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도 애 취급인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잔뜩 피폐한 탓에 어떤 표정을 지었을 지 모르겠다만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음은 확실했다. 조금 부끄러운 표정과 애취급을해서 짜증난다는 표정 그리고 '막내야, 우리 막내야.' 하고 불러주던 둘째 언니가 생각나 그리운 표정이 하나로 모여진 오묘하고 알기 힘든 그런 표정이었다. 니오는 건네주는 지팡이를 받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부채를 끼워둔 가터링에 같이 매어두었다. 이런거 줘도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부숴먹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 사실 이걸로 마법이었나.. 그걸 쓰기보단 누구 하나 줘 패는데 쓰는게 더 좋을 것 같은데.. "
입맛을 다시며 가터링에 끼워둔 지팡이를 만지작 거린건 그런 연유에서였다. 아무튼 도착한 포목점에서 니오는 어디 앉아있지도 못하고 멀거니 서 있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 처럼 멀거니 서있던 니오는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사람이 들어오자 자연스레 그 쪽으로 시선이 꽂혔고 처음 든 생각은 '저 가면 갖고싶다.' 였다. 나름 붙임성이 좋다면 좋을 니오는 옆 사람을 툭툭 치며 말했다.
" 야. 쟤 되게 분위기 잡는다. 그치? 머리색은 나랑 비슷한데.. 그보다 저 가면 갖고싶네. "
다른 사람이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걸어도 그것이 시비나 무시나 싸움을 걸어오는 것이 아니라면 나름 부드럽게 넘기는 니오였다. 여전히 유명한 들개였고 광견이었으며 꽤 쓸만한 사냥개였으나 여전히 사람이 그리웠으니까.
>>533 때릴지도 모르는걸요 (´•̥ω•̥`) 앗 지지라니.. 니오주는 지지한거 좋아해요... 지지한거 좋아.. 으헤 ꈍ .̮ ꈍ✿ >>543 니오: (쿠키 한 입에 털어넣음) 응. 넌 이제 뒤졌어. 뒤졌다고 복창해. 이런 전개..가 되어버릴지도 몰라요...! 물론 대뜸 멱살잡고 주먹날리는 그런 전개는 최대한 피하겠지만요~
"음~ 보자. 꽤 괜찮은것 같은데? 이것도 잘 어울릴것 같지만 너가 정한게 더 나아보여."
남학생이 보여준 옷을 보며 가현은 고이 미소지었다. 사실 옷걸이가 좋아 어떤 옷이든 잘 어울릴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일단 남학생이 고른 옷은 확실히 당신의 느낌과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이어서 들어온 여학생에게 가현은 손을 흔들어주었다. 적룡 하면 딱 저 애의 느낌이 제격 아니었을까 싶을 아이- 지금은 황룡 기숙사로 옮겨갔다지만.
이윽고 두 남녀 또한 들어온다. 둘 다 얼굴을 가리고 있어 누군지는 몰랐-
"... 아."
신이시여, 어찌 저에게... 어제와 더불어서 연속으로 이런 달콤함을 안겨 주신단 말이옵니까? 가현의 시선이 떨려왔다. 잊을래야 잊을 수 있겠니. 그 목소리- 기숙사를 쓰며 익히 들어왔던 목소리를. 심장이 미친듯 뛰기 시작하며, 가현은 저마저도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홀린 양 다시 하얀 소복 쪽으로 걸어가 그 옷을 들었다.
"... 손님께서 찾으시는 것- 이 옷이 맞나요."
나는 당신을 기억해. 나는 당신을...
"여기 주인분께서 잘 보관하고 계셨답니다."
언니. 뒤따르는 말을 이어가는 가현의 입꼬리가, 점차 끌어올려진다. 분명 우리는 초면이 아니지. 그렇지? 잊었다면 서운할 거야. 잊었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감당이 안 되니까. 그러니까제발너가나를기억한다고말해주지않을래기억하고있다는걸보여주지않을래??????
수축된 동공이 언제 흔들렸다는 양 제 크기와 자리를 되찾았다. 묵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정보를 정리했다. '강아'라고 하는 여자는 MA의 마음에 든 드문 인간이고, 한때 제사장 집안이었으며, MA와 만난 이들에게서 나는 극히 맡기 힘든 향을 맡을 수 있다. 생각에 빠졌던 묵은 돌연 눈을 약간 크게 뜨고 입꼬리를 살포시 끌어올렸다. 제 의지가 아니었다. 하하! 제사장 집안을 버렸다고? 냉기 도는 감각이 뱃속을 돌고 나서야 자신이 웃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화들짝 놀란 묵은 "전, 이, 묵이는."하고 드물게 말을 더듬었다가.
