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안느는 정열이나 사랑이 인간관계에서 느낄수 있는 다른감정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ゞ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감정으로 간주하고 있으니「(..;) 알렌과의 결혼이 최선이라는 인식은 이성적이면서 정략적인 판단에 따른거고(¬ ¬ᅇ) 결혼성사여부가 알렌의 선택에 달린일이라는 점도 인식하고 있을거예요σ(゚ー゚*) 그래서 알렌과의 결혼을 기대하기보다 알렌이랑 친해지면 나중에 결혼상대소개 같은 이득을 얻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는 정도일거 같고요┐(°~° )┌ 그러니 부담은 안가지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아 하긴 너무 대놓고 판을 깐다싶으면 불쾌할수있죠☆⌒(>。<) 어릴때 구경했던 장소면 경매장, 이야기꾼, 활쏘기내기 현장 정도일까요?(˶◕◡◕˶) 경매장 품목 중에 알렌이나 마리가 혹할만한 물건이 있거나 이야기꾼이 재미난 소설을 구연하거나 활쏘기내기에서 알렌이 대활약을 하거나 그럴수 있겠다 싶어요(*´ー`) 말씀대로 리본과 손수건을 교환했던(?) 언덕에서 도시와 황궁을 내려다보는것도 화창한 낮이든 노을이 져가는 저녁이든 그림이 예쁠거 같고요(•‿•。) 근데 알렌이 플러팅을 친 적이 있었나요? 제가 잘 못 알아채서요〈(゜。゜)
그 부분은 이미 몇번이고 글에서 묘사되었으니까 아주 잘 전해지고 있어! 단순히 마리안느의 입장에서 조금 안타까운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러운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인위적으로 감정선을 뜯어고친다거나 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크게 부담은 가지지 않고 있어! 그래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음. 아마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 혹은 거기에 플러스로 조금 더 다녀도 될테고. 이제는 어린아이가 몰래 성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니니까 조금 더 자유로울테니 말이야. 알렌이건, 마리안느건 말이야. 마리안느 쪽에서도 황자와 같이 다녔다고 한다면 공작가에서 오히려 더 권장할 것 같은 분위기이고 말이야. 맞아. 개인적으로는 노을이 지고 있는 저녁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뭔가 그런 쪽이 그림이 조금 더 좋을 것 같거든. 살짝 옛날을 추억하기도 좋은 분위기이고 말이야.
사실 플러팅이라고 해야할까. 일부러 마리안느에게 툭툭 던지는 말들이 어떻게 보면 플러팅의 일종이기도 했지! 아무래도 황자이고 입장이 있는만큼 대놓고 막막 그렇게 하기보다는 그런 식의 간접적인 느낌이 더 크지 않을까 싶어. 그러니까 못 알아채도 이상한건 없다!
그야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불행해지면 너무 캐릭터가 안타깝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배드엔딩이나 새드엔딩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거든. 물론 꼭 필요하다면 모를까. 이런 로맨스가 들어간 작품에서 이어지지 않았다=불행해진다 이것은 조금 내 기준에선 아닐 것 같아서. (옆눈) 무엇보다 이어지지 않으면 불행해진다면 그냥 강제로 이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은 이어지지 않아도 불행해지는 일은 없다! 라는 것을 나는 여전히 지키고 싶어!
아마 그런 곳도 가지 않을까 싶어. 김에 쿠키도 먹고 말이야. 알렌이 다른 것은 몰라도 쿠키는 포기하지 못할 것 같거든. 음. 아마 알렌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것 같아. 아무래도 동네방방 황자가 여기에 나왔다! 이렇게 홍보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물론 귀족들은 이제 알 사람은 알겠지만, 평민들은 알렌이 황자인 것을 모르는 느낌일테니 정체를 숨기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거든. 물론 엄청 귀한 집 귀족 자제인가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는 있겠지만 말이야!
사실 진담인 것도 있고 장난스럽게 플러팅을 하던 것도 있어. 이를테면 말이 귀엽네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살짝 플러팅이 섞인 장난이었지만 마리안느도 자신과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은 진담이야. 참고로 진지하게 공작가가 원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겠다고 한 것은 플러팅이 아니라 진담이야.
하기야 아무리 귀족가 영애한테 결혼이 커리어나 다름없다고해도 특정인이랑 결혼못한다고 인생전반이 불행해지는건 서러워요՞՞(ᗒᗣᗕ)՞՞ 다른사람이랑 결혼해도 되고 안하고도 작위얻고 가문계승 할수도 있지!!(╯°Д°)╯┻━┻\。゜。 그래도 마리안느가 정열 혹은 사랑이 어떤감정인지 호기심 갖고 의문도 제기해보면서 가치관을 정립해가는 과정을 거치면 어떻게될지 개인적으로 궁금하긴 하지만요「(^_^゚。)
알렌은 쿠키를 진짜 사랑하네요(˶°ᗜ°˶) 황궁의 알렌 방부터 쿠키 조리실까지 직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질정도예요٩(≧▽≦)۶ 아아 전 신분을 밝히고나가면 여러사람 고생하고 진심보단 입에 발린 소리를 듣게될 가능성이 커지긴해도。゚(。σ﹏σ)ゞ 준공식적인 민원창구 역할을 하는 순기능도 있겠다고 상상했었는데 그보다는 신분을 감추는쪽의 장점을 선택했나봐요σ(°~° )
앗 (」°ロ°)」 다행히 진지한말도 많았네요 (˶.˶˶.˶) 마리안느가 재치있게 응수하기보다 당황해서 어리바리하게 구는 경우가 태반이었어서 재미없게 느낄수도 있었는데 다행이에요(づơ~ơ)づ 앞으로도 순항할수 있었으면 좋겠네요♫(・◡・๑)
주말은 늘 순삭되네요。゚(。ノ_<。)゚。 오늘은 이만 자러가 볼게요 평온하고 시원한밤 되세요ლ(^ヮ^ლ)
이미 이 세계관에선 황녀가 다음 차기 황제로 손꼽히고 있기도 한만큼 귀족가 영애가 결혼을 못한다고 해서 인생 전반이 불행해지는 것은 좀 그렇지. 마리안느도 결혼 못해도 작위 얻고 가문 계승하고 행복해질 수 있어! 사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나중에 알렌이 정말로 마리안느에게 확신을 가지게 되면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한 것도 있긴 해. 일단 공작가에선 아주 춤을 추고 난리가 날 것 같지만 말이야! ㅋㅋㅋㅋ
아앗...ㅋㅋㅋㅋㅋ 너무나 귀여운 설정인걸.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만들 순 없을테니까. 아무튼 민원창구의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을 악용해서 다가오는 이들이 많아질 수도 있고 일부러 그걸 이용해서 더 말을 못하게 미리 억압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도 있다고 알렌은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진짜 분위기를 보기 위해서 정체를 감추려고 하는 것도 있고 정체를 밝혀버리면 어딜 가더라도 시선이 막 쏠릴테니까 잠깐 휴식 시간에 쿠키 하나 먹으러 가는 것도 힘들어질테니까 그걸 피하려는 목적도 있어! 사실 후자가 조금 더 클지도 몰라! ㅋㅋㅋㅋㅋㅋ
오히려 그런 모습이 알렌의 눈에는 너무나 귀엽게 보였으니까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닐까? 오너로서도 상당히 귀엽게 느껴졌는걸! 반대로 알렌이 너무 차분한 느낌이 있어서 마리주 입장에서 조금 재미없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걱정인걸. 레스를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야.
오늘은 더운 하루였던 것 같아. 그리고 일요일이라서 쉬면서도 이것저것 할 것이 있어서 하고 있었지!! 흑흑. 내 주말 어디로 갔어?
아무튼 그 부분은 확실히 어려운 감정이라고 생각해. 어쩌면 그것이 정말로 비슷한 사람도 있겠고 완전히 다른 사람도 있을테니까. 그렇기에 마리안느가 어떻게 될 건지 같이 상황극을 즐기는 오너로서는 나름대로 즐겁게 기대하면서 즐기고 있어!
마리주는 눈치가 상당히 빠르구나. 알렌은 아마 편하게 알렌이라고 부르라고 이야기를 했을 것 같아. 여기서는 황자인 것을 숨기고 있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장난스럽게 한번 따라해보라고 하면서 알렌. 그렇게 말도 하고 그러지 않을까 싶어. 음. 알렌이 혹할만한 물건이라면 아무래도 제국에서는 보기 힘든 다른 왕국이나 나라의 물건이지 않을까 싶어. 그러니까 흔하게 볼 수 없는 것들 있잖아? 외국에서 막 들어온 책이라던가, 말 안장이라던가 식으로 말이야. 물론 그것을 살지는 별개지만!
그렇게 말하니까 다행이기도 하고 마리안느가 계산적으로 처신하면 또 어떤 느낌이 될지 궁금해지는걸? 하지만 오너적으로는 마리안느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해!
마리안느가 꽤 당황하겠어요|||°ロ°||| 과연 호칭이 어떻게 정리될지(^﹏^)ゞ 외국에서 막 들어온 말안장이면 당대의 첨단기술이 반영된 물품일까요?(ノ°△°)ノ 마리안느가 노릴만한템은 최애소설초판본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ヮ◔ 보석이나 장신구류도 생각해봤지만 책덕후쪽이 더 잘어울릴거 같아서요σ(゚ー゚*)
나도 살짝 그렇게 당황하는 모습이 떠올랐어. ㅋㅋㅋㅋㅋㅋ 과연 마리안느는 어떻게 그 위기를 모면할 것인가? 알렌은 또 거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개봉박두!! (이거 아님) 살짝 그런 느낌이거나 혹은 평소에는 보기 힘든 그림이 그려져 있거나 재질이 조금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앗. 마리안느는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는데 소설 초판이로구나. 그 정도라면 확실히 경매에 나올만 하지. 아마 알렌이 옆에서 구경을 하다가 너무 갖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은근슬쩍 자신도 경매에 참가해서 가져갈 확률을 높여주려고 하지 않을까 싶어.
나도 그런 분위기는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분위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거든! 역시 마리안느는 지금 이대로도 난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 알렌도 매력있게 봐줘서 늘 고마워!!
그러게요 둘이 어떻게들 반응할지 궁금해져요(◔◡◔)~♬ 근데 와~(´◉o◉`) 일부러 챙겨주는건가요? 알렌이 마리안느를 상당히 신경써주는군요(~‿~๑) 기왕 경매할거면 본인이 갖고싶은것도 사면 좋을텐데요σ(゚ー゚*) 그러고보니 활쏘기 내기 현장도 관중들이 점점 자극적인내기를 바라게된 나머지 살짝 엽기적인(?) 이벤트가 추가되었다고 설정해보면 어떨까 생각중이어요☆⌒(>。<)
ㅎㅎㅎㅎ 수가 뻔히보이는데도 거부하기싫어지는 치명적인 매력의 캐릭터가 구경할때 재미나서 로망이긴한데(˶∩_∩˶) 어지간히 잘만들지 않고는 결과물이 꼴사나운 몰골이더라고요。(づᗣ<。)゚。 그런의미에서 굴릴줄아는 모습도 괜찮게봐주셔서 다행이다싶어요「(^_^゚。)
아무래도 같이 경매장에 오기도 했고 저렇게 갖고 싶으니까 은근슬쩍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알렌에겐 클 것 같아. 물론 그렇다고 뭐든지 다 해주진 않고 정말로 간절하게 원하는 것 한정해서 슬쩍 도와주겠지만 말이야! 알렌은 아마 알렌대로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살 것 같아. 물론 너무 돈이 비싸지면 포기하고 뒤로 빠지겠지만 말이야! 자신이 쓰는 돈이 정말로 순수하게 자신만의 돈은 아니기에 더더욱 그럴 것 같아.
엽기적인 이벤트라. 어떤 것을 생각하는지 일단 들어볼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알렌이 바로 판을 깨버리고는 이게 무슨 해괴한 짓이냐고 화를 내지 않을까 싶기도 하거든. ㅋㅋㅋㅋㅋ 그건 그것대로 재밌을 것 같지만 말이야.
원래 캐릭터는 자신이 굴리기 편한 것이 제일이라고 하잖아? 나도 굴리기 편한 그런 느낌으로 굴리고 있고 말이야!
음. 그럼 선레는 내가 작성해볼게. 특별히 나왔으면 하는 그림이라. 일단 특별히 지금은 떠오르는 것이 없어. 전체적인 큰 그림에서 내가 나오면 어떨까 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아. 굳이 하나를 꼽자면 이번엔 알렌이 마리안느를 자신의 말에 태워주는 그런 것은 좋을지도 모르겠다 싶네.
