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찬이 손을 잡아 주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도달할 수 있는 속도가 있다. 그것을 우리가 싸우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일은 서글픈 일이지만 지금은 감성에 젖을 상황이 아니다. 생명과 의무의 무게 앞에서 자잘한 감성 따위의 가치는 한 없이 가벼워지니까. 은찬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하여 있는 힘껏 발로 땅을 차고 호흡을 조절한다. 손을 붙잡는 힘이 강해지는게 느껴지면 현진이도 그에 맞춰 더 힘을 주어 상대의 손을 꽉 잡았다.
현장 근처에서 능력이 멈춰지자 현진은 작게 심호흡하며 가빠진 숨을 고른다. 날카로운 눈매로 안쪽을 살피다가 은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붙어서 이동하자. 내가 왼쪽, 네가 오른쪽 주시하고. 사거리에서는 내가 7시 부터 1시, 네가 1시 부터 7시 체크하고 최대한 중심가 쪽으로 가는 루트로. 괜찮아?"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은찬은 진지한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관의 조언도 받을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현장에 있는 것은 자신과 그녀. 두 사람이었다. 둘이서 파트너이고 한 팀인만큼, 역시 둘이서 의견을 정하고 현장에서 대응하는 것이 제일 좋은 법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와중, 은찬의 눈빛이 상당히 진지해졌다. 평소의 가볍고 장난스러운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지금은 상당히 진지하고 매서운 눈빛으로 바뀐 것이 다른 사람이 되지 않았나... 하는 착각을 부르기 딱 좋은 느낌이었다.
"1시부터 7시. 늑대 녀석들이 근처에도 못 오게 만들어줄게. 내 사격에서는 아무도 도망칠 수 없으니까."
나름 그것만큼은 자신이 있다는 듯이, 그는 허리춤에 달아둔 권총집에서 권총 두 자루를 꺼냈다. 투명한 광석이 박혀있는 형태에서 일반 권총과는 다르게 대 괴생명체용 병기라는 것임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어 그는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앞장서듯 나아갔다. 최대한 그녀와 붙어서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천천히 걸어가면서 그는 주변을 가만히 살폈다.
적어도 자신의 시야에선 민간인은 물론이고 늑대형 괴생명체들의 모습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크르릉. 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살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면 근처 어딘가에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는 와중 현진이 있는 곳으로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목덜미를 노리기 위해서 건물 모퉁이에서 튀어나오려고 하는 괴생명체의 발소리였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이내 송곳니를 들이밀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노려보다가 단번에 달려드는 그 모습이 눈에 보였을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기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거리였다.
"하나하나 나타나려는 모양이네."
한편, 은찬은 근처 건물의 2층 높이의 창문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던 늑대형 괴생명체를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총알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곧바로 날아가며 창문 너머의 괴생명체에게 명중했고 이내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일반 총알보다 훨씬 빠른 총알 속도는 그의 능력이 직접적으로 총알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어보다가 마지막 줄에서 뿜었어...ㅋㅋㅋㅋ 은찬이에게 강아지 귀라니! ㅋㅋㅋㅋㅋ 이건 현진주의 사심이 분명하다!! 아무튼 그런 빌런도 집단도 창작해서 하나하나 만들어봐도 좋을 것 같아. 그런데 정말 다른 건 몰라도 각성자 우월주의는 물론이고 차별주의 집단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사회가 사회니까 말이야.
괴생명체를 불러서 이들이야말로 구원의 사자라고 종교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있을테고 말이야. 정말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
그녀는 파트너의 대답에 고개를 짧게 까딱이고는 아무 말 없이 작전지역으로 이동했다. 작전과 평시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그녀와 그녀의 파트너 모두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라 이제 큰 놀라움을 느끼거나 표하지는 않았다. 또한 그것이 옳다고도 생각했다. 평소대로 장난기 있는 성격으로 작전에 임하면 누군가 다치거나 죽을지도 모르고, 그녀 또한 평소의 나긋한 태도로 일을 했다가는 무언가 하기도 전에 현장이 초토화 되어 있을 것이니.
-크르릉
멀리서 들리는 짐승 소리에 감각을 바짝 세웠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은 자기가 보기로 한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경계를 멈추지 않다가 총성이 끝나고 멀리서 풀썩 하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일단 내가 쏜 녀석은 죽었어. 내 기준으로 3시 방향이었어. 2층 창문에서 노려보고 있더라.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늑대 녀석인 것 같지만... 아무래도 2층 높이의 창문이라서 자세하게 보이진 않았어. 그 외에 기타 요소라면... 아마 이 근처에 엄청 많을 거라는 거."
한 녀석이 나타났다는 것은 필시 이 근처에 꽤 많이 잠복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때로 몰려다니는 녀석들이었으니 더욱 더. 그 수를 알 수가 없었기에 여기서 더 전진하는 것보다는 잠시 멈춰서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며 은찬은 일단 발걸음을 멈추고 현진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일단 여기서 잠시 멈춰서 확인해보자. 있다고 한다면 아마 하나둘 나타날테니 말이야."
물론 그러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적어도 당장 노려지고 공격받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으니까. 침을 꿀꺽 삼키며 은찬은 권총 두 자루를 잡고 있는 손에 괜히 힘을 더 주며 바쁘게 눈동자를 옮겼다.