"별로, 산제물을, 부당하다거나, 생각하지는-"
더듬더듬 힘겹게 뱉는 낯은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 했다. 묵의 고개가 숙여지며 검은 머리칼이 쏟아져내렸다. 뺨이 가려지고, 꿀물을 탄 컵을 움켜쥐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고 다짐하듯 조용히 중얼거리더니.
"괜찮습니다. 이 묵이는."
어느새 잠잠해진, 명료하고 날카로운 눈매를 휘어접었다. 아무렇지 않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운명이었으니."
/ 캐내야하는데 별안간 비설 찔린 오너. 분명 이거 웹박으로도 안 넣은 거라 그냥 대사치신거...이실텐데.... 냅다 들이박아 멋대로 찔려버린 묵주....였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소란이 있다. 연은 조금의 거리를 두고서 멈춰 선다. 수상하게 시리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 어깨에 타고 있는 뱀이 징그러워 연은 얼굴 표정을 구긴다. 그러며 뱀이 물까 무서우니 가게로 들어가지 못한다. 호랑이 가면을 쓴 이에서 시선을 옮겨, 옆에 선 코끼리 같은 가면을 쓴 이를 본다. 살짝 다가가 목에 검은색 타투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549 (소근소근) 니오가 때린다는건 야! 하지마! 하고 툭 치는게 아니라 멱살잡고 두들겨패는거래요... 소근소근... >>551 버킷리스트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건 버킷리스트로 안 써도 가능하다구요~~~~ >>555 제 버킷리스트는 한 번 꽂혀서 해까닥 하게 만들어보기..가 되었습니다 •'-'•)و✧ 지지한거 진짜 너무너무 좋아하기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요 이런 취향이라서....
알다가도 모를 것들이 너무 많은 곳이다. 니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상황을 파악하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까 그 분위기 엄청 잡던 두 명은 친절하다는 말과 자기도 거기 졸업생이라는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섰다. 옷 값은 제대로 두고 가겠다는 말에 니오는 말이라도 해줘야하나 싶어 음음,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세뇌… 세뇌…. 고장난 듯 고개를 숙인 채 머릿속으로 한 단어만을 되뇌이던 눈이 제 빛을 찾고 그녀가 움직이는 양 따라갔다. 멍하니 눈만 깜빡이다가 그녀의 말에 정신을 퍼뜩 차리고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욕이 돋지는 않았으나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으면 그녀가 무안할 거 같아 가장 가까운 매대에 있는 빵 하나를 아무거나 집어 품에 안았다.
조용히 목례를 하고 그렇게 나가려다가 멈칫, 뒤를 돌아서서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 말은 마치 그분에게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려요…. 정체가 무엇이냐 물으면, 무어라 답해주시렵니까?"
평소답지 않게, 제대로 된 이야기를 못 하고 있었다. 기억해주고. 있어? 기억했어. 봐. 날 기억해. 나도 기억해. 너도 기억해. 그저 당신이 기뻐하는것이 기뻐. 날 기억하고 있는게 미치도록 좋아서 기뻐. 당신이 기쁘다면 나도 기뻤어.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는 일은 없어. 당신이 당신의 친구들을 전부 죽이고 미쳐버리고 나서도. 그저 한결같이. 내 흥미를 좀 더. 좀 더 이끌어줘. 이렇게 곁에서 계속. 나랑 같이 그 분을 제외하면 그저 엉망진창일 뿐인 이 세상에서- 영원토록 함께 춤추지 않을래. 그런데. 그 남자는 누구? 아는 사이? 아니라면..
속에서 감도는 그 모든 감정을 입 밖으로 내기도 전에 둘은 자리를 떠났다. 잠깐동안 가현의 시선이 남성 쪽으로 옮겨갔던 것 같기도. 그 눈빛이 한 없이 싸늘했을 것 같기도 했다. 둘이 나가자, 자신도 둘을 따라 문 앞까지 나선다. 돈은 두 아이들이 전해주겠지. 충동적인 감정이었으며 그 감정을 제어할 생각은 없었다. 그야 당연했다. 이게 나니까.
"....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나자? 그 때는- 내가 언니를 어떻게든 잡아둘거니까."
여자 쪽을 향하여 이야기하며, 가현은 그저 웃었다. 지금은 맛보기였지만, 그때의 나는 진심일거야. 그때가 된다면 이 메마르고 덧없는 삶에서 내게 재미를 한껏 안겨주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