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한참 살피다가도 시선을 돌리는 모습에 가현은 영문을 모르겠는 듯 고개를 갸웃인다. 눈. 조금 더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은데. 좀 더 진솔하게- 좀 더 심도있게. 우리 둘만의 비밀을 서로 속삭여보지 않으련. 이번에도 마음이 앞섰으나 그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는 않았다. 왜 갑자기 시선을 피하느냐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당신의 앞에 제 얼굴을 슥 내밀어보고는 방긋 웃을 뿐이다.
"응.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고, 누구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해. 꽤 어렸을때부터 봐왔던 사람이니까~"
간단한 사이 정도는 숨길게 없겠다 싶었는지 이야기함에 있어 막힘이 없었다. 자신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사람이었으니까. 제 소실된 인간성의 공백을 조금이나마 메꾸어주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굳이 숨기고 덮어가며 이야기할것은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야기하는 내내 표정으로 드러나는 묘한 희열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한번 더 만나고 싶은데, 어째 잘 보이지를 않아서 그게 아쉬울 뿐이다. 단 둘이서 오붓하게 사랑을 속삭일수 있게 된다면 좋으련만.
중간중간 여학생이 기뻐했다가, 금방 실망하고 마는 것이 보인다. 도대체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면 그렇게까지 찾고 싶어하는것일까? 어쩌면 이 여학생이 그 선배에게 품고 있는 생각은 그저 단순 호기심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크나큰 오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가현은 그저 빙긋 웃을 뿐이다. 이 여학생 또한 소득은 없는 모양이었지만.
"아쉬워라.... 그래도 인연이 닿는다면 분명 또 만날수 있을테니까 너무 낙심하지는 마~ 그보다, 그 선배. 엄청 친절했나봐? 그렇게까지 찾고 싶어하는걸 보면 보통 친절한게 아닌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둘이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눌 내용이라도 있는걸까. 가현은 다시 여학생을 바라보며 순진무구한 낯짝을 유지했다. 이쯤 되니 자신도 슬슬 호기심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얼마나 중요하기에. 그리고 얼마나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었기에 이렇게까지 찾는 것일까. 그 깊은 궁금증이 결국 허물조차 뚫고 드러나려는 차에, 케이크랑 커피 좋아하느냐는 말에 다시 감추어진다.
"으응, 달콤한거 좋아하니까~ .... 어라. 같이 먹는거야 좋지만 고작 이 정도로? 내가 조금 양심이 찔리는데."
얼굴에 화색을 띄다가도 난처한 듯 눈동자를 굴린다. 자신도 어차피 천부로 올 생각이었고, 댓가가 없더라도 자신 혼자 떠도는것보단 누군가와 함께하는것 자체가 좋았으며, 결정적으로 자신은 사주는 입장이 훨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맨날 뭔가를 받아먹기만 했다. 그렇다고 이미 상대의 입 밖으로 나온 이야기에 한사코 거절하며 그 애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은 또 아니었다. 다음에는 무조건 자신이 먼저 사주는 쪽으로 하겠노라고 미리 선수를 쳐 두는것이 나을것 같다고 여기며, 가현은 다시 웃는다.
"그래도 네가 사주는거라면 좋아~ 그 대신 다음에는 꼭 내가 사게 해줘? 빚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서~"
내부에도 찾는 사람이 없다는것을 깨달았으니 이제는 지금을 그저 즐길 뿐이다. 적당한 자리 하나를 골라잡아 앉으며 가현은 팔짱을 낀 채 여학생을 바라본다.
"그래서, 너랑 그 선배는 무슨 사이인거야~? 그렇게까지 찾아다닐 정도면 그냥 우연히 본 사이는 아무래도 아닐 것 같고. 농질 언니랑 나처럼 가까운 사이?"
"원래 안 귀여운 놈이라는 거 알면서. 만나러 가려면 너무 멀어서 지치는데. 보고 싶으면 네가 와 줘."
마찬가지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꾸하고는 뜻했던 대로 온화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순간을 마주하고서도 생각하는 광경이 이리도 다르다. 짝이 어긋난 동상이몽이다. 그는 단지 제 불행을 팔아서라도 온화가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할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정말 짐작도 못했던 대답이 돌아와 유현은 일순 말문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본능에 따른 의지를 표출한 결과가 고통뿐이라면, 차라리 그때 내 선조들이 모조리 멸절되어 내 삶도 처음부터 없었더라면 좋겠다고 생각해. 신께서 우리를 살려 이 고통을 겪도록 안배하신 것이라면 과연 탁락하신 지혜라 예찬해 마땅하지. ……그렇지만 네 말에 화는 안 나네. 오히려 즐거운 것 같아. 네가 생각하는 인간이 그런 존재라면 난 아마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사람이 될 테니까."