그 순간이었다. 근처 건물 모퉁이에서 괴생명체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일반적으로 그들이 알고 있는 늑대형 괴생명체와 크게 차이는 없었으나 그 크기가 조금 작은 편이었다. 즉, 튀어나온 이는 리더급이 아니었다. 그 늑대형 괴생명체가 노리는 것은 다름 아닌 현진이었다. 그녀의 목덜미를 물고 말겠다는 듯이 그 괴생명체는 단번에 뛰어올라 현진에게 달려들었다.
/ㅋㅋㅋㅋㅋㅋ 그런 사심도 난 얼마든지 괜찮아! 생각보다 은찬이를 귀엽고 좋게 봐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아무튼 이 답레를 나믹고..나는 이만 자러 가볼게! 내일도 일해야하니..슬슬 자야할 시간이네. 잘 자고 좋은 밤 보내! 현진주!
안 좋은 예상에 머리가 아파온다. 건물 내부까지 괴생명체가 친입했을 경우 해당 건물의 인명검색을 우선시해야 하나? 아니면 남은 늑대형 괴생명체의 처리부터? 건물 전체의 인원이 무사히 대피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전방에서 이계 침공이 일어나는 경우는 빈번하고 시민들도 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근거리에서 괴생명체를 조우한 경우가 아니라면 메뉴얼대로 전부 대피할 요령이 갖추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서 그게 아니라면? 하는 가정이 계속 떠올랐다.
"좋아, 담당관에게 상황 보고부터 할게."
골전도 헤드셋을 통화모드로 두고는 간략하게 자신의 상황을 보고했다. "적 조우, 1개체 사살, 위치는.." 여기서 건물의 상호를 보느라 시간이 걸렸다. "온수빌딩 2층. 임무 부여 바람, 이상."
머리 아픈 선택을 담당관에게 떠넘겨 버리니 살짝 편해진 기분이었지만 금세 혈관을 타고 분비된 아드레날린이 작용되기 시작한다.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뛰어든 늑대를 관측했기 때문이다.
현진은 늑대가 달려드는 타이밍에 맞춰 빠르게 방패를 뻗었다. 방패에 맞고 공중을 잠시 채공하는 녀석을 향하여, 왼 손에 쥐고있던 메이스를 강하게 내리치자 퍼석, 하고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피와 털이 엉겨붙은 메이스. 그리고 두개골이 부숴저 바닥에서 사후경직을 보이는 괴생명체.
"......내 기준 3시방향 1개체 사살, 특이사항으로는.. 소리 없이 다가와서 식별 난도 높음. 이능력 사용 가능성 있음."
자신이 짧은 시간에 한 일을 파트너에게 보고하고는 방패를 앞세우며 주위를 더 샅샅이 살펴본다. 어디서 나온 건지 전혀 파악하지 못 했다. 발소리나 으르렁 거리는 소리도 없었다. 단거리를 도약하는 능력일수도 있고, 투명화, 기척차단과 같은 이능력을 지닌 괴생명체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안색이 나빠진다.
바로 근처에서 늑대형 괴생명체를 내려치는 모습이 그의 눈에 아주 살짝 비쳤다. 임무가 되면 정말로 흔들림없이 행하는 것이 참으로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능력자가 아닌 이들의 눈에는 무섭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양면적인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물론 자신은 든든하다고 느끼는 쪽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능력을 사용한다라. 이렇게 되면 여러모로 골치가 아픈 일이었다. 물론 갑자기 불을 뿜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갑자기 튀어나와서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은찬은 손에 괜히 힘을 더 꽉 주며 눈을 바쁘게 돌렸다.
"개인적으로는 팀 멤버가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일단 백업 요청을 하자. 만약 안된다고 한다면 우리들끼리 어떻게든 해보고. 아마 다른 방향에서도 다른 팀이 움직이고 있을테니 우리에게 다 몰리거나 하진 않을거야. 분명히. 그보다는... 이런 곳에서 늑대 밥이 될지도 모르는 민간인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아마 어지간하면 다들 대피했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어린아이나 노인의 경우는 아무래도 움직임이 느리니 대피가 늦을 수도 있을테고. 허나 그 부분까지 모두 자신들이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을 잘 알기에...
일순 그의 표정이 찌푸러지고 그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한숨을 약하게 내뱉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던 그는 앞으로 천천히 나섰다. 여기저기서 꽤 많은 살기가 느껴졌다. 위치는 잘 모르겠으나 분명히 어딘가에서 노리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꽤 여러마리. 한숨을 약하게 내뱉으며 그는 현진에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여러 마리가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데. 준비는 되어있지?"
하나하나 숨게 하지 말고 일단 다 끌어내는 쪽으로 가자. 그리고 보이는 것들을 하나하나 처리하자. 그게 나을거야. 내 옷깃을 잡으면 바로 능력을 써서 빠르게 기동해볼게. 그렇게 얘기하며 그는 그녀의 동의를 기다렸다. 물론 다른 방법이 좋을 것 같다고 한다면 그 방안을 생각하고 만약에 동의하면 그는 오른손을 올려 권총을 하늘 위로 쏘았을 것이다. 총탄 소리로 자극해서 일제히 튀어나오도록.
상기 이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총칭. 온건하게는 민중을 향한 선동, 정치 활동을 통한 이능각성자우월 사회의 도래를 목표로 한다. 과격하게는 무력 투쟁 및 국가 전복을 시도하고 있으나 IPU와 각국의 협력으로 이에 대치하고 있다. 뚜렷한 구심점이 없기에 구성원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기 쉽지 않아, 이능각성자 공동체에서 소규모의 조직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사라지고 있다.
