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는 적룡치고 타 기숙사를 향한 적의를 드러내지 않는 축이었다. 적의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부정적인 감정이 없는 듯 굴었다. 그래보이게 굴 뿐 없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건들지 말아야 할 부분을 건드리면 그야말로 짐승처럼 상대를 물어뜯었다. 그 결과가 지금 제 손이었다. 하지만 건드리지만 않으면 서로 돌아설 때까지는 잠잠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지금 이 자리였다.
이전 한 아씨 품고 과자가게 돌아다닐 적처럼 제게 들리는 말 있어도 대답이 필수가 아니면 하지 않았다. 부러 말을 아낀 것도 있다. 어쩐지 말 하나 하나가 손끝으로 비늘 까뒤집듯 들렸으니. 그것이 고의 아닌 것 같음이 더욱 온화 입 무겁게 만들었다. 그만큼의 탐색하는 기색이 눈동자에 실렸지만은.
"마음에 들면 뭐 다행이로고."
그래도 아주 다물고 있지는 않고 그렇게 한두마디쯤 대꾸는 해주며 가게에 들어갔다. 그가 고른 자리는 창가였기에 볕 잘 드는 자리는 그에게 주고 저는 비스듬히 그늘 드리운 맞은편에 앉았다. 앉을 적 그의 얼굴 일그러지며 시린 숨 내뱉는 것 알았지만 본 티는 내지 않았다. 저는 저대로 앉아 탁자 한 켠에 곰방대 내려놓고 골라보라 종이 내밀어주기만 했다.
"사앙않겠다는 말 치고 너무 소박하지 않소. 뵈기보다 담이 작구려."
한 가득 시킬 것처럼 말하더니 고작 화과자와 차를 주문하는 것을 보고 실망스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래도 저것 먹겠다는데 제가 무슨 참견을 할까. 알았다 말하고 자리에서 슥 일어섰다. 무얼 하나 싶더니 계산대로 가 그가 고른 것과 제 것을 얘기하고 값을 치른다. 나갈 때에 내는 것 아닌 미리 값을 내는 찻집인가 보다. 돈주고 잔돈 받을 적 온화 일부러 소리 죽여 주인장에게 무언가 언질한다. 주인장은 잠시 온화 응시했지만 곧 고개 끄덕인 후 부엌으로 들어갔으며 그것 보고 온화 역시 자리로 돌아온다. 다시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비스듬히 기대어있는데 저 도령 입 심심한지 제게 말 걸었다. 동생이라. 그가 백궁이었다면 모를까 흑룡이니 이 쯤은 답해도 괜찮겠지, 싶어 대답을 입에 담았다.
"있고말고. 흑룡에 둘 있소. 키가 작달막한 쌍둥이인데 직접 마주친 적은 없을 거요. 아해들이 내게 그런 얘기 해준 적이 없으니."
그 쌍둥이는 흑룡이면서도 학당 내에서 타인과 얽히는 것을 제법 꺼리는 경향 탓에 그런 일이 있다 하면 당장 달려와 삐약삐약 떠들어댔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도령 관련해서는 보고 들은 것 외에 직접 얽힌 것 듣지 못 했으니 직접 마주친 적은 없을 테지. 그 아해들이 피하지 않았을 리도 없고.
"낯가림이 심한 아해들이니- 아니. 그렇다고만 알아두시게."
어떤 말인가 더 나오려다가 뚝 끊고 한 손 설렁설렁 내저었다. 낯가림이 심하니 가급적 멀리하라 덧붙일까 했지만 거기까지 말할 필요는 없는 듯 해서. 그저 그렇다고만 알아두라 하곤 다시 턱을 괴니 때맞춰 주문한 차와 과자가 나온다. 그가 주문한 화과자와 차는 그의 앞에. 제 것은 제 앞에. 다 내려놓고서 주인장 계산대로 돌아간다.
"오. 때가 좋구먼. 식기 전에 들게."
