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頌보리는 송가의 적자입니다. -그가 속한 송가는 제사장들의 총 대빵입니다.(원X스로 치면, 선장. 포X몬으로 치면, 챔피언) -보리는 남성입니다. -그는 본가에서 쉬고 있을 때, MA에 의해 강제로 놀이친구가 되어 끌려갔었습니다. -MA에게 몸을 내어준 적이 많습니다. -떡 좋아합니다. 특히 찹쌀떡! -이름 때문인지 보리밥은 좋아하지 않아요. -이름이 컴플렉스인데, 집안에서의 애칭은 "보리보리".
입학식이 끝나고 저녁이 되었다. 그의 입장에선 여섯번째 맞이하는 입학식이라 평소대로 흘러갈테고 금방 끝날줄 알았는데 작은 이변이 있었다. 아니, 그걸 작다고 표현하는게 맞는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피해를 받은 학생은 없었으니 심각한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왠지 모르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숙사로 돌아가 방에 누워있다가 저번에 사온 것이 생각나서 책상 위에 올려놨던 선물 상자를 들고서 휴게실로 향했다.
" 안녕~ "
휴게실엔 많은 학생들이 있었고 그들 한명 한명에게 모두 인사를 건네며 항상 앉는 창가의 테이블로 향한 윤하는 미리 만들어뒀던 쿠키와 함께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자리를 잡았다. 분명 이렇게 앉아있으면 자신의 친한 친구가 자연스럽게 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자리를 잡는 것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고 있었지만 오늘 입학한 1학년 아이들은 아직 그 어떠한 말도 듣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
" 잠깐 이리로 와볼래? "
흑룡 기숙사에 살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의 얼굴을 대략적이나마 알고 있는 윤하였기에 뉴페이스를 구분해내는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1학년 입장에서야 6학년 선배가 부르니 쭈뼛쭈뼛 다가왔고 자신의 옆에 있던 의자에 후배를 앉힌 윤하는 쉴새없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지 알고 있는 다른 학생들의 흔들리는 눈빛을 뒤로하며 후배는 열심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일련의 소동이 있었던 입학식. 강제적으로 그 달콤했던 백일몽에서 깨어나 기숙사로 돌아온 가현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는지 혀를 차고 인상을 살짝 구겼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자신에게 그 어떠한 상의도 없이 물을 끼얹어서? 그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런 것 쯤이야 백번도 넘게 이해하고 포용할수 있다. 더한 것도 겪어본 자신이 그것에 연연할 리 만무하다. 요점은, 그 분께서 충분히 만족하고 되돌려보낸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개입으로 억지로 그 꿈 속에서 끄집어내진 것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이 그 환상에서 깨어났을 때의 상황이 그렇게 믿게 만들었다. 자신은 진심으로 행복했는데. 기뻤는데. 그 장소에서 자신이라는 덧없는 존재가, 위대하며 존엄한 존재가 바라는 만큼 어우러지며 평생을 함께할 수 있었는데ㅡ 그 모든것을 망쳐놓다니.
허나 흑룡의 독기는 그런 비정상적인 신념마저도 부드럽게 감싸안고 달래주는 부류의 것. 괜찮아. 분명 그런 해프닝 또한 신께서 바라는 것 중 하나일 터. 언제까지고 항상 그 분과 함께할수는 없을 일이니, 또 다른 미래를 기약한 것일거야. 그러니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네 신념에 몸을 맡기고 그 분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 흘러가기만 하면 돼. 운명에 저항하며 쓰디쓴 패배의 맛을 느끼든. 운명을 받아들여 달콤한 패배의 맛을 느끼든. 곁에서 들리는건지 독백인지 모를 다정한 속삭임은 가현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만드는 듯 싶었다. 그래. 자신은 그저 덧없는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불쾌한 기분을 풀 겸 가현은 교복을 다시 차려입고서 기숙사 밖으로 나섰다.
