일원이 한도를 정해 놓고 쓰는 게 문제없다는 건 당연한 소리고, 오히려 통속 소설에 100알더라는 거금을 질러 버린 걸 경박하게 봐도 할 말이 없는데.―만족하는 것과 별개로 좋게 여겨지지 않을 수 있는 처신이라는 자각은 있었다.― 눈 둘 곳을 못 찾겠어서 책 표지를 내려다보다가 그를 힐끗거리게 될 것 같아 아예 발부리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런데 장난기도 놀람도 없는, 너무나 태연스러운 목소리가 허무하리만치 황당한 이야기를 실어 왔다. 말... 이라고? 순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말이의 이름을 언급해 가며 설명하는 게 정말로 말 이름인 모양이다. 생각해 보니 이름도, 그의 이름자를 거꾸로 하면 넬라가 된다. 그래서 넬라였구나. 머리가 핑 돌았다. 그러니까 나, 말이 외국의 공주일지도 모른다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거야? 마리안느 리멜트, 넌 제국 최고의 멍청이다... 스스로가 한심해 머리라도 쥐어박고픈 심정이었다.
그래도 말이 예뻐 죽겠다는 듯한 그의 말투며 미소에는 마음이 훈훈해졌다. 아니, 말을 향한 애정이라 안심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목에 뭔가 걸린 듯한 이물감도 어느새 말끔히 가셔 있었다. ―대신 누구 탓도 못할 허탈감이 깊고 진하게 남아 버렸지만― 유서 깊은 안장을 선물할 생각에 설렌 그를 보고 있자니, 덩달아 말이 생각이 났다. 오늘 돌아가면 오랜만에 당근이라도 나눠 먹을까.
그때 마냥 환하던 그의 얼굴이 어딘지 미묘해졌다. 그 직후 쥐구멍을 찾고 싶어지는 물음이 떨어졌다. 말 못 해! 넬라가 그의 '조금 더 진지한 만남'의 상대인 줄 알았다는 소릴 어떻게 해!? 이건 죽어도 말 못 한다... 익어 버린 얼굴을 조금이라도 감춰 보고자 ―소용없다고 느끼면서도― 고개를 푹 숙였다가, 다음 품목은 흑기사의 안장이라는 진행자의 말에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저기, 흑기사의 안장 경매가 시작되려는 모양입니다!"
차마 고개를 들진 못하겠어서, 대충 감으로 무대 쪽을 가리켰다. 이걸로 그의 주의가 돌려지길!
/이제는 고대하고고대하셨던 워터파크에 가셨겠네요(˵^‿^˵) 월요일밤에 돌아오시는건 알지만 미리 이어봤어요(づσ▿σ)づ 거하게 착각한덕에 마리안느는 수치사직전에 이르고 말았네요。゚(つ﹏⊂)゚。 마리안느의 삽질모먼트도 귀엽게 봐주시다니 인심도좋으셔라(」゜ロ゜)」 전 알렌이 마리안느에게 어떻게보일지 생각하는거 보면서 순조롭게 착착 진전되고있구나 하면서 웃었어요 히히(˶¬‿¬) 참 흑기사의 안장 경매결과는 자유롭게 해주시면 될거같아요(°~°˶) 아무튼 즐거운휴가 보내시고요(˶✧∀✧˶) 나중에봬요(*≧▽≦)
넬라의 이름이 말하며 알렌은 마리안느를 빤히 바라봤다. 물론 기분 탓일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뭔가 묘하게 신경쓰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그러다가 자신의 물음에 얼굴을 붉히자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선물을 주려고 하는 이. 넬라가 누구인지 엄청 신경이 쓰였구나. 어쩌면 살짝 질투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알렌은 그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평소와는 다르게 대답을 회피하려는 듯이, 흑기사의 안장 경매를 이야기하면서도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알렌은 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가져갔으나 닿기 전에 멈추고 살며시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 대신에 조용히 속삭였다.
"이번에 선물을 주는 것은 제 애마지만, 다음에는 당신일 거예요. 마리안느."
딱 그 정도로 이야기를 남기며 알렌은 고개를 살며시 돌려 흑기사의 안장이 올라오려고 하는 것을 바라봤다. 마리안느와의 시간도 중요하고, 시찰도 중요하지만 저것도 자신에게 중요했다. 그렇기에 이번엔 저기에 모든 정신을 쏟아붓기로 했다. 이내 흑기사의 안장이 올라오자 많은 사람들의 감탄과 함께, 많은 시선이 오가는 것을 알렌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과연 저것이 진짜 흑기사의 안장인가? 그런 의문이 들었다. 흑기사의 안장은 상당히 귀한 물건이며, 쉽사리 구할 수 없는 물건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정말로 구했다면 엄청나게 비싼 값에 팔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그것을 노리고 가짜를 올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게 가짜라고 생각하는 분이 분명히 계실겁니다. 하지만 여길 잘 보세요."
그리고 그 심리를 읽기라도 한듯, 경매를 진행하는 이는 여기저기를 보여주면서 이것은 가짜가 아니라 진품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설명했고, 그에 따른 보증서도 가지고 있으며, 이 제국의 관리에게도 확실하게 검증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은 알렌은 이 정도면 믿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만약 저 말이 거짓이라면 차후에 저 자를 수배해서 그에 대해서 처벌하면 될 일이었다.
한편 경매가 마침내 시작되었다. 처음에 제시된 값은 150알더. 역시 비싼 돈이었다. 그렇게 160, 170, 200, 250. 그렇게 천천히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며 알렌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을 가만히 계산했다. 그리고 손을 들어올린 후에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500알더."
"뭣?!"
"어?"
500알더. 그야말로 상당히 비싼 돈이었다. 자신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돈은 1000알더. 그 중의 50%를 사용한 셈이었으나 크게 후회하진 않았다. 오히려 이런 날은 조금 돈을 크게 써서 자신의 애마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차후는 자신이 돈을 아끼면서 살면 된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표정을 관리했다. 한편 갑자기 훅 올라간 금액에 다들 주춤하며 더 높은 금액을 말하지 못했다. 그도 당연한 일이었다. 500알더는 보통 큰 돈이 아니었으니까. 어지간한 작은 귀족은 함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그 정도라면 상당히 큰 재력가이거나, 상당히 높은 부를 지닌 귀족이나 가질 돈이었다. 아마 여기서는 마리안느의 집안인 로덴버그 가문 정도만 가능하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자는 대체 누구냐는 말부터 시작해서 한탄하는 사람들까지. 그러거나 말거나 알렌은 앞으로 간 후, 방금 자신이 얻은 안장을 받고, 돈을 눈앞에서 확실하게 지불한 후에 돌아왔고 마리안느에게 이야기했다.
"경매란 이렇게 하는거군요. 후훗. 당신처럼 큰 돈을 한번에 불러서 얻긴 했지만 두 번 할 그런 것은 못 될 것 같네요. 자칫 잘못하면 망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이 관련으로 나중에 그 분에게 이야기를 해서 조금 대책을 마련해봐야겠어요. 물론 그 분 혼자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더 높은 분들과 상의를 해야겠지만요. 아무튼 지금은 기분이 좋네요."
손에 쥐고 있는 흑기사의 안장을 바라보며 그는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내비쳤다. 공무를 행사하는 황자가 아니라,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서 기뻐하는 조금은 유치할지도 모르는 그런 미소였다.
/저때는 예상한대로 워터파크에 가고 있었어! 그리고 푹 쉬고 잘 놀고 이렇게 돌아왔지! ㅋㅋㅋㅋㅋ 잘 지냈을까? 마리주? 아무튼 마리주는 마리주대로 알렌이 마리안느를 무의식중에 의식하고 어느 정도 자신의 이미지를 걱정하는 것에 훈훈함을 느낀 셈이로구나. 확실히 척척 진행되고 있지! 마리안느의 계획(?)대로 말이야. 그만큼 마리안느의 매력이 높고 자신의 기준이 확고하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이 알렌에겐 매력포인트로 전달되었다고 생각해. 괜히 썸 타보지 않겠냐고 제안한 것이 아니지. ㅋㅋㅋㅋㅋ (옆눈) 아무튼... 돌아와서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안녕! 마리주! 정말로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나름대로 재밌게 논 것 같아. 그리고 여름휴가 주간이라서 이번 주는 일을 안 나가지! 하하!! 푹 쉴테다! (글러먹었음) 아무튼 일정이 잡혔구나. 알았어! 그럼 일정 화이팅이야! 너무 무리하진 말기! 답레는 천천히 올려도 되니까 말이야.
사실 안장의 가격이 얼마나 될진 모르겠지만 100알더의 가격이 꽤 나가는 것 같고 희귀성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어서 대충 정한 가격이긴 한데... 아무튼 이제 한동안 알렌은 조금 돈을 아껴야 하는 느낌이 될 것 같긴 해. 그래도 값싼 선물 정도면 괜찮을 것 같지만... 어차피 당장 뭔가를 사주거나 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괜찮지 않을까? 아마도? (황제에게 혼나는 엔딩)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알렌이 굳이 콕콕 찌르진 않을테니까 마리안느는 괜찮을거야!
안녕! 마리주! 여름휴가를 그렇게 맞췄거든! 그래서 이번주 내내 쉬게 되어서 게임도 하고, OTT도 보고, 영화도 보고,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고 그렇게 보낼 생각이야! 평소에 못하던 것을 이번주에 다 하려는 그런 느낌으로!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알렌은 파산까지는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황제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낭비를 하면 어떡하냐고 조금 혼내고 말지 않을까 싶어. 물론 알렌이 직접 공무를 보고 받은 돈이니까 사용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큰 돈을 한번에 쓰면 안된다는 교육차원으로 말이야. 어쨌든 알렌도 언젠가는 공작 작위를 제대로 보고 이것저것 일을 봐야 할 때가 올테니까. 혹은 정말로 일이 이상하게 되어서 갑자기 알렌이 황제가 된다거나 했을때, 그렇게 막 돈을 쓰면 안되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느김이 될 것 같아!
아앗... 그래도 마리안느는 뭔가 돈을 더 끌어내거나 하진 않고 자신이 아끼는구나. 정말로 착한 귀족이야!!
으와와(」°ロ°)」 워터파크 이후 한주 풀휴식이 가능하다니 멋진데요!♫(・ᗜ・๑) 좋은회사 다니시네요(◕ε◕๑)
ㅋㅋㅋㅋㅋ여러모로 두번은 못할 경매였네요☆⌒(>。<) 하기야 영지통치하려면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분배할지도 중요할테니 씀씀이가 적당해야겠네요σ(゚ー゚*) 하지만 막상오면 또 뭐에 지름신이 강림해버릴지 모르니 경매장 시찰할땐 특히나 정신 붙들어매고 있어야겠어요(^﹏^)ゞ
그리고 당연히 아껴야죠(◕o◕) 자기가 낭비해놓고 돈을 더 융통하려고드는던 무책임하잖아요(¬ ¬ᅇ) 마리안느도 어느가문의 안주인이 되든 가주가 되든 한집안의 재정을 관리해야하니까 낭비엔 대가가 따른다는거 정도는 몸으로 배워야해요!ψ`ー´)ノ
사실 그냥 그렇게 휴가를 맞추고 간 거라서...ㅋㅋㅋㅋ (옆눈) 여름휴가가 5일이거든. 그래서 그냥 한주를 통째로 쉬는 거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다!
높은 귀족일수록 그만큼 책임져야 할 사람이 많고 자원 분배나 관리가 필수적이니 말이야. 그래도 아마 이후로 알렌은 어지간하면 경매에는 잘 참여를 하지 않을 것 같아. 물론 정말로 갖고 싶은 것이 있다거나 황실에서 꼭 관리해야만 하는 뭔가가 나온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야. 그땐 아마 다른 로얄 패밀리들도 데리고 가서 참가하지 않을까 싶은걸. 다들 변장에 분장까지 하고 말이야.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눈에 띌지도 모르지만!
