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조절도 힘든 작전 후 귀가 활동 중에 콘 아이스크림을 손에 쥔다면 금세 부숴지고야 만다. 이러한 사실을 아프게 배운 현진은 아쉽지만, 콘 형 아이스크림과 와플콘까지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도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과 시원한 점포는 충분히 들렸다 갈 가치가 있으니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웃음을 꾹 참다가 본인의 이야기를 해 주는 은찬을 보고 잠시 생각을 했다. 얼마나 강한 차원종이 있고 평소에는 얼마나 위험한가, 구역별로 다르겠지만 같은 최전선에 있는 후배들이니 공룡형 차원종의 이야기를 해 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본인이 꺼내지 않는 것을 보고는 입을 꾹 닫았다. 기록은 남아있으니 만약 의지가 있는 후배님들이라면 알아서 찾아볼거고... 이야기를 듣는 쪽도 나름 진지한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집중한다.
"우후후, 그렇지. 아직 출동 나간 경험이 적다면 문서화된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좋아. 본인 스스로 IPU 보고서 양식 외에 관찰일기 같은걸 작성해봐도 쌓이면 인사이트가 생길 수도 있고."
윙크를 날리는 모습에 가볍게 웃다가, 자그마한 조언을 더해준다. 그런 그 둘의 관계를 눈 여겨 보던 여학생이 발표시간인 것 처럼 팔을 척 하고 뻗더니 눈을 빛내며 물어온다.
"콘이건 컵이건 일단 시원하게 먹는 것이 좋은 거 아니겠어? 와.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오늘 하루도 되게 보람찬 것 같다. 그렇지?"
한창 임무를 수행할 땐 상당히 긴장하고 진지한 모습이었으나 이제는 임무가 끝나고 돌아가기만 하면 되어서 그런 것일까. 상당히 긴장이 풀리고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일품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그의 눈동자가 빠르게 창밖을 확인하는 것을 보면 혹시 모를 기습, 이를테면 이전에 나타난 적이 있었던 티라노 형 차원종 같은 무시무시한 녀석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어느 정도의 방심은 완전히 안전한 지대에 들어가기 전엔 필요한 것이었다.
아무튼 자신처럼 조언을 하는 현진의 모습을 바라보며 은찬은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서화된 자료를 확인해보면 직접 체험은 아니더라도 간접체험이 가능했다. 그렇게 미리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하는 것 또한 중요한 법이었다. 자신도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게 찾아보기도 했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 것. 조만간에 언제 한 번 시간을 내서 이 신입 두 명을 제대로 교육시키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으나 그만두기로 그는 마음 먹었다. 그런 교육계열은 아마 다른 적임자가 있겠거니 생각을 하며.
한편 여학생이 눈을 빛내면서 던진 질문에 은찬은 응?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마찬가지로 앉아있던 남학생은 한숨을 내쉬면서 그 여학생의 옆구리를 손으로 콕콕 찔렀다.
"...그런 것은 묻는 게 아니야. ...프라이버시잖아."
"아니! 프라이버시가 아닌데?! 아니아니! 물론 프라이버시적인 질문이긴 한데! 어쨌든 아니거든?!"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는 듯한 그 모습에 은찬은 살짝 당황하면서 두 손을 크게 휘저었다. 이어 고개까지 홱홱 휘젓던 그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이내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사귀는 것은 아닌데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 라고만 답해둘까. 일단은."
참으로 애매모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특유의 짓궂음과 장난스러움이었다. 뒤이어 현진을 바라보며 은찬은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 웃음을 참으려고 했다. 일단 거짓말은 아니었다. 파트너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당황스러운 것은 현진도 마찬가지였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상대의 기대는 되도록이면 충족시켜 주고 싶었지만 건조하게 사실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충족의 길이 아닐것임은 쉽게도 파악 가능한 일이었다. 곤란한 눈빛으로 스스로를 제외한 세 사람의 행동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지만 후배 둘이 티격태격거리는 장면에는 무심코 웃음이 풋 하고 세어나왔다.
".......그렇...지..!"
은찬의 대답은 예상하지 못 했던 것이라 적잖히 당황했지만, 초인적인 정신적으로 상대가 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로 그런 말을 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현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괜히 고개를 작게 난 창문 밖으로 돌려 정찰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덥다... 하는 혼잣말을 흘렸다.