황자가 해야 할 공무 중 하나는 바로 마을 시찰이었다. 물론 성에 있어도 성 아래에 있는 마을의 분위기나 이야기는 들려오긴 했지만 그래도 듣기만 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는 것이 훨씬 나은 법이었다. 어느 한 황자나 황녀가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차례대로 돌아가며 마을을 시찰하고 실제 마을의 분위기는 어떤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황제에게 보고하는 것이 공무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번에 시찰을 하러 가는 이는 다름 아닌 알렌이었다.
최대한 덜 화려한 복장으로 차려입긴 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알렌의 눈에는 화려했다. 저 하늘 위의 푸른 하늘을 그대로 담은 것 같은 하늘색 긴 팔 셔츠에는 누가 봐도 귀족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금색 실로 이뤄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내려오는 형태의 물결 무늬를 그리고 있었고 진한 남색 긴 바지는 얼핏 봐도 고급 원단으로 만들어진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나마 덜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이 정도로 차려입긴 했으나 그럼에도 역시 눈에 너무 띄는 것이 아닐까 싶어 알렌은 한숨을 쉬었다. 허나 늘 입는 그런 옷이 아니라 다른 옷을 어떻게 쉽게 구하겠는가? 누더기라도 찾아서 입는 것이 아닌한 그런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알렌은 그 부분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시종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밖으로 나섰다.
이어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마굿간이었다. 그곳에 있는 자신의 애마. 넬라를 데려가기 위함이었다. 넬라의 온 몸은 윤기가 차르르 흐르고 있는 하얀 털로 덮여있었다. 평소에 관리를 잘 하고 있는지 털이 빠진 부분은 물론이며 다른 말보다 유난히 진한 갈색 갈기마저도 깔끔한 길이를 유지할 뿐만이 아니라 흐트러짐이 없었다. 마굿간 안에서 당근을 먹고 있던 넬라는 알렌이 다가오자 당근 먹는 것을 멈추고 저벅저벅 알렌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자신과 알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우리의 문을 열려는 듯 앞발을 올려 문을 약하게 툭툭 치지만 당연히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잘 지냈어? 넬라?"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알렌은 부드럽게 웃었고 문에 있는 구멍으로 손을 집어넣어 넬라의 머리를 살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넬라는 기분이 좋은지 오히려 머리를 더 내주며 알렌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넬라를 쓰다듬으며 알렌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마굿간에서 말을 관리하고 있는 이에게 넬라를 타고 마을로 내려갈 예정이니 넬라를 마굿간 밖으로 꺼내라고 이야기했다.
잠시의 시간이 흘렀고 알렌은 넬라를 타고 성 밖으로 나섰다. 다그닥. 다그닥. 오랜만에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기분 좋은지 넬라의 말발굽 소리는 상당히 경쾌하고 가벼웠다. 억지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알렌과 함께 나가는 것이 좋았는지 몸의 흔들림마저 유난히 줄이고 앞으로 걸었다. 그리고 그런 뒤에서는 두 명이 거리를 두고 따라오고 있었다. 한 명은 자신을 경호하는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그 기사의 일을 돕기 위해서 따라나온 기사단의 일원 중 한 명이었다. 황자인만큼 혼자서 외출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시찰을 하는데 너무 기사가 가깝게 달라붙으면 정체가 들킬 우려가 컸다. 그렇기에 이렇게 시찰을 나갈 땐 기사 두 명이 거리를 띄워서 함께 동행했다. 너무 가깝지 않게,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멀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는 것 또한 그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한편 마을에 도착한 알렌은 가장 먼저 분수대가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역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야말로 마을의 분위기를 알기 좋은 법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을 광장에 있는 분수대에선 시원하게 물이 하늘로 솟구쳤다가 땅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황실에 있는 화려한 조각상에는 비할 수 없었으나 광장에 있는 하늘을 향해 물을 뿜고 있는 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코끼리 조각상도 제법 볼만하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분수대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자세히 들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표정을 봤을 때 다들 행복해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깊게, 자세히 들어가면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런 문제들이 밖으로 드러날 정도로 마을 사람들이 불행하다거나 힘들게 살아가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만큼 자신의 아버지인 황제가 열심히 노력을 하고 은총을 베풀고 있는 덕이라고 생각하며 알렌은 절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알렌은 넬라를 이끌고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러는 와중 눈에 익은 이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기에 알렌은 순간 그곳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넬라의 방향을 살며시 틀어서 그 뒷모습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알렌은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 말에 탄 채로 알렌은 자신이 본 뒷모습의 주인공에게 말을 걸었다.
마차에 타자마자 구석에 맥없이 기댔다. 시내 중심부의 양품점에서 치수를 재느라 분주한 손길을 받고 형형색색의 비단을 몸에 대 보는 등 한바탕 난리를 쳤더니 진이 다 빠져 버렸다. 그런 끝에 고른 드레스가 무슨 색, 무슨 디자인이었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내가 입고 나온 원피스와는 다른 색이었으니 베이지색은 아니었겠다만― 이제까지였다면 디자이너를 공작저로 불렀을 텐데, 그러지 않고 양품점까지 직접 발걸음한 건 공작 내외의 성화 때문이었다. 그가 앞으로는 황궁 밖으로 시찰도 나올 거라며 공작저 밖에서 볼 수 있는 용무는 최대한 밖에서 보라는 엄명이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와 마주치면 우연인 듯한 운명이라는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기회가 생길 수 있고, 아니라도 할 일을 하는 거니 본전이라나? 눈을 감아 비몽사몽한지 비몽사몽해 눈을 감았는지 헷갈리는 가운데 한숨이 나왔다. 공작 내외가 바라는 걸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는 그의 전언에 어지간히 고무되신 게지. 내가 그분들 입장이었어도 그렇긴 하겠다만. 그게 될 일일까? 말이 좋아 우연인 듯한 운명이지 공무 수행 중이실 때 마주치는 건데 뭐 얼마나 지체할 수 있으려고?
그때 마차가 덜컹하는 통에 마차 벽에 이마를 살짝 부딪혔다. 눈을 어루만지듯 비비고 보니, 마차는 멈췄고 죽으려고 환장했냐는 마부 데이브 씨의 고함과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뒤엉켰다. 어떻게 된 일이지? 마리안느는 호위 기사인 자넷에게 에스코트를 받으며 마차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 셋이서 공놀이를 하던 참이었는지 개중 하나가 공을 안은 채 훌쩍였고, 나머지 둘은 줄줄 나오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 한 채 소리 내며 울고 있었다. 데이브 씨는 데이브 씨대로 감히 어느 가문의 마차에 뛰어드냐며 언성을 더 높이다가, 마리안느를 보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대충 상황 파악이 되어 마리안느는 아이들을 살폈다.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공을 안은 아이는 무릎이 까져 있었다. 구급용품은 따로 없는데. 아쉬운 대로 손수건으로 피와 흙먼지로 얼룩진 아이의 무릎을 조심스레 닦아 냈다. 훌쩍이던 아이가 신음을 낼 때마다 움츠러들었지만, 일단은 말끔히 닦아 내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러고는 몇 번 부채질도 한 다음 일어섰다.
"놀랐겠구나. 마차나 말이 오가는 길은 피해서 노는 게 좋겠다. 앞으론 조심하렴."
이어 데이브 씨를 향해 가볍게 웃어 보였다. 놀란 건 아이들만이 아닐 것이기에 데이브 씨도 숨을 돌렸으면 했다.
"데이브 씨가 제때 멈춰 준 덕에 인명 사고는 피한 것 같습니다. 많이 놀라셨을 텐데 얼른 돌아가 쉬는 게 어떻겠습니까? 말들도 달래 줘야지 않겠습니까."
데이브 씨의 표정도 풀어지자 아이들이 울음을 그치고는 꾸벅 인사하고 광장 방향으로 달음질했다. 그 너머로 하얀 색인데도 잘 관리되어 때를 타지 않은, 새하얀 코끼리 상과 그 상에서 솟구쳤다가 햇살 아래 흩어져 가며 반짝이는 물줄기가 보였다. 화창하게 푸른 하늘의 색감과 대조되어 보기 좋은 풍경이다.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가 멈칫했다. 얼른 돌아가재 놓고. 늦게나마 마차에 오르려는 차에 뒤에서 낯익으면서도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설마. 돌아본 순간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막 쌓인 눈처럼 깨끗이 새하얀 몸에 갈색 갈기를 지닌, 한눈에도 명마다워 보이는 튼실한 말 위에, 그가 있었다. 누구든 격의 없이 대할 것 같은,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서. 저 하늘에 적셔 물들이기라도 한 듯한 푸른 셔츠 때문일까. 오늘은 그의 머리칼에 좀 더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것도 같다. 진짜 마주칠 줄이야. 넋을 놓고 올려다보다가 뒤늦게 예를 갖추었다.
"송구합니다. 먼저 인사 올렸어야 하는데, 이 무례를 용서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에고고 늦어버렸네요〈(X﹏X|||)ゞ 많이 기다리지는 않으셨어야 할텐데요(。•́︿•̀。) TMI 또추가하자면 지금 마리안느는 https://shopping.interpark.com/product/productInfo.do?prdNo=9320366820&dispNo=008014035 이 링크의 드레스중에 하나를 입었을거 같아요(˶∩_∩˶)
뒷모습이 딱 마리안느라고 생각하고 다가갔는데 역시나 마리안느였다. 그제야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얼핏 봐도 상당히 부드럽고 고운 원단으로 만든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에 묘하게 청순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미소를 머금었다. 가슴 부위에 자리 잡은 고운 꽃 모양의 무늬 쪽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알렌은 다시 고개를 들어 마리안느에게 이야기했다.
"고운 드레스네요. 그 꽃도 그렇고 처음부터 당신을 위해서 만들어진 드레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에요."
말을 하는 그의 입가엔 장난스러운 미소가 녹아있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서 만났으니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인지. 그 진의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으며 알렌은 우선 타고 있는 넬라에서 조심스럽게 내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예를 갖추며 인사하는 그 말에 알렌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여기서는 그렇게 하지 말아주세요. 마리안느. 지금은 마을 시찰을 나와서 여기저기 둘러보는 중이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제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주변에 들키게 되잖아요?"
마리안느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알렌은 잠시 주변을 바라봤다. 정말 다행히도 딱히 이곳을 바라보는 이는 없었다. 그에 알렌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목소리 크기를 올렸다.
"아무튼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아. 혹시 어디 가는 중인가요? 그렇다면 바쁜 길 가는 도중에 제가 붙잡은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네요."
그녀의 근처에는 마차가 있었다. 방금 전, 마차에 타려고 것으로 추측하자면 지금 막 내린 것이 아니라 뭔가 볼일을 본 후에 다시 마차에 타려고 하는 것이었겠지. 그렇게 추측하며 알렌은 어느새 자신의 바로 옆으로 다가온 넬라 쪽으로 잠시 시선을 돌렸다. 자신에게 머리를 들이미는 넬라의 모습에 미소를 머금으며 그는 조심스럽게 넬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만났으니 조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아쉽네요."
물론 알렌으로서는 이왕 이렇게 만났으니 시찰을 하면서 마리안느와 조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돌아가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단순히 마리안느를 자신이 친근하게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그녀라면 정말로 꾸밈없이 지금 이 거리나 마을의 분위기를 말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는 탓이었다. 어쨌건 자신은 단순히 놀러나온 것이 아니라 시찰을 나온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자의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걸 증명하듯, 알렌의 표정엔 강한 아쉬움이 흘러내렸다.
/알렌을 반하게 하려고 마리안느가 작정을 했구나. 알렌의 눈에는 진짜 저 옷은 완전 예쁘게 보였을 것 같은데. 물론 나도 감탄하는 중이야! 앗. 오래 기다리고 하진 않았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현생 우선이라고 생각하거든! 다만 이번엔 내가 마리주를 기다리게 할 것 같아. 사실 금요일에 가족이 수술을 하는 것이 있거든. 절대로 큰 것은 아니고 간단하고 많이 하는 건데 그 전에 입원을 하고 또 이후에 괜찮은지 봐야 하니까 병원에 좀 입원을 해야해서 내가 내일부터는 병원에 보호자 자격으로 가 있어야해! 그래서 아마 그 기간 동안에는 상판에 접속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어. 그러니까 다음 답레는 정말 편하게 느리게 써도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정말로 큰 수술이 아니야. 정말로 가벼운 수술인데 그래도 수술 전에는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원칙이고 수술 당일과 다음 날은 상태를 봐야해서 병원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도 그렇지만 당사자도 별로 걱정은 안하고 있어! 다만 병원에서 아무래도 보호자로서 계속 있어야 하고, 코로나 이슈 때문에 병원에서 함부로 나갈 수도 없고, 중간에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서 계속 병원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판에 못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걱정해주는 마음은 정말로 고마워! 그리고 늘 말하지만 마리안느는 정말 예쁜 것이 맞아! (야광봉)
병원에서는 아직 코로나 경계가 풀리지 않았더라구. 그래서 철저하게 하는 모양이야. 물론 경우에 따라선 외출은 가능하다는 것 같지만 외박은 무조건 안된다고도 하고.. 그래서 오늘도 시간 내서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도 받고 왔어. 결과는 내일 아침되어야 나오겠지만! 지루함과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겠지만 그렇기에 푹 쉬고 책도 좀 읽고 폰게임도 하고 다른 것도 하고 그럴 생각이야. 어쨌건 심한 그런 것이 아니고 가벼운 수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가 옆에서 막 이것저것 도와줘야하는 것이 적거든. 아무튼 걱정해줘서 다시 한 번 고마워!!