하하! 그가 드물게도 소리내어 크게 웃었다. 늘 속 모르던 화유현이 온화의 앞에서 통쾌하게 웃는 모습 내보이기는 지금이 처음일 테다. 그러나 웃음이 오래 가지는 못했다. 이내 일상적으로 짓곤 하던 은은한 미소마저 모두 사그라졌다. 어린 시절의 온화가 잘 알았던 익숙한 무감의 낯이다. 그는 흐릿한 시야로 다가온 온화의 손길을 받으며, 생각하고 만다. 아. 이 지긋지긋한 일생. 알고자 할수록 멀어지기만 한다. 너는 참 네 이름을 닮았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 다정한 감정을 마주할 때마다, 자신과 온화가 전혀 다른 인간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고 만다. 화유현은 류온화를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필요하다면 언제고 네 등에 칼 꽂을 사람이라도? 그래도 손 내밀 수 있어?"
모르겠다. 네가 왜 나를 그리 여겨주는지 나는 정말로 모르겠다. 아무리 그리 말해준다 한들 나는 너와 같은 마음을 가지지 못하겠다. 내 이익에 반한다면 나는 네가 진창에 구르며 괴로워하더라도 기꺼이 외면할 것이며, 평생을 베푼 정따위 싸그리 잊고 너를 냉정히 저버릴 것이다. 처음부터 그러한 인간이고 그러한 핏줄이다. 살기 위해 주저 없이 칼을 밖으로 돌린 이들의 후예로 난 자가 어찌 굴레를 끊어낼 수 있겠는가. 결함 가진 인간이 어찌. 그럴지라도 붙잡고 끌어안을 수 있느냐고, 그리 묻듯 흐린 눈으로 응망한다. ……그러나 답 듣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양 이윽고 긴 숨 내쉬며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었다. 유현은 누운 온화 내려다보다 손으로 그 눈꺼풀을 지그시 덮어 내려주려 했다. 여전하게도 무뚝뚝한 얼굴이었으나 분명한 호응이다.
사생아가 대단한 일을 벌였다! 아회가 요괴를 날이 무딘 손도끼로 내리쳐 곤죽을 만든 날, 무 씨 집안은 그야말로 경사가 난 듯 잔치를 즐겼다. 온갖 귀한 산해진미를 상에 올렸고, 악사를 초대해 좋은 노래를 들었다. 고매하던 무인 집안에 술과 향락이 가득한 날, 정작 그 경사를 안겨다 준 아회는 별채로 도망쳐 아른거리는 불빛을 등지고 있었다. 어머니, 화련은 피투성이가 된 아회를 보며 처음엔 그 피가 제 아들의 것인 줄 알고 혼비백산하여 의원을 찾으려 들었지만, 요괴의 피였음을 알게 되었을 적엔 아이가 다친 것보다 더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그 너른 품에 가득 끌어안기만 했다.
"아회야." "네, 어머니." "무서웠지." "……아니에요. 저, 이제 인정을 받았으니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아회야. 내 보물 같은 아이야. 너는 무 씨 집안의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무 씨 그 자체가 될 필요는 없단다."
어떻게 내 아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많은 것을 보아야 할 아이가 어째서 이렇게 피를 보고 당연해져야만 하는 걸까! 비통함에 얼굴은 더욱 울상이 되었고, 화련은 한참이고 아회를 끌어안고 있다가 결심이라도 한 듯이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숨소리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아회, 아가." "네, 어머니." "우리 바다로 갈까?" "네?" "령도로 가자꾸나. 비록 여기처럼 사용인은 없겠지마는, 가서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거란다. 너울거리는 비단처럼 춤추는 파도를, 하늘을 유영하는 새를, 햇빛 속에서 찬연히 빛나며 바스러지는 백사장을 보자." "그러면 형님은요……?" "영원히 떠나는 게 아니니까, 볼 수 있을 거란다." "정말요?" "응. 잠깐 여행을 떠나는 거야. 엄마랑, 우리 아회랑 둘이서만……."
어린 아회는 별채까지 울리는 웃음소리와 번쩍한 불빛을 뒤로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를 마주 안았다.
"저도 바다가 보고 싶어요, 갈래요!" "잘 되었구나. 엄마랑 같이 가자, 약속이야." "응, 약속."
