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 이곳은 보통 바람 센 편이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바람이 거세다. 천부에 놀러온 성율은 내부 장식이 조금 더 세련되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어디에든 있을 법한 찻집에 자리 잡아 시간이나 떼우고 있었다. 분명 친구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이보다 이른 시간이었을텐데, 분명 또 늦잠이나 자는 모양이다. 친구가 오면 호되게 뺨 한 대 치고 욕이나 몇 마디 해줄까 하는 계획에 놀랍게도 뚜렷한 악의는 없다. 그리 군다고 주눅들 친구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자리잡기에는 면피가 두텁지 않은 탓에, 미리 나온 차는 이미 식어있었다. 함께 나온 다식을 작은 이쑤시개로 콕콕 찌르는 일에도 흥미를 잃고, 늘 그렇드 거리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나 지켜보는게 현실의 상황이다.
하늘섬의 서쪽에 위치한 천부는 학당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번화가이다. 번화가라고 불리우는만큼 필요한 물건이 있을때 천부까지 가면 무조건 구매할 수 있기에 윤하도 자주 찾아가는 곳이었다. 요리를 자주 하는터라-본인이 먹을 용도는 아니지만- 식재료가 종종 부족해지기 때문이었다.
' 어디보자 필요한게 ... '
사실 요리보단 빵을 만드는 일이 훨씬 많아서 천부로 나올때마다 밀가루는 무조건 사가고 있었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달라지곤 했다. 그러므로 지금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식료품점인 것이다.
1. 번복은 가능하나, 한 번 나가면 다시 돌아가지 못합니다. 2. 니오가 마법을 썼다는 정보는 니오 포함 모든 사람에게 잊혀집니다. 3. 적룡의 독기가 빠졌다가 다시 노출되기 때문에 반작용이 강하게 들어갑니다(일정 이벤트 동안, 다이스 값에 역보정이 들어갑니다) 4. 마법과 관련된 이벤트 루트가 모두 자동적으로 막히게 됩니다.
>>894 다이스 값 역보정과 동시에 강제로 움직임을 차단됩니다:3c 몸이 무거워서 움직일 수 없었다 식으로요.
각 기숙사마다 반작용이 다르게 나타나요.
청룡: 감정기복이 더 심해져서 캐릭터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이벤트가 몇 차례 이어짐. 적룡: 몸이 바위처럼 무거워져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가. 캐릭터가 병풍화가 됨. 백룡: 특정 이벤트 동안, 캐릭터가 반목하게 됨. 흑룡: 캐릭터를 대상으로 적군과 아군의 공격이 무조건적으로 한 번씩 명중하게 되며, 아군에게는 또 하나의 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아군 중 한 명의 공격이 무조건적으로 한 번씩 고정 됨.
모를리가 없지. 성율이 피와 눈물로 뇌리에 세기며 장장 6년을 따라부르던 노래 아니었는가. 언니는 제발 잊자며 눈물로써 성율을 설득하고자 하였을 때, 성율의 단호한 표정과 고집에 차마 떠내 보내지 못하고 쓰라린 상처를 아물지도 못하게 하는 그 야속한 노래 아닌가.
파도 소리와 어눌한 비명소리가 배경음처럼 귀에 맴돌았으나, 환청이라는 것을 성율이 안다. 꽉 쥐인 손가락 끝에 달린 손톱탓에 손바닥이 잘근잘근 찝혔으나, 고통보다는 분노가 우선인 지금의 상황에서 성율은 평온을 유지해야했다. 성율이 원하는 건 흉금에 남은 감정 손톱으로 긁어내어 토해내는, 그런 단순무식한 복수가 아니었다. 초조함과 분노, 그 애타는 모든 감정 억누르고, 마참내 위장 속으로 삼켜버린 성율이 그제야 행동을 취했다.
"괜찮아요."
일부로 큰 소리를 내며 남자의 말을 끊는 성율은, 잘 연주되고 있는 피아노에서 유일하게 조율되지 않은 건반만큼임나 거슬리는 존재였을 것이다. 좋은 노래에 자꾸만 나타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불협화음처럼 끼어든 성율이 웃었으나, 눈동자에 서린 증오의 불빛마저 잠재우지는 못했을 거다.