의상에 대한 칭찬부터 들려오는 통에 얼굴로 열이 몰렸다. 신사가 숙녀에게 으레 하는, 일종의 매너로 여겨질 만큼 흔한 찬사임은 안다. 게다가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을 보이고 치수를 재 가며 맞춤 제작한 원피스이니 날 위해 만들어진 옷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대꾸할 말이 안 떠오른다. 화술 수업에서 배운, 재치 있으면서도 매혹적인 대답까지는 못해도 담백하게 사실만 밝히는 건 가능할 텐데, 가슴도 목구멍도 꽉 메어 뜨끈하기만 하다. 그래도 정말로 그와 마주쳤다는 실감은 났다. 이건 공작 내외의 집념이 거둔 승리라고 해야 할까?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그가 말에서 내려서는 예를 갖추지 말아 달라고 속삭였다. 시찰 중이긴 하지만 신분은 감추고 있는 모양이다. 신분을 밝히고 다니면 있는 그대로의 생활상보다는 그럴싸하게 꾸며진 모습, 과장된 칭송 따위를 접하고 백성들도 황자 전하 행차로 인해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있어서 그 점을 우려했나 보다. 이해하고도 남을 만한 처신이나 난감한 건 어쩔 수가 없다. 황자 전하께 예를 제대로 갖추지 않는 건 불경죄 아닌가? 어쩐다? 자세를 바로하고―그래도 마주보기는 껄끄러워 고개는 숙였다.― 생각하다 궁여지책이 하나 떠올랐다. 일종의 연극이라고 생각하자. 배역 이름은, 그와는 다르게. 그러면 문제가 터질 경우 궁색하게나마 둘러댈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비밀리에 전해야 할 소리라 덩달아 숨소리에 가깝게 목소리를 줄였다.
말하고 보니 우습다. 그가 공무를 마저 보기 위해 당장 자리를 뜰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그가 어디 가는 길인데 붙잡은 거 아니냐고 물어 왔다. 진짜로 우려하는 걸까, 시찰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예의상 건네는 말일까? 그가 부러 빈말을 하는 성품은 아니라고 생각되면서도 사사롭게 나온 상황이 아니기에 판단이 잘 안 됐다. 눈치가 빨랐다면 좋았을 텐데. 망설이던 도중 그에게 다가붙는 백마와, 그런 말의 갈색 갈기를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로 눈이 갔다. 사람의 머리칼 못지않게 깨끗하고 윤이 나는 갈기며 그의 부드러운 표정으로 보아 말을 아주 세심하게 보살펴 온 것 같다.
그때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었다는 말에 마른침을 넘겼다. 되든 안 되든 들이대 보자. 눈치껏 처신할 수 없으면 대놓고 묻는 게 최선 아니겠는가. 그게 공작 내외께서 기대하셨던 바이기도 하고. 어쩐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두 손을 맞잡으며 깍지를 꼈다.
"옷을 맞추러 나왔을 뿐이고 그도 이미 마쳤습니다. 날씨가 화창해서 마침 산책을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참입니다. 공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동행해도 괜찮을지요?"
/일요일에 오신다고 미리 알려주셨지만 너무 늦지않게 잇겠다고 말씀드리기도 해서 이어봤어요〈(^ヮ^๑) 마리안느가 과하게 들이대는거처럼 보이지는 않아야 할텐데요(◕~◕)ゞ
"개인적으로는 알렌이라고 편하게 불러도 상관없지만, 그렇게 부르는 것이 곤란하다면 어쩔 수 없죠. 괜찮아요. 가명으로 불러도."
방금 이야기했듯 알렌으로서는 자신을 편하게 그냥 알렌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었으나 입장이 다른 이상, 이 또한 자신이 멋대로 강요하는 것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알렌은 선택지를 마리안느에게 살며시 내밀었다. 그냥 알렌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으나, 가명이 편하다면 가명으로 불러도 상관없다고. 하지만 가명으로 부르는 것을 허락했으나 무슨 가명으로 부르라고 그는 굳이 정하지 않았다. 이는 굳이 가명을 선택하는 그녀에 대한 약간의 심술. 그리고 과연 그녀가 자신에게 어떤 가명을 붙일지에 대한 작은 호기심이었다. 정말로 이상한 것, 혹은 황가를 모욕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게 무엇이건 그는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대응할 자신이 있었다.
애초에 가명을 쓰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겠는가. 황자인 이상 공무를 보면서 가명을 쓴 적은 꽤 여러 번 있었기에 적어도 알렌에게 있어서 딱히 거부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한편 넬라가 자신에게 어리광을 부리듯 머리를 부비는 것에 알렌은 더욱 부드럽게 자신의 애마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듬직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모습이 아직 한창 전성기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계속 쓰다듬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알렌은 이제 진정하라는 듯, 가볍게 머리를 톡톡 손가락으로 두 번 쳤다. 그러자 넬라는 알겠다는 듯이 뒤로 두 걸음 물러섰고 얌전히 그 자리에 기다렸다.
한편 마리안느의 대답이 들려오자 자연히 알렌의 시선이 다시 마리안느를 향했다. 공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동행해도 되겠냐는 그 말에 알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공무에 방해가 된다고 느꼈다면 처음부터 인사만 하고 갔을테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말도 하지 않았을테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마리안느. 오히려 동행해준다면 저야 고맙죠. 제가 미처 보지 못한 마을 거리를 당신이라면 알지 않을까 싶거든요. 성에 살고 있는 저보다 더욱 말이에요."
자신도 이 마을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실제 이 마을에서 귀족으로 살고 있는 마리안느에 비하면 아는 것이 조금 적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아는 것이 비슷해질지도 모르나 적어도 아직은 아니었다. 말을 마친 알렌은 이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무엇보다 당신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오늘은 공작도 없잖아요? 물론 제 쪽에는 동행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굳이 뭐라고 할 이는 아니라서. 그러니까 당신과 약간의 일탈일지도 모르는 시간을 보내고 싶고요."
말을 마치면서 그는 잠시 자신의 뒷쪽을 살짝 바라봤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자신을 따라온 두 기사가 자연스럽게 섞여있었다. 아마 얼굴을 아는 이가 아니라면 쉽게 어디에 누가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며 알렌은 넬라를 바라본 후에, 다시 마리안느를 향해 시선을 돌려 말했다.
"어때요? 타볼래요? 제 말에 같이."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오늘 퇴원하셔서 이렇게 같이 왔고 집에 돌아왔어! 수술은 잘 끝났고 이제는 휴식하면서 회복하는 일만 남았어! 나는 이제 옆에서 잘 케어해주는 일만 남은 셈이고!
아무튼 기다려줘서 고마워!! 답레도 잘 읽었어! 사실 병원에서 읽으면서 마리안느가 두 손으로 깍지를 끼면서 동행하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이 특히나 귀엽다고 느꼈어! 마리안느가 과하게 들이대는 것이라니. 오히려 알렌이 그런 것이 아닐까...싶어지는걸. (옆눈) 아무튼 좋은 일요일이야! 마리주!
어쩔 수 없다는 한마디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지만 애써 모른 체했다. 착각일지도 모르거니와 착각이 아닐지라도 황자 전하께 함부로 구는 건 반역으로 몰릴지도 모르는 중죄니까. 그에게 그럴 의사가 전혀 없다 해도 황가나 로덴버그 공작가를 주시하는 눈은 한둘이 아닐 테니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그는 가명을 불러도 된다면서도 부를 이름을 대지는 않았다. 나더러 지으라는 의미일까? 어떤 이름이 좋을까... 일순 그의 이름자를 다르게 조합해서 붙여 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으나 바로 접어 두었다. 그보다는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더라도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는 가명이 나을 것 같았다.
"하이네(Heine) 님이라고 불러도 괜찮을지요?"
전하(Your Highness)와 발음이 비슷하니 황자 전하께 예우를 다하는 걸 잊지 않았노라고 둘러대기 적절할 듯하다. 반대로 그런 이름이라 그가 꺼려할지도 모르나, 일단은 이 이름이 최선 같았다.
이래저래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그가 흔쾌히 동행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근거림이 짜릿한 안도감으로 바뀔 찰나, 둘러볼 곳을 잘 알 거라 기대하는 말에 머쓱해졌다. 시찰이라면 시장은 물론 각종 길드, 주거 지역, 농지, 빈민가까지 두루 살펴야 할 것 같은데 나도 시장 말고는 특별히 가 본 데가 없다. 놀 거리 볼 거리 먹을 거리 찾아다니던 어릴 때야 말할 것도 없고, 공작가에 입적된 뒤에도 의상, 구두, 장신구 따위도 태반은 공작저에서 맞췄으니.
"시장 지리는 조금 압니다만 다른 곳은 잘 알지 못해서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겸연쩍다 보니 깍지 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눈길도 발치로 떨어지는데 불쑥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여러 지역을 두루 살피려면 귀한 신분임을 웅변하는 의상보다는 평민 같은 차림새로 꾸미는 게 낫지 않을까?
"신분을 숨기고자 하신다면 아예 평민들의 복장을 갖추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평민들이 주로 입는 기성복을 파는 가게도 꽤 있는데, 혹 다른 옷으로 바꿔 입으실 생각이 있으신지요?"
공작 내외께서 바라시는, 우연인 듯한 운명이라는 분위기가 어떤 건지는 모르겠고, 공무에 동행을 청한 만큼 도움이 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의욕 아닌 의욕에 차 심호흡을 한 순간, 사고를 정지시키는 말이 떨어졌다. 산뜻한 바람에 부딪는데도 덥게 느껴졌다. 손에는 땀이 배었다. 한동안 넋이 나갔다가 제일 먼저 든 의문은, 나만 이렇게 일일이 당황하는가였다. 아니겠지. 용모도 성품도 반듯한 황자 전하께 그냥 보내고 싶지 않다거나, 일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거나 하는 말을 듣고서도 머리가 멀쩡히 돌아가는 영애가 있긴 할까? 그런 영애가 있다면 사람이 아니라 얼음이나 목석일 거다.
그러나 나만 어리벙벙해지는 게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인 보람도 없이 더 충격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잘못 들었나? 하지만 '제 말에 같이'라는 울림은 귓전에 또렷이 메아리쳤다. 슬쩍 눈을 들어 보니 그의 표정은 평온하다 못해 천진하다. 잔뜩 달아오른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싶어지는 걸 가까스로 참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내 얼굴에 날음식을 올리면 익을 수도 있지 않을까?
"...영ㄱ..." 저도 모르게 튀어나와 버린 말을 황급히 삼켰다. 신분을 감춘다고 했으니까. "감사합니다만 저까지 태우면 말이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때야 어렸다지만 이제는 성인 아닙니까."
지금쯤 자넷이나 데이브 씨는 아마 이쪽 눈치를 보고 있겠지, 이대로 돌아가도 될지 어떨지 가늠하느라. 그걸 알겠는데도 가도 좋다거나 말 한 마리는 풀어 놓아 달라는 신호를 보내기는커녕 눈도 못 뜨겠다. 꺼내지 않으면 안 되는 말이 남았는데, 꺼내자니 부끄러워 숨고 싶다. 한순간 숨을 참았다가 마른침을 넘기고 가까스로 할 얘기를 끄집어냈다.
"저... 무겁습니다. 곡식 다섯 포대 무게는 족히 넘을 겁니다..."
/와와(˶°ᗜ°˶) 잘끝났다니 다행이에요(づ≧▽≦)づ 고생하셨어요!! 아직 신경쓰실일이 많으실거 같긴하지만 그래도 큰일은 잘치르신것 같아 맘이 놓여요(˵^‿^˵) 그건그렇고 짬이 안나실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이미 보셨었군요(˶∩◡∩˶) 돌아오신뒤에는 한숨돌리셨나 모르겠어요(•‿•。) 하는거없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늦어지고 말아서 답레로 갱신하자마자 자야할시간이 코앞일만큼 일요일이 삭제되어 버렸지만。(づ︿<。)゚。 재미있게 보실만한 답레이길 바랄게요(。´・‿・`。) 평안한밤 보내세요(◡‿◡✿)
하이네. 그 말을 알렌은 조용히 읊었다. 무슨 의미인진 잘 모르겠지만 어감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그렇게 불려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부르라는 무언의 동의였다. 하이네. 하이네. 그렇게 몇 번 더 읊으면서 그는 자신의 가명에 익숙해지려고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알이라는 가명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지만 그것을 그녀가 받아들일진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 정도만 해도 저보다 많이 아는 거예요. 저는 그 시장 지리도 잘 모르니까요."