ㅋㅋㅋㅋㅋ 하지만 창작물의 귀족들을 보면 낭비벽이 상당히 심하고 당연히 영지민들이 그 돈을 다 채워야한다고 믿는 이들도 있으니까. 대체로 악역이긴 하지만! 아무튼 마리안느는 역시 착하고 올바른 귀족이 맞다!
말씀하신 상황이 닥치면 경매장이 사실상 명소(?)가 될거같네요(◕ε◕๑) 다들 변장분장하고 가면 연극단이나 서커스단으로 알지도 몰라요σ(°~° ) 썰풀이때 뭐넣지 뭐넣지 하다가 적당히 집어넣어본 요소였는데 나름 쏠쏠히 써먹은거 같아서 흐뭇해요(^ヮ^๑)
힉(°﹏°) 창작물의 귀족들에 대해서는 사실 생각못했는데 듣고보니 그런경우도 없지않았겠네요...(゜。゜) 암튼 마리안느는 주머니 탈탈 다털어버려서 알렌에게 살짝 황당한제안을 할지도몰라요「(^_^゚。) 무슨 제안일지는 60초 뒤... 아니 이번 일상 잇다 보면 공개됩니다(✧_├┬┴┬┴
아앗...ㅋㅋㅋㅋㅋ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는걸? 물론 황제가 그 자리에 갈리는 없겠지만 황자나 황녀들은 충분히 그렇게 오해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최대한 눈에 안 띄려고 가발에 수염에 단안경까지 끼고 온갖 분장은 다 할 것 같으니 말이야! 아무튼 마리주의 창의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 아니겠어? 지금이.
음. 황당한 제안이라니. 괜히 궁금해지는걸? 그렇다면 나는 그 제안이 공개되는 것을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느긋하고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어야겠어! 알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일지, 아니면 이건 조금 힘들 것 같다고 할지도 괜히 궁금해지고 말이야.
그가 주의를 돌려 줬을까? 단상을 향한 손을 거두지 못하고 조마조마해하는데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작지만 확실한 웃음소리. 들킨 거 같다... 책으로 얼굴을 가리려니 그가 귓가에 대고 어쩐지 그윽한 투로 속삭였다. 마지막에 내 이름을 부르는 어조엔 묘하게 사람을 끄는 힘이 실린 듯했다. 내 선물이라니, 뭘 구하려고?
퍼뜩 고개를 들었으나 그는 어느새 흑기사의 안장 경매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하이라이트라는 것일까. 그뿐만 아니라 좌중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듯했다. 그러나 감탄하느라 술렁이는 것만은 아니었다. 상식선에서 헤아려 보나 지금 분위기를 보나 태반은 저 물건이 바로 그 흑기사가 앉았던 안장이 맞을지 의문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진행자는 안장에 새겨진 흑기사 가문의 문장부터 저 안장을 제작한 장인이 대금을 지불받으면서 흑기사의 서명을 받았던 영수증, 정식 절차대로 구해 온 물품임을 인정한다는 제국의 문서까지 차례로 보여 가며 진품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자연히 분위기는 고조되었고 처음부터 150알더를 부르는 이가 나타났다. 입맛이 쓰다. 오늘 경매에서 <부서진 인연> 초판이 제일 화제가 되길 바랐는데 역시 무리였나? 착잡함에 책의 표지나 슬쩍 쓸어 보는데 가격은 점점 치솟았다. 그런데 넬라에게 안장을 선물하겠다던 그는 구경꾼처럼 침묵만 지키고 있다. 250알더까지 치솟자 의아해졌다. 도대체 얼마를 부르려고 이러시지?
그때 그가 손을 들어 보였다. 그 직후 그의 한마디에 주위가 발칵 뒤집혔다. 마리안느의 얼도 같이 뒤집혀서는 빠져나갔다. 5, 500? 공작 내외도 그 정도 돈을 한 번에 쓰시는 경우는 드물 텐데! 그렇게 난리가 난 현장에서 그만 호수처럼 고요했다. 그렇게 차분한 태도로 그는 단상에서 현금을 바로 지불한 뒤 안장을 들고 유유히 돌아왔다. <부서진 인연> 초판 경매 때의 마리안느처럼. 그러고는 경매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경제력보다 과도한 지출을 하고 망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면서도 세상없이 해사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웃음이 보기에도 훈훈했으나 한편으론 염려되기도 했다. 난 두 달 용돈 탈탈 털어서 100알더였는데 500알더나 쓰고도 괜찮으신가, 이분?
원하는 물건을 얻은 것은 좋았으나 확실히 많은 돈을 한번에 쓴 것에 대해선 조금 죄책감이 들었기에 알렌은 기뻐했으나 한편으로는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을 하며 미묘한 표정을 잠시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역시 얻고자 하는 물건을 손에 얻어 크게 기뻐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괜히 안장을 꼬옥 품에 안았다. 나중에 넬라에게 돌아가면 갈아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모든 물건의 경매가 끝났기에, 슬슬 마무리되고 나가려고 하는 것 같았기에 알렌은 진로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살며시 몸을 옆으로 비켰다.
천진하게 함박웃음을 머금고 안장을 그러안는 그.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좋을까. 황자 전하씩이나 되면 갖고 싶은 것도, 아쉬운 것도 없겠거니 했는데. 그가 황자 전하인 이상 불경일지도 모르나, 상대에게 선물할 걸 상상하며 기뻐해 마지않는 모습이 퍽 귀엽게도 느껴졌다. 상대가 말이긴 하지만, 아니, 말이라 더더욱.
그러는 사이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경매장을 뜨기 시작했다. 웅성거리는 인파에서 구경 잘했다고 만족하는 소리며, 원하는 물품을 손에 넣지 못했다고 아쉬워하거나 그 낙찰가를 지불할 바엔 다른 걸 하겠다고 스스로를 달래는 소리 따위가 간간이 귓가까지 닿았다. 원하는 물건을 낙찰받아 흐뭇해하는 소리는 안 들리는 건 낙찰받은 이는 나와 그를 제외하면 다섯뿐이어서인 듯하다. <부서진 인연> 초판의 낙찰가를 이변으로 여기고 화제 삼아 주는 이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책을 단단히 붙들고 귀를 기울여 보려다, 놀란 나머지 눈만 깜박였다. 500알더가 더 있다니? 물론 쉬운 지출은 아니었는지 두 번은 못 하겠다며 검지를 들어 보이긴 했어도, 놀라움이 가시진 않았다. 확실히 황실의 경제력은 귀족가에 비할 게 못 되는구나.
그때 그가 인파에 휩쓸리겠다며 손을 건네 주었다. 그 호의가 고맙고 마음이 들뜨는 것과 별개로, 마리안느는 나가려는 이를 방해하지 않게끔 비켜 선 뒤 고개를 저었다.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를 잡아 주시는 사이 안장이 상할까 염려됩니다. 사람들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 나가면 괜찮지 않을지요?"
무려 500알더라는 거금을 주고 구한 안장 아닌가. 행여 떨어뜨리거나 인파에 부대껴 손상되기라도 하면 아깝다 못해 애통할 거다. 그래서 넬라에게 안장을 채우기까지는 그가 최대한 안장 운반에 주력했으면 했다.
한편 그는 신난 와중에도 맡은 일을 어떻게 수행할지 궁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경매장에 대해 나중에 보고하는 걸로 시장 시찰은 마무리하고 다른 곳으로 가 보고 싶단다. 그러면서 꼽은 장소는 활쏘기 내기 현장. 듣고 보니, 간혹 수도를 방문할 땐 종종 구경했는데, 오히려 로덴버그 가로 온 뒤론 사교계 데뷔를 준비하기도 바빠 못 가 봤다. 그때도 따로 경기장이 있던 게 아니라, 광장 외곽의 용도가 애매한 공간에 적당히 과녁을 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어떨지. 여전할까? 아예 경기장까지 생겼을까? 아니면 장사가 되지 않아 접었을까? 덩달아 궁금해졌으나, 그가 붙안고 있는 안장을 보자 아차 싶었다. 일단 저걸 내려놓아야 시찰이든 뭐든 할 수 있겠다. 광장 외곽으로 가려면 시장에서도 나가야 하니, 가는 길에 말 여관에 들르면 될 것 같다.
"저도 한동안 못 가 봐서 활쏘기 내기가 여전히 성행하는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광장 외곽으로 나가면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가시는 길에 넬라에게 안장을 채워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들고 다니시기는 번거로운 물품이니까요."
말하다 보니 떨떠름하다. 어쨌거나 예정에 없던 무게를 감당하게 해 버렸으니, 말의 고생을 어느 정도는 보상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 그가 말이에게 당근을 사 줬던 것처럼. 그런데 지금 주머니는... 그야말로 텅텅 비었다. 잘못했다. 어차피 흑기사의 안장에 이목이 쏠려 버릴 거, ―그처럼 거금을 남겨 두지는 못하더라도― 웬만큼은 아낄걸. 뒤늦은 반성과 함께 책을 만지작거리다, 문득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 너무 궁색한 수작이라 그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지만.
"좀 전에 제게 선물을 주겠다셨지 않습니까?" 운은 뗐으나 본론은 차마 나오지 않아 헛기침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괜찮으시면 넬라가 좋아하는 먹거리를 주실 수 있으신지요? 저로 인해 예정보다 힘을 더 썼으니 조금은 대접하고 싶은데..."
아, 역시 낯부끄럽다. 그가 말한 경매로 망한 이가 바로 나라고 어떻게 말해? 그러나 여기까지 뱉은 이상 이미 엎질러진 물. 마리안느는 제 얼굴이 다 가려지도록 책을 들어 올렸다.
"이걸 사느라 수중의 돈을 다 써 버려서, 당장은 넬라에게 뭘 사 줄 수가 없습니다..."
/으와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ヮ^๑) 그나저나 일상 잇다보면 공개된다고 말씀드린게 이건데요... 까고보니 별거없네요(¬ ¬゚。) (도주)
그녀가 거절하자 그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안장이 상하거나 하면 그만큼 손해였다. 500알더나 주고 산 물건이 아니던가. 그만큼 비싸고 귀한 것이었으니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에 그는 굳이 더 무슨 말을 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다시 한 번 그녀가 생각과 속이 깊다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 와중에 안장을 걱정해서, 자신을 역으로 배려해주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어지간하면 여기서 옳다구나 하고 손을 잡았을테니 더더욱. 그에게 있어서 그녀는 정말로 신기하고 흥미가 사라질래야 사라질 수 없는 이였다.
'이거야 원.'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알렌은 괜히 자신의 뒷머리카락을 긁적였다. 자꾸 그녀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무슨 말을 할까. 이렇게 신경쓰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분명히 처음에는 그저 평범하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기에 흥미가 갔건만, 지금은 어떠한가.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는 막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럴 생각이에요. 이걸 계속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꽤 귀하고 비싼 물건이니 원하는 이들도 많을테고 더 비싸게 팔기 위해서 훔쳐가려는 이들도 있을테니."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간 단순히 감옥에 가는 것으로 끝나진 않겠지만 지금의 자신은 정체를 숨김 상태였다. 그렇기에 황족이라는 것을 모르고 도둑질을 하려는 이도 분명히 있을터였다. 굳이 상황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마리안느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한편 슬슬 사람들이 대부분 빠져나갔고 그 모습을 확인한 알렌은 마리안느에게 나가자고 이야기를 하며 출구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한편 선물 이야기가 나오자 알렌은 마리안느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넬라가 좋아하는 먹거리를 주실 수 있냐는 말에 알렌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왜 갑자기 넬라가 좋아하는 먹거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알렌은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 말을 대접하고 싶으니 말을 위한 선물을 사달라니. 어디 쉽게 나올 수 있는 발상이겠는가.