"아는 사이거든요, 우리. 그죠?"
성율의 시선이 사내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 저 입구멍에 천을 집어 넣어 감히 대답도 못하게 하고 싶다는 욕망이 불쑥 치고 올라왔다.
모를리가 없지. 성율이 피와 눈물로 뇌리에 세기며 장장 6년을 따라부르던 노래 아니었는가. 언니는 제발 잊자며 눈물로써 성율을 설득하고자 하였을 때, 성율의 단호한 표정과 고집에 차마 떠내 보내지 못하고 쓰라린 상처를 아물지도 못하게 하는 그 야속한 노래 아닌가.
파도 소리와 어눌한 비명소리가 배경음처럼 귀에 맴돌았으나, 환청이라는 것을 성율이 안다. 꽉 쥐인 손가락 끝에 달린 손톱탓에 손바닥이 잘근잘근 찝혔으나, 고통보다는 분노가 우선인 지금의 상황에서 성율은 평온을 유지해야했다. 성율이 원하는 건 흉금에 남은 감정 손톱으로 긁어내어 토해내는, 그런 단순무식한 복수가 아니었다. 초조함과 분노, 그 애타는 모든 감정 억누르고, 마참내 위장 속으로 삼켜버린 성율이 그제야 행동을 취했다.
"아, 여기에요!"
일부로 큰 소리를 내며 남자의 말을 끊는 성율은 손을 들어 제 맞은 편을 톡톡 두드렸다. 인어에게 집중된 이목이 흐트러지기엔 충분했으나, 노래에 빠진 사람에게는 유일하게 조율되지 않은 건반만큼이나 거슬리는 행위였을 것이다. 좋은 노래에 자꾸만 나타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불협화음처럼 끼어든 성율이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웃었다. 그렇다고 눈동자에 서린 증오의 불빛마저 잠재우지는 못했을 거다.
"아는 사이거든요, 우리. 그죠?"
성율의 시선이 사내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 저 입구멍에 천을 집어 넣어 감히 대답도 못하게 하고 싶다는 욕망이 불쑥 치고 올라왔다.
제게 다가온 남자의 하관을 가만히 바라보는 성율이 불연듯 인상을 찌푸린다. 이제와 만났는데 여전히 얼굴은 밤의 장막에 가려진듯 볼 수가 없구나. 탄식처럼 떠오른 생각에 성율이 손가락 움직여 베일을 거두어보려 한다. 증오하는 사람을 대한다기에는 너무 조심스러운 손길이어서....
"네가 미워서."
이어지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다.
"죽도록 미워서..."
흐려진 말꼬리만큼이나 증오 서려있던 눈동자 역시 탁하게 흐려졌다. 마구 헤짚어 진흙탕이 되어버린 호수 두 개, 성율 얼굴 눈 위치할 자리에 박혀있으니 유순하고 우아해보이는 얼굴과는 도통 어울리지 않더라.
아회는 사람이 많은 번화가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이 나도는 탓에 타고 흐르는 입소문의 온상지인 탓도 있으나, 사람 틈에서 부대끼는 것을 도통 좋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으면 자연스레 기운이 빠졌다. 시끄러운 소음은 예민한 신경을 건드리고, 인파 많은 곳에 가서 툭 치이거나 동급생을 마주해 사소한 걸로 시비가 걸리면 그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 정신없는 시장통에서 누군가 말이라도 건넨다면, 그야말로 지옥이겠지! 온전히 집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뛰어 도망치기엔 애매한 장소. 발 닿은 천부가 딱 그런 곳이었다.
손등 채 낫기도 전에 다시금 올 줄이야, 은둔형 적룡 치고 장족의 발전... 아니, 퇴화다. 내가 어지간하면 밖에 나오기 싫었는데……. 오는 동기도 그렇지만 오고 나서도 어쩜 인생은 제 마음대로 되는 일 하나 없다. 굳이 사람 피하는 아회가 천부에 온 이유라면 부적에 쓸 경면주사가 부족했기 때문이겠다. 짐이라면 다 챙긴 줄 알았는데 왜 없던 건지. 하물며 자주 가던 노점은 오늘 사정상 휴무라니 헛걸음했다. 인생사 무상하여 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나 욕을 할 기운도 없다.