어머니가 여행이라 했지만, 실은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신이 이 끔찍한 집안에서 벗어나기를 바랐으니까. 그리고 자신은 어머니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그 대화가, 그 작은 약속이 불러올 파란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아회는 가만히 허공을 올려다 봤다. 달은 환하고, 학당에서 잠시 빠져나와 돌아온 북부의 호수는 여전히 차갑다. 이 호수가 떠나가도록 울부짖던 날이 있었다. 지금 어머니가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며 알 수 없는 발음을 뱉고 바닥에 엎드려 우는 것처럼. 그에게도 한때 어머니가 말씀하신 바다처럼 사랑할 적이 있었다. 작은 바람에도 가슴이 거세게 일렁이고, 옅은 햇살에도 찬연하게 빛나던 날이. 마르지 아니하고, 그 푸른 색이 바래지 않으리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어머니, 날이 찹니다." "으으, 윽… 아으으…… 흑, 돌아가고 싶어, 집으로 돌아갈래……." "예,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서 따스한 차를 준비할 터이니 이만 들어가도록 하지요." "차……?" "예.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목련차입니다." "좋아, 갈래……. 뜨겁게 달인 목련차와 다식……. 같이 가자꾸나, 너도 좋아할 거란다." "……예."
애써 시선을 피한 것이었는데. 당신이 얼굴을 들이밀면 연은 턱을 뒤로 당기고, 눈을 휘둥그레 뜨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인다.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이, 당신을 속이고 있음에 못된 짓을 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연은 제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이지도 못한다. 약간 심란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입을 벙싯대다 다문다. 당신도 그에게 약속이나 비밀 같은 것을 속삭였을까. 그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를 미워하고, 그것이 당신에게 통증으로 남아있는 건 아닌지.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다, 당신의 애정관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게 가까운 이가 그렇게 되었으니. 붙잡아서라도 곁에 두고 싶어 할 게 당연하다며 어느 정도는 당신을 이해하게 된다. 계속되는 당신의 질문에 연은 조금의 사실만을 당신에게 전한다.
"사감님들의 호감을 사면, 특별한 수업을 할 수 있다고 알려줬었어."
춘 사감의 호감을 사기보다는 분노를 불러온 것이었지만. 그에 춘 사감의 정체에 대하여, 그리고 이전엔 특별한 수업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연은 달콤한 것을 좋아한다는 당신의 말에 기뻐하다, 이어하는 말에 설마 거절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니 간절한 얼굴이 된다. 그렇게 당신의 시간을 빼앗은 것이었는데, 아무것도 못 해준다면 손을 잡고 강제로 끌고 들어갈 생각까지 했으나 다행히 좋다는 말이 돌아와 연은 당신의 마음이 바뀔까 재빨리 고개를 끄덕인다.
"응."
카페로 들어서는 연의 걸음은 가볍고, 자리를 잡고 앉으면 연은 당신이 무엇을 고를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지켜본다. 가까운 사이냐는 당신의 물음에는 고개를 슬슬 젓는다.
"아니. 이 카페에서 우연히 만났던 사이야. 선배와 후배 사이가 아니었다면, 사실상 남남이지."
지금 와서 생각하면, 대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자신에게 접근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을 통하여 뭔가 내부의 상황을 알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도움이 될 말들만 하고 갔으니. 아니지. 춘 사감에게 건네라며 자신에게 주었던 그 비단 주머니로 사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했던 것일 가. 생각하던 연은 당신의 이어 말한다.
"그 선배가 해준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으니, 앞으로를 대비하기 위해서 다시 조언을 구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그래."
>>323 아이고 아이고 갓캐주님 오늘도 이런 맛있는 독백을 ^Q^(흐뭇) 엄마랑 아들이랑 떠나는 바다여행... 그런데 여기에 아회의 서사가 녹아들어가서 또 한없이 짠한... ^-ㅠ 목련차 이야기 나오니까 또 한없이 울부짖다가도 너도 좋아할 거란다 하고 아들 아끼는 모먼트 500% 보여주는 아회 어머니의 모성애에 오늘도 불속성 효녀 진한 눈물 한방울 삼키며 완식합니다 끝내주는구만...
>>323 어머니....... 어머니............... 너무 슬픈데 아름다워서 울면서 먹고있어요.... 분명히 슬픈데, 애절하게 끓어넘치는 슬픔이라기보단 이미 너무나 지쳐서 체념한 듯한 감정선이 느껴져요🥺 아회주는 천재... 파도가 치면 바다는 수없이 부서진다는 표현도 넘 아름답고... 우아하고... 으아악 제 표현력이 부족해서 뭐라 말을 못하겠어요😇 암튼 아름다운 아회주의 표현을 봐 아름다워(?)
>>324 (자아싸움 구경하기)와아 온화주 이겨라~(ง˙∇˙)ว 확인했어요~ 막레는 편하게 주시고, 온화주도 수고하셨어요!! ㅋㅋㅋㅋㅋㅋ깔아뭉개면 도망갈 거라고 말했지만 온화가 놓아주겠다고 한 적은 없엇다... (유현: (불만 있지만 얌전한 고양이 표정))
유현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어렸을때_가졌던_환상은 😮 아얏 언젠가는 누구에게라도 이해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죠.
