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님을 알현하고 난 뒤에도 멀쩡히 수업을 진행하시던 사감님들이 도대체 무슨 바람이 든건지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셨다. 농질 언니가 이야기했던 그 말이 그렇게도 신경쓰였던 걸까?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더 자연스럽게 나왔다면 좋았을텐데. 꽁꽁 숨어버리시니까- 의문만 늘어나잖아.
"그래도 몇몇 분들은 나오셨나보네~"
아마 저 수업들은 저번에도 그랬던 것처럼 특정 기숙사만 들으러 갈 수 있을 테지만. 가현은 한참동안 고민한다. 항상 이럴때마다 자신의 몸이 여럿이 아니라는 게 아쉬울 뿐이다.
"으음~ 점술이나 한번 들어볼까?"
점을 친다. 그 단어 자체는 꽤나 혹하는 것이었다. 미래를 보는 점이든. 다른 점이든. 한번 들어보면 이득을 볼 수 있겠지. 처음 보는 도사님과 좀 더 친해질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사건 이후에도 멀쩡하게 학교가 돌아가는걸 보면 그들이 학교에 찾아왔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은듯 했다. 하지만 사감님들의 수업이 없다는건 그때의 대화가 무언가 캥기는 것이 있다는 것이기에 그는 과연 그 진명이라는게 무엇일까, 하고 호기심도 들었지만 금방 머리에서 털어내버린다.
" 뭐 하나 들은 것도 없는데 고민해봤자지. "
자음 하나도 아는게 없는데 생각해봤자 나오는건 엉뚱한 단어들의 조합일뿐일테니 윤하는 그냥 수업이나 듣기로 마음 먹었다. 여러가지 수업들이 있었는데 ... 눈에 들어오는건 공격 주술.
습격을 이후로 수업을 하지 아니하겠노라 파업하는 모습에 아회 내심 부럽구나 생각했다. 나도, 정신격 충격 있었다면서 수업 안 하고 싶다고 파업이나 하고 싶다. 쉬고 싶다... 될 리가 없는 생각을 태연하게 하니, 아회 또한 아직 학생은 맞는 듯싶다.
"인간이 다 그렇지 뭐……."
다른 점이 있다면 수업 듣기 싫은데 우리 학교가 폭발해버리면 좋겠다……. 같은 극단적인 생각은 안 해서 다행이란 점이겠지. 애초에 이런 곳은 혼란스러워서 언제라도 폭발할지 모르는 세계니 마음을 접었을지도 모른다. 뺨에 남은 멍을 비롯한 여러 생채기가 남았고, 단안경은 부서져 잘 아는 장인에게 연통을 넣은 참이다. 비녀는 부러져서 새 비녀를 사기 전까진 대충 끈으로 아래를 향하게끔 내려묶은 모양새니, 평소보다 조금 더 조신한 인상일 터다.
그런 조신한 무말랭이가 체력단련을 택한 이유라면 이번 새벽에 벌어진 싸움 탓도, 습격 때문도 아니다.
>>109 아니아니 저랑 온화주 같은 생각이셨냐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저도 체술 해금하고 웹박수로 질문 넣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체술 선택한 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적궁... 쌈박질이 일상인 아이들이 모여서 그런지 누구보다 물리에 앞장서요...(대체) 무말랭이야 받아들이렴...!(아회: ((말...랑...)))
온화가 다른 곳을 바라보며서 작게 중얼거린 말을 그 또한 못들었을리 없었다. 그렇게 평소 같았으면 그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현재 상태는 평소보다 훨씬 좋지 않았기에 특유의 눈치도 별 도움을 주진 못하고 있었다.
" 쓸데없는 말은 잘 안하는 편이지만요. "
허나 이렇게 직접적인 언사는 아무리 그의 상태가 메롱이로서니 알아챌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하여 별거 아니라는듯이 웃으며 대답한 그는 상대가 이끄는 방향에 맞추어 걷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걷는 속도 정도야 따라가기 힘든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단 것을 먹으러 가는 것이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지 아픈 걱도 잊은 것처럼 작게 흥얼거리던 그는 온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구태여 상대 이름을 알려고 하는건 아닙니다. 그냥 내 이름을 알고 있으면 다음에 날 부를때 좀 더 편할테니까요. "
사실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보다 그가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더 적은 것도 사실이었다. 굳이 이름을 기억하려고 하진 않고 자주 만날수록 이름을 계속 듣게 되어 기억하는 수준이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지금 자신의 허리춤을 감고 있는 이 소녀의 이름 정도는 알고 싶었던게 맞았다. 어제의 사단에서도 같이 있었으니.
