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잠겼다. 욀총 없으나 그나마 마지막으로 새겨두자 싶어 깊이 뇌리에 각인해둔 것이라면, 동 사감이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기가 무섭게 문을 닫아버렸던 것 정도일까. 그때 분위기가 어땠더라, 압도적인 감정에 휩싸였기 때문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다마는 지금도 분위기 언뜻 흉흉한 것 보아 하면 조만간에 또 사달이 나겠거니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 상황에 불만 품은 사람들 많아 보이나 그는 태연하기 그지없다. 애초에 나갈 일 거의 없거니와 인간의 삶은 무상한 법이지 않은가.
학당의 학생에게 일을 떠맡기고, 때로는 피를 보아도 이곳은 천공섬이다. 언제든 스러질 덧없는 삶이요 쉬이 지나가버릴 봄날과 다를 바가 없다. 그 대상이 자신이 되었다는 점에도 유감을 표하지 않는다. 어차피 생이란 그러한 법이다. 그리 큰 의미 없는 것. 가령 지금처럼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천부에다 비녀의 수리를 맡겼건만 돌아갈 수 없으니 머리를 붓으로 대충 쪽지고 공원을 배회한다.
"아."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자 아회 지팡이를 앞으로 짚었던 것을 슥 밀어 제 가까이로 끌어오고는 고개를 돌렸다. 나긋하게 곡선을 그어내어 덮인 눈꺼풀이지만 시선을 마주하는 듯싶었다. 누구더라, 상대를 깊이 외우지 않는 삶이지만 그 생각도 오래가지 못했다. 당장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고깃덩이의 편에 섰다가 정신 차린 사람 아닌가.
"……구면이구료."
침묵은 살짝 길었다. 과묵한 성정이기도 하거니와 고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화의 흐름이 끊겼어도 재량껏 입 벌릴 줄은 알았으니, 그는 반갑다는 말에 고개 묵묵히 끄덕이며 "기억하고는 있소." 짤막히 답할 뿐이다. 눈앞의 당신은 사회성 제법 있는 사람이겠거니, 지팡이 위에 양손을 다소곳이 올려두었다.
아, 취소. 사회성이 아니라 흑룡 사람이라 그랬구나. 잠시 지팡이를 만지던 손길이 느릿해지더니만, 잠시 침묵했다. 아주 잠깐의 침묵은 그가 자신도 소개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 고민하는 것 같았다.
"적룡의 무 아회라 하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적룡임에도 당신에게 적개심을 드러내진 않는 것 같다. 어쩌면 고요함 때문에 적개심이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노릇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드물게 기숙사와 다른 사람일지도 모르고. 다만 고개를 느릿하게 기울인다. 대화를 짤막히 이끌어주듯.
>>511 약간 기싸움 아닌 기싸움 같고...(?) 아앗 가현이는 역시 그래주는구나 감동이에요...🥺 ㅋㅋㅋㅋㅋㅋ그러면 이제 재밌어하는 가현이를 재밌어하는 유현을 재밌어하는 가현이로 무한흥미써클이 이어질지도...(?) 확실한 건 유현이도 가현이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다면 엄청나게 흥미로워하지 않을까요~ 이 정도의 광신은 정말 드무니까! 에잇 기대해도 별 거 없어요 훠이훠이(?)
>>513 으아악 간지러워~😆 온화주야말로 온화한테 그런 비설 줬으면서!(맞간질간질!)
궁금한 거 못참는 성격의 장점: 노빠꾸 가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들쳐메고 간 적 있냐구요ㅋㅋㅋㅋㅋ!!!! 네넵 그럼 선레 써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516 ㅋㅋㅋㅋㅋㅋㅋ 그 무한흥미써클 내에서 이루어지는 기싸움 느낌인거지~~! '어라. 이거 봐라. 내 호기심을 만족시켜주기도 전에 나한테 흥미를 느껴? 재밌네.' 이런 생각 하면서 계속 파고들것 같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루트도 꽤 맛있을것 같다고 생각중이야! 서로서로 흥미 가지게 될거라고 망상중 ^q^ 임가현은 지금까지 봤던 사람들 중 추 사감님 제외하고 이렇게까지 탐구심 특출난애는 처음이라고 여길것이라머.... 떡밥 주워먹는 비둘기는 쫓아내도 다시 날아와 주워먹을 준비를 하지 ^Q^()
상대는 자신을 적룡이라 소개했다. 저번에 그 소녀도 그렇고 적룡들은 하나 같이 딱딱한 모양 같아 그는 속으로 살짝 웃어버렸다. 허나 지금은 어떻게 보면 서로에게 첫인상을 새겨주는 것이니 속마음은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윤하는 여전히 옅은 미소를 입가에 드리운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흑룡이라 타 기숙사 사람들에게 미움 받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 그저 반가운 마음에 부른 것뿐이랍니다. 분명 한 두번 본 사이가 아니었지요? "
농질이 왔을때도 하사감님이 폭주할때도 그리고 얼마전의 그 사건 때에도 이 남학생과 마주쳤으니 오늘만 벌써 네번째였다. 세번째 만남까지 말 한마디 나눈 적이 없으니 오늘에서야 드디어 통성명을 하게 된 것은 윤하의 기준에선 상당히 늦은 편이었다. 그는 아회의 지팡이를 보고선 고개를 갸웃했다.