온화 앞에는 보통 찻잔보다는 크고 투박한, 머그잔이라 불리는 도기 찻잔과 갈색 액체 담긴 작은 잔, 그리고 조개 닮은 구움과자 담긴 접시가 놓였다. 먹을 것 나왔으니 비스듬하던 자세 조금 고쳐 앉고서 한 손으로 머그잔 들었다. 연한 분홍빛 머그잔 안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붉은 차가 가득 담겼다. 약한 훈연의 향이 나는 그 차를 입과 혀 데이지 않게 조심히 천천히 마시는 모습은 또 사뭇 얌전한 규수 같다. 딱 한 순간만이었지만.
현진 도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킬 적 온화 능청스럽게 어깨 으쓱였다. 마치 저와 아회 사이에 뭐라도 있는 양. 능청과 능글맞음은 제 특기 아니던가. 제 장난질에 휘말린 아회는- 나중에 맛난 것 들고 가자. 문 안 열어주면? 본래 문이란 두들기면 열리는 것이랬다. 아무튼 두들기면 열릴 거다. 응.
체술 수업을 들으러 왔더니 대뜸 실전으로 들어가잔다. 근래 농질이 직접 행차했으니 그럴 법도 하긴 한데. 부적도 챙겨서 덤비라고 하니 참 별난 도사 아닌가. 하지만 뭐, 덤비라고 한 건 저 쪽이지? 그럼 이건 제 잘못 아니다. 그렇고 말고.
"덤비라 해서 덤비는 것이니. 거 좀 세게 맞아도 군소리 마쇼?"
씨익 웃으며 말한 온화 품에서 부적 꺼내 위로 휙 날렸다. 부적은 너울거리다 동그르르 말리고 화르륵 불 붙어 거대한 구체가 되었다. 그 구는 현진 도사의 위로 곧장 떨어져 내리찍으려 했다.
오호라. 역시 동갑이니까 알아보는구나. 가현의 눈매가 순간 가늘게 휘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응. 맞아. 임씨 가문 사람. 제사장 가문이야~"
이번 기회에 한껏 어필하는것도 좋지 싶었다. 여기서 제사장 가문의 사람이라고는 흑룡 기숙사에 있던 아이 빼고는 못 보았으니까 뭔가 반갑기도 했다. 보통은 전부 흑룡 기숙사에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타 기숙사의 제사장 가문 아이라는 사실이 조금 신기하기도 했고. 이윽고 가현은 주위를 둘러보는 남학생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 누가 들으면 안 되는 내용일까? 그럴 수 있긴 하지만.
"그래~ 비밀스러운 이야기라면 듣는 귀가 적어야지. 여기저기 소문이 다 퍼져버리면 난감해질 테니까~"
그건 그거대로 또 받아들일 가현이었으나 일단 지금은 이 남학생의 의견에 따르기로 한다. 사감님이 이 남학생을 두려워하는 이유. 그것을 알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걸 봐서는 분명히 뭔가 복잡하게 얽혀있을 것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따라가서 이야기를 쭉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겸사겸사 더 친해지기도 하고. 그렇게 된다면, 굉장히 기쁠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야? 그런 이야기를 나한테 선뜻 해주다니.. 기뻐."
이윽고 가현은 다시 잔잔하게 미소짓는다. 마음만큼은 벌써 엄청나게 친해진것만 같았다. 듣는 귀가 많다고. 그리고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된다고까지 강조하는 그 이야기를 자신한테 해 주려는 것이니까. 게다가 낯을 심하게 가린다는 이 남학생이, 이렇게 따로 만나는 건 처음인 자신에게 직접. 가현의 마음 속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기대감이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너가 그 송씨 가문 맞지? 너희 가문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었어~ 현 제사장들의 수장 가문이니까."
역시 따라오란다고 그냥 얌전히 따라가면 가현이 아니다. 그 잠깐의 시간을 참지 못하고 또 쫑알쫑알 떠들어댄다. 어느 정도 파악하고는 있었지만, 아직 완벽히 아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는 목적도 없지 않았다.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것 같더니만, 아회는 오늘도 자신의 등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악, 하는 외마디 비명이나 놀라 몸서리 치는 것도 이 낡고 지친 존재에겐 버거웠던 모양인지, 뒤에 착 붙어 자신의 앞 끌어안은 붕대 감은 손 더듬거려 달래듯 다독였다. 본인의 몸을 소중히 여기며 낡고 지친 나를 놓아주시오……. 의 암묵적인 표현이겠다.
"……."
