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모양이 이상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오래 쳐다보실 리가 없는데, 웃는 연습을 더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역시 입꼬리만 조금 올리는 건 웃는 것처럼 안 보일 지도 모릅니다. 어색할 지도 몰라요. 웃을 때 다들 눈도 예쁘게 접고는 하니까, 저도 그랬어야 할텐데 웃음이 날 것 같으면 억누르기만 했어서 쉽지가 않습니다. 매번 눈을 뜨고 있으려고 하고, 입꼬리는 말리지 않게 눌러두고, 그것도 모자라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곤 했으니까요. 민망해지고 말아서 선배님이 눈을 마주해오면 휙 피해버렸습니다. 제 발 끝을 바라봅니다.
“...왜요? 두 명 정도 있습니다.”
학생회장 선배님과, 저번에 심부름을 하다가 마주친 하시모토 선배님입니다. ‘두 명’ 이 아니라 ‘두 명 정도’ 라고 말한 이유는, 학생회장 선배님은 그래도 꽤 자주 마주친데다 비밀도 알고 있는 사이지만... 하시모토 선배님은 한 번 마주쳤던게 마지막이에요. 제가 멋대로 아는 사람으로 포함시켜버리면 불편해하실 지도 모르니까요. 그것보다는 선배님의 반을 기억합니다. 이토이가와 선배님은 B반이에요.
“놀러갈 일 없습니다. 보답은 왜 해요?”
......큰일났어요! 반에 찾아가지도 못 하고 보답도 못 하게 됐습니다. 입이 방정이에요... 그렇지만 미소를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은 누가 들어도 듣기에 부끄러운 말이 맞잖아요. 그런 말을 들어버리면 툴툴거리고 맙니다. 이상했던 것 같은데, 제대로 웃지도 못했는데, 아니, 애초에 미소가 보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편의점에 가면, 일단 간식들부터 사고요, 1+1이라고 거짓말 해서 선배님한테 드려야겠어요. 어쩐지 거짓말만 늘어가는 기분입니다.............
사실상 여름의 끝무렵이었다. 이제 조만간에 여름방학이 끝이 나고 자연히 2학기. 즉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딱히 보충수업을 받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나 그래도 학교 풍경이나 구경할까 싶어 치아키는 신사에서 나와 학교로 향했다. 학교 앞마당은 보충수업을 듣기 위한 이들을 위해서 열려있었으나 지금은 한적한 것이 아무도 지나는 사람이 없었다. 하기사 이미 들어갈 이는 들어간거겠지. 혹은 땡땡이를 치고 있거나.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괜히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사실상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은퇴인가. 나도."
차기 학생회장 선거가 있을테고, 거기서 뽑힌 이는 새로운 학생회장이 되고 겨울 시즌에는 자신에게 인수인계를 받는 시스템이었다. 과연 다음 학생회장은 누가 될런지. 기왕이면 아는 이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치아키는 잠시 같은 학생회 멤버들을 떠올리며 그 중에 회장감이 있을지를 잠시 생각했다. 물론 당장 떠오르는 이는 없었다.
"아무렴 어때. 나야 선거 결과가 나온 후에 인수인계하고 졸업 준비하고 줄업하면 되는건데!"
가볍게 넘기면서 치아키는 이내 제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그러다가 날씨가 더운지 슬쩍 그늘 안으로 들어가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그렇게 미카는 대충 원예부실을 기억 한구석에 쑤셔넣고 가방 메고 교실을 나와 학교 정문까지 나선다 그냥 집에 갈까 싶었지만 마침 여름도 끝나가는지라 더위도 심하지 않으니 밖에서 좀 더 시간을 때워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미카는 교정 앞마당 한구석으로 쪼르르 걸어가서 그늘 아래 벤치에 자리잡고 앉는다 그대로 멍 때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문득 아는 얼굴이 걸어들어오는 게 보여서 말을 걸어볼까, 약간 고민한다 지금 보충수업 땡땡이 치는 중인데 괜히 아는 척 했다가 잔소리 들을 수도 있겠지만...
"...안녕하세요, 학생회장님."
