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시타 린은 항상 웃고 다닌다. 그도 아니라면 이따금 감정이 씻겨내려 간듯 무미건조한 무표정을 띄울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는 그녀가 긴박감이나 긴장감 혹은 두려움 등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감정이 둔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예민하여 숨기는 쪽에 가까웠다. 즉 그러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도 얕잡아 보이거나 동정받을 일이 없을 환경이면 그대로 드러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신의 검은 지나치게 신중하군요. 찰나의 틈을 노려야할 암살자로서는 그다지 좋지 못한 습관입니다.]
쳇, 내심 대련이후 생각하고 있던 점을 대놓고 찔린 린은 로봇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그저 눈썹을 찌뿌렸다. 대담한 행동과 재빠른 판단, 제가 지향해야함을 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간단하면서도 언제나 힘들었다.
"오토나시씨 계속 전투를 할 수 있으신지요?"
더군다나 뒤에 얼떨결에 같이하게 된 동행자가 있는 상황에서 정곡을 찔린다면, 그리고 이에 수긍하게 된다면. 린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쩌다가 만난 두 사람은 같이 행동하는 법을 연습하는게 좋겠다는 로봇스승의 말에 즉석에서 팀을 짜 팀전을 하게 되었다.
와! 기계 선생님이 가득한 게이트! 오토나시는 약 1시간 전에 게이트에 진입해 기계 선생님과 ‘ 게이트에서 살아남기 위한 버섯 구분법 ’을 공부하고 있.. .... . .. 다가 같은 특별반의 린과 수련용 파티를 맺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투라니! 전투라니! 린의 질문이 들려오자 오토나시는 재빠르게 한 손을 들고 기계에게 말을 합니다.
“ ‘ 로봇 선생님 ’에게 ‘ 항의 ’합니다- 힐러가 전투에 나서는 것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인 거에요. ”
"불합리한 조건이어요. 소녀는 홀로 싸우는 암살자이지 유감스럽게도 뒤의 사람까지 지킬 힘은 없사와요." 게이트에 들어온 후 전투 훈련이 필요하다며 여지껏 싸우게 된 터라 힘빠진 목소리로 오토나시씨에게 전한다. 가디언의 기본 대형인 워리어-랜서-서포터의 구도를 생각해 본다면 이 싸움은 워리어가 빠진 유리대포식 조합이다.
"오토나시씨는 힐...음, 치료 말고 다른 특기가 있으신지요?"
자신이 오토나시의 힐로 계속 회복받으며 워리어역까지 임시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건 평소에도 앞에서 적을 마주하는 검사나 생각할 법할 전투방식이지 저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대상이 하필이면 로봇이라 나머지 특기가 무효할것 같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는다. 특히 미인계는...분명 앞의 여인이 미인의 범주에 들긴하지만 다른 종?족인 로봇에게 영향이 있을까. 아무튼 좋게 얘기하자 최대한 좋게. 게다가 린은 오토나시에게 따로 묻고 싶은 것도 있었다.
"소녀가 의념으로 가짜 폭팔음을 낼테니 그 때에 맞추어 한 번 쥐가 나는지 시험해 보는 게 좋아보이어요. 혹시 그 스킬을 씀에 있어 필요한 요건같은건 따로 없으신지요?" "예를 들어 상대와 접촉해야 한다던가."
지독히 먼 시대가 흘렀다. 누군가는 목적을 위해, 누군가는 단지 흥미를 위해. 기술을 탐구하고 모아온 이들의 숨이 끊어질 만큼 먼 시간이 지나갔다.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지게 되었던 바르툼의 구도자들은 이젠 누구도 가르침을 바라지 않는 세상 속에서 천천히 말라죽을 운명에 처해 있었다. 어떻게 본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높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은 더 이상 오를 곳을 찾을 수 없다는 것. 내려볼 수 없이 높은 곳만을 보는 이들에겐 더 이상의 깨달음은 무의미했다. 그렇게 하나의 차원이 무너지고, 사라지려 하던 때에 한 구도자가 의견을 내었다.
우리들은 언젠가 말라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시간 외에서 누군가는 깨달음을 바라면서도 그 과정을 아득히 멀게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그 때가 언제 다가올진 모른다. 어쩌면 수많은 죽음을 거친 후에야, 우리들의 꺠달음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해야만 한다. 우리들의 깨달음과 지식이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누군가가 증명해주길 바라기 위해서는 과거가 미래에 남길 기록이 필요할 것이다.
수많은 구도자들은 자신의 깨달음을, 배움을 기꺼이 내보였다. 그것을 바라지 않는 이들은 없었다. 감히 말하자면, 그들은 외로웠을지도 몰랐다. 모든 기술과, 지식의 가치가 무의미한 세상. 자신들을 따라올 이들 없이 기술을 가진 채로 죽어가길 바라는 이들은 없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수많은 기술을 정리하고 보관하길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그들 기술의 요람인 이 넓은 공터였다.
거대한 한 대의 인공지능은 중앙에서 방문자들에게 묻는다. 이들에게는 그가 선한지, 아니면 악한지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위대한 구도자들의 전달자인 인공지능의 목적은, 자격 있는 자에게 구도자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 인공지능의 판단 하에 이들이 바라는 지식이 있다면 그 아래에 있는 인간을 닮은 보조 인공지능들이 그들에게 각자의 가르침을 내린다. 그것이 무와 관련된 것일 수도 있었고, 지식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예술에도 그 영역을 넓혀도 될 것이다. 아 요람의 목적은 전달자다. 자신들의 지식과 지혜를, 아버지 구도자들에게서. 아들인 방문자들에게 내리는 것. 가장 외로울 지혜를 가진 이들은 오늘도 새로운 방문자를 기다리며 기술을 가다듬고 있다.
기술은 결국 가장 높은 곳에서 하나로 모인다. 그리고, 그 높은 곳에서 모인 하나는 모두에게 향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