잠시 침묵. 아회 늘 그렇듯 5초 뒤에 대답하려드는 통에 입 벌리려다 소곤대는 목소리에 꾹 다물고는 다독이던 손 그대로 올려 더듬더듬 자신의 뺨 한번 덮더니, 슬금슬금 얼굴 전체를 덮어 가리려 들었다.
"들, 었구려. 그러니까, 그게."
부끄러운 것이 분명하다. 머리카락에 덮였지만 희미하게 드러난 귀 끝이 새빨갛다.
"모범을, 보였어야 하는데, 선배가 되어서 부끄럽게, 휘말려버려서, 그만……."
겨우 손 떼어 부끄러움 이겨내려 했다. 일단 수업에 집중함이 응당 옳으니. 그리고 고개 들기가 무섭게 선생의 반응 때문에 돌아오는 학생들의 키득거림과 따가운 시선 때문인지, 고개 도리도리 젓는다. 아니야, 그런 사이 아니야……! 난 모솔이라 연애 해본 적도 없어!
"실전……?"
그래, 몰린 상황이면 좋긴 하지. 품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회 한숨 한번 쉬고는 부적 꺼낸다. 차라리 그게 낫지. 정신 차리자, 불꽃으로 된 검이 베어넘게는 상상을 하고는 입으로 고이 물어 찢는다.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이게 또 이렇게 되니 신기하다. 평소였으면 잔을 씻을때 말고는 거들떠도 안 보았을 잔이었다. 앞으로는 차 많이 마시면서 이런저런 모양을 보는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동안 신선님의 표정이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 같았던 것은. 일단 그냥 넘기기로 했다.
"누군가와의 만남이라~ 설레는 이야기인걸요? 저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보니 보여지는 미래가 꽤나 불투명하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쓰이는 점은 아니었다. 중요한 사람이라고 하면 한둘이 아니기는 하지. 소중하다는 뜻을 벗어나 또 다른 뜻으로 받아들이면, 인생에 있어 무언가 특별한 의미를 지닌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었다. 그 만남 자체가 중요하다면 아마 후자의 해석이 더 어울릴 것이다. 가현은 그 누군가를 떠올려보며 행복한 상상들을 이어갔다. 언제 찾아올까.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내 인생에 있어서 또 어떤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을까.
"꽤 만족스러운 결과네요. 퍼지듯이 뭉쳐져 있는 건 중요한 만남이라....."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찻잔 비우고 비슷한 모양이 나온다면 아는척이라도 해 봐야겠다. 이윽고 가현은 신선에게 시선을 돌렸다.
>>157 아무래도 역량 테스트였던것 같다. 보기 좋게 두번 다 피해버렸지만 얼추 아슬하게 합격점은 받은 것 같아 그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근데 몸으로 간다니 체력단련을 담당하는 현진도사의 느낌이 나서 윤하는 일순간 흠칫했다. 아아, 저학년때의 체력단련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으니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 물을 부적으로 삼아서 손으로 그려보는게 어떤 의미인건가요? "
물 자체를 부적 삼아서 도술을 써보라는걸까, 아니면 이 물웅덩이에 도술로 부적의 문양을 그려보라는걸까. 아주 잠깐 헷갈렸지만 아무래도 전자의 의미 같아 윤하는 일단 부적은 손에 든채로 물웅덩이에 집중했다. 물웅덩이의 물의 형태를 뾰족한 고드름처럼 만드는 상상을 해본다.
오늘은 어째 달려들어도 놀라지 않아 조금 섭하려던 차에 아회 얼굴 벌개지는 것 보고 섭함 따위 사그라드는 불씨마냥 날아가버린다. 제가 들러붙는 것은 아무렇지 않으면서 쌈박질 한 것은 부끄러워 한다? 세상에 이런 모순된 맛 달리 어딨을까! 이 맛에 아회에게 치근대기 그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때마침 도사의 짖궂은 손짓으로 주변 시선 쏠려 당황스레 고개 젓는 모습은 나름의 별미다. 키득키득. 잘게 웃은 온화 손 슥 들어올려 아회 턱 쓸고 지나간다. 그럼서 또 두어마디 속닥 하고 떨어졌겠지.