이 참에 시장 지리를 익혀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알렌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 물론 시찰을 가야 할 곳은 이곳저곳 꽤 많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곳은 역시 시장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고, 가장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정보를 듣기에는 시장만한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빈민가 이야기까지 듣기는 힘들겠지만, 그런 곳은 직접 찾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마리안느에게서 평민들의 기성복으로 갈아입는 것은 어떻냐는 제안이 들려오자 알렌은 잠시 그 제안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확실히 좋은 생각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평민이 입는 옷으로 갈아입으면 오히려 상대를 해주지 않는 이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어느 정도 힘이 있는 귀족처럼은 보여야 혹시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말을 거는 이가 있을 수 있고, 귀족을 바라보는 눈빛 등에서 실제 민심은 어떤지 짐작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평민보다는 귀족의 권력이 조금 더 도움이 될테고요."
물론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평민이 입는 복장을 갖추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얻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었다. 그것을 마음 속으로 저울질을 해본 결과, 역시 귀족으로 보일 정도로는 있는 것이 좋겠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제안을 거절해서 미안하다는 표정을 마리안느에게 내비치며 알렌은 괜히 머리만 긁적였다.
한편 자신의 말에 타지 않겠냐는 제안에 마리안느가 보인 반응은 알렌에게 있어선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었다. 물론 실제로 웃음이 터져나오진 않았지만 배에 힘을 꽉 줘서 웃음을 참아야만 할 정도로 마리안느는 상당히 귀엽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자신의 무게를 신경쓰고 있는 것일까. 말이 힘들 것 같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자신은 무겁다는 말에 알렌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듣는 귀가 없다는 것을 파악한 후 알렌은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황실에서 키우는 말은 언제나 전쟁터에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무거운 것을 끌고 태울 수 있도록 훈련받고 있어요. 갑옷을 입고 무기를 챙기고, 말이 다치지 않게 장신구까지 끼우면 그 무게가 엄청나거든요. 저 역시 만약 전쟁이 나면 그렇게 무장해서 전쟁터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제 말도 그 정도 무게는 짊어질 수 있도록 훈련받았어요. 그러니까 무게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로 괜찮다는 듯, 알렌은 웃으면서 두 손을 약하게 휘저었다. 하지만 이 이상 말을 꺼내면 틀림없이 강요가 될테니 알렌은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묻기로 하며 그녀에게 질문했다.
"무게는 신경쓰지 않고 당신의 마음을 알려주세요. 같이 타고 싶나요? 아니면 따로 타고 싶나요?"
중요한 것은 오로지 그것 뿐이라고 하며 알렌은 마리안느의 답을 기다렸다. 만약 이번에도 거절한다면 알렌은 굳이 더 제안하지 않으면서 웃으면서 넬라의 등에 먼저 탑승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말을 준비하는 것을 조용히 기다렸을 것이다. 물론 삐지거나 하는 일 없이. 그리고 마리안느가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알렌은 잠깐 실례한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녀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아올리려고 하며 넬라에게 태워주려고 했을 것이다.
/마지막 부분은 정말로 편한대로 이어도 괜찮아! 신경 쓸 일은 아무래도.. 조금 케어를 해줘야하고 한달 정도 회복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옆에서 도와줄 것은 도와주는 것 정도야. 아무래도 마냥 편하진 않지만 그래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 아무튼 충분히 재밌는 답변이었어!
아고고 답레이으려고 쓰다 잘시간이 지나버렸어요(º﹃º) 눈이 감기는중이에요(;⌣̀_⌣́) 내일 이어볼게요 죄송해요 그런김에 여쭙고싶은게요 사실 둘중 하나를 고르는 서술을 제가 처음봐서요「(´∀`;) 선택지에따라 알렌이 마리안느를 넬라등위에 올려줬다거나 마리안느가 따로 말을 준비했다고 쓰면 되는걸까요?σ(゚ー゚*)
안녕! 마리주! 그럴 수도 있지! 피곤하면 푹 자는 것이 중요해! 그러니까 죄송한 거 없어! 음. 그렇구나. 그냥 둘 중에서 이걸 선택하면 알렌이 이렇게 했을거고 이렇게 하면 알렌이 저렇게 했을거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선택하면 될 거야! 알렌은 이렇게 행동했을 거라는 의미니 말이야! 그러니까 올려줬거나 혹은 말을 따로 준비했거나 둘 중 하나겠지!
음. 그렇다고 막 엄청 큰 케어라기보다는 이것저것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해주는 그런 느낌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비용종 수술을 했었거든. 그래서 음. 일단 수술은 수술이라서 아직은 회복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고! 아무튼 나 역시도 무리하지 않으니까 마리주도 무리하지 말기! 어서 푹 자러 가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명을 되뇌자 마음이 놓였다. 수락해 줘서 다행이다. 사교계 데뷔 첫날부터 적을 만들어 버린 이상―사과 편지와 선물을 보내는 걸로 무마하긴 했으나 그건 표면상일 뿐, 베르메르 후작가에서 나를 마뜩히 여길 가능성은 희박할 거다.― 매사 조심해야 할 텐데, 책잡힐 위험을 고려해 가며 이름을 짓는 건 쉽지 않았으므로. 그렇게 한숨 돌리다가 시장 지리를 몰라서 익혀 보고 싶다는 말에 다음에 뵐 일이 생기면 시장 약도라도 준비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시찰은 공무 중 하나인 만큼 이번만 하고 말지는 않을 테니. 소문을 듣기 용이한 여관이나 술집을 따로 표시해 두면 편하려나? 아니면 아예 수도의 지도를 제작...아니다. 황실에서 그만한 준비를 안 할 리는 없겠다. 시장 곳곳을 자세히 표시한 지도가 낫겠다.
마리안느가 하는 궁리를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그는 평민들의 의상을 입기 곤란한 이유를 밝혔다. 듣고 보니 일리 있는 얘기였다. 어떤 복장을 고르든 일장일단이 있기 마련이고, 자신의 소임이니 어느 쪽이 나을지는 누구보다 그가 면밀히 따져 보지 않았겠는가. 거기 생각이 미치자 돕고 싶다는 의욕이 앞서 공연한 참견을 해 버린 게 겸연쩍어졌다. 그런데도 그가 진지하게 고려해 줬다는 게 표정이며 어조에서 역력히 느껴져서 더 그랬다.
"말씀 듣고 보니 그런 맹점이 있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ㅅ..."
반사적으로 나올 뻔한 송구하다는 말을 간신히 삼키고 눈을 내리깔았다. 예법대로라면 덧붙여야겠지만, 그가 신분을 들킬까 저어하는 동안에는 예를 고집하는 게 오히려 무례일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의 제안에 치부(?)를 밝히는 걸로 응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민망하고 난감했다. 그런데 언제나와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가, 사뭇 은근한 투로 흘러나왔다. 무장한 그를 태우는 건 물론 마갑까지 갖추고 달리도록 훈련받은 말이니 무게 신경 쓰지 말고 대답해 달라고.
아찔하달지 설렌달지 모를 기분이었다. 심장 고동이 들릴 것만 같아 맞쥔 손으로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이건 엄청난 행운 아닐까. 공작 내외께서 그와 친해질 수 있게 먼저 유혹해 보래도 못 청할 얘길 그가 먼저 꺼내 준 건데, 사양할 이유가 있을까? 눈 딱 감고 ―이미 감은 채지만― 받아들여 보자. 아무리 그래도 내가 갑주와 무기와 마갑을 합친 것보다 무거울라고? 그래서 자넷과 데이브 씨에게 지체해서 미안하다고, 먼저 돌아가 있으라고 이르며 눈인사한 뒤 대답했다.
"태워 주신다면 감사히 오르겠습니다."
속까지 화끈 달아오른 탓일까. 목소리는 기어드는데 나오는 숨은 덥다. 눈을 제법 감고 있었던 여파인지 시야가 트이자 눈부터 부시다. 어쨌거나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그의 말이 있는 데로 걸음을 떼려는데, 잠깐 실례한다는 말이 들리는가 싶더니 몸이 허공에 들렸다.
"저...아니, ㅎ..."
상황 파악이 안 됐다. 머리가 먹통이 된 것 같고 손끝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시야는 깜깜한지 형형색색인지 모르겠고 숨도 가빠온다. 이대로 심장이 터진대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데, 그 와중에도 밑에서 받쳐 주는 존재가 굳세고 힘차다는 건 느껴졌다. 태풍도 거뜬히 버티는 나무처럼 그렇게 굳건했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가까스로 정신이 들었을 땐 어딘가에 다리가 뜬 채 앉은 뒤였다. 그러다 눈앞까지 환해지고서야 그의 백마 위에 앉았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표정을 띤 채.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에 나풀거리는 연보랏빛 머리카락이, 조각상처럼 이목구비가 반듯하지만 조각상과 달리 상기된 듯 아닌 듯 혈색이 도는 얼굴이, 로맨스 소설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면서도, 내가 그에게 들려서 왔다는, 허무맹랑하게만 느껴지는 사태가, 햇살에 지워지고 싶어질 만큼 실감 났다. 어떡해... 결국 마리안느는 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어...ㄱ, 저... 감, 감사...합...니다. 무겁지... 않으셨는지요?"
안 무거울 리가 있나! 코르셋으로 백날 졸라 봤자 사람 무게는 그대론데. 유혹은 개뿔, 이러다 내 심장이 먼저 달아나겠다!
/아 그랬군요 무사히 잘끝났고 또 무리하지 않으신다니 다행이에요(๑¯◡¯๑) 오늘도 덥고습하던데 하루 잘보내셨나 모르겠어요L(・o・)」 그리고 전 이거쓰면서 확신했어요!(◉﹃◉) 마리는 유혹스킬 같은거 못써요...(つ﹏⊂)
"아니요. 나름대로 생각해줘서 얘기한 거잖아요? 오히려 그렇게 생각해줘서 그런 방법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지금 상황에는 조금 맞지 않지만 시찰이 아니라 몰래 나오는 일이 있으면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네요."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제와서 몰래 나올 일은 알렌에겐 없었다. 정말로 몰래 나왔다간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질런지. 이제는 철없는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모든 행동이 황가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나이였다. 그렇기에 그녀의 생각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었다는 나름의 위로,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실제로 그가 평민 옷을 입고 나올 일은 앞으로도 없을테니까.
아무튼 자신의 제안에 같이 타겠다고 마리안느가 이야기하자 알렌은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실례한다는 말을 남기며 그는 그녀를 품에 살며시 안아올렸다. 세간에선 공주님 안기라고 부르는 바로 그 자세였다. 그 상태로 그녀를 들어올린 후에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애마인 넬라의 등에 태웠다. 낯선 사람이 탔지만 알렌이 태워준 것이기에 안심하는지 넬라는 그다지 날뛰지 않았다. 이어 착하다고 이야기를 하며 알렌은 부드럽게 웃으며 넬라의 머리를 몇 번 천천히 쓰다듬었다.
"하하. 놀랐나요? 죄송해요. 하지만 이렇게 태우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았거든요."
한편 이렇게 들어올린 것이 부끄러웠는지 말 위에 올라탄 마리안느가 자신의 얼굴을 가리면서 무겁지 않았냐고 하자 알렌은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전혀요. 험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단련은 하고 있거든요. 형님에 비하면 많이 미숙하지만요."
무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제 형 중 한 명을 떠올리며 알렌은 괜히 자신의 팔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살며시 팔굽치를 굽혀서 알통을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눈에 띄게 확 돋보이는 것은 없었다. 물론 만져보면 어느 정도 단단함은 있었고 탄탄함도 갖추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단련해서 온 몸에 근육이 녹아있는 그런 체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튼 슬슬 자신도 말에 타야겠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으차! 소리를 내며 정말로 능숙하게 넬라의 위에 올라탔다. 자연스럽게 마리안느가 앞에 그리고 자신이 뒤에 앉는 형태가 되었다. 그 상태에서 천천히 출발하려고 하며 알렌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지금 이 모습을 공작이 보면 난리가 날 것 같은데. 그래도 알리고 싶진 않네요. 이건 저와 마리안느. 둘만의 비밀로 하는 것은 어때요?"
물론 그녀가 알리겠다고 한다면 말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둘만의 비밀로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그는 그렇게 제안했다. 그러다가 살며시 뒤에서 가만히 따라붙는 자신의 호위기사 두명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다가 다시 앞을 바라봤다.