그래도 무심한 낯을 하고서 결국 인사해버리고 만다 그건 여름 마츠리 때 등불을 나눠주던 학생회장의 모습이 생각났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일이 잘 풀린 게 온전히 등불 덕이라곤 할 순 없어도 아주 사소한 영향 정도는 끼치지 않았을까 싶어서
낯 익은 목소리를 듣고서 치아키는 바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은 낯이 익은 이였다. 삼고초려를 시도했지만 거절했고 정말로 의외의 인물과 함께 토모시비 마츠리에 참여했던 바로 그 인물이 아니던가. 반갑게 인사를 할겸 손을 흔들면서 치아키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이어 빤히 바라보면서 그는 짓궂은 웃음소리를 냈다.
"이거. 이거. 후배 군. 묘하게 마츠리에는 관심이 없어보이더니 말이야. 여자애랑 같이 오고. 제법인데? 응?"
물론 여자애랑 같이 온다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었으며, 친구끼리 오는 이도 많았기에 그 자체가 특별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허나 지금 치아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 이 후배를 놀릴 수단이 생겼다는 것. 오직 그것만이 중요했기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장난스럽게 쿡쿡 웃었다.
"그건 그렇고 그 후배 양이라. 의외라면 의외네. 그 후배 양이라면 절대로 마츠리에 안 올 줄 알았는데 말이야."
둘이 친한 사이야? 그렇게 물어보면서 그는 얄궂은 미소를 유지하면서 빤히 미카를 바라봤다.
키득키득. 일부러 웃음소리를 내는 것이 꽤나 얄밉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치아키는 얄미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으니까. 그 와중에 말을 더듬는 모습이라던가 얼굴이 빨개진 모습이라던가. 그런 모습 등을 보면서 치아키는 절로 오- 소리를 내면서 가만히 미카를 바라봤다. 설마 이런 반응이 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면 이 후배는 그냥 태연하게 아무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할 후배가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지금 보이는 이 반응은 꽤나 흥미로웠다.
시선을 피하는 미카를 빤히 바라보며 치아키는 일부러 그의 시선을 따라가듯 발걸음을 옮겼고 그를 빤히 바라봤다. 일부러 쿡쿡 웃는 모습이 쉽사리 놓아주진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래? 그 후배 양이? 그 귀차니즘에 푹 빠진 후배 양이? 대단하네. 후배 군과는 그 귀차니즘을 벗어나서 같이 있고 싶었던 거려나?"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치아키는 이내 다시 한 번 얄궂게 쿡쿡 웃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같이 온 이들 중에서 아는 이들 중.. 이성끼리 온 이도 조금 있었는데. 다른 이들도 만나면 살짝 물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괜히 어깨춤을 추면서 신이 난 표정을 지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길고 긴 여름 더위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물론 바로 더위가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신선한 가을 바람이 불고 하늘이 맑고 높은 풍경을 보이는 계절이 찾아왔다.
가을. 그것은 곧 2학기의 시작이었으며, 학교 축제 준비 등으로 상당히 바빠지는 시기였다. 그리고 입시를 준비하는 이들은 더욱 더 바빠지는 시기였으며 입시에 관심이 있는 2학년진들은 빠르게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물론 즐겁게 노는 이들은 즐겁게 놀 것이고 청춘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은 즐기고 있을 것이다.
붉은색 가을 단풍. 노란색 은행잎.
그리고 곳곳에서 풍기는 맛있는 음식향기.
가미즈나에 가을이 찾아왔고 그 분위기는 여름의 열기를 식히며 조금씩 주변을 시원하게 식히고 있었다. 한 해의 반이나 지나갔고, 남아있는 반을 맞이하듯이.
/3월 27일부터 4월 23일부터 가미즈나 가을시즌이에요!! 첫 주는 특별한 이벤트 없이 평범한 가을 일상을 즐겨주세요! 이제 가미즈나 스레도 절반이나 지나갔어요! 남은 절반! 혹시나 눈호관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어택을 하거나 대쉬를 하거나 하면서 쟁취해주세요! 물론 조용히 덕질을 하는 것도 자유지만요!