" 분명 다리가 불편한 것 같진 않았는데 말입니다. "
물론 다리가 불편한 사람만이 지팡이를 짚는 것은 아닌지라 그는 별거 아니겠거니하고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리고선 아회를 바라보았다. 양 눈의 색이 다른 홍채가 상대방을 향하고 이내 눈웃음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 바쁘지 않으시다면 ... 어디 앉아서 얘기하는건 어떨런지요? "
근처의 벤치를 가르켰다. 그가 오래도록 공원을 다니면서 찾아낸 그늘이 사라지지 않는 벤치였다. 태양이 움직임에 따라 햇빛에 노출되는 벤치도 있었는데 공원의 몇몇 벤치들은 그러하지 않았고 그가 가리킨 것은 그것들 중의 하나였다. 상대방이 거절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지 먼저 가서 벤치에 자리를 잡은 그는 손가방에서 능숙하게 무언가를 꺼낸다.
" 마침 주전부리도 있으니 말입니다. "
아침에 갓 구운 한입크기의 쿠키들과 차게 식힌 보리차였다. 이젠 낮의 날씨도 조금씩 더워지고 있었으니 뜨거운 것은 자기 전에나 조금 마시고 있었다.
자극. 자극이라. 떠올려본다면 이전에 농질이 방문했다가 돌아갔을 때는 하 사감님이 반응했다. 그렇다면 그것도 자극의 일종일까? 이런 일이 앞으로도 반복될거라는 불길하면서도 짜릿한 예감이 들었다. 남자의 말에 의하면 아직 사람이 더 있다. 농질. 이 사람. 그리고 궁기라는 사람. 최소 셋인데, 이들이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진 모르겠으나 학당 사감들을 전부 자극할 속셈이라면 최대 다섯은 되겠지.
"궁기라는 사람. 꽤 많은걸 알고 있나봐요? 저번에 허락하느니 어쩌니 했던 것도 그렇고... 오빠랑 농질 언니를 이끌어주나요?"
아무래도 석연치가 않아 다시 물어보았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보여 답을 얻지 못했는데, 오늘이라면 대답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가현은 남자의 머리를 다시 쓰담어주었다. 말동무 안 해줄것 같았는데 역시 말로 잘 구슬리면 불가능한건 없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방긋 웃는다.
"응. 그럴 것 같았어. 포목점에서도 주인한테 같은 방법으로 홀리게 했었죠. 근데 신기하네. 그때도 누가 물에 데려가지는 말라고 했던 거예요? 궁기라는 사람이 그랬던 걸까요~?"
저 또한 욕조의 빈 자리에 팔을 척 올려놓고 턱을 괸 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지금껏 노랫소리로 홀리게 만든 사람이 한둘이 아닐거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동안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양 같은 학당 학생들을 공격했던 다른 학생들. 그리고 포목점 주인. 이번에 어디론가 달려간 학생까지. 생각해보면 희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을 홀리게 해 마음대로 조종하는 남자가 수업은 안 가냐느니, 저 학생 죽을건데 안 잡느냐니 하는 상식적인 물음을 하다니. 의외로 좋은 사람일지도 몰라..?
이윽고 가현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다. 물에 데려간다. 누구를. 나를? 가소롭다는 뜻이 아니었다. 자신의 사랑 방법과 꽤 유사하지 않은가. 자신 또한- 죽음으로써. 산 제물로 바쳐짐으로써 그 사랑이 오롯이 완성된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저 가현의 억지일수도 있겠으나 그런 것은 안중에 없었다.
"아하~ 오빠. 물 그거, 오빠한테는 그냥 평범한 의미가 아니죠? 나를 그리로 데려가겠다는 말이예요? 그렇게 물에 데려가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해요? 그냥 둬?"
더 알고싶어. 좀 더 알려줘. 내게 알려주는 만큼, 나도 당신에게 많은 걸 베풀어주며 포용해줄수 있으니. 입꼬리를 올린 채 미소를 유지하며 독백하고는 다시 남자의 머리에 손을 얹어 쓰다듬었다. 물기가 축축해 보송함인지 부드러움인지 분간하기는 힘들겠지만 아무튼.