"참고로 말하지만 지금 제 뒤에 제 호위기사 두 명이 따라오고 있는데 인사라도 한번 나눠볼래요?"
/그러게 말이야. 상당히 덥고 습하고 비도 오고..(눈물) 그래도 지금은 에어컨 켜놓고 쉬는 중이야! 아무튼 마리주는 하루 잘 보냈을까? 그리고 마리안느가 유혹을 못하면 어때! 이미 그 모습 자체가 하나의 유혹이라고 생각하는걸. 그리고 유혹은 알렌이 조금씩 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많이 피곤했구나. 다음부터는 졸리면 꼭 불을 끄고 자기야! 불 켜고 자면 전기비가..(흐릿) 아무튼 ㅋㅋㅋㅋㅋㅋ 그게 궁금했구나! 그건 캐입으로 물어보면 나도 캐입으로 일상에서 답할게! 일단 질문에만 답을 하자면 명성이 꽤 높은 편이야. 무예 하나만으로 이름을 떨치고 이웃나라에서도 다 알고 있고 가끔 기사들에게 교육도 해주고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음. ㅋㅋㅋㅋㅋ 직접적 유혹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알렌이 귀엽다고 느낀다면 유혹이라고 쳐도 되지 않을까? 사실 알렌은 황자니까 아마 그런 교육을 많이 받았을 것 같기도 하고...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마리안느에게 딱 록온된 상태지만 말이야. 하지만 카사노바는 되지 못할 것 같고.. 아무튼 그렇다!
갑자기 떠오른 의문이지만 마리안느 입장에서 알렌이 다른 여성에게도 저런 식으로 행동하면 질투를 하거나 혹은 실망하거나 하는 일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들었어. 물론 실제로 저 정도로 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그렇구나! 그래서 따로 물어보려고 한거구나! 둘째 황자이고 이름은 카난 실포드 알드레아야. 나이는 30살이고 딱 봐도 저 사람은 근육이 많겠구나 싶을 정도로 몸이 상당히 건장하고 튼튼한 편이야. 아앗... 알렌이 막 취미로 여자를 꼬시거나 하는 애는 아니니까. 그렇게 하라고 해도 황가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행위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거절할 것 같아.
생각보다 마리안느의 반응이 좀 큰 편이구나. 머리로는 받아들여도 가슴은 받아들이지 못한다니. 조금은 알렌의 존재가 가슴 속에 스며든 것이려나. 아무튼 위에서도 썼지만 아무래도 서로 지켜야하는 예법이 있고 어느 정도 사교적으로 대해야하는 것이 있으니 다른 이들에게도 잘 대해주기야 하겠지만 막 공주님 안기로 말을 태워주거나 하는 일은 적어도 아직은 마리안느가 고작일 것 같아. 알렌은!
쾌활한 대답에도 낯은 오히려 더 뜨끈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상황에 어느 누가 무거웠다고 이실직고하겠는가? 터져 나오는 한숨을 막다가, 근육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팔을 들어 보이는 모습에 슬몃 긴장이 풀렸다. 강인한 모습을 보이고픈 마음이 있었던 걸까? 무려 황자라 그런 과시욕(?)과는 동떨어져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다. 그렇다고 그저 과시욕으로 여길 수만은 없는 게, 스스로가 모자라다는 얘기도 자연스럽게 한다. 제국에서 손 꼽히는 기사인 2황자 얘기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상 창 시합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활약을 보여 귀부인과 귀족 영애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던가? ―아직 마상 창 시합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아무튼 그 정도로 용력이 남다른 사람에 비할 때면 모를까. 그도 약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셔츠의 소매에 가려져선지 근육이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분명 탄탄하고 힘 있는 팔... 아니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래?
삿된 생각에 몸서리를 치는데, 그가 가볍게 말 위에 오르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러고 나니 난감한 게, 가까워! 그가 뒤에서 말고삐를 잡으니까 무슨 안긴 거 같은 구도잖아. 시야는 시야대로 가릴 거 같고. 이만한 것도 못 헤아리고 같이 타쟀던 스스로의 바보스러움이 한심한 한편, 자세를 어쩔지도 고민이었다. 닿으면 안 된다고 몸을 한껏 쭈그리며 허리를 꼿꼿이 했다가도, 그 통에 시야를 가릴세라 목을 옴츠리게 되고. 눈이 핑핑 돈다.
그때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일은 공작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고. 말소리와 함께 전해져 오는 숨결에 맞닿다시피 한 거리가 새삼 의식되어 머리에서 김이 날 것 같다.―진짜로 김이 나서 그에게 닿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둘만의 비밀이라는, 지레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 같은 표현이 더해지니 더 그렇다. 그렇게 정신 없는 와중에도 고개는 확실히 끄덕였다. 이 일련의 사태를 입에 담았다간 정말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거 같아서.
그러다 또 시야를 가리진 않나 하고 몸의 각도를 바꿔 보는데 그가 고개를 잠시 뒤로 돌렸다가 호위 기사 얘기를 꺼냈다. 혼자 나온 게 아니었어? 일순 아연했으나 이내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공무 중이니 당연히 호위가 뒤따랐겠네. 고개를 빼고 돌아봤으나 이 사람 저 사람 복작복작해서 모르겠다. 눈에 띄지 않게 뒤따르나 보다고 생각한 순간, 속이 뜨끔하며 소름이 돋았다.
"...저, 저분들도 비밀로 해 주실까요?"
그의 호위면 이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시하지 않았겠는가. 내가 누군지도 모르지 않을 테고. 거기 생각이 미치자 더는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아 바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다른 생각 하자, 다른 생각. 그는 시찰 중이니까... 마리안느는 코끼리 분수를 중심으로 방향을 가늠하다가 시장 쪽을 가리켰다.
"저기 코끼리 코가 가리키는 방향의, 건물이 늘어선 골목이 시장입니다."
/철든황자님이네요 자기 일거수일투족이 황실의얼굴이라고 책임감을 갖는!٩(θ‿θ)۶ 아직 만난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알게모르게 기대가 쌓이긴해서 그렇지않을까요?☆⌒(>。<) 암튼 2황자 얘기 포함해서 이어봤어요(´∀`) 현생때문에 오늘은 이만 들어가야할거 같지만요。゚(。ノωヽ。)゚。 암튼 좋은밤되세요~(◕ᴗ◕✿)
천천히 말이 나아갈 때 나는 말발굽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고삐를 잡고 일부러 천천히 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은 넬라에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이도 타고 있었다. 그렇기에 속도를 상당히 천천히 조절하면서 알렌은 주변을 가만히 두리번거리면서 분위기를 살폈다. 거짓되거나 꾸민 미소는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표정이 괜히 기분이 좋아 알렌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일단 이 근처는 딱히 문제가 없다고 봐도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알렌은 괜히 다시 한 번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며 마리안느에게 이야기했다.
"편하게 앉아있어도 괜찮아요. 아무도 뭐라고 할 이는 없을테니까요. 물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이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봐도 지금 이 구도는 자신이 마리안느를 안고 있는 구도였다. 물론 실제로 안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품 속에 가두고 있는 그런 느낌이 아니겠는가. 누군가는 지금 자신과 마리안느를 꽤나 특별한 사이처럼 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나 알렌은 굳이 그 구도를 풀지 않았다. 마치 지금 이 느낌을 재밌게 즐기고 있는 듯, 아니면 그런 이미지를 알게 모르게 심어놓으려는 듯. 그 진의는 알렌만이 알 뿐이었다.
이 일은 둘만의 비밀로 하자는 제안에 마리안느가 고개를 끄덕이자 알렌은 아무런 말 없이 마찬가지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다 자신의 호위기사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 당황했는지 그 기사들도 비밀로 해줄지의 여부를 묻자 알렌은 귀엽다는 듯이 작게 웃었다.
"해줄 거예요. 제가 그렇게 지시할 생각이기도 하고. 오늘 여기서 본 것은 모두 없던 것으로 말이에요."
그러니까 성에서 소문이 퍼지는 것은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이야기를 하며 알렌은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물론 이 정도의 말에 그녀가 안심할지는 알 수 없었다. 허나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이내 그녀의 안내가 들려오자 알렌은 그곳을 향해 말을 천천히 움직였다. 골목 안쪽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말을 타기보다는 걸어서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알렌은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저 안의 분위기를 조금 볼까 한느데 저 안도 말을 타고 들어갈 수 있나요? 사람들의 통행에 방해가 된다면 타지 않고 내린 후에 천천히 끌고 안으로 들어갈까 싶은데."
어쨌건 말이 들어간다는 사실에는 큰 변함이 없을지도 모르나 타는 것과 끌고 가는 것은 안정성에 있어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타는 것보다는 끌고 가는 것이 사람들에게 있어서 더 안전하지 않겠는가. 한편 그러면서도 알렌은 막 뭔가를 떠올렸는지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챙겨준 쿠키는 아주 잘 먹었어요. 제 형, 누나, 동생, 그리고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도 포함해서 말이에요. 제 바로 아래 동생이 마리안느에게 꽤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후훗. 어찌나 만나게 해달라고 하는지. 막는다고 혼났거든요."
이어 알렌은 잠시 말을 끊다가 골목 근처에 도달할때쯤 막 나오는 사람이 모여 일단 넬라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이어 고개를 내려 그녀를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말릴 권리는 없긴 하지만, 아직은 저만 만나고 싶거든요. 물론 당신이 제 동생인 그 애에게 반하거나 해서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물론 어릴 때 몰래 성을 빠져나오는 대형사고를 쳤지만 말이야. 그래도 그때의 일을 알렌은 후회하지 않고 있어. 아무튼 기대가 쌓여가고 있구나. 사실 그 부분은 알렌도 어느 정도 있는지라. 어릴 때 만난 것도 만난 것이지만 만나면서 보여주는 이런저런 모습에 호감은 쌓여가고 있기도 하고! 아무튼 하루 수고했어!! 잘 자! 마리주!
난감했다. 편하게 해 주려는 의도인 건 알지만, 이 상황 자체가 편하지 않다. 몸이 닿을락 말락 가까워서 심장에 해로워. 그렇다고 그걸 곧이곧대로 말하자니 제 무덤을 파는 짓 같다. 그는 단지 말에 태워 줬을 뿐, 나처럼 잡생각을 개입시킨 것 같진 않으니. 결국 그나마 멀쩡한 소리나 갖다 붙이며―거짓말은 아니고 진심이지만― 목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앞에 앉아 버린 터라 시야를 가릴 거 같아서요. 뒤쪽에 타는 게 나을 뻔했습니다..."
키가 아예 작았더라면 덜 가렸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키를 줄일 수도 없고. 제 발상이 싱거워 얕게 한숨을 내쉬려니, 그가 웃었다, 기사들에게 오늘 일은 함구시킬 테니 소문은 너무 걱정 말라며. 한고비 넘긴 기분이었다. 이제 겨우 3번 만났을 뿐 아무 사이 아니건만, 소문부터 나 버리면 창피한 것도 창피한 거지만 공작가나 황실에 누가 되지 않겠는가. 거기 생각이 미치자 납득이 됐다. 그도 황실의 입장을 생각해서 입단속을 한 거 아닐까. 어쨌거나 바라던 바라 감사하다고 고개를 까딱여 보였다. 그 한마디에 나온 입김조차 뜨끈하고 말 위에서 바람을 맞아도 더운 걸로 보아, 지금 몰골 가관이겠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만... 에라, 모르겠다.
자포자기하고 있다가 그의 물음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양장점은 말을 세워 둘 공간이 따로 있었는데, 시장은 어쨌더라? 기억을 더듬던 중 시장 입구 쪽에서 덜렁거리는, 말 머리 그림이 바래진 간판을 보자마자 손뼉을 쳤다. 어린 시절 그를 말이에 태워 줬을 때, 저길 이용했던 것 같다.
"저기, 말 머리가 그려진 간판 보이십니까? 저기가... 말 여관이랄까요? 말을 맡겨 둘 수 있는 곳입니다."
그때 말이한테 당근도 저기서 줬었지. 낯을 가리기는커녕 그가 건네는 당근 먹느라 바빴던 게 신기했는데. ―일전에도 그를 기억이라도 하는 것마냥 당근 먹는 데 몰두했고― 아, 너무 옛날 생각만 하니까 늙은이 같다.
실소가 나오던 중 눈이 확 뜨였다. 폐하 일가가 다 잡쉈다고? 게다가 5황자도 맘에 들어 해? 대단하네, 우리 파티셰. 감탄이 나올 찰나 그의 말이 멈춰 섰다. 뒤이어 확대 해석을 하게 될 것 같은 말이 귀에 꽂혔다. 진짜로, 지금 내 볼이나 이마에 날것 얹으면 그대로 구워지지 않을까? 목이 열기로 꽉 메는 와중에 불쑥 오기 같은 게 생겼다. 이렇게 얼뜨기처럼 있다간 우습기만 하겠다! 마리안느는 마른침을 거듭 넘기고 숨을 골랐다.