쉬는시간에_엎드려_자고_있을_때_누가_깨운다면_자캐_반응은 비척비척 천천히 일어나는데, 졸려서 말할 정신 없으니까 말 대신에 부스스한 꼴로 깨운 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봐요. 볼일 있냐는 눈으로 가만히 보다가 얼른 대답하지 않으면 다시 엎드려서 잠... 정말정말 피곤하지 않은 한 일과 중에 자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해서 졸린 모드로 답변이 나왔네요.
자캐의_수영실력 학당에 체술수업은 있어도 수영까진 안 배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굳이 수영을 할 만한 상황이 없었어서 하는 법을 몰라요. 북쪽은 물이 있어봤자 항상 얼어 있었던지라... 겨울탑 특: 호수를 운동장으로 씀(짤)
1. 「우연한 기회로 자신의 추악한 면을 직시하게 된다면?」 웬만한 추악함이라면 이미 직시하고 있답니다!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추악함이라면 새삼스럽게 신기해하긴 하겠지만, 본인의 그런 면에 별 유감이나 죄악감이 없는 관계로 아무렇지도 않대요. 평소처럼 잘 지내심(화유현: (꿀잠!))🤦🏻♀️
2.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 반가운 척을 한다면?」 모르면서 맞장구 쳐 주는 일 없이 "실례지만 저희가 만난 적이 있었던가요? 누구시죠?"라고 말해요. 딱히 철벽 치려는 의도는 없는데 너무 솔직해서 가차없이 들리는 편.,
3. 「주변인들 사이에서 자신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민감히 생각하는가?」 남의 평가에 불안해하거나 쉽게 휘둘리는 유형은 아니지만, 민감하냐 하면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평소에 영 핀트가 엇나가긴 해도 '조금 이상하지만 그래도 평범한 축에 드는' 사람처럼 보이도록 노력하는 중이라서요.
여학생의 반응을 보며 가현은 히죽 웃었다. 부끄럼이 많은가? 그건 아닐텐데. 아까전만 해도 잘 마주보고 있다가 갑자기 그러는 것은 분명히 뭔가 있다는 신호다. 이야기하지 않은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꽤 귀엽다는 생각을 한다. 무언가를 숨김에 있어 자연스럽지 못한 반응은 언제 보아도 짜릿한 것이었으니. 이전 하 사감에게 추궁할때처럼 밑도끝도 없이 캐볼까 하는 탐욕스러운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갔으나 곧 거두어진다. 반응이 꽤 재미있으니, 두고두고 조금씩 즐겨볼까.
"특별한 수업? 그건 또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사감님들이랑 조금 더 친하게 지내볼까 싶어지는걸."
그러기에는 사감들에게 이미 너무 과격하게 대하기는 했다만. 가현은 이전 하 사감에게 했던 것들과 이번에 동 사감에게 보여주던 모습을 떠올려보고는 혀를 찬다. 아무리 봐도 가망이 없어보인다. 즉, 글러먹었다는 뜻이다. 조금 더 유하게 나왔더라면 아마 자신도 그 특별한 수업을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상관 없겠지 싶다. 어차피 동 사감님은 모두를 애정하고 포용하시니 그런 자신이었더라도 충분히 포용해 주시겠지.
"그렇구나? 잠깐의 만남이었다.. 으응, 역시 졸업한 선배라서 그런가 학당에 대해 아는게 많나보네. 잠깐 사이에 많은 걸 알려준것 같고.. 그게 뭔진 몰라도 큰 도움이 되었다니까."
딸기가 올라가있는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 그리고 카푸치노를 시킨 가현은 여학생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한다. 그런 선배라면 자신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어떤 느낌일까. 어떤 도움을 주었기에 이 여학생이 그토록 찾고 싶어하는 것일까. 앞으로를 대비하기 위함이라면- 적어도 평범한 것들을 알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치가 크다. 정보의 교환에 있어, 잘만 꾀어낸다면 이득이 크지 싶었다.
"하긴... 지금으로썬 하 사감님이랑 동 사감님이 그렇게 변했는데, 다른 사감님들이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고. 춘 사감님. 그리고 추 사감님. 앞으로 둘이나 더 남았잖아~"
기억을 되짚어본다. 분명 그 때 가려진 시선으로 봤던 모습은- 사감의 폭주에서 보여주던 모습과 일치했던 것인데. 동 사감과 마주했을 때에는 자신의 눈이 잠긴 상태였기에 어떤 모습인지 쉽게 파악하지 못했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라고는 괴이하게 검었던 눈과 그 눈에서 흐르던 피눈물이 전부였으니. 이대로 가다가는 그때 보았던 모습과,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이 흐트러질지도 모른다. 어딘가 답답한지 한참 이리저리를 둘러보던 가현은 결국 입을 연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동 사감님도 저번의 하 사감님처럼 모습이 달라졌었어? 하필 잠겨도 눈이 잠겼어가지고, 사감님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아무것도 못 봤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