"선배님- 악!"
그 모습을 본 여학생은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 남학생이 그녀의 옆구리를 쿡 찔러 저지당했다. 왜 자꾸 찌르냐, 너가 쓰잘떼기 없는 질문으로 선배님들 또 귀찮게 구는 모습이 훤하지 않냐, 아니다 나는 번호만 교환받으려고 했다, 거짓말 치지 마라 또....
물론 현진이 이런 이야기에 상당히 면역이 없다는 것을 그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거나 장난을 치면 지금껏 부끄러워하거나 소심하지만 반격이 날아오거나 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역시 상당히 당황한 것 같은 모습에 그는 키득키득 웃었다. 애써 어떻게든 이야기를 하는 그 모습에 그는 말 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덥다는 그 말에 괜히 다시 한 번 더 웃었다. 부끄러워하는구나. 귀엽네. 그런 혼잣말을 속으로만 중얼거리면서 그는 살며시 반대편 창문을 바라봤다. 자신 역시 정찰, 즉 차 안에서 혹시나 다른 차원종이 나타나지 않는가에 대한 확인이었다. 물론 이제 슬슬 완전한 안전지대로 들어오기 때문에 그다지 경계할 필요는 없었으나 혹시 모를 일이었다.
이내 바로 근처에서 티격태격하는 신입 두 명의 모습을 바라보며 은찬은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번호만 교환받으려고 했다는 말에 어쩔까 고민을 하다가 은찬은 핸드폰을 살짝 꺼내들었다.
"교환해줄까? 물론 둘 다. 이렇게 아는 것도 인연이잖아. 현진이 너도 번호 교환 어때?"
원래 인간관계라는 것이 이렇게 넓혀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현진도 같이 하는 것이 어떨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은찬은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현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물론 장난전화나 그런 것은 안되는 거 알지? 하지만 그 외의 전화나 톡은 얼마든이 받아줄게! 아. 맞아. 맞아. 주말에 놀러가는 것 정도도 괜찮아. 4명이서 함께 놀러가는 것도 재밌을지도 모르겠네."
여전히 시선을 밖으로 던진 채로 대답을 한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부끄러움이 덜 하지 않던가. 창문 밖으로 휙 휙 지나가는 풍경들을 관찰하면서, 현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안전지대로 차량이 진입하고, 후배 친구들이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티격태격거리는 싸움을 하기 시작하자, 힐끗 거리고 그것을 관찰하다가 푸하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응? 아, 나도 괜찮아."
피식 피식 잔열이 세어나오듯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후배들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간단하게 교환되는 번호. 이름이... 준후랑 예슬이구나.
여전히 창밖의 풍경만 바라보며 이쪽으로는 시선을 주지 않는 현진을 바라보면 은찬은 일부러 얄궂은 목소리를 냈다. 물론 이것은 자신이 생각해도 조슴 짓궂지 않나 싶긴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그렇게 장난을 치듯이 이야기를 하던 은찬은 이내 슬슬 자제를 해야겠다는 듯이 굳이 더 콕콕 찌르는 어투는 사용하지 않았다. 장난이란 적당한 타이밍에서 끊기에 재밌는 법이었다.
아무튼 그녀가 핸드폰을 건네는 것처럼 은찬 역시 자신의 핸드폰을 전달했다. 이내 번호가 교환되었고 은찬은 그 번호를 확실하게 저장했다. 준후와 예슬이. 이름을 기억하려는 듯, 핸드폰에 저장된 그 폰번호와 이름을 몇 번 바라보다가 그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번 주말? 아. 글쎄. 일단 생각해볼까. 아마 주기적으로 보자면 그땐 아무 일도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적당히 차원종이 나타나서 출동을 하는 주기를 계산해보나 조금 애매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그는 일단 그에 대한 답변은 조금 얼버무렸다. 일단 그 부분은 확실하게 일정이 괜찮을 것 같으면 따로 연락을 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도중, IPU 건물이 저 편에 보였고 이내 차량은 그 근처에 주차했다. 이제는 완전히 내릴 차례였다.