"...쿠키가 마음에 드신 거라면, 저희 파티셰가 직접 쿠키를 진상하게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말을 못 잇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상황에 한 번 더 철판을 깔고 나가려니, 그를 마주 보질 못하겠다. "파티셰와 함께 입궁...아니, 찾아뵈면 하이네 님을 뵐 수 있을지요?"
/세상에! 황실이 엄청 다산했군요(´◉o◉`) 저는 빡세긴했지만 존버(?)로 승리했어요(´∀`) 말이를 탔던 시절의 일을 임의로 살짝 넣어봤는데 어떨지모르겠네요(^~^;)ゞ
"하지만 뒤에 앉으면 마리안느의 모습을 볼 수 없으니까 제 쪽에선 상당히 불안한걸요. 혹시나 떨어지진 않았을지, 위태롭진 않을지. 그러니까 제 입장에선 이게 나아요."
빈말로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말을 타는 것은 생각보다 꽤 긴장해야 하는 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말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보통 크게 다치는 것이 아니었다. 성에서 근무하는 병사 중 실수로 말에서 떨어져서 아예 퇴직하는 이도 있던 것을 떠올리며 알렌은 나름 진지하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자신이 타라고 했는데 혹시나 떨어지면 볼 낯이 없지 않겠는가. 공작게에게는 그야말로 크게 사죄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기에 적어도 알렌에게는 지금 이런 구도가 편했다. 그녀가 떨어지지 않게 잘 잡아줄 수 있으며 김에 가깝게 앉을 수 있기도 했으니까. 순수하게 걱정하는 마음 반. 조금 사심을 채우려는 마음 반. 허나 그 마음 비율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으며 알렌은 마리안느의 말에 집중했다.
"아. 저기인가요? 그러고 보니 저기에 갔었던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알려줘서 고마워요."
말을 맡길 수 있는 말 여관. 그런 곳이 있다면 당연히 거기로 가야만 했다. 말을 굳이 힘들게 끌고 가지 않아도 되고, 안전하게 말을 맡길 수도 있었다. 이런 곳에서 간판까지 세울 정도면 말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없다고 봐도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알렌은 방향을 틀어 그 말 여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약한 말발굽 소리가 땅에 조용히 울렸다. 말 여관까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마리안느의 목소리가 알렌의 귓가로 들려왔다. 파티셰가 쿠키를 진상하게 해도 좋을 것 같다는 말. 그리고 파티셰와 함께 찾아오면 자신을 만날 수 있냐는 물음. 물론 그 말에 정말 순수한 의도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그런 것은 서로서로 아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당장 자신마저도 순수한 의도만으로 이렇게 같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마리안느가 저를 보고 싶고 만나고 싶다고 한다면 얼마든지요."
약간의 심술같은 대답과 약간의 짓궂음이 섞인 웃음소리를 내며 알렌은 딱 그 정도로 대답을 마치고 특별히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았다. 이어 말 여관 바로 앞에 도착하자 알렌은 고삐를 살짝 잡아당겨서 넬라를 그 자리에 멈추게 했다. 그리고 먼저 넬라 위에서 내린 후에 마리안느를 잡아주려는 듯, 오른손을 살며시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 또한 사내가 지켜야 하는 매너 중 하나였다. 꽤나 연습하고 익혔는지, 그 동작 하나하나가 마치 교과서에 나올법한 모습 그대로였다.
"아. 하지만 파티셰가 동행하건 말건, 제가 있는 곳에 찾아와서 저와 만나면 그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선전포고가 될 수도 있을텐데 그 점은 괜찮으세요?"
스스로 말하기도 뭐했지만 혼담은 여기저기에서 조금씩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판국에 어느 한 여성이 굳이 성으로 들어와서 자신을 만나려고 한다? 그 소식이 주변에 퍼지는 순간, 주변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그녀만이 아니라 공작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알렌은 마리안느에게 괜찮겠냐는 듯이 그렇게 물었다.
"물론 반대로 지금 제가 이렇게 당신과 있는 것이 누군가에겐 선전포고가 될 수도 있겠네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딱히 거리를 두거나 할 생각은 없지만요."
/그 아래에 황녀가 하나가 있고 그걸로 끝이야! 그러니까 황자 다섯에 황녀 넷. 이렇게 되겠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보다 더 많은 자식이 있었다는 황가나 왕가도 있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적당한 수준 아닐까? 아무튼 존버로 승리한 것 축하해!! 그리고 자연스럽게 잘 들어갔다고 생각해! 일단 1:1로 노는 거니까 우리 둘이서 만족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고!
멋있는거려나? 그렇게 봐준다면 다행인걸! 그리고 정략적 이유로 본 것이 맞아. ㅋㅋㅋㅋ 마리안느에겐 조금 미안할수도 있지만 알렌은 아직 순수한 목적만 있진 않을거라고 생각하거든.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는거지만 말이야. 아무튼 나도 어제는 미처 레스 확인을 못했네. 일단 오늘 하루 서로 힘내보자! 화이팅!
마리안느가 뒤에 앉았더라면 말에서 떨어질까 불안했으리라는 대답에 정신이 확 들었다. 시야가 가려지는데도 앞에 태운 까닭을 몰랐는데, 그래서였구나. 어지럽던 시야가 바로잡히며 그의 얼굴에 초점이 맞춰졌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긴 하지만 에메랄드처럼 투명한 초록색 눈동자는 다소 긴장한 듯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가슴이 울렁거린다는 표현이 어울릴까? 말이를 종종 타고 다녔기에 낙마하지 않을 자신 정도는 있었으나, 타인이 위험해지는 걸 막기 위해 본인의 불편을 감수하는 면모가 감탄스러웠고, 그 상대가 나라는 게, 마음을 들뜨게 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 여관으로 가던 중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웃고 있기는 마찬가지이고 와도 좋다는 대답도 선선한데, 어딘지 짓궂어 보인달까? 기분 탓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했을 즈음엔 이미 말 여관 앞이었다. 여관, 정확히는 여관 건물 옆 마구간을 지키던 이가 '어서 옵쇼!'라고 반색하며 말을 넘겨받을 준비를 하는 가운데, 그가 말에서 내려서는 에스코트를 해 준다. 있는 동작이며 손을 얹기 편한 높이에 딱 내밀어 주는 것이 어지간히 숙련된 듯했다. 그 시절에도 이런 모습을 보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에스코트에 따라 내리는데, 그가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일부러 입궁해서 그를 만나면 혼담을 노리는 경쟁자의 경계를 살지도 모른다면서. 그러고도 남을 처신이긴 하다만, 마리안느는 씩 웃고 말았다. 말에서 내리면서 그와의 거리가 확보된 덕에 좀 여유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
"언젠간 겪어야 할 일 아닐지요? 굳이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공작 내외께서 그만한 문제도 고려 않고 내게 그를 유혹해 보라 하셨을 리도 없고. 어차피 선택권이 그에게 있는 이상 다른 가문에서 경계한대도 큰 의미는 없지 않을까? 가볍게 넘기려는데 어안이 벙벙해지는 말이 이어졌다. 순간 의미가 파악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했다. 내게 구혼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건가? 진짜?!
"데뷔 파티부터 그 난리를 쳤으니, 발이 성하고 싶은 영식이라면 십중구십 주저할 거 같습니다만..."
웃고 있는데 웃는 게 아닌 거 같은 기분이다. 그나마 그가 거리를 둘 생각은 없다고 말해 주는 게 ―사교계 특유의 띄워 주는 말일지라도― 다행이다 싶다. 혼처가 구해질 가능성이 0은 아니라는 의미일 테니.
자신의 손을 잡고 마리안느가 말에서 안전하게 내려온 것을 확인하며 알렌은 잠시 여관 주인에게 다가가서 말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금전적 관념은 확실하게 잡혀 있었는지 그는 적절한 값의 돈을 냈고 잠시 말을 맡겼다. 이어 넬라에게 조금 있다가 올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미소를 짓고 손에 잡고 있는 고삐를 주인에게 내밀었다. 주인은 천천히 볼일을 보고 오라고 이야기를 했고 알렌은 서서히 그 여관에서 멀어졌다.
한편 자신의 물음에 대해서 마리안느가 대답하자 알렌은 작게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눈치를 보거나 물러설 생각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일까. 물론 다른 의미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알렌에게는 눈치를 보거나 피할 생각은 없다는 의미로 전해졌다.
"그 정도 배짱은 있어야죠. 황자비가 되려면 말이에요. 상대를 배려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배려해서 물러서면 안되는 시기에 물러서는 이는 황가에서도 그렇게 좋게 보지 않거든요."
물론 알렌의 목소리도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고 말한 것은 아니었는지, 꽤 가벼운 느낌이었다. 그냥 흘러가는 말처럼 생각하고 적당히 한 귀로 흘려도 상관없을 정도의 이야기.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꽤 중요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이야기. 그런 양면성을 가진 메시지를 남긴 그는 이내 들려오는 말에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저는 주저하지 않을 거니까 십중 구로 해주세요. 십중 구십이라고 하면 뭔가 100% 다 그럴 것 같잖아요? 일단 저는 아니니까 100%는 아니기도 하고요."
아직 춤 추는 거,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알렌은 천천히 웃음소리를 줄였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로 빈 말이 아니었다. 그녀가 춤을 추는 것이 익숙해지면, 언제든지 신청해서 춤을 출 생각이었으니까.
한편 알렌은 거기서 말을 끝내지 않고 조금 더 말을 차분한 목소리로, 그리고 조금은 진지한 목소리로 이어나갔다.
"파티에서의 그 모습만 보고 안 좋게 생각하는 영식이 있는 것처럼, 그때의 모습을 좋게 보고 호감을 가진 이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은근히 자신을 낮추는 그런 발언은 하지 마세요. 주저하는 영식은 처음부터 당신과는 인연이 아닌 이들일테니, 굳이 그런 이들을 생각하지 말고 어딘가에 있을, 어쩌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인연이 될 법한 이만 생각해주세요."
그럼 자신은 어디에 해당하는가. 굳이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알렌은 다시 평소 짓는 차분한 미소를 입가에 녹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살며시 오른손을 내밀었다.
"이런 거리에서도 사내가 숙녀의 손을 잡고 에스코트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해보고 싶네요."
물론 잡을지, 말지는 마리안느의 선택이었다. 안 잡아도 그는 딱히 아쉬워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 후에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을테니까.
/마찬가지로 좋은 밤이야!! 그리고 주말이다! 와아!! 이제 또 쉰다!! 아무튼 너무 무리하진 말고 피곤하면 푹 자기야! 주말이 사라지더라도 피곤함을 회복하는것이 먼저인 법이니까! 아무튼 나는 그럭저럭 쉬는 중이야!! 조금 더 있다가 자러 갈 거지만! 아무튼 마리주도 잘 자길 바라!!
그가 여관에 자연스럽게 말을 맡기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황궁 밖에 나올 일이 드물었을 거 같은데, 돈을 지불하는 걸 낯설어 하질 않네. 공무를 수행해야 하니 거래하는 법을 따로 학습한 걸까? 어릴 적 나왔을 때도 돈을 지불할 일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텐데, 그때는 어떻게 했더라? 내가 대신 지불한 기억은 없는데. 그렇다면, 그때도 거래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나 보다. 굳이 끼어들 상황은 아닌 듯해 다녀오라는 주인에게 마주 인사하고는 그를 뒤따랐다.
그러고 가던 중 그가 마리안느의 대꾸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의중까지는 모르겠으나 납득했다는 의미 같았다. 그나저나 고위 귀족 중 상당수는 황실과의 혼담을 성사시키고 싶어 할 텐데, 그 점을 고려하면 경쟁자(?)가 한둘은 아니겠다. 선택이 그에게 달린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다지만, 마음의 준비는 좀 해 두는 게 좋으려나? 그런 생각이 스쳤을 때, 농담인지 진담인지 애매하게 그 정도 배짱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말의 의미보다 놀라운 건, 황자비 같은 표현을 그가 대놓고 했다는 것이었다. 누가 들었다간 신분이 드러난다는 점은 둘째 치고 내가 그의 배우자가 되는 데 도전한다고 기정사실화한 게 느껴져서였다. 공작 내외가 적극 꾀하시는 일이고, 내가 구할 수 있는 혼처 중에선 가히 최고이니 그 판단이 틀린 건 결코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이점만으로 노리는 이상 대안이 생기면 굳이 고집하지 않게 될 텐데, 그걸 도전으로 볼 수 있을까? 도전한다는 표현에 부합하려면 그보다는 간절해야 할 것 같았다.
