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퉁기는 소리 나면 구경꾼들 환호 소리 터져나온다. 긴 머리꼬랑지 요란히도 흔들리면, 자유로이 몸을 놀려 줄 위를 난다. 줄타기를 배운 적은 없지만 이런 건 보통 요령이 곧 재주다. 그리고 온화는 그런 재주 하나 끝장나는 편이었다.
"얼쑤!"
깅누차게 추임새도 넣어가며 이리 뛰고 저리 퉁기며 노는 사이, 문득 온화의 시야에 검은 것이 걸렸다. 검은- 사람. 아니다. 옷이 검다. 저를 보는 건지 묘기를 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웃고 있는 건 알겠다. 온화는 검은 옷 여인을 향해 보란 듯이 한쪽 눈을 찡긋 했다. 그리고 묘기를 계속했다.
심호흡을 해내고 답하려다가도 낮으면서도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리자 입을 벌린 그대로 멈춰버리고 만다. 폭음, 큰 사고가 났는지 매캐한 냄새까지 났음에도 아회는 놀라지 않은 듯 우두커니 선 채로 고개를 올린다. 목소리가 들린 곳이다.
"……."
시간이 멈춘 듯 아회 그대로 굳는다. 애써 떨리는 손을 멈추기 위해 물뿌리게 거세게 잡는다. 평온한 기색에 언뜻 당혹감이 서린다. 등골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도망쳐라. 아회야, 도망쳐야만 한다. 아회야, 아회야! 뱀이 기어오듯 선득한 느낌에 뒤를 돌고 뛰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안다.
감정이 요동친다. 심장이 거세게 방망이질 친다. 호흡이 흐트러졌다. 비명이 목을 비집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소리를 지르고 싶다. 호통이라도 치고 싶으나 손이 덜덜 떨린다. 떨림이 몸으로 전파된다. 물이 넘치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물뿌리개가 바닥에 떨어져 바닥 물범벅 된다. 식은땀이 이마에 한줄기 흐르고 말았다. 정신 차려야 한다. 이대로라면 처음부터, 망가지고 말 것이다! 달달 떨리는 입술을, 겨우 벌렸다. 예비하라, 대비하라, 설마 한복판에서 사달 내겠는가!
"……이, 이 소란을 능히 들으셨다면, 주문을 받을 상황이, 아님을 아실 터라 믿습니다."
' 가더라도, 이건 가져가야지. 임시로 만든 지팡이다. 나중에 수업할 때 정식으로 하나 만들어줄테니, 한 번 써봐라. '
작은 상자에 곱게 들어간 아무 무늬가 없는 검은색 지팡이 입니다. 그리고 英사감은 당신의 옷매무새를 곱게 잡아주려는 듯 단정하게 만졌습니다.
' 사시나무 목재와 용의 심근이 들어간 지팡이다. 잘 휘어지니까 채찍처럼 쓰지 말고. 사고치지 말고. 다녀와라. '
앗. 이거 부모인가요!?
당신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포목점 주인은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어달라는 말과 함께 여우 무늬가 새겨진 흰 소복을 찾아가는 사람을 알려달라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주인이 누구인지 왜 이 옷을 만들었는지 본인이 몰랐으니까요.
기다리던 그 때, 얼굴 절반을 여우 가면으로 가린 여성과 얼굴을 가린 남성이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일색 검은색으로 온 몸을 치장한 여성의 머리칼이 끝으로 갈수록 백색입니다.
그리고 남성은 계속 알 수 없는 노래를 허밍으로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포목점 주인의 눈이 점점 흐리멍텅해집니다.
' 옷을 찾으러 왔는데. '
당신들을 흘긋 본 여성은 가게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누군가에겐 익숙한 목소리입니다. 아무렴.
[>자유]
>>513 당신이 카페로 향하자, 아회와 대치하듯 선 두 남성이 보입니다. 한 남성의 어깨에 뱀이 올라탔고 그 앞에 선 붉은 머리 남성은 아회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두 남성 모두 얼굴을 가면으로 가렸습니다. 뱀을 어깨에 올린 남성은 검은색 호랑이 가면을, 머리가 붉은 남성은 코끼리를 닮은 검은색 가면입니다. 특이하게, 뒷 목에 기이한 검은색 타투를 새겼습니다.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선다] [>자유]
>>503 >>519
' 오! 자주 와서 아르바이트 하지 않겠는가!? '
오, 이렇게 용돈벌이를? 딜? 카페 주인이 눈을 빛내며 말했습니다. 매출이 확 오를 것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당신이 밖으로 나서자, 아회와 대치하듯 선 두 남성이 보였습니다. 입구 쪽에 가까이 서 있는 붉은 머리 남성이 아쉽다는 듯 자신의 뒷머리를 손으로 긁적였습니다. 그 뒤에 선 뱀을 어깨에 얹고 검은색 호랑이 가면을 쓴 남성은 말 없이 당신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 들었지? 아직 오픈 안 된 거 같은데? ' ' 네가 가자 한 거 아니었나. ' ' 그, 그건 맞는데.. 요....... '
코끼리를 닮은 짐승 가면을 쓴 남성이 호랑이 가면을 쓴 남성에게 말했다가, 낮으면서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바로 꼬리를 팍 내렸습니다.