"당신은 항상 저를 그렇게 놀라게 하시네요. 만약 모두 계산된 행동이라면 보통 무서운게 아닐 정도로 말이에요."
입장상, 그는 어느 정도 말의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호의를 사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이는 수도 없이 많으며, 어떤 목적을 가지고 계산된 행동을 하는 이들 역시 절대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떤가. 자신과 결혼하기 위해서, 최대한 점수를 벌기 위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적어도 알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보인 행동들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점수를 따기 위한 행동이라고는 보기 힘든 것들도 많았으니까. 무엇보다 점수를 따겠다고 저렇게 말을 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겠는가.
정말 신기한 여성이라고 생각하며 알렌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렇다면 그렇게 할게요. 넬라는 사과와 당근을 정말 좋아해요. 그러니까 사과와 당근을 조금 섞어서 사면 되겠네요. 김에 말이에게 줄 당근도 좀 사고 말이에요."
그 정도라면 가격이 크게 나가지도 않을테니 돈을 쓰는 것이 그다지 부담되지 않았다. 어디서 팔더라.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는 와중, 알렌은 뭔가를 결심했는지 마리안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역시 당신과는 좀 더 깊은 만남을 하고 싶네요. 이렇게 우연히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적으로 좀 더 보고 싶어요. 마리안느. ....라고 그 분이 전해달라고 하네요."
/답레를 보긴 했는데 자버렸다! 8ㅁ8 아침에야 이렇게 잇게 되네. 아무튼 오히려 그 행동이 알렌의 점수를 높게 사버리는 결과가 되었으니.. 마리주는 책사로구나!
민망하다. 이마며 코끝에 닿은 순간 선뜩했던 책은 바로 뜨뜻미지근해졌다. 하긴 한 짓을 생각하면 책이 당장 타 버리도록 얼굴이 익었대도 안 이상하다. 경매장에서 있는 돈을 탕진하고는 말 먹이를 사 달라 청하는 공작가 영애라니, 소설에 등장시키려도 그런 어벙한 캐릭터를 어디다 쓰냐며 잘리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런데 그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황당해하거나 한바탕 웃을 줄 알았는데―웃으셔도 된다고 아뢸 걸 각오했었다...― 그는 그 투명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다 드러나도록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이쪽을 보았다. 너무도 불가해한 반응이라 얼떨떨했다. 놀랐다고? 계산된 행동이라면 무섭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계산이 너무 어설퍼서 갑갑하다 못해 무섭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데, 그의 반응으로 보아 그런 의미는 아닌 것 같고, 혼란스럽다. 그랬기에 마리안느는 책을 얼굴에서 떼지 못한 채 대꾸했다.
"계산을 하긴 했습니다. 100알더를 부르면 이 책이 화제가 될지도 모른다고요. 흑기사의 안장과 같은 날 경매에 오른 이상 스포트라이트를 앗아 오는 건 무리였는데 말입니다."
물론 이 책 자체는 100알더도 아깝지 않으나, 주머니가 텅텅 비고 나니 생겨나는 아쉬움으로 인해 후회가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1알더만 아꼈어도...! 책에다 대고 때늦은 한숨을 내쉬는데, 선선한 답이 돌아왔다. 게다가 말이 몫의 당근도 사 주겠단다. 다행이다! 마리안느는 책을 가슴께로 끌어내리고는 무릎을 굽혀 예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는데, 흔쾌히 승낙해 준 게 고마웠다. 신이 나서 청과물 가게가 밀집한 골목으로 그를 안내하던 도중, 전혀 뜻밖의 말이, 현실감이 안 들 만큼 진지한 어조로 들려왔다. 다시금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진정되었으면 해서 책으로 눌러 봤으나 소용없었다. 사교계 특유의 띄워 주는 발언이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실례일 것 같은, 너무도 진지한 표정. 그 시선도 ―분명 청량한 녹음의 빛인데도― 어쩐지 뜨거운 느낌이었다. 이대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분위기에 불가항력적으로 끌려들 것 같아 마리안느는 고개를 돌렸다. 머릿속이 먹통이 된 것 같다. <날 용서하지 마세요.>를 굳이 건넨 건 그가 진지한 만남은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길 바라서였는데, 그도 수긍한 줄 알았는데, 어째서 이 화제가 다시 나온 건지? 정말로 계기가 뭔지? 구태여 단서를 찾자면 넬라의 먹거리를 사 달라고 청한 게 영향을 미친 것 같지만, 그래서 더 모르겠다. 내 돈이 없어서 사 달란 건데, 돈이 없게 된 건 내가 <부서진 인연> 초판을 사는 데 혈안이 되어서일 뿐인데, 어째서 이런 반응이 돌아온 거지?
"그분께선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신 것일지요? 가진 돈을 계획 없이 지출하는 건 결점이면 결점이지 미점은 못 될 것 같습니다만..."
/에? 돈이 있었다면 넬라밥을 그냥 샀겠지만 파산일로를 걷는바람에 못사겠어서 잔머리굴린 결과였는데요(¬ ¬゚。) 알렌이 다시금 썸제안을 할줄은 몰랐어요(º﹃º) 그 덕에 마리안느는 황자전하께서 설마 낭비벽 있는사람이 취향이셨나 같은 불경한생각까지 해버렸을지도 몰라요「(°﹏°|||)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하하. 그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요. 하지만 모두의 관심은 끌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의 관심은 끌었고 그 작은 관심 때문에 화제가 될지도 모르지 않겠어요?"
100알더나 주고 책을 살 정도였으니 저 책은 대체 무슨 내용일까? 그렇게 읽어볼 가치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는 이들도 필시 생겼을 거라고 알렌은 짐작했다. 당장 자신만 해도 그 책의 내용이 조금 궁금해졌으니까. 물론 그것을 굳이 찾아서 읽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호기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자신의 누나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까. 그런 생각을 절로 할 정도로 그는 깊은 호기심을 품었다.
그녀가 무릎을 굽혀 예를 표하자 알렌은 마찬가지로 허리를 살짝 굽혀 그녀에게 덩달아 인사했다. 원래라면 하지 않을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자신은 황자가 아니라 그저 어떤 귀족의 아들일 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상대에게 예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알렌은 생각했다.
한편 그녀는 자신이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이해를 못한 것 같다고 알렌은 이어 생각했다. 전혀 이상한 반응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반응이야말로 자신이 그녀를 계속해서 바라보게 되는 이유였다. '날 용서하지 마세요'. 정확한 해답을 하는 것은 그 책을 읽고 난 후가 되어야겠으나 그럼에도 그런 충동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자신이 왜 이러는진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굳이 그 이유를 입에 담으려고 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이라고 알렌은 스스로 생각했다.
숨을 약하게 내뱉으며 알렌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그녀의 물음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자기 자신이 아니라 동물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씨는 미점이지요."
욕심을 부릴법도 하건만, 황자인 자신이 선물을 주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자신이 아니라 동물을 위해서 쓰겠다는 것이, 그것도 자신 때문에 힘들었을지도 모르니까 대접하고 싶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 이외의 그녀의 행동과 말들. 그 모든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도 그녀는 자신 주변의 이들과는 다른 면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에 조금씩 끌리는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인식하며 알렌은 난처한 감정이 가득 녹아있는 웃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 그 분이 가진 일방적인 감정. 이 이후의 이야기는 그 책을 읽고 한 후에 하는 것이 좋겠죠. 그러니까 마리안느. 당신도 조금은 답을 정해두세요. 지금 당장 답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이 확실하게 생각을 정하면 공작가로 찾아갈지도 모르니 그때 들려줄 답을요."
그저 자신의 감정만 살며시 밝히며 알렌은 그녀에게 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의 답은 이미 나오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그는 그것에 따르기로 하며 말을 마무리지었다.
이어 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가던 그는 주변을 다시 한 번 두리번거렸고 저 편에서 사과와 당근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이야기를 하며, 알렌은 그 가게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머지 않아 사과와 당근이 뒤섞인채로 들어있는 바구니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넬라에게 먹이고, 말이에게도 먹이기에는 딱일 것 같은데. 아. 바구니는 넬라에게 어느 정도 먹인 후에 제 기사에게 시켜서 공작가로 보내도록 할게요."
물론 이렇게 되면 둘만의 비밀로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마리안느에게 계속 이 바구니를 들게 할 수는 없었고, 자신 역시 시찰을 하는데 계속 이 바구니를 들 수도 없었다. 어느 정도는 자신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슬슬 넬라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천천히 발을 옮겼다.
"참고로 넬라는 사과와 당근 중에서는 사과를 좀 더 좋아하기 때문에 사과부터 주면 좋아할 거예요."
/원인이 어찌되었건 알렌에게는 감명깊게 남았으니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니겠어? 아앗...ㅋㅋㅋㅋㅋㅋ 마리안느. 뭔가 알렌에 대해서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지는걸. 알렌이 그 생각을 들으면 조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겠어. 자신은 마리안느를 그렇게 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에 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소설적 허용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지. 사실 저기에 책도 있고 쿠키도 있으니. 아마 여러모로 손에 짐이 한가득일지도 몰라.
ㅋㅋㅋㅋㅋㅋ 그런 점이 재밌는 것 아니겠어? 사람마다 시점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니 말이야. 알렌은 자신이 이익을 볼 수도 있는데 그 기회를 마다하고 자신의 말에게 그 기회를 돌리는 것이 아무래도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을 것 같거든. 그리고 따지고 보면 알렌은 500알더를 한방에 질러버렸으니 그 관련으로 뭐라고 할 수도 없을테니까. 물론 마리안느가 늘 그렇게 돈을 쓰면 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알렌에게는 이번 한번이고 자신도 똑같은 행위를 했으니 아마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 같은걸.
금요일..그러게. 금요일이네. 내 휴가도 이제 사실상..(눈물) 하지만 1주일 가량 쉬었으니까 그것으로 만족할래!! 마리주도 하루 화이팅이야!
정말로. 어린 마음에 엇갈리다 파국을 맞는 결말이 충격이었고, 특히나 남주인공을 보면서는 내가 여주인공이면 훨씬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한탄했지만―아마 그게 내가 품었던 감정 중 가장 정열에 가까운 것이리라.― 그만큼 몰입해서 읽었던 작품이기에, 큰 인기를 얻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이번 일로 조금이나마 화제가 되면 좋으련만. 그런데 누군가의 관심을 끌었다는 건, 그도 흥미가 생겼다는 의미일까? 물어볼까 했으나 그만두었다. 그는 로맨스 소설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거니와, 그렇지 않다 해도 지금은 <날 용서하지 마세요.>에 집중해 주었으면 했다. 보답받지 못하는 건 물론 상대에게 이용당할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열이란 게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에 대한 그의 답을 확인하지 않고선 나아갈 수 없으니까.
그렇게 말을 삼켰다가 주위 눈치를 살폈다. 그가 귀족가의 영식처럼 마주 예를 표했기 때문이다. 신분을 숨기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처신일 것이나, 막상 대등한 신분처럼 인사를 받게 되니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뒷감당이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이쪽을 특별히 주시하는 사람은 없는 듯해 다행이지만. 그를 따라오고 있을 호위 기사는 역시 신경 쓰였다. 그가 단속할 거라 밝혔으니 어련히 알아서 하겠냐만, 빌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보고 들은 건 제발하고 비밀로 해 주길.