" 이곳에도 가게가 있나 봅니다. 여기까지 들어오는건 처음이네요. "
점차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하는 것을 보며 그는 말했다. 사실 그가 천부에 나오는 이유야 부족한 재료나 읽을만한 책이 있는지 보러 오는 것이기 때문이었기에 이런 곳에 올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렇기에 그곳이 신기한지 주변을 연신 둘러보고 있었다.
수업 들으러 하나둘 모일 적. 유달리 시끄럽게 들어오는 둘 있다. 서로 명암 다른 적발에 하나는 고동색 눈이요 하나는 붉은 눈을 한 류 가의 남매는 익히 보인 듯 티격태격 했다.
"아 너 딴데 가라니까? 손 그 꼴을 하고 뭘 하려고!" "거참 말도 많소. 내가 이거 듣겠다는데 오라비가 뭔 참견이오?" "니가 다치면 내가 아버지한테 눈총 받는다고!" "언제부터 잔소리 걱정했다 그러나. 에이 시끄럽소. 계집애도 아니고 떽떽대긴." "아, 아 이런 X발!"
결국 울화 참지 못 하고 욕지거리 내뱉은 수일이 온화의 어깨를 잡아 밖으로 내밀려 했으나 그보다 온화 호다닥 달려가는 것이 먼저였다.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목표를 향해 다가간 온화 그 거리 좁혀지자마자 대뜸 팔부터 뻗는다. 오늘따라 단정히 머리 내린 아회 뒤에서 거진 들이받듯 휘감기 위함이다.
"무 도령! 이 왠일로 체술을 들으러 오셨나. 머리도 요로코롬 내리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 오셨구려?"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 공주님 안기는 하지 않았다. 수업이니 나름 배려를 한 것인지 여전히 붕대 두텁게 감긴 손 때문인지. 대신 뒤에 착 붙어서 능글하게 떠들며 히죽히죽 웃어대었지. 그 표정으로 그러고보니- 라며 한 마디를 소곤대는 것 잊지 않고.
"듣자하니 한 바탕 거하게 하셨다지요? 내 그 자리에 있지 못 해 아쉬우이. 무 오라비 성 내는 모습은 어떤 비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귀한 것인데. 이 담엔 꼭 직접 보고 싶으니 일 치를 것 같으면 미리 말 좀 해 주오. 응?"
킥킥킥. 조신하지 못 한 웃음소리 흘리고 슬쩍 앞을 본다. 일단은 수업을 들으러 왔으니 이쪽도 집중을 해볼까.
유튜브는 별 건 아니구... 제 혈육과 제가 한 계정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거든요:3c 근데 같은 계정을 공유하다보니, 제가 보던 요리 채널의 영상 하나가 혈육 쪽에 떴고 그 요리가 궁금해진 혈육이 일하면서 월루하려고 줄임말로 유튜브에 검색했다가...... 19금 영상들에 기겁했답니다.. ':3c
그는, 본의 아니게 이름을 들어버린 모 윤하라는 도령은 본인이 쓸데없는 말은 잘 안 한다 하였다. 허나 온화에게는 그리 보이지 않았다. 제가 용건이 있는 것도 아닌 상대에게 일일히 참견하고 말을 걸고 다니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짓이다. 그런다고 무엇이 돌아오나? 쌍둥이로부터 듣기에는 그를 부탁이란 구실로 부려먹기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이도 있다고 했다. 사람은 절대 이득 없이 이타적일 수 없다. 그런 생각을 가진 온화가 어째서 그에게 말을 걸었을까.
일단 잡설은 밀어두고. 편안히 연기 한 모금 내뱉던 온화 문득 웃었다. 아주 작게 픽 하니 숨 새는 듯한 웃음이다. 뭔가 매우 우스워 참던 것이 샌 것 같은 웃음이었다. 웃음 샌 김에 남은 연기 후 불어 뱉고 느슨하게 든 곰방대 까딱인다. 앞을 향한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하는 말은 분명 옆에 낀 윤하에게 향해있었다.
"그저 도령이 편히 불리기 위해 알려주는 것이라면 더더욱 내 이름을 알려줄 필요는 없겠구려. 내 이름이 그렇게 대단하고 값어치 있는 것은 아니나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것이라. 아쉽지만 모 도령은 일생 알게 될 일 없겠으이."
낄낄. 말 뒤에 따라붙는 소리 참으로 불순하다. 말려올라간 입꼬리 하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가늘게 접히다 나른히 풀어지는 눈 하며 언행 가지가지가 그를 놀리고 괴롭히려 불러세웠나 싶다. 그런 것 치고는 따르기 쉽게 걸음 느릿하고 허리 받친 손은 기대어도 좋을 만치 안정적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사실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온화 능청스레 말하고 있었다.