"안 끌어낼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지금 이 장소에서든. 아니면 이미 오빠가 물 속으로 끌어들인 사람들이든... 결국 그들이 원하는 대로 결말을 맞이했고, 오빠가 원하는 대로 물 속에 놔둘수 있는 거잖아요?"
그게 당신의 바램이라면 자신이 그것을 흐트러트릴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나중에 제 사람들마저 그렇게 만들어버린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기야 하겠으나- 아직 그러지는 않았기 때문에 가현은 태연할수 있었다. 이 목소리를 들으며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자신마저도 꿈결 속에 잠겨드는 느낌이 들어 기분 좋았다. 잠오는 목소리. 나중에 잠 안오면 자장가 불러달라고 하기 딱 좋은 목소리. 그렇게 여기며 가현은 방싯 웃는다.
"아. 그건 그렇고 학당에는 도대체 어떻게 들어올수 있었던 거예요? 나 깜짝 놀랐다니까. 외부인이 들어와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요~"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예상 외의 상황에 잠깐 어안이 벙벙했던것 같기는 했다.
그 일이 있은지 어느덧 이틀. 학당의 문이 닫힌지도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은 상황이 이리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일까, 당시의 싸움을 직접 겪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약간의 불안을 표출할지언정 평소와 같은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사건의 한복판에 있던 나머지 학생들은 상태가 어떨까? 돌아오자마자 종일 시체에 대해서나 생각하고 있다가 그 흥미를 가라앉자 곧바로 떠올린 생각이란 게 이런 몹쓸 궁금증이다. 백룡이란 끝없이 궁구하는 사람들의 집합이니 불가항력이었다. 그제의 사건에 아무런 유감을 느끼지 않은 유현으로서는 현 사태에 위기감을 느끼기보다도 다음 탐구를 이어가는 일이 더욱 중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멀리 움직이기 싫어하는 양반이 친히 적룡 기숙사에까지 쳐들어왔지 뭔가.
유현은 복도에 늘어선 방문의 개수를 천천히 세었다. 오는 동안 길은 헤매지 않았다. 찾으려는 방에는 이미 몇 번 정도 방문한 경험이 있었으니―다만 보통은 제 발로 걸지 않고 들려서 왔던지라, 멀쩡히 걸어서 오려니 방향이 헷갈리긴 했다― 어려울 일도 없었다. 가물가물한 눈 탓에 이 문이 맞는지를 몇 번이나 확인한 후에야 그가 방문을 툭툭 두드렸다.
"온화야, 안에 있어?"
대답이 없다면 반응이 돌아올까 해서 문에 귀를 대어 보았다. 기다리는 동안 유현은 마지막으로 보았던 온화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학생들의 상태를 보겠다며 여기까지 온 이유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 중 아는 얼굴이 온화 외엔 없었던 탓이기도 했지만, 그밖에도 온화가 그날에 보였던 모습이 뇌리에 남았기 때문이다. 슬픔이라기엔 지독하고, 두려움이라기엔 괴로워 보였던 그 얼굴을 다시금 떠올린다. 지금까지 내 앞에서 그런 얼굴은 한 적 없는데. 실마리만이라도 좋다. 그는 그때의 일에 관해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화유현은, 알고 싶은 무언가의 앞에서는 절대 참지 않는 멧돼지나 다름없는 인간이었다. 그 멧돼지는 이제 빚쟁이처럼 맹렬하게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난리통이 지나고. 어찌어찌 수업도 듣고.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잘 모르겠다. 방 청소 한 번 싹 한 후로 두터운 커튼 내려두어서 방에 빛 들어오는 일 없었다. 이전에 먹은게 아침 식사였는지 저녁 식사였는지도 모른다. 미리 쟁여두었던 과자인가 무엇인가 대충 입에 넣고 누워 있었다. 잠깐 잔 것도 같다. 모든게 안개처럼 흐릿하다. 아니. 사실 다 또렷히 기억하지만. 기억 하지 못 하는 척 하고 싶었을 지도.
똑똑.
침상에 널브러져 가물가물 흐려지는 정신을 일순간에 현실로 끌어오는 소리 들렸다. 잠깐이지만 제가 환청 들었나 했다. 그야 이 시간 이곳에 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가 이런 저를 찾아오겠는가. '그 골방'은 저만 있어야 하는 곳이다. 아무도, 누구도 들여선 아니 되어-
쿵쿵쿵쿵.
하지만 현실은 제가 들은 것이 환청 아니라고 다시 소리 내었다. 목소리도 들렸다. 잘 아는 목소리. 보통 사람이라면 이대로 없는 척을 하면 되겠으나 저 목소리는 곧이 곧대로 돌아가 줄 인물 아님을 제가 누구보다 잘 알, 안다고 자부한다. 그러니 하는 수 없이 늘어진 몸 주섬주섬 일으켰다. 그리고 저 문 뚫리기 전에 대답 먼저 해주었다.