그때 마리안느의 물음에 비하면 침착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고른 선물이 넬라에게 줄 먹거리라는 점을 좋게 평가해 준 거였구나. 이해가 되면서도 머쓱했다. 당장 제일 아쉬운 게 그거였을 뿐인데. 그건 그렇고 동물을 정말 좋아하시는구나. 어쩐지 말이가 낯도 안 가리고 그가 주는 걸 잘 받아먹더라니. 그 덕에 낭비벽(?)을 보이고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었으니,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그런 상념을 좀은 겸연쩍게 느껴지는 웃음소리가 깨뜨렸다. 이어 그는 <날 용서하지 마세요.>를 읽은 뒤 마저 이야기하겠다며, 답을 정해 두란다. 내 답이라, 고소인지 실소인지 모를 웃음이 머금어졌다. 확실히, 그런 내용의 책을 건넨 이상 그가 제안을 거두는 것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리 되면 공작 내외가 기회를 잡아도 모자랄 판에 네 발로 차 버렸냐며 아예 파양해 버리실지도. 그 경우엔 그의 관대함에 기대어 다른 혼처 주선이나 리멜트 남작위의 계승을 도와 달라고 청해야 할까? 생각하다 보니 후회감이 들 것 같다. 이런 걸 선물로 청하는 게 나았겠네! ...라고는 해도 안다. 선물이란 호의에서 비롯되는 것. 그 호의는 준다면 고마운 것이지, 받는 게 당연한 권리가 아니니까. 내가 보답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을 바라선 안 되겠지. 아무튼, 그가 제안을 철회한다면 그 정도를 청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리라. 그 뒤에 어떻게 될지까지는, 나중에,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때 생각하자.
스스로를 다독이며 청과물 가게가 밀집한 골목으로 들어서려니, 오래지 않아 그가 잠시 기다리라더니 한 가게로 들어갔다. 그 말에도 불구하고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짐이 많은데, 손수 다 들려는 걸까. 아니나 다를까. 그는 사과와 당근이 담긴 바구니까지 들어 보였다. 무거울 텐데, 그런데도 넬라와 말이에게 충분할지부터 묻는다. 맙소사. 황급히 바구니를 받아들었다. 꽤 묵직해서 순간 힘이 빡 들어갔지만, 그보다 그가 든 짐이 마음에 걸렸다. 안장은 무게도 무게지만 부피 때문에라도 한 팔로 들기는 불편할 텐데.
"짐이 많으시지 않습니까. 쿠키와 책도 주시겠습니까?"
쿠키는 가벼우니 바구니에 같이 담아도 당근과 사과가 눌리지 않을 것 같고, 책도 <부서진 인연> 초판과 같이 들면 어떻게 될 것 같다. 그러고 기다리려니, 그가 넬라 몫을 준 다음에는 바구니를 공작가로 보내 주겠단다. 시찰 중에 들고 다닐 수는 없어서 그렇게 조치하려는 모양이다만, 그럼 오늘 일을 공작가에 비밀로 하기는 어려워지는 건가. 그가 넬라에게 태워 줬던 순간이 알려지는 걸 상상하자마자 낯이 홧홧해졌다. 그래 놓고 그가 냉담해질지도 모르는 처신을 했다? 정략혼을 하겠다던 약속을 어겼다며 공작 내외가 당장 파양하신대도 할 말이 없겠다. 거짓말은 아닌 선에서 적당히 얼버무리자면...
"바구니에 대해 물으시면 시장 안내를 잠깐 해 드렸다 정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쿠키와 책도 나눠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따라가는데 그가 넬라의 식성을 알려 주었다. 마리안느는 책을 옆구리에 끼워서 손을 비우고는 바구니에서 사과 한 알을 집었다. 표면이 발갛고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게 어지간한 귀족가에서 후식으로 내놓아도 손색없을 상등품 같았다. 그가 얼마나 말을 아끼는지가 느껴졌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짐 다 들고 가셔도 괜찮으신 겁니까?"
어느새 말 여관의 말 머리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대로 가기는 아무래도 찜찜했다.
/헐(°⌓°|||) 책이랑 쿠키도 있는데 그생각을 못하고 있었네요(。゚・﹏・) 알렌 진짜무겁겠어요( ´•︵•` ) 말씀듣고보니 마리안느가 꼭 넬라의 먹거리를 청할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뒤늦게들어서 내용 추가해봤어요「(^∀^゚。) 그래도 이거저거 고려하면 넬라의 먹거리 정도가 적정수준이었던거 같지만요(*´ー`) 어휴 매번덮어놓고 100알더씩 쓰면 거지꼴을 못면할거예요(º﹃º) 지를때 질렀으면 다른데서는 허리띠를 졸라매야죠...。(づ_<。)゚。 주말이라 좀 늦게까지 버티면서 이어봤어요「(°~° ) 잇다가 사과 맛나겠다 탐낸건 안비밀이에요(˶∩_∩˶)
어느새 알렌의 손에는 짐이 상당히 많아졌다. 안장과 책과 쿠키, 그리고 바구니까지. 하지만 바구니는 마리안느가 들었기에 남은 짐을 드는 것이 알렌에게 있어 그다지 힘들진 않았다. 하지만 균형을 잡기 조금 힘든 것도 사실이었기에 그는 어쩔지 고민하다 마리안느의 제안에 쿠키만 마리안느에게 살며시 내밀었다.
"그렇다면 이것만 부탁할게요. 다른 것들은 충분히 혼자 들 수 있고, 안장은 넬라에게 채우면 그 이후부턴 따로 들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전에 쓰던 안장은 역시 호위기사에게 맡길 수밖에 없겠지. 나중에 정말 진지하게 호위기사에게 입단속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저 편에서 사과를 사서 먹고 있는 호위기사 2명의 모습이 그의 눈에 보였다. 거리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뒤따라오면서 확실하게 호위를 하고 있는 2명의 모습을 확인한 후, 알렌은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렇게 해주시면 고마울 것 같네요. 어쨌건 이 시찰이 주변에 너무 알려져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요."
슬그머니 눈동자를 굴려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알렌은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공작가가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이곳저곳에 소문을 낼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다음에 또 시찰을 나왔을 때 귀족들이 미리 대비를 하고 연출된 모습을 보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알렌은 오른손 검지를 자신의 입가에 가져간 후에 작게 쉿 소리를 내면서 눈웃음을 보였다.
짐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 같은 알렌은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다고 대답했다. 안장과 책 한 권. 이 정도인데 들지 못할 것은 없었으니까. 한편 넬라를 맡긴 여관이 보이자 알렌은 발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하며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며, 넬라를 찾았다. 안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넬라는 알렌의 모습이 보이자 바로 그에게 다가왔고 반갑다는 듯이 알렌의 품에 얼굴을 묻으려고 하며 얼굴을 부벼댔다.
"하하. 그래. 그래.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아. 그리고 선물을 좀 사왔어."
이어 알렌은 넬라의 몸에 채워진 안장을 풀었고, 자신이 새로 구입한 흑기사의 안장을 조심스럽게 채웠다. 이전에 쓰던 것도 어쨌건 황가의 물건이었기에 나쁘지 않았지만, 새로 채운 안장이 조금 더 분위기가 사는 것 같아 알렌은 절로 작게 감탄했다. 역시 유명한 안장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넬라의 몸을 가볍게 토닥였다. 이어 고삐를 잡고 조심스럽게 넬라를 밖으로 이끌고 나왔다.
그리고 그는 넬라를 마리안느 근처에 멈추게 했다. 왜 여기서 멈추냐는 듯이 넬라는 알렌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다가 마리안느가 손에 쥐고 있는 바구니를 바라보더니 딱 그 지점에 시선을 멈추고 뚫어져라 시선을 두었다.
"아무래도 먹을 것을 보고 관심이 생긴 모양이네요. 워. 워. 착하지? 넬라.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혹시나 사과를 먹겠다고 마리안느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을까싶어 알렌은 넬라를 달래듯이 머리를 가볍게 토닥였다. 그러자 넬라는 알겠다는 듯이 알렌을 잠시 바라봤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바구니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 안에 담긴 사과를 유난히 바라보고 있었다.
"출발하기 전에 한번 먹여볼래요? 사과와 당근이요."
/그래도 나름 단련을 하고 있으니까 문제없이 들 수 있었을거야! 물론 결국 쿠키는 넘겨주긴 했지만! 아무튼 청할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마리안느가 그만큼 동물을 아낀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는걸! 이렇게 캐릭터성을 다시 느낄 수 있고 말이야. 그래도 귀족 중에선 그 정도 사치를 즐기는 이들도 많았다고 하니 말이야. 마리안느 정도면 나름 절제하고 사는 이라고 생각해. 알렌도 딱히 낭비벽이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기도 하니 둘 다 살면서 돈 걱정은 크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싶어. 아앗...ㅋㅋㅋㅋㅋㅋ 사실 나도 쓰면서 사과가 먹고 싶었어. 물론 지금 집에 사과는 없고 토마토밖에 없어서 토마토를 먹었지만 말이야!
마리안느의 제안에도 그는 가벼운 쿠키 봉투만 넘겼을 뿐, 나머지는 혼자 들 수 있다며 사양했다. 넬라를 먹인 뒤에는 바구니를 호위 기사에게 맡기겠다는 것도 그렇고, 내게 짐을 지우지 않고자 배려해 주는 것 같다. 단순히 매너려니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나, 그래도 고마웠다. 쿠키도 책도 사실 그의 의사는 묻지 않고 떠넘긴(?) 짐인 데에다, 의례적이든 뭐든 덕분에 내가 짐을 덜 지는 건 사실이지 않은가. 마리안느는 쿠키 봉투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갈무리한 뒤 바구니를 고쳐 들었다. 버터 쿠키의 고소한 냄새와 사과 특유의 상큼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그러는 사이 그는 누군가를 찾는 듯 돌아보았다. 호위 기사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려는 걸까. 덩달아 고개가 돌아갔지만 행인 중에 호위 기사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거저거 잔뜩 사 버린 통에 기사님들이 고생하시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자넷은 동행해 달라고 할걸 그랬나. 아쉬워질 뻔했으나, 주위를 슬쩍 살피고서 속삭이는 그를 보자 마음이 바뀌었다. 영롱한 눈에 특유의 부드러운 웃음이 걸린 채이긴 했지만, 검지로 입을 가리는 걸로 보아 4황자가 도성을 시찰 중이라는 사실은 최대한 숨기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자넷까지 목격자가 되지 않은 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니라도 지금 와서 자넷을 먼저 보낸 걸 한탄해 봤자 늦었고.
그런 끝에 말 여관에 이르자, 그는 앞서보다 걸음을 서두르며 넬라가 있는 마구로 향했다. 그제껏 얌전하던 넬라가 반색하며 그의 품에 제 머리를 문질렀다. 제 주인을 어지간히 기다렸던 모양이다. 그런 어리광(?)을 받아 주며 그는 넬라의 안장을 교체하고는 부드럽게 밖으로 이끌었다. 그러다 마리안느 앞에 이르자 그가 넬라를 세웠고, 넬라는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바구니에 주목했다. 아무래도 싱싱한 사과의 향에 이끌린 눈치다. 그걸 눈치 챈 듯 그도 먹여 보지 않겠냐며 권했다. 감사의 말과 함께 살짝 목례하고는 넬라의 입가에 사과를 들이댔다.
"안녕? 아까 태워 줘서 고마워."
신세 져 놓고 엉뚱하게 다른 나라 공주님으로 오해해 버린 게 내심 미안했지만, 그 소리는 도저히 꺼낼 수 없었기에―그가 이미 눈치 챈 거 같긴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까지 들어 버리면 정말로 부끄러워 죽을지도 모른다.― 머쓱한 미소만 머금었다. 어쨌거나 넬라는 과육은 물론 씨와 꼭지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그렇게 먹으면서도 나름 조심하는지 마리안느의 손을 물기는커녕 이가 부딪지도 않았다. 간혹 까끌하고 따끈한 혀가 손끝을 스치긴 했지만. 말이가 간혹 마리안느의 손까지 먹을 기세로 당근을 물던 게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넬라는 말이보다는 차분한 성정 같다.
"착하다. 자, 당근도 있어."
