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하니까 드는 생각이지만 웨이그닐씨도 게이트 클리어 보상을 받아갈 거라곤 생각 못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웨이그닐도 수련장의 시련을 같이 통과했으니 당연한 거겠죠! 그것도 딱 적절하다 못해 웨이그닐이 가장 원할 법한 후한 보상이 나와서, 이쪽도 이쪽대로 해피엔딩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열기가 어떻든, 그 온도가 어떻다. 그런 것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분명 봄은 오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 어둠을 꿰뚫고 얼음 마녀가 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그너의 발치에는 모든 것을 불태운 듯, 검은 재가 된 아쥬르가 마녀의 발목을 쥐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아쥬르가 쥔 발목을 끌어가면서. 이곳을 향해 다가옵니다. 에브나를 내려놓고 시윤은 신경질적으로 뛰어나갑니다.
얼음 마녀라는 신격에 대항할 수 없음에도, 시윤은 상처 입는 것을 각오하고 얼음 마녀에게 달라듭니다. 지금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의 봄을, 방해하게 둘 수 없었으니까!!!
미련하게 내던저져 팔이 부러졌음에도, 남은 팔로 마녀를 붙잡습니다. 두 팔이 부러지니 두 발로 그 옷자락을 밟습니다. 전신이 박살나면 이빨로 옷깃을 물어뜯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 순간을 방해하게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 안 돼. "
얼음 마녀는, 그런 시윤의 발악마저 무시한 채 도라에게 소리를 지릅니다.
" 왜. 대체 왜!!! 대체 어째서!!!! 내가 왕이 된다면, 영원히 얼어붙은 얼음이 된다면. 네 녀석도 왕을 잃지 않을 수 있었잖아!!! 어째서, 어째서어어어!!!!!!!!!!!!!! "
그녀의 절규에 타오르는 채로. 도라는 미소를 짓습니다.
" 당연하지 않은가. "
그 미소는 어느 순간보다 순수해 보였습니다.
" 나는 아이를 위해 몸을 던져 봄을 부르려 했고, 자네는 무고한 아이들을 죽여 겨울이 되려 했으니. "
그 말처럼. 얼음 마녀는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아니, 이 곳의 모든 풍경들이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길고도 긴 봄이 끝나가는 것처럼 얼음과 눈으로 이뤄진 성은 녹아내립니다. 겨울의 것들을 품고 같이 가자는 것처럼. 도라는 무너지는 왕좌와 바스라지는 왕관을 쥡니다.
그리고, 아이는 천천히 자라납니다. 억누른 그 시간을 해방하듯, 아이는 성장해갑니다. 눈을 닮은 새하얀 머리카락은 길게 자라나 어깨까지 늘어지고, 새하얀 눈을 닮은 피부에는 부드러운 온기가 깃듭니다. 가장 겨울을 닮은 듯한 모습에서, 이질적으로 두 눈에 깃든 초록빛 색만이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분명, 이제는 시윤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주 빠른 속도로 그녀는 신이라는 자리에서, 무너지는 성처럼 신격을 잃어가고 있었으니까요. 아이 였던 소녀, 에브나는 시윤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설레게 만들 법한 아름다운 미소입니다.
에브나는 도라를 바라봅니다. 걸음을 내딛습니다.
열기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 뜨거운 불꽃으로 타고 있는 도라를 끌어안습니다.
죽어가는 순간에야. 자신의 품에서 끌어안는 손길에, 후회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에게 그만큼 원망스러운 것이 없었을겁니다.
그 순간에야 시윤은 주머닛속, 고목의 물건을 떠올립니다. 언젠가 필요한 순간에 도움이 될 거라던. 그 물건을... 시윤은 몸부림쳐, 입으로 그것을 물어 에브나에게 내던집니다.
에브나의 발치에 떨어진 나무토막을 에브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도라의 불길에 집어넣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 비록 찰나에 불과할지라도.
그의 불꽃으로 벌어진 찰나의 시간으로.
" 옷 조심하렴. 겨울이 지나갔으니 따뜻해진다고, 이불을 내던지지 않도록 하렴. 아직 어린 때의 너는 유독 이불을 내던지곤 했으니 말이다. " " 먹는 것은.. 좋아할테니 걱정하진 않겠지만 아무거나 먹지 않도록 조심하렴. 특히, 너무 과하게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많은 음식을 받아들이면 몸이 받아들이지 못할지도 모를거야. "
그 뒤로도, 짧은 시간에. 도라는 수많은 걱정을 뱉어냅니다. 그에 에브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제는 신격이 거의 남지 않은 에브나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도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깁니다.
" 긴 겨울은 이제 갈 거야. 나는... 이 겨울과 함께 떠나야 한단다. "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듯. 천천히 재가 되어 흩어지는 풍경 속에서.
" 아냐. "
에브나는 고개를 젓습니다.
" 겨울이 갈 뿐이야. 봄이 올 뿐이야. 언젠가 다시, 또 겨울이 오고 나면... 또 봄이 올 거야. " " 그러니까. 그 떄가 되면 다시 날 안아주러 와줘. 내게 불어줬던 따뜻한 숨결처럼, 바람이 되어 날 찾으러 와줘. 그러면. " " 나는 봄이 되어서... 도라가 되어서. 기다리고 있을게. "
에브나. 에브나 도라.
" 그러니까. 이 봄이 끝나기까지 나를 지켜봐주세요. 아빠. "
그녀의 마지막 인사에 도라는 고개를 들어올립니다. 커다란 신에 어울리지 않는, 왕방울만한 눈물을 떨어트리면서 그는 웃습니다.
" 늦지 않도록, 네 봄에 닿도록 하마. "
나는. 도라니까. 봄을 알리는 전령이니까. 그러니. 그 곳에 기다려주렴.
" - "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평야. 천천히 꽃들이, 나무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평야에서 에브나는 먼 발치를 바라봅니다. 언젠가 돌아올,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말을. 그 찰나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이것은, 한 신화의 시작이자 끝. 도라라는 봄의 전령이, 고신이 사라진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 곳에 남은 두 사람만은 잊지 않고 기억해나갈 기억일 겁니다.
찰나가 아닌 영원히. 누군가는 도라의 이름으로, 누군가는 도라의 기억을 가지고.
축하드립니다. 게이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정산 판정을 신청할 시. 게이트의 기여도와 정산도에 따른 보상을 획득합니다.
특수 NPC, 봄의 딸. 에브나 도라와의 호감도가 미묘한 애정으로 시작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녀는 시윤을 좋은 삼촌으로 생각할테니까요!
에브나 도라의 정보는 정산 판정의 결과에 따라 변동되므로 지금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1. 강한 추위가 몰아든 이유는 아마 추측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도라가 겨울의 왕이 될 후계자를 데리고 도망쳐서가 아니라. 얼음 마녀라는 고신이 신격을 모아 영원한 겨울의 왕이 되려 했기 때문. 즉, 얼음 마녀가 바로 이 게이트에 언급된 '사라지는 것을 거부한 고신'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