' 아니, 다급한 주문은 아닌...!!! 데!! 한 번에 주문을 좀 많이 했거든. 사람들 몰리기 전에 가져가려고 했는데~ 아~ 아쉽네~ '
아회의 대답에 머리가 붉은 남성이 난처한 듯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자유]
>>514
여인은 당신의 눈웃음에 재미있다는 듯 가리고 있던 후드를 내렸습니다. 어딘가, 흐리멍텅한 눈으로 당신을 보며 방긋 웃었습니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무어라 뻐끔거립니다.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자세히 본다]
>>504
' 다른 말로는 코가 꿰였다고 하지. '
그녀는 귀찮다는 듯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몫으로 타 온 커피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 바치는 쪽이라... 아하, 이제야 이해가 가네. 말하지 않아도 돼. 내가 버린 집안은 제사장 쪽이라 대강 사정은 알고 있으니까. '
빵집 주인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 어떻게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살았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둬. 벌써부터 죽는 걸 소망한다면, 나는 말릴 생각은 없다만. '
"돈이야 넉넉하게 주면 저야 환영이죠. 요새 아빠가 저 돈 많이 쓴다고, 또 많이 쓰면 용돈 끊어버리다고 해서.."
카페의 주인과 자잘한 스몰토킹을 나누다가, 밖으로 나가보았다.
이 특이한 손님들은 뭐지? 왜 다들 가면을 쓰고 있는 걸까? 마치 정체가 밝혀지면 안 되는 사람들인 것 마냥.
상황은 이러했다. 대량주문을 한 손님들이 사람들이 카페에 붐빌까봐 일찍 오셨다는 것.
"아유~ 잘 오셨습니다요. 그런데 저희가 아직 오픈시간이라서요.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예약주문을 하신 분들이니깐 다른 손님들이 오셔도 1순위로 먼저 만들어서 드릴게요. 그러니 나가서 연초 한대라도 피고 오심이 어떠실랑가요? 마음 같아서는 내 연초라도 드리고 싶은데, 흡연을 안 하는지라.."
본래라면 묘기를 끝내고 내려가 저 여인네를 찾을 심산이었으나. 온화의 시야 끝에 검은 후드 내려가는 것이 보이니 그럴 여유를 부릴 새가 아닌 듯 하니. 부러 몸을 크게 띄워 요란히도 줄 위에 걸터앉고 잠시 쉬어가듯 줄 위로 몸을 뉘이며 종이 부채로 설렁설렁 부채질을 한다.
익살스럽게 굴고는 있으나. 온화 그 새빨간 눈은 검은 옷의 여인에게 일점 박혀 있었다. 저 입 무어라 움직이는지 보기 위해.
여기서도 애 취급인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잔뜩 피폐한 탓에 어떤 표정을 지었을 지 모르겠다만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음은 확실했다. 조금 부끄러운 표정과 애취급을해서 짜증난다는 표정 그리고 '막내야, 우리 막내야.' 하고 불러주던 둘째 언니가 생각나 그리운 표정이 하나로 모여진 오묘하고 알기 힘든 그런 표정이었다. 니오는 건네주는 지팡이를 받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부채를 끼워둔 가터링에 같이 매어두었다. 이런거 줘도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부숴먹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 사실 이걸로 마법이었나.. 그걸 쓰기보단 누구 하나 줘 패는데 쓰는게 더 좋을 것 같은데.. "
입맛을 다시며 가터링에 끼워둔 지팡이를 만지작 거린건 그런 연유에서였다. 아무튼 도착한 포목점에서 니오는 어디 앉아있지도 못하고 멀거니 서 있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 처럼 멀거니 서있던 니오는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사람이 들어오자 자연스레 그 쪽으로 시선이 꽂혔고 처음 든 생각은 '저 가면 갖고싶다.' 였다. 나름 붙임성이 좋다면 좋을 니오는 옆 사람을 툭툭 치며 말했다.
" 야. 쟤 되게 분위기 잡는다. 그치? 머리색은 나랑 비슷한데.. 그보다 저 가면 갖고싶네. "
다른 사람이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걸어도 그것이 시비나 무시나 싸움을 걸어오는 것이 아니라면 나름 부드럽게 넘기는 니오였다. 여전히 유명한 들개였고 광견이었으며 꽤 쓸만한 사냥개였으나 여전히 사람이 그리웠으니까.