그렇게 사과와 당근을 번갈아 먹이다 보니, 바구니에 뒀던 쿠키 봉투가 바스락 소리와 함께 내려앉았다. 그러고 보니, 출출한 건 넬라만이 아니겠다. 마리안느는 '잠시만' 하고 물러선 뒤 손수건을 꺼냈다. 아까 아이의 무릎을 닦느라 얼룩져서 손을 말끔히 닦기엔 애매한 상태다만, 도리 없지. 최대한 깨끗한 부분으로 닦은 뒤 그에게 쿠키 봉투를 내밀었다.
"하이네님도 출출하실 것 같아서요. 쿠키만 드시기 갈증 나시면 사과도 드시겠습니까?"
사과는 온전히 넬라의 몫으로 하고 싶으시다면 코끼리 분수에서 목을 축이실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눈요기도 되고 식수도 되니, 코끼리 분수는 가히 광장의 명물이라 할 만하다. 물론 물 맛이 차처럼 그윽하지는 않고 아무 맛 안 나는 수준이지만, 손쉽게 마실 수 있는 물인 게 어디인가. 그 정도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관리자가 무던히도 애썼을 거다. 그런 안내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활쏘기 내기를 하던 데가 정확히 어디였는지를 곰곰 되새겼다. 광장 외곽인 것까진 기억나는데, 코끼리 분수에서 어느 방향이더라? 시장 반대편이었나? 그러면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활쏘기 내기는 코끼리 꼬리가 가리키는 방향의 공터에서 했었습니다."
/귀족들에게 사치는 단순한 돈낭비가 아니라 사회적위신을 세우기위한 방법이기도 했다는 카더라를 들었지만 저는 그런삶 상상못하겠고 상상할수 있대도 캐들이 흥청망청쓰면 배아프니까(??) 적당히아끼는 귀족시킬래요☆⌒(>。<) 그건그렇고 넬라가 먹는거까지 임의로 써버렸는데 괜찮을까요?〈(^ヮ^)゚。 그리고 활쏘기경기장 가면 알렌은 이번에도 직접 참여할까요 이번엔 구경만할까요?(°~° )
넬라에게 인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상냥한 이미지로 그의 눈에 비쳤다. 보통 자신을 태워줬다고 이렇게 인사를 하고 고맙다고 하는 귀족이 얼마나 되겠는가. 동물을 아끼고, 다른 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참으로 따뜻한 여성이라고 알렌은 생각했다. 이 정도의 사람이라면 역시 알게 모르게 혼약을 맺으려고 하는 이가 많지 않을까. 그녀가 넬라에게 사과를 먹이는 동안, 알렌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가지처럼 뻗어나갔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하고 자신의 아버지이자 이 나라의 황제에게도 제대로 보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주였다.
한편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울리자 알렌은 살짝 놀라면서 생각을 멈췄다. 고작 그 정도의 소리에도 움찔할 정도로 생각을 깊게 한 모양이었다. 그에 이어 마리안느가 자신에게 쿠키 봉투를 내밀자 알렌은 그것을 받으면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그럼 하나만 먹을게요. 마리안느도 사과를 먹고 싶으면 먹어요. 물론 넬라에게 주려고 산 것이지만, 그렇다고 넬라에게 꼭 다 먹여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어쨌건 사과는 말뿐이 아니라 사람도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겠는가. 일단 쿠키 봉투에서 초콜릿 쿠키를 하나 꺼내서 그는 입에 넣었다. 바삭바삭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역시 로덴버그가의 저택에서 먹었던 쿠키만큼은 아니었다.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는 진지하게 로덴버그가의 파티셰를 황궁으로 불러들여 정식으로 고용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허나 그건 나중에 생각하거나 이야기할 사안이었다. 이어 사과를 한 입 깨물며 그 상큼함과 달콤한 과즙을 그는 조용히 즐겼다.
뒤이어 그녀의 설명이 들려오자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가 설명한 방향을 바라봤다. 분수대에 있는 저 코끼리의 꼬리가 가리키는 방향이구나. 방향을 기억하려고 하며 알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확실히 기억해둬야겠네요. 시찰 때마다 마리안느를 불러서 동행시킬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녀의 도움이 있으면 길을 잃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찰 때마다 그녀를 불러낼 순 없는 일이었다. 사실 오늘 이렇게 같이 다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작은 일탈에 가까운 행위였으니까. 정석대로 하자면 호위 기사 이외에는 동행시키지 않고 혼자서 조용히 둘러봐야만 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만 더 일탈을 즐겨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넬라에게 충분히 줬다고 생각하면 바구니를 주세요. 안장과 더불어서 제 기사에게 맡길테니까요."
당연하지만 이전의 안장을 계속 챙겨서 다닐 순 없는 노릇이었다. 바구니 역시 마찬가지였고. 자신을 호위하러 온 호위기사에게 맡기면 알아서 잘 챙겨줄 것이라고 믿었기에 알렌은 마리안느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며 고개를 돌려 넬라를 바라봤다.
사과와 당근을 먹여준 마리안느가 마음에 들었는지 넬라는 마리안느를 빤히 바라보며 살며시 고개를 내리면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알렌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넬라가 마리안느가 많이 좋은 모양이네요. 쓰다듬어달라는 행위에요. 한번 쓰다듬어볼래요? 아. 그리고,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말이와 넬라를 만나게 해주고 싶어지네요. 물론 어디까지나 기회가 되면이지만요."
제대로 만나게 하려면 자신이 로덴버그 저택에 방문해야할테고, 자신이 방문하는 순간, 공작이 또 무슨 준비를 하고 대접을 할지 그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괜히 마리안느를 곤란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그의 목소리는 절로 조심스러워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후자가 좀 더 큰 것 같은데? 그런데 사실 나도 약간은 그래. (옆눈) 그리고 괜찮아! 알렌의 반응을 임의적으로 쓰는 것만 아니면 괜찮으니까 그 부분은 편하게 해도 돼! 그리고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아마 이번에 알렌은 참여하지 않고 분위기만 지켜볼 것 같아. 그러다가 문제가 되는 사안이 생기면 바로 판을 뒤엎어버릴테고 그게 아니면 그냥 만족하고 갈 것 같아. 경매장에서 어느 정도 유희를 즐겼으니 아마 이후에는 시찰에 조금 더 집중할 것 같거든.
그는 쿠키와 사과를 들면서 마리안느에게도 먹으라고 권해 주었다. 일행을 빈틈없이 챙기는 면모가 새삼 신기했다. 황자쯤 되면 누군가에게 챙김받는 데에는 익숙해도 누군가를 챙기는 데에는 익숙지 않을 법도 한데. 워낙 다정다감한 성품이셔서인 걸까.
어쨌든 고개를 아주 살짝 꾸벅이는 걸로 인사를 대신하고는 바구니로 눈길을 돌렸다. 당근도 사과도 좋아하지만, 마리안느는 슬쩍 넬라를 살폈다. 넬라가 사과를 더 좋아한다니, 사과를 먹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말이처럼 자기도 달라고 조를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사과를 한 입 깨문 순간, 나무랄 데 없이 아삭한 식감과 새콤하고 상큼한 맛에도 불구하고, 살짝 김이 새는 결말에 도달했다. 넬라는 그저 얌전했다. 말이와 너무 딴판이라 도리어 미안해질 정도다. 결국 마리안느는 사과를 더 먹는 건 포기하고 넬라에게 넘겼다.
"미안, 장난쳐서."
이번에도 넬라는 통째로 야무지게 먹는다. 마리안느가 제 몫(?)을 먼저 먹어 버렸는데도 딱히 성나거나 불만을 가진 눈치는 아니었다. 마리안느는 픽 웃어 버리며 당근을 대신 먹었다. 말이 앞에서 먹을 땐 안 빼앗기려고 팔을 빼곤 했는데, 이렇게 평온하게 먹으니 묘하게 허전하다(?).
그렇게 사과를 다 먹이고 당근도 반쯤 먹였을 때, 그가 방향을 잘 기억해 둬야겠다며 끄덕였다. 시찰할 때마다 동행할 수는 없다는 농담은 덤이었다. 미소로 들으면서도 역시 시장 약도를 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끼리 분수라는 좋은 길잡이(?)가 있긴 해도, 역시 지도가 있는 편이 좀 더 편리할 것 같으니까. 돌아가는 대로 지도 제작상에게 의뢰를 넣어 봐야겠다. 용돈은 한 푼도 안 남았지만, 4황자께 전하겠다고 하면 공작 내외께서 조치해 주시지 않을까? 라고 기대했으나 이내 미심쩍어졌다. 4황자께 뭔가 하겠다는 구실로 무사 통과인 것도 내가 이분과 혼인할 가능성이 있을 때 얘기. 다시 말해, <날 용서하지 마세요.>를 읽으신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지금으로선 청하기 어렵다.
심란한 기분을 감추려 애쓰며 그에게 바구니를 건네는 한편 쿠키 봉투는 챙기려니, 넬라가 마리안느에게 머리를 내밀었다. 바람결에 갈색 갈기가 흩날리며 피부에 부드럽게 와 닿았다. 바구니는 이제 안 들었는데, 왜 이러지? 어리둥절한 사이 그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쓰다듬어 달라는 의미란다. 이것도 말이와는 딴판이네. 말이는 자기가 먼저 얼굴로 문지르듯이 들이대는 편인데. 아니면 낯선 사람이어서 딴에는 낯을 가리는 걸까? 생각해 보니 말이도 받아먹으면서 손까지 깨물거나, 먹는 거 달라고 조르거나, 얼굴을 바로 비비는 건, 나한테만 그러는 눈치이긴 하다. 낯을 가린다면 나도 조심스레 대해야겠구나. 마리안느는 손끝으로 빗질하듯이 넬라의 갈기를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말이와 넬라를 만나게 해 주고 싶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러면서도 어디까지나 기회가 될 경우라고 한정하는 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신경 써 주는 것 같았다. 퍽 조심스럽구나. 그의 지위를 생각하니 묘해져 그만 웃음이 샜다.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원하기만 한다면, 그가 로덴버그 공작가를 방문하든 공작가에서 그를 알현하기 위해 입궁하든, 공작 내외는 기꺼워할 텐데. ―꼭 혼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황자와 친분을 쌓을 기회를 마다할 귀족가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랬기에 파티셰와 함께 입궁할 때 말이도 데려가겠노라고 답하고 싶었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래도 망설여졌다. 아무래도 그가 심사숙고한 결정을 듣기 전까지는 확답할 수 있는 게 극히 드물겠다. 결국 마리안느는 어정쩡한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분께서 책을 읽으신 뒤에도 꺼리지 않으신다면, 파티셰와 함께 찾아뵐 때 데려갈 수 있을 듯합니다."
말하면서도 이게 뭔가 싶다. 스스로도 답답해 화제를 돌려 보았다. "내기를 보러 가시겠습니까?"
/왓ㅋㅋㅋㅋㅋㅋ 저만 배아픈거아니라니 기뻐요ლ(•▽•ლ) (응?) 양해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알렌이 직접참여해서 과녁이 점점 작은물체로 바뀌어도 한결같이 적중시켜서 명궁인증(?)을 하려나했는데 이번엔 구경만하는군요(•ε •๑) 그러면 내기현장에 도착했을때 마침 내기하고있던 사람들중에 한명이 연달아 명중시키는바람에 내기주최측에서 사람머리위에 사과를얹고 과녁삼아버리는 쇼를 막 시작하던참(°﹏°|||)이라고 해도 될것같아요՞՞(づд⊂)՞՞
장난쳤다고 이야기하며 넬라에게 사과하는 그 모습에 알렌은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무슨 장난을 친거지? 바로 옆에서 보긴 했지만 딱히 장난을 치는 모습은 그의 눈엔 보이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뭔가 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알렌은 넬라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넬라 쪽도 별 이상은 없어보였다. 모르긴 몰라도 뭔가를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알렌은 빤히 마리안느를 바라보긴 했지만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없고, 넬라도 별 반응을 하지 않으니 알렌은 그저 별 거 아니겠거니 하고 조용히 넘겼다.