"역시 내 짱친이라니까~ 내 예상대로 먼저 나와있었구나? 어머나. 새로운 아이도 함께 있었네~"
아마 이 시간쯤이면 당신이 먼저 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겠거니 하는 생각에 가현은 늘 그랬듯 테이블로 향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평소의 나긋한 모습과는 다르게 주변 사물들에 그 어떠한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아마 임씨 가문의 본낯인걸까-을 한껏 내비치고 있던 가현은 테이블이 가까워질 적에는 그런 잡다한 느낌 따위는 지워버리는 것이다. 먼저 나와있던 남학생에게 친근하게 말을 붙이며 가현은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앉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옆에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새로운 신입생에게도 말을 걸어주고.
"둘이서 어디까지 이야기했어? 나도 좀 들어보자~"
아마 그 신입생은 모를 것이다. 안 그래도 그 자리에 몇 시간이고 붙들려있어야 할 가여운 운명을 스스로 택했는데, 거기에 가현까지 추가됨으로써 이제 자신은 돌이킬수 없는 길을 가게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뻔뻔스럽게도 가현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하며 쿠키를 자연스럽게 하나 집어먹었다. 늘 놓여있던 쿠키 외에 다른 상자가 보이자, 고개를 갸웃 기울이기도 했다.
"근데 이건 뭐야? 설마 우리 신입생이 가져다 준 먹거리일까? 아니라면 내 친구가 가져다 준 선물일까~"
그 물건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기에, 가현은 늘 그래왔듯 평온하면서도 능글맞은 투로 간단한 추측들을 던져보는 것이다.
윤하에게 불려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있는 1학년 후배의 표정이 조금씩 난처해지는듯 했다. 분명 금방 끝날줄 알았으나 시간이 지나도 자신을 놔줄 기미가 안보여서 그런 것일테다. 허나 후배가 어떤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쉴새없이 이어지는 윤하의 말은 우연히 휴게실을 지나가던 학생들에게도 진절머리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야 윤하에게 시달려보지 않은 학생은 기숙사에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다 그의 시선에 기다리던 사람이 들어왔다. 평소와 다르게 날카로운 느낌이 뿜뿜하고 있었지만 윤하는 신경 쓰지 않았다.
" 6년 동안 지킨 루틴인데 이제와서 없으면 그것도 좀 곤란하지 않아? "
가현이 어떤 모습을 보이던 항상 미소 띄는 얼굴로 맞아주는 윤하는 그녀의 말에 후배쪽을 돌아보았다. 지금까지 신입생은 윤하의 말에 열심히 대답하고 있었지만 가현이 자리에 앉음으로써 자신이 지금까지 얘기한 답변들을 다시금 말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지는 못하고 있었다. 사실 가현이 오기 전에 적당히 보내주려고 했지만 가현이 자신의 예상보다 먼저 왔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적당히 화장실 핑계를 대면 보내주자, 라고 생각은 했지만 가현이 그걸 용납할지는 그도 자신할 수는 없었다.
" 저번에 시내 나가서 사왔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
검은색의 머리띠에 자그마한 보석들이 장식되어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은데 재질도 좋아보여 가현에게 선물해주기 위해서 구매했던 것이다. 가격도 꽤나 나가는 편이니 그녀가 하고 다녀도 괜찮지 않을까하여 정성스럽게 포장까지 해서 사온 것이었다. 얼른 열어보라는듯이 상자를 가현 쪽으로 밀어준 윤하는 옆에 앉아서 눈동자만 굴리고 있던 신입생에게 말했다.