"신분을 감추는 중이라고 하셨는지라 듣는 귀가 있을까 저어됩니다. 그와 별개로, 전장에 나서는 장군이 전쟁 외의 대안도 마다하지 않는다면 어떨 것 같으십니까?"
말하고 보니 미묘했다. 내가 그와의 결혼을 진심으로 바라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소리 아닌가. 그런데 전쟁에만 초점을 맞추면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게 더 실리적인 처사일지도 모르고. 괜한 소릴 꺼내 버린 기분이 들면서도, 그라면 이런 의문을 대놓고 제기하는 걸 더 흥미로워할 것 같기도 해서 애매하다.
그때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발이 성하고 싶은 영식이라면 주저할 거라는 자조적인 소리가 우스웠던 모양이다. 그 웃음을 듣고서야, 마리안느는 사서 손해 보는 소리를 해 버린 걸 깨달았다. 다른 가문에서 혼담을 제의할지 안 할지 모른다는 식으로 얘기해 두는 게, 그래서 날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편이 더 나았겠다. 공작 내외가 아시면 이마를 치고 한탄하시겠네. 씁쓸함을 감추느라 애쓰는데, 웃음과 뒤섞인 말에 가슴이 떨렸다. 어디까지가 진심일지 가늠할 수는 없으나, 자긴 주저하지 않겠다면서 아직 춤 추길 바란다고도 말해 주니, 기대감을 누르기 어려웠다. 최근 무도 선생님을 고생시키고 있는 게 그 기대 때문이기도 하고.―언제쯤 선생님의 발을 덜 밟으려나. 괜스레 무도 선생님의 신음이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그는 거기 그치지 않고, 사뭇 진중한 투로 격려해 주었다. 파티에서의 모습을 좋게 생각해 주는 이도 분명 있을 거라고. 내 가치를 스스로 깎아 먹는 소릴 해 버렸는데. 그 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나를 얕보기보다 북돋아 주려는 마음씀씀이가 고마웠다. 그래서일까. 이어지는 목소리가 유난히 부드럽고 감미로운 가락을 띤 것 같았다.
"말씀 감사합니다. 춤을 제대로 익히게 되면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 김에 좀은 의젓한 태도를 보이고 싶어졌으나, 그 바람은 채 또렷해지기도 전에 사그라졌다. 그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말―반대로 그와 무관하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기에 생각이 많아지는 말―을 하던 그가, 에스코트를 해 보고 싶다며 손을 건넨 순간, 머릿속이 꽉 막혀 버렸다. 심장이 요동치다 못해 튀어나가는 건 아닌가 불안할 지경이다. 표정 관리는 이미 체념하다시피 했다. 그나마 한 가닥 남은 이성이 저 손을 잡는 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를 물었으나, 답을 찾는 건 불가능했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손을 얹었을 뿐.
"후훗. 공작가의 영애가 황자비의 자리를 원하는 것이 그렇게 이상하고 눈치를 봐야 할 일인가요? 여긴 황자님도 없는데. 물론 마리안느도 마찬가지로 정체를 숨겼으면 한다면 표현법을 다르게 해볼게요."
결국엔 자신의 정체를 이야기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 어떻게 보면 참으로 짓궂게 빠져나가는 방식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그녀의 물음에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장에 나서는 장군이 전쟁 외의 대안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물음은 그냥 단순히 전쟁과 장군에 대해서 묻는 것은 아닐터. 대충 상황을 제 머릿속에서 대입해서 생각해보던 알렌은 곧 답을 내놓았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몰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허나, 애매하게 두 갈래 길에 발을 들이미는 것은 초기에야 가능한 일이에요. 결국엔 어느 한 쪽을 제대로 선택하고 그 길로만 가야겠죠. 결국 두 길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테고, 언제까지나 그 두 길에 발을 들이밀고 다리를 찢으면서 걸어갈 순 없으니까요."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결국엔 어느 한 길을 정확하게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알렌의 생각이었다. 전쟁을 일으키면서 다른 길에도 발을 들이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어 전쟁에 패하고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게 될테니까. 알렌은 딱 그 정도에서 자신의 답을 끝냈다. 여기서 굳이 더 이야기를 하면 그것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기대하고 있을게요."
딱 그 정도로 이야기를 하며 자신도 오랜만에 황실에서 춤을 제대로 복습해봐야겠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물론 춤은 수도 없이 추고 강의를 받았기에 자신 있었으나, 성에서 있었던 파티 이후로는 한 번도 추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혹시나 스탭이 꼬이면 서로 곤란할터. 언제 그녀와 춤을 출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 전에 한번 제대로 복습해야겠다고 그는 생각을 마무리지었다.
한편, 마리안느가 자신의 손을 잡자 알렌은 그 손을 조심히 잡으며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녀와 발걸음을 맞추고, 그리고 주변을 가만히 살펴보기도 하며.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면서 그는 공무를 수행하면서도 그녀와의 시간을 즐겼다. 일을 게을리하는 것이 아니고 확실하게 하고 있으니 이 정도는 보고가 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으리라. 그 정도로 알렌은 판단했다.
"마리안느."
거리의 분위기는 상당히 평화로웠다. 당장 큰 문제는 없어보였고 사람들 또한 행복한 표정으로 가득했다. 딱히 어딘가에 귀를 기울일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당신과 여러 번 만났던, 어떤 분이 조금 더 진지한 만남을 원한다고 한다면 당신은 받아들이시겠나요?"
그 물음은 장난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진지한 어투였다. 그 분 말씀이 거절해도 상관없다고 하네요. 그런 말을 살며시 덧붙이며.
/그만큼 주말을 푹 쉬었다는 것으로 생각하자! 아무튼 알렌의 의중은 슬슬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원래 이번턴에 손을 잡으면 쓸 생각이었는데, 이게 이렇게 되는구나!
아무튼 알렌은 방금 말한대로 마리안느와 조금 더 진지한 만남을 가지길 원하고 있어. 지금처럼 가볍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더 깊게 만나는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여긴 황자님이 안 계시다라, 그런 구실을 찾았을 줄이야. 그럴싸한 핑계라 여겨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웠다. 그의 반문이 통념상 받아들여질 만한 내용일지라도, 노골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으므로.
"국혼(國婚)은 오직 폐하의 뜻을 받들어야 할 사안 아닙니까. 일개 공작가에서 원하고 말고를 입에 담았다간 불경으로 비칠까 두렵습니다."
원하는 티를 내되 원한다는 표현은 극구 삼간다. 일견 앞뒤 안 맞는 처신이나, 궁정은 살얼음판이나 다름없는 곳인 이상 조심하는 게 상책이리라. 표현을 달리 해 주겠다니 조금은 마음을 놓아도 되겠다만. 참 긴장의 연속이라는 한탄 섞인 생각이 들 찰나, 그에게서 비유에 대한 답이 나왔다. 애매한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 같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답이다. 갈팡질팡하는 상대와 혼인을 결심할 이는 없을 테니. 더구나 퇴로나 대안 마련도 내 뜻대로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당장 공작 내외부터가 그와 비슷한 신분을 지닌 이에게나 눈을 돌리시지 싶은데, 그런 이가 몇이나 되며 개중에 ―내 춤 실력을 뻔히 보고도 나와의 춤을 기대해 줄 만큼―내게 관심을 가질 이는 또 얼마나 되겠는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순순히 따르기만 하는 건 괜찮을까. 가까워졌다 하면 거리를 두고 거리가 벌어질라 치면 따라가는, 그러면서도 예법을 지켜 품위를 유지하는 게 정석이라는데, 그런 요령은 어째야 익혀지는지. 그를 따라 걷을수록 머릿속이 와글거렸다. 몸은 뻣뻣하고 그에게 잡힌 손은 피가 안 통하는 듯했다. 그가 공무 수행 중인 만큼 뭐라도 살펴보고 싶은데 똑바로 걷는 게 고작이었다. 아니, 제대로 걷고는 있는 걸까.
그토록 걷잡기 버거운 흥분을 가라앉힌 건, 마리안느의 이름을 부르는 나직하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였다. 뒤이어 상상 밖이면서도 의미를 얼른 해석하기 힘든 물음이 파고들었다. 그 물음은 귀를 메우는 심장 소리에 묻힌 듯하면서도 생생히 맴돌았다. 아찔한 나머지 속입술을 깨물고 빈손에 치마를 움켰다. '조금 더 진지한', 그 표현에 담긴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머리도 가슴도 타 버릴 것 같다. 마르다 못해 따끔한 목으로 거듭 마른침을 넘기고서야 말문이 트였다.
"...외람되오나 그 진지한 만남이 혼인을 전제로 한 것까지는 아닐 듯한데 제 판단이 맞습니까? 그렇다면 그분은 어느 정도의 진지함을 바라시는지요? 로맨스 소설의 연애담에 가까운 진지함입니까? 아니면 그보다 가벼운 수준입니까? 그 점을 알아야 답변을 올릴 수 있을 듯합니다."
/으아으아՞՞(ᗒᗣᗕ)՞՞ 중요한장면 같아서 최대한 멋부려보려고 했는데 뭔가아닌거같아요(╯>Д<)╯\。゜。 그렇다고 붙들고만있기도 뭣해서 일단 올려봐요(×﹏×) 그러고나니 어느새 월요일인게 슬프지만 또 한주 버텨야겠죠(。ノωヽ。)゚。 안녕히주무세요川。μ_μ)σ
"하지만 바란다는 생각이나 표현이 죄가 되지는 않지요. 이 제국의 황제폐하는 그 정도로 머리가 딱딱하고 굳은 바가 아니니 안심하세요."
자신이 아는 아버지는 고작 그 정도로 불경하다고 화를 낼 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웃어넘겼으면 넘겼지. 자신의 어머니 역시 꿈이 크다고 이야기를 하고 굳이 더 언급하진 않을 이였다. 혹시나 걱정을 하지 않을까 싶어 알렌은 굳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딱히 그런 사실을 듣는다고 해서 병사들이 나와서 불경죄로 잡아가고 그러는 일은 없었기에.
아무튼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그는 열심히 눈동자를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뒤에서 따라오고 있을 기사들이 자신을 놓치지 않게 속도를 조절하고, 마리안느와 발걸음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으니 쿠키라도 하나 사서 돌아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은근슬쩍 쿠키점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렇게 가볍게 걸으면서도 자신의 제안에 대한 그녀의 답이 나오는 것을 그는 조용히 기다렸다.
자신의 제안에 대해서 그녀는 바로 답을 하진 않는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침묵만 쭉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로 진지함을 바라는지에 대해서 묻는 것에 그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다른 이와는 반응이 달랐다. 다른 이라면 당장에 좋다구나 싶어 바로 받아들였을텐데. 역시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답을 내놓는 것이 참 흥미롭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온전히 몸과 고개를 돌려 마리안느를 바라봤다.
"저는 로맨스 소설을 그렇게 많이 읽지 않았고, 그나마 읽은 것도 전에 이야기했었던 황태자가 자신의 약혼녀를 저버리고, 평민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였기에 어떻게 비교를 해야 좋을지 모르겠으니 로맨스 소설은 잠시 덮어두도록 할게요."
어설프게 비교를 하고 묘사를 하기보다는 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전에는 그냥 친근하고 은근히 눈에 띄어서 흥미 위주로 만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정말로 결혼할지도 모르는 대상으로서라고 들은 것 같네요. 당장 혼인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여러 여성 중에서는 가장 할 수도 있는 그런 느낌의 진지함이라고 하면 조금 표현이 어려울까요? 이를테면..."
이어 그는 살며시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잡고 있는 손을 살며시 들어올린 후에 그 손등에 입을 맞췄다가 떨어뜨렸다. 그리고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이렇게 처음으로 하는 손등 키스를 당신에게 바치는 정도의 진지함으로요."
/당장 혼인 대상으로 확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보다는 조금 더 깊게. 현대판으로 보자면 썸을 타고 싶다. 라고 말하는 참 이상하면서도 어색한 발언일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그게 지금 알렌의 생각이야! 그리고 잘 썼으니까 상 엎으면 안돼! 8ㅁ8 아무튼 월요일이니... 그래! 서로 힘내자! 화이팅!
그가 폐하는 딱딱하지 않으시다는 걸 보면, 폐하께서는 아마 너그러운 아버지이신 듯하다. 군주로서는 아무리 관대하시다 해도 만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계신 분이니 관대함만을 기대해선 안 되겠지만―행여 군주의 심사를 거스르거나 정적이 늘어났다간 평소엔 문제시되지 않고 넘어가던 일도 언제 들춰질지 모르니― 가족으로서는 그런 모양이다. 황자로서 짊어진 의무가 만만치 않았을지라도 행복하게 자랐겠구나. 어쩌면 리멜트에서의 나 못지않게 왁자지껄한 일상이었을지도. 어린 시절 그의 모습은 흐릿했지만, 지금 그가 쪼그매진 모습을 상상하며 빙긋 웃었다.