이제 어느 정도 먹였다고 생각한 것일까. 알렌은 그녀가 내민 바구니를 받아들였다. 남은 것은 조금 있다가 호위기사에게 주고 로덴버그 공작가로 보낼 생각이었다. 출발하기 전에는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넬라가 마리안느에게 쓰다듬어달라고 요구하는 행동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어 마리안느가 손끝으로 넬라의 갈기를 쓸어내리자 넬라는 기분이 좋았는지 살며시 자신 쪽에서 그녀의 손에 머리를 부비려고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알렌은 그저 귀엽다는 듯이 웃음소리를 작게 냈다.
"쓰다듬어달라고 요청하는 일은 많아도 자신 쪽에서 먼저 얼굴을 부비고 그러는 일은 잘 없는데 신기하네요.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당신이 넬라의 마음에 드는 모양이에요."
말을 마치며 알렌은 이번엔 자신 쪽에서 살며시 넬라의 머리와 갈기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러자 넬라는 고개를 마리안느가 아니라 알렌이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그래도 자기 주인이 쓰다듬어주는 것이 가장 기분이 좋은 것일까? 그 행동에 알렌은 괜히 더 귀엽다고 생각하며 조금 더 천천히 넬라의 머리와 갈기를 쓸어내리다가 손을 떼어냈다.
한편, 마리안느의 입에서 책을 읽은 뒤에도 자신을 꺼리지 않는다면 파티셰와 함께 찾아뵐 때 말이를 데려가겠다는 말이 나오자 알렌은 가만히 책을 바라봤다. 저 책을 읽으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일까.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저 책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입을 열었다.
"그 분에게 정말 진지하게 그 책을 읽어야 한다고 전해줘야겠네요. 뭐가 어찌되었건 그 책을 읽지 않으면 시작조차 되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시찰을 마치고 궁에 돌아간 후,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이것저것 보고를 하고 방으로 돌아가 책을 천천히 읽어야겠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물론 본격적으로 읽는 것은 내일이 되겠지만 도입부 정도는 읽을 수 있지 않겠는가.
"내기라. 그 전에 잠시만요. 짐을 기사들에게 조금 전해주고 올게요. 아. 그리고 죄송하지만 제가 돌아올 때까지 제가 가는 방향과는 반대 방향을 봐주시겠어요? 물론 마리안느, 당신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보안 문제가 있거든요. 그래서 당신이라도 누가 호위기사인지 알려줄 수는 없어요."
규정상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을 크게 느끼며 알렌은 마리안느에게 그렇게 부탁했다. 이어 그는 잠깐 다녀오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조금 전, 사과와 당근을 산 가게가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다 저 편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호위기사 두 명을 발견하고 알렌은 그 두 명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들고 있는 이전의 안장과 당근이 들어있는 바구니를 호위기사에게 전달했다. 안장은 나중에 궁으로 돌아가면 자신에게 주고, 바구니는 로덴버그 저택에 전달하면 된다고 알렌은 지시를 내렸고 기사 두 명은 고개를 숙이며 명을 받들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동행하는 분과는 계속 같이 다니실 겁니까?"
"그럴 생각이에요. 물론 이번 시찰만 말이에요."
"혹시나 해서 여쭙는건데, 혹시 마음에 품고 계시는 분이십니까?"
"후훗. 솔직히 말하자면, 언젠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만날 때마다 호감이 가는 이라서 말이에요. 아무튼 오늘 이렇게 제가 다른 이와 다녔다는 것은 다른 이에겐 비밀로 해주세요. 황제 폐하도 포함해서 말이에요."
"알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들어서 좋을 내용은 아니었기에 세 사람의 목소리는 상당히 조심스러웠고 그 크기도 작았다. 아무튼, 대화를 마친 후, 알렌은 두 기사에게 조금만 더 고생해달라고 이야기하며 뒤로 돌아섰고, 다시 마리안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오래 기다리셨죠? 마리안느. 그럼 슬슬 출발해볼까요? 그건 그렇고..."
넬라와 마리안느를 번갈아 바라보던 알렌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왼손으로 넬라를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안아서 올려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자캐가 가난한 것은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막 사치를 아무렇지도 않게 부릴 수 있다고 하면 뭔가 배아픈걸! 나도 저렇게 사치부리고 싶다고 괜히 생각도 들고 말이야. (글러먹음) 아무튼 알렌이 직접 쏘는 것은 다음에 언젠가 알렌과 마리안느가 따로 둘이서 데이트를 하거나 시간을 보낼 때 특등석에서 직접 보여주는 것으로 해볼까 생각 중이야. 내기가 아니라 오로지 마리안능네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말이야.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 같아. 물론 전에도 썰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저런 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알렌은 아마 그 내기판 자체를 뒤엎어버리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정말로 크게 화를 낼 것 같아. 자세한 것은 일상에서 직접 보여주는 것이 좋겠지! 역시!
한눈에도 곱던 넬라의 갈기는 직접 쓸어 보니 더 부드러웠다. 내 머리칼보다도 결이 고울지도? 내심 감탄하는 사이 넬라가 마리안느의 손바닥에 머리를 갖다 댔다. 어리둥절해 쓸던 손을 멈추는데, 그가 넬라의 호감 표시라고 설명해 주며 웃었다. 이윽고 그가 넬라의 머리를 쓰다듬자, 넬라는 이내 그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주인이 최고인가 보다. 말이보다 어르신(?)처럼 처신하는데도 어리광이랄지 친근감 표현이랄지는 확실한 모습에 웃음이 지어졌다. 같은 말이라도 이렇게나 성향이 다르구나.
그러고 그와 넬라의 사이좋은 모습을 지켜 보려니, 그가 넬라에게서 손을 거두고는 <날 용서하지 마세요.>를 내려다봤다. 그러면서 정말 진지하게 읽어겠다고 말해 주니 불안하면서도 마음이 놓였다. 마음이 놓이는 건 내가 그와 같은 정열을 가질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 극단적으로는 그가 진지하게 여기는 그 정열을 이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그가 충분히 고려할 것이어서고, 불안한 건... 그래서 산통이 깨지면 이후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난감해서. 아이고, 모르겠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닌데 고민해서 뭐하나? 마리안느는 <부서진 인연> 초판을 품으로 끌어당겼다. 오늘 돌아가면 오랜만에 이 비극일지, 스스로 자초한 불행일지 모를 이야기나 읽어야겠다 마음먹으면서.
그때 그가 호위 기사들에게 짐을 전해 주고 오겠다더니, 자기가 가는 방향과 반대편으로 향해 달란다. 호위 기사의 신원이 노출되면 곤란해지는 모양이다. 마리안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서서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돌아선 채면 눈을 감은 건 안 보이겠지만, 비밀이라면 안 보고 안 듣겠다는 나름의 의사 표시였다. 그래도 그러고 있기는 아무래도 지루했는지라 각종 연주곡의 선율을 머릿속으로 곱씹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이내 그와의 즉흥적인 합주가 떠오른다. 피아노만으로 연주할 때와는 다른 빛깔이었지. 좀 더 애틋하고, 묘하게 발랄한 것도 같으면서, 그리운 무언가를 향해 다가가는 느낌. 잡념에 엉뚱한 건반을 눌러 버리기도 했지만, 마음이 푸근해지는 곡이었다. 자신이 휘파람으로 불었던 멜로디를 바이올린으로 재현하며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상념을 따라 흘러가던 중 인기척이 느껴졌다. 눈을 떠 보니 어느새 그가 다가와 있었다. 귀를 막았던 손을 떼고 짐을 고쳐 드는데, 그가 히쭉 웃어 보였다. 장난치기 직전의 아이 같은 웃음. 그러고 이어진 말에 머리가 화끈 익고 말았다.
"아, 아니요! 혼자 탈 수 있습니다!"
또 들렸다간 민망해 죽을지도. 넬라에게로 성큼 다가서며 탈 자리를 가늠했다. 아까 몸 둘 바를 모르겠던 걸 생각하면 앞쪽에 탈 엄두가 안 나는데, 뒤에 타자니 내가 낙마라도 할까 불안하다던 게, 그래서 불편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했던 게 마음 쓰였다. 마리안느는 흥분을 가라앉히고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잠시만' 하고 넬라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앞쪽에 걸터앉았다. 올라타는 순간 팔에 힘이 들어갔으니 몸이 눌렸을 텐데도, 넬라는 얌전히 있어 주었다. 착하다. 넬라의 갈기를 쓰다듬고는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
"보십시오. 혼자 잘 타지 않습니까."
/그러니까요! 캐들이 너무 좋은거만끽하면 배아파요!(⇀‸↼‶) 둘이 있는데서 보여준다라♫~(•ε •๑) 저는 활쏘기내기에서 체면을 구겼었으니(?) 활쏘기내기에서 만회하지않을까 상상했었는데 듣고보니 그거도 좋네요ヾ(^~^˶)ノ 근데 알렌이 극대노하면 활쏘기내기 주최측은 앞으로 밥줄이 날아가는걸까요〈(°ロ°|||)ゞ 한편 마리안느가 수치사를 면하겠다는(??) 일념으로 넬라에게 올라타게는 했는데「(°ヘ°) 타고서 의기양양한게 영 애같아서 쓰고보니 좀 민망하네요〈(^ヮ^)゚。
두 번이나 안겨서 올라타긴 싫었는지 마리안느가 거절의사를 밝히자 알렌은 아쉬운 표정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저렇게 부끄러워하니 자신이 고집을 부릴 순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간하면 혼자 타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기에 그는 마리안느가 타는 모습을 조용히 옆에서 바라봤다.
그리고 넬라에게 양해를 구한 후, 넬라의 위에 올라타고 넬라의 갈기를 쓰다듬는 모습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자신을 향해 웃으면서 혼자서 잘 타지 않냐는 그 말에 알렌은 웃으면서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말을 잘 타지 못하는 영애도 많은데 마리안느는 정말 잘 타시네요.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걸요?"
뭐가 아쉬운지에 대해서는 그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안아서 태우지 못해서 아쉽다고는 할 수 없지 않겠는가. 뭔가 너무 경박해보이고, 가벼워보일 것 같았기에 더더욱. 자신도 모르게 또 다시 마리안느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걱정하던 알렌은 살며시 넬라에게 다가갔고 그 위에 가볍게 올라탔다. 당연히 그가 앉은 자리는 마리안느보다 조금 더 뒤쪽이었다.
"자. 그럼 가자. 넬라."
고삐를 잡고 살짝 당기자 넬라는 알겠다는 듯이 앞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처음 말을 탔을 때처럼 마치 알렌이 마리안느를 품 속에 안고 있는 모양새였지만 이미 한 번 해서 그런 것일까. 알렌은 크게 의식하지 않으며 넬라를 모는데 집중했다. 마리안느가 가르쳐준 방향을 따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그는 다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주변을 관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적어도 이곳에 사는 귀족들이 평민들을 못살게 괴롭히거나 쥐어짜는 일은 없다는 것이 느껴지네요.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묻는 거지만 로덴버그 가는 어떤가요? 평소에."
물론 그녀는 로덴버그 가의 영애였다. 그렇기에 직접적으로 로덴버그 가에 대해서 묻는 것은 적절치 못한 질문이었으나 그럼에도 그는 굳이 그녀에게 그렇게 물었다.
"후훗. 물론 딱히 트집을 잡고 싶고 그런 것은 아니에요. 로덴버그 가문은 이 제국에서도 이름 있는 공작 가문 중 하나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알아둘까 해서요."