"어딜 가나 별난 것을 찾는 별종들은 있는 법이오. 그렇다면 그런 별종들 받는 곳도 있는 것이 당연치 않나."
그 말에 따르자면 자연스럽게 온화도 별종이 되건만 그래도 상관없나보다. 태연히 말하고 이윽고 보이는 한 가게를 턱짓으로 가리킨다. 붉은 벽돌 차곡차곡 쌓아올려 지은 각진 건물에 녹색 천으로 된 처마 드리운 찻집, 으로 보인다. 조금 세월을 탄 듯한 외관이 이곳에 제법 오래 있었던 듯 하다. 가게 앞까지 다가가면 온화 먼저 팔 뻗어 문 열어준다. 먼저 들어가라고 허리 감싼 팔로 등 두드려주기까지 하고. 안에 들어서 둘러보면 고전적인 천부와는 다른 세련된 내부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연회색 대리석 깔린 바닥에 목재와 철재로 된 의자 탁자들이 띄엄띄엄 있고 매끈한 유백색 타일 붙인 계산대에는 다소 무뚝뚝해 보이는 중년 남성이 주인장인듯 들어온 손님을 향해 고개를 꾸벅인다. 마주 고갯짓을 한 온화는 저어기 창 옆이 볕 들어 좋다며 그리로 가라 말한다. 빛 드는게 싫으면 구석진 곳 가든가, 하며 또 키득대니 앉을 곳은 온전히 윤하에게 맡길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자리 골라 앉으면 단정치 못 한 자세- 그 훤히 벌어진 셔츠가 더 벌어지는 것도 아랑곳 않고 탁자에 팔을 괴고서 그를 보는 온화 있었다.
"불러세운 것 나였으니 찻값 내가 내지요. 먹고 싶은 대로 고르시게."
그리 말하는 사이 계산대의 주인장이 얄팍한 종이 두어장 들고 와 탁자에 놓고 간다. 하나는 차를 비롯한 마실 것들이요 하나는 빵과자들의 이름 적혀있다. 먼저 고르란 듯 윤하 앞으로 밀어주고 저는 그 모습 본다. 혹은 그의 어깨 너머 어딘가를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이름 모를 소녀가 도령이라는 말을 해주자 그는 속으로 몇번을 곱씹어본다. 상대의 붉은 눈은 자신의 결핍을 느끼게 하는 좋은 요소였기에 더욱 가슴에 남는 말이었다. 그저 자신이 평범하게 태어나기만 했더라면 들을 수 있는 말이지 않았을까. 자신이 기억하는 그 첫순간부터 들어온 것은 부정이기에.
" 이름은 원래 귀한 법입니다. 그러니까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
그도 흑룡이라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나오던 이해해줄 수 있고 받아줄 수 있었다. 혹자는 그것을 꺼림칙하다고 표현하였지만 그것이 흑룡인 것을 달리 부정할 방법은 없었다. 허나 지금의 그의 말엔 자신의 몸엔 어떤 가치도 없다는 것과 비슷한 뜻이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의 만남이 일회성이 될지 다음의 만남이 또 이루어질지는 그도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소녀가 말하기론 별종들이 모이는 곳이라는듯 했다.
" 그렇다면 맘에 드는 곳이네요. "
자기 자신도 별종이라는걸 아는지 슬쩍 웃어보이며 소녀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지어진지 꽤나 되어보이는 가게는 특유의 정감이 도는듯 했다. 꾸벅, 하고 인사를 해오는 주인장에게 같이 인사를 한 그는 볕이 잘 드는 창가로 향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창가가 더 좋으니까 말이다. 상대방과 마주보게 의자에 앉은 그는 갑자기 쓰려오는 속에 잠시 얼굴을 찡그리면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움직이지 말라고했는데 움직이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이렇게 아픈 것보다 가만히 누워있는게 더 답답한 그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사양하지 않고 ... "
라고 말했으나 그도 양심이라는게 있기에 적당한 가격의 화과자와 차를 주문한다. 화과자는 그가 만들어 먹기엔 좀 손이 많이 가는지라 나올때마다 사먹곤 하는 것이라 여기서도 변함없이 주문한 것이다. 소녀가 주문을 끝마치고 그것들이 나오기 전까지 창밖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려던 그는 그래도 맞은 편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시선을 다시 소녀에게 향하며 말했다.
" 그러고보니 동생들이 있으신가요? 비슷한 인상의 학생들을 본 기억이 있어서. "
다른 기숙사면 몰라도 흑룡 기숙사의 학생들은 대부분 얼굴을 기억하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얘기였다. 물론 그냥 닮은 사람일수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