아회는 지팡이를 짚은 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돌아가기 싫다……. 사람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돌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앞날이 캄캄하다. 이러다가 시끌시끌한 후배요, 혹은 타 기숙사 동급생 만나는 건 아닐까 덜컥 의욕이 빠진다. 도망쳤다가 넘어지는 꼴이 더 부끄럽겠지……. 조금 쉬었다가, 저녁 되면 사람 적어질 테니 그때 돌아갈까. 그게 좋겠다. 휘파람 느릿하게 분 아회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위로 했다. 그리고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저쪽이 좋겠다. 저기면 사람이 없을 테다. 넓고, 인적 드문 골목에 들어섰을 적 아회는 툭, 사람과 부딪히고 말았다. 아.
그렇다면, 묻겠다. 너는 정말 모든 것을 순수히 포용하느냐. 물을 적 답한다. 아닙니다. 흑룡의 독기와 불순물이 함께하고 있사옵니다.
그렇다면, 묻겠다. 불순물이 무엇이냐. 물을 적 답한다. 임씨 가문의 핏줄으로써, 품고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묻겠다. 불순물을 품은 채 독기를 사그라트릴 것이냐. 물을 적 답한다. 독기는 그저 저에게 있어 훌륭한 수단일 뿐일지어니. 사그라지지 않사옵니다.
그렇다면, 묻겠다. 너가 바라는것은 평화롭고 안온한 일상이냐. 물을 적 답한다. 신께서 바라는 것에 어긋난다면, 저 역시 원하지 않사옵니다.
그렇다면, 묻겠다.
너는 무엇이냐.
물을 적 답한다.
"임씨 가문의 차기 당주이자 제사장 후보. 신의 존엄성을 감히 빌려, 뱀이라고 불리는 것."
"덧없는 피조물이 만들어 낸 선악의 개념과 윤리를 부수고, 오직 신을 위해 저와 같은 피조물의 피를 취하고 살갗을 찢어내며, 그 추악함을 찬란한 존엄성 앞에 바치는 자-"
"신을 갈망하고. 신을 마주하며. 신을 위해 움직이는 자. 저는 신의 대행인이 아니라, 이단을 벌하기 위해 벼려진 칼날이옵니다."
모든 것은 그분의 뜻대로. 모든 것은 그분이 바라는 대로. 신을 불신하고 모독하는 자들을 무한한 심연 속으로 인도할 것이며, 버젓이 존재하고 움직이는 신의 존재 하에 대행을 입에 담음은 신의 존엄을 해하는 죄악일지어니. 자신이 정식으로 당주 및 제사장에 오르고 나면- 모든 것은 바뀔 것이다. 오직 신과 자신이 바라는 대로. 전부 달라지게 될 것이다.
. . .
오늘도 여기저기 열심히 쏘다니면서 도하학당 사람들이라면 기숙사를 불문하고 말을 붙이고 도와주고 참견하는 가현.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나갈 쯤이면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묶었던 머리를 풀고 제 침대에 힘없이 몸을 뉘인다. 제아무리 사람 만나서 떠들기를 좋아하는 것이 자신일지라도 충분히 휴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제가 제사장 후보가 되고 나서, 신을 알현하고 차기 당주 자리까지 오를 적 가문 내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던 말이었으니.
무엇이든 효과적이고, 능동적으로. 확실하게. 효율을 추구하며 동시에 그것들을 취함으로써 받는 이득을 거리낌 없이 받는다. 말의 본질을 파악하고, 허점이 있으면 맹렬하게 파고들며,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이 그 허점을 역이용함으로써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훗날 이득으로 치환시키는 양날의 검 또한 품는다. 지금껏 자신이 들어왔던 교육을 짧게 요약하자면 그런 것들이었다.