이 제국은 오로지 황족의 힘으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었다. 귀족의 힘 또한 상당히 중요했고, 그 때문에 황가는 유력 귀족 가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냈다. 당연하지만 알렌 역시 그런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귀족 가문들, 특히 공작 가문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알렌은 미소를 지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뭔가를 해줄 수 있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제가 황제 자리에 앉을 일은 없을테니까요. 후훗. 그렇게 따지자면 사실 저보다는 다음 황제가 될 가능성이 큰 제 형님이나 누님 쪽으로 좀 더 줄을 서고 좋은 관계를 만들려고 하는 이가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을 하지만, 딱히 알렌의 표정에는 크게 불만은 없어보였다. 오히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면서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살며시 넬라를 틀어 옆으로 이동시키면서 이야기했다.
"시찰은 차후에도 여기저기로 다닐 거긴 한데, 마지막엔 우리가 약속을 나눴던 그 언덕에 가고 싶은데 혹시 괜찮을까요?"
/한동안 영업정지를 먹여버리지 않을까 싶어. 아예 잘라버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반성하라는 의미로 말이야. 그리고 그 사안은 당연히 황제에게 보고가 될테니까 막 엄청난 감시와 간섭을 받을 것 같기도 하고? 아앗...ㅋㅋㅋㅋㅋ 하지만 귀여운걸! 뭔가 당당하게 나도 잘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적어도 알렌은 귀엽게 보고 있어.
의기양양했다가 흠칫 입을 가렸다. 알아서 탈 수 있으니 수고스러움을 감수하실 필요 없다고 하려던 건데, 말하고 보니 혼자 할 줄 아노라 자랑하는 어린애 같아서였다. 어쩌면 이분 앞에선 민망한 모습만 보이고 마는지. 잠깐이긴 했어도 어린 시절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거 같은데. 헛기침도 못 하고 눈길을 피하는데, 웃음기 어린 대답이 돌아왔다. 어린애 같다고 뉘우쳤던 게 무색하게 잘 탄다는 칭찬에 으쓱해졌다가―사교계스러운, 닭살이 돋을 것만 같은 화려한 수식어 없이 담백하게 잘 탄다고만 표현해 줘서인 것 같다.― 조금 아쉽다는 말에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잘 타는 게 왜...? 다음 순간, 타는 듯한 부끄럼에 책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때 대처하는 화술도 있을 법한데, 아니, 분명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생각 안 나고 볼멘소리만 흘러나왔을 뿐이다.
"저 드실 때 무겁지도 않으셨습니까...?"
마리안느의 속이 속절없이 요동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여유롭게 올라타서는 넬라를 몰기 시작했다. 역시나 이 구도는... 마리안느는 몸을 웅크리며 책으로 제 가슴을 덮었다. 심장에 해롭다! 한편으로는 공연히 억울한 기분도 든다. 그는 말을 모느라 여념이 없는데, 나만 일일이 동요하는 것 같다. 뭔가 손해 보는 기분.
그때, 그가 귀족에게 시달리는 평민은 없어 보인다는 시찰 소감을 밝히며 생각지 못했던 질문을 던졌다. 너무 뜻밖이라 순간 말문이 막혔다. 로덴버그 가에서 평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물으신 건가, 지금? 로덴버그 가의 사람인 내게 그런 질문을 해도 진실성이 보증될 거라고 기대하시나? 뭐라 대꾸도 못 하고 눈만 깜박이려니, 그가 로덴버그 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알고 싶은 것뿐이라 덧붙였다. 뭐라고 답변해야 가문에 누를 안 끼치면서 성실한 대답이 될까? 공작저의 분위기를 찬찬히 떠올리며 말을 골랐다.
"고용인의 충심을 기대하기보다는 대우받은 만큼은 일하라고 요구하는 분위기입니다. 반대로 대우가 약속되지 않은 일은 하지 말라는 분위기이기도 하고요. 다만 제가 로덴버그 가의 사람이라는 점과 로덴버그 가의 영지까지 가 보지는 못했기에 공작저에 한정된 이야기임을 헤아려 주십시오."
철저히 계약에 따라 유지되는 관계랄까. 그런 점이 리멜트 가와는 딴판이라고 생각했었다. 부모님은 고용인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기에 직접 말하지 않은 부분도 서로가 어느 정도 헤아리고 돕는 분위기였는데 비해, 로덴버그 가는 정해진 선 안에서만 교류하는 느낌. 그건 공작 내외와 나도 마찬가지라, 양쪽의 이해타산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틀어질 수 있다는 게 종종 실감 나곤 했다. 어떤 의미로는 황실에도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 같다. 주군의 권위를 넘보지 않을 테니 가문의 기득권은 침해하지 말아 달라는, 암묵적인 선을 지키는 데 전념한다는 점에서.
그런 면을 곱씹는 사이 그가 공작가에 뭔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보다 차기 황제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은 1황자, 1황녀와 인맥을 쌓으려는 이가 더 많을 거라면서. 아쉬워하는 눈치이기는커녕 오히려 강 건너 불 구경 하는 듯한, 흥미마저 엿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조금은 정정하고 싶어졌다.
"말씀하신 그 점으로 인해 오히려 전하와의 교분을 바라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시류에 영합하거나 파벌에 치우치기보다 황실에 대한 예우를 다하는 게 적을 덜 만드는 처신일 수 있으니까요."
적어도 공작 내외는 그런 입장이시라고 덧붙일 찰나, 그가 시찰을 마무리하고 나면 호른산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뭉클해졌다. 그때 수도의 전경을 내려다본 자리는 그대로일까? 아니, 그보다... 그때 드린 손수건을 아직 쓰고 계신 것도 그렇고, 굳이 호른산에 오르고 싶다는 것도 그렇고, 철 모르던 어린 시절의 만남이 어떤 의미였기에 이토록 염두에 두어 주시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든, 이분의 이런 성실한 면은 내게 분명 행운일 거다. 정말 최악의 상황에도 내 얘기를 한 번은 더 들어 주실지도 모르니. 그렇지 않을지라도 누군가가 나와 함께한 순간을 이렇게 각별히 여겨 주는 이상 나도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하고 싶다. 그래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을 잘 맞추면 노을 지는 수도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가다 보니 시끌벅적한 소리가 조금씩 전해져 왔다. 기억이 틀리지 않았는지, 활쏘기 내기가 진행 중인 현장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일까. 열띤 환호성이 들리다가 뚝 그치고 침묵이 고이기를 반복한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정황이 보다 또렷해진다. 듣자니 내기 참여자 중 한 사람이 유난히 활을 잘 쏘는 모양이다. 과녁을 줄이고 줄였는데도 어김없이 맞히더니 급기야는 밤톨만한 과녁에도 화살을 적중시켰단다. 그 바람에 내기 판의 주최자며, 못 맞힌다에 걸었던 사람들이 꽤나 손해를 봤다는 얘기까지 왁자지껄 잘도 들렸다.
대단한 구경거리겠네. 그 명궁이 어디 있나 고개를 빼는데 사회자로 추정되는 이가 짐짓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대~단한 명사수로군요! 이만하면 전설의 명사수에 도전해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기대하시라~"
그러고 사회자는 웬 남성을 과녁이 있는 위치로 데려가더니 그 머리에 사과를 얹었다. 설마? 등골이 오싹해졌다.
"자자, 오늘의 주인공이 과연 이 사과도 맞힐 수 있을까요? 여러분, 어디에 거시겠습니까?"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저게 제정신으로 할 짓인가? 그런데 모인 이들은 뭔가에 홀린 것처럼 돈을 걸어 댄다.
처음 안아서 넬라에게 태웠을 때도 나온 물음이었기에 알렌은 태연하게 웃음소리를 내며 그때와 비슷하게 대답했다. 물론 사람인 이상 무게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어느 정도 단련을 하고 있고 체력도 기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성 한 명 정도는 충분히 안아들 수 있었다. 그와는 별개로 자신의 체중을 걱정하는 것일까 싶어 알렌은 마리안느의 체형을 가만히 바라봤다. 딱히 체중을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나 그 말은 굳이 입에 담지 않았다. 제 누님이 여성에게 체중에 대한 이야기는 가급적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교육을 받은 탓이었다.
아무튼 넬라를 천천히 몰면서 알렌은 마리안느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그 대답에 알렌은 정말 철저한 계약관계로 이뤄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우를 한 만큼 일하고, 대우받지 못한 것은 하지 마라. 즉, 돈을 받은만큼만, 그리고 딱 시키는 정도의 일만 제대로 하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다정한 분위기보다는 조금 딱딱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섞여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냉정하지만, 철저함이 확실히 느껴지네요. 인간미가 조금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전문직들이 많을 것 같고요. 명확한 기준이 있으니 일을 하는 이들도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할 것 같고요. 하지만 충심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뜻밖이네요. 대체로 고위 귀족들은 자신의 가문에 대한 충심을 요구하는 일이 많은데.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조금 신선하네요."
애초에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거나, 기본적인 대우조차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적인 좋고 나쁨은 구분할 수 없는 법이었다. 로덴버그 가문은 로덴버그 가문대로 그렇게 하는 것이 잘 맞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적어도 자신이 아는 바, 로덴버그 공작가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는 그다지 나오지 않는 편이었다.
한편 마리안느가 이어 자신의 말을 정정하는 모습을 보이자 알렌은 그 말에 다시 귀를 기울였다. 황제 자리에 오를 일이 없기 때문에 자신과 교분을 바라는 경우도 있다는 말에 알렌은 일리가 있다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상태에서 그는 살며시 고개를 내려 마리안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그럼 마리안느. 당신은 어떤가요? 만약 제 1황자가 정혼자를 구하고 있다고 한다면, 당신은 그럼에도 저와 이렇게 교류를 할 건가요?"
조금 비겁할지도 모르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과연 어떨지 알렌은 알고 싶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제 1황자에게 집중적으로 다가갈지, 아니면 제 4황자인 자신과 지금처럼 지내줄지. 물론 답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도 그는 굳이 답을 재촉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그녀의 입에서 노을 지는 수도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자 알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풍경을 보기 위해서 시찰을 대충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마음같아서는 그 풍경을 보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찰을 대충할 순 없을테니 시간이 천천히 가길 바랄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게 답을 마치고 좀 더 넬라를 이끌고 앞으로 가는 도중,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앞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모여있는 장소가 보였다. 아무래도 저곳이 목적지인 모양이었다. 천천히 넬라를 세우고, 그는 넬라 위에서 내렸다. 마리안느가 내리려고 한다면 손을 잡아주려고 했을 것이고, 마리안느가 내리지 않는다면 그 상태에서 고삐를 잡고 천천히 앞으로 갔을 것이다.
아무튼 사회자로 추정되는 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알렌은 그 목소리에 잠시 집중했다. 보아하니 엄청난 명사수가 나타났고 그 때문에 이득을 본 사람도 있고, 손해를 본 사람도 생긴 모양이었다. 여기까진 그냥 가벼운 게임으로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허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응?"
어떤 남성을 과녁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더니 머리 위에 사과를 올리는 모습에 알렌은 대체 왜 사과를 저렇게 올리나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그 와중에 넬라는 사과가 있는 방향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사회자의 다음 말이 들려오자 알렌은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봤다. 말릴 사람은 없어보이고 오히려 더 흥미진진하게 돈을 걸고 있고, 사회자는 더더욱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려는 듯이 더욱 더 돈을 거는 것을 유도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어떻게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리고 거기에 활을 쏘라고 한단 말인가. 과녁에 꽂힐 정도의 화살이라면 사람에게 명중했을 때 크게 다칠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런 판국에 어떻게 저런 내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알렌은 마리안느를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 숨을 약하게 내뱉었고 넬라에게 기다리라고 이야기를 한 후, 고삐를 놓았다.
"멈추십시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을 너무나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어디 목소리 뿐이겠는가. 그의 눈빛 역시 상당히 매섭게 바뀌어있었다. 이어 그는 공터의 중앙으로 다가갔고 돈이 모여있는 책상을 있는 힘껏 걷어찼다. 책상이 그대로 엎어졌고 올려진 돈은 땅바닥에 흩어졌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행패입니까?! 당신 뭐야?!"