이계 동화 증후군 - 이 증후군은 소수의 이능각성자에게 나타난다. - 이 증후군이 나타난 이들은 괴생명체 및 이계에 연관된 물질에 노출되었을 시에 신체, 또는 정신에 불쾌감 혹은 이물감을 감지한다. - 상기의 증상 이후 지속적으로 이계물질에 노출되면 신체, 또는 정신에 변화(이는 주로 자주 노출된 괴생명체의 신체를 닮는 경우가 많으며, 변화의 과정에서 닮아가는 괴생명체를 배경종이라 칭한다)가 생기며 신체적, 혹은 심리적 불편 및 고통을 겪는다. - 변화 시작을 기준으로 이능각성자는 능력의 강화와 함께 조절 능력의 일시적 하락을 경험한다. - 변화 완료를 기준으로 이능력의 조절 능력은 복구된다. - 대다수의 경우 신체 일부의 괴생명체화, 괴생명체의 신체부위가 몸에 자라나는 수준의 변화를 보인다. - 드물게 신체적 외형적으로 완전히 괴생명체처럼 변화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의 각성자는 변화의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의 감소, 기억의 감퇴, 외양으로 특징되는 괴생명체의 행동 및 사고 패턴 모사 등의 증상을 겪는다. 완전히 변화된 이후에는 일반적인 배경종보다 강한 괴생명체와 같이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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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았던 설정들....!
그리고 건의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괴생명체라고 자꾸 부르니까 정이 안 가는데 차원종으로 명칭 바꾸는건 어떻게 생각해?(클로져스처럼....)
비슷한 시기에 레스가 올라오니 이렇게 레스를 미처 못 보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옆눈)
하나하나 설정 오..하면서 읽어보다가 3번째는...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들 중 괴생명체화 되는 그런 이들이 있을 수도 있는 설정이로구나. 조금 더 시리어스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열심히 싸워서 이겼는데 쓰러뜨리니까 인간이 된 상태로 쓰러져있는다거나..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그리고 괴생명체의 명칭에 대해서는 나도 조금 고민해보고 있는 참이었어. 차원종이라. 그것도 괜찮을 것 같네! 일단 차원의 일그러짐 속에서 등장하는 애들이니 말이야!
은찬의 말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한 그녀는 통신기능을 가동해 담당관에게 백업을 요청했다. 팀 맴버가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현진이도 종종 했었다. 고작 둘이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크다. 하지만 차원종은 그런 사정을 봐주며 나타나는 녀석들이 아닌 만큼, 각자 맡게된 역할과 임무의 무게가 너무나 막중했다. 당장 지금만 상황만 보더라도, 한 사람의 사각까지 감시범위에 넣어야 하고 투명화를 한 차원종이 그곳에서 달려들면 어쩌할 도리가 없으니까. 듀오로 활동하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IPU 요원으로서 충분히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했지만 그만큼 피로도가 막심했다. 진지하게 탄원서를 제출해 본 적도 았었다. 인력난이라는 담당관의 설명과 가끔 이루어지는 장례식과 빈 자리 위의 흰 국화를 보면 억지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지만....
그때 골전도 헤드폰 너머로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불가. 작전 지속할 것. 이상." 담당관의 목소리. 은찬에게도 똑똑히 전달되었을 소식에 이를 악 물었다.
"응. 다른 팀도 우리랑 비슷한 상황인것 같으니까 빠르게..."
사방에서 느껴지는 기척, 살기. 낮게 대기를 진동시키는 짐승의 울음소리. 원형으로 넓게 둘러 져 있다눈 생각이 든다. 아, 이거 까딱하다간... 안 돼, 또 쓸데없는 생각이다. 현진은 파트너의 작전을 어떻게 진행할지 빠르게 계산하고는 상대의 옷깃을 잡았다. 가!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총성이 울리고 모습을 숨겼던 늑대종이 일제히 우리가 있었던 곳으로 몸을 날렸다!
"대충 예상은 하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적으로 들으니 참 뭐라고 하기가 힘들어지긴 하는데."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으면서 은찬은 그 정도로 약하게 불만을 토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 농담이나 장난성 발언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현장이 그럴 수 없는 것이 그에게는 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일단 어떻게든 해결하고 보자.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눈동자만 빠르게 굴릴 뿐이었다.
한편 자신의 작전을 듣고서 옷깃을 잡는 그 행동에 은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짧게 이후 행동에 대한 계산을 마친 후 그는 허공을 향해 권총을 쏘았다. 탕! 차원종은 상당히 위험한 생명체였으나 적어도 지금까지 상대한 이들은 모두 짐승의 사고 방식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자극을 하면 공격해오는 단순함. 물론 그 단순함이 상당히 위험했으나 은찬은 쉽게 당할 생각이 없었다. 일제히 몸을 날려 공격해오며 송곳니를 들이미는 늑대형 차원종들을 바라보던 은찬은 단번에 능력을 사용해서 움직임을 가속했다. 자신의 옷깃을 잡고 있을 현진까지 빠르게 늑대 사이사이를 돌파해서 단번에 반대편으로 빠져나오니 자연히 둘러쌓여있던 형태에서 서로서로 마주보고 대치하는 형세가 되었다. 물론 아직 튀어나오지 않은 이들이 있을 수 있었기에 방심하진 않으며 은찬은 지금 튀어나온 차원종들의 수를 확인했다. 총 아홉체. 그리고 어쩌면 아직 안 튀어나왔을 이들까지 합치자면 플러스 알파. 일단 열 이상으로 계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은찬은 입을 열었다.