가현은 그것들을 착실히 수용하고 받아들였다. 치밀하고, 계산적이며, 냉철하고, 이기적으로. 간혹 지나치게 계산적인 면모가 해가 될 지언정, 흔들리지 않고 그것 또한 신의 뜻이라며 마냥 웃어넘길 뿐이었다. 당장 맛보는 약간의 쓴맛은 훗날 찾아올 단맛에 비하면 정말 별 것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마냥 싸늘한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임씨 가문의 구성원인 만큼, 그들이 타 가문에게 보여주는 '대외적'인 이미지 또한 가현은 가지고 있었다. 자비롭고, 친절하며, 예의바른 면모.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누구에게나 평등했으며 그 빛을 잃지 않았고. 간혹 이게 저의 의지가 맞나 싶을 만큼 타인을 진심으로 걱정하는듯한 모습도 없지 않았다.
허나 그것이 정상적인 종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었다. 임씨 가문이 가지고 있던 껍데기 뿐인 친화력에 흑룡의 독기까지 더해진 포용심은 괴롭힘당하는 약자를 넘어서서, 자신이나 남을 해하려 드는 악인에게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누가 누굴 죽여? 그럴 수 있지. 누가 누굴 괴롭혀? 그럴 수 있지. 내 목에 칼을 들이대? 사연이 있겠지. 갈등과 폭력, 살인, 악행을 포함한 모든 것 앞에서 가현은 평등했으며, 그것은 간혹 방관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어찌 되었든 모든 것은 신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니. 자신은 대행자가 아니었기에, 간섭할 권한은 없다고 여기며.
비록 흑룡의 독기에 침식당해 핏 속에 서린 예리함은 변질되고 뒤틀렸으나, 그 뜻은 한결같았다. 순수한 호의라는 것은- 가현을 포함한 임씨 가문의 인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뱀의 그림자에 숨은 채. 뱀을 갈망하는 자들일 뿐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흑룡의 독기에 침식당한 뒤에도 한결같았을지도 모른다. 가현은 독기의 특성을 금방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포용. 친절. 그 모든 것이- 자신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수 있음을. 가현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부터 미리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임씨 가문의 이중적인 모습을 아는 자들은 그들을 뱀으로 매도한다. 뱀의 그림자에 숨어들어, 점차 뱀과 동화되버리는 자들. 그와 동시에 자신들이 품은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소재로 남들을 이용하는 자들. 적대라는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방법 대신, 친근함과 친화력을 무기로 다가서는 자들. 그리고 친해지며 오고가는 말들 속에서 받는 은혜를 기록하고, 훗날 그것을 원수로 갚는 자들. 그것이 임씨 가문이었다.
야망은 지나치게 커져 결국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온화한 겉껍질은 속에 숨긴 독아를 감추기 위할 뿐이며, 탐욕스러운 본질만이 그들의 속에 살아 숨쉴 지어니.
신은 자비로운가? 아니. 신을 향한 애절한 기도들은 무시되고 단절되며 끊겨갈 뿐. 신은 자비롭지 않은 존재이기에, 신으로 불리는 것. 그렇다면 인간 또한 신에 '가까워'질 수 있겠지. 한 걸음 더 신에게로 나아가며, 신의 곁에서 평생을 몸바칠 수 있겠지.
가까워진다는 것은 대등해진다는 의미를 품은 말이기도 하지만- 서로간의 거리를 좁힌다는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 중의적인 단어이기 때문에. 가현은 그 말을 저 혼자 있을 적이면 입버릇처럼 중얼거리곤 하는 것이다.
그보다. 보름 뒤에는 가문을 잠시 찾아야겠다. 제 소식을 애타게 바라고 있을 가문원들뱀 새끼들에게, 그동안 쌓은 교우 관계와 겪은 일들을 전해준다면 필히 좋아하겠지. 왼쪽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
꽃을 따라 황홀경으로. 피를 취해 축복을. 바람결을 타고 이상향으로. 꽃을 찢어 영원을. 그들과 발을 맞추며, 한 없이 의지에 몸을 맡긴 채, 그 분에게 나아갈 그 날만을, 자신은 바라고 있을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