>>533 때릴지도 모르는걸요 (´•̥ω•̥`) 앗 지지라니.. 니오주는 지지한거 좋아해요... 지지한거 좋아.. 으헤 ꈍ .̮ ꈍ✿ >>543 니오: (쿠키 한 입에 털어넣음) 응. 넌 이제 뒤졌어. 뒤졌다고 복창해. 이런 전개..가 되어버릴지도 몰라요...! 물론 대뜸 멱살잡고 주먹날리는 그런 전개는 최대한 피하겠지만요~
"음~ 보자. 꽤 괜찮은것 같은데? 이것도 잘 어울릴것 같지만 너가 정한게 더 나아보여."
남학생이 보여준 옷을 보며 가현은 고이 미소지었다. 사실 옷걸이가 좋아 어떤 옷이든 잘 어울릴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일단 남학생이 고른 옷은 확실히 당신의 느낌과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이어서 들어온 여학생에게 가현은 손을 흔들어주었다. 적룡 하면 딱 저 애의 느낌이 제격 아니었을까 싶을 아이- 지금은 황룡 기숙사로 옮겨갔다지만.
이윽고 두 남녀 또한 들어온다. 둘 다 얼굴을 가리고 있어 누군지는 몰랐-
"... 아."
신이시여, 어찌 저에게... 어제와 더불어서 연속으로 이런 달콤함을 안겨 주신단 말이옵니까? 가현의 시선이 떨려왔다. 잊을래야 잊을 수 있겠니. 그 목소리- 기숙사를 쓰며 익히 들어왔던 목소리를. 심장이 미친듯 뛰기 시작하며, 가현은 저마저도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홀린 양 다시 하얀 소복 쪽으로 걸어가 그 옷을 들었다.
"... 손님께서 찾으시는 것- 이 옷이 맞나요."
나는 당신을 기억해. 나는 당신을...
"여기 주인분께서 잘 보관하고 계셨답니다."
언니. 뒤따르는 말을 이어가는 가현의 입꼬리가, 점차 끌어올려진다. 분명 우리는 초면이 아니지. 그렇지? 잊었다면 서운할 거야. 잊었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감당이 안 되니까. 그러니까제발너가나를기억한다고말해주지않을래기억하고있다는걸보여주지않을래??????
수축된 동공이 언제 흔들렸다는 양 제 크기와 자리를 되찾았다. 묵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정보를 정리했다. '강아'라고 하는 여자는 MA의 마음에 든 드문 인간이고, 한때 제사장 집안이었으며, MA와 만난 이들에게서 나는 극히 맡기 힘든 향을 맡을 수 있다. 생각에 빠졌던 묵은 돌연 눈을 약간 크게 뜨고 입꼬리를 살포시 끌어올렸다. 제 의지가 아니었다. 하하! 제사장 집안을 버렸다고? 냉기 도는 감각이 뱃속을 돌고 나서야 자신이 웃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화들짝 놀란 묵은 "전, 이, 묵이는."하고 드물게 말을 더듬었다가.
"별로, 산제물을, 부당하다거나, 생각하지는-"
더듬더듬 힘겹게 뱉는 낯은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 했다. 묵의 고개가 숙여지며 검은 머리칼이 쏟아져내렸다. 뺨이 가려지고, 꿀물을 탄 컵을 움켜쥐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고 다짐하듯 조용히 중얼거리더니.
"괜찮습니다. 이 묵이는."
어느새 잠잠해진, 명료하고 날카로운 눈매를 휘어접었다. 아무렇지 않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운명이었으니."
/ 캐내야하는데 별안간 비설 찔린 오너. 분명 이거 웹박으로도 안 넣은 거라 그냥 대사치신거...이실텐데.... 냅다 들이박아 멋대로 찔려버린 묵주....였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소란이 있다. 연은 조금의 거리를 두고서 멈춰 선다. 수상하게 시리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 어깨에 타고 있는 뱀이 징그러워 연은 얼굴 표정을 구긴다. 그러며 뱀이 물까 무서우니 가게로 들어가지 못한다. 호랑이 가면을 쓴 이에서 시선을 옮겨, 옆에 선 코끼리 같은 가면을 쓴 이를 본다. 살짝 다가가 목에 검은색 타투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549 (소근소근) 니오가 때린다는건 야! 하지마! 하고 툭 치는게 아니라 멱살잡고 두들겨패는거래요... 소근소근... >>551 버킷리스트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건 버킷리스트로 안 써도 가능하다구요~~~~ >>555 제 버킷리스트는 한 번 꽂혀서 해까닥 하게 만들어보기..가 되었습니다 •'-'•)و✧ 지지한거 진짜 너무너무 좋아하기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요 이런 취향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