"가자. 일단 저 녀석들도 저 녀석들이지만 아직 튀어나오지 않은.. 아! 저거!"
한편 검붉은 늑대형 차원종들 사이에 유난히 덩치가 더 크고 눈빛이 붉은색으로 빛나는 객체가 있었다. 리더종이었다. 아마도 이 차원종 무리를 이끌고 있는 리더라고 보면 되겠지. 이어 은찬은 그 차원종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저기 있네. 리더. 일단 최대한 저 녀석을 쓰러뜨리는 방향으로 가자. 엄호할게."
이어 은찬은 두 손에 쥔 권총으로 빠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자신의 능력을 총에 적용했고 총알은 정말로 빠르게 공기를 가르며 차원종을 공격하거나, 혹은 차원종이 몸을 대피하도록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리더종까지 갈 수 있는 길이 뚫릴 수 있도록.
은찬의 신체에 의지한 고속기동. 늑대가 달려드는 한복판인지라 강풍이나 먼지 따위를 맨눈으로 맞더라도 깜빡거릴 여유가 없다. 빠르게 지나가는 늑대들에 치이기라도 한다면 둘 모두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빨라진 속도 만큼 반응해서 몸에 맞지 않도록 하는 일은 그녀의 몫이다. 최대한 방패를 당겨와 면적을 줄이고 눈앞으로 다가오는 물체에 맞춰 머리를 숙이거나 팔을 휘젓고 보폭을 조절한다. 그렇게 단숨에 반대편.
"몇 시?"
고개를 훽 돌려 주변을 살피다 은찬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의 끝에 몇 마리 일반종과 함께 있는 커다란 차원종을 발견했다.
"조심해."
은찬의 계획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찼다. 쾅 쾅 전투화가 아스팔트를 부수는 소리와 함께 현진은 빠르게 리더종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갔고, 총성음과 함께 옆에서 달려들던 일반종이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달려 드는 순간은 리더종도 인식하였는지 큰 울음소리와 함께 현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
묵직한 메이스가 어깨를 축으로 한 바퀴 크게 회전하여 리더종의 머리에 박히고, 거대한 질량으로 달려든 충격은 방패에 부딪혀 귀가 찢어질 정도로 큰 출돌음을 냈고,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현진은 방패와 메이스를 꼭 쥔 체로 달려왔던 방향을 향해 튕겨져 나가 바닥을 굴렀다.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차고 리더종에게 향하는 현진이 무사히 도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었다. 총알을 빠르게 쏘면서 차원종을 공격하기도 하고, 혹은 위협하기도 하며 최대한 현진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그의 손놀림이 상당히 빨랐다. 그 또한 자신의 능력인 가속을 사용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이 힘을 다루기 힘들었으나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고 떨지도 않았다. 아직 열여덟밖에 안된 어린 소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눈앞에서 현진이 리더종의 머리를 가격하는 것을 바라보며 은찬은 땅을 딛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바닥을 구르는 그녀는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 근처에서 멈춰서서 다시 두 손으로 여기저기로 사격을 가하면서 차원종들이 현진에게 달려들지 못하게 하면서 은찬은 리더종을 바라봤다. 머리를 제대로 가격당한 탓인지 제대로 일어서지 못했으며 몸을 비틀거리고 있었다. 제대로 맞은 것이 분명한데 아직 비틀거리면서 죽지 않은 것이 확실히 무리를 이끄는 리더 그 자체였다.
"괜찮아? 일어설 수 있겠어?"
이어 은찬은 리더종의 다리를 향해 총알을 발사했다. 붉고 진한 향이 코 끝을 찔렀고 일어서려고 하는 리더종이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철퍼덕 바닥에 다리를 꿇었다. 리더가 바로 눈앞에서 당한 탓일까. 차원종들이 멈칫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포착하며 은찬은 빠르게 총을 쏘면서 다른 차원종들을 하나하나 쓰러뜨리려고 시도했다.
"마무리지어! 빨리! 힘들겠으면 얘기하고! 내가 할테니까!"
리더를 지키기 위해서 저들이 다시 뭉쳐버리면 상당히 골피아파질 수밖에 없었다. 제 몸으로 총알을 막거나 이동 루트를 막아서 리더종이 도망이라도 치는 날엔 지금 여기서 이 무리를 소탕할 기회를 놓쳐버리는 셈이었으니까.
/은찬이가 겪은 것은..그런 부류와는 조금 거리가 머니까 안심해도 좋아! ...아니. 물론 안심할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오늘 하늘을 난 것은 두 번이다. 처음은 은찬이와 출동하기 위해서 자의로 창문에서 뛰어 내린 것. 두번째는 바로 지금. 발로 찬 음료수 캔 마냥 바닥을 구르며 몇 번 튕기고, 쓸리다 보니 은찬의 발치에서 허공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충격이 안까지 전달되었는지 숨이 턱 막히고, 체공중에는 느끼지 못했던 격통이 어깨에서 느껴졌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억지로 폐 안에 공기를 집어넣느라 대답을 하지는 못했지만 현진은 천천히 몸을 추스리고, 방패와 메이스를 짚고 일어섰다. 아, 이쪽은 안 되겠네. 날아가다 꺽인 것인지 왼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질 않아 방패를 잡은 손을 놓았다. 무거운 철판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소리를 냈다.