"그 입 다무십시오. 그저 단순한 활쏘기 게임이라면 가벼운 유희일 뿐이니 너무 과도한 돈을 걸지 않는 한, 그저 가벼운 게임일 뿐입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리고 활을 쏘라고 하고 거기에 돈을 걸다니. 당신들에겐 이게 가벼운 게임입니까? 당신들이 하는 짓은 그저 한 순간의 스릴과 자극을 위해 타인의 목숨을 뺏는 행위입니다. 인간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위이며,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입니다. 이 제국의 황제 폐하 역시 이런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했을텐데요?"
"그러니까 당신 뭐냐고! 왜 갑자기 끼어들어서 행패야?! 행패는!"
"제가 누구냐고 했습니까?"
이어 저 뒷편에서 말 두 마리가 빠르게 달려왔고, 그 위에 타고 있는 남성 두 명이 말을 세운 후, 빠르게 내려왔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서 그곳에 모여있는 이들에게 겨눴다.
"저는 이 제국의 제 4황자. 알렌 실포드 알드레아입니다. 레너드경, 알프레드경. 저 사회자를 붙잡으세요. 제국의 법으로 엄하게 다스려서 다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못하게 만들겠습니다."
절대로 지금 이 일을 그냥 넘길 순 없다는 듯이, 알렌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자신의 호위기사들에게 사회자를 붙잡으라고 단호하게 지시했다. 그의 목소리는 마리안느와 이야기를 할 때와는 다르게 상당히 낮고, 차갑고 날카로웠다.
/우와. 어쩌다보니 길이가 상당히 길어진 것 같은데. 이거. (옆눈) 일단 너무 길어지면 안되니까 조금 간추려서 쓰긴 했지만..아무튼... 알렌을 화가 나면 날뛰기보다는 낮고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면서 분위기를 제압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야. 일단 돈이 올려진 테이블은 걷어차서 엎어버렸고 게임 자체를 엎어버렸으니 판을 엎어버린 것이 맞겠지! 아마!
물론 신분은 낮긴 하지만 알렌은 존댓말이 입에 붙은 애거든. 물론 진짜 엄청나게 화가 났을땐 그땐 반말을 하기도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알렌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저런 활쏘기 내기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기도 하고.. 호위기사들은 이럴 때 일하라고 데리고 온 것이니까! 물론 알렌도 검을 다룰 수는 있지만, 그래도 호위기사가 있고 시찰 나왔는데 검을 차고 나오기도 조금 애매하기에 처리는 기사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잘 자! 마리주! 좋은 밤 되길 바라!
아마도 황가를 직접적으로 모욕하거나 황가에 칼을 들이밀었을때 나오지 않을까. 그것만큼은 알렌도 적당히 못 넘어갈 사안이기도 하고, 진짜 제국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아주 큰 사건이니 말이야. 아앗...ㅋㅋㅋㅋㅋㅋ 적어도 알렌의 입장에선 마리안느와 같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순간이 줄어들었으니 조금 아쉬워할지도 모르겠어. 물론 저놈들을 그냥 둘 수 없다는 분노가 먼저겠지만!
그래도 일상 중에 한 번 정도는 어떻게 섞으면 나올수도 있지 않을까? 약간 위기적인 느낌으로.. 음. 이를테면 줄을 서고 그 이후에 권세를 키우기 위해서 막 황가 사이에 이간질을 하다가 걸린다던가? 이런 것도 알렌 입장에선 상당히 화를 낼 것 같거든.
앗. 마리안느가 이제 상황수습을 하는 거야? 이미 알렌이 정체까지 다 밝혔는데 과연 어떻게 수습할지도 궁금해지는걸. 물론 꼭 그런 전개가 아니어도 마리안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지마 말이야! 물론 오늘은 잇지 않아도 돼! 일정이 있으면 당연히 노는 것이 뒤로 가야지! 나도 그러는걸!
맞아. 오늘...더웠어. 그것도 모자라서 지금 태풍이 또 올라온다고 하는데..(흐릿) 뭔가 8월달이 되니까 또 날씨가 스펙터클해지는 것 같네. 나는 에어컨의 시원함으로 버티는 중이야. 전기비..모르겠어. 그래도 당장의 시원함이 좋아. (글러먹음) 마리주도 더위 안 먹게 조심하자구!
딱 정치적 싸움을 벌이고 반대파를 몰아내고 다 몰살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 말이야. 실제 황가에서는 그런 식으로 같은 피를 나눈 이들끼리 싸우는 일도 흔했다고 하고. 아무래도 경우에 따라서는 진짜 피바람이 불지 않을까. 물론 알렌은 그런 일이 있어도 마리안느에게 굳이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 같지만 말이야.
그런 수습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거니까 나는 다음 답레의 마리안느의 행동을 기대하고 지켜보도록 하겠어!
태풍은... 에어컨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야. 정말로 큰 피해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이곳은 태풍이 와도 그렇게 큰 피해는 잘 없던 곳이라서 이번에도 의외로 별 피해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난 수분섭취는 바로 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마리주도 수분섭취 잘 하기야!! 그리고 잘 자!!
전혀 안 무겁다는 대답에서 배려가 느껴지는데도 묘했다. 아무리 가벼워도 다 자란 성인이면 곡식 몇 자루 무게는 너끈히 된다. 곡식이면 날라서 먹기라도 하지 멀쩡한 사람을 들어 옮겨 좋을 게 뭐 있겠는가. 그랬기에 그의 아쉬움 표현이나 무겁지 않다는 말에는 아무래도 수긍이 되질 않았다. 무겁지 않을 수 없다고 항변하기도 우스꽝스럽고 그의 완력을 얕잡는 결례로 비칠까 봐 말문은 닫았지만.
다행히 그도 더 개의치는 않는지 넬라를 모는 데 집중했다. 그러던 중 공작가의 얘기를 듣자 뜻밖이라 말하면서도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마따나 냉정하다면 냉정하고 담백하다면 담백한 분위기라고 새삼 생각했다. 고위 귀족이 충심을 바라는 경우가 많더란 말이 나왔을 땐, 나도 명문 귀족가라면 으레 그렇겠거니 선입견을 가졌었기에,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게 아니었어! 정도의 살짝 반가운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다 돌연, 예기치 못한 질문이 파고들었다. 그보다 서열이 더 높은, 어쩌면 다음 대의 황제 폐하가 될지도 모르는 분의 혼처가 정해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했을 거냐라. 나나 공작가의 목적이 그의 신분임을 뻔히 알기에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런즉 진지한 만남 같은 걸 무턱대고 제의하진 않았다는 의미일 테니 안심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혼란스러웠다.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들은 순간의 당혹감에 비하면 답은 허무하리만치 쉽게 나왔다.
"제 의사만 물으신다면, 물론입니다. 데뷔 파티부터 농담으로도 숙녀답다고는 못할 언동을 보였는데도, 하이네님은 제게 호의를 베풀어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웃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어딘가 개운치 않았다. 뱉은 말에 거짓은 없었지만, 아니, 거짓이 없어서 더 석연찮았다. 내게 호의를 보여 주는 황자이기 때문에 교류한다고 하면, 단순히 혼인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리라는 기대 때문에 접근한다는 의미가 되지 않는가. 아무리 지위가 높은 상대라도 혼인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니, 성공 가능성이 더 큰 쪽에 도전하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와의 교류도 그 합리적인 선택의 일환으로 보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런데 뭘까. 이 밑도 끝도 없는 답답함은. 거기 저항이라도 하듯 마리안느는 제 머리를 묶은, 그와의 재회에 톡톡히 한몫한 리본을 가리켰다.
"게다가 이 리본을 주신 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겠지. 황족이며 귀족을 통틀어 결혼 적령기 남성 중 내게 가장 호의적이고, 리멜트 가의 마리안느를 기억해 주는 이니까. 남들 앞에서 쓰기 민망한 손수건도 간직할 만큼, 그 시절 마리안느와의 교류를 각별히 여겨 주는 이니까. 그래서 다른 황자가 혼처를 구하는 중이든 아니든, 그와 교류하고픈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 거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책을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래도 그가 이내 너무나 그답게도, 시찰을 대충 할 수 없다는 성실한 반응을 보였기에 스스로도 영문 모를 동요는 어찌어찌 가라앉았다.
그러나 평온한(?)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활쏘기 내기 현장에 가까워 오자, 그가 넬라를 세우고는 편히 내리도록 도와주겠다는 듯 손을 건넸다. 아니, 그것도 ―신사라면 으레 보이는 매너이니― 그가 손등에 입을 맞췄던 게 의식되긴 해도 차분한 척 목례하고 잡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 활쏘기 현장에서 벌어지는 정신 나간 짓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표정은 일전에 베르메르 후작 영식을 상대할 때보다도 더 차디차게 굳어 있었다. 그런 얼굴로 그는 공터 한복판의, 판돈이 놓인 탁자를 걷어차 엎었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분위기를 띄우느라 법석이던 사회자는 특히나 더.
그런 현장을 그의 싸늘하게 날 선 분노가 뒤덮었다. 그에 굴하지 않고 사회자가 성을 내자, 그는 극약 처방을 단행했다. 제 신분을 밝히고 자신의 호위 기사들을 부른 것이다. 순식간에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기사에게 포박당한 채 무릎 꿇린 사회자는 물론 돈을 걸던 이, 그 명사수를 비롯해 활쏘기에 도전하던 이까지 모조리 그 앞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급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퍼뜩 주위를 둘러봤다. 과녁이 될 뻔한 그 사람은? 얼마나 겁을 먹고 있었는지, 머리에 사과가 얹혔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가 뒤늦게 벌벌 떨며 꿇었다. 사과가 흙바닥에 굴러떨어지며 파삭 으깨졌다. 마리안느가 다가가자 그 남자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웅얼거렸다. 다가오는 이가 누군지 분간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그 앞에 쪼그려 앉고서야 드문드문하게나마 남자의 말이 들려왔다. 죽을 죄를 지었다는 사죄와 이 일을 못 하면 끝장이라는 한탄이 뒤섞인 것 같았다. 순간 찌푸려진 미간을 애써 펴면서―찡그리고 있으면 이 남자가 나를 보자마자 겁먹을지도 모르겠기에― 헛기침을 했다.
"이 일의 보수가 얼마나 됩니까?"
남자가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가 엎드렸다. "10알더를 선금으로 받았습니다요."
한 방 맞은 듯했다. 10알더? 고작 그 돈 때문에 죽을지도 모르는 일을 했다고? 책을 그러안은 손이 떨렸다. 부정하게 산 책이 아닌데도, 이 책을 손에 넣은 게 처음으로 부끄러워졌다. 그 감정을 숨기고 싶어 속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나는 로덴버그 공작가의 영애 마리안느입니다. 10알더에 목숨을 걸겠다면, 공작가에서 세 달 정도 일해 보지 않겠습니까? 그동안 잘만 해 준다면 그대로 공작가의 일원으로 채용하거나, 다른 귀족가를 소개해 주겠습니다."
그러자 남자가 고개를 들어 마리안느를 쳐다보더니 거듭 절을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요! 아가씨!"
감사받을 일일까. 내 부끄러움을 덮으려고 얼렁뚱땅 얼버무린 건데. 마리안느는 한숨을 내쉬고는 일어섰다. 그리고 그의 앞으로 나서며 무릎을 굽혀 예를 표했다. 그가 직접 신분을 밝힌 이상 격식을 제대로 갖춰야 할 것 같아서였다.
"저 사람은 제가 채용해 보겠습니다만, 이건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빈민을 도울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찌어찌 이어봤는데 기대하신거에 비해 김새는내용은 아닌가 모르겠네요「(¬ε¬゚。) 어쨌거나 답레로 갱신이에요(*´ー`) 오늘이 입추였다는데요 계신데는 좀 덜더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