"노는 것은 노는 거고, 일단 보고하고 보고서 쓸 거 있으면 쓰자. 그리고 수고했어! 현진아!"
이어 은찬은 씨익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왼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딱히 의식하지 않은, 그냥 자주 보이는 손을 잡으라는 표시였다. 빠르게 장비 반납하고 휴게소에서 쉬자는 표시이기도 했고.
투덜거리는 말투는 작아서 파트너애게 들릴지 의문이었으나, 발화자는 듣던 말던 큰 상관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한 말이었다. 탁 탁 발 끝으로 철판으로 깔린 수송차량 바닥을 두드리자 텅 텅 하는 큰 울림 소리가 난다.
"나도 갈 수 있으면 좋지만, 상황 보고 다시 연락 줄게."
가볍게 웃으며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같이 노는 것도 괜찮지만 해야 할 일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최전선이니 당장 지금이 아니라면 미래에 약속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차량이 자리를 잡고, 문이 열리자 천천히 후배들이 내리기 시작하고 뒷자리에는 은찬과 현진 둘만 남았다.
"너도, 수고했어."
가볍게 웃으며 손을 잡으려다가 중간에 멈칫 한다. 밖에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예슬이와 거기에 또 옆구리를 찌르는 준후의 모습에 평소에는 별 생각 없이 잡았던 손이 의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나, 빨리 돌아가려면 이 방법 밖에 없는데. 짧은 딜레이를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길 바라며, 평소보다 힘을 주어 손을 잡는다.
한숨 섞인 지적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애써 무시하면서 은찬은 현진이 손을 잡는 것을 기다렸다. 바로 잡히지 않는 손에 은찬은 살짝 시선을 돌려 차에서 먼저 내린 예슬과 준후의 모습을 확인했다. 애들 앞에서 잡기는 조금 부끄러운가. 하지만 이내 좀 더 힘을 줘서 잡는 그 모습에 은찬은 기분 탓이겠거니 생각을 하면서 그 상태에서 예슬과 준후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너희 둘도 안전하게 복귀했다고 복귀하고... 또 볼 수 있으면 보자. 우리는 가볼게."
다음에는 이런 일 없도록 조심하고. 그렇게 인사를 남기면서 은찬은 단번에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별 일은 없었지만 더운 날씨인만큼 빠르게 장비를 풀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강하게 나오는 곳에서 보고를 올리고 빠르게 퇴근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기 때문이었다. 오늘 같은 날만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나 아주 살짝, 정말로 살짝. 예슬이 물은 그 물음이 조금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귀고 있냐는 물음. 자신과 그녀의 모습은 주변에는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운 감각이 올라오는 것 같았고 그의 얼굴이 아주 살짝 붉게 물들었다. 허나 이내 그런 생각을 저버리려는 듯, 그는 숨을 고르면서 앞으로 질주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르게. 하지만 그 차이를 쉽사리 눈치채지는 못하게.
/상황상 막레..려나. 아무튼 이렇게 막레를 줄게!! 바쁜 나날이었는데도 일상 돌린다고 수고했어!
사실 은찬이가 어느 순간 갑자기 돌변해서 현진이를 꼬실지도 모른다. 유혹할지도 모르고! 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급발진은 캐입으로 하면 캐붕이 되어버리니 말이야. 그래서 이렇게 오너입으로 앓이나 하면서 푸는 것 아니겠어? 현진이가 부끄러워하는 모습 볼 때마다 진짜 귀엽다. 그러면서도 엄격할 땐 엄격한 모습도 되게 멋지고!
결국엔 의식하느냐 하지 않느냐 싸움이니 말이야. 은찬이가 의식하면 아마 굳이 뒤로 빼거나 하진 않을 것 같거든. 몇 번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은찬이는 어차피 언젠간 어떻게든 죽을 목숨.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은 다 즐기자 마인드니 말이야. 그렇기에 일단 지르고 보는 성향도 있고 연애적인 면은 충분히 그러지 않을까 싶은걸. 사실 연애에 대한 것도 흥미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으니까 아무나 찌른다? 에이. 이건 아니지. 하고 생각하는지라 그냥 장난으로 쿡쿡 찌르는 정도지만 말이야. 하지만 진심이 되버리면? 그때부턴 플러팅하는 거지 뭐!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