"...내가, 할게."
무리의 판단이 지체된 순간이 남아있는 짧은 기회. 쥐어짜낸 목소리는 작았으나 상대에게 닿기엔 충분했다. 비어있는 오른손으로 메이스를 바꿔 들고, 다리에도 총을 맞아 비틀거리는 녀석을 향해 나아갔다. 비틀거리며 시작한 보폭이 몇 걸음에 안정되고, 있는 힘껏 달린 현진의 메이스가 다시 휘둘러졌다.
콰직, 하는 소리가 나고 리더종은 쓰러진다. 머리가 완전히 부숴져 산산조각이 나 꽤 먼 곳 까지 파편이 튀는 모습. 그것을 본 나머지 차원종 무리들은 눈치를 살피다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방패를 잡은 손을 놓는 것이 영 심상치 않게 보여 은찬은 표정을 찡그렸다. 역시 자신이 끝장을 냈어야만 했던 것일까. 혹은 다르게 갔어야 했을까? 이 점이 참으로 그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었다. 민간인들은 안전하게 생활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나 자신들은 아니었다. 다치는 일이 많았고 경우에 따라선 죽었다. 싸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물론 이 모든 것이 강제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싸우기로 한 것은 자신이었다. 그리고 아마 현진도 그렇지 않을까 은찬은 생각했다. 허나 그것이 정말로 순수하게 '자의'일지는 두고봐야겠지만.
현진의 메이스가 리더종을 쓰러뜨리고 다른 차원종 무리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도망치는 이들을 바라보며 은찬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여러 각도로 총을 쏘기 시작했다. 다른 총알들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총알은 도망치는 차원종들을 놓치지 않고 그 몸을 꿰뚫었다. 공격해온다면 모를까. 겁을 먹고 도망치는 이들을 처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ㅡ물론 숨어있다가 도망친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ㅡ 모조리 바닥에 쓰러뜨리고 나서야 은찬은 안도의 한숨을 놓을 수 있었다. 적어도 지금 이 근처를 습격한 이들은 어떻게든 처리를 한 모양이었으니까.
"괜찮아? 많이 아파?"
방패를 놓았던 손을 바라보면서 은찬은 걱정어린 목소리를 냈다. 아직 작전 종료가 선언되지 않았기에 지금 이곳을 함부로 이탈할 순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근처는 어떻게든 해결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은찬은 바로 담당관에게 보고를 올렸다.
"현 포인트. 000 지점. 늑대형 차원종의 리더를 퇴치했고 그 외 나타난 이들을 모두 퇴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수고했다라는 말과 함께 다른 곳에서도 하나하나 퇴치되고 있으니 조금만 더 있으면 상황이 종료될테니까 일단 무리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마 그것은 현진의 귀에도 들어왔을 것이다.
"일단 조금만 쉬자. 다른 곳에서도 하나하나 퇴치하고 있다고 하니까 조금만 더 있으면 임무 종료일거야."
차원종의 피가 자신을 향해 튀어오르는 모습은 슬로우모션마냥 느리게 보였다. 아니, 아닌가. 적어도 그렇게 느껴졌다. 리더가 쓰러지고 잔당이 도망가고, 그것을 하나 하나 전부 은찬이 쏘아 처리하는 가운데에 현진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살점과 털이 엉겨붙은 메이스를 오른손으로 꾹 쥐고 아직은 숨 쉬기 괴로운 통증에도 억지로 들이쉬고 내쉬는 것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조금, 아프네..."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해 주었다. 아직 숨어있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잠깐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금 자신의 파트너와 합의한 방향으로 몸을 돌려 보고와 지시가 내려지길 기다렸다.
"좋아. 잠깐만."
쉬자는 의견에 찬성을 표현하고 천천히 자신이 내버려둔 방패 쪽으로 걸어간다. 메이스를 잡은 손을 바꾸고 다시 그것을 집어들었다. 충격을 받아내느라 바깥쪽에는 흠집이 잔뜩 나있는 모습을 보자 쓰게 웃었다. 안 죽은게 다행이야. 속으로 그리 생각을 하며 다시 윤찬의 곁으로 돌아갔다.
아마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기절하거나 죽지 않았을까. 물론 직접 충돌한 것은 아니었으나 은찬은 그렇게 판단했다. 그녀의 능력을 생각해보면 더욱 더. 대체 그 리더종의 힘은 얼마나 강한 것인지. 오히려 이 정도로 끝난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그는 생각하며 겨우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고 날카로운 눈빛도 처리할 수 있었다.
아무튼 방패쪽으로 걸어가서 그것을 집어온 후에 다시 돌아오면서 자신에게 사과를 하는 그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며 은찬은 무슨 소릴 하냐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미안할 것이 뭐가 있어. 사과해야 할 이들이 있다면 그 차원종 녀석들이지. 아무튼 여러모로 민폐이기도 하고... 동시에 무서운 녀석들이야."
오늘 이렇게 하나 했으니 당분간은 조용했으면 좋겠네. 그렇게 조용히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잠시 현진을 바라보다 분위기를 살짝 바꿔보려는 듯이 장난스럽게 목소리를 이었다.
