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히 붙잡혀서 꼬박꼬박 대꾸하고 있으니 꿍얼거리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로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을 테다. 그는 안은 팔이 더 좁혀들어옴에도 시종일관 묵묵할 뿐이다. 체온은, 자신과 맞닿은 이가 여전히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지하고 상기시킨다. 그러니 호오를 가리자면 오히려 좋아하는 셈이다. 마주보던 얼굴의 미소가 더더욱 짙어지자 유현은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뒷모습만 보인 채로 다시금 제 턱 언저리 매만지고 있다.
"완전히 틀렸네. 역시 어려워."
반질거리는 뒤통수로부터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이야기를 들어도 의문만 더욱 생겨나고, 그나마 던져 본 짐작은 다 틀렸다. 역시나 이곳 사람들이 죄 독특해서 그런 것인지, 사람에 대한 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인지. 답이 있다면 아마 둘 모두가 아닐까 싶다. 생각에 침잠해 있느라 그렇게 쭉 말 없던 중에 유현이 문득 말문을 열었다.
"다음에는 해내.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그런 기회는 언제든지 또 생길 것 같은데."
허공을 응시하던 시선이 제 옆의 온화를 향한다. 다음에 다시 해서 성공하면 된다고. 지금껏 들었던 이야기가 무색해지는 소리다. 세상사 그리 간단할 턱 없건만. 온화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었다면 그것이 말만큼 쉬울 리 없다는 사실을 알 법한데도 참 당연한 이야기 하듯한 태도였다. 그는 처음부터 그런 인간이었다. 고통의 이유를 파헤치고 싶어하나, 정작 고통을 이해하지는 못하는. 그래, 나는 아마 상상하지 못할 테고, 이해 역시 하지 못하리라. 너와는 달리 나는 아마 어떤 이유로든 너로 인해 흔들리지 못할 테다. ……무어라고 더 물을 말이 분명 있었으나 꺼내지 못했다. 갑작스레 몸이 홱 기울어지며 뒹굴었기 때문이다. 온화의 전략은 의도보다도 훨씬 유효한 결과를 내었다. 풀썩 넘어가면서 치렁치렁한 제 머리칼에 유현의 얼굴이 다 덮여 가려진 것이다. 잠깐의 무력한 바르작거림 끝에, 유현은 한쪽 손으로 얼굴에 드리운 머리카락 천천히 치워내었다. 온화를 흘기는 눈이 미미하게 가늘어졌다. 불만 표출이라기엔 영 의욕 없고 매가리도 없었지만.
>>167 ㅋㅋㅋㅋㅋㅋㅋㅋ당근이오?하고 물어보는 아회 생긱했다가 웃겨서 쓰러졌어요... 헤헤 혼자 아싸가 아니라서 즐거워요. 아싸 동지...!(๑•̀ㅂ•́)و✧ 아하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둘 다 맛있지만 보들보들 말랑이 아회라니 최고잖냐~!!! 제 사심이 9살 이전을 외치고 있네요...😊 아회 8살이나 9살(분기점 이전) 무렵이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떨까요? 휴 2살 차이라서 다행이다 더 많이 났으면 너무 어려서 곤란했을지도💦 보들보들하게 물어보는 말을 들으면 정색하고 "난 원래 기분 별로야. 너 때문은 아냐." 이러고 하던 거 마저 하라는 식으로 빤히 보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이유도 없이 계속 졸졸졸 따라다니고... 붙임성 실화냐🤦🏻♀️ 한동안은 그러다가 이런 식의 마주침이 몇 번 있고 난 다음이나, 아회가 더 말을 건다면 그 뒤로는 이런저런 질문을 했을 것 같네요. 넌 왜 여기에서 돌아다니냐, 왜 나랑 찾는 장소가 겹치냐, 넌 누구냐, 뭐 그런 이야기들?
>>225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당근이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북부라서 서로 당근하는 물건 심상치 같을 것 같잖아요 ㅠㅠ 검은 가방에 들어간 정체불명의... 비닐에 꽁꽁 싸매인... 커피가루...(?) 우리는 아싸 동지~ 음~ 아회 9살 분기점 이전이 좋겠네요~ 다갓님이 그러라고 하시거든요...🤦♀️ 나이차가 거의 안 나서 다행이지 응애라면 분명 누구 하나가 업어 키웠을 거예요(아무말) 세상에나, 정색하는 유현이는 또 귀하네요~ 마히다... 아마 눈 주변을 열심히 파헤치다가 약초 같은 것도 캐고, 꽃 같은 것도 캐고. 졸졸 따라다니면 "……그러지 말고 같이 캘래?" 막 이렇게 물어볼지도 몰라요! >:3 자연인 아회인거죠 응... 무말랭이의 야생성은 이때부터 시작이라며 어쩌구...😏 유현이의 이런저런 질문에는 북부는 위험한 곳이 많아서 안전한 곳 위주로 돌아다닌다고 솔직하게 말하다가도, 거짓말을 할 것 같지요... 언젠가 자기소개를 할 때 "나는 암호야. 성은 없어." 이렇게요...😓 그리고 너는? 하고 여전히 사근사근 물어볼 것 같구~ 그럼 유현이도 자신에 대해 소개해줄까요?!
가현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려 애를 쓰는듯 보였다. 그러니까, 자신은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상기시켜가며 다시금 신앙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건물 안의 불이 전부 꺼졌으며, 문이 걸어잠겨졌다. 한마디로 감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된 것이다. 모든 것이 셧다운되었다. 처음에는 이번에도 MA님의 장난이겠구나 싶었는데, 느낌이 다르다. 이것 이상의 공포감을 주며 다가왔던 게 신이었는데. 그렇다면 신은 아니고.
"으음. 큰일이네~ 어쩌지~"
문에 가까이 귀를 들여다대면, 문 밖에서 무언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적어도 밖에 누군가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가현은 짭 하고 입맛을 다신다. 인어 오빠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
"그으, 밖에 무슨 상황인지 알려주실 친절한 분 구해요~ 거기 당신이요, 당신~"
침착함을 잃지 않은 채 나긋한 목소리로 문 밖의 무언가에게 말을 걸어본다. 과연 대답이 돌아올까?
학당의 문이 잠긴지 1주일이 되었다. 외부와의 출입은 불가능해졌기에 평소라면 바깥에 나가있었을 시간이었지만 그는 지금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서 독서를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독서를 하고 있으니 건물의 불이 꺼졌다. 소등한다는 말도 없이 건물 전체의 불이 전부 다 꺼져버리자 그는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침대에서 일어섰다.
" ... ? "
그리고 주변이 지나치게 조용한 것을 깨달았다. 기숙사는 원래 수많은 학생들이 살고 있으므로 약간의 소음이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이 건물에 자신 혼자만 있는듯이 고요했다. 천천히 문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돌려봤지만 열리지 않는 문에 그는 착잡한듯 이마를 짚었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그러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사각거리는 소리에 그는 문에 귀를 가져다대고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