" 그러고보니 우리 후배님은 기숙사 첫인상이 어때? "
그렇게 많은 질문을 하고도 아직도 질문거리가 남았다니. 신입생의 표정은 경악과 두려움이 섞이기 시작하고 있었고 당연히 그걸 모를리가 없었지만 윤하는 생글생글 웃으며 능청스러울뿐이었다. 어차피 나중에 자신의 도움을 받을텐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말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도움을 필요치 않을 것이라곤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학당 주변 환경은 어떻게 되어있오? 호수~는 있는거 같고, 뭐 산이 있다거나 들판이 있다거나 가면 안 되는 곳이 있다거나~ 도화 지역 안에 상점가도 있을까나? 호그스미드 같은 곳~ 커피나 탄산음료도 세계관 내에 있어? 학생의 친인척이 도화에 찾아올 수도 있을까? 개인적인 용건으로 학당 내에 들어오는 건 되나아? 하늘섬 전체적인 문명 정도는 어느 정도? 근현대?
문득 자신이 모시는 절대적인 존재 외에도 다른 사람 하나가 더 떠올랐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나름대로 죽이 잘 맞으며, 함께 있는게 즐겁다고 여겨온 그런 사람이었는데- 갑작스럽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이 학당에서 모습을 감추게 되었던 일을. 그리고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 공허함을. 허나 가현의 속내는 늘 그렇듯 보기 좋은 허물에 가려지며 그 존재감을 가렸다. 기분을 풀러 이 자리에까지 나온 행동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원치 않으니, 그저 지금은 지금을 즐길 뿐이었다. 항상 한결같은 눈 앞의 남학생을 보며 가현은 웃었다. 어찌 보면 이 남학생 역시 그런 의미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판단하면서.
남학생의 이야기에 가현은 퍽 감동받은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예전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내왔었고, 저학년 때에는 서로 이해할수 없는 모습에 가벼운 다툼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큰 일로 번지지는 않은 채 사그러트리며, 지금껏 친하게 지내왔었다. 그렇기에 주고받은 게 아예 없지는 않았을테지만 아까 전까지만 해도 가현은 꽤 심란한 기분이었기 때문에 오늘따라 평소보다는 조금 더 혜자스러운 리엑션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잘 어울릴것 같다- 라는 이야기는 굳이 날 떠올리고 사온 거라는 이야기일까~ 음. 고맙다는 진부한 이야기로는 모자라겠지. 잠시만.."
상자를 열어본 가현. 그리고 안에 고이 들어있는 머리띠를 꺼내 슥 살펴보다가 이내 곱게 웃었다. 맙소사, 설마하니 이런 걸 사가지고 와줄 것이라고는 모르고 있었는데. 한참동안 예쁘게 반짝이는 보석을 홀린 듯 바라보며 말을 이어가던 가현은 이윽고 머리띠를 썼다. 어때. 잘 어울려? 하고 망설임 없이 빙긋 웃으며 평가를 기다렸다.
"또 막 비싼거 사오고 그런 건 아니지? 나한테 너무 많이 투자하다가는 나중에 진짜로 큰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조금 힘들어질거야~"
물론 저 남학생이 진짜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투자하지 못할 만큼 절제력이 없는 사람으로 보고 있지는 않으나, 그런 걱정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니까. 그게 포용의 과정중 하나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가현이었다.
"아차, 내 정신좀 봐. 그래서 기숙사가 어떻다고? 그 전에는 무슨 이야기 했니. 어디 사람이야? 가문은? 좋아하는 건 있어? 여기랑 집의 거리는 멀어? 첫사랑 경험은 있어? 이 수업 재밌겠다 싶은 건?"
잠깐 머리띠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에 신입생을 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가현은 대답하는 사람 입장에서 버거울지도 모를 질문을 속사포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신입생 입장에서는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353 헐 좋은데~~? 분위기있고 최고야 막 빗소리 들으면서 혼자 사색 즐기면서 양탕국 마실거라는 적폐가 있는데 공식으로 차용해줄 생각이 있는지에 대하여... ^-^ () 막 그렇게 분위기 즐기고 있으면 또 옆에 가서 왜 혼자 마셔? 뭐 마시기는 딱 좋은 날이지? 이러고 분위기 다 깨부수는 임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