"그리 필사적으로 고개 저으면 다들 참인줄 알 거요. 무 오라비야. 강한 부정은 긍정이란 말 있지 않소? 아, 혹시 그랬으면 하는 게요? 내는 싫지 않소만?"
으히히히! 장난기 가득 담김 웃음 소리가 옆으로 슥 멀어진다. 동시에 부적을 날리며 그 동태를 살폈다가 현진 도사가 급히 접근하며 날리는 주먹을 가볍게 고개 기울여 피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실전으로 하자면서 그냥 맞아주지 않을 것이란 예상 못 했을 리가 있나. 가볍게 피해낸 뒤 온화 역시 주먹을 지를 듯이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지척의 현진 도사를 향해 뻗을- 것처럼 보였으나, 온화의 몸 앞으로 확 기울었다. 순식간에 바닥을 짚고 물구나무를 서나 싶더니 다리 빳빳이 세워 뒤꿈치 혹은 다리로 현진 도사를 찍어내리려 했다.
꽤나 흥미롭다. 그냥 의미 그대로 전달하기에는 한두가지가 아닌 듯 보였다. 점차 향상심에 불타기 시작하는 가현은 잠시 고민했다. 생각 없이 던진 질문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듣고싶은 것이 많았기 때문에.
"음~ 만약 계획하고 있는 일이 틀어진다거나. 자신이 신체에 큰 상해를 입는다거나? 아. 아까 결과랑은 반대로,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형태로 보여질지도 알고 싶어요~"
이윽고 가현은 순간 눈을 빛냈다. 이 신선님. 이야기 하는 거 좋아할지도!
"정말요? 뭔가 로맨틱한걸요. 서로가 서로의 미래를 점쳐준다니. 꽤 많이 낭만적이네요..."
다시 눈꼬리가 휘어진다. 서로 그러다가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였다. 분명 서로를 극한으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끼리 그렇게 하겠지. 아ㅡ 나도. 신 님과 그럴 수 있었다면 좋겠어. 물론 자신 따위가 절대적인 존재에게 그런 불경스러운 짓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짧지만 꽤 행복한 상상이었다.
아니라고. 인간들이란 원래 이렇지. 아회 체념한 듯 아니라고 말하다가도 제 턱 쓰는 손길과 속닥대는 목소리에 눈썹 위로 휙 올라가더니 입 꾹 닫기도 잠깐, 외마디 비명처럼 웃음소리에 흘리듯 입 벌리고 만다.
"자네의 위신을 신경 쓰라니까……!!"
인간들은 원래 이런 거야? 왜!! 무말랭이는 그렇게 속으로 처절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각설, 제 공격 얕게 들어갔는지 불타는 소리 들린다. 아, 감이 기민하게 반응했으나 몸은 반응하지 못했다.
"?!"
흙내음, 발소리- 아회 뒤로 나동그라지듯 짧게 넘어져 구르더니만 재빨리 일어선다. 체계적인 교육이라도 받은 듯 빠르고도 절도있다. 특기는 불이요, 주로 쓰는 것도 원거리 공격이니 확실히 빈틈이 있기 마련. 아회 코를 위로 하게끔 고개 위로 슥 올리더니 감 잡았다는 듯 정확히 도사 있는 곳으로 고개 돌린다. 입천장에 혀 대었다 떼듯 똑, 하는 소리가 입에서 나돈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군. "육탄전은 영 꺼려지는데……."
새벽에 나뒹굴고 피까지 본 녀석이 할 말은 아니지만. 아회 낮은 자세로 달려나가 지팡이 축으로 삼아 땅에 짧게 박아 심더니, 그대로 다리를 움직이려 들었다. 아마 빙 도는 다리 끝이 도사의 발끝부분 걷어차듯 하며 넘어뜨리려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가 얼핏 봤을땐 그렇게까지 어려운 집안에서 사는 것 같지는 않았으나 그건 가문의 재산이지 소녀의 재산이 아니므로 논외였다. 그리고 한번에 많이 먹는 것보단 적게 여러번 먹는 것을 선호하는 것도 있었다. 아마 지금 티타임을 즐기고 돌아가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쿠키를 입에 물고 있을 것이다. (물론 한참 동안 혼나겠지만.) 소녀가 무언가 언질하는 것도 보았고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으나 관계가 있다면 어련히 말해줄 것이라 생각이 되어 굳이 묻지는 않았다.
