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현은 대답 대신 제 속내를 그대로 내비친 채 환희에 젖은 웃음을 흘린다. 두 사람이 멀어지는 와중에도 가현은 마치 아직도 무엇엔가 홀린 양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역시 모든 게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니까. 다시 만날 날이 온다면, 아주 즐거워질 거야. 나는 그저 그 날을 바란 채- 그 분께 몸바치는 삶을 이어갈 뿐. 자. 이제 정신 차리자. 다시 허물을 뒤집어 쓸 시간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임씨 가문의 허물을 덮을 시간이야. 크게 심호흡을 두번 하며,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간 가현은 제가 골라두었던 옷들을 챙겨갔다.
평소대로의 나긋한 웃음을 걸치며, 가현은 쥐어주는 것들을 전부 챙겨 돌아간다. 받은 것과는 별개로, 자신이 따로 샀던 옷들의 값을 지불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신이시여. 당신이 부여한 이 덧없는 인생 속에서- 소녀, 이렇게 감사해가며 당신이 부여하는 기회를 하나하나 즐기고 있사옵니다.
/마지막 반응 남기고 싶어서 써봤어 ㅋㅋ.. 캡틴 고생많았어 같이 진행했던 니오주 윤하주도 고생많았어~~~ 하 이제 도하학당 못끊겠다 큰일났다 ㅋㅋㅋㅋㅋ 진짜 짱재밌어 최고야 응응
손님은 아니었지만. 설명하기 귀찮았기에 연은 대충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목뒤의 타투를 자세히 살핀다. 낫 모양으로 된, 기이한 패턴을 똑똑히 기억해둔다. 그러며 눈앞의 상황을 지켜보며, 자신이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모르니 고개만 갸웃거리며 서 있었을까. 그들이 말하는 것을 가만 듣다가 떠나며 하는 말에 눈을 크게 떠낸다. 먼저 와있던 아회와 성하에게 배꼽 인사를 하고선 빠르게 가게 안으로 들어서 일을 도우려 왔다며 가게주인을 찾는다.
아회 꾹꾹 누르는 손이 멈춘다. 손등 위에 가만히 세운 네 개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툭, 기민한 청력이 아니면 듣지 못할 소리를 뒤로 손등에 핏줄이 돋는다. 세상 어떤 사람이 제 손등의 가죽을 다른 손의 손톱으로 파고들며 뚫을 수 있는가? 적어도 아회는 가능한 일이었다. 고운 고개가 스르르 기운다. 평온하되, 식은땀이 이마에 맺혔으나, 눈만 치켜뜨면 사람이 금세 살벌해질 듯하였다.
걱정을 해? 우스운 소리. 당신은 절대 그런 말을 하여서는 아니될 터인데!
찢어 죽이고 싶다. 당장 달려나가서 멱살을 붙들고 싶다. 흉폭하게 날뛰고 싶다. 천지신명이 내게 날뛸 기회를 주었는데 내 이때가 아니면 날뛰지 못함을 어찌 모르겠는가, 흉이 생기든 말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쓰임을 다해 죽을 몸이요 그것이 지금이 아닐 리도 없는데 어찌 몸을 보전하겠는가. 손톱 세운 손의 손톱을 조금 더 세우자 피가 송골 맺힌다.
돌아간다라.
"……다시 뵙길 고대하겠습니다, 도련님."
세상 상냥하고 평온하나 호흡 불안정한 목소리가 목 타고 흐른다.
"가주님께서 애타게 기다리고 계시오니."
그리고 기척 사라졌을 적, 아회 그 자리에서 숨 토해낸다. 해냈다, 해냈어, 아냐, 해낸 것이 아니야. 나는, 내가, 내가 무슨 짓을. 내가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렸어, 죽을 거야, 찢길 거야, 어쩌지, 어쩌면 좋지, 한낱 내가 감히 무가의 귀하디 귀한 도련님을─ 아회 숨 토해냈다. 겨우 팔 뻗어 지팡이 더듬거려 쥔다. 카페 주인에게 갈 시간이다.
>>620 니오(10): 언니야. 집의 사람들이 다 나보고 괴물이라그랬어. 니오가 괴물이라고 생각해. 응... 그래서 말이야. 그 사람들이 옳았다는 걸 보여주려고 같은 느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잘 지낼 테니까 괜찮아요!!!!!! >>628 우우우울지 마세요..! 누가 뭐래도 지금은 잘 삐약삐약 하면서 지내니까..!!
>>642 ㅋㅋㅋㅋㅋㅋㅋ 와 어쩜 이럴수가있지 이건 우연을 넘어선 뭔가 있음 진짜임.. 캡틴의 짱소중하고 짱쩌는 설정이랑 다이스가 멱살잡고 어장 캐리한다... (오백번 치여죽음) 하 진짜 내가 후회하는건 임가현이 두명이 아니라는것이지 하나 빵집보내고 하나 포목점보내고 다 즐겨버리고 싶은데 아쉬운걸..!
>>645 하 진짜 짱좋아 제사장듀오가 어떤건지 도하학당에 이름 확실히 새겨버리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둘은 시험 개판치고야 마는데~~ () 흑 중운주가 일상 구한건 내가 멀티가 안 되서 못 돌리는게 한.. 인데 으악 아늬 잠깐만 중운주 사실 인어지 그렇ㅈ(꾸르르륵)
예전엔 아니었지만 비교적 최근부터 종종 선물을 사오곤 했다. 물론 매번 이렇게 값이 나가는건 아니었고 학당 내에선 구하기 힘든 간식 같은 것들이 주였다. 이번에도 아무 생각 없었다가 장신구 가게에 갈 일이 있어 겸사겸사 사온 것이지만 그런건 지금 당장에서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씨익 웃어보이던 그는 가현의 손짓에 만족스럽다는듯 살짝 웃으며 말했다.
" 다른 사람들한텐 내가 받아야하는 입장인데? "
도와주는걸 생각하면 오히려 받아야하는게 아닐까? 허나 별로 원하지 않았는데 일부러 가서 도와주는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럴 일은 앞으로도 요원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현에게 하는 것은 투자도 아니었으니. 가현도 그걸 알고 있지만 그저 농으로 건넬 뿐이라는걸 윤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엄청난 질문공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신입생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물어봐주고 있었다.
" 네가 해주는건 뭐든 괜찮아. "
부쩍이나 단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가현이 만들어주는 간식은 정말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였다. 저학년때 처음 먹어봤을땐 어찌나 맛이 있던지. 혀를 스쳐간 수많은 맛이 있음에도 그때만큼은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윤하는 다른건 몰라도 디저트만큼은 가현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 아 맞다. 이번 주말엔 본가에 내려가야해서 없을꺼야. "
하루에 한번쯤은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테이블에 이번 주말엔 없을거란 얘기였다. 예전엔 단 한번도 찾아가지 않던 본가를 그는 최근부턴 종종 찾아가고 있었다. 갈때마다 평소 보기 힘든 예복을 입었고 돌아올땐 평소 단정한 모습과는 다르게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지금도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별로 내키지 않아하는 모습이었다. 가현의 질문이 끊어지자 이번엔 윤하의 질문이 이어졌다. 신입생의 대답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 아마 신입생은 지금쯤 숨이 턱하고 막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