"아. 일단 아이스크림은 네가 나을 때까지 기다려줄게! 역시 혼자서 먹는 아이스크림보단 다른 누군가와 같이 먹는 것이 좋거든. 그러니까 아이스크림 사주기 위해서라도 더 무리하지 말고 오늘 치료 잘하기야. 알았지?"
아마 치료 능력을 가진 능력자가 있을테니 그 능력자에게 치료를 받으면 금방 낫지 않을까 싶지만 그것도 얼마나 다쳤느냐에 따라서 달랐다. 아무래도 심하면 심할수록 치료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을테니까. 일단 이곳으로 오라는 듯이 그는 그녀에게 손짓하면서 근처 건물에 살며시 등을 기대고 앞을 바라봤다. 이렇게 하면 등 뒤가 노려질 일은 없을테니까. 무엇보다 잠시 쉬기에는 딱 좋았다.
"오늘 수당은 아주 제대로 받을거야. 아무튼... 실력이 조금 더 늘어난 것 같은데 기분 탓이야? 리더종을 어쨌건 크게 고전하지 않고 잡아냈잖아."
/일단 답레를 올려두고.. 이만 자러 가야 할 것 같네! 새벽 1시만 넘어가면 몸이 자야한다고 신호를 하듯이 졸려온단 말이야. 아무튼 오늘도 수고했고 내일도 서로 화이팅하자! 현진주!
"그럴게. 대신 크게 다친 것이 아니라고 거짓말하는 거면 화낼거야. 그건 그렇고 들켰네.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받으려고 했는데 말이야."
괜히 소리를 내면서 웃는 것이 진심이 아니라 그냥 장난스럽게 하는 말 그 자체였다. 애초에 빚은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까. 고작 아이스크림을 빚이라고 칭할 생각도 없었고. 그저 현진이 먼저 빚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기에 자신 역시 장난스럽게 그 표현을 써서 반격을 한 것 뿐이었다. 아무튼 현진이 벽에 등을 기대고 앉긴 했지만 은찬은 딱히 자리에 앉지는 않았다. 당장의 위험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 사태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누구 한 명은 서 있는 쪽이 대응하는 것이 빨랐으니까. 일단 리더종을 하나 격퇴하고 일반 차원종들을, 정확히는 자신들이 있는 이 포인트에 모여있는 이들을 전부 제거하긴 했지만 아직 이곳은 위험지역이었고 혹시 모를 위험 요소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었다. 그 때문에라도 그는 완전히 방심을 풀지 않고 주변을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보통 위험한 녀석들이 아니니 말이지. 그 녀석들은. 나도 처음 마주했을 때는 얼마나 무섭던지. 아무리 총을 쏴도 쓰러지지도 않고, 정말 이것을 쓰러뜨릴 수 있긴 한가 싶을 정도였다니까. 그 당시의 나는... 굉장히 미숙하긴 했어. 하핫.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지만 말이야."
자신이 IPU에 들어온 것은 중학교 3학년이 끝난 겨울방학때의 일이었다. 경력으로만 따지자면 1년 반 정도일까. 아니. 어쩌면 1년 반에 가까운 것 뿐이지. 1년 반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훈련생으로서 한창 교육을 받고 훈련을 받을 때를 떠올리면서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사실 말이야. 나는 IPU에 들어오고 이 일을 하게 되면서도 실전에 투입되는 것은 꽤 이후일 거라고 생각했어. 확실히 사람이 적긴 적은 모양이더라. 우리 같은 학생들도 투입할 정도니 말이야. 하긴 불만은 없지만 말이야."
어차피 그 녀석들과 싸워야 했고.. 조금 빨리 싸우게 된 셈 치지 뭐. 그렇게 별 의미도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그는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후자의 발언에 현진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반응했다. 지금 그녀가 겪고 있는 상처가 큰 것인지 작은 것인지 스스로 판단은 잘 되지 않지만, 아마 치료실에서 이능으로 치료 받고 손목보호대 받아서 하루 이틀 정도 차고 다니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육체 강화계 능력자는 회복력도 강화되는 편이니까.
누워서 쉬고 있으면서도 파트너는 서서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에 마음이 찔렸다. 이거 일어나야 할 타이밍일까. 서로의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찰나에 귀에서는 작전 종료를 알리는 알림이 전체발송 되었다.
괜히 돈 벌려고 이 일을 하고 있겠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나 목소리와 눈빛에 짓궂음이 녹아있는 것을 보면 절대로 진심은 아니었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 여기로 왔다는 말은 이전부터 해왔으니 그 부분만큼은 참 변하지도 않는다고 느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아닐수도 있지만. 아무튼 작전 종료를 알리는 알림이 이어셋을 통해 전달되자 은찬은 이제야 겨우 안도할 수 있었다. 다른 쪽도 어떻게든 해결이 된 모양이었다. 이제야 이마의 땀방울을 닦아내던 와중 들려오는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벌써 했게? 애초에 이 광석을 만져도 이능에 눈을 뜨는 이는 정말로 극소수라고 하잖아. 그나마 점점 그 수가 늘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체인구 대비로 보자면 어림도 없는 수준이라고 하고."