" 아아, 그 쌍둥이라면 기억에 있습니다. 같은 기숙사에 쌍둥이가 있는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요. "
쌍둥이가 나란히 흑룡에 들어온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서 기억에 남았다. 다만 소녀의 말처럼 직접 대면한 일은 없었고 지나가면서 본게 전부이긴 했지만 흑룡에 들어온 이상 그의 기억 속에서 없어지는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다만 자신과 가현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져있는 것은 잘 알기에 쌍둥이들이 소문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물론 딱히 좋은 소문은 아닌지라 굳이 얘기할 필요성은 못느끼고 있었지만.
" 피한다면 일부러 다가가지는 않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
뒷 얘기가 이어지지 않아도 눈 앞의 소녀가 당부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채고선 동생들을 걱정하는 누나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보이지 않던 조금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분명 자신의 존재가 껄끄러운 사람이 있을테니 그런 사람들은 진즉에 파악해선 먼저 다가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조금은 안타깝다고 생각은 하고 있으나-,
" 잘 마시겠습니다. "
이내 주문한 과자와 차가 나오고 그는 주문한 차를 집어들어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이름 있는 가문-이제는 몰락한-에서 태어났으나 예절에 대한 교육은 하나도 받지 못했으므로 그가 마시는 모습은 배운 사람이 보기엔 엉성해보일 수 밖엔 없었다. 그래도 외모가 수려하여 그것마저 덮어버릴 수준이긴 했지만. 차를 한모금 마시고 나온 화과자를 한 입 작게 먹자마자 그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 화과자는 도통 만들어 먹기가 힘들어서 말입니다. 외출 했을때가 아니면 먹을 기회가 자주 없습니다. "
조금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조금씩 말이 많아지고 있었다. 상대가 듣던 아니던 별로 신경은 쓰지 않는듯 했다. 그야, 흑룡에서도 유명한 두 사람 중에 한 명이었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네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부정당했다면?" 모 윤하: 하, 정말 재밌는 이야기지만 절대 부정할 수 없어. 누구도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같은 일을 겪을 사람은 없을테니까.
"맛없는 음식을 먹은 후의 반응은?" 모 윤하: 별로 티는 안내지만 동행하는 사람이 있으면 식당에서 나온 뒤에 맛없었다고 한마디 하는 편. 혼자 먹으러 갔다면 마음 속의 블랙리스트에 저장해두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비추천.
"무도회에 간다면 복식은?" 모 윤하: 캐주얼한 정장에 외투만 따로 갖고 있는 붉은 수가 놓여있는 두루마기를 입고 갈 것 같네. 막 답답한 복장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야.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모 윤하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거짓말로_답하는_질문은 > 네 성씨는 무슨 가문이야? 너는 지금 행복해?
잊고_싶은_기억을_임의로_지울_수_있는_약을_얻게_된다면_자캐는 > 학당에 들어오기 전의 기억은 전부 지우고 싶어할 것 같은데 ... 그럼 살아온 인생의 절반 정도가 송두리채 없어지는 것과 다를바 없으니 딱히 사용하진 않을 것 같네. 오히려 남에게 사용해줄지도.
자캐의_말하지_못한_진심은 > 아프지만 말할 수 없어. 행복하고 싶었어.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모 윤하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소중한 사람이 자신을 해하고자 하는 걸 안다면?」 > 이유가 무엇일까 긴 시간을 고민해보겠지.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면 기꺼이 내 몸을 내어줄 수 있어. 다만 그것이 없다면 ... 나도 나름 이루어야할게 있기 때문에 유예시간을 달라고 하겠네.
2. 「스스로 애칭을 지어보라고 한다면 어떤 발음으로?」 > ... 모-하 (끌려감)
3. 「중요한 물건을 자신의 부주의로 잃어버렸을 때의 반응은?」 > 남도 아니고 내가 잃어버린건데 누굴 탓하겠어 ... 며칠은 끙끙대다가 결국 포기하고 살 수 있는거면 새로 사고 그런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겠지. 포기하는 것도 잘 못해서 계속해서 찾아보고 찾아보고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