"오냐. 있으니까 그만 두드려. 옷 좀 입고 열어주마."
한참 만에 낸 소리라 그런지 목이 푹 잠겼다만 아무렴 어떠랴. 일어난 김에 하품 길게 하곤 썰렁한 몸 위로 옷 꿰어 입는다. 소매 없는 헐렁한 상의와 면으로 된 반바지 입고서 문으로 다가가 잠금 풀었다. 머리는 다 풀어져 산발이었지만 에이 귀찮다. 철컥. 문 열고서 문틀에 기대어 눈꽃 같은 제 소꿉 친구 보았다.
"게으름뱅이 유우가 무슨 일로 예까지 왔나. 응? 내 와달라 한 기억은 없는데."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고 말투가 여즉 능글맞았다. 다행이었지. 좀 어색하게나마 빙긋 웃는 얼굴 하고서 그 무어라 답할지 응시했다. 들어오라는 말은 아직 하지 않은 채였다.
대답이 영 살갑진 못하였으나 당신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흑룡이 다 그렇지 뭐, 짧은 식견과도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기울였던 고개 바로 한다. 반가운 마음이라, 뭐, 그럴 수도 있지. 그저 몇 번 스쳤다고 해도 친밀감은 있기 마련이요, 학당에서 학우 사귀는 것은 그런 동기와 행동으로 비롯되는 것이니 밀어낼 생각은 달리 없다. "반갑다라……." 당신의 말 곱씹듯이 중얼거리다가도,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한두 번 본 것은 아니었으니."
하물며 새 학기 치고는 늦은 편이었다. 늦은 통성명은 또 낯설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속내로 몇 번 고민하다가도,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행동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물론 지팡이의 언급은 별개다. 평상시와 같이 행동하기엔 콕 집어 중얼거렸으니.
"불편하진 않아도 다리 힘이 약한 편이라."
느릿하게 이유 흘린다. 다리 힘이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휘청거리고 자주 넘어진다. 단지 그럴 뿐이다. 흐릿하게 답하고는 지팡이 위에 얹은 손등 위로 손가락이 올라섰으니, 가볍게 손등 문지를 뿐이다. 지금은 그닥 불편하지 않다. 흑룡 기숙사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도 이젠 6년 지나니 익숙하다.
"나쁘지 않군. 좋소."
애초에 학당에서 한자리 꿰찬 것도 아니니 바쁘지도 않고, 말벗이라면 해줄 수 있다. 시선은 여전히 당신을 향해 고정되어 있다. 손가락 끝을 향해 눈을 돌려도 좋을 텐데 영 그런 기미 없고, 대신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 한번 끄덕였다. 벤치로 향할 적에야 몸 돌려 움직이곤 자리를 잡아 앉았다. 오늘의 날씨는 그리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에 자리하면 금세 몸이 서늘해진다. 나쁘지 않다. 더위에 아직 익숙하지 못한 몸이라 이런 곳은 꽤 마음에 드는 터였다.
"……자주 그런 것을 가지고 다니나 보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만 뭔가 꺼낸다. 주전부리, 준비하는 모습이 익숙해 한마디 꺼내고는 지팡이를 한편에 고이 세워두었다. 어깨에 걸친 긴 두루마기 자락을 고쳐 입었다. 참 신기한 사람이다. 어떻게 이리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꺼내는지, 그로서는 도통 엄두를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온화 떡밥 내가 천천히 음미하겠다고 했지?? 나 임가현주 한번 쓴 말은 어지간하면 지키는 편 ^-^ 말을 두번 어길수 없다. 라면 이미 한번 잠겨있는 온화 방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간적이 있는 것이라는 뜻일텐데 그때는 도대체 어떤 상황이었길래 그랬으며 반응이 어땠길래 두번 다시는 열지 않겠다고까지 했던걸까 의문이고..? 우리 우당탕탕 동생즈(?) 귀여운데 일령이가 쓰러진건지 온령이가 쓰러진건지 모르겠지만 온화도 그럴 거라고 추측하는 동생들 보면 역시 가족 사이에 뭔가 있었구나 하고 느껴져 온화랑 일령이 아니면 온령이랑 연관된 일인 것 같은데... 누구 하나 심하게 다치게 한 적이 있나? 범죄자들에게 유독 가혹한걸 봐서는 죄인 하나가 둘중 하나 목숨을 잡고 협박했고, 온화가 그 애를 구하려다가 자신의 실수 혹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크게 다치게 했다거나.. 🤔
>>558 아나 그게 왜 보고싶은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니오 텐동 되는거 말고 텐동 맛있게 먹어줘... 텐동이랑 이것저것 정성껏 만들어서 대접해줄게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