어떻게 보면 선택받은 것이긴 한데. 썩 기분이 좋은 느낌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작전지 밖을 향해서 천천히 걸었다. 더 정확히는 지령을 내리고 있으며 관리관이 있을 베이스 캠프를 향해서. 거기서 어느 정도 보고를 하면 아마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할 것이고 이후에 반납을 하고 상태를 체크하고 치료를 받은 후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고 아이스크림 또한 먹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그는 계산을 마쳤다.
"우선 내가 다니고 싶은 테파마크 순회를 하고 싶어. 휴가를 내서 말이야. 물론 휴가가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휴가는 보내주겠지? 우리?"
다니고 싶은 곳 내가 다 적어뒀거든.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가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는 것 중에는 해외에 있는 것들도 있었다. 물론 해외까지 갈 수 있을 가능성은 적었으나 그래도 지금보다 상황이 좀 더 나아지면 혹시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무리고 한동안은 무리라도 언젠가는 다 가고 말 거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맞는 말이야. 진짜 한 명만 더 있었어도... 하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하긴 하니까. 가능하면 우리 또래였으면 좋겠는데. 아. 남자애와 여자애 중 어느 쪽이 더 좋아?"
나는 남자애도 한 명 있었으면 좋겠는데. 동성친구 하나 있으면 좋잖아.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괜히 키득키득 웃다가 그래도 역시 최고의 파트너는 너지. 그렇게 말을 덧붙이면서 현진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무튼 보폭이 느려진 그녀에게 맞춰 은찬은 현진의 보폭에 제 보폭을 맞췄다. 이어지는 물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응. 그거. 내가 양심적으로 싼 거 해줬다. 진짜. 무엇보다 소프트 아이스크림. 부드러워서 좋잖아?"
너도 먹을래? 소프트 아이스크램. 그렇게 물어보면서 그는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폈다. 파괴된 곳도 제법 있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은 편이었다. 이 정도면 금방 피해가 복구될 거라고 생각하며 조금 안심하는 표정을 보이던 그는 앞을 바라보면서 괜히 혼잣말 비슷한 뭔가를 이야기했다.
"최전선이니까 서울처럼 차원이 일그러지는 것을 억제하는 기기 많이 달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피해도 확실히 줄어들테고 이 도시 너머에 있는 남쪽 지역에 있는 녀석들만 조심하면 되는데 말이야."
"테마파크라, 놀이공원 안 가본지 되게 오래된 것 같네. 아니, 실제로 오래됐어..! 휴가 때 같이 갈래? 같이 다닌다고 하면 그래도 확률 높아지지 않을까?"
임무와 능력은 정식 요원 급이지만, 청소년이라는 제약이 있으니 24시간 출퇴근제가 아닌 공교육의 틀 안에서 사건 발생시 출동하게 만든 희망고. 공휴일 겹치는 주말이 있다면 하루 당일치기로 같이 가겠다고 말 하면 담당관님도 마음 아파져서 보내주시지 않을까?
"그거 선택권 있는거야?"
마치 친구들끼리 나중에 결혼하면 자녀는 아들이 좋냐 딸이 좋냐 물어보는 것 같아서 푸핫 하고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그리고는 남녀는 상관 없으니까 염동력 각성자가 오면 좋을 것 같다는 이여기를 하다, 최고의 파트너는 너야! 하는 소리가 들리며 씨익 웃으며 너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거에 초코시럽 뿌린걸로 먹을거야."
녹인 초콜릿에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퐁당 빠트려서 먹는! 느린 보폭이었지만 어느 순간 베이스 캠프가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로 우리에게 휴가가 주어진다면 말이야. 나도 혼자 가는 것보다는 다른 누군가와 가는 것이 좋으니까."
물론 방금 말한대로 자신들에게 휴가가 주어진다면의 이야기였다. 안 그래도 사람이 적어서 미성년자도 지원을 받아서 투입시키고 있는 이 판국에 과연 휴가라는 것이 존재할지. 다음에 어른 각성자를 만나면 한번 물어는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일단 꼭 하고 싶은 일로 그는 기억해두기로 했다. 물론 그때 현진과 함께 갈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우리 둘이서 어떻게든 힘내고 그랬는데 이 정도는 선택권이 있어도 되잖아. 안 그래? 목숨 걸고 수업하다가도 뛰어나가는 것이 우리인데. 아주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해보겠어. 난."
물론 전혀 연결이 안되는 억지였으나 언제나 사람이 순리적으로 살 순 없었고 논리에만 맞는 말을 할 순 없었다. 후후.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염동력 각성자가 오면 좋을 것 같다는 말에는 그도 동의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방이 모두 확실하게 이뤄질테니 좀 더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테고 옛부터 염동력은 활영 여부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도 하니까. 제발 다음 출동까진 우리 팀에 사람이 한 명 더 와주세요! 그렇게 장난스럽게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시늉을 하던 그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저 편에 보이는 베이스 캠프를 바라보며 그는 쓴 표정을 지었다. 이어 고개를 도리도리 젓다가 그는 굉장히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일단 돈을 잔뜩 벌어서 베이스 캠프부터 다른 좋은 건물로 옮길거야. 진짜. 아. 그렇게 되면 나 건물주니까 IPU에게 월세 받을 수 있는건가?!"