그건 그렇고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닌데. 마리안느는 졸다 깬 사람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가는 사람들은 장을 다 봐서 짐을 잔뜩 들었든 손이 가볍든 표정이 밝았고, 나누는 이야기도 대개는 소소한 내용이었다. 상인들도 그저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잡고 싶다는 듯 호객하느라 바쁘다. 다른 데도 살펴봐야 확실하겠지만 일단 시장만 봐서는 민심도 안정되어 있고 평화로운 듯하다. 옷이나 구두나 장신구를 살 때 말고는 둘러볼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런 분위기로구나... 하고 시장의 풍경에 집중하고자 했으나, 오래지 않아 온 신경은 도로 그에게 쏠리고 말았다. 당연지사였다. 애초에 그에게 무슨 대답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못 이겨 주의라도 돌리려던 것뿐이니.
그때, 그가 멈추더니 마리안느에게로 돌아섰다. 순간 세상이 뒤바뀐 듯했다. 모두가 움직이고 수선스러운데도, 그와 나만 별세계로 옮겨진 느낌이랄까. 그를 마주 보다간 숨을 고르기도 벅찰 것 같아 시선을 내리깔았다. 로맨스 소설로 빗대는 건 익숙지 않았는지, 그는 로맨스 소설은 잠시 덮어 두겠다더니 잠시 침묵을 지켰다. 어지러웠다. 사실 어떤 답이 돌아오든, 내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시피 하다. 그런데도 물은 건, 지금의 내 위치를 알고 싶어서. 어느새 목표가 되어 버린 고지까지 얼마나 가야 하는지, 다다른다는 기약은 있는지 가늠하고 싶어서.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잠깐 같기도 하고 몇 시간은 흐른 것도 같다. 그러다 치마를 움킨 손이 떨리는 게 느껴질 즈음, 나긋하지만 흔들림 없이 확고한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결혼할지도 모르는 대상이라면 그저 친구는 아니라는 의미일까. 하지만 당장 결혼하고 싶은 건 아니고. 하긴 통상적인 결혼이라면 모를까, 연애 결혼을 지향한다면 아무리 로맨티스트라도 몇 번 만에 그 정도 확신까지 생길 리가. 그러면, 로맨스 소설로 따지면 어느 정도지? 기억을 더듬으려 했으나 멍했다. 머릿속에 안개가 자욱한 것 같...
별안간, 그에게 건넸던 손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했다. ―실제론 벼락이 아니라 그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을 뿐이지만― 화들짝 손을 끌어당겨 감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가슴이 들먹거렸다. 눈을 깜박여도 시야는 흐릿하고 숨도 잘 안 쉬어진다. 제대로 서 있긴 한 걸까. 아뜩해지는 순간 가슴을 쥐어뜯듯 움켰다. 뒤꿈치에 힘을 주어 구두 굽으로 땅을 찍어 누르기도 했다. 그러고도 한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고서야 정신이 좀 돌아왔다. 머릿속은 여전히 흐리멍덩했지만.
"......제게, 선택의 여지가 없음은... 아시리라 짐작됩니다. 그런데...ㅊ, 처음이라면... 그 순간을, 후회하진 않으실지요...?"
앞말만 하고 그쳐도 됐는데 득될 것도 없는 질문은 뭐하자고 끄집어냈을까. 급기야 '이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을 나중에 만날지도 모르지 않냐는 말까지 내뱉고서야 말문이 닫혔다. 아무래도 머리가 푹 익어 버린 게 틀림없다...
/으와와(」゜ロ゜)」 예상못한 장면이에요՞՞(づд⊂)՞՞ 생각지못했던 부분에서 저돌적인 알렌이네요(˶º⌓º˶) 썸이후에는 어떻게되는거신가(두둥)۹(´◉д◉`)۶ 암튼 어제이은게 이상하지않았다니 다행이에요(❁ᴗ͈ˬᴗ͈)◞ 일단 갱신할게요(づσ▿σ)づ
손에 입술을 살짝 맞춘 후에 떨어뜨리자 화들짝 놀라는 그녀의 모습이 보여 알렌 역시 살짝 놀라면서 저도 모르게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다시 방금 전 거리를 유지하려는 듯, 그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고 가볍게 웃음소리를 냈다. 설마 이렇게 놀랄 줄은 자신도 몰랐기에. 가슴을 움켜쥐고, 구두 굽으로 땅을 찍어 누르는 모습에서 알렌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어 당황했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 모습에 한번 더 당황하면서 어쩔줄 몰라했다.
그러다가 들려오는 말에 알렌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 순간을 후회하진 않으실 것 같냐니. 참으로 마리안느다운 질문이라면 질문답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진지한 분위기를 내며 그 물음에 대답했다.
"그럼에도 그 분은 선택의 여지를 주고 싶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순간을 후회할 것 같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을 분이시니, 아마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은걸요. 오히려 그 분은 지금 그렇게 반응한 것에 대해서 괜찮은지를 묻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네요. 실례가 된 행동이라면 사과하겠다고 하면서 말이죠."
스스로 말하고도 참 이상한 상황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이 황자라는 것을 숨기고 있는데. 이렇게 간접적으로 돌려가면서 말하는 불편함은 자신이 감수해야만 했다. 괜히 주변 시선을 많이 살 것은 없었으니까. 물론 뒤에 있는 기사 두 명에게는 나중에 더욱 확실히 얘기해서 입단속을 시켜야겠지만 지금은 오직 그녀에게만 집중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알렌은 말을 이었다.
"정정할게요. 흔한 영애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당신이기에 그 분은 후회하지 않을 것 같네요."
그것이 마냥 좋은 의미냐라고 하면 애매할 수도 있지만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다른 이들보다 더욱 눈에 띈다는 의미였고 적어도 알렌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을 나중에 만날지도 모르지 않냐는 그 물음에 대해서도 그는 잠시 생각하다 가볍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혹시 아나요? 그 사람이 마리안느. 당신이 될지. 미래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능성의 크고 작음은 존재하는 법이에요. 그리고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보다는 조금은 다르더라도 자신의 색이 강한 사람이야말로 사람의 기억 속에 더 강하게 남기 마련이고요. 그리고 언제나 그런 이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마련이죠."
그 이상의 말은 굳이 하지 않으면서 말을 마무리지은 그는 그녀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거나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 어차피 시간은 많았다. 오늘 해가 완전히 지더라도 하루가 지나기 전까지만 돌아가면 될 일이었다.
"자. 좀 더 돌아볼까요? 여길 보고 난 뒤에는 경매장에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 혹시나 불법적인 것이 유통되지 않을지, 방식은 공평할지. 그 이후에는 사람들이 노는 장소도 가보고 싶고요. 돈이 걸리는 그런 곳이라면 더더욱 좋을 것 같네요. 건전한 게임으로 끝이 날지, 아니면 자극을 추구해서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어설지."
가야 할 곳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던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돌리다 어느 한 부분을 보더니 그 상태에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김에 쿠키를 사서 당신과 나눠먹고 싶은데 괜찮나요?"
/마리안느가 고장난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답레를 쓰면서도 나도 모르게 계속 웃고 말았어. 알렌은 이렇긴 하지만 마리안느는 마리안느대로 속마음을 살짝 읽기가 힘든 것이 있는데 그걸 보는 것이 또 엄청 즐거워. 일단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결혼은 하고 싶은데 정말로 나랑 해도 되는걸까? 나보다 더 좋은 이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결혼은 하고 싶은데. 이런 식으로 막 고민하고 갈등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내가 정말로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 것일까. 그렇게 고민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썸 이후에는? 글쎄. 구혼하지 않을까? (갸웃) 그건 이후의 전개를 봐야.. 아무튼 나도 답레와 함께 갱신할게!
걱정한 것보다는 똑바로 서 있었나 보다. 얼이 나가다시피 했는데도 누가 붙잡는 감촉도, 소란도 없었던 걸 보면. 안도의 한숨과 함께 숨을 고르는데, 좀 전에 던졌던 바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돌아왔다. 후회할 것 같았다면 시작을 않았을 거라니, 그 손수건을 여태 쓰고 계셨던 것도 그렇고, 정말로 성실하디 성실하신 분이구나. 그랬다가 이어지는 말에 그만 멋쩍어졌다. 그러고 보니 여태 가슴도 움킨 채였다. 놀라셨겠다. 손아귀의 힘을 풀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의 입술이 닿았던 손등은 어쩐지 드러낼 엄두가 나지 않아 감싼 손을 풀지 못했지만.
"...네, 아니, ㄱ...괜찮습니다. 그게, 저... 저도 처음이라..."
사교계에 진출하는 이상 언제고 겪게 될 일이라 여기기는 했으나 이렇게 빨리, 파티장도 아닌 데에서, 아니 아니, 다름 아닌 그가 그 상대일 줄은 몰랐다. 이럴 정도면 그가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줄 가능성은 적지 않을 듯하다. 기꺼운 일이고, 공작 내외가 알면 환호하고도 남겠지만, 이토록 동요하는 건 어째서일까. 처음 겪는 일들이라 수줍어진 걸로만 치부하기엔 뭔가 걸리는...
여전히 벌떡거리는 고동이 거북해 제 가슴을 누르고 있으려니, 그의 말이 이어졌다. 다른 영애들과 다르기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그 느낌이 드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다는 말에 비로소 정신이 맑아졌다. 동시에 그가 <날 용서하지 마세요.>를 읽으면 어떤 감상을 느낄지 궁금해졌던 까닭도 알 것 같았다. 그는 로맨티스트이지만 나는 아니다. 난 결혼을 통해 확고한 지위를 얻고 배우자로서 역할을 다하면 그만이라, 그가 찾는 그 느낌이란 게 어떤 건지는 평생 모를지도 모른다. 더 심각하게는 그 소설의 여주인공처럼 남주인공을 이용하게 될지도. 그러면 나를 호의적으로 봐 줄수록 그는 불행해지는 거 아닐까? 어떤 관계든 한쪽이 주기만 반복하면 지칠 수밖에 없으니. 가슴이 아릿해졌다.―좀 전에 쥐어뜯은 탓이라기엔 속이 저려 왔다.― 제국의 황자 걱정이라니, 세상 쓸모없는 오지랖임을 아는데도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공작 내외도 흔쾌히 인정하실 만한 결혼을 바라는 것과 별개로, 그가 만족하며 살았으면 했다.
그러나 그 말까지는 차마 나오지 않아 발치만 내려다보는데, 그가 좀 더 돌아보자며 가 보고 싶은 데를 꼽았다. 경매장과 돈을 걸고 게임하는 곳. 돈을 건 게임이 그 활쏘기 내기를 가리키는 거라면, 둘 다 그때 함께 갔던 곳이다. 뭉클하면서도 씁쓸했다. 그의 진지한 제안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가 한 쿠키 가게를 가리키며 쿠키를 사자며 천진하게 미소 지었다. 덩달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쿠키 정말 좋아하시는구나. 진짜로 파티셰에게 한 짐 가득 쿠키를 만들게 해서 진상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가, 눈을 질끈 감고 그 생각을 몰아냈다. 차후의 계획을 세우는 것보단 그에게 제대로 답변하는 게 우선이다. 해야 할 일을 정리한 덕일까? 쿠키 가게 맞은편의 서점이 눈에 들어왔다. 마리안느는 대답 대신 잠시 실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서점으로 직진했다. 그러고는 <날 용서하지 마세요.>를 한 권 구입한 뒤, 바로 쿠키 가게로 향해 쿠키를 종류별로 골라 샀다. 그런 다음 책 위에 쿠키가 담긴 종이 봉투를 얹은 채로 돌아와서는 그에게 모두 건넸다.
"일전에 좋아하셨던 게 생각나 종류별로 사 봤습니다. 그리고 제안해 주신 것에 대한 답변은... 그분께서 이 책을 읽으신 이후에 드려도 괜찮을지요?"
/왓왓(・о・) 혼이 나간거뿐인데 귀엽게봐주셔서 감사해요ლ(≧▽≦ლ) 재밌어해주시니 뿌듯하고요♫꒰・◡・๑꒱ 마리안느는 사랑에 회의적인입장이라 제가 감정선을 딱 꼬집지 못하는탓도 있는거 같아요σ^_^||| 말씀하신점이 거의 맞지싶은데요「(°~°˶) 살짝 추가하자면 자기가 로맨티스트가 아니어서 알렌을 실망시키거나 알렌한테 상처를 입히는걸 겁내는것도 있을거 같아요☆⌒(>。<) 내일은 개인사정상 잇기힘든데 끊기엔 아쉬워서 달려봤지만... 쓰다보니 또 이시간이네요。゚(。ノ_<。)゚。 이만 자러갈게요 안녕히주무세요(。し_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