키득키득 웃어보이면서 괜히 큰 배포를 보이던 그는 일단 안으로 들어섰다. 물론 작고 낮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관리가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건 사람이 쓰는 곳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최첨단 시설이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정말 말 그대로 브리핑이나 하고 그냥 가볍게 모일 수 있는 장소로 쓸 수 있는 그곳으로 들어선 후에 자신들에게 주어진 방으로 들어간 그는 털썩 의자에 앉았다. 그 앞에는 상당히 피곤함에 찌든 것으로 보이는 40대 정도로 남성이 있었다. 현진과 은찬을 관리하는 담당관이었다.
"임무 마치고 돌아왔어요. 조금 부상이 있긴 했지만.. 아. 현진이가요. 그 외에는 크게 이상은 없어요. 리더종 하나에...
퇴치한 차원종의 수와 종류를 보고하면서 그는 이어 현진이 치료실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담당관에게 요청했다.
"아니면 다친거 일부러 과대포장해서 하루이틀정도 병결로 빠져볼까... 어때? 너도 파트너가 아프다는데 혼자서 활동할 수는 없다 ~ 하고 놀이공원 가는거지."
물론 GPS로 추적되는 팔찌에 연락이 올테니 현명한 방법은 아니겠다. 하지만 지금은 청소년강제노동착취 현장에서 일어난 일탈 활동이니 호르몬과 감수성으로 정상 참작해 주지 않을까? 다시 말해서 2년 뒤에는 못 써먹을 방법이란 소리다!
손을 모아 기도하는 시늉을 하는 파트너를 보고 키득거리며 웃다가 자기 손을 내려다 보고 작게 한숨쉬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자세를 따라하다가 손목 아플 뻔 했다.
"오 그러네, 나도 옛날에 그런 소리 들어본 것 같아... 대신 일반인에게 빌려줄 때 보다 월세는 적게 나오고 그렇다던데?"
베이스 캠프 안으로 들어가며, 담당관에게 짧게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방패와 메이스는 바닥에 두었다. 은찬의 보고가 이어지는 도중 부상 이야기가 나오자, 담당관은 다치면 너희들 손해라고 잔소리를 하다가 은찬에게 보고를 지속할 것을 현진에게는 치료를 받고 올 것을 이야기 했다.
"빨리 다녀올게?"
오른 손으로 은찬의 어깨를 꼭 찌른 다음 천천히 치료실로 이동했다. 간단하게 증상을 이야기 하고, 엑스레이까지 찍어본 결과 간단한 염좌였다. 보호대를 받고, 간단하게 약까지 받아서는 다시 은찬이 있던 방으로 돌아갔다. 얼마 안 걸렸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건 진짜로 문제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 바로 핸드폰으로 전화오거나 하는 거 아니야? 그러면 못 쓴다고 하면서 말이야."
장난스럽게 키득거리면서 말했지만 절대 가벼운 일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거짓말을 하고 멋대로 임무에 나가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어쨌건 자신들은 IPU에 소속된 멤버였고 사태가 벌어지면 그것을 해결할 의무가 있었다.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여러 혜택들은 모두 그 대가로 나오는 것이었으니까. 단번에 계약을 어겼으니 혜택을 끊어버려도 뭐라고 반박할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건 피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그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다시 한 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뭐?! 와.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건물주가 되어도 절대로 베이스 캠프로는 제공 안해줄거야. 적어도 본 값은 줘야 할 거 아니야. 나 참."
물론 세상을 지키기 위한 단체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나 여러모로 불만스럽다는 듯이 그는 쳇. 소리를 내면서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물론 건물주가 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꾸준히 돈을 모으면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한 번 돈을 모으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 그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렇다고 구두쇠가 될 생각은 그에겐 없었다. 결국엔 쓰기 위해서 모으는 거니까. 그냥 정말 말 그대로 한없이 쓰고 싶었으니까. 단지 그 뿐이었으나 그 사실은 굳이 현진에게 은찬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담당관의 잔소리가 이어지자 은찬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게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런 괴물들과 싸우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그런 궁시렁을 속으로 중얼거리나 차마 입 밖으로 내진 못하고 빨리 다녀오겠다는 그 말에 은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보고를 이어서 하라는 담당관의 말에 은찬은 이런저런 말을 이어나갔다. 특이사항은 없으나 대피를 하지 못한 사상자가 있을지도 모르니 그 점은 체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말. 리더종과 일반종이 함께 나왔으니 아마 당분간은 조금 조용할 것 같다는 말. 억제기 설치 좀 많이 해주세요. 라고 말했다가 그렇게 많은 예산과 자원이 IPU에겐 없어. 라는 잔소리까지. 그런 말들을 나누면서 현진을 기다리는 와중 이내 현진이 보호대를 받고 돌아온 것에 은찬은 고개를 돌리고 살짝 손을 흔들었다.
-좋아. 일단 치료도 끝난 것 같으니 조심해서 돌아가봐. 일단 수고 많았고. ...하아. 정말 일 좀 적었으면 좋겠다. 진짜. 너희도, 나도 이게 무슨 고생이냐. 진짜.
언제나처럼의 투덜거림. 하지만 마냥 날카롭다기보다는 그냥 사회인이 보일법한 작은 한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은찬은 웃으면서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자. 현진아. 아이스크림 먹으러.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나갈 채비를 했다.
/일단 상황상..슬슬 막레를 해도 될 것 같긴 하지만.. 아이스크림 먹는 것까지 잇고 싶다면 이어도 되고.. 그냥 여기서 끝내고 이후에 아이스크림 맛있게 먹었습니다! 로 마무리를 지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